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은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 주장하며 반대표 던져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은 이날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이같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은 올해 1월, 3월, 4월, 6월에 이어 5차례 연속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2연속이다.

 

연준은 이번 금리 동결이 FOMC 위원 12명 가운데 찬성 9표, 반대 3표의 표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한 것과는 다르다.

 

연준은 베스 해맥, 닐 카슈카리, 로리 로건 등 3명이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미국 내 물가도 다시 치솟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 결과 발표한 기준금리 예상치에서 연내 1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측했는데,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된 만큼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0.25%P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됐음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과 자본 투자는 강력하다. 일자리 증가는 노동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실업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아울러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치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한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양대 책무’(dual mandate)로 표현하며 추구하고 있는데,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인한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잡는데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간 꾸준히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만큼 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워시 의장에게 실망하고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니다. 케빈은 환상적이다.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그(워시)에게는 이사회가 있다”며 “그가 금리 인하를 원할 것이라는 알았지만, 그는 정치적 이사회가 있고, 그들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 한다”고 금리 인하에 반대해온 이사들을 비난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로 한국(2.75%)과 미국의 금리 차도 상단 기준 1.00%포인트를 유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 전현진 기자 >

미국 봉쇄로 올해 1월부터 유류발전 사실상 가동 중단

전력난 가속에 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민간 개방 속도

 

               지난 2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한 간호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

 

전력난이 가중되는 쿠바에서 또다시 대정전에 근접한 단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력난이 가속하자 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민간 개방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쿠바전력청은 29일(현지시간) 전력 수요가 가장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 전국 74%에 해당하는 구역이 동시에 단전되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 쿠바데바테와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에 따르면 전력청은 이날 피크 시간대 전력 수요가 3200㎿(메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가능한 공급 전력은 850㎿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전력망 붕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전력 규모만 23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필요 전력의 74%가 공급되지 못하는 셈이다.

 

쿠바는 화력발전소 16곳에서 전력 생산의 40%를 충당하는데, 9곳이 노후화와 정비 문제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핵심 화력발전소 중 하나인 ‘안토니오 기테라스’ 발전소는 올해 들어서만 약 20차례나 고장 나며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전력 생산의 또 다른 40%를 차지하던 디젤 및 중유 기반의 발전 설비 역시 미국의 봉쇄로 올해 1월부터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 나머지 20%의 전력만 가스와 중국의 지원을 받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쿠바는 하루 1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필요하지만, 외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자체 생산량은 필요한 양의 40%인 4만배럴에 불과하다.

 

민간 전문가들은 쿠바 전력망(SEN)의 완전한 복구를 위해서는 80억~100억달러(약 11조5000억원~14조5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 정부의 재정 능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쿠바 정부는 이런 지속적인 에너지난을 극복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민간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 전현진 기자 >

 

이란 상선 공격이 신호탄…파르시 "위험한 도박"
젤렌스키-네타냐후, 미 그레이엄 장례식장 '조우'
양국 정상회담 추진하다 주변 의식 막판에 접어
이란, 카스피해 상선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

 

아라그치 "이스라엘, 유럽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트럼프 딜레마 노린 역발상, 트럼프가 응할까
우크라·이란 '단일 전역 통합' 미국엔 "양날의 검"
대이란 압박 긍정적 vs 광범위한 확전 우려

 

28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장례식을 앞둔 미국 워싱턴D.C.의 국립대성당.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웃음 띤 얼굴로 악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미한 두 사람의 대면은 3년 만이었다.

 

짧은 조우였지만, 이 장면은 지금까지 별개로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하나의 전략 공간으로 묶는 시도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사흘 전인 지난 25일 우크라이나(이하 우크라)가 카스피해에서 '러시아로 무기를 운송 중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란 상선을 타격했던 사건이 그런 관측을 부채질했다. 더구나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 사건을 두고 "유럽을 자기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이스라엘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이스라엘 배후설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7. 28 [AFP=연합]

 

젤렌스키-네타냐후  워싱턴 장례식장서 '악수'
이란, 카스피해 상선 공격 배후 이스라엘 지목

 

29일 이스라엘 일간지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28일 워싱턴에서 젤렌스키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가 막판에 접고 그레이엄 장례식장에서의 조우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묘한 시기임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됐다. 대신 이스라엘의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이 우크라의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사르 장관은 "우리는 이란이 가하는 위협을 포함해 양국이 직면한 과제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시비하 장관도 이스라엘 측에 "민간 선박과 흑해 해상 항해의 자유에 대한 러시아의 테러 확대와 이것이 수입국인 이스라엘을 포함한 세계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최신 상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위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젤렌스키가 이란 전쟁에서 러시아가 걸프 지역 내 미군기지 위치 등의 핵심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고 이스라엘에 알려주고,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 체계 구매를 추진했고,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 위협 대응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네타냐후는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고자 이들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28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6. 07. 28 [EPA=연합]

 

젤렌스키, 이란·우크라 전쟁 통합 시도하나
파르시, 이란 상선 공격을 그 신호로 해석

 

중동 전문가인 미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젤렌스키의 위험한 도박, 이란 전쟁과 우크라 전쟁 통합 시도'란 28일 자 <리스폰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 기고에서 이번 젤렌스키의 방미가 우크라 전쟁에서 미국의 추가 지원 확보를 넘어, 점점 우크라 전쟁과 이란 전쟁을 "단일 전략적 전역"으로 통합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르시는 "두 전쟁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우크라는 단순히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는 국가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직접적 참가국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도 단순히 우크라의 주 무기 공급국에 그치지 않는다. 흑해에서 카스피해까지 이어지는 충돌을 통해 러시아에 맞서는 직접 교전국이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에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속 모색해 온 전략적 돌파구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마하치칼라 - 2026년 7월 21일: 카스피해 해변에 있는 사람들. [타스=연합]

 

그 상징적 사건을 파르시는 카스피해에서 우크라가 감행한 지난 25일의 이란 상선 공격으로 봤다. 비록 우크라의 시비하 장관이 28일 X를 통해 이란의 아라그치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러시아의 침략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민간 선박이나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으려는 의도는 결코 없다는 점을 거듭 전달했다"고 했고, 아라그치도 "(시비하가) 이번 공격은 의도적이지 않았고, 우크라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밝혀 이번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재연될 공산이 크다는 게 파르시의 견해다.

