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조사 신뢰도 1위는 대통령, 검찰은 꼴찌

검찰은 수사로 정치하고 언론은 여론 왜곡
'파기환송심' 조희대 대법원도 불신 자초
여론 조사서 국민 4명 중 3명이 '교회 불신'

지금은 개혁 반발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시간

 

우리는 불신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아서 불신 사회가 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입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면 대체로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언론도 믿지 못하고 종교도 믿지 못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국가기관도 믿지 못합니다.

 

천문학적 갈등관리 비용 쓰는 불신 사회

 

그래서 민원과 탄원과 투서와 고소·고발과 소송이 난무하고, 판결을 믿지 못하니 재판 불복이 다반사이고, 언론을 믿지 못하니 가짜뉴스가 언론처럼 횡행하고, 의사를 믿지 못하니 인터넷에서 직접 치료법을 찾고, 스마트 시대인데도 미신을 숭배하고 점집은 성황을 이루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성적인 선거운동보다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TV토론에 나가는 것입니다. .

 

흔히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 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신뢰도가 높은 사회는 담장이 없어도 안전하다고 느껴 불안하지 않지만, 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담장을 높게 세우고도 불안하여 담장 위에 철조망이나 유리 조각을 꽂아두어야 안심하게 됩니다. 그게 불신의 비용입니다. 신뢰도가 높은 사회에선 사소한 약속은 말로 해도 되지만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선 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아두어야 안심하게 됩니다. 그게 모여 불신의 사회적 비용이 되는 겁니다.

 

불신에 따른 사회비용은 엄청납니다. 2013년에 나온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적 신뢰의 결여로 한 해에 최대 246조 원을 갈등관리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했으니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귀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믿을 수 있다는 답변이 2014년에는 74%였으나 2024년에는 56%로 뚝 떨어졌습니다.

 

 

왜 많이 배우고 출세한 먹물들일수록 염치가 없어질까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낮은데 택배기사가 길가에 물건을 부려놓은 채 다른 곳으로 배달을 가도 훔쳐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카페에서 테이블에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그걸 보고 놀란다고 하지요. 어떤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사람에 대한 신뢰는 낮지만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뢰는 높아서 그렇다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우리에겐 체면 의식이 있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적에 이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귀한 손님이 오셔서 전이라도 부치면 할머니는 꼭 이웃들과 조금씩이라도 나눴습니다. 손님이 사탕 봉지라도 들고 왔으면 다만 몇 알씩이라도 동네 사람과 나눴습니다. 손님이 오는 걸 봤고 전 부치는 냄새가 나는데, 혼자만 먹는다고 손가락질하고 흉이라도 볼까 할머니는 무척 신경을 쓰셨는데, 그게 체면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하던 고 전우익 선생의 말씀이 공동체 의식이고 체면 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신분이 높아지고 출세할수록 그런 의식이 사라지나 봅니다. 사회 신뢰도 조사를 보면, 많이 배운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항상 낮게 나옵니다. 국회의원이 그렇고, 판검사가 그렇고, 의사가 그렇고, 기자들이 그렇습니다. 출세할수록 염치는 사라지고 얼굴을 두꺼워지는 게 한국의 먹물들인가 봅니다.

 

스스로 신뢰 갉아먹는 가짜뉴스 발원지 재래식 언론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매년 전 세계 40여 국가를 대상으로 각 나라의 국민이 자기 나라의 언론매체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조사하여 보고서를 냅니다. 그걸 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에 항상 꼴찌 수준입니다. 한국인들은 한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가장 불신받는 매체로 언론 불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늘 당당합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반성과 성찰은 없고 불신을 강화하는 일만 반복됩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들은 특정 주식을 산 뒤 호재성 기사로 주가를 띄우는 주가조작으로 돈벌이를 하다 들통났습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때문에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허위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담합이라도 했는지 기자들은 그걸 그대로 베껴 가짜뉴스를 살포했다가 언론 불신을 자초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들은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고자질하듯이 한국의 사정을 알리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내정간섭’ 보도를 했다가 ‘그게 언론이 할 짓이냐’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 모두가 여론을 의도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하거나 과장한 ‘가짜뉴스’입니다. 그런데도 가짜뉴스를 방지하는 목적의 징벌적 배상이나 허위조작 정보 처벌에 반대하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이른바 재래식 언론이 가짜뉴스의 발원지가 되고 온상이 되고 있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이고, 신뢰할 수 없는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는데도, 부끄럽다며 성찰과 자정을 말하는 기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 국회 신뢰도 오르고 법원 검찰 떨어진 이유는?

