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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을 또 바꿔?" 국민의힘 향한 규탄 목소리

시사한매니져 2026. 1. 13. 06:13

 

어제까지 책임당원 100만명 ARS 여론조사

14년간 여섯 차례 당명 개정, 일곱 번째 시도
"과거의 잘못 못 끊어내고 간판갈이만" 눈총

"차라리 해산하고 새롭게, 용기와 각오" 주문

 

국민의힘이 또 당명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책임당원 100만 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를 돌렸다.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두 차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새 당명 아이디어를 받겠단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란다.

 

'이기는 변화'라, 참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건 변화가 아니다. 그냥 책임 회피며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술책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헛된 몸부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리자, 또다시 꺼내든 카드가 당명 바꾸기다. 옷만 갈아 입으면 새 사람이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돌이켜보면 이들의 당명 변경 역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아니, 처참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시초로 본다면, 지금까지 무려 일곱 번째 당명 변경을 시도하는 셈이다.

 

민자당(1990년)에서 신한국당(1996년)으로, 한나라당(1997년)으로, 새누리당(2012년)으로, 자유한국당(2017년)으로, 미래통합당(2020년 2월)으로, 국민의힘(2020년 9월)으로, 그리고 이제 또 바꾸겠단다. 특히 2020년 한 해에만 두 차례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정치적 위기가 오면 당명을 바꾼다. 1995년 지방선거 참패 후 민자당은 신한국당이 됐다.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차떼기 당' 오명 속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파란색 당 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단행했고, 19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게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탄핵 사태로 새누리당은 몰락했다. 2017년 2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며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같은 해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그래서 또 바꿨다.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을 내세우며 미래통합당이 됐다. 하지만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180석을 내주고 대패하자, 불과 7개월 만에 또 이름을 바꿨다. 그게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2020년 9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 대다수의 간절한 희망을 당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단다. 보수·자유·공화 같은 이념적 색채는 지양하고, '당(黨)'자도 과감히 없앴다. 포용성과 직관성을 담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그게 불과 5년 전이다. 5년 전의 간절한 뜻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을 위한 힘은 제대로 발휘해봤나? 아니, 오히려 국민에게 짐이 됐다는 조롱만 받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이 "유일한 당명은 '국민의짐'밖에 없다"라고 꼬집은 게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번 당명 변경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음식점이 간판 바꿔서 영업 잘되는 것 봤냐"고 반문했다. 한지아 의원은 "당명 개정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내용과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 포장지만 바꾸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명을 바꾸면서도 제대로 혁신한 적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당명 변경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2017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지만, 지지율은 10%대 초반에 갇혔다.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만 바꿔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환골탈태하고 싶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마음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짓밟은 내란 행위였다. 국민의힘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것인가? 친윤 인사들을 당 요직에서 물러나게 할 것인가? 공천 개혁과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인가?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런 실질적인 변화 없이 간판만 바꾸면 뭐하나.

 

장동혁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정책위 의장에 친윤 정점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조광한 의원을, 윤리위원장에 김건희 여사 옹호 논란이 있던 윤민우 교수를 임명했다. 이게 강을 건너는 방법인가? 아니, 오히려 강에 빠지는 방법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당원 동지들은 '찬성'이라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결단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낸다는 게 당명 바꾸기인가? 그게 전부인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공허한 외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 역사는 너무 자주, 너무 뻔하게 반복된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국면 전환용 카드, 실질적 혁신 패키지 없이 진행되는 간판 갈이 쇼, 그리고 얼마 못 가 또다시 찾아오는 위기,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도 끊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전혀 없다.

 

옷만 바꿔 입는다고, 입으로만 외친다고 새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지난날 문제가 있었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내면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비로소 새 사람으로 거듭 났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진짜 혁신을 원한다면, 간판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건 또다시 반복되는 무책임한 도피일 뿐이다.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포장만 바꾸려는 얄팍한 술수다. 14년 동안 여섯 차례 바꾼 당명, 이제 일곱 번째를 준비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여, 대체 언제까지 이런 못난 장사치들이나 하는 치졸한 꼼수를 반복할 것인가? 불량품을 판 장사꾼이 욕 먹으면 간판만 바꿔 다시 장사하는 그 천박한 수법을, 소위 공당의 정치인들이 태연하게 구사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이건 정치가 아니다. 사기극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내란의 주범을 비호하고, 헌정 질서를 짓밟은 세력들이 간판만 바꿔 달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 세력으로 거듭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만 이 비겁한 게임을 끝내라. 간판 바꾸기 놀이를 멈춰라.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념과 정책으로,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과거의 적폐와 완전히 단절하고, 내란과 부패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공당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럴 용기도, 각오도 없으면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국민의힘이여,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과연 보수 정당으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아니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낡은 유물에 불과한가? 해답은 당신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토마스 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