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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시대착오" 거센 역풍에 윤석열 “육수 내려고…”
시사한매니져
2022. 1. 11. 02:54
이준석 “윤, 멸치·콩 가볍게 다룬 것뿐…챌린지는 과해”
구시대적 색깔론 공세에 당 안에서도 “동의 못 해” 비판
조림용 사놓고 “멸치육수 애용” 해명도 설득력 떨어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을 촉발한 이후, 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멸공 인증 릴레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10일 색깔론적 공세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며 정 부회장과 같은 결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 있게 다뤘는데, 윤 후보의 모든 행보를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인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장보기 인증샷이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는 데 대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우리 후보가 진짜 멸공주의자면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라며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도 멸공 행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이날 오전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연상케 하는 달걀과 파, 멸공을 떠올리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장면이 공개된 데 대해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의도로 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좀 뭐하다”면서도 “저도 사실 썩 동의하기는…(어렵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선대위에서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전 경남대 교수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경원) 전 대표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같은 경우가 사실 연달아서 (멸공 인증 게시물을 에스엔에스에) 다는 것은 너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고 젊은이들의 반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멸공’이라는 70년대 냉전의 용어를 환기시키는 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라면서 “이쯤에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멸공 인증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윤 후보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날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장보기 사진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산 멸치는 육수용이 아니라 ‘조림용’이어서 누리꾼들은 ‘윤 후보의 해명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념적 메시지 아니었냐’는 지적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기반을 둔)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정용진 신세계 주가 급락에도…“멸공은 나에게 현실”
‘공산당 싫다’부터 ‘멸공’까지… 논란 자처
유통업계 “새로운 유형의 오너리스크”비판
정 부회장 주변에 “멸공 발언 그만하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중순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산당 태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 논란이 기업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두달 전부터 이어진 정 부회장의 정치적 발언으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일대비 6.8% 하락했고, 신세계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의 발언 논란은 지난해 11월 중순 빨간색 카드지갑을 들고 찍은 사진에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사진 촬영 당시 “빨간색이 공산당을 연상시킨다”는 주위 농담에 아무 뜻 없이 관련 설명을 달았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사드 사태로 투자 피해를 입힌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감과 현 정부의 친중 분위기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 부회장은 이후에도 공산당 발언을 고집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자사 야구단 에스에스지(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에도 ‘난 콩 상당히 싫습니다. 노빠구’라는 태그를 달았고, 이후 게시글에도 ‘총정리 난 공산주의가 싫다’라는 태그를 잇따라 달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정 부회장이 9일 새벽 인스타그램에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이라며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까지 등판해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으로 정 부회장의 게시글에 호응하며 정치권까지 멸공 논란이 번졌다. 정 부회장의 이날 게시글은 ‘좋아요’ 7만개를 받았고, “정치권 눈치 안 보는 기업인의 모습이 멋집니다”, “멸공을 응원합니다”는 호응 댓글 수백개가 달리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하지만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비판도 쇄도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포스터가 커뮤니티 누리집에 공유되면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스타벅스에 가지 말자는 글까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상에서 거론된 불매운동 제안이 실제 행동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신세계그룹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1만7000원(6.8%) 하락한 23만3000원에 마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34% 내린 1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만 신세계는 167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3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신세계 주주들은 네이버 주식 게시판 등에 주가 하락 상황을 “정치적 발언으로 발생한 사주 리스크”라고 해석하며 “대기업 사주로서 기업 경영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정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홍콩의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도 보도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선 “새로운 유형의 오너리스크”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유통사의 한 간부는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적극 소통하는 이미지로 얻은 긍정적 효과보다 발언을 잘못해 그룹 전체에 준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며 “온라인 사업에 적극 투자 중인 신세계의 상황상 소셜미디어에서 대표 발언은 기업 전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사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하다 보면 자신의 글에 대한 호응이 사회 전체의 반응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처음엔 정 부회장의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는데 논란이 커지는데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5만명이다.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정 부회장의 발언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무 의도없이 올린 공산당 글이 온라인상에서 과대해석되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면서도 “정 부회장도 논란을 감안해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멸공 발언 논란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에게 현실”이라는 재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얘기한 것”이라며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니 정치 운운 마시라”고 말했다. 멸공 발언이 정치권으로 번지며 정 부회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옥기원 기자
“달파멸콩” 윤석열 이어 나경원·김진태도 때아닌 ‘멸공 챌린지’ 왜
‘여수 멸치’ 인증 사진 올리고 “달파멸콩”
‘멸공’ ‘문파’ 정치적 해석…최재형·김진태 등도 가세
“중국 관련 기업 입장 생각해 봤나” 비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에스엔에스(SNS) 상에서 시작된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이 난데없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신세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멸공’을 상징하는 식품을 구입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멸치와 콩 구매 인증샷 올리기에 가세했다. 여권에선 색깔론을 부추기는 듯한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8일 낮,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찾은 대형마트는 이마트였고, 공개한 사진에는 윤 후보가 여수멸치와 약콩 등을 고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윤 후보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장보는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달걀 #파 #멸치 #콩’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최근 ‘멸공’ 논란에 휩싸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이아이(AI) 윤석열’은 해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공약위키’ 누리집에 공개된 ‘에이아이 윤석열’은 이날 ‘이마트에서 장을 잘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 위키윤(AI 윤석열)은 쓱○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을 연상시키는 ‘달파’라는 용어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언급했던 ‘멸공’ 주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이날 장보기가 의도적인 행보였다는 해석에 쐐기를 박았다.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 후보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도 8일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오늘 저녁 멸치, 약콩, 자유시간 그리고 야식거리 국물 떡볶이까지 (샀다)”며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 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이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당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아예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연주 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 보는 영상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주말엔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9일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최 전 감사원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후보와 나 전 의원이 모두 ‘여수’ 지역 멸치를 들고 있는 것 또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 등의 이런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멸공’ 퍼포먼스에 왜 하필 ‘여수멸치’냐. 70여년 전 여수에서 ‘멸공’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학살이 이뤄졌는지 아느냐. 우리 집안에도 피해자가 있었다”라고 적힌 글을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멸치콩’을 들었기에 나는 왼손에 파를 들었다. 좌파”라는 글과 함께 왼손에 파를 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부회장을 향해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의 그런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사 갈무리 화면을 올린 뒤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앞서 인스타그램이 ‘멸공’ 태그가 붙은 자신의 게시물을 ‘폭력·선동’이라며 삭제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이후 ‘시스템 오류’였다며 삭제된 게시물을 하루 만에 복구했다. 김미나 기자
관종의 횃불
최근 ‘멸공 논란’을 빚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