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성 의혹 제기’ 주장 “쏟아지는 빗줄기 감내하겠다” 버텨

 박지원, “의원들 반성계기, 보좌진 탓 말고 본인 처신 돌아봐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비위 사실을 폭로한 옛 보좌진의 텔레그램 내용을 공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당 안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뇌물로 볼 수도 있는 선물을 받고, 특혜성 의전을 받았다는 본질은 뒤로 제쳐두고, 제보자들의 신뢰도를 흔드는 방식으로 사안에 대처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제보자들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더는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권 면직을 통보받은 전직 보좌직원들이 터무니없는 ‘보복성 의혹 제기’를 하고 있는 만큼 정면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도 “쏟아지는 빗줄기는 감내하겠다. 든든한 우산인 의원님들을 믿고 견디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와 제보자들의 주장이 강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의원들은 일단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도리어 전날 대화방에선 김 원내대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옛 보좌진의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까지 공개하며, 제보자들을 ‘문제적 인물’로 몰아가는 방식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선 보좌진과의 갈등이 문제가 되곤 한다. 그것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를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체 의원’을 향한 말이었지만, 김 원내대표의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혔다.

 

당 물밑에선 추가 제보가 이어지게 되면 ‘결국 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특히 김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최근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대통령실에 인사 청탁을 했던 게 드러나 논란이 됐던 점은 이런 가능성을 부채질한다. 당 안에선 ‘쿠팡 청문회’를 비롯해 2차 종합특검법 및 통일교 특검법 처리 등 여야 간 치열한 협상이 이어지는 국면인데 이래서야 ‘여당 원내대표의 영이 서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 말처럼 보좌진들이 앙심을 품고 폭로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제보 내용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의원들이 어렵게 결단해야 하기 전에 (스스로) 적절하게 상황을 마무리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도 “국민들 눈에 납득이 되겠냐”며 “(김 원내대표가 자리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 최하얀 기자 >

 

김병기, ‘보라매병원 진료 특혜’ 정황까지 나와도 반성커녕 제보자 역공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대한항공에서 ‘16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받아 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엔 ‘병원 진료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전날 의원 대화방에 사과 메시지를 올렸던 김 원내대표는 25일 관련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자신의 옛 보좌 직원들을 겨냥해 “저와 가족을 난도질”했던 이들이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역공에 나섰다. 

 

25일 한겨레가 확보한 김 원내대표 보좌진과 보라매병원 부원장이 2023년 4월25일 주고받은 문자 대화를 보면, 보좌진이 “(사모님의 안과 진료에 대해) 의원님께서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다. 잘 부탁드리고자 연락 올렸다. 보라매병원 발전을 위해서 의원실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자, 부원장은 “(담당 의사에게) 다시 한번 부탁드려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하겠다”고 답한다. 김 의원의 장남 역시 지난해 11월 의-정 갈등이 진행되던 시기에 보라매병원에서 대기 없이 진료를 받으려고 했던 정황이 문자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보라매병원은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서울 동작구갑)인 신대방동에 있는 공공의료기관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단순한)‘예약 부탁’이 ‘특혜 의전 지시’로 둔갑했다. 아들은 우크라이나 작전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입고 귀국해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제 배우자, 아들 일로 보라매병원 측에 특혜나 의전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심 끝에 결심했다”며 자신의 옛 보좌진 6명이 만든 텔레그램 대화방 화면을 갈무리한 사진 12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6명의 보좌 직원들이 만든 비밀 대화방을 알게 됐다”며 “가식적인 겉웃음 뒤에서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해 성희롱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인하고 닷새가 지난 12월9일 대화방에 있던 보좌진 6명을 직권면직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지난 6월 원내대표 경선 뒤 잇따라 불거진 아들의 국정원 채용 청탁 의혹과 숭실대 특혜 편입 의혹, 쿠팡 대표를 만나 전 보좌 직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 조치를 요구했다는 의혹 등이 모두 옛 보좌 직원들의 ‘악의적 제보’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그들은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 점점 더 흑화되는 모습을 보고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치심을 감수하고 90여장의 대화 중 극히 일부만 공개하겠다.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제기된 의혹의 사실 관계를 반박하는 대신, 제보자의 흠결을 부각해 의혹의 신뢰도를 떨어뜨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의 ‘메신저 때리기’에 옛 보좌 직원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자 대화가 불법 취득된 정보임을 강조하며 “이미 김 원내대표 등에 대해서 고소 조치를 완료했고,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도 요청한 상황”이라고 했다.                                                                                                 < 기민도 박찬희 기자 >