 

우크라 외무, 이란 외무와 통화해 진정 시도
"러시아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일 뿐"

 

파르시가 보기에, 우크라가 만약 북쪽인 카스피해에서 이란을 압박하면 미국-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이란의 군사 계획이 복잡해지고 부족한 군사 자원을 다시 배치해야 하며, 어느 전장에서 싸울지를 결정하는 주도권이 약화된다. 파르시는 "이런 역량의 제공은 우크라를 미국의 수혜자에서 구원자로 변모시킨다"며 "그러나 우크라에 더 큰 전략적 전리품은 두 전쟁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미군의 인력, 정보 자산, 군수 지원, 작전 계획이 두 전역에 걸쳐 더욱 긴밀히 얽히게 된다. 그 결과, 러시아-이란 군사 협력은 미국이 이들을 별개가 아니라, 단일한 위기로 대처하도록 자극할 걸로 봤다. 파르시는 "이 문턱을 넘는 순간, 우크라 지원과 대러 전투 간의 구분을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회담 중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 07. 29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실 제공. [AFP=연합] 

 

젤렌스키의 이런 도박은 이란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무기로 맞선 이란에 전략적 패배를 당하고, 추가적 군사 작전도 외교적 협상도 마땅치 않은 '딜레마'를 겨냥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파르시는 "트럼프의 취약성은 우크라에 역사적 기회를 제공한다. 우크라는 자국을 미국의 지원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미국의 군사적 참사를 눈부신 승리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적 자산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의 드론 전투는 지난 3년간 그 어떤 군사적 혁신보다 빠르게 진화했다. 저렴한 자율주행 체계를 재래식 전쟁에 통합한 우크라이나의 경험은 견줄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만큼 중요한 점은 우크라가 현재 미국에 부족한 부분, 즉 분쟁을 완전히 새로운 지리적 전역으로 확대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란의 수평적 확전을 역이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7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전자상거래 대기업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주거 지역 위로 치솟는 가운데 차량들이 도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화재로 인해 역사적인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기가 퍼져나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에너지, 군사 및 물류 시설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흑해 반도 크림반도를 포함한 10여 개 지역에서 밤새 571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2026.7.24. AFP 연합

 

"우크라, 공격 계속하면 이란 상황 어려워져"
네타냐후와 트럼프 모두에 솔깃한 제안될 듯

 

우크라의 이런 전략적 시도에 대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러시아·이란 전문가 니콜 그라예프스키는 29일 미 RFE RL 방송에서 "우크라가 이러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이란과 러시아 모두에게 상황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크라를 이 갈등에 끌어들이는 건 이란의 최선책이 아니며, 러시아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채터누가 테네시대의 사이드 골카르 교수는 "테헤란이 분명히 분노하지만, 우크라를 향해 군사력을 투사할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라면서 "이란이 대응을 결정한다면 재래식 군사 타격보다는 사이버 작전, 정보 활동, 러시아 작전 지원 또는 해외 우크라 이익에 대한 타격과 같은 간접적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파르시가 보기에, 우크라의 도박은 이스라엘에도 매력적이다. 우선, 이란 전쟁에 새로 활력을 주고, 우크라 지원을 공약해온 유럽국을 이란 전역으로 끌어들여 분쟁을 더 국제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을 굴복시키는 게 이스라엘 방어에 필수 요소가 아니라, 우크라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27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여성이 반미, 반트럼프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 07. 27 [EPA=연합]

 

파르시는 "불법 침략의 피해자로서 우크라가 누리는 (세계) 엘리트와 대중의 지지 수준을 고려하면, 그런 프레임은 가자지구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대이란 불법 전쟁 개시에 핵심 역할을 하는 바람에 서방 내 입지가 급락한 이스라엘을 중심에 두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초한 곤경 때문에 이 제안에 솔깃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란 '전역 통합' 미국엔 "양날의 검"
대이란 압박 긍정적 vs 광범위한 확전 우려

 

보수 성향 미 허드슨 연구소의 루크 코피 선임 연구원은 RFE RL에 우크라의 이란 상선 공격 이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정상회담 사흘 전에 이뤄진 것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끌고자 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점에서 이것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대이란 추가 압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이란의 메흐르 통신은 14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바레인에 있는 미군의 무기 저장고와 막사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2026. 07. 14 [메흐르 통신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그러나 그라예프스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두 전쟁의 전역을 하나로 엮으려는 우크라의 시도는 미국의 입장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두 전쟁을 분리하여 다루기를 원한다"며 "두 전쟁이 더 긴밀히 얽힐수록 우크라이나를 향한, 그리고 이란과 연계된 일부 정책들을 정당화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골카르 교수는 "양날의 검"이라면서 "한편으론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방해하는 것이 미국의 직접적 개입 없이도 더 넓은 차원의 미국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또 다른 복잡성을 더한다. 워싱턴은 이제 더 광범위한 지역적 확전을 막으려 노력하는 동시에 우크라, 이스라엘, 걸프 지역 파트너 및 이란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두 전쟁이 실제로 하나의 전장으로 통합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카스피해에서 시작된 우크라의 대이란 군사 행동과 워싱턴에서 이뤄진 네타냐후-젤렌스키의 조우는, 그런 쪽으로 양국이 전략의 방향을 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첫 신호로 읽힌다.  < 이유 기자 > 

