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재판 선고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지자 정치권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애초 온국민이 12·3 내란을 목격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8대0의 만장일치 인용 결정을 내릴 거라고 자신했던 야당 안에서도 ‘기류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지금 상황에서 언제 선고를 한다 얘기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예측인 것 같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할 때도 매번 예측이 분분하다가 기일이 지정됐다”고 말했다. 애초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전례와 관행을 들어 늦어도 14일까지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나설 거라고 봤지만, 이날 오후까지 헌재는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어떤 입장도 내지 않자 민주당은 빠른 파면을 촉구하며 적어도 16일까지는 당 차원의 도보 행진과 저녁 집회 등 ‘비상행동’을 매일 이어가기로 했다.

 

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에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인방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먼저 탄핵소추된 이들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려줌으로써 ‘선입선출’ 방식으로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월25일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변론 종결하면서 헌재가 집중 심리를 하겠다며 다른 사건을 잡지 않았다. 오는 18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의) 변론 기일이 잡힌 것을 보면, 18일 전에 윤 대통령 심판의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다섯가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 것보단, 하나씩 총의를 모아 나가는 과정 아니겠느냐”며 ‘8대0 인용’에는 이변이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또다른 핵심 당직자도 “헌재 재판 속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요소요소마다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쪽에 핵심적인 질문을 하며 논리를 깬다. 늦어도 다음주 후반에는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의 담담한 표정 관리에도 물밑에서는 불안이 감지된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재판관들은 진보 성향 3명(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중도 성향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성향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은 확실하다. 다만 만약 5대3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 (만장일치 결론을 위해)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혁신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나올 때까지 삼보일배 등 여론전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이 최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탄핵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원외 인사는 “재판 초기도 아니고, 이미 변론이 종결된 상황에서 ‘8대0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면 왜 원내지도부가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지 모르겠다. 헌재 쪽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전해듣고, 진보 성향인 마 재판관을 임명해 안정적인 탄핵 인용을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윤석열 석방 나비효과...‘탄핵 기각될라’ 결집한 보수, 불안한 중도·진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보수층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로 더 결집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진보층은 불안감을 드러내는 현상이 여론조사에서 포착되고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채 윤 대통령을 풀어준 것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4%,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8%, ‘반대한다’는 응답은 37%였다. 여전히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찬성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줄었고, 반대는 2%포인트 늘었다. 소폭이나마 여론조사 수치가 움직인 건, 보수층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이 지난주보다 5%포인트 줄어든 24%로, 탄핵 반대가 3%포인트 늘어난 72%로 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51%)도,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41%)보다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정권 교체는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유지는 4%포인트 올랐다. 중도·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보수층의 정권 교체(16%)·유지(78%) 응답은 각각 7%포인트씩 빠지고 늘었다.

 

전날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선 ‘정권 교체’가 47%, ‘정권 재창출’이 42%로 조사돼, 두 응답 차이가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정권 교체는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재창출은 3%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61%)가 6% 오르고 정권 재창출(27%)이 4% 포인트 떨어졌는데도 이렇게 된 건 보수층의 응답 때문으로 보인다. 보수층 응답자 가운데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이는 15%로 전주보다 10%포인트 줄었고, 재창출을 원한다는 이는 6%포인트 늘어난 76%였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 탓으로 풀이된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석방돼 대통령 관저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유권자들이 ‘어쩌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가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는 거고,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특히 보수층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수층의 기대감과 중도·진보층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특히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날 전국지표조사에서 나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라는 응답은 53%,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39%였는데, 지난주와 비교해 파면은 9%포인트 내려앉았고 복귀는 11%포인트 뛰어올랐다. 이 가운데 진보층(85%)과 중도층(61%)에선 파면될 것이란 전망이 전주보다 각각 1%포인트, 13%포인트 줄었고,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13%와 28%로 전주보다 각각 3%포인트, 10%포인트 늘었다. 지난주 조사에서 파면(42%)과 복귀(49%)가 7%포인트 차이였던 보수층은 이번 조사에서 복귀 전망이 14%포인트 치솟은 63%로, 파면 전망(30%)의 두배 이상 많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 석방에 또 한번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것”이라며 “석방의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 손현수 기자 >

 

