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칼럼 3제] 윤석열의 무지와 철학빈곤, 검찰 만능주의 위험하다
시사한매니져
2022. 2. 16. 05:49
[김누리 칼럼] 20대 대선과 대한민국의 미래
미래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낡은 노동관, 구태의연한 사상검열, 호전적 냉전의식이 난무한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성숙한 시민의 조직된 힘’이 이 나라가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결국 막아낼 것이다.
20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전이 막을 올렸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20대 대선의 공식 선거전이 막을 올렸다. ‘최악 중에 최악’을 뽑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혹평 속에 어떤 열기도, 희망도, 감동도 없는 이상한 선거가 진행 중이다. 모두 후보들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투덜대지만, 진짜 문제는 후보들에게 미래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시대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20대 대선은 세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새 100년의 첫번째 대선이다. 1919년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후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이 나라는 근대국가가 체험할 수 있는 역사적 비극을 모조리 겪었다. 식민의 역사, 분단의 역사, 냉전의 역사, 내전의 역사, 군사독재의 역사를 모두 경험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시련 속에서 우리는 찬란한 민주혁명과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100년 영욕의 역사를 돌아볼 때, 대한민국 새 100년을 열어갈 대통령의 자리는 결코 그 무게가 가벼울 수 없다. 이번 대선은 비극의 한 세기를 넘어 새로운 희망의 시대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둘째, 이번 대선은 ‘선진국 대한민국’이 치르는 첫 대선이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여, ‘30-50클럽’ 가입 등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선진국다운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다음 대통령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성장 사회’에서 ‘성숙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이런 ‘사회적 전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셋째, 이번 선거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치르는 첫 대선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가치의 전도’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사유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특히 물질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문명사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번 대선은 바로 이러한 ‘생태적 전환’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요컨대, 20대 대선은 ‘대한민국 새 100년’의 역사적 전환, ‘선진국 대한민국’의 사회적 전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생태적 전환이라는 ‘3중의 전환 시대’에 치르는 첫 선거이다. 이런 전환 시대의 의미를 통찰하고, 거대한 전환을 감당할 비전과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실망스럽다. 첫째, 논쟁의 지점이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다. 미래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낡은 노동관, 구태의연한 사상검열, 호전적 냉전의식이 난무한다.
둘째, 논쟁의 지형이 극도로 보수적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샌더스와 워런은 대학 무상등록금, 대학생 부채탕감, 무상보육, 부유세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금 한국에선 미국 민주당이 내놓은 수준의 공약을 내건 후보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정치지형이 극단적으로 우경화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셋째, 논쟁의 관점이 지극히 미시적이다. 국가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구상해야 할 대통령 후보들이 ‘소확행’ 운운하며 현실 안주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가장 당선이 유력시된다는 윤석열 후보의 퇴행성이다. 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3대 전환’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이다. ‘새 100년의 대한민국’은 진취적 역사의식을 가진 대통령을 요구하지만, 그의 역사의식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멸공’ 퍼포먼스에서 드러난 냉전의식, ‘선제공격론’에서 나타난 호전적 대결의식은 한반도에 새로운 전쟁위기를 자초할 위험이 다분하다. 또한 ‘선진국 대한민국’은 성숙하고 이성적인 지도자를 요청하지만, 윤 후보가 보이는 권위주의적 성격, 낮은 인권 감수성, 샤머니즘적 성향은 선진국 지도자의 수준에 부합하지 못한다. 나아가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은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지도자를 요구하지만, 윤 후보는 생태의식은커녕 생태적 기본 지식도 결여하고 있다.
‘윤석열 현상’을 만들어낸 책임은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있다. 윤석열은 민주당에 대한 분노의 앙상블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통절하게 반성하고, 진솔하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촛불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선거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성숙한 시민의 조직된 힘’이 이 나라가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결국 막아낼 것이다.
[칼럼] 마음은 흐리고 몸은 뻣뻣한 후보가 집권하면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렬한 증오의 표현이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오직 수사니까, 그 수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비리 수사하듯이 국정 운영을 해도 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리 한가한가. 모든 사람이 현 정부의 적폐 수사가 지나쳤다 비판해도, 그 칼을 휘두른 윤 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박찬수 | 대기자
“문재인 정부 스스로 문제될 게 없다면 불쾌할 게 없지 않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현 정부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이렇게 대꾸했다. 다음날엔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후보가 ‘사정 수사는 하겠지만 정치보복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술은 마셔도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말처럼 교묘한 언사로 들린다. 역대 어느 대통령후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보복’을 시사한 사례는 없다. 윤 후보의 발언은 검사 마인드로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의 단면을 드러낸다.
‘죄 없으면 두려워할 게 뭐 있나.’ 밀폐된 조사실에서 검사가 쉽게 던지는 이 말은, 바꿔 말하면 “탈탈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어디 있겠나‘라는 일종의 겁박이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검사이던 금태섭씨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검찰은 발칵 뒤집혀 금 검사를 인사조처했고, 연재는 첫회만 실린 채 중단됐다. 이 글의 첫 단락은 이렇게 시작한다. “수사기관에 입건되어 피의자가 된 때의 곤혹스러움은 경험자가 아니면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심지어 오랫동안 판사, 검사, 변호사로 활동하던 법률가나 수사가 직업인 경찰관도 피의자가 되면 불안에 떤다.” 피의자의 이런 불안감을 최대한 이용해 실수를 이끌어내고 유죄로 몰아가는 게 검찰의 수사 기법임을 이 글은 말한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할 법한 말을 지금 유력 대통령후보의 입에서 듣는 건 소름 끼치는 일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부 이메일 논란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선거에서 이기면 정적을 구속시키겠다고 말하는 후보가 있다. 이에 비하면 모든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시카고트리뷴>의 에릭 존은 칼럼에서 “아직 바닥이 아닌 건가?”라고 아연해했다. 트럼프 집권 시기에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분열되고 전세계에 갈등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는지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퓨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 공동 1위가 바로 한국과 미국이다. 윤 후보의 발언이 현실화하는 순간 한국은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설 게 분명하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역대 정부에서 이전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가 없었던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이 공개적이고 전면적으로 이전 정권 수사를 벌인 적은 두 번 있다. 한번은 문재인 정부 때고, 다른 한번은 ‘중단 없는 개혁과 사정’을 천명한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직후에 집권했다. 김영삼 정부는 수십년간의 군부 통치 이후에 등장한 첫 민간 정부였다. 둘 다 ‘적폐 수사’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외엔 어느 대통령후보도 상대 후보 또는 정치세력을 겨냥한 사정 수사를 다짐하진 않았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김대중 후보는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고, 2012년 박근혜 후보조차 ‘100%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해도 이전 정권 수사는 되풀이됐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진 게 한국 정치의 아픈 현실이다. ‘집권하면 전 정권 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세번이나 강조한 윤 후보 말을 그냥 흘려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렬한 증오의 표현이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오직 수사니까, 그 수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비리 수사하듯이 국정 운영을 해도 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리 한가한가. 모든 사람이 현 정부의 적폐 수사가 지나쳤다 비판해도, 그 칼을 휘두른 윤 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백인정권에 27년간 투옥됐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뒤 “증오는 마음을 흐리게 한다. 지도자는 누군가를 미워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마음은 흐리고, 몸은 열차 객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정도로 뻣뻣한 것처럼 보인다.
[칼럼] 구둣발과 검찰공화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기차 안에서 맞은편 의자에 구두를 신고 두 발을 올려놓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