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친 압박 속 짙어지는 이란전 파병 가능성
얼마 전까지 "불가" 입장서 왜 갑자기 바뀌었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 위한 '거래' 관측도
반도체 등 관세 압박 '협상용 레버리지' 가능성

 

중동의 미국 함대는 호르무즈에 갇힌 ‘맹탕 함대’
우리 비전투함·초계기 하나 보낸다고 만족할까
한번 발 담그면 구축함·특수부대 등 요구 커질 것

 

이란 등 전 세계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 자극
우리 유조선·상선들 드론 등 공격에 노출될 것
지금은 모호성 유지하며 시간 끄는 지연전 필요
‘해외 파병 국회 동의’ 헌법 제60조 무기 삼아야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중동 분쟁 해역에 해군 군수지원함(AOE-II 소양급)과 해상초계기(P-8A 포세이돈) 등 이른바 '비전투 전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여전히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며 특유의 정무적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물밑 실무 검토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사실상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동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가. 평화와 국익, 균형 외교를 표방해 온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급선회 이면에는 결코 단순치 않은 동맹의 비틀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 2018년 취역한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 2028. 9. 4 연합 자료사진

 

안보 협박, 관세 폭탄, 그리고 용산의 침묵

 

정부의 돌연한 기류 변화를 추동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압박, 아니 사실상의 '협박'이다. 트럼프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 우리의 안보 요구를 거부하는데, 왜 우리가 주한미군 3만 9000명을 주둔시키며 그들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려왔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에 관심없다며 “파병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상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하였다. 여기에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축소한 정황까지 겹쳤다. 이는 단순한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넘어, 대북 핵심 군사정보 지원 중단이나 확장억제 공약의 유보 등 실질적 안보 불이익 카드로 한국 정부의 목줄을 죄고 있음을 방증한다.

 

둘째는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드라이브에 맞춰 한국이 위험천만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역사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반대급부를 담보받기 위해 이라크 파병이라는 뼈아픈 고뇌의 카드를 던진 바 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역시 트럼프의 화려한 외교적 치적을 세워주는 대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얻겠다는 식의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셋째는 관세와 투자, 첨단기술을 둘러싼 전방위 통상 압박을 관리하기 위한 '협상용 레버리지'의 유혹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를 노골적으로 강요하며 관세 폭탄을 무기 삼아 흔들고 있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가 비전투 자산 몇 척을 내어주고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안이하고 위험천만한 착각이다.

 

유지보수 시스템 붕괴로 녹슨 채 멈춰 선 제국 해군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손을 내밀고, 한국 정부가 파병 검토로 성의를 표시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산대로 P-8A 해상초계기나 소양급 군수지원함 정도로 미국이 만족하며 고마워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미군은 역사상 유례없는 ‘군사적 과부하’와 ‘구조적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다. 얼마 전 중동 해역에서 쉼 없이 혹사당하다 간신히 태국으로 철수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의 몰골을 보았는가. 선체 하부는 시꺼먼 녹과 들러붙은 해조류로 뒤덮여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2일(현지 시간) 태국 촌부리주 램차방항에 입항하고 있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선체 하부가 시커멓게 녹슬어 있다. 2026. 9. 2 촌부리=AP/연합

 

미국의 군사적 마비는 감정적 과장이 아닌 차가운 숫자로 입증된다. 미 회계감사원(GAO)과 의회조사국(CRS)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 해군의 수상함과 잠수함 정비 창정비(Depot Maintenance) 순기는 이미 파탄 났다. 공공 조선소에서 제때 정비를 마치는 비율은 고작 11% 안팎에 불과하다. 함정이 작전 배치 후 반드시 거쳐야 할 정기 수리가 조선소 부족으로 밀리면서 발생하는 ‘정비 대기일수(Maintenance Delay Days)’와, 작전 중 돌발 고장이나 노후화로 도크에 묶이는 ‘비계획적 정비 소요(Unplanned Maintenance Days)’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해군 함정들이 부두에 멍하니 묶여 있는 '작전 손실 일수'는 지난 10년간 무려 1만 5000일을 넘어섰다. 특히 미 해군의 전략적 자존심이자 비대칭 핵심 전력인 44척의 공격원자력잠수함(SSN) 상황은 재앙에 가깝다. 44척 중 정비창에 제때 들어가지 못해 부두에 발이 묶인 ‘활동 대기(Active Idle)’와 폐선 대기 함정의 적체로 잠수함 전력의 상당수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수상함 역시 마찬가지여서, 구축함 한 척이 비계획적 수리로 도크에 들어가면 수백 일씩 대기하는 정체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링컨호를 대신해 조지 워싱턴호가 황급히 중동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현재 태평양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는 초유의 전력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기뢰 하나 못 치우는 맹탕 함대, 호르무즈를 빼앗긴 미군

 

