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 보궐 결선투표
트럼프, 히스패닉 확장 전략 ‘흔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
 

미국 상징적 텃밭이던 텍사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14%포인트 차로 승리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이 지역은 불과 1년 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포인트 차로 압승했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에 직접 개입했음에도 참패를 막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자체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조기 레임덕’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치러진 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SD-9)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테일러 레메트 후보가 57%를 얻어 공화당 리 웜스갠스 후보(43%)를 14%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 선거구는 공화당이 수십 년간 장악해온 ‘루비 레드(ruby red·핵심 텃밭)’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는 이곳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불과 1년 사이에 민심이 최소 31%포인트 이동한 셈이다. 시엔엔(CNN)은 “최근 수년간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 보궐선거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대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패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히 뼈아픈 이유는 그가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날과 당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차례 글을 올려 웜스갠스 후보를 “마가(MAGA) 운동의 강력한 전사”라고 치켜세우며 “완전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 댄 패트릭 부지사,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지도부까지 총출동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텍사스 교외 지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호소에 호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공개 개입이 중도층·무당층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레메트 후보가 정당보다 생활 문제를 강조한 비전형적 민주당 후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노조 지도자 출신으로, 공교육·직업교육·생활비 부담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중도·무당층과 일부 공화당 성향 유권자까지 흡수했다.

 

지난달 31일 텍사스주 상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발언하는 테일러 레메트 주상원의원 당선인(민주당). 포트워스/AP 연합
 

이번 결과는 최근 민주당이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켄터키·아이오와 보궐선거 등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말 플로리다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28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그동안 공화당은 일부 패배에 대해 ‘험지에서의 패배’라는 방어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자릿수로 이겼던 지역에서 31%포인트에 달하는 민심 스윙이 발생한 이번 사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화당이 지난 대선에서 성과를 자평해온 ‘히스패닉 확장 전략’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이슨 비얄바 텍사스 히스패닉 정책재단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공화당이 최근 텍사스 라틴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거뒀던 성과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며 “이는 텍사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히스패닉 인구 비중이 높은 선거구에서 민주당으로의 표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17%포인트 차로 이겼던 지역에서조차 공화당이 패배했다면, 미국 전역에 안전한 공화당 의석은 없다”며 이번 선거를 중간선거의 분수령으로 규정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이번 결과는 공화당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 기자들과 만나 텍사스 선거 패배와 관련해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텍사스 지역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연방 하원 의석 지형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같은 날 열린 텍사스주 18선거구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크리스천 메네피가 당선됐다. 해당 지역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으로, 메네피는 같은 당 어맨다 에드워즈 후보와의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이 선거구는 민주당 소속이던 실베스터 터너 전 하원의원이 지난해 3월 별세한 이후 약 1년 가까이 공석이었다. 메네피는 터너 전 의원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까지 의원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선거로 연방 하원 의석수는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 공석 3석이 되며, 양당 간 격차는 5석에서 4석으로 축소됐다. 공화당은 이제 소속 의원 2명만 이탈해도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초박빙’ 상황에 직면했다. 메네피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을 언급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 김원철 기자 >

 

ICE에 체포된 5살 ‘토끼 모자’ 아이 석방…트럼프 겨눈 판사의 매서운 결정문

 

 

 
지난달 20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밸리뷰 초등학교 유아반(프리스쿨: 유치원에 해당)에 다니는 5살 난 리암 코네호 라모스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손에 가방이 붙들린 채 서 있다. 이 사진은 학교 관계자가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어린아이를 체포했다는 논란이 일자 트리샤 매클로플린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2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 법 집행관들이 아이를 돌보고, 맥도널드도 사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도 들려줬다”고 항변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 과정에서 구금됐던 5살 어린이 리암 코네호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 아드리안 코네호 아리아스가 억류 12일 만인 1일(현지시각) 석방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자택으로 돌아왔다. 당시 연방 요원들이 다른 가족 체포를 위해 아이를 ‘미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에이비시(ABC) 뉴스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출신 망명 신청자인 코네호 라모스(5)와 그의 아버지 코네호 아리아스는 이날 텍사스주 딜리의 이민 구금 시설에서 석방되어 항공편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석방과 귀환 과정에는 텍사스주를 지역구로 둔 호아킨 카스트로(민주) 연방 하원의원이 동행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파란색 토끼 모자를 쓰고 스파이더맨 백팩을 멘 코네호 라모스의 사진을 공유하며 “자신의 모자와 배낭을 가지고 집에 왔다”고 알렸다. 

