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참석, 이재명·트럼프‧시진핑·다카이치 집결
북미 대화·한러 관계·우크라전 종전 '복합 이슈'
이재명–푸틴 첫 대좌 주목…'천궁 지원'이 변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
트럼프 측근 "먼저 이 대통령과 회담해야"

 

오는 11월 18일부터 이틀간 중국 선전에서 열릴 제3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올해 최대의 국제 외교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동 희망을 밝히면서 선전 APEC 기간 중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작년 경주 때 불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직접 선전을 찾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 러시아는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보냈다.

 

이에 따라 선전에는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 의장국인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북한의 김 위원장이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APEC을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정세에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2025. 09. 03 [타스=연합뉴스]

 

푸틴 참석에 이재명·트럼프·시진핑·다카이치 집결
북미 대화·한러 관계·우크라전 종전 '복합 이슈'

 

23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VGTRK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아직 회담을 공식 추진하진 않는 단계지만, 선전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샤코프는 "APEC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두 정상이 같은 행사에 참석한다면 불가피하게 만나서 대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타스 통신은 7월 21일 자 보도에서 마라트 베르디예프 외무부 특임 대사를 인용해 푸틴이 러시아 대표단을 직접 이끌고 APEC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북·중·러 사이의 진영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러 대결과 북‧러 협력, 최악의 한‧러 관계, 그리고 북핵 문제 관련 미‧북 대립과 남‧북한 단절, 한미동맹 균열 징후, 중‧일 대결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복합적 구조를 이룬 형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선전 APEC 기간에 눈여겨볼 행사는 ▲ 북한과 미국 ▲ 한국과 러시아 ▲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양자 정상회담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물론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과 의장국인 중국 간의 정상회담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15일 이 사진을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올렸다. 2026. 08. 15 시민언론 민들레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김여정 "한미 훈련 축소 전혀 흥미 못 느껴"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한 데 이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개시 당일인 17일 '대폭 축소'를 지시해 충격을 줬다. 이틀 후엔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57발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현실로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까지 던졌다.

 

이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한미 연합연습 축소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조미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의 훌륭한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 취해 나가는 주권적 행사들은 매우 상식적이고 적중하며 필수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곤 이튿날인 20일 오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6.8.15

 

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
트럼프 측근 "먼저 이 대통령과 회담해야"

 

정부는 UFS 축소 지시에 이란전 지원 관련 한국의 태도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이 작용한 걸로 보면서도, 북미 대화 재개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X를 통해 "우리는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 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하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이러한 피스메이커 활동을 촉진하고 기여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김여정은 20일 담화를 통해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국방과 안보를 외세에 내맡기고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차고 넘친다'고 자평하는 한국이라는 실체"라고 비난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오는 11월 APEC 기간에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한국 정부의 역할은 '보조적'일 공산이 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의 프레드 플라이츠 부소장은 21일 자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기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해야 하며, 가급적 서울을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한미관계에 대한 의지와 김정은과의 대면 외교를 재개하겠다는 결의를 강력히 전달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작년 9월 29일 국군의날 미디어데이에 공개한 천궁Ⅱ 2025.9.29. 연합뉴스

 

이재명–푸틴 첫 대좌 주목…'천궁 지원' 변수
트럼프-푸틴 회담, 북러 협력 향방에 영향?

 

다음은 이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동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윤석열 정권이 '자유의 전사'라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앞장서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나아가 우크라에 대한 막대한 재정적, 비군사적 지원을 하자 한‧러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고 작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추가 악화'를 막을 뿐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 지원에 맞서 북한과 군사협력을 본격화했다. 특히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존재를 감안할 때 11월 APEC 기간에 한‧러 정상 회동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한·러 정상회담의 최대 변수는 우크라에 대한 한국의 살상 무기 지원 문제다. 특히 우크라가 한국산 천궁 지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이 이를 수용한다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천궁'이 방어용 무기이기는 하지만, 러시아는 이것도 '살상 무기'로 간주하고 있는 게 문제다. 방어용 미사일이라도 우크라에 지원할 경우, 러시아군의 공습·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와 전력 손실을 직접 유발하기 때문에 살상 무기에 속한다는 게 러시아의 시각이다. 그동안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러 관계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누차 위협해왔다.