소식 없던 ‘그날’…윤 탄핵심판 선고 다음주 후반에나

통상 2~3일 전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공지돼도 빨라야 17일에나 선고 될 듯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사전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4일까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음주로 넘어갔다. 탄핵소추부터 선고까지 90일을 훌쩍 넘기는 것이어서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 심리기간을 기록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선고 기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중 공지가 돼야 빨라도 17일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월요일인 17일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뒤 93일이 지난 날로 이날 선고가 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요일(91일)을 넘기게 된다. 오는 18일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번째 변론기일이어서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공지되지 않으면 선고 일정은 다음주 후반으로 넘어가게 된다.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모두 마친 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재판관 평의를 열고 있다. 평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논점을 정리한 뒤에는 각자 최종 의견을 내는 평결을 진행한다. 헌재가 만장일치 결론을 내놓기 위해 막판 논의에 들어가느라 심리가 오래 걸린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재판관들은 아직 평결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을 모으기 전 사실관계와 논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재판에 출석한 몇몇 증인들의 수사기관 진술과 헌재에서의 증언이 다른 상황인데, 이런 부분을 꼼꼼히 짚고 넘어가느라 평의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및 기소 과정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지난 7일 이후 헌재도 심판 절차에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평의 중에도 재판관들끼리는 파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드러내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재판과 다른 고위공직자들 탄핵 사건 심리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는 점도 선고가 늦어지는 원인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초반부터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쟁의심판과 다른 공직자 탄핵 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전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건을 선고한 헌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사건이 남아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로부터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파면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은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고 다음주 월요일(17일)이면 20일째가 된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박정희보다 못한 윤석열 계엄…“경고성? 위헌 자백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선고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의 위헌·위법성이 꼽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면서 ‘경고성’ 목적을 강조했지만 이는 계엄의 위헌성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뒤 평의를 이어오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77조 1항(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의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당초 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과거 계엄과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자고 했다”며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 최후진술에서도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야당과 반국가세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며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경고성 비상계엄’이라는 개념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 자체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자백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의 목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의 존립 자체 또는 입헌 체제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 상태를 말하며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에 미치지 않은 긴급사태는 계엄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목적 자체가 모든 행정이 멈춰지고 법원도 작동이 안 될 때 할 수 없이 유일하게 군이 투입되는, 소극적 회복적 목적”이라며 “경고성·계몽 등은 말도 안 되는 표현일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모두 적극적 행위를 상정해 법을 위반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실체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였던 10월 유신보다 10개월 앞선 1971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을 제정했다. 기존 헌법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이나 계엄선포권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긴급권을 보장하는 법령이었다. 10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라는 외형을 갖춘 것이었다. 국가보위법은 1994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는 “윤 대통령은 비상사태라는 외관을 갖추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다 못해 과거 친위 쿠데타였던 유신 쿠데타를 참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호소라느니 이런 표현들은 모두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 

 

윤석열 석방 ‘이중 트릭’…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논썰]

 

시간 단위로 계산해도 구속기간은 만료되지 않아, 기묘한 법 술수

 
 
 
[논썰] 윤석열 석방의 ‘이중 트릭’,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한겨레TV

 

검찰이 법원의 대통령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는 시한인 14일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까지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는데도 검찰은 현행법으로 보장된 즉시항고 권한을 끝내 포기한 것입니다.

 

검찰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짚어보기에 앞서, 윤석열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이중 트릭’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구속기간 산입 등의 복잡한 법률 문제에 대해 아직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드립니다.

 

먼저 ‘그림1’처럼 법에 정해진 구속기간은 체포된 날부터 따져 10일간입니다. 그 안에 기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체포한 뒤 구속하려면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3일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림2’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구속기간 만료일은 3일 뒤로 미뤄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림3’에서 보시듯 빨간색으로 표시된 대통령 윤석열 기소는 구속기간 만료 시점보다 넉넉하게 앞서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그림4’를 보시죠.

 

지귀연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날짜, 즉 3일로 계산하지 않고 서류가 법원에 접수된 시점부터 반환된 시점까지 시간 단위로 계산했습니다. 파란색 부분입니다. 그러면 구속기간 만료시점이 딱 이만큼 뒤로 미뤄집니다. 이렇게 되니 윤 대통령 기소 시점이 파란색 바깥으로 나갑니다. 즉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에 기소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계산 방식을 날짜 단위로 다시 바꾸기만 하면 이 문제는 바로 해결됩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문제가 무엇인지 아시겠지만, 한단계 더 들어가 보죠.

