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자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미국서 절대 독재화 없다 생각은 망상"
인종ㆍ민족ㆍ성별 인구 구성 변화가 촉발

"미국인들, 표현의 자유 위에서 잠 잔다"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미국 만들어야"

 

"우리 미국인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산다는 게 뭔 뜻인지 모른다. 그런 나라에서 온 1세대 이민자들이거나, 그런 나라의 특권층 방문자, 연구자, 외교관, 국외 거주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저명한 미국인 사회학자 존 H. 스탠필드 2세 박사는 '부상하는 미국 권위주의 뿌리 뽑기'란 <모던 디플로머시> 3일 자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미국이 빠르게 극우 권위주의 체제로 바뀌는 데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스탠필드 2세 박사는 현재 '아프리카 르네상스 정책 및 사상 고등 연구소(ASARPI) 소장이다.

 

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브로드뷰에 있는 브로드뷰 이민단속국(ICE) 시설 근처 시위 현장에 무장 경찰 차량이 보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죄 예방 지원을 위해 연방 법 집행력 주둔을 늘리도록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2025. 11. 01 [로이터=연합]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비판
미국 특별하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먼저 스탠필드 박사는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세계 많은 권위주의, 독재 국가를 "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대다수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시되고, 책들이 금지되며, 비자가 취소되고, 그리고 단지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견해에 반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해고, 추방, 투옥, 심지어 살해되는 게 뭘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대학 행정가들을 강제로 사임 또는 해임하고, 교수들을 해고하며, 그리고 학생들이 독재자의 말에 반하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쫓아내는 건 전형적인 '비 미국적'인 행위로 본다. 그러나 다른 곳에선 그런 일이 매우 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신이 백인이라면 군대와 정보기관이 거리에서 시민들을 탄압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 국경 밖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아주 많은 나라에선 교통 딱지나 구속을 피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정부 서비스를 받으려고 뇌물을 주는 게 공공의 규범일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사태들을 '후진 독재국의 일' 정도로 취급하는 미국인을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비판한다. 이런 식의 삶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인데도 미국은 '특별'하고 '예외'란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모인 'NO 킹스'(왕은 없다) 집회의 모습. 2025. 10. 18 [뉴욕타임스 페북 캡처]

 

"독재로 급격히 우향우한다는 거대한 두려움,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 없다' 생각은 망상"

 

스탠필드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토론, 대화, 또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범의 부재 속에서 계급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군주와 정치인, 종교, 부족, 또는 카스트의 권위주의 때문에 '무엇을 할지' 지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을 먹고 입을지, 누구와 친구가 되고 결혼할지를 포함한 모든 일에서 순응하고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선호를 숨기도록 하는 압력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선 규범일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극우화에 대해 그는 "정치권 전반에 걸쳐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통치로 급격히 우향우하고 있다는 거대한 두려움이 응축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은 없다'라고 가정하지만, 그 건 망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국의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미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게 이른바 'NO 킹스'(왕은 없다) 운동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스탠필드는 특히 후진 권위주의 독재국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서구의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들이나 민주화가 진행 중인 비서구 국가들조차도 해당 정부의 '홍보성 민주주의 포장'을 걷어내면 "남게 되는 건 대체로 감히 다르고자 하는 자를 처벌하고, 권위에 맞서 말하는 자를 바깥으로 내쫓고, 가족과 공동체,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권위주의 체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제 막 느끼기 시작했지만, 정확히 그 실체는 모르는 좋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건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은 이들을 포함해 우리 미국인들은 비록 불리하더라도 적어도 말할 권리를 지닌 채 표현의 자유라는 침대 위에 편안하게 잠잤다"고 개탄했다.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서 내린 후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보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백악관으로 복귀 중이다. 2025. 11. 02 [AFP=연합]

 

미국인 내면의 '악마'는 백인 우월주의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스탠필드는 MAGA 운동의 기반인 백인 우월주의를 '미국인 내면의 악마'로 규정했다. 오늘날 미국의 인구구성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 성별을 갖춘, 극적이고 근본적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진짜 근본적인 다민족, 성별을 고려한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기보단 이에 대한 보통 미국인의 '두려움'을 조작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문제의 핵심으로 봤다.

