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주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 법원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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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토] ⓒ 권우성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구속영장 모조리 기각

참여연대 "정의와 상식 배반, 도무지 납득 안 돼"
군인권센터 "교묘한 말장난…범죄자들과 야합해"
해병예비역연대 "임성근 하나 내주고 몸통 지켜"

정청래 "판사 심히 유감…특검 영장 재청구해야"
전현희 "사법부가 범죄세력 청산 가로막고 있어"

3대특검특위 "법리가 아닌 정치가 작동한 결과"
"윤석열 향하는 수사선상 인물들 철통같이 지켜"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10.23. 연합
 

채 해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주요 피의자 7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영장만 발부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나머지 6명의 영장은 전부 기각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6명 가운데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11대대장(중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정재 부장판사가 기각했고, 특히 '수사 외압'과 관련해 윤석열을 정점으로 한 명령 계통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정재욱 부장판사가 모조리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윤석열로 향하는 핵심 연결 고리가 차단된 셈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을 통해 "수사 외압 혐의 중심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정재욱 부장판사)의 결정은 정의와 상식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명현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위축되지 말고 혐의 입증에 더욱 매진해 '윤석열 격노'로 촉발된 수사 외압 범죄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5인은 수사 외압, (경찰) 이첩 기록 무단 회수, 박정훈 대령 항명죄 수사·보직 해임·구속영장 청구, 임성근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이첩, 출국 금지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등에 긴밀하게 관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윤석열의 '격노는 사실무근'이라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 청문회에서조차 거짓말 릴레이를 펼치다, 녹취가 드러나자 '대통령 격노가 뭐가 문제냐'며 적반하장으로 태도를 바꾸더니 특검 수사에 들어서고 나서야 '격노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해 온 핵심 피의자들을 두고 법원이 '사실관계가 인정'된다면서도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도무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무리한 명령으로 한 군인이 생명을 잃은 사건에서 정작 책임자들은 수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해당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이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는 사건으로 바뀌었다. 군 검찰단은 수사기록을 탈취하고, 윤석열은 채 상병 특검법에 3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필사적으로 진상을 은폐해온 사건"이라며 "특검팀은 보강수사로 수사 외압 피의자들에 대한 혐의를 다져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은 군에 복무 중이던 한 청년이 부당한 명령에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사건으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으면 될 사건이었음에도 구명 로비에 나선 임성근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위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모든 수사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사건을 축소, 은폐한 국가범죄 사건"이라며 "채 상병 사망 사건 시작과 끝에는 윤석열이 있다. 특검팀은 채 상병의 사망뿐 아니라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히라는 특검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이종섭, 김계환, 유재은, 김동혁, 박진희는 2023년 7월 31일 윤석열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대한민국에서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격노한 이래 줄곧 진실만을 말해온 박정훈 대령을 토끼몰이하듯 음해하던 인물들이다. 지난 2년간 군검찰, 군사법원, 국회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모두 기록으로 버젓이 남아있다"면서 "그런데 이들이 윤석열이 몰락한 뒤 황급히 일부 진술을 바꾸었다고 해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자 옹호다"라고 정재욱 판사를 직격했다.

 

이어 피의자들은 전직 장관, 사령관, 국방부 고위 공무원이거나 현역 장군으로 지난 2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장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오염시키기 위해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대부분이 사건 핵심 관계자들과 육사, 해사 선후배 관계까지 맺고 있다"며 "사법부 스스로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권의 비호 아래 조직적으로 가족과 함께 호주로 도망가려던 '도주 대사' 이종섭을 사회적 관계망까지 꼼꼼히 살펴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준 점 역시 압권"이라고 질타했다.

