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바뀌어야 한국이 산다

● 칼럼 2024. 11. 9. 02: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더 세진 트럼프의 귀환, ‘한국 패싱’ 우려도


북미 핵군축 협상, 한미동맹 재조정 가능성도 높아
가치 외교에서 국익 외교로 대외정책 대전환 불가피
한국을 위험에 빠뜨린 외교안보라인 전면 쇄신해야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미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승으로 끝났다. 친민주당 성향의 미국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누가 이기든 박빙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해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동안 트럼프가 내뱉었던 말들을 실천할 수 있는 실탄을 갖게 되었다. 더 세고 꼼꼼해진 트럼프가 돌아온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이 한반도 정세에 몰고 올 경제·안보적 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경제리스크로 인해 벌써 한국증시는 크게 폭락했다. 경제리스크 못지 않게 우려되는 것이 바로 안보리스크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이미 한반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책구상들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직접대화 및 핵군축 협상 가능성

트럼프 후보는 지난 7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을 다시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북‧미 직접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북·미 대화에 먼 산 불구경하듯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평양에서 워싱턴을 가려면 서울을 경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들, 거래적 동맹관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 행정부가 지지율 바닥의 윤석열 정부의 말에 귀 기울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공화당 모두 정강정책에서 ‘한반도(북한) 비핵화’ 문구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은 2020년 정강정책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장기목표”라고 밝혔으나 2024년도 정강에는 빠져버렸다. 미 공화당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가역적 해체(CVID)” (2020)라는 대북정책의 목표에서 ‘비핵화’를 아예 빼버렸다.

 

6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선물가게에 블라디미르 푸틴,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을 그린 마뜨료스카 인형이 진열돼 있다. 이날 치러진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2024. 11. 6.  EPA 연합뉴스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나타났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한반도/북한 비핵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2023년 SCM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와 외교를 추구하는 노력을 위한 공조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년 10월 SCM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것으로 ‘비핵화’가 빠졌다.

향후 북·미 핵군축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그 합의 내용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타결이 예상되던 합의안 초안이 바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북·미는 △한국전쟁을 상징적으로 끝내기 위한 평화선언, △한국전쟁 중 사망한 미군 유해의 추가 송환, △준대사관 성격의 연락사무소 설치, △영변 핵시설의 생산 중단 및 일부 대북 유엔제재 해제, 한국과의 공동경제계획 추진 등을 담은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었다.

새로운 합의문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두로 약속됐던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미국의 대규모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같은 ‘쌍중단’과 같은 군사적 신뢰구축조치가 명문화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핵탄도미사일잠수함의 정기 방한을 약속한 「워싱턴선언」의 일부 내용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재배치를 위해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직접대화가 됐든, 핵군축 협상이 됐든 관건은 북한의 태도이다. 미 대선을 닷새 앞둔 10월 31일 ‘최신형 전략무기체계’라고 자평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시험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 로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향적인 태도와 별개로 북한의 국제정세 판단과 입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주한미군, 연합훈련 등 재조정 여지

