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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검찰개혁 과거 · 현재 · 미래
시사한매니져
2026. 3. 20. 11:58
선택적 표적 수사와 기소는 죽음 부르는 칼날
기득권 카르텔과 '검찰공화국'의 구조적 뿌리
약자에게 더욱 잔혹한 통제 없는 권력의 실체
독점 권력 구조적 문제 '시스템 에러' 제거해야
개혁과 반개혁의 격돌을 또다시 물타기한 언론
2019 '조국 사태'와 이번 싸움이 달랐던 이유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이라는 국제적 격변이 한반도에도 먹구름을 몰고오고 있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권력기구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중대한 과제가 한 고비를 넘고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다. 이 과제는 단순히 특정 정당의 정략적 목표가 아니다. 지난 ‘빛의 혁명’ 당시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이 품었던 뜨거운 열망의 하나이자,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 의제이다.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이른바 ‘검찰공화국’이 바로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하려던 12·3 쿠데타의 뿌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권력의 본질은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의 방향성에 있다. 특수부를 정점으로 한 검찰 권력은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거나 결이 다른 정치 세력을 철저히 파괴해 왔다. 그 칼날은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후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정치적 상징들마저 제거하려고 했다.
윤석열 시대의 검찰이 이재명 현 대통령(당시 야당 대표)에게 가한 압박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검찰은 이재명을 350번 넘게 압수수색했고, 7번 소환했으며, 6번 기소했고, 5건의 재판에 회부했다. 이로 인해 이재명은 1주일에 3일까지 100번이나 재판정에 불려 다녀야 했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명백한 정치적 고문이자, 야당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국가 폭력이었다.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검찰의 행태도 비열함의 극치였다. 전 대통령의 과거 사돈이 운영하는 목욕탕까지 찾아가 수십 차례의 전화와 메시지까지 보내며 압박을 가한 사례는 검찰이 권력을 어떻게 사유화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당시 검찰은 '사돈을 감싸려다가 아들이 큰일 난다'며 협박에 가까운 언사로 압박했다.
이는 철저한 ‘선택적 표적 수사’였다. 야권 인사에 대해서는 먼지떨이식 수사를 이어가면서도, 윤석열과 김건희, 최은순 그리고 그 측근들과 관련된 사건들은 전부 줄줄이 덮어졌다. 검찰에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원칙이 아니라, 자기 편에는 방패가 되고 반대 편에게만 창이 되는 무기일 뿐이었다.
정치 검사들이 이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족벌 언론, 재벌, 그리고 기득권 우파와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해서 이 사회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이익을 보장해 주며 한국 사회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지배 구조를 공고히 했다. 이 카르텔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민주당이나 진보 정당들이 정치권력을 잡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막으려 했다. 자신들의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검찰의 문제를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만의 관심사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와 착각이다. 검찰 권력의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며, 그 피해는 결국 평범한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돈과 권력에서 거리가 먼 보통 시민들일수록 검찰의 힘 앞에 더욱 속수무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극명한 사례가 바로 지난해, 16년 만에 무죄가 밝혀지며 억울한 누명과 감옥살이에서 벗어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부녀다. 이 사건에서 담당 검사는 증거 조작과 강압 수사, 그리고 선정적인 언론 플레이를 서슴지 않았다. 검찰의 각본 아래 이들은 ‘근친상간을 하고 존속을 살해한 악마들’로 몰렸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부녀는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했으며 지적장애까지 갖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대형 로펌이나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도 없었다.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만들어 내기도 어려웠다. 검찰은 이들의 취약점을 이용해 허위 자백을 유도했고, 반대 증거들을 묵살했다.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에야 밝혀진 무죄는, 검찰 권력이 통제되지 않을 때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기록이다.
물론 이것은 검사 개개인의 인격 문제도, 모든 검사가 악당이어서의 문제도 아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와 형 집행권 등을 모두 독점하고서 정치권력과 유착해 사건을 덮어서 돈을 벌거나, 사건을 파헤쳐서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의 문제였다. 즉, 악의를 막기에는 견제 장치가 너무 부족한 ‘시스템 에러’ 상태가 문제였다.
