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모카 이어 하니시 제도까지 도달"

후티 대변인 "군사작전은 주권 수호 조치…항행·무역 위협 안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도시 현황 [AI 생성 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연안의 주요 도시 모카를 접수하면서,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눈앞에 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이란의 대리세력 중 하나로 꼽히는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고 홍해 선박 통항을 통제하게 될 경우 글로벌 해상 물류는 물론 중동전쟁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4명의 예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가 모카를 장악,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후티 반군이 모카를 장악한 뒤 홍해의 전략 도서인 하니시 제도를 겨냥해 공격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이후 복수의 정부군 소식통은 후티 반군이 이미 하니시 제도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정부군과 동맹군은 마윤 섬 맞은편 해협에 인접한 두바브 지역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AFP 통신도 예멘군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후티 반군이 모카를 장악했으며 현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향해 진격 중"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로켓 공격과 전투원을 태운 보트를 이용한 지상 강습 끝에 홍해 남부의 주카르 섬까지 장악했다.

 

현지 목격자들은 반군 병력이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로 진입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반군 대원들을 태운 픽업트럭이 모카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모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북쪽으로 약 70~80km 떨어진 곳에 있는 전략적 항구도시다.

후티 반군이 이곳을 장악했다는 것은 해협으로 향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모카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직접 맞닿은 두바브와 셰이크 사이드 곶(아라비아반도의 남서쪽 끝)이 나온다.

 

이 해안을 장악해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육안으로 감시하고 지상군과 단거리 무기 등을 직접 배치할 수 있다.

 

또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위치해 해협을 두 갈래로 가르는 마윤 섬까지 장악하게 되면 해협의 선박 통항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 다만 이 섬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남부 과도위원회) 등 반(反) 후티 진영이 활주로와 군사기지를 구축해 통제하고 있다.

 

두바브나 마윤 섬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점령하지 못했다고 해도, 후티 반군은 모카를 장악함으로써 해협 통행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모카는 후티 반군이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 자폭 드론, 고속정 등이 출격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이나 군함을 직접 타격하기에 충분히 가까운 거리다.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게 될 경우, 후원국인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걸프지역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의 수출이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우회로인 홍해까지 막힐 경우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석유 수출은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이후 홍해 수송로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후티 반군 대변인이자 협상단장인 모하메드 압둘살람은 성명을 통해 "홍해 연안의 군사 작전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로, 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전과 야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멘 공화국은 주변국이나 아랍 및 이슬람 국가, 나아가 전 세계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야욕을 품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압둘살람 대변인은 또 "해당 해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 무역은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불필요하다"면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항행 및 국제 무역은 예멘으로부터 어떠한 위협도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HOCC)는 전세계 국제 해운사에 "기존에 발령된 사우디 선박 운항 금지 조치를 제외하고 모든 선사의 홍해 항행은 안전하다고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그동안 핵심 해운 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맞닿은 홍해 연안 지역으로의 진격을 시도하며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왔다.

 

아시아와 유럽을 홍해와 수에즈 운하로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주요 수출로로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 김상훈 기자 > 

 

'속전속결'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장악전…중동전쟁 판도 흔드나

 
 

휴전 파기 한 달 만에 홍해 입구 통제 눈앞

전문가들 "호르무즈 · 홍해 '이중 병목' 위기…사우디 원유 우회로도 위협"

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유가 100달러 돌파…이란 '비대칭 반전 카드' 되나

 
 

                      후티 반군 대원들 [EPA 연합]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남부의 핵심 해상 회랑을 빠르게 장악하며 중동 분쟁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장기 대치에 빠져든 사이, 후티가 아라비아해와 홍해,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조여오며 중동 전쟁의 균형을 크게 흔드는 형국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달 휴전 종료를 선언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홍해 거점 항구도시 모카를 함락하고 전략 요충지인 하니시 제도까지 전격 장악했다.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이 해협을 굽어보는 두바브와 페림 섬(마윤 섬) 일대로 급히 병력을 보내 방어선을 쳤지만 후티의 공세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남서부 공군기지 일대에 하루 네 차례나 비상경보가 울릴 만큼 후티의 사우디 본토 타격 화력이 거세 전선 유지에 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후티의 이번 공세를 이란의 치밀한 '비대칭 연합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미국 안보 분석기관 이글 인텔리전스 등은 현 상황을 중동의 양대 물류 동맥이 동시에 위협받는 '이중 초크포인트'(Dual-Chokepoint·해상 병목 구간) 위기로 규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과 홍해의 안보 불안이 맞물리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우디의 안보·경제적 타격이 치명적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던 호르무즈가 위협받자, 사우디 등 걸프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 물량을 홍해 쪽 동서 송유관(페트로라인)으로 대거 우회시켜 왔다.

