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날 대사관 직원 가족 철수령…EU "똑같이 하지 않을 것"

"호주도 외교관 가족 철수 시작"…프랑스, 우크라 여행 자제 권고

 

'러시아 침공 우려' 속 대피호서 전선 살피는 우크라이나 군인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영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철수를 시작했다.

 

BBC는 24일 영국 외교관들에게 구체적으로 위협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약 절반이 영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은 계속 열어두고 필수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비필수 인력을 철수하고 대사관은 정상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의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비필수 인력은 자발적으로 출국해도 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위협이 지속함에 따라 23일부로 미 정부가 직접 고용한 인력에 자발적 출국을 허용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소재 대사관 직원의 가족에 출국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은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상당한 규모의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를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재지정했다.

 

호주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정부도 키예프 주재 자국 외교관 가족들의 철수를 시작했고,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즉시 철수하도록 촉구했다.

 

호주 정부는 "현지 상황 때문에 영사서비스와 영사조력 제공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말도록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우크라이나에는 현재 1천400명 정도의 호주인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24일 EU는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외교관들의 가족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미국이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의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우리는 똑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떠한 구체적인 이유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 외교부는 비필수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은 피하도록 자국민에게 권고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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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이어 슬로베니아도 대만 밀착 행보

얀샤 총리 “대만은 민주국가, 독립 선택하면 존중”

리투아니아 보복 조처…산업 공급망까지 영향 확대

유럽연합, 장기간 피해온 ‘중국이란 현실’ 앞으로

 

지난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대만대표처 현판 앞에 양쪽 국기가 내걸려 있다. 빌뉴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리투아니아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슬로베니아가 대만과 상호 대표처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베니아의 움직임은 리투아니아와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무역제재까지 가한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잇단 ‘소국의 역습’에 중국식 ‘강압 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지난 17일 인도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표처 설치와 관련해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가 쏟아낸 발언은 여러모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대만을 “민주 국가”라고 불렀고, “대만 국민이 독립을 원한다면, 슬로베니아는 그들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한 나라는 바티칸을 포함해 모두 14개국에 불과하다.

 

얀샤 총리는 나아가 지난해 ‘대만대표처’ 설치 이후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 리투아니아의 상황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표현했다. 그는 “유럽 국가 상당수가 대만과 일정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명칭 사용에 차이는 있지만 리투아니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유럽 각국이 대만과 외교적 접촉을 할 때마다 항의를 해왔지만, 리투아니아 사례처럼 대응한 전례는 없다. 중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독립을 위해 싸워온 작은 나라를 고립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해 7월 ‘대만’의 대표처 설치 요청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 ‘대만’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타이베이’란 이름을 선호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리투아니아 쪽은 ‘하나의 중국’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만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승인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 삼국은 러시아의 지배로 고통당한 역사가 길어 인권침해나 패권주의적 움직임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중국은 즉각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리투아니아 대사도 추방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환인 리투아니아행 화물 열차 운행도 중단시켰다. 이어 지난해 11월 대만대표처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공식 개설되자 양국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고, 리투아니아산 상품의 수입 통관도 봉쇄했다. 인구가 약 280만명에 불과한 리투아니아를 본보기 삼아 전체 유럽 국가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도미노 현상’을 막지 못했다. 인구 200만명 남짓한 슬로베니아가 리투아니아의 행보에 가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들이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이유는 중국과 경제 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통합무역정보(WITS)를 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슬로베니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2억9천만달러, 수입액은 약 23억3천만달러다. 각각 전체 수출액과 수입액의 약 0.8%와 6% 수준이다. 같은 해 리투아니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0.9%, 수입은 약 10억달러로 전체의 2.9%에 그친다. 중국의 ‘보복’으로 잃을 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중국의 대응 방식 역시 달라졌다. 그동안 중국의 ‘보복 조처’는 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해 이뤄졌다. 2010년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이유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을 때도, 코로나19 기원 조사 등을 둘러싸고 1년여 전부터 관계가 틀어진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무역보복에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에 대해선 산업 공급망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6일치에서 “냉전 시절 소련도 못 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무역대표는 지난달 24일 독일 <디벨트>와 한 인터뷰에서 “리투아니아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출 봉쇄가 갈수록 여타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중국 관세당국은 리투아니아산 부품이 들어간 여타 유럽 국가의 제품에 대해서도 통관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외교 채널을 동원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패할 것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 제소도 별도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얀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슬로베니아의 ‘트럼프’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대만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충격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것은 유럽연합의 이후 행보다 그동안 말로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엔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 공급망이 흔들리는 터에 슬로베니아까지 중국의 ‘보복’ 대상이 되면,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인구 200만명대의 두 소국이 마주한 상황이 ‘중국이란 현실’을 외면해온 유럽연합 전체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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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러 침공 대비, 외교관 가족들도”

