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는 전쟁터…공항 등 급소 비대칭 공격에 속수무책

국가개조 비전 좌초되나…올해 경제 3.6% 뒷걸음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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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EPA=연합]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1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후티는 공항을 비롯한 사우디의 급소를 노린 공세를 연일 지속하고 있다.

후티는 이날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연합군이 요격했다.

 

지난 10일 리야드 국제공항에 단행된 미사일과 드론 공습에서는 1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했다.

이는 올해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미군 기지나 미국 우방을 겨냥한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태로 기록됐다.

 

후티는 지난 11일에도 리야드 국제공항을 공습해 1명을 죽이고 10여 명을 다치게 했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공항과 영공을 제외한 모든 공항을 때리겠다는 게 후티의 방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요격 미사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공망이 뚫린 정황은 속속 전해지고 있다.

리야드는 후티가 통제 중인 지역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후티의 공격이 잦아지면서 도심 일부가 전쟁터처럼 변했다.

 

지난 8일에는 요격된 탄도미사일 잔해가 유치원과 의료 클리닉 단지에 떨어졌다. 금융지구 근무자들과 국제학교 학생들, 외교관들에게는 대피 또는 은신 명령이 내려졌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안전을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WSJ은 빈살만 왕세자가 벙커를 갖춘 경호 수준 높은 궁전들을 오가며 지낸다고 전했다. 그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 6일 국가 헌혈 캠페인 참여였다.

 

이란으로부터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아온 후티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자 중동 내 미국의 최대 우군인 사우디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사우디에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홍해 해운을 위협했다. 8월에는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연안에서 공세를 벌여 전략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했다.

지난달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피할 사우디의 핵심 수출 통로인 동서 송유관을 파괴해 한동안 가동을 중단시켰다.

 
 

후티의 미사일 공격 후 연기와 불꽃이 치솟는 사우디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로이터=연합]

 

사우디의 국방력은 후티를 압도할 수준이지만, 후티가 사우디 정규군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대신 사우디에 간헐적 공격을 가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문제다.

 

후티의 이 같은 비대칭 전략에 사우디는 안보가 흔들리면서 경제까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에 따른 지출 증가는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을 키우고 있다.

네옴 신도시, 리야드 대형 큐브형 빌딩, 사막 스키장 등 왕세자가 추진해 온 초대형 프로젝트 상당수도 중단되거나 재검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빈살만 왕세자의 국가개조 계획인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글로벌 자본 유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지난 11일 개막한 제25회 세계석유회의(WPC) 주최 측은 정상적인 행사 진행을 공지했으나 핵심 인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이달 하순 개최를 앞둔 리야드의 대표적 투자자 모임인 제10회 미래 투자이니셔티브(FII) 역시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빈살만 왕세자가 후티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국방장관이던 그는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를 지원했으며, 사우디 주도의 군사작전은 후티에 대한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졌다.

 

안팎의 만류에도 압도적 공군력과 자금력을 앞세워 후티를 몇주나, 몇개월 내에 후티를 끝장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으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분쟁은 점점 격화했고 후티는 사우디의 도시와 석유시설을 공격할 명분을 얻었다.

 

사우디는 교착 끝에 2022년 후티와 굴욕적인 휴전에 합의했지만 최근 미국, 이란의 전쟁과 맞물려 다시 충돌이 재개됐다.

경제와 안보가 통째로 흔들리는 국면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사우디 정보당국은 이란이 후티에 사우디와의 군사 대결을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란을 달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뒤로 지지하면서도 사우디의 의도가 대결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이란에 전달하도록 측근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미국이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그들이 한 일은 매우 나빴다"며 미국이 후티와 소통 중이라면서도 사우디의 공습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응하지 않은 채 사우디에 군사 고문단만 파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우디와 후티의 분쟁에 직접 휘말리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동맹국 파키스탄에 지원을 요청하고 방공 체계를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물색하는 동시에 예멘 내 동맹 세력을 도울 외국인 전투원 모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외교적 해법의 여지도 모색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페르시아만 전문가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크센 연구원은 빈살만 왕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우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면 분쟁에 더 깊이 끌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김승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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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생중계되는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 대변인의 성명 발표 [EPA=연합]

 

 

 

 

'한미동맹 균열론' 고려한 듯…"끊임없이 토론해 조정하는 게 중요"

"대한민국, 자주적인 독립국가…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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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3 xyz@yna.co.kr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언제나 당당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실용적 국익 외교다.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 국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한미 정보당국 간 이상기류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치권에서 '한미동맹 균열론'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외교의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계속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그러는 한편으로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국가들이 각각의 국익을 추구하는데 그게 언제나 일치할 수 있겠나"라며 "끊임없이 토론하고 주장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견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고, 그 이견들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한미 간의 입장 차이를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국익에 기반해 절충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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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입장하는 이재명 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10.13 xyz@yna.co.kr

