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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 ‘한국갤럽’도 취임 후 최저치 42%

시사한매니져 2026. 8. 28. 23:16
 

직무 수행 ‘부정’ 평가도 취임 후 가장 높은 50%
부정평가 이유는 '부동산 정책'이 27%로 1위
민주당 지지도도 전주보다 2%p 떨어진 39%
전작권 환수 시기 ‘ 임기 내’ 46%·‘연기’ 41%
우리나라 핵무기 보유 '찬성' 65%·'반대' 30%

 

한국갤럽이 2026년 8월 넷째 주(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응답자 이념성향: 보수 292명, 중도 324명, 진보 254명)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2점 척도, 재질문 1회), 42%가 긍정 평가했고 50%는 부정 평가했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번 주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취임 후 최저치, 부정률은 최고치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p.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라는 평가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7%)·성향 진보층(68%)에서, '잘못한다'는 국민의힘 지지층(87%)·보수층(74%)에 많다. 중도층은 긍·부정(41%:49%) 차이가 크지 않고, 지지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에서는 부정론이 우세하다(24%:58%). 연령별 직무 긍정률은 40·50대(50%대)에서 높고, 20대(31%)에서 가장 낮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여전히 ‘부동산 정책’(27%)이 가장 높아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이하 '가중적용 사례수' 기준 424명, 자유응답) '외교'(16%), '경제/민생'(11%), '소통'(10%), '전반적으로 잘한다', '부동산 정책'(이상 7%), '서민 정책/복지', '직무 능력/유능함'(이상 6%), '열심히 한다/노력한다'(4%) 순으로 나타났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499명, 자유응답) '부동산 정책'(27%), '검찰 권한 축소', '경제/민생',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이상 7%),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국방/안보', '독재/독단'(이상 5%), '통합·협치 부족'(4%)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동산 문제는 7월 넷째 주부터 줄곧 부정 평가 이유 최상위다.

 

민주당 지지율 여당 된 후 3번째로 40% 밑돌아

 

 

2026년 8월 넷째 주(25~27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당명 로테이션, 재질문 1회) 더불어민주당 39%,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3%, 진보당 1%, 이외 정당/단체 2%,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6%다. 지난주 대비 정당 지지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현 정부 출범 후 주간 조사 기준 여당 지지도가 40%를 밑돌기는 세 번째다(작년 추석 전후 38%, 39%)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70%가 더불어민주당, 보수층에서는 52%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7%, 국민의힘 18%,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38%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8일 인천 영종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결의문 채택과 함께 국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8.28

 

전작권 환수, 2006년 9월에는 29%만 찬성, 66% 반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언급하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전시작전권 환수와 통합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갤럽이 전작권 환수 시기,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 남북 군사력 비교, 핵무장 주장, 3군 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대북 관련 여론을 알아봤다.

 

 

현재 미군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는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 환수 시기에 관해 물은 결과(항목 로테이션) 46%가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환수해야 한다', 41%는 '환수 시기를 더 연기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현 정부 임기 내 환수론은 성향 진보층(74%), 연기론은 보수층(64%)에서 두드러진다. 진보층과 보수층은 후행 질문인 북한의 전쟁 도발 위험성, 남북한 군사력 비교 등에서도 큰 인식 차를 보였다.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393명), 우리군보다 북한군이 우세하다고 보는 사람(209명) 중에서는 각각 60%가 환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봤다.

 

전작권 환수 여론은 과거보다 전향적이다. 12년 전인 2014년 10월,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에서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연기한 결정에 당시 유권자의 32%가 '잘못한 일', 51%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9월에는 전작권 환수에 29%가 찬성, 66%가 반대했다(전국 유권자 611명 전화조사).

 

