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패권 떠받치던 동맹 · 미군기지 · 해로 침식
‘외과수술적 타격 독트린’도 파산…국력 취약이 배경
미국 패권의 구조적 수축 가운데 군사력도 한계

 

15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에비앙레뱅/AP 연합
 

 

미국-이란 간 합의로 107일간 이어진 전쟁이 종전의 길에 들어섰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반세기 넘게 이어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큰 변동을 가져왔다. 미국의 패권 체제에 가해진 균열과 중동 세력 판도의 변화, 서방 동맹 체제의 분열 등을 살펴본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의 전략적 판단 실패를 보여줬다면, 107일 동안 이어진 이란 전쟁은 차원이 다르다. 전략적 판단 실패에 더해 미국이 누리던 패권과 초격차를 가진 국력·군사력이 침식되는 모습이 전장에서 증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8년 이란 핵 개발을 규제하는 국제 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2기 집권 2년차인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감행했다. 100일 넘는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키지 못했고,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이란에 뺏기면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긴 협상 끝에 지난 14일 이란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했지만, 이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정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왜 전쟁을 했느냐”는 질문이 비등하고, 이란 전쟁 역시 베트남·이라크·아프간 전쟁을 잇는 미국의 실패한 전쟁 계보로 분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전 등 세차례의 지상전 수렁을 겪은 미국은 이번 이란 전쟁에서 지상군 없이 첨단 해·공군력만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외과 수술적 타격’ 독트린을 수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본격화한 이 독트린을 충실하게 집행했다.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이란·이라크·나이지리아·소말리아·시리아·베네수엘라·예멘 등 7개국에 군사 타격을 가했고, 카리브해에서는 지금도 마약 소탕을 명분으로 작전을 지속한다.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단기간에 첨단 정밀유도 무기로 전쟁을 끝내는 방식이다. 이란 전쟁은 그 독트린의 확장판이었다. 지상군 투입 없이 대규모 해·공군력을 동원해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단기간에 정권 교체를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정권 교체는커녕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상실한 채 이란과의 휴전 협상에 나섰다.

 

이란 전쟁이 개전된 첫날인 지난 2월28일 미국 해군 5함대의 바레인 본부 기지가 이란의 폭격으로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의 패권을 떠받쳐온 동맹과 해외 미군 기지, 항행의 자유 체제 등에 균열이 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14일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 함정을 보내 호르무즈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사실상 파병을 요구했지만, 호응한 국가는 없었다. 유럽의 미국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부 국가들은 미군에 기지 사용과 영공 통과를 불허하는 저항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배신으로 규정하며 유럽에서 미국의 안보 기여를 줄이겠다고 위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및 세계 정세의 주요 버팀목이었던 미국과 유럽의 동맹에 적지 않은 균열이 간 것이다.

 

‘미군 기지 주둔은 안전 보장’이라는 등식도 이란 전쟁에서 뒤집혔다. 미국은 80여개국에 있는 750여개 기지·시설망과 이를 거점으로 운용되는 대양 해군력을 통해 군사 패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란 전쟁 기간 중동 내 미군 기지는 ‘안보 우산’이 아니라 ‘공격의 표적’이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전역에 흩어져 있는 미군 기지들은 이란의 공격에 노출돼 상당 부분 파괴됐다. 미 해군 5함대 본부가 있는 바레인은 개전 첫날 이란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미군이 기지를 떠나 호텔과 민간 사무실을 빌려 근무하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기지가 이렇게 대규모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다. 막대한 돈을 들여 미군 기지를 마련해준 중동 국가들은 전쟁 상황에서 이 기지가 자신들이 아닌 이스라엘을 지키는 데 활용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미국 패권의 또 다른 상징으로 전세계 바다를 통제하며 공공재처럼 제공해온 ‘항행의 자유’ 원칙도 이번 전쟁에서 빛이 바랬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을 밀어붙였지만, 값싼 드론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끝내 풀지 못했다.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원유·가스값이 급등하면서 세계 각국이 물가 불안에 시달렸고, 미국 국민들의 마음도 싸늘하게 식었다. 미국에 쫓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이 더는 전세계에 항행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패권국의 의무는 회피하면서 그 편익만 취하려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건 채 대외·국방 정책의 무게 중심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시켰다. 패권의 구조적 수축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글로벌 투사력을 지탱하는 해외 기지망과 대양 해군력이 침식되고 있음을 이란 전쟁은 보여줬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군비 지출을 보면 이란은 미국의 1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란 전쟁에서의 미국의 고전은 전략 경쟁의 라이벌인 중국과의 대결에서 먹구름을 드리운다. 중국은 군사비와 제조 능력, 기술 역량, 핵전력, 반접근·지역거부(A2/AD) 체계 모두에서 이란과 비교되지 않는 초강대국이다. 이번 전쟁은 미국 패권 침식의 예고편으로, 본편은 훨씬 가혹할 수 있다.      < 정의길 기자 >

