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것”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4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의 한 바에서 선거운동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트럼프가 태어난 도시 뉴욕만이, 그를 이기는 법을 보여줄 수 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4일 밤 11시15분. ‘당선 축하 행사’가 열리는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공연장에 등장한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정치적 어둠의 시기 속에서 뉴욕은 빛이 될 것”이라며 이민자 출신 무슬림이자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자신이 이끄는 뉴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 최전선에 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다”

 

맘다니의 당선은 트럼프 시대에 맞선 뉴욕 시민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극단에 위치한 맘다니의 당선은 반트럼프 세력 결집의 중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당선 때 뉴욕시에 대한 연방 지원금 중단과 군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해왔다.

 

맘다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폭군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로 상징되는 임대인, 억만장자, 고용주에 대한 규제 강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가 세운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일 것이며 오늘 밤부터는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우리 중 누구에게라도 다가오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다”라며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도 비판했다.

 

민주당 주류 교체 전운 

 

맘다니의 당선은 민주당 주류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의미도 갖고 있다.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당 내 민주적 사회주의 흐름이 당의 본류로 이동하는 이정표라는 평가도 나온다. 맘다니 지지자인 대슐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민주당이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엄청난 전환점”이라며 “민주당은 민주사회주의 흐름을 지지하지 않으면 계속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류인 중도·온건 성향 인사들은 맘다니의 당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원·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끄는 뉴욕 출신 두 거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그의 당선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

 

 

뉴욕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장인 동시에 불평등과 자본권력에 저항하는 진보운동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월가 점령)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맘다니의 당선은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월가 점령 운동’의 정신이 뉴욕의 ‘정식 권력’을 획득했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이날 당선 축하 행사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지지자 셰넌(29)은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들이 ‘정부 운영 방식, 예산 사용 방식,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오랫동안 해온 이야기에 이제야 사람들이 귀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대인의 도시이자 9·11 이후 이슬람 혐오의 그림자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 뉴욕에서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승리는 세대를 초월하는 정치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7살 뉴욕 이주…‘금수저’ 출신 비판도

 

이민자 출신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는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일곱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컬럼비아대 교수인 마흐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두차례 오른 영화감독 미야 나이르다. 이번 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이 ‘네포 베이비’(금수저)라고 비꼬는 배경이다. 뉴욕시 명문고인 브롱크스 과학고와 리버럴아츠(인문학 및 순수 자연과학) 분야 미국 명문 중 한곳으로 꼽히는 보든대를 졸업했다.

 

사회생활은 뉴욕 퀸스의 비영리 단체에서 시작했다. 그는 주택 압류 위기에 놓인 이들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래퍼로도 활동했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맘다니는 2년 뒤인 2020년 6월 뉴욕주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뉴욕시 퀸스·애스토리아 등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의원으로 선출된다. 그는 이후 두차례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주의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자 뉴욕시장’ 탄생, 급진적 목소리의 주류 정치 편입 분기점

34살 무슬림 맘다니, 쿠오모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려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브루클린 파라마운트에서 열린 선거 당일 개표 파티에서 무대에 올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이 사회주의자 시장을 택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은 4일(현지시각)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2위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운 득표율 차로 제치며 111대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인종 갈등, 빈부 격차 등 미국 사회 여러 문제에 급진적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류로 편입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간선거뿐 아니라 이후 미국 정치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된다.

 

맘다니 후보는 5일 91% 개표율 현재 103만여표(50.4%)를 얻어 85만여표(41.6%)에 그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7) 전 뉴욕주지사를 여유 있게 눌렀다.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71) 후보는 14만6000여표(7.1%)에 그쳤다. 미국 언론들이 투표 종료 30여분 만에 앞다퉈 그의 당선을 발표할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였다.

 

투표 열기는 역대급이었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만명이 넘는 뉴욕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최근 50년 내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사전투표자 수도 73만5317명으로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뉴욕시 역사상 가장 높았다. 2021년 뉴욕시장 선거 때 사전투표자 수는 약 17만명이었다.

 

1년 전만 해도 정치적 존재감이 거의 없던 맘다니 후보는 치솟는 생활비 문제에 집중하면서 지난 6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주거·생활비 부담 완화’를 중심 의제로 내세운 그는 공공보육, 무상 시내버스, 시립 식료품점 설립 등 서민생활 지원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2%포인트 세율 인상도 주장해왔다. 전략적인 소셜미디어 활용도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의 공약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공공 서비스 확충을 위한 증세 카드는 뉴욕주 의회와 주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생활비 경감을 위한 대책이 경제 이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부터 임기 2년의 주 하원의원에 세 번 연속 당선된 것이 유일한 공직 경력이다 보니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아프리카 우간다 태생으로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없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미래는 어디인가’를 중심으로 격렬한 내부 투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그의 당선으로 각종 기록도 세워지게 된다. 그는 최초의 무슬림 시장 및 남아시아계 시장이면서 1974년 취임했던 영국 태생의 에이브 빔 시장 이후 약 50년 만에 이민자 출신 시장이 된다. 1914년 존 퍼로이 미첼 이후 두 번째로 젊은 뉴욕 시장이기도 하다. 