 

이 대통령은 "가급적으면 국가 간 이견이 있을 때 우리 정부를 위한, 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애정으로 그 문제를 잘 조정하고 타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칫하면 국가 간 이익 경쟁에서 우리의 국익을 희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 간 통상협상 과정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통상부 장관, 통상교섭본부를 비롯한 우리 공직자들이 대외협상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전략투자 대상으로 지목된 여러 나라 중에 아마 가장 오래 협상을 계속했고 가장 국익에 부합한 결론을 낸 것이 대한민국"이라고 격려했다.

 

또 "미국에서도 우리 협상 담당자들을 '매우 터프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나. 불만인 동시에 한편으론 칭찬이기도 하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견이 있거나 오해가 있으면 풀고 조정해가며 세계 속에 우뚝 선 대체 불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맹성규 "민주, 위성락보단 정동영·이종석에 힘 실어줄 것"

특파원단 오찬간담회…외교안보라인 쇄신론에 개인적 견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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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맹성규 의원  [연합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12일 여당 일각에서 불거진 외교안보라인 쇄신론과 관련, 당의 전반적 분위기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보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이종석 국정원장한테 더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맹 의원은 이날 주미한국대사관 국정감사 도중 워싱턴 DC의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특파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맹 의원은 민주당이 위성락 안보실장보다 정 장관과 이 원장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견해는 자신의 개인적 관측이며, 민주당이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내 총의를 모은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이대로는 안 된다. 미국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다"며 외교안보라인 쇄신론을 언급했다.

 

맹 의원의 발언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정보공유 협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국가정보원 등 정보라인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고 말했다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 의원은 자신의 주장과 관련, 루비오 장관이 조 장관을 통해 이재명 정부에 이 원장과 정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 홍정규  이유미 기자 >

 

 

 
 

"한미 정보협력, 제일 어려운 현안…미 기대만큼 충분히 해소 안돼"

"백악관 고위급 협의,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안돼"

"북미정상회담 구체 진전 없어"…李대통령 '북핵동결'에 "실용적 접근"

"농축·재처리, 123 협정 개정 또는 추가 약정 놓고 한미간 논의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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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통위 국정감사, 발언대 선 강경화 주미대사  =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대에 자리하고 있다. 2026.10.13 yumi@yna.co.kr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12일 한미 간 정보공유 제한 논란이 한미 외교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현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기대만큼 이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 한미 간 정보공유 이슈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강 대사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강 대사는 "(대미) 전략투자 문제가 (1호 프로젝트) 발표 전까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알래스카(LNG 투자 프로젝트)도 포함해서"라고 덧붙였다.

 

강 대사는 한미 정보공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의 지난달 18일 회담에서 이뤄졌다면서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 요청에 대한 우리 측 대응은 어떤가'라고 묻자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한미 정보공유 제한 논란의 중심에 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거취를 루비오 장관이 거론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정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정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미국 측 분위기에 대해 "(구성 핵시설) 발언에 대한 문제지, 정 장관 개인에 대한 문제 지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정 장관이) 그렇게 말해서 통상적으로 하는 협의 채널을 통해 상대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 바 있다"고 전했지만, 정 장관의 설명을 전달받은 미 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올해 3월 외통위에서의 '구성 발언'을 정보 누설로 문제 삼자 정 장관은 해당 경위를 미국 당국자와 주미 한국대사에게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주미대사 국정감사 발언  =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3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강 대사는 정 장관의 발언이 일으킨 파장 등으로 한미동맹에 이상기류가 형성됐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현안이 어렵긴 하지만,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나 지지는, 굉장히 그 유대가, 그 뿌리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사는 또 "정보협력과 관련해 국정원에서 계속 대응하고 있다"며 "양 정보기관 간 소통이 진행됐고,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대사는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추진되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와 관련해 "123 협정 개정이든, 추가 약정이든, 여러 옵션을 놓고 양쪽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23 협정은 미국의 핵물질, 기자재,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미 원자력법 제123조에 따라 한미가 맺은 원자력 협정을 가리킨다.

