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정당인가... 매국정당 내란정당 국민힘의 해체뿐”  각당 논평

 
3일(현지시각)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과 국민의힘 당사(왼쪽). 연합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주권 침탈’이라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베네수엘라와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자 정치권에선 “어느 나라 정당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3일(현지시각)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뒤 미국으로 압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에선 미국 정부가 아닌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취지의 입장이 연이어 나왔다.

 

국민의힘은 4일 조용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며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권력에 불리한 판결과 발언을 봉쇄하고, 야권을 말살하려는 노골적 만행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베네수엘라가 걸었던 길을 빼닮았다”고 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주권을 침탈한 데 대한 평가보다 한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을 앞세운 모양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백승아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대한민국에 대한 경고’라는 황당한 프레임으로 포장하며,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복합적인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을 현 정부에 대한 공포 조장과 흠집 내기로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국민의힘이 대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보당은 이날 홍성규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이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경고입니까”라며 “미국과 트럼프에 납작 엎드려 꼬리를 흔들지 않으면 언제든, 주권자 우리 국민의 의사를 짓밟으면서까지 미국의 침공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까. ‘윤어게인'을 외치며 아직도 거리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탈출'을 도와달라고 트럼프에 애걸복걸하고 있는 무도한 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이라도 하겠다는 것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소식이 전해진 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대통령도 마두로 대통령처럼 곧 잡혀갈 거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진보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미국의 정당인지 한국의 정당인지 그 정체부터가 의심스러운 내란본당 국민의힘의 작태를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까? 그러기 위하여 취해야 할 단 하나의 조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매국정당 내란정당 국민의힘의 해체뿐임을 거듭 강력히 못 박아둔다”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미국언론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언론

베네수엘라 침공, 마치 승전보 전하듯이 보도
미국 발표 그대로 받아쓰며 '성공적 작전' 평가
미 언론도 자국의 폭력 ·약탈 비판하는 것과 대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주권국가의 수도는 군홧발 아래 놓였고 포성과 시민들의 비명이 터졌다. 그러나 환호성이 터진 곳도 있다. 다름 아닌 한국의 언론에서다. 5일 아침 이 소식을 전하는 한국의 신문들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은 마치 승전보를 전하는 듯, 주권국가를 침략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축전이라도 보내는 듯하다.

 

<13년 독재를 3시간 만에 무너뜨렸다>(동아일보).

<“까불면 다쳐” 경고 날린 백악관…세계 경찰, 서반구 지배자 됐다>(중앙일보)

<트럼프 힘의 정치 과시>(조선일보)

 

중앙일보의 5일 아침 인터넷 지면의 머릿기사 제목과 사진.

 

주권국가에 대한 무력 침공을 ‘전격적 독재자 제거’로, ‘경찰’이 법질서를 바로잡으려 범죄자를 제압한 것으로 표현한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은 ‘경고 메시지’로, 제국주의적 폭력은 ‘힘의 정치’로 포장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무력 앞에 함부로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조선일보의 제목처럼 트럼프의 ‘힘의 과시’는 최소한 한국 언론에는 제대로 통한 듯하다.

 

이들 언론은 미국의 군사작전 명칭인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침략을 지도자의 확고한 결단인 듯 그대로 전하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적 폭력이자 주권국가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보장한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적 행위지만 한국의 유력 언론들은 그 불법성과 제국주의적 성격을 따지지 않는다. 단지 미국의 언어를 받아 적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공격은 불법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NYT는 베네수엘라가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적 정당성이나 합법적 권한, 국내적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공습을) 추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옆나라를 지배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자들에게 침략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석유를 노린 노골적인 약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는 이런 비판과 규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 언론보다 더 트럼프의 침공에 우호적인 한국 유력 신문들의 보도는 미국 언론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언론의 한 실상을 보여준다.

 

한국 언론의 보도는 마치 자국 군대의 군사작전을 전하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트럼프와 미 합참의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군사작전의 신속성과 기민함을 평가한다. 유엔의 긴급회의 소집 움직임이나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 논란은 한동안 적법성 공방이 벌어지는 정도로 말미에 짧게 덧붙여지는 정도다. 침공의 불법성은 부수적 문제에 불과하다.

