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코스탼티니우카의 주거용 건물이 러시아 공습을 받아 파괴된 모습. AP 연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요충지 쿠퍈스크에 지하 가스관을 타고 침투했다. 이 도시가 러시아 손에 떨어지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 남동부 도네츠크 등이 더욱 크게 위협 받는다.
13일(현지시각)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분석하는 우크라이나 기관 ‘딥스테이트’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에서 동쪽으로 8km 떨어진 점령지 리만 페르쉬이에서 가스관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쿠퍈스크 북쪽 마을 라드키우카까지 우크라이나군에 들키지 않고 관을 타고 이동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와 리만 페르쉬이를 가르는 자연 방어선인 오스킬강을 땅 속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은 가스관에 진입해 전기 스쿠터와 바퀴를 달아 개조한 들것을 타고 약 4일 동안 가스관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라드키우카에서 관 밖으로 나온 이들은 쿠퍈스크 외곽 삼림지대를 통해 이 도시 및 주변 철도 노선으로 진격한 상태다. 이들은 이미 쿠퍈스크 내부에 드론 조종 은신처까지 세워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쿠퍈스크와 외곽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퍈스크 북쪽에 집결한 러시아군이 늘면서 도시 외곽 전투가 치열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퍈스크는 수도 키이우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하르키우(하르키우주의 주도)로부터 동쪽으로 104km 떨어져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가 그해 9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바 있다. 이곳이 재차 러시아군에게 넘어가면 하르키우가 받는 군사적 압박이 커진다.
또 쿠퍈스크 남쪽으로는 이 전쟁의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쿠퍈스크를 뺏기면 도네츠크주는 남쪽·동쪽에 이어 북쪽으로도 러시아군에 포위된다.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무인기)를 피해 ‘지하 침투’를 늘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군은 앞서 2024년 1월 도네츠크주의 요새화된 도시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할 때도 지하 하수도를 타고 방어선 뒤쪽으로 침투한 바 있다. 지난 3월 쿠르스크주 수자에서도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전쟁연구소 보고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침투 전술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발달에 직면한 러시아 부대들이 현장에서 전술적 혁신과 적응을 한 결과”라며 “파이프라인은 러시아군에게 은·엄폐를 제공해 전진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 천호성 기자 >
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현장에 4일(현지시각)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ICE), 조지아주 순찰대가 투입돼 이민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미국 국토안보부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 부지에서 진행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으로 총 475명이 구금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실시된 최대 규모 단속 실적으로 기록됐다.
국토안보수사국 애틀랜타 지부의 스티븐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사로 475명이 체포됐으며, 법 위반자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75명 중 다수가 한국 국적자였다”며 “정확한 국적별 통계는 없지만, 관련 자료를 곧 확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과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체포된 475명에 대해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전이 “조지아 주민 및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개월 전부터 수사가 진행됐으며, 지역 주민과 전직 근로자들의 제보가 단서가 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기업들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 대다수는 현대차와 엔솔의 건설 관련 협력사 직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출장자들이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비(B)1비자나,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일하고 있었던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현장에 급파하고, 현지공관 중심으로 현장대책반을 출범시킬 것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서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의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관계 당국과의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 공장의 공사 일정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다만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미국 현대차 공장서 체포된 한국인 300명 넘어…정부 “유감”
미 정부, 불법 체류자 대거 단속…우리 정부에 정식 통보 안 해 우리 정부 “권익 부당침해 안돼”…이 대통령, 각별히 대처 지시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가 조지아주 현대차-엔솔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면서 X에 올린 사진.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 연합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4일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450명 이상을 체포했다. 애초 이 가운데 30여명이 한국인으로 알려졌는데, 기업과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에 따르면 체포된 45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이고, 대다수는 현대차와 엔솔의 건설 관련 협력사 직원으로 추정된다. 