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EA
"알려고 말고 다 지워" 방첩사 'VIP 격노설 은폐' 드러나
시사한매니져
2026. 8. 12. 04:02
채 상병 순직 후 박정훈 거짓말쟁이 몰기 정황
김계환-문연철 녹취 "방첩사가 은폐하라더라"
김 "이 XX, 파일이 하나도 없네" 안도하는 모습
문 "(이종섭) 장관님이 이제 막 포즈를 잡으셨다"
정훈실장 "쓸데없는 소리 말라는 압박 받았다"
김건희 "영부인에 클러치백 필수" 황당한 증언
종합특검, 2주 안에 50명선 릴레이 기소 시작
허석곤·이영팔·이은우 불구속 상태 재판 넘겨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2023년 7월 20일 새벽에 순직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초기 수사 진행 상황에 격노했다는 사실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황유성 전 방첩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2일 오전 10시 10분 이종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황 전 사령관과 함께 지난 7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시 방첩사 소속 해병대 파견부대장이던 문연철 대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같은 날 오후 2시 10분 열린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수사를 이어가는 2차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은 지난 7일 황 전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대령에 대해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면담 강요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황 전 사령관은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시 군 정보기관인 방첩사를 지휘헸다. 그는 채 상병 순직 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조태용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과 잇따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한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그를 지난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일이 있다.
문 대령이 2023년 8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해병대 간부가 VIP 격노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보안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통화 녹취가 드러나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채상병 순직 처리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김 전 사령관은 휴대전화의 해당 내용을 지웠는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종합특검이 포렌식을 통해 통화 녹취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중에 "방첩사가 VIP에 대해 더 알려하지 말고 있는 것도 다 지우라고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JTBC가 10일 보도했다. 해병대 공보실장은 “기자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 조직적으로 'VIP 격노설'을 덮으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김 전 사령관과 문 방첩부대장이 전화 통화를 한 것은 2023년 8월 18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수사 결과를 듣고 격분했다는 'VIP 격노설'이 퍼지던 시점이다.
김 전 사령관은 여러 차례 진행된 국회 출석과 군검찰 조사 과정에 "박정훈 대령에게 VIP 격노설을 언급한 사실 자체가 없다"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는데 이날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철저하게 계산된 거짓말이었다.
문 전 부대장이 "정훈이가 V(VIP) 내막을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쓴다면 핵폭탄"이라고 우려하자 김 전 사령관은 "근거가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답했다. 박 전 단장이 외압의 실체를 폭로하더라도 물증이 없다면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겠다는 모의 정황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 전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을 가리켜 "이 XX, 녹음 파일이 하나도 없다"라며 안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단장에게 녹음 파일이 없으니 자기들끼리 입을 맞추면 진실을 덮을 수 있다고 맹신한 셈이다.
문 전 부대장은 "(방첩사에서) VIP에 대해 알려하지 말고, 있는 것도 오늘부로 다 지우라, 이런 지시가 저한테 왔다"며 "(이종섭) 장관님이 이제 포즈를 딱 잡으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방첩사가 조직적으로 'VIP 격노설 지우기'에 나섰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도 동조하기로 했음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통화 다음날 두 사람은 경기도 화성의 한 참치집으로 이모 당시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을 불렀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문 전 부대장이 이 전 실장에게 "기자들을 만나지 말라", "쓸데 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사실도 파악했다. 황 전 사령관은 특검 조사에서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어 수사와 관련한 첩보활동을 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종합특검은 방첩사가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의 어머니 김봉순 씨를 불법 사찰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씨가 채 상병의 유족을 만나려 한다는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것인데 민간인 불법 사찰에 해당한다.
김봉순 씨는 2024년 4월 “엄마로서 호소를 드립니다. 부디 박정훈 (당시) 대령을 계속 재판에 끌고 나가는 건, 이거는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면서 "남들 억울하게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박 준장이 잘 지켜왔다"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고 언론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아직까지도 국민의힘 당원이에요. 대통령이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신다면 빨리 이 재판을 취소시키는 일이…”라고 말을 채 맺지 못했다. ]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특검은 방첩사가 박정훈 준장에 대한 동태 파악을 하는 과정에 "박정훈 어머니가 채상병 유족과 접촉 시도 중"이라는 동향보고가 생산된 정황을 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만남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박 준장 어머니가 유족들을 위로할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에 이런 보고가 올라간 것이다.
다만 황 전 사령관이 박 준장 어머니의 동향 파악을 지시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자 이모 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가방을 받았는지를 묻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질의에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인식했다"고 답했다.
