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ATO, 한국, 일본, 호주 직접 거론 동맹 전반에 불만 노골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8월1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이란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함한 주요 동맹국들의 기여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일본·호주를 직접 거론하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동맹 전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종이호랑이”라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돕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는 결국 미국이고, 우리가 핵심인데 정작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나토는 착륙기지 제공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대상을 아시아 동맹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누가 우리를 돕지 않았는지 아느냐. 한국, 일본, 호주”라며 “일본에는 5만명, 한국에는 4만5000명의 미군이 배치돼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바로 옆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언급하며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내고 있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김정은이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임 행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중동 국가들의 협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은 훌륭했다”고 언급하며 동맹 간 ‘기여 격차’를 강조했다. 다만 쿠웨이트의 경우 미군 항공기를 오인 사격한 사례를 거론하며 “우군 사격이 아니라 ‘비우호적 사격’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김원철 기자 >

 

왜 미국 민주주의는 트럼프를 막지 못하는가

● WORLD 2026. 4. 7. 10:3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②]

무너진 하부 구조, 고장 난 상부 구조
구조화된 무력감, 무능한 민주당 겹쳐
시민저항 정치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해

트럼프는 위기 원인 아닌 드러난 증상
종신제 연방대법원은 고착된 권력기관
최종적 결정 내리지만 교정할 수단 없어

 

3월 28일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반 트럼프 시위. 게티이미지 AFP 연합
 

오늘의 미국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도대체 왜 아무도 이 상황을 막지 못하는가. 법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언론은 왜 이토록 무력합니까. 그리고 미국 민주당은 왜 늘 원칙과 절차를 말하면서도, 정작 눈앞의 권력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까. 이 질문은 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개인이 너무 강해서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를 제어해야 할 구조가 이미 오래전부터 약화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라기보다, 그 위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증상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여전히 헌법을 가지고 있고, 선거를 치르며, 의회와 법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민주주의의 형식은 멀쩡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민주주의를 방어할 수 있느냐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바로 그 지점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하부구조가 먼저 침식되었고, 그 위에 세워진 정치제도와 시민의 감정 구조가 함께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먼저 무너진 것은 미국의 경제적 하부구조

 

오늘의 미국 위기를 트럼프 개인의 언행이나 정당 간 양극화만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더 깊은 곳을 봐야 합니다.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쳐야 할 경제적 하부구조 자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침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자본주의의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자국 산업의 재건이 아니라, 금융수익과 주주가치의 극대화였습니다. 미국 기업과 자본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글로벌 경영(Global Management)’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혁신과 생산성 개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더 싼 임금과 더 느슨한 규제를 찾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금융의 중심을 유지했지만, 정작 자기 사회를 떠받칠 생산의 토대는 스스로 허물어 왔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가 보여주듯, 미국 제조업 고용은 장기적으로 구조적 감소세를 보여 왔고, 특히 2000년대 이후 그 하락은 훨씬 더 가팔라졌습니다(미국 노동통계국, 2018; 미국 노동통계국, 2025.9.19).

 

이것은 단지 산업구조 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자기 사회를 재건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 사회를 비워가며 수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는 뜻입니다. 공장이 사라졌고, 마을이 쇠락했으며, 노동의 자부심이 무너졌습니다. 러스트벨트(Rust Belt)의 몰락은 단순한 지역경제의 후퇴가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가 허물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지배 엘리트는 이 문제를 생산 재건이나 산업 민주화의 방향으로 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를 안은 채 군비를 계속 키우고, 제조업은 해외로 내보내며,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는 구조를 더 깊게 굳혀 왔습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재정 상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체제의 병리입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상 국가부채는 이미 38조 달러대 후반에 접근했고, 의회예산국(CBO)은 2026 회계연도 재정적자를 1조 9천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전망에서 2026년 순이자 지출은 1조 달러를 넘고, 총지출은 7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제시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일반정부 총부채를 GDP 대비 120%대 후반으로 제시하고 있어, 미국은 이미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부채 부담 구조에 들어와 있습니다(미국 재무부 Fiscal Data, 2026; 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국제통화기금 IMF, 2026.2.25).

