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둠 뚫은 맘다니의 반격과 두 번의 기적

● WORLD 2025. 11. 7. 02: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존 정치문법이 무너진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기득권 연합의 벽을 뚫고 일어난 첫 번째 기적
트럼프·쿠오모 연합전선 넘어선 압도적 대승리

다인종 노동자 연대와 좌파적 포퓰리즘의 결합
팔레스타인 연대로 드러난 용기와 새로운 희망
세 번째 기적을 향한 연대와 투쟁의 과제들

 

“이민자든, 트랜스젠더 공동체의 일원이든, 트럼프가 연방 정부 직책에서 해고한 수많은 흑인 여성이든, 식료품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싱글맘이든, 혹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누구든 여러분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입니다. …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파시즘’을 거부할 것이며, ICE 요원들이 우리의 이웃을 추방하는 것을 막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트럼프는 우리 중 누구를 건드리려면 우리 모두를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 저는 무슬림이고, 민주적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들이 우리가 함께 실현해 나갈 의제가 되게 합시다. 이 힘은 당신의 것이고 이 도시는 당신의 것입니다."(조란 맘다니의 당선 연설 중에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지켜보며 우리는 거듭된 충격 속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기존의 정치 문법이 무너지고 상식이 조롱당하는 듯한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냉소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어제 뉴욕에서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반대의 방향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올해 초, '젊은 급진좌파 무슬림'이라는, 주류정치에서 '실패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정체성을 가진 조란 맘다니(Zoran Mamdani)가 뉴욕시장 도전을 선언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오차범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1%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심지어 낙관적인 진보 논객들조차 그의 당선을 전망하지 못했다. 

 

맘다니는 치열함, 강렬함, 열정을 뜻하는 "intensity"의 정치인이다. 2023년 백악관 앞에서 단식하면서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촉구하는 맘다니. (Instagram, zohrankmamdani)

 

그는 뉴욕의 억만장자들과 뿌리 깊은 이슬람포비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에 동시에 맞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맘다니는 불과 반년 만에, 기성 정치의 거대한 장벽을 뚫고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로 당선되는 첫 번째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은 수십 년간 뉴욕 정치를 지배해 온 기득권-부동산-금융 복합체에 대한 정면 도전의 신호탄이었다.

 

충격을 받은 기득권 카르텔의 공포는 즉각적으로 '반(反) 맘다니 전선' 연합체를 만들어냈다. 맘다니의 본선 당선을 막기 위한 이 연합에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한 세력들이 집결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우 세력, 척 슈머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 지도부, 일론 머스크와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들이 그 주축이었다.

 

그리고 '안정'과 '현상 유지'라는 공동의 이익으로 묶인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류언론까지 크고 작게 맘다니를 막아서기 위해 힘을 보탰다. 맘다니가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사회의 주류 엘리트들이 안주해 온 신자유주의적 합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합은 전방위적이며, 극도로 악랄한 '마녀사냥'의 형태로 이어졌다. 맘다니를 향한 네거티브 캠페인은 정책 비판의 수준을 넘어섰다. '맘다니는 서류 미비 불법체류 이민자', '반유대주의적 무슬림 지하디스트', '공산주의적 테러리스트'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날조된 정보가 타블로이드 신문과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다.

 

이러한 공격이 특히 더 비열했던 이유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뉴욕은 9.11 테러의 상처가 그 어느 곳보다 깊게 새겨진 곳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도시 중 하나다. '무슬림 지하디스트'라는 프레임은 9.11의 트라우마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은 뉴욕의 유대인 유권자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무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 주류 지도부는 맘다니를 도와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들은 마지못해, 뒤늦게야 소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다. 특히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이자 뉴욕의 유력 정치인인 척 슈머는 선거 막판까지 맘다니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맘다니의 급진적인 정책 노선이 기득권 후원자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 군대를 투입해 온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 왔고 뉴욕에도 군대를 투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관련 방송 갈무리

 

반면 가장 앞장서서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던 트럼프는 막판에 이르러 기상천외한 '역사표' 논리까지 펴면서 결사적으로 맘다니 낙선에 매달렸다. '공화당 후보 슬리와를 찍으면 어차피 맘다니가 된다. 차라리 민주당 출신이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앤드류 쿠오모를 찍으라'며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인 쿠오모를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거대한 장벽과 집요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조란 맘다니는 다시 한번, 1년 만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되는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전통적 주류와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는 쿠오모 후보와 공화당의 슬리와 후보의 득표 합계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대승리'였다.