 

또 "무엇보다 범죄 혐의의 사실관계가 소명되었다고 밝히면서도 재판을 통해 법리를 다투어 보아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은 정재욱 판사가 법이 정한 구속영장 심사 요건을 넘어서는 사실상의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구속 여부에 관계없이 재판을 통해 장차 법리를 다투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고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고 범죄 혐의가 소명돼 구속할 만한 상황이면 구속하는 것이 타당한데 교묘한 말장난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의 수사 외압 범죄 혐의를 숨기기 위한 공범들의 증거 인멸과 도주 시도'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 정재욱 판사는 피의자들의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 아니라 거짓말할 권리, 도주할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라며 "위증죄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 하고, 해외 도주 시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하니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사법부가 범죄자들과 야합해 범죄를 장려하고 있는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오늘의 영장 기각은 수사 외압의 정점에 있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할 목적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특검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처사다. 피의자들의 혐의 역시 윤석열을 비호하기 위해 법을 갖고 장난치며 박정훈 대령을 짓밟고 진실을 질식시키는 행태였다는 점에서 정재욱 부장판사나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피의자들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이대로 좌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특검은 다시 영장을 보완 청구해 반드시 구속영장을 발부 받음으로써 조희대 대법원장 치하에서 무너진 사법 정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전했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자 해병대 복장을 한 시민들이 이 전 장관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025.10.23. 연합
 

해병대예비역연대도 입장문을 내 "사법부는 윤석열 정권이 2년간 국가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동원해 진실을 은폐하고 범인을 도피시키려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국방부, 법무부, 외교부, 경찰청이 하나가 돼 저지른 범죄에 왜 관대한 것인가"라며 "이 법비들은 임성근 하나 내어주고 수사 외압의 몸통을 지켰다. 윤석열 정권하의 국가 공권력이 수사 외압 범죄에 동원된 천인공노할 사건을 처리할 특별재판부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선 영장전담 판사를 비롯한 조희대 사법부가 특검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갈수록 확산되는 기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채 해병 특검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임성근은 구속, 나머지는 모두 풀어줬다. 사건 관련자들을 여러 명 동시에 풀어주면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큰 상황인데 영장 판사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특검은 영장을 재청구해서 진실이 감춰지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법원은 임성근을 비호한 윤석열의 격노에 발맞춰서 조직적으로 수사 외압을 행사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6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의를 외면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성역 없는 특검 수사로 내란, 국정 농단, 수사 외압 세력의 범죄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법치주의 최후 수호자의 책임을 망각하고 범죄 세력 청산을 가로막고 있다. 특검은 즉각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라. 만일 사법부가 또다시 주권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특검 수사를 방해한다면 국민께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전용기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는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위험한 인물은 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군검찰단장 등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풀어주고 임성근 전 사단장만 구속했다. 법리가 아니라 정치가 작동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법부는 국민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임성근만 내주고 윤석열로 향하는 수사선상 인물들은 철통같이 지켰다. 이것이 과연 정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직후 수사기록을 강제로 회수하고 박정훈 대령을 체포하려 한 시점에서 이미 외압은 확정됐다. 그런데도 법원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마치 수사 외압 사건은 건들지 말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있다. 이는 곧 대통령과 장관에게 수사 외압 면허증을 내준 것과 같다"면서 "고(故) 채 해병의 희생은 국가의 정의를 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채해병 특검 TF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 김호경 기자 >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등 5명 모두 구속영장 기각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현수 기자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된다면서도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라며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된 점, 수사진행경과, 수사 및 심문절차에서의 출석상황과 진술태도, 가족 및 사회적 유대관계 등의 사정에다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불구속 수사의 원칙까지 더하여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구속영장도 같은 이유로 전부 기각됐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수장으로 수사 외압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외압을 가하고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해 수사·기소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게 △수사 기록 무단 회수(공용서류무효)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은 허구라는 취지의 국방부 ‘괴문서’ 작성 및 배포(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브이아이피 격노 보도를 반박한 국방부 입장문 작성 및 배포(공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박 대령 항명 혐의 수사 대통령실 보고(공무상비밀누설) 등 총 6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박 전 보좌관 등 4명 역시 이 전 장관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이들에게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같은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부장판사의 심리로 23일 오전 10시10분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장관은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증거인멸 등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정재욱 판사는 이 전 장관 쪽의 손을 들어줬다.