 

우크라 드론 집중 타격에 러 크림반도 장악력 흔들

 

러시아 본토 연결하는 주요 보급로·방어망 파괴
우크라 드론들, 국경 넘어 러시아 본토까지 침투
되살아난 소련 붕괴 때 사재기와 주유소 줄서기
페도로프 국방 해임으로 고비맞은 드론 전략

 

4년 전인 2022년 7월 29일, 러시아가 통제하는 도네츠크 동부 올레니우카 교도소 폭격으로 수십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한 지 4주년을 기념하는 추모 행사가 2026년 7월 28일,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키이우의 성 미카엘 황금돔 대성당 앞에서 열렸다. 2026.7.29. AFP 연합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드론 공격으로 2014년부터 이 지역을 점령해 온 러시아의 장악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발전소, 러시아 본토와 연결되는 다리, 석유 저장 및 정제시설, 비행장 등 크림반도의 전략적 기반시설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대우크라이나 전쟁 교두보 역할을 해 온 크림반도의 보급과 방어망을 흔들어 놓으면서 전체 전쟁 양상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으로 육지의 도로와 철도뿐만 아니라 바다의 수로 등 러시아와 연결되는 통로들을 차단하면서 크림반도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전략을 감행하고 있다. 이는 향후의 종전협상을 염두에 둔 또 다른 포석일 수 있다. 크림반도가 고립될 경우 러시아는 종전협상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가 될 것이다.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도 지적했듯이(‘경제 침체·연료 배급제…전쟁 승패 떠나 러시아는 몰락 중’ 민들레 7월 21일), 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초기의 깜짝 ‘호황’ 이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경제와 사회 전반의 침체를 날로 심화시키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이달 중순에 전한 크림반도 상황(‘러시아가 크림반도 장악력을 잃고 있다’ 7월 16일)도 그런 사정의 일단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지난 4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 3개월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에 가한 드론 공격. 검은 동그라미는 발전소, 빨간 동그라미는 석유 관련 시설, 회색은 기타 공격지점들. 동그라미의 크기는 공격 횟수에 비례. 오른쪽에 케르치와 러시아 본톨ㄹ 연결하는 케르치 다리가 보인다. 크림반도 바로 위쪽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주 일부.  이코노미스트 7월 16일 

 

최근 급증한 우크라의 크림반도 드론공격

 

이코노미스트 보도가 인용한 분쟁감시 비정부기구 ACLED(무력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수집 프로젝트)와 이코노미스트 자체의 전쟁추적 자료에 따르면, 크림반도 전역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 수행된 692건의 공격 중에서 절반 이상이 지난 12개월 동안 이뤄졌으며, 5분의 1(20%)은 지난달인 6월 이후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케르치 다리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연료와 같은 위험물질을 운반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다리가 돼 대형 트럭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해상 연결망도 차단됐다. 통상적으로 세바스토폴에 주둔하던 러시아 흑해감대는 더 먼 항구로 이동했으며, 7월 13일에는 러시아 곡물 수출물량의 4분의 1(25%)이 통과하는 주요 수로인 아조프해의 통행을 중단했다.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월별 드론 공격 횟수. 올해 들어 급증하다 지난 6월에 특히 집중됐다.  이코노미스트 7월 16일

 

우크라 드론들, 국경 넘어 러시아 본토까지 침투

 

그 다음날 우크라이나는 하룻밤 사이에 선박 11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헤르손 주 일부 등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땅을 통과하는 육로들도 우크라이나 드론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 연료와 식량을 비축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급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민간인들은 장기보관 식품을 사재기하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하기 위해 밤새도록 줄을 서야 한다. 석유자원 부국 러시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석유 저장 및 정제시설과 운송로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공격 피해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크림반도 훨씬 너머까지 확대되고 있다. ACLED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러시아 국경 깊숙한 곳에서 100건이 넘는 드론 공격을 확인했는데,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월간 최고기록이다. 러시아 당국은 7월 13일에 926대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으나, 영상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그 중 일부는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토 안으로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러시아 본토 공격 월별 횟수. 빨간색은 석유 관련시설, 검은색은 항구, 회색은 기타 지점들. 지난해 중반부터 석유 시설을 비롯한 러시아 본토 시설들에 대한 공격이 크게 늘었으며, 특히 지난 6월에 공격횟수가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 7월 16일

 

되살아난 소련 붕괴 당시의 주유소 줄서기

 

우크라이나 드론이 주로 민간인 목표물을 타격하는 러시아의 정기적인 미사일 및 드론 연속공격에 필적할 만큼의 파괴력은 없으나, 새로운 방식으로 전쟁을 러시아 내부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정유시설과 연료 유통망에 대한 드론 공격은 러시아 수출 수입에 타격을 가하고, 러시아 전역에 연료 부족사태를 야기했다. 러시아인들이 주유소에 긴 줄을 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은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상황 이후 처음이다.

 

페도로프 국방장관 해임으로 고비맞은 드론 전략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놀라운 드론 공격을 펼치게 된 데에는 지난 15일까지 국방부장관을 지낸 미하일로 페도로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도로프는 봉급용으로 책정된 예산을 전용해 지휘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의 종류와 수량을 늘렸다. 드론전략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군 현대화를 이끈 페도로프 장관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과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가 커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민간에서 발탁된 페도로프를 경질했으나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자 수도 키이우 방어와 하르키우 반격작전을 지휘한 시르스키 총사령관도 21일 해임했다.

