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로켓'이라는 이름의 속도에 저당 잡혀 살았다. 손가락 하나로 내일 아침 식탁을 결정할 수 있는 그 마법 같은 편리함 뒤에는, '효율'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비인격적 노동과 통제에 노출된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이 있다.
오랜 시간 쿠팡 노동자들의 반복된 죽음이 매스컴을 통해 반복적으로 전해졌지만, 누군가는 무덤덤하게 넘겼고 누군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애써 외면했다. 습관처럼 중독된 편리함 속에서 말이다.
그랬던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최근 탈팡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드러난 쿠팡 측의 연속된 행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시민들은 자신만의 탈팡 결행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에 탈팡을 인증하거나 동참을 요청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헛발질, 탈팡 속도 가속화할까?
쿠팡 측은 셀프 조사 결과라며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현금 보상 형식이 아닌 판매량 증가만을 노린 꼼수 보상안을 대책이라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소비자를 '반성하지 않아도 충성하는 지갑'으로 여긴 오만함의 극치였다. 게다가 30일 열린 연석 청문회에 김범석과 김유석 모두 불출석으로 대응했다. 이런 일련의 행태는 탈팡을 가속화할 뿐이다. 시민들은 '헤어질 결심'을 넘어, 이미 각자의 삶에서 그 거대한 독점 권력과 작별을 실행하고 있다.
쿠팡 일간 이용자 수 추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발견'
쿠팡과 헤어진 이후, 우리의 일상은 의외로 훨씬 아름다워지고 있다. 새벽배송의 박스 더미가 사라지자 현관문 앞에는 이웃과 인사를 나눌 공간이 생겼다. 미리 찬거리를 준비하려 나선 걸음을 통해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들은 다시 우리 삶의 풍경 속으로 들어왔다. 로켓의 속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사람의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밀란 쿤데라는 저서 〈느림〉에서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직접 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직접 비례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쿠팡의 속도에 망각하던 사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마저 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이제 그 빠른 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더라도 '기억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는 '불편함'이 아니라 '품격'
누군가는 묻는다. 그 편리한 것을 끊고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나쁜 기업의 편리함은 독배와 같다. 마실 때는 달콤하지만 결국 공동체의 근간을 해친다.
쿠팡과 헤어진 시민들은 말한다. "조금 늦게 배송받고, 조금 더 발품을 파는 그 수고로움이 내 영혼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이제 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새벽에 문 앞에 놓인 택배 박스가 아니라, 우리가 정의로운 소비를 하므로써 우리의 이웃인 노동자가 부품처럼 쓰이지 않는 데 있다는 사실을.
쿠팡과 헤어진 이후의 세상은 훨씬 아름답다. 그곳엔 숫자가 아닌 사람이 있고, 속도가 아닌 방향이 있으며, 무엇보다 '나의 존엄, 공동체의 존엄'이 살아 숨 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당당하게 격려하자. 그 무례한 권력과 헤어지길 참 잘했다고.
< 황의원 기자 >
쿠팡 노동자 유가족 오열에도…"논의 중" 회피성 답변만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즉답 회피한 쿠팡 대표 산재 은폐 문건도 "진위 확인 못했다" 의혹 부인
새벽배송 중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 보상 요구엔 "죄송하다"면서도 "논의 중"이라며 답변 회피해
로저스 또 동문서답에 청문회 태도까지 논란 수차례 목소리 높이고 대놓고 불쾌감 드러내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는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 중 사망한 고 장덕준 씨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새벽 배송 중 숨진 고 오승룡 씨 유가족도 청문회에 나와 쿠팡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장 씨의 산재 은폐 의혹 문건에 대해선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인했고, 오 씨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 답변을 회피해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인천 서구을)은 2020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장 씨의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해 자료를 요구하자, 당시 쿠팡 수석부사장이었던 로저스 대표가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지시한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문서를 제시하며 '무슨 의도냐'고 물었고,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이 해지된 직원에 의해서 제출된 것"이라며 "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회피성 답변을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김범석 쿠팡 아이엔시(INC) 의장이 "그(장덕준)가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의 메모는 절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되지.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들이야"라며 당시 임원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한 내용도 추가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 내용을 알았느냐'고 재차 따졌지만, 로저스 대표는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충분한 조사를 받았다"며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는 이미 보도에도 나온 내용임에도 "지금 처음 봤다"고 했다. 청문회장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 2020년 10월 쿠팡 임원에게 고 장덕준 씨 산재 사고와 관련,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라"라고 지시한 이메일 내용.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김범석 쿠팡아이엔시(INC) 의장이 지난 2020년 10월 쿠팡 임원에게 고 장덕준 씨 산재 사고와 관련,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내용.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이 의원은 쿠팡 전·현직 대표에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20대 청년 장덕준 님의 사망에 대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해보시라"고 쏘아붙였다. 로저스 대표는 장 씨의 유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고, 박대준 전 대표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청문회 방청인으로 참석한 장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는 이 의원의 질의 뒤 발언 기회를 얻고 쿠팡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호소했다.