 

김병기 옛 보좌진 “김 원내대표 부인이 텔레그램 계정 도용…중대 범죄”

“통신비밀보호법·명예훼손 혐의로 김 원내대표 고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공개한 옛 보좌직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 문자 대화에 대해 옛 보좌직원 쪽은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보좌진 한명의 텔레그램 계정을 도용해 확보한 불법 자료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김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해당 텔레그램 대화는 김 원내대표 부인이 막내 보좌진의 (텔레그램) 계정을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자신의 폰에 설치해 취득한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중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화 내용은 보좌직원끼리 나눈 사적 대화로 일부 욕설이나 농담이 포함돼 있지만 불법적인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대부분 업무, 그리고 김 원내대표와 부인의 비리와 권한남용에 대한 규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된 대화는) 김 원내대표가 그중 일부 내용을 맥락을 알 수 없게 발췌하여 왜곡한 것으로, 이미 김 원내대표 등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와 통화한 전 보좌진은 “텔레그램 대화방은 (지난해) 12월9일 폐쇄된 뒤 지난 1년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고, 될 수도 없는 비밀(대화)방”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9일은 김 원내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근무하던 보좌직원 6명에게 직권 면직을 통보했다고 밝힌 날이다. 그는 “지난 1년간 김 원내대표의 협박과 직권남용 등의 가해 행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단체 대화방 캡처 사진에 대해 “적법하게 취득한 자료”라며 “오늘은 90여장의 대화 중 극히 일부만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원내대표 쪽 관계자는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던 이들 중)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애초 김 원내대표가 그 대화방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겠느냐”며 김 원내대표 부인이 계정을 불법 도용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 최하얀 기자 >

 

김병기 “전직 보좌관들, 대화방에서 가족 난도질·내란 희화화”…진흙탕 싸움

옛 보좌진 대화방 ‘여의도 맛도리’ 공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고심 끝에 결심했다. ‘여의도 맛도리’의 실체를 공개한다”며 자신의 대한항공 숙박권 수령 의혹 등을 제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과거 보좌진들의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했다. 시민단체가 김 원내대표 고발을 예고한 가운데, 사안의 본질을 비켜난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언론에서 제기되는 여러 사안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은 분명히 바로잡되, 책임을 피하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언론사로부터 또 다른 제보가 있다며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 제보자는 동일 인물, 과거 함께 일했던 전직 보좌직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지만, 이제는 그들과 있었던 일들을 밝힐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계엄 다음날인 12월4일) 6명의 보좌직원들이 만든 ‘여의도 맛도리’라는 비밀 대화방을 알게 됐다”며 “가식적인 겉웃음 뒤에서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하여 성희롱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12월9일) 저는 이들 6명에게 ‘텔레그램 대화방 여의도 맛도리를 봤다. 사유는 잘 알 것이다. 각자의 길을 가자. 다시는 인연을 맺지 말자’는 말로 직권면직을 통보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난 6월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상황은 악연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성은커녕 피해자 행세로 자신을 포장하며 점점 더 흑화되는 모습을 보고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치심을 감수하고, 오늘은 일단 ‘여의도 맛도리’ 90여장의 대화 중 극히 일부만 공개하겠다”며 갈무리한 사진 12장을 올렸다. 그러면서 “부디 직접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 기민도 기자 >

