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도민 2530명의 기록이 담긴 ‘수형인 명부’. 허호준 기자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등재로 제주4·3은 ‘침묵과 금기의 역사’에서 세계의 기록유산이 되는 전환점이 됐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11일 오전 6시5분(프랑스 현지 시각 10일 오후 11시5분) 회의를 열고 ‘진실을 밝히다: 제주4·3 아카이브(Revealing Truth: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2023년 11월 제출한 등재신청서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등재 권고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행이사회는 4·3 기록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제주지역에서 공론화한 지 13년 만이고, 도와 재단이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제주4·3 기록물은 사건의 진상과 사건 이후의 진상규명 운동 및 명예회복운동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망라한 1만4673건에 이른다. 1948년과 1949년의 불법적 군사재판 기록인 수형인 명부와 육지 형무소에서 보낸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단체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국제자문위원회는 4·3 기록물에 대해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했다. 화해와 상생을 위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1992년부터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MOW)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하고 있다. 기록은 문서만이 아니라 필사본, 인쇄본, 영상, 사진, 오디오, 디지털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이라는 세계적 중요성과 기록물의 진정성 및 완전성, 희귀성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 등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8건의 기록물이 등재됐다.
오영훈 지사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세계와 함께 나누겠다”며 “4·3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인권 교육의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허호준 기자 >
국힘 대통령 '3연속 감옥· 2연속 탄핵’' 어쩌나 확증편향에 거짓으로 쌓은 성 무너질까 불안감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기자)
마침내, 결국, 드디어,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온갖 분탕질로 나라를 어지럽힌 윤석열 부부 정권은 막을 내렸고, 윤석열의 이름 뒤에는 ‘전(前)’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것 빼고 달라진 건 없다. 기가 꺾이긴 했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인 조선일보도 그러하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야 성이 차는 ‘대(大)’ 조선일보는 윤석열에 이어 또 다른 윤석열을 창출하려고 안달하고 있다. 윤석열이 탄핵된 다음날의 조선일보에 그렇게 쓰여 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1면 제목에는 별 감흥이 없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국가 긴급권 남용” 윤석열 대통령 파면’인데, 의도적으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서 물타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동아일보의 1면 제목은 ‘8:0 전원일치 “윤 계엄은 위헌”’이고, 중앙일보도 1면에 ‘8:0’이라는 숫자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한겨레는 ‘윤석열 파면...민주주의 지켰다’로 제목을 뽑았고, 경향신문은 1면을 기사 없이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15글자로 채웠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다음날인 4월5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1면 모습.
배가 아프다. 속이 쓰리다. 요즘 조선일보가 그렇다. 조선일보 활자에는 놀부 심보가 묻어난다. 조선일보의 행간에선 놀부 마누라와 뺑덕어미가 고개를 삐죽 내민다. 윤석열은 결국 파면됐고 이재명은 마침내 대통령이 될 것 같다. 8:0 파면이라는 현실은 부정해야 하고, 희망회로를 풀가동하여 윤석열은 갔어도 정권은 뺏기지 않을 거라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대선까지 시간은 촉박하지만 국힘당에는 후보가 많아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하단다. 이재명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지지 후보 없음’이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단다. 지난주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지율은 34%다. 국힘당에서 가장 높은 김문수의 8%보다 네 배 이상 높고, 이재명 지지율은 국힘당 후보군을 다 합친 20%보다도 높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조선일보는 ‘차기 지도자는 1위는 '없음·모름'씨... 부동층이 이재명 제쳐’라고 보도했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지지율은 49.5%로 50%에 육박했고,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등 국힘 후보군을 합친 34.9%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왜 굳이 부동층이 1위이고 이재명 대표가 2위라고 보도할까?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려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라는 걸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국힘당 후보들은 그 누구도 실력이든 능력이든 자질이든 인성이든 그 무엇으로도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재명은 비호감이라는 ‘혐오 프레임’을 계속 씌우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 그랬듯이 이재명을 이기는 유일한 선거전략은 이재명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을 하는 매체라는 걸, 조선일보는 그렇게 자백한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4면.
언론은 사실을 전해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라는 게 언론 윤리이고, 조선일보의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지키지 않는다. 조선일보에서 언론 윤리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다.
