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란 목적’ 누락…국헌문란 목적 명확히 해야

조은석 내란 특검. 연합

 

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소장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유죄 판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단순히 법리적 논쟁을 넘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 수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중대한 가치와 직결됩니다.

 

내란 목적의 불분명성: 공소장 재작성의 핵심

 

현재 공소장은 내란의 모의와 실행 과정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목적'이 빠져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핵심 요건으로 합니다. 이 목적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면 내란죄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을 장악하려 했던 데 대해 '국헌문란의 목적'이라며 '체포·구금·압수·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압하여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란의 행위를 설명할 뿐, 왜 그러한 행위를 통해 국헌을 문란하려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 서술이 부재합니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의 강력한 반박에 직면할 수 있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숨겨진 증거와 '평화적 계엄' 논리 반박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 증거가 공소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헌법 개정', '재선', '3선' 등 계엄의 목적을 암시하는 단서가 가득한 노상원 수첩을 확보하고도 그 내용이 공소장에 담기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수첩은 내란의 목적성을 명확히 밝혀줄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었음에도 누락되었다는 점에서 현재 공소장의 부실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평화적 계엄'이라는 해명을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소장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관계가 담겨야 합니다. 국무회의 심의의 하자 여부, 국무위원들의 '불법 회의' 재구성 등 12.3 계엄 당시의 심층적인 진실과 관련된 장면들이 특검 수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내용들을 공소장에 충실히 반영해야 합니다.

 

특검의 책임과 공소 유지의 효율성

 

조은석 특검은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됩니다. 기존 공소장의 문제점이 드러나 재판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피고인 측의 반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자체적인 판단과 추가 수사를 통해 공소장을 보완하거나 재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내란수괴의 지시에 따라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한 모습. 연합
 

특히 피고인 측이 공소장 자체를 부정하며 내란죄 성립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은 더욱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재정립하고 법리적 허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유죄 판결을 얻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유린하려 했던 시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엄중한 대응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과정이 될 것입니다.

 

조은석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공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수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시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민들레 기훈 기자 >

 

 

이란 정권 겨냥 미국의 이란 직접 공격 이끌어내
22일 새벽 미국의 이란 타격 전후, 네타냐후 뜻대로

 
 
지난 4월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간의 전쟁이 끝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습와 압박이 이란을 굴복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승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군기지 애로우 부대를 방문해 “목표는 완전한 승리다. 그 이상은 아니”라며 군사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중부 리숀레지온을 방문해서는 주민들에게 “이곳을 자랑스럽게 재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새벽 4시(현지시각)까지 이스라엘이 불법 공격을 중단한다면 대응 의사가 없다”며 “새벽 4시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적의 공격에 대응한 군에 찬사를 보낸다”며 사실상 휴전을 수용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자신감’은 대이란 공습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했다. 그는 13일 새벽 이란의 핵·군사 시설 등을 기습 공습하며 시작된 양국의 교전 상황에서 미국과의 소통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변화가 있다거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발언도 계속했다.

 

22일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주일 전부터 이란 핵시설 공습을 두고 긴밀히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남부 방공 시스템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공습 직전 이란의 대공 방어력을 약화하기 위한 공습을 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뒤 한 대국민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하고 몇 시간 뒤인 22일(현지시각)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목표가 달성되면 작전은 완료되고 전투는 중단될 것”이라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그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그에게 우리가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고, 그는 그것을 매우 잘 이해했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해지면 그가 옳은 일을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직접 공습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던 19일에는 “전적으로 그(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미국에 좋은 일을 할 것이고, 나는 이스라엘에 좋은 일을 할 것”이라며 “속담에도 있듯 모든 기여는 환영받는다”라며 미국에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은 실존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를 막으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후 22일 새벽 미국은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직접 공격했다.

