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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에 진보 측 잇단 호평…"국민의 승리" "90점"
시사한매니져
2026. 3. 20. 11:53
촛불행동 "주권자 투쟁, 검찰개혁 한고비 넘어"
김민웅 "이 대통령 담대한 결단, 중대한 전환점"
서보학 "90% 만족해…보완수사권 해결도 낙관"
한인섭 "정부 원안 60점이었는데 82점으로 상향"
김필성 "바뀐 게 없단 전문가들, 국민 수준 이하"
황운하 "추미애·김용민·박은정 불굴의 신념 경의"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와 국회 법사위원들의 일관된 저항 끝에 막판에 대폭 수정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법 정부안(당정 협의안)을 두고 민주진보 진영에서 잇따라 후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완수사권 등 아직 미완의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우선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대원칙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중수청 수사 지휘·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등 여러 독소 조항을 제거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검찰개혁 국면에서 주권자 국민들의 투쟁은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이는 국민주권 시대의 불가역적 현실이 되었다"며 "온라인에서의 치열한 논쟁과 문제 제기는 이 나라 주권자의 정치적 수준과 의지를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에게도 충격과 성찰의 토대가 되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 그뿐인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안에 들어가 어려운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수일 동안 농성을 한 분들, 청와대 앞 촛불대행진 집회에 참여한 분들, 실무·현장 책임자들, 자원봉사, 발언, 공연, 노래와 격문 등 그 모든 대목에서 주권자 국민들은 각기 최선의 역할을 하면서 감동과 열정을 함께 깊게 나누었다"며 "청와대 앞 기자회견장과 그 인근에서 있었던 농성에 함께 한 분들도 포함해 이 모두가 검찰개혁을 주도한 가장 중요한 주역들"이라고 치하했다.
앞서 촛불행동 집행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반복 개최해 "검찰개혁 정부안은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허물고 검찰에게 새롭고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정치검찰 강화 법안"이라며 정부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진입해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농성까지 벌인 바 있다.
김 상임대표는 또 "곤혹스럽고 어려운 고비를 맞이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을 평가한다.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검찰개혁의 동력이 다른 개혁 사안에 필요한 추가 동력의 기본이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자신에게 불편하고 비판적인 주권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깊고 높은 수준의 소통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그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은 전날 따로 <당정청 검찰개혁 협의안 발표는 주권자 국민의 승리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주권자 국민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검찰개혁 정부안이 발표된 후 우리 국민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온라인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청와대 앞 촛불대행진 등을 통해 국민의 의지를 표출했다"면서 "결국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10번이라도 수정이 가능하다며 법안 수정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했다. 주권자 국민의 투쟁으로 또다시 검찰개혁이 한고비를 넘어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보완수사권 문제를 비롯, 여타 대목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며 "또한 내란을 완전히 단죄하기 위해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 개혁도 계속 밀고 가야 한다. 아직 미완인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주권자 국민의 힘을 총결집시키자. 이번 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으로 총결집해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채널 '스픽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엊그저께까지만 정부안이 사실상 '대검 중수청으로 가는 게 아닌가, 검사가 여러 가지로 수사에 관여하고 수사 기관의 상위 기관으로서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불안했는데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재확인하고 당정청이 조율을 해서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삭제·개선됐다"며 "한 90% 정도는 만족할 만한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진행자인 전계완 대표가 "100점 만점에 90점을 준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서 교수는 "10월이 되면 정부 조직법으로 인해 검찰청이 사라지고, 또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당정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대로 (출범하게) 되면 검사가 그동안 누렸던 독점적 지위, 특권적 지위는 상당 부분 해소가 돼서 정상적인 법 집행 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회가 깊고 기쁘다. 