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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 ICBM 카드’ 4년 만에 다시 꺼낸 북
시사한매니져
2022. 1. 21. 04:12
“대미 신뢰구축 조처 전면 재고, 중지했던 활동 재가동 검토”
바이든 1년 된 날 경고수위 높여…정부는 “대화·외교만이 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겠다”며 2018년 4월 중단 선언을 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1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1면을 모두 펼쳐 보도했다. 북-미 관계의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꼽히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 철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 신문은 정치국 회의에서 “싱가포르 조미 수뇌(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남·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8년 4월20일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시험, 아이시비엠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중단)’을 약속했다. <노동신문>은 이 약속을 더는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노동신문>은 정치국 회의에서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 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고 전하며 “수백차례 합동군사연습”과 “핵전략무기 조선반도 주변 지역 배치” “20여차례의 단독 제재 조치” 등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명백히 실증”하는 사례라고 열거했다. 북한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16일을 계기로 삼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한반도 정세 안정과 대북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한편,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에도 대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혁철 이제훈 기자
북, ICBM·핵실험 재개 시사…마땅한 카드 없는 청와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물거품 되나
문 대통령도 ‘반전 카드’ 없어 난감
북한이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을 보면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모습이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청와대는 일단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성과로 내세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물거품이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결과에 공표하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구체적 언급 없이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추가 상황 전개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새해들어 계속되는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때 밝힌 반응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맞춰 <노동신문>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중단 가능성을 공표한 것을 두고,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관련 전문가는 “정부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계속 상황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올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도발’ 등 적대적 표현 대신 “강한 유감” 등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남북미 관계가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만, 한반도 상황이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없이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나름의 성과로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상황 관리 외에는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다. 이집트를 순방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집트 공영신문 <알 아흐람>과 서면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제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치국 회의 결과가 공표되기 전 이뤄진 인터뷰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를 볼때 종전선언 등 문 대통령이 임기말까지 역점을 둔 평화정착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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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