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의 반미 광고판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대한 반미 광고판 근처를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정식 서명한 지 9일 만인 26일(현지시간) 다시 무력충돌했다.
미국과 이란이 MOU 체결 이후 후속 협상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양측이 다시 화력을 주고받음에 따라 종전 합의가 고비를 맞게 된 모습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중부사령부 소속 부대는 26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에 대한 어제(25일)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로서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 항공기들은 이날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저장 시설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중부사령부는 설명했다.
미군이 이번 공격의 명분으로 삼은 이란의 25일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에 대한 드론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부사령부는 "상선에 대한 이란군의 부당한 공격은 명백히 휴전을 위반한 것"이라며 "나아가 이란의 위험한 행동은 이 중요한 국제 무역 통로를 지나는 상업 물동량이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항행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부사령부 전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 대해 안전한 통항 조정 및 지원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미군은 이란과의 합의 사항이 모든 측면에서 준수되고 이행되며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현지에 주둔하며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다. 우리는 그 합의를 준수해 왔다"고 밝힌 뒤 "만약 그들(이란)에게 MOU의 이행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그들은 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썼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대해 "명백히 어리석은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종전 양해각서 서명=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모습(왼쪽)과 이란 대통령궁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를 보여주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이란 대통령궁·EPA=연합]
미군 공습에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군의 이날 공격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현지시간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휴전 위반에 이어 몇 시간 전 약속을 저버리는 미국 정권 역시 늘 그랬듯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혁명수비대 해군이 이런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미국 테러리스트 군대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미국은 다양한 구실을 대며 호르무즈 해협의 비인가 경로를 통과하던 위반 선박의 통항을 이유로 이란 해안을 공격했다"며 자신들에 대한 미군의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은 26일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이란 남부 항구도시 시리크의 통신탑이 발사체 2발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또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섬에도 발사체 2발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발사체의 발사 주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 의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도 27일 엑스에 "미국이 또 협상 도중 이란을 공격했다"며 "실패한 미국 대통령이 협상이나 휴전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지지 위원장은 이어 이슬라마바드 합의서(종전 MOU) 5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통제 절차와 권한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한 뒤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위반하려 한다며 향후 위반이 반복되면 더 광범위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14일 합의하고 17일 정식 서명을 거쳐 발효된 종전 합의 MOU는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후 양측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을 놓고 후속 협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한때 협상이 연기되는 등 위기를 겪었고 이번 공방으로 종전 MOU는 잉크가 마르기 무섭게 시험대에 선 형국이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
미군의 대이란 공격은 우선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MOU를 통한 이란과의 종전에 나서면서 염두에 둔 최대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였는데, 이란의 상선 공격으로 해협 통항에 다시 차질이 조성되자 군사공격으로 대이란 강경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다시 미군 기지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은 자신들이 열세의 입장에서 MOU에 합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비핵화 및 제재 해제 등을 놓고 진행할 대미 협상에서 호락호락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전쟁 재개에 따를 정치적 부담이 큰 미국 트럼프 행정부나, MOU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성과로 여기는 이란 모두 확전을 통해 종전 합의를 파기하는 데는 신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상호 신뢰가 부족한 양측이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채 강대강의 군사대응을 이어가다 상당한 군인 인명 피해 등 통제가 쉽지 않은 돌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위태로운 양국 간 MOU 체제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80% 가까운 호주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을 불신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지난 3월 연구소가 실시한 연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2천13명 중 78%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신뢰한다"고 밝힌 21%를 크게 앞섰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여론조사 사상 미국 대통령에 대해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특히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강한 부정적 의견이 60%에 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9%로 신뢰한다는 응답(20%)보다 훨씬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불신 의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이들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 지도자 14명 중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66%에 달해 가장 큰 신뢰를 받았으며,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6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62%),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62%)도 신뢰 의견이 많았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8%)에 대한 신뢰 의견은 조사 대상 지도자 중 최저 수준을 보였다.
국가별로도 미국이 세계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으로 신뢰한다는 의견은 31%로 역대 같은 조사 중 가장 적었던 반면, 불신한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미국을 신뢰한다는 답변 비율은 2024년 대비 25%포인트, 작년 대비 5%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이에 비해 중국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28%로 작년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의 신뢰 의견 격차는 2022년 53%포인트에서 이번에 3%로 대폭 좁혀졌다.