이렇게 검찰개혁이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민주시민들의 굳은 의지와 강력한 요구가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될 보완수사권 문제에 관해서는 "아마 검찰 쪽에서는 보완수사권이 그나마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맨 뒤로 논의 순서를 미뤄서 어떤 정국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저는 상당히 고무적인 게, 대통령이나 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명확하게 재확인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원칙에 근거해서 잘 해결이 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사들은 끝까지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가능한 한 검찰청 내 수사 인력을 확보하려고 할 텐데, 저는 대통령실의 개혁 의지나 당의 개혁 의지(가 강하고) 또 국민들이 지금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6월에 가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해서 확실하게 검찰 수사권은 떨어져 나갈 걸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서 "3월 5일 정부안, 막막했다. 당일 추미애 위원장의 절박한 호소가 연속 5회나 있었다. 갑론을박, 소용돌이를 거쳐가며 3월 17일 한 매듭을 지었다"면서 "100점 만점으로 보면 원안은 60점 정도였는데 오늘 발표안은 82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이번 당정 협의안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60점은 있을 수 없다며 절박했던 추미애 의원의 호소력과 개혁 진정성, 그것을 우선 기억한다. 이렇게 점수를 (82점으로) 상향할 수도 있는데 정부안을 고정불변이라고 몰아붙였던 세몰이도 이겨낸 우리 국민들"이라며 "82점을 90점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국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김필성 변호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대체로 바로잡은 것 같다. 남은 규정들은 운영하면서 수정해도 되는 것들"이라며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형사소송법이 남았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경찰 통제 기구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가장 큰 고비를 넘었다. 결국 국민이 해낸 것이다. 국민적인 열망과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는 "검찰개혁 법안이 바뀐 게 없다고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있나 보다. 그분들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검찰,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 평균 수준도 못 미친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앞으로 그 분들이 권력기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를 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 제가 언급한 부분(공소청법 4조·62조 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고, 바로 그 부분을 중심으로 내용이 수정됐다"고 일부 전문가들의 검찰개혁법 폄훼를 꼬집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오래전부터 선구자격으로 주창했던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당정청 합의안으로 공개된 공소청, 중수청 법안을 지지한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미정, 공소청 3단계 구조 유지 등 미흡한 부분들 때문에 만점짜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촛불 시민, 응원봉 시민들이 우려했던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삭제됐다"며 "미흡하기 짝이 없던 공소청, 중수청 법안에 대한 당정청 수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의지와 열정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여기에 법사위의 추미애 위원장, 김용민 간사, 박은정 의원의 불굴의 신념과 용기가 빛을 발했다. 세 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결정적으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직접 가르마를 타줬다.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완수사권에 집중해야 한다"며 "보완수사권이 어떻게 규정되느냐 여부에 검찰개혁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안 극적 반전…법사위·시민사회 반대 통했다
당정청, 막판에 중수청·공소청 법안 대폭 수정
가장 문제된 '중수청법 45조' 통째 삭제 대표적
정부, 며칠 전까지도 "수사 협력 꼭 필요" 옹호
민주당도 종전엔 "당론 정했으니 미세 조정만"
지지층 등 반대 거세자 정청래 주도로 재협의
이 대통령 직접 교통정리…당정 소통 부족 지적
'강경파'로 몰렸던 법사위원들 "국민들께 감사"
공소청 3단 구조, 검찰총장 명칭 등 과제 남아
보완수사권 최대 쟁점…여당은 폐지 입장 분명
김민석 · 윤호중도 "폐지 원칙", 정성호는 "필요"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 설계도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이 오히려 '정치검찰의 부활'을 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팽배했으나 당·정·청이 치열한 물밑 협의 끝에 막판에 이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그간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공소청 3단 구조와 검찰총장 명칭 유지 등 아쉬운 대목은 남아 있지만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본질과 직결된 사안은 아니어서 그간 정부안(당정 협의안)에 강력 반대해왔던 국회 법사위원들과 여권 지지층도 환영하거나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17일 오전 정청래 대표 주재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당·정·청 협의안(2차 수정안)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거나 우회적으로라도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대등한 구조로 재편했다는 점이 뼈대를 이룬다. 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의무, 검사의 광범위한 의견 제시 및 입건 요구권 등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중수청법 45조를 통째로 삭제한 게 대표적인데, 본래 해당 조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45조(검사와의 관계)
① 수사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에 관하여 검사와 긴밀히 협력하여야 한다.
