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만 31만건…중수청 전방위 수사 포석

 

모호한 사이버 범죄 '9대 범죄'에 넣어 관할 넓혀
9대 범죄 중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33만 건
2만~3만건 수준으로 설계한 중수청 감당 불가

선거·마약, 전국 조직 아닌 중수청 수사 '부적합'
사이버 범죄 어디까지 범죄인지 개념도 불확실
시행령 꼼수로 수사 범위 무한대로 확장할 여지

"관할 범위 망라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 넣은 것"
"검찰, 임의적 이첩권으로 선별수사하려는 것"

 

사진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1.13. 연합
 

연간 처리 사건 수를 2만~3만 건으로 설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사이버)로 포괄 정의한 가운데, 9대 범죄에 포함된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연간 33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수청이 감당하기도 어려운 9대 범죄를 법안에 넣은 것을 두고 선별 수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지적과 함께, 개념이 모호한 사이버 범죄을 통해 전방위 수사를 하도록 뒷문을 열어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선거·마약·사이버 범죄 건수는 32만 9310건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직선거법위반 1595건 ▲마약류관리법위반 1만 3196건 ▲정보통신망 이용·침해·불법콘텐츠 범죄 31만 4519건 등이다. 다만 33만 건에 달하는 사건은 경찰청과 같은 전국 조직이 아닌 중수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긴급 토론회 발제문에서 중수청법 정부안에 선거범죄가 포함된 데 대해 "전국적 조직으로 설계되지 않은 중수청에서 수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선거범죄를 선별해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구조적으로 '표적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수청 자체가 전국적으로 사건을 담당할 수 없는 만큼,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싶은 선거 사건만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약범죄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전국적 대응이 어려운 중수청이 수사하기 적합하지 않으며, 밀수·유통의 일부 과정만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비효율적이고, 기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수사 범위가 중복된다"면서 "(중수청법 정부안에 규정된) 중수청의 우선수사권에 따라 수사기관 간 조율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5.1.6. 연합
 

특히 사건 건수가 많은 사이버 범죄의 경우 법률 정의가 없고 개념도 불명확한데다가, 법에서 세부 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어 악용될 여지가 크다. 범죄 통계 자료를 관리하는 국가데이터처는 사이버 범죄의 개념에 대해 "정보통신망에서 일어나는 범죄"라고 정의하며, 크게 ▲정보통신망 침해범죄 ▲정보통신망 이용범죄 ▲불법콘텐츠 범죄 등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개념이 모호하다.

 

결국, 모호한 사이버 범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령 등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규정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사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축소시켰지만, 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꼼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에 '등'이란 단어를 넣어 검사의 재량권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렸다.

 

중수청은 조직 자체가 사이버 범죄 같은 일반 수사를 담당할 수준도 아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찰의 직접수사 건수는 ▲2022년 2만 5403건 ▲2023년 2만 6997건 ▲2024년 2만 7890건으로 나타났다. 연간 2만 5000~2만 7000건 수준이다. 정부는 중수청의 처리 사건 규모를 2~3만 건으로 잡는데, 약 8000명 규모의 검찰 조직을 분리해서 만드는 중수청이 실제 설계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정부안대로면 중수청이 우선수사권 규정 등을 통해 임의적으로 원하는 수사만 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출신인 강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중수청은 관할 범위를 망라 포섭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를 개념으로 넣은 것"이라며 "일반 민생 사이버 사기(중고나라, 당근 등 물품 사기)를 취급하자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의적 이첩권, 이첩요청권, 거부권 등을 활용해 중수청의 구미에 맞는 핵심적인 사건만을 선별해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정부안의 배경을 분석했다.

 

강 변호사는 중수청법 정부안이 직무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 데 대해서도 "(정부안대로면) 중수청은 전문·특별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수사기관화되고, 그 결과 수사지연·혼선을 빚는 사건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주선으로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6명의 법조인과 교수들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14. 연합
 

한편 중수청법 정부안에 나온 9대 범죄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추진단)이 전문가의 자문·검토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성진·김필성·장범식 변호사,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추진단 자문위원 6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자문위원들은 특별수사기관의 성격상 선택과 집중의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수사대상을 4대 범죄(부패·경제·내란·외환)로 좁혀서 수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법안은 오히려 9대 범죄로 확대됐고, 거기에다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이버 범죄까지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자문위원 6명은 정부가 자문위 의견도 무시하고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반발해 전날 사퇴했다. 자문위원들은 "추진단이 자문위를 들러리 세워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공소청 검사가 수사 개시 단계부터 중수청의 수사를 전방위로 통제하고 지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공소청법은 수사권 유지…중수청법은 별건수사 조장"

검찰개혁 긴급토론…"정부안 관여 세력, 책임져야"
"중수청법, 선별수사 제도화하고 별건수사 유도"
"수사관이 사법관 되는 건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

"최악의 검찰개혁 법안…어떻게 이재명 정부가…"
"공소청법, 보완수사권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구조"
"특권 안 놓은 검찰…일반공무원 징계 적용해야"