 

당파를 뛰어넘은 반대 세력의 연합된 힘, 쿠오모를 지지한 억만장자들의 사상 최고 수준의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집요한 마녀사냥도 뉴욕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 맘다니의 승리는 무엇이 이 거대한 반격을 가능하게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첫째,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와 반이민 정책에 맞선 선명한 '다인종 민주주의'의 비전이었다. 맘다니는, 인종과 젠더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민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는 거듭 타협하고 후퇴하던 민주당의 기존 주류들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무지개 신자유주의'와도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좌파 매체 <자코뱅Jacobin>은 이렇게 지적한다. "맘다니는 '흑인 CEO'나 '여성 억만장자'를 늘리는 자유주의적 포용이 아니라, 브롱크스의 흑인 노동자와 퀸스의 라티노 이민자, 맨해튼의 가난한 백인 예술가가 '서류 미비 이웃'과 함께 공동의 적(부동산 자본과 억만장자)에 맞서 싸우는 '다인종 노동계급 연대'를 호소했다."

 

이슬람포비아 마녀사냥에 맞서 무슬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맘다니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둘째, 맘다니는 이처럼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민주당이 고수해 온 자유시장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면적인 임대료 동결 및 인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교통 무상화, 보편적 공공 보육,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서의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의 급격한 인상.

이러한 정책들은 기득권 언론으로부터 "사회주의적", "비현실적"이라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수십 년간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망가진 공공 서비스에 고통받아 온 뉴욕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맘다니는 "뉴욕은 소수의 억만장자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일하는 다수를 위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셋째, 맘다니는 이슬람포비아적 공격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팔레스타인 연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 주류정치,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피해 가는 문제였다. 맘다니는 '지하디스트'라는 비난에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편에 서는 평화주의자"라고 응수했다.

 

더 나아가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확고히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집단학살(Genocide)'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집단학살'이라는 용어 사용을 피하던 버니 샌더스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태도였다.

 

맘다니의 이러한 용기와 선택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 특히 젊은 세대와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변화하는 정서를 정확히 포착했다. 그는 이 문제를 '유대인 대 무슬림'의 갈등이 아닌, '식민주의 대 피식민주의',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기존 정치인들이 외면했던 잠재적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일상을 감당할 수 있는 뉴욕을 만들자는 맘다니의 메시지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Zohran for New York City)

 

맘다니는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는 것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에는 무려 1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결합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인종 이민자나 청년들이었다. 물론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회원들도 많았다.

 

이들은 뉴욕의 곳곳을 문자 그대로 '누비고' 다녔다. 그들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문을 두드리고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과 주장을 끈질기게 알렸다.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기성 언론이 장악하지 못한 새로운 플랫폼에서 온갖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밈(meme), 게시물로 맘다니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퍼트렸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에서 나타났던 세 가지 중요한 여론조사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1.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율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여론  3.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급격한 성장.

 

맘다니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고 조직해냈지만, 기존의 민주당 주류는 이 흐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심각한 위험 앞에서도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공화당보다 더 낮게 맴도는 기현상은 바로 이 '시대착오적 안일함'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26일, 맘다니의 대규모 유세장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맘다니 지지 연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1만 3천 명의 청중으로부터 거대한 야유와 "부자에게 세금을!" 구호 속에 파묻혀 쫓겨나듯 무대를 내려가던 장면은, 민주당 기득권 세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올해 초, 트럼프의 당선을 보며 많은 이들이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라고 일면적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불만을 해결해 줄 기존과는 다른 '더 나은 대안'을 절박하게 찾고 있었던 셈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이 아닌 '맘다니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대한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지역의 주요 노동조합들도 맘다니를 지지하고 나섰다 - 출처: 맘다니의 트위터

 

이번에 뉴저지와 버지니아의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그것은 '트럼프가 싫어서'가 낳은 결과였다. 반면 맘다니의 승리는 적극적 열망의 결과였다. 이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와 3년 후 대선을 위해 민주당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민주당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이를 눈치챈 버락 오바마도 '맘다니를 돕겠다'며 나서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조차 맘다니가 제기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은 죽었다. 맘다니가 그들의 낡은 당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맘다니는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물론, 맘다니가 뉴욕시장으로서 직면할 도전들은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험난하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급진 좌파 시장이 장악한 뉴욕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라고 선포했다. 나아가 트럼프는 분명히, 이민자들의 도시인 뉴욕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폭력적인 충돌을 유도하고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 억만장자들은 자본과 투자를 철수하는 '자본 파업'으로 맘다니의 정책을 마비시킬 수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뉴욕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들조차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 실현을 돕기보다는 주 의회와 연방 의회 차원에서 교묘하게 방해하고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주류언론들의 공격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다. 그들은 진작부터 '맘다니는 명문대 교수 아빠와 유명 영화감독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의 위선적 내로남불 좌파' 프레임을 구축해 왔다. 정책 자체의 난관도 존재한다.

