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의 승자이자 ‘게임 체인저’는 중국

● WORLD 2025. 10. 25. 11: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코노미스트 “중국이 이기는 이유” 분석

미국이 쓴 수법을 역이용해 미국을 이기는 중국
중국이 미국 이기는 첫째 이유-토대와 전략의 우위
중국이 이기는 두 번째 이유-대안적 규범 창출 주도
세 번째 이유-미국 도발이 오히려 중국 강화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4월 12일 닷새 뒤인 17일 제작된 이미지 그림. 미국 국기와 "관세"라는 단어가 그려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했다. 2025.4.17. 로이터 연합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경주에서 만나더라도 최대 현안인 미중 ‘관세전쟁’(무역분쟁)에 관해 제대로 얘기할지, 따로 정상회담을 열기나 할지도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 두 나라는 최근 몇 주 동안 서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상호 보복조치를 공언하고 대화통로조차 제대로 열어 놓지 않았다. 이른바 G2의 두 나라가 이런 현실에 처해 있는 상황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가 10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례 회의에서 미국 무역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10.15. 로이터 연합
 

미국이 쓴 수법을 역이용해 미국을 이기는 중국

 

이 잡지는 23일 기사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이기는 이유’(Why China is winning the trade war)에서 이런 불편하고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관세/무역전쟁’의 승자는, 이 전쟁을 도발한 트럼프 쪽이 아니라 시진핑 쪽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이 긴장과 고통 견뎌내기 시험대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약하다”(weak)고 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현실은 그들의 믿음과는 달리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쪽은 중국”이라고 이 잡지는 단정했다.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장하고 보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중국은 자국의 치외법권적 무역규칙들을 시험하면서 세계경제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0.23.  EPA 신화 연합
 

중국은 미국의 무역 무기들(trade weapons)을 이용해 미국을 때리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백악관에 복귀했을 때, 그의 대중국 정책 중에서 국방/안보 분야는 애매모호했다. 그가 대만과 동맹국들을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모호했지만, 중국과의 무역에 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1기 정권(트럼프 1.0) 때 시작했단 대중국 압박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려 했고, 그것은 더 많은 관세, 첨단기술 교역에 대한 통제 강화, 그리고 적극적인 제재를 의미했다. 트럼프 정권의 목표는 거대한 중국 제조업체제를 망가뜨리고, 재정적 상업적 양보를 얻어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지체시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팀의 일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 주는 대가로 중국이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를 개혁하겠다고 맹세하는 빅딜(grand bargain)을 꿈꿨다. 중국이 미국 요구대로 경제 시스템을 바꿀 테니 제발 압박을 거두고 살려 달라 빌 것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중국공산당(CPC)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0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주재했다. 2025.10.23. EPA 신화 연합
 

중국이 미국을 이기는 첫째 이유-토대와 전략의 우위

 

하지만 4월 2일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선포하면서 그날을 ‘해방의 날’로 명명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이기고 있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중국은 미국의 강압을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복에 능숙하며,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대, 축소할 수 있는 이른바 ‘확장적 지배’(escalatory dominance)를 확보했다. 이를 트럼프가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큰소리 치지만 겁을 먹고 금방 꼬리를 내린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트럼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자 발끈하며 100% 대중 관세를 추가로 때리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경주 APEC에서 시진핑을 만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금방 ‘그게 아니고’식으로 물러섰다. 그에 앞서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발표도 그 직후에 월스트리트 주가가 폭락하자 바로 철회(연기)했다.

 

이는 중국 국력의 토대(underlying power)와 준비, 기술이 탄탄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거의 전면적인 금수조치로 중국을 무릎 꿇리겠다는 기세의 트럼프의 위협은 미국에도 피해를 안길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실제로 기세는 허세였다. 중국이 위기에 처했다고들 했지만, 올해 중국 증시는 달러 기준으로 34% 상승한 데 비해 미국 S&P(스탠더드푸어) 500지수 상승률은 그 절반에 그쳤다.

 

미국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컨테이너선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듀폰, 구글, 엔비디아, 퀄컴 같은 미국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반독점 조사를 벌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모두 미국이 중국에 대해 써먹은 수법을 되받아친 것이다. 특히 중국의 미국산 대두(콩) 전면 금수조치는 트럼프가 중시해 온 자신의 지지자들인 농민들을 빈털터리로 몰아넣어 그의 표밭이 흔들리고 있다.

