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타냐후에 전화 걸어 실망 표해
네타냐후 “유감·실수” 성명

 

 
 
17일(현지시각) 가자 북부 가자시티 그리스 정교회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에서 성가족 교회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일같이 통화하며 안전을 확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 성당 부지를 이스라엘이 공습했다. 노인 3명이 사망하고 신부를 포함한 10명이 다쳤다.

 

에이피(AP) 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17일(현지시각) 오전 10시10분 가자지구 가자시티 성가족 성당 지붕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날아가는 등 성당 부지가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가자시티 아흘리 병원의 파델 나엠 원장 대행은 이곳은 가톨릭 교회이지만, 무슬림을 포함한 여러 장애인 어린이들도 함께 보호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공개된 현장 모습을 보면, 성당 건물 위에 세워진 돌십자가 옆 벽돌들이 무너지고 창문이 파손돼있다.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은 교회 부지 내 카리타스 텐트에 머물던 60살 교구 관리인 사드 살라메 텐트 안에 있던 84살 여성 푸마야 아야드이라고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 예루살렘은 밝혔다. 가브리엘 로마넬리 이 성당의 신부도 경상을 입었다. 로마넬리 신부는 4월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시절 가자지구 상황을 매일 저녁 보고하고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다. 사망한 71살의 나즈와 아부 다우드의 가족 세이디 아부 다우드는 “모두 노인, 무고한 사람들, 아이들이 교회에서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요구한다. 이스라엘군의 잔혹하고 부당한 공격이었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공습 소식을 들은 뒤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군사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부상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이 지역의 대화, 화해, 그리고 영원한 평화에 대한 깊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성가족 교회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건물 일부가 파괴됐다. 가자시티/AFP 연합
 

공습 사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감을 표명했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습이 실수였다고 밝히는 성명을 발표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유탄이 성가족 교회에 떨어진 것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무고한 생명을 잃은 모든 것은 비극이다. 우리는 유가족과 신도들의 슬픔을 함께 한다”는 성명을 냈다. 또 레오14세 교황의 위로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성명 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에서 작전 중 발사된 전차 포탄의 파편이 실수로 교회에 떨어졌다면서 사건의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성명을 내 “교회나 종교 시설을 결코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종교 시설이나 관련되지 않은 민간인에게 발생한 피해에 유감”이라고 알렸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 최우리 기자 >

"어떻게든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런 결론"

"이스라엘군 행위는 전쟁 아닌 학살"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인종 분리 독재 국가 깊이 우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내 결론이 됐다.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라나 내 인생의 첫 절반을 이스라엘에서 보냈고, 이스라엘 국방군(IDF)에서 사병과 장교로 복무했으며, 경력 대부분을 전쟁 범죄와 홀로코스트 연구와 집필에 쏟아온 내게 이는 어떻게든 오랫동안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러운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반세기 동안 난 제노사이드를 가르쳐 왔고 제노사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메르 바르토프 미국 브라운대 교수. [출처. 브라운대 홈피]

 

유대인 제노사이드 학자 바르토프 "이스라엘, 가자에서 제노사이드"

 

미국 브라운대의 오메르 바르토프 교수(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학)는 '나는 제노사이드 학자다. 그것을 보면 나는 안다'란 15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2023년 10.7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보복을 구실로 삼아 22개월째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무자비하고 무차별적 군사 공격과 살해, 강제 이주 행위와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바르토프의 관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10.7 공격 한 달 후엔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이 벌인 행동은 전쟁 범죄이며 반인도적 범죄도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로 생각이 바뀐 건 작년 5월경이었다.

 

바르토프는 "2024년 5월 IDF는 라파에 피란한 약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주거시설이 없는 해안 마을 마와시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뒤 라파 대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해 8월경 다 마쳤다"면서 "그때쯤엔 IDF 작전의 패턴들이 하마스 공격 이후 '제노사이드 의도'가 담긴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군이 17일 봉쇄된 가자 지구를 폭격한 직후 파괴된 건물들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7. 17 [AFP=연합]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었다,
유대인 학자론 고통스런 결론"

 

일례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지상 침공을 앞둔 2023년 10월 27일 "이제 가서 아말렉(가나안 남쪽 네게브 사막지대에 살던 고대 유목민족)을 공격하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고 남자와 여자와 어린이와 젖 먹는 아이, 소와 양과 낙타와 나귀를 모두 죽여라"(사무엘 상 15장 3절)라는 구약성서 구절을 인용해 충격을 주었고, 당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들은 "인간 짐승들" "절멸" "완전 봉쇄" 등의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제노사이드라고 판단하려면 '의도'를 확인하고 그 의도가 '실행'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경우 그 의도는 많은 관리와 지도자가 공개로 표명했지만, 이런 지상 작전 패턴들에서도 그 의도가 드러났다"며 "IDF가 가자 지구를 체계적으로 파괴할 때인 2024년 5월경에는 이런 패턴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지금까지 제노사이드는 물론, 전쟁 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마저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IDF가 곧 폭격할 지역의 민간인을 소개할 때 미리 경고했고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적법하게 작전해왔고 강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 07. 14 [로이터=연합]

