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17 cityboy@yna.co.kr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임명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진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금명간 국회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김 후보자를 제청한 직후 범여권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이 대통령도 추가 검증을 지시하는 등 '장고'에 들어갔으나 결국은 '정면돌파' 카드를 택한 셈이다.
여기에는 중수청 출범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령탑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 톱니바퀴가 어긋나버릴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성 수석은 "우리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국정 혼란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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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이에 더해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자칫 정부의 사회개혁 작업 전반에 있어 주도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이 고려했으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의 '공개 반대' 속에 이 대통령이 인사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핵심 지지층의 동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국정동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결국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예정대로 임명하면서 인사권의 권위를 지키는 쪽을 택하되, 대신 이 같은 선택이 개혁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지지층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성 수석이 이날 브리핑에서 10여분에 걸쳐 여권 강경파를 중심으로 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성 수석은 우선 "김 후보자가 소위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재판 당시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수사를 다시 하라는 재기수사 명령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그에 대한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는 성명에 김 후보자가 참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절차의 하자 때문에 징계가 유지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라며 "당시 검찰총장(윤 전 대통령의)의 행위가 비위라는 점에 대해서는 김 후보자의 입장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2020년 당시 정진웅 검사의 한동훈 전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 후보자는 기소에 반대했으나 다수결로 결정된 것"이라고 했고,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처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사건을 결재하거나 지휘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한 전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청와대의 반박 브리핑은 지지층들 사이에서의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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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토론회 참석한 추미애 경기도지사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자족강화와 신속추진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6.9.28 scoop@yna.co.kr
이후 김 후보자의 임명까지 절차적 부분에 대해서는 큰 난관은 없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여당은 청문회 실시와 청문보고서 채택 등 후속 조치로 중수청장 공백 해소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이날 민주당 유튜브에 나와 '친윤(친윤석열) 검사' 등 김 후보자를 향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두고 "댓글을 보면 민망한 경우까지 있다"고 역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서영교 위원장과 김용민 의원 등 김 후보자 인선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포진한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치러지는 만큼 향후 임명 절차에 제동이 걸릴 확률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대로 잦아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복 이후 반민특위를 만들었는데 친일파를 위원장으로 임명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중수청을 반민특위에, 김 후보자를 친일파에 비유하는 등 날 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를 되새기는 이유는 비극의 되풀이를 끊어내기 위함"이라며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한다"고 했다.
만약 김 후보자 임명 후에도 이들의 반발 기류가 이어질 경우 범여권 내 갈등은 더 증폭될 수 있고, 이는 이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임형섭 박경준 기자 >
김지용 후보자 임명절차 강행…청문회서 '친윤 진위공방' 예고
중수청 '개문발차' 부담에 현실적 선택…"친윤 검사 아니다"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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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연합 자료사진]
청와대가 1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임명 절차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다가오는 청문회에서는 정치권에서 제기한 이른바 '친윤 검사' 진위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내기 전 공식 브리핑과 소셜미디어(SNS) 등 여러 채널로 김 후보자는 친윤 검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오후와 이날 새벽 연달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 후보자에 대해 "김지용 후보자의 친윤 아닌, 굳이 말해 반윤 행적은 이미 언론 보도로도 다 확인되는 사실"이라고 썼다.
성기홍 홍보수석 역시 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브리핑에서 "제기된 의혹 중 김 후보자가 소위 친윤 검사라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가 아니라고 청와대가 거듭 강조한 것은 그만큼 "김 후보자는 친윤 검사"라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징계를 재고해달라는 서명에 동참한 것 등을 이유로 친윤 검사라고 주장한다.
반면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2020년 8월 문재인 정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검사장으로 승진한 점, 2021년 김건희 여사 어머니의 모해위증 사건 불기소 처분이 미진하다고 판단해 재기수사를 명령한 점,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권 첫인사인 2022년 좌천된 점을 들어 친윤 검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성명에 동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절차 하자를 우려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정진웅 전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채널A 사건 등 검찰권 남용으로 지목된 사건들의 지휘 또는 결재라인에 있었다는 점도 친윤 검사 의혹의 근거로 들고 있다.
