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까

● Hot 뉴스 2026. 3. 10. 01:5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하메네이 차남 후계체제 정비 이란 장기전 태세

약점 지닌 양쪽 승패 가를 ‘누가 더 잘 버티나’

유가 배럴당 20% 오른 100달러대로 급등
출구전략 없는 미국, 전쟁목표도 불분명

베네수엘라 ‘성공’ 사례에 너무 고무돼 있었나
베네수엘라와 전혀 다른 이란

모즈타바 단기간에 무너뜨리든지 철수하든지
이란도 약점…가자지구처럼 변해가는 테헤란

 

8일 하메네이 후계자로 선출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코노미스트 3월 8일
 

이란 최고 성직자들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미국-이스라엘 공격으로 살해당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후계자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선출했다고 9일 새벽(현지시각) 발표했다. 전쟁 발발 9일 째에 내려진 이라크 지도부의 이런 결정은 하메네이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타협없는 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는 평생 은둔생활을 해 왔으나 아버지가 37년을 장악했던 최고지도자 사무실인 ‘베이트’를 지난 20년간 운영해 온 실세였다. 겸손하고 수줍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인 ‘바시즈’를 지휘했고 혁명수비대 정보부서를 이끈 성직자 호세인 타에브의 정치적 동맹자였으며, 2009년 대통령선거 때는 강경파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원해 당선시켰다. 모즈타바는 이란 헌법이 최고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성직자 및 정치가로서의 자격을 온전히 갖주진 못했다. 공식적인 고위 공직을 맡은 적이 없고 종교적 권위의 원천인 무스타히드(최고 수준의 이슬람 법학자)에게 요구되는 논문을 발표한 적도 없다. 그리고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정부’로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부자 세습’ 형태로 권력을 물려받았다.

 

이런 약점들은 이란 내부 개혁파 세력이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지금 이란 실세로 알려진 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부정한 침략자’에 대한 응징을 부르짖는, 가족을 거의 모두 잃은 그의 ‘정통성’에 도전할 세력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모즈타바는 종교적, 정치적 권위를 지니게 됐을 뿐만 아니라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 조직의 최고사령관 역할도 맡게 됐다.

 

3월 9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이란 분쟁 속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2026.3.9. 로이터 연합
 

미국과 이란,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까?

 

중동 전역으로 전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라고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직 미국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모즈타바를 겨냥한 듯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전의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악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했고, 8일에도 모즈타바를 “용남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이란 어느쪽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4~5일” 등 며칠이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은 몇 주로 길어지고 9월까지 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더니, “영원히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기에 이르렀다. 초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급진파를 대표했다가 이스라엘 지원을 둘러싼 이견으로 떨어져 나가 ‘배신자’로 찍힌 전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은 지난해 말 “권력자가 권력에 집착할 때 무슨 짓을 하는가. 전쟁이다. 이제 많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고 했는데(뉴욕타임스), 그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다.

 

원래 트럼프는 2017년 대선 유세 때 조지 부시 정권이 시작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없는 전쟁”이라 비판해 표를 얻었다. 그랬던 그가 그 10년 뒤 스스로 ‘영원한 전쟁 수행’을 입에 올리고 있다. 그를 대통령직에 올려 놓은 MAGA 운동이 대두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중동에서 장기간 강행했던 태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미국사회의 피폐와 피로였다.

 

다시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 전쟁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고 유가까지 급등하면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될 것이다. 개전 뒤 닷새만에 미국이 쓴 전쟁비용이 약 50억달러(약 7조 5000억 원)였다. 11월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 정권에게 장기전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오래 버티지 못할 쪽”이 미국일 수도 있다.

 

3월 9일, 런던 동부의 BP 주유소 밖에 무연 휘발유와 경유의 리터당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이란 전쟁이 2주째 이어지면서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월요일 증시는 폭락했다. 2026.3.9. AFP 연합
 

유가 배럴당 20% 오른 100달러대로 급등

 

전쟁의 장기화 조짐 속에 유가는 10% 이상 급등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인 그해 7월의 급등 뒤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대를 기록했다. 세계 증시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8일 밤(한국시각 9일 오전) 미국 서부텍사스산 고급 경질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110엔대까지 급등해 영업일 전까지의 가격에 비해 20%나 뛰었다. 세계 원유 운송량의 20% 이상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돼 있는 가운데 쿠웨이트 석유공사는 7일 이란의 공격 등을 이유로 원유 생산과 정제를 예방적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8일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유가를 용인(tolerate)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그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트럼프 정권은 유가 급등으로 불안정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의 그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이란은 인근 산유국들을 공격하고 호르무스 해협을 봉쇄했다. 에너지 비용 인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폭등이 “단기적”일 뿐이라며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고 주장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 애초에 이란 공격을 60% 이상이 반대했던 미국인들이 그의 말을 믿을 것 같지 않다.