 

박지원, 김병기 겨냥 “보좌진 탓 말고 본인 처신 돌아봐야”

김병기 전날 의원 단톡방에 “심려 끼쳐 송구”
“악감정 의한 보좌직원 사적 복수”라고 해명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김병기 원내대표의 ‘대한항공서 호텔 숙박권 수수 및 공항 의전’ 의혹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를 했지만 더 자숙해야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 의원은 “보좌진과의 갈등이 있는 것에는 항상 정치권이라 좀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것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 표결 전에 민주당 의원 전원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저를 둘러싼 각종 보도로 심려를 끼쳐 더 송구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악감정에 의한 그들(면직된 보좌직원)의 사적 복수일지라도 누구를 탓하겠나” “또 다른 빌미로 트집과 공격을 할지 모르지만, 쏟아지는 빗줄기는 감내하겠다” “제 든든한 우산인 의원님들을 믿고 견디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올렸다고 한 민주당 의원은 전했다.

 

앞서 한겨레는 김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2박3일 동안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160만원 상당의 서귀포 칼 호텔 최고급 객실(로얄스위트) 숙박권을 가족들과 함께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원내대표 가족의 2023년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 쪽 보좌진과 대한항공 관계자가 공항 편의 제공 등을 논의했다고도 보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유 불문 부적절하다”며 “숙박비용은 즉각 반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한항공이 칼호텔에서 약 34만원(조식 포함)에 구입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1박에 72만5천원(조식 미포함)이 아니라 34만원(조식 포함)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공항 의전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며 “관계가 틀어진 보좌직원이 이제 와서 상황을 왜곡하고 있지만 이 문제로 보좌직원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 기민도 기자 >

민관합동조사 진행 중 “정보유출 없다” 일방 주장
용의자 접촉 뒤 경찰에 안 넘겨…진술 오염 가능성
정부 “미확인 정보, 강력 항의” 전문가들 ‘비상식적’

 

 
 
서울 시내 쿠팡 배송차량 모습. 연합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 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25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곧바로 쿠팡이 주장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민관합동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한 일방적인 공표 행위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주관한 관계부처 대책 회의를 앞둔 상황에, 일방적으로 유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셈이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은 이날 대통령실 회의를 30분 앞둔 오후 3시30분께 보도자료를 내어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는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이어 “ 유출자는 재직 중 취득한 내부 보안키를 탈취해 이메일·주소·전화번호 등 3300만 고객 개인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천개 계정의 고객 정보만 개인 데스크톱 피시와 노트북에 저장했다”며 “ 결제 정보, 로그인 관련 정보, 개인통관번호 등에는 접근하지 않았으며 외부 전송 정황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출자가 노트북을 물리적으로 파손한 뒤 인근 하천에 투기했다고 진술했다”며 “유출자 설명을 바탕으로 잠수부들이 하천에서 노트북을 회수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반박 자료를 내어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며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린 것에 대해 쿠팡 쪽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지난 21일 쿠팡 쪽으로부터 피의자가 작성했다는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됐다는 노트북 등 증거물을 임의제출 받아, 실제 작성 여부와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쿠팡 쪽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 통제 실패로 일어난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수사당국 수사와 객관적 검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자체적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진술서까지 만들어 제출한 상황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이날 공개한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도 물음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수사당국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 핵심 용의자를 찾아 진술서까지 받은 것은 사실상 수사방해로 지적될 수 있는 사항이다. 쿠팡이 용의자의 신병을 경찰에 인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경찰 수사를 앞두고 사전에 수사 대상과 접촉해 진술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쿠팡 쪽은 이날 정보를 유출한 직원과 접촉하게 경위와 현재 소재지, 해당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 의문점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향후 수사가 진행될 영역에 대해 회사 쪽에 유리한 내용만 사실로 전제하고 외부로 공표한 셈이다. 또 쿠팡이 확보했다는 노트북 등 범행 도구를 어떻게 포렌식했고 외부 전송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거로 확인했는지 등 세부적인 분석 과정 역시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기관 등이 통상적인 업무를 보기 어려운 휴일에 전격적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공표 형식도 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외부 업체 등을 통해 수차례 검증을 거쳐 용의자 진술과 자체 조사 내용이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고객의 불안을 덜기 위해 하루빨리 결과를 발표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앞서 국회에서 진행된 청문회 등에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미국에 상장한 쿠팡의 모기업) 이사회 의장 등이 불출석하는 등 전혀 협조하지 않다가, 불쑥 일방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국민적 불안이 잦아들지 의문이다.

