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국회의 ”트럼프, 당장 전쟁의 광기 멈춰야"

전국목회자 정평 '국가 테러리즘"규정하고 규탄

”미국, 이스라엘의 끝없는 점령 야욕 비호"
”정부, 불법 전쟁에 가담·동조 말라" 요구
'도발성' 주한미군 서해 공중 훈련도 비판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란 공습은 명백한 불법적 무력 침공이며,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다. 주권 국가에 대한 일방적 군사 공격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등의 원로와 활동가들의 연대기구인 '국민주권사회대개혁 전국시국회의'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의 이란 불법 공격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살해 사태에 대해 이렇게 비판하고 "힘의 논리로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중동 전역을 전면전의 문턱으로 밀어 올릴 뿐이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 03. 01 [AFP=연합]
 

시민단체들 "불법적 이란 무력 침공 규탄"
전시국 ”트럼프, 당장 전쟁의 광기 멈춰야"

 

전국시국회의는 규탄 성명에서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각자의 국내 정치 위기를 전쟁으로 돌파하려 한다면, 이는 세계 평화를 볼모로 한 무책임한 도박이다”라면서 "전쟁은 지도자가 시작하지만, 그 참혹한 결과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는다. 어떤 정치적 계산도 민간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시국은 최근 주한미군의 '도발성 서해 훈련'과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면서 "미국의 무분별한 군사 침략과 패권적 군사전략은 중동을 넘어 동아시아까지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 세계를 향해 무력을 휘두르는 미국은 지금 당장 전쟁의 광기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군의) 군사적 행보에 대해 신중히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도 '칼로 보습을 만들라"란 긴급 성명서를 냈다. 전국목정평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권 국가 이란 침공과 정권 교체 책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들 두 나라의 군사 공격을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악한 전쟁범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노동자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3.2 연합
 

”미국, 이스라엘의 끝없는 점령 야욕 비호"
전국목정평 '국가 테러리즘"규정하고 규탄

 

전국목정평은 ”이스라엘의 끝없는 점령 야욕과 이를 비호하며 서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결합하여 무고한 민중들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며 ”주권 침해와 살상을 정당화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국목정평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 대이란 모든 군사행동 중단하고 "침략군"을 철수하라 ▲ 이란과 서아시아의 평화는 외부의 무력이 아닌, 해당 지역 민중들의 자결권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불법적 전쟁에 가담, 또는 동조하지 말라 등을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도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인류의 평화와 중동의 안정, 한 나라의 주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군사 침략”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군사행동 즉각 중단, 철수를 요구했다.

 

28일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중부사령부 소속 해군 장병들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 72)의 비행갑판 위에서 항공기를 대기 지점으로 유도하고 있다. 2026. 02. 28 [AP=연합]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주권과 평화를 짓밟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적 이란 침공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는 "선제폭격은 국제법상 침략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으며, 국제평화국(IPB) 및 한국 파트너 단체들도 "이란 공격을 즉각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라”고 미국·이스라엘에 요구했다.              < 이유 기자 >

 

트럼프의 침략에 '축전' 보내는 한국 언론

 

이란 독재자 제거한 전격적 결단인 듯 예찬
노골적 편향 아니라도 미국에 감정이입 많아
'미국은 주권국가 침략해도 된다'는 강변까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전개한 이란 '불법 공격'을 전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요약하자면 대체로 ‘37년 독재자 제거 성공’으로 모아진다. 트럼프가 철권통치를 휘두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없애는 성과를 올렸다는 한국 언론의 다수의 보도는 트럼프의 승전에 마치 '축전'이라도 보내는 듯한 논지다.

 

물론 많은 언론이 불법성이 분명한 이번 침공에 대해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정당하지 않다”는 경향신문이나 “미국이 외교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공격으로 전세계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한 한겨레의 사설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진보 계열의 신문들 외에 다른 언론들도 노골적인 미국 편향의 논리를 눈에 띄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실질적으로 미국 측의 논리를 대변하는 내용과 제목들이 넘쳐난다. 다수의 기사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혼란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이 국제질서의 불가피한 현실인 듯 제시한다. 미국의 기습 침공의 이유를 이란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포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오만의 중재 등에 의해 미국-이란 간에 핵협상의 중대한 돌파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가볍게 무시된다. 추락하는 국내 정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점도 거의 주목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2일자 머릿기사. 
 

조선일보는 2일자 1면 머릿기사에 <단 한 번 공습에 37년 철권 통치 끝냈다>는 제목을 내걸었다. 단 한 번의 공습으로 수십 년 간의 독재 정치를 종식한 미국의 막강 군사력과 트럼프의 전격적인 결단을 칭송하며 축전이라도 보내는 듯하다.

 

이는 다른 상당수의 언론들에서도 보이는 시각이다. 연합뉴스도 1일 속보를 내보내면서 <美·이스라엘 전격공습에 하메네이 폭사…37년 철권통치 무너졌다>고 했다. MBC의 실황 중계 방송에서 앵커는 내내 “이란 신정 정부에 의한 이란 국민들의 대규모 학살이 있었다”고 해 그같은 학살이 트럼프의 침공을 초래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여러 신문과 방송의 기사들은 제목에서부터 국내 언론들이 이 전쟁의 양측 중 어느 쪽에 서서 이 사태를 바라보는지가 드러난다. <마두로 축출 두달 만에…더 과감해진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사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에 이어 또 다른 성공을 이뤄낸 것으로, ‘과감한 결단’으로 포장하고 있다. <反개입 외치다 군사행동·정권교체까지…트럼프 '힘의 외교' 본격화>는 외교를 포기한 힘의 노골적인 행사를 마치 외교의 한 방식인 것으로 이름 붙여 준다. <'이란 정권교체 승부수' 트럼프발 정세 격변…평화·혼란 기로>라고 해 트럼프의 도발을 ‘대담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침공을 ‘충돌’이라고 표현한 것부터가 제대로 된 명명이랄 수 없다. 상호 간에 대등한 전쟁의 발발 책임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충돌’이라는 말은 일방적인 침공을 받은 것에 맞서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교전의 양상을 제대로 설명하는 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작년 '12일 전쟁' 후 8개월 만에 다시 양국 군사적 충돌>이라는 기사 등에서 ‘충돌’로 표현한다. 나아가 이스라엘 국방부가 발표한 대로 ‘예방적’ 공격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 쓰고 있다. 마치 이란 측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미리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방어 차원에서 기습을 벌인 듯이 ‘예방’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쓰고 있다.

 

최소한의 시비에 대한 판단도 없이 마치 운동경기를 관전하듯 서술하는 태도도 보인다. 한국일보는 “국제 사회의 혼란과 불확실성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법치와 규범이 사라진 자리에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제3자의 눈으로 보듯이 담담하게 서술한다.

 

이 정도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대당 3조원 '침묵의 암살자'…이란 공습 투입 B-2 폭격기는>라는 뉴시스의 기사는 수많은 인명 살상을 부르는 전쟁 무기를 첨단 상품처럼 자세히 소개한다. 이 기사는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으로 꼽히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를 전격 투입했다면서 “지하 깊숙이 숨겨진 적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고 해 미군의 정예폭격기의 성능을 예찬하며 그 위력이 증명됐다고 했다. 이 폭격기를 ‘이번 작전의 주인공’으로 부르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항속 거리와 무장 탑재 능력, 중간 기착지 없이 공중급유만으로 전 세계 어디든 24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으며, 재래식 폭탄은 물론 핵무기까지 탑재가 가능한” 이 폭격기의 투입은 이란의 지하 탄도미사일 시설을 확실히 제거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해 주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붙인 이번 공습 작전 명인 ‘장대한 분노(Epic Fury)’의 분노는 미군 측의 희생에 대해 주로 쓰인다. <‘장대한 분노’ 향후 시나리오는…‘베네수엘라 모델’ 희망에도 리스크는 크다>는 국민일보의 기사 등에서 그 같은 미국에 대한 ‘감정이입’이 보인다. 이 기사는 ‘트럼프의 전격적인 군사 작전 명령’으로 ‘37년 철권통치 하메네이 제거’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미군이 3명이나 사망하고 보복이 예고되면서 ‘장대한 분노’ 작전의 리스크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쓰고 있다. 이란의 여자초등학교가 폭격당해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죽음을 당한 처참한 피해가 전해졌지만 그같은 학살에 대한 분노보다 트럼프가 미군 3명이 전사한 것에 복수를 다짐하면서 드러낸 분노에 더욱 주목하는 것이다. 연합뉴스TV의 <탄약재고 비상으로 트럼프 추가작전 부담>이라는 기사도 탄약 부족으로 인한 트럼프의 곤란한 사정에 대한 공감이 보인다.

