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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어디로?" 대형원전 2기 영덕에 짓는다…문 정부 중단 뒤 ‘부활’
시사한매니져
2026. 6. 18. 04:23
영덕 주민들은 '환영' , SMR 1기 부지 부산 기장은 "유감"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이 각각 신규 대형 핵(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짓는 부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재명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1.4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2기 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0.7기가와트급 소형모듈원전 1기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말까지 진행된 대형 원전 부지 공모에는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소형모듈원전 부지 공모에는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참여했다.
부지선정위는 부지의 적정성과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각 25점) 등을 평가한 결과, 영덕군이 91.01점, 기장군이 87.11점을 받아 각 노형의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탈락한 울주군과 경주시는 각각 82.63점, 84.56점을 기록했다. 부지선정위는 “영덕군은 주민 여론조사 결과와 부지 적정성·환경성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기장군 역시 주민 여론조사와 부지 적정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영덕은 약 10년만에 원전 부활 수순을 밟게 됐다. 영덕은 2011년 1.5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의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바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핵 기조에 따라 2018년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에 부지가 선정된 대형 원전 2기는 국내에서 33번째, 34번째 원전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엔 영구 정지된 2기를 제외한 26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며,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4기가 건설 중이다.

영덕은 고리(부산·울산)·월성(경북 경주)·한빛(전남 영광)·한울(경북 울진)처럼 기존 원전 단지가 있는 지역이 아닌 신규 입지다. 원전 입지로 새로운 지역이 선정된 것은 2012년 강원 삼척(대진원전)과 영덕(천지원전)의 지정고시 이후 14년 만이다. 소형모듈원전 부지로 선정된 기장군 역시 고리원전 등 원전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다.
영덕과 함께 대형원전 유치에 나섰던 울주군은 새울원전이 있어 원전 유치 경험과 인근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탈락했다. 소형모듈원전 유치해 실패한 경주는 한수원 본사와 월성원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이 있어 원전 관련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으로 평가받았지만 역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앞으로 한수원이 입지를 추천하면 정부는 내년 초까지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절차를 마친 뒤 2029년 실시계획 승인과 건설허가를 거쳐 2031년 착공할 계획이다. 소형모듈원전은 2035년,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영남권 동해안의 ‘원전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가동 원전 26기 중 20기가 이미 부산·울산·경주·울진 등에 있는데, 여기에 영덕 신규 원전 2기와 부산 소형원전 1기가 추가되는 것이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을 주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 장수경 기자 >
원전도 재생에너지도 확대한다지만…전문가들 ‘충돌 우려’
영남→수도권 송전망, 이미 한계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이 신규 핵(원자력)발전소 부지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확대 계획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원전 밀집도 심화와 송전망 부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의 충돌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이재명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본격화됐다. 애초 이 대통령은 신규 원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데도 없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원전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를 선언하며 신규 원전을 짓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월 “기후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한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동서의 규모가 짧아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론 어렵다”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일단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문가들은 두 전원이 전력계통 안에서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원전 발전 비중은 2030년 31.8%에서 2038년 38.2%로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비중도 같은 기간 18.8%에서 29.2%로 증가한다. 원전은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렵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전자공학)는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경제성이 나오는데, 태양광부터 출력제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가동 원전 26기 가운데 20기는 부산·울산·경주·울진 등 영남권 동해안에 몰려 있다. 여기에 영덕 신규 원전 2기와 부산 소형모듈원전까지 추가되면 영남권의 원전 벨트는 더욱 촘촘해진다. 특히 영덕이 속한 경북의 전력 자립률은 228%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부산 역시 170%로 상위 다섯번째다.
결국 영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인데,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은 이미 한계에 가깝다. 전력당국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특히 원전이 없는 영덕에 신규 원전이 들어서면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부산에 건설될 소형모듈원전의 경우 출력이 대형 원전의 4분의 1에 불과해 전력 수요 변화에 따른 출력 조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아직 상업 운전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
부지 선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진다. 원전 후보지를 선정한 부지선정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규정에 따라 구성된 사외위원 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수원은 이들이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져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지만, 탈핵단체들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사업인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는 일을 공기업 내부 규정에 의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위원회가 사실상 부지를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규 원전이 건설되면 생길 추가 송전선로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장수경 기자 >
신규 핵발전소 선정에…경북 영덕 “환영” 부산 기장 “유감”
탈핵주민들 “핵발전소 밀집도 가장 높은 한국 핵 위험도 이전과 다를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