미국 당국이 이들을 체포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 출장자들이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비(B)1비자나,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일하고 있었던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4일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HSI(국토안보수사국), ICE(미국이민·세관집행국),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과 함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며 “불법체류자 약 450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지역 사회 안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ATF 애틀랜타 지부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현장에서 단속 요원들이 불법체류자들을 검거하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현지 지역방송 WSAV는 수백 대의 법 집행 차량이 동원된 단속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은 이번 단속에 대해 한국 정부에 아직 아무런 정식 통보를 하지 않았고, 정부는 우리 공관을 통해 이 사안을 파악하고 총영사와 영사를 급파해 연행된 한국인이 정확히 몇 명인지를 비롯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추가 조사를 위해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시설로 연행된 상태다. 아직 현지가 새벽 시간이어서 우리 총영사와 영사들이 체포된 한국인의 영사 면담을 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재미 한인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 변호인단은 한국인들이 구금된 시설을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고 총영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현장에 급파하고, 현지공관 중심으로 현장대책반을 출범시킬 것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서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의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국 투자기업에 대해 불법 이민과 불법체류와 관련한 단속을 강화하자 기업들은 술렁이고 있다. 관련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자여행허가(ESTA)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들어가서 체포까지 할 줄 몰랐다”며 “너무 난감하다”고 말했다. < 박민희 이재호 기자 >
조지아 현대차 배터리공장 단속 영장엔 “외국인 불법고용·은닉” 혐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엑스에 올라온 단속 모습.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이민자 불법고용과 은닉·보호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국토안보수사국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국토안보수사국은 압수수색을 통해 입증하려는 범죄 혐의로 “외국인 불법 고용”(unlawful employment of aliens), “외국인 은닉·은신처 제공·보호”(concealing, harboring, or shielding aliens)와 이에 대한 “공모”(conspiracy)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었거나, 취업 비자를 받았지만 체류기간을 넘긴 이들을 고용하고, 이를 당국에 숨겼다는 것이 단속 배경인 셈이다.
압수수색 장소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캠퍼스 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건설 현장으로, 이를 여러 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영장에 첨부했다. 영장에 제시된 ‘목표 인물’은 4명으로 한국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불법 취업에 대한 단서를 잡고 단속에 착수했다가 한국인들도 대거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수사국은 공장뿐만 아니라 하청업체·건설업체·인력알선업체 등의 자료를 압수 대상으로 삼았고, “소유권 및 경영과 관련된 문서와 기록”, “전·현직 직원 고용 기록”, “근무시간·급여·계좌 정보”, “직원 모집·채용 기록” 등을 압수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영장은 지난달 31일 조지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박태우 기자 >
트럼프, 현대차-엔솔 이민 단속에 “불법 체류…할 일 한 것”
“바이든 때 넘어온 사람”…ICE 단속 후 475명 체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대적 이민단속에 나선 데 대해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앞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나 물건들을 팔 권리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일방적인 거래(one-sided deal)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해외 기업에 대해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것은 부당하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해외 기업의 투자 결정이 미국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단속과 제조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는 다른 나라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며 “거기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민 당국)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들(불법 체류자)은 바이든 정부 때 넘어온 사람들이다.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은 전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 그 결과 475명이 체포됐고 대다수는 한국 국적이라고 미 당국은 밝혔다. 당국은 체포된 이들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했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 박태우 기자 >
지금 미국은 비상이다. 한 쪽에선 불법 이민 단속에 나선 이민국 요원과 시민과의 충돌이, 다른 쪽에선 치안을 내세워 군대를 동원한 정부에 대한 항의시위가 이어진다. 이민국 요원들은 거리든, 식당이든, 일터든, 공공장소든, 심지어 이민 법정 바로 앞까지, 거침없이 들어가 불심검문에 납치하듯 사람들을 잡아들인다. 적법절차를 가볍게 무시하는 단속에 법보다 주먹이 훨씬 가깝다. 시민과 공권력의 충돌이 일상화되고 있다(사진 1 참조).
사진 1.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복면에 중무장한 이민국 요원과 맞서는 농장주와 이민 노동자들. 무장요원들이 차를 세우고 강제로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현장(캘리포니아); 트럼프의 군대 배치 항의집회—“트럼프 게슈타포는 DC를 떠나라”라는 손팻말이 눈에 띈다(워싱턴 DC); 완전무장한 채 주택가에 들이닥치는 이민국 단속요원들(일리노이).