 

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한국이 기존의 '살상 무기 직접 지원 불가' 방침을 유지한다면 이 대통령과 푸틴의 첫 정상 회동이 이뤄질 외교적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성사된다면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양국 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트럼프와 푸틴의 회동도 관심거리다. 특히 트럼프와 푸틴이 우크라 전쟁의 종전 조건이나 미·러 관계 정상화에 일정한 공감대를 이룬다면 이는 북·러 군사협력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가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거나 북한에 대미 협상에 나설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유 기자 >

 

이진숙, '여자 히틀러' 발언에 김민석 대표 고소
'5·18폄훼 포럼'서 5공 실세 허화평과 나란히
진보당 "이진숙, '여자 전두환'표현은 수긍하냐"

 

"그래서 '전두환의 비서실장' 허화평 예우했냐" 
이진숙 "여자 전두환 제외는 절차 단순화 위해"
김민석 "여자 전두환, 한국서 발 붙여선 안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024년 7월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4. 연합뉴스

 

'5·18 폄훼 포럼'을 열어 파문을 일으킨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자신을 '여자 히틀러'라고 지칭했다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고소한 가운데, 진보당은 24일 이 의원을 향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자의 파렴치한 적반하장"이라며 "'여자 전두환'은 수긍하냐"고 직격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여자 히틀러'만 (고소 이유로) 콕 집었는데 그렇다면 '여자 전두환'이라는 표현은 수긍하냐"며 "그래서 '살인마 전두환의 비서실장' 허화평까지 굳이 ('5·18 폄훼 포럼'에서) 바로 옆에 앉혀두며 예우를 차렸냐"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도둑이 매를 든 격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악랄하게 모독하고 폄훼하면서 지금까지도 고통받는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모욕'이라는 대못을 박은 자가 바로 이진숙 아니냐"며 "'히틀러'라는 표현에서 정말로 모욕감을 느꼈다면, 거꾸로 광주시민들과 우리 국민들이 받았을 모욕감부터 되짚어볼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당시 이 의원을 직접 지칭하지도 않았다"며 "(이 의원이) 문맥상 자신을 가리킨다며 고소에 나섰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표현이 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금뱃지야말로 심각한 모욕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진숙이 지금 당장 제출해야 할 것은 고소장이 아니라 바로 (국회의원) 사퇴서"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24일 피고소인 김민석(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이 쓰여진 고소장을 들고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6.08.24. 유튜브채널 위풍당당이진숙 갈무리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 전남광주 순회경선에서 '5·18 폄훼 포럼'을 국회에서 열어 파문을 일으킨 이 의원을 향해서 "민주주의와 5·18을 지켜내겠다. 이진숙이 5·18을 폄훼하면 (재적의원) 3분의 2로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고쳐서 과반수로 1년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게 해서 실질적으로 국회에서 아웃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김 대표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이 의원은 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는 저를 '여자 히틀러'라고 지목하면서 저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며 "제가 어째서 여자 히틀러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5·18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포럼을 주최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포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건 기자의 생각이고, 질문의 전제가 틀렸다"고 답했다.

그는 '여자 전두환'이라는 표현을 고소장에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형사소송 절차를 훨씬 더 단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에서 허화평(왼쪽 첫번째) 등과 함께 앉아있다. 2026.8.13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에서 '5·18 폄훼 포럼'을 개최한 이 의원은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과 맨 앞줄 내빈석에 함께 앉은 바 있다. 허 이사장은 1979년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12·12 군사쿠데타의 밑그림을 짜고 실행에 옮긴 이로 '5공화국의 핵심 실세'로 불렸다. 허 이사장의 참석으로 일각에서는 '5·18 폄훼 포럼'이 전두환을 복권시키려는 숨은 의도와 관련돼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 김시몬 기자 >

문제는 대법관 제청권 아닌 대법원장의 추천 독점

● COREA 2026. 8. 25. 06: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법관추천위 복원하고 법원행정처는 폐지해야
‘제청’은 유신 헌법이 만들어낸 상하 관계 용어

