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 승무원들 우주여행에 새로운 이정표 세워
“집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태산같지만, 여기서 본 지구는 정말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기획자이자 사령관인 미국의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폴라리스 던 승무원들이 우주여행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 우주여행을 넘어, 그동안 전문 우주비행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우주유영에도 성공했다.
12일 오전 고도 730km 상공에서 이뤄진 우주유영에는 승무원 4명 중 2명만 참여했으나, 나머지 2명도 이들이 공기를 완전히 빼낸 우주선 내에서 똑같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유영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네명의 우주비행사가 동시에 진공 상태의 우주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유영은 이날 오전 6시12분(한국시각 오후 7시12분) 우주복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첫 우주유영 주자인 아이잭먼은 40분 후 우주선 윗덮개를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이날 우주유영은 생명줄에 의지해 허공 속을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카이워커라는 이동보조장치의 난간을 잡고 우주공간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우주복 시험
두 사람의 우주유영 시간은 각각 몇분만에 끝났고, 이들은 사상 최고 고도에서 이뤄진 우주유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우주선이 재가압돼 우주유영의 전 과정이 종료된 시각은 오전 7시58분(한국시각 오후 8시58분)으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우주선은 고도 185~730km의 궤도를 공전했다.
승무원들은 우주선에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록 장치가 없어 우주여행 첫날부터 미리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50여시간의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이는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질소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객실이 바깥 우주와 같은 진공 상태로 전환될 때 혈액 속의 질소가 거품을 일으켜 우주비행사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 우주비행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우주유영을 준비했다.
이번 우주유영의 목표는 스페이스엑스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새로운 우주복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 우주복은 새로운 단열재 등으로 우주비행사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헬멧에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전방표시장치)를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일단 이번 우주유영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우주복의 보호 성능이 확인됐다.
반세기만에 가장 먼 우주여행
이번 우주여행은 1969~1972년 달까지 다녀온 아폴로 우주선 이후 가장 먼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주선은 출발 당일엔 고도 1216km, 2일차엔 고도 1400km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3배나 더 높은 고도이다.
우주유영을 마친 폴라리스 던 대원들은 우주여행 4일째엔 스페이스엑스의 저궤도 인터넷위성 스타링크와 레이저 통신을 시험하고, 마지막 날인 5일째엔 예정된 36가지 과학실험 중 미처 하지 못한 것을 마저 수행한다. 과학실험의 대부분은 인체가 우주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면 이들을 태운 우주선은 플로리다 앞 대서양 해상으로 돌아온다.
이번 우주여행은 아이잭먼이 민간인의 심우주 여행 기술 확보를 위해 기획한 3번의 폴라리스 우주비행 프로그램 중 첫 번째다. 두 번째 폴라리스는 나사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했으나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를 거부했다. 세 번째 폴라리스는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역대 최강 로켓 겸 우주선 스타십을 이용해 우주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 곽노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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