 

텍사스주 출신 민주당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연방 하원의원이 공개한 이 사진에는 31일(현지시각)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딜리 이민 구금시설에서 석방된 아드리안 코네호 아리아스와 그의 다섯 살 아들 리암 코네호 라모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AP 연합
 

코네호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일 미니애폴리스 교외 자택 진입로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돼 텍사스로 이송됐다. 당시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연행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단속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번 석방은 프레드 비어리 텍사스 연방 서부지법 판사의 긴급 명령에 따른 것이다. 비어리 판사는 정부가 행정영장만으로 부자를 구금한 것은 헌법상 ‘불합리한 수색과 체포’에 해당한다며, 오는 3일까지 석방하라고 명령했다. 

 

비어리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번 사건은 하루 단위 추방 실적을 맞추기 위한 부실하고 무능하게 집행된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를 트라우마에 빠뜨리는 것조차 개의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권력에 대한 왜곡된 집착과 잔혹함이 인간적 품위를 완전히 상실했다. 법치주의는 지옥에나 가라는 식”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을 비판했다.

 

부자가 풀려났지만, 체포 당시 상황을 두고는 단속국과 가족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단속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버지가 단속 요원들을 보자 아이를 버리고 도주했다”며 “요원들은 아이를 보호했을 뿐 타겟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족과 리암이 다니는 학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버지 아리아스는 “나는 내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며 절대 버리지 않는다”며 “집 앞 진입로에서 차를 세우자마자 요원들이 들이닥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단속국이 아이를 ‘미끼’로 썼다고 가족들은 주장한다. 어머니 에리카 라모스는 엔비시(NBC) 뉴스에 “체포 당시 집 안에 있었으며, 창문을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며 “아들이 ‘엄마, 문 열어’라고 말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밖으로 나가면 체포돼 집 안에 있던 다른 자녀가 홀로 남을 것이 두려워 문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리카 라모스는 요원들이 아들을 현관 앞으로 데려와 문을 열도록 유도한 것이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시도처럼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족은 2024년 에콰도르에서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합법적인 망명 신청 절차를 밟고 있어 추방 명령 상태가 아니었다. 아버지 코네호 아리아스는 에이비시(A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텍사스 구금시설 내 환경이 열악했으며, 아들이 아팠을 때 약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가족의 망명 심문은 이달 예정돼 있다.           < 김원철 기자 >

 

 

뉴욕 유니언 스퀘어 파크 울린 '분노의 외침'
트럼프, MAGA · ICE 넘어 '문화혁명' 요구

젊은이들 순수함이 투쟁의 에너지로 등장
ICE 복면쓴 공권력은 반미국 폐쇄성 드러내

양당체제에 좌절, 민주당의 무기력에 분노
마오이즘 스파르타쿠스당에 대한 동경까지

 

트럼트 정부의 폭압적 공권력 행사는 미국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이 투쟁에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1월 30일 "내셔널 셧다운" 시위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의 모습. 모든 사진들 이길주 뉴욕 통신원 촬영
 

분노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졌다. 벌집을 건드린 것은 아닌가 싶다. 최근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쪽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유니언 스퀘어 파크 주변을 돌면서 내린 결론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오전 9시쯤 중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응급실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37)가 국경순찰대(USBP) 요원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불법 이민자를 색출한다며 강압적인 작전을 펴고 있던 국경순찰대원들은 그에게 5초 남짓에 모두 10발의 총격을 가했다. 같은 달 7일에는 같은 시에 사는 어머니 러네이 니콜 굿(37)이 이민세관단속국(ICE)요원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프레티 참극이 벌어진 지난달 24일에는 미국 동부에 한파가 밀려왔다. 폭설 예보가 있었고, 눈 때문에 식료품 구매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사재기 행렬이 식품점 앞에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같은 달 30일 오후 맨해튼 남부의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는 차가운 날씨와 폭설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결집했다. 항거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차가운 공기와 하늘로 주먹 쥔 팔이 들어올려졌다.