 

기고만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두 번째 임기 첫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그의 뒤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루이지애나주)이 앉아 있다. 2026.2.24. 로이터 연합
 

출구전략 없는 미국, 전쟁목표도 불분명

 

무기와 장비 조달 면에서도 미국은 이란에 비해 불리하다. 저가의 이란 미사일이나 드론을 그 몇 배 또는 몇십배로 비싼 고가의 미국제 무기들로 대응해야 하는데다 미국의 생산 및 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2월 전쟁’ 때 미국-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에도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이란은 이미 그때부터 이런 식의 본격 전쟁에 대비해 무기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다량의 중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등을 비축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비축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2500기 정도로 추산하고 그 중에서 지금까지 500기 정도가 발사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란의 대응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되고 있다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발사시설 파괴와 비축무기 고갈, 31개 지역단위로 분산시킨 지휘체제사의 문제 등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럼프 정권에겐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일 수 있다. 출구전략을 짜려면 먼저 전쟁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쟁 기간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이 왔다갔다 하는데서도 볼 수 있듯이, 언제까지 무엇을 목표로 전쟁을 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베네수엘라 ‘성공’ 사례에 너무 고무돼 있었나?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뒤 마두로체제를 온존시킨 채 미국과 거래할 수 있는 온건파와 손잡고 친미 체제를 만들어낸 베에수엘라의 ‘성공’사례에 고무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베네수엘라 침공 때처럼 몇 개월에 걸쳐 남중국해의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을 중동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이란 포위를 위한 전력을 그곳에 집중시킨뒤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가 모이는 회의시간을 노려 미사일로 그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방어체제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그런 뒤 하메네이 체제 잔존세력 중 온건파나 체제 외의 개혁파와 손잡고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체제와 유사한 친미 과도체제를 만들어 간접통치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란은 베네수엘라가 아니었다.

 

모즈타바뿐만 아니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고위층들 다수가 살아남았고, 혁명수비대 조직도 살아남았다. 하메네이 집권 말기에 반체제 운동 등으로 약화됐던 이란 정권은 미국-이스라엘 공격 뒤 오히려 결속력이 높아졌다. 혁명수비대 대원들 중에도 이탈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일의 ‘걸프 정보보고서’(Gulf intelligence report)는 “초기 정보에서 추정한 것과는 달리 이란 군 지도부의 상당부분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지적했고, 이는 전쟁 시작 직전에 작성된 미국 정보보고서의 결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당시 보고서는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정권을 전복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8일 보도했다.

 

모즈타바 단기간에 무너뜨리든지 철수하든지

 

모즈타바가 최고권력을 장악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와 마주친 트럼프는 아직 향후 대응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델시 로드리게스’가 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단기간에 모즈타바 체제를 무너뜨리든지, 적당한 명분을 내세우며 일단 사태를 수습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하메네이 후계체제가 온전할 때 ‘딜’(협상)을 해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을 막고, 이란이 은닉한 농축 우라늄이 유출되지 않도록 한 뒤 서둘러 철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3월 9일, 이란 테헤란의 베헤슈트-에-자흐라 묘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메흐디 호세이니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있다. 2026.3.9.AP 연합
 

이란도 약점…가자지구처럼 변해가는 테헤란

 

하지만 상황이 이란 모드타바 체제에게 유리하기만한 것도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9일째에 접어들면서 공격목표를 바꾸고 있다. 전쟁 초기 1단계 공격에서는 이란의 군사시설 파괴에 초점을 맞췄으나, 2단계인 지금은 통치기반인 정부기관과 주요 기반시설들 파괴로 목표를 바꾸고 있다. 이란 내부 봉기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 때문에 기본적인 서비스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테헤란에서 식료품을 구할 수 있고, 환경미화원들은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이스라엘군의 집중공격을 받은 가자지구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얘기한다. 8일의 석유시설들에 대한 공격으로 테헤란의 배수로들은 마치 불의 강처럼 흘러내리며 타오르는 기름이 상점과 주택을 불태웠고, 끈적끈적한 검은 비가 쏟아졌다.

