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우호적인 정당 의석수 합계 310석 훨씬 상회하는 395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개헌안 발의선인 의석수 3분의 2를 훌쩍 넘어섰다.

 

9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316석,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36석을 얻었다. 여기에 개헌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제2야당 국민민주당과 우익 성향 야당 참정당도 각각 28석, 15석을 확보했다.

 

개헌에 우호적인 이들 정당의 의석수 합계는 310석을 훨씬 상회하는 395석에 달한다. 선거 직전에는 261석이었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 전체 의석수는 465석이며, 개헌안 발의선은 310석이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작년 10월 새로운 연립정권을 구성하며 개헌 추진에 합의했다.

양당은 당시 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관련 개정을 위해 조문 기초(起草·초안을 잡음) 협의회를 설치하고, 국회 헌법심사회에도 조문 기초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총선 이후 중의원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탈환해 헌법 개정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헌법 9조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자민당은 사실상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 “국제 정세가 격동하는 지금, 시대에 맞게 현행 헌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신회는 한발 더 나아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삭제, 집단 자위권 용인과 국방군 존재 명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중에서 개헌에 긍정적인 국민민주당은 자위권 행사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총선 공약에 담았고, 참정당은 자위권을 위한 군대 보유를 명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중도개혁 연합은 헌법 9조 변경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 팀미라이 등 나머지 군소 야당들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평화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면서 헌법 9조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경우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2028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에서도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는 전체 248석 중 12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의석수를 합해도 3분의 2를 채우지 못한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논의가 빨라질 수는 있지만, 참의원에서도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하면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이영경 기자 >

 

트럼프 “훌륭한 일본 국민, 언제나 강력히 지지”…‘다카이치 압승’ 축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연립 여당의 총선 압승에 대해 “역사적인 승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매우 중요한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그의 연립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그는 일본에서 매우 존경받고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을 두고 “대담하고 현명한 결정이 큰 성과로 이어졌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당이 이제 의회를 장악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3분의 2 초대형 의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총리와 그의 연립여당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endorse)했던 것은 나의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미·일 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보수적 가치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의제를 입법으로 추진하는 데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두 정상 간의 이념적 유대감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토록 열광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훌륭한 일본 국민은 언제나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미·일 보수 진영 간 정치·안보 공조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 김원철 기자 >

 

미 언론 “일 총선, 미국에 희소식···‘중국 위협’이 다카이치 도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8일(현지시간) 총선 결과가 “미국에 희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정치적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일“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진실을 밝힌 다카이치에게 수출과 관광 등 제재로 벌을 주려했던 중국에게도 ‘공(功)’이 있다”며 “(일본에 대한) 중국의 괴롭힘은 대만, 호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어 “다카이치는 자민당의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파벌 출신”이라며 “그녀는 방위지출 확대를 선호하는데, 그것은 중국의 광대한 군비 확장을 감안할 때 시급히 필요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최고의 소식은 자민당의 확고한 다수당 지위가 다카이치에게 권한을 갖고 통치할 재량을 부여한다는 점”이라며 “미국과 자유세계는 중국 공산당의 제국주의 야심에 맞선 동맹으로서 강하고 자신감있는 일본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일본 총선 결과가 “중국이 주는 실존적 위협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증가하는 각성을 반영한다”며 “일본인들은 다카이치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직설적으로 말함으로써 중국의 시진핑에 정면으로 맞선 뒤 다카이치 주위에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WP는 이어 “다카이치의 성공은 미국을 위해 희소식이며, 미국은 그녀의 성공을 도울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 방위지출 확대, 공격용 군사역량 확대, 살상무기 수출금지 해제 등 매파적 안보정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선 압승으로 일본 여당이 의회에서 힘있는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게 된 상황은 “다카이치가 2차대전 이후 일본 헌법에 들어가 있던 평화헌법 조문을 폐지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며 “그녀의 어젠다가 의회를 통과하면 일본은 중국에 맞서기 위한 더 많은 안보 부담을 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WP는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일본의 국가 부채를 더욱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방위비 증액의 재원 마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해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역사적 대승으로 평가된다.                                                        < 이영경 기자 >