"곧 지방선거 열려…정국 변하기 전에 통과해야"
"선거·마약·사이버만 33만 건…중수청 처리 불가"
"이대로가면 정권 바뀌면 봉욱 빼고 다 수사받아"

"지체된 개혁은 개혁 아냐…더이상 늦어선 안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26.1.13. 연합
 

검찰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과 공소청 법안에 대해 학계·법조계가 한목소리로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중수청 법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선별 수사를 제도화하고 별건 수사를 유도·조장한다고 비판했고, 공소청 법안에 대해선 검사가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안에 관여한 인사들의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기 전에 보완수사권 폐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개혁 법안을 입법부가 주도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수청법, 선별수사 제도화하고 별건수사 조장"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5당 의원들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강당에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전날(12일) 정부가 발표한 중수청·공소청법안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중수청 법안과 관련해 발제를 맡은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중수청 법안은 검찰개혁 핵심 자체를 몰각하고 검찰과 법조 카르텔, 기득권을 존속하고 강화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된다"며 "이대로 시행이 될 경우에는 명목상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구분될 뿐, 기존 검찰의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우위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아니면 오히려 지금의 검찰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중수청 조직과 관련해선 "중수청장을 15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하면서 수사사법관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초대 중수청장은 검찰 출신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 고위관료 출신이 중수청장을 맡게 되고 초기 세팅을 다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수사관으로 나눠지는 현행 검찰청 조직과 유사하게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으로 중수청을 이원화 하는데 대해선 "수사 사법관은 검찰 출신 법조인 중심으로 될 것"이라며 "전문수사관이라 할지라도 일정한 요건 갖추면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속임수다. 전문수사관이 수사사법관으로 되는 것은 사실상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사이에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중수청이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선 "다른 이름으로 선별적 수사라고 한다"면서 "과거엔 (선별 수사를) 관행상 했는데 아예 법으로 제도화해서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수청 수사관이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때에 공소청 검사에게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 등을 통해 수사 사항을 통보하고, 수사 필요성이 있을 경우 검사가 입건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선 "별건수사를 하라는 뜻"이라며 "사법경찰관리 등이 직무 집행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지방공소청장은 해당 사건의 수사 중지를 명하고, 임용권자에게 그 사법경찰관리 등의 교체임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함께 검토해보면, 별건수사를 유도하고 조장하는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국무총리실 제공] 연합
 

유 교수는 중수청법안에 대해 "형사사법 제도에서 악용의 소지가 컸던 제도들을 삭제·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그대로 차용하고 집약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하나로 모았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이후에 검찰개혁과 관련한 여러 정들과 법안들을 봤는데 어제 내놨던 법안이 최악이다. 어떻게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법안에 관여한 세력들, 인사들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소청법, 보완수사권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구조"

 

공소청 법안 관련 발제를 한 김남준 변호사는 "큰 틀에서 보면 기존 검찰청이라는 말을 공소청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며 "거의 바꾼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소청 법안에서 '검사의 직무'에 대해 ▲법령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사항(4조 8호) ▲그 밖에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4조 9호) 등으로 정한 데 대해 "다른 법률의 규정 내용에 따라서 검사 권한이 유지될 소지가 있는 구조이고,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권한이 (현행) 그대로 남아 있다"며 "검사의 직무 조항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공소청을 기존의 검찰청과 똑같이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 3단 구조로 정한 데 대해선 "법원하고 맞출 필요 없다. 다른 행정 조직은 중앙과 지방 2개로 되어 있다"면서 "고등공소청은 할 일은 특별히 없어서 필요한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또 공소청 조직의 수장을 공소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을 쓰도록 한 데 대해선 "(검사들이) 거기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의 직원으로서 검사로 임명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는 내용과 '겸직 검사의 수는 정원에 포함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검사의 겸임 규정(52조)에 대해선 "법무부 탈검찰화를 지향하고 있는 검찰개혁의 정신에 역행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경찰관리 등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검사의 요구, 요청 및 협의·지원 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공소청법안 62조에 대해선 "(조항의) 이름은 협력 관계인데 실질적으로는 공소청 검사가 우위에 있다"면서 "대등성을 보장하거나, 이견 발생 시 조정을 하는 등 구체적인 협력 절차에 대해선 아무런 실질적 장치가 없다. 결과적으로 공소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 2026.1.13. 이호 작가

 

