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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이란 시위, 경제 불만에서 정권타도 반체제로
시사한매니져
2026. 1. 13. 06:07
통화 1달러=80만 리알서 140만 리알로 반토막
11일까지 538명 숨지고 1만여 명 체포당해
통일적 목표도 통합된 중심조직도 없는 약점
미국 등 외세의 사주 탓으로 돌리는 이란 당국
“도우러 가겠다”는 트럼프 구두 개입의 양면효과
이란의 오랜 불행의 뿌리에 서방 제국주의 침탈

이란 화폐 리알(rial)의 미국 달러 대비 교환비율(환율)은 지난 1년 거의 2배로 올랐다. 지난해 1월 1달러=80만 리알이었으나 올해 1월엔 1달러=140만 리알을 넘었다. 리알의 가치(시세)는 그만큼 내려갔다. 거의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급락했다.
테헤란 시장 상점가에서 "못살겠다"며 시작한 시위
그렇지 않아도 종이조각 같은 통화가치가 다시 절반으로 떨어지고, 인플레율이 40%를 넘어가면 봉급을 받아봤자 반쪼가리가 돼 쓸 게 없고 거의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 산유국인 이 국가는 석유를 팔아 주요 생필품을 비롯한 많은 생산 및 소비재들을 수입해서 썼다. 그런데 국제적인 제재로 원유 수출도 극도로 제한되고, 국가 재정수입은 쪼그라들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품 가격은 폭등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봉급은 올라가지 않고, 화폐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져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물가마저 폭등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1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형 상점가 ‘그랜드 바자르’ 가게주인과 상인들이 더는 못 살겠다며 들고 일어난 이유다. 테헤란 시장 가게주인들과 상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시위는 삽시간에 이란 전국 100여개 도시로 확산됐고, 시위 참여자도 봉급쟁이, 학생, 노동자, 자영업자, 주부들로 확대됐다. 그들 모두가 테헤란 시장 가게주인과 상인들에 동조한 것은 그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슬람 근본주의 신정체제인 이란의 정치, 종교 지배자들은 이런 곤경을 돌파하는데 지극히 무능했고, 국내 곤경보다 시아파 이데올로기 전파와 방어를 위해 레바논, 시리아, 가자, 예멘 등지의 시아파 세력 지원에 더 신경을 쓰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시위자들에겐 그렇게 보였다. 절대 무오류를 주장하는 신정체제 지배자들은 ‘혁명수비대’ 호위 속에 특권을 향유했다. ‘혁명’은 부패했고 무능했다. 배고픈 국민들에겐,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가 고문을 당할 정도로, 일상의 자유조차 온전히 허용하지 않았다.

경제적 불만에서 정권타도 반체제 시위로
그들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격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폭기의 폭격을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막대한 전비만 썼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구실로 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이란 제재는 한층 더 가혹해졌고 경제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만성적인 인플레, 높아가는 수입물가, 줄어드는 석유 수입, 통화가치 폭락과 대처 불능의 정부 무능, 부패와 이중 환율제 등의 정책 오류들, 기초생활마저 보장하지 못하면서 조이기만 하는 통제체제.
3주 째 접어든 이란의 최근 시위는 이런 배경 속에서 갈수록 거세지면서, 처음엔 경제적 불만에서 시작됐으나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을 외칠 정도로 정치색이 짙어지면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반체제 시위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11일까지 538명 숨지고 1만여 명 체포당해
11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란 시위 과정에서 이날까지 적어도 538명이 숨졌으며, 사망자들 중에 490명은 시위 참가자들이었다.(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어시스턴츠 뉴스 에이전시) 나머지 40여 명에는 진압 군경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또 이란 당국이 체포했다고 밝힌 사람도 1만 600명 이상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단체는 11일 하루에만 적어도 192명의 시위자들이 사망했다.
주요 사망원인은 지근거리에서 쏘는 군경 치안부대 저격병들의 총격이다.

이날의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8일 밤부터 이란에서 인터넷 접속이 거의 완전히 차단된 가운데 병원은 총격 피해자들로 넘쳐나고, 영안실에는 시신들이 쌓여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빌려 지난 8일, 9일 이틀간 수도 테헤란 시내 병원에 하루 150구씩의 시신이 실려갔다고 타전한 교도통신 보도를 인용했다.

미국 등 외세의 사주 탓으로 돌리는 이란 당국
이란혁명수비대 등 국가 진압조직은 시위대가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건물을 파괴하고 경찰들을 살해했다며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고, 사법 당국은 시위 참가자들을 “신(하느님)의 적”이며 사형체 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권력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내부 불순분자들과 그들을 사주한 외세,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페제슈키안은 국영 탤레비전 방송 언터뷰에서 “외국세력과 관계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저격병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인권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양면효과의 “도우러 가겠다”는 트럼프 구두 개입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이란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이란이 평화적인 항의 시위 참가자들을 쏘아서 폭력적으로 살해한다면 미국은 그들을 구출하러 갈 것이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8일에는 “폭동이 일어날 때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란 당국이) 주민들을 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철저히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했고, 10일에는 “이란(인들)은 아마도 전례없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며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에 자국군을 대규모로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합송한 사건과 동시간대에 나온 것이어서 이란 집권자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1979년 ‘호메이니 이슬람혁명’으로 반미국가가 된 이란과 1999뇬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반미로 돌아선 베네수엘라는 같은 산유국이기도 해서 일종의 동지국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의 8일 발언 하루 뒤인 9일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시위대가)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해 주려고 나라의 건물들을 파괴했다”며 “이란 사람들은 외국세력의 앞잡이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사도 같은 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 “협박과 의도적인 폭력을 조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내정간섭을 최고도로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썼다.
아직은 구두 개입 단계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시위대를 어느 정도 고무시키는 효과를 내는 반면, 이란 당국의 강경진압에 빌미를 제공하고 탄압을 정당화하며, 시위대의 저항 명분을 약화시키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 지금 상황에선 실제로 미국이 이란 상황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위대를 고무시키는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자각과 함께 오히려 시위대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접속할 수 있는 기기들을 이란 내에 반입시켜 인터넷 차단에 따른 시위대의 정보난을 해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행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