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확률 관측 데이터가 추가되며 1.6%, 1.9%로 계속 높아져

곽노필의 미래창

 
 
1월 말 칠레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소행성 지구 충돌 최종경보 시스템(ATAS) 망원경으로 포착한 소행성 ‘2024 YR4’(녹색 원).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2024년 12월27일 처음으로 발견된 소행성 2024 YR4의 지구 충돌 확률이 높아졌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NEOS)는 7일(현지시각) 이 소행성이 2032년 12월22일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2.2%, 즉 45분의 1로 올렸다. 이는 애초 추산했던 1.3%(77분의 1)에서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 소행성의 충돌 확률은 관측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1.6%(63분의1), 1.9%(53분의 1)로 계속 높아져 왔다.

천문학자들은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의 소행성 궤적 추적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고 여전히 소행성이 충돌하지 않을 확률이 97.8%라는 점을 들어 이 수치에 당황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사는 “앞으로 충돌 위험이 낮아질 수도, 계속 증가할 수도 있다”며 오는 3월 중 최상의 관측력을 갖고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으로 이 소행성을 관측해 정확한 크기를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소행성의 크기는 40~90m로 추정된다. 나사의 잠정 추정에 따르면 이 소행성이 충돌할 경우의 폭발력은 8메가톤으로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서 방출된 에너지의 500배 이상이다. 이는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떨어진 운석의 폭발력과 비슷하다. 퉁구스카 운석의 크기는 40m였다. 이때 충격으로 2150㎢의 숲이 파괴됐다.

 

영국 에든버러대 콜린 스노드그래스 교수(천문학)는 가디언에 “필요하다면 이미 기술 시험을 거친 소행성궤도변경실험(다트)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는 2022년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사상 첫 소행성 궤도변경에 성공한 바 있다. 160m 크기의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음속의 약 20배인 초속 6.25㎞(시속 2만2530km)의 속도로 다트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방식이었다.

 

2022년 사상 최초의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에서 우주선이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충돌하고 2분이 지난 뒤 찍은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남은 8년…소행성 궤도 변경엔 촉박한 기간

 

현재 소행성에 대응하는 조직으로는 유엔이 승인한 두 개의 그룹이 있다. 하나는 나사가 의장을 맡는 국제 소행성 경보 네트워크(IAWN)다. 이 기구는 충돌 확률이 1%를 넘는 10m 이상의 소행성에 대한 전 세계적 추적을 책임진다. 다른 하나는 유럽우주국이 의장을 맡는 우주 임무 계획 자문 그룹(SMPAG)이다. 이 조직은 앞으로 50년 안에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1%를 넘는 50m 이상의 소행성에 대한 국제적 대응 계획을 짜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 한국도 20개 회원국 중 하나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이 소행성에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충돌 위협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이 소행성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다시 한 번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험이 진전된다면 이보다 일찍 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우주국 행성방위실의 후안 카노 코디네이터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만약 소행성 궤도 변경을 한다면 우주선을 제작하는 데 3~5년, 날아가는 데 6개월~1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8년은 매우 촉박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결정을 내리려면 소행성이 50m 이상이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커서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4월까지 추가관측을 통해 소행성의 크기와 궤도 데이터가 좀 더 정밀해지면, 사상 처음으로 유엔 차원에서 지구 방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 YR4 소행성의 태양 공전 궤도(흰색 선)와 8일 현재 위치.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2028년 지구 800만km까지 다시 근접

 

현재 국제천문연맹(IAU)이 채택하고 있는 토리노 등급 기준에 따르면 이 소행성의 충돌 위험 등급은 3이다. 토리노 등급은 충돌 가능성이 전혀 없는 0등급부터 충돌이 확실하고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10등급까지 10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충돌 확률이 1% 이상인 천체에 매겨지는 토리노 3등급은 천문학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천체로, 10년 이내에 근접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이지만 새로운 관측을 통해 0등급으로 재지정될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토리노 3등급은 역대 소행성 위험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2029년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소행성 아포피스(2004 MN4)가 한때 토리노 4등급 천체로 분류된 적이 있다. 350m 크기의 아포피스는 지금은 100년 이내엔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 0등급 천체로 분류됐다.