한마디로 말해,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생산국가라기보다, 부채를 굴리며 군사비를 키우는 금융패권국가의 말기 증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2024년 군사비는 9,970억 달러로 다시 늘어났습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5.4.28).

 

이 구조는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를 갉아먹는 정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는 결국 “이 사회가 나를 먹여 살리고 지켜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집단적 신뢰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경제 엘리트는 그 신뢰를 스스로 파괴해 왔습니다.

 

더구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아이러니하게 중국의 성장과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생산 기반을 비워가면서도 값싼 중국산 상품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소비와 금융 팽창을 유지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한동안 중국의 제조업 역량 위에서 자국 금융질서의 연명을 이어온 셈입니다. 패권국가로서는 기이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 월가의 시대 뒤에 빅테크 올리가르히가 올라탔다

 

그러나 미국의 문제는 단지 제조업 붕괴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의 미국은 금융자본의 나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을 움직이는 핵심 권력은 점점 더 빅테크(Big Tech)–AI–방산 자본의 올리가르히(oligarchy)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축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금융자본 위에 다시 플랫폼 권력, 데이터 권력, 감시 권력, 군사기술 권력이 결합한 새로운 지배블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안두릴(Anduril), 팔란티어(Palantir), 스페이스X(SpaceX)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닙니다. 이 기업들은 국가안보, 감시, AI 전장, 우주 인프라, 미사일 방어체계와 결합하며 국가의 군사·정치 기능 자체를 민간 독점자본과 접합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안두릴과 팔란티어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트럼프 2기 들어 AI·과학기술 국가전략 자문 구조에도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직접 포진하고 있습니다(Reuters, 2026.3.24; Reuters, 2026.3.25). 즉,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단지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이제는 금융–빅테크–방산–AI 자본이 국가를 공동 경영하는 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설을 듣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4.30 연합
 

이러한 변화는 미국 민주주의에 치명적입니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지배세력은 단지 시장을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 전쟁, 감시, 여론, 플랫폼, 국가계약, 안보담론까지 함께 틀어쥐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이제 선거의 차원에서만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경제구조의 차원에서, 정보구조의 차원에서, 국가권력의 차원에서 동시에 포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 구조의 바깥에서 난입한 파괴자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이 구조가 낳은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노골적인 정치적 형상입니다.

 

■ 미국 민주당은 노동과 서민의 정당에서 체제관리 정당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미국 민주당은 왜 이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을까요.흔히 나오는 답은 미국 민주당이 무능해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미국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미국 사회를 지배해 온 구조 자체와 충분히 결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상징되는 공업지대의 노동조합과 도시 산업노동계층에 강한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이 붕괴하고 금융화가 심화되면서, 그 재정적·정치적 기반은 점차 노동조합 중심 구조에서 금융자본, 전문직 엘리트, 실리콘밸리 후원 네트워크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후원금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당이 더 이상 “노동의 언어”로 사회를 읽기보다, 시장과 기술과 제도를 관리하는 언어로 사회를 읽기 시작했다는 뜻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민주당은 빌 클린턴(Bill Clinton),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조 바이든(Joe Biden)으로 이어지는 상당한 집권 경험을 가졌지만, 그 시간 동안 미국 시민 다수는 “미국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감각을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멈추지 않았고, 군비는 줄지 않았으며, 적자는 누적되었고, 제조업의 쇠퇴도 되돌려지지 않았습니다(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질서의 실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것을 체제 전환의 계기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많은 시민이 체감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월가는 구제되었지만, 시민의 삶은 그대로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 민주당의 친금융자본적 성격은 대중에게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금융개혁의 단호한 전환보다 국가재정과 유동성을 동원한 체제 봉합이 앞섰고, 그 선택은 장기적으로 미국 대중의 분노를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떼어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후 미국 민주당은 한동안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후원과 기술낙관주의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피터 틸(Peter Thiel)을 비롯한 테크 우파와 다수의 빅테크·벤처 자본가들은 점점 더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으로 이동하거나, 최소한 거래 가능한 권력으로서 트럼프를 선택하는 길로 돌아섰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보수화가 아니라, 규제보다 독점, 민주주의보다 기술귀족정, 공공성보다 올리가르히를 선택한 이동이었습니다(Reuters, 2025.10.9; Reuters, 2026.3.25). 즉, 미국 민주당은 노동의 정당에서 금융과 기술 엘리트에 더 가까운 정당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상실감과 굴욕감, 분노와 불안을 정치적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정치는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체감하느냐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이 감정의 층위를 읽는 데 실패해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민주당은 옳은 말을 하면서도, 많은 시민에게는 점점 더 멀고 느리고 차가운 정치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선거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를 비판했지만, 트럼프를 낳은 구조와는 끝내 결별하지 못했습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은 견제장치가 아니라 고착장치가 되었다