 

'NO 킹스 운동'도 중요하지만, 스탠필드는 "우리 자신과 우리 헌법, 더 넓은 외부 세계에 대한 거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정치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영구적 독재 체제로 빠져들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이를 주목하고 사회적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가 보기에 MAGA 운동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선 인종, 민족, 성별을 고려한 삶을 강조하고 그 정치적·경제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MAGA는 역주행함으로써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MAGA에 대해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백인 우월주의의 단말마를 위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월트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이 트럼프 정부의 위협으로 인해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25년 9월 18일 시민들이 뉴욕 월트 디즈니 본사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 위한 진정한 미국을 만들어야"

 

사법·경제·선거 분야에서 MAGA 반대 시도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운동인 MAGA를 패배시킬 수 있지만 "그 깊은 두려움의 권위주의적 문화"란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그는 봤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진정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조치들이 실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스탠필드는 "그동안 미국은 그런 나라일 거라고 여겨졌지만,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복적 정의'는 범죄나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보단, 사건 당사자들과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진실 규명과 가해자의 책임 인정, 피해자와 깨어진 공동체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는 처벌과 응징에 초점을 맞춘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와 대조를 이루는 개념이다.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 도중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 10. 31 [AFP=연합]
 

스탠필드는 "우리는 대부분 아주 편안한 상태로 신화적인 '인종'과 성별의 상자 속에 있다"며 "우리 모두를 감금하려는 이 권위주의 문화를 사라지게 하고, 우리가 정체성을 되찾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존중하는 다민족, 성별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여정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두려움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우리 손이 닿는 사적, 공적 영역 모두에서 회복적 정의 지향적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 기업, 언론, 법조, 교육, 비영리 부문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회복적 정의 지향적 새로운 리더들이 앞장서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출신인 스탠필드 2세는 미 예일, 윌리엄&메리, UC데이비스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저서로는 백인 중심적인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 방법론에서의 인종과 민족 재고>가 있다.                              < 이유 기자 >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 성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12월 추가 인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는 하락 반전했다.

 

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현지시각) 10대 2의 표결로 기준금리를 3.75%~4.00% 구간으로 낮췄다. 두 분기 연속 인하 결정이다. 연준은 양적긴축(QT) 정책, 즉 자산 축소 작업도 오는 12월 1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에 있지만, 최근 고용 불안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티븐 미란 이사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자고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미란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로, 금리 인하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회의 뒤 발표된 성명문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성명은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12월 방향을 두고 의견이 상당히 엇갈렸다”며 “추가 인하는 정해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 결정은 현재 심각한 데이터 부족 속에서 내려지고 있다. 정부 셧다운의 여파로 9월 고용 보고서조차 발표되지 못했고, 10월 고용 상황이 집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시장 둔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을 뒷받침했다.

 

양적긴축 종료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준은 그동안 매달 일정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만기 이후 재투자하지 않고 대차대조표에서 제외해 왔으며, 이를 통해 약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했다. 하지만 단기금융시장에 일부 긴축 신호가 나타나면서 연준은 양적긴축 종료 시점이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그들은 많은 핵무기 보유…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있어"

순방기간 '깜짝회동' 성사 강한 의욕으로 유인하는 계산된 발언으로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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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또 다시 언급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깜짝 회동을 위해 김 위원장을 유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5일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전날 언론과 가진 문답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려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에 열려 있느냐'는 질의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내 말은, 나는 그들(북한)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라는 용어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취임 당일인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고서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 다시 지칭하며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의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언급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핵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미국 정부의 원칙과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즉,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견지하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현실은 그것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해 만나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는 한국 방문 도중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날 가능성을 묻자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지난 번(2019년 6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한국에 온다는 걸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가 만나고 싶다면, 나는 분명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언론에 "(내가 한국에 간다는 걸) 알려준다면 나는 열려 있다"며 "그쪽(북한)은 전화 서비스가 거의 없다. 핵무기는 많지만, 전화 서비스는 부족하다. 그(김 위원장)는 내가 (한국에) 간다는 걸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말고는 방법이 별로 없다. 알다시피, 전화 서비스가 거의 없다"며 "하지만, 그는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나는 데에) 100% 열려 있다.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2019년 6월 판문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핵보유국' 발언은 경주에서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방한(29~30일) 기간 중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때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북한 관영매체들에 보도됐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사실상 거론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현실을 인정'하라는 김 위원장의 요구에 일정부분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호응 여부에 따라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이뤄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깜짝 회동'이 재연될 수 있을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대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물론 미래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물론 변동이 생길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한국에서 만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 이슈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30일 부산에서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반중 인사이자 홍콩 빈과일보(2021년 폐간) 전 사주로 수년간 구금 상태인 지미 라이가 석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중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동을 기대하며 관세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해결 의지를 믿는다고 밝혔으며, 평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도움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아시아 기준 25일 낮)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 DC를 출발했으며, 4박 5일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  신창용 김아람 박성민 기자 >