북한 전쟁 도발 위험성 '(많이+어느 정도) 있다' 39%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4점 척도) ‘많이 있다’ 17%, ‘어느 정도 있다’ 22% 등 39%가 '있다'(이하 '위험성')라고 답했다. ‘별로 없다’ 35%, ‘전혀 없다’ 20%, 그리고 6%는 의견을 유보했다. 북한 전쟁 도발 위험성은 20·30대(50%대 초반; 40대+ 40% 미만), 성향 보수층(55%; 중도층 37%, 진보층 25%)에서 비교적 많이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1992년 조사에서는 우리 유권자 69%가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 있다고 봤으나, 1994년 김일성 사망,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기조와 더불어 그 정도가 완화됐다. 2002년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공포로 개성공단 추진이 구체화되었을 때는 33%까지 줄었다가 1차 핵실험 1년 후인 2007년에는 51%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김정은 체제하에서는 북한의 전쟁 도발 위험성이 40% 안팎으로 급변하지 않았다. 2022년 조사에서는 북핵·미사일 실험을 위협적이라고 느끼면서도, 군사적 해결책(25%)보다 평화·외교적 해결책(67%) 모색을 우선시했다. 이는 70년 넘게 지속된 휴전(休戰) 상태 적응, 과거보다 증강된 국가 경제력·군사력에서 비롯한 결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14일 메인 뉴스시간인 저녁 8시 뉴스에 강원도 통천군에 위치한 자산해수욕장과 동림폭포에서 폭염을 피해 북한 주민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8.14 연합뉴스

 

남북한 군사력 비교: '우리군 우세' 70%, '북한군 우세' 21%

1992년 북한군 우세 69% → 2014년 북한군 42%:우리군 43%

 

우리의 군사력과 북한의 군사력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하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우리군 우세'가 70%로 '북한군 우세' 21%를 압도했다. 3%는 '비슷하다'고 봤고, 6%는 의견을 유보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응답자 특성에서 우리 군사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북한군 우세론(1992년 69%)이 많았으나, 1999년부터 2014년까지는 격차가 줄어 비슷해졌고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군 우세론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높아진 한국 방위산업 위상도 일조한 것으로 짐작된다.

 

 

실사용 보다 자위적 방어용으로 ‘핵무장 찬성’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65%가 '찬성', 30%는 '반대'했으며 5%는 의견을 유보했다. 2013년(북한 3차 핵실험)부터 2017년(6차 핵실험)까지는 20대의 핵무기 보유 반대가 많았고, 50대 이상 약 80%가 찬성했다. 그러나 2024년 이후로는 20대를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핵무장 찬성이 50%를 웃돈다.

 

◎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이 없다고 보는 사람(551명) 중에서도 58%가 핵무기 보유에 찬성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유권자 상당수는 핵무기를 실사용 목적보다 전략적·자위적 방어 수단으로 보는 듯하다.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 ‘찬성’ 30% ‘반대’ 58%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는 것에는 '통합하는 것이 좋다' 30%, '하지 않는 것이 좋다' 58%로 나타났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성향 진보층은 53%가 통합에 긍정적, 보수층은 77%가 부정적이다. 여권 지지층을 제외한 대부분 응답자 특성에서 통합 찬반 격차가 작거나 반대가 더 많다.                              < 강기석 기자 >

 

어쩌다 민주당에 '위선'이란 딱지가 붙었을까

 


청년들에 "집사지 말라" 했던 정치인 자신들은?
'검찰에 대한 태도 여당일 때 야당일 때 표변' 인식
공정을 말하면서 자신과 남에게 이중 잣대 적용
도덕적 개혁성을 정치 자산으로 활용해온 민주당
공정 거스르는 행동 땐 '내로남불' 이미지 더 부각
조국 논란보다 청년이 눈여겨본 건 민주당 태도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글자 그대로인지 물어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실수할 수 있다. 정책을 잘못 판단할 수도 있고, 사람을 잘못 선택할 수도 있고, 때로는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정말 위험한 것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 남에게는 원칙을 요구하면서 자신에게는 예외를 허용하는 것.

 

프랑스의 사상가 라 로슈푸코는 이를 아주 짧게 표현했다. “위선은 악이 덕에게 바치는 공물이다.” 이 문장이 정치에서 무서운 이유는 위선이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27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9월에 시작될 정기 국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8.27 연합뉴스

 

공정을 믿는 사회이기 때문에 공정을 말한다.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의를 말한다. 특권을 싫어하기 때문에 특권 철폐를 말한다. 즉 정치인은 유권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의 언어를 빌려 자신을 설명한다.

 

문제는 그 언어와 행동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필자는 오늘날 민주당이 청년층을 포함한 상당수 국민에게 ‘위선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다른 정당보다 반드시 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스스로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제시해 왔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 큰 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다.

 

공정은 나에게 불리할 때 비로소 시험받는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가치 중 하나가 공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한국 사회에 강한 울림을 줬다.

