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명 의원이 야권연대 ‘변화 진영’ 가디 아이젠코트 야사르당 대표를 차기총리로 추천

이스라엘의 연립정부 구성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아랍계 정당들이 반네타냐후 야권 진영으로 결집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집권 종식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아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의 5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이틀에 걸친 원내 정당들과 마라톤 협의를 마친 뒤, 67명의 의원이 야권연대 ‘변화 진영’을 이끄는 가디 아이젠코트 야사르당 대표를 차기총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46명은 네타냐후 총리를 추천했다.
총선에서 각각 11석과 8석을 얻은 아랍계 정당 공동명부와 라암은 아이젠코트 대표를 차기 총리로 추천했다. 야권연대 48석에 아랍계 정당 19석이 더해져 아이젠코트 대표는 의회(크네세트) 전체 120석 가운데 67석의 추천을 확보했다. 새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쥔 아랍계 정당들이 모두 아이젠코트를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리쿠드, 샤스, 종교적 시오니즘, 제후트, 오츠마 예후디트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네타냐후 극우 연정에 속했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어느 진영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며 네타냐후 진영에서 이탈했다. 53석의 네타냐후 진영은 토라 연합 7석의 지지를 잃으며 46석이 됐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오는 8일 정부 구성 권한을 누구에게 줄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추천 의원 수가 많은 후보가 조각권을 받는다. 아이젠코트의 야샤르당 쪽은 조각권을 위임받을 경우 즉시 정책 기조가 비슷한 정당들과 협상을 시작해 다른 정당이 합류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천 과반이 곧바로 연정 과반을 뜻하지는 않는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협의 결과 자체는 명확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법률이 내게 부여한 권한은 정부를 구성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진영은 물론 진영 내부에서도 상호 거부권 행사가 얽힌 상황에서 그 판단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며 일부 정당 지도자와 개별 면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랍계 정당의 추천이 연정 참여를 약속하는 것도 아니다. 공동명부는 총선 전부터 네타냐후 퇴진을 분명히 하면서도 연정 참여에는 선을 그어왔다. 유세프 자바린 공동명부 대표는 장관직을 요구하거나 입각할 뜻은 없지만 원외에서 아이젠코트 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라암의 만수르 아바스 대표는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안정적인 정부를 위해 정당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에 대해 ‘두 국가 해법’의 일환으로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 세력이 무장해제하는 것이 자신의 구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야권연대 변화 진영도 아랍계 정당의 참여를 무조건 수용하는 입장이 아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아랍계 정당에 연정 참여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유대 국가임을 인정하고 하마스를 용인하지 않는 것 등 4대 원칙을 제시해왔다. 아랍계 정당이 수용하기 힘든 조건들이다.
헤르초그 대통령이 네타냐후 진영과 아이젠코트 진영이 합치는 거국내각 가능성을 언급하자 야권연대 의원들은 일축했다. 길라드 카리브 의원은 국민통합을 바란다면 “네타냐후 시대는 반드시 끝나야 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이끄는 베야하드당 대표단도 네타냐후의 집권을 연장하는 형태의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쪽은 유대계 정당 중심의 연정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리쿠드당 소속 미리 레게브 교통장관은 중도좌파 민주당을 뺀 채 아이젠코트, 베네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등과 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요아브 키슈 교육장관도 ‘시오니스트 정당’ 중심의 거국내각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6월~1999년 7월, 2009년 3월~2021년 6월, 2022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통산 19년 넘게 집권해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 정의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