 

10월 14일: 미국 켄터키주 메리언에서 수확을 앞둔 대두(콩).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간의 관세 분쟁 여파로 미국 대두 농가들이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10.14.AFP 연합
 

전략없는 트럼프

 

항공기 엔진 등 미국이 중국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시진핑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외국산 자재를 배제해 나가면서 중국을 다른 국가들의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드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트럼프에게는 이런 주도면밀한 장기전략이란 게 없다.

 

트럼프는 중국의 달러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발생할 금융시장 혼란이 미국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안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할 것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이 이기는 두 번째 이유-대안적 규범 창출 주도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는 두 번째 근거는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글로벌 무역규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해 왔으나 흔들리고 있는 기존 자유주의 무역질서 잔해 위에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의 관세제국’(Trump’s empire of tariffs)에 필적하는 그 무엇을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무역지형을 바꿨다. 9월까지 중국의 상품 수출은 8% 이상 늘었지만, 대미 수출은 27% 줄었다. 중국은 자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서방의 제조업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이런 위협은 중국이 글로벌 라이선스(면허, 인허가) 시스템(system of global licensing)을 강제하려 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바로 미국이 반도체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사용해 온 전략을 업그레이드시킨 더 강력한 버전이다. 정교한 제조국이자 70여개 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그런 입지를 활용해 더 많은 무역규칙들을 바꾸려 할 것이다.

 

10월 17일,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한국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시위대. 현수막에는 "트럼프 규탄"이라고 적혀 있다. 2025.10.17. AP 연합
 

세 번째 이유-미국 도발이 오히려 중국 강화시켜

 

중국이 이기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세 번째 이유는 무역전쟁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미국의 바람대로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관세전쟁 때문에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외부 관찰자들은 지옥같은 부동산 시장 상황,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자, 당국의 강압조치들로 겁에 질린 기업가들, 그리고 문제많은 산업정책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등 중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한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트럼프의 압박이 기술산업 초강대국으로 도약해서 적대적인 세계에 대비하겠다는 시진핑의 지난 12년간의 계획을 정당화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보니 그래도 시진핑이 옳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는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은 그런 기술 민족주의적인 시진핑의 접근방식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미국의 제재로 과잉생산 물품의 수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많은 나라들이 반발해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중국이 새로 만들려는 미성숙한 라이센싱 제도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 관료주의적 악몽을 안겨줄 수도 있다.

 

미국이 지금 깨달아가고 있듯이 경제력을 곤봉(무기)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곤봉을 휘두르면 얻어맞은 나라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방망이를 휘두르면 다른 나라들은 그들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역을 다각화하고 경제를 혁신하려 할 것이고, 실제로 빠른 속도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경주에서 만나 타협하는 것이 서로에게도 좋고 세계에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앞으로 펼쳐질 전망은 두 나라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호전적인 두 거대 국가들이 경제력을 무기화하는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지만, 개방적인 무역에서 후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것이다.”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 한승동 기자 >

전쟁 준비 일본극우 야합한 다카이치 정권 출범

● WORLD 2025. 10. 22. 13:3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자민당이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 할 수 있게 됐다”

헌법 9조 2항 삭제 등 전쟁준비와 방위산업 강화
“더 강한 일본” 추구 “개혁이란 이름의 극우 야합”
트럼프와 유사한 정책 지향, 미일동맹 강화 예상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 당면 최대과제

 

10월 20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 유신회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이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연립정권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2025.10.20. 교도 로이터 연합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집권구상이 흔들렸던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64) 총재가 자민당보다 더 우파적인 일본유신회의 연립 가담으로 21일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이 확실해졌다. 총리로 선출되면 황실에서의 총리 임명식과 각료 인증식 절차를 거쳐 이날 밤중에 다카이치 정권(내각)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자민당(중의원 196석)과 일본유신회(35석)가 연합할 경우 연립정권 의석은 중의원 의석 과반수(233석)에서 2석 모자라는 231석이지만 다카이치 지지 의사를 밝힌 ‘유지개혁회’ 소속 의원 3명만 더해도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가 과반수 찬성으로 총리에 선출될 수 있다. 과반의석 미달로 2차 결선에 가더라도 분열된 야당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다카이치가 다수표 확보로 총리에 선출되는 것은 확정적이다.