 

이번 공습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란 공습 직후 긴급 시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너무 쉽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보다도 우호적인 것은 한국의 상당수 언론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우호적인 시각을 넘어 트럼프와 미국의 침략 행위에 박수를 보내고 독려까지 하고 있다. 이 신문이 2일자에 실은 <[기자의 시각]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칼럼은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인 응원가다. 이 칼럼은 “세계 무대에서 냉혹한 힘의 논리를 표현한 것이었다”고 전제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일부 내려놓았다고 해도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면서 초강대국인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 나라 대통령은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칼럼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과의 관계 복원 움직임을 지적하려는 의도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의 침략 행위에 면죄부를 보내는 듯하다. 이 칼럼은 대담하게도 미국은, 혹은 트럼프는 주권국가를 침략해도 되는 나라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믿는 언론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칼럼이다.   

                                                                                                     < 이명재 기자 >

 

'투키디데스 함정' 피하려면 미군 철수 검토해야

한반도, 미·중 충돌의 직접적 전장 될 우려 커져
한미 동맹 틀 유지하면서도 재설계 필요

 

결국 트럼프가 이란을 공습했고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엄청난 사건이 시시각각으로 터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8일 밤, 서해 상공에서는 또 하나의 긴장이 스쳐 지나갔다.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 서해안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중국 전투기의 근접 위협을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같은 해역에서 같은 패턴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장면들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어떤 원리를 떠오르게 한다.

 

투키디데스 함정, 그리고 주한미군이라는 인계철선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간 전쟁을 정체를 다음과 밝히면서 교훈을 남겼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신흥세력 아테네가 부상하면서 그에 따라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교훈을 중시한 하버드대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최근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지난 500년간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6개의 사례 중 12번은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고, 단 4번만 평화적 권력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충돌은 본토가 아니라 제3지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반도는 그 조건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말은 '미군이 없으면 한국은 불안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과 핵 억지의 현실, 그리고 미국의 기술안보 이해관계와 동아시아 군사 전략을 직시하면, 이 주장은 허구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한국을 미·중 충돌의 자동 전장으로 만드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방전략(NDS)은 북한 재래식 전력에 의한 위협을 가능한 한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력에 따라 주한미군 태세와 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2026.1.26. 연합
 

보이지 않는 위협 ㅡ 미군 기지의 생물학적 위험

 

미군 주둔의 위험을 논할 때 흔히 간과되는 차원이 있다. 바로 생물학적 위험이다. 이미 2015년,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무단 반입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17년과 2018년에도 생물학적 시료의 추가 반입 사실이 드러났다. 미군 측은 '불활성화된 단백질'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극소량으로 분산 반입된 방식이 생물학적 효능 검증을 위한 실험의 정황과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군이 JUPITR(주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방어 목적의 감시체계라 하더라도, 그 기반에는 생물학적 작용제의 연구와 탐지 역량이 집적되어 있다. 문제는 전시 상황이다. 미·중 충돌이 현실화되어 한반도의 미군 기지가 공격 대상이 된다면, 기지에 집적된 생물학적 물질의 유출과 확산은 재래식 폭격 피해를 훨씬 능가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물학적 작용제는 한번 유출되면 통제 범위를 벗어나며, 한국 민간인이 가장 먼저, 가장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게 된다.

 

주한미군 기지는 단순한 군사 시설이 아니다. 평시에는 사고 위험을, 전시에는 생물학적 재앙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 구조물이다. 이 차원의 위험은 '미군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주장이 외면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재래식 전력은 이미 한국이 북한을 압도한다

 

한국군은 이미 북한군을 압도하는 수준의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첨단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정밀타격 능력, 정보·통신 체계는 북한의 노후 장비와 비교할 수 없다. 북한은 병력 수와 포병에서 일정한 위협을 유지하지만, 질적 격차는 메울 수 없다. 수도권이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있다는 지리적 취약성은 실재하지만, 이것은 미군 지상군 주둔으로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밀 타격과 선제 무력화 능력으로 대응해야 할 군사적 과제다. 따라서 재래식 전쟁에서 한국군이 미군 없이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핵우산, 상징은 크지만 신뢰는 불확실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다. 미국은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 본토가 핵 공격 위험에 노출될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핵 보복을 실행할지는 불확실하다. 냉전 시기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한국 역시 같은 딜레마에 놓여 있다. 핵우산은 정치적 상징으로는 크지만, 실질적 보호책으로서의 신뢰성은 본질적으로 제한적이다. 주한미군 수만 명의 존재가 이 근본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이 직접 핵을 보유하는 것은 이미 26기의 핵지뢰와 같은 핵발전소 때문에 전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제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참가한 지대지미사일 현무 2024. 10. 1 연합
 

미국은 군대 없이도 한국을 지킬 이유가 있고 능력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미국의 대한(對韓) 개입 동기는 주한미군 주둔 여부와 별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해군함정 기술과 배터리 산업은 미국의 기술패권 전략과 직결된다. 한국이 적대 세력의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에게 단순한 동맹 상실이 아니라 핵심 기술 공급망의 붕괴를 의미한다.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더라도 한국 방어에 개입할 압도적인 전략적 유인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개입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해관계를 군사적으로 표현한 형식에 가깝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억지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은 주일미군 기지를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 환영하고 있으며, 오키나와·요코스카·이와쿠니 등의 기지망은 한반도 유사시 신속 대응의 발판으로 충분히 기능한다.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력망의 B-52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이지스 전투함은 한반도에 미군이 상주하지 않아도 강력한 장거리 억지 효과를 발휘한다.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장거리 무력은 지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전쟁 억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 이제 선택이 아닌 과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은 군사 전략적으로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한다. 유사시 미군이 자동으로 전쟁에 끌려 들어오게 만드는 정치적 장치다. 이것이 미국의 개입 의지를 강제하는 측면에서는 동맹 관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의 어떤 군사적 마찰도 즉각 한반도를 전장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이미 수많은 원전 그리고 송전망이 자리잡고 있는 초고밀 초위험 사회다. 산불만 나도 전력계통에 패닉이 올까 노심초사하는 나라다. 2월 18일 밤 서해 상공의 긴장이 낳을지도 모르는 작은 불꽃이 언제고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군 철수는 단순히 '안보 부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미·중 충돌의 직접적 전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한국군은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안보 이해관계로 인해 주한미군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방어에 관여할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 일본 기지를 포함한 장거리 억지력은 충분히 유지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중 충돌의 자동 연루 구조에 묶여 있을 전략적 이유는 없다.

 

물론 미군 철수가 곧 고립이나 방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미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지상군 주둔의 형태와 규모를 재설계하는 방식, 즉 또 다른 의미의 '전략적 유연성'의 확보가 핵심이다.