김 변호사는 "공소청 검사의 조직·신분·징계 구조는 기존 검찰 체계와 유사한 특권을 유지하고 있고 외형적 형식은 수사권 분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권을 가질 여지가 상당하다"며 "나중에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형사법 개정이 유아무야 되거나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현행대로) 그대로 간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196조의 개정과 동시 진행해 보완수사권 행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소청 조직 구조를 공소청과 지역, 지청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며 "일반공무원과 징계 책임을 똑같이 해야 한다. 탄핵에 의해 파면된다는 조항은 삭제하고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징치권은 3월부터는 지방선거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고, 국민들 관심도 마찬가지로 지선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올해 2월이 넘어가면 국회가 검찰개혁입법을 다룰 시간도 넘어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국 변화시 사실상 검찰개혁이 무력화되는 것은 역사가 보여준 경험인데도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마약·사이버만 33만 건…중수청 처리 불가"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중수청법안과 공소청법안에 숨겨진 검찰의 의도를 짚었다. 또 국민의 뜻을 담은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며 역사적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경찰 수사과장 출신인 강동필 변호사는 수사 실무 경험을 토대로 중수청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중수청은 기본적으로 한정된 전문적 수사 인력을 표방하는 곳"이라며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합쳐도 약 33만 건인데, 9대 범죄 전체로 넓히면 중수청이 과연 이걸 다 접수·선별·이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검토되지 않고 법안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을 만든 사람도 원안이 통과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흥정의 대상으로 (검찰이 원하는) 최대치를 던진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중수청·공소청 법안 중에 중수청 법안을 공들여 만들었는 것에 주목한다"며 "검찰의 의지는 직접 수사를 계속 유지하겠는 것에 있고 촘촘하게 중수청법안에 채워 넣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 교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이 낸 보도자료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수사를 개시한 기관이 이를 종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우리는 이런 말을 한 적 없다"면서 "이건 이미 현행 검찰청법 4조2항에서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미 구현된 문제인데, 이게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해답이라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석범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경찰과 정보기관 권력은 개혁됐는데,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남은 검찰은 다른기관 견제 받지 않은 채 수사·기소권을 가지고 과거 경찰·정보기관이 휘두른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남용해왔다"며 "검찰공화국을 혁파하고 민주공화국을 수하고자 하는 건 민주시민의 역사적 소명이자 의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즉시 정부안을 철회하고 대의제 책임정치 원리에 따라 국회주도안을 적극 반영하길 제언한다"며 "비판 여론을 경청하고 민정수석은 해명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1.13. 이호 작가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광장의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개혁입법을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어제 (정부안 입법 예고로) 모든 기대가 불과 몇시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을 향해 "광장에 나온 분들은 당에서 논의하라고 하지 않는다. 국민이 뭘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듣고 보라고 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걸 광장에 나와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그 말씀대로 실현할지 궁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정권 검찰은 다르다 말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검찰은 달랐나. 노무현 정부 검찰 때문에 노 대통령은 핍박받고 돌아가셨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 검찰은 달랐나. 문재인 정부 검찰이 법무부 장관을 박살내고 문 대통령을 기소했다"며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를거 같나. 언제까지 장관이 부하로 데리고 있을 거 같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대로 간다면) 정권이 바뀐 다음에 검찰 칼날 앞에 살아남을 분이 누가 있을까"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봉욱 민정수석 빼고 다 타깃(목표)이 돼서 고초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검찰의 요구는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 2개다. 수사기관이 수사한 사건 모든 걸 다 검사 손으로 넘겨서 검사가 종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신경써서 형소법을 개정할 때 이 두 가지는 막아야 한다"며 "검사가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에게 "의견을 잘 수렴을 해서 바람직한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를 이루는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지체된 개혁은 개혁 아냐…더이상 늦출 수 없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보완수사권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중수청을 이원조직으로 만들어서 사실상 기존 검찰 특수부를 확대 재편하는 구조도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이 늦어지는 것, 이것만은 절대로 막야야 한다"며 "신속한 검찰개혁을 하고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하는게 우리 앞에 놓인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6.1.13. 이호 작가

 

법사위원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권이 살아남아서 국민 위에 군림하며 삶을 무너뜨렸다"며 "검찰 시대적 소명이고 국민주권정부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했다. 또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권을 가져서 안 된다. 확대해서 대대적으로 중수부를 만들 필요도 없다"며 "국회에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서 정상적으로 제대로 된 중수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신속하게 해내야 한다. 더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체된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실감이라기보다 절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사·기소 분리해야 한다는 철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은 어떤 명분으로도 검찰에 쥐여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대법·대검 앞 새해 첫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경찰이 커지니 검찰로 다시 회귀하자고 해"
"검사 권한유지 기구될 중수청 필요 없어"
"중수청 정부안, 여당안 모두 다 폐기해야"

정치권에서도 주말에 정부안 비판 이어져
박은정 "보완수사권 규정 삭제 신속히 할 것"
"보수매체 동원한 언론 플레이 극심해질 것"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7. 이호 작가
 

17일 새해 처음 열린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선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해 비판을 받고 있는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정부안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규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검찰개혁법안 철회하라" "검찰 수사권 박탈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정부가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말들이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며 "헷갈릴 때는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출발점은 대한민국 검찰이 실패했고 내란 우두머리를 배출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확실히 하자는데 (정부는) 중수청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왜 또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수사기관인 경찰에 넘겨주면 그걸로 끝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경찰이 공룡이 되는 거 아니냐, 어떻게 믿느냐 해서 중수청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경찰이 공룡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 다 가지고 있는 검찰이 공룡이다. 공룡 다리 중 하나(수사권)를 떼서 경찰에게 주자는데 안 된다고 한다"며 "경찰이 커져서 감시가 더 필요하면 그 감시기구를 만들면 되는데, 경찰이 커지니까 검찰로 돌아가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검찰이 뛰어난 수사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걸 보존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며 "검찰의 수사 능력이 입증됐느냐"고 따졌다. 그는 "경찰이 수사해서 기소하면 무죄율이 1%가 안 나오는데 검사가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면 무죄율이 5%가 나온다"며 "경찰이 검찰보다 5배 수사 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6.1.17. 이호 작가