 

다카이치는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을 외상(외무대신)에,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총무상에 기용하고,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을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에 앉히는 등 총재선거 경쟁자들을 모두 각료나 당3역(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 등 요직에 기용하는 “전원 활약” “전 세대 총력결집”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연립에 참여하는 일본유신회는 각료로 참여하지 않는 ‘각외협력’ 체제를 갖추되 총리 보좌관에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을 앉힘으로써 총리와의 통로를 열어 두기로 했다.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오른쪽)와 일본유신당(JIP)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10월 20일 도쿄 국회에서 양당 간 정책 협정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20일 연립정부 구성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다카이치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25.10.20.AFP 연합
 

“자민당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 할 수 있게 돼”

 

이에 앞서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50) 일본유신회(이하 ‘유신회’로 약칭) 대표(오사카부[府] 지사)는 20일 헌법개정과 군비강화, 경제 재건 등을 골자로 한 12개 항의 연립정권 수립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유신회의 요구를 통째로 수용했다”는 말을 들은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두 사람은 “일본을 더 강하게!”를 구호로 내건 “국가관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지금까지 자민당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일거에 밀어붙일 수 있게 하는 내용”이라고 요약했다.

 

이는 이번 다카이치 정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정권 재창출 기본구상과도 일치한다. 자민당은 나치 히틀러의 정치수법을 배워야 한다고 공언한 극우 국수주의적 아소가 실세(부총재)로 댜시 등장한 자민당 정권에서, 이제까지 개헌과 재무장 등에 일정한 제동 역할을 해 온 공명당이 연립에서 이탈하고 자민당보다 더 우편향적인 유신회로 대체됨으로써 그나마 부분적을 작동했던 제동장치가 없어져 버렸다.

 

트럼프 정권과 유사한 정책 지향 속 미일동맹 강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연상시키는 “일본을 더 강하게!”는 AI(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해 에너지정책을 기존 재생에너지 지향에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동이 중지된 가시와자키 기리와 원전 등 기존 원전들의 재가동 쪽으로 방향을 틀고, 개헌과 미사일 수직발사 체제를 갖춘 원자력잠수함 보유를 지향한다. 제조업 부활에 토대를 둔 강한 경제, 강한 국방을 추구하는 이런 정책지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그것과 유사하다. 외교·안보면에서도 친미·반중·반북적 정책 지향성을 지닌 다카이치 정권은 트럼프 정권에 더욱 밀착하면서 미일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 당면 최대과제

 

그럴 경우 조 바이든 정권이 추구한 한미일 준동맹체제 이상의 한미일 밀착과 반중국적 정책지향을 강화하면서 양자택일식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은 미일동맹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이재명 정권 외교안보정책의 당면 최대과제로 떠올랐다. 적극적 친일·친미 행보를 보이면서 반중·반북·반러로 일관했던 윤석열 정권의 투항적 대미일 의존정책을 비판해 온 이재명 정권으로선 선택 폭이 넓지 않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인 28일 일본에 들러 경제적 밀착과 미일동맹 강화를 재천명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권과의 관세협상 최종합의를 앞둔 상황부터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반세기 이상 관행적으로 유지 강화돼 온 기존 한미, 한미일 관계를 한국 국익에 맞게 주도적으로 새롭게 재정립할 드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유신회 주장 통째로 수용한 자민-유신 합의

 

연립정권 수립에 정식으로 합의한 뒤 다카이치가 “국가관을 함께 하는 당”이라고 추켜세운 유신회와의 합의사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헌법에 비상시에 정부에 권한을 몰아 주는 ‘긴급사태’ 조항을 창설하기로 하고 21일 임시국회 중에 자민당, 유신회의 양당 ‘조문기초협의회’를 설치해 내년 국회에 조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대통령제 하의 한국 비상계엄법을 연상시키는 이 조항에 대해서는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헌법 9조 2항 삭제, 자위대는 국방군으로

 

군대 보유와 전쟁(교전권)을 부정한 헌법 제9조 2항을 “삭제”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 허용”하며,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칭하기 위한 양당 간의 조문기초협의회도 이번 임시국회 중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명기했다. 이는 유신회가 지난 9월에 정리한 제언 ‘21세기의 방위구상과 헌법개정’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자민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었던 2012년 야당시절에 작성한 개헌 초안에 담겨 있었으나 여론의 반발 때문에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합의서는 2027년도까지 5년간 방위비를 43조 엔(약 387조 원) 증액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린다고 한 안전보장관련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계획보다 앞당겨 실현하기로 했다고 명기했다. 28일 일본에 올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를 당당하게 제시할 것이다.

