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박탈’됐던 사법권, 치욕을 치욕으로 못 느끼는 조희대

보수 판사에 촛불집회 사건 몰아줬던 ‘배당 꼼수’의 데자뷰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올해 최악의 인물은 누구일까요?’ 논썰이 한겨레TV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 설문을 올렸는데 댓글 중 압도적 다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꼽았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왜 올해 최악의 인물로 선정될 만큼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인지 말씀드리고, 뒤에선 대법원이 18일 내놓은 내란전담재판부 예규의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희대 무혐의? ‘사초’ 쓴다더니 ‘메모’ 적다 만 내란특검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15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조 대법원장이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이 계엄 상황을 준비하거나 논의하기 위한 간부회의를 개최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계엄 다음날인 12월4일 새벽 0시33분(채널A)과 0시46분(조선일보)에 대법원이 형사재판 관할을 군사법원으로 이관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고 비상계엄 관련 긴급 심야 간부회의를 진행 중이라는기사가 나왔는데, 조 대법원장은 0시40분께, 천 처장은 0시50분께 대법원 청사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런 회의를 주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그러나 청사 도착 시간이 무혐의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해당 조선일보 기사만 보더라도 “조 대법원장은 공관에서 관련 사항을 보고받다가 이날 새벽 청사로 출근해 회의를 주재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계엄 선포 뒤 통신 수단을 통해 먼저 보고와 지시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건 상식입니다. 계엄 선포 직후의 심야에 부정확한 보도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지만, 12월4일 오전 08시45분에 수정된 조선일보 기사에도 ‘심야 간부회의 진행’ 사실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국민이 피끓는 심정으로 온뭄을 던져 싸울 때 국민 기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대법원은 내란 성공을 전제로 계엄사령관에게 사법권을 갖다 바치려 한 것입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그러나 특검의 수사는 내란의 합법을 공인하려 했던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질의서를 전달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조처가 없었습니다. 계엄의 밤, 대법원의 심야 긴급 간부회의에서 무엇을 획책했는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합니다.”

―12월15일 기자회견

 

사법부의 내란 협조 진상에 관한 한, ‘사초’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에 임하겠다던 특검이 ‘메모’만 끄적이다 만 느낌입니다.

 

‘6시간 박탈’됐던 사법권, 치욕을 치욕으로 못 느끼는 사법부

 

김선수 전 대법관은 지난 11일 대법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조희대 사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김선수 전 대법관 “현재 우리 법원은 침몰하기 직전의 난파선과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배가 지난 3월7일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과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거대한 암초를 들이받고 좌초한 상태에서 일부 법관들의 내란 관련 형사사건의 이해할 수 없는 진행과 특검의 영장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 등 국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내란 극복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행태로 말미암아 배의 바닥에 폭탄을 던져서 침몰을 독촉하고 있는 그런 형국이 아닌가….”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3일차 공청회

 

내란 이후 사법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입니다. 그런데 사법부라는 이 배는 난파되기 전에 이미 해적들에게 탈취당하기까지 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 밤 10시27분부터 계엄이 해제된 다음날 새벽 4시30분까지 6시간 동안 ‘실제로’ 사법권이 박탈됐었기 때문입니다.

 

계엄이 선포돼도 입법부 권한은 유지되는 반면, 사법부 권한은 중지됩니다. 계엄법 제8조에 따라 사법기관은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고, 계엄법 제10조에 따라 주요 범죄의 재판관할권이 군사법원으로 이관됩니다. 사법부가 ‘일개’ 육군 대장인 계엄사령관의 휘하에 들어가는 치욕스런 일이 실제 벌어진 것입니다. 계엄 선포가 밤에 이뤄졌기에 망정이지, 낮에 벌어졌다면 계엄사령관이 대법원장 위에서 사법부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상황이 연출됐을 수도 있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실제로 삼권분립은 파괴됐고 사법 독립은 침탈됐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4일 출근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자 “계엄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원장님은 어떻게 보시는지?”

조희대 대법원장 “차후에 그런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한번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 “탄핵 사유까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원장님 입장은?”

조희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2024년 12월4일 출근길 인터뷰

 

이날 오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윤석열의 위헌적인 쿠데타 시도에 대한 법원 차원의 최소한의 조치로써 대법원장님께서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 주셔야 한다”(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글도 올라왔지만, 대법원장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태도입니다. 사법부가 현대사에서 45년 만에 겪은 최악의 사법권 부정 사태를 겪고도 아무런 치욕감도, 분노도 없습니다. 그래놓고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을 입에 담을 수 있습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 5부 요인 오찬에서 “사법부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그것이 반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는데, 후안무치한 거짓말입니다.

 

탈취당한 사법권을 되찾아 돌려준 것은 국민과 국회였습니다. 그런데 사법부는 오히려 국민과 국회의 내란 단죄 요구를 외면해왔습니다. 윤석열 내란세력을 감싸고 내란세력의 연장을 돕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년의 시간이 흐른 올해 12월5일에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위헌’이라는 사법부 입장을 이제야 공식 표명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 등 사법개혁안에 대해선 즉각 위헌이라고 반발합니다. 염치도, 수치심도 없는 사법부입니다.

