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핵심 참모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관을 동원한 중범죄로 단죄된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등 수십명을 무더기 구제한, 철저한 ‘우리편 사면·복권’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례 없는 특별사면이다. ‘국민 대통합’이 아닌 ‘야권 들러리 통합’이라는 비판으로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대상과 성격을 설명하는데 부족하다는 평가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나온다.

자신의 핵심 참모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관을 동원한 중범죄로 단죄된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등 수십명을 무더기 구제한, 철저한 ‘우리편 사면·복권’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하는 등 정치인과 공직자 75명을 28일자로 사면·감형·복권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여권 인사다. 특사 대상자는 이들을 비롯해 선거사범 1274명, 임신부 등 특별배려 수형자 8명 등 모두 1373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뇌물수수 및 횡령 등 개인비리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14년6개월뿐만 아니라 미납 벌금 82억원도 면제됐다. 이날 낮 신년 특사·복권 대상자를 발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폭넓은 국민통합 관점에서 고령 및 수형생활로 건강이 악화된 이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한다”고 밝혔다.

친이명박계를 중용하는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때 정보·군 조직이 동원된 여론조작 범죄 관련자들을 대거 사면·복권했다. 지난해 징역 14년2개월이 확정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감형)을 비롯해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 옥도경·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이다. 특히 이명박 청와대 재직 시절 비밀문건을 유출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10월 말 유죄가 확정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두 달 만에 사면됐다. 대통령이 매일 얼굴을 맞대는 핵심 참모를 자기 손으로 사면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등에 연루된 친박근혜계 인사들도 무더기 사면·복권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들이다. 박근혜씨 측근 3인방인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은 복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신년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출신도 다수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 폭로를 막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가져다 쓴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방해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등이다. 최 전 차장은 대법원 유죄 확정 11일 만에 사면과 동시에 복권됐다. 한동훈 장관은 “이들 주요 공직자들이 국정수행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다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며 사면·복권 이유를 밝혔다.

상당수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검찰 재직 시절 ‘중범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사안인데, 이제 와서 “잘못된 관행” “경직된 공직문화” 탓으로 돌린 것이다.

야권 인사로는 김경수 전 지사가 사면됐지만 복권되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출소가 다음해 5월이라 ‘들러리 사면’에 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그대로 사면권을 행사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뇌물죄 등)은 사면·복권,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입법로비)은 복권됐다. < 전광준 손현수 기자 >

‘윤 핵심 참모’ 김태효 끼워넣기 사면…‘범법자’ 꼬리표 떼어줘

‘딸 채용비리’ 김성태 복권도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9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새해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자신의 안보 분야 핵심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형 선고 실효를 결정했다. 윤석열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성태 전 의원의 뇌물죄도 사면되면서 대통령 사면권이 ‘내 편 챙기기’로 남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차장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대외전략기획관에서 물러나면서 군사기밀을 담고 있는 국가정보원·국군기무사령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유죄(벌금 300만원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범법자가 안보실의 실세로 앉아 있다”며 김 차장 교체를 요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당의 경질 요구에 눈감았고 이번엔 특별사면 과정에서 김 차장의 전과 사실을 말소시키는 ‘형의 실효’를 끼워 넣었다. 이번 조처로 김 차장은 ‘범법자 안보실세’라는 꼬리표를 공식적으로 떼어냈다. 한 법조인은 “선고 유예가 된 사람을 대통령 곁에 두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으니 정무적인 차원에서 (김 차장이 공직자의) 자격을 갖추게 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성태 전 의원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이석채 당시 케이티(KT) 회장 증인 채택을 무마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딸을 케이티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뇌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유죄가 확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됐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인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지만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일자 자진사퇴했다. 이날 복권까지 결정되면서 김 전 의원은 2024년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면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사면권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지현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최윤수, 형 확정 11일 만에 특별사면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유죄를 확정받았지만, 27일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11일 만에 형의 효력이 사라졌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6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전 차장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던 문화예술인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차장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도록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1·2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심의에 부당개입한 혐의와 우 전 수석과 공모해 이 전 감찰관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찰과 최 전 차장 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최 전 차장을 형 선고 실효와 복권 대상자에 포함하면서, 대법원 판결은 28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잃게 됐다. 검찰 출신인 최 전 차장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이날 함께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우 전 수석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 최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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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헛소리