 

그러면서 "검사의 권한유지 기구로 전락할 것이 뻔한 중수청은 필요 없다. 중수청 만들어 봤자 죽도 밥도 안 된다. 그거 만들면 검사들이 옛날 그짓 할 거 아니냐"며 "정부의 중수청 법률만이 아니라 국회 민주당이 만든 중수청 법안도 모두 다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중수청 폐지는 여당 내에서도 제기되는 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중수청은 아예 폐지돼야 한다"며 "굳이 행안부 산하에 국수본(경찰, 모든 사건 수사 가능)과 중수청(행정공무원, 수사 대상 한정)을 따로 둘 필요가 있을까"라고 적었다.

 

시민들도 정부안에 대해 비판했다. 윤경황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내란 청산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숨죽이고 있던 정치검찰 놈들이 검수완박 검찰개혁을 또 망치려고 나대고 있다"며 "용납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 공동대표는 "증거를 조작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고 증언을 조작해 야권 유력 대선 후보를 감옥에 가두려고 했던 정치 검찰이다. 이자들에게 그 어떤 수사권도 주어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 수사권 박탈하고 검찰 개혁 완수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엄득종 이천촛불행동 대표는 "어제는 10년도 짧을 윤가놈에게 초범이라고 5년을 선고하는 웃지도 못할 재판 장면을 생중계로 보지 않았나"라며 "내란전담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고 했더니 누더기 법안을 만들어 놓고, 검찰을 해체하랬더니 검찰을 강화하는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완전히 정리하자"라고 외쳤다.

 

엄종득 이천촛불행동 대표가17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7. 이호 작가

 

이날 집회에 참가한 5000여 명(주최 쪽 추산) 시민들은 "정치검찰 구원음모 검찰개혁법안 철회하라" "검찰 수사권 박탈하고 검찰 개혁 완수하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를 개혁하자" "극우집단 내란정당 국힘당을 해산하라" 등의 구회를 외쳤다.

 

이들은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이 몰려 있는 서초역에서 출발해 교대역, 강남역, 시지브이(CGV)강남까지 행진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공소청·중수청법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제언 1.'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개혁은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는 수사를 하는 사람이 기소하지 않고 기소하는 사람이 그 수사를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판단하라는 것"라고 했다.

 

이어 "수사·기소 분리는 수사하는 사람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기에 공소관을 따로 두어 억울한 기소를 막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치인들에게만 적용되는것이 아니고 일반 국민들을 위한 선진국들이 모두 시행하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standard)"라고 했다.

 

박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개혁 법안 관련,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일관된 원칙이라고 천명했다"며 "국민주권 정부의 검찰개혁 책임 부서인 총리실에서 명확하게 해줌으로써 검사의 보완수사권 논쟁은 이로써 마무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뜻을 받아 국회에서 공소청법과 함께 검사의 (보완)수사권 규정(형사소송법 196조)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6차 촛불대행진'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11.23. 사진 이호 작가

 

또 박 의원은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으면 형사사법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형사공백이 발생하며 범죄자 천국을 만든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활용되지 않는다"면서 "그 나라들이 형사사법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범죄자 천국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찰에 대해도 당연히 제도로 강제할 수 있다"면서 "수사·기소분리 원칙을 무너뜨릴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제부터 검찰주의자들의 경찰 부실수사 언론플레이가 극심해질 것이고,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수언론을 내세워 공격할 것"이라며 "민감한 지선 국면이 되면 더욱더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국민의 시간이다. 지난 추운 겨울 광장에서 국민들께 약속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뚜벅뚜벅 빛의 혁명 국민들을 바라보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

 

“국가를 무너뜨리려 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해

극진한 호의를 베푸는 사법부의 무감각을 개탄한다.

정의의 균형추가 너무 기울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해 9월29일 국회 소통관에서 하남시 지역 현안 관련 지역주민들의 기자회견장을 보고 있다. 윤운식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체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국가를 무너뜨리려 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해 극진한 호의를 베푸는 사법부의 무감각을 개탄한다”며 “정의의 균형추가 너무 기울었다”고 17일 비판했다. 앞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공무원을 사실상 사병화한 행위”라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전 대통령 선고와 1980년 사형된 ‘무등산 타잔’ 박흥숙씨 사건을 견주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그는 “중학교를 수석 합격하고도 가난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어 포기하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공장노동자로 전전하다가 사법고시를 준비해 검사가 되기로 꿈꾸었던 한 청년이 1980년 12월의 크리스마스이브에 사형됐다”며 무등산 타잔으로 잘 알려진 박흥숙씨 사건의 내막을 전했다.