 

전쟁 대비와 방위산업 강화

 

일본산 무기 수출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규제로 작용해 온 수출할 수 있는 방위장비품 사용목적 ‘5가지 유형’의 “폐지”를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5가지 유형은 ‘구난(재난 구제), 수송, 경계, 감시, 소해’ 등으로, 방위장비(무기) 수출은 이 5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것만 할 수 있다고 한 기존 규제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모든 무기들을 생산, 수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공명당이 이에 제동을 걸어 왔는데,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제어장치가 없어지게 된다.

 

또 해상자위대가 추진 중인 적기지공격 능력을 지닌 미사일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사일 수직발사가 가능한 ‘차세대 동력’ 활용 잠수함 보유란 사실상 원자력 잠수함 보유를 가리킨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연합협의 때 유신회 쪽이 요구한 정책들이다. 다카이치는 기다렸다는 듯 덜컥 받아들였다. 유신회는 협상 때 아예 “원자력 잠수함”을 합의서에 명기하는 것도 검토했다.

 

정보전과 관련한 정책에서 경제안보상 출신인 다카이치와 요시무라 유신회 대표는 스파이 방지관련법(반간첩법)을 “올해 검토를 시작해서 조속히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다”고 합의서에 명기했다. 이 법은 1985년에 자민당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비밀법(스파이 방지법)과 같은 것인데,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폐기됐으나 이번에 되살린 것이다.

 

또 내년 정기국회에서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격상하고, 20207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과 유사한 ‘대외정보청’을 창설한다는 것도 명기했다.

 

이를 두고 방위성의 한 간부는 “이제까지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합함으로써 안보정책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자민당보다 더 강경파(매파)적 색깔이 강한 정책에 적극적인 유신회와 연립하면 그 기세만으로도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모든 것들은 전쟁에 대비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의 본격적인 재무장과 함께 방위산업을 일본 제조업 부활의 핵심사업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온상인 기업·단체 헌금 존속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관련해 기업과 단체 헌금 중단 조치를 취하라고 공명당은 주장했으나 자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공명당의 연립 이탈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였는데, 유신회는 기업 및 단체 헌금 중단에 반대한 자민당 입장을 수용했다. 자민당은 2년 남은 다카이치 총재 임기 중에 이 문제에 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데 합의해 유신회를 달랬으나, 2년 안에 헌금을 폐지하겠다는 것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타협은 사실상 폐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서 공명당과 같은 입장이었던 유신회의 이런 자세전환은 연립참여, 정권참여를 우선시한 것으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로부터 “개혁 깃발을 내걸었지만 결국 자민당과 동화해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신에 유신회는 ‘개혁’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해 중의원 정수를 1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민당과의 합의서에 명기했다. 이에 대해서도 초점을 흐리며 문제의 본지를 피해가는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낙관 불허, 리즈 트러스 정권처럼 단명할 수도

 

정권참여를 우선한 유신회의 자세전환은 집권 유지가 급한 자민당의 필요와 맞물려 일단 권력창출에는 성공했으나, 감세를 주장하고 오사카를 제2의 수도로 만들려는 '오사카 유신회'가 모체인 유신회의 지방분권 지향은 자민당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 재건을 최우선시하는 다카이치 내각의 아베노믹스적 적극재정의 성장정책이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감세를 주장하는 유신회와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의 이번 극우조합은 단명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정권처럼 단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들이 있다. 제조업 부활과 첨단산업의 자국내 공급망 강화를 겨냥한 트럼프의 조급하고 난폭한 극우적 성장정책이 낙관적이지 못한 것만큼이나 다카이치 정권의 그것도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성 천황, 부부 별성 거부한 보수 역행

 

천황직 계승과 여성권리 문제에서도 다카이치 정권은 더 보수적인 쪽으로 후퇴했다. 천황자리 계승은 “고래로 예외없이 남계(男系) 계승이 유지돼 온 무게”를 강조하면서 여계 계승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을 잠재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남아를 낳지 못해 남계 직계 계승이 어려워질 경우에도 2차 대전 뒤에 황적에서 이탈한 예전 11개 황실가계 남계의 남아를 양자로 들여 천황자리를 잇게 하도록 황실전범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한 가지 논쟁거리였던 여성황족이 결혼 뒤에도 황족 신분을 유지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부부가 각기 자신의 원래 성을 사용하는 부부별성제로의 개정에도 명확하게 반대했다.

