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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암살' 하려는 마녀사냥 막아야
시사한매니져
2026. 10. 3. 10:08
별점테러와 악플도배로 영화 망치려는 공격들
반세기 지나도 안 풀리는 육영수 피격 의혹들
조선일보가 영화 흠집내기에 최선 다하는 이유
고문과 조작 전문가 김기춘 수사 결과 안 믿겨
음모론이라는 국민의힘 비난에 돌려 줄 질문들
'내란의 밤'과 겹치는 저항 장면과 언론의 책무
과거의 어둠 넘어 오늘의 진실 촉구하는 영화
이번 추석 연휴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에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했다. 감독은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진영의 비난과 공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 영화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정치적으로 '암살'하려는 마녀사냥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수만 명이 조직적인 별점 테러를 가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지독한 악플들이 끝없이 달리고, 그 배우가 출연한 광고와 제품까지 찾아내 공격하고, 법적 조치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들을 괴롭히고, 집요한 공격으로 영화를 좋게 평가한 평론가들이 영상과 글을 내리게 만드는 야만적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 당시 사건 현장의 경호를 담당했던 경찰관(철구)과 동성일보 사회부장(재환)이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사건 설명을 의심하며 진실을 쫓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정희 독재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나 폭압적 언론 탄압들을 보여주고, 이것을 1974년 하반기에 있었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영화를 비판하는 국민의힘과 우파 정치인, 보수 언론들은 이 영화가 '질 낮은 음모론', '역사를 왜곡한 정치적 프로파간다', '역사에 대한 반역',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영화'라면서 맹비방을 가한다. 피격 사건은 당시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문세광의 자백을 통해서 '북한과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암살'로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이 영화가 '중앙정보부가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관한 의혹을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보기관이 자기 정부 대통령의 부인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 일부 지식인이나 역사학자마저 그런 점을 들어서 이 영화를 '386세대의 뒤틀린 정서에 기반한 공상이며 판타지'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당시 수사 결과는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상식적인 의문들을 전혀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과 의혹만 커져 왔다. 굵직한 의혹들만 봐도 매우 심각하다. 문세광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도 검문과 경호를 뚫고서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당시 행사장에서 대통령 경호실은 왜 경호원들을 행사장에서 나오게 한 것인가?
비표가 없어서 행사장에서 나오게 된 문세광을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은 자기 허벅지를 쏘는 오발 사고를 내고도 어떻게 암살 시도를 계속할 수 있었는가? 당시 문세광은 4발을 쐈다는데 7발의 총성이 울린 이유는 무엇인가? 박정희는 부인과 여고생까지 총에 맞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나머지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나?
육영수 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총알은 왜 수사기관으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피격 사건이 발생한 것과 거의 동시에 문세광이 묵고 있던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이 입을 열기 전이라는 시점에 조선일보는 어떻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는가? 일본 정부는 왜 문세광과 조총련에 대한 조사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나?
당시 수사에 함께했던 서울시 경찰국 감식계장 이건우 씨가 1989년에 "육영수는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내부 고발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세광이 몇 달 만에 초고속으로 재판받고 사형당해 더 이상 증언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 모든 의혹은 명백한 물증이나 증인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은 풀리기가 어렵다.

이번 영화 <암살자(들)>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서 거듭해서 분명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런 의혹들을 제기해 왔다. 이런 공중파와 공영 방송들이 충분한 취재나 조사를 하지 않고, 근거도 없이 이런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가장 앞장서서 영화 <암살자(들)>를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결정적인 반박 근거처럼 내세우는 것은 '2002년에 박근혜가 방북했을 때 이미 김정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당시의 여러 언론 보도뿐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던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 조선일보가 이토록 사활을 걸고 <암살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이유는 알만하다. 1974년에 조선일보는 문세광이 입을 열고 자백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루 전에 자세한 보도를 했다. 타임머신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보도였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조선일보의 독재 유착, 가짜 뉴스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무엇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주체가 도무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1974년 당시에 이 사건 수사와 결과 발표를 주도한 것은 당시 중앙정보부 법률보좌관이던 김기춘이다. 김기춘은 회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세광에게 '스파이 소설 <자칼의 날>을 봤냐'고 묻자 문세광이 곧바로 모든 것을 다 술술 불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문세광에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소설 《자칼의 날》을 읽었지요?' 문세광은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 '네, 읽었습니다. 선생님도 읽었는가요?' '나도 읽었소. 그런데 당신이 바로 자칼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자칼입니다.'...이렇게 해서 문세광은 말문을 열었다....문세광은 그림을 잘 그렸다... 자술서와 함께 그림으로 그렸다."