북미 핵군축 협상에 못지 않게 한국 안보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보이는 것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과 그와 관련된 한미동맹의 재조정 가능성이다.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 부자)이라고 부르며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과 한국이 합의한 것을 뒤집었다고 비난하며 방위비 분담금으로 매년 100억 달러(한화 14조 원)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정부간에 체결된 행정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기존보다 5~6배 인상한 50억 달러를 요구했다가 한미 실무협상에서 5년간 매년 13%인상안 합의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한미 간에 2020~25년 국방비증가율을 반영한 인상안에 합의하였다. 한·미는 트럼프 리스크를 감안해 2026년부터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 원으로 정하고, 2027~2030년 소비자 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해 분담금 인상에 조기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를 뒤집을 경우 한미관계는 큰 파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해 실시하는 정례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시작한 1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4.8.19. 연합뉴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 파기와 대폭 인상을 압박하기 위해 북·미 대화와 연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 국가방위전략(NDS)」의 해외미군재편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 조정 가능성은 열려있다. 「국방수권법」은 22,000명 이하로 주한미군 병력을 줄일 때는 미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 트럼프가 북핵 협상, 방위비 인상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안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상하 양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국방수권법」을 개정해 6,500명 이상으로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 대규모 한미군사연습인 프리덤 쉴드(FS), 을지 프리덤 쉴드(UFS)가 재개되었다. 그 뒤 윤석열 정부는 「워싱턴선언」(2023.4)에 따른 핵전략자산 방문 정례화, 한·미·일 안보협력네트워크의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엣지’, 유엔사 회원국의 FS, UFS 연합연습 참가 등으로 한미 군사훈련의 다국화를 추진해 왔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핵실험장 복구에 이어 ICBM 등을 시험발사하는 등 ‘쌍중단’ 합의를 파기하였다. 하지만 트럼프-김정은 직접대화로 새로운 북미 합의가 이뤄질 경우 대규모 연합군사연습의 ‘일부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몇 안 되는 성과 중의 하나로 내세웠던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도 제한을 받게 되고 만다. 더 나아가 「워싱턴선언」의 내용 일부가 수정될 경우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등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트럼프발 안보리스크가 증폭되는 것이다.

망가진 한국 외교안보 전면 고쳐야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승리 선언에서 “망가진 미국을 고쳐 놓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망가진 한국’을 고쳐 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 본격적인 핵군축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 패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자 대북 강경론을 펼쳤던 한국정부가 정작 협상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비용 총46억 달러 가운데 30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8.15통일독트린’의 공식 폐기와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추진 등 대북정책의 근본 전환을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북·미 핵군축 협상에 대비해 북한 핵문제의 단계적‧점증적 해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한다. 또한 자체 핵무장론은 실효성도 없이 국제적 불신만 조장할 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주한미군 대규모 감축,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 등 트럼프 안보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해 방위산업의 강화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자주국방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하고 있는 동맹국의 안보 자율성 확대 정책에 대응해 제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조기에 실시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환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정세의 불안정,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분간 한‧미‧일, 한‧일 안보협력의 기본틀은 유지하더라도 더 이상 확대 및 강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유엔사의 인‧태지역 통합사령부화와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러‧우 전쟁의 조기종식에 대비해 북‧러 접근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한‧러 관계를 악화시킬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북한군의 러-우 전쟁 파병설에 따른 살상무기 제공 등 과잉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한‧중 관계 복원을 통해 북핵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한반도 정세악화를 예방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치·이념이 아닌 국익 중심의 외교를 내걸고 있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도 자신이 집권 초기부터 내걸어 왔던 ‘가치, 이념’ 중심외교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외교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전면 쇄신을 위해 그동안 이념외교, 진영외교을 기획하고 추진해 왔던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의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이다.  <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편집인 칼럼] 동키호테 불장난

● 칼럼 2024. 10. 21. 14:4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동키호테 불장난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청와대 행정관 오정은과 사업가인 한성기·장석중 등 3명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조선 아태평화위원회 소속 박충 참사관을 만난다. 이들은 박충에게 대통령 선거 직전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벌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이른바 ‘차떼기 사건’과 아들 병역의혹 등으로 고전하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는 상식 밖의 이적성(利敵性)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승패에 목을 매달 정도로 다급했다 하나, 적군에게 아군을 향해 총을 쏘아달라는 제안과 거래를 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자칫 남북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무력도발을 적에게 요청하는 충격적 발상이 청와대 직원까지 나서 ‘선거용’으로 악용됐다는 데서 비판여론이 폭발했다. 보수정권들이 민심을 돌리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온 ‘북풍’ 사건의 하나인, ‘총풍사건’(銃風事件)이었다.

앞서 전두환 군사정권 막바지에 민심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당시 궁지에 몰린 정권은 1986년 10월30일 갑자기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고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려 한다며 ‘평화의 댐’ 건설계획을 터뜨렸다. 모든 매체가 동원돼 금강산댐으로 북한이 수공작전을 펼치면 서울이 완전히 잠긴다는 공포여론 조성에 나서 국민적 모금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그런데 10.30 금강산댐 발표 다음 날, 정부는 재빠르게 건국대학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헬기까지 동원해 강경진압, 1천5백여명을 연행해 그중 1천288명을 ‘용공좌경분자’로 구속하는 대규모 특공작전을 벌였다.

