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 과학
프랑스 “안정적 발전원”이라더니…원전 탓에 더 불안한 겨울
시사한매니져
2022. 2. 2. 01:09
원전 5기 설비결함 발견으로 멈춰 세워
전기값 폭등시킨 가스발전비중 낮지만
주변국들보다 되레 더 전력 수급 불안
부족 전력 ‘탈원전’ 독일서 수입해 충당
지난해 12월 가동이 정지된 프랑스 아르덴 지역의 슈즈 원전.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누벨-아키텐 지역 시보 원전의 비상 냉각시스템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같은 설계로 지어진 슈즈 원전도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처로 가동을 정시시켰다.
유럽이 지난해 가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 전력수급 불안으로 전기값이 크게 올라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 가운데 전기 때문에 특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원전 대국’ 프랑스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전력시장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 등의 지난해 4분기 전기 도매가격은 2016~2020년 같은 분기 평균 가격보다 3배에서 4배 이상 올랐다. IEA는 같은 보고서에서 전기 도매가격을 급등시킨 요인으로 전력 수요 증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IEA 자료를 보면, 유럽의 발전원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21%로, 원자력(22.6%) 다음으로 높다. 이런 전원 구조에서 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전력 수급 불안과 전기값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는 주변 다른 나라들보다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영향을 덜 받는 나라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2020년 기준 66.5%나 되다 보니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독일(17.1%)·스페인(26.5%)·영국(36.5%)의 18~39%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 주변의 다른 나라보다 더 전기 걱정을 하게 만든 주범은 바로 원전이다. 겨울에 접어들어 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전 5기가 안전 문제로 잇따라 발전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56기에 이르는 프랑스 원전 가운데 5기는 계획된 예방정비 일정에 따라 멈춰 서 있다. 이런 상태에서 추가로 5기가 예기치 않게 전력망에서 빠져나간 것은 전력 수급에 큰 불안 요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중부 누벨-아키텐 지역에 있는 시보 원전에서 일상 안전점검 중 원자로 2기의 비상 냉각시스템 용접부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비상 냉각시스템은 원자로의 주 냉각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원자로 노심을 냉각시켜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는 핵심 설비다. 이에 따라 프랑스전력공사(EDF)는 두 원자로의 가동을 무기한 연기하고, 동일 기종인 아르덴 지역의 쇼즈 원전 2기까지 안전을 위해 정지시켜야 했다.
설비 결함으로 가동하지 못하게 된 이들 원전 4기의 설비용량은 약 6기가와트(GW)로 이번 겨울 가용한 프랑스 원전설비 용량의 약 13%를 차지한다. 이번 겨울 안에 이들 원전이 전기를 다시 생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DF는 정지된 이들 원전의 재가동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외신에는 올가을이나 늦게는 연말까지도 가동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DF가 이달 중순 올해 원전 발전량 전망을 기존의 330~360테라와트시(TWh)에서 300~330TWh로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
1월21~27일 일주일 동안의 프랑스와 독일·벨기에 사이 전력 수출입 현황. 가운데 흰 선을 중심으로 상단이 프랑스가 수입한 전력, 하단이 수출한 전력을 나타낸다. 1월25일 오후 잠시 프랑스가 독일·벨기에 쪽으로 전력을 수출했을 뿐 일주일 내내 두 나라로부터 전력을 수입한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송전공사(RTE)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