실제 전황은 더욱 비참하다. 이번 중동 위기에서 미군은 연안 작전에서의 치명적 약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미 해군에 실전 투입할 수 있는 기뢰제거 소해함(MCM)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연안전투함(LCS)의 소해 모듈 개발 실패와 노후 어벤저급 소해함의 퇴역으로 인해 미군은 좁은 해협 바닥에 깔린 기뢰를 탐색·제거할 독자 수단을 상실했다. 기뢰제거 능력이 없다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좁은 길목에서 연안전투 능력이 사실상 '제로'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이란 연안에 접근조차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주도권을 이란에 완전히 빼앗겼다. 이란의 고속정, 연안 기뢰, 지대함 순항미사일, 그리고 벌떼처럼 쏟아지는 자폭 드론 앞에서 미 항모전단은 페르시아만 내부로 진입조차 못 하고 오만만 등 바깥쪽 먼바다에서 겉돌고 있을 뿐이다.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 많은 선박이 닻을 내린 채 떠 있다. 2026. 06. 03 [로이터=연합]

 

그러나 이란 항구를 봉쇄하겠다며 페르시아만 바깥 원해에서 항모를 장기간 대기시키는 작전 역시 미 해군의 현재 창정비 상태와 보급 여건상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형편이다. 걸프 지역의 미 지상기지 역시 쏟아지는 드론과 미사일을 막아내느라 토마호크 미사일과 사드(THAAD), 패트리어트 요격체계 비축분은 이미 절반가량 소모되었다. 이를 다시 채우는 데만 빨라도 3~4년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미군 내부에서 체제 붕괴 수준의 내홍이 터져 나왔겠는가.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중동 내 미군 전력의 전개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려 하자, 유럽사령관과 아프리카사령관을 비롯한 4성 장군들이 연명으로 명령서에 ‘비동의’ 서명을 하는 초유의 집단 반발을 감행했다. 이는 군 통수권과 문민 지휘체계에 대한 사실상의 항명이자, 군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합법적 저항이다. 헤그세스의 안하무인식 독단에 질린 크리스틴 드래스톨 육군 장관이 백악관에 이를 고발하고 사임했고, 이미 장성 20여 명이 줄줄이 군복을 벗었다. 지난 4월 해군장관이 경질된 데 이어 지금 펜타곤은 군사적 전략이 아니라 권력 암투와 시스템 마비로 신음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6. 5. 12 연합
 

중동에 갇힌 군대, 한국을 늪으로 끌어당기다

 

이 지점에서 워싱턴의 악몽이 시작된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최근 “만약 미군이 중동에서 물러난다면 중동 전역은 순식간에 중국의 안마당이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중동 바닷길을 중국에 내주는 순간 미국의 글로벌 해양 패권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한다. 따라서 미군은 스스로 물러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산 직전의 자체 전력만으로 버틸 수도 없는 ‘중동에 갇힌 군대’가 되어버렸다. 이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미국이 선택한 유일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바로 동맹국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미군의 피로를 분산시키고 패권 유지 작전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체면을 차릴 여유조차 없다.

 

이런 다급한 처지의 미국에게 비전투 함정 한 척과 초계기 한 대를 보내는 것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발 담그기(Foot-in-the-door)’의 덫에 걸려드는 일이다. 일단 군수지원함과 초계기가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순간, 미국은 이를 “대한민국의 참전”으로 포장해 트럼프의 정치적 위신을 세우는 선전 도구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소해함과 이지스 구축함, 특수전 부대 등 더 위험하고 본질적인 전투 전력을 보내라는 2차, 3차의 감당 못할 청구서를 내밀 것이 자명하다.

 

 

지난 2024년 제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들의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 P-8A, 2026. 9.4 연합 자료사진

 

지금 국제 정세를 보라. 영리한 유럽 주요국들과 일본조차 트럼프의 무모한 도박에 동조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멍에를 메고 한국 해군만 홀로 미국 옆에 서게 된다면, 이란을 비롯한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는 오롯이 한국을 향할 것이다. 당장 군함이 피격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우리 유조선과 상선들이 대리 세력의 드론과 기뢰 공격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생명선 전체가 인질로 잡히는 파국이다.

 

헌법 제60조라는 방패를 들라

 