 

바르토프 "이스라엘군 가자 공격,
전쟁 아니라 일방적 제노사이드"

 

가자에선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공건물, 병원, 대학교, 초중고 학교, 모스크, 문화 유적지, 정수 시설, 농경지, 공원 등 다른 인프라들에 대한 체계적 파괴가 자행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조사에 따르면, 가자 건축물 전체의 최대 70%에 달하는 약 17만4000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가자 보건 당국에 따르면 5만8000명 넘게 살해됐고, 이 중 1만7000명 이상이 아동이고, 전체 사망자의 약 3분의 1에 이른다. 2000 가족 이상이 전멸했고, 5600 가족 이상이 생존자가 한 명뿐이었다. 또한 13만8000명 넘게 부상하거나 불구가 됐고, 최소 1만 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가자 참상을 '전쟁'으로 부르지만, 잘못된 명칭이란 게 바르토프의 견해다. 지난해 IDF는 조직된 군사 조직과 싸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IDF는 뭣보다 먼저 (가자에서의) 파괴와 인종 청소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깨진 후 IDF는 전 가자 주민을 가자의 25%에 해당하는 가자시티, 중부 난민 캠프, 남서부 해안의 마와시에 몰아넣었다. 그동안 미국 제공의 수많은 불도저와 엄청난 양의 폭탄들을 활용해 다른 75% 지역의 모든 구조물을 파괴했다.

 

게다가 구호품 배급 지점을 최소한으로 지정해 식량을 구하고자 필사적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죽고 기아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엔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IDF는 라파의 폐허 위에 "인도주의 도시"를 세우고 마와시 피란민 60만 명을 우선 거주시키면서 국제기구의 구호 제공은 허용하되 다른 지역 이동은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예드바브네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폴란드 기념비 근처에 새로운 명판들이 보인다. 이 명판들은 "범죄는 현지 폴란드인이 아니라 독일 평정 부대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5. 07. 10 [AFP=연합]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이에 바르토프는 "일부에선 이런 작전을 '제노사이드'(genocide)가 아니라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라고 묘사하지만 두 범죄 간에 연결 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인종 집단이 갈 곳이 없고 끊임없이 소위 이 '안전지대'에서 저 안전지대로 쫓겨나고 집요하게 폭격과 굶김을 당하면 인종 청소는 제노사이드로 변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가 2차 대전 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추방 시도에서 비롯됐지만, 유대인 집단학살로 끝났다는 것이다.

 

제노사이드가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다른 국제법상 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은 제노사이드는 '집단 차원'의 사람들을 살해함으로써 '그 집단'이 정치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 실체로서 재구성될 수 없도록 영구히 파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바르토프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인종 청소 또는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보는 홀로코스트 학자는 몇 명에 불과한다"며 '다수의 침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침묵은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란 구호를 조롱하고, 그 의미를 어디서 자행되든 그것(홀로코스트)에 저항하겠다는 적극적 주장을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희생을 들먹이며 타인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변명, 사과, 나아가 백지위임장으로 변질시킨다"고 개탄했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은 문자 그대로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존재를 말살하려 하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갈수록 더 많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함에 따라 그 유대 국가가 여태껏 확보해왔던 도덕적이고 역사적인 신뢰는 이제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은 또다른 '홀로코스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신의 적들을 모두'나치'로 묘사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극우 유대 광신 성향의 네타냐후 정권 시각에선 하마스는 물론이고 모든 가자 주민, 앞으로 성장해 전사가 될 영아들까지 '나치' 범주에 들어간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16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 07. 16 [AP=연합]

 

"네타냐후 이스라엘, 파괴의 길 고집
아파르트헤이트 독재 국가 깊이 우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 비판을 "반유대주의적"(anti-semitic)란 비난은 제노사이드 연구의 토대를 훼손하고 부정주의와 면죄부 정치에 길을 열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잿더미에서 파생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스라엘의 도덕성이 불가피하게 붕괴됨에 따라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라고 묻고는 이스라엘 지도자와 시민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파괴의 길을 고집하고, 아마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권위주의적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국가로 나아갈까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바르토프는 "과거 수십 년간 홀로코스트 연구와 기념이 대변했던 건 모든 인간의 존엄과 법치 존중, 그리고 비인간성이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고 안보, 국익, 단순 복수를 이유로 국가의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절박한 필요였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 매우 어두운 터널 끝의 유일한 빛은 아마도 이스라엘의 새 세대가 홀로코스트의 그늘에 숨지 않고 미래를 직면할 가능성이다"라면서 "이스라엘은 비인도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로 퇴보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유 기자 >