 

2026년 9월 9일 공개된 배포 영상 캡처 사진. 예멘 알자우프로 알려진 지역에서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군과의 교전 중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

 

그러나 후티가 홍해 남쪽 출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실질적으로 틀어쥐면, 아라비아반도 동서 양쪽의 수출로가 모두 막히는 초유의 포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예멘 안보 전문 연구소 아바드 스터디는 "후티 반군은 해협을 완전히 점령하지 않더라도 모카항 장악과 드론·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만으로 통항로를 사실상 마비시킬 역량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해군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된 틈을 타, 이란과 대리 세력이 중동의 양대 에너지 회랑을 동시에 쥐고 흔들 강력한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최근 "후티 반군은 이란의 대리 세력이며 이번 사태 배후에는 분명히 이란의 손길이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한 사우디의 항의에 "후티는 독자적으로 행동한다"고 선을 긋고 후티 역시 "국제 상선의 항행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직접적인 개입 책임을 피하려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핵심 수송로마저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에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단숨에 3.5%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도시 현황 [AI 생성 이미지]

 

위험 해역을 피해 글로벌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뱃머리를 돌릴 경우, 운항 일수가 열흘 이상 늘어나고 운임과 보험료가 치솟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특히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진격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제재와 해상 봉쇄, 군사 타격 등 미국의 '질식 작전'에 몰렸던 이란 정권에는 역내 긴장을 통제 불능 수준으로 끌어올려 미국의 양보를 압박할 수 있는 회심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 김상훈 기자 >

 

이란 혁명수비대 "호르무즈서 미 스파이 무인정 타격"

 

 

혁명수비대 연계 매체 세파 뉴스가 8일 공개한 미국의 무인 잠수정.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세파뉴스 텔레그램 캡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무인 정찰정을 타격했다고 주장하며 해협 봉쇄와 추가 공격을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IB 방송 등에 따르면 알리 아즈마에이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체 번호 5838번을 단 미군의 스파이 무인 함정을 표적 타격했다"고 밝혔다.

 

아즈마에이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봉쇄됐으며 혁명수비대의 정보 감시와 스마트 통제 아래에 있다"며 "어떠한 적대적 움직임도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혁명수비대 해군은 지난 8일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최신형 무인 잠수함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 김상훈 기자 >

 

 

 
 

UAE 방문후 귀국…청 홍보수석 "파병 아니라면 기술적 지원도 가능"

국방차관  "파병 결정된 바 없어…안전 · 국익 종합 고려해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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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제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P-8A) [연합 자료사진][2026.09.08 송고]

 

'호르무즈 파병' 여건 파악 등을 위해 중동에 파견됐던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10일 귀국했다.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 현지조사단은 조사 활동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현지조사단은 공항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피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귀국했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그만큼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단은 우리 전력이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군사 거점과 기항지를 확인하고, 정비·보급 등 현지 지원 여건과 작전 환경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UAE에는 미군의 대표적인 중동 내 기지인 알다프라 공군기지가 있다. 정부가 호르무즈에 파견할 수 있는 자산으로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을 유력하게 검토해 온 만큼 알다프라 기지 내 P-8 운용 여건 등을 확인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사단에는 국방부 관계자뿐 아니라 외교부 실무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따르면 파병 후보지에 파견되는 현지 조사단은 복귀 후 조사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조사단 활동이 현지 상황 파악 등 일종의 '초벌 검토'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파병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결정 절차로 곧바로 이어지는 수순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지조사단 방문은 파병을 전제로 한다거나 파병을 준비한다기보다, 전반적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파병과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국가적 차원에선 국민의 안전이나 국가의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귀국한 만큼, 조만간 파병 여부를 둘러싼 방향성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의사 결정의 최종 책임자로, NSC에서 모든 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논의가 진척된다면 파병 관련 안건이 내주께 NSC에 올라갈 가능성도 일각에선 거론되지만, 정부는 현재 파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성 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 방식을 놓고 다양한 옵션이 있는데, 구체적 방식은 아직 최종 결정된 바 없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다양한 옵션'에 파병 외에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파병 옵션이 아니라면, 기술적 지원도 있을 수 있겠다"며 "파병이라는 방식으로 전투병이나 비전투병 같은 부분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다른 방식의 기여 방안도 한번 지혜롭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실제 우리 병력이 투입되는 데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무인 장비 등 다른 방식의 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 자료사진]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관련 기여 수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등 압박을 가하는 점은 한국에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사양하겠다!'(No thanks!)는 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게시글 이후 미국 측으로부터 각급 채널을 통해 호르무즈 기여를 요청하는 움직임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압박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미측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그때까지 파병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바 있다.

