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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주권 행사를 '탄압'으로 포장한 쿠팡 단죄해야
시사한매니져
2026. 7. 17. 01:40
온라인 플랫폼 규제까지 통상 문제화하는 미국
정보통신망법, 온라인 플랫폼법까지 시비 대상
온갖 불법 불공정으로 얼룩진 비리 기업 쿠팡
플랫폼 사업자에 더 강한 공적 책임 묻는 온플법
미국 플랫폼 자본 어떻게 다룰 것인가 시험대
작년 12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7월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불법 정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 조장, 폭력과 차별 선동도 포함된다.
허위조작정보 역시 규제 대상이다. 불법 정보 및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유튜브, 메타, 엑스 같은 미국 플랫폼에 한국 정부가 직접적인 관리 책임을 지우지 말라는 얘기였다.

정보통신망법 최종 시행령에서 빠진 검색서비스와 오픈마켓
미국은 이제 자동차 관세나 농산물 시장 개방만으로 한국을 압박하지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 데이터, 클라우드, 지도 정보,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까지 전부 통상 문제로 끌어들인다. 지난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도 이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은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디지털서비스 관련법과 정책에서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거기에는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위치정보·개인정보의 국경 간 이전 문제가 명시되어 있다.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주권을 통상 장벽이라고 부른다.
현재 미국이 문제 삼는 대상은 한두 개가 아니다. 정보통신망법,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망 사용료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개인정보보호법의 국외 이전 규제, 지도·위치정보 반출 제한,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 국가핵심기술 관련 외국 클라우드 제한, OTT의 방송규제 편입 논의까지 전부 걸려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2026년 무역장벽보고서는 한국의 망 사용료 법안, 위치정보 반출 제한, 개인정보 국외이전 규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줄줄이 문제 삼았다.
애초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안은 규제 대상을 넓게 잡아 검색서비스와 오픈마켓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쿠팡 같은 온라인 장터도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종 시행령에서는 검색서비스와 오픈마켓이 빠졌다. 미국의 압력을 의식한 부분 후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쿠팡이 정보통신망법 전체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쿠팡을 제대로 손보려면 다른 칼을 써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 근로기준법, 그리고 온플법이 그 칼이다.
EU(디지털시장법)는 하는데 우리(온플법)가 못할 것 없지 않나
정부와 여당은 정보통신망법 말고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별도로 추진해 왔다. 온플법의 핵심은 사후제재 중심의 공정거래법을 보완하는 것이다. 대형 플랫폼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가 아니다. 검색 순위, 추천 알고리즘, 결제 구조, 리뷰 노출, 광고 단가, 정산 방식, 판매자 퇴출 여부까지 좌우한다. 플랫폼은 시장 안에 있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준통치자다. 그러므로 플랫폼에 대해서는 일반 기업보다 더 강한 공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온플법의 정당성이다.
미국은 온플법을 EU 디지털시장법(DMA)의 한국판으로 본다. 위법 행위가 실제로 발생한 뒤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의 특정 행위를 미리 금지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전규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것이다. 아니다. 법 적용 결과 미국 기업이 많이 포함될 수는 있다.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규제가 곧 차별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쿠팡이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한국 법의 규율을 받아야 한다.
EU의 디지털시장법을 보라. 미국 빅테크는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정부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EU는 물러서지 않았다. 2025년 4월 EU 집행위원회는 애플과 메타가 DM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애플에 5억 유로, 메타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백악관이 이를 비판했지만 EU는 법 집행을 계속하고 있다. 유럽이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미국이 싫어한다고 해서 법을 접어야 한다면 그것은 통상정책이 아니라 식민지 행정이다.
과징금 부과로 끝내서는 안될 개인정보 유출 문제
이 대목에서 쿠팡을 다시 보아야 한다. 쿠팡은 자신을 미국 기업 탄압의 피해자처럼 포장한다. 미국 정부와 의회도 그 프레임을 거든다. 7월 1일 미국 하원 법사위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압박했다는 중간보고서를 냈다. 한국 정부는 이 보고서가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것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연한 반박이다. 쿠팡 문제의 본질은 미국 기업 탄압이 아니다. 한국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플랫폼 기업이 한국 소비자, 판매자, 노동자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쿠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개인정보 문제, 공정거래 문제, 거래질서 문제, 그리고 노동 문제를 낱낱이 전부 해결하면 된다. 첫째, 개인정보 문제는 최대 과징금 부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과징금은 시작일 뿐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시정명령 이행 여부를 분기별로 점검하고, 외부 독립 보안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인증키, 접근권한, 로그관리, 외주인력 관리, 침해사고 통지 체계를 전부 다시 뜯어고치게 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의 독립성도 보장해야 한다. 경영진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보안투자를 미루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재발하면 매출액 기준 과징금, 영업정지에 준하는 서비스 제한, 형사고발까지 가야 한다.
둘째, 알고리즘을 열어야 한다. 쿠팡의 검색 순위, 추천 알고리즘, 광고 노출 기준, 자체 브랜드 우대 여부를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영업비밀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장 배분 장치다. 소비자가 무엇을 보고, 판매자가 얼마나 팔고, 누가 퇴출되는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자사우대, 임직원 리뷰, 유료광고와 자연검색의 혼합, PB상품 밀어주기는 엄격히 금지하거나 최소한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오픈마켓 열어놓고 자기 물건도 팔면서 벌어지는 불공정
셋째, 쿠팡의 오픈마켓 기능과 자기 상품 판매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쿠팡은 장터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그 장터 안에서 자기 상품을 판다. 이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자사우대가 확인된다면 기능분리, 회계분리, 데이터 접근 제한, 심지어 구조분리까지 검토해야 한다. 쿠팡이 시장을 운영하려면 시장 운영자로서 중립 의무를 져야 한다. 중립 의무를 질 수 없다면 자기 상품을 파는 방식에 제한을 받아야 한다.
넷째, 노동 문제는 특별근로감독 수준으로 다뤄야 한다. 새벽배송, 심야노동, 물류센터 노동강도, 하청 배송기사의 실질적 지휘·감독 관계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 하루 배송량, 연속 야간노동, 휴게시간, 산재 은폐 여부를 공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면 해당 물류센터나 배송권역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쿠팡은 “우리는 직접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하청 뒤에 숨지 못하게 해야 한다.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가 하나라면 책임도 하나여야 한다.

