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9323명 가운데 언론인이 40명
확인된 옥중 사망 기자 2명, 더 많을 수도
실종된 기자 7명, 생존보다 사망 가능성 높아
목격자는 분명히 있는데 이스라엘은 모르쇠
가족들은 자나 깨나 살아 돌아오길 기다려
이스라엘,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 거부
1980년대 남미 ‘더러운 전쟁’의 이스라엘판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끌려가는 사람들. 이들 가운데 약 1800명이 생사를 알 수 없는 ‘강제실종’ 상태다. Ⓒ알자지라 화면 캡쳐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정치군사집단인 하마스(Hamas)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벌어진 지도 벌써 3년이 다 돼 간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보복을 빌미 삼아 가자지구를 초토화시켰다. 내친 김에 하마스를 궤멸시키려는 목표 아래 숱한 사람들을 ‘하마스 용의자’ 또는 ‘하마스 지지자’란 구실을 붙여 감옥에 가두었다.

 

‘거미줄 걸려 죽음 기다리는 작은 벌레’

 

하모케드(HaMoked,1988년 출범)는 이스라엘의 인권단체로, 정식 명칭은 '개인의 방어를 위한 센터(Center for the Defence of the Individual)'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법적인 도움을 주려고 1988년에 출범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청(IPS)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감자 통계 데이터를 받아내는 하모케드에 따르면, 2026년 8월 2일 현재 이스라엘 감옥 안에는 9323명이 갇혀 있다(이 가운데 여성은 92명, 어린이는 370명).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지기 전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5200명이었으니, 거의 곱절로 늘어난 셈이다.

 

구금 형태로 나누자면, ▲형이 확정된 ‘보안 수감자’가 1474명, ▲ ‘보안 구금자’ 3293명 ▲‘행정 구금자’ 3198명 ▲‘불법 전투원’ 억류자 1358명이다. 1개월 전인 2026년 7월 1일의 통계에 견주면 수감자 숫자는 24명 늘어났고, 특히 불법 전투원 억류자가 한 달 사이에 38명 더 늘어났다. 그동안 3차에 걸친 포로교환으로 4000명 가량의 수감자가 풀려났던 점을 떠올리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마구잡이 체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구금과 불법전투원법은 이름만 다를 뿐 (규정상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사실상 똑같은 제도다. 둘 다 변호사조차 만나기 어려운 상태에서 “비밀 증거만으로 무기한 감옥에 갇혀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 수감자 자신은 물론 변호사들조차 붙잡힌 사유가 적힌 ‘보안 정보’ 문서를 볼 수도 없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답답한 상태에서 갇혀 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거미줄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작은 벌레’에 견주곤 한다.

 

지금도 갇혀 있는 기자 34~40명

 

기자들도 거미줄을 피하기 어려웠다. 많은 수의 기자들을 ‘표적 사살’하거나 감옥에 가두었다(연재 9, ‘가자지구는 기자의 무덤’ 참조). 기자들은 변호사 접견이나 가족 면회가 금지된 상태로 ‘비밀 증거’만으로 사실상 무기한 갇혀 지내는 형편이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보호위원회(CPJ)나 국경없는 기자회(RSF) 등 국제 언론단체들은 정당한 취재 활동을 하던 언론인을 사살하거나 감옥 안에 가두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자 불법 구금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언론환경이 나쁜 것으로 악명이 높다. CPJ의 최근 집계(2026년 8월 18일)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 이래 108명의 기자가 붙잡혀 수감시설에 갇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포로/인질 교환 합의 또는 혐의가 풀려 개별적으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34명이 수감 중이다. CP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2~3년 사이에 언론인 구금률에서 중국, 미얀마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https://cpj.org/special-reports/2025-journalist-jailings-remain-stubbornly-high-harsh-prison-conditions-pervasive/#:~:text=China%20is%20responsible%20for%2015%25%20of%20the,18.%20Eritrea.%2016.%20Vietnam.%2016.%20Tajikistan.%209)

 

