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고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석유탱크에 불이 나고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민방위국은 현지 시간으로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리야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7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공격을 강화하고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한 후 리야드에 발령된 첫 경보다.
이날 오전까지 리야드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당국은 위험 상황이 종료됐다며 경보를 해제했지만 곧이어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 기둥이 목격됐다.
항공기 이동정보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며 운항 차질지수가 최고 수준인 5.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러 항공편의 결항, 장시간 지연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공항 인근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연료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방대원들이 아람코 로고가 표시된 연료탱크에 붙은 불을 진화 중이라고 전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군사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에 두차례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작전은 리야드의 민감시설을, 두 번째 작전은 얀부에 있는 아람코 시설을 겨냥했다"며 "사우디의 예멘 봉쇄가 끝날 때까지 사우디의 군사력을 겨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 근처 연료 저장고 [AFP=연합]
사우디 주도 연합군도 후티가 리야드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시도했다고 확인했다.
연합군의 투르키 알말키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공군이 "토요일(19일) 새벽 후티가 리야드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 및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후티가 사우디 비샤, 타이프, 파라산, 얀부 지역의 "민간인과 민간 기반 시설"도 표적으로 삼으려 했다며 이러한 공격이 "걸프 왕국(사우디)의 방공망에 의해 저지됐다"고 덧붙였다.
후티는 최근 예멘 서부 주요 거점인 모카항을 점령한 데 이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 섬까지 손에 넣으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또 후티가 사우디 본토를 향해 공격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슬람 성지 메카와 사우디 제2 도시 제다에 이어 리야드에까지 공격 위협 경보가 잇따라 내려졌다.
아울러 사우디 얀부의 아람코 석유 시설과 카미스 무샤이트 공군 기지를 겨냥해서도 후티는 대규모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단행했다.
이에 맞서 사우디도 예멘 타이즈주와 하자주 등의 반군 진지, 통신 시설을 잇달아 공습했다. 또 사우디가 후티를 상대로 중국제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한 정황도 포착되는 등 양측의 무력 충돌은 격화하고 있다.
후티 측은 지난 16일 예멘 마리브주 상공에서 사우디의 F-15 전투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황이 격화하면서 2022년 휴전 협정 이후 비교적 소강상태를 유지하던 예멘 내전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후티와 사우디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주변국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에 일부 군사적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파키스탄과 체결한 3자 방위협정 틀에서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미국-이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교전 종식을 위한 제안들을 당사자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 김아람 민경락 기자 >
독일 주류 정치 바꿔 유럽 결속 해칠까 두려움 유권자, 메르츠 총리와 중도연립 CDU에 등 돌려 가장 가난한 작센안할트 지역 "공산 시절에 향수" 선거 앞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촉각
EU, 극우 정당 부상이 러시아 야심 자극 우려 '투표 한 번에 극단적으로 바뀌진 않아' 반론도 세르비아 믈라디치 장례식에 수 천명 인파 운집 EU "집단학살·반인도 범죄자 설 자리없다" 성명
"지진", "사회정치적 지진", "독일의 중대한 전환점"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의 옛 동독 지역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반이민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이 최종 개표 결과, 43.8%란 놀라운 지지율로 제1당에 오르자 정치 분석가들과 많은 언론들이 내놓은 반응들이라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결코 과장이 절대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작센안할트는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땅덩이가 작은 주 가운데 하나다. 전국 5900만 명의 유권자 중 단 170만 명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AfD가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 정치적 정서(여론) 변화가 독일 국내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방송은 봤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압승할 것으로 드러나자 독일을 위한 대안(AfD) 주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크문트가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
이번 투표는 지역에 국한될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도 영향을 미친다. AfD의 압승은 이미 궁지에 몰려 있는 베를린의 중도 연립정부에 더욱 큰 압박을 가한다. 인기 없는 보수 성향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관에 못을 박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AfD의 인기를 크게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상황은 정반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어려움은 러시아의 침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분노,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유럽대륙의 위기 국면에 유럽연합(EU)의 가장 강력한 축인 독일을 더욱 약화시키고 산만하게 만들 것이다.
작센안할트 선거 결과는 독일 전역에서 나치의 먹구름이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1945년 제3제국 붕괴 이후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 지역 차원에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열린 처음 보는 선거 결과였다. 당국은 AfD를 부분적으로 반민주적이며, 작센안할트를 포함한 당의 여러 지역 파벌을 극우 세력으로 규정했다.
