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윤핵관’과 김종인…국민의힘과 윤석열, 바뀌는 건 없다
시사한매니져
2021. 12. 9. 05:40
5년 전 보수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박근혜의 카리스마에 눌린 측근들이 벌벌 떨며 호가호위하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 아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지도자가 실은 제대로 국정을 이해하거나 이끌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실패의 핵심 요인이다. 문제는 측근이 아니라 지도자 자신이다.
박찬수 | 대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 갈등은 ‘윤핵관’으로 시작해 ‘김종인’으로 끝났다.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대표가 당무를 중단할 정도로 두 사람의 대립 이유가 얼마나 중대한 것이었는지, 갈등의 원인은 사라진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은 없다. 지난 주말 윤석열과 이준석의 극적인 울산 회동 직후에 나온 발표는 “김종인씨가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뜬금없는 싸움과 화해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도 이번 파동이 드러낸 국민의힘의 실상은 의미심장하다. ‘윤핵관’과 ‘김종인’이라는 두 핵심 키워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5년 동안 국민의힘은 변한 게 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인 ‘윤핵관’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건, 당무를 중단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버린 이준석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면서부터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윤핵관을 모른다고 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달간 ‘윤핵관’이 쑥대밭으로 만드는 동안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고 내용 파악도 못했다면, 후보의 눈과 귀를 막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누군가가 혼돈을 부추기는 상황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새누리당을 혼란스럽게 했던 이른바 ‘친박 핵심 인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오직 측근을 자처하는 이들이 ‘박심’을 말하니까, 친박·진박·종박이란 말이 등장하고 나중엔 ‘진박 감별사’라는 기상천외한 단어까지 언론에 오르내렸던 게 아닌가.
정치 지도자가 자기의 입으로 분명하게 국가 또는 당의 운영이나 선거운동 방향을 말하고 주변을 설득하지 못할 때, ‘윤핵관’이니 ‘진박’이니 하는 모호한 어휘가 정치권을 휘돌아다니게 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를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린 사람들’ 탓으로 돌렸지만, 누구도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다는 걸 이 대표 스스로가 더 잘 알 터이다. 5년 전 보수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박근혜의 카리스마에 눌린 측근들이 벌벌 떨며 호가호위하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 아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지도자가 실은 제대로 국정을 이해하거나 이끌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실패의 핵심 요인인 것이다. 문제는 측근이 아니라 지도자 자신이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윤석열 후보 주변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뭐가 다른 것일까 궁금해진다. 예리한 칼을 휘두르는 검찰 내부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한 게, 국민 삶을 책임지고 숱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회 현안을 풀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과연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일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저녁 울산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