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믿을 만하냐” 검찰개혁 세부안 “정부가 주도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가 되는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방안과 관련해 “구더기가 싫죠? (그렇다고) 그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 “(검찰이 아닌) 경찰은 믿을 만하냐”고 말했다. 특정인을 표적 삼아 과잉수사를 자행한 ‘정치검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수사·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원칙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방지 및 사건 암장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세부안 논의를 “정부가 주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 등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전건 송치, 수사지휘권 부활 등 1차 수사기관 통제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최초 논의가 ‘수사·기소 검사 분리’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히면서도, “그런데 요새는 ‘검사는 아예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마’ 이렇게 됐다. 가다보니까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금의 검찰청을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쪼개 각각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소속으로 두기로 합의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를 “정치적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엉뚱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런 설명을 하면서 “보완수사”를 두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경찰, 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에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전면적으로 부여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등 통제 권한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수사를 개시·설계하는 권한’과 ‘그 수사를 평가·종결하는 권한’이 일치한 데서 ‘정치검찰’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두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하지만 1차 수사기관이 제대로 된 감시와 통제 없이 사실상 수사를 마칠 권한까지 갖게 되면 인권 침해, 사건 암장, 수사 장기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고 봤다. ‘검찰’이란 이름이 사라지더라도 ‘경찰 수사 통제’라는 검찰 역할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1차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의 기소·불기소 판단과 효과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공소청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민주당 강경파와 강경 지지층 사이에서 보완수사권 부여는 곧 ‘검찰 수사권 존치’란 비판이 나오는 점을 고려해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제한 요건을 세밀하게 법안에 담을 방침이다.

 

정부는 검찰개혁 세부안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수사권 조정 당시 폐지한 전건 송치(경찰의 기소·불기소 판단과 상관없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와 수사지휘권 부활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지휘권 부활은 경찰과 여당 지지층 등 반발이 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개혁안 논의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은 ‘검찰의 인지수사 금지와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라는 대원칙과 반대로 가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한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김창기 국세청장, 김성제 의왕시장, 이성권 부산시 부시장,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공소장에 담긴 고위공직자들이다. 전씨는 20대 대선 직후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들을 동원해 곳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12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전씨 공소장에는 그가 윤석열·김건희 부부 및 고위공직자 인맥을 팔아 현안을 해결해준 대가로 약 2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적시됐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지난 8일 통일교 관련 의혹 외에도 위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을 적용해 전씨를 구속 기소했다.

희림 대표 아내 "세무조사 막아달라"→윤한홍·김창기 식사 → 4500만 원 수수

김창기 국세청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전씨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 대표의 아내 A씨로부터 희림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창기 전 국세청장과의 저녁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희림은 김건희가 대표로 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세 차례 후원하며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관저 이전 사업 등을 수주한 바 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석열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고위공직자 등과의 친분, 인맥을 통해 여러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말했고, A씨 또한 각종 청탁을 했다"며 "A씨가 ▲ 희림의 공공기관 발주 사업 수주 ▲ 지인의 공공기관 고위직 임명 ▲ 2022~2024년 서울 압구정3구역 재건축정비사업 관련 서울시의 고발 사건 무마를 알선하고 ▲ 본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중국전담여행사로 지정해줄 것 등을 청탁했다"고 적었다.

이어 "전씨는 위와 같은 각종 청탁을 하는 A씨에게 '부탁을 맨입으로 하냐',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해주냐'는 취지로 말하며 대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A씨가 전씨를 위해 제공한 청탁의 대가다.

A씨는 전씨로 하여금 2022년 7월 25일 전씨에게 강남의 한 빌라를 임차하도록 해 임차비용을 대납하는가 하면,
2022년 11월 16일 서울 강남 커피숍에서 전씨에게 현금 100만 원을 수수하는 등 수회에 걸쳐 현금을 보내고,
여행사 명의 법인카드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전씨가 대통령, 국세청장 등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합계 4529만 6323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권성동·윤한홍 축사, 의왕무민밸리 조성... 1억 6000만 원 수수

