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홉필드(91세)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와 공동수상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위키미디어 제공]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오늘날 인공지능(AI)이 지닌 계산능력의 핵심인 인공신경망(ANN)을 통한 기계학습(머신러닝)의 초기 모델을 고안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존 홉필드(91세)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제프리 힌턴(77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인공신경망을 통한 기계학습을 가능케 한 기초적인 발견을 한 공로"라고 설명했다.

인공신경망은 인공지능(AI)이 복잡한 계산을 하는 데 사용하는 알고리즘이다. 사람의 뇌 신경망이 작용하는 방식을 본따 만들었다.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계학습과 같이 복잡한 작업에 필수적이다. 인공신경망을 사용한 기계학습은 오늘날 사람마저 능가하는 AI 작업능력의 핵심요소로 꼽힌다.

AI 계산능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공신경망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교한 정보처리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과학자들은 기존에 가장 정교한 계산 처리 능력을 가진 인간의 뇌 원형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신경세포(뉴런)는 인공신경망에서 서로 다른 값을 가진 노드(연결점)가 된다. 각 노드의 연결은 신경세포 간 연결인 시냅스에 비유된다. 이러한 연결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면서 노드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드 연결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찾는 것은 AI 학계의 주된 과제였다.
 

홉필드 교수는 1980년대에 혁신적인 인공신경망 모델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이전까지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은 계산이나 학습 과정이 일방향으로만 진행됐다. 반면 홉필드 네트워크는 정보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처리되는 비선형 구조를 가졌다. 정보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불완전하거나 왜곡된 정보도 정답에 가깝게 추측해낼 수 있다.

홉필드 네트워크의 이같은 작동 방식은 물리학에서 원자나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가 특정한 방향을 갖는 '스핀'이라는 특유의 상태에 착안했다.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정보가 입력되면 노드들이 단계적으로 작동하면서 불완전한 정보와 가장 유사한 정보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원자들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것은 물리학에서 유명한 '스핀 글라스' 문제다. 홉필드 교수는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 최적의 상태를 갖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스핀 글라스 문제를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 선구적인 인물로 꼽힌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공신경망의 노드를 표현한 이미지. 노벨재단 제공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발전시킨 '볼츠만 머신'를 고안했다. 이 알고리즘은 인공신경망에서 각각의 정보를 받아내는 연결점들을 복잡한 거미줄처럼 구성했다. 연결점들은 드러난 점과 숨겨진 점으로 구분된다. 볼츠만 머신은 숨겨진 노드를 활용해 알고리즘의 계산 효율을 높이고 네트워크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볼츠만 머신의 이름은 오스트리아 출신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에서 따왔다. 볼츠만은 기체 분자가 어떻게 운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확률 분포의 도입으로 해결해 통계물리학의 시초를 만들어냈다. 볼츠만 분포를 나타내는 방식이 볼츠만 머신의 핵심 원리로 활용되면서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머신러닝에서 생성 모형은 어떤 데이터를 들여다봤을때 각 샘플이 나올 확률을 학습한다"며 "현재 널리 쓰이는 언어 모델 챗GPT나 디퓨저 모델처럼 이미지를 생성하는 모델은 다 생성 모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 모형의 기반이 되는 아주 고전적인 모델이 바로 볼츠만 머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과학자는 이후 AI 산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힌턴 교수는 직접 기계학습 업체 'DNN리서치'를 설립했다. 이후 2013년 DNN리서치가 구글에 인수되면서 그는 약 10년 간 구글의 AI 연구를 맡아왔다. 힌턴 교수는 2018년 컴퓨터 공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기도 했다.

조정효 교수는 "힌턴 교수는 실제 뇌가 학습하는 원리는 뭘까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며 "성과보다도 실제로 우리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계속 궁금해하고 연구를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I 분야에 겨울이 몇번 찾아왔는데도 꾸준히 인공신경망을 연구했던 그룹"이라며 "연구팀에서 계속 브레이크스루가 된 알고리즘이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에겐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451만원)가 수여된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 2명은 상금을 2분의 1씩 나눠갖는다. 