 

러네이 니콜 굿과 알렉스 프레티 총격 살해 그 자체에 분노하지 않기는 어렵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보는 것'이 동영상이라면 그 효과는 가늠하기 어렵게 증폭된다.

 

굿과 프레티 피살 장면을 보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방위 주장에 동조할 수는 있어도, 공권력이 내뿜은 총탄에 무고한 민간인이 쓰러지는 상황에 덤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비극”이라고 물러섰다. 물론 피해 당사자가 유발한 비극이라고 딴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미국 뉴욕의 '프로테스트 메카'로 불리는 유니언 스퀘어 파크. 최근 폭설로 눈에 덮였다.

 

심리 상담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리면, 굿과 프레티가 총격을 당하고 숨지는 장면이 유발하는 감정은 충격이란 표현으로 부족하다. 그 다음 단계의 감정으로 빨리 진화한다. 분노와 우울감이 찾아온다. 인간이 저럴 수가 있나 하며 분노하지만, 동시에 어쩌다 세상이, 더욱이 자유주의의 상징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반문하며 우울해질 수도 있다.

 

감정이 여기에 머물면, 스스로도 폭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 경찰관을 공격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과격 시위가 하나의 예다. 반대로 비관주의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바뀔 것은 없다며 관심의 안테나를 접고 채널을 돌린다. 그 결과 강하게 현실을 비판하면서 투표장에는 가지 않는 사례처럼 그냥 정치 혐오에 빠져버린다. 

 

트럼프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나 정부 관계자의 언행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피살 순간의 장면을 보면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는데, 생명이 쓰러진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국가 폭력이 평범한 아이엄마,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며 분노, 탄식한다. 이어서 그들의 충격과 분노는 더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나타난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지켜보기가 힘들 정도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에게 미네소타는 전장이다. “충격”의 공이 전혀 엉뚱한 쪽으로 튀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의 중심에 미국 혁명의 상징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를 다시 찾은 이유가 있다. 추위와 폭설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평범한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의 공이 앞으로 어디로 튈 것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충격→분노→과격성이냐 비관이냐, 종결점은 어느 쪽일까?

 

여러 사람들을 만나 얻은 결론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화 혁명”이다. 근본적 의식의 전환을 통한 시스템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투쟁 목표가 설정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더불어 이 혁명의 전사 세대가 젊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였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는 피크닉이나 꽃구경으로 유명하지 않다. 프로테스트가 유니언 스퀘어의 문화이다. 스퀘어란 정사각형을 말하는데 모가 났다는 뜻도 된다. '반골 동네'라 할 수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다. 뉴욕대학, 뉴스쿨대학, 파슨스, 뉴욕 시립 버룩 칼리지등이 가깝다. 유명한 ‘반스 앤드 노블 서점'의 플래그쉽 점포도 있다. 안전하고 친환경인 먹거리를 상징하는’홀 푸드 마켓' 체인의 대표적 상점도 유니언 스퀘어의 명소로 꼽힌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동상도 있다.