 

전쟁 초기였던 15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교전이 이어지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을 겨냥해 “이란 정권은 매우 악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 결과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틀 뒤엔 이란 국제방송(IRANINTL)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Iran great again!)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직접 관련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22일 새벽 이란 핵 시설 3곳을 때린 뒤 “이란의 정권 교체는 왜 안 되느냐’고 신정 일치의 체제 변혁을 시사하는 발언을 올려 긴장이 고조됐다. 같은 글에서 그는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23일(현지시각) 이란의 공격을 받은 리숀레지온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네타냐후 소셜미디어 엑스(X) 갈무리

 

이란과 ‘전쟁’ 전 네타냐후 총리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2023년 10월7일 시작된 가자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50여명 남은 인질 송환이 늦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카타르로부터 측근이 돈을 받았다는 ‘스캔들’까지 터져 국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달아올랐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기에 놓였으나, 전쟁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간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이란의 공습을 피해 방공호와 지하 구조물에 시민들이 수일 동안 대피해야 했으며, 요격망이 뚫린 중부 텔아비브와 남부 베르셰바 등 일부 도시에서 최소 24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다쳤다.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란의 공습을 받은 베르셰바 소로카 병원 단지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공습을 견뎌낸 영국 런던 시민들과 빗대며 이스라엘 국민의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또 자기 아들인 아브너가 16일로 예정돼 있던 결혼식을 연기한 것을 두고 자신의 아내인 사라 네타냐후는 영웅이라고 추켜 세웠다. 또 가족들이 ‘개인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해 ‘나르시스트’라는 비판을 샀다.  < 최우리 기자 >

 

미국-이란 또 약속대련…‘통보→공격’ 체면 세워주고 전격 휴전

미, 확전 부담에 이란 핵시설 폭격 사전고지
이란은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계획 미리 알려
이스라엘은 공습 뒤 이란에 휴전 신호 보내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전격 발표한 이란-이스라엘 휴전은 세 나라가 서로 체면 살리기 공격을 주고받은 뒤 나왔다. 장기전과 확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모두 휴전 명분을 찾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이번 중동분쟁의 절정이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미리 이 공격을 고지했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자는 이란 핵시설 공격 전날 이란에 ‘이번 공격은 한 번뿐이고 제한적 작전이며, 백악관은 이란의 체제 교체를 계획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미국 시비에스 뉴스는 23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시설 공격은 모두 미국이 계획했으며 확전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 내에서 장비 등을 이동시켰다고 이란 언론들도 보도했다.

 

미국은 22일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해 B-2 전략폭격기들을 태평양과 대서양 항로 두 방향으로 나눠 출격시켜 위장했다는 등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란에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끝내는 명분으로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폭격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이미 나왔다.

 

이란 핵시설 폭격 뒤 트럼프는 자신이 배제하던 이란 체제 교체를 언급해,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며 “‘미가’(MIGA·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모두가 이란 폭격 뒤에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체제 교체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
 

트럼프는 ‘나쁜 경찰’, 밴스 등은 ‘좋은 경찰’ 역을 맡아서 협박과 회유를 나눠 맡는 전술을 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이란이라기보다는 미국을 쳐다보는 전 세계였다고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핵시설 공격을 미리 고지했고, 이때쯤부터 이스라엘도 이란에 휴전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마치고, 군사적 충돌을 곧 종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관료의 말을 보도했다. 아랍 국가 관리들도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을 끝내려 하고 있으며 이런 뜻이 이란으로 전달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사실상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휴전 신호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은 지 몇 시간 뒤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미군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 국방부는 곧 아무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공격 3시간 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공격을 사전 통보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전쟁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이란의 반응은 매우 약했으며, 우리는 이를 예상했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란은 하고 싶은 대응을 다 마쳤고, 이제 증오를 끝내고 평화와 조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나는 이스라엘도 같은 길로 가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을 주선하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말이었다.

 

곧 트럼프는 다시 소셜미디어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가 이른바 ‘12일 전쟁’을 종식한 인내심, 용기, 그리고 지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신이 이스라엘을 축복하시고, 신이 이란을 축복하시며, 신이 중동을 축복하시고, 신이 미국을 축복하시며, 신이 전 세계를 축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체제 교체를 협박하다가, 하루도 안 돼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과거에도 비슷한 약속대련식 공격 주고받기로 긴장을 해소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1월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방문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을 암살했다. 이에 이란은 닷새 뒤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 등을 탄도미사일로 보복 공격했다. 이때도 이란은 미리 이라크에 미사일 발사를 고지해, 미군이 피해를 예방하도록 허용했다. 미국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다. 양쪽은 약속대련식 공격을 주고받고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하나, 체면치레용으로 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란이 이런 체면치레용 공격을 예상보다는 빠르게 단행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에 대한 화답일 수도 있다.        < 정의길 기자 >

