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베트남전 피해생존자들과 직접 대면해 목소리 들은 것은 처음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과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들이 대통령실에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베트남전 피해생존자들과 직접 대면해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두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인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5)씨와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8)씨 등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의 면담을 마쳤다”고 밝혔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원고 쪽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면담에는) 경청통합수석실 관계자들 2명, 두 피해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며 “1만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서 등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새 정부에 베트남전 진상조사를 통한 학살 진실 인정, 국가배상소송 상고 취하, 조사기구 설립 등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을 벌여 이날 기준 1만541명이 서명했다.

 

두 피해자는 대통령실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할 것 △퐁니 학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것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학살 자료들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임 변호사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인간적인 마음으로 공감한다’고 이야기했다”며 “또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여러분들의 한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검토하고 노력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면담을 주도한 민 의원은 “한 번도 대통령실이 직접 피해자분들과 만난 적이 없었을 뿐더러 패소가 이어져 왔는데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 규명의 첫장이 열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며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임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씨는 “오늘 대통령실에서 두 행정관님의 말씀 들으니까 그분들이 저희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많이 고맙게 생각하고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예티탄씨도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과거의 진실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면담한) 두 행정관이 우리의 아픔과 이야기에 공감을 표해줘서 많이 기쁘고 희망에 찬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베트남전쟁기인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에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두 피해자는 어린 시절 고향인 꽝남성 퐁니와 하미마을에 진입한 한국군 해병대에 의해 참화를 겪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피해자 1명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피해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 정봉비  박찬희 기자 >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을 해주리라 믿어”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
 

납북자가족단체가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성룡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23일) 김남중 통일부 차관으로부터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위로 전화를 받았다”며 “가족들과 상의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납북 피해자 사진과 사연, 송환 요구 등이 담긴 대북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올해 4월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5월8일 강원도 철원군, 6월2일 파주시 모처에서 기습적으로 살포하는 등 대표적인 대북전단 살포 단체로 활동해왔다. 또한 정부 만류에도 최근 파주시 임진각 공개 살포를 예고하며 집회 신고를 하고 사전 답사까지한 상태였다.

 

다만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이번 정부 들어 대북전단 살포 중단 의사가 있다고 밝혀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 최 대표는 “보수정부는 안보, 북한 인권에 대한 말만 하지 실질적으로 하는 게 없기 때문에 가족들은 더는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계속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피해 가족을 위로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인다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정부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정원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인사들을 외교·안보 분야에 기용한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위로 연락을 해와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과거 노무현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이재명 정부도 노력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납북자가족단체가 전단 살포 중단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납북자가족단체와 달리 탈북민단체는 대북전단 살포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항공안전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을 이용해 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법률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  이준희 기자  >

숙명민주동문회 등의 제보로 2022년부터 조사에 착수…조사 3년 만에 결론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후 7일만인 지난 4월11월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숙명여대가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표절 조사를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숙명여대는 24일 “어제 교육대학원위원회를 개최하고 김건희(논문 수여 당시 김명신)의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한 학위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주 교육대학원위원회에 김 여사 학위취소를 요청하기로 결론 내렸고 교육대학원위원회는 최종 취소를 결정했다.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학칙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받은 경우 교육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학위수여 취소를 규정해놓았다. 숙명여대는 “이번 결정은 연구윤리 확립과 학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내려진 판단”이라고 밝혔다.

 

앞서 숙명여대는 김 여사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을 놓고 표절 논란이 일자, 숙명민주동문회 등의 제보를 받아 2022년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 정봉비 기자 >

 

숙명여대 구성원 “김건희 논문표절 판정 73일…학위 취소하라”

 
유영주 숙명민주동문회장, 신동순 숙명여대 교수, 황다경 숙명여대 재학생 모임 ‘설화’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논문 학위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이 표절로 최종 판정된 지 73일이 지났는데도 학교 쪽이 징계 계획을 내놓지 않자, 숙명여대 구성원들이 학위 취소를 촉구했다.