 

용어에서도 미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쓰고 있다. 마두로에 대해 ‘체포’라는 말부터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외국 군대가 강제로 데려간 행위에 ‘납치’ 혹은 ‘강제 연행’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검토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침공’이나 ‘침략’이라고 표현해야 할 상황이지만 한겨레 경향 외에는 이런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급습’이며 ‘작전’이며 ‘압송’일 뿐이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민을 약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 매장량 1위 국가에 대한 약탈 의도에 대한 규탄과 지적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국제 질서 지배한 힘의 논리 보여줘> <더 거칠어진 ‘힘과 국익’의 시대> <‘힘으로 국익’ 적나라하게 드러내다>는 ‘현실’에 대한 설명만 있다. 게다가 그 설명조차 한 면만을 보는 것일 뿐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더 거칠어지는 힘과 국익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사설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면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 언론의 ‘현실 논리’야말로 힘의 논리를 더욱 노골화하고 힘의 과시를 더욱 거칠어지게 하는 것이며, 힘으로 국익을 밀어붙이는 것을 더욱 적나라하게 하는 것이다. 힘의 논리를 현실로 받아쓰면서 그 폭력적 힘을 비판하는 대신 정당화한다. ‘제국’의 언어의 전달자가 되는 것이며, 전달자 이상의 확성기 역할을 자처한다.

 

이같은 언론의 보도는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평에서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도 겹친다. 국힘 대변인은 “마두로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집권하며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했고, 누적된 국민적 분노와 내부 붕괴는 결국 오늘의 사태로 이어졌다”라고 베네수엘라가 자초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한국을 베네수엘라에 빗댄 이 논평과도 흡사한 논리다. 

 

아마존에 인수된 뒤 친권력적 성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워싱턴포스트(WP)는 <베네수엘라의 정의>(Justice in Venezuela)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 세계, 특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독재자 마두로의 몰락을 축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체포하기로 한 결정은 수년간 대통령들이 취한 가장 대담한 조치 중 하나였으며, 작전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는 전술적 성공”이라고 했다.

 

이같은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 찬사에 WP 독자들은 “백악관이 쓴 선전 문구인 줄 알았다”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WP 독자들은 한국에도 그 같은 ‘백악관 선전 언론’들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미국의 유력 언론조차 자국의 폭력을 문제 삼지만 한국의 주류 언론은 오히려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역설적인 풍경, 미국의 언론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언론의 한 현실이다.

                                                                                       < 이명재 기자 >

병오년 신년사 발표…"이제 겨우 출발선, 회복 넘어 결실의 시간으로"

"성장 패러다임 완전히 바꿔야…창업중심 사회, 성장 과실 고루 나눠야"

"서울 경제수도·중부 행정수도·남부 해양수도 다극체제로…안전이 기본"

"페이스메이커로 남북관계 복원 모색…'모두의 대통령'으로 겸손하게 국정"


이재명 대통령, 2026년 신년사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026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올 한 해를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는 해로 삼아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구현해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6.1.1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1일 "2026년이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오직 국민만 믿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신년사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대대적인 도약과 성장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주신 덕분에 무너진 민생경제와 민주주의를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다만 "그러나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며 "남들보다 늦은 만큼 이제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 한 해를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는 해로,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 우리 국민의 인내와 노력이 담긴 '회복의 시간'을 넘어 본격적인 '결실의 시간'을 열어젖히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대도약의 방법론과 관련해선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익숙한 옛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대전환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새로운 미래로 이끌 지름길"이라며 5가지의 '대전환의 길'을 제시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며 "서울은 경제수도로, 중부권은 행정수도로, 남부권은 해양수도로 대한민국 국토를 다극 체제로 더욱 넓게 쓰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일부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며 "공동체의 역량과 국민 전체의 노력으로 이뤄낸 공동의 성과가 중소·벤처기업까지 흐르고, 국민의 호주머니까지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고용 중심 사회에서 창업 중심 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춰 청년 기업인이 자유롭고 담대하게 도전하며 마음껏 혁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기
카이로대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대통령 =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에서 '함께 여는 빛나는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마친 후 참석 학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11.21 
 