 

엘리슨 교수의 분석에서 전쟁을 피한 4가지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세력 균형의 명확성과 유연한 외교였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 자체를 벗어나는 것, 그것이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한국 안보의 진정한 위협은 미군 철수로 인한 공백이 아니라, 핵 억지의 불확실성과 미·중 충돌의 전장으로 전락할 위험이다. 이제 미군 철수를, 동맹의 약화가 아닌 한국이 스스로의 전략적 운명을 설계하는 출발점으로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

 

이란 초등학교 폭사 165명 "책가방 나올 때마다 절규"

토요일 오전 교실서 수업 듣다 '날벼락'
맨손 구조 속 사상자 속출, 96명 부상
혁명수비대 기지로부터 600m 떨어져

이란 외무 "학살이자 전쟁 범죄" 규탄
미군 "민간인 피해 심각, 조사 중" 밝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파돼 붕괴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마을의 여자 초등학교 현장에서 시신 및 생존자를 찾는 작업이 1일도 계속된 가운데 한 남성이 책가방과 공책을 발견해 동료에게 건네고 있다. 다른 사진들에는 중장비가 동원된 모습이 보이긴 하는데 대부분 맨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고 있다. 어린 아이의 한쪽 팔과 손이 흙더미 안에 파묻힌 참혹한 사진도 눈에 띄지만 쓰지 않는다. 2026. 3. 1 미나브 마을 AP 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습 과정에 파괴된 이란 남부의 여자 초등학교 붕괴 현장에서 숨진 사람이 165명으로 늘어났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당국은 전날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에 가해진 폭격으로 165명이 숨졌으며, 96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반쯤 무너져 내린 학교 건물에서 사람들이 거의 맨손으로 시멘트 덩어리를 치우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이 숨진 채 속속 발견되면서 딸을 찾으러 나온 엄마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다고 이들 기사는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이 이란 공격을 개시한 직후인 28일 오전 10시 45분쯤 여자 아이들이 다니는 이 초등학교는 수업 중 폭격을 당했다. 지역 당국은 당시 약 17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은 주 6일 근무하는 시스템이어서 금요일만  공식적으로 쉬며, 토요일에는 학교와 직장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  

 

이란 당국은 전날까지 현장에서 8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고, 영국 BBC도 최소한 10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망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28일(현지시간) 방영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마을의 여자 초등학교 폭발 붕괴 현장에서 촬영된 학교 건물 바깥 풍경. 어린 딸이나 친척 아이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여인들이 시신이라도 찾았다는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IRIB TV 화면 갈무리 AFP 연합
 

이란 매체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2층으로 보이는 학교 건물은 공습에 절반가량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주민들이 몰려들어 거의 맨손으로 시멘트 덩어리를 치우면서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여러 어린이가 숨진 상태로 속속 발견되고 있다. 현장 곳곳에는 책가방 등 어린이들이 쓰던 물건들이 나뒹굴었다.

 

SNS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학교 마당에는 딸을 찾으러 나온 엄마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 모습도 담겼다.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어떤 경위로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폭격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 학교가 이란의 군사시설로 보이는 곳 근처에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기지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 문제의 학교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단순한 침략 행위가 아니라 전쟁 범죄라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1일 학교 공격에 대해 "학살이자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WP에 "현재 진행 중인 군사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이런 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임병선 기자 >

 

 

전쟁에 남는 것은 언제나 무너지고 찟긴 삶
트럼프 결단·압박 거래 도구 여겨지면 안돼
한반도는 이란과 달라 글로벌 재앙 비화할 수

국제법 훼손과 동맹 균열 부를 암담한 미래
다른 나라의 미래 폭격으로 재단할 수 없어
미국 보일 건 군사적 우위 대신 도덕적 절제

 

전쟁은 언제나 거대한 명분을 앞세운다. 자유, 안보, 질서, 동맹, 억지력. 그러나 폭격이 시작되는 순간, 그 모든 단어는 먼지가 된다. 남는 것은 무너진 건물과 찢긴 삶,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죽음이다. 오늘 우리는 미국의 이란 침공을 둘러싸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인류 보편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이었는가.

 

미국은 스스로를 ‘국제질서의 수호자’라 부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류애의 보편적 기준에서 보자면, 군사적 선제행동은 가장 마지막에 선택되어야 할 수단이다. 외교적 노력은 충분했는가? 다자적 합의는 존중되었는가? 국제법적 정당성은 온전히 확보되었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미국의 행동은 결코 가볍지 않다.

 

1일,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이틀 연속 공습이 이어진 후, 이란 테헤란의 건물들 뒤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2026. 03. 01 [EPA=연합]
 

1. 선택적 정의와 반복되는 개입의 역사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위협’을 규정하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그 위협의 판단 기준은 일관되지 않다. 어떤 국가의 인권 문제에는 강력히 개입하면서, 동맹국의 문제에는 침묵한다. 어떤 핵 프로그램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폭격을 감행하면서, 다른 지역의 핵 보유는 사실상 묵인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국제질서의 도덕적 기반을 잠식한다. 정의가 힘에 의해 선택적으로 집행될 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패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류애의 보편성은 강자와 약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개입은 그 원칙을 반복적으로 훼손해 왔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단기적으로 특정 군사 목표를 달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역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었다. 중동은 이미 수십 년간 외부 개입과 내부 분쟁으로 고통받아 온 지역이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폭격은 평화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불신과 보복의 사슬을 강화한다.

 

폭격은 시설을 파괴하지만, 동시에 기억을 남긴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분노, 주권이 침해되었다는 집단적 상처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이런 기억은 극단주의를 키우고,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군사적 개입은 문제를 제거하는 대신 문제의 지평을 넓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2026. 03. 01 [EPA=연합]
 

2. 트럼프식 결단과 위험한 선례의 구조적 문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정책의 ‘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방식은 예측 불가능성과 강경함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협상과 압박, 그리고 돌발적 군사행동을 하나의 거래 도구처럼 사용하는 접근이다.

 

겉으로는 ‘강한 리더십’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국제정치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는 위험한 도식에 가깝다. 복잡한 역사와 종교, 지역 질서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흑백 논리로 재단하고, 압박과 타격을 통해 단기간에 해법을 끌어내겠다는 발상은 장기적 안정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방식이 문제인 이유는, 군사력이 ‘정책 옵션’이 아니라 ‘정치적 과시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적 위기, 지지율 하락, 선거 국면 등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이 활용된다면 국제질서는 지도자의 정치 일정에 종속된다. 이는 전쟁과 평화가 국민적 숙의나 국제적 합의가 아니라, 특정 권력자의 판단과 계산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군사행동이 반복되면 국제사회는 점차 둔감해진다. 처음에는 충격과 비판이 따르지만, 이후에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소비된다. 이런 일상화 흐름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무력 사용의 문턱이 낮아지고, 선제공격이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다음 결단은 훨씬 쉬워진다. 법적·도덕적 저항선이 점차 약화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북한을 떠올리게 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장사정포와 미사일, 핵무기 개발 문제가 얽혀 있으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만약 이란에서의 선제적 군사행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확산된다면, 북한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압박과 타격을 시도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겠는가.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추모하는 테헤란 시민들. EPA 연합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가능성은 선례 위에서 자란다. 한번 ‘성공한 모델’은 반복을 유혹한다. 특히 예측 불가능성을 전략으로 삼는 지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중동과 차원이 다르다. 인구 밀집도, 경제 규모, 군사 배치 상황 모두가 훨씬 복잡하고 치명적이다.

 

그 경우, 피해는 단지 북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수도권은 즉각적인 타격권 안에 있다. 수천만 시민의 생명과 산업 기반, 사회 시스템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 붕괴하면 그 파장은 세계 경제 전체로 번진다. 전쟁은 더 이상 국지적 사건이 아니라, 글로벌 재앙이 된다.

