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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포로'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도 정쟁화하는 국힘 '안보장사'

시사한매니져 2026. 9. 29. 01:03

 

성기홍 "우크라가 먼저 북 포로 송환 비공개 요구"
일방적 공개와 허위 공보에 강력한 유감 표명
추석 연휴 마지막날 밤 11시 이례적 입장 발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김정은 심기 살펴 함구"
민주 한병도 "숭고한 희생 욕보이는 행태 멈추라"

 

로이터, 팩트 위주 전달 "우크라 대사관 답 안해"
AFP "한국은 북한이 적대적 될까봐 '로 키' 대응"
리트빈 고문 "합의 존재하지 않는다" 논란 불러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의 망발
"DMZ 지뢰와 북 전쟁준비, 무력충돌 임박"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6.7.8 연합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에 송환돼 안전하게 도착한 사실이 공개된 뒤 야댱이 연일 펼치는 '안보 장사'가 우려를 낳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두 나라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엇갈리는 가운데 청와대가 먼저 비공개로 처리할 것을 요청한 것은 우크라이나 쪽이라고 밝히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청와대가 추석 연휴 마지막날 밤에 우크라이나를 향해 "양국 간 우호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향후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로이터 통신도 이 소식을 전했고, 미국 CNN은 로이터 기사를 그대로 실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7일 밤 11시쯤 입장문을 내고 우선 그동안의 협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으나,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이 언론에 "비밀 유지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졌다. 

 

성 수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 송환 시 다수의 자국 포로와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자)국내 비난 여론이 나올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니 한국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자'며 보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측 역시 포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전 문제와 외교 안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비공개에 합의하고 송환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요구해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성 수석은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중대한 문제지만,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양국의 우호 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합의를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성 수석은 "이 사안과 관련해 국내 일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국익에 관계된 민감한 외교 안보 사안을 정쟁화하고 있다"며 "부당한 우크라이나 측 행위를 두둔하며 국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 주장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삼가시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포로로 잡힌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인들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 성명과 함께 공유했다. CNN은 그 남성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다. 젤렌스키 X 갈무리

 

로이터는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를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힌 경위를 간략히 설명하고 이들의 송환을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 측의 상반된 입장을 소개했다. 아울러 성 수석의 입장 발표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곧바로 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NN은 로이터 기사를 전재하며 한 북한군 포로의 사진을 올렸는데 얼굴은 흐릿하게 처리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은 포로로 붙잡힌 사실이 처음 국내에 알려졌을 때 이미 공개됐다는 이유로 얼굴 사진을 그대로 공개한 것과 비교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여부에 관한 입장은 25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디어 고문 드미트로 리트빈의 소셜미디어(SNS) 댓글을 빌려 나왔다. 리트빈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북한 전쟁포로들의 이송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한국과의 합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발레리 잘루즈니의 미디어 고문 옥사나 토롭의 게시물에 대한 답변 형식을 빌어 부인에 나섰다.  

 

토롭은 젤렌스키가 뉴욕으로 가서 포로들의 한국 이송을 공개했다고 쓴 뒤 "하지만 문제는, 두 나라 간에 비밀유지계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 쇼, 과대광고, 인상적인 영상에 대한 인상적인 효과"라고 적었다. 리트빈은 댓글을 달아 "그런 합의는 없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특정 죄수들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숨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적었다.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 차기 대선 주자로, 젤렌스키와 경쟁하는 최대 정적으로 꼽힌다. 그의 언론 참모가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젤렌스키의 포로 이송 공개 사실을 “화려한 쇼, 과장된 홍보”라고 비판한 것은 이번 논란이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에 따르면, 리트빈은 대통령실 외신 채팅방에서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개방된 나라”라며 “우리 군인들이 포로로 잡은 이들을 어디론가 그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AFP 통신은 뒤늦게 청와대 입장문을 인용 보도하며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의 우려를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공개가 평양 당국이 남한을 적대적으로 대하게 하는 계기가 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건 없는 평양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전임 윤석열 정부 시절 대북 강경 노선에서 전환해 북한이 반발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로 키'(low-key) 전략으로 대북 문제에 접근해 왔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군인들을 정권 선전의 영웅적 서사에 이용해 왔으며, 한국 정부는 포로들의 남한 귀환을 확인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서울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번 갈등은 한국 내 파장을 넘어, 키이우 당국이 동맹국에 무기 보급을 요청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군사 지원을 막는 헌법 조항을 내세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한 이후 방어 무기 요청을 한국에 해 왔다. 

