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테러리즘 옹호 추방” 국토안보부 공식 발표
대학들 “학생 비자 취소 사유도 듣지 못해”…유색인종 타겟

미국이 자국에서 유학 중인 약 15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샅샅이 뒤져 비자 취소 사유를 찾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까지 300명의 비자가 취소됐으며, 교육부는 더 철저한 조사를 시사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안 출신 등 유색인종이 집중 대상으로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 등도 비자 취소 사례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대학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9일(현지시각)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유학생들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안보부 공보 담당 차관보는 “미국에는 전세계 테러 동조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우리는 그들을 입국시키거나 이곳에 머물게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 에이비시(abc)뉴스는 10일 보도했다. 또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의 말을 대신 전하며 “미국에 와서 수정헌법 1조 뒤에 숨어 반유대주의적 폭력과 테러리즘을 옹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분명히 말한다. 당신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1조는 국교 수립을 금지하고, 종교의 자유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그리고 정부에 대한 청원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미국 헌법의 정신은 ‘자유’라고 평가받아왔다. 미국 엔비시(NBC) 뉴스는 국토안보부 내에 태스코포스팀이 이 업무를 맡았으며, 학생 비자 소지자들의 기소 또는 형사 유죄 판결 기록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 이민국은 영주권 신청자, 외국 학생과 반유대주의 활동과 관련한 교육 기관에 소속된 사람을 심사할 때 반유대주의 활동을 심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이민국도 “외국인이 반유대주의 테러리즘, 반유대주의 테러조직 또는 기타 반유대주의 활동을 지지, 옹호, 홍보 또는 지원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이민국에서는 부정적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세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미국 국세청도 국토안보부와 데이터 공유 협정을 맺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8일 학생들의 과거에 대한 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기록들을 확인하는 작업은, 세관국경보호국(CBP) 산하 국가타게팅센터와 국가심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도구를 이용한다. 이곳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활용해 잠재적 위협적 요인들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만약 유학생들에게서 이런 신호를 감지할 경우 이민국에 공유한 뒤 이후 국무부가 학생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무부에서 취소를 결정하면 지역의 이민과 관세 집행국 요원에게 통보해 해당 유학생은 체포되고 추방된다.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보완·강화되었으나, 이번 정부의 조사 의도는 전과 다르다고 바이든 정부 시절 국토안보부에 재임했던 한 관계자는 엔비시에 말했다. 과거에는 폭력을 조장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함이었다면, 현재는 정치적 활동이나 발언을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국 대학들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의 비자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고, 심지어 그 이유조차 제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고 이 언론은 지적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 유색 인종에 집중해 조사 중이며, 반유대주의적 발언뿐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 등을 이유로 비자가 취소되고 있다는 학내 구성원들의 전언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해당 기준에 따라 약 300명의 유학생 비자가 이미 취소됐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학생 비자 소지자는 150만 여명이고, 교환 방문 연구원 프로그램으로 체류 중인 인원은 약 30만명이다. 국무부는 앞서 전세계 영사관에 전문을 보내 외국 유학생과 교환학생 방문객을 위한 소셜 미디어를 검토할 것도 촉구한 바 있다.
무슬림 시민권 옹호 단체인 미국·이슬람 관계위원회(CAIR)는 새로운 정책을 가리켜 “매카시즘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매카시즘은 냉전 당시였던 1950~1954년 미국 전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이다. 공산주의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잡아들여 수백명이 구금되고, 1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는 등 미국판 문화대혁명으로 불린다. 이 단체 전국 부국장인 에드워드 아메드 미첼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매카시 정신이 살아있다. 수개월동안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전쟁 범죄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왜곡하고, 미국 대학에 대한 마녀 사냥을 벌이고, 이민자들의 언론의 자유를 위협해왔다”고 밝혔다. < 한겨레 최우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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