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외세의 사주 탓으로 돌리는 이란 당국 “도우러 가겠다”는 트럼프 구두 개입의 양면효과 이란의 오랜 불행의 뿌리에 서방 제국주의 침탈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가디언 1월 11일.
이란 화폐 리알(rial)의 미국 달러 대비 교환비율(환율)은 지난 1년 거의 2배로 올랐다. 지난해 1월 1달러=80만 리알이었으나 올해 1월엔 1달러=140만 리알을 넘었다. 리알의 가치(시세)는 그만큼 내려갔다. 거의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급락했다.
테헤란 시장 상점가에서 "못살겠다"며 시작한 시위
그렇지 않아도 종이조각 같은 통화가치가 다시 절반으로 떨어지고, 인플레율이 40%를 넘어가면 봉급을 받아봤자 반쪼가리가 돼 쓸 게 없고 거의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 산유국인 이 국가는 석유를 팔아 주요 생필품을 비롯한 많은 생산 및 소비재들을 수입해서 썼다. 그런데 국제적인 제재로 원유 수출도 극도로 제한되고, 국가 재정수입은 쪼그라들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품 가격은 폭등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봉급은 올라가지 않고, 화폐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져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물가마저 폭등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1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형 상점가 ‘그랜드 바자르’ 가게주인과 상인들이 더는 못 살겠다며 들고 일어난 이유다. 테헤란 시장 가게주인들과 상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시위는 삽시간에 이란 전국 100여개 도시로 확산됐고, 시위 참여자도 봉급쟁이, 학생, 노동자, 자영업자, 주부들로 확대됐다. 그들 모두가 테헤란 시장 가게주인과 상인들에 동조한 것은 그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슬람 근본주의 신정체제인 이란의 정치, 종교 지배자들은 이런 곤경을 돌파하는데 지극히 무능했고, 국내 곤경보다 시아파 이데올로기 전파와 방어를 위해 레바논, 시리아, 가자, 예멘 등지의 시아파 세력 지원에 더 신경을 쓰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시위자들에겐 그렇게 보였다. 절대 무오류를 주장하는 신정체제 지배자들은 ‘혁명수비대’ 호위 속에 특권을 향유했다. ‘혁명’은 부패했고 무능했다. 배고픈 국민들에겐,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가 고문을 당할 정도로, 일상의 자유조차 온전히 허용하지 않았다.
이란 통화 리알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변동 추이. 단위:만 리알. 지난해 1월 1달러=80만 리알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1달러=140만 리알을 넘어섰다. 아사히신문 1월 9일
경제적 불만에서 정권타도 반체제 시위로
그들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격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폭기의 폭격을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막대한 전비만 썼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구실로 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이란 제재는 한층 더 가혹해졌고 경제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만성적인 인플레, 높아가는 수입물가, 줄어드는 석유 수입, 통화가치 폭락과 대처 불능의 정부 무능, 부패와 이중 환율제 등의 정책 오류들, 기초생활마저 보장하지 못하면서 조이기만 하는 통제체제.
3주 째 접어든 이란의 최근 시위는 이런 배경 속에서 갈수록 거세지면서, 처음엔 경제적 불만에서 시작됐으나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을 외칠 정도로 정치색이 짙어지면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반체제 시위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테헤란의 한 병원 바깥에 모아 놓은 시위 사망자들 주검. 가디언 1월 11일
11일까지 538명 숨지고 1만여 명 체포당해
11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란 시위 과정에서 이날까지 적어도 538명이 숨졌으며, 사망자들 중에 490명은 시위 참가자들이었다.(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어시스턴츠 뉴스 에이전시) 나머지 40여 명에는 진압 군경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또 이란 당국이 체포했다고 밝힌 사람도 1만 600명 이상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단체는 11일 하루에만 적어도 192명의 시위자들이 사망했다.