 

3. 국제법의 훼손과 동맹 구조의 균열

 

국제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힘의 자의적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법과 다자주의 체제를 구축해 왔다. 무력 사용은 자위권 행사나 명백한 국제적 합의가 있을 때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강대국이 독자적 판단으로 군사행동을 반복한다면, 국제규범은 점차 형해화된다. 규범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힘이 규범을 대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국제질서 전반에 구조적 불안을 초래한다. 약소국은 생존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될 가능성에 대비해 억지력을 강화한다. 이는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핵무기 보유의 유혹을 키운다. 미국이 억제하려는 바로 그 위협을, 미국의 선제적 군사행동이 정당화해 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또한 동맹 구조 역시 심각한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은 동맹을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동맹은 일방적 통보의 대상이 아니다. 군사적 충돌이 동맹국의 영토와 시민을 직접적 위험에 노출시킨다면, 그 결정은 숙의와 동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맹은 협력체가 아니라 종속 구조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군사적 결단을 내린다면, 그 파장은 치명적이다. 전쟁의 1차 피해자는 한국 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결정권이 외부에 있다면, 이는 주권과 동맹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다. 동맹은 보호의 약속이지, 위험의 전가가 아니다.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역시 군사적 대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는 다극적 힘의 균형 위에 서 있다. 미국의 일방적 행동은 역내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고, 대리전 혹은 확전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국제 체제 전반의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국제법의 약화, 동맹의 균열, 군비 경쟁의 가속화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한다. 강대국의 자의적 군사행동이 과연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가. 인류애의 보편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4. 인류애의 기준과 미국의 역사적 책임

 

미국은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다. 그 힘은 단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책임을 동반한다. 더 큰 힘은 더 큰 절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란 침공은 절제보다 과시의 인상을 남긴다. 인류애의 보편적 관점은 분명하다.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미래를 폭격으로 재단할 권리는 없다. 체제 변화나 정책 수정은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내부의 변화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폭격은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사회를 강화하지는 못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결단이 미국 내부의 민주적 통제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전쟁은 행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적 토론과 의회의 승인, 투명한 정보 공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속전속결식 군사행동은 민주주의적 숙의를 우회할 위험을 내포한다.

 

비판은 단순한 반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다자적 협상의 복원, 군사적 옵션의 엄격한 제한, 지역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힘은 빠른 해법처럼 보이지만, 평화는 느린 축적의 결과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단지 중동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국제질서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이며, 한반도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다. 힘의 정치가 일상화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진다. 인류애의 보편적 기준은 단순하지만 엄격하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그 생명은 동등하게 존엄하다. 강대국의 전략적 계산이 약소국 시민의 삶보다 우선할 수 없다.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의 리더를 자임하려 한다면, 먼저 보여야 할 것은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도덕적 절제다. 폭격의 능력이 아니라 자제의 능력이다. 전쟁은 버튼 하나로 시작되지만 그 상처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인류애는 묻는다. 당신의 힘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 그리고 그 힘은 인간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떳떳이 답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침공도 정의로 포장될 수 없다.                                < 박철 기자 >

 

 

“점령보다 참수, 폭격”···트럼프의 ‘21세기 신제국주의’

 

이란의 저항이 판 가를 강대국 분할통치 미래
“점령보다 참수, 영토장악보다 폭격”이 ‘묘수’?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끈 ‘세 가지 전략적 변화’

핵, 이란의 방어태세 약화, 미국의 적극적 공조
‘묘수’ 실행의 첫 번째 사례가 ‘베네수엘라 침공’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의 오웰 세계

 

3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에 있는 연방 건물 앞에서 이란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행진과 집회에 참여한 군중이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란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 작전으로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3월 1일 공식 확인했다. 2026.3.1.EPA 연합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고위직을 역임하고 다트머스대 데이비드슨 국제안보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스티븐 사이먼은 28일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이 피해 온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했다며, 그가 터부(금기)를 깨고 그것을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으로 탈바꿈시켰다(turned a broken taboo into a method for a new era)고 했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미국에게 금기가 된 것은 이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오일 쇼크(유가 급등)의 위험, 그리고 확전(escalation)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수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사이먼은 썼다.

 

3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으로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언론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의 정치 및 군사 지도자들과 탄도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 공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26.3.1.AFP 연합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끈 ‘세가지 전략적 변화’

 

그런데 그런 금기를 깨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적 변화가 있었다면서, 사이먼은 그 첫 번째로 이란 핵문제를 들었다. 지난해 6월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동원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로 정밀타격한 뒤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이란은 절대로 핵을 가질 수 없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지난해 그때 이미 “완전히 파괴됐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절대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주장과 모순되는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에겐 그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것은,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미국은 본토 직접 공격 회피라는 금기를 이미 깨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사이먼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했는지 여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확인할 수 없다며, 이란의 농축핵 위치와 규모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5월 이란이 핵폭탄 1개를 만드는데 충분한 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데 “아마 1주일도 안 걸릴 것”이라고 했고, 이번 이란 공격 직전까지 진행된 핵 협상에 참여한 미국팀 대표도 그런 경고를 했다. IAEA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그 3개월 전인 6월 13일 기준으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 440.9kg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핵탄두 10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데, 60% 농축 우라늄을 무기급인 90%로 순도를 높이는데 몇 주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집요하게 주장한 것은 이란의 핵 보유를 자국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는 핵 보유국 이스라엘이었다.

어쨌든 트럼프는 이번 공격 직후에 이란이 조만간 핵을 가지게 놔 두진 않겠다는 것을 공격 명분의 하나로 삼았다.

 

3월 1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및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피살 이후, 이라크 시아파 무장 단체 지지자들이 바그다드 그린존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 한 시위자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있고, 진압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배치되었다. 2026.3.1. 로이터 연합

 

3월 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지지하는 시위 도중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6.3.1. AP 연합
 

두 번째 전략적 변화-이란의 방어태세 약화

 

사이먼이 얘기한 두 번째의 전략적 변화는 이란의 ‘방어 태세’(deterrent posture)와 관련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계산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의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을 비롯한 지난 1년간의 지역분쟁으로 이란이 지원하던 이른바 ‘저항의 축’ 네트워크가 약화되고 방공망이 축소되면서 계산이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궤멸작전을 펼치면서 레바논과 시리아, 예멘 등 인근 국가들의 이란 지원 조직들, 특히 그 핵심 인물들을 사전에 잠입시킨 첩보원들 도움을 받아 정밀타격 공습으로 차례차례 제거해 와해시켰다. 그런 조직들이 무너진 것도 이란의 ‘방어 테세’ 약화의 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6월의 ‘12일 전쟁’ 때 이란 본국의 방공망과 핵 시설들도 궤멸적 타격을 받았다. 이란의 ‘방어 태세’가 허술해졌고, 반격능력도 약화됐다는 ‘전략적 변화’가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는 카드를 꺼내 쓰도록 트럼프를 부추긴 요인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공격에서도 미리 침투시킨 첩보원들 정보와 공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트럼프도 밝혔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핵심인물들과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최고간부들이 정밀폭격에 희생된 것도 주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수행한 치밀한 이란 현지 첩보활동을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메네이 집과 집무실을 정확하게 타격한 것이 이스라엘의 폭탄인지 미국의 폭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추적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스러엘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미국이 공격 뒤에도 이란의 보복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때 이란은 사실상 보복을 포기했다. 보복할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 그것이 더욱 확연해졌다고 사이먼은 썼다.

