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15년인데… "시세조종 가담 기간 짧다" 감경
원심 깨고 공동정범 인정, 자본시장법 일부 유죄

2022년 4월 통일교 샤넬백도 알선수재 판단
윤석열 "손실 봐" 조국 "거짓말로 당선, 무효"

일부신문 사설 "‘봐주기’ 검찰 뼈저린 반성을"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관련 무죄 유지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28일 대합실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2026.4.28 연합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 재판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 몰수와 2094만 원 추징도 명했다. 주가조작 행위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15년, 처음 관련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갔던 때로부터는 7년 만이었다. 

 

1심 형량인 징역 1년 8개월보다는 무거워졌지만 특검팀 구형량인 징역 15년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판결문 요지를 낭독하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길고 긴 판결문 가운데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것은 딱 두 대목이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 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제공해 도이치 모터스 주식 거래를 맡기고, 이 시기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를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2022년 4∼7월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을 깨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받은 것을 통일교 측의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이 부분 혐의를 무죄로 봤다. 반면 이날 항소심은 김씨가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지했다면서 알선 명목으로 가방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은 전날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전후와 관계없이 배우자에게 교단 자금으로 선물을 준 행위 자체를 횡령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똑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한 만큼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구체적으로 2억 7000만 원)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무상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까지 원심이 뒤집히지 않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담을 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검팀은 주가 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에 모두 징역 11년에 벌금 20억 원, 추징금 8억 3000만 원을 구형했고, 무상 여론조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3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징역 4년에 추징금 5000만 원 선고에 그쳐 상당히 허탈할 것 같다.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라서 이날 김씨에게 선고된 징역 4년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법원 출석하는 김건희 씨([AP 연합)
 

재판부는 양형 배경과 관련해 "피고인은 시세조종 범행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포함한 공범들은 범행으로 적잖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또 "일반 국민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이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춰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그 지위를 이용해 알선 수재 행위를 했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세조종 범행을 주도하진 않았고 가담 기간도 비교적 짧은 점, 통일교 측에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진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의 두 문단은 준엄한 질책으로 꾸며놓고 뒤에 관대하게 처벌해야 할 이유를 나열했다. 

 

이렇듯 항소심 재판부는 90분 동안 낭독한 판결문 요지에 앞과 뒤가 다른 듯한 문장을 기재해 판결문을 입수해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김씨 측은 즉각 상고 여부를 밝히지 않은 특검과 달리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뛰었던 검찰과 국민의힘, 일부 언론은 석고대죄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은 대선 때 배우자가 주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윤석열은 거짓말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배우자의 주가조작 가담 여부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 그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서 "제가 결혼하기 전에 이 양반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요"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봐주기 수사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며 "2020년 4월 고발된 이후 검찰은 대면조사 한번 없이 시간을 끌면서 4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동안 공범들은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판이 커지자 수사팀은 2024년 7월 김씨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해 특혜 논란을 자초했고, 그해 10월 끝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검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부실 수사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대법원은 명태균의 무상 여론조사에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이 법률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며 "이것이 무죄라면 후보자 캠프에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하는 일이 횡행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29일 오후 3시에 이뤄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 전담재판부가 출범 뒤 처음으로 내리는 선고라 관심을 집중시킨다. 역시 법정 생중계가 허용된다.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 일부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인데 1심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당한 행위였다는 입장이지만, 특검팀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 임병선 기자 >

 

김건희 징역 4년? 표창장 위조 정경심도 4년인데...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파기환송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라.
 