                     ▲김성제 의왕시장. ⓒ 의왕시


뿐만 아니라 특검팀은 전씨가 콘텐츠기업 '콘랩컴퍼니'의 의왕무민밸리 조성사업 등 추진을 위해 경기 의왕시장 등 고위 공직자들을 소개해 용역계약을 맺고, 이 회사가 추진하는 행사에 고위공직자들 참여를 주선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2022년 7월경 전씨는 자신의 딸을 통해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라이언 홀리데이 인 부산' 오픈식에 김건희 등 유력자나 고위공무원을 초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전씨는 '여사는 안 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콘텐츠진흥원 대상을 탄 거야?' '대통령실이나 문체부 등 고위공직자들이 행사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전씨는 위 사업 오픈식에 문체부 고위공무원, 부산시 부시장 등이 참석하도록 하고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축사를 보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후 전씨는 콘랩컴퍼니 대표에게 '의왕시에 백운호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던 김성제 의왕시장을 소개해준 다음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의왕시는 2023년 4월 25일경 이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만화 무민 캐릭터를 이용해 의왕 백운호수에 의왕무민밸리를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적었다.

특검팀은 전씨가 이러한 청탁을 대가로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2022~2023년까지 1억 6702만 8000원 상당의 이익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전씨가 2022년 회사 대표에게 "우리가 이렇게 해주면 너희는 뭘 해줄 것이냐"며 "딸한테 월 400만 원, 내 차량과 운전기사 비용으로 월 800만 원 지급하라"고 요구한 뒤 대가가 지급됐다는 게 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 김화빈 기자 >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이 지난 8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기소했다. ⓒ 유성호, 대통령실
 

미국 내 한국 노동자 체포의 정치경제학적 의미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지난 8월 26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라고 하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대통령 앞에 기죽지 않고 ‘선수’를 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며 회담 성공을 자축할 만했다. 그런 식으로 한미관계의 궁합이 잘 맞아들어 갈 듯했다. 그런데 그 뒤 10일도 채 지나지 않은 9월 4일, 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미국 당국이 느닷없이 한국인 350여 명을 포함, 약 470명의 ‘불법체류’ 노동자를 체포했다. ‘뒤통수’를 맞은 셈!

 

필요한 비자 발급수 제한하면서 비자 없다고 체포

 

미국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ICE), 조지아주 순찰대와 함께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며 “불법 체류·노동자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 당국 관계자는 영상물에서 “우리는 국토안보부다. 우리는 현장 전체에 대한 수색영장을 가지고 있다. 모든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이 ‘불법’ 노동자인 이유는 원래 단기 사업용인 B1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입국한 관광객 신분으로 임금노동을 했기 때문이다. 만일 국내 기업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위해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려면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비자는 연간 8만 5000명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미 한국은 지난 7월 3500억~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이 요구하는 대대적 투자를 위해 한국 기업이 움직이려면 ‘H-1b’ 비자가 발급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내지 ‘편법’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연합뉴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협정에 따른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여행객처럼 미국에 들어와 단순한 관광이나 방문 목적이 아닌 임금 노동을 했기에 ‘불법’이 됐다. 한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체포된 상당수가 공장 건설을 위해 고용된 협력·하청 업체 관계자들이고 한국인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미국 당국이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고 입국해 단순노무 등 노동을 하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하긴 했는데,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공장에까지 진입해 체포 작전을 벌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진 폭력과 약탈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9월엔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에스케이배터리아메리카(SKBA)의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3명이 전자여행허가를 받고 일하다 체포된 뒤 자진 출국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이 불법적인 관행을 계속해온 셈이다. (2021 바이든 정부와 2025 2기 트럼프 정부 이래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이라는 강제 아래 한국 기업은 눈물을 머금고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22곳, 총투자액 138조 원 규모다. 미국 요구대로라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더 투자해야 한다. 약탈적 수준!) 물론 이는 한국 기업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대적인 단속과 체포 사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합법을 빙자한 폭력, 그리고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과 사실상의 약탈,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에나 한국에서 상당한 충격파를 던진다. 이른바 ‘불법 노동자’를 단속한다면서 군헬기, 무장 병력, 장갑차, 총기류 등을 동원한 500여 군단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사태와 관련,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이번 단속의 직접적 계기는 트럼프와 동일한 정당인 공화당 소속 극우 성향 정치인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이 이민세관국(ICE)에 조지아 주 내 한국 기업들이 ‘불법체류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고 제보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는 토리 브래넘이 페이스북에서 스스로 밝힌 바다. 브래넘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미 해병대 출신의 여성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논리는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취지다. 얼핏 반자본의 논리 내지 불법 근절의 논리를 보여주지만 평소 그녀의 성향으로 볼 때 본심은 다르다는 해석이 많다. 그것은 그녀가 조지아주 제12지역구 연방 하원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SNS에서 “선거 캠페인에 더 많은 관심과 돈을 끌어들이려는 어리석은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D.C. 성경 박물관에서 열린 백악관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9. 08 [AP=연합]
 