박정희가 사법부 통제하려 법관추천위 폐지
법원행정처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비서조직

 

며칠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면서 “대통령이 하라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된다면 헌법에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이른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제청(提請)’이라는 용어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처럼 하부 기관이 상부 기관에게 올려 ‘비준’이나 ‘동의’를 청(請)한다, 쉽게 말하자면 ‘여쭌다’는 의미이다. ‘제청’이란 결코 대등한 기관 간에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대등한 기관 간에 사용될 수 있는 용어라면 ‘제안’이나 ‘건의’ 정도의 용어가 타당하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말하는 것은 어느 의미로 보면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하부의 위상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돼버린다.

 

법원행정처장이 강조했던 이 ‘제청권’은 박정희의 유신 헌법에서 처음 출현하였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이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신 헌법은 기존에 존재하던 법관추천위원회가 폐지하고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바꿔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조항이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명문 규정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으며, 이는 이른바 ‘유신 잔재’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연합뉴스

 

박정희는 자신의 영구 집권 구상에 당연히 하부조직으로서의 사법부를 상정하고 있었고, 그것을 헌법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과 자신의 ‘임명’이라는 용어로써 명백하게 명문화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사실 이 ‘제청’이라는 용어가 헌법에 규정화되어 있고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된 상황인 셈이다.

 

원칙적으로 사법부는 3권으로 분립된 국가기관 중 민주적 정당성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부는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는 조직일 수 없다. 법원 구성의 민주성 확보와 국민의 사법참여 그리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통제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문제는 제청권과 임명권 간의 갈등보다도 대법관 추천 절차에서의 대법원장 독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사법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박정희가 사법부의 하부조직화를 위해 폐지한 법관추천위원회의 복원이 중요한 과제이다. 법관추천위원회의 정상화를 통하여 비로소 대법원 구성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법원행정처가 폐지되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한마디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비서 조직이다. 법원행정처는 일본 제국 시대에 일본의 전체 법원과 재판관을 지배하고 통제했던 사법성(司法省)을 그대로 모방한 전형적인 ‘일제 잔재’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법원행정처라는 시스템은 사법 후진국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법원행정처는 인사관리실이나 기획조정실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법원 전체를 통제하는 강력한 중앙을 구축시킨다. 그리고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이 법원행정처라는 강력한 중심을 토대로 하여 완성된다.

 

한편, 우리나라 사법부의 법관 인사제도는 수많은 승진단계가 존재하고 이를 사법구조와 직결시킴으로써 인사와 조직이 맞물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중앙집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일원화된 중앙집권체제를 토대로 하여 대법원장 1인의 제왕적 권력이 법원 상층부를 경유하여 하부까지 전달되기에 용이한 체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법관의 독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사법 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도 법관을 인사하지 않는다. 법원행정처를 앞세운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은 이미 큰 문제다. 특히 독점적인 인사권은 시급히 바뀌어야만 한다. 독일 기본법 제97조 제2항은 법률의 판결이나 법률이 정하는 형식 및 이유에 의해서만 법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전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관의 전보 인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특정 법원의 법관으로 임명되면 퇴직까지 계속 한 법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법 독립도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박정희가 바꾼 지금의 헌법에는 맞춤법조차 틀린 곳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행정처장이 들고 나온 ‘제청권’은 박정희의 유신 헌법에 처음 규정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신 헌법은 박정희의 영구 독재를 위하여 감사원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규정하였다.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을 어렵게 만들었던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헌법 규정도 본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에 재적의원 과반수만의 의결로 가능했던 헌법 규정이 유신 직전인 1969년 개정한 헌법에서 대통령 탄핵을 어렵게 하기 위하여 현재와 같이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 수정했던 것이다.

 

헌법은 결코 신성불가침일 수 없다. 국민 생활과 시대적 변화 그리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수정되어야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30차례에 가까운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더구나 지금 헌법에는 맞춤법조차 틀려있는 조문도 있다. 바로 즉, 헌법 제72조 규정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당연히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가 맞는 맞춤법이다. 이 조항도 박정희의 5.16 쿠데타 이후 개정한 헌법에서 출현한 착오다. 세계 어느 헌법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검사의 독점적 영창청구권 규정도 검찰조직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 박정희 유신 헌법의 작품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단 한 글자의 헌법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박정희 헌법 시대’를 이제 그만 벗어나야만 한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대법, '골프 접대' 김인택 판사에 정직 3개월…왜 이 시점?