이번 공격 뒤 이란은 공언해 오던 보복공격을 실행에 옮겼으나 판세를 흔들 만큼의 타격을 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월 1일 미국 댈러스 시내 딜리 플라자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서 어린이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항의하는 표지판을 들고 있다. 2026.3.1. AP 연합
 

세 번째 전략적 변화-미국의 적극적 공조

 

세 번째의 전략적 변화는 미국-이스라엘 동맹 역학관계의 변화다. 예전에는 이스라엘이 공격하면 말려들 것을 우려한 미국이 말리다가(또는 말리는 척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가담하면서 방향타를 잡는 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다. “백악관은 대결을 원했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공조했다”고 사이먼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크게 의식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이달 중순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9%, 지지하지 않는다는 60%였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레임덕 처지가 될 트럼프는 이런 추세를 뒤집어 놓을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 대중은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았다. 2월 말에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의 49%가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27%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공격을 감행했다. 여론의 역풍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해서 여론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는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가디언 3월 2일
 

“점령보다 참수, 영토장악보다 폭격”이 '묘수'?

 

사이먼은 그것을 “점령(occupation)보다는 참수(decapitation), 영토 장악(taking ground)보다는 폭격(bombing ground)”이라고 요약했다.

 

‘적지’를 점령하지 않고 ‘적’의 정치적 우두머리와 ‘적장’들을 죽이든 붙잡아 오든 제거한다. 그것도 지상전이 아니라 공습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정밀폭격을 통해. 말하자면 미군을 적진에 직접 투입해 전투를 벌일 경우 발생할 자국군 인명손실 위험을 피하면서 적의 지도부를 제압한다. 미군이 적진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투를 벌이고 점령한 뒤 통치하는 방식이 얼마나 큰 비용과 희생을 지불해야 하는지 미국인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 한참 전의 베트남전 개입 등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했다. 트럼프가 미국 역대 정권의 대외 전쟁개입을 비난하면서 자신은 전쟁을 막는 대통령이라고 선전한 것은 그런 식의 대외 전쟁개입에 대한 미국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개입은 대체로 실패로 끝났다.

 

‘묘수’ 실행의 첫 번째 사례 ‘베네수엘라 침공’

 

그런 난제를 해결해 줄 ‘묘수’를 트럼프는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격 체포작전에서 확인했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강력한 해공군력으로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봉쇄하고 첩보활동을 통해 마두로 체제 내부 및 마두로의 위치 정보를 파악한 뒤 방공망과 반격시스템을 선제공격해 ‘방어 태세’(deterrent posture)를 약화시킨 다음 소규모 특수부대를 투입해 최소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그렇게 해서 베네수엘라 지배세력 핵심인사들을 제거해 체제를 흔들어 놓은 다음 직접통치가 아니라 그 체제 내부나 반체제 쪽 유력자를 돈(경제력)과 무력(군사력)으로 포섭하거나 손잡고 대체권력을 만들어 조종하는 간접통치 방식을 구사한다.

 

국제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주권국가에 대한 트럼프의 이런 불법적인 대외 개입에 다수의 미국인들과 매체들이 환호했다. 비판도 거셌지만 미국사회가 그런 식의 개입 주체에 정치적 타격을 가할 정도의 비판의식과 조직된 힘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이 확인됐다. 그것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식 국익 우선 미국 제일주의 내셔널리즘의 ‘트럼피즘 마법’을 이기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

 

그리하여 베네수엘라식 정권교체와 반미체제 전복 및 친미체제로의 개조가 ‘묘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트럼프에게 심어 주지 않았을까. ‘묘수’란 스티븐 사이먼이 얘기한 바로 그 금기를 깬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turned a broken taboo into a method for a new era)이다.

 

스티븐 사이먼.   이코노미스트  2월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한 주요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이란 시민들의 대규모 반체제 시위와 최소 3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하메네이 체제의 잔인무도한 학살 진압, 그리고 그때 ‘다시 도우러 가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 등을 들었지만, 그것은 트럼프의 이란 직접공격 명분을 쌓는데 유리한 재료가 됐겠지만 공격의 주요 이유라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침공 때도 마두로 억압체제와 경제적 실패에 저항하는 베네수엘라 내부의 반마두로 운동과 정서를 침공 명분으로 활용했다.

 

1월 28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격은 사이먼이 말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긴 대표적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 침공이 첫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란이라는 나라의 무게와 지정학적 중요성, 개입의 후폭풍(국제정치경제적 파장) 등을 생각하면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최종 연습)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전에도 파나마, 그레나다, 니카라과, 칠레 등 트럼프가 말한 ‘서반구’에서 무수한 개입과 침공을 자행했다.

 

따라서 사이먼이 말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 즉 ‘묘수’란 트럼프가 되살려낸 미국의 ‘21세기식 대외 개입 방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그가 얘기한 ‘돈로주의’(Don-Roe Doctrine)의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 원유의 20% 이상이 유조선에 실려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자료사진. 2012년 1월 19일,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 남쪽에서 어부들이 유조선 앞에서 조업하고 있다. 2012.1.19. AP 연합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의 조지 오웰 세계

 

따라서 사람들은 이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즉 이번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그의 뜻대로 ‘성공적’으로 완결된다면, 미국은 장차 세계 곳곳에서 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을 써먹으려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21세기는 미국이라는 초대국이 자국 말을 듣지 않거나 자국 이익을 해치는 만만한 나라들을 골라 언제든 베네수엘라, 이란 개입방식을 적용해 순종하는 친미주의국가로 개조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만일 미국 혼자 하기 힘들면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국’들과 짜고,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했다는 ‘천하 삼분지계’식의 대국 분할지배를 시현해 보이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트럼프는 미국 역대 정권들의 대외 개입을 비판하면서 자신은 전쟁을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다수의 분쟁 종식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자랑하면서 노벨 평화상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가장 전쟁을 많이 하는 대통령 쪽으로 가고 있다.

 

바야흐로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조지 오웰의 ‘1984년’과 같은 거짓과 진실이 뒤집힌 시대가 21세기식 버전으로 또 다시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

 

이란의 저항이 판세 가를 강대국 분할통치

 

물론 그들의 뜻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이란이 트럼프의 계산을 뒤흔들어 놓거나 망쳐 놓을 정도의 저항력을 발휘할 경우 트럼프식 21세기 신제국주의는 그 출발선에서부터 좌절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베네수엘라와는 ‘체급’이 다른 중동의 강자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런 역량이 있을지에 달렸다.

 

뉴욕타임스는 3월 1일 하메네이 사망 사실이 확인된 뒤 테헤란 등의 일부 시민들이 환호하고 폭죽을 쏘아올리며 자축했고 거리의 자동차들까지 경적을 울리며 가세했지만, 하메네이가 사라진 “정권을 접수하라”고 선동했던 트럼프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체제 붕괴 때처럼 대다수의 이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구체제를 일거에 종식시키고 접수하는 사태로 발전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   나무위키

 

일부 관측통들은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정권과 함께 핵합의를 이끌어냈던 하산 로하니와 같은 온건 실용주의 개혁파 인사들과 손잡고, 마두로의 구체제 출신 인물인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손잡고 베네수엘라를 간접통치하듯 이란을 간접통치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당시 로하니의 개혁정책은 트럼프 정권이 전임 오바마 정권의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따라서 트럼프가 로하니와 손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트럼프 정권은 온건파든 급진파든 이란 대중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력 인물과 손잡고 베네수엘라식 간접통치를 하면서 중동의 반미 핵심국가 이란을 친미국가로 돌려놓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중동정세뿐만 아니라 국제 지정학적 구조 전체가 대변동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세계의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 한승동 기자 >

 

 

트럼프와 네타냐후, 이란 침략한 2인조 전쟁범죄단

 

결국 올 것이 오고야만 야만적인 '예방적' 공격
핵무기 없어서 침공당한 이란과 약육강식 논리
도심 심장부에 쏟아진 폭탄과 이란 민중 피눈물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서 전쟁 선택한 트럼프
박탈당한 민중의 자결권과 외세 식민통치 위험
이라크의 재앙을 망각한 트럼프 도박 실패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도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5. 12. 29 [로이터=연합]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두 극우적 전쟁범죄자의 결탁이 중동 화약고에 더 큰 불을 붙였다. 이른바 ‘예방적 공격’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번 이란 침공은 트럼프 2기 시작부터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였으며, 단지 ‘언제’ 실행되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이스라엘에게 이란 정권의 제거와 핵 개발 저지는 국가의 존망을 건 필생의 과제였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역사상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치켜세운 트럼프에게도 이 과제는 곧 자신의 과제이자, 중동 정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었다. 이 침공의 최전방에서 선동과 실무를 도맡고 있는 것은 단연 네타냐후다. 더구나 트럼프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의 정권 교체 시도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극도로 오만해졌다.