 

‘개헌 발의 의석’ 확보한 다카이치 “내 정책, 국민 판단 받고 싶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일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당선자 이름 위에 빨간 종이 장미를 붙이고 있다. AFP 연합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8일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사실상 압승을 확정한 뒤 “(총리 취임 뒤) 정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고,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반드시 심판을 받고 싶었으며 향후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위기 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중의원 해산 뒤 총선거'를 결단한 배경과 관련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 정권, 그리고 (새 정부가 내세운) 완전히 새로운 공약에 대해 국민들께 물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임시국회는 물가 상승 대책이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불가피하게 우선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마무리한 뒤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국민들 뜻을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던지 승부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공’으로 결론났다.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출구조사를 보면,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최소 300석 이상, 최대 전체 의석의 80% 가까이 확보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최대 예상 의석수가 328석, 최소 274석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선거 개표가 2시간 가량 지난 시점에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을 넘겼고, 밤 11시가 되기 전에 개헌 발의 정족수인 310석을 확정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중의원 해산 결정과 함께 이전 정부를 해산했던 다카이치 총리도 조만간 열리는 국회 총리 선출 선거에서 연임이 확실하다. 그는 새 정부 진용과 관련해 “현재 정부 각료은 좋은 팀을 꾸려왔고, 불과 3개월 남짓 일하면서도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만큼 (내각 틀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일본유신회에서 각료 1명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관해서는 고려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 이전에 장기간 연립을 꾸렸던 공명당과는 주로 국토교통성 쪽 장관을 받는 형식으로 연립정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새로 연립 관계를 맺은 일본유신회는 어수선한 자민당 상황 등을 고려해 자민당의 각료 파견 제안을 보류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유신회가 (연립여당으로서) 내각의 책임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해왔고, 그런 뜻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를 결단하고, 사실상 자민당에서 ‘원톱’ 구실로 완승을 이끈 다카이치 총리가 향후 정책 추진에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 그는 민생 과제 가운데 소비세 인하 요구와 관련해 “선거 운동 과정에 당수 토론 등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대체로 식료품 소비세율을 0%로 해달라는 등 소비세를 낮추는 방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자민당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까지 다른 당에서 내놓은 제안을 비롯해 제가 주장왔던 내용들에 대해 다른 당의 협력을 호소하며 유연하게 실현해 나가고 싶다”며 야당과 협력을 강조했다.                         < 홍석재 기자 >

 

50여 년 만에 핵 보유 제한 없어진 미국 · 러시아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끼워넣으려는 트럼프 계산
핵탄두 수를 90%까지 줄인 핵군축 조약 끝나
트럼프 2.0과 함께 핵군비경쟁도 2.0으로 부활?

 

미국 정부는 6일 중국이 2020년 6월 비밀리에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1996년에 마지막으로 지하 핵실험을 한 이후 지금까지 실제 핵폭발을 수반하는 핵실험을 한 적이 없다고 얘기해 왔다. 토머스 디나노 미국 국무차관은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중국이 2020년 6월 22일 핵실험에 따른 지진 측정 등을 통한 감시효과를 낮추는 ‘디커플링’ 방식으로 몰래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군비관리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8일 프라하 성에서 역사적인 핵 군축 조약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6년 2월 4일, 미국과의 마지막 핵 조약이 2월 5일 만료될 경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조약의 파기 가능성은 양국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0년에 체결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각국이 배치할 수 있는 핵탄두 수를 제한했다. 2026.2.5. AFP 연합)
 

‘뉴스타트’ 종결로 “지구 멸망까지 85초”

 

지난 5일 미국과 러시아간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뉴스타트’)이 종료됐다. 이로써 1972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제1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1/ 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Treaty) 체결을 통해 핵군축을 시작한 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게 됐다. 핵무기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미국 과학 학술지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85초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1945년 최초의 원자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창간한 이 학술지가 매년 발표해 온 ’지구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1991년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에 서명한 냉전 종결 직후 가장 긴 17분이었으나 점점 짧아지다가, 뉴스타트 종결로 가장 짧은 85초로 당겨졌다.