 

매사추세츠의대 빅터 앰브로스 교수, 하버드의대 개리 루브콘 교수

노벨위원회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보여주었다”

 

2024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빅터 엠브로스(왼쪽)와 게리 루브쿤(오른쪽)에게 "microRNA의 발견과 전사 후 유전자 조절에서의 역할"을 밝힌 공로로 공동 수여되었다.(사진=노벨상위원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빅터 앰브로스(Victor Amvros) 교수와 하버드 의대 개리 루브쿤(Gary Ruvkun) 교수가 수상했다.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노벨총회에서는 현지시간 7일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빅터 앰브로스 교수와 개리 루브쿤 교수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이 유전자 활동이 조절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앰브로스 교수와 루브쿤 교수는 다양한 세포 유형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관심 갖고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종류의 작은 RNA 분자인 마이크로RNA(mRNA)를 발견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들의 획기적인 발견은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생물에 필수적인 것으로 밝혀진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보여주었다”며 “현재 인간 유전체는 1,000개가 넘는 mRNA를 코딩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들의 놀라운 발견은 유전자 조절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었다. mRNA는 생물이 발달하고 기능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에서 mRNA로, 단백질로 유전 정보가 흐르는 것. 동일한 유전 정보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의 DNA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특정 세포 유형에서 올바른 유전자 세트만 활성화되도록 유전자 활동을 정확하게 조절해야 한다. © 노벨 생리학 또는 의학 위원회.

 

암을 포함한 난치병의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mRNA’는 20~24개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RNA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분자로,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세포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하게 이해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앰브로스 교수는 미생물인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배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다가 mRNA를 처음 발견했다. 루브쿤 교수는 선충 모델을 통해 mRNA가 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장수환 교수는 “두 교수의 연구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힌 데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여혜숙 기자 >

 

'miRNA 발견' 노벨상 수상 결정적 연구에 한국인 1저자

하일호 박사,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러브컨과 논문 발표

 

하일호 박사 [자이메디 홈페이지 캡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마이크로RNA(mi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에게 돌아간 가운데, 당시 miRNA 발견의 초석을 닦은 연구성과에 한국인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두 수상자가 miRNA의 존재를 처음 설명하기 위해 1993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 중 러브컨의 논문에 하일호(65) 박사가 브루스 와이트먼 미국 뮬렌버거대 교수와 공동 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러브컨은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 박사 과정을 거쳐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하 박사가 이 연구에 참여한 것이다.

하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30여년 전이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박사과정생이던) 와이트먼이 실험 등 대부분 일을 하고 (제가) 박사후연구원으로 와서 뒷마무리해서 논문이 나갔다"고 회고하며 "당시에는 그렇게 큰 의미가 담길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연구에 대한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이후 후속 연구가 이어졌고 유전체 연구도 발전하면서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 연구에 관심이 많아 신임 교수였던 러브컨을 선택했는데, 현재는 관련 분야 연구를 하거나 과학계에서 일하지는 않고, 줄곧 산업계에서 일해 왔다고 했다.

하 박사는 국내에서는 인제대 뇌과학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바이오기초기술센터장,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 메드팩토 대표, 툴젠[199800] 사외이사 등 대부분 바이오 분야 기업에서 일해 왔다. 현재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자이메디의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수상 사실도 이날 아침에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하며 "전날 무슨 영감인지 모르겠지만 (러브컨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아침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수년 전에 RNA 간섭(RNAi) 분야가 받아서 또 RNA(분야)를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은 특정 분야 대가의 초기 연구성과가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국인이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주요 연구에 참여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 박사는 "과거와 달리 한국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승한 기자 >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 승무원들 우주여행에 새로운 이정표 세워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사령관 역할을 맡은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이 12일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폴라리스 던 제공
 

“집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태산같지만, 여기서 본 지구는 정말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기획자이자 사령관인 미국의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폴라리스 던 승무원들이 우주여행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 우주여행을 넘어, 그동안 전문 우주비행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우주유영에도 성공했다.