'오늘의 트럼프' 만든 MAGA 음모론, 트럼프에 부메랑

● WORLD 2025. 7. 16. 13:3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엡스타인 리스트 없다?…'믿었던' 트럼프 너마저

관세 폭력‧공포 정치, 성범죄 사건에 발목 잡혀
MAGA 지지층 균열…내년 중간선거 비상

CNN "트럼프는 음모론의 최대 수혜자"
법무장관 사퇴, 특검 전면 재조사 요구

 

밖으론 전방위적 관세 폭력을 휘두르고 안으론 군까지 동원한 이민자 단속 등 '공포 정치'에 거침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때아닌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발목이 잡혔다.

 

문제의 중심엔 아동 성범죄자 엡스타인의 이른바 '고객 리스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과정 내내 "엡스타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멜론대에서 열린 제1회 펜실베이니아 에너지 및 혁신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7. 15 [AFP=연합]
 

'오늘의 트럼프' 만든 음모론 부메랑으로

 

그러나 트럼프가 임명한 팸 본디 법무부 장관과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7일 공동성명을 통해 "엡스타인 리스트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저한 검토 끝에 고객 리스트나 협박 증거, 타살 증거가 없다"라고 이전의 수사 결과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앞서 본디 장관은 올해 2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리스트'와 관련해 "내 책상 위에 있다"라고 밝힌 터라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트럼프 극렬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샀다. 뒤늦게 당시 언급한 건 '고객 리스트'가 아닌 "사건 관련 문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인 엡스타인은 2019년 최대 40년과 5년 형에 각각 처할 미성년자 성매매와 성매매 공모 혐의로 연방 법원에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2002년~2005년 최소 40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 착취를 자행했다. 그해 7월 초 뉴욕 맨해튼 법원의 보석 없는 구금 결정을 받은 그는 그달 말 구치소에서 의식을 반쯤 잃은 채 발견됐다가 얼마 후 사망했다. 여자친구이자 모집책인 기슬레인 맥스웰은 2021년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일론 머스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두 사람은 그러나 5일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결별했다. 이날 하루 미국 언론을 달군 최대 이슈였다. 2025.6.5. AFP 연합
 

엡스타인 리스트 없다?…트럼프 너마저

 

2019년 당시 수사 당국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아동성범죄에 정·재계 등 유력 인사들이 연루됐고 이들의 이름이 담긴 '엡스타인 리스트'가 존재하며 그 때문에 엡스타인이 살해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특히 MAGA 등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세부 내용은 인플루언서마다 다르지만, 언제나 일반적 생각은 자유주의 엘리트들의 카르텔이 존재하고 그들을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MAGA 진영에서 엡스타인 스토리는 소위 미국 지배층을 기소하는 데서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매우 중시됐다"라고 논평했다. 특히 트럼프와 가까운 극우 인사들인 스티브 배넌, 로라 루머는 물론 본디 장관이나 FBI의 파텔 국장, 댄 본지노 부국장도 과거에 권력형 부패를 폭로할 핵심 열쇠라면서 엡스타인 리스트의 존재를 주장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정치 기반으로 엡스타인 사건의 실체 규명을 외쳐온 MAGA 지지자들은 법무부와 FBI의 이번 발표를 '배신'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약속 번복과 은폐의 책임을 물어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하나인 본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배넌과 루머는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며 엡스타인 사건 전면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MAGA 지지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며 "트럼프의 일부 측근조차 이번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27일 백악관의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곁에서 듣고 있다. 2025. 06. 27 [로이터=연합]
 

법무장관 사퇴, 특검 전면 재조사 요구

 

