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개혁과 2차 특검 등 내란세력 일소, 윤건희 이권부패 파헤쳐 처벌

올해 정치 사회 대개혁 통한 국가혁신과 재도약의 시발점이 돼야

민주국력 걸맞는 국제평화 전쟁방지기후위기 해결 향도국 기대

역사적 분수령, 민주시민들 눈 부릅뜨고 결기와 연대의 동참 제창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KCDCRC: Korean Canadian Democratic Community Roundtable Conference: 의장 김종천)가 2026 새해를 맞아‘빛의 혁명 완성할 해, 내란종식과 대개혁으로 평화의 원년 이루길!’이라는 제하의 신년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범민주원탁회의는 “빛의 혁명 미완의 응어리를 안고 출범한 2026년의 가장 큰 기대와 여망은 어둠의 세력을 평정하고 찬란한 빛의 세상을 노래하는 것”이라며 열망과 의지를 다시 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내란 1년이 넘도록 단 한 명도 단죄를 못한 것은 통탄스런 일”이라고 지적, 법조개혁과 2차 특검 등으로 내란세력 일소와 윤건희 이권부패를 낱낱이 파헤쳐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올해가 정치사회 대개혁을 통한 국가혁신과 재도약의 시발점이 돼야한다”고 의미를 부여, 평화의 원년이 되게 할 민족적 결집의 지혜로 갈등과 차별을 넘어 공의와 공평의 세상을 이루고, 남북간 소통으로 자주적 통일논의가 싹터 무르익기를 고대하며, 민주국력에 걸맞는 정치 경제 외교력의 선진반열에서 국제평화와 전쟁방지, 기후위기 해결의 향도국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대망하는 빛의 세상은 집권세력이 전력을 다하고 국내외 동포들이 일심동체로 뒷받침 해야한다”면서 특히 역사적 분수령에서 민주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결기와 연대의 동참을 제창한다고 밝혔다.

 

범민주원탁회의는 과거 반독재·민주화 지원활동을 했던 캐나다의 한인 민주 인사들을 포함해 기존의 시민운동 및 진보단체, 종교인, 언론인, 활동가 등이 개인 혹은 그룹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로 2016년 11월12일 출범했다.            < canadaminju@gmail.com >

 

 

범민주원탁회의의 2026 신년성명 (시국선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빛의 혁명 완성할 해, 내란종식과 대개혁으로 평화의 원년 이루길!"

 

우리는 미완의 ‘빛의 혁명’의 해를 뒤로하고, 다시 새해를 맞았다. 미완의 응어리를 안고 출범하는 만큼 2026년 한해에 거는 가장 큰 기대와 여망은 간명하다. 어둠의 세력을 평정하고 가슴 답답한 체증을 확 뚫어 찬란한 빛의 세상을 노래하는 것이다. 새해 벽두 결단코 ‘빛의 혁명’을 완성해야 할 당위와 열망을 재확인하며, 다시금 우리 민주동포들의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다.

 

미완의 요체가 내란청산과 종식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헌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우두머리부터 공범과 동조 선동자들까지 1년이 넘도록 단 한명도 단죄를 못하다니, 통탄스럽지 않은가. 법비들까지 가세한 매국적 반동 극우세력은 끝까지 응징해야 마땅하다. 법원 검찰개혁 완결과 1차 특검이 남긴 과제를 뛰어넘는 2차 종합특검의 쾌도난마 분발로, 내란좀비 일소는 물론 윤건희 이권부패를 낱낱이 파헤쳐 처벌하라!

 

내란정권의 패악질은 민족사에 오점은 물론 국가사회 전반과 동포들의 일상에까지 수많은 인적·내재적 문제와 폐해를 드러냈다. 여전히 허약한 민주주의와 허술한 권력시스템, 민의 왜곡과 갈등 심화 등 총체적 수술이 필요함을 각인시켰다. 우리는 올해가 정치사회 대개혁을 통한 국가혁신과 재도약의 시발점이 돼야한다고 믿는다. 인적 청산과 법조개혁에 언론개혁, 정치-경제-금융개혁, 교육개혁 등등 결코 간과해선 안될 명제들이다. 개헌 역시 5.18 항쟁과 촛불 혁명까지 반영해 진취적으로 추진하라!