 

그는 항공모함 전단과 스텔스 전폭기들을 동원해 이란을 겹겹이 포위하면, 공포에 질린 테헤란의 지도부가 알아서 백기투항하며 무릎을 꿇을 것이라 기대했다. 트럼프가 요구한 것은 ‘외교’가 아니라 이란의 주권 전체를 포기하라는 ‘항복 강요’였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제국주의적 위협 앞에 굴복한다고 해서 공격이 멈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란은 ‘당장 맞아 죽을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말라 죽을 것인가’라는 가혹한 양자택일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반제국주의 사상가 질베르 아슈카르(Gilbert Achcar)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란 정권은 고통스러운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해 있었다. 워싱턴의 요구대로 항복하여 지역 내 억제력을 상실하고 하메네이 축출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 위기를 맞이하거나, 계속 버티다가 체제 전체를 위협할 군사적 타격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올린 사진과 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한 것을 백악관 공식 X 계정이 다시 올린 것이다. 2026. 2.28 AFP 연합
 

결국 이번 전쟁은 필연적인 수순이었고, 지난 수개월간의 지루한 협상은 단지 전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지 작업과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의 포성을 울리기 전에, 트럼프 역시 고민했을 수 있다. 이란은 베네수엘라처럼 지도자 한 명만 제거한다고 끝날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의 군사적 능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은 베네수엘라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자칫하면 미국을 또다시 끝을 알 수 없는 ‘이라크식 수렁’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불길한 화염은 결국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태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끝내 전쟁을 선택한 것은 이란의 핵 개발 때문이 아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침공당한 것이 아니다. 그 정반대로,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공격당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단 한 번도 핵무기를 가지고 실전 배치한 국가를 직접 공격한 적이 없다. 북한의 사례가 보여주듯, 핵은 사실상 제국의 침공을 막는 ‘생존권의 방패’로 작동해 왔다. 트럼프의 이번 침공은 전 세계 권력자들에게 다시 한번 '핵무기가 있으면 존중받고, 없으면 침공을 당한다'는 약육강식의 뼈아픈 교훈을 각인시켰다.

 

전 세계적인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더 큰 불씨를 남겼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이란 민중의 민주화 시위를 돕기 위해 폭격을 시작했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트럼프는 개전 직후 이란 시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마라. 밖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그 시민들의 머리 위로 정밀 유도 폭탄을 쏟아붓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학교 붕괴 현장에서 1일 주민들이 희생자들의 시신과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작업으로 잔해들을 치우고 있다. 2026. 3. 1 미나브 마을 로이터 연합
 

이번 작전은 지난해 있었던 미국-이란의 ‘12일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는 도시에서 떨어진 외곽의 핵 시설이나 군사 기지가 주요 타깃이었으나, 이번에는 정권 지도부를 직접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테헤란의 도심 심장부를 타격하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은 곧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다. 벌써 학교가 파괴되고 어린 여학생들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가자지구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학살의 반복이다. 이 파괴와 비극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사람은 하메네이의 빈 자리를 꿰차고 다시 왕정의 영광을 누리고 싶어 하는 팔레비 왕자뿐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200명이 넘었으며, 그중  절반이 아동이고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고 선택적이기만 하다.

 

서방 언론과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민간인의 피눈물에는 눈을 감은 채, ‘37년 철권통치의 종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하메네이의 사망에만 열광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력을 은근히 찬양하며, 서방 각국 정부는 트럼프에게 아부하듯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 바쁘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던 국제사회의 도덕적 파산은 가자 학살의 비극을 반복할 태세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이 무리한 전쟁을 감행했는가? 그 답은 이란이 아닌 트럼프에게서 찾아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다층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했다. 트럼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보편적 관세 전쟁은 미국 내 물가 폭등과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발만 불러오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까지 받았다.

 

다시 터져 나온 ‘엡스타인 파일’의 폭로는 트럼프 자신과 측근들, 공화당 인맥을 뒤흔들고 있다. 게다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과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의 확실한 참패 예고, 그리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오는 분열의 목소리를 잠재울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 전쟁은 트럼프에게 가장 달콤한 유혹이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발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연기를 사람들이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 지켜보고 있다. 2026.2.28. AP 연합
 

특히 조만간 예정된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란을 침공한 것은 명백한 메시지다. 베네수엘라를 본보기로 보여주었듯,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은 누구든 물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공갈 협박’을 중국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려는 계산이다.

 

하메네이의 죽음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국민의 정당한 시위를 살인적으로 진압했으며, 외세의 폭격이 시작되자 민중에게 저항과 연대를 호소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인터넷을 차단해 소통을 막았다. 스스로의 정당성을 부정한 독재자의 마지막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미 오랜 시간 이란 체제 내부의 균열을 파고들어 협조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해 왔던 게 분명하다.

 

이미 하메네이의 경쟁 세력인 ‘무자헤딘 에 할크(MEK)’가 ‘임시 정부’를 구성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에게 이란의 미래가 팔레비식 왕정 독재의 복구인지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더 강력한 군부 독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미국에 석유와 이익을 보장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를 ‘꼭두각시’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이 과정에 가장 뼈아픈 것은 이란 민중이 스스로의 힘으로 독재자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자기 결정권’을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로 망명한 이란 민주화 활동가 시야바시 샤하비(Siyavash Shahabi)는 이렇게 말한다. "하메네이는 오랜 탄압, 학살에 대해 민중의 재판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우리는 항상 정의를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그의 정책으로 파멸한 이들의 이름 앞에 세워진 법정 피고인석에서 그를 보고 싶었다."

 

 

제국주의의 폭탄은 하메네이를 죽였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 이란 민중이 수십 년간 갈구해 온 ‘정의로운 심판’의 기회마저 함께 날려버렸다. 이는 민중의 승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식민주의적 통치 기획의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승리감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2003년 이라크를 기억한다. 당시에도 사담 후세인 정권은 단기간에 붕괴했고, 부시 대통령은 42일 만에 화려하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정학적 대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라크는 내전과 테러의 생지옥으로 변했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많은 미군의 목숨을 쏟아붓고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지금 트럼프와 네타냐후도 스스로 이 전쟁의 목표나 ‘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 전체를 점령할 것인가? 친미 괴뢰 정권을 세우는 게 가능할까? 미국의 여론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란 시민들이 과연 순응할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불명확한 상황에, 그들은 유엔의 승인도, 의회의 동의도 없이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도박을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가격 폭등과 세계 경제 위기, 그리고 전면적인 중동 전쟁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진정 필요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제거’의 대상은 무고한 민중의 피를 제물 삼아 권력을 유지하려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다. 우리 모두가 살 길은 저 2인조 전쟁범죄자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뿐이다.

                                                                                     < 전지윤  기자 >

 

트럼프 ‘기만 전술’ 논란…이란 공습 명령 뒤에도 ‘협상’ 뉘앙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 때부터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다가 이날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워싱턴/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작전 최종 실행 명령을 내린 시점이 실제 공격 시작 10시간 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하달 직후에도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기만전술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점도 확인됐다.