청와대는 이 사건들에 김 후보자가 수사 지휘에서 배제됐거나 기소에 반대 의견을 냈다가 묵살된 것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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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련 설명하는 성기홍 홍보소통수석 =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이 1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청을 없애고 신설하는 중수청에 고위 검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적절치 않다는 의혹도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신설 수사기관인 중수청이 안착하려면 풍부한 수사 실무 경험과 조직 운영 경험을 갖춘 검사 출신이 초대 수장을 맡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현실적인 배경은 중수청장 추천과 중수청 인력 구성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중수청장 후보는 8월 대국민 천거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들을 대상으로 중수청장후보추천위의 회의를 거쳐 4명으로 압축했다.
위원회에서 전원이 만장일치로 압축한 4명의 후보 가운데 김 후보자를 포함한 3명이 검찰 출신이다.
아울러 중수청 수사의 중추적 역할을 할 1∼5급 수사관 역시 검사 출신으로 구성해 검찰의 수사 경험을 이관하도록 했다.
청와대는 "모든 검사 출신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행안부 장관의 제청 등 이후 절차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출신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하에서 수사 전문기관으로서의 중수청을 조기에 안착시킬 수사 전문성 측면까지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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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하는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연합 자료사진]
정부가 여러 반대에도 임명 절차를 강행하기로 한 것은 여권내 반대 목소리보다 불안정한 상태로 출범하게 된 중수청을 최대한 빨리 안착시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기로 했으나 중수청 개청이 단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수장 없이 문을 여는 것은 현실이 됐다.
당장 개청 첫날 오전 10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청식을 개최하지만, 중수청장이 공석이다.
수사관들이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수장이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신생 조직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처럼 이미 중수청장의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김 후보자 임명 절차를 강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인물을 찾아 검증과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려면 추가로 더 시간이 소요되고, 초기 혼란을 수습하고 중수청이 안착할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강조했다.
성기홍 수석은 "이제 국정 혼란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 과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중수청장에 검찰 출신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모든 검사가 나쁜 검사는 아닐 것"이라며 "필요한 국가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할 것이며, 일부 나쁜 검사가 있었다고 하여 국가 기능에서 모든 검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황재하 기자 >
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제가 검사장으로 발탁한 것을 신뢰 근거로 삼지 말아달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임명을 연일 비판해온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중수청이 공식 출범한 날(2일)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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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 [연합 자료사진]
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추 지사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자를 왜 개혁의 사명을 띠고 출범하는 배의 선장으로 중용하는가"라고 적었다.
이어 "내란으로 국헌을 흔든 검찰 세력이 온전히 수사되지도 않고 있는 때에 내란극복을 해내야 하는 중수청의 수장으로는 전혀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추 지사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에 대해 "김 후보자는 친윤(친윤석열)이 아닌 반윤이고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차관으로부터 추천받아 검사장으로 발탁했고 이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하자 차관이 갑자기 사표를 냈고 징계가 부당하다는 집단 항명에 김지용도 이름을 올렸다"며 "저의 사람 보는 실력이 형편없음을 고백하며 제가 검사장으로 발탁한 것을 그를 신뢰하는 근거로 삼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친윤인가 반윤인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지사는 자신이 김 후보자를 발탁 승진했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 직후인 지난 1일에도 "맛집이라기에 추천받아 찾아갔더니 위생은 엉망이었고 직원들도 불친절했으며 음식 재료도 맛도 부실했다"며 김 후보자를 부실한 맛집에 비유해 비판한 바 있다. < 최종호 기자 >
역사적 판단 끝난 전두환 내란 부정은 헌정 도전 실체 규명 미흡한 육영수 저격 사건과 비교 불능 동일 잣대로 보고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건 망발
국회 운영위 민주당 단독으로 결의안 통과시켜 최수진 "다수 의석으로 표현의 자유 강제 못해" 이상휘·김미애 "잘못된 발언 인정, 제명은 별개"
김태규 "오해를 초래할 빌미 제공한 것에 유감" 5·18 3단체 "국민의힘 공식 사과하고 제명하라" 민주, 국회 윤리위 운영 개선 '"동수 규정' 고민"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10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본인에 대한 징계안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1 연합
영화 '암살자(들)'이 다룬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일어난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은 성급한 수사와 사라진 증거들, 신속한 사형 집행으로 인해 실체 규명이 아주 미흡했다. 해서 얼마든지 창작자가 영화 소재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이 중앙정보부 등이 벌인 자작극이란 음모론을 어떻게 영화에서 다룰 수 있느냐고 발끈하는 것과 달리 '암살자(들)'은 박정희 정권이 검열에 맞서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운 언론인들을 다룬 영화다. 국민의힘 등은 있지도 않은 영화의 허상을 상대로 공연한 역사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에 견줘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과 5·17 계엄 전국 확대는 내란이란 법률적, 역사적 단죄가 일단 완성됐다. 이를 뒤집는 주장을 하고 싶으면 충분한 반증 자료와 증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확정된 역사적 진실을 허무는 발언들을 하고는 이를 표현의 자유로 고집하고 국민들이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1심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아직 대법원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법률적 판단이 완성되지 않은 차이점이 있긴 하다.