 

예컨대 임대료를 급격하게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소유한 중소형 주택소유주들이 파산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은행과 그 은행에 맞물린 기업에 타격을 가해 경제적 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 모든 공격과 방해, 어려움을 딛고 맘다니가 뉴욕 시민들에게 약속을 지켜내고, 그들의 마음을 계속 모아나가려면, 지혜롭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 능력뿐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 아래로부터의 기반과 투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뉴욕의 노동조합과 좌파 단체들의 조직률과 투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다. 맘다니의 정치적 승리가 거리와 현장에서의 '사회적 운동'의 성장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그의 개혁은 기득권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험이 크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의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1년 동안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낸 맘다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다시 세 번째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와 한국에서 극우적 반동과 혐오 정치의 위험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이, 조란 맘다니의 극적인 승리와 그 경험 속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지윤 기자 >

 “폭군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것”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4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의 한 바에서 선거운동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트럼프가 태어난 도시 뉴욕만이, 그를 이기는 법을 보여줄 수 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4일 밤 11시15분. ‘당선 축하 행사’가 열리는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공연장에 등장한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정치적 어둠의 시기 속에서 뉴욕은 빛이 될 것”이라며 이민자 출신 무슬림이자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자신이 이끄는 뉴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 최전선에 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다”

 

맘다니의 당선은 트럼프 시대에 맞선 뉴욕 시민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극단에 위치한 맘다니의 당선은 반트럼프 세력 결집의 중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당선 때 뉴욕시에 대한 연방 지원금 중단과 군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해왔다.

 

맘다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폭군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로 상징되는 임대인, 억만장자, 고용주에 대한 규제 강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가 세운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일 것이며 오늘 밤부터는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우리 중 누구에게라도 다가오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다”라며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도 비판했다.

 

민주당 주류 교체 전운 

 

맘다니의 당선은 민주당 주류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의미도 갖고 있다.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당 내 민주적 사회주의 흐름이 당의 본류로 이동하는 이정표라는 평가도 나온다. 맘다니 지지자인 대슐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민주당이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엄청난 전환점”이라며 “민주당은 민주사회주의 흐름을 지지하지 않으면 계속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류인 중도·온건 성향 인사들은 맘다니의 당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원·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끄는 뉴욕 출신 두 거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그의 당선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

 

 

뉴욕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장인 동시에 불평등과 자본권력에 저항하는 진보운동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월가 점령)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맘다니의 당선은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월가 점령 운동’의 정신이 뉴욕의 ‘정식 권력’을 획득했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이날 당선 축하 행사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지지자 셰넌(29)은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들이 ‘정부 운영 방식, 예산 사용 방식,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오랫동안 해온 이야기에 이제야 사람들이 귀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대인의 도시이자 9·11 이후 이슬람 혐오의 그림자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 뉴욕에서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승리는 세대를 초월하는 정치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7살 뉴욕 이주…‘금수저’ 출신 비판도

 

이민자 출신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는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일곱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컬럼비아대 교수인 마흐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두차례 오른 영화감독 미야 나이르다. 이번 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이 ‘네포 베이비’(금수저)라고 비꼬는 배경이다. 뉴욕시 명문고인 브롱크스 과학고와 리버럴아츠(인문학 및 순수 자연과학) 분야 미국 명문 중 한곳으로 꼽히는 보든대를 졸업했다.

 

사회생활은 뉴욕 퀸스의 비영리 단체에서 시작했다. 그는 주택 압류 위기에 놓인 이들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래퍼로도 활동했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맘다니는 2년 뒤인 2020년 6월 뉴욕주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뉴욕시 퀸스·애스토리아 등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의원으로 선출된다. 그는 이후 두차례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주의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자 뉴욕시장’ 탄생, 급진적 목소리의 주류 정치 편입 분기점

34살 무슬림 맘다니, 쿠오모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려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브루클린 파라마운트에서 열린 선거 당일 개표 파티에서 무대에 올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이 사회주의자 시장을 택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은 4일(현지시각)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2위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운 득표율 차로 제치며 111대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인종 갈등, 빈부 격차 등 미국 사회 여러 문제에 급진적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류로 편입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간선거뿐 아니라 이후 미국 정치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된다.

