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7주년 기념사] "선열들 바랐던 평화, 한반도부터"

"남북 신뢰 회복…무인기 재발 제도적 방지"
"북미 대화 재개 위해  '페이스 메이커' 역할"
"엄혹한 정세 속 협력…일본과 셔틀외교 지속"
"동북아 3국 평화를 세계 평화로 이어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3·1절 107주년인 1일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면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또 "엄혹한 국제정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며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이란을 공습하고 관세 전쟁으로 세계의 긴장이 극에 달한 현실 속에서, 3·1혁명의 평화 정신을 통해 한반도와 역내에 평화·공존을 강조하고, 동시에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세계 5위 군사력을 달성한 대한민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열들 바랐셨던 평화와 공존, 한반도에서부터"
"남북 신뢰회복 노력…무인기 재발 방지 제도화"
"북미 대화 조속한 재개 위해  '페이스 메이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107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3·1혁명이 일어났던 한 세기 전의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격변의 시대였다"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세계는 또다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확립됐던 국제 규범은 힘의 논리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면서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한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영향력 7위에 달하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 평화를 확산하며 선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먼저 "그동안 수차례 밝힌 것처럼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 행위도 어떠한 흡수 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왔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정부의 뜻과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작년 무인기 침투 사건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범죄 행위이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측과의 대화 재개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 '페이스 메이커'로서 북미 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충실하게 소통하겠다"며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주변국 협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측을 향해서도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해 나가는 만큼 조속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 헨리 닷지 아펜젤러의 유족인 증손녀 로라 아펜젤러 스가릴리아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6.3.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과거 직시하며 현재 과제 함께 푸는 실용외교"
"엄혹한 정세 속 협력…일본과 셔틀외교 지속"
"동북아 3국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갈 것"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실용외교를 통해 엄혹한 국제정세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셔틀 외교' 의지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굴곡진 역사를 함께 해 왔다.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고통받는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이 계신다"면서도 "엄혹한 국제 정세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외교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들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양국이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기 위해 호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찍이 안중근 의사께서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의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며 "동북아 평화와 화합의 의의를 되새기며 저는 올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여 한중일 3국이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가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대로 화합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6.3.1. 연합
 

이 대통령은 끝으로 "선열들께서는 작은 차이를 넘어 하나로 통합하여 독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졌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위대한 대한국민들께서 함께 힘을 모아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하게 발휘한다면 선열들께서 꿈꾸던 평화로운 세상을 현실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께서 목숨을 바쳐가며 바라셨던 선진 민주 모범국가,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문화가 꽃피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나아가자. 3·1혁명의 정신으로 평화와 민주, 상생과 공영의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이 대통령 “북 체제 존중, 흡수통일 추구 않겠다”…3·1절 기념사

3·1절 기념사에 거듭 대북 화해 메시지
“페이스메이커로 미국·주변국과 소통할 것”
“일본과 셔틀외교 지속해 새로운 기회 열 것”
효창공원 국립화, 백범탄생 150주년 사업 약속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어떠한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3·1일 기념사에서 “적대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으로 불신이 아니라 신뢰의 토대 위에서 함께 성장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3·1 혁명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적대와 대결은 서로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말자”며 “반세기를 훌쩍 넘기도록 이어온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존공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온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있었던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을 두고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소통하겠다”며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유관국 협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이종찬 광복회장 등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실용외교를 통해 일본·중국 등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날 양국은 치유되지 않은 고통과 상처를 안고 선린우호와 협력의 미래를 위해 국교정상화의 문을 열었다”며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외교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북아 화합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격변의 시대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일찍이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의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고 말했다. ‘동양평화론’은 한·중·일이 협력과 공동번영을 통해 제국주의에 맞서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올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여 한·중·일 3국이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동북아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가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대로 화합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 헨리 닷지 아펜젤러의 유족인 증손녀 로라 아펜젤러 스가릴리아 씨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유족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각별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효창공원 일대를 ‘국립효창독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의 폭넓은 활용 방안을 마련하여 선열들의 독립 정신을 대대로 기리겠다”며 “아울러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은 올해,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기념사업으로 그 숭고한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배신
껍데기만 바꾼 일제 시스템의 이식

아시아 전역에 뿌려진 독재의 씨앗
미국 면죄부가 불완전한 해방 낳아

 

3·1절 107주년을 맞아 일본제국주의의 망령이 왜 말끔하게 청산되지 못했나 돌아본다.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이 일본을 패망시키고 한반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사했다는 얘기를 믿어왔다. 북한의 빈곤과 남한의 번영을 대조하며, 미국의 선택이 곧 우리 민족의 축복이었다고 믿는 것이 이른바 주류의 상식이다.