 

우리는 의로운 빛의 혁명 완수로 올해가 또한 평화의 원년이 되게 할 민족적 결집의 지혜를 간망한다. 아집과 적대, 갈등과 차별을 넘어 모두가 자존과 행복감을 느낄 공의와 공평의 세상을 이루자! 남과 북이 소통하고 하나되어 자주적 통일논의가 싹터 무르익기를 고대한다. 일제 과거사 논란 매듭으로 민족 정의를 바로 세워 역사적 아픔에 눈물 흘리는 분들과 독도시비 같은 일도 없어지기를 소망한다. 민주 국력에 걸맞는 정치·경제·외교력의 선진 반열에서 국제 평화와 전쟁방지, 기후위기 해결의 향도국이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우리가 대망하는 빛의 세상은 거저 다가올 리가 없다. 먼저 정부 여당, 집권세력의 좌고우면 않는 전력 질주가 관건임을 유념할 일이다. 국내외 온 동포와 한민족이 정의로운 민족혼으로 거듭나 일심동체 매진하며 뒷받침 할 때다.

무엇보다 빛의 혁명을 일군 위대한 민주시민들이 다시 횃불을 밝히고 눈을 부릅떠야 할 역사적 분수령이다. 올 한해 국내외 열혈동포 민주 동지들의 결기와 연대의 동참을 제창하는 바이다.    (260101 시국선언)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

Korean Canadian Democratic Community Roundtable Conference

책임 없는 사과, 단죄 없는 반성 그쳐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1.7 사진=연합
 

  7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쇄신안 ‘이기는 변화, 새로운 시작’은 제목부터가 현실과 어긋난다. 이것은 변화의 선언이 아니라, 책임을 말로 덮는 정치적 수사이며,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실패한 과거를 세탁하려는 기획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발표문 전체에는 국민 앞에서 반드시 먼저 짊어져야 할 정치적·도덕적 책임의 무게가 보이지 않는다. 사과는 있지만 책임은 없고, 반성은 있지만 단죄는 없다. 이것이 국민의힘 쇄신안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는 실패한 선언이다.

 

가장 먼저 짚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에 대한 태도다. 장동혁 대표는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표현은 지나치게 가볍다. 비상계엄은 ‘부적절한 선택’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중대한 권력 남용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이를 ‘상황에 맞지 않는 수단’ 정도로 축소하는 언어는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는 정치적 언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책임의 주체를 흐리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부족했다”,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누가 어떤 판단을 했고, 누가 그 판단에 동조했고, 누가 침묵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책임은 집단의 추상적 개념 속으로 흩어지고, 구체적 정치 행위자는 사라진다. 이것은 책임 인정이 아니라 책임 분산이다.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문장은 더욱 위험하다. 이 말은 듣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과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덮고 가자는 선언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엄과 탄핵은 ‘강을 건너면 잊혀질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규명되고, 평가되고, 책임이 따르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를 사법부와 역사에만 맡기고 정당은 미래로 가겠다는 태도는 정치의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장동혁 대표의 쇄신안은 전반적으로 언어는 화려하지만 내용은 공허하다. ‘청년 중심 정당’,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국민공감 연대’라는 세 개의 축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보수 정당이 반복적으로 사용해 온 레토릭이다. 문제는 이 구호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왜 청년들이 국민의힘을 떠났는지, 왜 전문가들이 이 당의 정책 플랫폼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지, 왜 국민적 공감이 무너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

 

청년 의무공천제와 2030 위원회 확대는 그 자체로 나쁜 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을 ‘주역’으로 만들겠다는 말과 달리, 이 쇄신안 어디에도 청년 세대가 분노하는 구조적 문제, 즉 불평등, 기회 박탈, 주거 위기, 노동 불안정에 대한 보수 정당의 근본적 태도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되, 정작 당의 이념과 정책 방향은 그대로 둔 채 얼굴만 바꾸겠다는 발상이라면, 그것은 세대 착취에 가깝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1.7 사진=연합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를 모은다고 정책 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실제로 정치 결정에 반영되는 구조가 있는가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수많은 자문기구와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정작 결정은 소수 지도부와 특정 계파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플랫폼만 늘리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장식이다.