 

신군부에 고문당했던 대법관, 사법부는 굴욕의 역사도 잊었나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 전체가 치욕을 느껴야 하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12·3 내란이 성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먼저 45년 전의 일화를 보겠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1979년 10월26일 독재자 박정희를 살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대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이 1980년 5월20일 내려졌습니다. 당시는 계엄 상태였습니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신군부의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이영섭 대법원장에게 ‘김재규 사건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육군본부 법무감이 ‘1개월 안에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판결 후 전두환은 대법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사범을 처리하는데 무슨 놈의 법관들 합의가 필요하냐, 정신 나간 대법원판사들 그냥 쓸어버리자”고 말한 군 장성도 있었다며 겁박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대법관 14명 중 6명은 용기있게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중 양병호 대법관은 보안사로 끌려가 고문을 받고 사표를 강요당했습니다. 고문당한 양병호 대법관은 사표가 수리된 뒤 풀려나 대법원장을 만났는데, 마시던 커피가 흘러 목덜미와 가슴을 적시는 것도 모른 채 눈에 초점이 풀려 있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소수의견 대법관들도 모두 사표를 내거나 재임명에서 탈락해 쫓겨났습니다.(한승헌 전 감사원장, ‘“판사 쓸어버리겠다” 위협…보안사, 소수의견 판사 연행해 고문’, 경향신문 2015년 5월24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사건은 현재 재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사법부가 군사독재의 압력에 밀려 부당한 판결을 내린 치욕의 역사입니다. 더군다나 법관의 양심에 따라 소수의견을 냈던 대법관들이 고문과 사표 강요를 당한 것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야만스러운 역사였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그러나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뻔했습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이른바 ‘수거’ 대상으로 “좌파 판사 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판사, 전 대법관 “권순일”, 반정부 집회·시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노랑 판사”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수많은 법관들이 유혈의 희생을 당했을 것입니다. 또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대법관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법관들에게 가해지는 직접적·신체적 위해만큼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런 사실이 드러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법관들도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기만 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서울서부지법이 폭도들에게 유린당한 ‘사법부 테러’가 발생해도 침묵했습니다. 대법관이 끌려가 고문이라도 당해야 12·3 내란이 위헌·위법임을 인정하겠다는 걸까요. 이런 대법원장, 이런 사법부가 말하는 사법 독립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과 모든 법관의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사법부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한만 행사할 줄 알지, 사법 독립과 법관 보호를 위해선 아무런 말과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가 자신의 권한을 견제하려 할 때만 사법 독립을 내세웁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보수 판사에 촛불집회 사건 몰아줬던 ‘배당 꼼수’의 데자뷰

 

이런 대법원장이 있으니 내란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고인들의 재판을 지귀연 재판장에게 배당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사법부가 ‘사건 배당’을 통해 어떻게 재판을 왜곡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촛불집회와 관련해 참가자 다수가 기소됐는데 이들의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의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식으로 배당됐습니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판사였습니다. 더구나 이 재판부는 외국인 사건 전담 재판부였습니다. 누가 봐도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얻어내기 위한 의도된 배당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같은 법원의 판사 13명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법원장이 해당 사건들을 다시 무작위 시스템으로 배당해야 했습니다.

지귀연 재판부 배당과 닮았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내란 재판이 이례적으로 재판장 전원의 대면 회의를 거쳐 배당되었고 그 과정에서 인사이동이 임박한 재판부 등을 제외한 약 10개 재판부만 전산 배당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경제·식품·보건 사건을 주로 맡았던 지귀연 재판부가 줄줄이 내란 사건을 맡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게 무작위 배당 원칙을 온전히 지킨 것입니까. 이거 ‘짜고 친 고스톱’ 아니었습니까.”

―12월1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지귀연 재판장은 지난 2월 법관인사 당시 교체 주기인 2년이 지나 교체 대상이었는데, 그 직전에 재판장 교체 주기를 3년으로 늘리도록 내규를 개정해 그대로 남았습니다. 게다가 내규 개정으로 배석 판사들은 교체 주기가 2년으로 늘었는데, 지귀연 재판장의 배석 판사들은 두명 모두 1년 만에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법관 경력이 한참 적은 판사들로 교체됐습니다. 지귀연 재판장에게 ‘판’을 깔아준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약 2주 뒤에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보이지 않는 대목입니다.

 

대법원 ‘전담재판부 예규’로 ‘제2 지귀연’ 막을 수 있나

 

지귀연 재판부에 내란 사건의 핵심 재판들이 배당된 배경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를 한사코 거부하던 대법원은 18일 내란·외환·반란죄 사건은 전담재판부가 맡도록 하는 예규를 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시점이 다가오자 부랴부랴 자체 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첫번째 드는 생각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을 그동안 왜 안 했느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위시한 사법부 수뇌부는 12·3 내란 사건을 신속·엄정하게 재판할 의지가 없었음을 뒤늦게 자백한 셈입니다.

 

둘째, 대법원 예규는 ‘제2의 지귀연 재판부’가 나오는 것을 방지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담재판부 추천 과정에서 법원 외부 인사를 배제하고 법원 내부 판사들의 추천 과정을 거쳐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도록 수정안을 마련했는데, 대법원 예규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 중에서 전담재판부를 ‘무작위 배당’하겠다는 것인데,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의 뜻대로 인사가 이뤄진 상태이고 내년 2월 또 인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무작위 배당이란 것도 말 그대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 서울고등 형사재판부는 올해 2월 세팅이 된 거 아닙니까. 조희대가. 그 중에 하나 골라서 주겠다는 거니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을 엄청나게 무시한 거예요. 개혁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민주당의 수정된 법안보다 엄청나게 후퇴된 겁니다. 지귀연과 같은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거든요.”

―12월19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더불어민주당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내란전담재판부에 특정 판사를 추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므로 무조건 ‘무작위 배당’을 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재판부터 무작위 배당이 아니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관련 사건’이라는 이유로 김 전 장관 재판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에 지정 배당했습니다. 그럼 이것도 위헌인가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사건이 무작위 배당의 포장을 씌웠지만 왜 그 많은 서울중앙지법 합의부 중에 지귀연 부로 갔느냐는 미스테리, 그리고 두번째, 본체에 해당하는 윤석열 사건을 당연히 관련 사건으로 무작위 배당이 아니라 딸려보낸 그 미스테리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 서울고등법원에 있는 14개 형사부 중에 무작위 배당이라는 형식을 씌워가지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뜻에 맞는 재판부로 보내고 윤석열 사건도 거기에 관련 사건으로 끼워넣는 구조가 똑같은…이거는 우리가 허용할 수 없는 거죠.”