 

추 의원은 “광주 무등산 비탈의 도시 빈민에게 추운 겨울에 집 비우라고 꼬박꼬박 계고장이 날라오고 개 취급을 당하던 중 철거반원이 들이닥쳤다. 집을 부수고 불까지 질러, 오갈 데도 없는 사람들이 천장에 꽂아둔 목숨과도 같은 돈과 파종 씨앗까지 다 태워버리니 (무등산 타잔 박흥숙씨가) 격분한 나머지 철거반원 네 명을 해치고 죽인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피고인 윤석열’의 죄목을 조목조목 따졌다. 추 의원은 “9수의 사시 합격 검사 윤석열은 독재자 이승만과 전두환을 높이 평가하다가 권력을 잡고 호시탐탐 비상대권을 꿈꾸던 중 2024년 12월3일 무장 군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키고 2주 만에 국회 탄핵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관저에서 버티면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하고 경호처를 사병으로 부리며 ‘총을 보여줘라’, ‘쏠 수는 없나’라고 하며 무력 대응을 지시하고 심지어 미사일로 겁을 주라고도 했다”고 적었다. 이어 “경호처 간부들로 하여금 철조망을 두르고 살수차로 관저 접근을 차단하려 하는 등 법을 집행하고 지켜야 하는 국가 기관끼리 대립하게 해 위험하게 만들었다. 하마터면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참극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추 의원은 “그런데도 그는 초범과 나이를 이유로 깃털처럼 가벼운 형을 받았다. 국가로부터 개 취급당하며 버림받았던 빈민 청년에 대해서는 그 생명마저도 국가가 박탈했다”며 박흥숙씨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나란히 세웠다. 추 의원은 “(법원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청년 초범에는 사형을, 대통령이 돼 헛된 욕망을 부린, 노회한 자칭 바보는 특검의 에누리 구형에다가 반값 세일 선고형을 내렸다”고 개탄했다.            < 엄지원 기자 > 

검찰은 늘 적응해왔고, 패배한 적 없다
대통령의 침묵, 우연 아닌 정치적 선택
촛불 혁명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1. 촛불이 요구한 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국가의 체질 변화였다

 

2016년 겨울 광장을 밝힌 촛불은 단순한 항의의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온 분노와 좌절, 그리고 변화에 대한 집단적 의지를 응축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시민들은 한 대통령의 퇴진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나라는 과연 누구의 나라이며, 권력은 어떻게 통제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촛불 시민들이 문제 삼은 것은 특정 개인의 국정농단이 아니라, 그러한 사태를 가능하게 만든 국가 권력의 구조였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았고, 제도는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작동했으며, 법은 평등하지 않았다. 그 구조의 핵심에 검찰이 있었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이자 때로는 권력 자체로 기능하며, 민주적 통제의 바깥에 서 있었다.

 

그래서 촛불 이후의 과제는 분명했다. 검찰개혁은 선택 가능한 정책 중 하나가 아니라, 촛불 혁명의 핵심 의제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권력, 정치적 판단과 법 집행이 뒤섞인 조직, 스스로를 견제하지 않는 엘리트 집단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의 복원은 불가능했다. 시민들은 이 점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2. 검찰은 늘 적응해 왔고, 그래서 패배한 적이 없었다

 

국 현대 정치사에서 검찰은 한 번도 완전히 패배한 적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은 스스로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파트너로 재정의하며 살아남았다. 개혁이 거론되면 “법치 수호”를 외쳤고, 권한 축소가 논의되면 “범죄 대응 공백”을 경고했다. 그렇게 검찰은 언제나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비틀었다.

 

문제는 검찰개혁이 반복적으로 절반에서 멈췄다는 점이다. 검찰 조직 자체는 유지한 채 권한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은 언제나 되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이를 똑똑히 보았다. 어렵게 쌓아 올린 개혁의 성과는 정권 교체와 함께 손쉽게 무너졌다. 이는 개혁의 실패라기보다, 애초에 불완전한 개혁이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제도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수사권이 제한되면 수사 해석을 넓혔고, 지휘권이 사라지면 관행으로 영향력을 유지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였다.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검찰 권력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논란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국무총리실 제공] 연합
 

3. 중수청 논란은 ‘제2의 검찰청’이라는 역사적 경고다

 

중수청은 원래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로 제시되었다. 검찰로부터 중대범죄 수사권을 떼어내 독립된 기관에 맡기고, 검찰은 기소에만 집중하게 하겠다는 구상은 원칙적으로 옳았다. 문제는 어떤 중수청인가였다.

 

최근 제기된 비판에 따르면, 중수청 내부에 ‘수사사법관’이라는 직위를 두고 이들을 검사와 동급으로 대우하며, 기관장과 핵심 수사 부서를 사실상 독점하도록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거론된다. 일반 수사관은 보조 인력으로 고착되고, 승진과 의사결정은 소수 엘리트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바로 우리가 해체하려 했던 검찰의 모습이다. 상명하복, 엘리트 독점, 폐쇄적 인사 구조. 이것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중수청은 검찰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검찰 권력의 재배치에 불과하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수청과 공소청의 관계다. 형식적으로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었다고 하지만, 인적 구성과 조직 문화, 사고 방식이 동일하다면 두 기관은 견제 관계가 아니라 카르텔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검찰 권력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이중화되어 더욱 안전한 형태로 존속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2일 제기한 “제2의 검찰청”이라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역사적 패턴에 대한 경고다. 이름을 바꾼다고 권력이 달라지지 않는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개혁은 존재하지 않는다.