김건희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로 봤던 두 가지 혐의를 유죄로 뒤집으며 징역 1년 8개월을 곱절인 징역 4년 선고로 늘렸다. 원심에서 '단순 전주'로 치부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어 실형이 내려진 것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든 행위에 대한 마땅한 죗값이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과연 이 정도의 판결로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 이루어졌는가 여전히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항소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명태균으로부터 제공받은 ‘무상 여론조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여전히 무죄로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익의 직접적인 귀속을 입증하기 어렵다거나 단순 정보 제공 수준이었다는 논리를 폈으나, 사법부가 정치를 오염시키는 ‘여론 조작’과 ‘비선 개입’의 통로를 합법적으로 뚫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수억 원이 투입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수수해 정치적 전략에 활용했음에도 ‘대가성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면, 향후 어떤 정치인이 비선 브로커의 검은 조력을 마다하겠는가.

 

벌금과 추징금 산정 방식 역시 자본주의 시장의 공정성을 비웃는 수준이다. 검찰이 추산한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산출하는 것이 어렵다며 23억 원의 부당이득을 추산한 특검의 주장을 배척하고 겨우 2094만 원을 추징액으로 산정하고, 벌금 5000만 원을 부과한 것은 검찰의 불기소, 특검의 기소와 재판이 결국 ‘남는 장사’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리적 한계를 핑계로 거악의 뿌리를 도려내지 못하는 사법부의 소극적 태도는,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언을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두 푼씩 아껴 성실히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단순히 2심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데 그치지 말고, 앞선 검찰의 불기소, 특검의 기소와 재판 과정에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2022년 대법원 2부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 관련하여 정경심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1000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건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즉각 항고에 나섰다. 진정 억울한 쪽은 '법 앞의 평등'을 믿고 묵묵히 살아가는 국민이다.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과 ‘미필적 인식’이 권력과 결탁했을 때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알면서도 그동안 너무나 좌시해왔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김건희의 죗값에 걸맞은 엄중한 단죄가 이루어질 수 있게 파기 환송으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2심 “김건희, 단순 방조 넘어 적극 가담”

‘주가조작 외부자’라던 1심 무죄 판단 부분 전부 뒤집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방청석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발(2020년 4월)→검찰 무혐의(2024년 10월)→특검 기소(2025년 8월)→1심 무죄(2026년 1월)→2심 유죄.’

2020년 4월 고발된 뒤 6년간 검찰 불기소 처분과 항고,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주가조작과 관련한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했고 단순히 방조한 것을 넘어서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며 1심 무죄 판단 부분을 전부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28일 김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김 씨가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일 것을 방조한 것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며 주가조작 공범임이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보았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일부 기간 범죄는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소, 나머지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에 주식계좌를 맡겨 주식을 매수한 행위가 모두 ‘독자적 판단’이라고 봤지만, 2심은 김 씨에게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을 얻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면서 범죄 가담 의사가 적극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에 본인 자금과 미래에셋대우 계좌를 제공한 날 미래에셋대우 직원에게 ‘사무실 전화는 녹음되니 휴대전화로 통화하자’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주가조작 일당들이 지정한 시점에 매도한 것에 대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으로 꾸미려는 목적의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씨를 “공모관계 밖의 외부자”라고 보고, 공범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도 2심은 정면 반박했다. 1심은 주가조작 일당인 블랙펄인베스트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의 거래 목적을 김씨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며 이를 김 여사가 범행에서 배제된 증거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에게 거래 목적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하여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공모관계의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심 무죄 판결 뒤 항소하면서 김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를 넘어 ‘공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씨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알선수재 혐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통령 부인의 지위에서 통일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통일교 쪽의 청탁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샤넬 가방 전달자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시점에 ‘통일교의 청탁 대가’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로 전씨와 김 씨가 금품 전달 이전에 나눈 통화에서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사실’, ‘통일교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거라는 사실’을 서로 언급한 점을 들었다.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바뀌면서 김 씨의 형량은 징역 4년으로 가중됐다. 2심 재판부는 주가조작 범죄와 관련해선 김 씨가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 점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다만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한 전체 기간이 짧고, 통일교 쪽의 청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김 씨 쪽은 이날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연서  김수연 기자 >

  