AfD는 옛 동독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전국적으로 가장 큰 정당으로도 여론조사에서 평가받고 있다. 독일 정치 주류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큰 단일 경제국, 러시아 다음으로 인구가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BBC는 AfD를 비롯해 독일의 여러 정당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가급적 인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워낙 독일인들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호감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뒤를 바짝 쫓은 러시아 기업가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직접투자기금(RSFF)의 CEO였다. 그는 AfD 결과를 "역사적"이라고 선언하며, 독일 정부가 "신뢰를 잃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 "굴욕을 안겼다"고 평가하며, 그를 올여름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에 비유했다.
러시아가 왜 이 일에 관여하는지
러시아가 독일 지역 선거에 어떤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드미트리예프가 영국을 비난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단일 기부국이며, 영국은 러시아 영토 타격에 사용되는 미사일을 키이우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로 크렘린은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
반면 AfD는 꽤 친러시아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지원을 중단하고, 모스크바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며, 훨씬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를 다시 구매하기 시작할 것을 공공연히 얘기한다. 에너지에 굶주린 독일 산업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이 중단되자 큰 타격을 입었다.
AfD의 러시아에 대한 부드러운 접근은 옛 서독 지역보다 훨씬 가난한 옛 동독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일종의 통일 비용으로 2조 3000억~3조 달러(3081조~4019조 원)를 쏟아부어 옛 공산주의 지역을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됐다.
독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작센안할트는 대부분의 옛 동독 지역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이 이른바 '동쪽 향수병'(Ostalgie)이라 불리는 증후군을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는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가 종료된 뒤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원들이 국기를 휘저으며 환호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번 선거 구호가 화면에 올라와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
유럽 전역의 정당들이 반응을 내놓다
유럽연합은 작센안할트 선거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12개월은 EU 전역에서 대선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EU는 좌파나 우파의 더 '극단적인' 정당들이 고루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페인 민족주의 정당 복스(Vox) 지도자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X에 작센안할트에서의 AfD 승리가 "독일과 유럽에 큰 희망"이란 글을 올렸다. 반면,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우군인 프랑스 유럽부 장관 벤자민 하다드는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가 승리하는 것은 유럽에서 심각한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AfD나 '극단 우파' 또는 '강경 우파'로 분류된 유럽 정당들은 이 꼬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이런 정당들은 분위기와 강령 면에서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연합은 2년 전 AfD를 유럽의회 내 그룹에서 축출됐는데, 그 이유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두 정당은 반이민 강령과 강력한 민족주의 메시지를 공유한다. 이것이 EU를 정말로 우려하게 만든다.
"독일 우선"이든 "이탈리아 우선"이든, "프랑스를 위한 프랑스!"라는 구호든, 유럽연합은 민족주의 정당의 부상이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유럽의 결속력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AfD나 이탈리아 연맹당 같은 민족주의 정당들은 대체로 유로 회의론을 믿고 있지만, 브뤼셀은 트럼프의 괴롭힘에 맞서거나 중국의 상품 덤핑으로부터 유럽 기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유럽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 국방 기관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 제재의 균열이나 나토 가입에 회의적인 나라들(르펜의 국민연합, 독일 AfD에서 볼 수 있는)이 모스크바 당국을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안보 책임자들은 여러 국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막기 위해 뭉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크렘린이 발트 3국 등 나토 내부를 공격할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유럽 유권자들은 이런 외부 위협과 그것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의 영향, 국내 건강 서비스의 붕괴,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안정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다. 통제되지 않은 이민과 거리의 안전 문제도 크게 걱정한다.
바로 이 점에서 작센안할트 투표의 의미가 빛난다. 전통 정당들만이 아니라 사법부와 안보기관 같은 유럽 전역의 기관들을 향해 깜빡이는 붉은 신호등이란 것이다. 이기적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 AfD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 대륙의 유권자들은 수십 년간 지지해온 정당들에 실망하고 상실감을 느낀다. 선거 시기에 오른쪽이나 왼쪽을 본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갑자기 극단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작센안할트에서 AfD의 선거 구호는 낙관적인 "무엇이든 가능하다!"였다. 아울러 독일인들이 다시 조국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시도하지 않고 실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기회를 주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라트코 믈라디치의 장례식 도중 교회 밖에는 수천 명이 공개 추모식에 참석했다. 게티 이미지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복역하던 중 84세에 삶을 접은 '보스니아의 도살자' 라트코 믈라디치의 장례식이 7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렸는데 수천명이 운집했다고 BBC가 전했다. 고인은 1995년 스레브레니차 마을에서 8000명의 보스니아계 무슬림 남성과 소년들이 살해된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유엔 전쟁범죄재판소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잔혹 행위로 묘사되었다.