또 일본 국기 즉 일장기를 ‘손괴(파손)’할 경우 처벌하는 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전쟁준비에 혈세를 쏟아붓는 일본,
개혁이란 이름의 야합을 단죄하라!"

 

자민당과 유신회의 이런 우편향 담합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보기 드물 정도로 격정적이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짚어낸 쓰네미 요헤이 지바상과대 교수의 논평이다. 아사히신문의 10월 20일 관련기사에 붙은 쓰네미 교수의 논평은 다음과 같다.

 

‘유신’이란 이름을 반환하라. 살을 에는 개혁으로 파산하기 전에 기회주의 정치가들을 탄핵하라. 아사히신문 독자 여러분, 나는 중대한 결의를 가슴으로 호소한다. 분노를 억눌러서는 안 된다. 이 논평을 무기로 ‘개혁’이라는 이름의 야합을 단죄하라. 이것은 유신이 아니다. 복고이자, 체제의 연명이다. 전후(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이 쌓아 온 입헌주의, 민주주의, 평화주의를 지금 정치가들은 비웃으며 짓밟으려 하고 있다. 야당도 침묵하는거나 다름없다. 이 나라에 미래는 있는가.

 

유신회가 내건 ‘개혁’ ‘민의’ ‘오사카부터 바꾼다’는 표어는 이제 배신의 깃발이 됐다. 기업헌금 폐지에는 발을 빼고, 의원 정수 삭감을 ‘살을 에는 개혁’이라 위장한다. 국민의 정치참여를 줄이는 한편으로 권력과 자본의 유착은 온존하려 한다. 무엇이 ‘살을 에는 개혁’인가. 잘려 나가는 것은 국민의 소리이고 양심이다.

 

이 나라는 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공포와 망념(망상)이 정책을 움직이고 권력을 향한 도취가 폭주를 가속시키고 있다. 공명당이라는 제어장치가 제거됨으로써 정치는 제어불능 상태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이것을 ‘적극적(진취적)’이라고 하는 건 잘못이다. 유신은 강경파의 정책을 동경하고 보수의 위세를 빌려 “국가를 강하게 만든다”고 부르짖으면서 입헌주의를 내버리고 있다. 이미 ‘민주국가’라는 간판을 내리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전(2차대전 전)으로의 회귀 조짐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유신은 그 이름을 반환하라. 유신이란 이름은 권력에 저항해 온 이들의 유산이다. 지금의 귀당(유신회)이 과연 그 이름값을 하는가. 엄중하게 자문해야 한다. “(자민당과) 국가관을 공유했다”는 말은 국가의 사물화(私物化) 선언에 가깝다. 다카이치 사나에와의 악수는 개혁의 계약이 아니라 타락일 뿐이다. 체제에 저항하지 않을 것인가. 체제와 악수하고 잠을 잔다면 그 행위는 유신이란 이름에 대한 배신이다.

 

헌법은 권력을 구속하기 위해 존재한다. 권력을 속박하는 사슬을 끊는 것이라면 그것은 입헌주의의 해체를 의미한다. 전통과 가족이라는 미사여구 아래 여성의 권리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짓눌러 부수는 정치는 보수의 가면을 쓴 차별의 재구축과 같다.

 

침묵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민주주의는 전차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야말로 최대의 방어력이다. 기업헌금 폐지를 폐기하고 헌법을 사물화하려 하면서 전쟁 준비에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아닌가. 정치가 다시 밀실화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 문을 걷어차 부술 것이다. 분노는 희망이며, 비판은 자유의 증거다. 민(民)을 배신하는 정치에 미래는 없다. 우리는 목청을 높일 것이며,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게으른 잠을 거부하라. 분노의 마그마를 폭발시켜라.                                            < 한승동 기자 >

 

"흑인 원숭이" "히틀러 사랑해" "경쟁자 강간하라"
폴리티코, 2900쪽 채팅 공개…미국 사회 '발칵'
공화당 차세대 지도자들 도덕적·정신적 파탄

"손쉬운 인종차별과 일상적 잔혹함의 역학"
'문제의 중심'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
"가장 위대한 심리학적 고문 방법을 창조"

더 우익화된 공화당에 트럼프 등장 영향

 

