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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격에 절단장애... 팔레스타인 첫 축구 대표팀 출범
시사한매니져
2021. 12. 7. 02:26
선수 20명, 감독 등도 절단장애인
내년 3월 ‘터키 월드컵’ 출전 목표
선수들 “국가에, 나에게 큰 성취”
3일 출범한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협회 페이스북 갈무리
하산 아부 카림(36)은 2006년 팔레스타인 한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다쳤고, 곧 절단했다. 그에게 지난 3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축구를 해온 그가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카림은 “팔레스타인을 대표한다는 것은 국가에, 그리고 저 자신에게 큰 성취”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최초로 출범한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자지라>가 지난 3일 상세히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로부터 수십년 동안 공격을 받아 팔다리가 잘린 절단장애인이 많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추산으로 가자지구에만 1600여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절단장애인 축구가 비교적 활성화됐지만, 국가대표팀 출범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마침내 대표팀을 꾸릴 수 있게 됐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모인 선수는 모두 20명이다. 군사 공격이나 사고로 사지 가운데 하나를 잃은 이들로 대부분 이스라엘의 공격이 원인이 됐다.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들은 한쪽 다리가 없다. 이들은 양손에 쥔 지팡이로 달리고, 성한 다리로 공을 찬다. 골키퍼는 두 다리는 있지만 한쪽 팔이 없다. 공을 차기도 쉽지 않지만, 막기도 매우 어렵다.
이제 갓 스물세살이 된 아흐마드 알코다리는 2019년 3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가자지구 귀환대행진’ 1주년 시위에 참여했다가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은 것이다. 당시 시위 참여자 중 200여명이 사망했고, 수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중에 알코다리처럼 손이나 발이 절단된 이들은 156명에 이른다. 알코다리는 “가자지구는 15년 가까이 이스라엘의 봉쇄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며 “국가대표가 된 것은 내 삶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배하고 있는 길이 50㎞, 너비 5~8㎞의 가자지구엔 무려 190만명이 바글바글 몰려 산다. 인구 45%가 만 14살 미만이어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다.
3일 출범한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협회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