세르비아 정부 장관은 처음에 국장으로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으나, 일부 유럽 지도자들의 반대로 계획이 변경됐다. EU는 성명을 내 "믈라디치는 전쟁범죄, 집단학살,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이라며 "전쟁 범죄자에 대한 미화, 집단학살 부인, 수정주의는 가장 근본적인 유럽 가치에 반하며 EU나 EU 후보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세르비아는 최근 가입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2012년부터 EU 가입 후보국으로 남아 있다.
집단학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믈라디치는 많은 세르비아인들에게 영웅적으로 나라를 지키려 한 인물로 인식된다. 많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그를 세르비아 공화국 스르프스카를 지킨 영웅이자 보호자로 여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러 세르비아 정부 장관들이 장례 전 믈라디치가 안치된 교회 밖에서 눈에 띄었는데 국방장관 브라티슬라브 가시치와 법무장관 네나드 부이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장례식은 세르비아 정교회 수장 포르피리예 총대주교가 집전했으며, 그는 믈라디치의 이름이 "우리 세르비아 정교회 대다수에 깊이 새겨져 깊은 감사의 마음을 품고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 작은 성 루카 교회 밖에는 관을 향해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되었다. 많은 이들이 군 복무 용사였고, 몇몇 남성들은 그의 사진이 인쇄된 깃발을 두르고 있었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군중들이 도착해 교회 밖에서 촛불을 밝히고, 햇살 아래 스피커로 합창단이 함께했다.
교회 안에서는 주로 전쟁 참전 용사들로 구성된 남성들이 믈라디치의 관을 지키고 있었고, 그의 아내, 아들, 손주들은 안에서 조의를 표했다. 그의 관은 지난주 정부 비행기로 세르비아로 운반되었고, 여섯 병사들이 비행기에서 옮겨 깃발로 덮었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대부분 도시에서 무료 버스 서비스가 조직되어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을 실어 옮겼다. 전날 밤, 세르비아 축구 클럽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 팬들은 파르티잔 베오그라드와의 더비를 승리로 이끌기 전에 믈라디치 사진이 인쇄된 대형 천을 펼쳤다.
장례식 전날 밤,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 팬들은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축구 경기 중 믈라디치 사진을 펼침막을 보이고 있다. 게티 이미지
물론 장례식이 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살린 이들도 있었다. 사라예보 포위 도중 아홉 살 아들이 믈라디치 세력에 의해 살해된 여성 즈드라브카 그보즈자르는 로이터 통신에 베오그라드에서 장례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영원히 기억에서 지워져야 할 믈라디치가 영웅으로 승격됐다는 개탄이다. 그보즈자르는 "그는 백정으로만 기억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쟁과 평화보도 연구소란 이름의 NGO 편집장 다니엘라 펠레드는 "믈라디치의 범죄에 대해 믿기 힘들 정도로 상세한 역사 기록을 제공했지만, 세르비아 언론과 교육 시스템은 그의 범죄 규모나 피해자 및 생존자들의 관점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펠레드는 친정부 세르비아 언론이 그를 "임무를 수행한 충직한 군인으로 묘사한다"며 "사회나 국가가 성찰을 하거나 과거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
트럼프 반색한 독일 AfD 약진… '극우 방화벽' 버텨낼까
옛 동독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44% 득표할 듯 단독 과반 안되지만 5년 전보다 23%P 끌어올려 집권 기독민주당 연합은 20%P 빠진 18.5% 그쳐 종전 후 처음으로 극우 지방정부 들어설지 주목
기성 정당들 "극우 집권만은 막는다" 방화벽 구축 유권자들 "카리스마 넘치는 35세 지크문트 믿음" AfD에 공감하던 트럼프, 말 없이 개표 결과 공유 푸틴 특사도 반겨, 폴란드 총리 "바보들만 좋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득표를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초기 개표 결과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AfD가 5년 전보다 득표율을 곱절 이상 끌어 올리며 압도적인 제1당에 올라설 것이 거의 확실시되자 전후 처음으로 극우 지방정부 출현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따라 기성 정당들이 연대해 구축했던 'AfD 방화벽'이 다시 시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개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를 공유했다. 해당 자료는 독일시간 오후 7시 57분 기준 개표 상황을 담고 있는데, 평소 말 많던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설명이나 논평을 달지 않고 그래프만 올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AfD의 승리는 분명해졌다. 공영방송 ZDF의 6일 오후 11시 22분(한국시간 7일 오전 6시 22분) 기준 집계에 따르면 AfD는 득표율 44.4%로 주의회 의석 83석 중 과반에 약간 못 미친 39석을 확보했다. 기독민주연합(CDU)는 득표율 17.2%, 의석 15석으로 밀려났다. 중도좌파 독일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좌파당 등 좌파 정당들이 각각 득표율 9.1%, 8.9%, 8.6%로 당별로 8석씩을 얻었고, 극좌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득표율 5.2%로 5석을 차지했다.