비현실적인 금강산댐 수공설을 퍼뜨리며 시위 학생들을 용공분자로 낙인찍은 군사정권의 반공몰이 공세로 인해, 반정부적 민주회복 투쟁은 잠시 주춤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안기부가 벌인 ‘북풍공작’의 하나였다. 하지만 그 다음해 1987년 초여름, 6.10 민주항쟁으로 직선제개헌이 쟁취되었으니, 거짓과 폭력이 결코 오래 가거나 승리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역대 군사 독재정권이 고비마다 ‘북풍’을 악용했다는 사실은,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특사에게 김정일이 “남쪽에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군대에게 돈을 줄테니 판문점에서 중화기를 흔들어 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회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취약한 남북정권 간에 암묵적인 소위 ‘적대적 공생’의 일단을 엿볼 수도 있는 증언이다.

민주화 이후 그 속셈을 간파당해 ‘양치기 소년의 늑대’처럼 효용이 사그러든 그 북풍과 총풍이, 독재를 흉내내는 어리숙한 정권 아래서 전쟁망령으로 되살아 나는 것일까.

한국의 드론이 평양 상공에 침략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북한이 연일 펄펄뛰며 ‘끔찍한 참변’을 들먹여 위협하고 있다. 북은 특히 “한국 군부가 주범”이라면서 전방부대에 전투태세 명령까지 내려 일촉즉발의 불안을 자아낸다. 한국 국방부는 “북 정권의 종말”을 경고하며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맞받아 치지만, 드론을 보낸 주체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여 사태를 조장한다는 불신도 사고있다. 일부에서는 “윤 정권이 국정난맥의 늪을 벗어나려고 신북풍을 이용하는 게 아니나”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대북 풍선 전단살포에서 비롯돼 북이 오물풍선으로 받아치고, 대북 확성기에 북 또한 대남 확성기 대응으로 에스컬레이트 된 끝에 무인기로 강대 강 선제위협을 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에 미국의 책임도 거론했다. 한국이 ‘전작권’도 없는데 미국 용인없이 감행했겠느냐는 것이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암암리 지원한다는 CIA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드론을 한국 군이 보낸 것인지, 민간단체가 보낸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쪽이든 위험한 불장난 임에는 틀림없다. 만에 하나 남북간 충돌로 번져 전쟁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기싫은 민족공멸의 참상을 감당해야 한다. 혹여 정권의 치부를 가리고 곤경을 모면해 보겠다는 꼼수의 발상이라면, 나아가 충돌을 빌미로 ‘계엄’ 운운까지 노린 공작이라면, 그야말로 민족을 불구덩이 제물로 삼은 천인공노할 반민족 반인륜적 만행이고 동키호테 같은 전쟁놀음이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물론이고 이스라엘-하마스, 헤즈볼라 전쟁도 현대 첨단전쟁이 얼마나 잔학한지를 보여준다. 과거 전쟁은 나름대로 정의를 앞세운 응징과 보복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전쟁의 명분도 원칙도 불분명한데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한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매일 죽어 나가는데, 잔치를 할 수는 없다”며 수상 회견을 피했다. 그런 품격과 인간애를 지닌 노벨상 작가를 배출한 한쪽에서는 최고의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전쟁 불장난을 ‘소꿉장난’쯤으로 여기는 모리배들이 설치는 요즘 한국이다.   < 편집인 김종천 >

 

[목회칼럼]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

● 칼럼 2024. 10. 21. 14: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목회칼럼 - 기쁨과 소망]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

 

박원철 목사 < 늘사랑교회 담임목사>

 