                                                                                   < 정환봉  김수연 기자 > 

 

윤석열, 공수처장·차장 임명 미룬 새…대행 ‘친윤 검사들’ 전횡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고발
7개월 지나서야 관련자 소환 조사
친윤 검사들 노골적으로 수사 지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 모습. 김경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내부의 이른바 ‘친윤 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고발된 건 2023년 9월이었다. 채 상병이 호우 피해 현장에서 순직한 뒤 초동 조사를 벌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되레 항명 혐의자로 몰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수사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였다.

 

그러나 공수처의 수사는 더디기만 했다. 고발 4개월 만인 지난해 1월에야 국방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같은 해 4월 말께부터 이뤄졌다. 같은 해 4월10일 치러진 22대 총선 이후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이 과정에서 검찰 출신 공수처 부장검사들의 수사 무마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가 총선과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2023년 9월) 및 국회 본회의 통과(2024년 5월) 등 주요 정치적 국면에 ‘관련자 소환을 하지 마라’ ‘특검법 거부권의 명분이 필요하다’며 수사를 방해했다는 공수처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공수처 차장 대행이었던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는 수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외압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대통령실 내선번호(02-800-7070) 기록을 확보하려 하자 “영장을 청구하면 사표를 내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하는 공수처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막아선 모양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는 2011년 윤 전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진행할 때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이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수사로 징계를 받게 되자 검찰 내부 게시판에 ‘징계는 부당하다’는 글을 올려 옹호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공수처 부장검사들의 수사 무마 의혹은 특검팀의 송 전 부장검사 위증 혐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21년 변호사 시절 송 전 부장검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받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사건을 수임해놓고 이 전 대표가 채 상병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다. 특검이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지난 8월29일 공수처 압수수색을 하면서 관련 문건과 수사팀 진술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공수처 지휘부를 대행하면서 채 상병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던 건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 처·차장을 상당 기간 임명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부터 공석이었던 공수처장·차장 임명을 미루다 지난해 5월에야 오동운 처장을 임명했고 두달 뒤 이재승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13일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일찌감치 의결한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안을 이들의 임기 만료 53시간 전(2024년 10월27일)에야 재가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공수처를 안팎에서 흔들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무마하려 한 건 아닌지,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 곽진산  김수연  박지영 기자 >

아세안 정상들 이어 APEC 계기 미, 일, 중, 캐나다 등 각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AFP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EPA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6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일주일 간 총력 정상외교에 나선다.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인 경주 아펙 정상회의의 성패가 달린 것은 물론이고, 미·중·일 ‘빅3’와의 양자회담까지 무난히 치러내야 하는 그야말로 ‘외교 슈퍼위크’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과락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한 일주일이 이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찾는 것으로 슈퍼위크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경주 아펙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1박2일의 아세안 정상회의를 참석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찬반이 있었지만, ‘우리가 주최하는 외교 행사에 손님을 맞는 만큼 타국 행사에도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첫 날 이 대통령은 현지 동포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이튿날인 27일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에 나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한-캄보디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과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등 양국 간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소화한 이 대통령은 27일 저녁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짧은 출장을 마친다. 나머지 현지 일정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수행한다. 위성락 실장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고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아세안과 한·중·일의 다층적인 지역 협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시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한반도 구상에 대한 지지와 건설적 기여를 당부하겠다”는 게 이번 외교 일정의 목표라고 한다.

 

 

2005년 부산 아펙 정상회의 이후 꼭 20년 만에 국내에서 치러지는 경주 아펙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능력을 검증할 시험대다. 이번 아펙 회의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12·3 내란사태 등으로 사실상 국가기능이 마비돼 회의 준비에 차질이 컸던 만큼 큰 잡음 없이 행사를 마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인공지능, 인구 구조 변화 등 미래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아펙 정상회의에서는 처음”이라는 게 위 실장의 설명이다. 위 실장은 공동 선언문 형태로 ‘경주 선언’을 내놓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아펙 정상회의 첫 일정은 29일 열리는 최고경영(CEO) 서밋 개막식이다. 특별 연사로 참석하는 이 대통령은 정부와 함께 정상회의 주간 전 세계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우리 기업과 국외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가꿔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즐비한 양자회담에서의 성과다.