주요 사망원인은 지근거리에서 쏘는 군경 치안부대 저격병들의 총격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 전국으로 확산된 시위. 동그라미는 시위 규모를 나타내는 것으로 작은 것부터 차례로 1-100명, 100-1000명, 1000명 이상. 가디언 1월 11일
이날의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8일 밤부터 이란에서 인터넷 접속이 거의 완전히 차단된 가운데 병원은 총격 피해자들로 넘쳐나고, 영안실에는 시신들이 쌓여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빌려 지난 8일, 9일 이틀간 수도 테헤란 시내 병원에 하루 150구씩의 시신이 실려갔다고 타전한 교도통신 보도를 인용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1월 9일, 테헤란에서 쿰 시민들과 만나 1977년 폐위된 샤 정권에 대한 봉기 기념일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12월 말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에서 시작된 경제 정책 실패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는 대학과 다른 도시들로 확산되었다. 2026.1.9.UPI. 연합
미국 등 외세의 사주 탓으로 돌리는 이란 당국
이란혁명수비대 등 국가 진압조직은 시위대가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건물을 파괴하고 경찰들을 살해했다며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고, 사법 당국은 시위 참가자들을 “신(하느님)의 적”이며 사형체 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권력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내부 불순분자들과 그들을 사주한 외세,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페제슈키안은 국영 탤레비전 방송 언터뷰에서 “외국세력과 관계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저격병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인권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1월 11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앞에서 '증오를 멈춰라 영국(Stop the Hate UK)' 시위대가 모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이란 국민을 지지하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금지하며, 이란을 이슬람 공화국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6.1.11. 로이터 연합
양면효과의 “도우러 가겠다”는 트럼프 구두 개입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이란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이란이 평화적인 항의 시위 참가자들을 쏘아서 폭력적으로 살해한다면 미국은 그들을 구출하러 갈 것이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8일에는 “폭동이 일어날 때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란 당국이) 주민들을 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철저히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했고, 10일에는 “이란(인들)은 아마도 전례없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며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에 자국군을 대규모로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합송한 사건과 동시간대에 나온 것이어서 이란 집권자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1979년 ‘호메이니 이슬람혁명’으로 반미국가가 된 이란과 1999뇬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반미로 돌아선 베네수엘라는 같은 산유국이기도 해서 일종의 동지국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의 8일 발언 하루 뒤인 9일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시위대가)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해 주려고 나라의 건물들을 파괴했다”며 “이란 사람들은 외국세력의 앞잡이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사도 같은 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 “협박과 의도적인 폭력을 조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내정간섭을 최고도로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썼다.
아직은 구두 개입 단계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시위대를 어느 정도 고무시키는 효과를 내는 반면, 이란 당국의 강경진압에 빌미를 제공하고 탄압을 정당화하며, 시위대의 저항 명분을 약화시키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 지금 상황에선 실제로 미국이 이란 상황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위대를 고무시키는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자각과 함께 오히려 시위대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접속할 수 있는 기기들을 이란 내에 반입시켜 인터넷 차단에 따른 시위대의 정보난을 해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행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1월 11일 ,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시위대가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2026.1.11. AP 연합
이란의 오랜 불행의 뿌리 서방 제국주의 침탈
이란에서는 1979년 호메이니 혁명 뒤 20년 만인 1999년에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하에서 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시위가 확산돼 대규모 반체제 시위로 발전하면서 혁명수비대 등이 진압에 나서야 했던 적이 있다. 그 10년 뒤인 2009년에도 보수파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됐을 때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수백만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다시 10년 뒤인 2019년에는 가솔린 가격 폭등에 반발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으며, 진압과정에 다수의 사망자가 났다. 그리고 3년 전인 2022년에는 쿠르드인 20대 여성이 히잡을 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된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반체제 시위로 발전했다. ‘여성, 생명, 자유’를 구호로 내건 2022년 시위는 인권 차원을 넘어 이란 신정체제 자체에 대한 거부와 저항의 성격이 짙었다.
또다시 3년만에 일어난 이번 시위도 빈체제적 성격이 강하다. 점점 더 시위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그만큼 더 피폐해졌기 때문일까, 종교적 근본주의 억압체제에 사람들이 지쳤기 때문일까.