“24시간 뒤 12일간의 전쟁 공식적으로 종식”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에 제의해 동의받아

이란 미사일 보복공격, 사전에 미국에 알려
21일의 B-2 벙커버스터 공격도 사전통지 가능성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특별작전’? 감행 이유

이란 인근 미군기지들 보복공격 노출
이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 완전 제거 불가능
고유가와 인플레 금리인상 채권투매로 경제 치명타


중국견제 전략에 구멍, 우크라이나전에도 더 불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이스라엘-이란 완전한 휴전 합의' 내용 전문.   가디언 6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한 휴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형은 이날 자신의 온라인 매체(SNS. 트루스)에 “모두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완전한 휴전(약 6시간 뒤 이스라엘과 이란이 각자 진행 중이던 최종 임무를 끝낸 뒤)을 12시간 동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 시점에서 전쟁은 종식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내용을 투고했다.

 

“24시간 뒤 12일간의 전쟁 공식적으로 종식”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절차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란이 휴전을 시작하고, 12시간 뒤 이스라엘이 휴전을 시작하며, 24시간 뒤에는 12일간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가정 아래,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휴전 기간에 서로 평화롭고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가 “12일 전쟁이라고 불려야 할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체력, 용기, 그리고 지성을 가진 것을 축하하고 싶다”고 썼다.

 

그는 또 “이 전쟁은 수년간 지속되어 중동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이란을, 중동을, 미국을, 그리고 세계를 축복하소서!”라고 글을 끝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휴전' 합의 발표 사실을 전하는 가디언의 23일 머릿기사.     가디언 6월 23일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에 제의해 동의받아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휴전합의가 어떻게 성사됐는지, 특히 카타르가 막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추가정보가 있다”면서 “카타르 총리는 테헤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휴전 제안에 대한 이란의 동의를 확보했다”고 이 일에 관해 브리핑을 받은 한 관계자의 말을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국왕에게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했으며, 이란도 동의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카타르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휴전 합의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제안해서 동의를 받아낸 뒤, 카타르 국왕에게 그 사실을 알리면서 이란도 거기에 동의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고, 카타르가 이란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내 이를 다시 트럼프 대통령 쪽에 알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몇 시간 뒤 “지금까지는”(as of now) 아직 아무런 합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이날 새벽 4시 무렵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에 대한 불법적인 침략"을 중단한다면 이란은 무기를 내려놓을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6월 23일 예멘의 예술가가 이날 예멘 사나에서 열린 이란과의 연대를 위한 집단 예술 워크숍에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를 묘사한 그림을 들고 있다. 예멘 예술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의 장군, 과학자, 군사 및 정치인들을 묘사한 그림을 제작하는 집단 예술 워크숍에 참여했다. 2025.6.23.  EPA 연합
 

한편 이란이 23일 오후 7시 30분께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한 중단거리 미사일 보복공격을, 이란 쪽이 공격 전에 미국과 카타르 쪽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의 이란 핵농축시설에 미국의 21일 대규모 공격도 미국이 이를 사전에 이란 쪽에 통지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액시오스>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들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카타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거나, 미국이 이란의 공격에 대해 “충분한 사전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사전 통보를 했다”며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지만, 모든 당사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는 방식이어야 했다”고 3명의 이란 관리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들은 이번 이란의 보복공격이 2020년에 사용했던 전략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란은 자국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이 이라크 압둘 마흐디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뒤 이라크 내의 미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발사하기 전에 공격 사실을 미리 통보해 확전을 피했다.