 

최근 정부 내에서는 과거보다 더욱 검토가 신중해진 기류도 감지된다.

이미 정부가 미국과 수개월간 전력 등을 포함해 실질적 기여방안을 협의해 온 상황에서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인데, 오히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예정된 한미간 고위급 접촉 등에서 호르무즈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지도 관심이다.

한미 국방당국은 다음 주 부산에서 하반기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기여는 전통적으로 KIDD에서 다뤄지는 동맹 사안은 아니지만, 미국 측이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효정 김지헌 김철선 기자 >

 

국민 45% "호르무즈 파병 반대"… 여 지지층은 55%가 반대[NBS]

 

진보층 60% '파병 반대'…보수층선 53%가 '파병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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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국 요청에 호르무즈 군사적 자산 파병안 구체화 =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과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천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2026.9.4 [연합 자료사진] photo@yna.co.kr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군을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 등을 파병하는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4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파병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36%, 모름 또는 무응답은 19%였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와 50대에서 '반대한다'는 응답이 각각 54%와 59%로 과반이었다. '찬성한다'는 여론은 20대 이하(40%), 60대(42%)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의 55%가 파병에 반대했고, 31%는 파병에 찬성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파병 찬성이 46%, 파병 반대가 40%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60%가 파병에 반대했으며, 보수층에선 53%가 파병에 찬성했다.

중도층에선 파병 반대가 43%, 파병 찬성이 35%로 나타났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응답률은 15.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조다운 기자 >

 

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 평가

국제사회도 꺼리는 미국만의 전쟁
이란 경고에 국익 훼손 우려 심각
반대 여론을 협상 지렛대 삼아야

 

2004년 12월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프랑스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이라크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하는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해 장병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국방부가 호르무즈해협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가 실제 파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 중인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해 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과거 이라크 파병과 베트남 파병 등 역대 국군 파병 사례와 견줘 명분이 떨어지고 위험도는 높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받아들이면 군사적·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날 밤 “파병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은 없다”면서도 호르무즈해협 현지 조사단 파견 사실을 알렸다. 국방부가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미국의 계속된 요구에 정부가 실제 파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조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방적으로 글을 올려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공개 압박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와 상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196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파병,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등을 다루던 미국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며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파병 요청은 비공개로 해서 파병국이 주권적으로 결정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외교적 상례였다”고 말했다.

 

1972년 2월7일 베트남에 파병됐다 돌아온 청룡부대 환영식이 부산항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

 

현재 국군은 유엔 평화유지군(UN PKO)과 다국적군에 파병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고 이바지하는 형식을 갖추고 국가 신인도를 유지하는 명분이 있다. 현재 레바논 동명부대(185명)와 남수단 한빛부대(261명) 등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466명, 소말리아 청해부대(257명) 등 다국적군으로 270명이 파병돼 있다. 이 밖에 아랍에미리트(UAE)에 ‘국방 협력’ 명분으로 아크부대(141명)가 나가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다국적군이 꾸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미국만의 전쟁인 탓이다. 영국, 프랑스 등 미국 주요 동맹국도 ‘군함을 보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고 전쟁이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전쟁은 2003년 이라크 전쟁과 달리 미국 의회에서 승인도 못 받았다. 이라크전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과 유엔 결의 위반을 내세워 미 의회에서 무력 사용 승인을 받았다.

 

군사적 위험도가 현저히 높은 반면, 파병으로 인한 실익이 많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다뤘던 외교안보 당국자는 “이라크 파병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뤄져, 파병 부대가 재건 임무를 맡았다”며 “이미 무력화된 후세인 정권이 한국 국익을 해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 아직 전쟁을 벌이고 있고,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이 파병해 정찰·군수 지원 등 비전투 방식으로 미군을 돕더라도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동참하는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을 차단할 가능성이다. 한국은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중동 거주 한국인들의 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다. ‘한국이 파병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있는 한국의 경제적·군사적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란 정부와 가까운 인사의 반응이 보도된 바 있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서둘러 파병 결정을 내리지 말고 중동 상황을 지켜보며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기여’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이라크 파병 때 국내 파병 반대 여론을 들어 미국을 설득해 협상력을 키웠던 경험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혁철 기자 >

 

 

청년들은 왜 극우화 하는가...