외교와 국방의 본질은 남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영토를 지켜내는 데 있다. 정세를 오판하여 섣불리 미국의 수렁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의 마비와 군의 희생으로 돌아온다.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단 하나, 최대한 시간을 끌며 모호성을 유지하고 파병의 압박을 우회하는 정교한 지연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한 합법적 레버리지가 존재한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2항에 명시된 ‘국군의 해외 파견에 대한 국회 동의권’이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동맹국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 행정부 혼자 비장하게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 행정부는 민주적 헌법 절차의 무게를 방패로 삼아야 한다.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즉각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명분 없는 중동 분쟁 참여는 단호히 거부하며, 국회 동의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에게는 넘을 수 없는 한국의 국내 정치적 한계선(Red line)으로 작동하여, 역설적으로 정부의 대미 외교 협상 공간을 지켜주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 파병' 피할 수 없다면…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파병이 정말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지, 파병하지 않고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를 끝까지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우방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켜낸 만큼, 이후 국제사회의 요청에 파병과 물자 지원 등을 통해 동맹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왔다. 베트남전에서는 전투부대를 보냈고, 걸프전 이후에는 의료·수송 지원과 유엔 평화유지활동으로 역할을 바꿨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재건에 참여했고, 지금은 레바논·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 임무를, 아덴만에서는 청해부대를 통한 해상안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은 시대에 따라 명분과 성격이 달랐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논의는 미국의 요청으로 시작됐지만, 정부는 이후 파병 규모와 부대 성격을 놓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호르무즈'는 '이라크' 때와는 다르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전후 안정화와 재건이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진 반면, 지금 한국이 마주한 것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한복판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문제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맞서는 군사활동에 나설 경우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반대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쪽의 요구에 응하면 다른 한쪽과의 긴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의 요구만을 좇아 판단하기 어려운, 외교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를 찾는 일이다.

 

한국 경제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호르무즈는 결코 남의 바다가 아니다. 우리 원유와 에너지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호르무즈의 항행 안전과 우리 선박의 보호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한국군을 참여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정부는 ‘국익’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국익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동맹도 국익이고 에너지 안보도 국익이다. 하지만 동맹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전쟁에 뛰어드는 것까지 국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칙은 간단하다.

파병하지 않을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외교적 해법과 국제 공조,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할 다른 수단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최선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도 피할 수 없을 때 택하는 ‘차악’의 선택이어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의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고 우방국들의 참전으로 파병을 피할 수 없다면, 미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부터 분명히 세워야 하며,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미국이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한다고 해서 한국이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국제사회가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하는지, 우리 선박의 실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늦게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따져보고 가는 것이 국익이다.

 

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투 임무는 배제해야 하며, 실제 임무와 작전 구역, 교전 가능성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이란 군사시설을 공격하거나 미군의 작전에 직접 가담하는 순간, 한국의 임무는 ‘자국 선박 보호’에서 ‘대이란 전쟁 참여’로 바뀐다. 이란이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한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전쟁의 가장 큰 승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평화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번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파병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란 전쟁 참여 여부는 동맹과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대가는 동맹이 아니라 결국 우리 국민이 치른다.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응할지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파병이 정말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지, 파병하지 않고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를 끝까지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전국시국회의 "한국군, 전쟁 위험 내모는 행위"
참여연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

 

민주노총 "굴종적, 예속적 파병 검토 중단해야"
트럼프 6개월 넘은 이란 전쟁 관련 "별것 아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마침내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 단체들이 미국의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에 미국의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개혁 진영 원로들이 주축인 '국민주권사회대개혁 전국시국회의'(약칭 전국시국회의)는 5일 '미국의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내몰지 마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시국회의는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군함 지원을 명분으로 호르무즈에 전투·비전투 임무는 물론 수색 지원 등을 위한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전국시국회의는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해 한국군을 중동의 전쟁터로 내모는 정부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연합

 

전국시국회의는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과 이란에 대한 공격에 있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이란을 공격하고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을 키워왔다. 그 결과 평화롭게 통항이 이뤄지던 해협마저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으로 변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을 보내는 것은 명백한 전쟁 가담이다.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수색·감시 자산이 비전투 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파병이 아닌 것이 될 수 없다. 전쟁을 지원하는 군사적 역할은 그 자체로 참전이며, 한국군 장병들을 전쟁의 위험 속으로 내모는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시국회의는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동맹'을 앞세워 한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대미 투자와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압박에 이어, 이제는 미국의 군사적 부담까지 한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자국이 일으킨 전쟁의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는 것은 동맹 협력이 아니라 주권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면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헌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익과 주권보다 미국의 요구가 앞설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 즉각 중단 ▲ 미국의 부당한 파병 요구 단호히 거부 ▲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굴종 외교 중단 ▲ 국민의 안전과 주권,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자주·평화 외교 등 4개 항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도 4일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란 논평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 범죄"라면서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전에 군을 파병하는 것은 명백히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 어떠한 형태로도 파병은 안 된다. 참여연대는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미국은 지난 2월 말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이스라엘과 함께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에 대한 파괴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를 오폭한 참사에 이어 최근에는 이란 남부를 공격하면서 한 결혼식장을 폭격해 7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면서 전 세계가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기여'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참전이고 침략이며 전쟁범죄 지원이다.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 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규탄 및 파병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6 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4일 '미 관세 압박에 파병으로 화답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규탄한다'란 성명을 통해 "파병의 성격이 전투용인지 비전투용인지를 따지는 것도 곁가지에 불과하다. 미국의 불법적인 침략전쟁 한복판에 군함과 초계기를 내보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 전쟁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예속의 뿌리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반도체 관세 협박이 자리한다...경제로 밥줄을 흔들고 안보로는 생명과 안전마저 담보로 잡는 것,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동맹'의 실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도박판에 올리는 그 어떤 파병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숭미 사대 매국 세력의 강압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진짜 국익이 무엇인지 재고하라. 굴종적이고 예속적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2026. 09. 04 [AP=연합]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곡괭이산'을 조만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곧 곡괭이산(Pickaxe)을 타격할 수도 있다. 만약 그곳에서 뭔가 진행되고 있다면"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우리는 "군사적 충돌로 부른다"며 "그건 우리에게 별것 아닌 사소한 일(small potatoes)"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JD 밴스 부통령이 전날 "이것을 전쟁으로 부르지 않겠다"며 현재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는 데 선을 그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것을 간헐적 (군사 충돌)이라고 말하겠다. 우리는 간헐적으로 (이란을) 공격한다"며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전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는 전혀 없다"며 "그들(이란)에게 기뢰가 일부 있었지만, 우리는 소해함으로 그것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파병과 미군 18명 사망이 별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은 기자를 향해 "우리가 베트남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 우리는 지금 (이란에서) 5개월째"라며 설전을 벌였다. 그의 발언과 달리 이란 전쟁은 현재 6개월을 넘겼다.