 김건희 변호인, 징역 4년에 “도덕적 비난” 주장…‘이 형량도 감지덕지’라는데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영부인 지위’의 중요성을 짚으며 징역 4년을 선고하자 김 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김 변호인은 “도덕적 비난이 법률적 판단을 압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인 유정화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에서 “항소심은 도덕적 비난이 법률적 판단을 압도했다고 본다”며 “유독 판결 곳곳에 ‘국민 신뢰 훼손’, ‘기대 저버림’과 같은 감정적·도덕적 평가 언어들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위 공직자 가족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형사 재판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서 법률적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절차여야 한다. 엄밀한 법리 검토보다 결과론적인 처벌론에 치중한 판단은 아닌지 신중하게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김 씨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씨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형량은 1심의 징역 1년8개월에서 징역 4년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김 씨 범죄로) 국정의 투명성과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로 인한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라고 본 1심과 달리 일부 유죄로 본 2심 판단에 대해 유 변호사는 “재판부는 단순한 자금 투자와 계좌 위탁 행위를 시세조종의 ‘공모’로 단정했다”며 “하지만 이는 투자자가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일반적인 경제 행위와 범죄 행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정치권에선 ‘영부인 지위’의 중요성을 짚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김 씨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 상식과 법 정서에는 부족한 형량이지만 2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라고 했다. 임 대변인은 “김건희씨는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상소는 꿈도 꾸지 말라. 이 정도 형량도 감지덕지”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엎으며 뒤늦게나마 단죄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일부 유죄 판결로 사법 정의의 불씨는 살렸으나, 여전히 미완의 심판에 그쳤다. ‘범죄 전력 부재’나 ‘공모 단정 불가’라는 ‘법꾸라지’식 논리로 빠져나간 구멍들이 너무나 크다”며 “김건희씨의 범죄는 자본시장을 유린하고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한 ‘중대범죄의 종합세트’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명태균 게이트’와 공천 개입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반드시 지은 죄만큼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광준 기자 >

 

 
 



 

왕이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 불어넣기를 원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외교장관을 만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접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안부와 축원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조선(북한)은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확립된 원대한 청사진을 계기로, 중국과 함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상호 지지를 통해 각자 사회주의 사업 발전을 추진하며 양국 인민의 복지와 세계 평화·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조중(북중) 관계를 부단히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조선 당·정부의 확고한 의지이자 이미 정해진 정책이기도 하다”며 “조선은 시진핑 총서기가 내놓은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 등 문제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정당한 입장과 모든 노력을 굳게 지지한다” 덧붙였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인사를 전한 뒤 “중국은 조선과 함께 양당 및 양국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공감대를 공동으로 실천하고, 교류와 왕래를 밀착하며 실무 협력을 촉진하여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을 불어넣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시진핑 총서기는 중조가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공동의 이상·신념과 분투 목표가 있다고 했다”며 “복잡한 국제 정세를 맞아 중조는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중대한 국제·지역 사무에서 소통과 협조를 한층 강화하고,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세계 평화·발전 수호에 마땅한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비서가 김 위원장 오른편에 배석했고, 중국 쪽은 왕 부장과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 화춘잉 외교부 부부장(차관),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이 마주 앉았다.

 

왕 부장은 이틀 일정으로 전날 북한에 왔다. 북중 관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얼어붙었으나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은 고위급 교류 및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 최현준 기자 > 

 

 