12일 오전 고도 730km 상공에서 이뤄진 우주유영에는 승무원 4명 중 2명만 참여했으나, 나머지 2명도 이들이 공기를 완전히 빼낸 우주선 내에서 똑같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유영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네명의 우주비행사가 동시에 진공 상태의 우주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유영은 이날 오전 6시12분(한국시각 오후 7시12분) 우주복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첫 우주유영 주자인 아이잭먼은 40분 후 우주선 윗덮개를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이날 우주유영은 생명줄에 의지해 허공 속을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카이워커라는 이동보조장치의 난간을 잡고 우주공간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이잭먼에 이어 우주선 덮개를 열고 나오고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엔지니어 사라 길리스. 폴라리스 던 제공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우주복 시험

두 사람의 우주유영 시간은 각각 몇분만에 끝났고, 이들은 사상 최고 고도에서 이뤄진 우주유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우주선이 재가압돼 우주유영의 전 과정이 종료된 시각은 오전 7시58분(한국시각 오후 8시58분)으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우주선은 고도 185~730km의 궤도를 공전했다.

승무원들은 우주선에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록 장치가 없어 우주여행 첫날부터 미리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50여시간의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이는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질소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객실이 바깥 우주와 같은 진공 상태로 전환될 때 혈액 속의 질소가 거품을 일으켜 우주비행사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 우주비행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우주유영을 준비했다.

이번 우주유영의 목표는 스페이스엑스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새로운 우주복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 우주복은 새로운 단열재 등으로 우주비행사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헬멧에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전방표시장치)를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일단 이번 우주유영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우주복의 보호 성능이 확인됐다.

폴라리스 던 탐사대원들이 탑승한 우주선에서 본 일몰. 폴라리스 던 제공
 

반세기만에 가장 먼 우주여행

이번 우주여행은 1969~1972년 달까지 다녀온 아폴로 우주선 이후 가장 먼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주선은 출발 당일엔 고도 1216km, 2일차엔 고도 1400km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3배나 더 높은 고도이다.

우주유영을 마친 폴라리스 던 대원들은 우주여행 4일째엔 스페이스엑스의 저궤도 인터넷위성 스타링크와 레이저 통신을 시험하고, 마지막 날인 5일째엔 예정된 36가지 과학실험 중 미처 하지 못한 것을 마저 수행한다. 과학실험의 대부분은 인체가 우주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면 이들을 태운 우주선은 플로리다 앞 대서양 해상으로 돌아온다.

 

스페이스엑스 우주선에 탑승해 있는 폴라리스 던 승무원 4명. 아래쪽 두 사람이 우주유영을 한 사라 길리스와 재러드 아이잭먼이다. 폴라리스 던 제공
 

이번 우주여행은 아이잭먼이 민간인의 심우주 여행 기술 확보를 위해 기획한 3번의 폴라리스 우주비행 프로그램 중 첫 번째다. 두 번째 폴라리스는 나사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했으나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를 거부했다. 세 번째 폴라리스는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역대 최강 로켓 겸 우주선 스타십을 이용해 우주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 곽노필 기자 >

코로나 유동성과 부동산 곡선

 

미국 30%-서울 31%…부동산 치솟아

집값 그래프 06~07년 정점 때와 비슷

작년말부터 상승세 꺾이는 흐름 보여

“감당 못할 가격은 폭락” 경고 맞을까?

 

지난달 12일 미국 플로리다 시민 활동가들과 세입자들이 과도한 주거비용 상승 문제와 관련해 시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왼쪽).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부동산 중개업체의 매물 게시판. 사진 AP 연합뉴스,

 

미국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케이스-실러지수(S&P CoreLogic Case-Shiller Home Price)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스앤피)가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에 두달 전 수치를 발표한다. 뉴욕·시카고·보스턴·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20개 대도시의 개별지수와, 20대 대도시지수, 10대 대도시지수, 전국지수를 산출한다.

 

지난달 25일 에스앤피는 작년 11월 지표를 발표했다. 미국의 집값 상승세는 무섭게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는 1년 전에 견줘 32.2%나 올랐다. 플로리다주의 탬파가 29.0% 오른 것을 비롯해 연간 상승률이 20%를 넘는 도시가 20개 대도시 가운데 10곳이나 된다. 상승률이 10%를 밑돈 곳은 하나도 없었다. 전국지수로 연간 상승률은 18.8%에 이르렀다. 2020년 초부터 1년 11개월간의 상승률은 30%다.

