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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법관 제청권 아닌 대법원장의 추천 독점

시사한매니져 2026. 8. 25. 06:29

 

법관추천위 복원하고 법원행정처는 폐지해야
‘제청’은 유신 헌법이 만들어낸 상하 관계 용어

박정희가 사법부 통제하려 법관추천위 폐지
법원행정처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비서조직

 

며칠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면서 “대통령이 하라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된다면 헌법에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이른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제청(提請)’이라는 용어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처럼 하부 기관이 상부 기관에게 올려 ‘비준’이나 ‘동의’를 청(請)한다, 쉽게 말하자면 ‘여쭌다’는 의미이다. ‘제청’이란 결코 대등한 기관 간에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대등한 기관 간에 사용될 수 있는 용어라면 ‘제안’이나 ‘건의’ 정도의 용어가 타당하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말하는 것은 어느 의미로 보면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하부의 위상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돼버린다.

 

법원행정처장이 강조했던 이 ‘제청권’은 박정희의 유신 헌법에서 처음 출현하였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이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신 헌법은 기존에 존재하던 법관추천위원회가 폐지하고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바꿔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조항이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명문 규정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으며, 이는 이른바 ‘유신 잔재’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연합뉴스

 

박정희는 자신의 영구 집권 구상에 당연히 하부조직으로서의 사법부를 상정하고 있었고, 그것을 헌법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과 자신의 ‘임명’이라는 용어로써 명백하게 명문화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사실 이 ‘제청’이라는 용어가 헌법에 규정화되어 있고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된 상황인 셈이다.

 

원칙적으로 사법부는 3권으로 분립된 국가기관 중 민주적 정당성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부는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는 조직일 수 없다. 법원 구성의 민주성 확보와 국민의 사법참여 그리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통제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문제는 제청권과 임명권 간의 갈등보다도 대법관 추천 절차에서의 대법원장 독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사법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박정희가 사법부의 하부조직화를 위해 폐지한 법관추천위원회의 복원이 중요한 과제이다. 법관추천위원회의 정상화를 통하여 비로소 대법원 구성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법원행정처가 폐지되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한마디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비서 조직이다. 법원행정처는 일본 제국 시대에 일본의 전체 법원과 재판관을 지배하고 통제했던 사법성(司法省)을 그대로 모방한 전형적인 ‘일제 잔재’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법원행정처라는 시스템은 사법 후진국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법원행정처는 인사관리실이나 기획조정실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법원 전체를 통제하는 강력한 중앙을 구축시킨다. 그리고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이 법원행정처라는 강력한 중심을 토대로 하여 완성된다.

 

한편, 우리나라 사법부의 법관 인사제도는 수많은 승진단계가 존재하고 이를 사법구조와 직결시킴으로써 인사와 조직이 맞물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중앙집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일원화된 중앙집권체제를 토대로 하여 대법원장 1인의 제왕적 권력이 법원 상층부를 경유하여 하부까지 전달되기에 용이한 체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법관의 독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사법 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도 법관을 인사하지 않는다. 법원행정처를 앞세운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은 이미 큰 문제다. 특히 독점적인 인사권은 시급히 바뀌어야만 한다. 독일 기본법 제97조 제2항은 법률의 판결이나 법률이 정하는 형식 및 이유에 의해서만 법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전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관의 전보 인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특정 법원의 법관으로 임명되면 퇴직까지 계속 한 법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법 독립도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박정희가 바꾼 지금의 헌법에는 맞춤법조차 틀린 곳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행정처장이 들고 나온 ‘제청권’은 박정희의 유신 헌법에 처음 규정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신 헌법은 박정희의 영구 독재를 위하여 감사원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규정하였다.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을 어렵게 만들었던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헌법 규정도 본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에 재적의원 과반수만의 의결로 가능했던 헌법 규정이 유신 직전인 1969년 개정한 헌법에서 대통령 탄핵을 어렵게 하기 위하여 현재와 같이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 수정했던 것이다.