 

작년 9월 뉴스타파 보도로 부적절 처신 알려져
대법관 임명 제청 앞서 서둘러 마무리한 건가
2023년 7월~지난해 5월 여섯 차례 골프 여행
재판 중 알면서도 명품 의류 대리 구매하게 해

 

약식기소 다음날 명·김영선 "무죄" 다음날 전보
김 판사 기소 불복 정식재판 청구,11월 첫공판
조 대법원장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흔들림 없이"
김 헌재소장 "헌법의 시선으로 겸허한 성찰을"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김인택(56)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창원지법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2월과 5월 현대산업개발(HDC) 계열 신라면세점의 한 팀장과 골프 해외여행을 즐겼다. 문제의 팀장은 다른 사건으로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골프 여행으로 출국할 때마다 김 부장판사의 손에는 명품 의류가 들려 있었다. 그 팀장에게 자신의 여권을 사진으로 전달해 옷들을 구매하게 했다. 제값의 80~95%를 할인 받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싼값에 산다고 좋아할 일인데 그는 결제하지 않고, 문제의 팀장이 대신 결제했다. 물론 그는 나중에 옷값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명품 대리 구매 의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서였다. 법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언론에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도 김 부장판사는 꿋끗이 법대에 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렀는데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문제의 팀장은 관세청에 고발돼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인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의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전날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엄숙하게 판결문을 읽어내려간 것이었다. 이런 낯부끄러운 일에도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같은 달 6일 창원지법을 떠나 수원지법으로 전보됐다. 4일 약식 기소 처분, 5일 명태균 씨와 김 전 의원에 무죄 판결, 6일 인사 명단 게재를 보면, 마치 각본을 짠 듯 착착 실행된 느깜마저 든다 

 

대법원이 김 부장판사의 잘못된 처신이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진 지 거의 1년 만인 지난 13일 정직 3개월과 징계부가금 347만 4632원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24일 관보 게재를 통해 알려졌다.

 

관보에 따르면, 징계대상자는 지인인 황모 씨로부터 2024년 10월 3일부터 같은 달 6일까지 106만 3300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제공받고,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60만 9200원 상당의 왕복항공권 및 56만 2132원 상당의 숙박을 제공받고, 같은해 5월 3일부터 같은 달 6일까지 124만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제공받고, 황씨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23년 7월 27일부터 지난해 5월 6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등 부적절한 친분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당초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뿌리 깊게 두 사람은 유착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부장판사는 앞으로 3개월간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그 기간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정유선)에 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됐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그의 재판 첫 공판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약식기소는 혐의가 가벼워 재산형이 적당할 때 검사가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을 구하는 절차다. 청탁금지법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한 해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의 벌금형이 확정돼도 판사 직은 유지할 수 있다. 헌법 규정상 판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파면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 대법원이 이날에야 관보에 게재해 공개한 사정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이홍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각각 손봉기(60)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7)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 19일 임명 제청하기 전에 김 부장판사 징계를 서둘러 마무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1 연합뉴스

 

한편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으로 정부·여당과 긴장을 이어가고 있는 조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축사를 통해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지난 2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이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임을 명확히 확인하고, 이를 침해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국민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올해 서울중앙지법과 창원지법에서 시범 운영한 '민생사건 적시처리 재판부'를 통해 법적 보호가 필요한 시기를 놓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최근 사법제도의 변화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호사 단체를 비롯한 법조계와 긴밀히 소통해 사법제도가 오직 국민을 위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축사에서 지난 3월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의의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재판소원 제도는 법을 해석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법조인에게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헌법의 시선'으로 자신의 판단을 더욱 겸허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사법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지만, 어떤 변화도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제도의 효율성과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공정한 절차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또한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사법 제도에 발맞춰 국민의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맡은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