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

발트3국도 미제 대전차·대공미사일 제공키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공개한 “살상용 무기” 공수 장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비필수 인력과 직원 가족의 철수를 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등,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미국 쪽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시엔엔>(CNN)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모든 비필수 인력과 그 가족의 철수를 허가해달라고 국무부에 요청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외교 공관의 비필수 인력이나 직원 가족 철수는 전쟁 발발 등 심각한 위험 가능성에 대비하는 조처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안전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할 때를 대비해 비상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발표할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부터 외교관 가족 철수를 개시할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런 조처는 과잉 반응이라는 입장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무기 제공 사실을 공수 장면 사진과 함께 트위터로 공개했다. 미국대사관은 “수송 대상에는 우크라이나의 최전방 방어자들을 위한 탄약 등 거의 20만파운드(약 90톤)에 이르는 살상용 무기가 포함됐다”며 “이는 러시아의 증가하는 침공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돕겠다는 미국의 약속 이행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옛 소련 공화국들이었으나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도 미국의 승인을 얻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국 국방장관들은 21일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에 대한 우리의 일치된 약속”을 지키려고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발트 3국의 미국산 무기 우크라이나 이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영국 외무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 수립 기도”

러시아 지지 인물로 무라예프 전 의원 지목

무라예프, “멍청하고 터무니 없는 주장”

독일 해군 지휘관은 푸틴 두둔하다 사퇴

독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안해”

 

미국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22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주권 옹호 시위에서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참가했다. 프라하/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려고 러시아가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외무부는 22일(현지시각)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가 친러시아 지도자를 키에프에 앉히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구체적으로 예브게니 무라예프(45) 전 의원을 러시아가 선호하는 지도자 후보로 지목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실명까지 거론한 영국 외무부의 성명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영국 외무부는 또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다른 정치인들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4명을 거론했다. 이들은 2014년 총리 대행을 맡은 바 있는 세르기니 아르부조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클루예프, 미콜라 아자로프 전 총리, 국가안보·국방회의 사무차장 출신의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다. 시브코비치는 지난 20일 미국 재무부로부터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오늘 공개된 정보는 우크라이나를 전복하려는 러시아의 활동 범위를 보여준다”며 “러시아는 긴장을 낮추고 침략과 허위정보 유포 작전을 중단하는 한편 외교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세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2012년 의원으로 처음 당선되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무라예프는 2018년 ‘나시’라는 당을 창당했다. 그는 이듬해 이 당을 이끌고 총선에 나섰으나 정당 득표율이 5%에 미달하면서 의원 자리를 잃었다. 방송 소유주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12월 실시된 2024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3%로 7위를 기록한 바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무라예프는 영국 외무부의 주장을 “멍청하고 터무니 없는 소리”로 일축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무라예프는 “4년 동안 러시아로부터 제재를 당하고 있고 러시아에 있는 아버지의 재산이 동결된 상황”이라며 “이런 처지의 사람으로서, 외무부의 주장에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또다른 독립 방송 채널을 폐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밀리 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런 종류의 음모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주권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 외무부의 발표가 “허위 정보”라며 “영국은 도발 행위를 멈추고 터무니없는 주장 유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독일 해군 최고 지휘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자 사퇴하는 등 독일에서는 대러시아 대응을 놓고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카이하임 쇤바흐 독일 해군 중장은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존중받는 것”이라며 “그가 요구하는 대로 존중해주는 건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에 대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22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쇤바흐의 발언이 독일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무기 공급을 시작한 미국·영국과 거리를 뒀다. 크리스틴 람브레흐트 국방부 장관은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 인터뷰에서 “우리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무기를 공급하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도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은 것이 독일의 정책임을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우리는 (독일 대사를 불러) 방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에 깊은 실망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쇤바흐의 크림 반도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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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미 제재 묶인 계좌서 1800만달러 납부

분담금 못 내면 유엔 총회 투표권 잃는 탓 유엔·미국 등과 협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 둘째)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대표들과 협의하려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한 계기에 지난 6일 현지에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교차관(맨 오른쪽)과 만나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한 실무적 현안 논의를 위해 양국 전문가들 간 실무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유엔 분담금을 내지 못해 투표권을 잃은 이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의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이란 동결자금’을 활용해 분담금을 냈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는 23일 “국내 이란 원화 자금을 활용한 이란의 유엔 분담금 1800만달러(약 222억원) 납부를 21일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3일 이란 정부는 유엔 분담금 미납에 따른 총회 투표권 상실 등을 우려해 국내 이란 동결 자금으로 유엔 분담금을 납부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긴급 요청했다”며 “유엔 분담금 납부로 이란의 유엔 총회 투표권은 즉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이란의 유엔 분담금(1600만달러, 약 184억원)을 원화 자금으로 납부한 경험을 토대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유엔 사무국, 금융기관 등 관계기관과 이란 자금 이전 절차를 신속하게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납부한 금액은 이란이 내지 못한 유엔분담금 6400만달러 가운데 투표권을 되찾는 데 필요한 최소 금액에 해당한다. 정부가 밝힌 대로, 이란이 원화 동결자금으로 유엔 분담금을 낸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이란 동결 자금’ 문제는 한국-이란 관계의 오랜 난제다. 이란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이름으로 원화 계좌를 열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는데, 미국이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한국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은 약 70억달러(8조3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의 국외 동결자금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이란 정부는 이 문제의 완화·해소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대표들과 협의하려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한 계기에 현지에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교차관과 만나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한 실무적 현안 논의를 위해 양국 전문가들 간 실무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란에 코로나19 백신 100만회분을 공여했고, 지난 6일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한테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와 관련해 다야니에 배상금 송금을 위한 특별허가서를 발급받았다.

 

이란 동결자금 문제는 이란핵합의 복원 협상이 마무리돼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란핵합의 당사국들은 2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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