이 대통령은 "생명을 경시하고 위험을 당연시하는 성장에서 안전이 기본인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또 "상품만 앞세우는 성장에서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며 "K-컬처가 한때의 유행에 머무르지 않도록 뿌리가 되는 기초예술을 비롯해 문화 생태계 전반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위협을 안고 사는 불안한 성장에서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에도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대화를 적극 지원하고 남북관계 복원을 거듭 모색하겠다"며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한 한미동맹, 강력한 자주국방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 공존의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디겠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올 한 해 국민주권 정부는 '국가가 부강해지면 내 삶도 나아지느냐'는 국민의 절박한 질문에 더욱 성실하게 응답하겠다. 지난 7개월보다 앞으로의 4년 5개월이 더 기대되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또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개혁의 과정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지난하고 위대한 과업이 국민 통합과 굳건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 고동욱 기가 >

 

이재명 대통령, 회복 자신감 발판 '도약' 선언…'5대 대전환' 제시

 
 

2년차 청사진 '대전환 통한 대도약 원년'…"성장 패러다임 바꿔야"

집권 첫해 성과 소개하면서도 "이제 겨우 출발선"…'주마가편' 인식

5극3특, 중소벤처 육성, 산업안전, 문화산업, 한반도 평화 등 강조


이재명 대통령, 2026년 신년사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026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올 한 해를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는 해로 삼아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구현해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6.1.1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병오년 새해를 맞아 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이라는 집권 2년 차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배경에는 첫 해 비상계엄의 여파에 따른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자신감과, 국제질서 급변과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국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절박함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지난해의 당면 목표였던 '회복'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는 인식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을사년은 걱정과 불안을 이겨낸 회복과 정상화의 시간이었다"고 신년사를 시작했다.

추경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코스피 4천 돌파, 연간 수출 7천억 달러 초과,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확보,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 대미 관세협상 타결, 핵추진 잠수함 건조 및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첫해의 성과도 하나씩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주신 덕분에 무너진 민생경제와 민주주의를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며 "남들보다 늦은 만큼 이제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정치적 혼란과 리더십의 부재로 뒤처진 시간을 만회하려면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주마가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관세 협상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방산·원전 수출도 마찬가지"라며 작년의 성과에 대해 일부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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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단에 기반해 이 대통령은 "2026년 새해 국민주권 정부의 목표는 분명하다. 올 한 해를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도약의 기준은 '국민의 삶'이라며 "국민의 인내와 노력이 담긴 '회복의 시간'을 넘어, 본격적인 '결실의 시간'을 열어젖히겠다"고 약속했다.

 

대도약을 통한 성장의 과실은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한다며 "사회 곳곳에 남은 편법과 불공정을 없애고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도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도약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도 명확히 했다.

특정 지역이나 기업, 계층에 '선택과 집중'하는 성장전략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익숙한 옛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대전환하는 것이 대도약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새해 정부가 추진할 대전환의 원칙을 ▲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 생명을 경시하는 성장에서 안전이 기본인 성장으로 ▲ 상품만 앞세우는 성장에서 문화가 이끄는 성장으로 ▲ 전쟁 위협을 안고 사는 성장에서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등 5갈래로 나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을 필수 전략으로 꼽으며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더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소신을 재확인했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성장 과실의 고른 분배, 청년 기업인 및 창업가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 등도 공언했다.

그러면서 "어떤 아이디어도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타트업·벤처기업 열풍 시대, 중소기업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명 경시에 대한 비용과 대가를 지금보다 훨씬 비싸게 치러야 한다"며 근로감독관 2천명 증원, 일터 지킴이 신설 등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복귀 후 대통령 첫 재가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한 뒤 여민1관 집무실에서 주한 베냉 공화국 대사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부여하는 등 첫 재가를 진행하고 있다. 2025.12.29 [청와대 제공]

 

또 "굳건한 평화는 성장의 다른 말이고, 튼튼한 안보가 번영의 동력"이라는 지론을 재차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도 계속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인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와 한반도 평화·안정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첫해의 외교 성과를 토대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들 5가지 대전환의 원칙은 낭만적 당위나 희망 사항이 아니라, 이뤄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호소"라며 "더는 선택의 여지도,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을 향해 "지난해 힘을 모아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낸 것처럼, 전 세계가 따라 배울 '성장과 도약의 새로운 표준'을 함께 만들어내자"고 지지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신년사에서는 '성장'이 41회, '국민'이 35회, '전환'이 16회 등장했다. 경제(13회), 도약(12회), 기업(12회) 등도 자주 언급했다.