트럼프 “이란 지도자들, 회담 나오면 달라…낙관적”
모즈타바 “전쟁 배상 요구·해협 관리도 새 단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AP 연합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양국 최고지도자가 “그들은 정복당했다”, “우리가 승리자”라고 주장했다. 양국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험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지도자들은 언론에 하는 것보다 회담 자리에서는 훨씬 다르게 이야기한다”며 “그들은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동의해야 할 모든 것들에 동의하고 있다. 기억하라, 그들은 정복당했다. 그들에게는 군대가 없다”며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적으로 승리한 만큼, 종전 협상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같은 날 이전 최고지도자이자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40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영웅적인 국민인 여러분이 이번 전장에서 결정적 승리자라는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기간이던) 지난 40일 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지속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비록 군사적 휴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거리, 마을, 모스크에서 가능한 모든 시민이 더 강력하게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승리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모즈타바는 한 발 나아가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 배상금과 순교자(희생자)들의 유족 보상금, 부상자들의 위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서도 “해협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의 주요 의제인 전쟁 배상과 호르무즈해협 등에 대해서도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종전 협상의 첫 회담은 오는 11일 오전(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 미국은 협상단 대표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나서고,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나선다. 이날 밤 갈리바프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 이란의 협상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의 숙소로 이슬라마바드의 세레나 호텔이 쓰일 예정이라고 알자지라가 밝혔다. 이 호텔은 외교부 등 주요 정부 청사와 대사관이 밀집한 곳에 있고, 지난 8일부터 투숙객들이 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현준 홍석재 기자 >

 

 

이란 협상단, 파키스탄 집결…‘레바논 휴전·동결 자산 해제’ 선결 조건 제시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각)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대국민 연설 티브이(TV)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1일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종전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뤄진 2주간의 한시적 휴전 합의 이후 진행된다. EPA 연합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집결하면서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쪽은 1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회담을 열 예정으로, 협상 개시 조건과 휴전 유지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쪽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10일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대표단에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 안보·외교·경제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란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레바논 내 휴전과 동결된 자산 해제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만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이번 협상에 대해 “이란군의 위력 시위와 국민의 단합된 방어 의지에 밀린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간의 전쟁에서 아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결국 휴전과 협상을 먼저 제안해 왔다”고 주장하며 협상 주도권을 강조했다.

 

미국 쪽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협상단을 이끌고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밴스는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우리를 이용하려 한다면 협상팀이 그다지 수용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운명의 순간’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티브이(TV) 연설에서 “지금은 운명이 갈리는(make-or-break) 순간”이라며 “이 회담이 성공하고 수많은 생명이 구해져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도록 모두 기도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파키스탄의 실력자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과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쟁의 불길을 진압했다”고 칭찬했다.

 

다만 휴전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유지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양쪽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선결 조건과 상호 불신이 여전히 큰 만큼 이번 회담이 실제 종전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신형철 기자 >

 

협상 앞둔 트럼프 또 ‘위협술’…“함선에 최고 무기 싣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 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이란을 향해 연이어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첫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협상 결렬 시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재정비!”라는 짧은 문장을 올렸다. 2주간의 휴전 기간 미군이 전열을 가다듬어 더욱 치명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문장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재정비를 진행 중”이라며 “함선에 최고의 탄약,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무기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완전한 궤멸을 하는 데 썼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약 24시간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상대와 협상하고 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앞에서는 핵무기를 모두 없앤다고 하면서 언론에는 농축을 원한다고 말한다”고 이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정상 수준의 10% 미만에 머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통제 방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 날 추가로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 “이란인들은 국제 수로를 활용해 세계를 단기적으로 갈취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들이 오늘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협상하기 위해서다”라고 직격했다. 또한 “이란인들은 전투하는 것보다 가짜뉴스 미디어와 ‘홍보’를 다루는 것을 더 잘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과 관련해 “이란의 도움 없이도 석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며, 만약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협상에는 양국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미국 쪽에서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파견됐다. 이란은 공식 대표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들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보도했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호르무즈 꽤 빨리 열릴 것…통행료 용납 못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로 향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통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공해”라며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협은 꽤 빨리 열릴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통제)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통제하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에도 해협 상황은 좀처럼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된 선박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선적 유조선 ‘아리메다’ 역시 서방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관련된 선박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9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9척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척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고, 4척이 들어갔다.