 

‘국민공감 연대’라는 표현은 더욱 공허하다. 약자 연대, 세대 연대, 정책 연대, 정치 연대를 말하지만, 정작 국민의힘이 그동안 약자에게 어떤 정책을 제시했는지,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향해 어떤 언어를 사용해 왔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다. 노동 특보를 임명한다고 노동 친화 정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을 비용으로만 인식해 온 정당 문화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 위원회와 직책만 늘리는 것은 면피용 개편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쇄신안이 ‘이재명 정부의 독재를 막아내겠다’는 구호를 모든 정치 연대의 전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진영 대결로 정치를 고정시키겠다는 선언이다. 민주주의에서 야당의 역할은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지, 적대적 구호로 정치의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는 말은 포용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반대 진영을 설정한 뒤 그 안에서만 연대하겠다는 폐쇄적 사고다.

 

공천 개혁과 당원 권한 강화 역시 말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 공천비리 신고센터 설치, 비리 전력자 원천 배제는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왜 이런 조치가 이제야 나오는가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공천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는 일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부패였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앙당 권한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중앙당의 자의적 개입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당명 개정 추진 역시 본질을 비켜간다. 이름을 바꾸는 것이 가치와 철학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이유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 원칙을 버리고, 위기 앞에서 책임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이 쇄신안 어디에도 “우리는 왜 신뢰를 잃었는가”라는 질문은 없다. 오직 “어떻게 다시 이길 것인가”만 있을 뿐이다.

 

정치는 선거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축적이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의 쇄신안은 신뢰 회복의 언어가 아니라, 선거 전략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이기는 변화’라는 표현 자체가 이를 상징한다. 국민은 이기는 정당보다 책임지는 정당을 원한다. 변화는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는 고통스러운 자기 부정에서 시작된다.

 

이 쇄신안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와 단절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과거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는다. 미래로 가겠다고 말하면서도, 과거의 언어와 사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문건은 시작이 아니라 반복이다. 국민은 더 이상 말의 정치를 믿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기는 변화’가 아니라 ‘책임지는 정치’다. 장동혁 대표의 쇄신안은 그 가장 기본적인 요구 앞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 박철 기자 >

 

윤.석.열. 3글자는 빼놓고 꼼수 사과  장동혁 

 

윤과 절연 언급 없이…12·3은 "과거의 일" 치부
사과 대상도 모호…쇄신안도 원론적인 수준
계파 갈등은 묻어둔 채로 당명 변경 '꼼수'

"회피하고 돌아가느냐" 당내서도 쓴소리
여당 "철 지난 사과" "지지율 구걸 쇼" 비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2026.1.7 [공동취재] 연합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의 단절에 대해선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장 대표는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라면서도, 아직 1심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12·3 내란을 "과거의 일"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내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표현은 했지만, 사과의 대상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진정성을 찾아보긴 어려운 쇄신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는 최근 내란에 대한 사과와 당원 게시판 사태 문제 등을 두고 오세훈 시장이나 친한동훈(친한)계 등 비당권파 인사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묻어두고 넘어갔다. 그러면서 원론적인 수준의 조치들만 나열했다. 과거와의 단절도, 당내 갈등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상황에서 장 대표가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과했지만 고개 숙이지 않은 장 대표

 

장 대표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기는 변화'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비상계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면서 "2024년 12월 3일 밤, 저를 포함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18명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했다. 해제 표결 이후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은 대통령에게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12·3 내란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108명 중 90명이 불참했지만, 계엄 해제를 위해 여당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장 대표는 이어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우리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켜온 당원들께도 큰 상처가 됐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야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면서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이 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장 대표는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썼지만, 윤석열과의 관계 단절에 대해선 일절 언급 없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사과 대상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으로서의 사과나, 내란 자체에 대한 사과라기보다는 여당으로서의 역할론에 대한 사과에 가까웠다. 불법 계엄도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 정도로 치부했다. 장 대표는 사과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1.7 [공동취재] 연합
 