미국 공화당의 젊은 지도자들이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주의적이며, 폭력적이고 음란한 대화를 나눈 방대한 분량의 텔레그램 채팅 내용이 공개돼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4일 단독 기사를 통해 전국 각지의 '영 리퍼블리컨'(Young Republican) 지도자들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흑인을 원숭이와 '수박 놈들'이라고 부르고, 정치적 반대자를 가스실에 넣을 걸 생각했다. 적들을 강간하고 자살로 몰아넣을 얘기도 했고, 노예제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칭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4일 단독 기사를 통해 전국 각지의 '영 리퍼블리컨'(Young Republican) 지도자들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나눈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이고, 음란한 다량의 대화를 폭로했다. 2025. 10. 14 [폴리티코 캡처]

 

폴리티코, 미 공화당 영 리더들 채팅 공개
인종·폭력·음란 대화로 가득…미국 '발칵'

 

폴리티코가 이날 공개한 채팅 내용은 올해 1월초부터 8월 중순까지 뉴욕, 캔자스, 애리조나, 버몬트주의 젊은 공화당 지도자들 사이에서 오간 메시지로 모두 2900쪽에 이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캔자스주 영 리퍼블리컨 부의장인 윌리엄 헨드릭스는 흑인 비하 단어를 바꿔가며 16번 넘게 썼고,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부의장인 바비 워커는 강간을 "대박"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 리퍼블리컨 전국연맹'(YRNF) 의장직을 노리던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피터 준타는 6월 메시지에서 "반대표 던지는 사람은 다 가스실로 간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는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위대한 심리학적 고문 방법들을 창조할 거다. 우리는 진정한 신봉자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YRNF는 18세에서 40세까지 젊은 공화당원 1만 500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에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법률고문인 조 말리뇨는 "샤워실 고칠 수 있나? 가스실은 히틀러 미학에 안 맞아"라고 답했고, 뉴욕주 전국위원 멤버 애니 캐이카티는 "난 지금 사람들 태우는 걸 지켜볼 준비가 됐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특히 뉴욕주 하원의원 마이크 라일리의 보좌관인 준타는 또 자신과 뜻이 다른 주들에 대한 욕설 섞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미네소타 – 게이들, 아칸소 - 근친상간하는 소들...메릴랜드 - 뚱뚱한 냄새나는 유대인, 로드아일랜드 - 배신자들 c---s 난 이들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썼고 한 경쟁 후보를 "컨벤션 플로어에서 죽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 난 히틀러를 사랑해 △ NBA(미 프로농구) 선수들을 '원숭이'로 지칭 △ "오렌지카운티 10대 공화당원들은 노예제를 지지한다. 정말 대찬성" 등의 극단적 메시지를 보냈다.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피터 준타. 2024. 07. 16 [폴리티코 캡처]

 

'문제의 중심'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
"가장 위대한 심리학적 고문 방법을 창조"

 

캔자스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알렉스 드와이어는 준타의 "난 히틀러를 사랑해" 메시지에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Heil Hitler'를 뜻하는 숫자인 '1488'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애리조나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루크 모시먼은 준타의 경쟁자이자 YRNF 의장에 재선된 헤이든 패젯을 거론하며 "헤이든을 강간하라"는 글을 썼다. 이에 패젯 의장은 성명에서 "YRNF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혐오를 규탄한다. 이는 우리의 가치와 완전히 배치된다. 우리 조직이나 더 넓은 보수 진영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워커는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조직의 자금 부정 사용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가능성을 우려한 듯 "내슈빌에서 열리는 YRNF 대회를 폭파하자"는 농반진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 채팅방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우려한 듯 "만약 우리가 이 채팅이 유출된다면 우린 정말 끝장이야, 진짜로(cooked fr fr)"라고 쓰기도 했다.

 

뉴욕주 공화당 의장 에드 콕스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는 이 영 리퍼블리컨 중 소수 그룹이 했다는 보도 내용에 충격과 혐오를 느꼈다"면서 "우리가 좌파의 혐오 발언과 같은 혐오적, 반유대적 언급을 규탄하듯이, 우리 내부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암살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에게 자유의 메달을 사후 수여했다.  오른쪽은 부인 에리카 커크.  2025. 10. 14  [AP=연합]

 

미국 공화당 차세대 지도자들의 민낯
"손쉬운 인종차별과 일상적인 잔혹함"

 

때는 이미 늦었지만, 문제의 중심인물인 준타는 "나는 영 리퍼블리컨들을 이끌기 위한 내 캠페인 동안 내가 만든 사적 그룹 채팅에서 발견된 2만 8000개 이상의 메시지 안에서 발견된, 분별없고 용서할 수 없는 언어에 대해 모욕을 느끼는 분들께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채팅 멤버 중 다수는 이미 행정부나 공화당에서 일하고 있고 상원의원도 한 명 있다. 폴리티코가 취재를 개시한 이후 캔자스주 검찰총장 홍보 보좌관이던 헨드릭스는 해고됐고, 다른 한 명은 취업 제안이 철회됐다.