쇼비니즘적 보호주의 정책 펴는 ‘피스 브레이커(peace breaker)’

 

둘째,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토리 브래넘과 같은 특정 개인의 이익과 관련해서만 볼 순 없다. 트럼프의 국가 경영 방식 자체가 문제다. 그것은 트럼프 정부의 쇼비니즘적 보호주의 정책이 한편으로 불법 이주나 불법 노동을 규제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나 기후위기 같은 글로벌 이슈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기에 이번 단속 대상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꼴도 보기 싫은’ 짓일지 모른다. 나아가 정치가라기보다 비즈니스맨에 가까운 트럼프는 이번 단속을 계기로 돈이나 기술 전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전문가를 불러들여 미국 노동자를 훈련해 직접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자본 약탈과 고용 약탈에 이어 기술 약탈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서 트럼프는 ‘피스 메이커’라기보다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내지 ‘피스 브레이커(peace breaker)’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국경차르’로 통하는 톰 호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조지아 현대차 공장에서 한 것처럼 사업체에 대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많이 할 건가”라는 질문에 “간단히 말씀드리면, 그렇다”고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직장 단속 작전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것! 이런 맥락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급히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을 한 끝에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주 안에(9월 10일) 전세기를 띄운다는 계획”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눈에 보이지 않은 거래를 암시한다. (과연 체포, 구금된 노동자들의 ‘전세기 귀국’으로 사태가 완결된 것인가?)

 

셋째, 이런 현실의 기저에 깔린 자본의 논리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를 무대로 가치증식 운동을 하는 자본은 경향적으로 일국 국경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자본은 늘 이윤을 추구하기에 이윤율이 높으면 지옥까지 달려갈 판국이다. 따라서 자본이 이윤을 버는 원천인 노동력의 가치가 낮을수록 자본에게는 유리하다. 자본은 경향적으로 노동력의 가격이 싼 쪽으로, 동시에 이윤율이 더 높은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이윤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간 노동은 어떤가? 인간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그 노동력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노동력의 가격을 더 많이 인정받는 쪽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본운동의 방향과 노동이동의 방향이 서로 같거나 조화롭다면 별 문제 없지만, 방향이 다르거나 조화가 깨진다면?

 

‘세계 전쟁’까지 준비할지 모르는 자본의 ‘대리인들’

 