 

2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린 시각은 미 동부시각 기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38분(이란 현지시각 28일 새벽)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공격은 명령하달 약 10시간 뒤인 28일 새벽 1시 15분(이란 현지시각 오전 9시 45분)에 개시됐다.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을 승인한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라고 명확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지난달 27일 오후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린 뒤에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의 물밑 접촉을 암시하거나 외교적 해법이 남아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미군 당국은 이 기간에 항모전단을 재배치하고, 미 본토에서 비(B)-2 폭격기를 출격시키면서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이란이 미국의 의도를 ‘속도전’이 아닌 ‘협상용 압박’으로 오판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란 지도부는 대규모 공습 직전까지도 협상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인식했던 거로 보인다. 공습 전날인 27일 협상 중재국인 오만의 외무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비축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면 사찰에 합의하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평화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고 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도 3~5년간 우라늄 농축을 1.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하고 있었다.

 

공습이 개시된 28일 아침(이란 현지시각)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최고위 군사·정보 지도부 다수는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이 자리에 핵협상을 직접 지휘하던 이란 국방위원회 서기 알리 샴하니도 있었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회의 의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도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습은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자행됐다”고 비난한 배경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일(현지시각)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알링턴/AP 연합
 

공습은 사이버 사령부와 우주 사령부가 먼저 나섰다. 이들이 이란의 통신 및 감시 자산을 교란한 뒤, 100여대의 항공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퍼부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47년간 이란 정권은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쟁을 벌여왔다”며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아래 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작전의 목표가 단순한 보복을 넘어, 이란의 핵무장 야욕을 뒷받침하는 재래식 군사 능력과 해군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메네이 사망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이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했다”고 확인했다.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개전 57시간 만에 국지적으로 제공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전 과정에서 일부 손실도 발생했다. 미군 당국은 “밤사이 작전 중 미 공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3대가 추락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케인 의장은 “해당 전투기들의 추락은 적의 대공 공격에 의한 피격이 아닌 비전투 손실로 파악된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전투기 추락이 우군의 오인 사격이라고 밝혔다. 승무원 6명은 모두 안전하게 탈출해서 회복 중이라고 중부사령부는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의 종료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작전 기간을 묻는 말에 “4주든 2주든 6주든, 앞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다”며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가 언급한 기간을 고정된 시한으로 보지 말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 김원철 기자 >

 

[3·1절 107주년 기념사] "선열들 바랐던 평화, 한반도부터"

"남북 신뢰 회복…무인기 재발 제도적 방지"
"북미 대화 재개 위해  '페이스 메이커' 역할"
"엄혹한 정세 속 협력…일본과 셔틀외교 지속"
"동북아 3국 평화를 세계 평화로 이어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3·1절 107주년인 1일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면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또 "엄혹한 국제정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며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이란을 공습하고 관세 전쟁으로 세계의 긴장이 극에 달한 현실 속에서, 3·1혁명의 평화 정신을 통해 한반도와 역내에 평화·공존을 강조하고, 동시에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세계 5위 군사력을 달성한 대한민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열들 바랐셨던 평화와 공존, 한반도에서부터"
"남북 신뢰회복 노력…무인기 재발 방지 제도화"
"북미 대화 조속한 재개 위해  '페이스 메이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107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3·1혁명이 일어났던 한 세기 전의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격변의 시대였다"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세계는 또다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확립됐던 국제 규범은 힘의 논리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면서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한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영향력 7위에 달하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 평화를 확산하며 선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먼저 "그동안 수차례 밝힌 것처럼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 행위도 어떠한 흡수 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왔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정부의 뜻과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작년 무인기 침투 사건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범죄 행위이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측과의 대화 재개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 '페이스 메이커'로서 북미 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충실하게 소통하겠다"며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주변국 협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측을 향해서도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해 나가는 만큼 조속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 헨리 닷지 아펜젤러의 유족인 증손녀 로라 아펜젤러 스가릴리아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6.3.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과거 직시하며 현재 과제 함께 푸는 실용외교"
"엄혹한 정세 속 협력…일본과 셔틀외교 지속"
"동북아 3국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갈 것"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실용외교를 통해 엄혹한 국제정세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셔틀 외교' 의지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굴곡진 역사를 함께 해 왔다.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고통받는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이 계신다"면서도 "엄혹한 국제 정세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외교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들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양국이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기 위해 호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찍이 안중근 의사께서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의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며 "동북아 평화와 화합의 의의를 되새기며 저는 올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여 한중일 3국이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가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대로 화합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6.3.1. 연합
 

이 대통령은 끝으로 "선열들께서는 작은 차이를 넘어 하나로 통합하여 독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졌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위대한 대한국민들께서 함께 힘을 모아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하게 발휘한다면 선열들께서 꿈꾸던 평화로운 세상을 현실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께서 목숨을 바쳐가며 바라셨던 선진 민주 모범국가,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문화가 꽃피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나아가자. 3·1혁명의 정신으로 평화와 민주, 상생과 공영의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이 대통령 “북 체제 존중, 흡수통일 추구 않겠다”…3·1절 기념사

3·1절 기념사에 거듭 대북 화해 메시지
“페이스메이커로 미국·주변국과 소통할 것”
“일본과 셔틀외교 지속해 새로운 기회 열 것”
효창공원 국립화, 백범탄생 150주년 사업 약속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어떠한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3·1일 기념사에서 “적대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으로 불신이 아니라 신뢰의 토대 위에서 함께 성장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3·1 혁명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적대와 대결은 서로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말자”며 “반세기를 훌쩍 넘기도록 이어온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존공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온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있었던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을 두고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소통하겠다”며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유관국 협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이종찬 광복회장 등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실용외교를 통해 일본·중국 등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날 양국은 치유되지 않은 고통과 상처를 안고 선린우호와 협력의 미래를 위해 국교정상화의 문을 열었다”며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외교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북아 화합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격변의 시대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일찍이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의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고 말했다. ‘동양평화론’은 한·중·일이 협력과 공동번영을 통해 제국주의에 맞서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올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여 한·중·일 3국이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동북아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가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대로 화합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 헨리 닷지 아펜젤러의 유족인 증손녀 로라 아펜젤러 스가릴리아 씨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유족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각별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효창공원 일대를 ‘국립효창독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의 폭넓은 활용 방안을 마련하여 선열들의 독립 정신을 대대로 기리겠다”며 “아울러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은 올해,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기념사업으로 그 숭고한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배신
껍데기만 바꾼 일제 시스템의 이식

아시아 전역에 뿌려진 독재의 씨앗
미국 면죄부가 불완전한 해방 낳아

 

3·1절 107주년을 맞아 일본제국주의의 망령이 왜 말끔하게 청산되지 못했나 돌아본다.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이 일본을 패망시키고 한반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사했다는 얘기를 믿어왔다. 북한의 빈곤과 남한의 번영을 대조하며, 미국의 선택이 곧 우리 민족의 축복이었다고 믿는 것이 이른바 주류의 상식이다.