 

그는 이어 "우리가 5개월 동안 뭘 했는지 아나. 그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주군의 감시를 통해 "곡괭이산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며 "뭐든 틀어지면 우린 그들을 강하게 타격한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한국 ‘파병 검토’에 이란 경고…“미국 압박에 응하지 말라”

 

"미·이스라엘 대이란 침략전쟁에 한국의 직접적 군사 참여 간주"

 

5일(현지시각)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 연안의 호르무즈해협들 선박들이 통과하고 있다. AFP 연합

 

이란의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군사적 활동에 나설 경우,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한국에 중동 지역으로 자원을 전개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한국 정부도 군사적 기여 방안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다.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은 4일(현지시각) 이란의 한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작전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은 미국의 공격적이고 안보와 안정을 흔드는 정책을 위해 자국의 이익과 평판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란인과 그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어떤 공모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쪽의 경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기여 확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검토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뒤 한국과 일본 등 중동산 원유 주요 수입국들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확보에 직접 나서야 한다며 군함 파견 등을 요구해왔다. 지난달에는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각)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공개한 영상에서 갈무리한 화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 군함을 향해 공격을 가한 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유조선 3척을 타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AFP 연합

 

한국 정부는 아직 파병이나 구체적인 자산 전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호르무즈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은 우리의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미국이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제안한 이후 관련국들과 실질적 기여 방안을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며 군사적 기여 역시 검토 대상임을 시사하면서도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파병에는 국내 법적 절차와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정부 안에서는 미국 군함 등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P-8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인력 등 비전투 성격의 자산을 보내는 방안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국제안보연구센터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방안들이 이란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전투 참여보다는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지원하는 ‘중간 강도’의 기여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 김원철 기자 >

 

 

미 이란 유조선 타격에 이란도 호르무즈 선박 공격…보복 악순환

혁명수비대 "비승인 항로 유조선 3척 · 미국 관련 선박 3척 공격"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훈련 모습 [EPA=연합 자료사진]

 

미국이 미 군함을 겨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미국 연계 선박을 공격하며 맞보복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의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과 다른 해역의 미국 관련 선박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이날 앞서 미군이 이란 유조선들을 타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선박들에도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역을 순찰하던 미 해군 군함 2척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란 최대 석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 인근의 다우니호와 자스크 인근 스타크1호를 무력화하고, 오만만의 카일로호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우리 선박 2척을 공격하면 3척을 타격해 더 큰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송 선단을 추가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미국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미 군함에 대한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며 공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맞섰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다시 격화했다.

 

이후 이란이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관련 표적과 유조선 등을 재차 타격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 신재우 기자 >

 

 

 

파병으로 방향 잡고 실무작업 중…해상초계기 P-8, 군수지원함 소양함 거론

호르무즈 교전 중임에도 파병 '가닥'…트럼프 '공개 불만' 표명 영향 준 듯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달 중으로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해 정식 파병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과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천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방어적 성격의 자산으로,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에 응하고 이란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고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 자산을 파병하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 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기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중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파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선 운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화되고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된 이후에야 파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사실상의 전쟁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파병 준비 구체화에 나선 것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이란 관련 기여가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한미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했다. 실제로 하반기 전구급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반토막났다.

