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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 휴전 합의안 의견 접근”…나토 포기하고 EU 가입 추진
시사한매니져
2022. 3. 29. 23:24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두나라 협상 대표, 합의안 초안 마련
우크라, ‘러시아·서방의 안전보장’ 제시
‘탈나치화’ 등 러시아쪽 요구는 빠져
영토 문제는 정상간 담판 통해 해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대표들이 휴전 합의안 초안에 의견 접근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28일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의 시민들이 지하철역 안에 대피해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터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5차 협상을 앞두고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은 포기한다’는 내용의 휴전 합의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4차 협상 직후인 16일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는 이 매체의 보도에 대해 러시아가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최종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신문은 두 나라 간의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4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동안 요구해온 ‘안전 보장’과 ‘유럽연합 가입’을 맞바꾸는 내용의 적대 행위 중단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침공의 목표로 내세워온 중립화·비무장화·비나치화 가운데 중립화를 중심으로 타협이 이뤄진 모양새다.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요구해왔던 비나치화, 비무장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에 대한 법적 보호 등 세가지는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자국 내에 외국군 주둔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협상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신 ‘나토 회원국이 공격을 당하면 다른 회원국들이 지원에 나선다’는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안전을 보장받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중국·이탈리아·이스라엘·터키 등 주요 국가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나라도 아직 안전 보장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거부한 나라도 없다고 관계자가 밝혔다.
다비드 아라하미야 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 등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들은 신문에 “모든 쟁점이 초기부터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으며, 많은 쟁점에서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도 안전 보장과 유럽연합 가입 추진 등과 관련한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남은 여러 쟁점 가운데 안전 보장과 관련한 문제에선 의견이 모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에 따라 합의안 초안에는 크림반도 등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할지 여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담판을 통해 해결하도록 남겨진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아라하미야 대표는 국경 문제에 대해 “우리가 독립을 선언할 때 결정된 것 이외의 국경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영토, 주권은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진지한 협상 자세로 나오고 균형 잡힌 제안을 내놓는다면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러시아는 이번에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협상 과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진전이 있는지 여부는 말할 수 없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거나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나라가 29일 터키에서 시작되는 5차 협상에서 휴전에 합의하면, 안전 보장 문제 등에 대한 별도 합의문을 작성하기 위해 외교장관 회담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과 관련한 움직임은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기섭 기자
러, 우크라 정권 제거→돈바스 분단·장악으로 목표 선회?
[러 전쟁 ‘최종목적’ 논란]
러 국방부 “돈바스 해방에 집중”
동부지역 분리로 초점 이동 관측
우크라 “러, 남북처럼 만들려 해”
영구분단 시나리로 추진 분석 내놔
동남부에선 ‘실질적 통치’ 움직임
친러세력 “러 통합 주민투표할 수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27일(현지시각) 한 여성이 포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학교의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을 넘어서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전쟁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오가고 있다. 일부에선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에 막힌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키예프) 제압을 포기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을 확보하는 쪽으로 목표를 수정했다는 관측을 내놓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한반도식의 ‘영구 분단’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의 목표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 참수(제거)에서 동부 지역 확보로 낮췄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 것은 러시아 국방부의 지난 25일 기자회견이었다. 세르게이 루츠코이 작전본부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의 “1단계 성과는 달성됐다”고 밝히며, “앞으로 주요 목표인 돈바스 지역의 주민 해방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들은 러시아가 ‘젤렌스키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포기하고 21일 독립을 승인한 동부 돈바스 지역의 두개 ‘자칭 국가’를 지원하는 데 역량을 기울인다는 현실 노선으로 기울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우크라이나에선 조금 다른 맥락의 분석이 나왔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부장은 27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체를 삼킬(swallow up) 수 없게 된 “러시아가 그동안 점령한 모든 지역을 한데 모아 한반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준국가와 같은 실체’를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전복하려다 실패한 뒤, 주 작전 방향을 동부와 남부로 전환했다”는 점을 꼽으며 “그(푸틴 대통령)가 아마도 우크라이나에 한국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점령 지역과 점령되지 않은 지역을 분리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남한과 북한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
실제, 러시아는 전쟁 초기 공수부대와 기갑전력을 키이우에 집중해 젤렌스키 정권을 쓰러뜨리고 단숨에 전쟁을 끝내려 했지만, 사실상 이 목표 달성은 힘들어진 상태다. 오히려 23일께부터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부근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와 동시에 러시아군은 애초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하고 있던 동부 지역을 넘어 흑해와 면한 남부 지역을 공략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21일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 세력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남부 점령 지역에서 단순 점령이 아닌 영구 통치를 염두에 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주 군 당국은 26일 러시아가 점령한 도시 멜리토폴에서 러시아 지지를 표명하는 집회가 계획되고 있고, 또 다른 점령 도시 토크마크에선 새달인 4월부터 통화를 우크라이나 흐리우냐에서 러시아 루블로 바꾸는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도 이날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주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기존 정부를 해체하고 새 민군 합동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 우크라이나는 흑해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대부분 봉쇄당한 채 내륙국가로 조그라들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친러 세력이 만든 자칭 국가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수반은 27일 “조만간 유권자들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해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 합병 때도 주민투표를 명분 삼아 흡수 작업을 단숨에 마무리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영웅적인 항전에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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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친러시아계 군인이 28일(현지시각) 폭격으로 뼈대만 남은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