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신문, 오미크론 첫 발견 남아공 등 분석

남아공 31일, 뉴욕 30일, 파리 24일, 런던 23일

백신 접종 상황 달라 일률 비교는 금물

 

국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7000명대 중반을 기록한 23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델타 변이보다 2~3배 높은 감염력으로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시작된 뒤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려면, 며칠 정도가 걸릴까. 한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국가들의 전례를 보면 한달 정도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한·일 양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뒤 감염자 수가 정점을 찍은 나라들의 확진자 추이를 분석해 보도했다. 오미크론 감염이 본격화된 날을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날, 정점이 지난 시점을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10%로 줄어든 날이라고 정의하면, 미국·영국·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에선 평균 27일 만에 정점을 찍었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가장 먼저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주에선 지난해 11월17일 감염이 본격 시작됐다. 이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정점에서 꺾인 것은 31일 뒤였다. 남아공 전체적으로는 11월 중순까지 300~400명에 불과하던 확진자 수가 12월13일엔 이전보다 100배 많은 3만7천명까지 치솟았다. 21일 현재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 수는 정점 때의 10분의 1 수준인 3960명이다.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 지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12월15일 감염 확대가 시작돼 30일 뒤인 1월14일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준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정점이 꺾이는 데 걸린 시간은 24일, 영국 런던은 23일이었다.

 

 

도쿄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가 이들 국가보다 늦게 들어와 4일 감염자 수가 전주의 2배를 기록했고, 22일 현재 일일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긴 상태다. 4일을 유행이 시작된 첫날로 본다면, 22일 현재 18일이 지났기 때문에 2월 초순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 유입되기 전인 12월 초부터 확진자가 급증해 이 기준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결과에도 전문가들은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백신, 특히 추가접종(부스터샷) 상황이 크게 달라 모든 나라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한달 만에 꺾인다고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에선 1월 초 한때 하루 20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23일 만에 정점을 찍고 하락 반전에 들어섰다. 그 직후 보리스 존슨 총리는 19일 “오미크론 확산세가 전국적으로 정점에 이른 것으로 과학자들이 판단했다”며 27일부터 잉글랜드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규제 대부분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2020년 방역 규칙을 어긴 파티에 참석해 사임 압력에 몰린 존슨 총리가 국면 전환을 위해 결단한 측면도 있지만, 추가접종이 빨리 진행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영국(55%), 프랑스(44%), 미국(25%) 등은 추가접종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일본은 1.5%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21일 현재 추가접종자 비율은 48.6%다. 와다 고지 국제의료복지대 교수는 “유럽·미국과 같이 (오미크론 확진자) 추이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오미크론은 감염력이 높아 일단 감염이 시작되면 3~4개월 동안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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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등급의 세계…승객에 사전고지“구매때 참고를”

좌석배정·환불 가능 등 조건따라, 항공권 출발일 옆에 알파벳 표시

동급 표라도 Y·M 등 십여개 등급…특가는 마일리지 적립 안되기도

 

 

“내 항공권은 왜 좌석승급이 안되냐. 다른 이코노미석은 승급해주면서.”

 

항공사에는 이런 민원이 종종 발생한다. 같은 이코노미석 항공권인데, 누구는 좌석승급을 해주고, 나는 왜 안해주느냐고 따지는 거다. 항공사들은 “오해”란다.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이코노미. 항공사별로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항공기 좌석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세 등급으로 나뉜다. 항공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도 같은 등급의 좌석끼리는 판매가와 서비스 조건이 같은 줄 안다. 그런데 항공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등급이 같은 좌석 사이에도 실제로는 꽤 여러 단계의 또다른 등급이 존재한다. 대한항공 국제선 항공권의 경우, 이코노미석 안에서만 13개 등급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이코노미석에는 15개 등급이 있다.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판매가와 서비스 조건 차이가 13~15단계에 이른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사 임원은 <한겨레>에 “폭우나 태풍 등으로 항공편이 취소될 때마다 이른바 ‘빽’ 있는 사람들이 항공사에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려는 게 속내일 때가 많다. 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추가 요금을 내라고 하니까 항공사에 민원을 하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이런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항공권은 ‘재고 없는’ 상품이다. 티브이(TV)·노트북처럼 창고에 쌓아놓고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활주로를 떠난 항공기에는 승객을 추가로 태울 수 없어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 당연한 이유로 이코노미석의 각 좌석마다 추가로 등급이 매겨진다.

