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을 또 바꿔?" 국민의힘 향한 규탄 목소리

● COREA 2026. 1. 13. 06: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어제까지 책임당원 100만명 ARS 여론조사

14년간 여섯 차례 당명 개정, 일곱 번째 시도
"과거의 잘못 못 끊어내고 간판갈이만" 눈총

"차라리 해산하고 새롭게, 용기와 각오" 주문

 

국민의힘이 또 당명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책임당원 100만 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를 돌렸다.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두 차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새 당명 아이디어를 받겠단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란다.

 

'이기는 변화'라, 참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건 변화가 아니다. 그냥 책임 회피며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술책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헛된 몸부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리자, 또다시 꺼내든 카드가 당명 바꾸기다. 옷만 갈아 입으면 새 사람이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돌이켜보면 이들의 당명 변경 역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아니, 처참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시초로 본다면, 지금까지 무려 일곱 번째 당명 변경을 시도하는 셈이다.

 

민자당(1990년)에서 신한국당(1996년)으로, 한나라당(1997년)으로, 새누리당(2012년)으로, 자유한국당(2017년)으로, 미래통합당(2020년 2월)으로, 국민의힘(2020년 9월)으로, 그리고 이제 또 바꾸겠단다. 특히 2020년 한 해에만 두 차례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정치적 위기가 오면 당명을 바꾼다. 1995년 지방선거 참패 후 민자당은 신한국당이 됐다.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차떼기 당' 오명 속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파란색 당 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단행했고, 19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게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탄핵 사태로 새누리당은 몰락했다. 2017년 2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며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같은 해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그래서 또 바꿨다.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을 내세우며 미래통합당이 됐다. 하지만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180석을 내주고 대패하자, 불과 7개월 만에 또 이름을 바꿨다. 그게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2020년 9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 대다수의 간절한 희망을 당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단다. 보수·자유·공화 같은 이념적 색채는 지양하고, '당(黨)'자도 과감히 없앴다. 포용성과 직관성을 담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그게 불과 5년 전이다. 5년 전의 간절한 뜻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을 위한 힘은 제대로 발휘해봤나? 아니, 오히려 국민에게 짐이 됐다는 조롱만 받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이 "유일한 당명은 '국민의짐'밖에 없다"라고 꼬집은 게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번 당명 변경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음식점이 간판 바꿔서 영업 잘되는 것 봤냐"고 반문했다. 한지아 의원은 "당명 개정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내용과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 포장지만 바꾸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명을 바꾸면서도 제대로 혁신한 적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당명 변경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2017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지만, 지지율은 10%대 초반에 갇혔다.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만 바꿔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환골탈태하고 싶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마음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짓밟은 내란 행위였다. 국민의힘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것인가? 친윤 인사들을 당 요직에서 물러나게 할 것인가? 공천 개혁과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인가?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런 실질적인 변화 없이 간판만 바꾸면 뭐하나.

 

장동혁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정책위 의장에 친윤 정점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조광한 의원을, 윤리위원장에 김건희 여사 옹호 논란이 있던 윤민우 교수를 임명했다. 이게 강을 건너는 방법인가? 아니, 오히려 강에 빠지는 방법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당원 동지들은 '찬성'이라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결단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낸다는 게 당명 바꾸기인가? 그게 전부인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공허한 외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 역사는 너무 자주, 너무 뻔하게 반복된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국면 전환용 카드, 실질적 혁신 패키지 없이 진행되는 간판 갈이 쇼, 그리고 얼마 못 가 또다시 찾아오는 위기,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도 끊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전혀 없다.

