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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로 체급 올린 이란 …"세계 4위권 권력"
시사한매니져
2026. 4. 11. 10:58
미 석학 "선택적 해협 통제로 걸프 서열 정점에"
정치적으로 굴복해야 석유 얻게 된 셈
"트럼프의 보호, 아무런 가치 없다 입증"
"걸프·아시아, 미국과 거리를 두게 할 것"
미-이란, 11일 이슬라마바드서 종전 협상
"이란, 어설픈 거래 받아들이지 않을 것"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봉쇄 제안
NPT 가입시키고 디모나 핵시설 사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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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무엇을 주고 세계 권력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인가? 나는 현시점에서 그들이 어설픈 거래는 받아들일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 역사가인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정치학)는 9일 미 매체 <데모크라시 나우!> 인터뷰에서 이란이 지난 40여 일의 전쟁 과정에서 선택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적 권력을 얻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이란, 11일 이슬라마바드서 종전 협상
페이프 "이란, 어설픈 거래 받지 않을 것"
미국이 11일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종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최근 이란의 체급이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급상승 중인 만큼 웬만한 걸 제시해선 먹히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협상 대표로는 미국에선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에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참석한다고 양국 언론들은 전했다.
페이프 교수는 '확전이 이란에 유리한 까닭'이란 3월 9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2‧28 '불법 공격'과 최고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내의 미군기지와 외교공관들은 물론, 공항과 석유 인프라 등 민간 시설들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유조선을 타격하는 것을 두고 베트남전에 적용됐던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 전략이라고 탁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전쟁이 이란을 세계의 주요 강대국으로 바꾸는 중'이란 6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선 "만약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된다면, 글로벌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면서 결국 미국의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인터뷰에서 페이프는 드론과 기뢰를 이용한 선택적인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석유 부족과 유가 상승 대란을 초래한 부분을 넘어, 그런 상황이 장기화할 때 이란은 어떤 권력을 갖게 될지에 주목했다. 그가 보기에, 호르무즈의 병목 지점은 지리적으로 이란이 선택적으로 선박들을 통제하기에 완벽한 위치에 있다.

이란, 호르무즈 '선택적 통제'로 권력 획득
"정치적으로 굴복하고 협력해야 석유 얻어"
페이프는 "이란은 이 선택적 통제를 지렛대 삼아 걸프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서열을 바꿀 수 있다. 즉, 걸프의 세력 균형을 '균형'에서 이란이 정점에 서는 '위계'로 바꾸는 것이다"라며 "다른 국가들이 이란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막대한 국내총생산(GDP)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의 전면 폐쇄가 아닌, 선택적 통제는 이란의 '권력'을 대폭 강화할 걸로 그는 봤다. 이란군에 협조하면 선박을 통과시키고 저항하면 실제 타격함으로써 '빈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프는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 3일 프랑스 컨테이너선이 호르무즈를 통과한 것을 거론한 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는 이란으로부터 호르무즈를 탈환하는 어떤 군사적 노력에도 참여하지 않고, 사실상 이란에 협력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라면서 "정치적으로 굴복하고 협력하면 석유를 얻을 수 있고, 아니면 배가 침몰당하는 상황이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란은 해협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소수의 드론과 기뢰만으로도 적의 배를 침몰시켜 상대 국가를 취약하게 만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서 리스크는 곧 권력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 함정'(escalation trap)에 빠져 있다고 봤다. '확전 함정'은 미국 같은 강대국이 군사력이나 공군력을 사용해 목표물 타격, 지도자 사살 등 전술적 성공을 거뒀지만, 전략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선제공격한 강대국이 패배의 조짐을 느낄 때 어떻게든 승리하고자 더 높은 단계의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확전의 사다리를 올라가게 되는 현상이다.

"트럼프의 보호, 아무런 가치 없다 입증"
"걸프·아시아, 미국과 거리를 두게 할 것"
페이프가 보기에, 이란은 40일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세계 석유의 20%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제 네 번째 권력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는 "40일이 지난 지금, 이란은 단지 해협 장악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이론적인 능력이 아니라 실질적 권력임을 배우고 있다"면서 "인도를 보라. 인도는 사실상 이란에 굴복하며 협력하고 있고, 그 덕분에 인도의 유조선 몇 척이 통과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한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과 거리 두게 만드는 이란의 영향력은 이미 명백히 나타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아시아는 이란의 선택적 봉쇄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직격탄을 맞는 지역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란에 맞서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도 갈수록 더 이란 쪽에 줄을 설 걸로 점쳤다. 뭣보다 미군 기지들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걸프 국가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보단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됐고, 막대한 피해만 봤기 때문이다. 페이프는 "그들이 어디에서 보호받겠는가? 트럼프의 보호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며 "걸프 국가들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아마 그들의 정부를 전복시키려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이제 세계 석유의 약 20%를 통제하게 된 이란, 11%를 가진 러시아, 그리고 그 석유의 상당 부분을 소화할 중국이 카르텔을 형성한다면 미국과 서방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프는 향후 1년간 750억~1000억 달러 규모의 석유 수출 대금이 중국에서 이란으로 들어오면,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실제 핵무기로 전환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그럴 때 이란은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와 석유를 모두 거머쥔" 세계 4번째 권력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봉쇄 제안
NPT 가입시키고 디모나 핵시설 사찰해야
이런 상황의 해결 방법은 전쟁과 협상 두 가지뿐인데 트럼프 정권으로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전쟁을 지속하자니 전략적 패배 가능성이 큰 '확전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고, 협상하자니 전쟁 직전과는 달리 이란의 '권력'이 급상승한 만큼 그 대가로 치를 비용이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다. 페이프는 "지난 2월 27일에 제시됐던 조건들은 더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이미 2월 27일에 3.5% 농축 우라늄을 원했다. 이제 이란은 더 큰 힘을 가졌으므로 과거의 조건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관심을 끌 실질적 카드로 이스라엘에 대한 강제력 있는 군사적 봉쇄를 제안했다. 페이프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앞으로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보호를 매우 분명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진정한 군사적 봉쇄, 어쩌면 이스라엘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이란이 사찰받는 것처럼 디모나 핵시설에 대한 현장 사찰을 수용하게 만드는 정도의 카드가 나와야 얘기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