 

이제 상부구조를 봐야 합니다.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가 더 심각한 이유는 단지 제도가 느리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장 난 제도를 고치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미국 연방대법원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와 연방판사는 사실상 종신직입니다. 미국 헌법과 의회 해설에 따르면, 이들은 중대한 위법이 없는 한 정해진 임기 없이 자리를 유지합니다. 다시 말해, 잘못된 인선의 정치적 효과가 짧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누적됩니다. 한 번 기울어진 사법지형은 선거 한두 번으로는 거의 되돌릴 수 없습니다(미국 의회 헌법해설, 2026).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정질서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에는 민주주의의 자기교정을 가로막는 고착 장치로 비판받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최후의 기관이, 오히려 권력구조의 장기 고착을 떠받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미국 연방대법원은 단지 보수화된 기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치적 편향이 장기 고착된 권력기관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종신제가 더 이상 안정 장치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미국에서는 그것이 민주적 책임성의 부재와 정치적 면책의 제도화로 기울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선출되지 않지만 사회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시민이 그 판단을 직접 교정할 수단은 거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의 루초 대 커먼코즈(Rucho v. Common Cause) 판결입니다. 연방대법원은 노골적인 정당형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문제에 대해, 그것이 부당할 수는 있으나 연방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대표성 자체를 훼손하는 구조적 왜곡을 보고도 법원이 한 발 물러선 것입니다(미국 연방대법원, 2019.6.27). 이 흐름은 2024년 트럼프 대 미국(Trump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더 노골화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해 광범한 형사상 면책을 인정했고, 그 결과 “권력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헌정질서의 핵심 원칙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미국 연방대법원, 2024.7.1).

 

이것은 단지 판결 몇 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점점 더 민주주의 방어 장치가 아니라, 민주주의적 교정이 거의 불가능한 권력의 상층 보호막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탄핵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연방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어려운 제도입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는 가능해도, 상원에서 유죄와 파면을 위해서는 3분의 2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미국 상원, 2026). 헌법개정은 더 어렵습니다. 양원 3분의 2, 그리고 주(州) 4분의 3의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선거인단 개혁이든 대법관 임기제든 구조개혁은 거의 봉쇄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2025).

 

이 점에서 미국은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은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통해, 큰 비용을 치르면서도 최소한 헌정질서의 자기교정 능력을 보여준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 시민사회와 미국 민주당이 느끼는 무력감의 더 깊은 바닥에는, “우리가 분노하고, 투표하고, 거리로 나와도, 구조 자체는 잘 안 바뀐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를 더 무력하게 만듭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제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 번 기울어진 권력구조를 세대 단위로 고착시키는 장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는 느리고, 권력은 빠르다

 

오늘의 위기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정보환경과 시민의 감정 구조까지 봐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느린 체제입니다.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토론해야 하며, 심의하고, 표결하고, 판결해야 합니다. 원래 그래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폭주를 막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권력은 완전히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플랫폼은 숙고보다 반응을, 설명보다 자극을, 맥락보다 분노를, 사실보다 속도를 보상합니다. 최근 연구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구조가 정치적 적대감과 양극화를 증폭시키고, 자극적·적대적 콘텐츠 노출을 통해 정서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Science, 2026).

