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14일 개기월식 때 달 착륙선이 찍은 사진 공개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진행될 때 달에서는 어떤 천문 현상이 나타날까?
14일 새벽(한국시각 14일 오후) 아메리카대륙 전체에서 볼 수 있었던 개기월식을 달에서 본 사진이 공개됐다.
지구에서 월식이 발생하면 달에서는 일식이 발생한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갈 때, 지구에선 달이 가려지지만 달에서 보면 지구가 태양을 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태양 광선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고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빛이 지구 주변에 밝은 고리를 형성한다.
지난 2일 달에 착륙한 미국의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고스트 착륙선이 바로 이 장면을 찍었다. 촬영 장소는 착륙지인 달 앞면 북동쪽 충돌분지 ‘마레 크리시움’(위기의 바다)이다.

지구의 개기일식과 똑같은 ‘다이아몬드 반지’ 포착
파이어플라이는 블루고스트가 14일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속적으로 촬영한 몇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압권은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막 끝나가는 시각인 오전 3시30분(현지시각)에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 찍힌 모습은 지구의 개기일식 때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순간’과 똑닮았다. ‘다이아몬드 반지의 순간’은 태양 가장자리에서 빛이 새어나와 마치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한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을 말한다. 달(여기선 지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조금 남아 있을 때 울퉁불퉁한 달 가장자리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면서 이런 형상이 만들어진다.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 또는 직후에 잠깐 동안 나타나는 매우 특별한 현상이다.

햇빛 사라지자 40도에서 영하 170도로
파이어플라이에 따르면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 표면의 온도는 40도에서 영하 170도로 뚝 떨어졌다. 또 블루고스트는 태양전지를 충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배터리에 의존해 사진을 촬영했다.
파이어플라이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선이 달에서 지구가 태양을 가리고 달 표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개기일식을 관찰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달에서 일식 장면을 포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7년 미국 항공우주국의 무인 달 착륙선 서베이어 3호가 달 표면에서 개기일식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이어 2009년 2월18일엔 일본의 달궤도선 가구야 위성이 달 상공에서 개기일식의 전 과정을 포착했다.
이번 개기월식 때 달과 지구에서 동시에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은 같은 현상(또는 사물)이라도 어떤 장소 또는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걸 극적으로 보여준다. < 한겨레 곽노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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