                                                                                < 뉴욕/김원철 특파원 >

 

 

미국 학자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미국서 절대 독재화 없다 생각은 망상"
인종ㆍ민족ㆍ성별 인구 구성 변화가 촉발

"미국인들, 표현의 자유 위에서 잠 잔다"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미국 만들어야"

 

"우리 미국인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산다는 게 뭔 뜻인지 모른다. 그런 나라에서 온 1세대 이민자들이거나, 그런 나라의 특권층 방문자, 연구자, 외교관, 국외 거주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저명한 미국인 사회학자 존 H. 스탠필드 2세 박사는 '부상하는 미국 권위주의 뿌리 뽑기'란 <모던 디플로머시> 3일 자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미국이 빠르게 극우 권위주의 체제로 바뀌는 데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스탠필드 2세 박사는 현재 '아프리카 르네상스 정책 및 사상 고등 연구소(ASARPI) 소장이다.

 

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브로드뷰에 있는 브로드뷰 이민단속국(ICE) 시설 근처 시위 현장에 무장 경찰 차량이 보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죄 예방 지원을 위해 연방 법 집행력 주둔을 늘리도록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2025. 11. 01 [로이터=연합]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비판
미국 특별하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먼저 스탠필드 박사는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세계 많은 권위주의, 독재 국가를 "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대다수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시되고, 책들이 금지되며, 비자가 취소되고, 그리고 단지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견해에 반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해고, 추방, 투옥, 심지어 살해되는 게 뭘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대학 행정가들을 강제로 사임 또는 해임하고, 교수들을 해고하며, 그리고 학생들이 독재자의 말에 반하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쫓아내는 건 전형적인 '비 미국적'인 행위로 본다. 그러나 다른 곳에선 그런 일이 매우 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신이 백인이라면 군대와 정보기관이 거리에서 시민들을 탄압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 국경 밖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아주 많은 나라에선 교통 딱지나 구속을 피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정부 서비스를 받으려고 뇌물을 주는 게 공공의 규범일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사태들을 '후진 독재국의 일' 정도로 취급하는 미국인을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비판한다. 이런 식의 삶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인데도 미국은 '특별'하고 '예외'란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모인 'NO 킹스'(왕은 없다) 집회의 모습. 2025. 10. 18 [뉴욕타임스 페북 캡처]

 

"독재로 급격히 우향우한다는 거대한 두려움,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 없다' 생각은 망상"

 

스탠필드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토론, 대화, 또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범의 부재 속에서 계급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군주와 정치인, 종교, 부족, 또는 카스트의 권위주의 때문에 '무엇을 할지' 지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을 먹고 입을지, 누구와 친구가 되고 결혼할지를 포함한 모든 일에서 순응하고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선호를 숨기도록 하는 압력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선 규범일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극우화에 대해 그는 "정치권 전반에 걸쳐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통치로 급격히 우향우하고 있다는 거대한 두려움이 응축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은 없다'라고 가정하지만, 그 건 망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국의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미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게 이른바 'NO 킹스'(왕은 없다) 운동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스탠필드는 특히 후진 권위주의 독재국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서구의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들이나 민주화가 진행 중인 비서구 국가들조차도 해당 정부의 '홍보성 민주주의 포장'을 걷어내면 "남게 되는 건 대체로 감히 다르고자 하는 자를 처벌하고, 권위에 맞서 말하는 자를 바깥으로 내쫓고, 가족과 공동체,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권위주의 체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제 막 느끼기 시작했지만, 정확히 그 실체는 모르는 좋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건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은 이들을 포함해 우리 미국인들은 비록 불리하더라도 적어도 말할 권리를 지닌 채 표현의 자유라는 침대 위에 편안하게 잠잤다"고 개탄했다.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서 내린 후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보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백악관으로 복귀 중이다. 2025. 11. 02 [AFP=연합]

 

미국인 내면의 '악마'는 백인 우월주의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스탠필드는 MAGA 운동의 기반인 백인 우월주의를 '미국인 내면의 악마'로 규정했다. 오늘날 미국의 인구구성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 성별을 갖춘, 극적이고 근본적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진짜 근본적인 다민족, 성별을 고려한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기보단 이에 대한 보통 미국인의 '두려움'을 조작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문제의 핵심으로 봤다.