―12월19일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내부 추천 방식’의 전담재판부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입니다. 독일의 경우 법관들이 선출한 독립 기구인 법관사무분담결정위원회가 모든 사건 배당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법관들이 공동 책임으로 사건을 배당하는 이같은 제도는 내란전담재판부를 넘어 더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세번째, 대법원 예규에는 영장전담재판부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특검 영장을 수없이 기각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4명에게 내란 관련 영장심사를 계속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신인규 변호사 “내란전담재판부를 하더라도 지금까지 사법부가 보여왔던 국민 불신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더 자정하는 길밖에 없다. 그 자정의 길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전담재판부에 있어서는 본인이 관여하지 않는 방식의 선언적 차원에서도 적극적 조치를 더 해야 사법 불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12월18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사법부 신뢰 회복 출발점은 ‘조희대 사퇴’

 

내란 사건 재판장들이 다 지귀연 같은 것은 아닙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을 맡은 이진관 재판장은 강단있는 재판 진행으로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등을 재판하고 있는 백대현 재판장은 내년 1월16일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선고를 먼저 지켜본 뒤 선고해달라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윤석열 “다른 관련 사건들의 심리 결과나 증거 판단 결과를 봐야 되고, 전제가 되는 것을 간과하고 결론을 낸다는 것이 맞겠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합니다.”

백대현 재판장 “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에 해당하는지, 불법인지 이 부분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쟁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그 부분에 관해서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보고 따라가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이 됩니다.”

―12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결심 공판

 

또 이현복 재판장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정보사 요원 정보 유출’ 혐의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임을 처음으로 판결문에 명시했습니다.

 

[논썰] ‘올해 최악의 인물’ 조희대: 수치심 없는, 수치스러운 사법부 수장. 한겨레TV
 

이현복 재판장 “계엄이 선포 단계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동력 중 하나가 되었고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라는 중대하고 엄중한 결과가 야기되었습니다.”

―12월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선고 공판

 

이처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는 사명에 충실한 법관들이 있지만,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재판장, 그리고 4명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이 국민들 가슴에 남긴 불신의 상처가 너무 깊습니다. 특히 이 모든 사법부 타락의 정점에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큽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사법부라는 배의 부력은 국민의 신뢰라고 비유했습니다. 사법부는 이제 난파선이 돼 가라앉느냐, 새로 부력을 얻어 항해를 시작하느냐는 거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사법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이제 국민주권을 무시하고 헌정수호를 배반하는 탈선한 사법부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타락한 법복귀족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그런 인물이 선장으로 있는 배에 기꺼이 올라탈 국민은 더 이상 없습니다.

올해 최악의 인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선정한 이유입니다.    < 박용현 기자 >

 

계엄 1년 지나 조희대 대법원이 궁리한 노림수


영장 전담 법관 없으면 또 '수원지법 3인방'꼴
재판 중계, 재판 기간, 전속관할 내용도 없어

민주, 내란재판부법 연내 국회 통과 방침 확고
정청래 "조희대 사법부 뒷북 꼼수, 국민 기만"
이언주 "역설적으로 전담재판부 문제없다 자인"
김승원 "서울고법 재판부, 조희대 뜻대로 세팅"
양부남 "지귀연 같은 판사에게 배당될 수 있어"

 

조희대 대법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19.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8. 연합
 

조희대 대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넘어서야 법적 구속력도 없는 예규 제정을 통해 내란·외환 사건에 대한 자체적인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당 측은 "1년간 허송세월 하다 이제 와서 뭐 하는 짓이냐"며 이를 '국민 기만'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대법원 예규의 한계와 숨은 노림수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연내 국회 통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이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겠다고 한다. 진작에 하시지 그랬나. '조희대 사법부스럽다'라는 생각이 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놓은 것"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조희대 사법부와 지귀연 재판부는 12·3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축구' 하듯이 질질 끌었다. 그때 조희대 대법원장이 경고하거나 조치했어야지 이제 와서 뭐 하는 짓인가?"라며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에서 진작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했더라면 지난 1년간의 허송세월에 국민들이 분통 터지는 상황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까지는 내란 청산에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아니 훼방만 하다가 뒤늦게 시늉만 하는 조희대 사법부의 행태는 국민 기만, 국민 우롱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니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청산 훼방꾼이라는 것"이라며 "조희대 사법부는 걸핏하면 사법부 독립을 외치면서 입법부인 국회에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고 하니까 반대하는데, 이건 입법권 침해 아닌가? 법이 통과되려고 하니까 예규 소동을 벌이나? 오히려 내란·외환 재판부 설치 특별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를 더 극명하게 증명하는 사법부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나아가 "12·3 비상계엄 내란 때 반헌법적 계엄 반대, 사법부 독립을 외치지 못하다가 윤석열 파면 이후 내란이 극복되자 사법부 독립을 외쳤던 조희대 사법부"라며 "일제 치하 때는 독립운동 안 하다가 8·15 해방 이후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을 하는 '8·16 독립운동가'처럼 조희대 사법부는 뒷북치는 꼼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인데 누가 당신들의 진정성을 믿겠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과 사법 개혁안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고 차질 없이 처리·통과시킬 것"이라며 "예규는 언제든지 변경 가능하고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과도 같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기분 내키면 예규를 마음대로 만들듯이 변심하면 언제든지 없앨 수 있는 불안정한 것이다. 시행령보다 한참 낮은 단계인 예규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겠다는 꼼수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번 대법원의 발표가 역설적으로 '내란과 외환 등 국가 중요 사건의 전담재판부 설치가 문제가 없다'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그런 의미에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민의를 담아서 법률로 통과를 시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 예규 등을 통해 국회가 통과시킬 전담재판부법과 관련한 절차적인 문제들을 잘 보완하고 변경해 만반의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내란전담재판부법 처리를 전제로 대법원 예규의 보완적 역할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9. 연합

 