미중 관세전쟁의 승자이자 ‘게임 체인저’는 중국

● WORLD 2025. 10. 25. 11: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코노미스트 “중국이 이기는 이유” 분석

미국이 쓴 수법을 역이용해 미국을 이기는 중국
중국이 미국 이기는 첫째 이유-토대와 전략의 우위
중국이 이기는 두 번째 이유-대안적 규범 창출 주도
세 번째 이유-미국 도발이 오히려 중국 강화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4월 12일 닷새 뒤인 17일 제작된 이미지 그림. 미국 국기와 "관세"라는 단어가 그려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했다. 2025.4.17. 로이터 연합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경주에서 만나더라도 최대 현안인 미중 ‘관세전쟁’(무역분쟁)에 관해 제대로 얘기할지, 따로 정상회담을 열기나 할지도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 두 나라는 최근 몇 주 동안 서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상호 보복조치를 공언하고 대화통로조차 제대로 열어 놓지 않았다. 이른바 G2의 두 나라가 이런 현실에 처해 있는 상황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가 10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례 회의에서 미국 무역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10.15. 로이터 연합
 

미국이 쓴 수법을 역이용해 미국을 이기는 중국

 

이 잡지는 23일 기사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이기는 이유’(Why China is winning the trade war)에서 이런 불편하고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관세/무역전쟁’의 승자는, 이 전쟁을 도발한 트럼프 쪽이 아니라 시진핑 쪽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이 긴장과 고통 견뎌내기 시험대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약하다”(weak)고 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현실은 그들의 믿음과는 달리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쪽은 중국”이라고 이 잡지는 단정했다.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장하고 보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중국은 자국의 치외법권적 무역규칙들을 시험하면서 세계경제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0.23.  EPA 신화 연합
 

중국은 미국의 무역 무기들(trade weapons)을 이용해 미국을 때리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백악관에 복귀했을 때, 그의 대중국 정책 중에서 국방/안보 분야는 애매모호했다. 그가 대만과 동맹국들을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모호했지만, 중국과의 무역에 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1기 정권(트럼프 1.0) 때 시작했단 대중국 압박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려 했고, 그것은 더 많은 관세, 첨단기술 교역에 대한 통제 강화, 그리고 적극적인 제재를 의미했다. 트럼프 정권의 목표는 거대한 중국 제조업체제를 망가뜨리고, 재정적 상업적 양보를 얻어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지체시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팀의 일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 주는 대가로 중국이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를 개혁하겠다고 맹세하는 빅딜(grand bargain)을 꿈꿨다. 중국이 미국 요구대로 경제 시스템을 바꿀 테니 제발 압박을 거두고 살려 달라 빌 것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중국공산당(CPC)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0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주재했다. 2025.10.23. EPA 신화 연합
 

중국이 미국을 이기는 첫째 이유-토대와 전략의 우위

 

하지만 4월 2일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선포하면서 그날을 ‘해방의 날’로 명명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이기고 있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중국은 미국의 강압을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복에 능숙하며,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대, 축소할 수 있는 이른바 ‘확장적 지배’(escalatory dominance)를 확보했다. 이를 트럼프가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큰소리 치지만 겁을 먹고 금방 꼬리를 내린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트럼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자 발끈하며 100% 대중 관세를 추가로 때리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경주 APEC에서 시진핑을 만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금방 ‘그게 아니고’식으로 물러섰다. 그에 앞서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발표도 그 직후에 월스트리트 주가가 폭락하자 바로 철회(연기)했다.