 

항구가 공습으로 파괴되고 국경이 폐쇄돼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공장이 파괴돼 생산이 마비되고 있다. 비축 식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란 남부의 해수 담수화 시설들에 대한 공격으로 전쟁 전부터 심각한 부족상태였던 물 공급이 더 큰 위협을 받고 있고, 연료는 배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유전과 가스전, 하르그 섬에 있는 이란 유일의 주요 가스터미널까지 타격할 경우 전력생산과 취사에 필수적인 가스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상황이 악화되고 모즈타바 체제가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할 경우 반체제 운동이 되살아나 격화될 수도 있다.

 

미국, 전쟁 계속이냐 타협하고 철수하느냐

 

하메네이 생전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이란 전역을 31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이 중앙정부나 부처의 승인없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잇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공격을 피해 전투력을 유지하는데에는 유리했으나, 중앙의 일사분란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근 산유국들에 대한 공격을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과한 직후에 혁명수비대가 다시 아랍 산유국들에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을 이런 분산된 지휘체계상의 문제 탓일 수 있다고 저적했다. 분산은 심할 경우 체제 해체의 원심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내부 반체제 세력이나 쿠르드족과 같은 소수민족을 지원해 내부 붕괴를 꾀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으로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모즈타바 체제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타협하고 일단 전쟁을 끝낼 것인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 한승동 기자 >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정치적 인내'의 전투로 바꿔

 

트럼프 전략적 갈림길…공중 작전 강화냐 철수냐


장기전 가면 미국·걸프·유럽에 큰 '정치적 비용'
페이프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
이란, 2·28 공격 책임 '친미 질서'로 확대

"이스라엘 증오 무슬림 대중 직접 겨냥"
"결정적 국면, 지역 위기와 함께 시작돼"
압도적 공군력에도 베트남 전쟁서 패배

 

"이란의 타격들은 지리멸렬한 보복이나 죽어가는 정권의 마구잡이 행동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되려 그건 분쟁의 범위를 넓히고 기간을 늘림으로써 판을 바꾸고자 하는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 전략이다."

 

미국의 군사 역사가인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정치학)는 '확전이 이란에 유리한 까닭'이란 9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2‧28 '불법 공격'과 최고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지난 9일간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내의 미군기지와 외교공관들은 물론, 공항과 석유 인프라 등 민간 시설들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유조선을 타격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속에서, 바레인 시트라 섬의 밥코 정유소에 가해진 타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09 [로이터.=연합]
 

"이란의 타격들, 지리멸렬한 보복 아냐"
'수평적 확전' 통해 '인내의 전투' 전환

 

페이프 교수는 약한 교전국이 더 강한 적의 '계산'을 바꾸게 하는 이 전략은 과거 베트남과 세르비아가 활용해 압도적 공군력을 지녔던 미국과 동맹국을 패배시켰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수평적 확전은 약한 국가가 분쟁을 단일 전역에 국한하지 않고 그 지리적, 정치적 범위를 확대할 때 일어난다. 약자는 강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대신에 추가로 다른 나라들, 경제 부문, 역내 대중들을 분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위험의 무대를 다각화한다.

 

페이프는 "이란은 재래식 군사 대결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란의 목표는 더 큰 정치적 지렛대를 얻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최고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이 이 전략을 활용하도록 강력한 유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그는 "지도자를 잃고도 정권이 살아남았다면, 분쟁 확대를 통해 신속하게 회복력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이란은 먼저 회복력을 과시했다. 이란 군대 마비를 겨냥한 미국의 참수 작전에도 불과 몇 시간 만에 대규모 보복을 개시해 지휘 체계의 연속성과 작전 능력을 보여줬다. 둘째, 분쟁을 이란 영토 너머로 크게 확장했다. 보복을 이스라엘에 국한하지 않고, 미군이 주둔한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최소 9개국의 목표물을 타격하거나 겨냥했다. 페이프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군 수용 국가는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이스라엘과 미국이 시작한 전쟁은 확산할 것이란 점이다"라고 짚었다.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47주년 기념행사 도중(2026년 3월 9일 배포), 한 이란 남성이 암살당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국영 매체에 따르면, 이란 전문가 회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부친의 뒤를 잇는 국가의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임명했다. 2026. 02. 11 [EPA=연합]
 

이란, 2‧28 공격 책임 '친미 질서'로 확대
"이스라엘 증오 무슬림 대중 직접 겨냥"

 