 

페도로프의 해임으로 우크라이나의 드론 중심 전략이 유지될지 불확실해졌으나 미국 정보기관도 드론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러시아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점령했던 땅을 도로 빼앗기기 시작했다.(“러시아가 점령한 땅 잃고 있다”…우크라전 흐름 바뀔까. 민들레 5월 20일)

 

그리고 2022년 2월부터 2026년 7월 13일까지 36만 7000명~60만 2000명의 러시아군 병사들이 전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쟁 전의 전투가능 연령대 남성인구의 1~2%에 해당한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러시아는 매달 약 2만 7000명의 병력을 충원하고 있으나 매달 약 3만 명을 잃고 있다. 보충받는 병력보다 전사상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크림반도를 통과하는 주요 보급로의 차단은 이처럼 곤경에 처한 러시아의 전쟁 지속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 한승동 기자 >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성고문 생지옥-감옥

‘하마스 용의자’ 색출한다며 마구잡이 체포
교도소는 수감자 넘쳐나 군 기지에도 수용
아부 그라이브 감옥 연상시키는 ‘인권 실종’

 

사망·실종자 집계에서 빠진 숨겨진 숫자들
기소도 재판도 없이 무기한 징역살이 강요
동물도 못먹을 음식…1년새 체중 절반으로
극우 장관 “수감자 밥 줄이고 사형 시켜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터진 지 두 달 뒤인 2023년 12월 8일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힌 사람들(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야 거리). Ⓒ작가 미상(이스라엘군인 추정)/Reuters

 

“군인들은 나를 눈가리개로 씌우고 수갑을 채운 채 80시간 동안 가둬두었다. 그들은 나를 군사 막사에다 내던졌다. 군인들은 (막사를) 드나들 때마다 내 온몸을 마구 때렸다. 한동안 음식이나 물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 밤새도록 추위 때문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어서 약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내 말을 무시하고 약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기자로서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 기사를 많이 썼지만, 그곳 상황이 그토록 참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는 산 자들을 위한 공동묘지에 갇혀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다. 매트리스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우리는 그것들을 씻거나 청소할 수 없었다. 빗이나 거울, 위생용품조차 없었다. 면도할 도구가 없어서 수염을 길렀다. 음식은 우리가 매일 인원 점검을 받는 동안 서 있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하는 학대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제공되었다. 나는 120kg의 몸무게로 감옥에 들어갔다가 60kg의 몸무게로 나왔다.”

(https://www.972mag.com/palestinian-journalists-cemeteries-for-the-living/)

 

위에 옮긴 글은 팔레스타인 언론인 알리 알 사무디(Ali Al-Samoudi)가 1년 동안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다 풀려난 뒤의 인터뷰 회고담이다. 이 글이 실린 <+972>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언론인들이 함께 운영하는 독립적인 온라인 미디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전화를 걸 수 있는 국가 코드인 972를 사이트의 이름으로 따왔다. 2010년 창간 이래 줄곧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군사적 억압 정책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와 논평을 실어 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에선 ‘좌파’ 언론으로 분류된다.

 

사무디는 알쿠드스 신문 특파원과 알자지라를 비롯한 여러 국제 언론 매체의 카메라맨으로 오랫동안 일해왔던 베테랑 언론인이다. 2022년 5월 알자지라 여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Shireen Abu Akleh)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북쪽의 제닌(Jenin)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질 때 바로 곁에 있었다. 사무디 또한 그날 총알이 어깨에 박히는 중상을 입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

2025년 4월 29일 새벽 집을 급습한 이스라엘 병사들에게 붙잡힌 사무디 기자는 기소나 재판도 없이 그냥 감옥에만 갇혀 있다가 딱 1년 뒤인 2026년 4월 30일에 풀려났다. 그는 감옥에서 수감자들에게 주어지는 음식이 ‘동물에게도 적합하지 않은 저급한 수준’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 만큼 이스라엘 감옥에서의 1년은 당시 나이 60세였던 사무디에게 혹독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연재 글에서 살펴보듯이) 그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감옥에서 풀려난 여러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남긴 증언에서처럼 ▲‘못된 짓’을 저지르도록 조련을 받은 덩치 큰 개가 덤벼들어 강간(이른바 수간)을 하거나, ▲허리에 딜도(dildo, 모조 남성기)를 두른 여군이 남자 수감자를 항문으로 강간하거나 ▲벌거벗은 여자 경비병들이 둘러싸고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저속한 말로 희롱하며 괴롭히는 등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의 굴욕스럽고 참담한 고통은 겪지 않았다.

또한 ▲악명 높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을 떠올리는 샤바흐(shabach, 두 팔이 어깨 뒤로 올라간 채 묶여 있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자세)로 오랫동안 꾸부정하게 서 있거나 ▲펜치로 성기의 귀두 부분이 당겨지거나, 또는 펜치로 열 손가락 손톱이 뽑히거나 ▲야구 방망이(bat)나 대걸레 자루, 금속탐지기, 고무 막대, 또는 유리병으로 항문을 쑤시는 등의 고통도 겪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120kg의 몸무게가 60kg으로 줄어들었어도) 살아남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뒤 적지 않은 이들이 감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인도주의 의사 단체인 '인권을 위한 의사위원회-이스라엘(PHRI)'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적어도 94~98명으로 집계했다. 옥사(獄死)한 사람 숫자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 베첼렘(B'Tselem)은 확인 가능한 사람만도 적어도 84명(미성년자 1명 포함)이 숨진 것으로 본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현장 사무소의 정기 조사를 바탕으로 적어도 75명, 많게는 91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OHCHR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옥중 사망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직적인 고문, 구타, 그리고 고의적인 의료 방치 및 굶주림으로 인해 숨졌다. 인권단체들은 또한 ‘숨겨진 사망자’들이 분명히 있을 걸로 여긴다. 교도소 같은 공식 구금장소 말고도 군사기지(스데 테이만Sde Teiman이나 아나토트Anatot 등) 안에서 모진 고문을 받다가 숨진 이들 가운데 쉬쉬하며 몰래 은폐한 사망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종자를 애타게 찾는 가족들은 내부자 고발이나 추적 조사로 진상이 밝혀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손발이 묶이고 눈가리개를 한 수감자들이 군 트럭에 실려 있다. ⒸMoti Milrod/AP
수감자 9300명, 집계에 빠진 사람들은?