 

직후 청와대는 호르무즈 사태 관련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며 달래기에 나섰고, 그 후속으로 실무 부처인 국방부가 파병 준비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내에선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날 국방부는 호르무즈에 군 자산을 파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해당 보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국회 파병동의안 제출 등 시점에 이를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며,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국방부도 기존 입장을 회수하고 청와대와 같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여론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파병 추진을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파병을 준비하는 실무부처 내부에선 물밑으로 파병 준비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과 조속한 평화·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결정된 것은 현재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민선희 김철선 기자 >

 

정부, 호르무즈 파병 대비 본격화…트럼프 '전방위 압박'

 

청와대 "한반도 대비태세 큰 손상 없는 범위 내"
전투 참여,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
P-8A 초계기·소양함 방어자산 검토 보도도
청와대 "아직은 국회 동의 단계까지 안 가"
연합훈련·안보 협상·반도체 투자 곳곳 시비
이 대통령, 6일부터 나흘 프랑스 국빈 방문
마크롱과 호르무즈 기여, 원자력 협력 협의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받고 실질적 기여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해오다가 최근 들어 파병 대비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자유 통항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우리나라의 원유 의존도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자유 통항은 우리 국익에 매우 중요한 문제고, 이곳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17일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구상' 화상 회의에 참석해 국제적 연대에 동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3 연합

 

정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대비 본격화
"대비 태세 큰 손상 없는 범위 내 검토"

 

이란을 선제공격하고도 호르무즈 덫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들이라면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5개국을 지목해 군함 파견을 요구했고, 특히 한국을 콕 집어 수만 명의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주는데도 동참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4일 호르무즈에 갇힌 각국 상선들의 통항을 위한 미군의 '프로젝트 프리덤(자유)' 실행 과정에서 한국 화물선이 이란군에 의해 "피격됐다"고 주장한 뒤, 한국군의 동참을 요구했지만, 이튿날인 5일 걸프 동맹국들의 비협조로 작전을 돌연 중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군사적 기여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그러나 4일 기자 브리핑에서 밝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보면 그 기류가 원칙적으로 군사적 기여는 물론, 한국군의 병력·자산의 파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옮겨간 듯한 모양새다.

 

파병 등 실질적인 군사적 기여를 위한 정부의 판단 기준은 한반도 대비 태세와 그에 필요한 국내법적 절차다. 먼저 한반도 대비 태세와 관련해 이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검토하는데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 운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에선 물론 미국과도 협의 중일 공산이 크다. 또한 국내법 절차와 관련해 "결국 국회와의 협의, 국회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지 않다. 검토는 진행하고 있고 필요한 사안들을 계속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단계에 있기에, 저희가 결정된 바 없다고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 

 

청와대 "아직은 국회 동의 단계까지 안 가"
전투 참여,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

 

국방부는 3일 호르무즈에 군 자산·병력을 파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조만간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내용을 검토한다는 MBC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가, "사실과 다르며, 결정되지 않았다"란 청와대의 입장에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이 해프닝은 실무부처인 국방부 내부에선 추후 파병 결정 때를 대비한 물밑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반면, 청와대는 국내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해 공식화하진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군 자산 투입 방안을 미국·영국·프랑스와 공유하고 그건 군수지원함과 기뢰탐지 장비 등 비전투 자산'이란 보도에 대해 "우리가 하는 것은 여러 측면을 검토하고 있고 그런 검토 과정에서 필요한 나라들하고 협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고만 답했다.

 

실질적 군사 기여 방안과 관련해 그는 "전투 참여도 있고 비전투도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하다. 수색에 국한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어서 그걸 종합적으로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추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전투 참여, 비전투, 수색 등의 언급은 다양한 옵션에 대한 일반적 설명이다. 현재 실질적 기여와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연합

 

한편 연합뉴스는 파병 전력으로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있다고 보도하고 "이들 모두 방어적 성격의 자산으로, 한반도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에 응하고 이란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한때 미국과 이란은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타결했지만, 다시 미국은 대이란 경제 고사 작전과 함께 고강도 군사 공격을 재개하고, 이란도 이에 맞서 호르무즈를 차단하고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들을 타격하는 등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당초 이란전 종결 후 뒷수습 기뢰 제거 작업 정도를 검토했던 정부가 전쟁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파병 준비 쪽으로 기우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전방위로 진행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페르시아어로 '제재의 빈 총'이란 제목의 이란 일간지 함샤흐리가 전시돼 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가한 새로운 가혹한 경제적 위협을 보도했다. 2026. 08. 22 [EPA=연합]

 

트럼프, 호르무즈 파병 한국에 전방위 압박
연합훈련·안보 협상·반도체 투자 곳곳 시비

 

대표적으로 트럼프는 8월 16일 트루스 소셜 포스팅에 이어 17일 백악관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연습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이란 작전 동참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그 후에도 유사한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씀과 우리 검토하는 거는 직접 관련 없다. 그 말씀이 나오기 전부터 실질적 기여를 하기 위해 (미 측과) 협의를 해왔고. 그 이후에도 하고 있다. 직접 관련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지만, 설득력은 약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은 한미 간 안보 협상과 반도체 문제 관련 답변에서도 짙게 묻어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도 없었고 당장은 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 안보 협상과 관련해 "조인트 팩트시트(2025년 11월 14일)에 따라서 진행되다가 금년 초에 일시 정체에 이른 적이 있었다...복원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다시 복원된 건 5월쯤 된다. (협상이) 진행됐는데 지금 다시 진행이 쉽지 않다. 다른 이슈와 연결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식 환영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4.3. 연합