법무부는 심지어 이민자 추방 금지 판결을 내린 메릴랜드주 연방판사 전원을 행정부 권한침해라며 고소했다. 백악관이 추방 목표 수치를 정해놓고 일선 이민국 요원들을 닦달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범죄단속을 내세워 주 방위군은 물론 현역 해병대까지 불러들였던 대통령은 LA, DC에 이어 시카고, 볼티모어 등에 군을 동원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경찰국가, 헌병국가라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취임 첫날부터 독재자가 될 것”이라던 그의 말이 실제로 집행되는 형국이다.
계엄을 방불케 하는 이 같은 조처에 대해 이민과 범죄는 명분일 뿐, 트럼프 정부가 공권력과 시민, 연방정부와 주-자치 정부 사이의 충돌을 유도,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그를 빌미로 독재체제를 강화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실 이민과 범죄를 엮어 인종적, 군사적, 위법적 방식으로 몰아붙이는 트럼프 정부의 행태는 심각한 사회(예: 공권력 대 시민의 대립과 불신)-정치(예: 군의 정치적 중립 문제)-사법(예: 이민·범죄 단속과정에서 벌어지는 헌법과 법률 위반) 차원의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선 추후 자세히 짚도록 하고, 여기서는 일단 이민과 이민정책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과장된 이민 문제, 여론도 이민에 긍정적
사실 이민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이나 일반의 통념과 달리 심각하진 않으며 여론도 대체로 이민에 긍정적이다. 이민, 특히 불법이민에 대해 미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임금을 낮춘다는 것, 복지예산에 해를 끼친다거나 문화적 불협화음을 조장한다는 것, 범죄는 물론 테러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 허술한 국경이 국가 주권을 훼손하고 이민법 질서를 흔든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각종 통계나 보고서, 연구자료 등은 이 같은 주장이 왜곡·과장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사진 2 참조).
사진 2. 위쪽. 반이민 논리를 반박하는 카토 연구소(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의 자료(2018년 5월 2일); 아래쪽. 이민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내용을 담은 갤럽의 여론조사 자료(갤럽 2025년 7월 11일).
한편 올 7월, 갤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민에 관한 미국민들의 태도는 긍정이 과반을 훨씬 상회한다(사진 2 참조). 2000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과 무당파 중 60% 이상(심지어 올해는 91%), 공화당 지지자들도 50-60% 정도로 긍정적이다. 바이든 정부 시절, ‘불법 월경(illegal crossings)’ 문제를 방치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이 부정 쪽으로 크게 선회하기도 했지만, 그건 일시적 현상이었다. 오히려 그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이 오히려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도 바꿔놓았다. 긍정비율이 무려 25%가량 오르면서 64%를 기록한 것.
달리 말하면, 이민 문제가 정치적 필요와 의도에 따라 특정 집단에 의해 실제 이상으로 과장·왜곡되는 것이다. 또 시민들은 불법 이민 단속보다 국경 보안이 더 중요하며, 폭력적 공권력 투입을 해결책으로 생각지도 않고 있다. 사실 공화·민주 양당은 공동으로 이민제도 개혁법안을 만들고자 노력했었다.
트럼프와 공화당 강경파 반대로 무산된 이민 개혁법안
지난 2023년, 공화-민주 양당은 상원을 중심으로 이민법 개혁안을 함께 만들었다. 의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던 즈음, 트럼프 대선팀과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법안이 불법이민을 오히려 늘린다고 왜곡하면서 가로막은 것. 끝내 제출조차 못 한 채 법안은 묻혀버렸다. 그보다 10년 전,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양당은 공동의 개혁안을 만들고 상원은 68-32라는 압도적 차이로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바마라면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들이 논의를 거부하면서 개혁안은 결국 문턱에서 무산됐다. 2018년 트럼프 정부 1기 때도, 양당은 불법이민 부모의 미국 출생자녀를 위한 신분처리 법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백악관의 반대로 끝내 좌절됐다.