 

헌법은 결코 신성불가침일 수 없다. 국민 생활과 시대적 변화 그리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수정되어야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30차례에 가까운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더구나 지금 헌법에는 맞춤법조차 틀려있는 조문도 있다. 바로 즉, 헌법 제72조 규정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당연히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가 맞는 맞춤법이다. 이 조항도 박정희의 5.16 쿠데타 이후 개정한 헌법에서 출현한 착오다. 세계 어느 헌법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검사의 독점적 영창청구권 규정도 검찰조직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 박정희 유신 헌법의 작품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단 한 글자의 헌법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박정희 헌법 시대’를 이제 그만 벗어나야만 한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대법, '골프 접대' 김인택 판사에 정직 3개월…왜 이 시점?

 

작년 9월 뉴스타파 보도로 부적절 처신 알려져
대법관 임명 제청 앞서 서둘러 마무리한 건가
2023년 7월~지난해 5월 여섯 차례 골프 여행
재판 중 알면서도 명품 의류 대리 구매하게 해

 

약식기소 다음날 명·김영선 "무죄" 다음날 전보
김 판사 기소 불복 정식재판 청구,11월 첫공판
조 대법원장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흔들림 없이"
김 헌재소장 "헌법의 시선으로 겸허한 성찰을"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김인택(56)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창원지법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2월과 5월 현대산업개발(HDC) 계열 신라면세점의 한 팀장과 골프 해외여행을 즐겼다. 문제의 팀장은 다른 사건으로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골프 여행으로 출국할 때마다 김 부장판사의 손에는 명품 의류가 들려 있었다. 그 팀장에게 자신의 여권을 사진으로 전달해 옷들을 구매하게 했다. 제값의 80~95%를 할인 받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싼값에 산다고 좋아할 일인데 그는 결제하지 않고, 문제의 팀장이 대신 결제했다. 물론 그는 나중에 옷값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명품 대리 구매 의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서였다. 법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언론에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도 김 부장판사는 꿋끗이 법대에 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렀는데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문제의 팀장은 관세청에 고발돼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인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의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전날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엄숙하게 판결문을 읽어내려간 것이었다. 이런 낯부끄러운 일에도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같은 달 6일 창원지법을 떠나 수원지법으로 전보됐다. 4일 약식 기소 처분, 5일 명태균 씨와 김 전 의원에 무죄 판결, 6일 인사 명단 게재를 보면, 마치 각본을 짠 듯 착착 실행된 느깜마저 든다 

 

대법원이 김 부장판사의 잘못된 처신이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진 지 거의 1년 만인 지난 13일 정직 3개월과 징계부가금 347만 4632원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24일 관보 게재를 통해 알려졌다.

 

관보에 따르면, 징계대상자는 지인인 황모 씨로부터 2024년 10월 3일부터 같은 달 6일까지 106만 3300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제공받고,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60만 9200원 상당의 왕복항공권 및 56만 2132원 상당의 숙박을 제공받고, 같은해 5월 3일부터 같은 달 6일까지 124만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제공받고, 황씨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23년 7월 27일부터 지난해 5월 6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등 부적절한 친분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당초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뿌리 깊게 두 사람은 유착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부장판사는 앞으로 3개월간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그 기간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정유선)에 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됐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그의 재판 첫 공판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약식기소는 혐의가 가벼워 재산형이 적당할 때 검사가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을 구하는 절차다. 청탁금지법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한 해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의 벌금형이 확정돼도 판사 직은 유지할 수 있다. 헌법 규정상 판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파면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 대법원이 이날에야 관보에 게재해 공개한 사정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이홍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각각 손봉기(60)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7)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 19일 임명 제청하기 전에 김 부장판사 징계를 서둘러 마무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1 연합뉴스

 

한편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으로 정부·여당과 긴장을 이어가고 있는 조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축사를 통해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지난 2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이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임을 명확히 확인하고, 이를 침해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국민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올해 서울중앙지법과 창원지법에서 시범 운영한 '민생사건 적시처리 재판부'를 통해 법적 보호가 필요한 시기를 놓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최근 사법제도의 변화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호사 단체를 비롯한 법조계와 긴밀히 소통해 사법제도가 오직 국민을 위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축사에서 지난 3월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의의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재판소원 제도는 법을 해석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법조인에게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헌법의 시선'으로 자신의 판단을 더욱 겸허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사법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지만, 어떤 변화도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제도의 효율성과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공정한 절차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또한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사법 제도에 발맞춰 국민의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맡은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