당내 법률가 출신 의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법원 예규를 두고 "서울고등법원 전담재판부에서 좀 빠르게 재판하겠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했다"면서 "대법원 예규로 하급심 법원에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그거는 위헌 아니냐. 세상에 그런 오만이 어디 있나. 그것도 법관의 독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도 "한마디로 평판사들의 추천권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조희대 법원행정처가 임명한 서울고등법원장에 의한 배당만 허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였다"며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초래한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전혀 해소하지 않고 또 조희대 법원행정처 의지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고등법원 형사재판부는 올해 2월에 조희대 뜻대로 다 세팅이 됐는데 그중 하나를 골라 배당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대법원 예규대로 하면 12·3 내란 사태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한 서울고법 형사 재판부들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가 지정이 될 테니 '도로 조희대' 꼴이 날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대법원 예규에는 영장 전담 법관에 관한 내용은 아예 없다. '수원지법 출신 3인방'을 비롯한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들이 3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줄줄이 기각했던 행태가 내란 사건 2심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승원 의원은 "대법원과 조희대로 향하는 수사를 영장 단계에서부터 막겠다는 것"이라며 "재판 중계, 재판 기간, 전속관할에 관한 내용도 (대법원 예규에) 없다"고 간파했다. 검사 출신 양부남 의원도 "기존 재판부에 무작위로 내란 사건을 맡겨서 그걸 내란 재판부라고 우기는 건 지록위마이자 양두구육"이라며 "(대법원 예규는) 개혁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우리가 수정한 법안보다도 엄청나게 후퇴했다. 지귀연 같은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예규를 보면 오히려 우리가 추진하는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본래 계획대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오는 23일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24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현재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이 완전한 내란 종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 상식과 법치의 이름으로 필요한 조치를 끝까지 다하겠다"고 못박았다.                                            < 김호경 기자 >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위헌시비, '빈 껍데기' 불과

민주당 ‘도로 조희대 법안’으로 후퇴해선 안돼

 

윤석열 일당의 내란범죄에 대한 단죄가 사법부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의 느려터지고 물러터진 내란재판 진행을 보다 못한 민주당은 지난 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만들어 국회법사위를 통과시켰으나 위헌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지난 16일 부랴부랴 수정안을 내놓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위헌논란이 집중됐던 1심 적용을 포기하고 2심부터 적용하자는 수정안에는 이의가 없다. 이제 와서 지귀연을 배제하기 위해 위헌시비를 무릅쓰며 무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이 된 특별재판관 추천위원회를 아예 없애거나 외부인사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대법원장에게 2심 내란특별재판부 구성을 일임하겠다는 수정안은 한마디로 우스꽝스럽고 우려스럽다. 최소한 2심 재판부 구성에선 조희대의 입김을 피할 목적으로 특별입법을 시작했으나 돌고 돌아 2심 재판부 구성마저 조희대에게 일임하겠다는 ‘도로 조희대’ 법안으로 낙착되는 분위기 때문이다. 조희대의 손에 역사적 내란심판의 항소심까지 통째로 맡기자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민주당은 ‘위헌’이라는 허깨비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 칼자루를 헌납하고 있다.

 

나는 단언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위헌시비를 피해 가면서도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해법은 내란특별재판부를 국민추천 재야출신 법률고수와 무작위추첨 현직법관의 혼합방식으로 구성하는 데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귀연 부장판사

 

위헌시비? 궤변에 불과하다

 

보수언론과 기득권 법조카르텔이 앵무새처럼 외치는 위헌논리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빈껍데기다.

 

첫째, ‘처분적 법률’ 시비. 특정인과 특정사건, 즉, 윤석열 일당의 내란범죄만을 겨냥하는 1회적 처분 성격의 법률이라서 위헌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 문제는 지금처럼 윤석열 내란일당한테만 적용하는 처분적 법률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모든 내란범죄에도 적용하는 일반적 성격의 특별법으로 규정하면 해소된다.

 

둘째, ‘2심 적용 소급입법’ 시비. 이건 악질적인 궤변이다. 헌법이 금지하는 소급입법은 ‘없던 죄를 만들어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판 절차나 법원 조직을 바꾸는 것은 처벌을 강화하는 게 아니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2심 재판의 규칙을 지금 바꾸는 것은 소급적용이 아니라 제도개선이다. 피고인에게는 ‘내가 원하는 판사에게 재판받을 권리’ 따위는 없다. 1심은 이미 선고시점이 가시권에 들어온 시점이기 때문에 지귀연 재판부를 그대로 인정하되, 2심부터는 새 법에 따라 구성된 특별재판부가 맡는다면 법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셋째,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소위 뺑뺑이(무작위) 배당만이 공정하다는 주장인데 그럴듯하지만 매우 선택적인 비판이자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영장전담판사나 전문분야 재판부처럼 배당가능 법관이나 재판부가 소수인 경우 무작위 배당은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아직도 ‘적의처리사건’에서는 무작위 배당이 배제되고 법원장의 임의배당이 가능하다. 그보다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전국의 지법 부장이나 고법 재판장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하거나 법관자격을 갖춘 재야인사를 국민이 추천하는 방식, 또는 양자의 혼합방식에 의해 정해지는 내란전담 특별재판관이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해서 ‘자연스러운 판관’의 요구에 들어맞는다. 국민추천으로 한시 채용되는 재야출신 특임법관이나 무작위추첨으로 특별재판부에 배정되는 현직법관은 모두 헌법이 말하는 ‘법률이 정한 법관’으로 보는 데 무리가 없다.

 

대안: 국민추천과 무작위추첨의 결합

 

그렇다면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나는 민주당 원안의 추천위원회가 가진 정치적 편향성도, 수정안의 실질적인 대법원장 전권이 가진 위험성도 모두 배격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시민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전직 대법관·헌재재판관, 법관유자격 법학교수, 인권변호사 등을 1차 후보군으로 올리자. 그리고 이들의 적격성을 심사할 추천위원회는 국회나 정부 인사가 아닌,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공법학회장, 한국형사법학회장 등 순수 민간전문가 대표들로만 구성하자. 논란의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게 정치색을 완전히 빼버리자는 것이다. 여기에 전국의 고법 형사부 재판장 중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된 현직법관들을 추가하자. 다만 재판장은 반드시 국민추천인사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대법원장은 추천위가 검증한 국민추천 재야법사와 전국의 지방법원 형사부 부장판사나 고등법원 형사부 재판장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된 현직법관을 섞어서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혼합비율은 추천위가 정하도록 재량권을 주되 재판장은 반드시 국민추천 재야법사 중에서 모셔야 한다. 결과적으로 1심은 재판장 포함 국민추천법사 1~2인과 무작위추첨 현직법관 1~2인으로 3인 대등재판부를 운영하고, 2심은 재판장 포함 국민추천 재야법사 2~3인과 무작위추첨 현직법관 2~3인으로 5인 대등재판부를 운영한다.