 

체면치레 수준의 소극적 보복공격 “기습공격 시대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이번 보복공격 뒤 “이란은 미사일 14발을 발사했는데 13발은 격추됐고 한 발은 위협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날아갔다”면서 “미국인은 다치지 않았고 피해도 거의 없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이는 이란의 보복공격이 국내용 체면 살리기 수준의 최소한의 공격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이란군 대변인은 TV 연설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카타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면서 “우리는 적들에게 경고한다. 기습 공격의 시대는 끝났다”고 발표했으며,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정부는 이번 보복 공격을 ‘승리의 선포(annunciation of victory) 작전’으로 이름 붙였다”고 보도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2018년 1월 11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는 미 공군 B-2 스피릿 폭격기. 2018년 1월 11일 촬영. 2025.6.24. 로이터 연합
 

21일의 B-2 벙커버스터 공격도 사전통지 가능성

 

미국과 이란이 이런 식으로 사전 협의 내지 교감을 했다면, 21일의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까지 동원한 미군의 대규모 이란 공격도 사전에 이란 쪽에 통지됐고, 이란이 포르도 등의 핵시설과 농축 우라늄들을 사전에 미리 대피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지적들과 관련한 추측들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는 미국이나 이란이 확전은 물론 더는 전쟁 지속 자체를 원치 않고 있다는 분석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란이 전쟁 지속을 바라지 않는 이유

 

이란은 그 동안 첩보요원 침투와 ‘핀 포인트’ 표적타격 등을 통한 이스라엘의 치밀하고 지속적인 공격으로 혁명수비대뿐만 아니라 주변 협력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들도 붕괴상태에 직면해 군사적 대항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미국 등의 오랜 제제 등의 영향으로 핍박해진 상태로, 강고한 신정체제의 장기 집권에 지친 대중들의 반체제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들이 있다. 체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장기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 지속을 바라지 않는 이유 몇 가지

 

미국은 지난 1월 취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더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겠다고 선언한 공약 이행 부담이 있다.

 

더 중요하게는 미국 역시 중동에서의 장기전을 감당할 체력이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란 인근의 미군 기지들, 보복공격에 노출

 

우선 중동에서 전선이 확대될 경우 카타르, 바레인 등 이란과 지근거리에 있는 최대규모의 미 공군기지, 해군 제5함대사령부 등이 이란과 남아 있는 ‘저항의 축’들의 공격에 노출된다. 후티 반군까지 포함한 저항의 축들과 이란이 이들 기지를 공격할 경우 미군은 대응할 수밖에 없고 전쟁은 장기화하고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완전 제거가 불가능한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

 

둘째로,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토마호크 등 최신 전력을 동원한 공격에도 이란의 핵시설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농축 우라늄 400kg(핵폭탄 9발 제조 분량) 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거나, 제거됐다 하더라도 이란이 앞으로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거나 핵시설을 확장할 경우 대책이 없다. 공격과 파괴만으로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고유가와 인플레 금리인상 채권투매로 겅제 치명타

 

또 중동에서의 전쟁 지속은 미국에게 경제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공격 직후 원유가격이 10%나 뛰었고, 장기전으로 갈 경우 1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장기금리가 올라가 미국 국채 투매 리스크가 커진다. 인플레와 금리상승은 수십조 달러의 채무를 안고 있는 미국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견제 전략에 구멍, 우크라이나전에도 더 불리

 

게다가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최근 중동과 유럽 쪽의 미군전력을 축소하고 아시아태평양 쪽 전력을 늘려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Pivot to Asia)을 써 왔는데, 중동전이 확전으로 가면 대중국 전략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석유가격이 올라가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와주는 꼴이 돼 우크라이나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더욱 고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특별작전’

 

트럼프의 이번 이란 공격은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한 끝에 감행된, 서로의 체면을 살려 주면서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특별작전’이었고, 이란의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신정체제도 바라는 바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 한승동 기자 >

 

안팎 궁지에 몰린 이란의 적극적 외교, '출구' 찾았다

'작은 불'로 '큰 불' 끈 트럼프 특유의 접근과 맞물려

이스라엘과 10일 전쟁 뒤 국내 민심 급속하게 악화
헤즈볼라 등 대리 무장세력 궤멸로 …고립무원 겹쳐

이스라엘-이란, 한 나라 소멸 안 되는 한 반복될 운명
위기 감소 노력이 유일한 해법, 갈등 불씨 계속 남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시도했지만 미국 해군의 개입으로 물거품이 됐다. 봉쇄는커녕 기뢰를 설치한 정도였지만 즉각 제거됐다. 이란은 이후에도 위협은 했지만, 단 한 번도 봉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못 한 거다. 드론과 미사일은 잘 만들지만, 오랜 제재 탓에 해·공군력이 심각하게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대사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했다. 2025. 06. 22 [로이터=연합]

 