 

통상·안보 협상이 걸린 한-미 정상회담,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의 새 지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위 실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3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는 역대 최단 기간 내에 정상 간 상호 방문을 완성하고, 11년만의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신임 일본 총리와의 조기 대면으로 긍정적인 한미 관계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한-미 정상회담에는 나라 안팎의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 7월30일 타결한 관세협상의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관세를 비롯한 통상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선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문이라도 발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위 실장은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거듭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무리한 대미 투자에 합의하느니 합의를 미뤄두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이어 30일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만나 짧은 정상회담과 만찬을 나눌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극우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회담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의 회담보다는 힘겨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한미 동맹과 한일 간의 파트너십, 한·미·일 3자 협력을 중심 축으로 해나가려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과거사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은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빅이벤트도 대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누는 교감의 수위에 따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의 난이도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실용중시 정치인으로 알려져온 만큼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시 주석과의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북·중·러가 어느 때보다 밀착하고 한·미·일 유대도 강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보호주의 등을 향해 공조 입장 등을 요구할 경우 이 대통령은 불편한 처지에 서게 될 수 있다.

 

대통령실 역시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앞선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한-중 회담에도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가오는 일주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해온 ‘실용외교’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까.                          < 엄지원 기자 >

“(양국의 입장을) 조정 · 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

 트럼프 압박에도 '아펙 시한' 두지않고 협상 서두르지 않을 뜻 비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29일로 확정 발표되면서, 회담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쏟아온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최종 타결이 안될 수 있다’며 ‘아펙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새벽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제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아펙은 코앞”이라며 “날은 저물고 있는데 만약 아펙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협상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교적 줄다리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이번 아펙과 한미 정상회담까지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고 시한을 설정하고 서두르면 우리 카드는 더 줄어들고 미국의 요구에 말려들기 때문에 시한을 너무 강조하지 않는 듯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의 접점이 많이 좁혀졌지만, 가장 민감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을 놓고 미국의 요구가 완강하고 우리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곧바로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이 3500억달러(약 500조원) 선투자를 요구했던 부분은 (요구를) 접었다”며 한미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어느 정도(투자 규모)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놓고 양 국가가 대립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규모가 작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에선 ‘그것(우리 주장)보다는 좀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은 우리나라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50억달러(약 22조원)를 최대라고 판단하고 10년 장기 분할 투자 방식을 미국 쪽에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향후 한국의 현금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약 290조원) 선으로 정하고, 이를 8~10년에 분할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투자액과 투자 기간 외에 수익 배분 방식, 투자처 선정 등이 모두 연동돼 움직이고 있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담판과 정치적 결단이 합의 여부를 가늠할 열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한미 산업 협력 확대가 양국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우리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은 공세를 벼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관세협상과 관련해 “일방적인 대한민국의 희생이나 양보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죄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덜컥 약속한 7·31 졸속 합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관세분야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한미간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부터 문서화하는 플랜 비(B)도 여전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동맹 현대화 등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분야 내용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 발표하고 관세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관세협상이 완료돼야 안보 합의도 함께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세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문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박민희  엄지원  이재호 기자 >

 

미 “한국이 적절한 조건 수용하면 무역협상 타결…김정은 만남 일정은 없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는 즉시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 관련 사전 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한국과 합의를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면서도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하는 즉시(as soon as they're willing to take the commitments that we think are appropriate)”라고 덧붙였다. 양국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의 투자 협정은 구매 및 투자의 성격상 대부분 상무부에서 주도하고 있다”며 “무역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관세 합의 때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조선업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위축되었고, 대통령은 이를 되살리고 복원하는 데 매우 헌신하고 있다”며 “일본 같은 파트너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의 기술력, 자본, 그리고 일반적인 협력을 환영한다. 이들은 미국의 제조업, 방위 산업, 조선 및 잠수함 건조 역량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물론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Obviously things can change)”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부산에서 ‘주최’(host)한다”라고도 밝혔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