 

폴리티코는 "이런 손쉬운 인종차별과 일상적 잔혹함의 역학은 (선거) 캠페인 얘기와 당내 가십이 비속어, 폭력적 환상과 뒤섞여 자주 어둡고 생생한 방식으로 펼쳐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채팅 멤버들은 RINO(배신자)로 찍히지 않기 위해 트럼프에 굴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당 우파 내에서의 나치 사랑,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아동 성범죄 관련 문서를 트럼프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전반적으로 흑인·유대인·아시아인·여성·성소수자·정적 등을 조롱, 모욕, 위협하는 극단적 인종주의, 성차별, 폭력적 혐오 발언이 난무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 채팅은 새로운 세대의 공화당원들이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말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어두운 유머로 포장된 그들의 수사는 보수계의 인기 논평가, 팟캐스터, 코미디언들 사이에 있는 일부 표현들과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9일 행정부 셧다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의회 뉴스 브리핑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5. 10. 09 [AP=연합]

 

더 우익화된 공화당에 트럼프 등장에
정치적 규범 이완되면서 '부작용' 발생

 

폴리티코는 "종합해 보면 메시지들은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폭력적 수사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트럼프 시대에 정치적 규범이 이완되면서 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자리 잡으려는 이들 사이에서 그런 발언을 금기로 여기지 않도록 만든 문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텍사스 A&M의 조 피건 교수(사회학)는 "트럼프의 등장과 그 이전에 더 우익화된 공화당처럼, 정치적 분위기가 더 개방되고 자유로워질수록 젊은이든 나이 든 이든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인종차별 농담과 논평을 하게 된다"며 "그들이 이런 견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 소름이 돋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그 사적인 발언들은 진공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더 광범위한 정치 담론이 더욱 거칠어지고, 우파의 선동적이고 인종적으로 공격적 비유들이 공론장에서 점점 더 일상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아이티 이주민들이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허위 주장을 한 것과,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한 집회에서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고, 흑인들이 핼러윈에 "수박을 조각한다"고 농담한 것들을 그런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이에 리즈 휴스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오직 운동가 성향의 좌파 기자만이 아무 관련 없는 임의 단체 채팅방 얘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필사적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살해하는 환상을 품고 공화당원을 나치나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위험한 중상모략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트럼프 찬양 일색 크네세트서 '노'라고 외친 두 의원

● WORLD 2025. 10. 15. 00:4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테러리스트" "팔 국가 인정하라" 외쳤다 쫓겨나


두 가지 핵심 빠진 트럼프의 크네세트 연설
가자 집단학살 책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트럼프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선언


"팔, 테러·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
"트럼프, 처음부터 이 집단학살의 지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 10. 13 [로이터=연합]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작약할 때, '아니다'라고 외친 두 이스라엘 정치인이 있었다. 아랍과 유대인이 함께 참여하는 좌파 연합 정당 '하다시-타알'의 대표인 아이만 오데흐 의원과 오페르 카시프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카시프는 5개의 의석을 지닌 이 당의 유일한 유대인 의원이다.

 

예루살렘포스트,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오데흐와 카시프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휴전 협상을 도운 측근들을 치하하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언급하는 순간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고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쳤다. 다른 의원들이 이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냈고 트럼프는 "아주 잘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10. 13 [AFP=연합]

 

이스라엘 의회에도 두 명의 '용자' 있었다
트럼프 연설 도중 "팔레스타인 인정하라"

 

트럼프의 이스라엘 의회 연설은 자신이 제안한 '가자 평화 계획'의 1단계 휴전 합의가 실행된 이날을 기념해 이뤄졌다. 이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이날 마지막 남은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전원 석방했으며, 이스라엘도 가자 내의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물리고 구금했던 팔레스타인인 약 2000명을 풀어줬다.