 

옷만 바꿔 입는다고, 입으로만 외친다고 새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지난날 문제가 있었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내면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비로소 새 사람으로 거듭 났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진짜 혁신을 원한다면, 간판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건 또다시 반복되는 무책임한 도피일 뿐이다.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포장만 바꾸려는 얄팍한 술수다. 14년 동안 여섯 차례 바꾼 당명, 이제 일곱 번째를 준비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여, 대체 언제까지 이런 못난 장사치들이나 하는 치졸한 꼼수를 반복할 것인가? 불량품을 판 장사꾼이 욕 먹으면 간판만 바꿔 다시 장사하는 그 천박한 수법을, 소위 공당의 정치인들이 태연하게 구사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이건 정치가 아니다. 사기극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내란의 주범을 비호하고, 헌정 질서를 짓밟은 세력들이 간판만 바꿔 달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 세력으로 거듭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만 이 비겁한 게임을 끝내라. 간판 바꾸기 놀이를 멈춰라.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념과 정책으로,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과거의 적폐와 완전히 단절하고, 내란과 부패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공당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럴 용기도, 각오도 없으면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국민의힘이여,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과연 보수 정당으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아니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낡은 유물에 불과한가? 해답은 당신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토마스 김 기자 >

 

13일 폭동 일어난 서부지법서 영장실질심사
경찰 영장 신청하면서 '증거 인멸 도주 우려'

압색 전 사랑제일교회 PC 대량 교체한 정황
혐의도 부인…집회 다니며 '국민저항권' 주장

예배 중에도 "사건·사고 없었다"며 '혐의 부인'
여 "지위·영향력 관계없이 엄정한 책임 물어야"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18. 연합
 

서울서부지법 폭동 배후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가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는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약 1년 만에 사법 판단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 씨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언급한 '국민저항권'을 여전히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씨의 사랑제일교회는 지난해 경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PC를 대량 교체 하는 등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이 있다.

 

전 씨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17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반려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이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를 보강하면서 지난 8일 영장을 청구하게 됐다.

 

전 씨는 지난해 1월 19일 윤석열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교회 관계자와 극우 유튜버들을 서부지법 앞으로 모이도록 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국민저항권'으로 법원을 때려 부숴야 한다는 발언을 해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가 주장하는 국민 저항권이란 민주 질서가 침해돼 합법적 수단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때, 국민이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경찰은 전 씨에게 영장을 신청하면서 전 씨의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한 지 7개월 뒤인 지난해 8월 5일 경찰은 전 씨의 자택과 그의 딸 주거지, 사랑제일교회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전 씨 측이 압수수색 2~3주 전인 7월 중순 사랑제일교회 사무실 PC 대거 교체했다면서 증거 인멸을 주장했다. 당시 교회 관계자의 휴대전화 녹음에는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 알고 바꿨다"는 내용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
 

전 씨는 구속영장에 담긴 혐의들을 부인하듯 서부지법 폭동의 동기가 된 '국민저항권'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이 주도하는 자유마을대회에서 "해법은 오직 국민저항권 뿐"이라면서 "4·19 때도 200명이 희생됐다. 우리는 무혈혁명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광화문 광장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고 집회 참여와 자유통일당 가입을 촉구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부산역에서 열린 '자유 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자유마을대회'에선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면서 "계엄이 없었다면 이미 국민이 북한으로 끌려갔을 것"이라고 내란을 정당화시켰다. 그는 또 다른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헌법 위에 있는 것이 국민저항권"이라며, 폭도들의 행태를 정당한 행위로 인식시키고 있다.

 

전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지난 11일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전국 주일 연합예배 설교 중 "내가 감옥에 가더라도 울지 말라"며 "하나님이 필요해서 감옥에 다녀온 사람은 다 대통령이 된다"고 했다. 이어 "구속이 되더라도 편지로 계속 써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옥중서신을 내게 하라"며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설교를 마치면서 "서부사태 검사, 재판부가 나를 부르지 못하게 하라"며 "우리가 타이어를 빵꾸(구멍)낸 적 있나, 담을 넘은 적이 있나. 8년 동안 한 번도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예배에 참석한 교회 관계자들과 윤석열 지지자 등은 전 씨의 말에 호응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들은 뒤 입장문을 내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보복이자 중립성을 상실한 보여주기식 법 집행의 전형"이라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비법률적이고 비상식적인 심리학 용어를 영장에 삽입해 전 씨를 현장 조정자로 몰아간 것은 명백한 법률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폭도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
 