팔레스타인 수감자협회(PPS)의 집계는 CPJ보다는 더 많다. PPS는 누적 수감자를 약 250명, 현 수감자를 약 40명으로 꼽고 있다. 언론인 또는 기자의 범위를 어떻게 두느냐에서 비롯되는 차이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체포된 사람들의 정확한 수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이스라엘의 비밀주의는 수감자 집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언론인이 몇 명이나 되는가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언론인을 구금 형태별로 나누면, 가자지역에서 붙잡힌 언론인 15~18명은 불법전투원법, 서안지구에서 붙잡힌 언론인 15~20명은 행정구금이다. 지난 연재 글에서 살펴봤던 스데 테이만 수감시설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에게는 '불법전투원법'이 전면 적용됐다. 서안지구 언론인들 가운데는 행정구금이 아니라 일반 형사/군사 재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SNS에 선동 글을 올렸다"거나 "불법 단체(하마스 등)를 찬양했다"는 따위다.

 

CPJ, RSF 등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스라엘이 명확한 증거나 재판 절차도 없이 언론인들을 붙잡아 가두는 것은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범죄의 실상과 가자지구의 참상이 바깥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무자비한 강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들. 이합 모하마드 디압(왼쪽)과 마르완 하르잘라. Ⓒ언론인 보호위원회(CPJ)

 

옥중 사망 언론인, 확인된 숫자는 2명이지만...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간 구금자 가운데 몇 명이 감옥에서 숨졌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이런 비밀 구금 정책으로 말미암아 정확한 숫자를 알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옥중 사망자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 가운데 확인된 언론계 옥중 사망자는 2명이다(감옥에서 풀려난 뒤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진 언론인도 2명이다). CPJ나 베첼렘(B’Tselem, 점령지 인권 정보 센터, 1989년 출범) 같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감옥 안에서 숨졌지만 쉬쉬하고 숨기고 있는 강제실종자들까지 합친다면, 언론인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가자지구의 독립 언론사 아인 미디어(Ain Media) 사진기자 이합 모하마드 디압(Ihab Mohammad Diab, 사망 당시 36세)는 이스라엘군에 붙잡혀간 지 9개월 만인 2024년 9월 감옥에서 숨졌다. 2023년 12월 12일 가자지구 북부 알라바비다 거리에 있는 친척집에서 붙잡혀 끌려갔다. 이스라엘 당국은 처음엔 구금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쉬쉬했다. 이스라엘군 언론담당실은 “디압 기자를 체포하거나 구금한 기록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청(IPS)도 “우린 이합 디압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감옥에 없다”고 했다.

 

디압 기자는 법적으로 생사를 알 수 없고 수감 장소도 알 수가 없는 이른바 ‘강제실종’ 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디압이 바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갔기에 목격자들이 여러 명 있었다. 애가 탈대로 탄 가족들은 그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Gisha, 자유이동을 위한 법률센터)’를 통해 이스라엘군 검찰과 대법원에 인신보호영장 취지를 담은 탄원서를 내면서 수감 여부와 행방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 청원에 대해 이스라엘 쪽은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었다.

 

2026년 4월 마침내 슬픈 소식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해당 인물이 이스라엘 군 시설에 구금돼 있다가 사망했고, 시신은 이스라엘 군 시설에 보관·유치 중"이라고 뒤늦게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숨졌는지 밝히지 않았다. 언론보호위원회(CPJ)와 팔레스타인 ‘수감자 지원 및 인권 협회(Adameer)’ 등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디압 기자는 체포 전엔 건강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결국 그가 사망한 원인은 ▲극심한 고문 ▲열악한 수감 환경 ▲의료 치료 방임 가운데 하나이거나 셋 모두가 겹쳐서다. 사망 경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스라엘은 ‘추가 답변 없음’(No Comment)으로 짧은 답신을 보내왔을 뿐이다.