      어떤 쥐 한 마리가 있었다. 이 쥐는 항상 불평불만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한 마법사가 왜 그렇게 불평불만을 하면서 살아가는가 살펴보았더니,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그 쥐를 너무나도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법사가 불쌍히 여겨 그 쥐를 고양이로 변화시켜 주었다. 그랬더니 고양이로 변한 이 쥐는 또다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그 이유인즉 같은 집에 사는 개 때문에 못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는 개로 바꾸어 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동네 산속에 사는 호랑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불평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호랑이로 바꾸어 주면서 ‘이제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호랑이로 변한 이 쥐는 또 다시 사냥꾼 때문에 못살겠다고 불평불만하면서 하소연했다. 그러자 마법사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다시 쥐가 되거라. 너는 쥐새끼의 마음 밖에 가질 수 없으니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우리의 생각과 마음의 태도가 우리의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불평불만에 사로 잡혀 사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도 감사할 줄 모른다. 감사할 줄 모르니 삶이 행복하지가 않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감사가 없는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도 막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막히고, 물질과의 관계도 막힌다. 모든 것이 막히고 열리지 않는다.

감사하는 일과 불평하는 일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나누어 보면 3가지 종류의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평생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이다. 둘째, 불평할 것은 불평하고 감사할 것은 감사하는 사람이다. 셋째, 무슨 일을 만나든지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3종류의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일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8).

    사실 감사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만이 감사할 수 있다. 미숙한 사람과 성숙한 사람의 차이는 보는 시각에 있다. 성숙한 사람은 하나님께 받은 것에 집중하고 하나님께 받은 것으로 인해 감사한다. 그러나 미숙한 사람은 받은 것보다는 받지 못한 것에 집중한다. 자신에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집중한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원망하고 불평불만한다. 또한 미숙한 사람은 현재의 불행만 바라보며 불평불만한다. 그러나 성숙한 사람은 미래의 소망과 축복을 바라보며 감사한다. 그러므로 영적으로 성숙한 영혼은 감사하는 영혼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성숙도는 그 사람이 얼마나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에 의해 측정할 수 있다. 그의 마음 속에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지에 의해 측정할 수 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 얼마나 감사하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가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그래서 감사하는 사람이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감사하는 사람은 범사에 밝고 긍정적인 부분만 보는 은혜를 입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눈을 가지고도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보면 불행해진다. 소유하지 않은 것, 잃은 것을 보면 불행해진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것, 아직도 할 수 있는 것, 내 안에 감추어진 보화를 보게 되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므로 감사는 더 큰 기적을 낳고, 감사는 더 큰 축복을 얻게 한다.

 

"군복 입어도 할 말 못하면 병신?" "답할 필요 못느껴?"

민의의 전당서 내보인 적개심과 독기가 불안한 까닭

국군은 '통수권자의 군대'가 아닌 '국민의 군대'이다

 

김진호 에디터

 

"아무리 군복을 입어도 할 이야기는 해야죠. (황희 의원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발언 예의를 지적하자) 군복 입었다고 할 이야기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게 더 병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현, 8일 국방부 국정감사 발언)

의정사에 길이 남길 어록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장애인 비하 용어가 튀어나왔다. 수감기관장인 김용현 국방장관의 입에서다. 많은 언론은 'XX' '병X' 등으로 표기했다. 정확한 사실 전달을 방해한다는 판단에 말 그대로 전한다. 대한민국 의정사에 길이 남겨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어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국회 위증 내용을 전하면서 여인형 사령관과 장관의 '흐리멍텅한 대처'를 탓하자, 장관은 '흐리멍텅한 사람'으로 바꿔 빈정댔다. 위증 내용을 확인하는 김 의원의 발언 도중 "흐리멍텅한 사람에게는 흐리멍텅한 사람만 보이는 것이죠"라고 하더니, 잠시 뒤 장관 본인의 답변 내용에 대해 확인을 요청받자 "흐리멍텅한 사람에게는 흐리멍텅한 사람만 보이는 것이죠, 예~."라고 반복했다. 귀찮다는 듯 머리를 상하로 몇 차례 흔들면서 내뱉은 말이다. 국회에 대한 존중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국회 위증죄가 최고 10년 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에 "10년이 아니라 100년이라도 살 테니까 말씀하세요"라며 거듭 비아냥거렸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도중 발언하고 있다. 2024.10.8. [연합]
 

