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위협, 부활한 '총포외교'

● WORLD 2025. 11. 18. 01: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의 뒷마당' 라틴 아메리카에 군사적 개입
미 제국의 역사: 몬로 독트린부터 쿠데타까지
볼리바르 혁명의 도전과 마두로 정권의 문제점

트럼프 1기의 정권교체 측면 지원과 경제 제재
트럼프 재집권과 '마약 전쟁'이란 허구적 명분
콜롬비아, 브라질, 멕시코 압박과 대중적 반발

침략과 전쟁으로 향하는 무모한 시도 막아서야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해군 순찰선이 2025년 10월 24일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에서 카리브해 연안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주의'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신제국주의'의 형태로 나타나며 위험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베네수엘라를 '테러 국가'로 규정하며 노골적인 군사 개입을 위협해 왔지만 최근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트럼프는 CIA의 비밀 작전을 승인하면서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핵잠수함, B-52 폭격기 등 '죽음의 함대'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기만극 아래 포장되어 있다. 그 실상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키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모든 움직임을 말살하려는 야욕이다. 특히 좌파 정권이 집권한 콜롬비아, 브라질 등에서 관세 폭탄, 이민자 추방, 정치적 공갈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의 쇠퇴하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현재의 위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정책에 내재한 제국주의적 뿌리와 본성을 직시해야 한다. 19세기부터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간주되어 왔다. 1823년 선포된 '몬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은 그것을 분명히 한 외교정책 선언이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군사적으로 침략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외신 기사 화면 갈무리 

 

그 역사는 군사적 개입과 강탈로 점철되어 있다. 1850년대 니카라과 정복 시도부터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콜롬비아로부터 파나마 운하 지대를 강탈한 것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팽창주의는 거침이 없었다. 이러한 전통은 20세기 냉전 시대에 더욱 강화되었다. 1961년 존 F. 케네디 행정부는 피그만 침공을 통해 쿠바 혁명을 무너뜨리려 했다.

 

1973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칠레의 국민이 선출한 사회주의 정부인 살바도르 아옌데(Allende) 정권을 전복시키는 쿠데타를 지원하여 피노체트를 우두머리로 하는 피의 군사독재를 탄생시켰다. 1983년 그레나다 침공 이후 대규모 직접 군사 개입은 줄어들었으나, 라틴 아메리카를 무대로 한 CIA의 은밀한 공작과 경제적 종속과 강탈 시도는 멈춘 적이 없다.

 

1999년 휴고 차베스가 이끈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혁명은 이러한 미국의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석유 자원의 국유화와 사회주의적 실험은 미국의 자본주의 헤게모니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볼리바르 혁명, 특히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아래에서의 혁명 과정은 내부적 모순과 심각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좌파적 비판가들이 지적하듯, 마두로 정권은 차베스 시대의 급진적 민주주의와 노동자 참여의 이상에서 후퇴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관료주의가 심화하였고, 부패가 만연했으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타협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더욱이, 정권에 비판적인 노동운동가와 좌파 활동가들마저 탄압하는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은 혁명의 성과를 스스로 좀먹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은 이러한 베네수엘라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미국의 목표는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니라, 반미 정권의 전복과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권 확보다.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쿠데타 시도, 친미 우파 야당 지원과 조종, 잔혹한 경제 제재를 통해 이 목표를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2017년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 금지 및 금융 시장 접근 차단 조치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700만 명 이상의 대량 이민 사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1기 정부는 후안 과이도(Guaidó)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노골적인 정권교체를 시도했다. 베네수엘라 민중은 그러한 외세의 난폭한 개입을 거부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를 지지하며 미국을 규탄하는 집회 - 출처: 트위터(X)

 

하지만, 2025년에 재집권한 트럼프는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며 제국주의적 개입과 정권교체 시도를 다시 시작했다. 미국 패권의 쇠퇴를 받아들이며 곳곳에서 후퇴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라틴 아메리카라는 '미국의 뒷마당'에서만은 군사적 개입주의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21세기에 다시 부활한 제국주의적 "총포 외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9월 초, 미국은 베네수엘라 민간 선박을 타격해 11명을 사살했다. 이는 마약 밀수의 명확한 증거 없이 이루어진 무차별 공격이고 민간인 살상이었지만, 그 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나아가 10월 15일, 트럼프는 1만 명의 해병대와 항공모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며 "우리는 가서 그들을 죽이겠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의 초법적 전쟁 선포이지만, 그 명분은 완벽한 허구다. 베네수엘라는 펜타닐 생산국이 아니며, 미국 내 마약의 90%는 태평양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트럼프가 마두로 정권에 5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며 제기한 마약 범죄 연루 혐의와 '솔레스 카르텔(Soles cartel)' 의혹도 실체가 의심스럽고 아무 근거가 없다. 