 

사망 원인 감추고 시신 인도 거부

 

마르완 하르잘라(Marwan Harzallah, 사망 당시 54세)도 옥중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따르는 희생자로 꼽힌다. 하르잘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 공영방송인 팔레스타인 TV의 나블러스 지국에서 방송 미디어 기술자로 일했다. 2026년 1월 8일 나블러스 인근 자와타 마을 자택에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갔다. 기소나 재판 없이 80일 동안 행정구금 상태로 있던 그는 메기도(Megiddo) 교도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하르잘라는 지난 1995년 반이스라엘 시위 도중에 총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자른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인권단체들은 생전의 하르잘라가 건강했고 이렇다 할 지병이 없던 점을 들어, “감옥 안 가혹행위로 숨진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옥중 사망한 두 기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넘기지 않고 보관 중이라는 점이다. 유족들에게는 2차 가해의 아픔이다. CPJ가 이스라엘 군 쪽에 "시신을 언제 유가족에게 인도할 것인가"라고 물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추가로 밝힐 입장이 없다"였다. 유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이스라엘이 보관하고 있는 옥중 사망자의 시신은 알려진 것만 100구에 가깝다. 실제론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은 시신을 협상의 ‘인질’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이 문제에 대해선 따로 곧 집중 살펴볼 참이다).

 

위의 이합 디압과 마르완 하르잘라, 이 두 언론인은 모두 숨지기 전에 변호사 접견을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체포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변호사 접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감자의 가족과 인권단체(Gisha)나 언론단체(CPJ 등)가 법적으로 청원을 넣고 지속적인 추적 조사를 한 끝에 비로소 두 사람이 숨졌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로 미루어, 실종상태 행불자(이른바 ‘강제실종자’) 가운데 숨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2023년 10월 7일 전쟁 첫날 가자지구에서 실종된 하이탐 압델 와헤드 기자(왼쪽)와 니달 알 와히디 기자(오른쪽). Ⓒ국경 없는 기자회(RSF)

 

목격자 있는데도 “우린 알지 못한다”

 

CPJ에 따르면, 적어도 7명의 언론인이 강제실종(enforced disappearance) 상태다. 남은 가족들은 (집안의 아빠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는) 실종자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다. 인권단체, 인도주의 단체, 변호사 등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애타게 실종자를 찾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다.

 

가자지구의 독립언론 매체인 알쿠피야 TV의 사진기자 니달 알 와히디(Nidal Al-Wahidi)도 강제실종자 가운데 하나다. 전쟁이 터지던 당일(2023년 10월 7일) 그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경계 지역인 에레즈(Erez) 검문소 인근에서 현장 생중계로 취재를 하다가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혀 갔다. 함께 일하던 동료 취재진은 알 와히디가 이스라엘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어디 갇혀 있는지, 살아 있기나 한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하이탐 압델 와헤드(Haitham Abdel Wahed) 기자도 강제실종 상태다. 가자지구의 독립언론 매체인 아인 미디어(Ain Media) 소속 사진기자인 와헤드는 위의 알 와히디 기자와 함께 에레즈 검문소 근처에서 붙잡혀 간 뒤 행방불명이다. 그 무렵 찍힌 한 영상에는 와헤드 기자가 PRESS 글자가 뚜렷이 박힌 취재 조끼를 입고 카메라를 든 채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에레즈 검문소의 금속 게이트 앞에서다. 단 몇 초 분량의 짧은 영상은 두 기자가 사라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알 와히디 기자도 그곳에서 목격되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언론인들은 두 사람이 이스라엘 영내 방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https://rsf.org/en/what-happened-gaza-journalists-nidal-al-wahidi-and-haytham-abdel-wahed-missing-7-october-2023)

 

이렇듯 여러 목격자들이 있는데도 이스라엘 교도당국과 군은 그들의 수감 여부, 수감 장소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인권단체 하모케드(HaMoked)와 기샤(Gisha)가 함께 이 두 기자의 생사 확인 및 수감 장소 공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 대법원에 인신보호 청원을 잇달아 제출했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이런 ‘강제실종’ 상태는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가족들이 정작 더 두려워 하는 것은 어느 날엔가 사망 통지서가 날아드는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높다.

