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조에 두 번 폭격 맞은 동맹 카타르 선택지
미국 신뢰 직격타…"카타르, 어떤 형태든 보복 고민"

이스라엘, 이란도 카타르도 '협상 중에' 불법 공격
"이스라엘, 거절 힘든 협상 제안받기 전 시점 선택"

알타니 카타르 총리, 15일 백악관서 트럼프와 회동

 

"이란은 워싱턴과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준비 중일 때, 그리고 카타르는 하마스가 트럼프의 가자 휴전 제안을 숙고 중일 때 공격당했다. 최근 미국 외교의 목적은 주요 당사자들을 모이게 한 뒤 이스라엘이 그들을 더 쉽게 죽이도록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국 해군 출신인 제임스 더르소 국제평론가는 '카타르, 미국의 안보 우산 재고'란 16일 자 <유라시아리뷰>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무법적인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6월 13일)과 휴전 중재국 카타르(9월 9일) 폭격을 '묵인' 또는 방조'하고 사후엔 '지지'하는 패턴을 이렇게 논평했다.

 

이스라엘은 9일 오후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해온 카타르 도하 카타라 지구의 주거용 건물을 폭격했다. 2025. 09. 09 [로이터=연합]

 

​​​​​​​카타르, 수년간 미국에 온갖 호의 베풀고도
트럼프 방조로 두 차례 공격받는 굴욕당해

 

더르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구실로 또다른 동맹국 카타르를 공습하는 걸 '사전에 통보받고도' 묵인한 행동이 카타르에 깊은 내상을 입히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요 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MNNA)이자 미국 방산 장비의 주요 고객이다. 더르소에 따르면, 카타르는 최근 몇 년간 △ 미국과 이스라엘의 묵인하에 하마스에 재정 지원 △ 미국-탈레반 평화 회담 중재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재정착 시설 제공 △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중재 △ 세계 최대의 해외 미 공군 주둔 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 제공과 업그레이드 △ 임시 미 대통령 전용기로 트럼프에 보잉 747-8 항공기 선물 △ 보잉 항공기 210대와 GE 에어로스페이스 엔진 400개 이상 구매 합의 △ 최소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교류를 창출할 협정 체결(백악관 추산)을 포함해 미국에 온갖 호의를 베풀었다. .

 

카타르에 돌아온 건 무엇인가? 굴욕뿐이었다는 게 더르소의 생각이다. 지난 6월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 내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그리고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 등 불과 지난 3개월간 두 차례 공격당했고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트럼프가 '유감'을 표하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카타르와 방위 협력 협정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다신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카타르 측이 보기에 '사후약방문'일 뿐이었다. 더구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하마스가 어디에 있든 면책 특권은 없다"고 트럼프의 말을 즉각 부인하면서 트럼프는 체면을 구겼다. 이와 관련해 카타르는 지난 8월 이스라엘과 미국에게서 카타르 내 하마스 요원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크 허커비,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그리고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왼쪽부터)가 14일 예루살렘 구시가에 있는 유대교의 가장 신성한 기도 장소인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2025. 09. 14 [AFP=연합]

 

카타르 공격, 굳이 왜 이 시점이었나?
"거절 힘든 휴전 협상 제안받기 전에"

 

더르소는 이스라엘은 카타르 도하에 거주하는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에 대한 기습 공격을 왜 이 시점에 감행했는지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하마스가 트럼프의 가자 휴전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지자 극우 유대 광신 네타냐후 정권이 휴전을 막고 무한 전쟁을 지속하고자 그 시점을 택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S. 라자랏남 국제관계대학원의 제임스 도르시 교수는 "지난 6주간 하마스는 중재자들인 카타르, 이집트, 미국의 제안에 대부분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르소는 "이것이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도록 부추겼을 수 있다.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기 전에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르소는 전 이란 외무장관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의 "평화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실존적 위협"이란 발언을 인용하며 네타냐후는 이 지역에 미국이 계속 관심을 갖게 하려면 지역에 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네타냐후에게 휴전은 10·7 하마스 공격 허용 책임과 개인 비리 혐의로 인한 법정 출두를 뜻하기 때문이다.