 

국민추천 재야법사로 임명되는 재판장은 한층 직접적으로 강화된 민주적 정당성을 재판부에 부여한다. 또한 관료화된 현직판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와 ‘눈치 보기’를 차단한다. 이와 동시에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현직법관들이 참여하여 실무적인 안정을 도모한다.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추천한 ‘재판의 거인’들이 법대 중앙에 앉아 내란범죄 피고인들을 단호하게 꾸짖는 장면, 이것이야말로 사법민주주의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다. 역사적인 내란범죄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특정 지방법원이나 특정 고등법원의 작은 인력풀 가운데 컴퓨터 추첨으로 선발된 현직법관만으로 구성하는 공정하다는 방안보다 위의 혼합방식이 더 예측 불가능하고 조작 불가능한 합헌적 재판부 구성방안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움츠리지 말라

 

내란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잘 알려지진 않았어도 이는 엄연히 우리 법질서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국회는 1996년 전두환과 노태우의 12.12 군사하극상과 5.17 내란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5.18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동시에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적용배제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내란죄와 외환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앴다. 윤석열 일당의 새로운 죄상이 드러나면 아무 때나 더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란범죄는 그만큼 심판의 무게가 다른 역사적인 중대범죄다. 그 역사적 무게를 감당할 그릇을 만드는 것은 입법부의 의무이자 입법형성 재량에 속한다. 지금 민주당이 할 일은 위헌 허깨비에 주저앉아 ‘도로 조희대 법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란재판에선 법률에 따라 국민이 세운 재판관이 심판한다는 원칙을 법전에 새겨 넣는 것이다.

 

1심 지귀연 재판부는 그대로 둬도 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추천과 무작위추첨 특별재판부 법안을 통과시켜 2심에선 더 무서운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지귀연 재판부는 역사적 책임감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끼며 공정한 재판을 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헌법파괴 세력을 단죄하는 칼자루를 또다시 조희대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 관료제에 넘겨주지 말라. 내란 재판관, 국민이 추천해서 헌법과 법률로 추상같이 단죄한다. 이 명분 하나면 위헌시비 따위는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민주당은 공연히 쫄지 마라. 다만 민주당발 땜질처방식 ‘사법개혁’은 이것으로 끝내고 대통령 주도 종합적인 사법개혁으로 판을 키우라.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두더지 잡기’식 사법개혁 멈추고 판을 키워라

사법부의 자업자득으로 얻은 사법개혁 골든타임
조희대 지귀연 응징 넘어 종합·체계적인 수술을

 

지금 여의도, 특히 민주당은 사법부와 전쟁 중이다. 국민의 뇌리에는 이재명 대선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재판절차를 비틀어버린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농단과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주기 위해 기상천외한 시간계산법을 창조해낸 지귀연 재판부의 궤변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법관이 정치적 자객으로 돌변했을 때 주권자 국민들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치를 떨고 인내심이 바닥났다.

 

촛불시민들과 민주당 일각, 조국혁신당이 조희대 탄핵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민주당 주류는 보다 신중하다. 공식적으로는 탄핵 얘기를 거론하지 않고 조희대-지귀연 방지법으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법관 증원법, 내란전담 특별재판부법, 그리고 법왜곡죄 신설이 그것이다. 조희대와 지귀연이라는 ‘휴먼 에러’를 응징해서 다시는 이런 괴물판사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묻는다.

지금의 민주당 사법개혁 추진방식이 과연 옳은가?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인가?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접근법은 그때그때 터진 문제에 뒷북 대응하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특정판사의 일탈이 불거지면 그 판사를 잡을 법을 만들고 특정재판부의 판결이 이상하면 그 재판부를 우회할 특별법을 만드는 식이다. 이는 마치 두더지잡기 게임 같다. 망치를 들고 쫓아다녀 봤자 사법부라는 거대한 땅굴 속에 숨은 기득권 카르텔은 비웃으며 다른 구멍으로 튀어나올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당 주도의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어서 정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법개혁은 고도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정당이 전면에 나서서 특정 사건(내란 등)과 결부된 법안을 쏟아내면, 사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법권 독립"이라는 방패를 꺼내 든다. 상세한 법리 및 실무 논쟁으로 들어가면 전문가 집단인 그들을 이기기 어렵다. 결국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정치공세만 남아 국민적 피로감만 가중된다. 끊임없는 위헌시비에 휘말려 민주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과 큰 격차가 나는 지금의 형국이 그 증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5. 연합
 

사법개혁, 판을 새로 크게 짜야 한다

 

지금 필요한 사법개혁의 수준은 조희대, 지귀연을 응징하고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어떤 판사가 오더라도 감히 법을 왜곡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국민을 섬기게 만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법개혁이다. 민주당 주도로 단편적 법안발의 방식에 의존해서 땜질식 사법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지금의 방식은 안 된다. 이것은 내놓는 족족 격렬한 정쟁과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키며 개혁동력을 갉아먹는 하책이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만족도와 신뢰도가 형편없는 우리나라의 후진국형 사법시스템을 선진국형 사법시스템으로 일대 전환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최소한 다음의 7대 과제를 포함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첫째, 하급심 법관의 획기적 증원이다. 대법관 증원보다 시급한 것이 1심, 2심 판사의 증원이다. 현재보다 최소 2~3배는 늘려야 한다. 판사가 시간에 쫓겨 5분 공판 관행을 계속하며 기록도 제대로 안 보고 판결을 쓰는 '자판기 재판'을 멈추지 않는 한, 오판과 법 왜곡은 사라지지 않는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사법서비스의 질부터 획기적으로 바꿔서 사법만족도를 사법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시민의 사법 참여와 감시의 제도화다. 법왜곡을 막고 전관비리를 막는 데도 이것이 핵심이다. 배심제를 실질화하여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재판의 유무죄를 시민이 결정하게 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는 참심제를 도입해서 사실인정과 법리해석 모두에서 공동결정을 보장해야 한다. "판사, 당신이 뭔데 권한을 독점하고 혼자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밀실의 법 독점을 깨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대법원장으로부터의 '사법행정권 독립'이다. 제왕적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이상 판사들은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개헌을 통해 '최고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특히 법관인사권을 가칭 최고사법행정위원회 같은 제3의 헌법기관을 신설해서 100% 넘겨줘야하며 그전까지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관료화된 사법부를 민주화하는 첫걸음이다.