 

두 기자가 현장에서 사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날 오전 10시 30분쯤 이스라엘군 F-16 전투기가 에레즈 국경 검문소 근처를 공격했고 폭격을 맞은 사람들의 시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에레즈 검문소 근처에 모인 기자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겨냥한 폭격이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협회는 그들이 이스라엘 군에게 끌려가다가 도중에 사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추정한다. 분명한 사실은 에레즈 검문소와 가장 가까운 인도네시아 병원에선 두 기자의 시신, 또는 그들의 흔적(PRESS 글자가 보이는 조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됐다가 살아 돌아온 기자

 

이스라엘의 인권단체 하모케드(HaMoked)는 두 기자가 실종된 지 2주 만에 이스라엘 대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열흘 뒤 돌아온 답변은 “이스라엘 쪽에 두 사람이 억류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모케드는 그 뒤 이스라엘군에도 여러 차례 수배 요청을 했으나 돌아온 답은 매번 같았다. “이스라엘군에 억류되어 있지 않으며, 구금되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실종된 두 언론인은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나 동료 기자들은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들려온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가족 잡지 알 사아다와 가자 지구의 알라이 라디오에 기고를 하던 프리랜서 언론인 모하메드 나페즈 카우드(Mohammed Nafez Qaoud)는 한동안 강제실종자로 분류돼 가족들이 애를 태웠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존이 확인됐다.

 

카우드 기자는 2024년 3월 19일 피난민 친척을 만나러 가던 중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혔지만 여러 달 동안 강제실종자로 남았다. 아무도 그의 생사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카우드 기자가 살아 있다는 소식은 극적으로 들려왔다. 그해 8월 15일 팔레스타인 수감자 지원단체인 아다미르(Addameer, 1991년 출범) 소속 변호사가 서안지구의 오페르 교도소에서 가자지구 출신 수감자 31명 중 한 명으로 카우드를 지목하면서 그의 생존이 확인됐다. 카우드는 11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고 2025년 2월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그가 감옥에서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을 살았는가는 몸무게 변화(96kg→58kg)가 모든 것을 말해줄 듯하다.

 

집계에서 빠진 강제실종자들

 

글 맨 앞에서 수감자 숫자가 9323명이라 했지만, 집계에 빠진 사람들(이른바 ‘강제실종자’)을 떠올리면, 실제 숫자는 이스라엘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 2006년 유엔은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 방지협약)’을 채택하여 국가권력이 민간인의 생존 여부를 감추는 것은 우리 인류에 대한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는 해마다 8월 30일을 유엔이 지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로 기린다.

 

21세기 중동 한복판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그런 강제실종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 10월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변호사의 접근을 막고 팔레스타인 구금자에 대한 인적 사항조자 알려주길 거부했다. 집안의 가장이 아무런 죄도 없이 붙잡혀 간 것도 억울한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문을 받고 있거나, 죽음마저 은폐된다면 남은 가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잡혀간 이들이 지금 어디에 갇혀 있을까. 살아 있기나 한 것일까. 남은 가족들은 자나깨나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애타고 찾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태도는 그야말로 냉담하다.

 

이와 관련, 중요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인권단체 하모케드가 2026년 5월 11일에 펴낸 ‘구금 중 가자지구 주민들의 강제 실종’이란 제목의 정책보고서다. 여기서 하모케드는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끌려가 실종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례와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보고서에 실린 전형적인 강제실종 사례 하나를 꼽아보면 이렇다.

 

[2024년 2월 24일,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근처에 있는 아주르 가족의 집을 습격해 어머니와 다섯 살 된 딸에게 총상을 입혔다. 어머니는 부상당한 딸 아이와 남편을 뒤로한 채 남쪽으로 강제 피난을 떠나야 했다. 그 순간부터 아이와 아버지의 생사와 소재는 알 수 없게 됐다. 인권단체 하모케드는 이들의 소재를 알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에 문의했다. “아이는 병사들에게 끌려갔고, 아버지는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 갇혀 있다”고 말해주는 목격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당국은 “체포나 구금 기록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모케드는 이스라엘 대법원(HCJ)에 재조사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기각되었다. 이들의 운명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는 없다. 남은 가족은 이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다.]

(https://hamoked.org/files/2026/1667080_eng.pdf)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가자지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건물 앞에서 실종된 가족들의 행방을 찾아내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Omar Ashtawy/APA

 

1800명 넘는 강제실종자, 목격자의 진술서 있는데도 행불

 

하모케드는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을 상대로 약 5400명의 실종자 소재 확인 요청을 했었다. 구금자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 여러 차례 이스라엘 대법원(HCJ)에 청원서를 제출한 끝에, 2024년 5월 3632명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1848명(29.2%, 10명 가운데 3명)의 행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인원의 체포 또는 구금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많은 경우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힐 당시 분명히 잡혀가는 것을 본 목격자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우린 모른다”고 발뺌했다.

