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테러리즘 옹호 추방” 국토안보부 공식 발표
대학들 “학생 비자 취소 사유도 듣지 못해”…유색인종 타겟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과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가운데)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독립선언서 사본 근처에 서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미국이 자국에서 유학 중인 약 15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샅샅이 뒤져 비자 취소 사유를 찾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까지 300명의 비자가 취소됐으며, 교육부는 더 철저한 조사를 시사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안 출신 등 유색인종이 집중 대상으로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 등도 비자 취소 사례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대학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9일(현지시각)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유학생들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안보부 공보 담당 차관보는 “미국에는 전세계 테러 동조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우리는 그들을 입국시키거나 이곳에 머물게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 에이비시(abc)뉴스는 10일 보도했다. 또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의 말을 대신 전하며 “미국에 와서 수정헌법 1조 뒤에 숨어 반유대주의적 폭력과 테러리즘을 옹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분명히 말한다. 당신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1조는 국교 수립을 금지하고, 종교의 자유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그리고 정부에 대한 청원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미국 헌법의 정신은 ‘자유’라고 평가받아왔다. 미국 엔비시(NBC) 뉴스는 국토안보부 내에 태스코포스팀이 이 업무를 맡았으며, 학생 비자 소지자들의 기소 또는 형사 유죄 판결 기록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 이민국은 영주권 신청자, 외국 학생과 반유대주의 활동과 관련한 교육 기관에 소속된 사람을 심사할 때 반유대주의 활동을 심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이민국도 “외국인이 반유대주의 테러리즘, 반유대주의 테러조직 또는 기타 반유대주의 활동을 지지, 옹호, 홍보 또는 지원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이민국에서는 부정적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세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미국 국세청도 국토안보부와 데이터 공유 협정을 맺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8일 학생들의 과거에 대한 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기록들을 확인하는 작업은, 세관국경보호국(CBP) 산하 국가타게팅센터와 국가심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도구를 이용한다. 이곳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활용해 잠재적 위협적 요인들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만약 유학생들에게서 이런 신호를 감지할 경우 이민국에 공유한 뒤 이후 국무부가 학생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무부에서 취소를 결정하면 지역의 이민과 관세 집행국 요원에게 통보해 해당 유학생은 체포되고 추방된다.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보완·강화되었으나, 이번 정부의 조사 의도는 전과 다르다고 바이든 정부 시절 국토안보부에 재임했던 한 관계자는 엔비시에 말했다. 과거에는 폭력을 조장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함이었다면, 현재는 정치적 활동이나 발언을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 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존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

 

전국 대학들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의 비자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고, 심지어 그 이유조차 제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고 이 언론은 지적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 유색 인종에 집중해 조사 중이며, 반유대주의적 발언뿐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 등을 이유로 비자가 취소되고 있다는 학내 구성원들의 전언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해당 기준에 따라 약 300명의 유학생 비자가 이미 취소됐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학생 비자 소지자는 150만 여명이고, 교환 방문 연구원 프로그램으로 체류 중인 인원은 약 30만명이다. 국무부는 앞서 전세계 영사관에 전문을 보내 외국 유학생과 교환학생 방문객을 위한 소셜 미디어를 검토할 것도 촉구한 바 있다.

 

무슬림 시민권 옹호 단체인 미국·이슬람 관계위원회(CAIR)는 새로운 정책을 가리켜 “매카시즘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매카시즘은 냉전 당시였던 1950~1954년 미국 전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이다. 공산주의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잡아들여 수백명이 구금되고, 1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는 등 미국판 문화대혁명으로 불린다. 이 단체 전국 부국장인 에드워드 아메드 미첼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매카시 정신이 살아있다. 수개월동안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전쟁 범죄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왜곡하고, 미국 대학에 대한 마녀 사냥을 벌이고, 이민자들의 언론의 자유를 위협해왔다”고 밝혔다.  < 한겨레 최우리 기자 >

 

교황, 5주 만에 퇴원…신도 앞에서 "모두에게 감사"

● WORLD 2025. 3. 24. 06:3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호흡 보조장치 착용하고 바티칸 복귀…의료진 "최소 두 달 안정해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하기 직전 10층 발코니에서 쾌유를 바라며 모인 신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

 

폐렴으로 입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5주를 조금 넘긴 23일(현지시간) 퇴원했다.