 

이러한 위협은 베네수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마약상"이라고 매도하며 관세 및 비자 중단을 위협하고, 브라질에는 쿠데타를 시도한 극우 정치인을 석방하라면서 50%의 관세 부과를 협박했다. 아르헨티나 시민들에게는 '미국의 극우적 동맹인 밀레이를 지지하지 않으면 달러 지원을 끊겠다'라며 노골적 정치 개입을 자행했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정책이 초래하는 인도주의적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다. 경제 제재의 결과로 민생과 의료보건 체계가 붕괴하면서 식량 부족과 물가 폭등, 영양실조로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건강 악화와 사망률의 폭증이 이어졌다. 최근 카리브해에서 민간 선박 공격으로 어부 6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콜롬비아 연안에서도 미군의 무차별 사격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베네수엘라를 침공한다면 이는 대재앙을 낳은 이라크 전쟁의 재현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대외 정책은 미국 내 이민자 탄압과도 연결돼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마약 갱단원'이라고 낙인찍고 대규모 추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폭력적 갱단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은 ICE(이민세관단속국)이다. 

 

엡스타인 파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전쟁으로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외신의 풍자 만평 - 출처: 트위터(X)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노골적인 도발은 라틴 아메리카의 진보세력을 결속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2025년 트럼프의 위협이 본격화하면서 브라질 룰라, 콜롬비아 페트로, 멕시코 셰인바움 등 좌파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반미 정서와 함께 급등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의 압박에 "브라질은 그 누구의 후견도 받지 않는다"라며 맞섰다.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 역시 유엔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정권을 정면 공격하고 흔들림 없이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정권의 압박에 일부 타협하면서도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서 실리를 챙기는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마두로 정권을 비판하는 좌파 세력도 미국의 압박에 함께 맞서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베네수엘라 및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위협은 쇠퇴하는 제국주의가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면서 다시 전 세계적 개입을 위한 힘을 키우려는 시도이다. 역사적 침략의 전통, '마약 전쟁'이라는 기만적 명분, 그리고 이미 시작된 인도주의적 재앙은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위협은 무고한 민중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에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엡스타인 파일 문제로 궁지에 몰리고, 마가(MAGA) 진영 내부의 분열까지도 번져가는 상황 자체가 트럼프 정권의 무모한 시도를 낳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보수적이고 부패한 정권일수록 내부적 위기를 대외적 침략과 전쟁을 통해서 돌파하려고 했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군 철수, 모든 개입 중단, 베네수엘라의 자결권 존중을 함께 외쳐야 한다. 이 투쟁은 라틴 아메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팔레스타인에서 집단학살과 강대국의 개입을 반대하는 투쟁과 연결되어 있으며, 미국과 전 세계에서 반트럼프 투쟁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적 관심과 연대만이 트럼프의 '죽음의 함대'가 침략과 전쟁이라는 위험천만한 시도로 향하는 것을 막아설 수 있다.                                               < 전지윤 기자 >

미국 극우의 '집권 설계도'를 보다

● WORLD 2025. 11. 18. 01:4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 민주주의 몰락의 이유를 묻다]

게리맨더링·레드맵·마가·프로젝트2025

 

■ 헌법의 경직성 - “개정 불가능한 민주공화국”

 

미국은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 불리지만, 그 핵심인 선거와 대표 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오래전부터 받아왔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왕정과 귀족정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민주공화국의 틀을 견고히 했지만, 그 결과 헌법 개정의 길을 봉쇄했습니다. 상·하원 3분의 2, 그리고 50개 주 중 3분의 2(38개 주)의 의회 동의가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혁명이 아니고서는 헌법을 바꿀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 속에 헌법 개정 논의를 외면했고, 그 결과 연방대법관의 종신 임기조차 손댈 수 없는 제도로 고착화되었습니다.

 

■ 사법의 폐쇄성 - “아홉 명의 종신 권력”

 

미국 연방대법원은 9명의 종신 재직 판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 다수가 공화당 집권기에 임명되면서, 보수 성향 인사들이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장악했습니다. 결국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균형추가 아니라, 보수 진영의 정치적 해석을 확정하는 기구로 전락했습니다.