광우병 촛불집회 놀란 MB정부 댓글 관리 시작
원세훈 심리전단에서 극우 활동가 외곽팀 운영
가짜 신념·경제적 보상 결합해 자발적 참여 위장
국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국내 정치 공작에 동원

 

댓글 심리전에서 한 단계 진화한 인지전 시대로
판단 기준 자체를 흔들어 민주주의의 토대 공격
청년의 좌절·분노를 조직화 해 정치 공격에 이용
일부는 댓글 공작을 애국·공익 활동으로 착각도

 

불평등과 경쟁, 무너진 공론장이 청년의 분노를 어떤 상태로 남겨두었을까요. 그러나 불만이 저절로 하나의 정치적 분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흩어진 불만에 같은 이름을 붙이고, 같은 적을 가리키며,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조직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에서 민간의 분업형 여론개입에 이르기까지 그 분노가 조직된 과정을 추적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박스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는 댓글 조직에서 활동한 청년 여덟 명이 피고인으로 서 있습니다. 2026년 7월 28일 뉴스타파는 여러 공판에서 나온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2025년 6월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유리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참여한 조직은 ‘6·3자유승리댓글단’, 이른바 ‘자승단’이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공판 증언과 자료에 따르면 자승단을 처음 제안한 곳은 자유민주당이었습니다.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가 대표를 맡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비서실장을 지낸 이석우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는 극우정당입니다. ‘윤석열이 옳았다’, ‘5·18 북한 개입’ 등의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고, 2025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김문수 후보를 공식 지지했습니다(뉴스타파, 2026.6.24).

댓글 조직을 만들자는 제안은 2025년 4월 28일 자유민주당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육사구국동지회 회장인 이석복 고문이 필요성을 제기했고, 고영주 대표와 이석우 사무총장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석우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에게 실행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주요 모집 통로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와 ‘윤어게인’ 집회였습니다. 리박스쿨 관계자들은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에서 만난 청년들에게 댓글 교육 참여를 권했습니다. 2025년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전후의 집회에 참여했던 청년도 있었습니다. 지인의 소개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리박스쿨의 늘봄교육 과정도 모집에 이용됐습니다. 가족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갔다가 관계자를 소개받은 청년도 있었습니다. 집회가 단순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공간을 넘어 댓글 활동에 참여할 청년을 찾는 모집 통로로 이용된 것입니다.

 

2025년 5월 3일, 이들은 자유민주당 사무실에서 댓글 작성 방법을 교육받고 자승단 단체대화방에 들어갔습니다. 특정 기사에 댓글을 작성한 뒤 주소를 올리면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이 ‘공감’과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실적에 따라 청년들에게 ‘장학금’ 명목의 돈도 지급됐습니다. 자유민주당이 정치적 목표를 정하고 리박스쿨은 청년을 모집했습니다. 청년들은 댓글을 작성했고 노년층 참가자들은 이를 증폭했습니다. 조직된 소수의 행동을 다수 시민의 자발적인 여론처럼 보이게 하는 구조였습니다. 집회는 모집장, 단체대화방은 지휘소, 포털의 뉴스와 댓글 공간은 실행 무대가 됐습니다(뉴스타파, 2026.7.28).

 

‘6·3자유승리댓글단’ 단체대화방과 참여자가 작성한 댓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박스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판 증언과 자료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자유민주당 사무실에서 댓글 교육을 받은 뒤 단체대화방을 통해 기사와 댓글을 공유했다. 청년들이 댓글을 작성하면 노년층 참가자들이 ‘공감’과 ‘좋아요’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었다. 댓글 작성자들에게는 활동 실적에 따라 ‘장학금’ 명목의 돈도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피고인들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자료 화면: 뉴스타파, 2026.7.28)

 

공판 증언을 보면 적어도 일부 청년은 자신의 활동을 여론조작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피고인은 참여자들이 “돈보다는 국가부터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른 피고인은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공익적 활동”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신념과 경제적 필요, 종교와 가족의 영향, 집회에서 형성된 소속감이 서로 다른 비율로 섞여 있었습니다. 조직이 공격할 기사와 대상을 정했지만 일부 참여자는 자신의 행동을 애국과 공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들 모두를 돈만 받고 움직인 단순한 ‘댓글 알바’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직 뒤 수입이 필요했다는 청년도 있었지만, 돈과 신념은 서로 분리돼 있지 않았습니다. 활동비를 받으면서도 침묵해온 국민의 진짜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습니다. 조직의 지시와 개인의 신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것입니다.