이란 외무부가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 등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두고 "지역 내 모든 '적대 세력'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페이프는 "이 표현은 대이란 공격의 책임을 이스라엘과 미국을 넘어 걸프 지역의 광범위한 친미 질서로 확대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이란의 수평적 확전은 정치적 전략이다. 이는 이란이 설득하려는 대상, 이란과 이념적으론 일치하지 않아도 대체로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역내 무슬림 대중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셋째, 이란의 보복은 공항 폐쇄, 상업 시설 화재, 외국인 노동자 사망, 에너지‧보험 시장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분쟁을 '정치화'했다. 걸프 지도자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을 안심시켜야 하는 처지가 됐고, 이란 전쟁은 회의실과 의사당으로 옮겨갔다. 그는 "이제 수많은 행위자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갈등으로 들어섰으며, 전혀 조율되지 않은 채 모두가 워싱턴의 통제를 벗어나 확전의 경로를 바꿀 수 있게 됐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시간이다. 여러 나라가 압박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역내 국가와 그 너머에서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8일 미국 중부사령부 공보실이 배포한 미 해군 제공 사진.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며 항해 중인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토마스 허드너함(DDG 116)이 토마호크 지상 공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25. 03. 09 [AFP=연합]
 

장기전, 미국‧걸프‧유럽에 '정치적 비용'
페이프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

 

이런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에는 명확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우선 세계적 금융‧ 투자‧관광‧물류의 허브인 걸프 지역의 '절대 안전' 평판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그건 물리적 피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음은 알우데이드, 알다프라, 프린스 술탄 등 미군 기지와 그 주변을 타격해 미군 기지 수용에 드는 걸프 국가들의 정치적 비용을 높였다. 페이프는 "테헤란은 워싱턴과의 동맹이 공격에 대한 노출을 뜻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걸프 지도자들은 동맹의 약속과 국내 경제적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중동 질서 관련 서사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지역 패권을 노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으로 묘사함으로써, 걸프 국가의 지도자와 대중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것이다. 끝으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등 경제적 요충지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사일 공격, 해상 사고나 보험료 상승 같은 부분적 혼란만 이어져도 즉각 글로벌 파급 효과를 일으키며,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 우려와 국내 정치적 압박에 기름을 붓는다. 페이프는 "이들 목적 달성엔 전장에서의 승리가 필요 없다.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속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의 확전에 뒤이어,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09 [로이터.=연합]
 

트럼프 행정부, 전략적 갈림길에 서
공중 작전 배가 vs 군사 개입 종료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이 먹혀 장기전으로 넘어갈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페이프는 먼저 그동안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과 '조용히' 안보 협력을 확대해온 걸프 정부들의 행보가 밖으로 노출될 걸로 봤다. 아랍 대중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공격적 군사 행동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걸프 통치자들엔 상당한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미국 정치에도 큰 영향을 줄 걸로 예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미군 사상자 발생, 불확실한 목표로 점철된 지루한 중동 전쟁은 미국 내 불만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 대선 공약을 어기고 중동 문제에 개입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꽁무니를 따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그 균열은 더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또한 확전을 원하는 미국과 그렇지 않은 유럽 간의 갈등도 확대될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의 수입 중단을 입법화한 상황에서 중동산 석유와 가스 수입마저도 어려워진다면 유럽 경제는 이중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내 기지들의 미군 사용 문제를 놓고도 미국과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 장기전 속에서 기존 또는 신생의 무장 단체나 테러 단체들이 고개를 들 위험성도 작지 않다.

 

1960~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작전 중인 미군. 나무위키

 

"결정적 국면, 지역 위기와 함께 시작돼"
압도적 공군력에도 베트남 전쟁서 패배

 

분쟁을 확대하고 정치화하는 이런 이란의 장기전 전략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대응과 관련해 페이프는 "전략적 갈림길에 섰다"라면서 추가로 공중 자산을 투입해 공중 작전을 배가하던가, 아니면 "목표가 달성됐다"고 선언하고 이 시점에서 군사 개입을 끝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지금 당장 짧고 제한적인 정치적 비용을 감수할지, 아니면 추후 더 길고 불확실한 정치적 비용을 감수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페이프는 "지리적으로 넓고, 경제적으로 파괴적이며, 정치적으로 계산된 이란의 보복은 분쟁의 구조 재편을 목표로 한다. 전역을 넓히고 전쟁을 장기화함으로써 테헤란은 대결의 성격을 군사적 능력의 싸움에서 정치적 인내의 싸움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의 결정적 국면은 첫 번째 타격이 아니라 뒤이은 지역적 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여러 수도에서 방공망이 가동되고, 공항이 폐쇄되고, 시장이 요동치고, 동맹 정치가 긴장 상태에 빠진 지금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도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5. 12. 29 [로이터=연합]
 