 

바로 여기서 트럼프식 정치는 강해집니다. 그는 늘 설명보다 자극을 선택하고, 논증보다 적을 설정하며, 복잡한 현실보다 음모론적 단순화를 택합니다.

이 방식은 민주주의에는 해롭지만 오늘의 정보환경에는 매우 잘 맞습니다. 그래서 시민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실제로는 더 적은 현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맥락은 사라지고, 뉴스는 많지만 공적 판단 능력은 약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인 공유 가능한 현실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시민은 점점 더 강하게 체감합니다.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느린가. 왜 저쪽은 당장 움직이는데, 이쪽은 늘 절차만 말하는가. 이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위험해집니다. 시민이 민주주의의 느림을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으로 체감하기 시작할 때, 권위주의는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입니다.

 

■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굴복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No Kings’ 시위는, 고장 난 제도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민사회의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제도의 무력화에서 드러나지만, 동시에 그것은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저항 속에서도 확인된다.3월 28일 벌어진 미국의 반 트럼프 시위. AFP 연합
 

그러나 여기서 글을 멈추면, 우리는 오늘의 미국을 절반만 보게 됩니다. 미국의 하부구조는 침식되었고, 정치제도는 고장 났으며, 미국 민주당은 체제를 바꾸지 못했고, 정보환경은 독성화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사회 전체가 이미 굴복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시간으로 3월 29일, 미국 현지 3월 28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습니다. 주요 보도에 따르면 이 시위는 미국 50개 주 전역 3,200건이 넘는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급 항의 행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8백만 명 이상 참여라는 수치는 현재로서는 주최 측 추산으로 보아야 하지만, 이번 행동이 미국 사회의 깊은 저항 에너지를 보여준 것은 분명합니다(Reuters, 2026.3.28).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미국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 시민의 저항 능력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옵니다. 여전히 분노합니다. 여전히 저항합니다. 여전히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에서 더 심각한 것은, 그 저항을 정치적·제도적 전환으로 번역하는 능력이 약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거리의 분노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의회 개혁과 정당 재편, 사법 통제와 정보환경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시민의 힘은 존재하지만, 그 힘을 제도 변화로 연결해줄 매개 장치가 낡고 약해져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이 보여주는 비극은 저항이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저항이 아직 충분히 번역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결론: 오늘의 미국은 이중 붕괴 속에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부구조는 무너졌고, 상부구조는 고장 났으며, 시민은 그 사이에서 구조화된 무력감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을 택했습니다. 쌍둥이 적자를 누적하면서도 군비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금융자본 위에 빅테크–AI–방산 올리가르히가 올라탔습니다. 그 위에 놓인 정치제도는 종신직 연방대법원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탄핵, 거의 봉쇄된 헌법개정 구조, MAGA화된 의회와 체제관리 정치에 머문 미국 민주당 때문에 스스로를 고치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재정 전망과 국가부채, 군사비 증가,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장기 고착 구조는 바로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미국 재무부 Fiscal Data, 2026;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5.4.28).

 

그리고 그 결과 시민은 민주주의의 느림을 문명의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과 패배의 감각으로 체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비대칭이 오늘의 위기입니다. 민주주의는 느리기 때문에 무능해 보이고, 권위주의는 빠르기 때문에 유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느림은 본래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폭주를 막기 위한 문명의 장치였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다시 시민에게 “실제로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 감각이 사라질 때, 민주주의는 헌법책 속에서는 살아 있어도 현실에서는 패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미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거운 경고는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대개는 먼저, 사람들이 그것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방식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이처럼 하부구조는 무너지고, 상부구조는 고장 나며, 시민의 신뢰까지 침식된 미국은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위기는 일시적인 정치 혼란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은 민주주의의 외피를 남긴 채, 더 노골적인 권위주의와 과두적 지배, 그리고 대외적 폭력에 의존하는 체제로 더 깊이 기울어 갈 것인가. 이제 문제는 왜 미국 민주주의가 트럼프를 막지 못하는가를 넘어서, 이런 미국이 앞으로 어떤 국가로 변해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참고문헌>

1. 경제구조·제조업 붕괴·금융화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Forty Years of Falling Manufacturing Employment」, 2020.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Employment Situation News Release」, 2025.9.5.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FRED.