그만큼 경제 주체들의 힘을 모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 고동욱 황윤기 기자 >

 

 

국무회의서 국민 통합 필요성과 진정성 호소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공동체 전체를 대표"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수는 없어" 비유
"잡탕 아니라 파란색 중심의 오색 빛깔 무지개"
"모래, 자갈, 시멘트, 물 모아 콘크리트 만들어"
"주류적인 입장, 근본 가치와 원칙은 다 유지"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불법 행위"
"당파성에 매몰돼…민주시민께 머리 숙여 사과"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진보 진영과 여권 일각에서 반발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작심하고 국무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국민 통합의 필요성과 진정성을 호소하고 나섰다. 자신의 지론인 '콘크리트 통합론'과 함께 '파란색 중심의 무지개론'도 설파하며 지지층의 이해를 간곡하게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요즘은 연말연시이기도 하고 국내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 보니까 제가 하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책이 대체 어떤 것인지, 뭘 해야 하는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며 "그런데 생각의 결론은 그렇다.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의 통합된 힘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최종 책임자. 그게 바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공동체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다. 자주 말씀드리는 것처럼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는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 전쟁과 정치가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며 "전쟁은 점령해서 다 갖는 거다. 그런데 정치란 그러면 안 된다. 최종 권력을 갖게 되더라도 그 최종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 함께한 사람들만 모든 것을 누리고 그 외에는 모두 배제하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되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우리 사회는 일곱 가지 색깔을 가진 무지개와 같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며 "그럼 빨간색은 어디로 가나? 빨간색은 우리나라 공동체 사람의 자격을 상실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 아닌가?"라고 스스로 묻고 답했다.

 

또 "온갖 방식의 언어들, 예를 들면 협치니 포용이니 이런 말로 표현되지만 정치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깊이 생각한 결론은 집권자와 집권 세력, 대통령과 국무위원 여러분의 역할이 결국 세상을 고루 편안하게,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거 아니겠는가?"라며 "그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나 아니면 전부 적이다, 제거 대상이다, 그런 부분들이 있다. 그러다가 내란 사태까지 벌어진 거 아닌가?"라고 정치의 본질과 대통령의 책무에 관한 문제의식을 계속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다 없애버리려고, 내 의견과 다른 집단과 인사는 다 제거하고 모든 걸 갖겠다고 벌인 극단적 처사가 바로 내란이었다. 그런 사회가 반대쪽으로도 오면 안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더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략적 수단이 아니고, 정말로 우리가 다시 정상인 사회로 되돌아가려면 더 반대쪽의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통합과 포용의 역할을 더 강하게, 더 크게, 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인, 관료들이 이 점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주면 좋겠고,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예를 들면 이번에 각료 지명이나 인사에 있어서 참으로 고려할 게 많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물론 모든 일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 최대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긍정해주고, 의견이 다른 게 불편함이 아니라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더더기 같지만 한 말씀만 더 드리면,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더미다.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더미다. 내가 모래라면 모래 말고 자갈, 시멘트, 물을 모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콘크리트를 만든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좀 더 포용적이고, 좀 더 융화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비유했다. 이른바 '콘크리트 통합론'이다.

 