전두환의 내란이 내란이 아니라고 발언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다. 진행자 정영진은 이틀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도중 김 의원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했던 어처구니없는 질문 공세에 착안해 김 의원에게 '전두환이 내란이냐'고 질문을 돌려줬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적 판결이 났는데도 아니라고 하느냐"는 후속 질문에는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걸음 나아가 판사 출신인 김 의원은 전두환의 내란을 법적으로 단죄한 사법부의 판단을 싸잡아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정영진 진행자는 또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내란이냐 아니냐'고 질문을 재차 던졌고, 김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태규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에 투표하고 있다. 운영위는 무기명 표결을 통해 총 16표 중 찬성 16표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2026.10.2 연합
국회 운영위원회는 2일 김 의원 제명촉구 결의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무기명 표결을 통해 총 16표 중 찬성 16표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헌법을 정면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지난 1일 국회 의안과에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과 징계안을 제출했다. 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2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의안의 숙려기간을 생략해 상정했다.
한 위원장은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헌정질서를 유지한 내란범들을 두둔하는 행태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라며 "이를 문책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권력에 눈멀어 민주주의를 짓밟으려고 위험천만한 시도를 했던 사람들을 단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이 상정되자 일제히 반발했다. 최수진 의원은 "역사는 어떤 특정 정당이나 진영의 입맛에 다시 쓰는 각본이 아니다"라며 "어떤 사법적 판단이나 다수 의석의 힘으로 국민 개개인과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제명은 별개라는 입장을 취한 국민의힘 의원이 있었다. 이상휘 의원은 "먼저 저는 김태규 의원이 유튜브에서 방송한 그 발언, 그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언을 비판하는 것과 국회의원을 제명하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려 깊게 생각하고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받은 5월의 시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헌법을 준수한다는 내용이 국회의원 선서에서 가장 먼저 나온다"며 "헌법을 부정하고 역사를 부정하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부정하는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표현의 자유 운운할 수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정헌 의원이 "국민의힘이 특별한 기획을 통해 역사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곧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후 한 위원장은 토론을 종결하고 결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뒤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제명 촉구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는 정치적 성격의 안건으로, 이후 본회의에서 가결돼도 김 의원이 제명되지는 않는다.김 의원이 실제로 제명되기 위해서는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한다.