 

■ 선거의 장벽 - “유권자 사전등록이 만든 배제의 민주주의”

 

미국은 ‘유권자 사전등록제(Voter Registration)’를 통과해야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등록하지 않은 국민은 투표장에 갈 자격조차 없습니다. 이 제도는 오늘날 미국의 투표율을 세계 최하위권으로 끌어내린 주된 요인입니다. 대통령선거는 60%를 넘은 적이 드물고, 하원의원선거는 40% 미만, 지방선거는 20%대에 머무는 경우가 흔합니다. 1980년대 75% 수준이던 등록률은 2022년 메인주 92%, 조지아 64%, 텍사스 58%로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U.S. Election Project, 2023).

 

특히 흑인·라틴계·아시아계 저소득층에게는 사전등록 과정이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동합니다. 얼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나 범법 이력 무증명서 등 경제적 비용이 요구되고, 주중 업무시간만 운영되는 등록 창구는 장시간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참여를 차단합니다. 결국 “참여할 수 있는 시민”과 “참여할 수 없는 시민”을 가르는 장벽이 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설을 듣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4.30 연합
 

■ 게리맨더링 - “10년마다 그려지는 권력의 지도”

 

미국은 10년마다 인구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구를 재획정합니다. 이 권한을 가진 주 의회가 공화당일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그려 권력을 재생산합니다. 이른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입니다.

지도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 지도 한 장으로 10년의 정치 구도가 결정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행위가 법원에 의해 합법화되어 제도적 불평등으로 고착된 점입니다.

 

■ 다이아몬드의 경고 - “미국은 스스로를 무너뜨릴 것이다”

 

역사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대변동(Upheaval, 2019)』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미국은 두 대양과 우호적인 이웃으로 보호받는 축복받은 나라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면, 그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우리 자신 때문이다.” (The U.S. is a blessed country... - Upheaval, 2019)

제도는 건재하지만, 시민의식이 제도를 지탱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내부로부터 부식됩니다.

 

■ 레드맵(REDMAP) - “지도 위에서 승리하라”

 

2010년, 공화당 전략가 크리스 얀코스키(Chris Jankowski), 토머스 호펠러(Thomas Hofeller), 칼 로브(Karl Rove)가 주도한 RSLC(Republican State Leadership Committee)는 레드맵(REDMAP, Redistricting Majority Project)을 추진했습니다.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기술로 인구·투표 성향·소득·인종 데이터를 결합해 선거구를 정밀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국 득표율 50.6%, 공화당은 48.7%였음에도 공화당이 234석(54%)을 차지했습니다 (U.S. House of Representatives, 2012). ‘지도 위의 쿠데타’가 완성된 것입니다.

 

■ 셸비 카운티 대 홀더 (Shelby County v. Holder, 2013) - 감시의 문이 닫히다

 

이 판결은 흑인 투표권을 보호하던 1965년 투표권법 제5조의 효력을 사실상 제거했습니다. 대법원장 존 로버츠(John G. Roberts Jr.)는 “미국은 더 이상 제도적 인종차별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Vox, 2019.07.11). 이후 남부 여러 주는 투표소 축소, 조기투표 제한, 신분증 요건 강화 등 새로운 장벽을 세웠습니다 (Brennan Center for Justice, 2014). 결국 ‘레드맵’ 전략은 사법의 보호를 받으며 제도적 기틀을 굳혔습니다.

 

■ 루초 대 커먼 코즈 (Rucho v. Common Cause, 2019) - 게리맨더링의 합법화

 

정당 이익을 위한 선거구 조작이 헌법 위반인지 다투었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수 5명 대 진보 4명의 구도로 “게리맨더링은 헌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Washington Post, 2019.06.27). 결국 사법부는 ‘정치적 게리맨더링’을 합법화했고,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할 마지막 제도적 통제 장치마저 사라졌습니다.

2013년 Shelby County v. Holder가 “연방의 감시를 제거”했다면, 2019년 Rucho v. Common Cause는 “정당의 조작을 합법화”했습니다. 두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을 붕괴시킨 쌍두마차였습니다.

 

■ MAGA 운동의 정치적 기원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Donald Trump, 1946– )가 2015년 대선에서 내건 구호지만, 그 뿌리는 2009년 티 파티(Tea Party) 운동입니다. 작은 정부·감세·반이민·애국주의를 기치로 내건 이 운동은 백인 보수층의 불안과 분노를 조직화했고, 공화당을 전통적 보수에서 극우 포퓰리즘으로 전환시켰습니다 (The Atlantic, 2010). 트럼프는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나 하나가 아니다. 당신들이다.”(CNBC, 2020.09.10)라며,엘리트 워싱턴 기득권 대 ‘잊힌 국민(White Middle America)’ 구도를 확립했습니다.