독립 250돌 미국…미국인 5명 중 2명 “250년 더 못 버틸 것”

 
 

64%는 “미국 민주주의 무너질 위험”
‘미국은 세계 최강’에 동의 30% 불과

 

 

올해 독립 250주년을 맞는 미국인 5명 중 2명은 미국이 앞으로 250년을 더 버티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6명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실패할 위험에 처했다고 보고 있다.

 

오는 7월4일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을 맞아 로이터/입소스가 조사해 16일 발표된 여론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38%는 미국이 지금으로부터 250년 뒤에도 단일 국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 40%, 공화당 지지자 중 26%, 무당파 중 46%가 이 비관적 전망에 동의했다. 미국의 존속을 긍정한 응답자는 62%였다.

 

응답자의 3분의 2가 미국 민주주의가 실패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봤다. 응답자의 64%가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질 위험에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5월의 57%에 비해 더 늘어난 수치이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85%, 공화당 지지자의 50%가 이런 견해를 보였다. 응답자의 77%는 향후 5년 안에 정치적 폭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했다.

 

미국을 세계 최고의 나라로 꼽는 응답자 비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30%만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답했다. 도널 트럼프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11월 같은 조사에서는 38%였다.

 

민주당 지지자 중 이 견해를 가진 비율은 26%에서 11%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는 약 10명 중 6명이 여전히 미국을 세계 최강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48%는 미국이 단지 강대국 중 하나라고 답했고, 13%는 강대국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번 조사는 미국인 사이에서 국가적 위기 인식이 초당파적으로 퍼졌음을 보여줬다. 민주주의가 실패 위험에 처했다는 인식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지난해 대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민주당의 ‘트럼프 위협론’과 공화당의 ‘좌파 위협론’이 각자의 방향으로 같은 공포를 증폭시키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 정의길 기자 >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했지만 핵 협상 등 쟁점 첩첩산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레뱅에 도착했다. AP 연합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지만 핵 협상 등 풀어야 할 쟁점이 첩첩이 쌓여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 동안 이란 정권이 더욱 완강해져 핵 프로그램을 놓지 않으려 할 거라고 본다.

 

15일 미 고위 당국자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을 약속하는 양해각서 체결에 이어 60일 동안 후속 협상에 들어간다.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완화, 동결자금 해제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 기간 이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양해각서 합의 소식을 전하며 “이 위대한 합의는 그 지역 전체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찬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보 쟁점 중 가장 중요한 핵 협상이 뒤로 밀린 점을 지적한다. 오는 19일 이후 공개될 양해각서는 미-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방안 등을 후속 논의에서 다룬다고만 규정할 뿐, 구체적인 해결 방향은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샤피로 선임연구위원(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은 “트럼프는 자기 합의를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보다 낫게 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그런 비교를 할 만한 단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현재 합의엔)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관한 내용도, (후티·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세력 네트워크에 관한 내용도,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이란 국민을 도울 내용도 없다. 이란 정권을 강화하고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흘러들어 갈 대규모 제재 완화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후속 협상에서 미국 바람대로 핵 프로그램을 관둘지는 미지수다. 이번 전쟁을 거치며 이란 독재 정권이 더욱 강경해졌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테일러 애틀랜틱 카운슬 ‘이라크 이니셔티브’ 국장은 “(이란) 정권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으며, 걸프 전역에서 보복 공격을 감행한 뒤 오히려 대담해졌다. 전쟁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보다, 핵 억지력이 자기 미래를 보호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일깨웠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중동연구소(MEI)의 괴뉠 톨 선임연구원도 “이번 전쟁은 이란 지도자들 사이에서 ‘미래 공격을 억제하려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강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망은 지역 국가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휴전이 깨져 협상 자체가 중단될 우려도 여전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무부에서 이란 문제를 담당했던 네이트 스완슨은 “이스라엘은 어떤 합의에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조건이 나쁠 경우 자신의 역량을 이용해 합의를 막거나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레바논, 가자지구, 시리아 ‘테러 조직’들과의 싸움도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소탕을 명목으로 레바논 등을 계속 공격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못 박는다.