 

전문가들도 이날 쿠팡의 대응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을 쿠팡이 무단으로 선제 발표한 것은, 사안의 시급성 때문이라기보다 이번 사건을 문제의 퇴직자 한 개인의 일탈로 국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지금 정부가 확인하고자 하는 핵심은, 내부 통제에 심각한 허점을 보여온 쿠팡이 과연 다른 개발자나 퇴직자들의 일탈 역시 제대로 차단·관리해왔는지 여부”라고 꼬집었다. 고학수 전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쿠팡이 외부 전송은 없었다는 ‘내부 유출’ 프레임을 내세운 데 대해 “유출이란 개인정보처리자(쿠팡)의 의사와 무관하게, 개인정보가 (회사의) 관리·통제권을 벗어나 권한 없는 제3자(전 직원)가 접근해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된 상태”라며 “고객 개인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유출됐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쿠팡 사태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급 인사들과 경찰청 관계자 등과 함께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과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등 외교·안보라인도 참석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이 책임 모면을 위해 미국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회의 참석자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이들은 회의 뒤 “엄중한 조사와 대응과 함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며 향후 쿠팡 관련 범부처 티에프(TF)를 배 부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서혜미 선담은 서영지 조해영 기자 >

 

외교 문제로 번진 쿠팡 사태…대통령실 안보라인까지 대책회의 ‘총출동’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쿠팡사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이 25일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쿠팡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 처벌 및 소비자 피해 구제책을 논의하기 위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급 인사들과 경찰청 등 수사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다. 특히 회의에는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물론, 해킹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간부 등 외교·안보라인도 대거 참석했다. 쿠팡의 미국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련 부처가 ‘쿠팡 사태 범부처 티에프(TF)’ 첫 회의를 연 지 이틀 만에 대통령실이 나서 휴일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쿠팡을 겨냥해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한 제재를 주문한 바 있다.

 

특히 범부처 티에프 회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외교부 등 안보·라인까지 이날 회의에 참석시킨 것은, 자칫 이번 사태가 한·미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이 책임 모면을 위해 미국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에 힘을 쓰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비공개 회담이 취소된 게 쿠팡 사태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 데 이어, 지난 23일엔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최근 쿠팡에 대한 한국 국회의 규제 움직임을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회담이 취소된 것은 쿠팡 사태와 무관한데도, 쿠팡 쪽이 자신들 사태로 회의가 취소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보고 대응책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마치 쿠팡을 차별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니까 국내법에 따라 해야 할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미국 쪽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론전과 달리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쿠팡 사태’와 관련해 공식 통로를 통해 어떤 형태의 의견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쪽에 쿠팡 얘기를 꺼낸 적은 전혀 없는 걸로 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를 연기하기로 한 결정도 최근 쿠팡 정보유출 건과 무관하다”고 전했다.