윤석열 정부 들어 고위 관료들의 국회 답변 태도가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어느새 일상적인 국회 풍경이 됐다. 그러나 이날 전‧현직 군복은 공격적으로 '선'을 넘었다. 2017년 육군 중장으로 군복을 벗기 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김용현이 어떻게 저렇게 변했나"라면서 혀를 찬다. 여 사령관도 도긴개긴이다. 현역 군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할 뿐이다. 지난 8월 초 김용현 경호처장 한남동 공관에서 있었던 방첩사·특전사·수방사 사령관 회동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이 보고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김 의원의 질의에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 과정에서 "군을 분열시키지 마라"고 외쳤다.

"군을 분열시켰다"고?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사과라고 보기엔 애매했다. 장관은 "군복 입은 사람이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표현이 과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령관은 말이 길었다. "개인적으로 무려 한 달 동안 개인적으로, 여러 공개 석상에서, 유튜브를 통해서 참기 힘든 인격적 모독도 받았다. 의원 말씀에 격하게 발언한 것도 있었다"고 역시 유감을 표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특정 고교 출신이 군통수권자-국방장관-방첩사령관 자리에 앉았다. 역사적으로 '계엄의 발'이었던 3개 사령부 수장의 회동 이후 계엄령을 우려하는 여론이 일었다.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기괴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군을 분열시켰다"는 말에 대해서는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없었다.

유튜브 중계 화면에 비친 장관과 사령관의 눈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2024년 10월 현재,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의 수준, 아니 의회 민주주의를 대하는 장관과 사령관의 수준이었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석에서 제76회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0.1. [연합]
 

장관은 군복을 입고 있던 시절 합참 작전본부장 자격으로 국회 증언석에 앉았었다. 당시 '육군중장 김용현'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 때만 해도 의원들의 질의에 예의를 다해 응했었다"고 말한다. 2017년 송영무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실 과장 시절 여인형 대령을 기억하는 이는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부 국방정책을 적극 찬성하던 이였다"라고 전한다. 대한민국 흑역사에 '하나회'를 비롯해 군내 사조직은 있었지만, 군통수권자가 포함된 고교동창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온하다. 전대미문의 일이기에 국민을 불안케 한다. 그런데도 장관과 사령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일까?

장관은 군 경력이 화려하다. 육사 38기로 육군 17사단장,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뒤 2017년 11월 군복을 벗었다. 본인은 대장 진급을 위해 노력했겠지만, 뜻을 접었다. 5년이 지났다. 잊을 만한 무렵 '인생 로또'가 터졌다. 충암고 1년 후배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는가 하더니 대통령에 덜컥 당선된 것. 그냥 후배가 아니다. 충암고 학도호국단 연대장 자리를 물려준 이였다. 대통령경호처장으로 2년 4개월 동안 용산 대통령실 이전 작업을 지휘했다. 유독 그의 경호처장 시절 과잉 경호와 '입틀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 전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는 처장이 직접 나서 완력을 행사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 그가 손으로 내려치는 장면이 포착된 것.

"사람이 왜 저렇게 변했을까…"

1인에 대한 넘치는 충성은, 만인에 대한 오만으로 뒤틀린다. 7년 전 일개 대령에서 사령관으로 거듭난 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국방부 국감장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소동에 그치지 않는다. 섬뜩한 기운마저 풍겼다. 선량을 저렇게 대하면 일반 국민은 어떻게 여기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고 있다. 2023.11.6. [연합]
 

전·현직 군복의 일탈이 가능했던 건 주군의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일 거다. 20여 차례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통수권자이다. 국회에서 내보인 말과 행동이 죄다 단 한 명의 오디언스를 상대로 한 퍼포먼스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군복'도 입신양명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국군은 통수권자의 군대가 아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5조 제1항은 국군이 '국민의 군대'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안팎으로 안보 정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럴 때 군과 국방 수뇌부가 1인만 바라본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국회는 일개 장관, 일개 사령관이 어르고 뭉갤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