③ 수사관은 중대범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한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 따른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등을 통하여 피의자, 범죄사실 요지, 개시 경위 및 수사 경과 등 수사 사항을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와 수사관은 수사 사항 등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⑤ 범죄의 태양(態樣), 규모 또는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검사와 수사관은 송치 전에 수사할 사항, 증거 수집의 대상, 법령의 적용, 혐의에 대한 의견 등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⑥ 검사는 수사관이 송치한 사건과 관련하여 다른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그 입건을 요청할 수 있다.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관한 사항 및 그 밖에 검사와 수사관 간에 준수하여야 하는 수사준칙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이 중수청법 45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개혁추진단장인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법무부 차관, 행안부 차관, 법제처 차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검찰개혁추진협의회는 지난 11일 공개한 <검찰개혁법안(정부·여당안) 설명자료>에서 "중수청 수사관과 검사와의 관계 관련 규정은 수사·기소 분리 이후 협력을 위한 절차일 뿐 수사권 우회 확보 구조가 아니다"라며 "중수청법 45조 중수청 수사관의 수사 사항 통보 의무, 상호 의견 개진, 입건 요청권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단계별 상호협력의 필요성이 커져 마련한 규정이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고난도 법리 분석이 필요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 범죄의 증거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기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사 초기부터 조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어 "검사가 중수청을 통해 수사권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수사-기소가 조직적으로 분리되고 각기 다른 부처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조직 구조상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그럼에도 당정은 며칠 만에 방침을 바꿔 이 조항을 전부 들어낸 것이다. 이 밖에 ▲공소청법에서 검사의 직무 중 영장 청구·집행 지휘 권한 삭제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 삭제 ▲검사의 직무 규정을 '법령'이 아닌 '법률'에 따르도록 해 시행령을 통한 검사 직무 범위 확대 가능성 원천 봉쇄 ▲사법경찰관리 등이 직무 집행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지방공소청장이 해당 사건의 수사 중지를 명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 삭제 ▲검찰총장이 전국의 모든 검사를 직접 지휘하며 사건을 입맛대로 배당할 수 있는 근거였던 검사 직무 위임·승계 및 이전 조항 삭제 ▲법 시행 후 불가피하게 공소청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수사를 해야 할 경우 종전 정부안의 6개월이 아닌 90일 이내 사건을 종결하고, 종결하지 않을 경우 소관 수사기관에 이송하도록 수정 ▲조직 신설 및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적 권한을 명확히 하도록 부칙 정비 ▲정부가 기존 검찰 인력을 신설되는 공소청이나 중수청으로 발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중수청 수사 대상 중 논란이 컸던 사이버범죄 범위 축소 등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이는 앞서 여러 차례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1차 수정안에 대해 체계 자구(字句) 수준의 '미세 조정' 정도만 가능하다고 했던 민주당 기조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을 일찌감치 당론으로 채택했고,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정책조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총에서 결정된 사항은 법안의 기술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법사위와 원내 지도부 간 논의를 통해 재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이나 수정은 당연히 어렵다. 정부안을 토대로 어느 정도 미세 조정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김현정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대책회의 뒤 브리핑에서 "정부 입법안은 갑자기 뚝딱 나온 게 아니라 당정청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만들어진 안"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미세한 조정을 논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불과 1주일도 안 지난 사이에 당정 협의가 큰 틀에서 다시 진행돼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을 담은 2차 수정안이 나온 것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사위원 및 참여연대·민변·촛불행동 등 민주진보 진영의 강력한 재수정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 당원들을 포함한 여권 지지층의 폭넓은 문제 제기가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수청·공소청법을 두고 파열음이 계속되며 민심 이반 조짐 등 혼란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정청래 대표가 원내 지도부와 법사위 간 중재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교통정리를 함으로써 속전속결로 2차 수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왜 법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고 당론을 서둘러 정했느냐"며 민주당 측에 쓴소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통령은 17일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의 이날 중수청·공소청법 발표를 언급하며 "명확하게 얘기를 하면 검찰개혁이라고 하는 게 우리 국민의 관심도 높고 또 주요 국정 과제 아니냐"며 "핵심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중수청을 만들어 경찰 역할을 확대해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는다, 관여의 소지를 없애고 오해의 소지도 아예 없앤다, 이렇게 명확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과정 관리가 조금 그런 것 같다"고 당정 협의 과정에 대해 사실상 질책성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나 법무부, 국무조정실이 주로 국회, 특히 여당과 소통을 한 것 같은데 이게 참 그런 게 있다. 제가 숙의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논의해서 결정을 하라는 것이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숙의를 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소통이 돼야 하고 진지하게 토론이 돼야 하는데 나중에 보고 나면 (관계자들 중에) '나는 듣지도 못했다'는 이런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뭐 그냥 하라니까 했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 책임도 안 지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의 잘못이라고 내가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여튼 터놓고 지겨울 정도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쁘다고 그냥 (한쪽 의견을) 억압하거나 아니면 제한하는 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다 이게 문제가 된다. 힘들더라도, 특히 갈등 의제일수록,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일수록 정말로 진지하게 터놓고 진짜 숙의를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나중에 이중 삼중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좀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얘기한 대로 일단 진짜 숙의를 하려면 대전제는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고, 그 이전 단계로 진짜 소통이 돼야 한다.