사실은 시간 단위로 계산해도 구속기간은 만료되지 않습니다. ‘그림5’를 보시죠.

하얀색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체포적부심’이 이뤄진 기간입니다. 체포적부심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 제도인데 윤 대통령은 이걸 꺼내들었죠. 어쨌든 이 절차에 10시간가량이 소요됐습니다. 이 기간도 구속기간에서 빼야 합니다. 하얀색 부분만큼 구속기간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기소 시점은 그 하얀색 안에 들어갑니다. 구속만료 전에 기소가 이뤄진 것입니다.

 

여기에서 지귀연 부장판사는 또 하나의 트릭을 씁니다.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시간은 구속기간에서 빼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겁니다. 기존 법해석과 완전히 다른 입장입니다.

 

이렇게 두단계의 완전히 특이한 해석을 통해, 윤 대통령 기소가 구속기간 만료 뒤에 이뤄졌다는 기묘한 결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귀연 판사의 결론이 왜 잘못된 것인지, 또 이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의 결정이 왜 터무니없는 것인지 자세한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Wz1qZDvo4fs

기획·출연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 >

 

임은정 검사 “심우정 탓에 후배는 택시도 못 타…망신스러워서”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2024년 8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심우정 검찰총장이 불복 절차 없이 수용하자 검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13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검찰 구성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검사들이 너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검찰 내부 반응을 전했다.

 

심 총장은 법원이 70년 넘게 이어져 온 법원과 검찰의 실무례를 뒤집고 시간 단위의 구속 기간 계산법에 근거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음에도, 구속취소 시 즉시항고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해 ‘노골적 봐주기’, ‘윤석열 맞춤형 포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연히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가 즉시항고를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는 임 부장검사는 “원포인트로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만 해석례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무슨 약점이 잡혔냐는 생각이 들 만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앞서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수뇌부의 즉시항고 포기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 정도면 (검찰 내부가) 끓는 게 맞다”며 “어느 검찰 관계자가 자조적으로 말했던 것처럼 검찰은 ‘짖으라고 짖고 닥치라면 닥치는 개’인데, 검사 게시판에 이 정도 글이 부장급들에 의해 올라오는 거는 이례적인 것이다. 말을 안 하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지경이니 그런 것”이라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택시도 못 탈 정도로 망신스럽다’는 후배 검사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 검사가) 검찰청 앞에서 택시를 탔다가 택시 기사분한테 ‘검찰 왜 그러냐’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며 “망신스러워서 검찰청 앞에서 택시를 못 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임 부장검사는 즉시항고는 하지 않으면서 종전대로 구속 기간을 ‘날’ 단위로 계산하라는 대검의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구속 기간 산정은 검사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관, 실무관들도 매일매일 구속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며 계산한다”며 “워낙 이례적이라서 서로 점심시간에 말하는 것도 민망하다. 그런 사람이 검찰총장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대통령실 “야당 탄핵 남발 경종” 주장했지만
헌재 “헌법 내지 법률 위반, 일정 수준 이상 소명”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의회독재를 하는 거대야당의 줄탄핵’을 12·3 비상계엄 선포 주요 근거로 들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직접 언급했다. 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해 국정 마비·국가 위기상황을 초래했고, 이를 계엄으로 바로잡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쪽이 탄핵 반대 핵심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국회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이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 기각 결정에 대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주장했지만, 헌재 결정은 그와는 반대였던 셈이다.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주장처럼 아무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아니며, 일부 그런 성격이 있더라도 탄핵소추를 할 만한 위법 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에 ‘탄핵 남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동종 위반행위 재발” “사전 예방을 통한 헌법 수호”라는 탄핵심판의 원칙을 헌재가 재확인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직무에 복귀한 윤 대통령이 추가 비상계엄 등 강권 통치를 통한 국헌 문란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에 헌재가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가능하다.

 

앞서 헌재가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이창수 검사장 등의 선고를 먼저 하자, 그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소추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결정을 먼저 내놓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도 이번 결정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