다만 현재 윤리특위는 정수 배분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윤리특위를 여야 위원 각각 6명씩 동수로 구성하는 내용의 윤리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이 같은 합의를 뒤집은 이후로 특위 구성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태규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 회의가 열리고 있다. 운영위는 무기명 표결을 통해 총 16표 중 찬성 16표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2026.10.2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태규의 발언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반드시 제명될 의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에서도 김태규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전두환 내란은 이미 결론이 났는데 내란이 아니라고 하는 것부터 내란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정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당 정체성을 다 부정하는 게 김 의원의 발언 아닌가"라며 "장동혁 대표가 대한민국과 5·18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란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에 대한 분명한 바로미터가 김 의원 (징계) 처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도 일제히 김 의원을 비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를 앞두고오전 최고위에서 "독재를 옹호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을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둘 수 없다"며 "오늘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의원의 제명 촉구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정권 강탈, 국민 학살을 저지른 자를 비호하고 광주 5·18 영령을 모욕한 사람은 국회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당장 국회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김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윤리위원회 운영 방식 개선도 검토 중이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서 국회 윤리위가 여야 동수로 구성돼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원내에서) 동수 규정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자신에 대한 징계 촉구 결의안이 논의될 예정인 국회 운영위원회 개의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비록 진의는 그렇지 않더라도 오해를 초래할 빌미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표현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등은 창작의 자유라며 난도질하면서, 5·18은 성역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역사적 사실을 국민들의 논의의 장에 맡겨 두는 것이 좋고 특정한 사건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가 주된 논지"라며 "이러한 전체적인 취지를 보지 않고 토론 초기의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지난 1일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은 전두환의 내란 범죄를 부정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행위를 내란·반란죄로 판단했는데도 김 의원은 부정했다"며 "확정된 사법 판단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의 발언은 5·18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줬다"며 "국민의힘도 공식으로 사과하고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 임병선 기자 >
조선일보가 영화 흠집내기에 최선 다하는 이유 고문과 조작 전문가 김기춘 수사 결과 안 믿겨
음모론이라는 국민의힘 비난에 돌려 줄 질문들 '내란의 밤'과 겹치는 저항 장면과 언론의 책무 과거의 어둠 넘어 오늘의 진실 촉구하는 영화
이번 추석 연휴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에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했다. 감독은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진영의 비난과 공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 영화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정치적으로 '암살'하려는 마녀사냥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수만 명이 조직적인 별점 테러를 가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지독한 악플들이 끝없이 달리고, 그 배우가 출연한 광고와 제품까지 찾아내 공격하고, 법적 조치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들을 괴롭히고, 집요한 공격으로 영화를 좋게 평가한 평론가들이 영상과 글을 내리게 만드는 야만적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 당시 사건 현장의 경호를 담당했던 경찰관(철구)과 동성일보 사회부장(재환)이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사건 설명을 의심하며 진실을 쫓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정희 독재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나 폭압적 언론 탄압들을 보여주고, 이것을 1974년 하반기에 있었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영화를 비판하는 국민의힘과 우파 정치인, 보수 언론들은 이 영화가 '질 낮은 음모론', '역사를 왜곡한 정치적 프로파간다', '역사에 대한 반역',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영화'라면서 맹비방을 가한다. 피격 사건은 당시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문세광의 자백을 통해서 '북한과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암살'로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 영화가 '중앙정보부가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관한 의혹을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보기관이 자기 정부 대통령의 부인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 일부 지식인이나 역사학자마저 그런 점을 들어서 이 영화를 '386세대의 뒤틀린 정서에 기반한 공상이며 판타지'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당시 수사 결과는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상식적인 의문들을 전혀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과 의혹만 커져 왔다. 굵직한 의혹들만 봐도 매우 심각하다. 문세광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도 검문과 경호를 뚫고서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당시 행사장에서 대통령 경호실은 왜 경호원들을 행사장에서 나오게 한 것인가?
비표가 없어서 행사장에서 나오게 된 문세광을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은 자기 허벅지를 쏘는 오발 사고를 내고도 어떻게 암살 시도를 계속할 수 있었는가? 당시 문세광은 4발을 쐈다는데 7발의 총성이 울린 이유는 무엇인가? 박정희는 부인과 여고생까지 총에 맞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나머지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나?
육영수 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총알은 왜 수사기관으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피격 사건이 발생한 것과 거의 동시에 문세광이 묵고 있던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이 입을 열기 전이라는 시점에 조선일보는 어떻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는가? 일본 정부는 왜 문세광과 조총련에 대한 조사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나?