 

한때 아방가르드 예술의 메카로 불렸던 그리니치 빌리지도 걸어서 30분이면 간다. 당연히 진보 색채가 강하다. '유니언 스퀘어=반트럼프' 등식이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찾은 유니언 스퀘어는 진보적 분위기가 아니라 더 깊은 변화의 요구와 외침을 듣고 싶었다. 파크를 중심으로 카페, 식당, 책방에 들어가 대화할 수 있는지 묻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알렉스 프레티가 쓰러진 그 날 오후 수천 명이 유니언 스퀘어에 모였다. 앞서 러네이 니콜 굿 사건 때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미니애폴리스 피살 사건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폭발했다. 이제 이 감정은 어디로 가야 하나?” 레닌의 구호를 인용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

 

트럼프 체제의 문제점은 이민세관단속국, 국경순찰대, 국토안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스템 전체가 잘못 됐으니 척결해야 한다는 구호가 외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내셔널 셧다운" 시위 장면.
 

답은 대체로 비슷하게 시작됐다. 현재 미국의 현실을 "충격적이고 끔찍하며 역겹고 한심하다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이어 이런 감정을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따라 나왔다.

 

“왕” “독재자” “나치”로 불리는 트럼프 통치에 대한 투쟁 목적은 정책 변화가 아니라고 했다. 이민세관단속국과 국경순찰대가 없어지면 그를 대체할 조직이 없겠는가? 히틀러 예를 들었다. 조직이야 얼마든지 있다. ‘돌격대'(SA), ‘히틀러 친위대'(SS), ‘비밀국가경찰'(Gestapo) 등등. 필요하면 또 새로운 것을 만들면 된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기존의 정치 문화, 권력 구조,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말했다. 다시 언급하자면 ‘문화혁명’이다. 미국의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잃어가는 전환점에서 민중의 힘, 특히 젊은이들이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시기처럼 변화의 전위대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목소리들을 요약한다.

 

패션과 언론학을 공부하는 에스터 글레이저. ICE와 USBP 요원들의 복면이 트럼프 아메리카가 망가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에스터 글레이저

 

유니언 스퀘어 파크 근처 카페에서 만난 에스터 글레이저는 뉴스쿨 대학 1학년이다. 패션과 저널리즘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패션 관련 과목은 파슨스에서, 저널리즘은 뉴스쿨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다. ICE와 USBP 대원들의 복면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패션은 사회와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반영한다고 했다. 개성, 자유, 표현력, 조화 등 패션은 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블루진이 어떻게 단순한 바지인가? 역사, 문화이고, 라이프 스타일, 또 메시지이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국경순찰대 대원들에 의해 바닥에 밀쳐진 알렉스 프레티는 이들로부터 10발의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ICE, USBP 요원들이 복면을 쓰고 민간인을 단속, 체포, 구속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들은 국가 공권력을 상징한다. 그들의 얼굴이 가려지면, 국가 공권력도 얼굴을 가린다. 그러면 쉽게 국가 권력을 악용할 수 있다. 가면무도회가 그런 것 아닌가? 얼굴이 감추어지니 자유롭게 마구 놀 수 있다. 매너가 없어도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복면은 패션의 포기를 말한다. 패션을 나와 연계시키지 않으면 생각 없이 행동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아무거나 당장 손에 닿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해 봐라. 그건 자유가 아니라 주변에 대한 무관심이다. 극으로 가면 반사회성이다.

 

지금 ICE와 USBP의 관심은 하나다.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이 모두 거기에 꽂혀 있으니, 반사회적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을 감춘 채 함부로 행동한다. 복면은 행동에 제어장치가 없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시민의 생명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ICE, USBP 요원들은 복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작전에 임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식별할 수 없다는 생각은 행동의 절제력을 약화한다. 지난달 30일 “내셔널 셧다운” 시위에서 복면은 비겁하다는 피킷을 들고 있는 시위 참가자.

 

데브라 W.

 

데브라는 방송 프로듀서인 동양계 저널리스트이다. 먹을 것을 산 뒤 카페테리아로 올라가서 간섭 없이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랑인 홀 푸스에서 만났다. 데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가정 폭력에 비유했다.

 

가정 폭력은 대부분 폭력의 피해자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고, 경찰이 개입해 가해자가 체포되는 수준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은 처음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력성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가해자는 조금씩 폭력의 강도를 높여 간다. 상대를 이용해 어디까지 폭력을 사용할 수 있나 실험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폭력의 한계점을 실험하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침묵하면 전기 고문의 전압이 올라간다. 피해자는 전기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른다. “우리는 지금 트럼프식 고문에 저항하고 있다”고 했다.