 

그러나 역사의 장막을 걷어내면, 우리가 마주하는 진실은 냉혹하다. 해방은 불완전했고, 그 불완전함을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제도화한 몸통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미국 외교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자신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받는 대가로 일제의 조선 식민 지배를 승인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교환이 아니라, 미국이 한민족의 생존권을 강대국의 이익을 위한 제물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3·1 운동의 비원이 국제사회에 울려 퍼질 때도 미국은 철저히 침묵했다. 당시 조선의 독립 열망에 응답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신생 소비에트 러시아와 레닌의 반제국주의 선언이었다는 사실은 뼈아픈 역사의 기록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진정한 청산의 기회가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제국주의라는 괴물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기괴한 수술을 감행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이 1945년 미 해군 미조리 호 함상에서 일본의 항복 문서에 마지막으로 서명하고 있다. (정성길 명예관장 제공)
 

미국은 말 안 듣는 ‘일본 제국’이라는 괴물을 잡아다, 소프트웨어(관료제, 기득권 구조, 천황제, 사회진화론)는 그대로 두고 하드웨어(국가 명칭과 군대)만 말 잘 듣는 ‘일본국’으로 개조한 셈이다. 천황제라는 제국의 심장은 온존시켰고, 전쟁의 원흉들은 ‘반공의 보루’라는 면죄부를 받아 권력의 핵심으로 복귀했다. 기소되어야 할 전범들이 기득권층으로 안착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 DNA는 청산되지 않은 채 현대 일본 국가 시스템의 깊숙이 이식되었다. 미국은 일본 제국을 죽였다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모양으로 다시 살려낸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일본식 통치 모델’은 단순히 일본에만 머물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제국이라는 원형의 복제품을 여러 개 만들어내 한국, 대만, 남베트남,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 이식했다. 이들 국가의 현대사에서 발견되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은 우연이 아니다.

 

반공주의(Anti-Communism)의 성역화: 반공주의를 국가 제1의 가치로 내세워 기득권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모든 내부 비판과 개혁 요구를 '빨갱이' 프레임으로 압살했다.

 

과거사 청산의 실패: 식민 부역자들을 ‘행정 전문가’와 ‘반공 투사’로 둔갑시켜 국가 요직에 등용해 청산을 방해했다.

 

친미 엘리트 중심 운영: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아닌 미국의 전략과 영합하는 소수 엘리트가 국가를 독점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장제스, 응오딘지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리콴유, 수하르토 등이 그 예시이다.

 

“성장”이라는 면죄부: 식민 지배와 독재의 책임은 경제 성장이라는 수치 뒤로 철저히 은폐되었다. "배불리 먹여줄 테니 과거는 묻지 말라"는 논리는 아시아 친미 국가들의 공통된 지배 문법이 되었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추구한 제국주의적 전략의 산물이었으며, 그 결과 일본 제국의 망령은 패망 후에도 아시아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여전히 살아 숨쉬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비난해온 북한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조차, 체제는 다르지만 그 통치 모델의 근본을 파고들면 일제가 남긴 억압적인 관료 모델과 국가 동원 체제의 유산을 답습하고 있다. 이 점은 일본제국이 뿌린 씨앗이 미국의 방조 속에서 아시아 전체의 토양을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아시아 전체가 일본 제국이 남긴 구조적 유산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미국의 이기적 외교의 정점이었다. 미국은 일본의 조속한 재기를 위해 전쟁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을 회의에서 배제했으며,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 책임을 거의 지지 않도록 길을 터주었다. 오늘날 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경화의 길을 걷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그들에게 '반성할 필요가 없는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 그리고 한반도 내 뿌리 깊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기원은 결국 미국의 방조와 전략적 선택에 닿아 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조선을 팔아넘겼던 미국은, 1945년 해방 정국에서도 민족의 정의보다는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다.