 

■ Project 2025 - 행정권력 장악의 청사진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은 2022년 900쪽에 달하는 『Project 2025』를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2기 혹은 유사한 보수 정권이 즉시 시행할 행정 매뉴얼입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딥스테이트(Deep State)청산 — 5만 명 공무원 교체 (Politico, 2023.07.28).

2️⃣ 행정명령 통치— 대통령 권한 집중 (Fox News, 2023.08.01).

3️⃣ 기독교 국가주의 사회정책 강화— LGBTQ+ 권리 축소, 여성 재생산권 제한 (New York Times, 2023.08.10).

4️⃣ 기후·환경 정책 폐기— 파리협정 탈퇴, 화석연료 확대.

“Our aim is to restore the soul of America through faith and order.”

— Heritage Foundation, Project 2025 Preface (2022)

이는 ‘신앙과 질서’로 포장된 행정쿠데타의 설계도였습니다.

 

■ LGBTQ+ 권리 축소 - “정체성의 삭제”

 

‘LGBTQ+’는 다음을 뜻합니다.

L(Lesbian): 여성 동성애자,

G(Gay): 남성 동성애자,

B(Bisexual): 양성애자,

T(Transgender): 성별 정체성이 출생 시 지정 성별과 다른 사람,

Q(Queer/Questioning): 기존 성규범 밖의 정체성 혹은 탐색 중인 사람,

‘+’는 Intersex, Asexual, Non-binary 등 그 외 성 정체성을 포괄합니다.

 

Project 2025는 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성(sex)’의 정의를 생물학적 남녀 이분법으로 한정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려 합니다 (Guardian, 2024). 동성혼 지원 중단, 성전환자 의료비 삭감, 교육부 프로그램 폐지 등이 구체적 조치입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를 삭제하려는 시도입니다.

 

■ 여성 재생산권 제한 - “몸의 통제”

 

프로젝트 2025는 낙태 접근을 차단하고 낙태약 우편 발송을 금지하며, ‘양심적 거부’ 조항 확대를 통해 피임 접근권까지 축소합니다 (National Women’s Law Center, 2023). 이는 ‘작은 정부’를 외치면서 가장 개인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역설입니다.

 

■ 이념적 배경 - “기독교 국가주의의 복귀”

 

이 프로젝트의 근저에는 ① 기독교 국가주의, ② 생물학적 성별 이분법, ③ ‘작은 정부 + 전통가족’이라는 틀이 있습니다. 이는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2022) 판결 이후 보수 진영의 반격을 제도화한 결과였습니다 (Ms. Magazine, 2022). 결국 Project 2025는 시민의 자유를 통제하는 파시즘적 신정국가의 청사진이었습니다 (ACLU, 2023).

 

■ 네트워크의 확장 - 록브리지 · TPUSA · CPAC

 

Rockbridge Network: 피터 틸(Peter Thiel)과 리처드 율라인(Richard Uihlein)이 후원 (Guardian, 2022.05.03).

Turning Point USA (TPUSA): 찰리 커크(Charlie Kirk, 1993– ) 주도 (New York Times, 2021.07.14).

 

CPAC: 보수진영 최대 정치 행사, 트럼프 복귀 플랫폼으로 변모 (Reuters, 2021.02.28).

War Room: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1953– ) 운영 (NBC News, 2021.01.15).

레드맵이 제도를 장악했다면, MAGA는 대중을 동원했고,

Project 2025는 그 동원을 행정권력으로 체계화했습니다.

 

■ 한국적 함의 - “극우의 제도화 · 사법의 정치화”

 

이러한 미국의 극우화는 한국에도 깊은 함의를 남깁니다. 2008년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신자유주의+반공주의+종교보수’를 결합해 이명박(1941– ) 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제공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의 사법 엘리트·종교 네트워크 결합은 MAGA 구조의 국내적 변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은 ① 사법개혁, ② 종교·정치의 분리, ③ 시민 감시기구 강화에 달려 있습니다.

 

■ 민주주의, 진화를 멈춘 체제의 말로

 

민주주의는 완성된 경전이 아닙니다.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제도이자,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는 진화를 멈추었습니다.

 

게리맨더링의 합법화, 레드맵의 제도 장악, MAGA의 대중 선동, Project 2025의 행정 쿠데타. 이 네 축은 “민주공화국이 내부로부터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교본처럼 배워온 ‘미국식 민주주의’는 이제 신화에서 현실로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길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화를 이룰 것인가.”