 

 

항공사는 항공기에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우길 원한다. 항공사의 가격 정책이 단순하면 좌석이 동일해도 가격에 예민한 승객들은 항공권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 간혹 항공사가 출발일 직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드는 ‘특가 항공권’도 이러한 고객을 겨냥한 상품이다. 이런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항공사는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팔리는 시점과 서비스 여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항공권 속 Y·M·W 표시, 뭔 뜻?

 

항공기 좌석의 요금은 어떻게 구분될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항공요금(Airfare) 지표가 기준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큰 틀에서 좌석등급을 구분하고, 각 등급별 요금 지표를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손님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지는 전적으로 항공사 마케팅에 달렸다. 항공사는 국제기준에 없는 지표를 추가로 만들어 적용하기도 하고, 국제기준 지표를 응용해 활용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항공권 기준으로, 항공권에는 출발일(DATE) 옆에 와이(Y)·엠(M)·더블유(W) 같은 영문 알파벳이 표시돼 있다. 각각 해당 등급 좌석 내 하위 등급(Sub class)을 나타낸다. 일등석(퍼스트 클래스)에도 하위 등급이 존재한다. 에이(A)·에프(F)·피(P) 등으로 구분돼 있다. 에이는 할인 가격의 좌석이다. 에프는 할인이 없는 퍼스트 클래스 일반석, 피는 퍼스트 클래스 프리미엄석이다. 물론 이 알파벳 표시는 항공사별로 다 다르다.

 

비즈니스석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석 항공권에는 보통 시(C)·디(D)·제이(J)·제트(Z) 등의 표시가 있다. 시는 할인이 없는 일반 비즈니스 좌석, 디·제트는 할인 비즈니스 좌석, 제이는 프리미엄 비즈니스석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제이 표시가 된 항공권 좌석이 가장 비싼 비즈니스석이라고 보면 된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 배정된 알파벳을 제외한 나머지 알파벳이 이코노미석의 하위 등급 표시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게 와이(Y)다. 일반적으로 할인이 없는 이코노미석을 가리킨다. 가장 비싼 이코노미석인 셈이다.

 

자신의 항공권이 어떤 하위 등급에 해당하는지는 마일리지 적립률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 국제선 이코노미석 항공권 중에서는 와이·더블유(W)·비(B)·엠(M)·에스(S)·에이치(H)·이(E) 표시가 돼 있는 것은 마일리지 적립률이 100%다. 케이(K)·엘(L)·유(U) 등급이 추가되기도 한다. 반대로 국내선에서는 낮은 등급 좌석 항공권에 케이(K)·엘(L)·유(U)가 표시돼 마일리지 적립률이 0%인 경우도 있다. 지(G)석은 그룹 항공권을 뜻한다. 단체 출장이나 패키지 여행자 항공권에 주로 표시되는 알파벳이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이코노미석 항공권은 와이(Y)·비(B)·엠(M)·에이치(H)·이(E) 표시가 돼 있는 게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것이다. 티(T)는 절반만 인정하고, 엘(L)·엑스(X)·엔(N)은 적립되지 않는다.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는 항공권은 ‘특가’로 판매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위 등급, n차 방정식으로 만들어져

 

항공권에 어떤 알파벳을 표시할지 결정하는 기준은 뭘까. 하위 등급 체계는 항공 서비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조합돼 만들어진다. 항공은 택시나 버스에 견줘 고가의 서비스다. 이동 서비스와 함께 술과 식사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제공된다. 부가서비스는 항공 여정과 항공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저비용항공(LCC)은 부가서비스를 제외해 요금을 낮춘 사업모델이다.

 

항공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항공권 가격을 규정하는 변수는 변경 수수료, 환불 위약금, 좌석 배정 유무, 좌석 승급 가능, 마일리지 적립률, 편도·왕복 여부, 일정 변경 가능 여부, 환불 가능 여부, 수화물 허용치, 출발지와 목적지 동일 여부, 사전 구매 제한 등 다양하다. 항공사별로 따로 추가로 적용하는 변수도 많다. 이런 변수들이 복잡하게 조합되면서 와이(Y)·엠(M)·비(B) 등의 하위 등급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항공권이 남들 것과 다르게 좌석승급이 안된다면, 해당 서비스가 안들어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큰 폭의 요금 할인을 받은 항공권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환불이 안 되거나 위약금 액수가 크다거나, 사전에 좌석 배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사전에 승객에게 고지되는 사항으로, 나중에 항공사 쪽에 떼를 써도 변경해 주지 않는다.