이때 나온 이민 개혁안은, 국경 보안 강화 및 관련 인력과 예산 확대, 엄격한 이민 심사(망명 신청자 포함), 기존 불법 체류자에 대한 영주권-시민권 부여 절차 확립 등을 근간으로 한다. 이민 문제를 포용적 방향에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사진 3. 공화당 2024년 선거공약집 표지와 이민 관련 공약 발췌, 첨부.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민정책을 금지·감시·처벌의 차원으로 접근한다. 지난해 공화당의 선거공약집은 정부의 정책 1, 2순위가 각각 ‘국경봉쇄와 이주민 침략(migrant invasion) 저지’. ‘사상 최대의 (이민) 추방작전 집행’이라고 대놓고 적시했다(사진 3 참조). 그리고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관련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이민 저지, 불법이민 근절, 불법 체류자 체포, 수감, 추방에 힘을 쏟는 형벌 중심의 반이민 노선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젠 군대까지 포함한 공권력을 총동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반이민 정책의 토대는 인종주의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트럼프 정부와 일부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취하는 반이민 정책의 근저에 자리한 인종주의 문제다. 트럼프가 인종주의자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백인에게 마약상이니 강간범이니 하는 혐오와 멸시로 가득 한 언어폭력을 일삼는다.
사진 4. 위쪽. “공화당은 어떻게 해서 ‘벡인 남성의 정당이 됐을까?’”(살롱, 2013년 12월 22일); 아래쪽. 거의 같은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칼럼(2020년 2월 7일).
인종주의라는 점에서는 공화당 전반이 그렇다. 링컨과 함께 출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노예해방의 정당’, ‘링컨의 정당’이라고도 불렸지만, 공화당은 1960년대 후반 이래 남부-백인 중심 정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사진 4 참조). 본래는 민주당이 그런 정당이었다. 그러나 1940년대 뉴딜과 60년대 민권운동을 이끌면서 민주당은 환골탈태, 미국의 진보(리버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가는 엄혹했다. 남부와 백인의 지지기반을 잃은 것이다.
그 빈자리를 공화당이 파고들었다. 핵심에는 ‘남부전략(southern strategy)’이라는 선거전술과 사상투쟁이 놓여있다. 흑인 등 소수자를 위한 복지·민권 제도가 사회적 근면의 윤리를 해치고 백인을 역차별하는 정책이라는 것, 여성-환경-반전 운동은 미국의 전통과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급진적 도발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백인과 복음파 기독교도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1980년 레이건의 당선은 그 정치적 승리의 정점이다. 이렇게 해서 공화당은 남부-백인의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당은 인종, 가부장(남성), 반공·애국 이데올로기를 묵시적으로 또 명시적으로 여전히 붙들고 있는 극우 정당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오늘날 트럼프와 공화당의 반이민 정책은 이같은 이념적 토대에 기초한다.
반이민은 미래의 무덤 파는 자기파괴적 행태
미국에서 이민정책은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이민이 ➀노동시장에 끼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며, ➁유권자의 인구사회학적 구성을 바꾸면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고, ➂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면서 새로운 사회적 생활환경을 조성하며, ➃미국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사진 5. 미국의 인구사회학적 변동을 보여주는 두 개의 통계 그래프. 왼쪽: 노령사회 진입(인구통계청, 2017). 오른쪽: 백인-비백인 인구구성비 변화추이 1970-2050(W. 프라이 2014).
지금 미국은 거대한 인구사회학적 변동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 5의 그래프가 보여주듯, 앞으로 불과 10년 후인 2034년, 미국은 65세 이상의 노령층이 18세 이하의 청소년·유아보다 많은 노령사회로 진입한다. 그 10년 후인 2044년에는 백인보다 비백인의 인구가 더 많아진다. 문자 그대로 다인종 사회로 들어선다. 사실 18세 이하 세대의 경우, 백인은 2020년부터 이미 소수집단이다. 한편 점점 줄어드는 미국의 출산율은 2023년에 1.6으로 사상 가장 낮은 비율로 떨어졌다.
노령사회, 다인종 사회, 게다가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 미국에 닥친 전례 없는 도전이다. 앞으로 미국의 인구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이민 때문이지 미국민들의 출산 때문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가 이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폭력적, 인종주의적 반이민 정책은 스스로 미래의 무덤을 파는 자기 파괴적 테러행위다.
