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이후 각각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회담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핵심 현안에서는 적지 않은 온도 차가 확인됐다.
무역 분야에서는 300억 달러(약 40조8천억원) 규모의 상호 관세 인하와 무역·투자위원회 가동 등에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희토류는 중국 측 발표에서 아예 빠졌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대화 채널 구축에 합의했지만 공동 규범 마련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만 문제 역시 회담에서 논의되긴 했으나, 양측 모두 이를 회담 결과 발표물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존중과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26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양국이 '존중·공정·대등에 기반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정상회담의 '8대 성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 당시 내세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존중·공정·대등'이라는 표현이 새로 추가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양측은 무역 분야에서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과 양국 무역위원회 및 투자위원회가 가동된 점을 공통으로 성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협의 틀을 바탕으로 후속 논의를 진전시킨 결과다.
세부 발표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양측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부족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적정한 수준의 공급량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이 발표한 회담 성과에는 희토류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절반 이상, 정제·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앞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지렛대로 활용해온 만큼 미국은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을 주요 과제로 꼽아왔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관세 인하 대상 품목과 중국의 미국산 석탄 구매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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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함께 둘러보는 미중 정상 [AP=연합]
양측은 AI 분야에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AI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11월까지 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양국이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고 관련 사건에 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SI' 대신 기존의 'AI'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공동 연구나 공동 규범 마련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협력 방안은 양측 결과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정상회담 과정과 이후 공개 발언에서 AI 협력의 범위를 놓고 온도 차가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대한 새로운 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고 밝혔지만, 시 주석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관리와 규제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또 회담에서 "중국과 미국 모두 AI 대국으로, 양측 사이에는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 또한 가능하며, 서로를 경계·방어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중국보다 AI 분야에서 앞서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선두를 달릴 때는 서로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법"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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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시진핑 주석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
대만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양측 발표 내용에는 빠졌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지만 현상 변경을 위한 어떤 형태의 강압적 행동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뒤 대만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이 매우 강경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에 대해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데 두 정상이 뜻을 같이했다고 양측이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원칙에 시 주석이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의 대이란 군사·경제 지원 중단 등 보다 구체적인 조치는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반면, 중국 측 발표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관련 내용이 빠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무역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하며 양측 발표문의 차이는 핵심 무역 갈등 사안에서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해결 의제들이 오는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두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 이유미 기자 >
19일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고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석유탱크에 불이 나고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민방위국은 현지 시간으로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리야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7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공격을 강화하고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한 후 리야드에 발령된 첫 경보다.
이날 오전까지 리야드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당국은 위험 상황이 종료됐다며 경보를 해제했지만 곧이어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 기둥이 목격됐다.
항공기 이동정보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며 운항 차질지수가 최고 수준인 5.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러 항공편의 결항, 장시간 지연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공항 인근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연료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방대원들이 아람코 로고가 표시된 연료탱크에 붙은 불을 진화 중이라고 전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군사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에 두차례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작전은 리야드의 민감시설을, 두 번째 작전은 얀부에 있는 아람코 시설을 겨냥했다"며 "사우디의 예멘 봉쇄가 끝날 때까지 사우디의 군사력을 겨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 근처 연료 저장고 [AFP=연합]
사우디 주도 연합군도 후티가 리야드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시도했다고 확인했다.
연합군의 투르키 알말키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공군이 "토요일(19일) 새벽 후티가 리야드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 및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후티가 사우디 비샤, 타이프, 파라산, 얀부 지역의 "민간인과 민간 기반 시설"도 표적으로 삼으려 했다며 이러한 공격이 "걸프 왕국(사우디)의 방공망에 의해 저지됐다"고 덧붙였다.
후티는 최근 예멘 서부 주요 거점인 모카항을 점령한 데 이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 섬까지 손에 넣으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또 후티가 사우디 본토를 향해 공격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슬람 성지 메카와 사우디 제2 도시 제다에 이어 리야드에까지 공격 위협 경보가 잇따라 내려졌다.
아울러 사우디 얀부의 아람코 석유 시설과 카미스 무샤이트 공군 기지를 겨냥해서도 후티는 대규모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단행했다.
이에 맞서 사우디도 예멘 타이즈주와 하자주 등의 반군 진지, 통신 시설을 잇달아 공습했다. 또 사우디가 후티를 상대로 중국제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한 정황도 포착되는 등 양측의 무력 충돌은 격화하고 있다.
후티 측은 지난 16일 예멘 마리브주 상공에서 사우디의 F-15 전투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황이 격화하면서 2022년 휴전 협정 이후 비교적 소강상태를 유지하던 예멘 내전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후티와 사우디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주변국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에 일부 군사적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파키스탄과 체결한 3자 방위협정 틀에서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미국-이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교전 종식을 위한 제안들을 당사자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 김아람 민경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