 

이 대통령, 6일부터 나흘 프랑스 국빈 방문
마크롱과 호르무즈 기여, 원자력 협력 협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최근 고강도 관세를 무기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그는 "한미 간엔 다양한 영역 현안이 있고 그 현안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서 어떤 것은 정체 요인이 되기도,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하고 복잡하다. 이걸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투자 이슈도 있고 투자 이슈 중 반도체가 논의 대상인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요구가 대미 현금 투자 약속액 2000억 달러와는 별개이면 이중청구서 개념인데'란 지적에 "제가 알기론 미 측에서 그런 제기가 있고 논의 대상이 된 거는 현실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 미 측에서 제기했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된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부지인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미군과의 협의 상황에 대해 그는 "우리 군 시설도 미군 시설도 있어서 양 갈래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 초기 단계다. 특히 미국과 협의는 아주 1차적 단계다. 일단 서로 협조해서 원만하게 이전되도록 하겠다는 기본적 입장만 있고 세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 연습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미2사단/한미연합사단과 한국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및 7공병여단이 참가했다. 2026.3.14. 연합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6일부터 나흘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8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프랑스 방문 기간에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호르무즈 자유 통항 실질적 기여 방안은 물론 원자력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 관계자는 특히 "프랑스하고 원전 협력도 많은 가능성을 우리가 알고 있어 구체적 진전을 보려고 지금 협의를 하고 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국 "대이란 제재 동참하라" vs 이란 "동참하면 우리 적"

 

중국 "불법 일방적 제재 반대"…UAE는 동참
세계 대부분 나라, 침묵하며 사태 전개 관망
트럼프 "호르무즈는 미국 영토" 거듭 주장
이란 대통령 "힘 있는 지금이 전쟁 끝낼 때"
중 관영지 "미국 곤경, 큰 주먹 집착서 비롯"

 

2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페르시아어로 '제재의 빈 총'이란 제목의 이란 일간지 함샤흐리가 전시돼 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가한 새로운 가혹한 경제적 위협을 보도했다. 2026. 08. 22 [EPA=연합]

 

"우리는 모든 나라에 선언한다.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 우리에 대한 경제 제재 실행에 동참하는 어떤 나라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토요일인 22일 저녁 국영 TV에 출연해 이렇게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을 선포하며 전 세계에 대이란 교역 전면 중단을 압박했고, 이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0일 CNBC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동맹국과 나머지 세계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우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라면서 '택일'을 강요한 데 대한 이란의 대응이다.

 

레자이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출신으로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을 맡아오다가 지난 9일 국가 안보 책임자인 SNSC 사무총장에 임명된 대미 초강경파다. 이란의 IRNA와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레자이는 이날 "해상 봉쇄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로든 페르시아만의 석유가 단 한 방울도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아직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적대적 행위가 지속된다면 그 옵션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대항은 지진과 같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용적 협상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1일 이란 의사협회 총회 연설에서 60일의 기한이 만료된 미-이란 간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훌륭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자평한 뒤, 이를 두고 미국에 양보했다고 비난하는 이란 의회 내 강경파를 향해 ""이 합의에서 항복을 뜻하는 단 하나의 조항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의무 사항은 상대방(미국)과 관련된 것이다"라고 맞섰다. 2026. 08. 21. 이란 메흐르 통신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 24일 대이란 추가적 경제 제재 발표
이란 "제재 실행에 동참하면 적으로 간주"

 

미국은 월요일인 24일 이란에 대한 추가적 경제 제재의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는 중국을 포함한 이란의 교역 파트너들을 향해 "자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공항, 혹은 정부 기관이 어떤 형태로든 이란에 생명줄을 허용한다면 어느 나라든 중대한 경제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썼다. 구체적 사례로 석유 밀수, 통화 스와프, 현금 이전, 환전소, 선박 등록, 위장기업 등을 거론한 뒤 "이 모든 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21일 또다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영토'로 간주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행한 달린 그레이엄 후보 지원 연설에서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영토로 여기고 있기에 우리가 승리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14일에는 종전 이후 "호르무즈를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했고, 18일에는 트루스 소셜에 '새 미국 영토'란 표제가 붙은 호르무즈 이미지를 게시했다.