 

요즘은 항공사가 항공권별 가격과 부가서비스 내용 등을 누리집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모바일 항공권 가격 비교 플랫폼이 활성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항공권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게 여행사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같은 이코노미 항공권이라도 싸게 구매하는 방법은 뭘까. 부가서비스가 없는 걸 고르면 된다. 일찍 산다고 싼 게 아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부장은 “1년 전에 예약했어도, 탑승하는 날 갑자기 일이 발생해 항공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출발 시간이 이르고, 인기 날짜가 아니면서, 단체예약이거나, 돌아오는 날짜가 확정되면, 대체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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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서 실효성 확인…사육동물뿐 아니라 몰랐던 희귀종과 외래종, 먹이 종까지 드러나

열대우림·동굴 등 접근 힘든 곳이나 은밀한 동물 조사에 희소식…물속 eDNA 조사는 일반화

 

 

동물의 침, 숨, 털 등에서 나온 미세한 디엔에이(DNA) 조각을 검출해 염기 배열을 해독하면 어떤 동물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동물원에선 특유의 냄새가 난다. 여기에는 우리가 감지하는 배설물 냄새 말고도 동물의 숨, 침, 털 등의 미세한 디엔에이(DNA) 조각도 들어있다.

 

야생에서 힘들게 관찰하거나 원격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고도 법의학의 유전자 지문 기법을 이용해 공기 속의 디엔에이 조각을 분석하면 그곳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방법을 이용해 열대우림이나 동굴처럼 직접 조사가 힘든 생태계를 간단히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는 크리스틴 보만 덴마크대 교수팀과 엘리자베스 클레어 영국 퀸메리 대 박사팀(현 캐나다 요크대 교수)이 각각 코펜하겐 동물원과 영국 해머톤 동물원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싣고 “공기 속 환경디엔에이(eDNA)로 생물다양성을 측정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펜하겐 동물원 야외 사육장에서 공기를 흡입해 종을 확인한 결과. 노란 원이 동정을 확인한 종이다. 크리스티나 링고드 외 (2022) 제공.

 

보만 교수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연구할 때 안경원숭이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의 못 봤고 숲 지붕을 건너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며 “많은 종이 직접 관찰은 어렵고 특히 은밀한 종이거나 도달하기 어렵거나 폐쇄된 곳에 사는 종은 아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육상동물 조사는 무인카메라 촬영이나 발자국과 배설물 조사 등의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동물이 사는 곳에 직접 가야 하고 수천장의 사진을 골라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나무늘보 야외 사육장에서 공기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 크리스티안 벤딕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동물원의 실내 사육장과 실외 사육장, 마구간 등에서 공기를 흡입해 분석하는 방법을 썼다. 주 저자인 크리스티나 린고드 코펜하겐대 연구자는 “공기를 걸러낸 필터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하고 이를 증폭해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해독한 뒤 데이터베이스의 디엔에이 자료와 비교해 종을 가려낸다”고 연구방법을 소개했다.

 

그 결과 코펜하겐 동물원에서는 49종의 척추동물을 찾아냈는데 아르마딜로와 오카피 같은 사육동물은 물론이고 열대관 연못에 사는 물고기 구피, 동물원 안팎에 사는 쥐와 다람쥐, 먹이로 주는 빙어와 연어의 디엔에이도 확인했다.

 

해머튼 동물원에서는 25종의 포유류와 조류 종을 확인했는데 공기 채집장소에서 245m 떨어진 곳에서 기르던 미어캣도 확인했다. 사육동물 말고도 영국의 멸종위기종인 고슴도치와 외래종인 아기사슴 그리고 맹수 먹이로 주는 소·말·돼지·닭 디엔에이를 확인했다.

 

주 저자인 클레어 교수는 “강이나 호수에 견줘 공기 속에서 환경디엔에이를 찾는 것은 디엔에이가 공기 속에 희석돼 있기 때문에 몹시 어렵지만 두 연구에서 놀랍게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클레어 교수는 동물원 야외에서 공기 표본을 채집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클레어 제공.

 

물고기 등 물속 동물을 조사할 때는 직접 포획하느라 서식지를 교란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대신 동물의 피부조직과 배설물 형태로 물속에 배출된 디엔에이를 통해 종을 확인하는 일은 일반화돼 있다(▶물 한 병 뜨면 생물지도 나온다…놀라운 디엔에이 검출법). 최근에는 물을 필터로 걸러 디엔에이를 추출할 필요 없이 단지 거름막을 몇 시간 동안 물에 담갔다 빼는 것으로도 거의 같은 생물종 확인이 가능한 기술도 개발됐다.