장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국민과 당원들께 상처 드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 국민의힘이, 부족했다. 잘못과 책임을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며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아직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장 대표는 "과거의 일"로 치부하며,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감한 변화, 파격적인 혁신으로 국민의힘의 '이기는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며 "▲청년 중심 정당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국민 공감 연대를 세 축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청년 중심 정당'을 강조하며 "다가오는 지선에 청년 의무 공천제를 도입하겠다" "2030으로 구성된 쓴소리위를 당의 상설 기구로 확대하겠다" "2030 인재영입 공개 오디션을 실시하겠다"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졌다. '청년 의무 공천'이나 '인재영입 오디션'은 재탕·삼탕에 가까웠다.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국민 공감 연대'도 쇄신이라기보다는 전국 정당이라면 갖춰야 할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계파 갈등 '뇌관' 묻은 채로 당명 변경 '꼼수'

 

장 대표 쇄신안에는 당내 갈등 해결에 대한 복안도 없었다. 연초부터 오세훈 시장이 지도부를 향해 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되는 김도읍 의원이 정책위의장 직에서 물러나는 등 친한계나 비당권파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지만,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하기 보다는 '봉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당 상징색인 빨강이 아닌 주황 넥타이를 매고 나온 장 대표는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고 전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정면 돌파하면서 친윤석열 세력에 대한 인적 쇄신(물갈이)을 추진하기보다는, '간판 갈이'를 통해 쇄신 이미지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 공학적 접근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1.7 [공동취재] 연합
 

그간 국민의힘은 낮은 지지율과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해 간판을 바꿔왔다. 2017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때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2017년 2월 당명 변경)으로 바꿨고, 황교안 당 대표 시절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야합으로 미래통합당(2020년 2월)으로 고쳐 달았다. 미래통합당 간판으로 바꾼 해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패하자 7개월 만에 국민의힘(2020년 9월)으로 간판을 또다시 갈았다.

 

과거와 완전한 단절도, 개혁에 가까운 쇄신도 없는 이번 기자회견으로 당내 갈등이 봉합될지는 의문이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와 연대로 당권을 잡았던 장 대표는 최근 당내 갈등 속에서 지난 5일 유튜버 고성국 씨를 당원으로 받아들였다. 전광훈, 황교안 등과 연대를 요구했던 고 씨를 당원으로 받아들인 것은 비당권파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약 12분 간 일방적으로 발표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당내에서도 장 대표 쇄신안에 쓴소리

 

장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장 대표의) 오늘 메시지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절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담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그 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판단과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외면한 채 모호하게 넘어가겠다는 태도는 강이 두려워 회피하고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했지만 당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화합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 또한 보이지 않는다"면서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단절을 선언하고 당이 앞으로 나아갈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세워달라"고 했다. 아울러 "당내 화합과 당 밖의 합리적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민주당 "철 지난 사과" "지지율 구걸 쇼"

 

여당에서는 장 대표의 쇄신안을 두고 "철 지난 사과" "국민 기만" "지지율 구걸 사과 쇼" 등의 원색적이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철 지난 사과, 옷만 갈아입는 혁신으로는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윤석열, 김건희와의 절연도 없었다"며 "말뿐인 계엄사과가 과거 윤석열의 개 사과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냐"고 했다. 또"'정쟁이 아닌 정책으로 전환하겠다' '잘못과 책임을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도 폭정과 독재를 운운하며 국민주권정부를 막아내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하고 있다"며 "그 속내는 '민생발목잡기'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를 앞둔 당명개정 추진은 더욱 황당하다. 옷만 갈아입는다고 씻지 않은 몸이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듯, 이름만 바꿔본들 진심과 마음까지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진정으로 회복하고 싶다면, 진심과 실천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말뿐인 사과와 옷 갈아입기로는 국민 신뢰 회복의 길은 요원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7일 서울시 송파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열린 민생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7. 연합
 

같은 당 문금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불법 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라는 표현은 헌정 질서 유린을 단순한 판단 착오로 축소하는 언어적 기만"이라면서 "이는 사과가 아니라 책임 회피이며, 반성이 아니라 계산된 면피에 지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내란의 책임을 명확히 묻지 않았고, 내란을 옹호하거나 방조한 정치 세력과도 단절하지 않았다"며 "그런 상태에서 추진하는 당명 개정과 당원 투표 확대는, 죄를 인정하지 않은 채 형량 감경만 노리는 정치적 술수일 뿐"이라고 했다.