 

전쟁 이전 하루 약 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통행량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페르시아만에는 약 900척의 화물선이 대기 중인데, 일부 유조선은 해협 입구 인근에 정박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지난 이틀간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해협을 향해 이동했지만, 실제로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휴전 직후 해협 개방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IRGC)와의 조율을 요구하며 선박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일부 선주는 기뢰 설치 가능성 등을 우려해 운항을 미루고 있다. 이란이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신형철 기자 >

 

트럼프, 네타냐후 전화 한 통에 돌변…“레바논 휴전 대상 아냐”

 
 
지난해 12월2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 이후 돌변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미 시비에스(CBS)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이후 이를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란과 중재국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해당 조건에 동의한 상태였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휴전 발표 당일 시비에스에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다음날인 8일 피비에스(PBS)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입장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직후 이뤄졌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말 이란 공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및 제안이 주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는 등 미국의 중동 정책 결정에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8일 휴전 조건을 둘러싼 “정당한 오해”가 있었다면서도 협상안에 레바논 내 대리 세력 포함 여부를 오해한 책임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휴전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의 대공습으로 현재까지 레바논에서 3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10일에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지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의 주도로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레바논 전선에서의 휴전 모색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연정 기자 > 

지난 8일 레바논 티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잔해가 흩어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드럼통을 끌고 있다. 로이터 연합

 

참여연대,  판결문 실명공개 행정소송내 

검찰 N ,국방부 O…기관까지 비실명 기재

헌정 전복 시도했는데 개인정보 보호?
정보공개법을 법원이 너무 좁게 해석

헌재 탄핵 결정문은 실명과 직위 공개
형소법, 내란 · 외환 · 반란 사건에 한해
이름·소속·직위 공개 의무화 조항 필요

참여연대, 행정법원 앞 회견..공개도 요구 

패소 땐 위헌심판 제청,국회에 개정 요청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내란죄 1심 실명 판결문 공개거부처분과 관련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며 상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6.4.7 연합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6일 법원 누리집에 '12·3 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등 사건에 관한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 지 4주가 넘었다. 윤 전 대통령을 '피고인 E'로 기재하는 등 주요 피고인 8명 모두를 비실명 처리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법원 행정처는 손질이 가능한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더니 8일까지 판결문의 실명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7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문에 피고인 8명 전원의 이름을 실명으로 기재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전화로 연결돼 소송을 제기한 이유, 위헌심판 제청 검토 등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최 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 방식으로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을 공개해 달라고 청구했는데 법원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처분한 것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허용하게 돼 있다. 단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지위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정보공개법의 공개 대상도 아니라며 정보공개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와 별개로 사법정보공개포털에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 사본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예규에 따라 공개한다면서도 비실명 판결문을 제공해 두 번째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내란 우두머리 1심 판결문은 모두 1206쪽. 등장 인물도 워낙 많은데 ABCD 등으로 익명 처리한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법률과 판결문에 정통한 법조인들이라도 파악하며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정신을 집중해 읽기가 쉽지 않다. 물론 언론에 보도됐던 것들을 비교하며 자세히 뜯어 보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판결문이 워낙 길어 읽을 때마다 다른 자료들을 참조하며 읽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문제의 1심 판결문은 피의자 뿐만아니라 기관까지 비실명 처리했다. 예를 들어 검찰은 ‘N’, 국방부는 ‘O’ 식으로 기관명을 숨겼다는 것이다.  

 

김종배 진행자가 "현행 법규나 규정 위반은 아니냐"고 묻자 최 변호사는 "예규에 의해 비실명화 처리한 것인데 일단 위법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내란 사건은 단순히 개인이 잘못을 해서 국가가 처벌하는 범죄가 아니지 않나. 이 사건은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고 했던 사건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공개돼야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거 국정농단 재판 때도 법원은 비실명 처리된 판결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내란 이후 각종 탄핵 결정들을 내리며 모두 실명과 직위를 공개했다.