당시 수사에 함께했던 서울시 경찰국 감식계장 이건우 씨가 1989년에 "육영수는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내부 고발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세광이 몇 달 만에 초고속으로 재판받고 사형당해 더 이상 증언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 모든 의혹은 명백한 물증이나 증인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은 풀리기가 어렵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나온 이건우 씨의 증언 - 방송 화면 갈무리
이번 영화 <암살자(들)>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서 거듭해서 분명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런 의혹들을 제기해 왔다. 이런 공중파와 공영 방송들이 충분한 취재나 조사를 하지 않고, 근거도 없이 이런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가장 앞장서서 영화 <암살자(들)>를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결정적인 반박 근거처럼 내세우는 것은 '2002년에 박근혜가 방북했을 때 이미 김정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당시의 여러 언론 보도뿐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던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 조선일보가 이토록 사활을 걸고 <암살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이유는 알만하다. 1974년에 조선일보는 문세광이 입을 열고 자백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루 전에 자세한 보도를 했다. 타임머신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보도였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조선일보의 독재 유착, 가짜 뉴스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무엇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주체가 도무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1974년 당시에 이 사건 수사와 결과 발표를 주도한 것은 당시 중앙정보부 법률보좌관이던 김기춘이다. 김기춘은 회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세광에게 '스파이 소설 <자칼의 날>을 봤냐'고 묻자 문세광이 곧바로 모든 것을 다 술술 불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문세광에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소설 《자칼의 날》을 읽었지요?' 문세광은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 '네, 읽었습니다. 선생님도 읽었는가요?' '나도 읽었소. 그런데 당신이 바로 자칼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자칼입니다.'...이렇게 해서 문세광은 말문을 열었다....문세광은 그림을 잘 그렸다... 자술서와 함께 그림으로 그렸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입을 꾹 닫고 있던 암살범이 자기와 같은 스파이 소설을 읽은 사람을 만나자 너무 반가워하면서 순순히 모든 걸 밝히며 하루 만에 그림까지 그려서 알려준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밌고 웃기는 점이 있다. 그래도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검찰총장, 국회의원, 법무장관까지 한 김기춘의 말을 믿어야하지 않냐고?
김기춘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토대가 된 유신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장본인이고,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1970년대의 각종 납북 귀환어부 간첩 사건들을 고문으로 조작해낸 사람이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당시에도 법무장관으로서 고문과 조작 수사의 책임자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면서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만들어낸 책임자이다. 평생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고문과 조작 사건들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의 말을 믿으라고 하면서, 그것을 의심하는 영화를 '공상이고 판타지'라고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가짜 뉴스를 앞세우고, 김기춘을 믿으라며 영화 <암살자(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깔아뭉개는데 열심인 오늘날의 조선일보 같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보자면, 영화 속에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같은 기자들이 판타지나 공상 속의 인물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문제제기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오늘날에도 의미가 크다. 반면 이것이 '음모론에 기반한 반인륜적 영화'라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비난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찬양하며 관람을 권유하던 <건국전쟁>이야말로 민간인 수십만을 희생시킨 독재자를 찬양하는 반인륜적 내용 아니었는가?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윤석열과 황교안 같은 정치인들이 칭찬하면서 관람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야말로 음모론에 기반한 영화 아니었는가? 지금 보수 우파 진영에서 제기하는 '허진호 감독이 중국 자본으로 북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비난이야말로 음모론 아닌가? 국민의힘은 왜 '중앙정보부가 대통령 부인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지 스스로 자신들의 뿌리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정치적 뿌리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정희 정권 때 대통령이 젊은 여성과 여성 연예인들을 데리고 유흥을 즐기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을 암살한 것이 바로 중앙정보부 부장이었다. 그것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정치적 공작을 벌이던 어둡고 기막힌 시절이었다. 박노자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 8.15 저격 사건의 영향은 대체로 분명합니다. 북이 득을 본 게 없지만, 유신정권으로서는 득을 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박정희가 좋아했던 말대로 '총화단결'이 막 이루어진 것이죠... 1973년 동경에서의 김대중 납치 사건에 대한 불리한 여론을, 이 새로운 사건으로 어느 정도 덮어버릴 수 있었고요. 그리고 주요 적대 세력으로 간주됐던 조선총련에 대한 '조치'를 일본 정부에 큰 소리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경찰관 철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하던 '애국자'였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시대의 어두운 진실을 깨달으며, 이제 '애국가' 방송을 들어도 씁쓸하게 그냥 걸어가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걸어가는 철구와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다같이 서 있는 정보기관원들의 대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됐다.