윤석열 파면 다음 날,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시종 찬성 측을 압도했던 것은 계엄 지지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민주당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며 광장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 거라고. 꼭 윤석열을 지지해서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을 눈감고 있을 수 없어 나온 거라고. 진짜 그런가? 명색이 자칭 일등신문의 논설실장인데 사실 왜곡을 넘어 흑과 백을 바꿔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 ‘이재명의 강’을 넘어야 한단다. 국정 안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거대 야당 대표가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는 ‘리스크 유발자’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고장난 레코드판이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듯한 그 악담과 저주를 옮기는 건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차마 옮길 수 없다. 이재명을 악마화하다 자기가 악마가 된 조선일보는 ‘이재명 공포증’에 사로잡혀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기필코 막으려 한다. 조선일보가 그러는 건, 이재명에게 지은 죄가 많아서다. 죄지은 자는 경찰서 간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여 멀리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까.
사설도 그러하다. 윤석열이 파면된 다음 날의 조선일보에는 두 개의 사설이 실렸는데, 첫 번째 사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이고, 두 번째 사설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4월5일자 사설.
먼저 첫 번째 사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좌절감은 클 거란다. 그들은 민주당의 줄탄핵과 방탄, 입법 폭주로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에 분노하여 거리로 나온 거란다. 그러하니 민주당과 탄핵 찬성 단체들이 그들을 폄하하며 탄핵을 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헌법 행위자 처벌법’을 발의한 것은 경솔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란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흑과 백이 바뀌고 선악이 뒤바뀐 것 같아서.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이 그러하듯 이건 사실 왜곡이 아니라 사탄이 천사를 나무라는 격이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독립투사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나라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단다. 19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3명은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탄핵 소추되어 2명이 파면됐다며 슬쩍 노무현 대통령을 끼워 넣는다. 고약하다. 그렇게 노무현을 모욕하더니 고인이 되었는데도 모욕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비열함은 조선일보의 주특기 중 하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이 나라의 보수정당은 간판을 바꿔 달아가며 3연속으로 감옥에 가는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중에 2명은 연속으로 탄핵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대기록을 이룬 정당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 박근혜 탄핵 때는 반성하는 척 사죄쇼라도 하더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선 방귀 뀌고 성을 낸다. 그러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핀다. 묻고 싶다. 보수정당이 달성한 ‘3연속 감옥행-2연속 탄핵’ 대통령 배출이라는 대기록이 대통령제 탓인가? 그런 대통령은 왜 보수정당에서만 나오는 건가?
보수정권이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고 밥상을 어지럽히고 물러나면 진보정권이 설거지를 하고 새로 밥상을 차리는 내내 ‘베짱이’ 보수정당은 보수언론과 합동으로 뒤에서 훼방을 놓고 악담을 해대며 국민의 피로도를 높여 정권을 넘겨받아 밥상을 어지럽히고... 그런 악순환이 대통령제 때문인가? 윤석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나라의 보수정당야말로 ‘패악질을 일삼는 범죄자 집단’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조선일보가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건, 윤석열의 내란을 잊어달라는 거다.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법치를 무시한 윤석열의 분탕질을 잊어달라는 거다. 김건희도 잊고 디올백도 잊고 주가조작도 잊어달라는 거다. 이태원 참사도 잊고, 채 상병 사건도 잊고, 부산 엑스포도 잊고, 의료 대란도 잊고, 대파 한 단에 ‘875원’도 잊고, 다 잊어 달라는 거다.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고, 대선을 바로 앞둔 지금 상황에서의 ‘개헌론’은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로 유권자의 기억에서 지난 3년을 지우겠다는 거다. 나도 개헌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이른바 정치 원로들까지 동원하여 열심히 불을 지피는 개헌론은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의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기억상실증 마약을 살포하여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서 두 번째 사설. ‘헌재도 비판한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 제목이 가관이다. 헌재의 결정문에 있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존중돼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된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단다.
