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기자가 물었다 “세계 무대에서 당신의 권력에 대한 견제 수단이 보입니까” 그런데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하나 있다. 나 자신의 도덕성, 나의 마음만이 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건 매우 좋다. 나에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남의 나라 대통령을 멋대로 납치해다 법정에 세우고 그 나라도 직접 운영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민주주의의 나라 대통령, 바로 도날드 트럼프가 한 말이다.
지구상에서 자신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고, 국제법 같은 것도 필요없는 초법적 존재라는 엄청난 자만이다. 놀랍고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대명천지에 헌법과 법치의 나라 미국에서 자신이 ‘절대 군주’라고 믿는 오만방자를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이다.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야밤 기습 체포·압송한지 나흘만인 1월7일, 자신의 적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던 신문 NYT와 가진 전격 인터뷰에서 대놓고 떠벌린 말이다.
프랑스 루이14세가 말했다는 “짐이 곧 국가다”는 말과 다름없는, “내가 곧 세계의 왕이다” 는 것이다.
그에 앞서 트럼프의 복심으로 알려진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라는 사람은 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거만을 떨었다. “우리는 국제적 예의니 온갖 원칙이니 그런 걸 떠들어댈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현실 세계는 말이다. 힘에 의해, 무력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배된다. 이게 태초부터 존재해 온 이 세계의 철칙이다” “우리는 초강대국이고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우리는 초강대국답게 행동할 것이다” “자유세계의 미래는 미국이 사과없이, 주저없이 우리 스스로와 우리의 이익을 당당히 관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역시 트럼프의 충복 나팔수다운 조폭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말대로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와 콜롬비아, 멕시코를 들먹이고 그린란드를 집어삼킬 기세등등한 엄포에 해당국들은 물론 전세계가 어안이 벙벙한 멘붕상태다.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협박했던 캐나다 또한 갈수록 고조되는 불안감은 마찬가지다. 믿었던 동맹이 하루아침에 날강도처럼 돌변한 배신감에 속이 끓지만, 어떻든 세계 최강의 힘을 가졌으니 어찌할텐가. 당장에 미치광이 같은 트럼프의 위세와 망동을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좌충우돌이었지만, 두 번째 대통령에 당선되어 임기 첫해였던 지난해의 행보와 언동들을 보면, 그가 한 말과 생각을 현실정치에 최대한 극대화 실행의지로 내닫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기존의 국가간 무역협정과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를 묵살하고 이른바 ‘관세폭탄’으로 국제사회와 세계경제를 뒤흔든 것은 공지의 사례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불법이민자 단속을 빌미로 공권력을 무차별 행사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공포분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LG공장 급습사건은 우리들 기억에 생생하다. 한국인 3백명 포함 450여명을 불법체류자라며 잔혹하게 체포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폭력적 단속, 바로 단적인 예다.
그 ICE가 무소불위 공권력 행사로 악행의 실상을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지난 1월7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백인여성 사살 파문이다.
사건 당시 ICE 단속요원 조너선 로스는 단속에 항의하다 차를 돌려 가려던 운전석의 여성 러네이 니콜 굿(37)의 얼굴에 총 3발을 발사해 무참히 즉사시켰다. 그녀는 백인 시민권자이고 세 아이의 엄마였다. 트럼프는 “좌파 운동가” 운운 그녀를 매도하며 “차로 들이받아 단속요원이 정당방위로 쏘았다”고 주장했지만, 속속 공개된 현장 영상들은 무고한 시민을 쏴 죽인 사실을 증명했다.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이 전국 1천여 곳에서 항의시위에 나섰다. 시민들은 “ICE Out for Good”(ICE는 영원히 사라져라)는 물론, “젊은 엄마들을 쏘아 죽이는 기분이 어떤가” “트럼프 파시스트 정권은 지금 당장 물러나라” “미국이여, 깨어나라” 등 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쳐 트럼프 정부를 규탄했다. 너무 참혹한 사건이어서 추모와 동조항의가 전국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트럼프의 무도한 권력행사에 참았던 반감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거세고 긴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표의 심판이 확실하며, 의석수가 역전되면 결국 트럼프는 탄핵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요즘 미국 시민들 시위는 한국의 촛불·응원봉 시위를 본딴 것 같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친위 쿠데타를 시민의 힘으로 제압한 놀라운 선례의 학습효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출신 지도자는 안된다는 무수한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대통령으로 뽑았다가 호되게 당한 한국의 전철도 밟지 말았어야 했다.
1기 트럼프의 온갖 기행과 악행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압도적 2기 당선의 영광을 주어 ‘괴물’을 탄생시킨 게 미국시민 자신들 아닌가. 지금 후회와 낭패감이 치솟아 분통이 터지겠지만, 결국은 자업자득의 고통인 사실, 그 여파에 국제사회까지 시달리고 있음도 깨달아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