교황은 입원했던 로마 제멜리 병원 10층 발코니로 휠체어를 타고 나와 손을 흔들며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전날 교황의 회복세를 살핀 뒤 퇴원을 결정했다. 최소 두 달간 휴식과 재활이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교황은 지난달 14일 제멜리 병원에 입원한 지 37일 만에 바티칸으로 복귀한다. 이전에도 병치레가 잦았던 교황이지만 이번이 최장기 입원이다.

 

교황이 병실 접견이나 사진 공개가 아니라 직접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입원 이후로는 이날이 처음이다.

 

입원 후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교황의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됐고, 병세는 계속 악화했었다. 4차례 호흡곤란을 겪는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으나 최근에는 병세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

의료진은 퇴원 후에도 많은 대중을 만나는 행사를 자제하고 회복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병원 의료진 등과도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라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갔다. 차에 탄 교황은 코에 호흡 보조장치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교황청 의료서비스 부국장인 루이지 카르보네 박사는 교황이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퇴원 후에도 경구 약물을 더 복용하고 고유량 산소 치료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 안희 기자 >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가기 위해 차량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 연합]

독재·제국주의화 '트럼프 미국' 보이콧 호소

세계인에 "미국 여행·유학·취업 재고해달라"
"트럼프 미국에 도움 될 여행비 쓰지 말라"

실제 유럽·중국·캐나다발 여행객 급감
"독재자의 최대 적은 교육된 시민들"

 

"다른 나라에 사는 당신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아마 당신도 알다시피, 여기 미국의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의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골드먼 정책대학원 교수는 20일과 21일 페이스북 글들에서 극소수가 지배하는 '트럼프의 미국'이 파시스트 국가에 가깝게 독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 세계의 시민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미국 여행·유학·취업 재고 등 보이콧을 호소했다. 올해 78세인 라이시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미 노동부 장관을 지낸 지성인으로 평가받는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노동부 장관을 지낸 라이시 교수. EPA 연합

 

'트럼프 미국' 보이콧 호소
"여행·유학·취업 다시 생각"

 

라이시는 미국의 현 상황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극소수 패거리가 앞장서서 미국 정부 시스템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고 봤다. 라이시는 이들이 "의회의 정부 예산권을 빼앗고, 판사의 결정을 무시하고, 평화적 시위자를 체포하고, 트럼프의 적들을 수사하며, 푸틴과 편 먹고 우크라이나에 맞서고, 극심한 편견을 부추기며, 공포의 씨앗을 널리 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20일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연방 교육부 해체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대한 그의 질타는 더 매서웠다. 라이시는 "교육, 과학, 도서관, 미술관 등 미국인의 마음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미국인의 자치(self-government) 능력에 대한 공격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건 비효율적이라 믿는 민주주의 체제를 그들이 통제하는 테크놀러지로 가득한 권위주의 체제로 대체하길 바라는 테크노 국가(techno-state)의 극소수 독재자에게서 나온다. 경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뉴저지로 가기 위해 매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2025. 03. 21 [로이터=연합]

 

"트럼프 깡패, 모두 맞설 때 제압"
유럽·중국·캐나다 미국 여행 급감

 

라이시 교수는 "대다수 깡패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당신을 포함해 모든 이가 그의 깡패짓에 맞설 때만 제압된다"면서 미국으로의 여행과 유학, 취업 계획을 다시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당신의 여행비로 왜 트럼프의 미국에 보상을 주는가? 미국에서 외국인이 돈 쓰는 건 상당한 세수 원이며, 미국의 주요 '수출'이다. 당신이 트럼프의 경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할 아무런 까닭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트럼프 권위주의를 걱정하는 많은 국제 여행객이 이미 미국 여행을 취소했다. 당신 역시 그렇게 하길 제안한다"라고 덧붙였다.