 

댓글 조직이 청년의 불안과 분노를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불안에 적의 이름을 붙이고 행동의 방향을 정한 정치세력은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극우세력은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 전체가 아닙니다. 정치적 반대자를 토론할 시민이 아니라 제거할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와 음모론으로 민주적 절차와 헌정질서를 흔드는 조직화된 세력을 뜻합니다.

 

자승단을 갑자기 등장한 고립된 사건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조직과 인물이 하나의 계보로 이어졌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이 글이 추적하려는 것은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조직된 소수의 활동을 다수 시민의 자발적인 여론으로 위장해온 방식의 역사입니다. 중요한 전환점은 2008년 촛불집회였습니다.

 

■ 국가는 왜 온라인을 전장으로 만들었는가

 

2008년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타결한 지 보름 만이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안티이명박’ 카페 운영진과 청소년 네티즌들의 제안으로 열린 첫 촛불문화제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기존 정당이나 거대한 시민단체가 이끈 집회가 아니었습니다(연합뉴스, 2010.5.12; 주간경향, 2011.5.4).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토론한 뒤 거리로 나왔습니다. 광우병 위험에서 시작된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과 정보 공개 거부,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됐습니다. 거리의 장면은 다시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6월 10일에는 전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온라인 공론장이 현실정치를 움직이는 힘으로 성장한 순간이었습니다. 기존 정치조직에 속하지 않은 청소년과 시민들은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거리의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정부도 그 힘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국정원이 작성한 ‘2040세대’ 보고서와 ‘SNS 장악’ 문건은 이명박 정부가 시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보다 온라인 여론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보여줍니다.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새로운 정치 주체가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참여의 통로를 넓힐 것인지, 정권에 부담을 주는 여론으로 보고 통제할 것인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뒤의 길을 택했습니다.

 

촛불집회가 국정원과 군의 댓글공작을 직접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 정치참여도 2008년에 처음 등장한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2008년 촛불집회는 온라인 공론장의 정치적 위력이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국가가 그 공간을 관리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 촛불에서 ‘SNS 장악’으로

 

국정원은 2011년 여론조사업체를 동원해 세대별 현안 인식과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을 조사했습니다. 이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젊은 유권자의 정치성향과 정권의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경향신문, 2017.8.3).

 

국정원의 관심은 청년이 왜 분노하는가보다 그 분노가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향하는가에 쏠렸습니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불평등은 정권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의 문제로 번역됐습니다. 불만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할 여론이 됐습니다.

 

같은 시기 온라인 대응조직도 확대됐습니다. 2011년 10월 청와대는 국정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전달했습니다. 국정원은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이른바 ‘SNS 장악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심리전단에 SNS 대응조직 강화를 지시했고, 같은 해 12월 35명 규모의 대응팀이 증원됐습니다(세계일보, 2017.8.4).

 

젊은 세대의 불만은 정책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 채 조사와 대응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 불만이 생겨난 사회구조보다 불만이 모이고 퍼지는 공간을 관리하려 한 것입니다.

 

2008년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첫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카페 운영진과 청소년 네티즌들의 제안으로 열린 집회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토론한 뒤 거리로 나왔다. 촛불집회는 온라인 공론장이 현실정치를 움직이는 힘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젊은 세대의 불만과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선거 영향력을 분석하고 온라인 대응조직을 확대했다. 촛불집회가 댓글공작을 직접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온라인을 관리해야 할 정치적 공간으로 바라보게 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국정원과 군이 만든 댓글부대

 

국정원은 온라인 활동을 넓히기 위해 민간인을 동원했습니다.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 5월부터 심리전단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습니다. 국가기관의 개입을 시민의 자발적인 의견 뒤에 감추는 조직이었습니다.

 

초기의 대표적인 조직이 ‘알파팀’이었습니다. 이를 이끈 김성욱은 온라인에서 활동할 보수 청년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극우 활동가였습니다. 알파팀 참여자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 관계자는 공격하거나 옹호할 주제를 전달했습니다. 조직원들은 정부를 지지하고 야당과 진보세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실적에 따라 한 달에 50만∼60만 원가량을 받은 참가자도 있었습니다(한겨레, 2017.4.16).