이 대통령은 지지층 일각에서 지적하는 '잡탕론'을 의식한 듯, 국무회의 생중계 발언 말미에 '파란색 중심의 무지개론'을 추가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제가 무지개 얘기하고 포용, 화합 얘기했더니 '그러면 잡탕하자는 거냐' 이렇게 또 얘기할 것 같다"며 "우리가 푸른색을 상징으로 해서 집권한 세력이긴 한데 다른 색깔들을 막 다 받아들여서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 그렇게 만들겠다는 건 아니다. 각자의 특색들을 다 유지하되 우리 구성원 모두가 푸른색을 선택했을 때 가진 기대, 또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 이걸 잃어버리진 않는다"고 확언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보수에만 자리 다 주면 집권할 때 도움 준 사람은 뭐냐' 이런 이상한 기사도 쓰고 그러던데, 다 주긴 뭘 다 주느냐"면서 윤석열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유임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약처장을 지목해 "여기 국무위원 중에 우리 송 장관님, 우리 식약처장님… 또 있나? 뭐 약간 있겠지"라고 말해 송 장관을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국민 통합의 당위성으로 돌아가 "주류적인 입장은 다 유지하고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 기준을 다 유지하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넓게, 인재도 넓게, 운동장도 넓게 써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잡탕을 만들자는 건 아니고 파란색 중심의 조화로운 오색 빛깔 무지개를 만들자는 얘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전날 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주문했던 대로 이혜훈 후보자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과 내란을 옹호했던 종전 언행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 앞에서 멈춰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당시엔 제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저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토로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있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추운 겨울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상처받으신 분들, 저를 장관으로 또 부처의 수장으로 받아들여 주실 공무원들, 모든 상처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 정부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결코 개인의 영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제가 평생 쌓아 온 경제 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단 한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내려진 책임의 소환이며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 계엄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신 모든 민주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취재진이 "그동안 재정 건전성 강조해 왔는데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거의 다르다는 시각이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조율할 거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 부분은 정말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따로 날을 잡겠다. 재정 건전성이나 정책 기조에 대한 얘기는 따로 날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지출 구조 조정 등 추가 질문에도 이 후보자는 "그때 다 같이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이 후보자의 사과를 두고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국민이 판단하실 몫"이라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후보자가 설명해 드리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의 계엄에 관한 입장을 확인하고 발탁했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다각적인 검토 끝에 후보자로 발표하게 됐다"고 답했다.          < 김호경 기자 >

 

김병기 "국민 눈높이 못미쳐…고개 숙여 사죄"
"전적으로 제 책임…이재명 걸림돌 될 수 없어"

김병기 의혹 일파만파…대응 태도가 사태 키워
최고위원 보선 맞물려 차기 원내대표 후보 관심

정청래 "원내지도부 공백 최소…내란청산 계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 의혹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각종 특혜·의전 논란이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전격 사퇴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나오는 의혹 보도에 당정의 부담이 커지면서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민생·개혁입법 추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물러난 가운데,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맞물려 당 지도부의 큰 변화가 전망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 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우리 정치가 더는 그래서 안 된다고 믿어 왔기에 끝까지 제 자신에게도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며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나라를 위해 약속했던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항공에서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논란, 공항 의전 요구 논란,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처리 의혹,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의혹, 차남 빗썸 취업 청탁 의혹 등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대응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자들이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자, "그걸 왜 물어보나? 관음증인가?"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사과도 없이 감정을 내세우는 모습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직 보좌진의 텔레그램 방까지 공개하며 '악의적인 공세'라고 반격하기도 했지만, 여론은 전환되지 않았다. 전직 보좌관과의 이전투구 양상이 되면서 당내에서도 자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보좌진과 갈등을 탓하기 전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를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초 사퇴 대신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지만, 전날 청와대에서까지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결국 여론 악화와 국정 동력 악영향 우려 등을 고려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2025.12.30. 연합

 

새해 각종 민생·개혁 입법 추진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당내 역학 구도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이에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차기 원내대표로 쏠리고 있다. 잔여 임기(내년 6월 초순까지)인 약 5개월간 원내 지휘봉을 잡을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정·백혜련·이언주·조승래·한병도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청계 대 반청계 구도로 진행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내년 1월 11일)와 맞물려 있다. 보궐선거로 구성될 당 지도부가 정청래 대표 중심으로 가느냐, 사실상 집단지도 체제로 가느냐의 기로에서 당내 '투톱'을 맡을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새 원내사령탑에 따라 정 대표의 리더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고위원 보선,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전, 지방선거 공천 등이 줄줄이 계획된 상황에서 당내 세력 갈등도 심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원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1시에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선 "그동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국민의힘과 내란 잔재 청산, 개혁 입법을 하느라 참 수고가 많았다"며 "그동안 참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잘 수습하고 헤쳐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내란 청산과 개혁 입법, 민생 입법,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앞으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