                                                                                     < 서영지 기자  김원철 특파원 >

[여론조사] 정부 신뢰도 1년 전보다 23%p 급상승한 54%

● COREA 2025. 12. 26. 01:5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2025년은 ‘좋은 해’ 42%, ‘좋지 않은 해’ 56%

2026년은 ‘좋아질 것’ 41%, ‘나빠질 것’ 26%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긍정’ 59%, ‘부정’ 32%

정부54%, 헌재 52%, 법원 40%, 국회 31%, 검찰 29%

 

정권 교체 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내년의 우리 국가·사회 상황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 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12월 8~10일(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응답자 이념성향: 진보 281명, 중도 340명, 보수 279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방식의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p)에서 각 국가기관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54%, 헌법재판소 52%, 경찰 48%, 지방자치단체 42%, 법원 40%, 국회 31%, 검찰 29%순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연합

 

22년 12월 3주 조사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이번 조사에서는 크게 높아져, 1년 전인 24년 12월 3주 대비 23%p나 상승했다. 반면, 헌법재판소, 국회,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24년 12월 3주 조사 대비 각각 15%p, 10%p, 8%p 하락했고,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진보층만 ‘2025년은 좋은 해’ 긍정 평가 높아

18-29세 연령층 내년 전망도 긍정보다 부정이 높아

 

한편 2025년 한 해를 국가·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좋지 않은 해였다’는 부정 평가가 56%로, ‘좋은 해였다’는 긍정 평가(42%)보다 높았다. 40-49세, 50-59세 연령층과 이념성향 진보층(n=281)에서는 ‘좋은 해였다’는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에 비해 높은 반면, 나머지 계층에서는 대체로 ‘좋지 않은 해였다’는 부정적 평가가 긍정 평가에 비해 우세했다.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2026년이 올해와 비교할 때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예상이 41%,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30%,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예상이 26%였다. 4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긍정적 전망이 부정적 전망보다 높으나, 30-39세 연령층에서는 긍·부정 전망이 비슷하고, 18-29세 연령층에서는 긍정보다 부정적 전망이 높게 나타났다.

 

 

2025년 개인 차원 평가 ‘좋은 해’ 45% < ‘좋지 않은 해’ 53%

2026년 기대감 : ‘좋아질 것’ 44%, ‘더 나빠질 것’ 24%

18-29세 연령층에서는 부정적 예상이 긍정적 예상보다 높아

 

개인 차원에서의 2025년 평가는 ‘좋지 않은 해였다’는 부정 평가가 53%로, ‘좋은 해였다’는 긍정 평가(45%)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18-29세와 30-39세, 70세 이상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가 특히 높은 반면, 40-49세와 50-59세 연령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에 비해 다소 높고, 60-69세 연령층에서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년이 올해와 비교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예상이 44%,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29%,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예상이 24%였다. 18-29세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긍정적 예상이 부정적 예상보다 높은 반면, 18-29세 연령층에서는 부정적 예상(30%)이 긍정적 예상(26%)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선 해결 과제 : ‘경제 회복’ 32%, ‘권력기관 개혁’ 18%,