● 칼럼 2022. 12. 28. 04:0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사법부가 확정한 이명박씨 범죄사실 중 하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에서 1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파렴치범이자 세계적 망신이다.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뇌물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1억원 이상 뇌물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공무원이 100억원을 훨씬 넘는 뇌물을 받고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는데, 2년 살고 끝나는 경우는 없다. 전직 대통령 말고는.

 

 
2021년 2월10일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으로 50여일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임재성 | 변호사·사회학자
 

이명박씨가 사면됐다.

사법부가 확정한 이명박씨 범죄사실 중 하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에서 1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파렴치범이자 세계적 망신이다.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뇌물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1억원 이상 뇌물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공무원이 100억원을 훨씬 넘는 뇌물을 받고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는데, 2년 살고 끝나는 경우는 없다. 전직 대통령 말고는.

대통령실과 여권은 ‘국민통합’을 이야기한다. 사면 때마다 늘 나오는 명분이고, 늘 납득하기 어렵다. 뇌물 받아 자기 배 불린 고위공직자 죄를 면해주는 것이 누구와 누구의 통합에 도움이 되나? 죄인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사회를 분열시킨단 말인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표자는 특별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장 자체도 설득력이 없지만, 이번 사면에는 선출직이 아닌 원세훈,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등도 포함됐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면권이란 그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권에 속했거나 가까운 사람들이 향유하는 특권일 뿐이다. 정치권에 강력한 로비를 할 수 있는 경제계 인사 역시 그 특권을 알뜰하게 나눈다.

이명박 사면에 야권이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사면만큼 정치권이 한목소리인 사안도 많지 않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까지 그 어떤 정권도 사면권 행사를 자제하거나 공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 “‘국민대화합’, ‘경제 살리기’ 등 그럴싸한 명분으로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복권”, “대통령의 측근이나 정권창출의 공신을 슬쩍 집어넣고, 야당 정치인도 적당히 끼워넣음으로써 물타기를 하는 것”.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한 신문의 사설이다. 오늘치 사설이래도 손색없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신성불가침 권한처럼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 헌법 제79조 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법률로써 사면의 원칙과 한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을 만드는 정치권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스스로 제한했을 리 만무하다.

사면법은 1948년 정부조직법 다음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제2호 법률이다. 그 이후 2007년에서야 첫번째 개정이 이뤄졌다. 헌정사상 가장 오랜 시간 개정되지 않은 법률이 사면법이다. 그만큼 가장 통제받지 않은 권한이 대통령의 사면권이었다. 이제는 한 단계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사면권 행사 자제를 공약한다. 사면권 통제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충분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이 ‘사면권을 남용하는 현 대통령을 견제하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과감한 제도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는 국면이다. 사면법 개정 방안에 관해 여러 논의가 있다. 뇌물죄 등 특정 범죄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 사면 절차에서 사법부나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방법 등이다.

필자는 두가지 방향을 특별히 주장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사면 대상을 ‘최저 형기 경과자’로 제한하는 것이다. 형기의 반, 최소한 3분의 1은 복역해야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사면은 사법부가 내린 결정의 효력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당연히 권력분립의 원칙, 법 앞의 평등 원칙과 대립한다. 이 헌법적 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일정한 처벌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면을 성문헌법에 최초로 규정한 미국의 경우 형기가 종료한 이들을 사면 대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두번째는 2007년 도입된 사면심사위원회의 실질화다. 사면심사위원회를 법무부 산하가 아닌 독립적 위원회로 격상하고, 절반 이상이 대법원·국회 추천 등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이들만 사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요건으로 뒀지만, 특별사면은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바로 이 공백을 이용해 수십만명, 수백만명 규모 특별사면이 남용돼왔다. 일반사면을 국회가 통제하듯이 특별사면 역시 독립기구를 통해 제한돼야 한다.