이 경우에 국가라는 이름의 공권력(폭력)이 동원된다. 이 공권력은 노동 쪽보다는 자본 쪽을 더 경청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원리가 가진 일차적 문제는 노동자 즉, 사람이 능멸을 당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체포 당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마치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나 도망 노예처럼 손발이 쇠사슬로 묶여 어거정어거정 걸어야 했다. 수치심이나 모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차적 문제도 있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자본과 국가의 대응은 중장기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도 해롭다는 점! 미국 당국이 말하듯, 불법 체류나 불법 고용은 범죄로 규정된다. 그러나 모든 불법 고용을 일거에 근절한다면 미국 경제나 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게다가 이렇게 보호주의 내지 자국이기적 정책들을 편다면 국가 간, 민족 간, 인종 간 분열과 갈등이 증폭될 위험이 크다. 그간 ‘세계화’란 이름으로 ‘세계 평화’를 부르짖던 위선마저 (그것이 더 이상 미국 자본주의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자)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는 이 고약한 행태가 향후 (자본의 이윤 위기가 더욱 고조될 때) ‘세계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이미 구미 각국에서는 나치 히틀러를 부활시키려는 극우들의 준동이 심각한 수준이지 않은가? 설사 비자 문제 등이 ‘합리적’으로 해소된다 하더라도 이런 문제들은 여전히 남는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트러블 메이커’가 아니라) 진정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되려면 세계를 압도하는 헤게모니(패권) 위에서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을 무한정 뽑으려는 패러다임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정부에서 그런 기대는 불가하다. 설사 트럼프가 (일각의 기대나 예측처럼) 10월의 경주 APEC 회담에 오기 전에 북한을 방문, ‘평화협정’을 맺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정한 세계 평화를 위한 조치가 될 리 만무하다. 차라리 그런 평화협정은 미국 자본의 새로운 이윤 공간을 위한 수단(예: 원산갈마-마식령 관광지구 개발 등)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공화당의 트럼프도, 민주당의 바이든도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그리고 작금의 행태는 ‘파쇼적 약탈’ 모양을 띤다.

 

‘탈(脫)자본, 진(進)생명’ 기치 내건 아래로부터의 국제 연대

 

바로 이런 눈으로 이번 사태를 읽어 낸다면, 이재명 정부의 과제도 달라진다. (우리들 다수가 꼭 성공하길 바라는) 이재명 정부가 단순히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의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아닌, ‘패러다임 메이커(paradigm maker)’가 되려면 정치경제적 지도급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형식적 만남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제3세계 비동맹 운동을 넘어서는) ‘세계생명평화동맹’ 같은 새로운 연대관계를 ‘아래로부터’ 하나씩 구축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자본주의 성장과 착취, 약탈과 파괴가 아닌, ‘탈(脫)자본, 진(進)생명’의 길이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이런 철학을 먼저 전 세계에 공표하고 그 방향에 공감하는 나라들을 광범위하게 모아 나가야 옳다. 그리하여 그간 세계자본이 초래한 세계적 불평등과 기후위기, 사회경제적 위기 등을 범지구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극복하려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당’ 별칭을 가진 야당 대표와도 회담을 갖고 여야 공동으로 ‘민생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함으로써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됐다. 동일한 맥락에서 세계를 무대로,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 진영을 막론하고 ‘글로벌 민생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그 철학적 기초가 곧 ‘탈(脫)자본, 진(進)생명’이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세상이 ‘생산, 소비, 성장’에 대한 맹목적 질주를 계속할 때 총체적 파국이 필연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정직한 절망’의 힘으로 죽임의 패러다임 넘어서야

 

지구와 인류가 ‘정상적으로’ 공존할 마지노선인 1.5도(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를 이미 작년에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도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됐다”고 연초에 밝힌 바 있다. 이제 2도를 넘는 건 시간문제이고, 그 이후는 마치 높은 산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지듯 지구 위 인류 문명이 급속히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올해 봄 곳곳의 산불사태, 그리고 여름의 홍수와 산사태를 겪으면서도 ‘강 건너 불 구경’만 하다간 바로 우리 자신이 참사의 희생자로 전락할 것이다. 지혜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여, 범지구적 파국에 빠지기 전에 (자본주의 황금기의 부활만 생각하는) ‘국익’ ‘성장’ 경쟁‘ ’이윤‘ 등 죽임의 패러다임을 넘어 진정 ‘함께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슬기롭지 않은가? 과연 이런 경고에 누가 얼마나 귀 기울일까? 차라리 우리는 참된 ‘패러다임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라도 먼저 ‘정직한 절망’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헌법을 도피처로 삼으려는 검찰과 법원

● Hot 뉴스 2025. 9. 11. 13:3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스스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자초했다

 

‘검찰총장’ 명칭이 없어져 위헌이라고?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수사)과 공소청(기소)을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였다. 이에 검찰 측은 정부의 이 안이 헌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을 없앤 것으로서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헌법 제89조 16호가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 조문에만 명문화되어 있고 법적 지위는 없어져서 사문화된 기관이 실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헌법 90조에는 국가원로자문회의가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은 1987년 6공화국의 개정헌법에 포함되었으며, 실제로 노태우 정부 당시 국가원로자문회의라는 기구가 잠시 운영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 기구는 구성되지 않으면서 사문화되었고,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법적 장치 상태이다.