200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터진 뒤 이스라엘군의 반격으로 많은 하마스 대원들이 죽거나 다치고 포로가 됐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025년 1월 내부 평가에서 2만 명쯤의 하마스 대원을 사살했고 6000명의 포로를 잡았다고 잠정 집계한 것으로 알려진다(물론 하마스 쪽에선 터무니없는 집계라고 부인했다). 이후에도 하마스 고위 지휘관을 비롯한 전투원들을 사살했다고 발표하곤 했지만, 누적 통계를 공식적으로 내놓진 않았다.

논란이 되는 것은 ‘포로’로 잡았다는 6000명이다. 그들 가운데는 이스라엘군과의 전투 중에 포로로 붙잡힌 누크바(Nukba, 하마스 정예 특공대원)들도 물론 있었겠지만, 절대 다수는 비무장 민간인들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피란길에 나섰다가 이스라엘군에게 무작정 붙들려 갔다. 위의 알리 알 사무디 기자처럼 이스라엘의 체포 명단에 올라 붙잡힌 ‘요주의 인물’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하마스 관련자들을 알아내기 위한 마구잡이 투망식 체포에 걸려들어 고초를 겪었다. 이들에게 단지 운이 없어 붙잡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교도소 및 구금 시설은 약 30개소에 이른다. 일반 교도소, 구치소, 그리고 이른바 ‘테러분자’인 보안 사범을 집중 수용하는 군 교도소들을 포함해서다. 케치오트(Ketziot), 메기도(Megiddo), 오페르(Ofer)는 하나같이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군사 교도소다. 이스라엘 수감시설의 적정 수용인원은 1만 4500명쯤으로 알려진다. 2023년 10월 이후 수감자가 급격히 늘어나 2026년 여름 현재 총 수용인원이 거의 2만 명으로 불어났다.

교도소와 구치소의 수감시설이 초과밀 상태에 이르자, 이스라엘은 일부 군사기지마저 ‘구금시설’로 쓰는 중이다.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안에 자리잡은 스데 테이만(Sde Teiman), 또는 예루살렘에 가까운 아나토트(Anatot) 군사기지가 그러하다(앞으로 이 연재 글에서 살펴보겠지만, 2023년 10월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구금시설로 바뀐 군 기지들에서는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인권침해 사례들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변호사를 붙여주는 등 법적인 도움을 내미는 이스라엘 시민단체가 하모케드(HaMoked), 1988년 출범)다. 교도소를 관할하는 기관인 이스라엘 교도소청(IPS)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감자 통계 데이터를 받아내는 몇 안 되는 조직 가운데 하나다.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지기 전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는 5200명이었다(여성 30명,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170~200명 포함). 하모케드가 밝힌 IPS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1일 현재 이스라엘 감옥 안에는 9299명이 갇혀 있다. 세목 별로는 ▲형이 확정된 ‘보안 수감자’가 1421명, ▲ ‘보안 구금자’ 3314명, ▲‘행정 구금자’ 3244명, ▲‘불법 전투원’ 억류자 1320명이다. (https://hamoked.org/)

위 수감자 가운데 여성 84명,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350명이 포함된다. 전문직 종사자들 가운데는 26명의 언론인, 의사 15명을 비롯한 의료 종사자 55명도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중요한 대목이 하나 있다. 수감자 집계에 빠진 사람들이다. 앰네스티와 같은 국제 인권단체들은 ‘하마스 용의자’로 몰려, 또는 하마스에 관한 정보를 캐내겠다는 이스라엘군의 투망식 체포로 끌려간 수천 명의 가자지구 민간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교도소 수감자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고 여긴다.

실종 상태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스데 테이만 같은 군사기지에 격리 수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일시적 또는 무기한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숫자는 이스라엘 교도소청(IPS)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음 주 글에서 살펴볼) 이스라엘 수감시설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 성고문을 비롯한 비인간적인 고문 행태를 떠올리면, 실종자들 가운데 숨진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한두 명, 또는 서너 명이 아닌 규모로 말이다.

포로 대우 비껴가는 꼼수, ‘불법 전투원’

위에서 ‘불법 전투원’(unlawful combatant) 억류자‘가 1320명이라 했다. 그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이다. 불법전투원이라니? 어디서 들어본 용어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 뒤 미국은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반미 저항집단 소속원으로 찍힌 용의자들을 ‘불법 전투원’으로 붙잡아들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워싱턴의 전쟁 지도부는 “그들은 국제법상 전쟁포로 대우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며 기소나 변호사 접견 없이 쿠바 관타나모(미국 조차지) 수용소에 무기한 가두었고, 인권침해 논란을 불렀다.

불법전투원은 결국 포로 학대를 금지한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을 피해가는 꼼수로 만들어진 용어였다. 그랬기에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9.11테러로 입은 피해를 빌미 삼아 또 다른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3년 10.7 하마스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9.11테러 뒤의 미국 흉내를 내는 모습이다.

인권 보호라는 잣대로 보면, ‘불법전투원법’은 한마디로 악법이다. 기소도 없이 (따라서 재판도 없이) 6개월 단위로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6개월의 시한이 다가오면, "이 사람이 석방되면 국가 안보에 여전히 위협이 된다"고 하면 끝이다. 연장 횟수에 제한도 없다. 구금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심사하는 법정에서 내놓는 ‘증거’가 '국가 기밀'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사자인 수감자는 물론이고 그의 변호사조차 의뢰인이 왜 잡혀 왔는지 알 도리가 없다.