한편,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 페이프는 1965년부터 미국이 압도적 공군력을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체 기간에 사용한 것보다 3배나 많은 양의 폭탄을 북베트남에 투하하고, 1967년 가을 무렵엔 주요 통신, 군사, 산업 센터와 간선 도로들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북베트남이 분쟁을 시골과 남베트남의 주요 도시, 정치 영역으로 확대하고 워싱턴의 국내 정치적 계산도 바꿔냄으로써 결국은 장기전에서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 이유 기자 >

 
 

'윤석열도 코스피 6000' 발언, 언론 보도 홍수


궤변이라면서도 여론 왜곡 우려해 적극 반박
"반도체 사이클 외 각종 시장구조 개혁 작용"
"윤석열 정권은 상법 개정 반대, 거부권 행사"
"당시 나스닥 사상 최고, 코스피는 2000 횡보"

"한동훈, 비반도체 부문의 주가 상승분도 무시"
"시장 재평가 만든 정치·제도 변수 통째로 지워"
욜랑거린다? "몸을 가벼이 놀리며 촐싹거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한 분식집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2026.3.7. 연합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도 코스피 6000' 발언을 두고 급기야 여당 지도부까지 집중 성토에 나섰다. 거론할 가치도 없는 궤변이라면서도 언론 보도를 등에 업은 한 전 대표의 자극적 선동이 여론에 미칠 파급력을 우려해 최고위원들이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들어 반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을 찾아 "코스피 6000은 이재명 정부 정책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 덕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않고 계속 정치했으면 역시 6000을 찍었을 것이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고 언론은 이에 관한 기사를 무수히 쏟아냈다.

 

9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최고위원은 "반박할 가치도 없는 말이지만 사실관계 파악도 못 하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를 위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 한마디 하겠다"라며 "코스피 6000 달성은 반도체 사이클 회복만의 결과가 아니다. 상법 개정, 배당 분리과세 등 시장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 신뢰 회복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1500만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복합적인 원인 중 애써 하나만 보려고 실눈 뜨고 있는 한 전 대표가 참 애처롭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주식 시장 밸류업을 입으로만 외치다 재벌들이 반대하자 상법 개정 반대로 돌아섰고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까지 행사했다. 그 결과 상법 개정 기대감을 안고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을 내쫓았다. 한 전 대표는 벌써 잊었나?"라며 "상법 개정이 없었다면 중복 상장 등 지배주주 횡포에 대한 우려가 걷히지 않아 시장의 장기 신뢰는 회복될 수 없었을 것이고, 코스피 6000은커녕 3000도 요원했을 것이다. 올해 2월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AI 관련 11개 종목을 제외하더라도 코스피가 4700을 상회한다고 밝힌 것도 참고하기 바란다. 한 전 대표, 이제 끔찍한 소리 그만하고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기가 막힌 궤변이다. 윤석열 집권 당시 나스닥은 사상 최고였던 반면 코스피는 2000 중반을 횡보했다. 반도체 사이클은 그때도 돌았다. 그때 상법 개정을 어떤 당이 반대했는가. 바로 국민의힘이 막았다"면서 "계엄 당일 주식 계좌를 들여다보며 가슴 철렁했던 국민들이 있다. 계엄 이후 일주일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144조 원 증발했다. '계엄만 안 했더라면'이라는 말은 범죄자가 '검거만 안 됐다면'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코스피 6000은 내란을 막아내고 고통을 견뎌낸 국민의 승리이고 대한민국의 성과다. 내란 정당의 당시 당 대표가, 그리고 국민의힘이 가로챌 성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 코스피 5000이 조기에 초과 달성되니, 허황된 목표라고 비난하다 머쓱해진 사람들이 다른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깎아내리고 자신들도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숟가락을 얹는다"라며 한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우리 기업들 중 비반도체 부문이 견인한 절반에 가까운 주가 상승분을 무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자본시장 개혁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구조적으로 해소된 사실을 외면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비상계엄의 악영향을 축소·은폐했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섹터의 투톱 기업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다 보니 주가 상승분에서 반도체주의 비중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증시의 현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비반도체 섹터의 기여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반도체가 쉬어갈 때는 증권, 건설, 자동차, 금융, 보험 업종이 순환매를 이어받았는데 한 전 대표 발언은 이들 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무시하는 반쪽짜리 설명"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게다가 문제의 발언은 시장 멀티플의 재평가를 만든 정치와 제도 변수를 통째로 지워버렸다는 점에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 기대에 따른 시장 전체의 리레이팅은 수치적으로도 확인된다"며 "반도체뿐 아니고, 반도체를 뺀 나머지 시장도 모두 실적보다 밸류에이션이 더 앞서서 올라갔다. 로이터가 정리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할인 폭이나,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PBR·PER 수치만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돈을 벌더라도 주식 가치가 2배, 3배 더 높이 평가받는 현상인데 이런 상황은 업황이나 실적 개선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한층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반대했던 한 전 대표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와 함께 입을 다물어야 할 대목이다. '비상계엄만 없었더라면'이라는 가정 화법 앞에서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많은 국민의힘 인사들과 반개혁 세력의 속내일 것으로 짐작된다. 주권자 국민을 대할 때, 마치 주가만 올려주면 윤석열도 지지할 수 있는 그런 개돼지처럼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만 하겠다"고 일침을 놨다.