‘부동산 및 주거 안정’ 15%, ‘경제적 양극화 해소’ 14%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고용 창출 및 경제 회복‘이 32%로 가장 높고, 이어서 ‘권력기관 개혁‘ 18%, ‘부동산 주거 안정‘ 15%, ‘경제적 양극화 해소‘ 14%, ‘복지 증진 및 삶의 개선‘ 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5년 1월 2주차 조사 대비 ‘부동산 주거 안정‘의 응답 비율이 8%p 증가한 반면, ‘고용 창출 및 경제 회복‘과 ‘권력기관 개혁‘ 응답 비율은 감소했다. 연령대와 이념 성향, 경제적 계층 인식에 관계없이 ‘고용 창출 및 경제 회복‘을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정 방향성 평가 : 올바른 방향 58%, 잘못된 방향 35%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0%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매우+잘함)‘는 긍정적 평가는 59%, ‘잘못하고 있다(매우+못함)‘는 부정적 평가는 32%로 조사됐다(모름/무응답 8%).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는 지난 11월 4주와 유사한 수준으로 이념성향별로 보면, 진보 성향층(n=281)과 중도 성향층(n=340)에서는 긍정 평가가 각각 88%, 61%로 높은 반면, 보수 성향층(n=279)에서는 부정 평가가 60%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성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매우+대체로)’는 응답이 58%,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매우+대체로)’는 응답이 35%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8-29세에서는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이 높고, 70세 이상에서는 ‘올바른 방향’과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이 비슷한 가운데,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긍정적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n=281)과 중도층(n=340)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응답이 각 88%, 60%로 높은 반면, 보수층(n=279)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이 64%로 조사됐다.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0%,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태도유보(없다+모름/무응답)’ 30%).          < 강기석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한 뒤 국회의 무제한 토론 방식과 의장단의 본회의 사회권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은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고 비판 세력을 쇠퇴시키려 하는 습성을 갖는다. 특히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독재적 성격이 강한 정치인들은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히 일삼았다. 탄압 1순위는 '언론'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24년 12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그랬다. 윤씨 역시 대통령 재직 시절 자신을 향한 '비판 언론'을 향해 가장 먼저 발톱을 드러냈다. 자신과 자신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각종 검증 보도를 '가짜'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하면서 검찰 특별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하게 하고, 비판 방송사에 대해선 법정제재를 남발했다. 언론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향해 '비판 하지 말라'는 공식 선포였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헙이었다.

2025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이 개정안은 고의로 허위조작정보를 보도한 언론사(유튜버 포함)에 대해서는 허위보도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언론계는 '권력자'와 '대기업'은 손해배상 청구권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이번 개정안은 이들 역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현업단체,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언론의 권력 비판을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언론단체들이 궁극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윤석열 시즌 2'가 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실제 권력자가 이 법을 '비판'을 옥죄려는 도구로 쓰려고 한다면, 이 개정안은 그렇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 법에서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주체는 행정기관과 법원이다. 그런데, 윤석열씨가 대통령일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재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는 '윤석열 검증 보도'를 '허위 보도'로 몰아붙이며 중징계를 남발했었다. 권력자가 자신을 향한 비판 보도를 '가짜'라고 하면, 행정기관이 권력자의 입장을 충실히 받들어, 언론을 탄압했었다. 당시 윤씨가 대통령일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이 역시 비판 언론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것이다.

언론단체들의 계속된 반발에도 민주당이 이 개정안을 밀어붙인 입장도 모를 바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소년시절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등 명백하고 악의적인 허위 정보들이 유튜브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고, 이들 유튜버들은 허위정보를 매개로 막대한 수익을 벌면서 오히려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하기 위한 법령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적어도 이런 형태의 허위정보에 대응할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언론단체들도 이런 허위정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가 꼬집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법안 공포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정안이 옳냐, 그르냐를 가르는 문제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증명할 문제다. 미국의 법학자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는 "법과 제도는 과거 운용 경험과 판례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씨의 '언론탄압'을 막았던 요인 중 하나도 이런 운용경험과 판례였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행정처분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윤석열 비판 언론에 대해 '공정성' 위반 등의 명분으로 무차별 법정제재를 남발헀지만, 모두 법원에서 패소했다. 이는 과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론 보도에 대한 공정성 심의를 필요 최소한의 수준으로 해왔고, 법원 판례 역시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온 판결을 해왔기에 가능했던 결론이다.

앞으로 시행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운용에서 정부와 여당은 주요 권한을 갖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라는 행정기관이 '허위정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고, 해당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 과반의 인사권은 정부와 여당에게 있다. 어떤 인사를 선임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느냐에 따라 이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개정안이 명백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언론과 유튜브에 대해 필요 최소한으로 작동한다면 옳은 법안으로 평가받겠지만, 권력 비판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재 수단으로 남발된다면, '악법'이 될 것이다. 법은 선한 의도로 포장되지만 권력은 그 틈새를 노린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 신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