이 또한 이 연구소 여론조사 사상 강대국 간 신뢰 의견 격차가 가장 크게 좁혀진 사례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미중을 포함한 세계 주요 8개국 중 일본을 신뢰한다는 답변이 89%에 달해 가장 많은 신뢰를 받았으며, 독일(83%), 영국(81%)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5월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일본 등 36개국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의 57%는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해 긍정적인 평가(37%)를 앞섰으며,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응답은 47%로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다'(50%)에 못 미쳤다. < 박진형 기자 >
이란 침략전쟁 실패와 미국 패권 몰락의 전환점 통제 불능 사냥개 이스라엘 폭주와 굴욕적 종전 미국 무적 신화의 붕괴와 전략적 자율성의 필요
집단학살 공범들과 단절과 재생 에너지로 전환 압박과 제재 실패가 증명한 평화적 대화 필요성 살상 알고리즘 야만성과 전쟁범죄 중단의 과제
트럼프의 미국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이 함께 손잡고 일으킨 이란 침략 전쟁이 드디어 마무리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고, 오히려 두 나라뿐 아니라 나머지 전 세계에도 심각한 피해와 손실만 남긴 채 끝나고 있다. 남은 것은 파괴된 이란과 파탄 난 글로벌 경제, 그리고 수많은 무고한 생명의 희생뿐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코 이것을 인정할 수 없기에 한사코 '정신 승리'를 고집했다. 그러면서 휴전 기간 동안에 이것을 뒤집기 위한 온갖 꼼수를 시도했다. 호르무즈를 열겠다면서 시작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은 하루 만에 중단됐고 다시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1주일만 봉쇄하면 이란이 항복할 것'이라며 '역봉쇄'에 들어갔지만, 이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는 '협상 중에 뒤통수치며 폭격' 카드를 제한적으로 다시 꺼내며 '자위적 공격'이라고 포장했다. 그러자, 이제 이란은 가차 없이 중동 미군기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날려보냈다. 이란의 반격 속에 '이란의 군대는 모두 무너지고 사라졌다'고 했던 트럼프의 허풍은 산산조각 나서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손에 남은 카드는 전무했다.
1일 레바논 남부 티레 외곽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레바논에서의 휴전이 중동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의 어떠한 합의에서도 핵심 조건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2026. 06. 01 [AFP=연합]
트럼프는 끝없이 오락가락하고 횡설수설하면서 남 탓만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과의 설전, SNS를 통한 막말과 욕설의 배설, 군 장성들의 비겁한 변명은 미국의 무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트럼프는 두 달간의 방황을 좌절로 끝내면서 그토록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이스라엘이 트럼프에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가 말리는데도 레바논에서 휴전을 깨고 폭격을 확대했다. 그것은 마치 사냥개가 주인의 손을 물면서 뛰쳐나가 난장판을 만들려는 상황처럼 보였다.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폭격에 나섰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때만 반격했었지만, 이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트럼프의 이란 침략 전쟁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다시 이란 본토까지 폭격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이제 사냥개와 난장판을 통제하는 주인이 아니라 그것에 끌려가는 포로가 됐다. 이스라엘의 광기라는 꼬리가 미국의 중동 정책이라는 몸통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쌍욕'을 했다는 소식과 이스라엘 첩보기관들이 미국 정부를 도청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미국 외교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행정부 내부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트럼프는 이란과 종전에 합의하게 됐다. 14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내용과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좀 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이 패배로 끝났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도 패배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패배는 '연쇄 학살 전쟁 범죄자 2인조' 사이에 심각한 균열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이미 반복되는 측면이 있으니, 이번에는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과 과제를 던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리핀 활동가들이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중인 9일, 마닐라 소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이란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09 [로이터=연합]
첫째, 이번 전쟁과 결과는 우리가 '한미 동맹'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과 보수 언론은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국제사회를 지도하고 있고 무적에 가까운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에, 한미 동맹은 우리의 안보와 안전을 지켜줄 뿐 아니라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종이호랑이'에 가깝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 고비용 저효율의 미군과 장비들은 강대국도 아닌 이란을 상대로도 맥을 못 추었다. 미군기지들은 중동의 친미 동맹국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는커녕 거꾸로 그것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미군 기지가 이란의 최우선 타격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토(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독단적인 침략 행위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며 거리 두기에 나섰고, 중동의 친미 국가들조차 미국과 동맹 관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 미국의 동맹국들은 관세 폭탄을 받거나, 트럼프가 일으킨 불장난 같은 전쟁에 파병을 강요받거나, 그 뒷바라지로 돈을 갖다 바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을 대등한 파트너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나 총알받이로 취급하는 조폭적 외교와 다름없었다. 따라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이익보다는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다극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낡은 동맹 관계를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이번 전쟁은 우리가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 전쟁의 나팔 소리를 울리며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고, 심지어 트럼프보다도 더 막가파 같은 행태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며 전선을 확대했으며, 지금도 어떻게든 휴전을 깨뜨리고 종전을 가로막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활동가 김아현씨와 김동현씨가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나포 당시 가혹행위 증언 및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5.28. 연합
이스라엘의 이런 행태는 이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반복돼 온 일이다. 민간인 거주 구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 병원과 학교를 겨냥한 군사 작전, 구호물품 차단을 통한 인위적 기아 유도는 우발적인 실책이 아닌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집단 학살이었다. 즉, 이스라엘은 오늘날 국제 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국가이다.