 

4. 이재명 대통령의 침묵, 우연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도달한다.

 

왜 이재명 대통령은 이 중대한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가.

이 대통령은 검찰 권력의 정치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한 인물이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떻게 정치에 동원되는지, 그것이 민주주의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대통령이 중수청을 둘러싼 ‘제2의 검찰청’ 논란 앞에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실무적 지연으로 설명될 수 없다.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 사안은 국정의 핵심이며, 검찰개혁은 대통령의 대표적 국정 과제였다. 그렇다면 남는 가능성은 두 가지다. 판단을 유보하고 있거나, 현 상황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문제는 심각하다. 개혁의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이 침묵하면, 관료 조직은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기존 권력의 연장이다. 검찰은 바로 그 틈에서 수십 년간 살아남아 왔다.

 

촛불 이후 시민들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은 관리자 역할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단자의 역할이었다. 검찰개혁은 기술적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대통령이 분명한 선을 긋지 않는 순간, 개혁은 관성에 밀려 후퇴한다.

 

맺으며: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물 건너가는 순간은 법안이 폐기될 때가 아니다. 바로 지금처럼, 원칙이 흐려지고 책임자가 침묵하며 개혁의 언어가 행정 기술로 대체될 때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고, 질문하고 있으며, 지켜보고 있다. 중수청은 제2의 검찰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어야 한다. 검찰 권력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이다.

 

이 질문은 결국 아래 질문으로 이어진다.

촛불 이후의 국가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검찰개혁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 박철 기자 >

 

 "봉욱, 대통령 눈 가리나…공소청·중수청 악법"

검찰개혁 자문위 서보학 교수 "뒤통수 맞았다"
"자문위, 중수청 이원화 안된다 했는데 이원화"
"중수청법, 검사들이 중요 범죄 독점하는 구조"

"자문위 4대 범죄 의견 냈지만 9대 범죄로 늘려"
"수사·기소 분리인데…검사가 장악하도록 설계"
"고검, 필요도 없는데 자리 뺏길까 그대로 유지"

"보완수사권도 존치 결론내놓고 논의할 가능성"
"봉욱 민정수석 · 검찰이 주도해서 법안 마련해"
"이대로면 대통령도 정권 바뀐 뒤에 '타깃' 돼"

 

14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5.14. 연합
 

12일 정부가 공개한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안을 두고 '제2의 검찰청' '특수부 시즌2'라는 비판이 여권에서도 제기되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문위원회 논의와 전혀 상관없는 법안 내용이 만들어졌다"며, 공소청·중수청 법안에 대해 "검찰을 되살리는 악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서 교수는 중수청 법안에 대해 "일종의 수사하는 검찰청(공소청)을 만들어 검사들이 중요 범죄를 독점하는 구조"라고 했고, 기존 검찰청 구조를 이어받은 공소청에 대해선 "특권 의식을 전혀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법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검찰개혁 반대 전력이 있는) 봉욱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검찰개혁을 사실상 좌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중수청 이원화 안 된다 했는데 이원화 추진"
"중수청 수사사법관 용어 검토한 적도 없다"

 

서 교수는 이날 시민언론 민들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중수청법안에 대해 "검찰개혁 자문위 논의와 전혀 상관없이 법안 내용이 만들어졌다. 자문위가 완전히 뒤통수 맞은 격이 됐다"면서, 중수청 인력을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비법률가 출신의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는 법안 내용에 대해 "(자문위에서) 일부 소수를 빼고 다수는 그렇게 해서 안 된다고 했는데, 추진단은 이원화로 간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중수청법안에 따르면, 중수청 조직은 검사들이 주로 맡게 되는 수사사법관과 일반 전문수사관으로 나누는 '이원화 체계'로 운영된다.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되며 전문수사관은 1∼9급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현행 검찰 조직과 유사하게 내부 직급 체계를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누는 구조가 되면서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우수 인력을 중수청으로 유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연합 자료사진

 

서 교수는 "수사사법관이라는 용어 자체를 자문위가 검토한 바도 없고, 수사 공무원에게 사법관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전례가 없다"면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한다고 돼 있는데, 사실상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를 데려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중수청의) 주요 부서를 차지하면서 일반 수사관들은 그 지휘를 받도록 법안을 만들어 놨는데, 지금 검찰청에서 검사들이 수사관들을 지휘하면서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것과 똑같은 구조"라며 "그렇게 하면 검사들의 특권은 보장이 되겠지만, 우수한 수사관들이 중수청에 가서 일을 할 의미가 없어진다. (수사관들은) 보조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중수청 이원화 의도에 대해 "사실상 검사들이 가서 중수청을 접수를 하고, 장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소청에 남아있는 검사들과 유착·밀월 관계가 형성되면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의미가 전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4대 범죄 한정하라 했는데 9대 범죄로 늘려"
"검사가 장악한 중수청이 수사 독점하는 것"