 

공정은 정치적 신뢰의 규칙이다. 여기서 철학자 칸트를 떠올릴 수 있다. 칸트의 윤리학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원칙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질문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행동을,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했어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정치에 가져오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상대 정당 정치인의 자녀가 특혜를 받았다면 비판한다. 그런데 자기 정당 정치인의 자녀가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면 “사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상대방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를 비판한다. 그런데 자기편 정치인의 부동산 문제에는 “투자였다”고 설명한다. 상대방 정부가 검찰을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같은 검찰 수사를 두고 “정의로운 수사”라고 평가한다. 그 순간 문제는 개별 사건을 넘어선다. 원칙이 아니라 진영이 기준이 된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4일 경기도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2026.6.4. 연합뉴스

 

조국 사태는 ‘공정’이라는 기준의 시험대였다. 이 사건은 한국 정치에서 ‘공정’이라는 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시험받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당시 논란의 핵심에는 입시와 특혜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청년에게 특별히 민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은 시험과 경쟁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가는 세대다. 따라서 입시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경쟁의 규칙 자체에 대한 의심이다. 더구나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핵심 가치가 ‘공정’이었다.

 

그래서 조국 사태의 정치적 충격은 단순히 한 장관의 인사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자신에게 적용할 공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는 사건이었다. 여기서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는 사실관계만큼 중요했다. 청년이 보고 싶었던 것은 완벽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우리 편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낀 순간,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흔들렸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진영이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와 정치적 책임을 분석하면서 끊임없이 강조했던 문제 중 하나가 사유의 중단이었다.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기를 멈추고 주어진 논리만 반복하기 시작하면, 거대한 잘못도 평범한 일처럼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정당정치에도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정치적 진영에 속하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누가 했는지를 먼저 본다. 우리 편이 하면 이유가 있다. 상대편이 하면 문제가 있다. 우리 편의 의혹은 정치공작이다. 상대편의 의혹은 부패의 증거다. 우리 편에 대한 수사는 정치탄압이다. 상대편에 대한 수사는 법치의 실현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 판단은 사라지고 진영의 논리만 남는다.

 

이것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진영을 바꾸면 논리의 방향만 바뀔 뿐 구조는 똑같다. 그래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가장 공정한 방법은 민주당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상대방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민주당 자신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오찬을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2026.7.1 청와대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택 가격 상승과 부동산 정책의 실패 여부를 두고는 경제적·정책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신뢰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른 문제가 있었다. 부동산을 둘러싼 정치인의 언행과 실제 보유·거래 행위가 일치했는가라는 문제다.

 

다주택 문제, 갭투자 논란, 지역구 이해관계, 부동산 보유와 정책 결정의 관계. 이런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청년에게 남은 인상은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가 아니었다. “국민에게는 집을 사지 말라고 하면서 정치인 자신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정치에서 메시지는 행동과 함께 평가된다. 특히 자산형성에 몰두하는 청년의 삶과 직접 연결된 문제에서는 더 그렇다.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도덕적 우월감’이다. 정당은 자신이 옳다고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내가 항상 옳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결국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것’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태도.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이것이 정치에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가 도덕적 우월감과 결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세력이다.” “우리가 개혁 세력이다.” “우리가 약자를 대변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판단은 옳다.” 이 논리가 굳어지면 반대되는 의견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도덕적 결함으로 취급하기 쉽다.

 

청년들이 이런 태도에 반발하는 이유도 있다. 청년은 정치인에게 자신을 훈계할 권위를 쉽게 부여하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치인의 과거 발언과 현재 행동을 비교할 수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정치인은 말보다 ‘기준’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인은 많은 말을 한다. 하지만 유권자가 오래 기억하는 것은 의외로 몇 가지뿐이다. 그 사람이 어떤 원칙을 말했는지. 그리고 그 원칙을 자신에게도 적용했는지. 그래서 정치에서 말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야당일 때는 검찰 수사를 옹호하다가 여당이 되면 검찰개혁을 이야기하고, 여당일 때는 검찰 수사를 옹호하다가 야당이 되면 검찰의 정치개입이라고 주장한다면, 유권자는 어느 쪽이 진짜 생각인지 알 수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불리한 보도는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하면서 자기편에 불리한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 상대방에게는 엄격한 도덕 기준을 요구하면서 자기편에게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면, 그 순간 정치인의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잼카 초대석'에 정봉주 전 의원이 출연해 함께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치에서 일관성이 무너지면 말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그런데 왜 민주당의 문제는 더 크게 느껴지는가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민주당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정치권 전체가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특히 ‘내로남불’이라는 이미지와 강하게 연결되었을까. 나는 그 이유가 민주당이 ‘도덕적 개혁성’을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우리는 특권에 맞선다. 우리는 기득권을 개혁한다. 우리는 공정을 추구한다. 우리는 약자를 보호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킨다. 이런 언어를 사용해왔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스스로 높은 기준을 제시한 사람은 그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것은 민주당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스스로 선택한 정치적 전략의 결과다. 민주당 정치인 모두가 위선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정치적 비판이 아니라 진영 공격이 된다. 그리고 사실도 아니다.