여권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전 씨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조치"라며 "법원을 침탈하고 공권력을 조롱한 집단적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 행위를 선동하거나 조직한 배후 세력이 있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배후세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를 방패 삼아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폭력과 불법을 선동할 자유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혐의가 확인된다면, 지위와 영향력에 관계없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법 앞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법치를 흔들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행위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 김민주 기자 >

 
 

가해권력보다 피해자들에 칼날 들이대는 행위

부분적 오류를 전체의 허위로 확장하는 논리 비약

 

검열을 말하는 비판, 지워지는 책임의 방향 

 

지난 1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여성으로 비난하며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에 대해 “이런 얼빠진 짓은 사자명예훼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정규재는 6일 밤, 페이스북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사상 검열과 국가주의적 봉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의 글은 권력 비판의 외형과 달리, 실제로는 역사적 폭력의 구조를 지워내고 피해자의 존엄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검열을 비판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의 기억을 다시 한 번 침묵시키는 서사다. 

 

 

정규재 TV 화면 갈무리

 

정규재의 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판의 방향이다. 그는 일본 제국이라는 가해 권력의 구조보다는, 이미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그 기억을 공적으로 기념하려는 시민사회를 향해 훨씬 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국가 폭력과 군사 제도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개인의 선택과 생활사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 전도된 시선은 위안부 문제를 구조적 범죄가 아니라 개별 여성들의 생계 전략이나 도덕적 판단의 문제로 환원한다. 

 

 

정규재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연상시키는 논리를 사용하지만, 그 개념의 핵심을 정면으로 오독한다.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은 거대한 범죄가 어떻게 일상과 제도 속에서 정상화되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개념이었다. 그것은 가해를 무죄화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더욱 철저히 묻기 위한 분석 도구였다. 그러나 정규재의 글에서는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폭력이 아니고,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착취가 아니며, 급여와 저축이 가능했기 때문에 자발성이 성립한다는 식의 논리로 변질된다. 이는 제도의 존재 자체가 폭력성을 상쇄한다는 위험한 주장으로 이어진다. 

 

 

구조적 폭력의 삭제와 ‘자발성’이라는 허구 

 

 

위안부 제도는 단순히 성매매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시 상황에서 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여성의 이동, 거주, 성적 자기결정권을 통제한 시스템이었다. 계약이라는 외형이 있었다고 해도, 그 계약을 거부하거나 파기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군사 작전 지역에 배치된 위안소에서 탈출은 곧 생명의 위협을 의미했다. 폭행, 성병, 강제 낙태, 살해에 가까운 학대가 발생해도 이를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경로는 없었다. 이러한 구조를 외면한 채 ‘당시의 매춘’이라는 말로 정리하는 것은 역사적 폭력을 개인의 선택으로 축소하는 행위다. 

 

 

정규재는 “헌병의 총칼에 의한 강제연행은 신화”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이는 학계의 논의를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주장이다. 오늘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학적 합의는 ‘모든 피해자가 군인에게 납치되었다’는 도식에 있지 않다. 핵심은 일본 제국과 군이 위안부 제도의 설계, 운영, 이동, 통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사기와 인신매매, 협박과 강요, 구조적 가난과 식민지 지배가 결합된 상황에서 여성들이 처한 조건은 자유로운 선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제성은 반드시 물리적 폭력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선택지가 제거된 상태 자체가 강제다. 