한때 ‘군주의 대권’으로 명명되던 사면권의 축소, 제한은 세계적 추세다. 위 두가지 원칙이 입법된다면 사면권 행사는 자연스럽게 엄격한 기준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이는 헌정사의 중요한 발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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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투기·헬기 대거 동원, 100발 쏘고 1대도 못 맞춰
"북한 무인기 또 출몰" 전투기 출격…확인 결과 새떼

대통령실 "윤 대통령이 우리 무인기 북에 보내라 지시"
9·19군사합의 무력화…사태 관리할 소통 수단도 없어

'원치 않는 사태' 비화 우려…남북, 대결 일변도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7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수도권 한복판까지 휘저었으나 우리 군의 대응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27일 오후 인천 석모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가 또 출몰했다는 보도가 나와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지만, 군 당국이 전투기까지 출격시키는 소동 끝에 새떼로 판명됐다. 앞서 인천시 강화군은 이날 오후 3시쯤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됐다며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오전 10시 25분쯤부터 5시간 넘도록 서울 북부와 강화도, 파주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 우리 군은 공중전력을 대거 투입했지만 단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 5대 중 한 대가 대낮에 용산 대통령실 일대 상공까지 넘어온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의 대공 방어망에 중대한 허점을 노출했다. 그러나 합참 공보실은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은 없었다”고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가안보를 위협할 긴급 비상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김성한 안보실장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5시간 동안 윤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무기기 5년만에 남한 영공 침범

 

 북한 무인기 쫓는 아군의 항공기 비행모습. 2022.12.26 [KBS 화면 캡쳐]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이 우리 군에 포착된 시점은 26일 오전 크리스마스 연휴 다음 날인 26일 오전 10시 25분쯤이었다.

합참에 따르면 총 5대 가운데 한 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곧장 서울 북부 상공까지 직진한 다음 서울을 벗어났으며, 그후 3시간 가량 비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합참은 부인했으나, 이 무인기는 용산 대통령실 상공까지 넘어와 그 일대를 촬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머지 네 대는 강화도 서쪽으로 진입해 강화, 파주 일대까지 휘젓고 다니며 교란 작전을 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무인기가 남측 영공에 머문 시간은 5시간여로 군은 파악했다.

우리 군 조종사가 육안으로 식별한 무인기 한 대는 전장 기준 2ⅿ급이었다. 이 무인기는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 추락한 무인기와 유사한 형태로 보였다고 한다.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안보관광지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12.27.

 북한은 무엇을 노렸나…북 관영매체들 ‘침묵’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27일 노동동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사회주의헌법 제정 50돌 기념 보고대회,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면서까지 이런 도발에 나선 북한의 의도를 두고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은 남한의 대비 태세를 탐지하기 위한 정찰의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서울 북부 상공에 진입한 무인기 한 대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 촬영하고 복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다음은 최근 미군 정찰기의 MDL 인근 비행에 대한 대응 조치의 성격도 있을 수 있다. 주일미군 소속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가 지난 21일 서해로 북상해 MDL 남쪽의 수도권과 강원도 상공을 왕복 비행한 바 있다.

또한, 취약한 정찰 능력 제고를 위한 정찰위성 완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이전에는 무인기를 통한 적극적인 정찰 활동을 벌여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브리핑. 2022.12.26

 군, 한대도 격추 못해…도리어 경공격기 1대 추락

군은 북한 무인기가 포착되자 경계 태세를 2급으로 올려 대응했다. F-15K와 KF-16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 코프라 공격헬기를 포함해 군용기 약 20대가 출격했다. 그러나 KA-1 한 대는 이륙 중 추락했다. 다행히 조종사들은 문제가 없었지만, 우리 군의 대비 태세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전투기와 경공격기, 헬기 등을 대규모로 동원해 대응했지만 북한 무인기를 단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음속으로 기동하는 전투기들은 저속으로 비행하는 무인기 공격에 적합하지 못해, 결국 헬기의 20㎜ 기관포로 100여 발 쏘았으나 실패한 것이다.