이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검찰 개혁의 과제였고, 그것은 항상 강력한 저항과 반발 속에 실패해 왔다. ‘빛의 혁명’을 거치고 나서도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1차 검찰 개혁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해온 임은정 검사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라고 실망할 정도였다. 기득권의 저항은 그토록 집요하고 강력했다.

누구도 기존의 구조에서 누려온 돈과 권력을 쉽게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검찰개혁을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이라고 물타기했던 친검찰 언론들은 이번에도 ‘추나(추미애-나경원)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전개된 개혁과 반개혁의 충돌을 물타기했다. 구조적 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을 정치인들의 사적인 대결로 치부함으로써 대중의 피로감을 유발하기만 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검찰 통제에서 벗어난 경찰이 멋대로 사건을 덮으면 성폭력 피해자 등 약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는 논리로 철저한 검찰 개혁에 딴지 걸고 나섰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주당, 민주당 내부, 지지자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거기에는 개혁의 결과가 혹여나 또 다른 권력의 남용이나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우려들도 섞여 있었다.
그 논쟁은 감정적 대립과 불신으로까지 발전하다가 결국 마무리되고 있다. 제기된 비판과 우려들을 대부분 반영해 수정한 검찰개혁 법안이 곧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된 방안을 보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철저한 검찰개혁을 기대하던 이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담겼다. 이것은 그동안 번번이 저항에 직면해 실패했던 검찰개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장 2019년 '조국 사태'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당시에 개혁 시도는 검찰과 언론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그러면서 시작된 것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포장된 거대한 '조국 일가 마녀사냥'이었다. 검찰-보수 언론은 기득권 우파를 모두 결집하고 '이러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중도층과 심지어 일부 진보 좌파까지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검찰-언론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것은 먼저 상황과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박근혜 정권 탄핵의 '촛불혁명' 이후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윤석열이 쿠데타까지 시도했다가 실패한 '빛의 혁명' 이후라는 점이 다르다. 더구나 당시에 검찰은 박근혜의 비리를 파헤쳐 탄핵에 기여했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검찰은 오히려 윤석열 쿠데타의 공범이라는 굴레 속에 갇혀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검찰의 수사를 ‘정의로운 칼날’로 신뢰하지 않는다.

게다가 당시에 기득권 우파는 문재인 정권 중기로 접어들면서 위기와 분열을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초기인 지금 기득권 우파는 아직도 위기와 분열 속에 헤매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의 차이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쪽과 그것을 막으려는 쪽의 서로 다른 대응과 세력 균형을 낳았다. 2019년에는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논쟁의 주도권을 쥐고서,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세력이 오히려 고립됐다.
반대로, 이번 논쟁은 검찰 개혁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검찰 개혁의 방식과 내용, 강도의 차이가 문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 철저한 개혁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의도적인 전술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이 프레임을 설정하고 주도권을 잡았다.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들 간의 논쟁과 갈등 속에서 개혁을 반대하는 쪽은 공개적으로 나서기 어려웠고 주변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 조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먼저 이번 검찰 개혁이 허점을 드러내거나 부작용을 낳는다면 그들은 '그것 봐라' 하고 나올 것이다. 모든 것을 '검찰 개혁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범죄 피해에 노출되며 고통받게 만들었다'라는 결론으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다시 검찰 개혁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용해 '강경파'와 '온건파'를 갈라치고 특정 인물과 세력을 매도하고 탓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미 이번에도 그런 현상은 어느 정도 나타났다. 이것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추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런 반격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서 어느 때라도 불거질 수 있는 비리 의혹에 대한 선택적 표적 수사와 결합한다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다시 중도층과 일부 진보 좌파까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권을 돌려주자'고 편들지 모른다.