2023년 10월 7일 전쟁이 터진 뒤로 이스라엘은 수감자들의 인권을 더욱 옥죄는 쪽으로 불법전투원 법을 고쳤다. 예전에는 체포 뒤 96시간(4일) 안에 정식으로 구금령을 내렸으나, 이제는 최대 30일~45일 동안 그냥 붙잡아 둘 수 있다. 길게는 180일 동안 변호사 접견도 안 된다. 바깥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채로 수감 기록조차 남지 않는 일시적인 '강제 실종' 상태가 된다. 입만 열었다 하면 ‘국가 안보’를 내세워 수감자를 재판도 없이 무기한 가둬놓는 것이 지금 이스라엘의 반인권 실상이다.

‘하마스 용의자’로 몰려 이스라엘 수감시설로 끌려온 사람들 ⒸChaim Goldberg/Flash90
기소나 재판 없이 무작정 갇혀

‘행정구금(administrative detention)’도 악명 높은 제도다. 기소나 재판 없이,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른바 ‘비밀 정보’만을 근거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가둬 둔다. 정착촌 철거에 맞서 싸우는 지역활동가를 비롯해 유대인들 눈에 밉보인 이들은 여러 해 동안 감옥 안에서 지내야 한다. 위 집계에서 보듯이, 지금 이스라엘 감옥 안에 갇힌 9299명 가운데 ‘행정 구금자’가 3244명이니, 수감자 3명 가운데 1명 꼴이다.

행정 구금은 불법전투원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구금 기간의 '최대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다. 6개월마다 한 번씩 연장하면 이론적으로는 기소나 재판 없이 ‘무기한’ 가둬두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상 이름만 바꾼 구금 제도다.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지면서 이스라엘 감옥의 반인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마스 용의자’를 색출해 낸답시고 마구잡이로 붙들어온 사람들을 상대로 한 폭력과 고문이 일상이 됐다.

이스라엘군은 비무장 민간인들을 붙잡아 “너 하마스지?” 하고 물으면서 다짜고짜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복수심에서 모진 고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는 하마스 대원 이름을 불면 풀어주겠다”는 꼬드김도 곁들였다(‘너 하마스지?’라는 물음은 1950년대 한반도에서 ‘너 빨갱이지?’ 또는 1960년대 남베트남에서 ‘너 베트콩이지?’ 하며 양민을 닦달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국가안보부 장관 벤 그비르(가운데 흰옷). 이스라엘 수감시설의 인권상황을 최악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꼽힌다 Ⓒמשטרת ישראל-לשכת גיוס

 

극우 장관 벤 그비르, “수감자 먹일 빵집 없앴다”

이스라엘 감옥에서의 인권 침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악화됐다. 그 출발점은 2022년 12월,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Itamar Ben-Gvir, 1976년생)가 네타냐후 내각의 국가안보부 장관직에 오르면서부터다. 극우 민족주의와 반아랍 성향의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Otzma Yehudit, ‘유대인의 힘’) 지도자로서 2022년 11월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120석)를 구성하는 총선에서 6석을 확보해 극적으로 국가안보부 장관 자리를 꿰찼다. 과반(61석)을 확보하지 못해 연립정부 구성에 애를 먹던 베냐민 네타냐후와 밀고 당기는 벼랑 끝 협상으로 얻은 자리였다.

성향상 벤 그비르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10대 청소년 때부터 이스라엘의 극우 인종주의 단체인 카흐(Kach)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등 유대인 우월주의 운동에 푹 빠졌다(카흐는 유대인 극우 민족주의자이자 랍비였던 메이르 카하네가 1971년 창설한 조직으로, 미 국무부에서조차 일찍이 ‘테러 단체’로 분류해 놓았다). 군에 입대할 나이인 18세가 되었을 때 이미 그는 인종차별 선동과 폭력 등으로 10여 차례 기소되었고 8번 이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 병무청에서도 ‘사고를 칠 위험분자’로 보고 입대를 막았던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벤 그비르는 그의 잦은 극단적 기행으로 지구촌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곤 했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지난 5월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선단이 지중해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나포됐을 때다. 그는 붙잡혀 무릎이 꿇린 구호선단 평화활동가들 바로 코 앞에서 큰 소리로 조롱했다. 그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조차 "그가 활동가들을 대하는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네타냐후가 ‘가치와 규범’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는 연재에서 짚어볼 참이다).

국가안보부 장관으로서 이스라엘 경찰청과 교도소청(IPS)을 장악하게 된 벤 그비르는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을 극단으로 몰아세웠다. 분기별 온라인 간행물인 《중동 보고서(Middle East Report)》를 발행하는 등 오래 전부터 중동 정세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지구촌 독자들의 신뢰를 쌓아온 미국의 독립 미디어 ‘중동 연구 및 정보 프로젝트(MERIP)’ 웹사이트에서 그와 관련된 글을 옮겨본다.

[벤 그비르는 (장관 취임) 즉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이미 부족한 자원을 더욱 줄이고 고통을 가중시키기 위해 여러 잔혹한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그는 샤워 시간을 4분으로 제한했고, 수감자들이 운영하는 빵집을 폐쇄했다고 틱톡 게시물에 자랑스럽게 올리며 빵 한 움큼을 카메라를 향해 흔들었다.]