 

그러자 김종배 앵커가 "법 논리를 따지기 전에 상식에 기초해 판결문을 작성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었고. 최용문 변호사는 "내란과 관련된 판결문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공개돼야 한다. 정보공개법에도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규정이 있긴 있지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공개하게 돼 있다. 내란죄 사건의 경우 대통령과 고위직 공무원들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름과 직위는 전부 공개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김종배의 시선집중' 화면 갈무리

 

최 변호사는 한 발 나아가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가리는 건 좋지만 내란·외환·반란 등의 범죄 같은 경우에는 판결문 공개 시에 그 이름과 소속, 직위를 공개하도록 개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직위와 소속기관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소 가능성에 대해 최 변호사는 "일단 높은 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법원은 정보공개청구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라고 봤는데 각 법원에서 내세운 규정은 이 사건에 맞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대상은 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비공개한 이유도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실명과 직위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승소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1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소심에서는 관련 규정들의 위헌성 검토를 해 위헌심판 제청을 해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국회에 요청해 법 개정을 하는 작업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 임병선 기자 >

 

윤석열 내란재판만 지연되나…‘3개월 내 선고’ 적용 안 돼

검찰이 기소했는데 ‘특검이 기소한 사건’으로 한정
입법 허점에 1심 선고 두 달 넘게 첫 기일도 못 잡아

내란전담재판부도 항소심 일정 서두르지 않아 문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내란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위해 마련된 내란특검법의 선고 기한 규정이 정작 본류에 해당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 기소 뒤 시행된 내란특검법이 신속 재판 대상을 ‘특검이 기소한 사건’으로 한정하면서 입법적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공소유지를 승계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은 지난 2월19일 1심 선고 뒤 두 달이 다 되도록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 8명의 내란우두머리 및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항소심을 맡는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승철)는 ‘내란 재판의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에, 2·3심 선고는 전심의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내란특검법 조항이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재판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란특검법 제11조1항은 ‘특별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의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해야 한다’며 선고 기한을 이같이 규정했는데, 윤 전 대통령 사건은 특별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속 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26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했고, 내란특검법 시행 뒤 출범한 특검팀이 1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6월23일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특검법은 내란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위해 선고 기한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에서 14∼20일로 정한 각종 서류 제출 기한도 ‘7일 이내’로 단축했는데,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조항도 적용받지 않게 됐다. 실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기록을 지난 3월4일 접수한 뒤 이 사실을 특검팀과 피고인들에게 알리면서 항소이유서를 7일이 아닌 20일 안에 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사건기록 송부 및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항소심 절차는 사건 기록이 항소법원에 도착한 뒤 당사자들이 낸 항소이유서를 재판부가 받아보고 첫 기일을 지정하면서 본격 시작되는데, 서류 제출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첫 기일조차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특검팀이 기소한 다른 내란 사건은 내란특검법의 선고 기한 규정이 적용돼 항소심 절차 진행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내란 본류’격인 윤 전 대통령 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가장 마지막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항소심 사건은 오는 4월29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항소심 사건은 오는 5월19일로 선고기일이 정해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항소심도 오는 15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이 내란특검법의 신속 재판 조항 적용을 받을 경우 항소심 선고는 오는 5월19일 이전에 이뤄지는 게 정상인데, 선고 기한 규정이 따로 없어 항소심 선고기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본류 격인 내란우두머리 사건의 결론이 먼저 나와야 다른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도 이를 참고해 선고형량 등을 결정하는데 그러기 어려워졌다. 신속한 재판이라는 입법 취지를 법에 담지 못한 명백한 입법 실수”라고 말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전담재판부로, 일반 사건을 맡지 않고 있어 사건 부담이 적기 때문에 절차 진행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고법의 한 관계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입법 취지가 국가의 중대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인 만큼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항소심 사건을 맡아 지난 7일 변론을 종결했고, 그밖에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항소심 사건만 심리하고 있다.

 

전날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항소심에서도 윤석열 쪽이 노골적인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내란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구성된 내란전담재판부가 항소심 일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1심 재판부의 노상원 수첩 증거 효력 불인정, 사실관계 축소 왜곡, 내란죄 적용 법리의 오류 등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