 

라이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 대한 트럼프의 200% 고관세 위협에 맞서 많은 유럽인이 이미 디즈니월드와 미국 음악 페스티벌 여행을 꺼리고 있다. 중국발 여행객도 11% 줄었다. 이제 중국인 여행객은 미국의 국립공원 대신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선택하고 있다.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발언에 반발한 캐나다 여행객은 미국 대신에 유럽과 멕시코로 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미국 방문 여행객은 최소 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유대인 행동가들'이 20일 미국 뉴욕시티에서 팔레스타안 운동가인자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생인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 추방 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손팻말들에는 "적법절차를 지지하는 유대인들" "유대인들은 말한다: 우리 이름으로 한 게 아니다"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2025. 03. 20 [로이터=연합]

 

"트럼프 정권, 미국 헌법 유린"
"아무 때, 아무 이유 없이 추방"

 

라이시는 "당신이 학생이나 심지어 고숙련 외국인 시민이 미국에서 살고 일하도록 허가하는 H-1B 비자를 갖고 미국에 오려고 생각한다면, 역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아마도 트럼프 정권이 종식될 때까지 몇 년 기다리길 바란다. 어떤 경우든 당신이 여기 있는 건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당신이 민주주의에 마음을 쓴다면 지금은 학생 또는 H-1B 비자를 들고 여기로 올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정권은 미국 헌법을 유린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라이시는 "당신은 아무 때나, 어떤 이유 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추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대학살에 대한 항의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추방 명령을 받은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생인 마흐무드 칼릴과 함께, H-1B 비자를 갖고 고국인 레바논을 방문하고 미국에 재입국하려다 추방된 브라운대 신장이식 전문의인 라샤 알라위에 박사, 그리고 전쟁 시기에만 사용했던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에 따른 추방 명령을 받은 베네수엘라인들의 최근 사례들을 염두에 둔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소수 독재자들과의 투쟁'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 03. 21 [로이터=연합]

 

라이시, 트럼프 미국 독재화 질타
"교육된 시민, 독재자의 최대 적"

 

라이시 교수는 테크노 국가(techno-state)인 파시스트적 '트럼프 미국'을 대표하는 극소수 인물로 대통령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등을 거론했다.

라이시는 "독재자들은 교육받은 시민을 자신의 최대 적으로 여긴다. 노예주는 읽는 걸 배우지 못하게 했다. 나치스는 책을 불태웠으며, 독재자들은 미디어를 검열한다. 트럼프가 교육, 과학, 미술관과 예술을 공격하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가 배우지 못하도록 하고자."라고 썼다.  < 이유 기자 >

 

미국 노교수의 '트럼프 스트레스' 대처법 6가지

'윤석열 내란 스트레스' 우리한테도 요긴할 듯

"입만 열면 거짓말, 굳이 분석하지 않는다"
"지금이 정상이라는 정치인, 미디어는 패스"
"현실 타개할 지성의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시민 불복종에 동참하는 젊은이와 소통한다"
현실 부정과 체념은 '노'…불운하다 여기면 불운해져

 

"영겁인 줄 알았는데, 이 비열한 정권은 이제 7주가 됐다...7주 동안 (도널드) 트럼프와 (JD) 밴스, (일론) 머스크는 수백만 명을 해치는, 정말 끔찍한 짓을 벌인 게 현실이다." 시대의 지성인으로 평가받는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골드먼 정책대학원 교수는 9일 '자신감 갖기'란 페이스북 글에서 이렇게 개탄하고 "그러나 이 (트럼프) 정권은 희망과 결심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정반대로, 행동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노동부 장관을 지낸 라이시 교수. EPA 연합

 

라이시 '트럼프 스트레스' 6가지 대처법 공개

'막장 트럼프 정권'에 현실 부정, 체념은 금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노동부 장관을 지낸 라이시 교수(78)는 이 글에서 극도로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인 트럼프 시대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6가지 방안과 2가지 금기를 소개했다.