한때 BSW가 원내 진입에 필요한 5%를 넘길지가 불투명했는데 그 선을 넘겨 Afd와 BSW가 손 잡아 과반을 안 넘긴 상태에서 소수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다른 당에서 의원 3명 이상을 빼오면 과반 지지로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두 방법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주 헌법상 AfD의 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그문트(35)가 총리가 되고 소수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없지는 않다고 연합뉴스는 봤다. 총리 선출 투표에서 기권하는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AfD에 사실상 협조하는 다른 당 의원들이 많아진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 시점 투표율은 76.0%로 2021년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았다. AfD의 약진은 특히 두드러져 2021년 이 주의회 선거에서 20.8%를 득표했던 AfD는 이번 선거에서 약 23%포인트 이상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정반대로 2021년 37.1%를 얻으며 압도적인 제1당이었던 CDU는 이번 선거에서 17%대로 내려앉아 5년 사이 지지율이 약 20%포인트 빠졌다. 2002년 이후 계속 주 정부를 이끌어 온 CDU의 이번 패배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집권 보수진영에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지방정부는 치안, 지역 교육, 문화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나치가 패망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극우 지방정부가 들어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날 선거 결과는 독일 정치권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파를 남겼다. 주요 TV 채널 다스 에르스테는 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집중하기 위해 전설적인 범죄 드라마 '타토르트' 편성을 취소할 정도였다고 BBC는 전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서 주의회 선거 투표가 종료된 뒤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
AfD가 압승했다지만 단독 과반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돼 실제로 주 정부를 연립으로 꾸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공영방송 등의 의석 전망에서는 AfD가 전체 83석 가운데 약 3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단독 과반에 3석가량 모자란다.
이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주요 정당들이 AfD와의 연정을 거부하는 이른바 '방화벽'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CDU를 비롯한 독일 주류 정당들은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작센안할트주의 AfD 조직은 현지 국내 정보기관으로부터 극우주의 단체로 분류돼 있어 AfD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지도자 지크문트는 초기 개표 결과에 대해 "우리는 역사를 썼다"며 유권자들이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작센안할트뿐 아니라 수도 베를린의 연방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메르츠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도 AfD의 지지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ARD 조사에서 작센안할트 유권자의 87%가 연방정부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 부진과 이민 문제, 에너지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관계 등을 둘러싼 갈등도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AfD는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작센안할트 역시 과거 동독에 속했던 지역으로 인구는 약 210만명이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AfD가 보수연합을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지방선거의 돌풍이 연방 정치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최근 INSA 조사에서는 AfD 지지율이 28%, 보수진영은 20%로 나타났다.