 

더르소는 이번 사태로 "워싱턴은 공모했거나 무능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뭔 짓을 하든 지지하겠다는 걸 세상에 주입함으로써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네타냐후는 가자 휴전 협상을 죽이고 미국의 안보 보장을 무의미하게 만들 준비가 돼 있으며, 자신의 미국 내 시온주의 공모자들이 트럼프를 올바른 길로 계속 인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게 네타냐후의 정치연합을 보호하고 미국 무기도 계속 지원받겠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오랫동안 끝날 공산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가운데)가 15일 수도 도하에서 열린 아랍-이슬람권 긴급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 09. 15 [QNA=로이터=연합]

 

"안보 보장국으로서 미국 신뢰성에 직격타"
인남식 "카타르, 어떤 형태든지 보복 고민"

 

카타르 공격은 예배 중인 하마스 지도부를 "참수"하려는 것이었지만 실패했다. 이에 더르소는 "이스라엘은 이 지역의 안보 보장국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을 직격했다. 이스라엘은 전술에선 탁월하나 전략에선 무능함을 입증했다. 하마스는 이제 미국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국이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카타르는 당장 워싱턴과의 관계를 끊고 다른 안보 파트너를 찾거나 가자의 휴전 협상 중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카타르가 이대로 당한 채 가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더르소는 보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10일 자 페북 글을 통해 "가자와 테헤란이 아닌 이번 도하 공습은 그 부정적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라며 "카타르는 여타 걸프 국가와 달리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세력을 움직이고 동원할 수 있는 여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다. 탈레반과 하마스, 무슬림 형제단 등을 포용하는 유일한 걸프 국가다. 어떤 형태든 보복을 고민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텔아비브의 대사관 폐쇄를 요청했으며,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 겸 외무장관은 "네타냐후가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알타니 총리는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허세 가득한 극단주의자들이 이끄는 이스라엘의 행동은 어떠한 경계나 한계도 넘어섰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비난하며 국제사회의 긴급 행동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영국 에일즈베리에 있는 영국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 도착했다. 2025. 09. 18 [EPA=연합

 

카타르 총리, 15일 백악관서 트럼프 회동
이스라엘 옹호 일관 때 카타르 선택지는?

 

그리곤 1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미국은 예전과는 달리 카타르 공격 규탄 안보리 규탄 성명에 동참했지만 '이스라엘' 이름 명시를 막았으며, 트럼프는 평소와 달리 알타니 총리와의 회동에 대한 '트윗'을 자제했다. 이에 더르소는 "급기야 트럼프가 카타르 공격의 진짜 (부정적) 결과를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더르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이스라엘 옹호 일변도로 계속 갈 경우 카타르의 선택지로 △ 상업용 항공기와 엔진 거래 시 에어버스와 유럽 엔진 제조업체에 개방 △ 중국의 영향력이 큰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 가입 고려 △ 하마스 재정 지원 합의와 미국·이스라엘의 역할 관련 기록 공개 △ 보유하고 있는 미 재무부 채권 청산과 금 매입 △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에 등 다른 안보 파트너 물색 △ 미국-카타르 전략적 파트너십 재검토 △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의 미군 주둔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더르소는 "트럼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아브라함 협정은 물 건너갔고, 그의 임기 동안 중동 평화 협정은 없을 것이며, 그는 노벨 평화상을 결코 받지 못할 것이다"라면서 네타냐후에 '끌려다니는' 트럼프를 비판했다.                              < 이유 기자 >

 

 

미국 승인 등에 업은 듯 이스라엘, 지상전 감행
20분간 37건 공습…“불의 띠 도시 가로질러”

1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를 떠나 남쪽 지역으로 피난을 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이 국제사회가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비판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지상 작전을 강행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지와 승인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떠난 뒤인 15일 심야부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이후 가자시티 중심부인 알잘라 거리에 이스라엘 탱크들이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아파치 헬리콥터가 도시 상공을 맴돌면서, 연달아 사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팔레스타인 목격자들은 20분 동안 37건의 공습이 이뤄졌으며, 도시 북서쪽을 가로질러 ‘불의 띠’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가자시티 작전에 앞선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은 루비오 장관과 회동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이 회담에서 가자시티 침공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동의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료들을 인용해 “루비오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상작전을 지지하지만, 가능한 한 신속히 실행해 끝내길 원한다고 네타냐후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날 이스라엘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들을 땅굴에서 가자시티 지상의 주택과 천막으로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공격은 그대로 진행됐다. 한밤중의 습격에 놀란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잠든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와 가재도구를 실은 수레를 끌고 급히 피난길에 올랐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특별보고관은 가자시티 공세를 두고 “가자지구를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비판했다.