데브라는 여성의 관점에서 트럼프를 보았다. 인간, 특히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그의 의식과 태도가 브레이크 없이 지속되면서 피해자가 여성에서 미국 사회 전체로 확대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녀의 분석을 조금 수정했다. 트럼프의 인간 경시는 세계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데브라가 동의했다.

 

그녀가 살짝 휴대폰 텍스트 스크린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의 친구들로부터 탄식의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다. 친구들이 뭐라고 하나?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젠장,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트럼피즘(Trumpism)은 세계적 병리 현상임을 말해준다.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는 야나이 페리. 공화-민주 양당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과 무력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야나이 페리

 

반스 앤드 노블 서점에서 만난 야나이 페리는 뉴스쿨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폭력적인 공권력 남용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그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폭거는 민주당의 무능과 정비례한다고 했다.

 

브레이크 패드를 증기의 힘으로 움직여 열차 바퀴를 잡아주는 현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 브레이크맨들이 있었다. 이들은 차량을 위험하게 오가며 수동으로 바퀴에 저항을 가했다. 철도업계의 산업재해가 잦았던 주요 원인이었다. 지금 민주당은 열차 위를 오가며 수동 브레이크를 잡는 수준이다. 트럼프의 폭력 열차는 멈추지 않고, 브레이크맨만 다치는 상황이라 했다.

 

“트럼프는 동물적 생존 본능이 강하다. 그가 무언가를 두려워 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그에게 변화를 고려할 동기나 절박함을 느끼게 해주지 못한다. 민주당은 무력하다. 11월 중간선거를 노리고 있는데 굿과 프레티 피살 사건으로 10개월 뒤에 선거를 치를 생각이라면 희망이 없다.

 

수동 브레이크로 기차를 먼추게 하던 시절 브레이크맨의 모습. 트럼프 독주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를 이런 원시적 정지 시스템에 비유했다. (Wikipedia)

 

그는 인류학도다운 논리를 폈다. “같은 동물을 늘 사냥하는 숲속의 원주민들은 영원히 창과 활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다. 트럼프는 마치 이제까지 원주민 사냥꾼들이 만나지 못했던 위협적인 동물과 같다. 그는 공화-민주 양당 체제라는 고전적 창과 활을 갖고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MAGA는 당원 정치가 아니다. 숫자 계산이 아니라 바람인데 민주당의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나? 결과와 관계 없이 11월 중간선거를 트럼프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젊은” 맘다니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민주사회주의가 확장되길 바라는 듯했다. 더불어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함도 피력했다.

 

국가 폭력에 대한 투쟁은 정치, 행정 차원의 변화 요구가 아닌, 정치, 경제, 의식구조를 바꾸는 시민들에 의한 문화적 결사 항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이미 라루카

 

‘반스 앤드 노블’에서 만난 제이미 라루카는 뉴욕대 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영화감독이 꿈이다. 폭력적 국가 공권력 사용에서 비롯된 지금의 사태에 대해 사회 구성원 각자가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스토리텔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진 촬영은 사양한다고 했는데, 얼굴 노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카메라 뒤와 암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언젠가 ‘미네소타의 비극’이나 ‘미니애폴리스의 슬픔’ 같은 다큐멘터리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만약 제이미가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미니애폴리스의 승리'가 제목으로 달릴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제목이라고 답했다.

 

애프난

 

‘홀 푸드 마켓’에서 만난 애프난은 남아시아계 이민자 대학생이다. 뉴욕 시립대 버룩 칼리지에서 재정학을 공부한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아버지가 ICE 단속에 걸려 한 달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고 했다. 놀란 감정을 억누르고,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먼저 집에 들이닥친 ICE 요원들에게 자신이 합법적 이민자임을 증명해야 했다. 애프난의 아버지는 이민 비자 신청 중이었다. 이 사실은 ICE에 전혀 호소력이 없었다. 그의 가족은 저축한 돈을 털어 비싼 변호사를 고용했고, 필요한 서류를 모두 법원에 제출했다. 그 뒤 아버지는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애프난이 이런 경험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누구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미국의 제도는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 정부로부터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국가 안보상의 이유다.