인터뷰도 그렇지만 남의 글에서 일부를 인용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이나 글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 그 또한 언론의 윤리다. 조선일보 사설이 인용한 헌재 결정문의 구절은 윤석열의 주장을 그대로 적은 것이고, 보수성향 재판관의 주장을 결정문에 반영하고 그들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헌재가 이른바 ‘5대3의 교착’에 빠지는 파국을 막고 가능하면 전원일치의 결정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윤석열 파면 선고를 하고 헌재재판관들이 심판정을 떠날 때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는데, 아마도 보수성향 재판관들을 설득하여 전원일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에서 조선일보가 인용한 구절이 있는 단락을 빼면 문맥은 더 매끄러워지고 내용은 더 명료해진다.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헌재가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고 하는 건, ‘윤 대통령이 없는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통절하게 반성하고 자책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고 ‘민주당 일각은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이 환호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게 ‘점령군 행세가 아니라 국가적 불행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훈계를 한다. ‘민주당이 국익을 우선하는지 자신들의 권력욕을 앞세우는지 지금부터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준다. 마치 불을 끄고 나니 방화범이 불쑥 나타나 소방관을 야단치고 훈계하는 것 같다. 그런 걸 일컬어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무지와 무능, 독선과 불통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건 대통령 윤석열이다. 지지율이 10%를 겨우 넘는 ‘정치적 사망’의 지경에 이르자 저 살자고 군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윤석열이다. 12.3 계엄의 밤에 계엄은 실제상황이고 국회로 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이고 담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 국회의 권능으로 계엄을 해제한 건 민주당 등 야당의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고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고 끝까지 헌법재판소를 흔들어대던 조선일보는 매를 들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야단치고 있다. 하나님도 자기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전광훈이라는 목사가 설쳐대는 이 나라에선 사탄이 천사를 야단치는 몰상식과 몰염치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조선일보의 확증편향이 중증으로 깊어지고 있다. A4 용지로 100쪽이 넘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의도에 맞는 몇 문장을 가져와 입맛대로 해석하여 기사에 인용하는 것은 수많은 사실 중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향된 취사선택이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막무가내 아전인수이며 확증편향이고 언론윤리 위반이다. 조선일보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거짓으로 쌓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성이 무너질까 두렵고 불안하여 그럴 것이다. 윤석열 탄핵 다음 날의 조선일보 지면에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의 심리적 공황이 행간을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로이터와 블룸버그를 포함한 외신들은 이 사실을 곧바로 세계에 타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이날 무죄 판결로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3.26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외국 언론들 "이재명 대선 장애물 제거" "한국 법원, 야당 지도자 편에 섰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국 법원이 야권 지도자의 선거법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란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로이터는 "한국의 항소 법원이 26일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제1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은 유죄가 아니라고 확인했으며, 대통령 출마를 봉쇄할 수도 있었던 장벽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 대표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주심 이학인 판사, 배석 박명 판사)가 진행한 1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실도 소개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해 '한국의 야당이 항소심에서 승리해 대통령직을 향한 장애물을 제거했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AFP는 한국의 야당 지도자인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향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길을 닦게 됐다"라고 썼다. 통신은 이 대표가 법정 밖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 드린다"고 말하고 자신을 기소하는데 "국가용역이 소진된 것"을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한국 법원이 공직선거법 관련 사건에서 야당 지도자의 편에 섰다"고 썼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자매지인 닛케이 아시아도 '한국의 이재명, 선거법 위반 아닌 것으로 드러나'란 기사에서 "한국 법원이 26일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제1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은 유죄가 아니라고 확인했다"며 "이는 (상고심까지) 유지된다면 이재명의 차기 대선 출마의 길을 터주게 될 판결"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검찰은 이 판결에 상고를 할 수 있고, 한국의 최고심인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5.3.26 연합
일본 언론 "역전 무죄 판결" 의미 부여 이재명, 차기 대선 입지 다지기에 순풍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아사히는 다음 대선의 유력후보인 이 대표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받고 있었다면서 서울고등법원이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진보(혁신)계 최대 야당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해 무죄 판결(구형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대표가 2022년의 대선과 관련한 자신의 의혹사건에 대해 허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이 대표가 차기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했지만 5건의 형사재판이 걸려 있어서 비판적인 여론도 뿌리깊다고 전했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도 이날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역전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 유력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는데 순풍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후보였던 2021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복수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2022년에 불구속 기소됐다면서, 1심에서는 성남시장 시절의 도시개발 관련 의혹과 관련해 "국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설명한 부분 등이 유죄가 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으나, 고등법원은 위법 의혹을 받은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신문은 윤석열 탄핵 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파면이 결정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실시된다며, 이 대표가 대선 전에 징역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위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지난 대선과 관련한 허위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이 파기되고 역전 무죄가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면서, 이번 무죄 판결로 대선 출마를 위한 환경이 지금까지보다 좋아지게 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나 이 대표는 이 밖에도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배임사건, 북한에 대한 부정 송금사건 등 여러 죄목으로 불구속 기소돼 있고, 검찰 쪽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최종적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상실해 차기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공판을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5.3.26 연합
