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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하고... "생각보다 간단”…126년 전 ‘일본 외교관 편지’ 발견
시사한매니져
2021. 11. 17. 06:35
공사관 영사보 호리구치 126년 전 서신 8통
일본계 미국인이 나고야 골동품 시장서 입수
“우리가 왕비 죽였다…진입은 내 담당 임무”
일본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외교관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자신이 가담했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126년 전 편지가 발견됐다. 명성황후의 죽음에 일본의 현직 외교관이 직접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다.
조선 공사관 영사보였던 호리구치 구마이치(1865~1945)는 명성황후 시해 다음 날인 1895년 10월9일에 니가타현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가 왕비를 죽였다”며 명성황후 시해 사건 경위를 상세히 적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호리구치는 이 편지에서 “진입은 내가 담당하는 임무였다. 담을 넘어 (중략) 간신히 건물 안쪽에 들어가 왕비를 시해했다”고 적었다. 그는 “생각보다 간단해 오히려 매우 놀랐다”고 감상까지 적었다. 그는 일본 외교관, 경찰, 민간인 등으로 구성된 명성황후 시해 실행 그룹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호리구치의 편지는 1894년 11월17일부터 을미사변 직후인 1895년 10월18일자까지 8통으로, 일본 나고야시에 사는 일본계 미국인 스티브 하세가와가 골동품 시장에서 입수한 것이다. 붓으로 흘려 쓴 편지 내용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책 <조선 왕비 살해와 일본인>을 쓴 재일동포 학자 김문자씨가 해독했다. 김씨는 “사건의 세부와 가족에 대한 기술 등으로 보더라도 본인의 친필이 틀림없다”며 “현역 외교관이 임지에서 왕비 살해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히는 글에 새삼 생생한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복궁의 모습 중 일부.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서 명성황후가 일본군과 외교관, 경찰 등으로 구성된 일본인들에게 시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