 

레자이 등 대미 강경파의 목소리가 훨씬 우세하지만, 현시점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실용적 협상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1일 이란 의사협회 제31차 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춘 위치에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게 올바른 길"이라며 "전 세계가 우리의 승리를 인정하고, 미국이 모든 규칙을 어긴 채 우리의 학교, 병원. 인프라를 공격해 미움을 받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새 미국 영토'란 표제가 붙은 호르무즈 이미지를 게시했다. 2026. 08. 18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호르무즈는 미국 영토" 거듭 주장
이란 대통령 "힘 있는 지금 전쟁 끝낼 때"

 

종전을 주장하는 실용적 협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60일의 기한이 만료된 미-이란 간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훌륭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자평한 뒤, 이를 두고 미국에 양보했다고 비난하는 이란 의회 내 강경파를 향해 "이 합의에서 항복을 뜻하는 단 하나의 조항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의무 사항은 상대방(미국)과 관련된 것이다"라고 맞섰다. 페제시키안은 이란 내부의 모든 불화가 "이기심과 사리사욕"에서 비롯된다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취향을 받아들여야 하며, 함께하면 강력하고 분열하면 파멸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이슬람 공화국 창시 이념에 대한 충성 서약식에서 그는 "정부는 전쟁, 제재, 다양한 압박, 지속적 암살 행위뿐 아니라, 물과 전기, 가스, 연료, 환경, 금융 시스템 등에서 심각한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왔다"면서 "적들은 자신들의 압박과 행동으로 이란의 붕괴를 상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 민족의 힘과 단결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물은 이란 협상단장을 맡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다. 갈리바프 의장도 "전쟁을 겪은 입장에서 우리는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잘 안다"며 "우리가 아무리 많은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또 국가에 자금이 돌지 않고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WSJ는 "이란의 최고위 정치인들"은 6개월 된 전쟁을 끝내고 마비된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더욱 강경해지는 매파들에 공개적으로 맞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국방부(전쟁부) 건물인 펜타곤 전경. 2026. 07. 15 [AP=연합]

 

UAE는 이란과 교역 중단, 중국은 동참 거부
세계 대부분 나라, 침묵하며 사태 전개 관망

 

이렇듯 미국과 이란 모두 '적이냐, 파트너냐'를 택일하라고 압박 중인 가운데,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중 가장 친미적이고 이란과 가장 적대적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트럼프의 경제 전쟁 선언 당일인 19일 성명을 통해 이란군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하고 "이란과의 모든 무역,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UAE는 이란의 외화 조달과 세계 교역망 접근에 핵심 통로 역할을 하는 바람에 '이란의 허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이란 경제 전쟁의 성공 여부는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 이라크, 걸프 국가 등 이란의 주요 교역국들의 협조에 달려 있다.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주요 석유 구매국으로서 이란의 핵심 자금줄 노릇을 해온 중국의 향배가 특히 중요하다. 시장분석업체 케플러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25년 이란의 해상 수출 원유의 80%를 사들였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원유를 빼고도 약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로 추산됐다. 세계의 대부분 나라들이 침묵을 지키며 사태 전개를 관망하고 있지만, 중국은 제재 동참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뒤에서 미소짓고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2026년 4월 1일자. 

 

중국 "불법적, 일방적 이란 제재 반대"
GT "미국의 곤경, 큰 주먹 집착서 비롯"

 

중국 정부의 첫 반응은 우회적인 '거절'이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인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경제 전쟁' 선포와 동참 위협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자 즉답은 피한 채 "제재와 압박 전술은 해결책이 아니다. 중국은 관련국들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정치적·외교적 접근법을 견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답변했다.

 

21일 브리핑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린 대변인은 "군사적 수단과 제재는 긴장을 악화하고 상황을 격화시킬 뿐이며,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국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대답했다.

 

뒤이어 미 재무장관의 제재 동참 요구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자, 린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불법적 일방적 제재에 반대하며, 모든 관련 당사국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하고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선포한 이번 대이란 경제 전쟁은 "불법적이고 일방적 제재"인 만큼 중국은 반대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아르헨티나 연안을 지나가고 있다. 2024. 05. 30 [AP=연합 자료사진]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GT)의 비판 논조는 더 거셌다. GT는 '중국은 이란 문제에 대한 미국의 무모한 게임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21일 자 사설을 통해 "이른바 '경제 D-데이' 작전은 미국의 전략적 곤경이 바로 '큰 주먹'에 대한 집착과 '복종을 거부하는 자들을 굴복시킬 방법은 언제나 있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제멋대로 계속 압박 가한다면, 더 오래 갇히고 더 깊이 빠져들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GT는 "단순히 경제적 압박을 확대하는 것은 갈등을 연장하고 모든 측의 손실을 늘릴 뿐이다. 전 세계가 이를 똑똑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의 '무모한 게임'에 동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 역시 워싱턴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법적, 실무적 관점에서 볼 때 일방적 제재를 강화하는 건 정당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트럼프, '한국 천궁-Ⅱ 우크라로' 칼럼 SNS 공유…한국 압박 가능성

 

친트럼프 인사 "한국에 판매 압박해야…관계개선 최고 방법" 칼럼

트럼프 의도 주목…천궁-Ⅱ 아니더라도 한국에 '추가 기여' 압박 계산 관측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

 

한국이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한국에 천궁-Ⅱ의 우크라이나 판매를 압박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꼭 천궁-Ⅱ의 판매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미국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 하에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마크 티센의 칼럼을 공유했다.