 

김성욱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던 온라인 카페 회원들을 바탕으로 ‘무한전진’을 만들고 이후 한국자유연합을 창설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싸울 청년조직을 주장해온 극우 활동가가 국정원의 민간 외곽팀 책임자가 된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자원과 극우세력의 적대적 세계관이 결합했습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팀을 비롯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습니다. 2012년에는 최대 30개 팀, 약 3,500명으로 늘어났고 그해에만 약 30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외곽팀은 포털사이트와 트위터에서 정부 비판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로 규정하고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퍼뜨렸습니다(경향신문, 2017.8.3; 한겨레, 2017.8.3).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와 트위터 등 시민이 뉴스를 읽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활동 무대였습니다. 국가가 시민 몰래 세금을 들여 정권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그 개입을 시민의 자발적인 의견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의혹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심리전단의 활동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 조직적 선거운동으로 판단했습니다. 댓글공작은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국정원의 지휘체계에 따라 이루어진 국가기관의 범죄였습니다(연합뉴스, 2018.4.19).

 

국정원이 민간 외곽팀을 조직하는 동안 군도 온라인 정치에 개입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국내 정치로 향했습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과 야권 정치인을 비판하는 온라인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대원들이 작성한 정치 관련 게시물은 약 9000건에 이르렀습니다.

 

지휘관은 활동 결과와 온라인 여론 동향을 보고받고 수정사항을 지시했습니다. 법원은 김관진의 정치관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에게도 금고 2년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침해되고 국민의 정치적 선택이 왜곡됐다는 판단이었습니다(경향신문, 2020.3.29; 한겨레, 2023.8.18; MBC, 2024.2.6). 국가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군 조직이 정권을 지키는 정치조직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대북 심리전 조직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면서 정부 비판 세력까지 안보의 적처럼 취급됐습니다. 댓글은 부대원 개인의 정치적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군의 명령과 보고체계가 국내 정치공작에 이용됐다는 데 사건의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 2012년, 국가의 공작과 민간의 여론전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국가기관 밖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조직이 활동했습니다. 개신교 목사 윤정훈이 운영한 ‘십자군 알바단’, 이른바 ‘십알단’이었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별도 사무실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SNS 활동을 벌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홍보하는 글을 집단적으로 재전송하고 문재인 후보를 조롱하는 합성사진과 비방문구도 유포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대선 작전상황실’이라는 문구와 SNS 활동보고서가 발견됐습니다. 국가기관의 외곽팀과는 별개의 조직이었지만, 공격할 메시지를 정하고 여러 계정으로 반복해 유통하는 방식은 닮아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윤정훈에게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사무실이 단순한 SNS 교육 공간이 아니라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설치된 불법 선거운동 조직이라고 판단했습니다(법률신문, 2013.12.26; 연합뉴스, 2013.12.26).

 

국정원과 십알단이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 움직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알파팀과 십알단, 리박스쿨이 직접적인 조직적 계보로 이어졌다고 볼 근거도 없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조직의 연속성이 아니라 공작 방식의 반복입니다.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같은 내용을 여러 사람이 집중적으로 유통해 계획된 소수의 행동을 자발적인 다수 여론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에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댓글을 작성했다는 전직 간부의 증언이 나왔습니다(한국기자협회, 2017.9.4; SBS, 2017.9.6). 법원의 확정판결이 아니라 내부 관계자의 증언과 언론보도로 제기된 내용입니다. 다만 군의 국내 정치개입이 정권교체와 함께 중단됐는지를 묻게 했습니다.

 

진상규명도 더뎠습니다. 2014년 국방부 자체 수사는 청와대와 핵심 지휘부의 책임까지 충분히 밝히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에야 재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와 검찰 수사를 통해 민간 외곽팀의 규모와 예산, 지휘체계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관련자들이 법정에 섰지만 외곽팀 구성원 전체의 신원과 역할, 이후 활동까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이동을 근거로 극우 유튜브나 윤석열 지지조직, 리박스쿨과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외곽팀 3500명이 모두 청년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2040세대’ 조사 대상과 댓글공작 수행자가 같은 집단이거나 두 활동이 하나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청년의 불만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여론으로 분석했고, 일부 극우 활동가는 청년을 온라인에서 싸울 정치적 전력으로 조직하려 했습니다. 청년은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를 함께 만들어갈 시민보다 관리하고 동원할 대상으로 취급됐습니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은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범죄로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정권 비판을 안보의 위협처럼 취급하고 시민의 여론을 관리 대상으로 바라본 정치적 판단까지 청산됐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 공작은 끝났지만 정치적 인식은 남았다

 

● 댓글공작 지휘자의 귀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3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MBC, 2023.5.10; 한겨레, 2023.5.10).