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억지로 모아놓고 말도 못 하는 분위기에서 시간만 때우면 그게 되겠느냐. 물론 당정 관계라고 하는 게 누가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검찰개혁 두 법안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해 주신 국민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당정청이 긴밀하게 조율해서 오늘 협의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번에는 또다시 이 문제를 가지고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당대표인 제가 직접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간사와 함께 법 조항 하나하나를 밑줄 쳐가면서 다 살펴봤다. 그리고 미처 살피지 못했던 독소 조항이라거나, 아니면 이 조항이 그대로 있게 되면 공소청 검사의 부당한 수사 개입·통제·지휘 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은 원천적으로 배제·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당정청 협의안으로 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의해 '강경파'로 불리며 여권 내부에서조차 코너에 몰리면서도 정부안의 대폭 수정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법사위원들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동석해 소회를 피력했다. 추 의원은 "오늘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합심해 맞췄다. 검찰개혁 문제 역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변함없는 메시지였다"면서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함께 협력하며 숙의와 토론을 이어왔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이번 검찰개혁안은 국민과 당정청이 함께 만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상징이다. 역사적인 과제를 국민주권정부에서 마침내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로부터 "제가 보기에 (강경파가 아니라) 개혁파 원칙주의자인데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고 소개받은 김용민 의원은 "오늘 검찰개혁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바로 국민이 광장에서 보여주신 위대한 시민의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개혁 의지 또한 확고했기에 우리 국회는 광장의 뜻을 온전히 받들어 정부안에 남아있던 독소 조항들을 단호하게 제거하고 개혁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며 "기존 정부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점을 최대한 제거하는 조정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것은 공소청법, 중수청법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인 형사사법 체계의 모습은 수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서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서 "이번 공소청법 제정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을 전면 개정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으나, 국회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소청법 조정안은 그러한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행정부와 국회가 상호 역할을 존중하며 수사·기소 분리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원리를 구현하는 단단한 합의점을 찾아냈다"면서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받들어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 유연하게 채워 넣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으로서 '도로 검찰청' '대검 중수청'이 될 위험성을 경고하는 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해온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사와 기소 분리의 토대를 마련한 검찰개혁 입법안을 먼저 환영한다. 이제 검찰은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번 수정안은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차단하기 위한 전제를 마련하고 중수청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없앰으로써 수사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바다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염원을 담아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강력한 개혁 의지로 결단을 내려주신 대통령님!!! 너무 고맙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모자란 부분은 향후 새롭게 또 고치겠다. 이제 국회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형사소송법 개정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 법사위원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향후 보완을 다짐한 대로 완전한 검찰개혁까지는 미진한 점들이 물론 남아 있다.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에서 광역공소청(종전 명칭 고등공소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지방공소청의 2단계 조직으로 재편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이 아닌 공소청장으로 명명 ▲공소청 직원 규모 대폭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에 역행하는 법무부 겸직 허용 규정 삭제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 더욱 제한 ▲중수청 우선수사권 및 이첩권 재검토 등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사의 직접 수사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2항은 '검사는 (…)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해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당정은 조직법인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을 먼저 처리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성안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보완수사요구권 발동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청래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을 준다는 것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뜻"이라며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시대적 소명과 국민 열망을 잊지 않고 완수하겠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해 여당 측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고 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월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보다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의 기본 원칙에 맞다는 입장"이라고 비교적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문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다. 보완수사권 존치의 검찰 측 논리를 대변해 온 정 장관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검사들의 직접수사 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을 폐지했기 때문에 표적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완수사는 '수사'가 아니라 '증거 보완'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아가 "증거를 보완하라고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사 과정을 아무도 지켜보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사건을 누군가 돈 받고 덮어버리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우리는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지 혁명, 쿠데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 김호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