 

그러나 역사의 장막을 걷어내면, 우리가 마주하는 진실은 냉혹하다. 해방은 불완전했고, 그 불완전함을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제도화한 몸통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미국 외교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자신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받는 대가로 일제의 조선 식민 지배를 승인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교환이 아니라, 미국이 한민족의 생존권을 강대국의 이익을 위한 제물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3·1 운동의 비원이 국제사회에 울려 퍼질 때도 미국은 철저히 침묵했다. 당시 조선의 독립 열망에 응답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신생 소비에트 러시아와 레닌의 반제국주의 선언이었다는 사실은 뼈아픈 역사의 기록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진정한 청산의 기회가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제국주의라는 괴물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기괴한 수술을 감행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이 1945년 미 해군 미조리 호 함상에서 일본의 항복 문서에 마지막으로 서명하고 있다. (정성길 명예관장 제공)
 

미국은 말 안 듣는 ‘일본 제국’이라는 괴물을 잡아다, 소프트웨어(관료제, 기득권 구조, 천황제, 사회진화론)는 그대로 두고 하드웨어(국가 명칭과 군대)만 말 잘 듣는 ‘일본국’으로 개조한 셈이다. 천황제라는 제국의 심장은 온존시켰고, 전쟁의 원흉들은 ‘반공의 보루’라는 면죄부를 받아 권력의 핵심으로 복귀했다. 기소되어야 할 전범들이 기득권층으로 안착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 DNA는 청산되지 않은 채 현대 일본 국가 시스템의 깊숙이 이식되었다. 미국은 일본 제국을 죽였다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모양으로 다시 살려낸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일본식 통치 모델’은 단순히 일본에만 머물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제국이라는 원형의 복제품을 여러 개 만들어내 한국, 대만, 남베트남,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 이식했다. 이들 국가의 현대사에서 발견되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은 우연이 아니다.

 

반공주의(Anti-Communism)의 성역화: 반공주의를 국가 제1의 가치로 내세워 기득권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모든 내부 비판과 개혁 요구를 '빨갱이' 프레임으로 압살했다.

 

과거사 청산의 실패: 식민 부역자들을 ‘행정 전문가’와 ‘반공 투사’로 둔갑시켜 국가 요직에 등용해 청산을 방해했다.

 

친미 엘리트 중심 운영: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아닌 미국의 전략과 영합하는 소수 엘리트가 국가를 독점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장제스, 응오딘지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리콴유, 수하르토 등이 그 예시이다.

 

“성장”이라는 면죄부: 식민 지배와 독재의 책임은 경제 성장이라는 수치 뒤로 철저히 은폐되었다. "배불리 먹여줄 테니 과거는 묻지 말라"는 논리는 아시아 친미 국가들의 공통된 지배 문법이 되었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추구한 제국주의적 전략의 산물이었으며, 그 결과 일본 제국의 망령은 패망 후에도 아시아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여전히 살아 숨쉬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비난해온 북한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조차, 체제는 다르지만 그 통치 모델의 근본을 파고들면 일제가 남긴 억압적인 관료 모델과 국가 동원 체제의 유산을 답습하고 있다. 이 점은 일본제국이 뿌린 씨앗이 미국의 방조 속에서 아시아 전체의 토양을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아시아 전체가 일본 제국이 남긴 구조적 유산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미국의 이기적 외교의 정점이었다. 미국은 일본의 조속한 재기를 위해 전쟁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을 회의에서 배제했으며,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 책임을 거의 지지 않도록 길을 터주었다. 오늘날 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경화의 길을 걷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그들에게 '반성할 필요가 없는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 그리고 한반도 내 뿌리 깊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기원은 결국 미국의 방조와 전략적 선택에 닿아 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조선을 팔아넘겼던 미국은, 1945년 해방 정국에서도 민족의 정의보다는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다.

 

진정한 해방은 단순히 총성이 멎었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와 식민 잔재를 청산하는 철저한 자기 혁신 없이는 해방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을 방치하고 제도화한 책임, 그 뒤에는 미국이 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이라는 신화’에서 깨어나,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 김대윤 기자 >

 

[3·1절 107주년] "1919명의 만세"... AI 기술 빛과 그림자

 

독립기념관, 낮 12시 '1919 그날의 함성' 행사
지난해 광복절 선보였던 AI 기술 활용 본격화

곳곳에서 생생하게 복원된 독립선열들의 넋
'복원’ 탈을 쓴 조롱, 명백한 범죄 강력한 처벌을

 

독립기념관 3·1절 기념 문화행사. 3월1일 낮12시부터 겨레의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세운동 퍼포먼스’로,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이 극단 우금치와 함께 107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현한다.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은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1일 온 국민이 참여하는 문화행사 ‘1919 그날의 함성’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독립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고 국민 참여를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107주년  3·1절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여러 기념행사가 열려 더욱 눈길을 끈다. 그 그림자도 동시에 드리운다.

 

먼저 독립기념관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낮 12시부터 겨레의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세운동 퍼포먼스’다. 대국민 신청을 통해 모인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이 극단 우금치와 함께 107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현하며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라라앙상블의 음악 공연, 점핑엔젤스의 독립선언 퍼포먼스, 천안시립풍물단의 풍물놀이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육군 의장대와 태권도시범대의 역동적인 공연이 행사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독립기념관 소장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백범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특별 굿즈를 선보인다. 담요와 엽서로 구성된 기념품 패키지는 행사에 참여하는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에게 수여돼 그날의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선물이 될 계획이다.

 

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상생을 위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관람객들은 태극기 에코백·바람개비 만들기, 무궁화 팔찌 만들기 등 독립운동 테마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독립 퀴즈존과 데시벨 측정기를 이용한 ‘대한독립만세’ 외침 이벤트 등 이색적인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울러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판매전을 운영해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도모한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국민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 이번 기념행사를 통해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3·1절은 AI 기술이 본격 활용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곳곳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 선열들의 뜻을 기리는 행사들이 마련됐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107년 전 학생 독립운동가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화제가 됐다. '3월 1일, 학생들은 외쳤다 - 학생 독립운동가 AI 복원·재현 영상'이다.

 

복원한 인물들은 독립운동에 참여했거나 대규모 만세운동을 계획하다 발각돼 열일곱 나이에 체포된 유관순·이범재·최복순·오홍순·성혜자·신기철, 배화학당 뒷산에서 교우들과 독립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소은명(당시 열다섯 살)·김마리아(당시 열여덟 살), 서울 종로 독립만세운동 참가 후 체포된 박홍식(당시 열여덟 살) 열사 등 모두 아홉 명이다.

 

해당 영상은 부산교육청이 복원하고 재현해 표정과 시선,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구현됐다. 열사들의 결연한 의지와 시대적 절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당시 학생 독립운동가들이 오늘의 학생들과 같은 또래였음을 조명했다.

 

복원된 인물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독립선언문을 직접 낭독한 뒤, 현대의 학생으로 재현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생성형 AI 영상이 청소년들 사이에 많이 나돌아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행 법률로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더욱 걱정을 낳기도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틱톡에 올라온 안중근 사진에 '얼굴이 진짜 못생겼네, 내 눈 샤갈'이라며 조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 사진에는 '와 엄근진 ㄷㄷ 갓이다'라며 찬양하는 문구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AI 기억복원소' 가 AI로 복원한 유관순 열사 영상. 유튜브 캡처
 

불과 몇 달 전 광복 80주년에 AI는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유튜브 채널 'AI 기억복원소'의 콘텐츠는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를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려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댓글에는 "환하게 웃으시니 너무 마음 아파요"라거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을 했다니 눈물이 난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우려를 낳고 있다 .과장된 표정과 움직임으로 독립운동가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AI 영상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것은 결코 장난으로 치부되거나 표현의 자유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역사를 능욕하고, 대한민국의 뿌리를 조롱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내용의 AI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틱톡 캡처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통한 '위인 복원'의 폐해가 공론화됐다. 지난해 10월 오픈 AI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미지를 사용한 영상 생성이 악용돼 관련 생성 기능을 일시 중단했다. 오픈 AI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역사적 인물이나 유족은 그 초상을 어떻게 쓸지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오픈 AI' 엑스(X) 갈무리

 

반면 국내의 법 제도 논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AI 기술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주로 성 착취물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4월 사자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생성형 AI의 부작용과 결부된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AI 기술을 악용한 역사모독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적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AI로 웃던 독립운동가를 AI로 울릴 수는 없다. 지금 선을 그어야 한다.     < 김인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