 

1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이 파괴된 건물 위로 조명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AP 연합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 가자지구 점령을 뼈대로 한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시작해, 가자지구 75% 이상을 점령했다. 지난달 20일부터 가자시티 점령을 목표로 한 ‘기드온의 전차 2’ 작전도 개시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외곽 지역을 공격하며, 중심부 고층건물을 연달아 파괴해 가자시티의 100만 주민들에게 피난을 떠날 것을 압박해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점점 커지자 최근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커져왔다. 오는 23일 유엔 총회에서 프랑스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벨기에 등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하겠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내각은 국제사회 우려뿐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내각 일부와 군의 반대에도 휴전 협상의 판을 깨고 인질들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드는 가자시티 점령과 협상 중재국 카타르 공습을 강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서유럽 국가들의 비판 여론 증가 등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국제적 고립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슈퍼 스파르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로 미국 50개 주 주의원 250명을 초청해서 연 ‘50개 주-1개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 “이건 일종의 고립이다. 자급자족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수년간 우린 아테네나 슈퍼 스파르타가 될 것이다.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스파르타는 강한 군사력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자급자족 경제를 꾸리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다.

                                                                         < 김지훈 기자 >

 

가스관 진입해 전기 스쿠터와 바퀴를 달아 개조한 들것 타고 약 4일 동안 가스관 통과

 

 
 
지난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코스탼티니우카의 주거용 건물이 러시아 공습을 받아 파괴된 모습. AP 연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요충지 쿠퍈스크에 지하 가스관을 타고 침투했다. 이 도시가 러시아 손에 떨어지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 남동부 도네츠크 등이 더욱 크게 위협 받는다.

 

13일(현지시각)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분석하는 우크라이나 기관 ‘딥스테이트’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에서 동쪽으로 8km 떨어진 점령지 리만 페르쉬이에서 가스관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쿠퍈스크 북쪽 마을 라드키우카까지 우크라이나군에 들키지 않고 관을 타고 이동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와 리만 페르쉬이를 가르는 자연 방어선인 오스킬강을 땅 속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은 가스관에 진입해 전기 스쿠터와 바퀴를 달아 개조한 들것을 타고 약 4일 동안 가스관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라드키우카에서 관 밖으로 나온 이들은 쿠퍈스크 외곽 삼림지대를 통해 이 도시 및 주변 철도 노선으로 진격한 상태다. 이들은 이미 쿠퍈스크 내부에 드론 조종 은신처까지 세워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쿠퍈스크와 외곽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퍈스크 북쪽에 집결한 러시아군이 늘면서 도시 외곽 전투가 치열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퍈스크는 수도 키이우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하르키우(하르키우주의 주도)로부터 동쪽으로 104km 떨어져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가 그해 9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바 있다. 이곳이 재차 러시아군에게 넘어가면 하르키우가 받는 군사적 압박이 커진다.

 

또 쿠퍈스크 남쪽으로는 이 전쟁의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쿠퍈스크를 뺏기면 도네츠크주는 남쪽·동쪽에 이어 북쪽으로도 러시아군에 포위된다.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무인기)를 피해 ‘지하 침투’를 늘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군은 앞서 2024년 1월 도네츠크주의 요새화된 도시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할 때도 지하 하수도를 타고 방어선 뒤쪽으로 침투한 바 있다. 지난 3월 쿠르스크주 수자에서도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전쟁연구소 보고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침투 전술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발달에 직면한 러시아 부대들이 현장에서 전술적 혁신과 적응을 한 결과”라며 “파이프라인은 러시아군에게 은·엄폐를 제공해 전진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 천호성 기자 >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실시된 최대 규모 단속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 위반한 상태 불법적으로 일"

 

 
 
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현장에 4일(현지시각)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ICE), 조지아주 순찰대가 투입돼 이민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미국 국토안보부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 부지에서 진행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으로 총 475명이 구금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실시된 최대 규모 단속 실적으로 기록됐다.