 

2023년 8월 파기환송심은 김관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는 재상고를 취하해 2024년 2월 1일 형이 확정됐고, 닷새 뒤 윤석열 정부에 의해 특별사면·복권됐습니다(MBC, 2024.2.6; 경향신문, 2024.2.6). 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 책임자를 안보정책의 중심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범죄는 유죄로 남았습니다. 그 범죄를 가능하게 한 안보관과 정치적 판단은 사실상 복권됐습니다.

 

이를 한 개인의 명예회복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부 비판 세력을 안보의 위협처럼 바라보고 시민의 여론을 관리 대상으로 삼았던 판단을 국가 정책의 영역으로 다시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부터),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2018.8.20 연합

 

● 댓글공작에서 인지전으로

 

그사이 전쟁의 개념도 달라졌습니다. 심리전이 주로 상대의 감정과 사기, 전투 의지를 흔드는 활동이라면,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은 인간의 인식과 판단체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입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누가 적인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를 흔듭니다.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그 차이를 군인의 총구에 비유했습니다. 심리전이 군인에게 공포를 심어 총을 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인지전은 판단에 착오를 일으켜 총구를 아군에게 돌리게 만드는 전쟁이라는 설명입니다.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을 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2026.7.30).

 

적대적 목적으로 수행되는 인지전은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고 시민이 판단에 사용하는 정보와 신뢰의 토대까지 흔듭니다. 인지전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외국의 선전과 허위정보로부터 군과 시민사회를 방어하는 것은 국가의 정당한 임무입니다. 작전의 대상이 국내 시민과 야당, 언론과 비판세력이 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가는 시민을 보호하는 기관에서 시민의 판단에 은밀히 개입하는 권력으로 바뀝니다.

 

인지전은 하나의 거짓을 믿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공통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을 토론의 상대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적으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직접 흔듭니다.

 

2025년 1월 국회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가 2024년 10월 28명 규모의 ‘사이버 정찰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4년 8월 을지자유의방패연습에서 이른바 ‘SNS 장악 훈련’을 실시했다는 의혹과 내란특검이 관련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오마이뉴스, 2025.1.22; 노컷뉴스, 2025.1.23; 동아일보, 2025.8.29).

 

추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태스크포스는 정찰팀·표적관리팀·총괄팀으로 구성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해 9월 공세적 사이버 활동의 강화를 주문한 뒤 조직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이버작전사령부와 당시 군 지휘부는 불법적인 국내 여론개입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태스크포스의 실제 임무와 작전 대상에 국내 정치와 시민사회가 포함됐는지는 아직 법원의 판단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댓글공작과 현재 제기된 의혹을 하나의 사실처럼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이 의혹은 군이 시민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다시 작전 대상으로 보았는지, 과거의 정치적 판단이 완전히 청산됐는지를 묻게 합니다.

 

인지전은 댓글공작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며 댓글공작의 새로운 이름도 아닙니다. 그러나 시민이 접하는 정보와 판단에 은밀히 개입한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은 국내 인지전의 위험을 먼저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의 수법이 소셜미디어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결합할 때 시민의 판단에 개입하는 더 정교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공작의 방식은 어떻게 민간 정치사업이 되었는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지휘체계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나는 동안, 동원과 증폭의 수법은 국가기관 밖에서도 재구성됐습니다. 자승단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구조는 정당과 교육단체, 청년과 노년층 참가자가 기획과 모집, 생산과 증폭을 나누어 맡는 형태였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공판 자료에 따르면 자유민주당에서 리박스쿨로 400만 원이 전달됐습니다. 돈의 명목은 ‘장학금’이었습니다. 정치적 목표를 정한 정당이 교육단체에 자금을 건넸고, 교육단체는 댓글을 작성한 청년들에게 실적에 따라 돈을 지급했습니다(뉴스타파, 2026.6.24).

 

교육과 정치동원이 연결된 과정은 한 청년의 이력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 청년은 리박스쿨의 늘봄교육 과정을 수강한 뒤 손효숙 대표의 추천으로 18세에 자유민주당에 채용됐습니다. ‘미디어주임’을 맡고 자승단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운영했습니다(뉴스타파, 2026.6.25). 교육생이 정당의 미디어 담당자를 거쳐 댓글 조직의 운영자가 된 것입니다.

