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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소원이 반헌법적'이라는 궤변
시사한매니져
2026. 2. 19. 03:46
판결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비롯
40년간의 모순적 헌법소원 운용 시정하는 것
헌법 효력이 재판에도 미쳐야 법치주의 실현
지난 2월 11일 재판소원 도입을 위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였다. 이에 대하여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재판소원이 제4심제의 도입이라느니, 국민을 소송지옥으로 빠뜨릴 것이라느니 국민을 호도하는 무논리적 주장을 남발하고 있고, 또한 일부 보수 언론들도 이러한 주장들을 기계적 받아쓰기 식으로 반대논리를 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인가?
현행 87년 헌법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합의에 의하여 헌법을 개정하면서 헌법재판소제도를 도입하였고, 지금까지 약 40년 가까이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가장 커다란 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이 되었다.
국민의힘 당이나 법원에서는 마치 헌법재판소가 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하게 되면 제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며,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는 반헌법적 궤변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헌법 제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헌법 제66조 제4항),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헌법 제101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과 같이 헌법적 사법권은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11조 제1항). 다시 말해서 일반 사법권은 법원에, 헌법적 사법권은 헌법재판소에 분장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의해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수 있는 헌법소원의 종류에 대해서는 일단 입법자에게 일임하는 차원에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이라고 규정한 것이고, 이에 따라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하면서 법원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쳐 결국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제외한 나머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지금까지 운용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는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단서를 소위 ‘보충성의 원칙’ 조항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행정소송 등과 같이 다른 법적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반드시 거친 후에 비로소 헌법소원을 하지 않으면 적법하지 아니하여 각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권력행사에 대한 법적 구제절차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행정소송이다. 행정소송은 재판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의하여 권리침해를 받은 자는 일단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승소한 경우에는 굳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고, 패소한 경우에 헌법소원을 해야 하는데, 이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고 하니, 바로 이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하는 재판소원배제조항에 걸려서 부적법한 헌법소원청구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행정소송을 거친 원래의 처분들도 대부분 헌법소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뜻하지 않은 결과가 야기되어 왔고, 이 재판소원배제와 소위 보충성의 원칙의 상승작용으로 인하여 국민은 재판은 물론 처분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으로 더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하고도 위헌적인 권리구제의 사각지대가 계속 잔존하여 왔던 것이다.
결국 재판으로 인하여 아무리 억울하게 기본권침해를 당하였다 하더라도 이 재판은 물론, 원래의 처분에 대해서조차 더 이상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모순적 헌법소원의 운용이 지난 40년 가까이 지속되어 왔었던 것이 재판의 실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