 

김 여사 논문표절을 제보했던 숙명민주동문회, 신동순 중어중문학부 교수와 숙명여대 재학생 모임 ‘설화’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숙명여대와 문시연 총장은 당장 책임을 다하고 즉각적으로 김 여사의 석사 논문을 철회하며 학위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앞서 숙명여대는 김 여사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을 놓고 표절 논란이 일자, 숙명민주동문회 등의 제보를 받아 2022년부터 조사에 착수해 지난 2월 표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표절 조사를 진행한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가 제보자 쪽에 보낸 조사결과를 보면, “인용표기가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출처를 표시하지 않거나, 참고 문헌에서조차 원문 표기를 누락한 것은 90년대 말인 당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사회적 통념과 학계의 보편적, 통상적 기준에 근거해 ‘표절’로 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여사의 논문이 표절로 확정됐지만 숙명여대는 이날까지도 징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영주 숙명민주동문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표절 확정 이후 73일이 지났지만 학교는 무엇 때문인지 징계 계획을 전혀 발표하지 않고 있어 숙명여대 구성원들의 명예가 더럽혀지고 있다”면서 “숙명여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오해를 심어주는 건 불필요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로 당선된 문시연 총장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논문 표절 제보 당시 표절률을 검증했던 신동순 숙명여대 중어중문학부 교수는 “우리는 김건희씨 논문에 대해 2022년 8월 나흘간 검증했고 표절률 48.1%∼54.9% 결괏값을 내놨다”며 “표절률 50%가 넘는 김건희씨 논문 표절에는 학위취소가 원칙이다. 그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라고 했다. 황다경 숙명여대 재학생 모임 ‘설화’ 대표도 “공정과 신뢰의 가치가 무너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더 이상 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숙명여대 쪽은 표절 조사를 진행한 연구윤리위가 아직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연구윤리위가 김 여사의 논문 철회나 학위 취소 등 표절에 따른 제재 조처를 논의해 학교 쪽에 요청해야 숙명여대는 교육대학원 위원회를 열어 징계 사항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연구윤리위는 숙명여대 교수진, 외부 위원 등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징계에 대한 여러 규정들을 연구윤리위가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해 총장님도 보고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고나린  최현수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탄핵, 헌법재판관 8명 하나하나 토론하고 확정”
재판관 구성엔 “연구관·교수·지역법관 넣어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문이 작성될 때 처음 확정된 문장은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다”인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문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문장은 처음 확정됐다”고 밝혔다.

 

문 전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석열)은 애당초 비상계엄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파면은 안 된다 이렇게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들이 볼 때는 시민들이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군경이 적극적으로 임무수행을 했더라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거다고 봤다. 그런 뜻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표현에 대해서는 재판관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할 당시 문 전 권한대행은 22분 동안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 가운데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특히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군용차 등을 막은 시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파면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를 “가장 마음에 든 문장”이라고 꼽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 역시 이 문장을 가장 인상 깊은 문장으로 꼽았다.

 

문 전 권한대행은 ‘그 문장을 어느 재판관이 썼냐’는 질문에 “아마 주심(정형식 재판관)이 썼던 거 아닌가 (싶다)”며 “왜냐면 처음에 확정된다는 건 주심이 썼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처음에 확정된 문구들이 몇 개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이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연합
 

문 전 권한대행은 탄핵 결정문이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있다는 평가에 대해서 “탄핵 결정문엔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며 “당연히 주심 재판관이 제일 많이 썼고, 논거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토론했지만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서 (8명이) 토론하고 확정 지었다”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후 시민들이 헌법을 필사하는 등 헌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동본 불혼을 금지, 폐지한 게 헌법재판소다. 헌법은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탄핵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구성과 관련해 “(지금처럼) 판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를 다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다양한 검토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연구관이나 헌법 전공 교수들을 넣어도 된다”며 “판사를 넣더라도 ‘지역 법관’도 좀 넣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권한을 폐지해야 된다”며 “그런 입법례가 (다른 나라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도 했다.    <  송경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