 

넷째, 전관비리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은 퇴임 후 5년간 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소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 최고 법관의 명예를 돈과 맞바꾸는 전관 시장을 방치하고서는 사법정의를 논할 수 없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나 고등법원 재판장, 법원장으로 그만둔 중견 퇴직법관의 사건수임 금지 기관과 기간도 시민 눈높이에 맞춰 다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고위법관 출신의 전관비리는 개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법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근절해야한다.

 

다섯째, 법관의 무한 면책 특권을 박탈하고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 잘못된 판결로 남의 인생을 망쳐도 징계조차 받지 않는 철밥통을 깨야 한다. 현행 1년인 최장 정직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리고, 중대 비위에 대해서는 탄핵 이전에라도 강력한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중과실이 아니면 법관에게 손해배상책임마저 물을 수 없게 만든 기존의 대법판례를 입법으로 고쳐서 법관도 과실만 입증되면 손해배상책임을 물릴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법관 윤리와 이해충돌 방지의 강화다. 먼저 하나의 예를 들자면 자신이 맡은 사건의 변호사가 대학동기이거나 과거 상사 등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일 때 회피하지 않는 뻔뻔함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법관의 경우 신분보장이 확실한 만큼 최고로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 특히 이해충돌 회피의무를 법제화해서 지워야 맞다. 최고수준의 신분보장은 최고수준의 법적 충실성과 직업윤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곱째, 대법관 증원은 이 모든 토대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국민들이 지금처럼 대법원의 역할을 권리구제 최종심으로 두는 이상 대법관 대폭 증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은 출발점이 아니고 결승점이다. 또한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판결에 반영되게 유도하고 전문재판부를 최대한 많이 운영해서 분야별 전문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부터 서두르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할 수 있다.

 

해법은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위원회'다

 

요컨대, 재판의 질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시민의 사법참여와 통제를 대폭 강화하며 사법행정권의 완전한 독립을 도모하고 법관의 전관비리 금지와 면책특권 박탈을 추진하는 방대한 개혁과제를 지금처럼 국회법사위에서 의원 몇 명이 나서서 뚝딱 처리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당이 주도하면 언제나 정쟁으로 치닫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판을 깔면 국가적 의제가 돼 국가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고 사회적합의 형성이 용이해진다.

 

그래서다. 나는 이재명 정부에 제안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대통령 직속으로 한시적인 '사법개혁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 이 위원회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학계, 언론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1년 동안 치열한 사회적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치라. 법조 카르텔이 시시때때로 사법의 독립을 무기로 기득권 축소 개혁에 반발하겠지만 공개된 토론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집단지성이라는 확실한 척도 앞에서 그들의 논리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위원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팽팽한 중대쟁점에 대해서는 시민의회나 공론조사 등 숙의적인 방식에 의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시민눈높이 권고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대통령직속 사법개혁위원회의 종합권고안을 국회가 존중하여 일괄 입법하는 방식, 이것이 사법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다. 강조해야할 것은 이번 사법개혁위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시민의 참여를 처음부터 끝까지 실질화, 활성화하는 충실한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실어줘야 한다.

 

요컨대 조희대와 지귀연을 욕하고 끌어내리는 것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그들이 활개 칠 수 있었던 사법 토양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에라도 국민추천절차를 갖춘 내란전담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킨 후 더 이상 단발적인 입법발의 경쟁을 멈추고,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국민주권시대에 합당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법개혁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나서주기 바란다.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은 선진국 수준의 사법부를 만들어내라는 것이 국민과 시대의 요구다. 마침 사법부의 자업자득으로 국민의 전폭적인 동의 아래 일대 수술을 집도할 골든타임이 무르익었다. 더 늦춰서는 실기한다.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

 

내란전담재판부의 역사적 선례를 톺아본다

4.19 특별재판소, 반민특위보다 민간 참여 확대
5.16 쿠데타 혁명재판소, 재판장 전원 현역 장교

                                                               주진오 역사학자·상명대 명예교수

 

지난 칼럼에서 반민특위라는 특별재판부의 전례를 통해, 내란전담특별재판부의 역사적 정당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4.19 혁명 이후에 나타났던 특별재판부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설치되었던 혁명재판소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4.19 이후에도 사법부는 각종 법 논리를 내세워, 3.15 부정선거와 4.19 발포 책임자에 대한 처벌에 미온적이었습니다. 민주당 정부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여 결국 특별재판부를 만들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사법권을 박탈하고 자의적인 판결집행을 했습니다. 그에 대해 사법부는 아무런 저항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오늘날 우리가 새겨 보아야 할 역사입니다.

 

부정선거 및 발포 명령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4월 혁명 이후 3.15 부정선거 관련자, 4.19 경무대 앞 발포 책임자 등 반민주행위자의 처벌문제가 당연히 대두되었습니다. 허정 과도정부는 3.15 부정선거 관련자 처벌 발표와 동시에 관련자들을 붙잡아 구속하고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최인규 전 내무부 장관에 이어 재무부 장관 송인상, 4·19 당일 내무부 장관이었던 홍진기가 구속됐습니다.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나가는 최인규 홍진기 등 3.15 부정선거 및 4.19 발포 책임자들

 

그런데 허정 과도정부의 정책은 “비혁명적인 방식으로 혁명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정선거 및 발포 책임자 등 반민주행위자를 기존 법률에 따라 기존 사법기관에서 심판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부정선거 주도자들을 내란죄나 살인죄가 아니라 단지 선거법 위반으로 다스리는 처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어요.