 

서 교수는 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마약범죄,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등 9대 범죄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자문위에서는 부패·경제·내란·외환 4대 범죄만 수사하라고 했는데, 9대 범죄로 늘려놨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사이에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중수청이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 "(9대 범죄로 늘려놔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사 경합이 발생하는데, 그렇게 된 상황에서 중수청에 '우선권'을 준 것"이라며 "검사가 중수청을 장악한 다음에 중수청이 중요한 범죄 수사를 사실상 독점하는 결과가 된다. 경찰은 비리비리한 사건만 하고, 중요한 사건은 중수청이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연합
 

그러면서 "명칭만 중수청이고, 일종의 수사하는 검찰청(공소청)을 따로 만든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라고 해놓고는 사실상 검사들이 수사를 장악하고 중대 범죄 수사를 다 장악할 수 있도록 이렇게 설계를 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수청 법안에서 2027년 4월 30일까지 종전 검찰청 소속 공무원과 공소청 소속 공무원을 중대범죄수사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규정한 데 대해서도 "아주 나쁜 규정 중 하나"라며 "검사들이 중수청에 가서 사실상 중수청을 다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검 필요 없는데 유지…여전한 특권 의식"
"보완수사 존치로 결론 내리고 진행할 수도" 

 

서 교수는 공소청을 현재 검찰청처럼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로 만든 데 대해서도 "자문위는 3단 구조를 없애고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 구조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고등검찰청에 해당하는 고등공소청을 살려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검찰청이 자신들이 법원의 위상에 버금가는 조직이라면서 대법원-고등법원-지방법원에 맞춰서 3단 구조로 만들어놨는데, 예전부터 고등검찰청은 하는 역할이 없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지적받았지만 여전히 살려놨다"며 "(고등공소청을 없애면) 고위직 자리가 날아가기 때문에 여전히 특권 의식을 못 버리고 남겨둔 것이다.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 구조로 가아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최대 쟁점인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들 때 현재처럼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존치할지 아니면 보완 수사를 뺄지 결정하겠다는 건데, 이미 (보완수사권 존치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을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 개시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송치 사건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통상 '보완수사'라고 불린다. 현행대로 보완수사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무의미해진다.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통해 그대로 수사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14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석호 변호사, 이성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 등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5.14. 연합
 

서 교수는 "자문위에서 보완수사권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총 16명의 자문위를 엄격하게 분석하면, 위원장까지 포함해서 10명은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된다는 친검찰 쪽 입장이고, 나머지 6명은 절대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라며 "(추진단에서) 자문위 다수 의견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일부러 그렇게 (친검 위주로) 자문위 구성을 해놓고 다수 의견을 들어 보완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핑계를 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봉욱 민정수석, 검찰이 주도해서 법안 마련해"
"이대로면 대통령도 정권 바뀐 뒤에 '타깃' 돼"

 

서 교수는 애초 검찰개혁 취지와 어긋난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이 나온 데 대해 "추진단에 파견된 검사들과 민정수석이 사실상 법안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 회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봉욱 민정수석 본인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안다"면서, 봉욱 민정수석과 검사들이 그 배경에 있다고 짚었다. 봉 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등 검찰개혁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이에 민정수석 임명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관련 기사 : 봉욱·이진수가 검찰개혁 망치지 않을까 불안한 이유)

 

서 교수는 "검찰개혁이 국민주권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이고 열망이다. 대통령도 거기에 대해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봉욱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검찰개혁을 사실상 좌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의심된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그는 "검찰개혁 추진단이 내놓은 법안은 수사·기소 분리하는 의미가 전혀 없을 뿐더러, (법안대로면) 이 정부와 대통령실에 있는 주요 인사들이 나중에 중수청의 수사 타깃(목표)이 되고 기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렇게 가면 검찰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회에서 지난 10월부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서 교수를 비롯해 일부 자문위원들은 추진단이 자문위원들을 사실상 '들러리'로 세우고 검찰에 유리한 법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                              < 김성진 기자 >

 

정성호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르다"…김용민 "장관님!!"

중수청·공소청법 두고 법사위서 거센 공방

김용민 "검사들 입김이 너무 많이 작용해"
"국민 목소리 듣고 정부도 법안 수정하라"

정성호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르다" 반발
"검사들도 기득권 유지 안 하려고 해" 두둔

대장동·대북송금 변호인들도 정성호 비판
"검찰 절대 고쳐 쓸 수 있는 존재 아니다"
"이재명 검찰 다르다? 누구 새로 채용했나"

여권 내에서도 "검찰 특수부 시즌2" 반발
당청은 "이견 없다" 엇박자·혼선 수습 주력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박지원 의원의 공소청, 중수청 보완수사권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12. 연합
 

정부가 공개한 공소청 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두고 검찰의 권한을 오히려 키우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 구성원 모두가 범죄자라는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검사들도 기득권을 유지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검찰을 두둔했다. 이에 여당 법사위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법안을 수정하라"며 반발했다.