먼저 금기 사항으로 현실 부정과 체념을 거론했다. 라이시는 "내가 아는 몇몇 사람은 현실 부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그들은 계속해서 △ 공화당 대 민주당 △ 우파 대 좌파 △ 보수 대 리버럴 등과 같은 익숙한 관점에서 지금의 사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기를 속이고 있다. 현 사태와 관련해 정상적인 건 없다. 이제 우리는 다른 세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시는 "선택은 민주주의냐, 아니면 독재냐이다. (시민의) 자기 통치냐 소수 독재냐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한 편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선택하지 않는 건 지금의 통제 세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트럼프가 훨씬 더한 독재자가 되고 그의 소수 억만장자 후원자와 절친들이 부와 권력을 빨아가도록 허용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비즈니스 라운드데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03. 11 [로이터=연합]

 

"민주주의와 독재 중 반드시 선택해야"

"우리가 불운하다고 여기면 불운해져"

 

라이시는 "그(현실 부정)만큼 위험한 또 다른 대처법은 체념이다. 모든 게 희망이 없다고 믿으면서 냉소주의에 굴복하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패배주의 진영 사람들은 미국의 종말, 문명의 종식, 지구의 죽음 같은 파멸로부터 어떤 것도 우리를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책 읽기도 뉴스 보기도 끊고 행동과는 담을 쌓게 된다.

 

패배주의에 대해 그는 "트럼프, 밴스, 머스크, 그리고 푸틴이 우리가 느꼈으면 하는 바로 그것이다. 냉소주의와 절망은 그들의 더러운 손에 놀아나게 된다"라며 "그건 또한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우리가 불운하다고 여기면 우리는 불운해진다"라고 경고했다.

 

라이시는 '트럼프 스트레스' 대처법 6가지를 제시했다. 12‧3 윤석열의 불법 계엄령 선포 이후 100일 가까이 상식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 거의 전부가 극심한 '내란성'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사점이 있어 주요 부분을 그대로 번역해 소개한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하는 '대통령의 날'인 17일  수도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 앞에서 '나의 대통령날 아니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5. 02. 17 [AFP=연합]

 

[6가지 트럼프 스트레스 대처법]

 

첫째, 나는 트럼프의 발언을 듣는 일을 그만뒀고 심지어 그의 비뚤어진 마음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중단했다. 이미 나는 그가 거짓말만 내뱉는다는 걸 알았다. 이제 나는 그의 악성 나르시시즘(자기애)에 익숙해졌다.

 

둘째, 나는 지금의 사태를 정상적인 정당 정치의 한 변형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계 인사, 첩보원, 전문가들에게 더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식상하고 틀렸다.

 

셋째, 그 대신, 나는 사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내게 희망을 가질 이유와 당신과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실천적 아이디어를 주는 목소리들을 찾고 있다. 몇몇은 과거로부터의 목소리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스탈린 시절에, 또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나 폴 포트의 '킬링 필드' 때 살았던 사람들이다. 일부는 무슨 사태였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자들(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거나 역사가들(윌리엄 샤이러의 '제3제국의 흥망: 나치 독일의 역사')이다.

 

넷째, 나는 버클리대의 내 학생들과 '불평등 미디어'의 내 동료과 같이 평균 연령이 나보다 반세기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들의 에너지, 유머, 헌신은 내 정신을 계속해서 고양시킨다.

 

다섯째, 나는 나의 친구 관계를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을 꽉 껴안는다.

 

끝으로, 나는 이런 모든 방안이 당신의 대처를 돕는다는, 당신을 고무해 훨씬 더 행동주의와 저항, 반항, 좋은 말썽, 평화적 시민 불복종에 나서도록 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날마다 이런 편지를 당신에게 쓰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1 연합

 

"악몽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은 투쟁"

백악관, 지역구 의원 항의 전화 걸기 제안

 

이런 방안들은 시민권과 베트남전 관련 투쟁을 기억하는 우리에게는 친숙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그 당시 그랬듯이 지금 우리가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도 의미가 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지금의 악몽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 중 하나는 그것과 싸우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 우리는 이걸 헤쳐 나갈 것이고 그래서 더 강해질 것이다.