트럼프는 본디 장관을 감싸며 진화에 나섰다. 8일 본디에게 관련 질문을 하려는 백악관 기자에게 "텍사스에서 일어난 일로 비극을 겪는 이 시기에 엡스타인 질문을 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신성모독과도 같다"고 쏘아붙이는가 하면, 13일엔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옛날 동일한 급진 좌파가 부추긴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들을 보는데 몇 달이고 계속 허송할 게 아니라. 팸 본디가 자기 할 일을 하게 하자. 그는 대단하다!"라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본디와 FBI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2020년 대선이 "조작되고 도둑맞았다"며 수사 지시를 통해 이슈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MAGA 인플루언서인 루머는 "트럼프에 투표했던 사람들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지지층은 불만에 가득 차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 지지 팟캐스트 '워룸'의 내털리 윈터스는 "사람들은 대놓고 무시한 데 정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 행사에서 전 폭스뉴스 앵커인 메긴 켈리는 본디를 "이번 스토리의 악당"이라 비난했다. 또한 FBI의 파텔과 본지노가 본디의 대응에 반발해 사퇴를 고려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역설적 대목은 '오늘의 트럼프'를 만든 MAGA의 음모론이 이제 트럼프 본인을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과거의 트럼프는 음모론의 최대 수혜자였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관련 '버서리즘'(birtherism)'은 그의 정치 경력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 후 등장한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은 트럼프가 민주당 엘리트 아동성범죄 집단과 비밀리에 싸우고 있다고 믿었고, 엡스타인 관련 음모론은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함께 어울린 사진들 - 출처: X 

 

CNN "트럼프는 음모론의 최대 수혜자"

 

이 대목에서 트럼프가 엡스타인 리스트에 있느냐는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트럼프는 1990년대부터 엡스타인과 친하게 지냈다. 각종 파티에서 엡스타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있다.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선 엡스타인을 "아름다운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한 엡스타인의 주소록과 비행기 승객 명단에도 들어 있었다.

 

지금은 결별한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엔 자신의 X를 통해 "진짜 폭탄은 이거다. 트럼프가 엡스타인 파일에 있다. 그래서 파일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폴리티코, CNN 등 미국 언론은 음모론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극우 MAGA 세력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것에 비유하면서 트럼프의 리더십 약화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면서 내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MAGA 지지층의 이반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CNN는 "트럼프가 조사 결과를 옹호하면서 상황은 그와 그가 만든 운동(MAGA) 간에 유례없는 충성도 시험을 촉발했다"며 "트럼프는 오랫동안 지지층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이번 상황은 그의 운동(MAGA)이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첫 사례이며 아마도 '포스트-트럼프' 시대에 MAGA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보여주는 초기 청사진이다"라고 풀이했다.  < 이유 기자 >

 

6일과 7일 홍해서 그리스 민간 상선 2척 공격 침몰시켜.. 18명 사망 실종

 

 
 
예멘 후티 반군이 라이베리아 국기를 단 벌크선 매직시스호를 공격하고 있다. 8일 후티 반군이 공개한 영상 갈무리. AFP 연합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가 이스라엘과 관련한 무역을 하거나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이 홍해 등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계속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 후티가 10일(현지시각) 홍해나 아덴만, 아라비아해를 통해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적을 싣고 운송하는 선박의 항해금지령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 5월 미국과 ‘민간 상선 공격 중단’ 약속을 하고 휴전했으나, 6일과 7일(현지시각) 홍해에서만 그리스 국적의 민간 상선인 매직시스호와 애터니티 시(C)호를 연이어 공격해 침몰시키며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4명의 승무원이 실종 상태다. 주예멘 미국 대사관은 일부가 후티 반군에게 인질로 잡혀있다고 확인했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의 소수파로 예멘을 통치해왔으나 1962년 예멘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중앙 정부에 저항하는 반군이 되어 내전을 주도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후티 반군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과 연대하며 예멘 수도 사나를 중심으로 한 반군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가자 전쟁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홍해를 오가는 민간 상선 100척 이상을 공격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인 올해 3월 이후 미국은 후티 반군의 민간 상선 대상 공습을 이유로 사나의 항구, 발전소 등을 공격했다. 이후 후티 반군은 공습 중단을 약속하고 미국도 휴전을 수용했다. 그러나 가자 전쟁 휴전 협상이 공전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위협을 이유로 12일간의 교전하는 등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지자 공격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이비시(abc)뉴스는 민간 상선 두 척에 대한 최근 공격에 대해 새로운 수준의 공격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왔던 후티 반군의 공격 능력이 약화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 등에 공개된 후티 반군 스스로 공개한 상선 공격 당시의 영상을 보면, 소총과 로켓 추진 수류탄을 발사한 뒤 대함 미사일과 폭발물을 탑재한 공중과 해상 드론을 사용해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방공 시스템이 없는 상선을 상대로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격 경험이 있는 후티 반군의 공격력이 두려운 수준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스 그룬드버그 유엔 예멘특사가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영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
 

한스 그룬드버그 유엔 예멘특사는 10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후티 반군의 공습으로 상선이 침몰된 것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생명과 국제 항해, 해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격을 자제하라”며 “국제 해상법 위반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 2722호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침몰한 선박에서 배출되는 기름 오염 등의 위험도 경고했다. < 최우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