 

이에 맞서 하모케드는 목격자들이 서명한 진술서가 첨부된 114건의 인신보호영장 청원을 이스라엘 고등법원에 내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그 가운데 76건은 구금자가 어느 감옥에 갇혀 있는지가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나머지 38건에서는 “체포됐다는 아무런 징후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으로선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이렇듯 1800명 넘는 강제실종자들의 행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모케드는 이 정책보고서에서 ▲구금자 등록의 허점 ▲구금자에 대한 정보 전달의 실패 ▲실종자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의 부재 등 세 가지 요인이 겹쳐 “국제법을 위반하는 강제실종을 막지 못하는 더 광범위한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더러운 전쟁’의 또 다른 이름은?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ICPPED, 2010년 발효)'에 따르면, 강제실종이란 ‘체포, 억류, 납치 또는 기타 모든 형태의 자유 박탈’이 일어난 뒤 그런 사실을 부인하면서 ‘실종자의 생사나 소재를 은폐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 한국은 2023년에 뒤늦게 가입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가입 상태다.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강제실종을 막아야 할 의무마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강제실종은 독재정권이 시민들을 옥죄는 나라에서 흔히 일어나는 문제다. 지난날 중남미의 친미 군사독재정권에선 많은 강제실종자들이 생겨났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1976~1983년)의 실종자(Desaparecidos)는 조사위의 공식 기록으로만 약 9000명, 인권단체와 피해자단체의 추정치로는 약 3만 명에 이른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산 채로 대서양 바다로 던져졌다. 약물 주사를 맞고 반쯤 정신을 잃은 이들은 경비행기나 헬리콥터에 실려 가 바다 위에서 떨어져 숨졌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아르헨티나 군부독재가 무너진 뒤, 한 해군장교는 법정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비행이 이뤄졌고 1500명에서 2000명이 희생됐다고 증언했다. 이 '죽음의 비행'이 저질러지던 시절은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란 이름을 얻었다. 21세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인 마구잡이 폭격과 학살, 대규모 투옥과 강제실종을 가리켜 훗날 역사가들은 어떤 전쟁이라고 이름 붙일까.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 

 

 

 

 

 

 

 

 

 

 

 

 

 

 
 

러시아인 의용군 구금·아파트 수색 놓고 충돌…3명 부상

대러시아 비밀작전 수행하는 SBU · HUR 경쟁 수면 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AP=연합 자료사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한복판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대 정보기관 산하 특수부대가 총격전을 벌여 여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충돌은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간 영향력과 자원 확보 경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BU 특수부대와 HUR 산하 특수부대는 1일(현지시간) 늦은 밤부터 2일 새벽까지 키이우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무장 대치 끝에 총격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 과정에서 HUR 산하 특수부대원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건물 밖에 핏자국이 남은 모습도 담겼다.

 

SBU와 HUR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정보기관으로, 러시아 영토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러시아군 장교 암살을 비롯한 각종 비밀작전을 수행해왔다.

 

이번 충돌의 발단은 HUR의 지휘 아래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던 러시아 국적 전투원을 SBU가 구금한 일이었다.

 

HUR 산하에는 수천명의 숙련 병력으로 구성된 '티무르 특수부대'가 있으며, 이 부대에는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는 '러시아 의용군단'도 포함돼 있다.

 

SBU는 지난달 말 러시아 의용군단 부지휘관인 스테판 칼푸노프를 체포해 약 일주일간 구금했다.

 

칼푸노프의 변호인에 따르면 SBU 특수부대 알파그룹은 1일 칼푸노프를 데리고 티무르 부대가 임차한 키이우 도심의 한 아파트를 찾아가 범죄 수사의 일환이라며 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티무르 부대원들이 이를 막았고, 양측의 협의가 불발되자 티무르 지휘관이 추가 병력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늦은 밤 수십명의 무장 병력이 아파트 단지에 몰려들었고 결국 총격전으로 번졌다.

 

SBU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테러 행위를 수사하던 자국 요원들이 무장한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으며,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칼푸노프는 총격전 이후 풀려났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그의 변호인은 밝혔다.