 

맘다니 후보는 5일 91% 개표율 현재 103만여표(50.4%)를 얻어 85만여표(41.6%)에 그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7) 전 뉴욕주지사를 여유 있게 눌렀다.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71) 후보는 14만6000여표(7.1%)에 그쳤다. 미국 언론들이 투표 종료 30여분 만에 앞다퉈 그의 당선을 발표할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였다.

 

투표 열기는 역대급이었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만명이 넘는 뉴욕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최근 50년 내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사전투표자 수도 73만5317명으로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뉴욕시 역사상 가장 높았다. 2021년 뉴욕시장 선거 때 사전투표자 수는 약 17만명이었다.

 

1년 전만 해도 정치적 존재감이 거의 없던 맘다니 후보는 치솟는 생활비 문제에 집중하면서 지난 6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주거·생활비 부담 완화’를 중심 의제로 내세운 그는 공공보육, 무상 시내버스, 시립 식료품점 설립 등 서민생활 지원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2%포인트 세율 인상도 주장해왔다. 전략적인 소셜미디어 활용도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의 공약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공공 서비스 확충을 위한 증세 카드는 뉴욕주 의회와 주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생활비 경감을 위한 대책이 경제 이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부터 임기 2년의 주 하원의원에 세 번 연속 당선된 것이 유일한 공직 경력이다 보니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아프리카 우간다 태생으로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없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미래는 어디인가’를 중심으로 격렬한 내부 투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그의 당선으로 각종 기록도 세워지게 된다. 그는 최초의 무슬림 시장 및 남아시아계 시장이면서 1974년 취임했던 영국 태생의 에이브 빔 시장 이후 약 50년 만에 이민자 출신 시장이 된다. 1914년 존 퍼로이 미첼 이후 두 번째로 젊은 뉴욕 시장이기도 하다. 

                                                                                < 뉴욕/김원철 특파원 >

 

 

미국 학자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미국서 절대 독재화 없다 생각은 망상"
인종ㆍ민족ㆍ성별 인구 구성 변화가 촉발

"미국인들, 표현의 자유 위에서 잠 잔다"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미국 만들어야"

 

"우리 미국인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산다는 게 뭔 뜻인지 모른다. 그런 나라에서 온 1세대 이민자들이거나, 그런 나라의 특권층 방문자, 연구자, 외교관, 국외 거주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저명한 미국인 사회학자 존 H. 스탠필드 2세 박사는 '부상하는 미국 권위주의 뿌리 뽑기'란 <모던 디플로머시> 3일 자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미국이 빠르게 극우 권위주의 체제로 바뀌는 데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스탠필드 2세 박사는 현재 '아프리카 르네상스 정책 및 사상 고등 연구소(ASARPI) 소장이다.

 

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브로드뷰에 있는 브로드뷰 이민단속국(ICE) 시설 근처 시위 현장에 무장 경찰 차량이 보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죄 예방 지원을 위해 연방 법 집행력 주둔을 늘리도록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2025. 11. 01 [로이터=연합]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비판
미국 특별하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먼저 스탠필드 박사는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세계 많은 권위주의, 독재 국가를 "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대다수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시되고, 책들이 금지되며, 비자가 취소되고, 그리고 단지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견해에 반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해고, 추방, 투옥, 심지어 살해되는 게 뭘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대학 행정가들을 강제로 사임 또는 해임하고, 교수들을 해고하며, 그리고 학생들이 독재자의 말에 반하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쫓아내는 건 전형적인 '비 미국적'인 행위로 본다. 그러나 다른 곳에선 그런 일이 매우 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신이 백인이라면 군대와 정보기관이 거리에서 시민들을 탄압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 국경 밖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아주 많은 나라에선 교통 딱지나 구속을 피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정부 서비스를 받으려고 뇌물을 주는 게 공공의 규범일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사태들을 '후진 독재국의 일' 정도로 취급하는 미국인을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비판한다. 이런 식의 삶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인데도 미국은 '특별'하고 '예외'란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모인 'NO 킹스'(왕은 없다) 집회의 모습. 2025. 10. 18 [뉴욕타임스 페북 캡처]

 

"독재로 급격히 우향우한다는 거대한 두려움,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 없다' 생각은 망상"

 