 

2020년 2월 5일 오전 12시 33분(태평양 표준시)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개발 시험 중 발사되는 비무장 미니트맨 III 대륙간 탄도 미사일. 러시아는 2026년 2월 4일, 미국과의 마지막 핵 협정이 2월 5일에 만료될 경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협정 파기로 인해 양국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2026.2.4. AFP 연합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끼워넣으려는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스타트‘를 1년 더 연장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으나 트럼프 정권은 무응답으로 뉴스타트 종식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형은 7일 그래도 괜찮으냐는 기자들 질문에 “종료된다면 종료돼도 좋다. 더 좋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더 좋은 합의’란 중국을 겨냥한 말이다. 새 군축조약을 체결한다면 급속히 핵탄두를 늘려가고 있는 중국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애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김해공항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도 핵실험을 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기준”에 따라 그렇게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이란, 중국과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공식입장과는 달리 사실은 핵실험을 계속하는 불공정 행위를 해 오고 있다는 주장을 바탕에 깔고 한 얘기다. 그날 김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뉴스타트 이후의 새 군축협상에 중국도 참여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뉴스타트 연장을 거부한 데에는 중국을 핵군축협상에 불러들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핵전력 현대화를 통한 미국의 핵 절대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트럼프 정권은 늘 “힘이야말로 최대의 억지력”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해 왔다. 그 힘의 정점이 핵전력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흘리면서 핵전력 강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두 나라는 핵감축조약으로 자국 핵무기 개발이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중국만 제헌없이 핵개발을 가속하고 있는 기존 군축체제를 파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을 최대 패권경쟁국으로 지목한 미국이 그러했을 것이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발언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 6월에 핵실험을 했다는 미국 주장을 “사실무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고,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뉴스타트 종결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군축 협상 참여 요구에 대해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 러시아와 동등한 규모가 아니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거부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종료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핵무기 보유에 제한이 없어진 상태에서 핵군비 경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가디언 2월 5일
 

50여 년 만에 핵무기 보유 제한 없어진 미국과 러시아

 

지금 미국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는 5100~5200발(배치돼 있는 것과 예비 탄두, 해체 대기 중인 탄두까지 포함)이며, 러시아의 보유 핵탄두는 5400~5500발로 미국보다 약간 더 많다. 세계 핵탄두의 90%를 미국 러시아 두 나라가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약 600발이지만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50발에서 최대 15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핵군비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7만 발이 넘었고, 두 나라

는 1700회가 넘는 핵실험을 하면서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와 토양 전체에 막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뿌렸다.

 

에드워드 마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민주당)은 “5일 미국과 러시아 간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핵무기 감축조약이 종료된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사라지면 50여 년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진다”면서 “우리는 바로 군비경쟁 2.0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가디언 2월 5일)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조 달러를 들여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체제 ‘골든 돔’계획을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며, “핵무기 보유량을 약 90%나 줄인” 핵군축 조약 쪽으로 가야 하며, 그럴 경우 “골든 돔이 전혀 불필요하며 그린란드를 점령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핵무기 및 군비통제 실무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이, 핵무기 경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핵탄두 수를 90%까지 줄인 핵군축 조약

 

그가 말한 ‘50여 년’은 미국과 소련이 1972년에 제1차 전략무기제한협정(START 1)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 Treaty) 제한협정을 체결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때 7만 발을 넘겼던 핵탄두 감축을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냉전 말기부터다. 핵위협의 제거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단에서가 아니라, 양국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게다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핵군비 경쟁을 더는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에 두 나라는 사거리 500~5500km의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전면폐기 조약을 체결했으며, 1991년에는 양국이 각기 핵탄두 수를 6천 발 이내로 제한하는 제1차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1)에 서명했다. 전략무기(핵탄두)의 약 80%를 없애기로 한 START 1이 발효된 것 1994년 12월이었다.