 

유럽우주국은 팔레르모 등급에 따른 잠재적 위험 소행성 1744개 중 위험 순위 1위에 이 소행성을 올려 놓고 있다. 팔레르모 등급은 소행성의 충돌 확률과 예상 충격을 합쳐 표시한 것이다. 음수값은 충돌 확률이 매우 낮거나, 충돌하더라도 미미한 피해만 발생한다는 걸, 양수값은 충돌 확률이 높고 충돌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 소행성의 팔레르모 위험 등급도 -0.53에서 -0.31로 높아졌다.

 

이 소행성은 지난해 말 지구에서 80만km 거리까지 다가온 뒤 방향을 돌려 초속 13.5㎞의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8일 현재 지구에서 6100만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궤도 주기는 4년, 근일점은 1억2700만㎞(0.85AU), 원일점은 6억3300만㎞(4.23AU)로 추정된다. 2028년 지구에서 800만km 거리까지 다시 다가온다. 천문학자들은 이 때가 되면 소행성 크기와 충돌 확률을 더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겨레 곽노필 기자 >

윤 대통령이 ‘계엄 사유’로 꼽기도…8개월 만에 ‘실패’ 인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영일만 석유·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지난 8개월간 지속된 논란 과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통령의 ‘1호 안건’으로 시작해 12·3 비상계엄의 이유로까지 꼽혔던 이 프로젝트는 결국 “대국민사기극(더불어민주당)”이라는 비판을 듣게 됐다.

 

처음 이 사안을 띄운 건 윤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국정 브리핑 1호 안건’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업을 직접 발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인 만큼 정치권은 물론 시장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최근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당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453조원이므로,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2260조원이 넘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발표 직후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 흥구석유, 동양철관 등 석유 및 강관 관련 5개 종목이 무더기로 가격제한폭까지 단숨에 오르는 등 시장은 요동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제 현안과 관련해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지질탐사 컨설팅 회사 액트지오(Act-Geo)에 대해 곧바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됐다. 글로벌 개발 회사가 아닌 소규모 분석업체인 점 등이 예측의 신뢰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 것이다. 이에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대통령 발표 이틀 뒤인 지난해 6월5일 한국에 입국해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뒤 한인 사회와 한국인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논의하고, 한국인들에게 더 명확한 대답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왔다”며 “(석유 매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석 결과와 예측치 등에 대해선 “기밀 유지 계약”을 들어 답하지 않았다.

또 동해에서 15년 동안 탐사 작업을 벌였던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석유 및 가스 회사 우드사이드가 2023년 1월 철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이 지난해 6월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에 질문을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시추 가능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정치권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2025년 예산 심사’ 국면에서 폭발했다. 당시 정부는 1차 탐사시추를 위해 사업 예산 505억5700만원을 신청했으나 야당은 이 가운데 497억2000만원(98%)을 삭감했다. 결국 첫 탐사시추는 석유공사 사업비로 충당됐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예산 삭감을 12·3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계엄 선포 9일 뒤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야당에 의해 국정이 마비됐다고 강조하며 그 예시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꼽았다. 윤 대통령은 “동해 가스전 시추 예산,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예산도 사실상 전액 삭감했다”며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돼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30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20일 포항 앞바다에서 40㎞ 떨어진 곳에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를 투입해 탐사시추 작업을 벌여왔으며, 이는 지난 4일 마무리됐다. 그 결과 6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사실상의 실패 인정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탐사 결과 일부 가스 징후가 있는 걸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명에서 “대왕고래는 전두환의 국민 사기극인 평화의댐을 연상시킨다”며 “정권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왜곡과 거짓말이 동원됐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왕고래가 아니라 대왕구라였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해) 처음 뉴스 나올 때부터 대국민사기극이라는 것 눈치 못 챈 사람 있나”라고 했다.   < 한겨레 송경화 기자 > 