AfD는 공산주의 동독에 대한 향수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서방과의 빈부 격차가 벌어진 것을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반항적라고 여겨질 정도인 "동독 출신의 자긍심“을 강조하며 지그문트는 상징적인 지역 자전거 심손(Simson)을 타고 투표소까지 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알리스 라이델(왼쪽) AfD 공동대표와 작센안할트주 총리가 유력한 울리히 지크문트가 6일(현지시간) 치러진 주 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기뻐하고 있다. 2026.9.7 로이터 연합
지그문트는 AfD의 친근한 간판으로 여겨지는데 그의 선거 공약은 급진적이다. 특히,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재이주 및 추방 공세"를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당은 미국과 서유럽 등에서 일고 있는 "깨어있는" 사상에 반대하는 정책으로 공립학교의 성 소수자(LGBTQ) 프라이드 무지개 깃발을 독일 표준 깃발로 교체하고, 역사 교육에서 히틀러의 제3제국에 대한 강조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이주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AfD는 해외 거주 독일인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한편, 인구 210만 명의 작은 주에서 감소하는 인구를 되돌리기 위해 가족들에게 "출산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경제연구소는 AfD의 이민 정책이 외국인 노동자, 특히 의료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작센안할트 주에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AfD가 운영하는 주 안보 기구가 러시아에 민감한 정보를 유출할 수 있으며, 모스크바가 이를 독일에 불리하게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튀링겐 주 내무장관 게오르크 마이어는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크렘린은 AfD가 푸틴에게 독일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도인 마그데부르크의 AfD 지지자들은 지크문트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점을 칭찬했다.올리라는 남성은 "이 사람은 우리에게 아무도 줄 수 없는 것을 준다"며 ”어떤 정부든 다들 나아질 것이라고 약속만 하는데 이 정당은 정말로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다. 이것이 독일의 대안"이라고 BBC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AfD 지지자 버트는 동쪽 사람들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 내게는 세 아이가 있다. 나는 두렵다. 정말로 안전이 점점 더 무너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AfD의 이민 반대와 인종차별 정책 정강에 공감해서일까?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그동안 AfD를 둘러싼 독일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2월 독일 연방의회 총선을 앞두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독일 주류 정당들이 AfD와 협력하지 않는 '방화벽' 정책을 사실상 비판했다. 밴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초한다"며 "방화벽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 뒤 AfD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을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 국내 정치,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정부 조직 혁신을 맡는 부서를 책임졌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영상 연설을 통해 AfD를 지원했고, 바이델 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를 본떠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화답한 것도 화제를 낳았다.
BBC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의 게시물을 스크린샷하며 "실용적인 AfD의 역사적인 승리"를 찬양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이전에 친러시아 셩향의 AfD를 "희망과 이성, 협력, 진실, 희망의 정당"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폴란드 중도우파 총리 도널드 투스크는 결과를 매우 다르게 봐 "폴란드에서는 오직 바보와 배신자만이 AfD의 승리를 기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임병선 기자 >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를 포함한 12개 국가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과 교역에 대한 제재를 도입하거나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영국 외무부는 8일 영국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은 국제법상 불법인 정착촌과의 상품 교역에 국가 차원의 제한을 두거나 범유럽 차원의 조치를 도입 또는 지지하거나 이같은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공동 성명에서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행동이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전례 없는 수준의 정착민 폭력과 서안 E1 구역 정착촌 추진을 포함한 정착촌 확장으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별도로 공동 성명도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거듭 비판했다.
세 정상은 중동과 세계의 안정 및 안보에 중대한 두 국가 해법을 지키는 게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의 근본적 국익'이라며 "정착촌 확장은 평화를 향한 그 비전을 직접적으로, 긴급하게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는 정착촌산 상품 수입을 금지하고 정착촌이 운용되게 하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이들을 겨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이미 이스라엘 정착촌과의 교역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으며, 프랑스도 유럽연합(EU)에 비슷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EU 내에서 일부 회원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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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구역의 팔레스타인 주택들 [UPI=연합]
이번 공동 성명을 주도한 영국은 이날 서안 정착촌 상품 수입 금지를 발표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에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의회에서 영국이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금융과 건설, 인프라, 부동산, 광고 등 부문에서도 정착촌 확장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 및 개인에 대해서도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리밴드 장관은 "서안에서 정착민 테러리스트들이 자행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가 있다는 데 영국 정부는 동의한다"며 "주택을 밀어버리고 도로와 공공 인프라를 파괴하며 가족들이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다"고 강도 높게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자주 외면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이날 공동으로 목소리를 낸 국가 가운데 캐나다와 프랑스가 정착촌에서 생산한 상품에 대한 거래 금지를 발표할 예정이고, 덴마크와 핀란드, 아이슬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은 '추가 조치 지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국가들도 이미 상품 거래 금지를 했거나 이를 위한 절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이 가자지구에서 사용될 무기 수출을 금지했던 것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점령에 실질적 기여하는' 무기를 포함하는 것으로 강화한다고 밀리밴드 장관은 덧붙였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국가이지만, 가자지구 및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출범한 버넘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이스라엘을 향해 좀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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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밴드 장관 [AP=연합 자료사진]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같은 제재는 "중대한 오판이며 역사의 그른 편에 서게 될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오는 10월 총선을 앞둔 점과 관련해서도 "주권 국가의 민주적 선거에 대한 심각한 개입이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 폐쇄 등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 김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