약점은 아직 통일된 목표도 통합된 중심조직도 없다는 것
시위대의 결정적인 약점은 통일된 목표도, 전략과 전술을 짜고 제시할 통합된 지도부 내지 중심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반체제 시위에 이란 신정체제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무기가 미국 및 서방이라는 ‘적’이자 ‘배후세력’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서방이 얼핏 피해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란을 비롯한 ‘중동 비극’의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이용해 온 원죄가 서방 제국주의에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979년 호메이니의 ‘반미’적 이슬람 혁명부터가 1953년 민족주의적인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권을 쿠데타를 사주해 무너뜨리고 중동 석유 이권을 차지한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 침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반도 분단을 비롯한 세계의 ‘분쟁지역’ 대다수도 그와 다르지 않다. < 한승동 기자 >
중 상무부 “일본 군사력 높일 모든 제품 수출 금지” 관영 매체 “희토류 대일 수출 허가 심사 강화 검토”
EV 등 하이테크 제품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대상 중국, 희토류 생산 70%, 희토류 자석 80% 이상 차지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희토류 광산. 일본경제신문 1월 6일
중국이 일본에 대한 군과 민간 겸용 제품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중요한 광물이나 화학물질 재료들까지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희토류 관련 제품들이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중국인들의 일본여행 억제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등과는 차원이 다른 영향을 일본 산업이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 “다카이치 총리 대만관련 발언이 이유”
일본 언론들은 6일 중국 상무부가 일본에 대한 군민 겸용(듀얼 유즈)제품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으며, ‘대만 유사’와 관련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의 지난해 11월 7일 국회 발언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 대변인이 이날 발표한 담화는 이번의 규제 강화 배경과 관련해 “일본 지도자가 대만에 관해 공공연하게 잘못된 발언을 하면서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면서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현저하게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군사력 높이는데 쓸 모든 제품 수출 금지
이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중국 수출관리법에 따라 “일본의 군사력을 높이는데 활용되는 모든 용도”의 것들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며, 이를 위해 수출처에 대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무부 담화는 “어떤 국가나 지역 조직 및 개인도 규제를 위반해 중국 원산의 군민 겸용품을 일본에 이전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는 규제 대상에 군수관련 기기를 제조하는 기업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조치는 발표 당일인 6일부터 바로 실시되는 것이어서, 수출 절차와 관련한 혼란과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군민 겸용제품 대일 수출 규제 강화 소식을 전하는 일본 아사히신문 1월 6일 기사.
아사히는 또 다카이치 총리 국회발언 이후 중일이 충돌하면서 중국이 자국민의 일본여행을 제한하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해왔으나 “이제까지 경제적인 영향은 한정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의 대일 압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관영 매체 “희토류 대일 수출 허가 심사 강화 검토”
아사히는 중국 국영 중국일보(차이나 데일리)가 이날 정보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정부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심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상무부 발표와 거의 동시에 국영 차이나 데일리(중국일보) 간부가 중국 SNS(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일본의 열악한 언동에 비추어 중국정부는 중(重)희토류의 수출관리 심사를 더 다잡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또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도 6일 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정부가 특정한 희토류 관련제품의 대일 수출에 대해 수출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EV 등 하이테크 제품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대상
닛케이는 중국 상무부가 아직 희토류가 이번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디스프로슘(dysprosium) 등의 중(重)희토류는 전기자동차(EV)에서부터 무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하이테크(첨단) 제품에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중국이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에 대한 대응책으로 희토류 자석 등의 대미 수출을 대폭 축소했다며, 그때 디스프로슘 등 7종의 희토류를 수출 규제대상에 추가해 허가제로 하고 군민 겸용 제품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에서는 포드자동차 등이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그 뒤 미국은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김해공항에서 만난 미중 정상들은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를 유예하고 중국도 대미 희토류 수출 규제를 유예하는 ‘휴전’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충돌을 피했다. 중국은 그렇게 해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 경험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도 외교카드로 희토류를 포함시킨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량 추이. 윗쪽 그래프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 단위:톤. 일본경제신문 1월 6일
중국, 희토류 생산 70%, 희토류 자석 80% 이상 차지
희토류는 세계 생산의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희토류 자석 생산도 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희토류 중에서도 정말 필요한 중(重)희토류의 일본, 미국에 대한 수출량은 아직 매우 적다”고 말했으나, 대일 수출이 지체되면 일본 제조업에 미칠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걱정했다.
주요 희토류의 종류별 용도를 보면, 세륨(Cerium, Ce)은 반도체 제조용 연마제, 자동차용 배기가스 촉매제 등에 두루 쓰여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란타넘(Lanthanum, La)은 니켈 수소전지, 광학 렌즈 등에 쓰인다. 또 네오디뮴(Neodymium, Nd)과 디스프로슘(Dysprosium, Dy)은 전기자동차 모터용 자석에 들어간다. 이트륨(Yttrium, Y)과 태르븀(Terbium, Tb)은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형광체로,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Pr)은 고성능 자석 제작에 쓰인다.