어김없이 튀어나온 '호르무즈 봉쇄'

 

이란 사정에 정통한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의 분석이다. 장 센터장은 23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이같이 전하며 "그래도 해협 봉쇄를 시도한다면 '보여주기식 시위'에 그칠 것 같다. 실제 해협을 봉쇄할 수단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뒤 글로벌 차원에서 가장 큰 우려다. 이란의 핵개발과 핵확산, 중동 불안 상황의 장기화 등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세계 유조선 4척 중 1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당장 각국의 나라 살림에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모두가 자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 먼저 눈길을 돌렸다. 호르무즈를 통해 운송되는 원유만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한다. 이란이 쓸 방도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드론과 단거리 미사일은 물론 대포만 쏘아도 선박운행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2023년 10.7 가자 전쟁 뒤 예멘 후티 반군의 소규모 군사작전만으로 홍해 운항이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승계한 '거부 전략'은 모두 핵심 수단이 미사일이다. 소규모 해병 또는 육군 병력으로 가능하다. 주로 단거리 미사일을 활용해 특정 해역에 선박 출입을 거부하는 작전이다. 그러나 이는 중동 주둔 미군의 즉각적인 반격에 직면함으로써 이란이 절대 회피해야 할 미국 및 서방과의 '확전'이 된다.

 

각국 언론은 중동이 시끄러워질라치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는다. 이번엔 22일 이란 국회가 해협 봉쇄를 결의,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이란의 비장의 카드이되, 쉽게 내놓기 어려운 카드이다.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협 봉쇄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란최고국가안보협의회(SNSC)가 나서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메시지'에 그쳤다.

 

미국 U-2 전폭기가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이란 포르도 지하핵시설의 22일 위성사진. 2025.6.22. 로이터 연합
 

'절제된 반응'의 속뜻

 

지난 21일 미국의 자국 핵시설을 공습한 뒤에도 이란은 '절제된 반응'으로 일관했다. 트럼프가 22일 X 계정 게시글로 '정권교체'를 떠벌인 뒤에도 '시오니즘 불량국가(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정권교체라는 말을 사용하는 건 정치적으로 옳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가 있지 않겠나??? MIGA!!!"라고 적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다음날 X 계정에 "시오니스트 적이 심각한 실수와 범죄를 저질렀다. 응징당해야 하며 지금 응징 당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가 지난 17일 자신의 암살 가능성을 공개한 뒤 "우리는 시온주의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적을 네타냐후 정권으로 제한, 동문서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 때만 해도 트럼프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보복공격을 했다. 트럼프는 보복하지 않음으로써 '약속 대련'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란은 왜 절제된 반응에 머물렀을까? 이란 안팎의 사정이 모두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앙시앙레짐(구체제)을 무너뜨린 혁명정부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앙시앙레짐이 된다. 곳곳에서 시민의 불복종 운동이 확산되고 권력은 통제력을 잃는다. 강력한 공권력에 대규모 시위는 잦아들더라도 저항은 더 넓게 퍼져 일상이 된다. 이란 이슬람 정부가 최근 몇 년 동안 걸어온 길이다. 히잡 강제착용법에 저항한 전국적인 시위는 2022~2023년 정점을 찍은 뒤 줄었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오랜 제재 탓에 악화된 생활난이 불을 붙였다.

 

2022년 12월 13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 연대 집회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울부짖고 있다. 이 집회는 튀르키예 거주 이란인들이 개최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됐다가 사흘 만에 의문사한 뒤 3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22.12.14. 로이터 연합
 

비등점 근접한 이란 민심

 

여기에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전 탐지는 물론 공습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은 정부의 무능은 내부 불만에 기름을 끼얹었다. 주민 대피 안내도 없었다. 지난 16일 인터넷이 6시간 만에 연결돼 들어가 보니 아이로니컬하게 트럼프가 테헤란 시민 즉각 대피를 경고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교통 체증이 심한 테헤란은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집권세력의 부패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2일 최고국가안보협의회 성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에 이어 국민적 단합을 호소한 까닭이다. 장 센터장은 "5년 전 솔레이마니 피살 때만 해도 반미여론이 높았지만, 지금은 민심이 너무 안 좋다. 혁명수비대 수뇌부 20명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죽은 것보다 주민 피해에 더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도 고립무원 상태다.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이 지원한 팔레스타인(하마스), 시리아-레바논(헤즈볼라), 이라크, 예멘 등지의 대리 무장세력은 궤멸된 상태다. 가자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조직적인 공격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외교적으론 이란을 두둔하지만, 직접적인 지원을 망설였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미국은 물론 서방의 실질적인 지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 16일 캐나다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 자위권 인정 △이란은 지역 불안정 및 테러의 주요 원천 △이란 핵개발에 대한 분명한 반대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냈다.