 

김용민 "법안 수정하라" vs 정성호 "이재명 검찰 다르다"

 

12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이 발표한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두고 정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검찰개혁 추진단은 이날 오전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수청을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해 꾸리는 방안과 관련, 현행 검찰 조직과 유사하게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누는 구조가 된다며 '제2의 검찰청'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정부안대로면 변호사 자격을 필요로 하는 중수청 수사사법관을 검사 출신들이 독식하게 될 공산이 크므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신설하는 중수청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 데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완수사권 존치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 의원은 정 장관에게 "지금 보니까 개혁안을 만드는 데 검사들이 다 들어가 있다. 검사들 입김이 너무 많이 작용했다.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검찰 개혁안을 만들 건 아니냐라는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이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수청의 이원 조직 등 검찰청을 새로 이식해서 오히려 (검사의 권한을) 증폭시키는 이런 법에 대해서는 정부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해야 된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하는 모습. 2026.1.12.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이어 "검찰개혁은 바람직한 형사 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검찰이 독재하고 함부로 반란을 일으켜서 대한민국 국민 주권을 좌지우지했고, 그 정점에 있던 사람이 비상계엄 선포하고 내란을 저질렀다. 검찰개혁은 단순히 형사 사법 시스템 개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은) 왜 그것을 직시하지 않고, 왜 그 관점으로 접근을 못 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그렇게 운영되지는 않는다"며 "검찰 제도 자체가 다 나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어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뼈아프게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 제도를 만듦에 있어서는 지금 있는 검찰의 구성원 모두가 범죄자라는 시각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검찰개혁 추진단에) 나가 있는 검사들도 절대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며 "(검사들이) 의견을 내는 그런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것뿐이지 (검찰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항변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인 김필성 변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을 인용해 중수청법안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수청법안에 대해 "지금 나온 안은 '전문가'나 '개혁추진단 자문위'와는 아무 상관 없다"며 "자문위에 비교적 검찰에 우호적인 분들이 상당수 계신 건 맞지만 그분들의 의견과도 아무 상관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안이고, 이 안에 대해 자문위는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지난 금요일(9일) 저녁 갑자기 내용 통보만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나온 (중수청)안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시려면, 원래 검찰이 주장했던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것'을 전제로 보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이 안은 그냥 검찰청 특수부를 별도 청으로 분리해 특수수사청으로 만드는 내용이 된다.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안은 처음 검찰이 '중수청을 법무부에 둬야 한다'라는 주장과 연계된 것이고, 결국 추진단이나 자문위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검찰이 계획했던 것에 불과하다"며 "추진단이나 자문위는 말 그대로 이름만 이용당한 것"이라고 적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12. 연합
 

추 위원장은 김 변호사의 글에 대해 "우리 (자문위) 의사와 무관하고 검찰이 만든 내용이라고 요약된다"면서, "장관님도 (법안에 대해) 답변을 시원하게 못 하시고 제대로 모르시고. 이렇게 검찰개혁 추진단이 출범한 이후에 국회 논의는 중단돼 있고 추진단에서 알아서 한다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가버렸는데, 만약 이렇다면은 상당히 좀 문제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자문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원론적으로만 답했다.

 

"역사 잊으면 미래 없다" 대북송금 변호사도 비판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검찰이 조작 수사·기소에 맞서왔던 변호사들도 비판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광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정 장관이 발언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 이 한마디에 소름이 돋는다"며 "과거의 비극은 늘 안일함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라던 그들이 결국 누구를 물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쳐 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의 안일함이 훗날 어떤 괴물을 키울지 두렵다"면서 "역사를 잊은 이들에게 미래는 없다"고 적었다.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김필성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정 장관의 발언이 나온 기사를 SNS에 공유한 뒤, "이재명 정부의 검찰이 다르다는데, 지난 7개월 사이에 윤석열 정권 검사들 모두 파면하고 모조리 다 새로 채용했나요? 전 그런 소리 들은 적이 없는데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라고 적었다.

 

여권에서도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안의 핵심은 "중수청으로 옮긴 검사가 수사사법관으로서 수사권을 갖고, 전문수사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재의 검사-수사관의 구조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자는 것이 검찰개혁 골자"라며 "똑같은 사람을 데려다 똑같은 구조로 중수청을 만들면 '검찰 특수부 시즌2'"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등 검찰개혁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뜨거운 쟁점은 아직 결론도 내지 못했다"며 "공소청과 중수청의 긴밀한 협력 관계라는 모호한 말로 검찰의 권한을 유지시켜줘선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연합
 

여권 내 반발에 놀란 당청…"당정간 이견 없다" 수습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안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까지 반발이 나오자 당정 간 혼선을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정부안과 관련한 정책 의원총회를 조만간 열겠다며 "가급적 질서 있게 토론할 수 있도록 개별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서 혹시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주시길 당 대표로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부, (개별) 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서 법무부, 법사위원, 원내 또는 당 정책위에서 모여 빨리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당정 간 이견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꼼꼼히 준비해 발표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과 관련,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병욱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당내 다양한 의원 사이에서 검찰개혁, 그 가운데 중수청·공소청과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당정 간 이견은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