"글로벌 패권 핵심인 에너지 지정학 포기 못 해" "마두로, 마약 밀매업자"란 주장은 '개입 구실'
마두로 "미국과 극우 동맹 제국주의 위협 대응"
트럼프, 제재·관세로 국제석유 시장 장악 시도 "미국 압박에 탈달러 등 대안 모색 가속화"
"베네수엘라 주변에서 진행되는 미국 해군의 기동은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낸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를 향해선 워싱턴이 여전히 강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세계 (석유) 시장을 향해선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패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인도 필라니 비를라 공대의 칼랴니 욜라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의 석유 체스판: 베네수엘라는 미국 지정학에 왜 중요한가'란 30일 자 <모던디플로머시> 기고에서 "베네수엘라 땅속의 미개발 매장량은 미래에 중동 공급망이 교란될 경우를 대비한 잠재적 보험으로 여전히 의미가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주변 해역에 이지스함 3척 등 미 해군 함정들을 배치하면서 내건 '마약 밀매 차단'은 그저 '하나의 구실'로 봤다.
미국 해군 타이콘데로가급 유도 미사일 순양함이 29일 파나마시티의 파나마 운하 입구 인근의 프리게이트 캡틴 노엘 안토니우 로드리게스 후스타비노 해군 기지에 정박하고 있다. 2025.08. 29 [로이터=연합]
트럼프, 베네수엘라 해역 미 해군 배치 "마두로, 세계 최대의 마약 밀매업자"
해군 함정 배치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왔다. 로이터, AFP와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기반의 트렌데아라과 등 마약 밀매 카르텔들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급기야 8월 7일에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세계 최대 마약 밀매업자 중 한 명"이라고 매도하고, 그의 체포 관련 정보 보상액을 기존 2500만 달러(348억 원 상당)에서 5000만 달러로 2배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 지시에 따라, 베네수엘라 해역에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배치한 데 이어, 미사일 순양함 등을 추가로 배치해 총 8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작전엔 미군 장병 4000명이 투입되며, 앞으로 정보 수집·감시뿐 아니라 표적 공격을 위한 '발사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한 P-8 해상초계기와 잠수함 등이 작전 수행에 함께 편성될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반미 집회가 벌어지는 가운데 29일 한 시민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을 바라보며 왼쪽)과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뮤럴 옆을 지나고 있다. 2025. 08. 29 [EPA=연합]
마두로, 정규군·민병대 동원해 국경 강화 "미국과 극우 동맹 제국주의 위협 대응"
이에 맞서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정규군과 민병대를 총동원해 국경 주변에서 보안을 강화할 것을 명령했고 그에 따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두로는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과 그 극우 동맹 세력의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방어 체계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면서 "휴식이란 없으며, 누구도 베네수엘라 영토를 건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고에서 욜라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 미국 군함들이 베네수엘라 해역에 조금씩 접근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의 더 큰 위기들에 가려 전 세계적으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 조용하게 진행된 군사적 증강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에너지와 지정학의 교차로에 선 정권들을 표적으로 삼는 워싱턴의 오래된 패턴 일부다"라고 풀이했다.