 

결국 안팎으로 몰린 이란 정부가 손에 쥔 카드는 많지 않았다.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의 온건개혁파 정부는 화전 양면의 대응을 해 왔다. 이스라엘에 군사적 보복을 하는 한편,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온 것. 압바스 아락치 외교장관의 양자, 다자 외교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지난 20일 제네바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장관 및 카자 카라스 유럽연합(EU) 외교대표 등과 회동한 뒤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날아가 이슬람국가연합(OIC) 외교장관 회의에 참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지난 3월 21일 그의 집무실에서 제공한 유인물 사진. 그가 테헤란에서 열린 연례 노루즈 연설에서 군중에게 연설하는 모습. 2025. 3.21. AFP 연합
 

온건개혁파 정부의 화전양면

 

"이란 국민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에 핵협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 미국의 이스라엘 설득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도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타르와 튀르키예를 통한 중재 외교도 가동됐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이 유엔헌장 51조(자위권) 위반이라면서 국제적인 우호 여론 조성에서 힘쓰고 있다. 23일엔 크렘린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 하메네이의 친서를 전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사정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연일 허풍을 떨었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민중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 이상 쓸데 없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라는 트럼프의 다짐도 자칫 무색해질 위기에 처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일회성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었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재고도 줄어들지만,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무기한 가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여전히 최고의 방패임을 자랑하지만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던 작년 4월 13일, 람 아미나흐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은 와이넷 인터뷰에서 밝힌 아이언돔 방공체계 운영비는 하룻밤에 40억 셰켈(1조 4694억 원)을 상회한다.

 

트럼프가 23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핵개발 저지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진짜 목적이었다면 이번 공격으로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데 만족하고 일단락 짓는 게 유일한 출구였다. 여기의 거친 입과 이란 직접 공격이라는 '작은 불'로 '큰 불'을 끄려는 트럼프의 의도가 적중했다.

 

어차피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어느 한 나라가 지도에서 삭제되지 않는 한, 항구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란은 계속 핵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고,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갈수록 불길이 커진다는 점. 중동 불안의 여진은 디폴트, 내장돼 있다.  < 김진호 기자 >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이던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이 21일 미국의 이란 공습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6.21. AP 연합

 

이란, 휴전 수용 시사…“이스라엘 공격 중단하면, 대응 안 해”

AP “새벽 4시 이후 양국 공습 없어”

 
 
2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의 카타르 미군 기지 공격을 기뻐하는 이란 사람들. 와나통신/테헤란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이란도 이를 사실상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이 중재국 카타르보다 앞서 이스라엘에 휴전 의사를 물었고 이스라엘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4일 새벽 4시(현지시각)까지 이스라엘이 불법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란도) 대응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을 응징하기 위한 우리의 강력한 군사작전은 새벽 4시까지 계속됐다. 모든 이란 국민과 함께, 사랑하는 조국을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수호할 준비를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적의 공격에 대응한 군에 찬사를 보낸다”며 사실상 마지막 교전을 마쳤다는 발언을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새벽 4시 이후 양국의 교전은 멈췄다고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각)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 크렘린에 도착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워싱턴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를 해 휴전 의사를 확인한 뒤 카타르에 양국의 휴전 협정 중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추가 공격이 없는 한 휴전에 동의했고, 이란도 이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먼저 휴전을 시작하고, 12시간 뒤 이스라엘이 뒤따른 뒤 다시 12시간 뒤 전쟁이 종료된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를 통해 23일 미국시각 오후 6시(이란 현지 시각 새벽 2시)께 밝혔다.             < 최우리 기자 >