다섯째, 미국 정부를 동원한 압박에는 통상으로 맞서야 한다.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올해 1월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했다가 3월 철회했다. 청원은 철회됐지만 위협은 남아 있다. 미국 의회 보고서, USTR 보고서, 로비, 301조 청원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을 미국 기업 탄압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사건별 법적 근거, 국내외 기업에 대한 동일한 기준, 비교 가능한 해외 집행 사례를 공개해 통상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해야 한다.
미국 정부 동원하는 비리 기업, 제대로 손봐야 주권국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영업하려면 한국 법을 따라야 한다.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한국 판매자의 생계를 좌우하고, 한국 노동자의 밤과 새벽을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한국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면책될 수 없다. 오히려 미국 정부를 동원해 한국을 압박한다면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 외국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개념은 명확해야 한다. 과잉규제는 피해야 한다. 혁신을 막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합리적 조정과 굴복은 다르다. 하지만 미국이 싫어하니 법을 접자는 것은 통상주권의 포기다.

쿠팡 문제는 단순한 기업 비리 사건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 플랫폼 자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시험대다. 개인정보를 흘리고,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판매자를 종속시키고, 노동자를 갈아 넣고, 문제가 생기면 미국 정부 뒤에 숨는 기업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이런 시점에 강경화 주미대사가 쿠팡과 정보통신망법 등 디지털 규제 현안 협의 목적으로 7월 15-19일간 이례적으로 귀국해 있다. 미국의 압력을 국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전단계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못된 기업을 손보지 못하는 국가는 주권국가가 아니다. 쿠팡 같은 독버섯이 다시 자라지 못하게 하려면 통상주권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 이경렬 전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