검찰 개혁은 단순히 법안 하나가 통과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법이 시민들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보호하고 권력의 횡포를 어떻게 막아내는지 끊임없이 증명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보완수사권 논란도 아직 남아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더 치밀하게 감시하고, 더 치열하게 논쟁하고, 더 단단하게 연대해야 한다. < 전지윤 기자 >
'보완수사권'은 별건수사 만능키…열쇠 회수해야
검찰개혁 큰 진전에도 형소법 개정안 우려 남아
보완수사권은 개혁 전체 무력화 할 수도
비대한 검찰 조직 실질적 정상화의 관건
예외 허용하면 예외가 원칙처럼 굳어져

17일 발표된 당정청 합의는 언뜻 보기에는 거대한 진전처럼 보인다. '검찰청' 간판을 떼고 '공소청'으로 전환하며 수사와 기소를 확실히 분리하겠다는 선언은 분명 개혁의 마침표를 찍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화려한 간판 뒤에 숨겨진 '보완수사권'이라는 작은 문구를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이 합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타협인지 목격하게 된다.
한국 검찰의 본질적 문제는 권한 규모가 아니라, 그 권한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구조에 있다. 한국은 검사 1인 책임제와 기소편의주의로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쌓아왔다.
검찰 권력의 본질은 '기록'이 아니라 '행위'에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법리를 검토해서가 아니다. 직접 사람을 부르고, 집을 뒤지고, 캐비넷에 정보를 쌓을 수 있는 '직접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핵심은 이 물리적인 칼날을 거두고 검사를 순수한 공소유지인으로 되돌리는 데 있다.
그 캐비넷의 뿌리는 길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사상범을 분류하던 서랍장, 보안사가 민간인을 사찰하던 파일철이 그 원형이다. 기관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정보를 쥔 조직이 권력을 쥔다'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검찰 수사권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 캐비넷의 운영에는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 운영에는 법적 근거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보완수사권 논쟁의 핵심 쟁점이 있다.
이번 합의문과 연계하여 검토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직접 보완수사권'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의 존치는 개혁 전체를 무력화할 잠재적 폭탄이다. 보완수사권이 '요구권(Request)'이 아닌 '직접 행사권(Action)'으로 남는다면, 기존의 거대한 수사 조직과 인력은 '보완'이라는 명분 아래 그대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이름만 공소청일 뿐, 내부에는 여전히 수백 명의 수사관과 정보 부서가 상주하며 언제든 캐비넷의 먼지를 털어낼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은 '캐비넷'을 여는 유일한 마스터키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예외가 인정되는 순간, 송치된 사건과는 무관한 별건 수사의 문이 열린다.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한마디면 검찰은 다시 현장으로 나갈 명분을 얻는다. 이는 결국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며, 검찰을 다시금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세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검찰의 구조적 후진성
한국 검찰의 후진성은 권한 규모가 아니라 남용을 막지 못한 구조적 결함에 있다.
독일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경찰 지휘권을 가지지만, 국가수사위원회의 엄격한 감독과 철저한 영장주의로 정치적 중립을 강제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는 한국의 기소편의주의와 상급자 지휘 남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영국은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제한하고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를 맡도록 하며, 기소 전문기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설계해 검사들의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했다. 반면 한국은 검사 1인 책임제 하에서 수사부터 공판까지 독점하며 통제 장치가 부재하다.