 

9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규환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델리민주 중계화면 갈무리

 

특히 박규환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한동훈 전 대표의 기행(奇行)과 기언(奇言)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당원 게시판에 가족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불명예 제명되면서 정치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어떻게든 대중에게 잊히지 않으려는 그 절실한 마음이야 알 것도 같다"며 "윤석열 정권의 법무부 장관, 여당 비대위원장, 당 대표 하면서 누렸던 무소불위의 황태자 권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니 그 금단현상이야 오죽하겠는가"라고 신랄하게 질타했다.

 

경북 영주·영화·봉화 지역위원장을 지낸 그는 "그래도 그렇지, 돈 더 내는 사람에게 더 가까운 자리 배정하는 티켓 판매형·수익형 정치 공연을 여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팬클럽 대동하고 대구·부산 돌며 재보궐선거 출마지 탐색하는 간 보기 정치, 쇼핑 정치를 하지 않나. 왜 이리 욜랑거리나?"라면서 "급기야 부산 구포시장에서는 윤석열이 계엄 하지 않고 정치 계속했으면 코스피 6000 찍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기언까지 늘어놓았다. 그럼, 윤석열이 계엄 선포하지 않고 정치했던 2년 동안은 왜 2000밖에 못 찍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외신조차도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행정 역량이 한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는 마당에 이게 무슨 해괴한 요설인가?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3일 만에 시가총액 75조 원이 증발하고 환율이 폭등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전폭 심화되는 와중에 우리 국민이 느꼈던 그 엄청난 충격과 불안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디다 대고 윤석열 정치 운운하는가?"라며 "더구나 12·3 계엄 당시 여당 당 대표로서 불법 계엄과 내란의 공동 책임자여야 할 사람이 윤석열 정치를 운운하다니, 후안무치한 건가, 철딱지가 없는 건가?"라고 쏘아붙였다.

 

나아가 "게다가 한동훈 씨는 내란의 와중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치권을 나누어 갖겠다는 초헌법적, 위헌·위법적 공동 국정운영을 시도했던 제2차 내란의 주범 아닌가? 윤석열과 함께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이 어디 감히 윤석열 정치를 들먹이며 욜랑거린단 말인가?"라면서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국민의힘 당헌을 제시한 뒤 "그쪽 당헌대로라면 국민의힘과 한동훈 씨는 내란에 대해 윤석열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진 해산, 한동훈은 정계 은퇴, 그래서 내란 수괴 윤석열과 함께 국민 눈앞에서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이 바로 최소한의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헌대로, 장동혁 대표는 지금이라도 '장동혁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지 말고, 정당 해산 절차 밟기를 바란다. 한동훈 씨 또한 더 이상 '한동훈 욜랑거리듯' 하는 정치 그만하고 이만 여기서 정치에서 손 떼기를 충고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의 심판으로, 법의 심판으로 강제 퇴출당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세 차례나 반복해 쓴 '욜랑거리다'라는 단어의 뜻을 다른 회의 참석자들이 궁금해하자 박 최고위원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몸을 가벼이 놀리며 촐싹거린다' 이렇게 설명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몸의 일부를 가볍게 흔들며 자꾸 움직이거나 촐싹거리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라고 정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9. 연합
 