이런 행태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고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 국제적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중단하거나 대사를 소환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일부 방산 기업들이 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고 자원 수탈에 동참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스라엘과 교류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피 묻은 돈을 벌어들이는 행위는 전 세계적인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며, 즉각적으로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셋째, 이번 전쟁은 우리가 더 이상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구조가 가진 취약성이 지정학적 위기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경제적 재앙으로 다가오는지가 이번 사태를 통해 똑똑히 드러났다. 석유는 원래도 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통해서 우리의 삶과 미래를 망쳐왔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의 침략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하면서 석유의 공급과 수송 자체가 차단되면서 심각한 위기가 나타났다. 한국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특히 중동발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70%에 달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했고, 곧바로 우리의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폭격 피해가 발생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2026.3.4. 로이터 연합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그것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중동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석유를 수입하는 것으로 바꾼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호르무즈만이 아니라 글로벌 해상 수송로는 언제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지구 환경에 해가 되는 에너지를 먼 곳에서 수입해 써야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에너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한국 경제는 영원히 외부 충격의 인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우리 땅에서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로 한시바삐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환경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넷째, 이번 전쟁은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반면교사처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역대 정권을 이어서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재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오랫동안 경제 제재를 가하고, 군사적 압박을 하다가, 결국 침략 전쟁을 일으켜 초토화 폭격까지 가했다.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이란의 독재정권은 교체되기는커녕 더욱 폭압적이고 강력해졌다. 외부의 침략 앞에서 내부의 비판은 철저히 억눌렸고, 전시 체제를 빌미로 권력 기반은 더욱 단단해졌다. 반면에 이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던 사람들은 더욱 힘든 조건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생적인 시민사회와 민주화 운동의 싹은 더욱 더 짓밟혔다.
더구나 이번에 이란 정권은 '우리도 북한처럼 핵무기가 있었다면 침략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뭐라고 합의하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었다. 사실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들인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있지도 않은 핵무기를 문제 삼는 것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KBS '세계는 지금' 방송 화면 갈무리
이 모든 것은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미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의 결과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낳았을 뿐이다. 압박과 고립은 북한 정권에게 핵 집착의 명분과 동기를 제공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 핵과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섯째, 이번 전쟁은 인공지능(AI) 개발과 발전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인공지능의 전면적인 군사적 활용은 인류를 통제 불가능한 파멸적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 학살에서 보여준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이란에서도 민간인 시설을 표적으로 지목하는 치명적 문제점을 반복했다.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계산해서 선제 타격을 유도했고, 지휘관들은 인공지능이 선별한 타격 목록을 기계적으로 승인했다. 그 결과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라는 전쟁범죄였고, 미국 정부와 군 지휘부는 '알고리즘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침략 전쟁 초기에 이란 미나브 지역의 '좋은나무'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폭격으로 사라진 17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남긴 피에 젖은 가방, 공책, 필통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이제 설사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이런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고, 그 가해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단죄하고, 가자와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전쟁, 폭격, 학살을 멈추는 것이 우리 모두의 다음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