(https://www.merip.org/2024/09/israel-is-waging-war-on-palestinian-prisoners)

벤 그비르가 장관에 오른지 10개월 뒤인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벌어지자, 마구잡이 투망식 체포로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감옥 안으로 떠밀려왔다. 그 무렵 벤 그비르는 “미워하던 놈들을 내가 제대로 혼내줄 수 있다”며 흐뭇해했을 것이다. 당연히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처지는 급격히 나빠졌다. 위 MERIP의 글을 다시 옮겨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가한 봉쇄처럼, 물과 전기 공급을 대폭 제한했다. 식량 배급은 ‘최소한의 메뉴’로 축소되었고, 교도소 구내식당 폐쇄와 맞물려 사실상 기아 정책을 펴는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군인과 경비병들은 수용소를 휩쓸고 돌아다니며 수감자들을 폭행하고 고무탄과 최루탄을 쐈다. 감방을 급습하여 편지, 책, 의약품, 라디오 등 대부분의 물품을 압수했다. 5~6명이 지내도록 만들어진 감방에 12명 이상 빽빽하게 밀어 넣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감시단과 가족 구성원의 방문은 전면 금지됐다. 친척과의 전화 통화는 불가능해졌고, 변호사의 의뢰인 접견은 수개월 동안 중단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거의 막혔다.]

(https://www.merip.org/2024/09/israel-is-waging-war-on-palestinian-prisoners)

이렇듯 벤 그비르는 교도소 환경을 최악으로 만들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전쟁이 터지고 7개월 뒤 교도소 과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 전쟁지도부 안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국내 방첩 보안기관인 신베트(Shin Bet,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샤바크Shabak)는 “수감자들을 풀어줘 수용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벤 그비르는 생각이 달랐다. 국가안보부 장관직을 맡은 뒤 그가 낸 성명서를 보면,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테러범들의 수감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라 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석방보다는 죽이는 게 해결책’이라 여겼다.

“수감자에게 음식 대신에 머리에 총 쏴야”

이스라엘에선 사형제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 한국처럼 오랫동안 실제로 집행되진 않았다. 나치 전범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붙잡혀 온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전 독일군 친위대 중령)을 1962년 5월 31일 교수형으로 죽인 게 마지막이었다. 벤 그비르는 “이스라엘 교도소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사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2024년 4월 벤 그비르는 자신의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한 사형은 수감자 (과밀)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라 우기면서 “죄수들에게 음식을 더 주는 대신 머리에 총을 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놀랍게도, 사형제에 대한 그의 주장을 담은 법안은 2026년 3월 말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과반수 찬성(찬성 62표, 반대 48표)으로 통과됐다. (가자지구가 아닌) 서안지구에서 ‘테러 혐의’를 받는 팔레스타인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었다. 안 그래도 이스라엘이 지난 2년 넘게 저질러 온 전쟁범죄를 혐오해 온 지구촌 사람들은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그 법안에는 (가자지구로 붙잡혀간 이스라엘 인질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 가자지구가 빠졌지만, 전쟁의 광기가 지배하는 이스라엘 의회 분위기로는 언제라도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로 사형제 법안을 고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이토록 ‘차가운 피’를 지닌 벤 그비르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이스라엘 수감시설에서 고문을 비롯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성희롱 수준을 넘은 강간이, 그것도 훈련받은 개들에게 수간을 당하는 참혹한 일들이 벌어졌다. 분명히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증언이 쌓이는 데도 가해자는 없다. 그들은 익명으로 묻혔고, 아직껏 제대로 된 처벌도 없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국은 벤 그비르를 포함한 주요 전범 용의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다음 주엔 (차마 맨정신으로 써내려 가기 어렵고, 따라서 독자분들이 차분하게 읽기도 어려운) 21세기 최악의 인권 실종지대인 이스라엘 감옥 안 전쟁범죄의 추악한 실상을 살펴본다.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

빼앗은 팔레스타인 땅, 뉴욕 유대인에 버젓이 판매

이스라엘, 군사명령 등 활용해 서안 토지 강탈
눈독 들인 땅 보안구역 지정 소유자 접근 막고
'3년 경작 않고 방치하면 국가 몰수' 악법 적용
"이스라엘 정착촌의 화려한 광고 문구 뒤에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토지 몰수 역사 숨어"
팔레스타인 농부 "이미 진 싸움에 들어서"
팔레스타인 공동체 강제 이주가 다음 목표

 

"이곳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당신은 아침엔 일출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불과 12분 후 커피도 식기 전에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다. 저녁엔 위안을 주는 평온으로 돌아온다. 도시 생활의 소음과 교통 체증에서 벗어나 예루살렘과 가까우면서도 합리적 가격의 주택을 찾는 이들에게 크파르 엘다드는 완벽한 대안이다."

 

이스라엘 점령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마을 타이베 인근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정착촌 전초기지 주변의 불을 끄고 있다, 2026. 07. 17[로이터=연합]

 

뉴욕 유대인들 부르는 서안 정착촌 광고
"아침엔 일출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지난 5월 중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열린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소유 토지를 유대계 미국인들에 판매하려는 마케팅 행사에서 배포된 이스라엘 기업 '마이홈 인 이스라엘'의 브로셔 광고 문구 중 하나다. 크파르 엘다드는 베들레헴 남동쪽의 구시 에치온 지역협의회에 속해 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마즈드 자와드는 미국 진보 성향 매체 <몬도바이스>의 17일 자 기사에서 "광고된 부동산은 뉴욕시가 아니라 점령된 서안지구의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표적 고객은 유대계 미국인 사회의 구성원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브루클린 행사는 '위대한 이스라엘 부동산 행사'란 이름 아래 이 회사가 미국과 캐나다, 영국 전역에서 개최한 여러 부동산 박람회 중 하나였다.