 

진정한 해방은 단순히 총성이 멎었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와 식민 잔재를 청산하는 철저한 자기 혁신 없이는 해방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을 방치하고 제도화한 책임, 그 뒤에는 미국이 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이라는 신화’에서 깨어나,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 김대윤 기자 >

 

[3·1절 107주년] "1919명의 만세"... AI 기술 빛과 그림자

 

독립기념관, 낮 12시 '1919 그날의 함성' 행사
지난해 광복절 선보였던 AI 기술 활용 본격화

곳곳에서 생생하게 복원된 독립선열들의 넋
'복원’ 탈을 쓴 조롱, 명백한 범죄 강력한 처벌을

 

독립기념관 3·1절 기념 문화행사. 3월1일 낮12시부터 겨레의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세운동 퍼포먼스’로,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이 극단 우금치와 함께 107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현한다.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은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1일 온 국민이 참여하는 문화행사 ‘1919 그날의 함성’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독립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고 국민 참여를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107주년  3·1절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여러 기념행사가 열려 더욱 눈길을 끈다. 그 그림자도 동시에 드리운다.

 

먼저 독립기념관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낮 12시부터 겨레의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세운동 퍼포먼스’다. 대국민 신청을 통해 모인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이 극단 우금치와 함께 107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현하며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라라앙상블의 음악 공연, 점핑엔젤스의 독립선언 퍼포먼스, 천안시립풍물단의 풍물놀이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육군 의장대와 태권도시범대의 역동적인 공연이 행사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독립기념관 소장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백범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특별 굿즈를 선보인다. 담요와 엽서로 구성된 기념품 패키지는 행사에 참여하는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에게 수여돼 그날의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선물이 될 계획이다.

 

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상생을 위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관람객들은 태극기 에코백·바람개비 만들기, 무궁화 팔찌 만들기 등 독립운동 테마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독립 퀴즈존과 데시벨 측정기를 이용한 ‘대한독립만세’ 외침 이벤트 등 이색적인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울러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판매전을 운영해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도모한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국민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 이번 기념행사를 통해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3·1절은 AI 기술이 본격 활용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곳곳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 선열들의 뜻을 기리는 행사들이 마련됐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107년 전 학생 독립운동가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화제가 됐다. '3월 1일, 학생들은 외쳤다 - 학생 독립운동가 AI 복원·재현 영상'이다.

 

복원한 인물들은 독립운동에 참여했거나 대규모 만세운동을 계획하다 발각돼 열일곱 나이에 체포된 유관순·이범재·최복순·오홍순·성혜자·신기철, 배화학당 뒷산에서 교우들과 독립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소은명(당시 열다섯 살)·김마리아(당시 열여덟 살), 서울 종로 독립만세운동 참가 후 체포된 박홍식(당시 열여덟 살) 열사 등 모두 아홉 명이다.

 

해당 영상은 부산교육청이 복원하고 재현해 표정과 시선,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구현됐다. 열사들의 결연한 의지와 시대적 절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당시 학생 독립운동가들이 오늘의 학생들과 같은 또래였음을 조명했다.

 

복원된 인물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독립선언문을 직접 낭독한 뒤, 현대의 학생으로 재현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생성형 AI 영상이 청소년들 사이에 많이 나돌아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행 법률로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더욱 걱정을 낳기도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틱톡에 올라온 안중근 사진에 '얼굴이 진짜 못생겼네, 내 눈 샤갈'이라며 조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 사진에는 '와 엄근진 ㄷㄷ 갓이다'라며 찬양하는 문구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AI 기억복원소' 가 AI로 복원한 유관순 열사 영상. 유튜브 캡처
 

불과 몇 달 전 광복 80주년에 AI는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유튜브 채널 'AI 기억복원소'의 콘텐츠는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를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려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댓글에는 "환하게 웃으시니 너무 마음 아파요"라거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을 했다니 눈물이 난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우려를 낳고 있다 .과장된 표정과 움직임으로 독립운동가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AI 영상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것은 결코 장난으로 치부되거나 표현의 자유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역사를 능욕하고, 대한민국의 뿌리를 조롱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내용의 AI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틱톡 캡처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통한 '위인 복원'의 폐해가 공론화됐다. 지난해 10월 오픈 AI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미지를 사용한 영상 생성이 악용돼 관련 생성 기능을 일시 중단했다. 오픈 AI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역사적 인물이나 유족은 그 초상을 어떻게 쓸지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오픈 AI' 엑스(X) 갈무리

 

반면 국내의 법 제도 논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AI 기술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주로 성 착취물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4월 사자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생성형 AI의 부작용과 결부된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AI 기술을 악용한 역사모독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적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AI로 웃던 독립운동가를 AI로 울릴 수는 없다. 지금 선을 그어야 한다.     < 김인환 기자 >

 

조혁당 “법원행정처 폐지, 시민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 결단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 투표를 하고 있다. 정 대표 주위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사법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증원법)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또 썼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의 공을 이재명 대통령과 동료 의원들에게 돌리며 감사의 뜻도 전했다.

