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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커지는 ‘김건희 리스크’…‘7시간 통화’ 일부 방송 허용
시사한매니져
2022. 1. 15. 05:02
법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만 인용
수사 관련 내용·일상 대화 빼고 방송 가능
법원 “채권자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문화방송>(MBC)이 16일 방송을 예고한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이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방송 가능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를 받는 사안에 대한 발언 △언론사 등에 불만을 표시한 발언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대화 등 세가지 사항을 방송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김씨는 현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향후 채권자(김씨)가 위 사건에 관하여 수사 내지 조사를 받을 경우 형사절차상 보장받을 수 있는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채권자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 내지 발언 등을 한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대하여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국민들 내지 유권자들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 등에 필요한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상생활 발언에 대해서는 “채권자의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이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방송 금지 내용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방송이 금지된 부분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가지 사항을 제외하고 방송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채권자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채권자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 내지 정치적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날 열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국민의힘은 “기자와의 통화라고 모두 취재는 아니며 이번 파일은 사적인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문화방송 쪽은 “대선 후보자 배우자의 개인 인격이 아니라 정치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국민이 알아야 할 대상”이라고 맞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측이 자신과의 총 7시간 분량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있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홍종기 변호사 등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화방송> 프로그램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는 오는 16일 김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촬영기자의 약 7시간40분가량의 통화 내용을 보도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문화방송은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법원 결정문을 검토한 뒤 그 취지에 따라 예정대로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병찬 이주빈 김영희 기자
국민의힘 “대단히 유감”…내부선 ‘통화 공개’ 파급력에 전전긍긍
“방송내용 따라 강력 대처” 또 법적조치 엄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4일 법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일부 방송을 허용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통화녹음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방송의 ‘파괴력’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 녹취 파일을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선거 개입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불법 녹취 파일을 일부라도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방송>의) 방송 내용에 따라 법적 조처를 포함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선대위 쇄신 뒤 윤 후보 지지율이 겨우 정상 궤도로 오른 시점에 김씨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달 김씨가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 쪽에선 ‘배우자 리스크’를 털어냈다고 자신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김씨가 53차례에 걸쳐 7시간 가량 통화한 녹음파일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날 법원의 ‘일부 허용’ 결정이 내려지자, 국민의힘의 긴장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굉장히 괴롭다. 내용을 보고 향후 대응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에 털고 가자는 목소리도 있다. 어차피 우리 지지층은 김건희씨 대한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주춤할 뿐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방송사를 직접 찾아가는 등 총력 방어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공작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생태탕 시즌2’가 연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사옥을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원들과 1시간여 실랑이를 벌였고,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 3명이 박성제 사장과 20여분간 면담하고 나서야 돌아갔다.
당 내에선 지도부와 선대위 쪽의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녹음파일 논란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화방송>과 통화 내용을 녹음한 ㄱ씨,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열린공감 티브이(TV)’에 각각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오히려 이 파일에 담긴 ‘내용’에 더 관심을 쏠리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헌법과 방송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편성권 독립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날 국민의힘 항의 방문에 대해 “아직 방송도 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가, 그것도 방송과 언론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과방위와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총 동원령을 내려가면서까지 공영방송을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며 “명백한 방송 독립 침해이자 헌법과 방송법을 위배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그냥 해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 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하여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놓고 이를 막으려고 해본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지금 언로를 막을 수 있다고 보시느냐”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법원 결정에 앞서 ‘7시간 통화’ 보도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지금 제가 언급할 이야기는 없는 걸로 생각된다”고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대해 “국민 상식에 부합한 결정”이라고 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은 김씨의 수사기관에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발언을 방송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법원의 결정으로 방송을 막기 위해 오늘 문화방송에 몰려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김미나 김영희 심우삼 기자
‘김건희 7시간 통화’ MBC 항의방문 국민의힘, 시민들과 몸싸움까지
13일엔 YTN, 14일엔 MBC 방송 노조들 “언론 자유·편성권 독립 무시”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문화방송 조합원들이 ‘항의방문’ 온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