 

WSJ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최근 한층 격화한 SBU와 HUR 간 주도권 경쟁이 있다고 전했다.

HUR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키릴로 부다노우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1월 올레흐 이바셴코가 새 HUR 수장이 됐지만, 티무르 특수부대 상당수는 여전히 부다노우에게 강한 충성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다노우 역시 HUR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고위 당국자들의 부패 의혹과 일부 군부대 비위 문제 등으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건 이후 정보기관 수장들에게 경위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부다노우 비서실장도 "누구도 군인을 불법적으로 납치하거나 우리 도시의 거리에서 총을 쏠 권리는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사기관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재우 기자 >

 

 
 

폭스뉴스 인터뷰서 또 뒤끝…"우리는 그들을 돕지만 그들은 사양"

'무역분쟁' 캐나다 향해서도 "매년 적자인데 왜 보조금 줘야 하나"

"내가 대통령 아니었다면 이스라엘 멸망"…'종전 서명 불필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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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란 전쟁과 관련해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기억해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다른 국가들, 일례로 한국 같은 나라를 돕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 돕지만, 그들이 우리를 도와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참여하겠느냐'고 묻자 모두들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예컨대 한국의 경우 4만명(실제로는 약 2만8천500명)의 미군이 그곳에 있다"며 "그래서 내가 '이란과 관련해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그들(한국 정부)이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하더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겠다. 매우 고맙고, 감사하다. 하지만 이 일은 기억해두시라. 진심이다'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3월 이란 전쟁이 격화하던 중 여러 국가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을 위해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는 미국을 돕지 않는 동맹들을 위해 돈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우리를 위해 나서지 않고 싶어 한다면, 우리도 그저 바보처럼 돕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동맹국들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되니) 많은 돈을 벌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앙카라=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7.8 [공동취재 제공] superdoo82@yna.co.kr

 

약 40분에 걸친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무역분쟁을 빚고 있는 캐나다와 전쟁 중인 이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캐나다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캐나다에 매년 600억 달러(약 82조1천220억원)를 잃고 있다"며 "캐나다는 자신들이 미국의 주(州)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왜 우리가 캐나다에 보조금을 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란을 두고는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테러 지원국"이라면서 "(이란인들은) 강인하고 똑똑하지만 악독하다. 이들이 핵무기를 가진다면 이스라엘은 사라질 것"이라며 이란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 자체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이란 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잘하고 있다"며 "그들의 해군, 공군, 수뇌부, 방공망도 모두 사라졌다. 완전히 궤멸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순간이 되면 우리는 승리하거나 어떤 조치를 할 것"이라며 "그저 종이 쪼가리 서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 국내 정치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당내 예비선거에서 약진한 민주당 급진좌파 성향의 민주사회주의(DSA)를 겨냥해 "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라며 DSA 진영의 한 후보 인터뷰를 보고 "제정신이 아니다. 우리 국가에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김경윤 기자 >

 

 
 

'100여명 생존 가능성' 발전소 터널 안 진입 성공…내부 수색 준비

이날 폭우로 추가 범람 우려…구조대·주민들에 주의령

국제사회 구호자금 속속 답지…한국 헬기 수색 불허돼 무산

 


수력발전소 터널 주변 수색하는 구조대원 (라수와[네팔] 로이터=연합) 30일(현지시간)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의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 주변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네팔·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휩쓴 대규모 홍수 발생 닷새째인 30일(현지시간) 양국 당국이 3천 명이 넘는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100명 이상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력발전소 터널에 구조대원이 진입하는 데 성공해 기적의 생환 소식이 전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폭우로 강물 수위가 높아져 추가 범람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가 전문 장비·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EFE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네팔 재난관리청이 집계한 네팔 내 대홍수 사망자는 최소 788명, 실종자는 2천502명(외국인 592명)으로 늘었다.

 

중국 당국이 집계한 시짱(티베트)자치구 지역 사망자 16명, 실종자 546명(외국인 261명)과 합치면 이번 홍수 전체 사망자는 최소 804명, 실종자는 3천48명에 이른다.