 

국토안보수사국 애틀랜타 지부의 스티븐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사로 475명이 체포됐으며, 법 위반자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75명 중 다수가 한국 국적자였다”며 “정확한 국적별 통계는 없지만, 관련 자료를 곧 확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과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체포된 475명에 대해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전이 “조지아 주민 및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개월 전부터 수사가 진행됐으며, 지역 주민과 전직 근로자들의 제보가 단서가 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기업들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 대다수는 현대차와 엔솔의 건설 관련 협력사 직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출장자들이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비(B)1비자나,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일하고 있었던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현장에 급파하고, 현지공관 중심으로 현장대책반을 출범시킬 것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서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의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관계 당국과의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 공장의 공사 일정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다만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미국 현대차 공장서 체포된 한국인 300명 넘어…정부 “유감” 

미 정부, 불법 체류자 대거 단속…우리 정부에 정식 통보 안 해
우리 정부 “권익 부당침해 안돼”…이 대통령, 각별히 대처 지시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가 조지아주 현대차-엔솔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면서 X에 올린 사진.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 연합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4일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450명 이상을 체포했다. 애초 이 가운데 30여명이 한국인으로 알려졌는데, 기업과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에 따르면 체포된 45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이고, 대다수는 현대차와 엔솔의 건설 관련 협력사 직원으로 추정된다. 미국 당국이 이들을 체포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 출장자들이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비(B)1비자나,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일하고 있었던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4일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HSI(국토안보수사국), ICE(미국이민·세관집행국),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과 함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며 “불법체류자 약 450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지역 사회 안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ATF 애틀랜타 지부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현장에서 단속 요원들이 불법체류자들을 검거하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현지 지역방송 WSAV는 수백 대의 법 집행 차량이 동원된 단속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은 이번 단속에 대해 한국 정부에 아직 아무런 정식 통보를 하지 않았고, 정부는 우리 공관을 통해 이 사안을 파악하고 총영사와 영사를 급파해 연행된 한국인이 정확히 몇 명인지를 비롯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추가 조사를 위해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시설로 연행된 상태다. 아직 현지가 새벽 시간이어서 우리 총영사와 영사들이 체포된 한국인의 영사 면담을 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재미 한인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 변호인단은 한국인들이 구금된 시설을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고 총영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현장에 급파하고, 현지공관 중심으로 현장대책반을 출범시킬 것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서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의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국 투자기업에 대해 불법 이민과 불법체류와 관련한 단속을 강화하자 기업들은 술렁이고 있다. 관련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자여행허가(ESTA)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들어가서 체포까지 할 줄 몰랐다”며 “너무 난감하다”고 말했다.           < 박민희  이재호 기자 >

 

조지아 현대차 배터리공장 단속 영장엔 “외국인 불법고용·은닉” 혐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엑스에 올라온 단속 모습.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이민자 불법고용과 은닉·보호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국토안보수사국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국토안보수사국은 압수수색을 통해 입증하려는 범죄 혐의로 “외국인 불법 고용”(unlawful employment of aliens), “외국인 은닉·은신처 제공·보호”(concealing, harboring, or shielding aliens)와 이에 대한 “공모”(conspiracy)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었거나, 취업 비자를 받았지만 체류기간을 넘긴 이들을 고용하고, 이를 당국에 숨겼다는 것이 단속 배경인 셈이다.

 

압수수색 장소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캠퍼스 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건설 현장으로, 이를 여러 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영장에 첨부했다. 영장에 제시된 ‘목표 인물’은 4명으로 한국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불법 취업에 대한 단서를 잡고 단속에 착수했다가 한국인들도 대거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수사국은 공장뿐만 아니라 하청업체·건설업체·인력알선업체 등의 자료를 압수 대상으로 삼았고, “소유권 및 경영과 관련된 문서와 기록”, “전·현직 직원 고용 기록”, “근무시간·급여·계좌 정보”, “직원 모집·채용 기록” 등을 압수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영장은 지난달 31일 조지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박태우 기자 >

 

트럼프, 현대차-엔솔 이민 단속에 “불법 체류…할 일 한 것”

“바이든 때 넘어온 사람”…ICE 단속 후 475명 체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대적 이민단속에 나선 데 대해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앞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나 물건들을 팔 권리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일방적인 거래(one-sided deal)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해외 기업에 대해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것은 부당하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해외 기업의 투자 결정이 미국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단속과 제조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는 다른 나라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며 “거기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민 당국)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들(불법 체류자)은 바이든 정부 때 넘어온 사람들이다.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은 전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 그 결과 475명이 체포됐고 대다수는 한국 국적이라고 미 당국은 밝혔다. 당국은 체포된 이들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했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 박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