 

검찰이 헌법기관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검찰은 헌법기관이 아니고 단순한 일개 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사실 ‘검찰총장’이라는 명칭 자체가 문제가 있다. 특허청의 기관장은 특허청장이고 조세청의 기관장은 조세청장으로서 행정기관의 일개 청에 불과한 검찰청의 수장 역시 당연히 ‘검찰청장’이어야 한다. ‘검찰총장’ 명칭의 연원을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검찰제도의 명칭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었다. 검찰이라는 제도 자체가 본래 일제가 조선의 식민지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제로 추진했던 ‘갑오경장’ 때 처음으로 만들어진 기구였고, 그래서 일본 제도를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대검(대검찰청)’이라는 명칭도 마치 대법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라는 양 스스로 자신들의 막강한 권세를 과시하는 의미였다. 결국 ‘검찰총장’이나 ‘대검’이라는 명칭은 정상적이지 못하며, 과잉의 명칭을 ‘참칭’한 것이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임기를 시작함에 따라 사법부는 물론 수사기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4일 대법관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모습. 2025.6.5. 연합
 

특별재판부가 위헌? 세월호 참사 때 대법원 스스로 설치 검토했다

 

한편 민주당은 최근 내란 특별재판부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로 일관하고 있는 야당은 물론이고 법원행정처도 위헌 논리를 내세우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내란특별재판부가 재판할 경우 피고인들이 ‘위헌적 조치’라는 주장을 할 것이라며 내란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 나라 사법독립을 침해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사법 시스템, 특히 ‘제왕적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에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 그리하여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에 의하여 대법원장이 고등법원장 이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장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모든 법원과 모든 법관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법적·실제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대법관에 대한 희망을 가진 고등법원장 이하의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지시에 사실상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법원 관료화의 초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렇듯 제왕적 대법원장이 대법원의 대법관을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구성함으로써 사법독립을 해치는 근본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특별재판부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설치된 적이 있다. 해방 직후에 친일파 청산을 위해 특별히 설치되었던 ‘반민특위특별재판부’가 바로 그것이고, 또 이승만 정부 때 저질러진 부정선거 책임자 단죄를 위해 ‘3·15 부정선거 행위자 특별재판부’도 설치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부’도 설치되었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대법원 스스로 특별재판부 설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사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검찰과 법원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검찰은 세계 검찰사에서 결코 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스스로 자제하지 못했다. 검찰은 과잉 정치화하여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온갖 ‘먼지떨이 수사’로써 도륙을 냈지만, 정작 정확한 기소와 단죄가 필요한 대상에 대해서는 선택적이며 자의적으로 불기소와 권한 포기를 서슴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과 김건희 ‘황제조사’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음으로써 석방시켰다. 결국 지금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검찰개혁의 불길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법원 역시 지귀연은 듣도 보도 못한 시간 계산법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석방시켰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해 전무후무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로써 스스로 정치편향적임을 입증했다. 또한 내란수괴 윤석열 재판장 지귀연은 윤석열에 대해 각종 특혜를 시전하고 있으며, 범죄 사실이 명백한 내란공범 한덕수와 김건희 ‘집사게이트’ 관련자 구속영장들은 줄줄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극대화되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철저한 사법개혁과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는 노도처럼 커져가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현행 특검법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뛰는 격이다. '법꾸라지' 윤석열은 불온한 법원으로부터 구속 취소 판결을 받더니 온갖 법기술로 갖은 추태를 내보이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 무소불위 검찰 그리고 스스로 천상의 지배자로 자리매김 해온 사법부는 이제 헌법을 내세우면서 처벌과 개혁을 회피하고 모면하고자 한다. 그러나 헌법은 민주주의의 장전이다. 또 헌법은 국민에게 모든 권한이 있으며 국가의 모든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주의를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고 위협해온 그들이 이제 헌법을 내세우며 위헌 운운 할 수는 없다. 헌법이 그들의 도피처일 수는 없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