 

이에 대해 1960년 6월 20일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3․15 부정선거 원흉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것은 전 국민의 지엄한 요구이고 또 혁명정신의 당연한 귀결이며, (…) 저들을 단순한 선거법 위반으로 가볍게 다스린다는 것은 4월 혁명의 정신에 위반되고 민족의 정기를 꺾는 것”이라 하면서, 내란죄로 기소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부정선거를 개탄한 신문 가십난의 필자까지 내란선동으로 몰고자 했던 실적을 가진 검찰이 이제 ‘전국의 경관, 공무원 및 깡패를 총동원하여 헌법적 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한 도당’을 내란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한다면, 이러한 검찰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를 우리는 의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더구나 이 재판 진행 중 ‘반혁명분자들이 위반한 「정부통령선거법」은 대통령 직선제가 내각책임제 개헌이 통과된 6월 15일자로 폐지되었으므로 그들 반혁명분자들은 면소판결되어야 한다’라는 해석이 대두되어 재판이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7월 29일 민주당 장면 내각이 출범했지만 여전히 책임자 처벌에 미온적이었어요.

 

시민들 항의 빗발치자 부랴부랴 ‘특별재판소’ 특별법 마련

 

더구나 서울지법의 법관들이 현행법으로는 중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과잉정당방위로밖에 볼 수 없었던 서민호 의원 사건에 대해 피고인을 징역 8년에 처하는 등 법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간혹 해 온 실적을 가진 사법부”의 태도에 분노를 표하기도 했어요.

 

결국 10월 8일에 처음 나온 판결에서 발포명령 책임자로 지목된 서울 시경국장 유충렬과 경비과장 백남규에게 사형을 선고했을 뿐이었습니다. 발포명령의 최고책임자로 지목되어 사형이 구형되었던 홍진기와 곽영주 경무대 경찰서장은 대폭 감형되었어요. 심지어 조인구 치안국장은 무죄로 석방되어 잠적하고 말았습니다.

 

기존 법률과 사법기구에서 반민주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의 한계점을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었지요. 재판 결과에 분노한 4.19 혁명 부상학생 50여 명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민주당 정부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태가 벌어지자, 특별법 제정을 1심 판결 후로 미루고 있었던 민주당 정권은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8 선고에 항의하는 4.19 유족들의 시위

 

11월 29일 제4차 개헌에서 소급입법 개헌이 제정되었으며, 그에 따라 12월 30일 「특별재판소 및 특별검찰부 조직법」이 통과되었어요. 그리고 1961년 1월 15일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가 설치되었습니다. 이어서 「부정선거관련자 처벌법」 「반민주행위자 공민권제한법」 「부정축재자 처벌법」이 차례로 통과되었는데요.

 

4월혁명 단체 대표, 언론인 등 민간까지 폭넓게 참여

 

국회는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특별재판소의 소장으로 66세의 문기선 변호사를 선출했습니다. 그는 김병로 대법원장과 함께 오랫동안 판사를 하다가 이승만 정권의 미움을 사서 재임용에서 탈락한 고등법원장 출신이었어요. 그는 ‘법관은 만들어진 법률을 해석하고 운용하면 된다’는 논리로 특별재판부에 대한 논란을 차단시켰습니다.

 

문기선 특별재판소 소장

 

하지만 특별검찰부장에 선출된 오광수 변호사는 ‘행위 당시의 법으로 다스리지 않고 소급해서 처벌하는 법운용을 찬성할 수 없다’는 소신을 내세워, 1961년 1월 2일 사퇴서를 제출했어요. 국회는 1월 13일 66세의 김용식 대구고검장을 선출했는데요. 그도 고등법원장 출신으로 이승만 정권이 재임용 탈락시켰던 법조인이었습니다.

 

「특별재판소 및 특별검찰부 조직법」에는 반민특위 당시의 특별재판부 보다 시민의 참여 폭을 더 넓혔어요. 5개의 심판부와 연합심판부를 두었는데, 각 부의 재판장은 현직 판사가 맡았습니다. 하지만 심판관으로 4월혁명 단체대표, 변호사, 대학교수, 언론인이 참여했어요. 재판장과 심판관은 특별재판소장이 위촉했습니다.

 

논고하는 특별검찰부 검사

 

1961년 4월 17일 특별재판소는 마침내 3.15 부정선거 실행에 핵심이었던 내무부 관련자에 대해 1심 판결을 내렸어요. 내무장관이었던 최인규에게는 사형이, 치안국장이었던 이강학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내무부 차관이었던 이성우에게는 징역 7년이, 내무부 지방국장이었던 최병환은 징역 5년이 선고되었어요. 

 

최인규 내무장관.

 

현역 군 장교만이 재판장 맡았던 5.16 쿠데타 ‘혁명재판부’

 

그런데 곧 5.16 군사정변이 발생하여 특별재판소의 재판은 중단되었습니다. 이들은 ‘군사혁명위원회 포고령’이란 형식으로 전국에 비상계엄을 불법적으로 선포하였어요. 이는 제2공화국 헌정을 파괴하는 위헌적인 조치였을 뿐만 아니라, 형법 제87조의 ‘내란’이며 「국방경비법」 제18조의 ‘반란’에 해당하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만들어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제정하였고, “헌법의 규정 중 비상조치법에 저촉되는 규정은 이 비상조치법에 의한다”고 함으로써 결국 제2공화국 헌법을 완전히 무력화하였어요. 또한 반혁명행위의 처벌을 위한 특별법과 혁명재판소와 혁명검찰부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혁명재판소 및 혁명검찰부 조직법」에 따라 기존의 「특별재판소 및 특별검찰부 조직법」은 폐지하면서, 특별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던 모든 공판을 중단시켰어요. 혁명재판소장 최영규 소장 검찰부장 박창암 대령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심판관 가운데 재판장은 국군 현역 장교만이 할 수 있었어요.