 

정당 안에는 원칙을 지키려는 정치인도 있고, 자기편을 비판하는 정치인도 있고, 실수를 인정하는 정치인도 있다. 문제는 정당의 정치문화가 어떤 행동에 보상을 주는가다. 자기 편을 무조건 방어하는 정치인이 당내에서 더 유리하다면,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면, 실패를 인정하는 것보다 끝까지 부인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면, 그 정당의 문화는 결국 방어와 합리화를 학습하게 된다. 이것이 훨씬 구조적인 문제다.

 

민주주의는 ‘우리 편의 승리’가 아니다. 정치에서 정당은 이겨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해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목적이 단순히 우리 편이 권력을 잡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권리도 인정하는 제도다. 내가 싫어하는 언론도 존재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도 법 앞에서 권리를 가져야 하며,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도 비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수준은 우리 편을 얼마나 잘 감싸느냐가 아니라 우리 편을 얼마나 비판할 수 있느냐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민주당에도, 국민의힘에도, 모든 정당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는 모습. 2009.4.30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서 여기서 노무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활용해온 인물이다. 그가 남긴 말 가운데 지금도 중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다.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그런데 이 네 단어를 오늘날 정치에 가져오면 오히려 질문이 많아진다.

 

원칙이란 무엇인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할 때 지키는 것이다. 신뢰란 무엇인가. 틀렸을 때도 책임지는 것이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자기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투명이란 무엇인가. 불편한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노무현 정신은 생각보다 불편한 정치철학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민주당에게도 예외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과 노무현을 계승하는 것은 다르다.

 

정치권에서 노무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추모식에서 연설하면 된다. 사진을 걸면 된다. 명언을 인용하면 된다. “사람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것은 따로 있다. 내 편이 잘못했을 때도 원칙을 적용하는 것. 내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 상대방의 옳은 말을 인정하는 것. 내가 비판받을 때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 진짜 원칙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신을 정말 계승하고 싶다면 노무현을 더 많이 말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이 말한 원칙을 더 많이 실천하면 된다. 결국 청년이 민주당에 묻는 것은 하나다 “왜 우리를 설득하지 못합니까?” 이 질문이 아니다. “왜 우리가 국민의힘을 지지합니까?” 이 질문도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원칙을 당신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이다. 그 답이 ‘예’라면 민주당은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실수해도 된다. 정책에 실패해도 된다. 정치적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 반대로 답이 ‘아니오’라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소용없다. 공정이라는 말도, 정의라는 말도, 개혁이라는 말도,노무현 정신이라는 말도 결국 정치적 구호로만 남는다.

 

청년은 민주당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성인군자 정치인이 아니다. 최소한의 일관된 정치인이다. 상대방에게 한 말을 자신에게도 할 수 있는 정치인. 자기편의 잘못을 자기편이기 때문에 감싸지 않는 정치인. 잘못했을 때 “하지만”이라는 말을 붙이기 전에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이라면 오히려 청년은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청년은 정치인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라, 정치인의 거짓된 태도를 용서하지 않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정말 바뀌고 싶다면 새로운 슬로건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충분히 좋은 말을 해왔다. 공정. 정의. 원칙. 상식. 사람 사는 세상.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이미 했던 말을 지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공천 논란과 행태를 보면 자신들이 추구해오던 가치를 부정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한 청년의 불신을 단순히 ‘보수화’라고 설명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그 불신의 상당 부분에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 사이의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조국 사태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건과 논란, 자기편 감싸기, 선택적 원칙, 책임 회피가 반복되면서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청년은 한 가지를 배웠다. 정치인의 말은 믿는 것이 아니라 검증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민주당이 넘어야 할 벽은 정책의 벽이 아니다. 신뢰의 벽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훨씬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정말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가? 노무현이 말했던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은 오늘의 민주당에서 살아 있는가?  아니면 선거와 추모식에서만 소환되는 정치적 언어인가. 다음에는 바로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 이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