 

경남대학 임을출 교수는 AFP에 "이번 사건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신뢰 관계에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면서 그 신뢰가 훼손됨으로써 "치명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국 정부는 필연적으로 더 신중한 접근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28 연합

 

그런데 야당인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의 '안보 우려 장사'는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 비공개 논란을 두고 "이미 본인들의 얼굴이 공개됐고 한국행 의사까지 확인된 마당에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숨겨야 할 이유가 있다면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뿐"이라고 언급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야당이 젤렌스키를 공격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쟁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걸 그대로 받아다 이재명 정부 흠집내기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지킬 생각이 아예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북한 김정은의 비서실장인지 헷갈린다"며 "국민을 지킬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하야하든지 국민이 끌어내리든지 운명의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군 송환을 공개하느냐 마느냐가 국민을 지킬 생각이 있느냐와 없느냐의 문제로 치환되는 것은 그의 뇌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다. 

 

그는 또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에 대해 "고의적인 조사 지연, 사고 축소, 은폐 모두 대통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대통령이 북한 도발의 진상을 덮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있었고 대통령은 어떤 지시를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사고 은폐를 지시했다면 이야말로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안보 사안을 다루며 갑자기 김정은 얘기를 하다 '하야'와 '탄핵'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건너 뛰는 논리적 비약이 신기할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최근 지뢰 추정 폭발 사고에 대한 국민의힘 공세에 "(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욕보이는 행태를 당장 멈추시기를 바란다"고 28일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어떻게든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장병의 희생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쏟아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막말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라며 "장 대표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정에 가정을 더해 대통령이 고의로 조사를 지연시켰다면 외환죄에 해당한다며 탄핵까지 거론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현장은 안전 확보가 먼저 필요한 곳"이라며 "합참은 현장 조사 일정 등 작전 계획이 공개될 시 장병과 조사단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은폐 시도라고 한다"며 "장병을 위험한 곳에 투입했다고 비판하면서 조사단의 안전 확보 노력은 은폐라고 몰아붙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한 원내대표는 "합동 조사와 감정 결과까지 끝까지 확인하고 진상을 엄하게 따지겠다"며 "사고 원인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국군 장병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속한 민생 수습과 인사를 촉구하며 "국민의힘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며 "DMZ 폭발 사고와 포로 송환을 두고 단순한 정쟁을 넘어 음모론까지 양산하면서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지난달 18일 키이우 인근 국립군사추모묘지에서 예우헨 코노발레츠의 유해를 재안장하는 의식 중 경례하고 있다. 2026.8.18 AFP 연합 자료사진

 

우크라이나에서는 대신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실장이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해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도 언급하며 남북한 무력충돌이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부다노우 실장이 온라인 매체 뉴스포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다노우 실장은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참전 경험을 활용해 자국 무기를 개량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다”며 “북한이 새롭게 도입한 무기 가운데 일부는 러시아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는 이런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무인기(드론) 기술과 관련해 “이미 자폭형 공격 드론의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했다”며 “이는 한반도 지역의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이런 행보가 “한반도에서 실제 전투를 수행할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언급하며 “최근 남북한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며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통제 불가능한 (무력 충돌의) 도화선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져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는 부다노우 실장의 주장은 우크라이나가 그간 한국의 무기 지원을 정당화하며 언급했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북한이 최근 본격적으로 시험에 나선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전술이 한반도의 군사 균형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북한이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에서 사용된 전술을 채택해 재래식 무기에 드론을 결합한 벌떼 공격 훈련을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의 방공망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공격용 드론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방사포 등 4가지 무기를 한꺼번에 발사했다. 20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WSJ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동시에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긴밀한 군사 협력은 이런 노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