욜라는 "왜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에 지속해서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인도 같은 부상하는 석유 소비국과도 충돌하는가? 답은 옛 에너지 안보, 제재의 논리, 그리고 21세기판 관세 전쟁의 결합에 있다"고 자문자답했다. 특히 확인된 것으론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오랜 경제 쇠퇴에도 여전히 글로벌 체스판에서 필수불가결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볼리바르 광장에서 29일 시민들이 미 제국주의에 맞서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호소에 따라 민병대 입대에 나서고 있다. 2025. 08. 29 [AFP=연합]
미, 석유 생산국엔 '제재' 소비국엔 '관세' "베, 에너지 풍부하나 정치 정당성 취약"
욜라는 "초기 냉전에서 걸프전까지, 미국의 힘은 석유와 엮여 있었다...석유의 흐름을 통제하는 자가 세계 경제의 동맥을 통제했다"며 "베네수엘라는 워싱턴의 눈엔 이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는 풍부하나 정치적 정당성이 취약한 국가 범주에 속한다. 이론적으론 이들 국가가 석유 공급을 무기화하여 미국 주도의 질서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가스회사, 이란의 국영석유회사,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트럼프의 제재는 징벌적 성격만 있는 게 아니다. 그는 "경쟁국들의 재정 생명줄을 조이는 동시에 세계 시장엔 미국 셰일 석유의 경쟁력 제고를 겨냥한 경제적 포위의 도구였다"며 "중국, 나아가 인도와의 '관세 전쟁'도 같은 패턴에 속한다. 그건 대체 에너지 파트너십을 약화시키고 무역 흐름을 친미 네트워크로 되돌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욜라가 보기에, 베네수엘라는 단순한 석유 국가가 아니라, 상징적 전쟁터다. 마두로의 '생존'은 미국엔 러시아, 중국의 보호를 받는다면 마두로 정권이 서방 압력을 견딜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베네수엘라 지원은 러시아와 중국엔 비싸지 않지만, 상징적으론 매우 소중하다. 이에 욜라는 "중남미에서 미국의 패권을 좌절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이 베네수엘라 해역에 군함 배치를 발표했을 때 중국은 "주권 침해"라고 규탄한 뒤 공개적으로 마두로 지지를 재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중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 10. 23 [출처. 게티이미지]
트럼프, 제재·관세로 국제석유 시장 장악 시도 "미국 압박에 탈달러 등 대안 모색 가속화"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제재와 관세 두 무기를 함께 구사하는 트럼프의 의도와 관련해 욜라의 설명은 이렇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글로벌 석유 공급자들의 경기장을 좁힌다. 동시에 인도와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대형 소비자들의 협상력을 억제한다. 욜라는 "그 효과는 미국이 셰일을 통한 에너지 생산자로서는 물론, 금융 제재와 해상 지배를 통한 에너지 교역의 게이트 키퍼(문지기) 역할도 강화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 전략엔 위험이 따른다. 제재에 맞서 러·중이 루블과 위안화로 석유 거래를 확대하면서 탈달러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값싼 러시아 원유와 미국 압력 사이에 낀 인도는 저울질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적 고립에도, 아시아와 물물교환식 거래를 모색 중이다. 과거에 미국의 힘이 됐던 바로 그 압력이 이제는 그 대안들을 배양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압박에 그는 1953년 이란 쿠데타, 1990년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제재, 쿠바 해상 봉쇄 등을 역사적 사례로 들며 "석유가 풍부한 적대국들에 대한 워싱턴의 접근법은 새로운 게 아니라, 재활용된 대본"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현수막이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 인근의노동부 청사에 걸려 있다. 2025. 08. 29 [AP=연합]
미국의 베네수엘라 해상 포위는 무슨 뜻? "패권 핵심인 에너지 지정학 포기 못 한다"
욜라는 "제재는 정권을 무너뜨리기보다 굳히는 경향이 있다. 관세는 굴복보다는 보복을 촉발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두로의 베네수엘라는 "붕괴 직전의 국가라기보다는, 영원히 붕괴를 견디는 국가처럼 보인다. 회복하기엔 너무 약하고 죽기엔 너무 완강하다"라고 논평했다. 그는 "제재는 도덕적 도구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선 국가경영의 경제적 수단이다. 관세는 불공정 무역 교정 조치로 정당화되지만, 더 중요한 기능은 전략적 지배의 확보"라고 했다.
욜라는 "베네수엘라 해상 포위는 공개 충돌로 비화하진 않겠지만, 워싱턴은 글로벌 패권의 핵심인 에너지 지정학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더 광범위한 패턴을 드러낸다"며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고, 인도, 중국과는 관세로 싸움으로써 미국은 석유와 무역의 중심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욜라는 "문제는 다극화로 더 다가가는 세계에서 이 전략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제재의 피로도는 커가고, 관세 전쟁으로 동맹들은 긴장하고, 새 금융 인프라들은 서서히 달러 독점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강대국들이 도를 지나칠 수 있음을 가르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는 궁지로 몰아넣을 '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힘의 한계를 비추는 거울이란 교훈을 고통스럽게 배우게 될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