 

12·3 내란 사태 이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미국처럼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검찰과 사법 권력의 개혁, 극우 정서의 차단, 시민 주권의 확립 -이 모두는 역사의 숙제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새로 써 내려가는 진화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나이아가라서 회동 후 공동성명…러 전쟁 조력자엔 제재검토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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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하는 G7 외교장관들. 뒷줄 왼쪽 2번째가 한국의 조현 외교장관. [나이아가라<캐나다 온타리오주> AP=연합]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이 12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G7 외교장관은 이날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지역에서 회동 후 공동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가상화폐 절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G7 외교장관은 앞서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회동 후 낸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한편 G7 외교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과 이란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제공과 중국의 무기 및 이중용도 부품 제공을 규탄한다"며 이들이 러시아 전쟁 수행의 결정적인 조력자라고 지적했다.

 

장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즉각적인 휴전 필요성을 재강조하면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재정적으로 돕는 국가와 단체를 향해 제재 부과를 살펴보고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수단 내전 사태와 관련해서는 수단 반군 신속지원군(RSF)이 서부 알파시르와 북코르도판 지역에서 민간인 및 구호 인력을 공격하고 최근 폭력행위를 고조한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 이지헌 기자 >

"마약 미국 유입 막는 데 주력" vs "마두로 퇴임 않으면 내달쯤 군사행동"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호 [연합=미 해군 제공]

 

미국과 베네수엘라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최강 항공모함(항모)인 미 해군의 제럴드 포드 호와 소속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으로 접근하면서 과연 미국이 대(對)베네수엘라 군사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AP 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 활동을 벌여온 포드 항모 전단은 현재 중남미와 카리브해의 일부 지역을 관장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관할 수역으로 들어왔지만 아직 카리브해에는 배치되지 않았으며, 수일 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항모 전단의 카리브해 투입은 중남미 지역에서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미국의 군사력 시위로, 포드 항모전단에서 함재기가 이륙하거나 미사일이 발사돼 베네수엘라 내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독재정권'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할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자베스 디킨슨 수석분석가는 포드 항모 전단의 카리브해 배치에 대해 "이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미국이 실제로 군사력을 사용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포드 항모 전단의 배치를 일단 마약단속작전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카리브해 지역의 미군 전력 증강에 이어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 상공에서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B-1 무력시위,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부 작전 승인, 마약 운반선 추정 선박에 대한 잇따른 공격 등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움직이는 군사기지'라고 불리는 대규모 군사 자산인 항모 전단을 다른 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영향을 미치는 억지력의 도구로 주로 사용해 왔으며, 군사적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캐나다에서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조직범죄 마약테러리스트를 소탕해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그게 바로 그가 승인한 일이고, 군이 하는 일이며, 우리의 자산이 그곳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포드 항모전단의 배치가 마약차단보다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교체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CG의 디킨슨 분석가는 "항모(배치)의 효과 가운데 마약거래근절에 유용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베네수엘라에 압력을 가하는 데 훨씬 더 치중된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면 포드급 항모를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며, 마두로가 내달쯤 사임하지 않는 한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실제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수석고문은 베네수엘라가 러시아로부터 받은, 비교적 정교한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그들(베네수엘라)은 많은 시스템을 갖고 있고, 일부는 비교적 최신 시스템이며, 모두 이동식이라서 아마도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일부 항공기를 잃을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포드 항모 전단이 카리브해로 이동해 오자 최근 육해공군은 물론 예비군에 대한 대규모 동원령을 발령해 대응훈련을 실시하는 등 미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 김병수 기자 >

 

유럽, 미 카리브해 작전에 "국제법 위반"…루비오 "고마워해야"

카리브해 마약 밀수선 단속 둘러싸고 신경전 가열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폭격한 베네수엘라 마약운반선 [로이터 연합]
 

카리브해 일대에서 마약 선박을 겨냥한 미군의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이런 작전을 불법으로 보고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자국의 군사작전으로 마약이 유럽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준 만큼 유럽이 감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카리브해 작전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고 12일 보도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카리브해 작전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격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꼬집으며 G7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 장관도 자국이 미국의 마약 단속 노력을 지원해오기는 했지만, 카리브해 작전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루비오 장관은 "단 한 사람도 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이 G7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카리브해 공격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관해서도 "핵심은 대통령이 테러 조직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미국의 이익과 안보를 수호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카리브해 마약 선박의 상당수가 궁극적으로는 유럽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러니 유럽이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이 자국에 마약을 밀매하고 있다고 보고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군의 공격으로 76명이 사망하는 등 공격이 지속되자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이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