이에 군 관계자는 “민가와 도심지 등이 있는 상공이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있을) 우리 국민의 피해를 고려해서 그런 지역에서는 사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중전력 위주 대응도 무인기 대처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북한 무인기 작전은 지상의 국지방공레이더와 이 레이더의 정보를 받는 벌컨포 운용 대공 방어부대에서 맡도록 되어 있다. 군은 육군·해병대의 대공 방어부대가 무인기 작전에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조종사가 없는 무인기를 향해 우리 경고 방송을 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MDL(군사분계선) 침범에 상응하는 조치로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 2대를 MDL 북측으로 보냈고, 유인정찰기인 ‘백두’와 ‘금강’도 9·10 남북 군사합의상의 비행금지구역을 넘어 MDL 근처까지 접근시켰다. 남북 모두 9·19 합의를 깬 셈이다.

한편, 합참은 27일 '입장'을 내고 전날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무인기 대응 전력 강화를 다짐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탐지 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개회 선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2022.12.27. 연합뉴스

 안보 책임자들 인책 불가피…대통령 안이한 인식 도마

우리 군의 대응이 총체적 부실로 판명되지, 군 당국은 부랴부랴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합참 전비태세 검열실은 27일 현장 작전부대들을 찾아, 작전 전반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후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책임은 현장 지휘관에게만 있는 것이다. 군의 대비 태세를 이토록 허술하게 놓아둔 대통령과 국방안보 라인 고위 인사들의 책임이 더 크다.

특히 1000만 명 이상이 사는 서울 한복판 상공에 북한 무인기가 출현해 휘젓는 긴급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NSC조차 주재하지 않는 ‘한가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은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면서 사태를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린 데서도 확인된다. 국정 책임자라면 모름지기 이런 위험천만한 사태를 ‘통제’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도, 늘 그래왔듯이 ‘남 탓’부터 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본인의 안이함도 문제이지만, 대통령을 그렇게 ‘보좌’한 국가안보실장과 1차장 등 핵심 참모, 국방장관·합참의장 등의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세계 6위 군사대국인 한국이 ‘종이 호랑이’인 것이 드러났다. 북한이 앞으로 남측을 가지고 놀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일벌백계를 해야 군이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며 국방안보 고위책임자들의 징계를 주장했다.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국 B-52H, F-22, C-17이2022.12.20 [국방부 제공]

 한반도 군사긴장 고조…남북, 대결 일변도 정책 바꿔야

북한 무인기 사태는 당장은 남측의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보란 듯이 깨고 도발을 감행했고, 이에 맞서는 과정에서 남측도 무인정찰기를 MDL 북쪽으로 보내는 상응 조치를 했다. 이로써 9·19 군사합의 자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이번엔 무인기였지만, 앞으로 유사한 또는 좀더 강도 높은 도발이 있거나 도발 가능성이 있을 때, 남과 북이 사태를 관리할 상호 소통 수단이 없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작은 사건이 국지전과 같은 ‘원치 않는 사태’로 한 순간에 비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 쪽이 자극하면 다른 쪽이 좀더 강하게 대응하는 식으로 서로 상승 작용을 하다보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력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건 비례성의 원칙에 따른 것이자, 확전을 각오한 상황 관리였다. 대통령이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본 것"이라고 여러 언론에 밝혔다. 무인기 침투에 대통령실이 '확전 각오'까지 거론해 군사적 긴장감을 더 고조시킨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이르고 이에 맞선 한미, 한미일의 초강도 연합훈련 등 대북 군사 압박도 심해지면서 한반도는 언제 무력 충돌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75년간 지켜온 ‘전수방위’(공격받을 때만 반격) 원칙을 대놓고 깨면서, 적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갖춘 군사대국으로 치닫는 일본의 위험스러운 움직임을 감안하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한반도에 사는 7000만 민족의 생명과 재산이다. 남과 북 모두 지금은 대결 일변도의 정책을 버리고 평화 정착을 위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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