박 씨는 먼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로저스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를 향해 "X자식들아"라고 했다. 장 씨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 의장 등이 관여한 정황이 나왔음에도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가 문서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숨진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아들과 관련된 자료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박 씨는 "쿠팡의 비협조로 힘들게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해 힘들게 본사를 찾아갔고, 대화도 보상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비참함을 느꼈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죽은 미련한 노동자로 둔갑시켜도, 아들을 굶겨 죽인 비정한 부모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참혹한 주장도, 언론에 공개해서 쿠팡의 이미지에 타격이 많이 갔다는 것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고서야 그동안 쿠팡의 비열한 행동들이 이해가 됐다"면서 "부디 이번 청문회에서 김범석의 산재 은폐 지시와 숨겨진 산재 은폐 사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혀주시고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저희 유족들에겐 가장 기본적인 산재조차도 모든 걸 걸어야 할 만큼 냉혹한 현실"이라며 "다시는 저희와 같이 가족을 잃고 지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참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지난 11월 새벽배송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고 오승룡 씨의 누나 오혜리 씨도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지난달 쿠팡 새벽배송 현장에서 숨진 고 오승룡 씨의 누나 오혜리 씨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오 씨는 "제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5일 연속으로 일하고 3일 동안 상주를 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도 불구하고 딱 하루만 쉬고 일터로 나가서 다음날 새벽 사고로 죽었다"며 "장례식장에는 쿠팡 업체 직원 1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조차 없이 묵인하고 있다. 사과가 그렇게 힘드냐"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말로 죄송하다"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에 오 씨는 "왜 이제와서야 사과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동생에게는 두 아이와 아내가 있다. 첫째는 중증 장애가 있어 가장이던 동생의 죽음으로 생계가 막힌 상황"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해주시고, 산재도 인정해주시고, 아이들의 미래, 저와 엄마에 대해 위로금, 보상 다 책임지라"며 "다 보상하겠다고 대답하라"고 몰아세웠다. 로저스 대표는 "죄송하다"면서도 "이 내용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 씨의 사고와 관련해 최 위원장의 질의를 받고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하다고 보인다"고 답변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한편 로저스 대표는 이날도 수차례 목소리를 높이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청문회 참석 태도가 논란이 됐다.
지난 17일 열린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의 '동문서답'과 오역이 문제가 되면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동시통역까지 준비됐으나 로저스 대표는 자신이 대동한 통역사의 통역에 의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청문회 개의 직후 최 위원장이 동시통역기 사용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통역사의 대동을 허락받았다" "제 통역사를 사용하고 싶다"고 맞섰고 나중에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제기하고 싶다"라고까지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위원들이 '예, 아니요'식 단답형을 요구하자 위원들의 질의를 끊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쿠팡의 국문 사과문과 영문 사과문 표현이 다른 데 대해 지적을 받자, "현재 저희가 정부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 저희가 자의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면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질의 중에 정일영 위원이 "됐다. 그만하라"며 답변을 끊자, 로저스 대표는 "Enough"(그만합시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 김성진 기자 >
윤석열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 의혹 반발인가 국힘 "통일교·신천지 수사라 쓰고 표적 수사" 홍준표 "신천지가 도와 윤석열 대선 후보 돼" "신천지 신도 10만 입당해서 윤석열에 몰표"
신천지 탈퇴자 "이만희 석방했으니 은혜 갚아" 혁신당 "전광훈 등 정교유착 모두 수사해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 수사 대상에 '신천지'까지 포함시키자고 밀어붙이는 데 대해, 국민의힘이 연일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시도"라고 발끈하고 있다.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던 2021년 국민의힘 경선에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정치권의 의혹 제기와 관련, 사전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앞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29일 전남 무안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종합특검과 통일교 특검, 사법개혁안을 약속드린 대로 신속히 마무리 짓겠다"며 "통일교 특검은 기왕 하는 김에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그걸 위반할 소지가 있어 보이는 신천지도 반드시 포함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에 신천지를 포함한다'는 발언에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통일교 금품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자는 특검에 느닷없이 신천지의 야당 당원 가입 의혹을 포함시켰다"면서 "전혀 성격이 다른 사안을 끼워 넣어 노골적인 물타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통일교 게이트와 신천지를 갑자기 끌어들이며 특검 도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거듭 신천지 수사를 포함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그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는 국민의힘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통일교·신천지 수사라 쓰고 국민의힘 표적 수사라 읽는 노골적인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시도"라고 했다.