 

개별 의원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가세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철 지난 썩은 사과라도 해라', 하지만 이마저도 안 된 모양"이라며 "여전히 '윤 어게인'인가"라고 했다.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은 "늦어도 너무 늦어 이미 썩어버린 사과"라며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윤 어게인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절연하고 당내 청소부터 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지율 구걸을 위한 사과 쇼"라고 했고, 김용민 의원은 "선거 앞두고 고개만 숙인다고 사과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도 장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정당해산이 최고의 쇄신" "포장지 갈아끼우기"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해야 할 최고의 쇄신은 경제적 파산과 정당 해산"이라며 "내란에 가담하고 동조한 이들이 모여 쇄신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둔 의원들의 비명에 계엄행위 자체에 대한 정무적 사과, 당명 변경이라는 포장지 갈아끼우기를 선택했다"며 "장 대표는 윤석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반납해야 할 425억 원 마련부터 서두르라"고 일갈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도대체 무엇을 바꾼다는 것이냐"며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곧바로 '하나마나한 한가한 소리'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내란세력은 물론 여전한 내란본당 국민의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역사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튜버 전한길 씨 SNS. 2026.1.7. 온라인 커뮤니티

 

전한길 "윤석열 사형하라고?" 당원들 "배신자" 격앙

 

한편 민주·진보 진영에서 장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지지층과 강성 당원들은 "사과를 왜 했느냐"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쇄신안 발표로 오히려 당 안팎의 혼란과 분열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유튜버 전한길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 대표 쇄신안 관련 뉴스를 공유한 뒤, "이거 뭐지? 장 대표님?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판사들로 하여금 무기징역, 사형을 선고하라고 부추김?"이라고 쓰며, 장 대표를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 "반국가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구국의 결단 '대국민 호소용 비상계엄'이 저들의 내란공작과 사기 탄핵이 드러나서 '윤 어게인'이 옳았고, 윤 대통령이 옳았다는 것이 세상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데…지금 이 시점에서 갑자기 왜 계엄 사과?"라고 적었다. 이후 전 씨는 "보수 우파 분열로 전한길의 뜻을 확대 해석 또는 왜곡 보도할 가능성을 일축하기 위해서"라며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장 대표의 페이스북에도 쇄신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전 페이스북에 "새 날을 엽니다. 당원의 힘으로 국민의힘의 새 날을 엽니다"라며 "이기는 변화"라고 적었다. 강성 지지자들은 해당 글에 "사과를 왜 했느냐" "사과했다니 실망이다" "당신도 다를 게 없다" "배신자" "정계를 떠나라" "제발 내려와라" "퇴출시켜야 한다" 등 항의성 댓글을 달고 있다.                                                      < 김성진 기자 >

 

“정부, 국제법과 UN 헌장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 다할 것 당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백악관 X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8인이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미국의 군사 작전과 관련하여, 국제법적 절차를 결여한 무력 사용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68인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는 유엔(UN) 헌장 제2조 제4항의 무력 사용 금지 원칙과 제2조 제7항의 내정 불간섭 원칙에 비추어 심각한 결함을 지닌다. 이러한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이자 국제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한다”라며 “제시된 ‘마약 밀매 혐의’는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타국 영토 내에서 해당국의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강제 연행은 주권 존중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향후 유사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선례 될 수 있어”

 

해당 의원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우려되는 것은 향후 유사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강대국이 일방적 판단에 따라 타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국제질서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삼는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변화가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진
 

“베네수엘라 사태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 회복 위해 공동 협력할 것 촉구”

 