 

자와드 기자에 따르면, 이 행사의 주요 매물 목록의 상위 정착촌에는 마알레 아두밈, 기바트 제에브, 카르네이 쇼므론, 크파르 엘다드가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강행하는 체계적인 정착촌 지배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변 팔레스타인 토지를 겨냥한 압류 및 몰수 명령과 동시에 도시 확장 및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곳들이다.

 

이스라엘 불도저들이 팔레스타인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시 인근에 새로운 정착촌인 도탄 밸리를 건설하기 위해 부지를 고르고 있다, 2026. 07. 13 [EPA=연합]

 

"이스라엘 정착촌의 화려한 광고 문구 뒤에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토지 몰수 역사 숨어"

 

자와드는 "이 화려한 브로셔와 '현대적 주거 공동체'란 분칠된 이미지 뒤에는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토지 몰수란 고통스러운 역사가 숨어 있다"고 소개했다. 토지 몰수는 최근 몇 년 확대돼 1993년 제1차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 점령 당국이 '국유지'로 선포한 전체 면적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베들레헴의 언덕과 탁 트인 벌판이 주는 평온함은 얼마 전만 해도 계절 농업과 유목을 하던 팔레스타인인과 베두인 공동체의 것이었다"며 "원 거주자들은 수십 년 전 군사 명령에 의해 토지가 몰수된 후 자기 소유 토지에 접근이 금지됐으며, 그 후에 정착촌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매물 중에는 최근 강탈된 것들이 많다. 자와드는 "미국의 부동산 행사들에서 광고되는 많은 매물은 오늘날 활발히 성장하는 정착촌들의 일부이며, 팔레스타인인 토지들에 대한 강탈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이스라엘 정권은 올해 초 지중해 연안 평야를 내려다보는 서안 북부의 카르네이 쇼므론에 새 정착촌을 건설한다면서 약 70헥타르(약 21만 2000평)의 팔레스타인 토지를 몰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서안 북부에 6000채의 신규 주택을 건설해 카르네이 쇼므론의 인구를 세 배로 늘려 서안 북부의 지역 중심으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또 다른 예는 예루살렘 북서쪽의 알집 마을에 건설된 기바트 제에브 정착촌과 그 주변 나비 사무엘이다. 이곳들의 팔레스타인 토지 몰수는 올해 4월 5일 알집의 토지 약 0.68헥타르(약 2000평)와 나비 사무엘의 26.8 헥타르(약 8만1000평)를 겨냥한 군사 명령이 내려진 후 더욱 확산하고 있다. 알집과 나비 사무엘에는 800채의 신규 주택을 짓는다.

 

이스라엘 보안요원들이 점령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 시 서쪽 진입로에 있는 알티레 동네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2026. 07. 14 [AFP=연합]

 

팔레스타인 토지 강탈 수법 상상 초월해
군사 명령, 구시대 법 악용해 토지 강탈

 

자와드는 '극우 유대' 각료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을 거론한 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희망을 '매장'하고자 서안지구 전역의 정착촌과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의 팔레스타인 토지를 강탈하고 정착촌 확장을 위해 활용하는 법적·행정적 수법은 다양하다. 먼저, 군사 명령 통해서다. 이스라엘 군 당국이 눈독을 들이는 팔레스타인 토지를 군대 훈련지나 보안 구역으로 묶어 소유자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접근을 전면 차단한다. 그렇게 해서 물리적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막는다.

 

그다음엔 '3년 이상 연속 농사짓지 않고 방치하면 국가가 경작권을 회수한다'는 오스만 토지법을 적용한다. 토지 접근을 전면 차단해 경작을 막고는 몇 년 후 '소유권을 확립하기에 불충분했다'면서 국유화를 선언하며 민간 소유권을 박탈한다. 이렇게 '국유지'로 전환된 토지는 이스라엘 토지청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강탈한 팔레스타인 토지는 직접 판매하지 않고, 이스라엘 부동산 기업, 건설업체와 결탁해 99년간 건물만 사용하는 '토지 장기 임대차 계약'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매각해 '세탁 과정'을 거친다.

 

3일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나블루스 동쪽의 살렘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밀밭의 불을 끄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 중인 서안 지구에서는 2023년 10월 가자 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폭력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 2026. 07. 03 [AFP=연합]

 

팔레스타인 농부 "이미 진 싸움에 들어서"
팔레스타인 공동체 강제 이주가 다음 목표

 

정착촌 문제 전문가인 아랍연구학회의 칼릴 타팍지는 "토지는 주거용 유닛과 프로젝트로 나뉘어 이스라엘 부동산 시장에 판매용으로 제공되며, 때로는 유대인 디아스포라(이주자) 공동체의 구매자들을 겨냥한 해외 경매에 부쳐지기도 한다. 이것이 뉴욕시 같은 곳에서 시위대를 끌어모으는, 주로 유대교 회당에서 진행되는 토지 판매 행사들의 실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와드에 따르면, '대 예루살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들 정착촌을 예루살렘과 도로망으로 촘촘히 연결함으로써,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정착촌을 '도시 근교 주거지'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그리고 세금 감면, 보조금 지원, 무료 대중교통, 첨단 인프라 구축 등 여러 경제적 인센티브인 '정착촌 혜택 패키지'를 제공해 재외 유대인들의 정착촌 이주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도 물론 담겨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주요 미국 유대인 기구 의장 협의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2. 15 [UPI=연합]

 

자와드는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남은 유일한 일은 그곳에 사는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이주시키는 것이다"라면서 "팔레스타인 토지 소유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벌어지는 싸움은 그 땅을 소유한 팔레스타인인들보다 뉴욕에 사는 잠재적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싸움이다"라고 개탄했다. 베이트 이스카리아의 팔레스타인 농부인 이브라힘 아탈라는 "이것은 정말 누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혹은 누가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진 걸 아는 싸움에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