'입을 꾹 닫고 있던 암살범이 자기와 같은 스파이 소설을 읽은 사람을 만나자 너무 반가워하면서 순순히 모든 걸 밝히며 하루 만에 그림까지 그려서 알려준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밌고 웃기는 점이 있다. 그래도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검찰총장, 국회의원, 법무장관까지 한 김기춘의 말을 믿어야하지 않냐고?
김기춘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토대가 된 유신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장본인이고,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1970년대의 각종 납북 귀환어부 간첩 사건들을 고문으로 조작해낸 사람이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당시에도 법무장관으로서 고문과 조작 수사의 책임자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면서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만들어낸 책임자이다. 평생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고문과 조작 사건들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의 말을 믿으라고 하면서, 그것을 의심하는 영화를 '공상이고 판타지'라고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가짜 뉴스를 앞세우고, 김기춘을 믿으라며 영화 <암살자(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깔아뭉개는데 열심인 오늘날의 조선일보 같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보자면, 영화 속에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같은 기자들이 판타지나 공상 속의 인물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문제제기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오늘날에도 의미가 크다. 반면 이것이 '음모론에 기반한 반인륜적 영화'라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비난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찬양하며 관람을 권유하던 <건국전쟁>이야말로 민간인 수십만을 희생시킨 독재자를 찬양하는 반인륜적 내용 아니었는가?

윤석열과 황교안 같은 정치인들이 칭찬하면서 관람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야말로 음모론에 기반한 영화 아니었는가? 지금 보수 우파 진영에서 제기하는 '허진호 감독이 중국 자본으로 북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비난이야말로 음모론 아닌가? 국민의힘은 왜 '중앙정보부가 대통령 부인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지 스스로 자신들의 뿌리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정치적 뿌리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정희 정권 때 대통령이 젊은 여성과 여성 연예인들을 데리고 유흥을 즐기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을 암살한 것이 바로 중앙정보부 부장이었다. 그것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정치적 공작을 벌이던 어둡고 기막힌 시절이었다. 박노자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 8.15 저격 사건의 영향은 대체로 분명합니다. 북이 득을 본 게 없지만, 유신정권으로서는 득을 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박정희가 좋아했던 말대로 '총화단결'이 막 이루어진 것이죠... 1973년 동경에서의 김대중 납치 사건에 대한 불리한 여론을, 이 새로운 사건으로 어느 정도 덮어버릴 수 있었고요. 그리고 주요 적대 세력으로 간주됐던 조선총련에 대한 '조치'를 일본 정부에 큰 소리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경찰관 철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하던 '애국자'였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시대의 어두운 진실을 깨달으며, 이제 '애국가' 방송을 들어도 씁쓸하게 그냥 걸어가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걸어가는 철구와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다같이 서 있는 정보기관원들의 대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됐다.
지금, '빨갱이가 만든 저질 음모론 영화'라면서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선동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걱정과 공포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는 일만은 절대 막고 싶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권력이 하는 말'과 '내가 알게된 현실'이 다를 때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려면 그 모순을 파헤치고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재환은 그 일을 한다. 따라서, 이것은 육영수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무엇보다 언론과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영화다. 영화 속에는 '권력이 숨기려는 진실을 찾아달라'는 언론과 기자를 향한 감독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박정희 군부독재도 아닌 오늘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보수적 주류 언론들은 거꾸로 스스로 권력 카르텔의 일부와 그 하수인이 되어서 진실을 숨기는데 공모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윤석열 검찰-언론 카르텔 정권이었고, 만약 윤석열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암살자(들)>에서 보이는 끔찍한 장면들은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됐을 것이다.
'육영수를 죽인 것은 북한과 조총련이다'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다른 주장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던 그런 과거로 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경찰과 폭력배들에 맞서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처절히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에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과 너무나 비슷하다.
결국,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덕분에 한국 사회가 볼 수 있게 된 최고의 정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세력의 마녀사냥은 '빛의 혁명'이 낳은 성과와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한 반혁명적 공격의 중요한 일부라는 뜻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어두운 시절에 대한 가슴아픈 기억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펼치며 우리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봄날은 간다> 같은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 내던 그 솜씨는 역사의 진실을 찾는 이 영화에서 더욱 정교하고 묵직해졌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 버금가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의 명대사가 계속 귓가를 울린다. “애국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