지금, '빨갱이가 만든 저질 음모론 영화'라면서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선동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걱정과 공포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는 일만은 절대 막고 싶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권력이 하는 말'과 '내가 알게된 현실'이 다를 때 의문을 품게 된다.
영화의 한 장면
그러려면 그 모순을 파헤치고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재환은 그 일을 한다. 따라서, 이것은 육영수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무엇보다 언론과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영화다. 영화 속에는 '권력이 숨기려는 진실을 찾아달라'는 언론과 기자를 향한 감독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박정희 군부독재도 아닌 오늘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보수적 주류 언론들은 거꾸로 스스로 권력 카르텔의 일부와 그 하수인이 되어서 진실을 숨기는데 공모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윤석열 검찰-언론 카르텔 정권이었고, 만약 윤석열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암살자(들)>에서 보이는 끔찍한 장면들은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됐을 것이다.
'육영수를 죽인 것은 북한과 조총련이다'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다른 주장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던 그런 과거로 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경찰과 폭력배들에 맞서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처절히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에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과 너무나 비슷하다.
결국,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덕분에 한국 사회가 볼 수 있게 된 최고의 정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세력의 마녀사냥은 '빛의 혁명'이 낳은 성과와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한 반혁명적 공격의 중요한 일부라는 뜻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어두운 시절에 대한 가슴아픈 기억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펼치며 우리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봄날은 간다> 같은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 내던 그 솜씨는 역사의 진실을 찾는 이 영화에서 더욱 정교하고 묵직해졌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 버금가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의 명대사가 계속 귓가를 울린다. “애국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
윤석열의 ‘반국가세력’ 색깔공격 근원인 국보법 윤석열 내란 시도 가능했던 것도 국보법 덕분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공안 혐의 압색에 동원돼
처벌 위험보다 공포 내면화로 더 타격받는 국민 극단과 혐오 부추기는 배타주의 사회로 전락해 반드시 폐지해야할 지배엘리트의 정신통제법
민주정부 하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민주정부로 교체되었는데, 굳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상당수의 민주당 정치인들조차 국가보안법은 민주정부 하에서는 사문화된 법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것을 폐지하기 위해 굳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민주정부는 국가보안법으로 국민들을 탄압하거나 그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국가보안법과 윤석열 일당의 내란
그러나 윤석열 일당의 내란은 노무현 정부 시기에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가 좌절된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보여준다. 윤석열 일당은 입만 열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내란을 일으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반국가세력’이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색깔 공격에 몰두했다. 그런 사전 작업에 기초해 윤석열은 전격적으로 군대를 동원한 내란을 기도했지만, 다행히도 국민적 항쟁으로 실패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극우세력은 정권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빨갱이’, ‘좌경용공세력’, ‘종북세력’, ‘반국가세력’ 등이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색깔 공격을 퍼붓고는, 그것을 명분 삼아 쿠데타나 내란을 일으킴으로써 정권 위기를 모면해왔다.