 

코로나와 제로금리, 그리고 집값

 

미국 집값은 2007~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 급락하면서 2012년 2월까지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그 뒤 반등을 시작해 서서히 상승했다. 상승세가 매우 가팔라진 것은 코로나 대유행을 맞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면서부터다. 미국 연준은 연 1.75%이던 기준금리 상단을 2020년 3월 0.25%까지 낮췄다. 이를 전후해 집값 상승률이 달라졌다. 케이스-실러지수로 본 전국 집값은 2012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8년(96개월)간 월평균 0.46% 상승했는데, 연준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낮춘 때부터 1년9개월(21개월)간 월평균 상승률은 그 3배에 가까운 1.24%로 뛰었다. ‘코로나 유동성’의 힘을 그래프의 가팔라진 기울기가 잘 보여준다.

 

미국만이 아니다. 세계 주요국의 집값 상승세도 무섭게 이어졌다. 영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파트너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50여개 국가 및 지역의 주택가격 변동 데이터를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다. 나이트 프랭크의 글로벌 하우스 프라이스 인덱스 보고서를 보면 팬데믹 이후 2020년 3분기부터 집값 상승이 시작되고, 4분기부터는 상승 속도가 급하게 올랐다. 세계 주요 7개국(G7)에 스위스,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한국 등 5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집값 움직임을 보면, 2019년 9월 말까지 1년간은 2.8%에 그쳤지만, 2020년 9월 말까지 1년간은 5.2% 뛰고, 2021년 9월 말까지 1년간은 13.0%나 뛰었다.

 

물론 국가별 차이는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21년 9월 말까지의 1년간 0.4% 상승에 그쳤다. 2021년 9월 말까지 1년간의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나라는 우리나라(26.4%), 스웨덴(20.3%), 미국(18.7%), 네덜란드(18.4%), 캐나다(17.3%) 등이다. 일본(8.9%)이나 프랑스(7.5%)는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을 집계하는 프라임 글로벌 시티 인덱스에서 보면, 코로나 유동성이 집값을 끌어올렸음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다. 2021년 3분기 말 발표한 세계 46개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연율)을 보면 2019년 1분기부터 2020년 3분기까지는 1년간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 그러던 것이 2020년 4분기부터 슬슬 오르기 시작해, 2021년 2분기 말엔 8.3%, 3분기 말엔 9.5%로 뛰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 진행 중이고, 세계 각국이 경기 후퇴에 대응해 내린 기준금리도 그대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케이스-실러지수로 보면, 미국 집값은 아직 상승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에스앤피는 전국지수 기준 연간수익률이 8월 19.8%에서 9월 19.5%, 10월 19.1%로, 그리고 11월엔 18.8%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20개 대도시 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국에선 집값 거품이 엄청나게 커졌다가 터진 적이 있다. 1990년 이후 미국 집값의 장기 추이를 보면 1996년 말까지는 매우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1997년 4%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과 2003년에는 9%대, 2004년과 2005년에는 13% 급등했다. 그 뒤 1년가량 옆걸음질하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며 하락세는 가팔라졌다. 에스앤피 집계를 보면 2006년 7월 고점에서 2012년 2월까지 하락폭은 27.4%다. 10개 대도시 기준으로는 35.3% 떨어진 뒤 반등했다.

 

꺾이기 시작한 집값 그래프

 

2012년 2월 저점에서 시작한 이번 미국 집값 상승은 2021년 11월까지 상승폭이 106.1%에 이른다. 2006년 정점 때에 비해서도 46.1%나 올랐다. 상승률의 흐름을 보면, 2020년 1년간 10.4% 올랐고, 2021년엔 11월까지만 17.8% 올랐다. 마치 축포를 쏘아올리는 듯한 모양새다.

 

미국 연준보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차례 올렸다. 그러나 케이비(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2020년 13.0%, 2021년 16.4%나 올랐다. 상승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로버트 실러는 2000년에 쓴 <비이성적 과열>에서 미국의 집값 거품이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실러는 과거 수백년의 역사를 돌아보고는 집값이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뒤에는 반드시 폭락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은 2002년 8월에, 폴 크루그먼은 2005년 8월에 파국을 경고했다. 이성적인 전문가들의 경고는 때론 너무 빠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최근 집값 그래프의 가파른 기울기는 2006~2007년 집값이 정점에 이르던 때와 매우 비슷해져 있다. 지금은 과연 어떤 국면일까?   정남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