누구를 통해 받은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기억이 안 난다"며 "간접적으로 왔는데 그게 어딘지 그런 것을 성격상 잘 안 물어본다. 어딘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성격상 잘 안 물어본다’는 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영부인에게 클러치백은 필수품"이라거나 "옷 색깔마다 필요해서 제가 짝퉁(가품)을 많이 샀다. 클러치백이 많다"고 덧붙이는 등 황당한 답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 관저에서 보유한 가방들을 점검하다가 김 의원 배우자 이모 씨가 건넨 가방을 발견한 것이냐고 되묻자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가방을 확인한 후 답례 인사를 하진 않았다면서도 "(이씨에게)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방과 함께 전달된 이씨의 자필 편지에 대해서도 김씨는 가방 발견 당시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편지에 "긴 여정이었지만 대통령님과 영부인께서 곁에 계셔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고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편지 내용은 더더욱 기억이 안 난다"며 "저런 선물도 사실 관심이 없는 게 제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줄리'(의혹)부터 시작해 악마화가 지겨울 때였다"고 답했다. 무차별적으로 명품 가방 등을 수수해 놓고 관심조차 없었다고 모순되는 주장으로 일관한 것이다.
김씨는 지금까지의 재판 태도와 아주 다르게 이날은 목소리를 높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 측이 "여당 당 대표 내지 부인한테 명품을 선물 받고 자필 편지도 받는 게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하자 김씨는 "검사님, 그간 영부인들 수사를 다 해봤나. 저만 (수사를) 했죠. 그런데 어떻게 이례적이라고 얘기하나"라고 따졌다.
검사가 "국민들이 바라보기에 이례적이라는 것"이라고 하자 김씨는 "국민들이 정말로 알까요?"라며 "검사님도 모른다. 대통령 관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느냐"고 맞섰다. 대통령실 관계자 혹은 친인척 등 구체적인 전달 경로를 추궁하자 김씨는 "범죄를 확장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대통령 배우자의 뇌물 수수 혐의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그러자 김씨는 "제가 모르는 것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말해야 되나"라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판사님께선 한쪽 편만 들지 마시고 조금 정확하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라거나 "특검의 질문이 너무 강압적이에요. 저를 무조건 죄인으로 모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요"'라거나 "오늘은 자발적으로 나왔으니 과태료를 좀 깎아주세요"라고도 했다.
지난달 재판부는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은 김씨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는데 이날 신문에 스스로 출석함에 따라 취소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28일 김 의원 부부에 대한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김 의원 부부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통일교 신도들을 동원해 지원해준 대가로 같은 달 17일 김씨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 배우자가 가방을 전달했고, 결제 대금은 김 의원 세비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김 의원 부부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일로 가방을 선물했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의원은 배우자가 가방을 선물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었고 사회적 예의 차원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 의원 변호인들은 특검팀이 김씨 자택에서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압수한 과정이 위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일부에선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이 기를 살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종합특검은 11일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과 관련해 허석곤 전 소방청장과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허 전 청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24시께 MBC, jtbc,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경찰이 진입하니 협력해 단전·단수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이 전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차장은 이후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전화를 걸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협력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특검은 또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을 비상계엄 관련 내란 선전 혐의로 역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원장은 KTV의 뉴스특보와 스크롤 뉴스 편성·송출 권한을 이용해 2024년 12월 3일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비상계엄과 포고령 등 내란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정보를 반복·집중적으로 전파한 혐의를 받는다. 반대로 내란 행위를 비판하거나 저지하는 내용의 정보는 선별적으로 차단·삭제해 불특정 다수 시청자가 내란 행위에 동조하도록 선전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처럼 종합특검은 오는 23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기소 모드로 전환했다. 특검팀이 공소 제기를 검토 중인 피의자는 50명 안팎으로, 내란특검(24명)의 곱절 수준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진을종 특검보 수사팀은 현재까지 재판에 넘긴 5명(김대기·이상민·윤재순·김오진·유병호)을 포함해 10명 안팎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21그램 부당 선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영 21그램 대표, '봐주기 감사'에 관여한 감사원 관계자 등이 추가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김씨도 당연히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도이치 모터스 수사 무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지미 특검보 수사팀은 6~7명의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 5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재소환해 약 14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으며 기소 여부를 막판 검토 중이다.
검찰·해경·국정원 등의 내란 가담 의혹,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하는 권영빈 특검보 수사팀은 15~20명을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종합특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받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도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사람은 앞서 내란특검이 입건하지 않았던 인물들로 종합특검이 정반대의 법리를 적용해 입건하면서 '모험'이란 뒷말이 나왔다.
앞서 종합특검은 지난 7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이날까지 11명을 피의자로 재판에 넘겼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 6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대통령실 김대기 전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을 구속기소하고,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구속기소 했다. 특검팀 출범 104일 만의 첫 공소제기였다.
지난달 2일에는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를 받는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불구속)과 정진팔 전 합참차장,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과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미국 등 우방국에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를 받는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구속기소했다. < 임병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