 “식량 주권을 책임지는 농민들의 의지를 꺾는 ‘농망장관’ 유임”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자 농업 주요 법안을 ‘농망 4법’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던 송 장관에 대한 유임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농업만 빠진 내란청산, 송미령 장관 유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송 장관은 쌀값 급락 때 재정으로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관되게 반대했고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등 4개 농업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 4법’”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송 장관은 농업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장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원색적 비난을 했다.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송 장관 유임은 식량 주권을 책임지는 농민들의 의지를 꺾는 ‘농망장관’ 유임”이라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11명의 국무위원 중 한 명이었다. 송 장관은 이후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인 줄 알지 못했다. 알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송 장관은 내란 행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란 종식을 내세우며 내란 책임·동조자를 다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으나 송 장관을 유임하는 선택을 했다”며 “남태령, 광화문, 한남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추운 날씨에 내란 종식을 외친 광장 시민의 뜻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추운 겨울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끌고 상경한 것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 등 ‘내란 농정’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며 “대통령은 송 장관 유임을 철회하고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장관을 임명하며, 대통령에게 ‘농망장관’을 누가,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쳐 추천했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하라”고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내어 “송미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 농민 말살 정책을 주도한 ‘농망장관’이자 12·3 내란사태를 방조한 ‘내란장관’이다.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 시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농업민생 4법의 거부권을 건의한 자”라며 “남태령을 넘어 식량 주권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농민과 온 국민의 염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답이 고작 이뿐이라면, 답은 다시 투쟁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 고나린 기자 >

 

송미령 유임에 ‘어리둥절’ 농해수위…국힘 축하·민주 추궁·장관 “저도 당황”

송 장관 “국정 철학에 맞춰 생각 바꿀 것”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에서 유임되자 2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회의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여럿 연출됐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축하한다”고 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반대로 “(유임을) 고사하는 게 맞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오후 2시엔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었고, 이 자리엔 송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30여분 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열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송 장관은 이중 유일하게 ‘유임’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열린 농해수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얼떨떨한 반응이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시·청도군)은 “저도 보도(를) 보고 이례적으로 이해를 했다”며 “어쨌든 유임에 대해 축하도 드리면서 소감 한마디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송 장관은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며 “일단 굉장히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기 때문에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의원님들과 의논하면서 우리 농정이 지속 가능하고 더 발전해서 우리 국민에게도 부담되지 않고 농업인의 삶도 나아질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 역시 “연임을 축하한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민주당 의원들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전남 여수갑 지역구의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저희가 발의한 농산물 가격 안정법 등에 대해 ‘농망법’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앞장서서 거부권 행사를 (송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관철시켰는데, 이재명 정부에서 이 법안들 통과되면 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거냐? 같은 내용의 법안들이 통과되면 어떡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송 장관은 “부작용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의원님들과 의논해서 그리고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이 “대통령 생각에 맞춰서 이젠 좀 생각을 바꿀 거냐”고 묻자 송 장관은 “당연히 국정철학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작용(은)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을 들은 주 의원은 “안타깝다”며 “그 정도 되면 제가 보기에는 (장관직 유임을) 고사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일국의 장관이 그렇게 앞뒤가 틀린 정책을 추진해서야 어떻게 영이 서겠냐”고 꼬집었다.

 

전남 영암·무안·신안군 지역구의 서삼석 민주당 의원도 농정의 여러 현안들과 문제점들을 언급한 뒤 “유임에 연연하지 마시고 이런 일부터 잘 고쳐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왼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을 비판하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
 

거세게 반발한 건 진보당이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상임위 시작 전 10분, 15분 전에 언론 보도를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멘붕’이 온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주권 정부라는 이재명 정부에서 농림부 수장 인사를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가지 않고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송미령이 어떤 분이냐. 농업 민생 4법을 농업을 망치는 ‘농망 4법’이라고 막말과 악담을 퍼부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내란 정부의 국무위원으로서 내란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모습도 석연찮은 게 너무나 많다”고도 했다. 그는 “빛의 혁명”과 “남태령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를 언급하며 “(회의에) 들어오기 전에 농민들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너무나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지금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항의의 뜻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 송경화 기자 >

 

송언석, 유임 송미령에 “매우 비겁…거부권 건의 법안 소신 밝혀라”

장관 인선에 “민주당 선대위 같아…논공행상 우선”

 
 