 

정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그 어렵다던 사법개혁 3법이 완료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 대표는 “응원해주신 국민, 당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강력한 개혁 당대표로서 앞으로도 민심 당심대로 뚜벅뚜벅 길을 가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다른 페이스북글에서 “사법개혁3법은 이재명 정부 출범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적었다. 정 대표는 “내란극복, 빛의 혁명에 함께 한 국민들과 이 대통령 덕분이다. 국회의원님들도 수고 많으셨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1일 글을 올려 “혁신당이 선도적으로 주창해온 ‘사법개혁 3법’이 모두 통과됐다”며 “이제 대법원장이 인사권, 예산권, 행정권을 독점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판사를 통제할 수 있는 기구인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드는 결단을 내릴 시간”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사법 선진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법원행정처는 없다. 민주당이 이 개혁까지 동의해주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범여권 주도로 통과되면서 민주당이 추진해온 사법3법 입법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바 있다.        < 고한솔 기자 >

 

‘사법 3법’에 무력감 감도는 사법부…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최단기 사의

 

대법원 청사. 김혜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이른바 ‘사법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이 국회 본회의 통과 수순에 들어선 가운데 박영재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법부가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혀온 법안들이 줄줄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법원행정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내놓은 것이다.

 

박 대법관이 지난달 13일 천대엽 전 법원행정처장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된 지 45일 만이다. 법원행정처장의 임기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2년 안팎을 해온 것이 관례다. 박 대법관의 사퇴가 받아들여지면 역대 가장 짧은 임기를 지낸 법원행정처장이 될 전망이다.

 

박 대법관은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아직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법관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해볼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며 “사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돼 여러모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법관은 행정처 구성원들에게 거취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오후 조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재판소원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어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도 곧 통과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사법체계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법안을 숙의 없이 통과시키는 데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의도적으로 법 적용을 잘못하는 판·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도입에 대해선 ‘판·검사 겁박법’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법왜곡죄는 일부 수정을 거친 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 대법관의 사퇴 표명은 사법부가 강하게 반대했던 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한 박 대법관은 지난 4일 재판소원 도입법을 논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4심제로 가는 길이고, 국민들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회가 법사위를 통과한 ‘사법 3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지난 25일에는 전국 법원장회의를 소집해 개정안들에 대해 모두 우려를 표하는 공식입장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왜곡죄 도입법이 전날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사법 3법’의 입법이 확실시되자 결국 사직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법관 사퇴의 배경에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이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건은 박 대법관이 주심인 대법원 2부에 배당됐다가 당일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뒤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법원행정처장은 각종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 국회와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같은 이력이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판단도 사퇴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다.

 

논란 속에서 사법 3법이 줄줄이 통과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를 상대할 법원행정처장의 공백마저 현실화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통화에서 “(사법 3법 통과 등으로) 안 그래도 판사들 사이에서 사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장까지 그만두니 법원이 전체적으로 무력한 분위기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판사 역시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사퇴를 결정한 것이 아니겠나. 법원 전체가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 오연서  이나영 기자 >

 

이란, 맞았지만 미군 때리기 ‘명중’…미 방공미사일 고갈 가능성 촉각

 

 

 
마이크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란 대표단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
 

미국과 이란이 28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영국·프랑스·독일은 확전 위험을 경계하면서도 공습을 시작한 미국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반면 이란의 동맹인 러시아는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미 “핵 저지”, 이란 “반인도적 범죄”

 

에이피(AP) 통신과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마이크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이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안보의 문제다. 미국은 이를 위해 합법적인 조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군이 이날 회의에 앞서 이란 전역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것을 두고 ‘핵 위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한 것이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도 “우리는 극단주의가 제어 불가능해지기 전에 이를 저지하고 있다”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급진 정권이 우리 국민과 전 세계를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28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 참석한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 AFP 연합
 

이에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공습으로 수백명의 이란 민간인이 죽고 다쳤다며 “이는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늘 안보리가 마주한 문제는 단순하다. (미국 등)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어떤 회원국이라도 무력·강압·침략을 통해 타국의 정치적 미래나 체제를 결정하거나 내정을 통제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며, 안보리가 공습을 중단시킬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미국 쪽 주장한 데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았다.