 

윤석열 ‘대왕고래’ 8달 만에 실패…산업부 “경제성 없다”

“추가 탐사 필요성 낮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띄웠던 ‘영일만 석유·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이 1차 시추 탐사 결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을 받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해 추가 시추 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전체가 크게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일 마무리된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탐사 결과 일부 가스 징후가 있는 걸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가 보낸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가 지난해 12월20일부터 47일간 동해 영일만 인근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바닷속 1761m 등 전체 심도 3021m 깊이로 탐사한 결과, 탄화수소(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지만 규모가 유의미하지 않아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또 이 관계자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추가 탐사를 진행할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이례적인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해 ‘정권 홍보용’이란 비판을, 기후·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시대착오적인 화석연료 개발”이란 비판을 받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자체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애초 정부는 5~6월 중간 결과를, 8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국민 관심과 주식시장 영향”을 고려했다며 이날 이렇게 ‘잠정’ 결론을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동해 석유·가스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1차 발표 때 “생각지도 못했던 정무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당시 장관이 든 비유에 대해 “의도하진 않았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대왕고래는 시추 계획을 세웠던 7개 유망구조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해선 추가 시추 탐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왕고래에선 아니었지만 “석유·가스의 부존 자체,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 구조는 양호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석유·가스전 개발 관련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어, 후속 사업에 동력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차 시추를 위해 3월부터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국회에서 정부 예산을 검증받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옥기원 기자 >

 

대왕고래 실패에…야당 “대국민 사기극”, 국힘 “경위 파악부터”

 

경북 포항 어민들이 한국석유공사의 석유탐사 시추에 반발해 지난해 12월20일 포항 앞바다 동쪽 20㎞ 지점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시추선 주변을 둘러싼 채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윤석열 정부가 띄운 ‘영일만 석유·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이 1차 시추탐사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야당에서는 “대국민 사기극” “달 그림자를 쫓았던 건 윤석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내어 “허술한 검증, 과대 포장된 전망, 그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된 석유 개발 사업의 참담한 현실은 온전히 윤석열의 오만과 독선이 부른 결말”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실패가 예견됐지만 정부는 예견된 실패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국민의 혈세를 퍼부었다”며 “성장은커녕, 주식시장부터 폭락했다”고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지자 시간 외 거래에서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주가 하한가를 보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추가 시추를 강행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헛된 꿈으로 또다시 국민을 농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4·10 총선에서 심판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호들갑을 떨 때부터 알아봤다”며 “석유·가스 경제성 확인도 전에, 시추 이전 단계부터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희망고문’한 책임은 어떻게 질 거냐”고 비판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금도 못 낸 1인 부실회사 엑트지오 말만 믿고 그 설레발을 치더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장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자는 민주당의 의견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윤석열·김건희 부부한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김성환 의원도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며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려다 막히자 '민주당이 산유국의 꿈을 제발로 걷어찼다'며 욕하던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정신차리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혹감 속에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입장은 존중하지만, 어떤 경위를 거쳐 그렇게 발표했는지 보고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고한솔  신민정 기자 >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 못할 경우, 1500원 넘기는 것 시간 문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각종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27일 장중 한때 1486.7원까지 올랐다. 전날 종가(1464.8원)에 견줘 21.9원(1.5%) 상승하고, 3일 밤 내란사태 전 주간거래 종가(1402.9원)에 견줘서는 83.8원(5.97%)이나 오른 것(원화가치는 하락)이다. 다만 이날 주간거래는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14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분석가들은 외환당국의 매도 개입이 있었고, 더 공격적인 매도 개입을 경계해 달러 매수를 자제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낮은 야간 거래에서는 다시 3원 올라 147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히 내란 사태를 완전 종식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할 경우, 1500원을 넘기는 것을 시간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밑바탕에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단이었다. 에너지·식량을 필두로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휩쓸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달러가치가 급등했다.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에 견준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가 2월말 96.71에서 9월 한때 114.78까지 올랐고, 9월 말 112.12에 이르렀다. 7개월 사이 15.9% 오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도 2월말 1200.12원에서 9월말 1439.96원으로 20% 뛰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주요 6개국 통화보다 큰 것은 무역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지역보다 외부충격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급등했던 달러지수는 2022년 말 103대까지 떨어졌다. 그 뒤 100∼107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달러지수가 이른바 ‘박스권’을 뚫고 108대로 올라서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계기가 됐다. 11월5일 103.42였던 달러지수는 12월19일 108.48까지 올랐고, 29일 현재 108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원화의 약세폭(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폭보다 훨씬 크다. 그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12월3일 내란 사태 이후다. 달러지수는 12월3일 106.36에서 27일 108.00으로 1.54% 오르는 데 그쳤으나, 27일 야간 거래 종가까지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4.8%에 이른다.