 

2010년 4월에는 뉴스타트가 체결됐고 2011년 2월 5일 발효됐다. 2021년 2월에 연장된 뉴스타트는 5년씩 더 연장할 수 있었으나 2026년 2월 5일의 협정 만료일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자동 종료됐다. 배치 가능한 핵탄두 수를 각기 1550발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 수도 제한했던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은 유일한 핵군축 조약이었다.

 

그에 앞서 미국은 2002년에 ABM 제현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거기에 반발한 러시아는 신형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2019년엔 트럼프 1기 정권이 중거리미사일 보유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INF) 폐기 조약을 파기했다.

 

트럼프 2.0과 함께 핵군비경쟁 2.0으로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대국 이외의 핵보유를 금지하는 대신 핵보유국들의 핵군출 노력을 의무화했다. 뉴스타트의 종료에서 보듯 그 ‘노력할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는 현실에서, 핵전쟁을 막고 있는 것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쌍방 모두 공멸한다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공포뿐이다.

 

만일 어느 한쪽이 핵 선제공격을 해서 상대를 절멸시키고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핵전쟁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AI(인공지능)시대에는 그런 정밀한 계산을 통한 승리의 환상이 촉발할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핵군비 경쟁이 무서운 것은 상대적 핵우위를 서로 다투는 것보다 상대에게 뒤지면 멸망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지지 않으려는 경쟁이 끝없이 가속될 수밖에 없는 그 구조 때문이다.

 

에드워드 마키 의원이 지적했듯이 SALT와 START와 ABM, INF 폐기 조약을 거쳐 NEW START로 제동이 걸렸던 핵군비경쟁 1.0이 트럼프 2기 정권(트럼프 2.0) 출범 뒤 되살아나 핵군비 경쟁 2.0을 향해 가고 있다.                                          < 한승동 기자 >

 

 

“적절 보안 조치 않아 부당 이득, 기만적 영업 행위 금지 뉴욕주 법 위반”

 

 
 
법무법인 대륜의 김국일 경영대표(왼쪽 두번째)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동부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쿠팡에 대해 소비자들이 미국 쿠팡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6일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 등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이 아무개씨와 박 아무개씨 등을 대표 원고로 하는 쿠팡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와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쿠팡 창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 원고들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쿠팡아이엔씨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으며, 이는 묵시적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아이엔씨가 적절한 보안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당 이득을 올렸고, 기만적 영업 행위를 금지한 뉴욕주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로펌 에스제이케이피(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이날 소장 제출 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법정을 이용하는 게 쿠팡 측 잘못을 밝히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민사소송의 원고가 법원의 명령을 받아 피고로부터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기된 소송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나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주주집단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 남지현 기자 >

"엔터, 라이프 스타일, 문화가 한국 브랜드 핵심"


한국, 소프트 파워 세계 11위…1계단 올라
트럼프 미국, 어렵게 1위 지켰지만 추락
'미국 우선주의' 따른 하드 파워 남용 탓

중국 부상…사업환경ㆍ성장 잠재력 1위
"일대일로나 군사적 확장 때문이 아냐"
"유럽, 1990년대 명성만으론 못 버텨"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들이 최근의 헌정 위기와 관련된 거버넌스 인식 하락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전반적인 친숙도와 영향력 상승에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유럽 외교‧안보 전문 매체 <모던디플로머시>는 '소프트 파워는 새로운 하드 파워인가? 브랜드 파이낸스의 2026년 순위를 해독하다'란 6일 자 분석 기사에서 예술ㆍ엔터테인먼트 부문 세계 7위, 영향력 있는 미디어 부문 세계 7위, 음식 부문 10위를 포함한 확산하는 K-문화의 영향력 덕택에 윤석열 정권의 내란과 헌정 위기가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2 연합
 