 

그다음 라이시 교수는 행동강령도 소개했다. 여기에는 △ 백악관에 계속 전화 걸기 △ 자기 지역구 상‧하원 의원들에게 계속 전화 걸기 △ 다가올 각급 선거에 대비해 조직하고 동원하기 △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성소수자, 트럼프 자경단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적극적 반트럼프주의자, 우크라이나 난민 등 자기 지역의 취약층 보호하기 등이 담겼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암살 배후 음모론’ 증거는 없고
냉전 때 미국 첩보 활동 담겨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된 문서가 2025년 3월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공개된 후 전시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케네디 파일’이 숨긴 것은 ‘스파이’였다. 존 에프(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된 뒤 수십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일부 문서들이 마저 공개됐지만, 암살에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을 입증할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냉전 시기 미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을 담은 기록들이 발견됐다.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정치관료의 47%는 외교적 위장을 받아 일하는 정보관, 즉 스파이입니다.” 백악관 고위보좌관이었던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는 1961년 1월20일 케네디 대통령 취임 날 보고했다. 또 “외교관으로 기재된 123명은 사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도 보고한 기록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 전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된 것은 최초다. 미국 정부가 케네디 대통령 시절 동맹국이었던 인도네시아와 이집트의 통신을 감청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18일 ‘케네디 파일’ 미공개 잔여분이 공개된 뒤, 역사학자들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거나 과거 공개됐더라도 일부 검열 삭제된 부분을 대조하고 있지만 새롭게 드러나는 것은 주로 냉전 시기 미국 정보당국의 첩보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다. 티모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겸임교수는 “우리(미국 정보당국)는 이집트에서 온 메시지를 감청하고 있다” 등 기록을 확인했다며, 그동안 일부 케네디 파일이 미공개였던 까닭을 “암살 배후가 아닌, (정보를 입수한) 출처나 방법이 담겨 있었던 것”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구체적인 활동을 언급한 부분을 숨겼다는 이야기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다음날 미국 정부가 적대국이었던 쿠바의 군사 동향을 주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예전 공개 문서에선 “지난주에 우리는 쿠바의 군사 메시지를 감청했다”는 기록을 삭제한 점도 확인됐다.

 

케네디 암살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는 음모론을 제기해 왔지만, 결국 이번 공개에서도 기존의 공식 결론을 뒤집고 암살의 배후에 뭔가가 더 있다는 음모론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는 결론이 날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나프탈리 교수는 “케네디 정부 시절 (우방국인) 인도네시아와 이집트의 공식 통신을 감청하고 읽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국제 문제를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충격이지만, (암살이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는) 케네디 암살(음모론) 애호가들에겐 별것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대선 주자일 때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부친이 케네디 암살범과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부추겨 왔다. 관련 음모론은 다양한데, 케네디 암살이 살인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 아니라 또다른 배후가 더 있다는 주장, 러시아(당시 소련)나 쿠바가 배후에 있었다는 주장, 미국 중앙정보국이나 군산복합체가 케네디 정책에 반대해 제거했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음모론에 근거가 될 증거가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 이미 밝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번 정보 공개를 밀어붙인 걸까. 첫째로 60년이나 세월이 흘러 더 이상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관련 인물 대부분이 사망했고, 국제 동맹도 바뀌어 기밀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트럼프 지지층이 신봉하는 음모론을 강화하는 부수적 효과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식으로 읽으면, 트럼프 지지자들을 움직이는 또다른 이론인 ‘딥스테이트’(그림자 정부)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강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비꼬았다. 딥스테이트는 막후의 비선 실세가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믿는 정치 음모론이다.  < 한겨레 정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