 

연설에서 트럼프는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이라고 선언하고 "적어도 지금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 및 다른 사람들의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종식일 뿐 아니라, 테러와 죽음의 시대 종식이며, 신념과 희망, 하나님의 시대의 시작"이라면서 "이 지역을 괴롭힌 혼란의 세력이 완전히 패배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그는 "무력으로 얻을 건 다 얻었다", "전장에서 얻을 건 더는 없다"라면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전장에서의 이 승리를 이제 중동 전체의 평화와 번영이란 궁극적 성과로 전환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말 위대한 승리였다. 이스라엘이 몇 년간 계속 싸웠다면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점점 치열해졌을 것이다. 이 타이밍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는 도중 아이만 오데흐 의원이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어 쫓겨 나고 있다. 2025. 10. 13 [AP=연합]

 

트럼프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선언
"팔, 테러·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그만이라고 말할 용기를 내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한 당신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제 우리의 삶을 즐기고, 이스라엘을 재건하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크고 나은 나라로 만들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를 폭격한) 5주 전보다 오늘 훨씬 더 이스라엘을 좋아한다"며 "작은 나라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다. 세상이 다시 이스라엘을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네타냐후를 사면해 줄 것을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는 2년 전 10월 7일의 시도는 실패로 귀결됐다"면서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재하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에 인질 귀환을 압박한 아랍과 무슬림 세계의 모든 국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 모든 국가가 평화롭게 파트너로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을 향해선 폐허가 된 가자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테러와 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고통과 죽음, 고난을 겪은 지금이야말로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대신 팔레스타인 인민을 일으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 내용에 대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많은 인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특히 네타냐후에게 집중하며 그의 애국심을 찬양하고 '그의 협력이 오늘의 성취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에 '편향'됐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 오페르 카시프 의원의 'X' 계정에 올린 글. 2025. 10. 13 시민언론 민들레

 

두 가지 핵심 빠진 트럼프의 크네세트 연설
가자 집단학살 책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그의 연설에서 빠진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네타냐후 극우 유대 정권이 가자에서 지난 2년 최소 6만 8000명을 살해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그 책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10.7 공격을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하나는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과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언급 역시 전혀 없는 부분이다.

 

바로 이것이 오데흐와 카시프 의원이 '아니오'라고 외치게 만든 대목이다. 가자에서 인류 최대 범죄인 '집단학살'을 저지른 네타냐후를 되레 칭찬하는 '부정의'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데흐 의원은 X에 올린 글에서 "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과 '이곳엔 두 민족이 살고 어느 쪽도 여기서 떠나지 않는다'란 간단한 진실을 인정하라는, 국제사회 전체가 동의하는 아주 단순한 요구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나를 크네세트에서 쫓아냈다"고 비판했다.

 

카시프 의원도 X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 정권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를 비난하면서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점령자가 되는 걸 거부하라. 유혈 정권에 저항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에선 트럼프의 연설을 "자기 과시와 거짓말로 가득했다"면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 집단학살의 지지자였고 대통령직을 맡은 이래 집단학살의 적극적 파트너였다"고 비판했다. 카시프는 "제국주의적 행동 위에 자기 도시들에 군대를 보내고 자기 국민을 체포, 억압하는 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 어느 쪽에도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건 명백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 해법과 완전한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 위에 세워진 공정한 평화만이 '강(요르단강)에서 바다(지중해)' 사이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부 가자의 데이르 알-발라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2025. 10. 06 [AP=연합]

 

트럼프에 아첨과 찬양, 크네세트 뒤덮어
"탁월한 대량 학살 기량 축하하는 자리"

 

알자지라 칼럼니스트인 벨렌 페르난데스는 칼럼을 통해 "분명히,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의 희생자들은 크네세트 행사에서 거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 행사는 본질적으로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의 아첨 주고받기이자, 이스라엘의 탁월한 대량 학살 기량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비난했다. 페르난데스는 "가자에서 자행된 집단학살, 강요된 굶주림, 공포에 대한 찬사도 가당치 않은데 트럼프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이스라엘에 많은 무기를 주었다...그리고 당신들은 그것들을 잘 사용했다'고 자랑했다"고 질타했다.

 

두 의원의 '항의'와는 달리, 이날 '낯부끄러운' 트럼프에 대한 아첨과 찬양이 크네세트를 뒤덮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미르 오하나 크세네트 의장은 옆자리의 트럼프를 향해 "역사의 판테온에 모셔질 대단한 인물", "유대인 역사의 거인"이라거나 2500년 전 바빌론에 끌려간 유대 민족을 해방시킨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제와 맞먹는다"라고 추켜세웠다. 네타냐후도 "이스라엘이 백악관에 보유한 가장 위대한 친구"라며 최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거들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