중국은 2010년 오키나와 남쪽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이 일어났을 때 희토류의 대일 수출 규제 카드를 들고 나와 일본의 양보를 끌어낸 적이 있다.
거리 지키는 콜롬비아 군인들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군인들이 군용차량 앞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한 조어)을 본격화하자 좌파 성향의 중남미 지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표적의 하나로 지목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사진)은 “무기를 다시 잡겠다”고 경고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엑스에서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모든 협박은 불법”이라며 “1989년 정부와의 평화협정 이후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조국을 위해 원치 않는 무기를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은 좌익 게릴라 반군 ‘M-19’ 대원이었다. M-19는 1989년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제도권 정당으로 편입했다.
그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콜롬비아 대통령을 (미국에서) 체포한다면 ‘민중의 재규어’를 풀어놓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민중의 재규어’는 민중의 대규모 저항을 뜻한다.
그는 또 자신이 국가원수로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코카인 압수를 명령하고 코카인 주산지인 카우카주 플라테아도에서 작물 재배지를 해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마약을 밀매하던 무장단체의 최고위급 지휘관을 사살 및 체포했다면서 자신이 코카인을 수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콜롬비아에 대해 “아주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아주 오래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도 군사작전을 할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으로 꼽힌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연합
미 재무부는 지난해 페트로 대통령이 관세,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비판하자 콜롬비아를 약 30년 만에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했다. 또 페트로 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부터 미국의 마약범죄 근절 요청에 협조했던 멕시코도 트럼프 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자국 내에서 군사행동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러한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와 조율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멕시코를 공격할 가능성을 믿지 않으며 그것이 미국이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안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직범죄는 (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멕시코에 미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반복적으로 제안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항상 거절했으며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일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윤기은 기자 >
영·프·독 등 유럽 주요국, 트럼프 ‘그린란드 영토 야욕’에 공동 반대 성명
“그곳의 국민에게 속한다”···주권 옹호 뜻 모아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모습. 신화연합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심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프·독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전략적 요충지이자 광물 자원이 풍부한 북극의 섬 그린란드는 “그곳의 국민에게 속한다”고 재천명했다. 유럽 정상들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함께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주권을 옹호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직후 나왔다. 밀러는 전날 CNN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세계는 힘과 권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이자 우파 논객인 케이티 밀러는 전날 성조기로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곧(SOON)’이라는 문구와 함께 엑스에 게시하기도 했다.
집권 1기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취임한 이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공습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박은경 기자 >
▲지난 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라라고 클럽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체포 관련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
세계에 충격을 안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트럼프식 국제 정치의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힘을 이용한 압박 정치다.
이런 방식에 기대는 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외교의 규범을 벗어나고 결국 자국의 품위와 신뢰, 그리고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와 외교의 규범 및 상식을 모두 무시하고 경제력, 군사력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선택을 해왔다.
때로는 상대국을 조롱하거나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세계를 동시에 당혹감에 빠뜨리는 트럼프식 압박 정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기자들에게 즉흥적으로 답하는 말들을 보면, 그것이 전략적 계산인 동시에 그의 본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됐지만 사업가 기질, 그것도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사업가의 기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유감 없이 정치에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식 접근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규범이 무너지고 나아가 세계 평화가 위협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국제무역 질서를 깨면서 전 세계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 건 '미국의 이익'이라는 수사에 숨어 국제정치와 외교를 국가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은 상징적인 일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게 국방비 대폭 인상을 압박한 것 또한 자국의 군비 부담 축소와 함께 무기 산업의 확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는 트럼프
그중에서도 최악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후에는 이런 사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사업과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용한 이익 추구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첫 번째 사례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관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한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전쟁 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아닌 재개발업자가 할 만한 생각이고 발언이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더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다.