'윤석열 내란'이 망친 평판, K-문화가 되살려
"문화가 최근 헌정 위기 관련 인식 하락 상쇄"

 

영국의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BF)는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2026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를 발표했다. 소프트 파워는 강압이 아닌 매력과 설득을 통해 국가, 기업, 공동체, 대중 등 지구촌 다양한 행위자들의 선호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능력이다. BF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15만 명으로부터 유엔 회원국 193개국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수집한 뒤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9.2점을 얻어 소프트 파워 부문 세계 11위를 기록했으며, 2025년의 1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 상업적 영향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 7위, 성장 잠재력 6위 ▲ 혁신 우위에서 첨단 기술 5위, 우주 탐사 9위 ▲ 문화적 영향력에서 엔터테인먼트 7위, 음식 10위에 각각 올랐다.

 

BF는 "문화와 유산 부문에서 한국은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광범위한 친숙도와 글로벌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문화 수출이 국가 브랜드의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데이비드 헤이 BF 회장은 "문화적 영향력은 자기를 지키는 자산이 됐다. 평판 지표가 잠시 하락해도 국가들이 인지도와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면서 "이는 단순히 K-팝이 귀에 쏙 들어온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불안정성을 완충하는 전략적 투자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케데헌의 한 장면. 

 

한국, 193개국 중 소프트 파워 부문 11위
12위서 1계단 올라…"역량을 신뢰로 전환"

 

이에 모던디플로머시도 "2026년 한국의 성과는 상업적 신뢰성, 혁신 역량, 문화 수출력을 결합해 소프트 파워 지수 최상위권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국가 브랜드의 모습을 반영한다. 세계 11위로의 상승은 일관된 강점을 재확인한다. 한국은 무엇을 생산하는 국가인지, 그리고 자국의 산업과 문화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관련성을 갖는지가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썼다.

 

알렉스 헤이 BF 아시아태평양 대표도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현실 세계와의 관련성 위에 구축돼 있다. 즉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수출하며, 글로벌 대중이 실제로 선택해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래 성장 잠재력, 혁신, 세계가 사랑하는 브랜드에서의 높은 순위는 한국이 역량을 신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문화가 경제적 신뢰성을 강화할 때,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확장 가능하고 지속적인 영향력이 만들어진다"고 평가했다.

 

영국 브랜드 파이낸스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2026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의 상위 10위 나라들이다. 미국, 중국, 일본이 차례로 1~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1위였다. 2026. 02. 07  [출처. 브랜드 파이낸스]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미국, 어렵게 1위 지켰지만 추락
'미국 우선주의' 따른 하드 파워 남용 탓

 

미국이 74.9점으로 1위를 지켰다. ▲ 중국(73.5) ▲ 일본(70.6) ▲ 영국(69.2) ▲ 독일(67.7) ▲ 프랑스(65.8) ▲ 스위스(63.2) ▲ 캐나다(63.2) ▲ 이탈리아(61.6) ▲ 아랍에미리트(UAE‧59.4) 순으로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겉보기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저변에서 글로벌 영향력의 재편이 진행 중이라는 게 모던디플로머시의 분석이다.

 

모던디플로머시는 "정책 입안자들이 다음번 관세 협상이나 제재 패키지에 집착하는 동안, 물밑에선 글로벌 영향력의 근본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BF 데이터는 하드 파워가 자산이 되는 만큼이나 종종 부채가 되고, 매력과 설득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강압으론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복리 수익을 가져다주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2026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경제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국가 브랜드 인식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특히 미국의 추락, 중국의 부상, 유럽의 신뢰 위기 등이 확인된다.

