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주도하는 '다국적 방위은행' 설립 구상이 헌장 서명을 몇 주 앞두고 영국·독일 등의 참여 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공개돼 추진되기 시작한 '국방·안보·회복력은행'(DSRB·Defence, Security and Resilience Bank)에 현재까지 독일·영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들은 공공 재정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각국이 출자해야 하는 자본 규모, 은행의 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기존 사업 등과 중복 문제를 요인으로 거론했다.
유럽연합(EU)의 1천500억 유로 규모 SAFE(유럽 안보를 위한 행동) 프로그램·영국이 네덜란드·핀란드·폴란드와 추진 중인 다자간방위메커니즘(MDM) 등 다른 사업과 중복 가능성도 지적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최대 창립 후원국으로 참여하는 이 금융기구는 총 1천억 유로(약 160조원)를 조달해 각국 정부와 방산업체에 저리로 대출하고,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는 대출기관에 보증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이다.
본부가 위치한 캐나다를 비롯해 알바니아·벨기에·그리스·라트비아·룩셈부르크·루마니아·튀르키예·우크라이나 등 9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 관여한 국가 관계자 2명은 DSRB가 8월까지 약 50억 유로의 출자 약속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중 한 명은 납입자본 200억 유로와 필요시 동원 가능한 추가 800억 유로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발족 몇 주를 앞두고 주요국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진전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DSRB가 최저 수준의 조달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고등급(트리플A)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다자기구 분석업체 리스크컨트롤의 윌리엄 페로댕 상무는 "신용평가사들에 좋은 인상을 주려면 상당한 규모의 다른 정부들이 더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헌장 서명을 앞두고 여러 국가와 접촉하고 있다. 캐나다 측 DSRB 협상 대표인 이자벨 위동은 헌장 서명이 올가을로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프라고스 캐나다 재무부 대변인은 "동맹·파트너국들과 함께 창립 회원국 그룹을 구성하기 위해 협정문을 마련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부담 확대 요구 이후 국방비를 늘리고 있지만 최신 목표치를 충족하는 국가는 소수다. 카니 총리는 올해 초 미국 주도 세계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 아래 '중견국'(middle powers)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영국은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DSRB 참여를 거부했다. 하지만 앤디 버넘 총리의 취임 이후 영국이 기존 입장을 바꿀지 주목된다.
독일은 DSRB에 대한 불참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일본은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캐나다는 현재 참여국만으로 우선 출범한 뒤 다른 나라를 추후 받아들이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설원태 기자 >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맞서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호숫가에 '온타리오호'라고 적힌 초대형 표지판을 설치했다.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상은 29일 온타리오호에 '온타리오호. 지금도, 언제나'(Lake Ontario. Now and Always)라고 적힌 표지판을 세우고 공개했다.
가로 24피트(7.3m), 세로 12피트(3.6m) 크기의 이 표지판은 6피트(1.8m) 높이의 지지대 위에 세워졌다. 꼭대기가 대략 2층 건물 높이에 이른다.
포드 주수상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고 한참 뒤에도 이곳은 여전히 온타리오호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명칭 논란은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수 이름 변경으로 캐나다를 자극하는 듯한 도발적 조치에 나섰고, 캐나다에서는 이를 두고 조롱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온타리오호 명칭이 캐나다 연방의 탄생이나 미국의 독립선언보다 오래된 것이라며 개명 요구를 일축했다. < 임수정 기자 >
공화당서도 '아메리카호 개명' 비판…버몬트주지사 "유치한 일"
불필요한 감정 싸움 경계…민주당도 "말도 안돼" 개명 저지 법안 추진
미 · 캐나다 무역전쟁 악화…"캐나다 총리, 찬사받지만 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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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의 온타리오호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자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미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필 스콧 버몬트주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호수 개명은) 유치하고 실망스럽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했다.
스콧 주지사는 "우리는 협상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 경제를 강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추가적인 긴장 격화는 미국이나 캐나다 가정과 기업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버몬트주는 캐나다와 무역·관광 분야에서 연결고리가 깊어 양국 관세전쟁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버몬트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온건 보수 성향의 스콧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2024년 주지사 선거에서 73%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위스콘신주 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톰 티파니도 "온타리오호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캐나다와 무역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위스콘신주는 경합주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수 개명으로 실익 없는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불이익을 입는 상황을 경계한 셈이다.
민주당도 호수 개명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데비 딩겔 하원의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몹시 분개한다"면서 개명 저지를 위한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엑스에 "온타리오호다"라고 짧게 올리며 개명 시도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오른쪽) [AFP=연합]
트럼프 대통령의 호수 개명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한층 악화하는 가운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반미 정서 확산 속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짱'을 뜬 카니 총리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관세전쟁의 타격이 현실화해 캐나다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커지면 캐나다 여론이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카니 총리가 위기의 순간에 찬사를 받고 있으나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국 연대'를 주창했던 카니 총리에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시험대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니 총리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예전의 미국이 아님을 인정하고 중견국이 힘을 합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아직은 중견국 연대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규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니 총리가 혼자 외로운 싸움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에 시달리면서도 고강도 보복을 피하려 하는 각국의 분위기가 여전히 큰 탓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초강대국으로부터 다변화를 꾀해 연대를 구축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트럼프에 맞서는 데 대한 동맹국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면서 "중견국 연대를 촉구하고 7개월 뒤 카니는 사실상 트럼프와 혼자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백나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