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전 총리도 상품권 줬다”…‘오미야게 스캔들’ 전·현직 확산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초선 의원들에게 1인당 약 10만엔(97만원) 어치 상품권을 건넨 이른바 ‘상품권 스캔들’이 전직 총리들로 번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일 복수의 자민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재임 당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로부터 10만엔(97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간담회 때 받은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정무관 출신 한 자민당 의원은 지난 2022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당시 해당 의원은 기시다 총리 비서로부터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이 든 봉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봉투에는 1장당 1천엔짜리로 100장이 들어 있었던 파악됐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3일 초선의원 15명과 저녁 식사를 앞두고 비서를 통해 10만엔 상품권을 ‘오미야게’(여행지 등에서 친지나 친구 등을 위해 사오는 선물)라며 건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총리가 당시 이들과 간담회 형식의 식사를 예정했는데, 이날 낮 해당 의원들의 사무실로 상품권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 쪽에선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높으며 총리직 사임까지 고려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이시바 총리를 방어하기 위해 “과거에도 있었던 관행”이라고 밝혔다가 발언을 철회한 바 있는데, 전직 총리들로 문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전 총리 쪽은 아사히신문에 “개인의 사교적 만남부터 정치활동으로서 만남, 또 정치단체의 정치활동으로 만남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모두 법령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져 왔으며 그 이상의 언급은 삼가겠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하지만 기시다 전 총리 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재임 당시 ‘상품권 선물’을 준 적이 있는지 묻는 아사히신문의 물음에 “재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대로 된 모임을 가질 수 없었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모임에서 간단한 ‘오미야게’를 드린 적이 있다”면서도 “모두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도 적절하게 실시됐다”고 답했다. 스가 전 총리는 2020년 9월부터 1년여간 총리직을 맡았다. 아소 다로 전 총리(2008년 9월~2009년 9월) 쪽은 이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응답하지 않았다.

 

반면 입헌민주당 쪽에서는 관련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입헌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이 정부를 꾸렸던 2011년부터 1년3개월간 총리를 맡았던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같은 질문에 “일체 그런 일이 없다”고 신문에 답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조업 나갔다가 태평양서 1095㎞ 표류
바퀴벌레·새·거북 먹고 빗물 마시며 연명
“어머니, 두 살 손녀, 가족 생각으로 버텨”

 
 
태평양에서 95일간 표류하다 구조된 페루 어부 막시모 나파가 구조된 뒤 페루 파이타에서 긴급 의료 처지를 받고 있다. 페루 해군 제공/AFP 연합

 

페루의 어부가 바다에서 95일간이나 표류하다가 바퀴벌레 등으로 연명하며 생환했다.

페루의 어부 막시모 나파는 지난해 12월7일 페루 남부의 마르코나 연안에서 조업을 나갔다가 거친 날씨에 배가 표류했다. 그는 당초 2주간의 조업을 계획했는데 열흘 째부터 항로를 이탈하고는 태평양에서 표류했다. 그는 지난 11일 페루에서 1095㎞나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그를 찾아 나선 페루 해양순찰대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그는 심한 탈수증 등으로 위독한 상태였으나, 응급 처지 등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는 로이터에 표류 도중에 “죽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는 “바퀴벌레, 새, 그리고 내가 가장 먹기싫던 거북이까지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표류 내내 두살 된 손녀 등 가족만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그 비를 받아서 먹었고, 구조되기 마지막 15일전부터는 음식이 떨어져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어머니를 생각했다”며 “하나님이 나에게 또다른 삶을 주신 것에 감사한다”고 생환 소감을 밝혔다. 그의 어머니 엘레나 카스트로는 현지 언론에 가족들은 낙관적으로 생각했지만, 자신은 희망을 잃기 시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엘레나 카스트로는 “아들의 생사와 상관없이 나에게 보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며 “그러나 내 딸들은 결코 신념을 잃지 않고,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나에게 계속 말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나파는 현재 에콰도르와 접경한 파이타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곧 고향으로 돌아간다. < 정의길 기자 >

 

여당 일부에서도 조기 사퇴론 불거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가 열리길 기다리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국회의원 15명에게 고액 상품권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당 일부에서도 조기 사퇴론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과거 정치자금 보고서 일부에 ‘엉터리 기재’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궁지로 몰리고 있다. 1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도치기현 지부연합 기무라 요시후미 간사장은 이시바 총리의 ‘고액 상품권 선물’과 관련해 “말이 안 된다. 총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14일과 15일에는 니시다 쇼지, 아오야마 시게하루 자민당 참의원이 각각 “(총리가) 책임 문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조기 퇴진론’을 언급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이달 초 중의원 초선 의원들과 회식 때 1인당 10만엔(980만원) 상당 상품권을 준 사실이 13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그는 “사비로 고생한 초선 의원들을 위로하려던 것으로 위법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거센 공세뿐 아니라 여당 안에서도 비판에 직면했다.

 

자민당 일부에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필패론’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자민당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정치자금 문제에 그가 연루되자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지는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한 중견 의원이 “지금 총리를 공격하면 가라앉는 건 자민당 전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모리야마 히로시 당 간사장도 “(총리의 처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시바 총리를 대신할 확실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고, 6개월짜리 총리를 끌어내리려 한다는 비판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공개 퇴진론 주장은 현재로서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며 “향후 여론에 따라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날 이시바 총리 쪽이 과거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엉터리 기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오면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가 대표로 있는 돗토리현 제1선거구 지부가 2021년 개인 기부금 132만엔(1290만원)을 받으면서 ‘개인 주소지’가 아닌 기부자가 속한 기업이나 단체 것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총리 쪽이 확인을 게을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품권 문제에 이어 총리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 한겨레 도쿄=홍석재 특파원 >

양국 관계 균열...미, G20 외교장관회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보이콧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가 2013년 미국 워싱턴 디시에 있는 남아공 대사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0~2015년 한 차례 주미 대사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말 다시 주미 대사에 임명됐다. EPA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백인 차별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여 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간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14일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가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됐다. 미국 정부가 주미 대사를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라술 대사가 “미국을 증오하고 인종 혐오를 미끼 삼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라술 대사가 남아공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미국 지상주의 운동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기사를 공유했다. CNN은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를 인용해 라술 대사가 21일까지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남아공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행정명령을 내려 남아공 원조를 모두 중단했다. 이 나라 ‘토지 수용법’(Expropriation Act)이 백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버려졌거나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토지의 경우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인데, 미국 내 우익 인사들은 남아공 경작지의 70% 이상을 소유한 백인들에게서 토지를 몰수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지난달 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열렸던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와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둘 다 보이콧했다. 남아공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후금융협약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PT)’에서도 탈퇴를 선언했다. 남아공 출신이며,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난 흑인이 아니라서 ‘스타링크’를 남아공에서 운영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위성통신서비스 기업 스타링크 소유주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에서 ‘위협받는 백인’ 서사를 구축하여, 우익들이 추진 중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지’ 정책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양성 정책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미국 내 백인들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칼릴 지브란 무하마드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백인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겠다는 신호를 전 세계 백인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주미 대사 추방을 두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남아공은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패트릭 가스파드 전 주미 대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남아공의 관계는 최저점에 이르렀다”며 “관계를 회복하지 않기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정유경 기자 >

15일 미국 워싱턴 디시에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사관의 모습. EPA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