「All Employees, Manufacturing (MANEMP)」, 2026.

2. 미국 재정위기·국가부채·군비증강

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6 to 2036』, 2026.2.11.

미국 재무부(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Fiscal Data.

「Debt to the Penny」, 2026.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United States」, 2025/2026.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4」, 2025.4.28.

3. 미국 사법·정치제도·교정불능성

미국 의회 헌법해설(Constitution Annotated, Congress.gov).

「Judicial Tenure and Good Behaviour」, 2026.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Rucho v. Common Cause』, 2019.6.27.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Trump v. United States』, 2024.7.1.

미국 상원(U.S. Senate).

「Impeachment」, 2026.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The Constitutional Amendment Process」, 2025.

4. 정보환경·알고리즘 정치·시민저항

Science.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관련 연구」, 2026.

Reuters.

「Anti-Trump ‘No Kings’ rallies pop up in thousands of U.S. cities」, 2026.3.28.

The Washington Post.

「No Kings protests fill streets at over 3,300 rallies in all 50 states」, 2026.3.28.

The Guardian.

「Third No Kings protest draws millions from across U.S. to push back on Trump administration」, 2026.3.28.

 

이란 다음? 위기에 몰린 쿠바

● WORLD 2026. 4. 4. 12:3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 제재-봉쇄로 경제위기, 관광산업도 쇠락...국가존망 불안 

양국 고위층 물밑 대화 밝히면서도.. 트럼프 '군사행동' 압박 

 

 

체 게바라가 참여한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중남미 좌파의 등대와 같았던 쿠바 정권이 카스트로 사망 10년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체포와 압송 이후 쿠바로의 석유와 물자 공급을 차단하며 압박해 심각한 에너지 부족과 관광산업 쇠락, 잇단 대규모 정전사태에 겸제난으로 인도적 위기까지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항의 시위대가 공산당 지방 당사에 불을 지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초유의 반정부 시위, 공산당 사무실 방화

 

중부 도시 모론(Moron)에서 지난 3월14일 에너지와 식량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공산당 지역 본부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질러 5명이 체포됐다. 공산당 일당체제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는 이례적이다. 앞서 아바나대학교 학생들은 에너지와 교통난으로 대학 측이 강의 폐쇄 등 수업을 줄이는 것에 항의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쿠바는 미국의 제재와 봉쇄로 국토의 65% 이상이 동시에 대규모 정전을 겪는 등 극심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미국은 국제적 비난이 커지자 지난 2월 민수용 석유 유입은 일부 완화했으나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지난 3개월 동안 석유 선적물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천연가스와 태양열, 화력 발전소를 혼합해 전력을 지탱하고 있다.

 

차량 연료부족 심화와 전력망 마비 등에 국가경제를 받쳐오던 외국 관광객마저 끊기면서 경제난이 심화돼 국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와 국가존립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 대립을 계속하다 2014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반전, 외교단절은 물론 경제제재를 강화하며 에너지 봉쇄라는 최악국면을 맞았다.

 

쿠바는 2008년 피델 카스트로의 건강악화를 이유로 친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최고지도자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계승했다. 피델 카스트로가 2016년 11월 사망한 뒤 라울 카스트로도 2018년 4월 미겔 디아스카넬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줘 2019년부터 디아스카넬이 대통령직(국가 주석)을 맡고 있다.

 

멕시코 등 중미우방들 외면, 캐나다 지원나서

 

쿠바는 혁명 이후 문맹률을 낮추고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며 평균 수명을 늘리는 등으로 중남미 좌파들에게는 희망이었다. 여러 세대에 걸친 미국 대통령들에 맞서 저항해 온 보루로서 존경도 받았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출범 후, 특히 베네수엘라 정변 이후 미국의 강력한 봉쇄와 엄포로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전통 우방인 좌파 정권들이 쿠바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카스트로의 망명지이자 쿠바 혁명의 출발지였던 멕시코는 올해 초 쿠바에 대한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부상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 쿠바 석유 수출을 중단하고 대신 식량과 의약품을 보내기로 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멕시코는 미국의 쿠바와의 외교 및 무역 관계 단절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유일한 중남미 국가였다. 최대 석유 공급국이던 베네수엘라는 쿠바인들이 대통령 경호와 의료진 파견 등 끈끈한 관계 였으나 마두로 피랍 이후 역시 전면 중단됐다.