 

미국은 종합 1위를 수성했지만, 가장 가파른 하락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국제적 반발 탓에 평판(26위, -11)과 친근함(-32), 관대함(-68), 사업 용이성(-21), 기후 행동 지지(-16), 정치적 안정성(-8), 인권(-10), 윤리 기준(-4)에서 두드러진 하락이 나타났다. 그러나 예술‧엔터테인먼트(1위), 스포츠(3위), 상징적 브랜드(2위), 기술혁신(3위), 우주 탐사(1위) 등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면서 종합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6. 02. 06 [AP=연합]
 

중국의 부상…사업환경·성장 잠재력 1위
"일대일로나 군사적 확장 때문이 아냐"

 

모던디플로머시는 "193개 국 중 미국의 가장 가파른 하락은 군사적 약화나 경제적 붕괴 때문이 아니라, 하드 파워 남용으로 평판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를 때릴 때마다, 제재를 실행할 때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칠 때마다 신뢰, 매력, 선호도 같은 장기적인 영향력을 실제로 견인하는 무형의 자산들을 조금씩 깎아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5점 차이의 2위로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소프트 파워에 투자했고, 비즈니스·무역 부문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으며, 사업하기 좋은 환경과 미래 성장 잠재력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35개 국가 속성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동인인 '강력하고 안정적인 경제' 인식 부문에서 5계단 상승해 세계 3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부상에 모던디플로머시는 "일대일로나 군사적 확장 때문이 아니라, 소프트 파워에 다년간 공들인 의도적 베팅이 실제로 결실을 보는 것이다"라면서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이 이제 중국을 많은 서구 경제권보다 사업하기 편하고 성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여긴다. 이는 단지 베이징의 선전 결과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현실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인식이다"라고 풀이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8일 영국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헤어지고 있다. 2025. 12. 08 [EPA=연합] 
 

영·프·독, 경제적 강점·혁신 인식 약화
"1990년대 명성만으론 버틸 수 없다"

 

유럽의 상황도 꽤 심각하다. 영국은 일본에 밀려 역대 최저치인 4위에 머물렀고, 독일과 프랑스 역시 경제적 강점과 혁신에 대한 인식이 약화됐다. 모던디플로머시는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간 훌륭한 거버넌스, 실질적 번영, 일관된 가치란 어려운 길을 통해 소프트 파워를 쌓아왔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당신네 정부는 이제 더는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거대한 선의의 저수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말라버린다. 현재의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데 1990년대의 명성만으론 버틸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헤이 회장은 "경제 거버넌스와 집단적 실행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데이터는 냉혹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정치적 리더십과 경제적 활력에 대한 인식 하락으로 불균형적인 소프트 파워 훼손을 겪고 있다. 정부들이 훌륭한 거버넌스와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록 전체에 대한 인식들도 침체 상태이며, 아주 부정적인 정서가 유럽연합(EU) 기구들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길은 먼저 유럽인들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내부 국민들이 자신들을 대표한다는 기구들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면, 외부로 투사하는 소프트파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진행된 중의원 선거 유세 연설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AFP 연합
 

일본, 영국 제치고 3위…비즈니스·무역 1위
"하드 파워는 단기 지렛대, 비용 감당 못해"

 

일본은 영국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비즈니스·무역(1위), 지속 가능한 미래(1위), 교육·과학(2위), 거버넌스(2위) 부문에서 강점을 유지했으며, 관광은 친숙도(6위, +1)와 관련 속성인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4위, +9), 방문 매력도(8위, +3), 친근함(7위, +12), 재미(21위, +15) 부문에서 점수를 끌어올렸다.

 

헤이 회장은 "소프트 파워는 지정학적 혼란기에 경제적 충격 흡수 장치 역할을 한다"며 2026년 지수는 소프트 파워가 강한 국가들이 주변에서 하드 파워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투자 흐름, 무역 관계, 인재 유입을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 파워는 "단기적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그 비용이 감당 못할 만큼 커지고 있다며 "제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관세는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며, 군사 개입은 국고를 탕진한다. 반면, 매력에 투자하는 국가들은 수십 년에 걸쳐 복리 효과를 누린다"고 강조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