 

네팔 당국은 피해 지역인 중부 바그마티주의 수력발전소 현장 11곳 이상에서 최소 933명의 작업자가 실종됐으며, 이 중 라수와 지역의 트리슐리 3A·3B 발전소를 중심으로 100여명이 터널 안에 고립된 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 두 발전소에 갇힌 인원이 약 35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정보도 당국에 입수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네팔 군 구조대는 전날 밤 트리슐리 3A 발전소의 토사에 파묻힌 터널 상부에 드릴을 이용해 진입로를 뚫은 데 이어 파이프를 설치해 공기를 주입하고 카메라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날 구조대가 드릴·굴착기·유압 절단기 등 중장비와 폭발물을 동원해 터널에 4개의 구멍을 굴착한 뒤 밧줄을 타고 터널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팔 에너지부가 밝혔다.

 

구조대는 현재 내부에 갇힌 사람들의 상태, 위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팔 총리실은 성명에서 "(구조대가) 밧줄을 이용해 구멍 속으로 내려가 내부 사람들을 소리쳐 불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에너지부는 구조대가 산소 장비와 카메라를 갖춘 구조대원을 약 180m 떨어진 터널 내 공사 공간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 구조대원이 도달하면 터널 내 실종자들의 실제 상태·위치와 안전 여부에 대해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날 오전 2시께부터 쏟아진 폭우로 트리슐리강 수위가 상승, 굴착 작업 구역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가 이후 상황이 나아져 작업이 재개됐다.

 

이날 오전 재난관리청은 "라수와 지역 보테코시강(트리슐리강의 상류)의 유량이 더욱 불어났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수색·구조·구호 인력과 강변 지역 주민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이에 터널 밖 구조대와 주민들도 트리슐리강 등의 범람 우려에 수색·구조·복구 작업을 일시 멈추고 고지대로 대피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홍수로 강이 진흙·바위 등으로 막혀 생긴 불안정한 '자연댐 호수' 중 일부는 물이 빠르게 차올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에서도 전날 밤 무인기(드론) 감시 결과 기존의 자연댐 호수에서 약 2.8㎞ 떨어진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 새로운 자연댐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시짱(티베트)자치구 지룽 통상구 인근의 긴급 구조 인력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으며, 중국 당국은 2차 재해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비라지 박타 슈레스타 네팔 에너지부 장관은 "여러 터널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악천후와 극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당국은 이날 피해가 큰 계곡 지역에 군·경찰 등 1만5천여명을 투입해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고, 중국인 4명 등 183명을 구조해 헬기 등을 통해 이송했다.

 

터널 내 진흙탕 속 생존자 구조 지난 28일(현지시간)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 라수와의 한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네팔군 구조대가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EPA 연합 자료사진]

 

히말라야 지역의 고난도 터널 구조 작업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도는 터널 전문 구조대 11명을 네팔에 지원했으며, 중국도 터널 전문 구조팀 9명을 네팔에 파견했다.

 

네팔 정부는 이 밖에도 수송용 대형 드론, DNA 검사키트, 시신 보관용 냉동시설 등 수색·구조에 필요한 특수·전문 장비와 인력 등의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부 장관은 헬기로만 접근할 수 있는 여러 피해지역에 긴급 구호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중량물을 나를 수 있는 드론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루 수백 구씩 수습되는 희생자 시신 부패를 막고 유족의 신원 확인을 위해 냉동보관 시설과 DNA 검사키트를 비롯한 법의학 장비와 인력 등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 병원 시신 안치실 등이 포화상태가 되고 냉동보관 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시신들이 부패하기 시작하자 네팔 당국은 전날 신원 미상 시신 96구를 임시 매장한 데 이어 이날도 100여구를 매장 중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암리트 바하두르 라이 네팔 외교부 차관은 "공중보건을 지키기 위해 부패해가는 시신들을 매장해야 했다"면서 "여러 국가에 냉동보관 시설을 요청했으며, 1천 개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다만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의 DNA 시료 채취, 사진 촬영, 식별 정보 기록 등의 작업을 거치고 있으며, 추후 신원이 파악되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해 힌두교 전통에 따라 화장을 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네팔 대홍수 희생자 시신 임시 매장 (치트완[네팔] AFP=연합) 30일(현지시간)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 치트완 지역에 신원이 미확인된 대홍수 희생자 시신들이 임시 매장된 모습. 시신 위치마다 식별 태그가 설치돼 있다.

