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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호르무즈 파병, 역대 전례 견줘 명분은 적고 위험은 크다”

시사한매니져 2026. 9. 9. 10:17
 

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 평가

국제사회도 꺼리는 미국만의 전쟁
이란 경고에 국익 훼손 우려 심각
반대 여론을 협상 지렛대 삼아야

 

2004년 12월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프랑스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이라크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하는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해 장병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국방부가 호르무즈해협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가 실제 파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 중인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해 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과거 이라크 파병과 베트남 파병 등 역대 국군 파병 사례와 견줘 명분이 떨어지고 위험도는 높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받아들이면 군사적·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날 밤 “파병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은 없다”면서도 호르무즈해협 현지 조사단 파견 사실을 알렸다. 국방부가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미국의 계속된 요구에 정부가 실제 파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조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방적으로 글을 올려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공개 압박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와 상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196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파병,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등을 다루던 미국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며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파병 요청은 비공개로 해서 파병국이 주권적으로 결정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외교적 상례였다”고 말했다.

 

1972년 2월7일 베트남에 파병됐다 돌아온 청룡부대 환영식이 부산항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

 

현재 국군은 유엔 평화유지군(UN PKO)과 다국적군에 파병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고 이바지하는 형식을 갖추고 국가 신인도를 유지하는 명분이 있다. 현재 레바논 동명부대(185명)와 남수단 한빛부대(261명) 등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466명, 소말리아 청해부대(257명) 등 다국적군으로 270명이 파병돼 있다. 이 밖에 아랍에미리트(UAE)에 ‘국방 협력’ 명분으로 아크부대(141명)가 나가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다국적군이 꾸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미국만의 전쟁인 탓이다. 영국, 프랑스 등 미국 주요 동맹국도 ‘군함을 보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고 전쟁이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전쟁은 2003년 이라크 전쟁과 달리 미국 의회에서 승인도 못 받았다. 이라크전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과 유엔 결의 위반을 내세워 미 의회에서 무력 사용 승인을 받았다.

 

군사적 위험도가 현저히 높은 반면, 파병으로 인한 실익이 많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다뤘던 외교안보 당국자는 “이라크 파병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뤄져, 파병 부대가 재건 임무를 맡았다”며 “이미 무력화된 후세인 정권이 한국 국익을 해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 아직 전쟁을 벌이고 있고,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이 파병해 정찰·군수 지원 등 비전투 방식으로 미군을 돕더라도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동참하는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을 차단할 가능성이다. 한국은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중동 거주 한국인들의 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다. ‘한국이 파병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있는 한국의 경제적·군사적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란 정부와 가까운 인사의 반응이 보도된 바 있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서둘러 파병 결정을 내리지 말고 중동 상황을 지켜보며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기여’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이라크 파병 때 국내 파병 반대 여론을 들어 미국을 설득해 협상력을 키웠던 경험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