 

혁명재판소 재판관 임명장 수여식. 박정희가 임석하고 있다.

 

박정희 세력은 자신들이 저지른 쿠데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났던 3.15 부정선거 관련자와 4.19 발포 책임자들을 다시 기소했습니다. 혁명재판소는 군사재판에 가까운 것이었고, 혁명재판소의 상소심 심판부가 최종심이었어요. 따라서 대법원으로의 상고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9월 20일 부정선거 관련자 사건을 맡은 혁명재판소 제4부는 최인규, 이강학, 한희석에게 사형을 선고했어요. 9월 28일 정치깡패 이정재에게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형이 선고되었고, 11월 3일 곽영주에게는 사형이, 홍진기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습니다. 한편 정치깡패 임화수, 유지광도 20년 형에서 사형으로 바뀌었어요.

 

혁명재판소 재판정에서 이정재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임화수와 처연히 바라보는 유지광. 둘다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임화수만 집행되었고 유지광은 감형되었다,

 

박정희는 12월 21일 사형선고를 받은 한희석과 유지광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최인규와 임화수 등에게는 사형을 확정했지요. 박정희 의장이 형을 확정 처분한 바로 그날 최인규와 임화수, 경무대 발포 사건 책임자 곽영주의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이로써 부정선거 관련자, 발포 책임자에 대한 처리가 완료되었지요.

 

곽영주 자유당 중앙당 조직부장.

 

그러나 박정희 의장의 확인 과정에서 6명이 무기로 감형되었고, 심판 과정에서 무죄를 언도받은 자가 90명이나 되었습니다. 징역형의 판결을 받았던 수형자들은 “5․16 혁명정부의 국민총화단결의 정신에 의한 관용으로” 1963년 5월 15일 자로 대거 ‘사면’되었어요. 군사정권이 상당히 정치편향적으로 법 집행을 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때 박정희 정권은 민주당 계열의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정화법으로 묶어 놓았어요. 그런데 3․15부정선거 관련자들은 사면과 함께 정치활동정화법까지 해제시켜 주었습니다. 이는 당시 법조계는 물론 야당으로부터 사법기강의 문란과 4. 19정신을 모독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차별적 조치는 아무래도 군사쿠데타로 집권하여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박정희 정권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반대세력을 선별하여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특히 3․15부정선거 관련자들에게는 각종 은혜를 베풀어 독재의 부역자로 삼으려 했던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헌법정신을 모독한 것이지요

 

군사쿠데타 세력의 사법부 농단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진 후인 1960년 6월 15일에 일부 개정된, 헌법 제4호 제78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이 조항은 1960년 11월 29일에 장면 정부가 일부개정했던, 헌법 제5호에서도 유지되었어요.

 

이것을 다시 뒤집은 것은 5.16 쿠데타 세력이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조용순 대법원장을 강제 사퇴시켰어요. 그리고 6월 6일에 ‘국가재건최고회의령 제42호’를 발표했습니다.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는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제청으로써 대통령이 이를 임명한다.'고 규정을 만들어 사법권마저 통제 하에 두려고 했어요.

 

대법관들도 모두 해임시켰습니다. 그리고 국회 동의 없이 7월 2일에 조진만 대법원장이 취임했지요. 1961년 9월 1일 대법원 판사로 민복기, 최윤모, 사광욱, 양회경, 방순원, 나항윤, 홍순엽, 이영섭 등을 임명했습니다. 대법원 판사로 격하되었다가 다시 대법관으로 부르게 된 것은 헌법 제10호에 따른 것입니다.

 

박정희 정부는 선거인단 규정을 없애고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것으로 바꾸었어요. 법관추천회의는 법관 4, 변호사 2, 대통령이 지명하는 법학교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등 9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폐지되고 대법원으로 이관되었어요.

 

사법부 독립은 판사 아니라 국민들이 가져다 준 것

 

그런데 군사정권이 이같이 사법부를 침탈했을 때, 어떤 저항도 사법부 내에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사법부의 독립을 가져 온 것은 판사들 스스로가 아니라 국민들이 가져다 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마치 성역이나 되는 것처럼, 내부적으로 사법행정의 눈치는 보면서 국민은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미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어요.

 

내란전담특별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사법부가 마음대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과거에도 우리 헌정사에서는 친일파와 독재세력을 처벌하기 위해 두 번의 특별재판부가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은 이승만과 친일세력에 의해, 또 한 번은 박정희와 군부세력에 의해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어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의지가 있으면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사법부 안에 내란전담특별부를 만들 수 있어요. 과거에도 법을 내세워, 과거와의 단절을 가로막는 법장사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각성한 국민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빨리 집행하기 바랍니다.  < 주진오 역사학자, 상명대 명예교수 >

 

사법부의 잘못된 시각과 자비가 부른 "화"

● Hot 뉴스 2025. 12. 11. 04:3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어설픈 관용은 화를 부른다.
 

6년을 끌어온 이른바 '빠루 사건' 재판이 400만 원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그 결과 관련된 국힘당 현역의원 6명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처분을 넘어, 국회 질서와 관련한 사법부의 시각과 기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빠루 사건의 선고가 중요한 이유는, 국회라는 입법기관이 스스로 만든 법을 어겼을 때에는 누구보다 엄중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자가 법을 깨뜨려도 된다는 선례가 쌓이면 민주주의의 근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 원칙을 너무도 가볍게 취급한 선택을 했다.

 

그 후과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9일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벌어진 나경원 의원의 행동이 바로 그 증거다. 의제에서 벗어난 발언이 이어지자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차단했지만, 그는 무선 마이크로 발언을 강행하며 본회의를 파행으로 몰아갔다. 국회법 148조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의 반입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그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규범조차 무시했다.

 

국민의 눈앞에서 벌어진 이 장면을 보면서 사법부는 지금 이 국회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사법부의 무책임한 관용은 무질서의 신호탄이 되고 어설픈 자비는 더 큰 화를 부를 뿐이다.

 

사법정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죄에는 그에 맞는 죄값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사법부는 이날 국회에서 벌어진 추태의 원인을 직시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