스탠필드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토론, 대화, 또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범의 부재 속에서 계급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군주와 정치인, 종교, 부족, 또는 카스트의 권위주의 때문에 '무엇을 할지' 지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을 먹고 입을지, 누구와 친구가 되고 결혼할지를 포함한 모든 일에서 순응하고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선호를 숨기도록 하는 압력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선 규범일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극우화에 대해 그는 "정치권 전반에 걸쳐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통치로 급격히 우향우하고 있다는 거대한 두려움이 응축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은 없다'라고 가정하지만, 그 건 망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국의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미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게 이른바 'NO 킹스'(왕은 없다) 운동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스탠필드는 특히 후진 권위주의 독재국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서구의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들이나 민주화가 진행 중인 비서구 국가들조차도 해당 정부의 '홍보성 민주주의 포장'을 걷어내면 "남게 되는 건 대체로 감히 다르고자 하는 자를 처벌하고, 권위에 맞서 말하는 자를 바깥으로 내쫓고, 가족과 공동체,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권위주의 체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제 막 느끼기 시작했지만, 정확히 그 실체는 모르는 좋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건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은 이들을 포함해 우리 미국인들은 비록 불리하더라도 적어도 말할 권리를 지닌 채 표현의 자유라는 침대 위에 편안하게 잠잤다"고 개탄했다.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서 내린 후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보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백악관으로 복귀 중이다. 2025. 11. 02 [AFP=연합]

 

미국인 내면의 '악마'는 백인 우월주의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스탠필드는 MAGA 운동의 기반인 백인 우월주의를 '미국인 내면의 악마'로 규정했다. 오늘날 미국의 인구구성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 성별을 갖춘, 극적이고 근본적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진짜 근본적인 다민족, 성별을 고려한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기보단 이에 대한 보통 미국인의 '두려움'을 조작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문제의 핵심으로 봤다.

 

'NO 킹스 운동'도 중요하지만, 스탠필드는 "우리 자신과 우리 헌법, 더 넓은 외부 세계에 대한 거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정치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영구적 독재 체제로 빠져들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이를 주목하고 사회적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가 보기에 MAGA 운동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선 인종, 민족, 성별을 고려한 삶을 강조하고 그 정치적·경제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MAGA는 역주행함으로써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MAGA에 대해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백인 우월주의의 단말마를 위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월트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이 트럼프 정부의 위협으로 인해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25년 9월 18일 시민들이 뉴욕 월트 디즈니 본사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 위한 진정한 미국을 만들어야"

 

사법·경제·선거 분야에서 MAGA 반대 시도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운동인 MAGA를 패배시킬 수 있지만 "그 깊은 두려움의 권위주의적 문화"란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그는 봤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진정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조치들이 실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스탠필드는 "그동안 미국은 그런 나라일 거라고 여겨졌지만,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복적 정의'는 범죄나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보단, 사건 당사자들과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진실 규명과 가해자의 책임 인정, 피해자와 깨어진 공동체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는 처벌과 응징에 초점을 맞춘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와 대조를 이루는 개념이다.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 도중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 10. 31 [AFP=연합]
 

스탠필드는 "우리는 대부분 아주 편안한 상태로 신화적인 '인종'과 성별의 상자 속에 있다"며 "우리 모두를 감금하려는 이 권위주의 문화를 사라지게 하고, 우리가 정체성을 되찾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존중하는 다민족, 성별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여정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두려움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우리 손이 닿는 사적, 공적 영역 모두에서 회복적 정의 지향적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 기업, 언론, 법조, 교육, 비영리 부문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회복적 정의 지향적 새로운 리더들이 앞장서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출신인 스탠필드 2세는 미 예일, 윌리엄&메리, UC데이비스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저서로는 백인 중심적인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 방법론에서의 인종과 민족 재고>가 있다.                              < 이유 기자 >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 성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12월 추가 인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는 하락 반전했다.

 

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현지시각) 10대 2의 표결로 기준금리를 3.75%~4.00% 구간으로 낮췄다. 두 분기 연속 인하 결정이다. 연준은 양적긴축(QT) 정책, 즉 자산 축소 작업도 오는 12월 1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에 있지만, 최근 고용 불안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티븐 미란 이사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자고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미란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로, 금리 인하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회의 뒤 발표된 성명문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성명은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12월 방향을 두고 의견이 상당히 엇갈렸다”며 “추가 인하는 정해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 결정은 현재 심각한 데이터 부족 속에서 내려지고 있다. 정부 셧다운의 여파로 9월 고용 보고서조차 발표되지 못했고, 10월 고용 상황이 집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시장 둔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을 뒷받침했다.

 

양적긴축 종료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준은 그동안 매달 일정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만기 이후 재투자하지 않고 대차대조표에서 제외해 왔으며, 이를 통해 약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했다. 하지만 단기금융시장에 일부 긴축 신호가 나타나면서 연준은 양적긴축 종료 시점이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