 

이번 양해각서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면서 세계 유가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르무즈 항로의 물동량이 단기간에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전쟁 동안 이란이 심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를 제거해야 하는 데다, 해운사들은 전쟁이 완전히 종식됐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란이 해협 ‘통행 수수료’ 징수권을 주장하고 있어, 통항 재개 뒤에도 물류비용은 전쟁 전보다 뛸 수 있다.

 

조시 립스키 애틀랜틱 카운슬 국장은 “시장은 앞으로 (유가 하락) 동력을 얻기 위해 ‘해협이 약속대로 실제로 열릴지’, ‘해협 통과 비용이 전쟁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될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며 “두 질문에 대한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은 평화 합의(양해각서) 서명은 판단 기준점 중 하나로만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양해각서만으로는 미국이 애초 전쟁 목표로 내걸었던 ‘핵 위협 제거’ 등은 해결하지 못한 채, 이번 전쟁으로 초래된 ‘호르무즈 봉쇄’만 푼 셈이다. 가디언은 “이번 합의는 무책임한 전쟁이 시작되기 전과 거의 같은 상태로 모든 것을 남겨둔다”고 평가했다. 마르크앙투안 엘마제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에너지·기후센터장은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양쪽이 결코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두 달마다 연장되는 적대 행위 중단에만 머무르는 것”이라며 “신뢰 회복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천호성 기자 >

 

이스라엘도 못 본 미·이란 종전 MOU…트럼프 “수일 내 공개”

  

16일(현지시각)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뉴욕시 폭스뉴스 채널 스튜디오에서 열린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전쟁의 또 다른 핵심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아직 합의문을 열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16일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에 이란과의 종전 합의문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열람 요청을 거부한 배경 중 하나로, 공식 발표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합의문 내용을 유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도 미국이 이번 주 후반 스위스에서 열릴 공식 서명식 전 이스라엘의 양해각서 열람 요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시엔엔에 해당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며 “미국은 협상 과정 내내 이스라엘을 포함한 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해왔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 협상단에 애초에 그러한 열람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합의문 비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기자들에게 합의문 전문을 “며칠 안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하다면 합의문을 카메라 앞에서 “한 글자씩” 읽을 수도 있다고 했고, 의회에도 검토를 위해 보내겠다고 말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이날 메긴 켈리 쇼 출연해 합의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란과 파키스탄·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외교적 순서에 맞춰 공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아랍·이슬람권에 존재하는 민감성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합의문이 “늦어도 금요일에는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레바논 문제다. 이란은 이번 합의의 일부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란이 미국과의 다음 단계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군을 요구하겠다는 보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가 이번 양해각서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 합의 해석을 둘러싼 미국·이란·이스라엘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 정상회의 현장에서 지난 주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를 겨냥해 감행한 대규모 공습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투를 너무 오래 끌고 있으며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며 “누군가를 찾을 때마다 매번 아파트 건물을 통째로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문제에 대해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종전 양해각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거의 밝히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항상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그 합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전쟁 당사자임에도 합의문 내용에서 배제됐다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 정치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합의문 공개와 의회 보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하원 지도부와 정보위원장 등 이른바 ‘갱 오브 에이트’에게 합의 내용을 즉각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가 이란에 항복했다”…미 보수진영 ‘종전 합의’ 반발

 
 

 이란 핵 억제 불분명한데, 경제적 여지 열어줘

 

 

미국과 이란이 종전 및 후속 협상의 틀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공화당 강경파와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합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초기 내세웠던 이란 핵 프로그램 억제 목표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란에 경제적 여지를 열어준 것 아니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미 보수 진영의 주요 인사들은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1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가 이란에 항복했다”며 “미국인들을 죽이는 자들이 이 합의를 좋아한다”고 적었다. 조지 더블유(W). 부시 행정부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마크 티센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합의의 틀이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의 세부 내용과 협상 결과를 보고 싶다. 우려된다”고 말했다.