 

지금 트럼프는 이민을 국가 존폐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서류 미비 이민자들=국내 테러 가능성’ 등식을 짜놓았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를 ‘전가의 보도’나 되는 듯 악용한다. 이 정책의 돌격대 ICE 때문에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기대하는 미국이 아니라고 그녀는 정리했다. 공권력 남용에 정보 통제도 한몫하고 있다.

 

현 시국에 대한 분노와 더 근본적 변화 욕구는 기존의 투쟁 방식을 넘어 조직적인 폭력을 변화의 도구로 간주한 모택동 주의나 스파르타쿠스 당 전략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러오고 있다.

 

유니언 스퀘어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얻었나? 트럼프 정부의 폭력적인 공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와 분노, 항거는 총격이나 살해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줄어들 성격이 아님을 느꼈다. 구조적, 제도적, 근본적 병리라는 진단이 힘이 얻음을 느꼈다.

 

외치는 구호가 의식을 담아낸 메시지가 되고, 메시지가 정치 행동을 추동할 가능성을 보았다. 이를 위한 토양이 유니언 스퀘어 파크란 믿음을 갖게 됐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의 마하트마 간디는 무척 추워 보인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를 떠나면서 다른 공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한다스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 앞에 섰다. 눈이 와서 춥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의 외침은 큰 소리로 뜨겁게 울리는 것 같았다. "절망에 빠질 때면, 저는 역사를 통틀어 진리와 사랑의 길이 항상 승리해 왔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폭군과 살인자들이 있었고, 한동안 그들은 무적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항상 몰락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언제나 그랬습니다."

 

“When I despair, I remember that all through history the way of truth and love have always won. There have been tyrants and murderers, and for a time, they can seem invincible, but in the end, they always fall. Think of it--always.” 

                                                                                                   < 이길주 기자 >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 멈춰,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을 듯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를 멈춘 것이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촉발할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미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이용 가능한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견실한 속도로 확장돼 왔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고용 증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사용되던 ‘고용 둔화 위험이 더 크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고용과 물가 위험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기 둔화로 고용이 더 나빠질 위험과 관세 등으로 물가가 다시 오를 위험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가 아니다”며 “앞으로의 금리 결정은 회의 때마다 경제 지표를 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와 관련해서도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는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새로운 대규모 관세 인상이 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 동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새 연준 의장 체제에서는 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후임자에게 조언한다면 ‘선출 정치인에 끌려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통화정책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투표권을 가진 12명 가운데 파월 의장을 포함한 10명은 금리 동결에 찬성했지만, 스티븐 마이런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다.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인사이며,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미셸 보먼 이사는 동결에 찬성했다.

 

연준 결정 이후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소폭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은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반면, 금과 은 가격은 급등했다.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 가격도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세·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5회 연속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6월 전후를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결과가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비판여론 급등…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41%서 38%로 하락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미시간주 디어번에 위치한 포드 생산센터를 방문했다. 로이터 연합
 

미국인들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기 집권 뒤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강경한 이민 단속 작전이 펼쳐진 가운데, 미국 시민이 또다시 단속 요원의 총격에 숨지면서 지나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로이터 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를 통해 미국 성인 1139명을 1월23일~25일간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8%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1월 12~13일 조사 당시의 41%에서 하락한 수치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4일 이민단속 반대 시위가 벌어지던 중 이민단속 요원이 미니애폴리스에서 두번째로 시민 알렉스 프레티(37)를 사살한 사건을 전후해 이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9%로, 이달 초 조사(41%)보다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53%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 한때 이민 정책과 관련해 50%의 지지 응답을 받았으나, 이후 하락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살된 프레티가 단속 요원들에게 ‘테러’를 저지르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과 다른 거짓 해명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지난 7일에 러네이 굿(37)이 숨지는 등,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이 사망한 것은 두번째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여론조사 응답자의 58%는 이민단속국(ICE)의 단속이 ‘지나쳤다’고 답했다.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12%, ‘적절했다’는 26%였다. 민주당 지지층 10명 중 9명은 지나쳤다고 응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2명이 지나쳤다고 응답했다. 무당층 유권자의 경우도 10명 중 6명꼴로 단속이 지나쳤다고 평가했다.