 

회의 후반에는 월츠 대사와 이라바니 대사 사이에 설전도 벌어졌다. 이라바니 대사는 월츠 대사의 발언 뒤 발언권을 재차 요청해 “미국 대표는 예의를 지키길 권한다. 그것이 당신 자신과 당신이 대표하는 나라에 나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월츠 대사는 “이란 대사는 (1월 이란 반정부 시위 때) 수만명의 자국민을 살해하고, 이보다 많은 사람을 단지 자유를 원한다는 이유로 투옥한 정권을 대표해 이 자리에 앉아있다”고 맞받았다.

 

안보리 회의에서 대사들끼리 직접 설전을 주고받는 건 이례적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이날 긴급회의는 공습 직후 안보리 이사국인 바레인, 프랑스, 러시아, 중국, 콜롬비아 요청으로 소집됐다.

 

영·프·독은 공습 비판 자제

 

이날 각국은 안보리 회의 발언과 별도로 공습에 대한 입장을 냈다. 유럽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이 공동 성명에서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들은 이번 공습이 적절한지를 평가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미국·이스라엘 및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란이 바레인 등의 미국 기지를 보복 폭격한 데 대해선 “역내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공동 성명 외에 텔레비전 연설에서 영국 군용기가 중동 내 동맹국 군사 기지 등에 대한 ‘방어 작전’에 투입됐다고 알렸다. 그는 “우리의 국민과 이익, 동맹국 보호를 위해 조율된 지역 방어 작전의 일부로 이날 영국 군용기가 (중동) 상공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28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내각 안보 회의를 주재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연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엑스(X)에 “모두에게 위험한 긴장 고조를 중단하라”면서도 “프랑스는 요청이 있을 경우 가장 가까운 파트너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전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중동 지역의 나토(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한 “깊은 우려”를 언급하는 한편, 이란의 보복 공격을 규탄하는 데 무게를 뒀다.

 

르몽드는 이들 나라가 공습 동참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암묵적 지지를 보탠 것으로 해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때도 이란에 대한 공격이 “(우라늄) 농축 능력과 탄도 능력을 약화하는 효과를 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낸 바 있다.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 AFP 연합

 

러시아 “주권국에 대한 무력 침공”

 

반면 유럽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엑스에 “미국·이스라엘의 일반적인 군사 행동은 확전을 초래하고 국제 질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국제법에 대한 전면적인 존중을 요구한다”고 썼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은 이 공습을 (안보 위험에 대한) 선제공격이라 부르지만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선제공격은 즉각적이고 임박한 위협이 있어야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동맹인 러시아는 직설적으로 공격을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공습이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유엔 회원국에 대한 사전 계획된, 아무 이유 없는 무력 침공”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구실로 하메네이 정권 교체를 도모한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이번 공습으로 이란 내 핵시설이 위협받는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특별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회의는 2일 열릴 예정이다.

 

이외에도 브라질 정부는 “브라질은 모든 당사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적대 행위의 확산을 방지하며 민간인과 민간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는 이번 군사 행동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한다”며 “이 조처가 지역 안정을 회복하고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며, 지속적인 평화·안보의 틀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 천호성  윤연정 기자 >                       

 

트럼프 “이란 작전 2~3일 내 종료할 수도”…장기전·외교 재개 모두 열어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
 

이란을 상대로 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내 종료’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전과 단기 압박 후 외교 재개 등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액시오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과 관련해 여러 출구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전을 길게 가져가며 전면적으로 장악할 수도 있고, 이틀이나 사흘 내에 종료한 뒤 이란에 ‘너희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한다면 몇 년 뒤 (이런 공격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인 중동 개입을 경계하는 지지층 내 여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생사 등에 따라 작전 기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 고위 당국자는 액시오스에 “대규모 폭격은 최소 5일간 이어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결정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스티브 윗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주도한 협상의 결렬이다. 그는 “이란이 합의에 가까워졌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했다”며 “진정으로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둘째는 지난 25년간의 이란 연계 공격 사례다. 그는 연설문을 작성하던 중 참모진에게 지난 25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란 관련 공격을 정리해달라고 지시했다며 “매달 무언가를 폭파하거나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단행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이 이번 작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파괴하거나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그는 “그때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란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 있고, 지금처럼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원철 기자 >