환율 급등을 초래한 모멘텀(계기)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때의 폭등이 시발점이 됐다. 1402.9원에 주간거래를 마친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한때 1442원까지 폭등했다. 환율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1425원으로 떨어졌고, 다음날 주간거래에선 1410.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2월7일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열린 9일 시장에서 한차례 더 폭등세를 연출했다. 장중 1438원까지 올랐고, 1437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후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소폭 하락에 그쳤다.

환율 급등의 세번째 계기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 공포를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한 일이다. 이날 환율이 장중 1470원까지 튀어올랐다. 국회에서 한덕수 총리 탄핵안이 통과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외환시장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27일 외환시장 분석가들이 낸 시황보고서를 보면, 환율 불안 원인으로 한결같이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국내 정치 불안을 꼽고 있다.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열쇠는 지금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가진 최상목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 한겨레 정남구 기자 >

NASA, 미사용 송신기로 테양계밖 240억 Km 위치 교신 성공

 

 
 
우주를 탐사 중인 보이저 1호 상상도. AP(미국항공우주국 제공)/연합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에서 240억㎞ 떨어진 태양계 밖을 비행 중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다시 교신하는 데 성공했다.

CNN은 1일 미 항공우주국이 최근 스스로 전원을 끄고 동면 상태에 들어간 보이저 1호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인류가 만든 비행체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진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47년 동안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탓에 보이저 1호 부품 손상을 우려한 미 항공우주국은 지난달 18일 부품 보호를 위해 내부 히터를 작동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그런데 이 명령을 받은 보이저 1호는 갑자기 비상 모드로 전환해버렸다.

이후 미 항공우주국은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기 못하게 됐다. 미 항공우주국은 보이저 1호가 비상 모드로 바뀌면서 전원을 절약하기 위해 교신 시스템에 전원 공급을 중단해 지구와 연락이 끊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에 장착된 교신시스템이 2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미 항공우주국은 고주파로 정밀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엑스(X)밴드를 통해 보이저 1호와 교신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에스(S)밴드 송신기도 있었지만, 신호가 약해 1981년 이후 43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미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은 에스(S)밴드를 통해 보이저 1호와 교신을 시도했고, 신호를 찾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가 전원 절약을 위해 자체적으로 엑스(X)밴드 송신기의 기능을 중단시킨 뒤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이 적은 에스(S)밴드 송신기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은 에스(S)밴드 송신기를 통해 보이저 1호와 교신하면서 엑스(X)밴드 송신기를 다시 작동시킬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신호가 약한 에스(S)밴드는 장기간 교신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이 보이저 1호와 교신을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시간이다. 한쪽에서 보낸 신호가 다른 쪽에 도착하는 데만 23시간이 걸린다.

보이저 1호는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2호와 함께 1977년에 보름 간격으로 발사됐다.   < 한겨레 주성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