 

연구자들은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속도가 멸종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생물종을 확인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클레어 교수는 “(직접 포획하지 않는) 이런 조사 방법은 특히 멸종위기종이나 동굴과 땅굴처럼 접근이 쉽지 않은 동물을 조사할 때 필요하다”며 “사는 곳에 가지 않고도 단지 옅은 공기 속에서 디엔에이 흔적을 찾아내기만 하면 그 동물이 산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이 외래종 침입을 감시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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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일러의대-텍사스아동병원 개발

값싸고 보관 간편한 ‘단백질 백신’

특허 등록 않고 각국에 기술 이전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오른쪽)와 마리아 보타지 박사.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자인 두 사람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다. 텍사스아동병원 제공

 

백신은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고마운 방패이지만, 백신 개발업체들에게도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고마운 보물단지다. 특허라는 장치 덕분이다. 2020년 말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받은 화이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이 백신에서만 240억달러(약 30조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1950년대 소아마비백신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백신 개발자가 천문학적 수익 앞에서 특허를 포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팬데믹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특허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백신업체들의 반응은 없다. 코로나19가 3년째에 접어든 시점에서 마침내 기술 특허가 없는 새로운 백신이 나왔다.

 

컴퓨터 프로그램 용어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오픈소스’ 백신이라 할 이 2세대 백신은 지난해 말 인도가 긴급사용승인한 코르베백스(CORBEVAX)다.

 

이 백신은 수십년 전부터 B형 간염 백신 제조에 쓰여 온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백신’이다. 단백질 백신은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도구인 돌기(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해 인체의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그러나 항원 역할을 하는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다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물질(메신저RNA)을 투여해 체내에서 돌기단백질을 만든 뒤 항체를 생성한다. 반면 코르베백스는 외부에서 돌기단백질을 배양한 뒤, 이 단백질을 직접 체내에 투여해 항체를 만든다.

 

코르베백스는 단백질 제조 지침을 지닌 유전자를 집어넣은 효모를 이용해 돌기단백질을 대량 생산한 뒤, 이를 면역반응 증강 보조제와 혼합해 만들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단백질 백신은 다른 유형의 백신에 비해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과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조건부 및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미국 제약업체의 노바백스의 백신도 같은 유형의 백신이다.

 

예방 효과 90% 이상…이상반응은 50% 이하

 

코르베백스가 노바백스 백신과 다른 점은 개발자들이 특허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의 시작은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스 백신 개발에 나선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은 유망한 초기 시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사스가 사라지면서 연구 지원이 중단돼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연구진은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연구진은 텍사스아동병원과 협력해 사스 백신 기술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다.

 

연구진은 전임상 연구에서 유망한 효과를 확인한 뒤 2020년 말 인도의 제약업체 ‘바이올로지컬 이’(Biological E)에 기술을 이전하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코로나 백신 생산 시설도 구축했다.

 

텍사스아동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3천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코르베백스는 코비실드(인도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예방 효과는 우수하고 이상반응은 5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증상 예방 효과가 90%(변이 전 코로나바이러스 기준) 이상이었으며, 심각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텍사스아동병원은 “2차 투여 6개월 후 다른 대부분의 백신은 면역력이 80% 이상 떨어졌으나 코르베백스는 30% 이하로 매우 높은 면역 지속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화항체의 생성량으로 보아 델타 변이의 경우에도 80% 이상의 유증상 감염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상시험 전체 결과는 아직 학술지에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인도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최초의 무특허 코로나19 백신 ‘코르베백스’. 바이올로지컬 이 제공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도 기술이전

 

텍사스아동병원 연구진은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보츠와나의 백신 생산업체에도 기술을 이전했다.

 

개발 작업을 이끈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텍사스아동병원은 수익을 낼 계획이 없다”며 “이는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르베백스의 긴급사용승인은 전 세계가 백신을 접종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며 코르베백스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르베백스의 또 다른 장점은 수십년 경험이 축적된 제조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값이 저렴하고 보관에도 특별한 냉장시설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인도 언론은 1회 주사 비용이 2.5달러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나온 백신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화이자나 모더나는 나라에 따라 가격이 코르베백스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올로지컬 이는 이미 1억5천만회분을 생산했으며, 2월부터는 월 1억회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1분기에 인도 정부에 3억회 분량을, 이어 전 세계에 10억회 투여 분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구 13억8천만명인 인도의 현재 백신 접종률은 40%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를 보면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이 전 세계 평균은 59%이지만, 저소득국은 9%에 불과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에 아직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이 30억명에 이른다. 호테즈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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