 

2025.1.6 정규재 페이스북 캡춰

 

그럼에도 그는 “그녀들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식민지라는 역사적 조건을 완전히 삭제한 채, 책임을 다시 피해자 가족에게 돌리는 질문이다. 일본 제국의 군사력과 행정 권력 앞에서 가난한 조선 농민이 행사할 수 있었던 실질적 선택지는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은 역사 분석이 아니라 도덕적 심문이며, 구조적 폭력을 개인 윤리의 실패로 둔갑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기억을 지키는 말이 고발이 되는 사회 

 

이 문제를 둘러싼 ‘검열’ 논쟁이 얼마나 쉽게 법과 고발의 언어로 비화하는지는 나 역시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나는 2024년 5월 8일, 일본 영사관 앞에서 열린 소녀상 훼손 중단과 소녀상 적극 관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의 요청으로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소녀상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반복되는 훼손과 모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공적 기억의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위안부 합의 반대’를 표방하는 한 단체로부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소녀상을 지키자는 발언이 형사 고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이 문제가 얼마나 쉽게 정치적·법적 투쟁의 장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정규재는 특정 사진 자료의 오류를 근거로 전체 위안부 연구를 불신한다. 그러나 역사 연구에서 개별 자료의 오류는 학문의 실패가 아니라 정상적인 검증 과정의 일부다.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되고, 논쟁을 통해 더 정밀한 이해로 나아간다. 한 장의 사진이 잘못 사용되었다고 해서 수많은 피해자 증언, 일본 정부와 군의 내부 문서, 국제기구의 조사 보고서가 동시에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그는 부분의 오류를 전체의 허위로 확장하는 논리적 비약을 반복한다. 

 

또한 그는 박유하 교수와 김병헌 씨를 동일선상에 놓고 ‘사상 검열의 희생자’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서로 다른 사안을 의도적으로 혼합하는 서술이다. 박유하 교수의 무죄 판결은 학문적 논쟁의 자유를 인정한 사법적 판단이지, 그의 해석이 학계의 정설이라는 선언이 아니다. 더욱이 소녀상 훼손과 같은 행위는 연구나 토론이 아니라, 공적 기억 공간에 대한 물리적·상징적 공격이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을 침해할 권리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아래로 향하는 진실, 그것은 용기가 아니다 

 

정규재는 위안부 관련 명예훼손 처벌 논의를 ‘진실 봉인’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적용의 기준과 범위다. 학문적 토론과 피해자 모욕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를 집단적으로 거짓말쟁이나 자발적 매춘부로 일반화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정규재의 글이 가장 설득력을 잃는 지점은 결국 윤리의 문제다. 그는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진실은 항상 아래로 향한다. 이미 말할 수 없는 이들, 반박할 수 없는 이들, 고인이 된 피해자들이 그의 논증에서 가장 쉽게 해체된다. 반면 일본 제국이라는 가해 구조는 상대적으로 흐릿해진다. 이것은 용기가 아니라 안전한 공격이다. 

 

역사는 언제나 복잡하다. 그러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폭력의 구조를 지워서는 안 된다.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은 상대화될 수 없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과거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윤리를 세우는 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법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고통 위에 서서 지적 우월을 과시하고, 제국의 폭력을 생활사로 세탁하며, 피해자에게 다시 침묵을 요구하는 태도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반드시 경계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악의 평범성’이다.

박철 시민기자pakchol@empas.com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통일교는 물론 신천지도 국힘 집단 입당 의혹


홍준표 "교주 이만희 만나 윤석열 지원 확인해"
"지금도 신도 상당수 국힘 책임당원으로 활동"

'정교유착' 전담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구성
이재명 "특검만 기다릴 수 없어" 지시 1주일만

총 47명 파견…"모든 의혹 신속 명확하게 규명"
본부장 김태훈 남부지검장, 검찰 내 개혁 성향

'대장동 항소 포기' 검사장들 반발 때 동참 안 해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3. 연합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를 비롯한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과 밀착해 청탁과 선거 개입 등 부정한 거래를 일삼았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사례를 수사하게 될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6일 출범했다. 특히 통일교는 물론 신천지 측도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켜 제20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원했다는 등의 의혹이 구체적으로 불거진 상태여서 수사가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합수본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부본부장에는 검찰에서 대검 임삼빈 공공수사기획관(차장검사급)이, 경찰에서는 전북경찰청 수사부장 함영욱 경무관이 각각 임명됐다. 총 47명 규모로 꾸려지는 합수본 사무실은 서울고검 청사에 설치될 예정이다. 