일본 역시 특수부서를 통해 정치·경제 범죄를 직접 수사하지만, 내부 감사 체계를 강화하고 장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운영 방식을 택했다. 한국은 정권 교체 시 정치 보복 수사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불안정성을 반복해왔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견제와 균형 장치를 마련해 권력남용을 방지한다. 한국 개혁이 나아갈 길은 권한 회수와 함께 이러한 국제 표준 통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반론이 있다. 경찰 수사가 부실할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하지 않으면 공소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경찰 수사 역량의 문제이지,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존치시킬 근거가 될 수 없다. 부실 수사의 해법은 경찰 역량 강화와 국가수사위원회 감독으로 풀어야 한다. 경찰권력 비대화의 문제는 행정부의 힘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예외를 허용하면 예외가 원칙이 되는 것은 법 집행 역사가 수없이 증명해온 사실이다. 요구권+기한제+불이행 제재를 명문화하고, 보완 범위를 본건만으로 제한하라.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사의 손에서 직접 수사라는 '도구'를 완전히 회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족한 수사는 경찰에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요구권'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대해진 검찰 조직이 슬림화되고, 비로소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리가 사법 체계에 뿌리내릴 수 있다.
정치권은 '공소청'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검찰 조직의 생존 퇴로를 열어주는 기만적 합의를 멈춰야 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직접 보완수사'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요구권'으로 명문화하지 않는 한, 어제의 합의는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수호를 위한 '세련된 분식회계'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간판 교체가 아니라, 성역 없는 권력의 해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
배심 · 참심제로 사법민주화…사법 카르텔 뿌리 뽑아야
시민단체 주도로 '사법주권 개혁안' 발표
판결문·재판자료 공개 '사법 블랙박스' 제거
시민참여, 사법 투명성·책임성·접근성 강화
"사법권의 원천은 대법원장 아닌 국민"
사법대개혁을 위한 연속 세미나를 열어온 법학자 변호사 시민들이 ‘한국형 사법 주권 개혁안’을 발표했다. 시민인권위원회와 정철승변호사무죄판결을위한시민변호인단은 18일 지난해 12월부터 가진 7차례 세미나의 종합토론회를 서울 청계천로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고 한국 사법부가 ‘근대적 낙후성’을 끝내고 ‘현대적 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연속 세미나를 통해 아테네의 고대 민주주의부터 미국, 독일, 일본, 대만의 사법 제도를 면밀히 검토해 이같은 개혁안을 도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원영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과 김종서 배재대 명예교수는 사법 민주화의 핵심 방향으로 주체·과정·책임·접근성을 꼽았다.
첫째, 사법 주체의 민주화다. 현재 1.2%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국민 참여 재판을 전면 확대하고, 정치·기업인 범죄 등 주요 사건에는 시민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필수적 배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문 영역에는 시민 법관이 판사와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는 ‘참심제’ 도입이 제안되었다.
둘째, 사법 과정의 민주화다.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벤치마킹해 재판 전 당사자들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하고, 판결문과 재판 자료를 시민들에게 전면 공개해 '사법 블랙박스'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사법 책임의 강화다. 판사가 악의를 가지고 법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고,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사법 뇌물’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징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넷째, 사법 접근성 제고다. 하급심 법관을 획기적으로 증원하고 법원 수를 늘려 시민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민생 사법 개혁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토론자 5명은 한국 사법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개선을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정철승 변호사는 "사법 카르텔이 모든 분야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사법 권력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된 현실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사법 민주화는 지난 30년간 법조 엘리트들의 방해로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진단하면서,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 법학계가 사법 카르텔을 형성해 사법개혁을 비롯한 사회 개혁들의 걸림돌이 되어왔는데, 시민들이 주체가 된 사법개혁, 사법 민주화만이 그런 견고한 카르텔을 깨뜨리고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2026년을 사법 민주화의 원년으로 삼자고 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법조계의 특권 의식을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인 가치관의 전환을 주문했다. 대구시민헌법학교 설립자인 최 변호사는 '가치 삼권분립'이라는 말을 제시하며 "돈을 추구하면 권력을 포기하고, 권력을 잡으면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은 판사 하다가 옷 벗고 바로 돈 벌고, 다시 국회로 가는 '패륜적 법조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 대법관'론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대법관의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주면 정말 사명감 있는 사람만 남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최자영 전 부산외대 교수는 “직업 법관이 독점한 '결정권'을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판은 법 기술이 아니라 '상식'으로 하는 것이다. 영국이나 그리스처럼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법 시스템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