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미사일 동원해 보복 단행…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세력도 동참

이스라일 "강력한 대응" 언급하며 반격 시사…'키사스'식 보복 악순환 우려

이란, 확전은 피하려 했나…민간인 대신 군 시설 표적,   "드론 보내 격추 시간도 벌어줘"

 

                   13일 이란의 보복 공습에 대응하는 이스라엘 방공망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벼르고 있던 보복 공격을 감행함에 따라 중동 상황이 확전의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이라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한 뒤 이슬람혁명 전까지는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이란의 첫 대규모 공격으로 볼수 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이란을 대리해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까지 이란의 보복에 속속 '참전'함에 따라 중동은 일촉즉발의 확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며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의 숙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전면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4차 전쟁 이후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처벌하겠다면서 이날 '진실의 약속'이라고 명명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을 제거한지 12일 만이다.

이란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인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을 나포하면서 보복 공언 후 첫 대응에 나선 뒤 이날 이스라엘 본토 타격을 목표로 무장 무인기(드론)를 대규모로 날리고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이 100여기의 드론이 이란에서 발사됐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언론은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400∼500개의 드론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드론 대부분은 이란에서 발사됐지만 일부는 이라크, 시리아, 남부 레바논, 예멘에서도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국가는 위치적으로 이란보다 이스라엘에 훨씬 가깝게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무장 대리세력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주변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지역 내 전운이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고조로 높아졌다.

확전의 관건은 일단 이스라엘 대응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강력한 재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은 다시 한번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보복을 천명한 점이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현지 언론에 이란 공습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며 재보복을 예고했고 이란 역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어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확전을 막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이번 공격에 대한 규탄 속에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키사스식 보복의 악순환시 후폭풍을 감안, 이란이 세밀하게 계산된 범위 내에서 공격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해왔다.

지난 몇 년간 자국 내에서 벌어진 핵시설 사보타주(파괴 공작), 핵 과학자 암살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직접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군사·외교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정면 대응은 자제했다.

이스라엘의 도발에 전면적으로 맞설 경우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감수해야 하고 그 결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13일 소집된 이스라엘 전시내각 회의[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이번에도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습에 급하게 대응하지 않고 12일 만에 보복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등이 대비할 시간을 준 측면이 있다.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몇시간이나 걸리는 무인기를 이용하고 민간시설이나 종교시설이 아닌 군·정부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이란의 의중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A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의 군사, 정부시설만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란 정부가 선택한 무인기 샤헤드-136은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이 폭탄을 실은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연합= 신재우 김동호 기자]

 

 

'반 트럼프 상징' 헤일리, 사퇴…트럼프 지지 표명은 안해

 

헤일리  "잘 되길 바라… 당과 당 밖 지지 얻는 건 트럼프에 달려 있어"

트럼프, 중도층 지지 확장 관건…바이든, 지지층 이탈·고령리스크 '숙제'

 

미 공화 대선후보 사퇴 발표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찰스턴[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로이터=연합]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6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으며, 그 결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로 짜졌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11월 선거에서 다시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됨에 따라 미국의 대선 시계는 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헤일리 전 대사는 '슈퍼화요일' 다음날인 이날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경선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붉은 원피스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헤일리 전 대사는 사퇴 연설에서 "그간 보내준 열렬한 지지와 성원에 감사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경선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후회는 없다"며 "비록 나는 더 이상 경선 후보가 아니지만, 우리 나라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정치적 재기를 다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 없이 "트럼프는 7월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라며 "축하하고,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고만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차이로 분열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면서 "나는 항상 공화당원으로서 당의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마거릿 대처는 '대중을 따르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는 좋은 말을 했다"고 언급했다.

또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가 우리 당과 우리 당을 넘어서 지지를 받을지는 이제 트럼프에 달려 있으며 그가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최고의 정치는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제 그가 선택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경선의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헤일리 전 대사는 사퇴 직전까지 공화당의 '반(反) 트럼프' 구심으로서 기대를 모았지만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실한 지지세를 결집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전날 버지니아와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15개주에서 동시에 진행된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버몬트주에서만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출마 당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부각하며, 상대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 연합]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례없이 이른 시점에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히게 됐다.

이에 따라 11월 대선을 244일 앞둔 시점에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이 조기 점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슈퍼화요일' 대승 이후 연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복수 의지를 다지는 한편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우리는 통합을 원한다"며 "우리는 통합할 것이며 이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내 경선 때 대부분 주에서 20~40%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인 온건·중도 성향당원과 여성, 무당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과제다.

'마가' 극우층을 중심으로 확실한 지지 세력을 거느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최종적으로 거머쥐기 위해서는 경합주에서 중도 표심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날 경선에서 미국령 사모아를 제외한 15개주를 석권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본선 구도 조기 확정은 예견된 결과인 동시에 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대결구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화당의 컨벤션 효과를 조기 차단하고 본선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 피로' 효과를 노려볼만하다는 점에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연합]

 

바이든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늘날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며, 헤일리는 트럼프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자 했다"면서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이 필요없다고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중도 보수층에 구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예정된 국정 연설에서 집권 2기 비전을 공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본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 전쟁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아랍계를 비롯한 유색인종 및 진보, 젊은층 등 이탈을 막아 내부 지지층을 결속하고 고질적 약점인 고령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전 대사의 경선 포기로 이미 후보 자리가 확실시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가 한층 선명해졌다"며 "헤일리의 패배는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의 당 장악력 확대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 연합= 김경희 기자 >

1970년대 일본 전범기업들에 폭탄 테러 무장조직원
“마지막은 가명 아닌 본명으로” 말기암 투병 중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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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일본 전범기업 폭파에 관여한 신좌파 무장단체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 [연합]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의 본사나 공장을 연속으로 폭파했던 신좌파 무장투쟁 단체인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49년 만에 자수했다.