송언석(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향해 “본인이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법률안 거부)를 건의했던 법안에 대해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소신과 철학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송미령 장관에게 공개 질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송 장관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농업4법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요구한 바 있다. 어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일명 한우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해서도 재의 요구한 게 송 장관”이라며 “송 장관은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해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는데 국민 시각에서 매우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전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의 철학에 맞춰 생각을 바꿀 생각인가”라고 묻자, 송 장관은 “당연히 국정 철학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 전날 발표된 이재명 정부 장관 인선에 대해 “명단을 보니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게 아닌가 ”라고 비판 했다.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특히 우려된다. 그동안 진행된 노동개혁 성과가 후퇴하고 노란봉투법 , 중대재해처벌법 , 주 52시간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기업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는 인사”라며 “민 (주 ) 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 날아오는 걸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외교 · 안보 라인은 실패한 올드보이들”이라며 “노무현 ,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탈미 , 친중 외교가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 김해정 기자 >

 

‘송미령 농림장관 유임’ 반발에…우상호, 오늘 국회 찾아 농해수위 여당 의원 설득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운식 선임기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에 반발하는 여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24일 국회를 찾아 간담회를 갖는다.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과 농민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윤석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반대했던 송 장관을 유임시킨다고 발표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 수석은 이날 오전 11시 열리는 여당 농해수위 위원들의 정례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 유임 결정 배경을 설명하기로 했다. 우 수석은 인사 발표 이후 위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물밑 설득 작업도 진행했다고 한다. 송 장관 유임이 결정된 뒤 여당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 사이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가 발의한 농산물 가격 안정법 등에 대해 ‘농망법’이라고 하면서 송 장관이 사실상 앞장서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관철시켰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농민 단체와 시민사회도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2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성명을 내어 “남태령을 넘어 식량 주권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농민과 온 국민의 염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답이 고작 이뿐이라면, 답은 다시 투쟁하는 것뿐”이라고 규탄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성명에서 “송 장관은 농업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장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원색적 비난을 했다.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송 장관 유임은 식량 주권을 책임지는 농민들의 의지를 꺾는 ‘농망장관’ 유임”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농해수위 쪽은 송 장관 유임 논란이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라고 전망하고 있다. 진영을 넘어 대부분의 농민단체들이 송 장관 인사에 반발하고 있다는 게 농민단체를 잘 아는 이들의 설명이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농정은 윤석열 정부와는 근본부터 달라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생각인데, 송 장관 인사로 인한 박탈감과 분노를 어찌 달랠지 우려스럽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지만,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앞으로 송 장관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저희도 일단 여론 추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엄지원 기자 >

 

이 대통령 “진영 달라도 능력 있다면 기회 줄 수 있어”…송미령 유임 설명

민주당 원내대표단 만찬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과 관련해 “능력이 있다면 어느 진영의 사람인가보다 능력 안에서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 장관 유임을 두고 농민단체 등에서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용주의 기조를 내세워 인선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송 장관과) 국무회의 때 얘기해보니 (농정에 대한) 식견도 있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더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에 대한 언급은 이날 만찬에 앞서 이뤄진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송 장관에 대한 우려를 알고 계셨다”고 했다.

 

이날 오후 이뤄진 내각 인선 발표에서 전 정권 인사인 송 장관이 유임된 것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쪽에서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트랙터를 몰고 왔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농민말살 정책을 주도하고, 내란 사태를 방조한 내란 농정 수장을 유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송 장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던데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을 “농업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를 공개 거론했기 때문이다.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날 만찬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원내지도부 21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쪽에선 이 대통령과 참모진이 함께 자리했다. 된장국에 밥, 반찬이 곁들여진 한식 메뉴로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하나씩 돌아가며 대선 선거 유세를 하며 겪었던 소회를 얘기하고,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말을 하나하나 새겨들으며 지금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업과 교감이 매우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당정 간의 호흡이야말로 성공의 밑거름”이라며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또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세상이 달라졌다’, ‘살기 좋아졌다’는 평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재명 정부 1기 원내대표단으로서 민생회복과 개혁·민생입법에 진력하는 한편 국민과의 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며 “또한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다짐에 정부·대 통령실과 협력해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고 박상혁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 원내대표단에 “의회 외교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소년공이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대화한 얘기를 전하며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기민도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