정청래 대표도 이 말을 받아 "(한동훈의) 욜랑거리는 발언을 제가 접하면서, 이게 무슨 개그콘서트 대사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윤석열이 계엄만 안 했으면 코스피 5000~6000 찍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승만이 3·15 부정선거만 안 했으면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만 안 했으면 비극적 최후가 없었을 것이고, 전두환이 12·12 군사 쿠데타와 광주 학살만 아니었으면 훌륭한 대통령이었을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부정부패만 없었다면 감옥 안 갔을 것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만 없었으면 탄핵 안 되었을 것이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고 선수들이 경쟁한다. 100m를 뛰는데, '조금만 빨리 뛰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 뭐 하나 마나 한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가정 자체도 틀렸다. 그러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할 때 왜 코스피 3000도 못 찍었나?"라며 "임오경 의원이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금메달 출신인데, 핸드볼 골대에 상대편보다 한 골이라도 더 많이 넣으면 금메달 따고 안 그러면 지는 것이죠?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한동훈이) 뭘 욜랑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인데 제가 너무 길게 다뤄줘서 그렇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 김호경 기자 >

 
 
 
 
 
 

[워치독설] 박상용 검사 입장문에 대한 반박

녹취 짜깁기했다고?…1600여 쪽 전문 분석
박상용 주장대로 진술있더라도 오염 가능성
김성태 공범들 편의봐준 흔적들 문건 곳곳에

복수의 교도관들도 "회덮밥 항의했다" 증언
결론은 하나로 귀결…'검사실서 위법 수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14. 연합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에게 돈 준 적 없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녹취록을 담은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의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대북송금 수사 책임자였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는 "녹취 내용이 짜깁기 된 왜곡 보도"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도 아니거니와 보도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 검사의 해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고자 한다.

 

워치독팀 1600여 쪽 전문 분석…녹취록 짜깁기 보도 안해

 

먼저 정확한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 '김성태 녹취'를 보도한 워치독팀은 일부 녹취만 취사선택 해서 보도한 적이 없다.  박 검사의 이러한 주장은 해당 보도를 진행한 기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다. 워치독팀의 경우 1600여 쪽 분량의 법무부 특별점검팀 문건 전체를 확보해서 갖고 있고 이를 분석하여 보도했다. 특정 제보자가 녹취 일부만 취사 선택해서 워치독팀에 전달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김성태 전 회장 녹취록 전반을 다시 살피면,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 10일 구치소를 찾아온 지인에게 "이재명에게 돈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거짓말 아니고" 라고 말한 뒤에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4월 28일 "이재명 거의 5월달 되면, 6월달 7월달에 그게 제일 크지. 내가 볼 때는 그게 될려나 의심스럽더라고. (검사는) 된다고 하더라고. 또 북한놈들이 없어도 정황이 나오면 된다고 그러는데"라고 지인에게 말한 뒤, 2023년 5월 3일에는 "징그럽네. 더러운 거 걸려가지고. 이재명이 괜히 거 말도 안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에 엮여가지고"라고 말했고, 2023년 5월 9일엔 "그게 북한에 돈 준 것이 어떻게 될란가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지. 그걸 듣도 못헌 얘기를 해버리고. 그걸 제3자 뇌물이라고 해 버리고. 북한 놈들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등 '대북송금과 이재명을 엮고자 하는 검찰의 수사 의도'에 지속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박상용 "대북송금 명목, '이재명 위해서'가 중요"…김성태는 "이재명, 말도 안되는 것에 엮여"

 

박 검사는 지난 4일 낸 입장문에서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사실은 '북한에 준 돈이 어떤 명목이었느냐'인 것으로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가 아니다. 대북송금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를 질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이재명에게 직접 돈 준 게 없다"고 밝히니 "이재명에게 직접 돈이 건네진 게 아니라, 김성태가 북한에 보낸 돈이 이재명 방북을 위한 제3자 뇌물"이라고 박 검사는 주장하는 듯 하다.

 

검찰의 입장에선 그러한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김성태가 북한에 돈을 보낸 목적은 이재명 방북을 위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의 근거가 김 전 회장의 진술 외엔 이 사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1.8. 연합
 

박 검사는 또 "김 전 회장은 이미 2023년 1월 말경 북한에 송금한 돈이 '이재명 지사 방북대가 등의 명목'이라고 진술하였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실제로 그러한 진술을 했는지는 언론이 알 길이 없다. 수사기록은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2023년 1월 말 그러한 진술을 했더라도, 이게 정말 본인의 의지대로 오염되지 않은 진술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로 접견온 지인에게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내가 은행 금고여?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그런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무언가를 계속 더 압박했던 흔적이다. 검찰 주장대로 김 전 회장이 이미 자백을 마친 상황이라면 이상한 대화다.