이때 극우세력이 사용하는 ‘빨갱이’나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은 형법에 기초해 범죄자 혹은 범죄집단을 규정하는 개념이 아니다. 형법 등의 법은 범죄 행동이나 범죄 모의처럼 반사회적·반국가적 행위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가보안법은 특정한 행위가 없더라도 머릿속 생각을 처벌할 수 있다. 윤석열 일당이 사용한 반국가세력이라는 용어는 그들이 보기에 머릿속에 불순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집단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국가보안법에 기초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윤석열 일당이 감히 내란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 국가보안법 덕분이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윤석열의 내란 기도는 민주정부 하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할 경우, 훗날 극우세력이 그것을 이용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민주정부에서도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재명 정부 들어와 발생한 국가보안법 사건들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최근 경찰은 통일시대연구원의 한 독서토론 모임에서 2년 전에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의 공개자료 등을 읽고 토론했다는 이유로 토론회 참가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17일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등 8명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가운데 5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정부 하에서도 극우내란세력과 공안기관이 여전히 국민들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면서 국민들의 정신과 마음을 검열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중민주당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민중민주당에서 압수한 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2024.8.30 연합
내면화된 국가보안법
사실 오늘날의 한국인들 중에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들은 국가보안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까? 누군가가 SNS로 친구를 사귀었다고 가정해보자. 상대에게 호감이 생긴 그가 “너는 어디에 살고 있냐?”라고 묻자 상대가 평양에 산다고 대답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는 상대와 더 친해지려고 할까? 아니면 깜짝 놀라 친구 관계를 끊어버릴까?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존재 유무를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도 북쪽 사람과 친구가 되면 위험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인지하느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보안법이 한국인들의 마음과 행동을 의연히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중형에 처한다는 법이 제정되면 사람들은 처벌이 두려워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그 법이 시행된 지 수십 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런 법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이럴 때 심리학에서는 그 법이 내면화·내재화 - 사회적 차원에서는 관습화라고도 할 수 있다 - 되었다고 말한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중형에 처하는 법이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 외적 처벌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런 법이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도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은 내적 감시나 처벌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나서 한동안 그것은 외적 공포로서 국민들에게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국가보안법이 국민들에게 완전히 내면화되었다.
외적 공포보다 내면화된 공포가 정신건강에 더 해롭다. 외적 공포는 적어도 공포의 대상을 인식할 수 있기에 그것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내적 공포는 공포의 대상을 인식할 수 없기에 저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내면화된 상태가 장기화되면 한국인들은 국가보안법의 해악에 둔감해지는 동시에 그것으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국가보안법과 한국 사회의 배타성
정상인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도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즉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도 존엄한 사람이며 한국 국민이므로 그를 존중하고 그와 공존하겠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는 공존하지 않겠다고 믿는다면 어떨까? 나아가 그가 평소에 수첩에 그런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해놓았다가 나중에 죽이려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사람들은 그를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정상인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자신이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들과 공존하려 한다. 반면에 정신이 병든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자신이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배타성을 가지고 있다. 공존은 정상인의 심리이고, 배타주의는 병든 사람의 심리이다.
국가보안법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 공존하라고 권유하는 법이 아니라 그들을 적대하고 배타시하라고 강요하는 법이다. 한국 사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타협하고 공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를 적대시하면서 제거하려고 하는 배타성이 강하다. 한국인들은 70여 년 넘게 극우세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낙인찍어 죽이고 처벌하는 역사 속에서 살아왔다. 이로부터 한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까지도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사회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적대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는 배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사회로 전락했다. 공존을 거부하는 배타주의는 극단주의나 혐오주의의 본질이다.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를 공존이 아닌 배타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로 전락시킴으로써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첨예화·극단화시키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연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1
국가보안법과 국민 개돼지론
국가보안법의 문제점과 해악에 대해서는 숱한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지면 관계상 여기에서는 한 가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국가보안법은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극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이 검열·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법이다. 한국 정부, 특히 공안기관과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런 책은 읽으면 안 된다거나 저런 사상은 공부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국민들의 정신을 검열하고 통제할 수 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사회가 아동·청소년들에게, 혹은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성인물이나 인종주의 같은 극단적인 내용이 담긴 자료들을 금지하는 것은, 아동·청소년들이 미성숙하여 그런 것들을 접했을 때 정상적인 발달이나 성장이 위협당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국가나 사회가 성인에 대해서 마치 아동·청소년을 대하는 식의 검열과 통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한국의 지배엘리트들이 한국 사회가 그런 검열과 통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것은 그들이 암묵적으로 국민들을 미성숙한 인간들 심지어 개돼지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들을 자신들과 똑같은 성인 혹은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이것은 허용하고 저것은 금지하는 식의 통제를 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절대다수 국민들에게 극소수 지배엘리트가 허용하는 세상만을 보게 만들고, 그들이 그려주는 세상만이 참이라고 믿게 만드는 극악한 정신통제법이자 무지몽매법이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제2의 내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정신적 자유와 해방을 위해서, 공존적이고 화목한 사회를 위해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