 

에콰도르도 쿠바 요원들이 자국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로 쿠바 외교관을 추방했고, 니카라과는 쿠바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자메이카는 쿠바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의사 파견계약을 종료했다. 브라질 룰라 정권은 최근 식량 2만톤과 구호물자 등을 보냈지만 쿠바를 지원해온 전통과 미국의 보복 위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959년부터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2월 800만 달러(약 83억 원)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캐나다 외교부는 지원금이 유엔세계식량계획(WEP)과 유니세프를 통해 "쿠바 국민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쿠바 국민들에게 캐나다는 연대감을 표한다"며 "긴급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량 발길이 끊긴 썰렁한 주유소.

 

한편 심각한 전력난과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쿠바 시민들을 위해 식량, 의약품, 조제분유 등을 전달하려던 유럽 등지의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탑승한 구호선 2척이 멕시코를 출발해 항해 중 실종됐다가 다시 발견돼 곧 아바나에 도착할 것으로 보도됐다.

 

경제정책 실패 이민 러시…트럼프가 위기 재촉

 

쿠바의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이전에도 일당 독재체제의 폐쇄적 경제정책 실패와 통제 강화 등으로 내부적인 불안요인이 심화돼 왔다.

 

경제 침체로 2020년 이후 약 275만 명이 해외로 떠나 쿠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인구 감소 상황이다. 쿠바인들은 브라질과 멕시코로 몰려들어 지난해 브라질에서 난민 신청자 수 1위를 차지해 처음으로 베네수엘라인을 넘어섰다. 플로리다대 역사학자 릴리안 게라는 쿠바 이민자 증가는 쿠바 정권과 계획 경제 통치 모델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책이다. 트럼프는 마두로 체포 이후 압박 수위를 높이며 군사행동도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27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이어 쿠바에 대해서도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앞서 지난달 5일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무너지는 정권은 이란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며, 쿠바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고 7일 중남미 12개국 정상들이 모인 ‘미주의 방패’ 회의에서도 이란 이후에는 쿠바에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쿠바에 곧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그들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압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쿠바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쿠바를 우호적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앞서 25일 미국과의 갈등 완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과 쿠바 관리들이 최근 접촉을 가졌음을 확인하면서도, 향후 협상 과정에 대해 신중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쿠바의 '백기 투항전 탐색전'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라울 카스트로가 직접 대화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것은 쿠바가 체제 보장을 조건으로 한 대타협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쿠바 정권의 앞날에 먹구름에 싸였다.

 

 

LA 배심원단 "피해 여성에 90억원 지급하라"

최장 하루 16시간 인스타그램 붙잡고 살아
우울증에 가족과 연 끊고 외모 강박증까지
두 회사 "중독자가 문제" 항소하겠다 밝혀

뉴멕시코 배심원은 메타에 벌금 5614억원
성적 콘텐츠 차단에 실패했다는 이유 들어
저커버그 두 재판 증언 나섰는데 연속 패소

캘리포니아만 유사 소송 3000건 파급 주목

 

원고인 소셜미디어 피해자 법률센터(SMVLC) 변호인 로라 마르케스개럿(가운데 회색 싱글재킷)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고법원 바깥에 모여 있다가 배심원단이 메타와 구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원고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6.3.25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
 

미국의 스무 살 여성 케일리 G. M.은 여섯 살 때 유튜브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아홉 살 때 처음 인스타그램을 접했다. 어린 아이들의 접근을 막는 시도는 아예 없었다. 그녀는 열 살 때 불안과 우울증을 느끼기 시작해 몇 년 뒤부터 치료사의 진단을 받았다. 