 

김 전 회장의 4월 18일 대화는 더 이상하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검찰이 이재명이 그것도 대북송금 뇌물로 기소하려고 하고 있드만"이라고 말했다. 2023년 1월 말 김 전 회장이 '이재명 지사 방북 대가 등의 명목의 대북송금'이라고 자백했는데, 4월 중순이 지나서야 김 전 회장이 지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이상하다. 결정적으로 김 전 회장은 2023년 5월 3일 다시 "징그럽네. 이재명이 괜히 거 말도 안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에 엮여가지고"라고 말하며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재명까지 기소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상용 "참고인 조사였다"지만, 김성태 "주주총회 설명" 녹취까지 나와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김 전 회장과 쌍방울 쪽 공범들로부터 각종 허위자백을 받는 대가로 박 검사와 수원지검이 편의를 봐준 흔적이 감찰 문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8일 김 전 회장과 측근들이 검사실에 모여 주주총회 준비한 듯한 녹취록도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2월 23일 구치소 면회를 온 접견인에게 "모 그룹 ㄱ하고 ㄴ 고문이 내일 온다고 해서, 내일 '거기'서 보기로 했거든"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5월15일 녹취록에서도 김 전 회장은 "ㄷ하고는 내가 주주총회 이런 것 좀 설명해줘야 할 거 같아. ㄷ 올 때 ㄹ, ㅁ 오면 돼. 내일 4시쯤 오라고"라고도 말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2025.10.14. 연합
 

박 검사는 9일 입장문에서 "김 전 회장이 1313호실에서 만난 인물들은 수사 목적상 대질 조사를 위해 소환된 참고인일 뿐 수사 외 이유로 소환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공범들의 녹취를 보면 이들은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암시하듯 2023년 4월 4일 지인에게 "방용철이하고 나하고 상민이하고 내일(2023년 4월5일) 이렇게 하기로 했었는데 (중략) 그렇게 해야지 말을 대충 서로 기억을 맞추지. 이승우 하고 나하고 안되면 틀린 게 많으면은 대질을 시켜주라고 해"라고 말하고, 김태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은 2023년 5월18일 수원구치소로 접견온 지인에게 "이화영이가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돌아섰어. 여기는 검찰 그냥 놀러가는 거여. 거기 가서 거기에서 화영이형, 용철이형(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성태형 거기서 만나서 희희덕 거리려고 가는 거여"라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녹취록에서도 박상용 검사 이름이 등장한다. 안 회장은 2023년 2월 24일 구치소로 접견 온 딸과 지인 김아무개 씨에게 "박상용 검사 전화 안왔던? 니(김 씨) 불러달라 했거든. 아니 그냥 대화 우리가 저저…안에서 편하게 대화 하고 그래 하니까. 특별히 좀 불러달라 했거든. 오늘 내가 박상용 검사실에 가니까 오후에 내가 출정 갈 것 같아 (중략) 이화영이 때문에 대질신문 하는데 우리 편들 다 불러 내가 불러가 같이 다 회의를 해 회의를 하면서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검사도 상당히 호의적이야. 그니까 보석 신청을 할 거야"라고 말했다.

 

워치독, 녹취 외에 교도관 복수의 증언 보도 "회덮밥 항의"

 

더불어, 워치독은 김 전 회장의 녹취록만 확인해 보도한 게 아니다. 박 검사가 김 전 회장 등 재소자들에게 '연어 회덮밥'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에 대해 복수의 교도관들이 법무부 조사에서 검찰에 항의한 사실 등을 증언했다. 일례로 한 교도관은 "(5월 17일) 계장님 중 한 분이 1313호실 검찰수사관에게 전화를 해 '영상녹화실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수용자들은 앞으로 구치감 거실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 당시 저녁 도시락은 회덮밥이었다"고 증언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김태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워치독과 인터뷰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등의 녹취와 설명은 모두 하나의 사실로 귀결되고 있다.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실에서는 위법한 수사가 진행됐다.'

 

민주당 주도로 다음달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조작 수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열릴 예정이다. 국정조사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박 검사는 즉시 직위를 해제하고 피의자로 전환해 직권남용, 법왜곡죄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송금 조작 수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 처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