지난해 8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를 '가자 리비에라(Gaza Riviera)'로 개발하는 계획과 이미지가 담긴 38쪽의 청사진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는 행정부 차원에서 고려 중인 계획이었고 여기에는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친미 무역 중심지로 만드는 구상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자지구 재건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10월 10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끈 20개 항목의 '가자지구 휴전안'에도 그대로 담겼다. 휴전안에는 "트럼프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해 가자지구를 중동의 현대적 기적의 도시(modern miracle city) 중 하나로 만든다는 내용과 이를 위한 투자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가자지구를 주민이 아닌 투자자들과 부자들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기존의 국제규범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규범을 모두 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초강대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중재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휴전 협상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적 구상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 AP >는 28개 항으로 이뤄진 미국과 러시아 간 합의된 휴전안 초안을 보도했다. 여기에는 휴전을 중재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미국이 원하는 경제적 대가가 노골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초안에는 유럽 국가들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천 억 달러(약 145조 원)가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될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50%를 미국이 가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머지 동결 러시아 자산은 미국-러시아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 초안이 수정되면서 이 내용은 사라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12월 24일 기자들에게 설명한 20개 항의 미국-우크라이나 합의안에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개발, 그리고 천연가스 기반시설 운영에 공동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얻어낸 결과다.
이전 사례와 다른 베네수엘라 공습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시각) 맨해튼의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 미국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
전쟁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사업 확장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식 접근이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 공습 및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사건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직접 무력 공격을 하고 전쟁 위험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것이 마약과의 전쟁이며,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마약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유통 경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작 베네수엘라 공격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체포를 밝힌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무너진 석유 기반시설을 고치고 미국을 위해 돈을 벌 것"이라며 석유가 공격의 주요 이유 중 하나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정치와 군사력을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런 이유로 세계에 트럼프식 압박 정치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의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는 보다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이 베네수엘라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공격 직후부터 미국은 덴마크 영토이지만 자치권을 가진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4년 12월부터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를 위해서라는 주장이지만 다른 한편 석유, 가스, 희토류 등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노린 것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에는 합병을 위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압박해왔다.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고 이런 발언은 무력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이에 대해 5일 젠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제 충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시도를 "환상(fantasy)"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또한 방송을 통해 "미국은 그린란드를 합병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면 나토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안보 체계는 멈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에 대한 트럼프의 선전포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전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의 이익을 방해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국가는 무력으로 응징하고 지도자는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 세계를 선도해온 국가의 지도자가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무력 사용을 경고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트럼프식 이익 추구와 압박 정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세계의 비난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이 강화되면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 미국이 남긴 선례가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에게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이 훼손하고 무너뜨린 국제사회의 질서와 규범이 세계인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고 있다. < 정주진 평화학 박사 >
지난 4일(현지시각) 친정부 민병대 ‘콜렉티보’의 한 조직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
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된 날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민사회와 언론을 겨냥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에 인질로 잡힌 우리의 영웅들 때문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언급했다. 그는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가 자유롭고 주권적인 국가로서 정당한 지위를 되찾을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 국제법 틀 안에서 협력 의제를 함께 추진하고 평화 공존을 제안한다”며 협력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재공격을 위협하는 미국과 국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이동 중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왼쪽부터),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국회의원, 그리고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로이터 연합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수도 카라카스에 친정부 민병대가 배치되고 언론인들이 구금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언론노조인 전국언론노동자연합(SNTP)은 5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국회 개원 회의가 진행된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자 등 언론 종사자 14명이 구금됐다”며 “현재까지 13명은 법적 절차에 회부되지 않은 채 석방됐고, 1명은 추방됐다”고 지적했다. 이 중 13명은 국제 통신사 등 외신 소속, 1명은 베네수엘라 언론 소속이라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기 전까지 기자들의 국회의사당 출입은 허용됐지만, 취임식이 시작되자 출입은 전면 차단됐고 사진 촬영도 금지됐다.
언론노조는 “(구금 이후) 취재 장비에 대한 검사, 휴대전화 잠금 해제 강요, 통화 및 메시지 기록 추적, 메신저·소셜미디어 계정 조사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언론 활동의 자유 보장과 언론인 박해 중단을 요구했다.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국회의사당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뉴욕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UPI 연합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비상사태 명령을 관보에 게재하고 “미국의 무력 공격을 조장하거나 이를 지지한 모든 인물에 대해 즉각적인 수색과 체포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한 인권운동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당국이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뒤져 미국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친정부 민병대인 ‘콜렉티보’가 동원돼 카라카스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덧붙였다. 콜렉티보는 경찰을 관할하는 강경파 인사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의 실질적 통제 아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인근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에프페(AFP)는 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궁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비행했고, 이에 대응해 보안군이 현지시각 저녁 8시께 발포했다고 전했다. 이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이뤄지고 몇 시간 뒤 벌어진 일이다.
미국 당국자 2명은 “이번 사안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엔비시(NBC)는 보도했다. < 윤연정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