'국민의힘-신천지' 논란은 국민의힘 출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가입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을 지원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교·신천지 특검하면 이재명 정부가 곤경에 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면서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때 1000원짜리 책임당원이 19만 명 들어왔는데 그 중 신천지 신도가 10만 명이었고, 그들의 몰표로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8월에도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측 캠프 총괄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통일교 등 종교집단 수십만 명 책임당원 가입이란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2025.12.26 연합 [서울중앙지법 제공]
신천지 탈퇴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시비에스(CBS)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 16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신천지 신도이자 유력 여성단체 회장 이모 씨가 만난 사진이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왔다. 이 씨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수시로 독대한 인물이다. 이때 공개된 신천지 고위 간부 녹취에는 "이만희 총회장님은 이 씨를 통해 (윤석열을) 만나보고 싶어하고, 윤석열 라인도 잡고 싶어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또다른 신천지 간부 탈퇴자는 2022년 10월 CBS와 인터뷰에서 "(이만희) 총회장님이 (코로나19 방역업무 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에 편지를 하나 써 주셨는데 한 사람이 나를 도와줬다. 이런 식의 내용이 있었다"면서 "그 사람이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고 그 분 덕분에 나올수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냐 해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혁신당도 "신천지 포함은 타당…제한할 필요 없다"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도 '통일교 특검 신천지 포함'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조국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통일교+신천지 특검으로 국힘(국민의힘)과 종교단체 유착이 확인되면 국힘 해산 사유가 추가된다"면서 "(신천지 포함을) 동의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애초에 통일교 특검이 제기된 이유는 반헌법적인 정교유착"이라면서 "통일교뿐만 아니라 신천지든, 전광훈이든, 정교유착 혐의가 있는 종교단체라면 모두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신천지까지 포함하기로 한 것은 타당한 일"이라면서 "통일교·신천지로만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핵심은 종교세력의 정치권 부당 개입"이라며 "당마다 차이가 있는 일부 내용을 조율해 신속한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김민주 기자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언론사 칼럼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다. 권력은 쇠하기 마련이라는 얘길 할 경우 많이 쓴다. 그런데 이 말을 남긴 중국 남송시대의 시인 양만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열흘이나 붉은 꽃은 없다는데, 이 월계화라는 꽃은 그렇지가 않네'라는 내용으로 시를 썼다.
애초부터 '열흘 넘게 피는 꽃이 있구나'라는 말을 한 것이므로, 화무십일홍을 문자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꽃이 오래 피어 이름이 백일홍(百日紅)인 꽃도 있고, 열흘 넘게 피는 꽃은 수두룩하다.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물 온도를 서서히 높이면 그 안에 있는 개구리가 위험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죽는다는 얘기도 틀렸다. 물이 차갑든 미지근하든 개구리는 가만히 있지 않고 엄청난 점프력을 발휘해 탈출한다. 수사자가 다른 수사자의 새끼를 물어 죽이기는 해도, 자기 새끼를 일부러 절벽에서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새끼 독수리는 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지, 어미 독수리가 둥지 밖으로 새끼를 밀어내진 않는다. 마치 대자연의 법칙인 것처럼 회자되지만, 인간이 자연현상을 오해한 것들이다.
마치 화무십일홍과 대구를 이루는 것처럼 쓰이는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이 10년을 못 간다'는 말도 현실과 맞지 않다. 박정희가 18년 집권했고, 북한은 절대권력을 3대째 세습했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도 12년 넘게 재임했다. 20세기 이후에도 절대왕정이 유지된 나라들이 다수 있고, 21세기 이후에도 10년 넘게 권력을 누린 통치자는 수두룩하다.
구관이 못했어도 '구관이 명관'은 과학이다
이같은 장기집권과도 관련이 있는 인식 경향이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에 담겨 있다. 경제학에서는 '엘스버그 역설'이라고 하여 모호성을 회피하고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심리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과거 정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정치사회학 연구 결과들도 있다. 뇌과학에서도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떠올려 현재의 스트레스를 낮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구관'이 실제로 명관은 아닐지 몰라도 '인간은 구관이 명관이다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명제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잘못한 구관이라도 실제보다 나아보이게 하는 역설의 출발점은 '신관'에 대한 불만이라 할 수 있다.