 

해당 장면 영상이 퍼지며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공화당 후보 크리스 마델 변호사는 단속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잇따라 숨지자 “공화당은 공화당 후보가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는 걸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당내 경선 과정에서 사퇴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공화당이 우리 미네소타주 시민들에게 가하는 보복 행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정유경 기자 > 

 

미니애폴리스 사태 ‘변곡점’…트럼프, 미네소타 주지사와 통화 뒤 단속 완화

  •  
26일(현지시각) 알렉스 프레티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 앞 창문 유리에 총탄이 관통한 흔적이 보인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네소타주 팀 월즈 주지사와 전화 통화 이후 긴장 완화 의사를 밝히며, 연방 이민단속 작전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백악관은 미네소타 주의 지방 당국이 연방 당국과 협력한다면, 미네소타에서 연방 요원의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거친 대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국경수비대장도 현장에서 철수한다. 연방요원 총격으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한 뒤 정치적 역풍에 직면한 백악관이 현장 통제와 정치적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월즈 주지사가 협력을 요청했고, 매우 좋은 통화였다”며 “우리는 사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전, 월즈 주지사와 미니애폴리스 시장 제이콥 프레이를 향해 “내란을 선동하는 위선적인 정치 바보들”이라고 비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경 차르’로 불리는 국경 담당 특별보좌관 톰 호먼을 이날 저녁 미네소타로 파견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호먼은 나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며 그에게 현장지휘권을 부여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미네소타에서 강경 진압 작전을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은 27일 현장을 떠난다고 시엔엔(CNN) 등이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비노 대장은 총격 사건 직후 프레티가 요원들을 학살하려 했다고 비난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비노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거친 대응 방식이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해 경험 많은 호먼을 투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스(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 수를 줄이겠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주 정부 지도자들이 상식적인 협력 조치를 이행한다면, (아이스 요원들이) 더는 해당 주의 이민 단속을 지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스와 지방 경찰이) 이미 다른 많은 주와 관할 구역에서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미네소타에서도) 평화롭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즈 주지사는 엔비시(NBC)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주지사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네소타 내 연방 요원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폭력 범죄자에 해 주 정부와 더 협력적인 방식으로 이민 단속을 진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알렉스 프레티와 러네이 니콜 굿 사망 사건에 대해 미네소타 주 수사당국(BCA)이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토안보부(DHS)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방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투명한 조사를 요구해 온 월즈 주지사의 핵심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백악관 메시지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프레티가 테러리스트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대통령은 조사가 사실에 입각해 진행되기를 원한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번 기류 변화의 배경에는 공화당 내부의 심각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폴리티코와 시엔엔(CNN)에 따르면, 충성도가 높던 공화당 의원들조차 아이스(ICE·이민세관단속국)의 단속이 오히려 미국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며 백악관에 메시지 조정을 요구해왔다. 트레이 가우디 전 하원의원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프레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할 증거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최근 폴리티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1%는 이민 단속을 위해 시위대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가치가 없다고 답했으며, 2024년 트럼프 지지자 중 31%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한 공화당 보좌관은 “이 상황은 야당에게 완벽한 선거 광고 소재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백악관은 여전히 대규모 추방 공약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호먼 파견과 요원 감축 검토, 톤 다운된 메시지는 전술적 후퇴이자 정치적 손실 최소화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당이 국토안보부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며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현장 충돌을 장기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