이어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과 유가 변동, 공급망 교란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을 당부한다”라고 밝힌 뒤 “우리는 유엔의 역할과 노력을 지지하며,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 회복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강준현, 고민정, 곽상언, 권칠승, 권향엽, 김기표, 김남근, 김남희, 김문수, 김승원, 김용만, 김용민, 김원이, 김윤, 김준혁, 김태년, 김태선, 김현정, 남인순, 문금주, 문정복, 민병덕, 민형배, 박찬대, 박해철, 박홍배, 백승아, 백혜련, 복기왕, 부승찬, 서미화, 서영석, 소병훈, 손명수, 송재봉, 양부남, 염태영, 오기형, 오세희, 윤건영, 윤종군, 윤준병, 이건태, 이광희, 이기헌, 이병진, 이수진, 이연희, 이용선, 이용우, 이인영, 이재강, 이재관, 이재정, 이주희, 이해식, 이훈기, 임미애, 임오경, 임호선, 장경태, 전진숙, 정태호, 조계원, 진성준, 최민희, 한준호, 황정아 의원(가나다 순)이 이름을 올렸다.        < 노지민 기자 >

청문회’에 걸린 ‘대중적 정의감’의 딜레마

엄격 규정하면 동조자 늘고 관대하면 정의감에 반해
80년 전 친일파 청산 위한 '반민특위' 딜레마와 닮은꼴

'이혜훈 지명' 치열한 토론 통해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

 

                                                                              전우용 역사학자

1945년 해방을 맞았을 때, 민주독립국가 건설이 민족의 지상과제라는 의견에 반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제로부터 ‘조선귀족’ 작위를 받은 극소수만이 시대착오적인 왕정복고를 꿈꿨을 뿐이다. 새 국가 건설과정에서 ‘친일 민족반역자’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일제에 부역하여 동족을 짓밟은 민족반역자들을 처단, 처벌하지 않고서는 민주독립국가 건설의 전제인 ‘민족정기(民族正氣)’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당대의 보편적 대의(大義)였다. 그런데 ‘민족반역자’는 누구이며 ‘민족반역행위’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시키는대로 한 죄 밖에 없는 내가 왜 민족반역자냐"

 

“국민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랑 놀다가 ‘우리말’ 썼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에게 끌려가 두 뺨이 터지도록 호되게 맞았다. 해방이 뭔지는 잘 몰랐으나 그 선생 안 보게 됐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그러나 개학 후 학교에 가니 그 선생이 그대로 있었다.” 꽤 오래 전 영화감독 임권택이 모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술회한 ‘해방의 기억’이다. 당대의 문자 보급률이나 미디어 환경에서, 보통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민족반역자’는 조선귀족이나 총독부 칙임관, 저명한 문필가나 예술가들이 아니라 말단 순사, 면 서기, 구장(區長), 경방단장(警防團長), 학교 교사, 교회 목사 등 그저 ‘유지(有志) 행세하는 이웃’들이었다. 징용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집안에 들어와 놋그릇 나부랭이를 빼앗으며, 우리말 쓰다가 발각된 아이들을 모질게 때리고, 일본 신도의식 시간에 일부러 지각했다는 이유로 신도를 고발한 자들이 ‘민족반역자’의 실례였다.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여운형 위원장을 에워싼 해방 군중들.

 

보통사람들에게는, 이런 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갱생의 시간’을 주는 게 ‘정의’였다. 그러나 이 ‘정의’는 실현가능한 영역 밖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민족반역자’로 몰린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친척·친지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먹고 살기 위해’ 한 일이 어떻게 ‘민족반역범죄’가 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민족반역행위의 범위를 확장하는만큼, ‘민주독립국가’ 건설의 주체는 줄어들고 척결해야 하는 대상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1947년 3월 13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은 「부일협력자, 민족반역자, 전범, 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법률」초안을 상정했다. 이 초안은 조선총독부의 말단 행정관리도 민족반역자로 규정했으니, 입법의원 중에도 이에 해당하는 자가 적지 않았다. ‘해당자’들은 따로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조선총독부 칙임관 이상으로 크게 축소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으로 칙임관 직위에 오른 자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둘러싼 입법의원 내의 논란은 7월 2일의 ‘재수정안’으로 귀결되었다. 재수정안은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주임관(현재의 사무관급) 이상의 관리, 판임관 이상(전원)의 군인과 군속, 고등계(독립운동가 체포 심문 관련 업무 담당)에 재직한 경찰로 한정했다. 그러나 총독부 조선인 관리들에게 ‘현직 유지’를 지시했던 미군정청은 이 특별조례법률을 인준하지 않았다.