 

대검은 "최근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교단 조직과 자금,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교유착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검·경이 협력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함으로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합동수사본부는 서울중앙지검 관련 사건 전담검사와 통일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경찰들을 포함해 공공 및 반부패 수사 분야 전문성을 갖춘 우수 자원들을 발탁했다.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단체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금품 제공, 특정 정당 가입을 통한 선거 개입 등 정교유착과 관련된 의혹 일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수사 역량을 집중해 관련된 모든 의혹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규명하는 한편,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합수본을 이끌 김태훈 남부지검장은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거친 대표적 기획통이자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사법연수원 30기로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평검사 때 법무부 검찰국에서 일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발탁돼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4차장으로 영전했다.

 

4차장 재직 중 윤석열 부인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지휘했지만, 이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김 지검장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검찰 내부망에 "포고령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즉각 수사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11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일선 지검장 18명이 반발하면서 공동 입장문을 냈을 때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함께 동참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22. 연합
 

합수본에는 검찰에서 김태훈 본부장과 임삼빈 제1부본부장, 부장검사 2명, 검사 6명, 수사관 15명 등 25명이 파견된다. 경찰에서는 함영욱 제2부본부장과 총경 2명(임지환 용인서부경찰서 서장과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경정 이하 수사관 19명 등 총 22명이 합류한다. 수사관 대다수는 그간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미 여야 정치인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 회장 등을 검찰에 송치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엔 통일교의 한일 해저터널 사업 청탁과 관련해 세계피스로드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재단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데 주력했다. 특별전담수사팀이 축적해온 사건 기록은 합수본에 넘기게 된다.

 

합수본은 통일교뿐만 아니라 신천지 등 유사 종교단체들이 정계 인사들을 상대로 교단의 사업 및 각종 민원 사항에 관한 청탁을 하며 금품을 제공하거나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교유착 의혹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와 영장 신청, 사건 송치를 맡고 검찰은 송치 사건 등에 대한 수사·기소와 법리 검토 등을 진행한다.

 

2020년 3월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3.2. 연합
 

신천지와 국민의힘의 유착과 관련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신천지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시장 재직 시절인 2022년 8월경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를 경북 청도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신천지 신도 10여만 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후보를 도운 것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코로나 사태 때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청구 못 하게 막아줘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했고, 지금도 그 신도 중 상당수는 그 당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전 시장은 최근에도 "통일교·신천지 특검하면 이재명 정부가 곤경에 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2021년 7월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때 1000원짜리 책당(책임당원)이 19만 명 들어왔는데 그중 신천지 신도가 10만이었고 그들의 몰표로 윤석열이 후보가 된 것"이라며 "유사 종교집단의 몰표로 경선판을 뒤집어 본 윤석열 경선 총괄위원장 권성동 의원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교도 끌어들여 자신이 직접 당대표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통일교·신천지 특검을 하면 국민의힘은 정당 해산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전재수 의원 하나 잡으려고 시작한 국힘의 단견이 결국 역공을 당하는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들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관광공사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종교행사 대관 승인을 취소한 데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024.11.15. 연합
 

이번 합수본 구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특별수사본부 또는 합동수사본부라는 구체적 방식을 거론하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야당이 요구해온 '통일교 특검'을 더불어민주당이 전격 수용했지만 특검 수사 대상에 신천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극렬 반대하면서 논의가 지체되자 대통령 지시 일주일 만에 검경 합수본이 발족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통일교, 신천지 정교유착 사안은 이미 오래전에 나온 의제인데 (수사가) 너무 지지부진하다. 정교 분리, 헌법 원리를 어기고 종교가 정치에 직접 개입해 유착한 부분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여든 야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수사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생긴다. 특검만 기다릴 수 없으니 특수본을 (만들거나) 경찰과 검찰이 같이 합동수사본부를 만들든 따로 하든 검토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