'트럼프는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자체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형 3축 체계 자산 '천궁-Ⅱ'   = 국방부는 건군 77주년을 맞아 국군이 보유한 유·무인 복합체계 신무기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국군의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천궁-Ⅱ . 2025.10.1 coolee@yna.co.kr

 

티센은 칼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패트리엇 생산 허가를 받게 된다 해도 당장 요격미사일이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이 긴급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트럼프는 일명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 II(천궁-II)를 자체 비축분에서 우크라이나에 팔도록 한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센은 "트럼프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이미 정당하게 화가 나 있다"면서 "한국으로서는 관계를 개선할 더 좋은 방법이 없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을 제공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게 된다"고 강조했다.

 

티센은 천궁-II의 판매가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된 북한 미사일을 상대로 천궁-II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는 취지다.

 

티센은 한국이 법적 제한으로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쟁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를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UAE가 이란의 공격 방어를 위해 천궁-Ⅱ를 조기 공수한 데 대해 UAE도 전쟁 중이라는 논리를 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궁-Ⅱ 판매를 정당화한 것이다.

티센은 "이는 한국이 나서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임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티센은 기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생산 허가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 허가를 공언했다가 같은달 말 "합의된 것은 아니고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다.

 

티센은 최첨단 기술이 적의 수중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정당한 우려 때문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우크라이나와 패트리엇 제조 기술을 공유했다가 러시아와 이란, 북한, 중국까지 기술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첨단 기능은 갖추지 않은 신형 저비용 패트리엇 PAC-3 ACE의 공동 생산을 우크라이나에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티센의 칼럼 제목과 링크를 트루스소셜에 공유하면서 별다른 언급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칼럼 공유에는 한국에 천궁-II의 우크라 판매를 압박하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통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마음에 드는 보도와 기고문을 공유한다.

 

꼭 천궁-Ⅱ를 지목한 것이 아니더라도 한국에 '추가적 기여'를 압박하는 일반적인 차원에서 칼럼을 공유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비협조를 문제 삼으며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을 공개 비판해왔다.

 

미국 보수진영에서도 최근 비슷한 주장에 제기된 바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한국 요격미사일 지원을 거론했다.

 

천궁-Ⅱ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2024년 전력화가 완료됐다.                    < 백나리 기자 >

 

 

 

 

DCDSB, 26~27년도 한국어 학점반 신설, 9월 7일부터 등록 시작

노트르담 카톨릭 고교에서 10월 3일부터 토요일 대면수업 운영

 

 

광역토론토(GTA) 듀램지역에서도 한국어 학점반이 개설돼 지역 고교생들의 한국어 학점 취득기회는 물론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캐나다 한국교육원(원장 이지은)은 듀램가톨릭교육청(Durham Catholic District School Board: DCDSB)이 2026–2027학년도 고교 한국어 학점반을 신설함에 따라, 듀램 권역 고교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등록 안내 및 지역 커뮤니티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설되는 한국어 학점반은 오는 10월3일부터 2027년 5월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8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에이잭스(Ajax) 소재 노트르담 카톨릭 고등학교(Notre Dame Catholic Secondary School)에서 대면수업으로 진행된다.

 

개설 과목은 9, 10학년 한국어(LKKBD), 11학년 한국어(LKKCU), 12학년 한국어(LKKDU) 등 3개 과정이다. 등록은 9월7일부터 시작되며,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소속 학교의 상담 교사(Guidance Counsello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수강료는 무료다.

 

이번 듀램지역 DCDSB 한국어 학점반 개설은 토론토(Toronto), 요크(York), 필(Peel), 할튼(Halton)에 이어 Durham 권역까지 고교 한국어 학점반 운영 기반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광역토론토(GTA) 동부권 학생들은 거주 지역 내 한국어 학점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으나, 이번 개설로 듀램권역 고교생도 가까운 지역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며 온타리오 고교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한국어 배경을 가진 학생에게는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익힌 언어 역량을 학교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며, 비한인 학생에게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학업 경로로 연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선택지가 된다. 또한 12학년 한국어(LKKDU) 과정은 대학 준비과정으로, 학생이 지원하는 대학 및 전공의 요건에 따라 대학 지원 시 선택과목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어 학점반 수강생에게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수학생 대상 TOPIK 응시료 지원, 특별 프로그램 참여 기회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캐나다 한국교육원 이지은 원장은 DCDSB 한국어 학점반 개설은 듀램지역 학생들에게 한국어 학습과 고교 학점 취득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통해 자신의 언어 역량과 문화적 이해를 넓히고, 이를 학업과 미래 진로의 자산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문의: 416-920-3809 ex 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