 

'NO 킹스 운동'도 중요하지만, 스탠필드는 "우리 자신과 우리 헌법, 더 넓은 외부 세계에 대한 거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정치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영구적 독재 체제로 빠져들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이를 주목하고 사회적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가 보기에 MAGA 운동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선 인종, 민족, 성별을 고려한 삶을 강조하고 그 정치적·경제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MAGA는 역주행함으로써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MAGA에 대해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백인 우월주의의 단말마를 위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월트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이 트럼프 정부의 위협으로 인해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25년 9월 18일 시민들이 뉴욕 월트 디즈니 본사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 위한 진정한 미국을 만들어야"

 

사법·경제·선거 분야에서 MAGA 반대 시도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운동인 MAGA를 패배시킬 수 있지만 "그 깊은 두려움의 권위주의적 문화"란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그는 봤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진정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조치들이 실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스탠필드는 "그동안 미국은 그런 나라일 거라고 여겨졌지만,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복적 정의'는 범죄나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보단, 사건 당사자들과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진실 규명과 가해자의 책임 인정, 피해자와 깨어진 공동체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는 처벌과 응징에 초점을 맞춘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와 대조를 이루는 개념이다.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 도중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 10. 31 [AFP=연합]
 

스탠필드는 "우리는 대부분 아주 편안한 상태로 신화적인 '인종'과 성별의 상자 속에 있다"며 "우리 모두를 감금하려는 이 권위주의 문화를 사라지게 하고, 우리가 정체성을 되찾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존중하는 다민족, 성별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여정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두려움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우리 손이 닿는 사적, 공적 영역 모두에서 회복적 정의 지향적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 기업, 언론, 법조, 교육, 비영리 부문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회복적 정의 지향적 새로운 리더들이 앞장서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출신인 스탠필드 2세는 미 예일, 윌리엄&메리, UC데이비스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저서로는 백인 중심적인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 방법론에서의 인종과 민족 재고>가 있다.                              < 이유 기자 >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 성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12월 추가 인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는 하락 반전했다.

 

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현지시각) 10대 2의 표결로 기준금리를 3.75%~4.00% 구간으로 낮췄다. 두 분기 연속 인하 결정이다. 연준은 양적긴축(QT) 정책, 즉 자산 축소 작업도 오는 12월 1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에 있지만, 최근 고용 불안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티븐 미란 이사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자고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미란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로, 금리 인하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회의 뒤 발표된 성명문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성명은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12월 방향을 두고 의견이 상당히 엇갈렸다”며 “추가 인하는 정해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 결정은 현재 심각한 데이터 부족 속에서 내려지고 있다. 정부 셧다운의 여파로 9월 고용 보고서조차 발표되지 못했고, 10월 고용 상황이 집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시장 둔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을 뒷받침했다.

 

양적긴축 종료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준은 그동안 매달 일정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만기 이후 재투자하지 않고 대차대조표에서 제외해 왔으며, 이를 통해 약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했다. 하지만 단기금융시장에 일부 긴축 신호가 나타나면서 연준은 양적긴축 종료 시점이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그들은 많은 핵무기 보유…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있어"

순방기간 '깜짝회동' 성사 강한 의욕으로 유인하는 계산된 발언으로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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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또 다시 언급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깜짝 회동을 위해 김 위원장을 유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5일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전날 언론과 가진 문답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려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에 열려 있느냐'는 질의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내 말은, 나는 그들(북한)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라는 용어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취임 당일인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고서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 다시 지칭하며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의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언급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핵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미국 정부의 원칙과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즉,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견지하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현실은 그것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해 만나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는 한국 방문 도중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날 가능성을 묻자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지난 번(2019년 6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한국에 온다는 걸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가 만나고 싶다면, 나는 분명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언론에 "(내가 한국에 간다는 걸) 알려준다면 나는 열려 있다"며 "그쪽(북한)은 전화 서비스가 거의 없다. 핵무기는 많지만, 전화 서비스는 부족하다. 그(김 위원장)는 내가 (한국에) 간다는 걸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말고는 방법이 별로 없다. 알다시피, 전화 서비스가 거의 없다"며 "하지만, 그는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나는 데에) 100% 열려 있다.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2019년 6월 판문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핵보유국' 발언은 경주에서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방한(29~30일) 기간 중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때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북한 관영매체들에 보도됐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사실상 거론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현실을 인정'하라는 김 위원장의 요구에 일정부분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호응 여부에 따라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이뤄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깜짝 회동'이 재연될 수 있을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대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물론 미래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물론 변동이 생길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한국에서 만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 이슈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30일 부산에서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반중 인사이자 홍콩 빈과일보(2021년 폐간) 전 사주로 수년간 구금 상태인 지미 라이가 석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중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동을 기대하며 관세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해결 의지를 믿는다고 밝혔으며, 평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도움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아시아 기준 25일 낮)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 DC를 출발했으며, 4박 5일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  신창용 김아람 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