 

강 대사는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인 '쿠팡 사태' 처리에 대해선 "미국과의 협의에선 훨씬 더 깊이 있는, 그리고 다양한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대해 "유실이 됐던 건 분명히 아니라는 게 합참에서 밝혀졌고, 북한이 매설했다는 건 분명하다"며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대사는 이같은 발언이 지뢰 폭발 사건을 "불의의 사고"로 표현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일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에는 "합참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늘 있지만, 수치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구체적인 진전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 발신을 여러 번 했고, 그 메시지가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지 미 국무부나 NSC(국가안보회의)에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징조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 대사는 "북한이 우리를 대화 상대로 더 이상 삼지 않겠단 입장이어서 북미 간 대화가 열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북미 대화가 열리는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그 대화가 결국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북핵 동결' 발언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일단 이것을 프리즈(freeze·동결)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접근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즉 북한 비핵화는 우리 정부, 미 행정부의 변함 없는 정책 목표이고 국제사회의 목표"라며 "그 접근과 관련해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논의를 한미 간 협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홍정규   이유미 기자 >

 

강경화 “백악관과 소통 한계…미, 정보협력 문제 해소 안 됐다고 생각”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및 애틀랜타·시카고·휴스턴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12일 한미 간 정보협력 문제가 현재 양국 외교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정보협력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해 양국 간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이 정보협력 문제를 거론한 사실도 확인했다. 강 대사는 백악관 고위급 인사들과의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 대사는 이날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및 애틀랜타·시카고·휴스턴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강 대사는 지난달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의 회담에서 정보협력 문제가 논의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당시 루비오 장관이 한국 정보라인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으며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전해 달라고 요청했는지 물었다.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강 대사는 “정보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있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문제 제기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루비오 장관이 미국에서 제공한 정보가 다시 누설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주장했다. 강 대사는 구체적인 회담 내용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 의원이 미국 쪽의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충분했는지 묻자 강 대사는 “아직 미국이 기대하는 만큼 정보협력 관련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달 18일 회담 직후 한미 양국이 각각 발표한 공식 자료에는 정보협력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당시 대미 전략투자와 한반도 문제, 중동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으며, 미국 국무부도 한국의 투자 약속 이행과 미국 기업의 공정한 사업 환경 등을 주요 의제로 소개했다.

 

다만 강 대사는 루비오 장관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불신을 직접 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들은 바는 없다”며 “구체적인 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한 의원도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두 인사의 교체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문제 제기는 사실상 한국 정보라인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루비오 장관이 한국 대기업과 미국 주요 방산기업 간 거래 문제도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 설명에 따르면 양국 기업 간 거래 협의가 진행되던 중 한국 기업이 중국의 수출통제 규정에 따른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방산기업과의 거래 협의를 중단했고, 미국이 이를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다만 한 의원은 중국 정부가 실제로 거래에 개입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당시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구성 핵시설 관련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에 해당 경위를 설명해 달라고 강 대사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대사도 정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정 장관의 설명을 통상적인 협의 채널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미국의 문제의식이 구성 핵시설에 관한 발언 자체에 있었으며 정 장관 개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정보협력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보기관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정보협력과 관련해 국정원에서 계속 대응하고 있다”며 “양 정보기관 간 소통이 진행됐고,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직원 등의 주미대사관 부임과 관련한 미국 비자 발급 지연 사례에 대해서는 “기억하기로 두세 건”이라고 답했다.

 

백악관과의 고위급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강 대사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한미 간 군사·정보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자 군사 채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외교 채널 역시 각급에서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답답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사는 이런 갈등이 한미동맹 전반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현안이 있지만 동맹에 대한 미국 정부와 각계의 지지와 양국 관계의 유대는 여전히 굳건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및 애틀랜타·시카고·휴스턴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

 

한미 간 또 다른 갈등 현안인 쿠팡 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국에 한국의 법 집행 체계와 절차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한국의 설명이 불충분한 것인지, 쿠팡의 대미 접촉 활동이 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이 이를 자국 기업 보호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주권 정부로서 법 체계상 충실하게 이 사안에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과 다양한 해결 방안을 놓고 깊이 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늘 있지만, 수치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나 징조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북핵 동결 구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우선 이를 동결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가 한미 양국의 변함없는 정책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중단시킨 뒤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접근에 미국 당국자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과 관련해서는 대사관 차원에서도 미국 쪽에 문의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정 의원의 일정 변경 하루 전께 상황을 인지했으며, 직전 집권당 대표라는 신분과 국정감사 참석 필요성 등을 들어 문의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전에 정 의원이 스스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동영 장관이 지뢰 사건을 ‘불의의 사고’로 표현한 것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주유엔 북한대표부가 알리바이로 악용했다며 강 대사에게 “고의적 공격인가, 불의의 사고인가”라고 거듭 추궁했다. 강 대사는 합동참모본부의 공식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가장 책임 있는 발언이라며 명시적인 규정을 피했다. 그러나 추궁이 계속되자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합참 조사 결과 지뢰가 유실된 것이 아니라 북한에 의해 매설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매설 행위 자체에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