 

보수 매체 내셔널리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비군사 목적 우라늄 농축 허용을 시사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마크 레빈은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이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 서명식 이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이번 휴전 합의가 전쟁 목표 달성보다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에 무게를 둔 “전략적 후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과 핵 역량을 유지한 채 제재 완화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며, 강력한 합의라면 농축·재처리 금지, 핵시설 해체, 무제한 사찰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지원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공화당 내 대표적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의회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란 쪽이 이해하는 합의 내용이 미국 협상팀이 주장하는 것과 달라 보인다”며 “다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합의가 마련될 경우 밴스 부통령 등 협상 당사자들이 의회에 직접 설명해야 하며, 조약에 준하는 의회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란의 이행 의지를 둘러싼 회의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에게 미 정보기관이 수집한 첩보를 근거로, 이란이 최종 합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핵 양보를 실제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첩보에는 이란 당국자들이 내부적으로 논의한 내용이 중재자들과 미국 쪽에 전달한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내부 논의에서 이번 양해각서에 대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원철 기자 >

 

 

 

 

국방부, 규제완화 발표…내년부터 민통선 MDL 이남 평균 6㎞로 단계적 조정

제한보호구역 하반기부터 순차 해제…불필요한 접경지역 군사장애물도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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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남북의 경계  = 북한이 북측 지역만을 자신들의 영토로 규정한 영토 조항을 신설해 개헌한 가운데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가 적막하다. 최근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남쪽으로는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다는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조항을 삭제해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한 개헌을 단행했다. [연합]

 

국방부가 국정과제인 '민군상생을 위한 국방 분야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평균 2㎞ 올리고, 여의도 150배 규모의 제한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한다.

 

국방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군사시설 규제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부터 접경지역 전반에 걸쳐 민통선 조정이 추진된다.

민통선은 고도의 군사활동 보장이 요구되는 군사분계선(MDL) 인접지역에서 군사작전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기준선으로, MDL 이남 10㎞ 범위 이내에서 지정되게 돼 있다.

 

민통선은 지형 차이 때문에 지역마다 다른데, 평균 MDL 이남 8㎞에 설정돼 있다. 강화·김포 등 서부전선은 민통선이 MDL 이남 1㎞까지 올라간 곳도 있지만, 양구·고성 등 산악지대가 있는 동부전선은 MDL 이남 10㎞까지도 내려가 있다.

 

국방부는 지역별로 지형 여건과 작전계획 등을 검토해 민통선을 MDL로부터 평균 6㎞ 정도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통해 여의도 90배(약 270㎢) 면적의 '통제보호구역'이 '제한보호구역'으로 이재명 정부 임기 중 규제완화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전 지역에서 일괄적으로 민통선을 2㎞ 북상하는 것은 아니며, 동부전선의 경우 MDL 이남 10㎞를 유지해야 하는 곳도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민통초소 이전, 경계펜스 및 CC(폐쇄회로)TV 설치 등 통제수단을 보완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민통선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통선 조정에 드는 비용에는 국방예산이 투입된다.

 

또한 제한보호구역 기준 재설정을 통해 여의도 150배(약 450㎢) 규모의 제한보호구역 해체가 추진된다.

 

제한보호구역은 MDL 이남 25㎞ 범위 이내의 지역 중 민통선 이남 지역으로, 현재 접경지역 국토의 약 2천900㎢가 지정돼 있다. 제한보호구역에선 건축물 신축 때 군과 사전 협의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등 개발에 제약이 따른다.

 

지금은 군사작전상 중요성이 작은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제한보호구역에 지정되게 돼 있는데, 국방부는 군사기지·시설별 필요한 보호 거리를 검토하고 실제 작전요소를 고려해 보호구역 범위를 최적화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부대별 작전성 검토와 지형측량을 통해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순차적으로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할 예정이다.

 

민통선 조정과 제한보호구역 기준 재설정을 통해 해제·완화되는 보호구역 전체면적은 여의도의 240배 규모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체 국토 면적(7천900㎢)의 9.1% 수준이다.

 

다만 이는 지도상에서 판단한 수치로, 실제 지형측량과 작전부대별 검토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국방부는 부연했다.

 

접경지역에서 차량정체를 유발하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 불필요한 군사장애물 철거도 추진된다.

 

국방부는 내년에 지방정부가 철거를 요구한 군사장애물 가운데 군사적 효용성이 작아진 용치(대전차장애물), 도로낙석 등 군자장애물 23개를 우선 철거할 예정이다. 올해 후반기에는 전수조사를 통해 연차별 개선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당 도시에 단일도로만 있어서 대전차장애물이 유효했지만, 도시 개발에 따라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작전적 효용이 사라진 군사장애물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통선 출입 대기와 행정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모바일 앱과 간편 인증을 활용한 민통선 출입관리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접경지역 농업용 드론의 비행 승인·인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지방정부에 매년 2차례 걸쳐 정기적으로 군 유휴지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을 직접 발표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과거의 군사시설 규제는 당시의 환경에는 적합했으나, 오늘날의 현실은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고 군이 본연의 전투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선 군사시설 규제개선이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 민선희 김철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