싱가포르 언론도 이재명 무죄 판결 보도 "리버럴 진영서 지도력 다지는 길 닦아"
신문은 이 대표의 향후 행보는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소추를 당한 보수계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헌재가 조만간 윤 씨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윤 씨가 파면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지는데, 대선 전에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으로 100만 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되면 이 대표는 출마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 내용과 그 시기가 대선의 행방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은 이 법 위반 사건에 대해 항소심 판결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고심을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더스트레이트타임스도 '한국의 제1 야당 지도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란 기사에서 "한국 고등법원이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의원에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로써 제1 야당 지도자가 리버럴 진영에서 그의 지도력을 다지는 길을 닦게 됐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항소 법원이 이재명의 혐의를 걷어내면서 그는 이제 작년 12월 셀프쿠데타 시도로 직무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이 확정되면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최선두 주자로 간주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가 이날 오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2심 판결에서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 민들레 이유 한승동 기자 >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26일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25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중에서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저는 대법원에 가면 반드시 파기 환송될 것이라고 본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26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중에서
국민의힘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여당이 내심 바랐던 '시나리오'가 붕괴한 탓이다. 얼마 전까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라고 요구하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판단이 나오자 스스로 말을 뒤집기까지 했다.
이 대표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올 것을 전제로 여론전과 조기 대통령 선거 전략을 짰던 국민의힘은 기존 대책을 초기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즉시 유감을 표하며, 서울고등법원 판사의 개인 성향까지 문제 삼고 나왔다. '색깔론'을 꺼내 들어 2심 재판부를 흔드는 한편, 대법원의 빠른 판단을 요구하고 나선 셈인데 3심에서 기존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권성동 "대단히 유감... 개인적 성향이 판결에 반영된 것"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기초과학발전과 이공계 재도약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허위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 대표는 같은 사안을 놓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제가 법조인 입장에서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아마 검찰이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에서 하루빨리 이 부분이 허위 사실인지 아닌지 빨리 판단을 내려서 법적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라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 어떻게 무죄가 됐는지, 정말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법관이라면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결국은 여러 언론에서 예고한 것처럼 판사 개인의 성향이 직업적 양심을 누르고, 개인적인 성향이 판결에 반영된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답변의 구체적인 뜻을 기자들이 묻자 권 원내대표는 "여기에 대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법조인의 양심 갖고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 성향에 맞춰서 재판을 한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저는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심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인지 묻자 "금방 유감스럽다고 했잖느냐?"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권 원내대표는 "그거(항소심 판결)는 받아들일 수가 없고, 저는 대법원에 가면 반드시 파기 환송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검찰의 칼춤에 맞춰 정치공세를 일삼아온 국민의힘은 사과하시라"라며 "바로 어제 권성동 원내대표 말대로 법원 판결에 승복하시라"라고 직격했다.
"대법원, 빨리 진행하면 두 달 안에도 가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적 여론마저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마시라"라며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라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더욱이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재판 지연 꼼수'를 부려왔다"라며 "항소심 개시를 위한 소송기록 접수통지서 등을 수령하지 않거나,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까지 하며 재판부를 농락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진정으로 떳떳하다면, 남은 재판들에 대해 '법꾸라지' 마냥 '꼼수 전략'을 펼칠 것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히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라고 역설했다.
이후 기자들로부터 '이재명 대표의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당의 전략을 짜왔는데, 대야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신 대변인은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굉장히 장황하고,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재판 결과에 대해서 승복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재판부의 판단이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 구조를 갖고 무죄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 2개월 안에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신 대변인은 "물론 6·3·3 원칙이 있지만, 그건 늦어도 3개월이라는 뜻"이라며 "대법원이 빨리 진행하면 2개월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이라는 공직선거법 선고 기일 원칙을 언급하며, 대법원이 두 달 안에 판단을 내려달라 요구한 것이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린 답변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아직 미정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법원이 두 달 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대통령 선거 전에 판단을 내린다는 뜻이다. 만약 대법원이 항소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경우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여당의 바람이 반영된 일정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 결과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며 "앞으로 대법원에서 빨리,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서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바로잡힐 수 있다, 바로 잡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후보 자격을 문제삼을 명분이 약해진 데 대해서 질문이 나오자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