27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방송은 경찰이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건물 폭파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기리시마 사토시(70)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찾아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 사건으로 지명수배된 기리시마가 가나가와현 내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정보를 지난 25일 입수해 병원을 찾았다. 이 남성은 자신이 기리시마 사토시라고 밝히고는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말기 암에 걸려 입원 중인 이 남성은 “마지막은 (가명이 아니라) 본명으로 맞고 싶다”며 “나를 체포하라”고 병원 관계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혔고 이 정보가 경찰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입원할 당시에는 가명을 사용했다.

교도통신은 이 남성이 범인밖에 알 수 없는 사건 정보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이 남성이 입원하기 전 가나가와현 내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디엔에이(DNA) 등을 통해 용의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남성은 현재 말기 암으로 병세가 심각해 용의자 본인으로 확인돼도 체포나 구류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리시마는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라 이 남성이 진범으로 밝혀지면 처벌될 수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1974년 8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 사건, 같은 해 10월 미쓰이물산 본사 폭파 사건 등 1974∼1975년 일본 기업 본사나 공장을 연속으로 폭파한 신좌파 무장투쟁그룹이다. 대학 중퇴생, 한국 근현대사 전공 대학원생, 회사원 등으로 구성됐던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주요 기업들을 폭파하며 일본의 무반성과 무책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기리시마는 1972년 4월 메이지가쿠인대학 법학부에 진학해 대학 재학 중에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결성한 뒤 기업 폭파 사건에 관여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당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했거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기리시마는 붙잡히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사건 발생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차역이나 파출소 등에 그의 지명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일본 전범 기업에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아시아 침략 봉사 활동의 거점이라고 보고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 고명섭 기자 > 

19세 때 누나 사주로 누나 동거남 살해…"가족 위해 옳은 일 한다고 생각"

모범수 형기 단축 프로그램 덕분에 복역 30년 만에 조기 출소

'시카고 한인 이민사 비극' 징역 100년형 앤드루 서, 모범수로 조기 석방

미국 일리노이주 교도소를 나와 한인 후원자가 건네준 두부를 먹는 앤드루 서 [캔디스 챔블리스 변호사 제공 사진/ 시카고 트리뷴 화면 캡처]

1993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살인사건의 범인이자 희생양인 앤드루 서(50·한국명 서승모)씨가 징역 100년 형을 받고 수감된 지 약 30년 만에 모범수로 인정받아 조기 출소했다.

26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서씨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를 나와 지지자들과 변호인의 마중을 받았다.

그는 오랜 시간 성원을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시카고 한인 교회 교인들이 '한국식'으로 준비해온 두부를 먹으며 출소를 축하했다.

트리뷴은 출소자에게 두부를 먹이는 한국의 관습에 대해 "지난 시간 있었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깨끗이 씻는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트리뷴은 '30년 전, 남매가 공모해 저지른 악명높은 살인사건의 주인공이 석방됐다'는 제하의 기사로 이 소식을 전하며 "성실하게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한 모범수에게 감형 특혜를 주는 새로운 법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서 씨를 변론해온 비영리단체 '일리노이 교도소 프로젝트'(IPP) 법률고문 캔디스 챔블리스 변호사는 "서 씨가 지난 24일 조기 출소 가능성을 통보받고 무척 기뻐했다"며 "그는 제2의 인생을 살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전했다.

서씨는 작년 3월, 수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들에게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안등급 낮은 교도소로 이감돼 조기 출소에 대한 기대를 키운 바 있다.

그는 서 씨가 건강한 상태이며 조기 출소를 통해 남은 생을 자유로운 상태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대학 2학년이던 1993년 9월 25일, 시카고 가정집 차고에서 누나의 동거남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1995년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항소심에서 80년 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검찰은 부모 없이 단둘이 살아가는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약 3억3천만 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전 앤드루 서와 로버트 오두베인

[시카고 트리뷴 화면 캡처]

하지만 당시 열아홉살이던 서씨가 누나의 사주를 받고 살인을 감행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서씨는 서울에서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인 1976년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민 9년 만인 1985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마저 1987년 강도에 살해된 후 다섯살 위인 누나에 의지해 살았다.

참담한 가족사 속에서도 유명 사립고교 로욜라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장을 지내고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한 그는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 새로운 인생을 꿈꾸던 중 나락으로 떨어졌다.

누나 캐서린은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엄마가 남긴 재산을 오두베인이 도박 빚으로 탕진하고 학대한다"며 살인을 사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2010년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House of Suh)에서 "오두베인을 죽이는 것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누나 캐서린이 80만 달러(약 10억 원)의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서씨 어머니 사망 사건은 여태 미제로 남아 있다.

그간 서씨에 대한 사면 청원이 수차례 있었으나 그가 빛을 보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렸다.

2002년, 2017년, 2020년 제기된 주지사 특별 사면 청원은 거부됐고 2011년 변호인이 법원에 제기한 재심 또는 재선고 요청도 기각됐다.

작년 4월 J.B.프리츠커 주지사에게 전달된 사면 청원도 아직 계류 중이다.

트리뷴은 "지난 1월 발효된 새로운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서씨는 그간 감옥에서 모범수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 성과에 대해 4천일가량을 복역 일로 인정받게 됐다"면서 "남은 형량에 대한 감형 요청을 관할 쿡 카운티 검찰이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씨의 30년 수감생활 점수는 만점에 가깝다"면서 "공인 안경사 자격증 취득 포함 다양한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교도소 내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 외에도 수감자 뉴스레터를 공동집필하고 장애 수감자를 돕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씨의 누나 캐서린(54)은 당시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