 

한 사례를 리박스쿨 교육생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과정을 수강한 사람이 모두 정치활동이나 댓글 조직에 참여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기관과 정당, 댓글 조직을 연결한 구체적인 이동 경로가 법정에서 드러났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과거 국가기관의 댓글공작과 자승단 사건은 주체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국정원과 군 사건에서는 국가의 예산과 명령체계가 불법적인 정치개입에 사용됐습니다. 현재 재판 중인 자승단 사건에서는 국가기관의 직접적인 지휘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특정 기사에 댓글과 추천을 집중해 조직된 반응을 자발적인 여론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은 닮아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실행체계였습니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명령과 보고체계로 움직였습니다. 자승단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구조는 정당과 교육단체, 댓글 작성자와 추천 참여자가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각각의 행동만 떼어놓으면 정당활동이나 교육, 개인의 댓글 작성과 추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미리 정한 정치적 목표와 행동지침 아래 결합되면 조직적인 여론개입이 됩니다.

 

분업은 참여자의 책임 인식도 흐리게 만듭니다. 정당은 직접 댓글을 쓰지 않았고, 교육단체는 청년을 연결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자는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참가자가 전체 구조를 알지 못하더라도 단체대화방의 지시에 따라 집중된 행동은 하나의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공감’과 ‘좋아요’를 누른 참가자도 기사를 추천했을 뿐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각각의 행동은 작아 보이지만 미리 정한 기사와 메시지에 집중되면 노출 순위와 여론의 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역할이 잘게 나뉠수록 누구도 자신을 전체 공작의 책임자로 여기지 않게 됩니다. 조직적인 댓글 활동이 개인의 신념과 결합하면 지시는 자발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활동비는 애국에 대한 보상이 되고, 조직이 정한 공격은 진실을 알리는 공익적 실천으로 해석됩니다. 개인은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믿으면서도 조직적인 여론개입의 실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기관의 지휘문서와 예산, 보고체계를 추적하면 공작의 중심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민간의 분업형 조직에서는 정당과 교육기관, 집회 참가자와 대화방 운영자가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어느 한 조직이나 개인만 살펴보아서는 전체 구조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여론공작은 하나의 비밀조직에서 여러 조직과 참가자가 역할을 나누는 정치사업으로 재구성됐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교육과 정당활동, 집회 참여와 개인의 댓글 작성이 서로 분리된 행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금과 지시, 모집과 실행의 경로를 함께 추적하면 분산된 행동이 어떻게 하나의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드러납니다. 앞으로의 조사는 개별 댓글만이 아니라 이 연결구조 전체를 살펴야 합니다.

 

■ 맺음말 ― 공작은 처벌받았지만 방식은 남았다

 

청년의 분노를 만들어낸 것은 댓글 조직이 아닙니다. 불평등과 경쟁, 고립과 정치적 무력감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노에 적의 이름을 붙이고 정치적 공격으로 조직한 세력은 있었습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은 국가기관의 범죄로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계획된 소수의 활동을 자발적인 민심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승단 사건의 공소사실과 공판 증언은 그 방식이 정당과 교육단체, 여러 세대의 참가자가 역할을 나누는 실행체계로 재구성됐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참여자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입니다. 일부 청년은 조직이 정한 기사와 대상에 댓글을 작성하면서도 국가를 구하고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여론공작이 정치적 신념과 결합하고 지시받은 행동이 애국으로 받아들여질 때, 공작은 특정 조직의 활동을 넘어 하나의 정치문화가 됩니다. 시민은 토론하고 판단하는 주권자에서 적과 싸우는 전사로 바뀝니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과 오늘의 민간 극우조직 사이에 하나의 지휘부가 계속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조직의 연속성이 아니라 방식의 반복입니다. 국가기관의 수직적 공작은 처벌받았지만, 계획된 행동을 자발적인 다수 여론으로 위장하는 수법은 민간의 분업형 정치사업에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공작의 민간화가 변화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댓글 조직이 특정 기사와 영상에 반응을 집중하면 단체대화방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를 유통하고,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관심이 커진 콘텐츠를 더 널리 추천합니다. 그렇게 분노는 조회수가 되고 조회수는 광고와 후원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는 댓글 조직이 놓은 불씨를 플랫폼이 어떻게 거대한 정치산업으로 키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알고리즘과 수익구조는 왜 분노와 혐오를 증폭하는지, 생성형 인공지능은 여론공작의 속도와 규모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도 추적하겠습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