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언급만 하고 넘어갔다.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일본 정부가 검정 교과서와 방위백서에 또다시 독도를 자국 영토로 명기하고, 자민당 극우 의원들이 울릉도 방문쇼를 벌이고, 미국이 동해의 일본해 단독 표기 방침을 밝히는 등 한-일간 역사 문제가 쟁점화한 상황과 동떨어진 무원칙하고 안이한 대응 태도다.

일본의 무력 지배에서 주권을 되찾은 광복절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독도 문제의 역사성을 대외적으로 밝히고, 동아시아를 넘어선 국제적 평화를 위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잇따른 ‘독도 도발’에 대한 항의 한마디 없이 교과서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도, 독도 도발이 되풀이될 경우에 대한 뚜렷한 대응 방안도 밝히지 않았다.
정부의 자세가 이렇듯 애매모호하다 보니 인기주의에 영합한 정치권 등에서 한탕주의식 독도 대책으로 불필요한 긴장만 낳는 일들이 빚어지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그제 “독도에 해안경비대 대신 해병대를 주둔시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힌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갑작스러운 군대 주둔은 일본의 즉자적인 군사적 대응을 불러와 독도의 분쟁지역화만 부추길 뿐이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독도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적 의미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천명하는 일이다. 일본은 한반도를 병탄하기 전 비밀 내각회의를 통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등 제국주의적 침략행위를 노골화했다. 이런 역사성을 지닌 독도에 대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아시아와 태평양의 자유·평화를 위협하는 도전행위이기도 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어제 “반성하지 않은 일본은 동아시아 평화에 위협이며, 동해의 ‘일본해’ 단독 표기 등에서 나타난 미국의 잘못된 판단은 동아시아 평화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독도 문제의 역사적 측면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의 도발행위에 대한 대응수단의 폭도 넓어지고, 국제적 지지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