 

네팔 정부는 대홍수 피해 복구비로 약 40억∼50억 달러(약 5조5천억∼6조9천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최대 추정치인 50억 달러는 네팔 전체 경제 규모의 10%에 가까운 큰 금액이다.

카날 장관은 "피해 규모를 조사한 뒤 (복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지만, 우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각자 약 360만 달러(약 50억원)씩, 유럽연합(EU)은 250만 달러(약 34억5천만원), 영국은 500만 파운드(약 93억8천만원), 말레이시아는 100만 달러(약 13억8천만원)의 지원을 각각 약속했다.

 

유엔은 250만 달러의 긴급 지원 자금을 집행했고,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은 100만 달러(약 13억8천만원) 이상을 네팔 지원에 배정하는 한편 3천100만 달러(약 428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합동 신속대응팀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초 이날 임차 헬기 각각 1대씩 2대를 띄워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수색할 계획이었지만 네팔군 당국이 안전·항공 혼잡 우려 등으로 인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 무산됐다.                           < 박진형 기자 >

 


중국 티베트 수색 구조작업 [CNS/AFP=연합]
 
 
 

 

한국 긴급구호대 44명 1일 밤 네팔로…신속대응팀과 합동수색

군수송기로 출발해 약 10일간 실종 한국인 등 수색·구조 활동

구조견 · 매몰자 탐지장비 · 수중펌프 · 고해상도 드론 등 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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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이 무섭지 않은 아이들 (치트완[네팔]=연합)  = 네팔과 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수습이 이어지고 있는 30일(현지시간) 최초 사고 지점에서 100여km 떨어진 치트완 나라야니 강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2026.8.30 ksm7976@yna.co.kr

 

대홍수가 발생한 네팔에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파견된다.

외교부는 1일 민관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 의결을 거쳐 네팔 홍수 피해 지역에 KDRT 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견은 지난달 26일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네팔 정부가 한국 측에 피해 지역 수색·구조 활동 지원을 위한 긴급구호대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긴급구호대는 상대국의 요청 내지 수락이 있어야 파견할 수 있다. 정부는 대홍수 발생 이후 구호대 파견 준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네팔 측이 자국 군경 위주의 수색을 진행하면서 시일이 소요됐다.

 

KDRT는 구호대장인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포함한 외교부 3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 4명과 소방청 37명 등 44명으로 구성되며, 이날 자정 우리 군 수송기를 통해 네팔로 출국할 계획이다.

 

구호대는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현지에서 네팔 정부와 소통·협력하며 연락이 닿지 않는 우리 국민을 포함한 피해자 수색·구조 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기간은 현장 상황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각 11명, 9명 규모의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파견해 헬기·드론·육상탐색 등 수색을 진행해온 바 있다.

 

KDRT는 현장에 도착하면 네팔 당국과 업무를 협의하면서 신속대응팀과 힘을 합쳐 그간 진행해 온 수색의 범위와 폭을 한층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네팔 측이 요청한 고해상도 드론을 비롯해 매몰자 음향 및 영상 탐지기, 열화상 탐지기, 수중펌프와 구조견 5마리도 수송기에 실려 네팔로 향한다.

 

네팔 당국은 지금까지 중국과 인도의 터널 구조 전문 인력·장비를 들여온 것을 제외하면 타국의 지원을 꺼리다가 한국의 긴급구호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앞으로도 네팔 정부와 소통을 지속하며 네팔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DRT는 대규모 해외재난 발생시 재난구호, 인명구조, 의료구호 등 피해국 지원을 위해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 인력을 기반으로 파견되는 구호대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때 첫 파견을 시작으로 2023년 캐나다 산불까지 11차례 가동됐고 이번이 12번째 파견이다.

 

이번에 네팔로 파견되는 긴급구호대 수송에는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가 투입된다.

 

시그너스가 해외긴급구호대 수송을 위해 대규모 재난·재해 현장에 투입된 것은 2023년 튀르키예 강진, 같은 해 캐나다 대형 산불 사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 김지헌 민선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