 

외모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코를 작게 하고 눈을 크게 만드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케일리는 법정에서 "가족과의 교류를 중단한 이유는 모든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쏟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배심원단이 어린 시절 소셜미디어 중독과 관련해 메타와 유튜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케일리의 손을 들어줬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배심원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을 소유한 메타와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이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중독성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의도적으로 구축했다는 케일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두 회사는 케일리에게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만 3000여 건의 비슷한 소송이 계류돼 있어 LA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소송 전략의 변화에 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플랫폼 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선 면책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근거로 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원고 측은 이번에 콘텐츠가 아닌 ‘앱 설계’에 집중했다. 즉, 무한 스크롤이나 끊임없는 알림 등 사용자를 앱에 묶어두는 인터페이스 자체에 SNS 중독의 원인이 자리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메타와 구글은 나란히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모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매우 복잡하며 단일 앱으로만 연결할 수 없다"면서 "사건마다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강력히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며,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한 기록에 대해 자신감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대변인은 "이 사건은 유튜브를 오해한 것으로, 유튜브는 책임감 있게 구축된 스트리밍 플랫폼이지 소셜미디어 사이트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메타와 구글의 플랫폼 운영 방식에서 "악의, 억압 또는 사기"가 엿보인다고 판단했다며 케일리는 300만 달러의 보상적 손해배상에 3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얹어 받아내야 한다고 평결했다. 메타는 케일리의 손배액 가운데 70%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글은 나머지 30%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일리의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도 이날 법원 밖에 모였는데 5주간의 재판 기간 며칠 동안 죽 그랬다. 에이미 네빌의 부모 등이 다른 부모, 지지자들을 얼싸안으며 서로를 축하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중독 소송 증언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심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6. 2. 18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
 

메타, 뉴멕시코에 이어 2연속 패배

 

LA 배심원단의 평결은 뉴멕시코 법원 배심원단이 메타가 노골적인 성적 자료들에 어린이들이 노출되게 하고 성적 포식자와의 접촉에 노출되도록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메타가 물어내야 할 벌금은 3억 7500만 달러(5614억 원)이다. 배심원단은 특히 메타가 플랫폼 내 아동 성 착취 위험성과 정신건강 영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안전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주 검찰 측의 주장에 동의했다. 재판은 6주에 걸쳐 마크 저커버그 메타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내부고발자, 교사, 심리학자 등의 발언을 청취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역시 메타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포레스터의 연구 책임자인 마이크 프룰은 법원의 잇단 판결이 소셜미디어 기업과 대중 사이의 "균열점"을 돋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아이들이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도록 제한을 가했다. 영국은 현재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차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시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프룰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몇 년 동안 쌓여왔고, 이제 마침내 폭발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저커버그는 13세 미만 사용자의 모든 플랫폼 이용 금지라는 회사의 오랜 정책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했다. 내부 연구와 문서에 따르면 메타가 어린 아이들이 실제로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제시되었을 때, 저커버그는 13세 미만 사용자 식별이 더 빨리 진행되길 "항상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올바른 위치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소유주로서 이 사건의 피고인이기도 했지만, 소송의 대부분은 인스타그램과 메타에 집중됐다. 스냅과 틱톡도 처음에는 피고인이었으나 두 회사 모두 재판 전에 케일리와 비공개 합의에 도달했다.

 

유튜브 로고 연합 자료사진 

 

스냅과 틱톡은 재판 전 케일리와 비공개 합의

 

케일리 측 변호인단은 메타와 유튜브가 "중독 기계"를 만들었으며, 아이들이 두 회사 플랫폼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케일리는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를 진단받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자신의 외모를 지나치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증세다. 

 

전문가들과 전 메타 임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회사는 젊은 사용자가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이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에게 케일리가 하루에 최장 16시간까지 사용했다고 말했을 때, 모세리는 중독의 증거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신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10대를 "문제적"이라고 불렀다.

 

변호인단은 이번 배심원단 평결이 "어떤 회사도 우리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오늘의 평결은 배심원단이 전체 산업에 보내는 국민투표다. 이제 책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메타와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아동에게 해를 끼친 혐의와 관련해 오는 6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또 다른 사건 재판이 시작된다고 BBC는 전했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