 

이는 중국 국력의 토대(underlying power)와 준비, 기술이 탄탄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거의 전면적인 금수조치로 중국을 무릎 꿇리겠다는 기세의 트럼프의 위협은 미국에도 피해를 안길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실제로 기세는 허세였다. 중국이 위기에 처했다고들 했지만, 올해 중국 증시는 달러 기준으로 34% 상승한 데 비해 미국 S&P(스탠더드푸어) 500지수 상승률은 그 절반에 그쳤다.

 

미국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컨테이너선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듀폰, 구글, 엔비디아, 퀄컴 같은 미국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반독점 조사를 벌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모두 미국이 중국에 대해 써먹은 수법을 되받아친 것이다. 특히 중국의 미국산 대두(콩) 전면 금수조치는 트럼프가 중시해 온 자신의 지지자들인 농민들을 빈털터리로 몰아넣어 그의 표밭이 흔들리고 있다.

 

10월 14일: 미국 켄터키주 메리언에서 수확을 앞둔 대두(콩).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간의 관세 분쟁 여파로 미국 대두 농가들이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10.14.AFP 연합
 

전략없는 트럼프

 

항공기 엔진 등 미국이 중국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시진핑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외국산 자재를 배제해 나가면서 중국을 다른 국가들의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드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트럼프에게는 이런 주도면밀한 장기전략이란 게 없다.

 

트럼프는 중국의 달러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발생할 금융시장 혼란이 미국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안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할 것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이 이기는 두 번째 이유-대안적 규범 창출 주도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는 두 번째 근거는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글로벌 무역규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해 왔으나 흔들리고 있는 기존 자유주의 무역질서 잔해 위에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의 관세제국’(Trump’s empire of tariffs)에 필적하는 그 무엇을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무역지형을 바꿨다. 9월까지 중국의 상품 수출은 8% 이상 늘었지만, 대미 수출은 27% 줄었다. 중국은 자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서방의 제조업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이런 위협은 중국이 글로벌 라이선스(면허, 인허가) 시스템(system of global licensing)을 강제하려 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바로 미국이 반도체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사용해 온 전략을 업그레이드시킨 더 강력한 버전이다. 정교한 제조국이자 70여개 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그런 입지를 활용해 더 많은 무역규칙들을 바꾸려 할 것이다.

 

10월 17일,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한국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시위대. 현수막에는 "트럼프 규탄"이라고 적혀 있다. 2025.10.17. AP 연합
 

세 번째 이유-미국 도발이 오히려 중국 강화시켜

 

중국이 이기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세 번째 이유는 무역전쟁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미국의 바람대로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관세전쟁 때문에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외부 관찰자들은 지옥같은 부동산 시장 상황,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자, 당국의 강압조치들로 겁에 질린 기업가들, 그리고 문제많은 산업정책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등 중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한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트럼프의 압박이 기술산업 초강대국으로 도약해서 적대적인 세계에 대비하겠다는 시진핑의 지난 12년간의 계획을 정당화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보니 그래도 시진핑이 옳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는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은 그런 기술 민족주의적인 시진핑의 접근방식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미국의 제재로 과잉생산 물품의 수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많은 나라들이 반발해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중국이 새로 만들려는 미성숙한 라이센싱 제도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 관료주의적 악몽을 안겨줄 수도 있다.

 

미국이 지금 깨달아가고 있듯이 경제력을 곤봉(무기)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곤봉을 휘두르면 얻어맞은 나라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방망이를 휘두르면 다른 나라들은 그들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역을 다각화하고 경제를 혁신하려 할 것이고, 실제로 빠른 속도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경주에서 만나 타협하는 것이 서로에게도 좋고 세계에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앞으로 펼쳐질 전망은 두 나라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호전적인 두 거대 국가들이 경제력을 무기화하는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지만, 개방적인 무역에서 후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것이다.”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