 

이란, 맞았지만 미군 때리기 ‘명중’…미 방공미사일 고갈 가능성 촉각

바레인 미 5함대 주변 미사일 명중
“이란 버티면 미국 작전 지속 역부족”

 

이란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서 지난 11일 이슬람혁명 기념식 도중에 전시된 탄도미사일 앞에서 이란 청소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를 발표했지만, 미-이란 전쟁은 미국의 방공망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은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하자 즉각 반격에 나서 바레인의 미군 제5함대 사령부를 공격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란이 바레인 미 해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방공망 취약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번 전쟁에 앞서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이란의 대규모 반격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소진될 것이고, 장기전이 예상된다며 공격 반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란의 바레인 미 해군 제5함대 기지 공격에서는 기지 주변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이 탄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바레인은 상대적으로 방공 능력이 취약한 ‘매력적인 표적’으로 인식돼 왔다고 영국 해군 전 사령관 톰 샤프가 비비시에 지적했다. 그는 속도가 느린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방공망을 뚫고 목표 지역까지 진입한 사실이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샤헤드 드론은 기관총 수준의 화력으로도 상당 부분 격추가 가능했다. 그런 취약한 샤헤드 드론이 바레인의 5함대 기지까지 공격에 성공한 것은 해당 지역 방공·경계 체계의 허술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국은 최근 몇 주 사이 중동 전역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어트 등 고급 방공 시스템을 추가로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은 배치 수량도 제한적인데다, 요격 미사일 한 발당 비용이 매우 높다. 중동 전역의 기지·시설을 전면적으로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

 

미국은 걸프와 동지중해에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약 12척을 투입해 레이더·함대공 미사일을 활용한 해상 방공망을 운영 중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드론 약 400발을 요격한 전례도 있다. 중동 역내에 배치된 전투기 100여대 역시 공중에서 위협을 요격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자산을 총동원하더라도 이란의 대량 공격을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란은 이스라엘 및 중동의 모든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약 3천기의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 외에도 대량의 자폭형 공격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제 샤헤드 드론은 러시아에 수출돼 우크라이나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가 월 수천 대 규모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샤프 전 제독은 해군 재직 시절 중동 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포화 공격을 가정한 워게임을 실시했을 때, 제한된 방공망 탓에 상당수의 탄두가 결국 방어선을 돌파하는 시나리오가 반복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란이 체제 위협을 느껴 “전력을 전면 투입”할 경우, 결국 미국의 사드 및 패트리어트 등 방어망이 소진되는 국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드론 능력이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도 방어 측면에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에서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방어에 사드(고고도지역미사일방어망) 미사일의 재고 25%를 소진했다.

 

예멘의 후티 세력을 상대로 한 미군의 공중 공격 사례에서도, 상당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공중전만으로 상대의 전력을 뿌리뽑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2011년 리비아 나토 공습처럼 정권 붕괴로 이어진 사례는 예외에 가깝고, 대부분의 경우 공중전은 제한적 효과에 그친다.

 

이란은 특히 미 해군을 상대로, 사거리 내에서만 싸울 수 있다면 통상적 기대보다 상당히 더 큰 피해를 줄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은 대함 미사일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형·고속·무인 공격정 전술을 통해 미 함대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해 왔다.

 

여기에 최근 몇 달간 중국이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했는지도 변수이다. ​만약 중국발 기술·부품 지원이 있었다면, 이란의 미사일·드론 성능과 생존성은 더욱 향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연구원 대니얼 바이먼은, 초기 공습이 이란의 지휘부와 군사 자산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버티기 전략’을 상대로 작전 지속 능력을 유지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보복 반격은 아직까지는 ‘절제된’ 수순이라는 평가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분석가 피튼브라운은 초기 징후만 놓고 보면 이번 대응은 비교적 ‘절제된’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이전 공격에 대한 보복 의지는 강하지만, 사태를 완전한 대규모 전면전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