 

반민특위 와해로 민족반역 정체성 내면화 길 택한 경찰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제헌헌법은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부칙에 명기했다. 8월 5일, 제헌국회는 ‘반민족행위 처벌 특별법 기초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는 미군정기의 특별조례법률에 기초한 법안을 만들어 정부 수립 다음 날인 8월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특별법은 ①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세습한 자, ② 중추원 부의장, 고문 또는 참의 되었던 자, ③ 칙임관 이상의 관리 되었던 자, ④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⑤ 독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간부로 활동했던 자, ⑥ 군, 경찰의 관리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⑦ 비행기, 병기 또는 탄약등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자, ⑧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되었던 자로서 일정에 아부하여 그 반민족적 죄적이 현저한 자, ⑨ 관공리되었던 자로서 그 직위를 악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 ⑩ 일본국책을 추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각 단체본부의 수뇌간부로서 악질적인 지도적 행동을 한 자, ⑪ 종교, 사회, 문화, 경제 기타 각 부문에 있어서 민족적인 정신과 신념을 배반하고 일본침략주의와 그 시책을 수행하는데 협력하기 위하여 악질적인 반민족적 언론, 저작과 기타 방법으로써 지도한 자, ⑫ 개인으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들을 ‘민족반역자’로 규정했다.

 

반민특위에 의해 기소된 민족반역자들

 

이들 중 ①~③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지만, ④부터는 정성적 판단이 필요했다. 수사와 기소의 주체로 조사위원과 특별검찰부, 특별재판부로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절대다수의 구 총독부 하급 관리들, 특히 경찰들은 과거 행적을 반성하는 쪽보다는 민족반역자의 정체성을 내면화하는 쪽을 택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민족반역자로 처벌받을 경찰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적 정의감’이 원하는 바를 잘 알았던 경찰들에게 반민특위 와해는 ‘생존의 문제’였다. 결국 ‘대중적 정의감’은 단 1%도 충족되지 못했다.

 

내란세력은 41%인가, 25%인가, 고작 수십 명인가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은 명백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내란세력’의 최우선 살해 대상이었던 이재명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고작 4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내란세력’에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만한 판사들이 내란범들을 재판하고 있으며, 영장 기각으로 내란범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제1야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로서 결코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재래식 신문 지면들에는 연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리고 있다. 내란에 동조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전국 도시 거리 곳곳에 걸려 있으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이 수시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내란 극복’은 ‘내란세력 척결’과 대략 같은 뜻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자들과 함께 민주주의 회복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내란범들은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처벌해야’한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윤 어게인’ 집회에서 내란의 정당성을 선동했던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을 기획예산처장으로 지명했다. 일견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한쪽 문을 열어 놓은 것을 보면, ‘내란세력’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는 ‘생각 없이 내란세력에게 휩쓸려 들어간’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법적 단죄의 전제이다. ‘대중적 정의감’이 지목하는 내란세력과 ‘사회적 합의’로 규정되는 내란세력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내란세력’을 엄격히 규정하면 오히려 그 동조세력이 늘어나고, 관대하게 규정하면 ‘대중적 정의감’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80년 전의 딜레마이자 오늘날의 딜레마이다. ‘내란세력’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에게 투표한 41%의 국민?, 지금도 계엄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그 당을 지지하는 25%의 국민?, 아니면 내란특검이 기소한 고작 수십 명의 ‘수괴 및 중요 임무 종사자’들?

 

80년 전 반민특위 경험이 지금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3 연합
 

민주주의 회복과 내란 극복은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80년 전 선조들이 ‘친일파 청산’을 못해서 한국 현대사가 시작부터 뒤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우리 세대가 같은 시험대 위에 올라 서 있다. ‘내란세력’의 범위, 달리 말하자면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장 지명은 ‘내란세력’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안을 제출한 것과 같다. 이 지명을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 결정에 관한 ‘찬반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로 이어져야 하며, 국회 청문회가 ‘토론장’ 구실을 해야 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번에는 반민특위의 경험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우용 역사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