내란으로 집권해 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 정권은 사회 전 분야에 폭압을 행사하며 통치력을 유지했는데, 이어 집권한 노태우는 이같은 폭압적인 통치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 정치와 사회, 문화 예술이 좀더 자유로운 상황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물태우'라는 말로 노태우 정권을 희화화했다. 물가가 상승하자 '그래도 전두환은 물가 하나는 잘 잡았다'고도 했다. '구관이 명관' 인식 경향에 대한 적절한 예시라 할 것이다.
▲나란히 각종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김건희 부부. ⓒ 사진공동취재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도 세월이 흐른 뒤엔 '구관이 명관' 얘길 들을 수 있을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되물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구관이 명관' 인식 경향을 갖고 있다는 건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 경우만 예외가 될 순 없다. 다만 그렇게 되냐 안 되느냐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집권 세력이 정치를 잘 못하면, 반민주적이고 무능하고 부도덕한 세력이 '명관' 소리를 듣는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한 게 반년 밖에 되지 않아 유능하냐 무능하냐를 따지기엔 아직 이르고, 잘 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도덕성에 대한 판단은 그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집권 세력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도덕적으로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같아' 소리를 들을 텐가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정치하는 것들은 다 같아'라는 정치혐오가 퍼져나가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펴도 효능감을 안겨주기가 힘들어진다. 지금 집권 세력이 바로 그 갈림길에 있다.
▲장남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의혹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국정감사 전 쿠팡 대표에게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의혹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을 제공받은 의혹 ▲가족 출국 때 대한항공 공항 의전 요구 ▲지역구 내 공공의료기관에서 가족이 우선 진료 특혜를 받은 의혹 ▲배우자가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장남 국정원 업무에 국회의원 보좌진 동원 의혹 ▲가상화폐거래소 업체에 차남 취업 청탁 의혹 등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서 제기된 의혹들의 대부분이 국회의원의 지위를 활용해 가족의 이익을 챙긴 일이다. 국회의원의 업무를 보좌해야 할 직원이 가족 보좌에 동원된 것도 문제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읍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5.12.29 ⓒ 연합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의혹을 뭉개고 넘어가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고, 이후엔 관례로 굳어질 수 있다. 배우자가 개입돼 있는 의혹들도 있는데, 당장 전 정권에서 '브이 제로'라고 불리운 김건희씨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똑같다'는 정치혐오의 조건들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내란을 일으키고 배우자가 국정을 농단한 윤석열·김건희 정권과, 내란을 극복하고 'K-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들어선 정권이 같은 반열에서 비교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수년 뒤 사람들이 윤석열·김건희를 언급하며 '구관이 명관이다'라고 하는 얘길 들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결단은 빨리 내리고 각오는 새롭게 하길 집권 세력에게 촉구한다. < 안홍기 기자 >
왼쪽부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중장), 이진우 국군수도방위사령관(중장),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중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중장). 연합
국방부가 12.3 불법비상계엄에 가담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중장)과 이진우 국군수도방위사령관(중장),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중장)을 파면하고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중장)은 해임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12·3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해 여인형, 이진우, 곽종근 중장을 법령준수의무위반, 성실의무위반으로, 고현석 중장을 법령준수의무위반으로, 그리고 대령 1명을 성실의무위반으로 각각 중징계 처분했다”고 밝혔다. 3명의 전 사령관 가운데 곽 전 특전사령관은 파면으로 징계위에서 의결했지만 계엄 이후 실체적 진실 규명 등에 기여한 점을 참작해 해임으로 감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의 경우 군인연금이 정상 지급되지만, 파면되면 원금과 이자만 받게 돼 연금 수령액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관위로 병력을 출동시켜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고 전 참모차장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육군본부 참모들이 탑승한 이른바 ‘계엄버스'를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3시쯤 출발시키는 데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징계위가 애초 ‘징계사유 없음’ 결정을 내렸다가 ‘징계권자의 재심사 요청’으로 다시 심사를 받은 방첩사 소속 유아무개 대령에게는 최종적으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후 ‘선관위 출동 명령'을 실행했고, 부하가 위법성을 이유로 만류했음에도 출발한 점 등이 고려됐다.
앞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준장)과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승완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준장)는 각각 파면과 강등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열린 징계위에 회부됐던 장성 7명과 대령 1명 가운데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을 제외한 7명에 대해 중징계 조처가 내려졌다. 정 대변인은 문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며, 추후 결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 박민희 장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