 

탐사 보도에 권위가 있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은 매년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게재합니다. 2025년 10월의 기사를 보니, 대통령(청와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최저치(10점 만점에 2.75점)를 기록했는데 이재명 정부에선 5.24점으로 껑충 뛰어 조사대상 기관 중에 가장 높았고, 만년 꼴찌를 기록하던 국회에 대한 신뢰도 높아져 여전히 불신 구간이긴 하지만 4.19점으로 대법원(4.11점)보다 높았고, 검찰 신뢰도는 3.06점으로 조사대상 기관 중에서 꼴찌였습니다.

 

2025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 출처: 시사IN

 

간략하게 말하자면,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신뢰는 높아졌고, 검찰과 법원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습니다. 국회가 아니라 여야를 나눠 정당별로 신뢰도 조사를 했다면, 국회 불신의 귀책 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 시시비비가 분명하게 드러났을 겁니다. 다음 조사에서는 국회 신뢰도와 별도로 여야 정당별로 신뢰를 묻는 조사를 하면, 양비론의 정치 혐오에서 탈피하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검찰 신뢰도가 꼴찌로 추락한 이유는 수사로 정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피의자를 협박하여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객관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적을 제거하려는 마녀사냥 수사를 하고 정치적 기소를 한 사실이 드러나도 사과도 반성도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라는 민심이 분노로 표출하는 와중에도 수사권을 놓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리고, 법 왜곡죄 도입에는 막무가내로 반대합니다. 검사 선서문에 있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는 그저 선서문에만 존재하나 봅니다.

 

법원 불신 자초해 놓고 사과 한 마디 없는 조희대 대법원장

 

법원 신뢰도가 뚝 떨어진 데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공(?)이 가장 큽니다. 2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이재명 선거법 사건은 어느 쪽에서도 불복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판결이고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초고속으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의 정적’ 이재명의 대선 출마를 봉쇄하려고 주도한 결정이었습니다. 판결이 아니라 정치였고, 광장의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파기환송을 배당받은 고법 재판부는 공판 기일을 지정했다가 광장의 분노에 놀라 대선 이후로 재판을 연기했지요. 애초에 대법원이 그래야 했습니다. 법원 불신은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겁니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
 

같은 사건이라도 판사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이 다르고 형량이 다를 수 있지만, 그 편차는 상식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결이 예측 가능하고 판결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판결문에 솔로몬의 지혜나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 인식이 담기면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저절로 높아집니다. 반대로 친위 쿠데타 내란을 성경 읽겠다고 촛불을 훔친 행위에 비유하는 판결이나 ‘공천 주라는데 말이 많네’라는 대통령 당선자의 육성 증거가 있는데도 정상적인 공천이었다는 판결은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판결입니다. 마녀사냥이 명백한 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유죄로 화답하는 판결을 존중하라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재판소원이든 법관 증원이든, 사법부 개혁이 당위가 된 건 윤석열 늪에 빠진 ‘조희대 코트’가 자초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개혁에는 반대합니다. 국민을 위해서라는데, 그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들이 언론 윤리를 신의성실하게 준수하면 징벌적 배상을 두려워할 일이 없듯이 법관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하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신호를 지키고 교통법규를 지키면 과속 난폭 운전을 할 수가 없고, 단속 카메라가 곳곳에 있거나 말거나 신경 쓸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 4명 중 3명이 불신하는 ‘믿음의 교회’

 

교회 권력을 감시하는 독립 매체인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보면, 교회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75.4%였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신동식·이상민)이 올해 1월 초에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에 절반은 한국 교회를 극우로 인식했고, 그 이유로 △12·3 계엄 옹호(64.5%)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타성(58%) △권위주의 옹호(43.7%) △폭력적인 언어와 폭력 선동(43.3%)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국 교회에 대한 높은 불신에는 누구보다도 전광훈, 손현보 같은 극우 성향 목사와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하여 부와 명성을 얻은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책임이 클 겁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개신교 내부에서도 언론에서도 지식인 사회에서도 그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초한 것이고, 사법 개혁은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초한 것이고, 언론 개혁은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초한 것인데, 내부에서는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나올 뿐 성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집단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재할 이유도 잃게 됩니다. 신뢰가 생명인데 그들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 검찰, 법원, 교회를 불신의 늪으로 밀어 넣는 범인은 그 집단의 내부에 있습니다. 지금은 반발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 송요훈 기자 >

 

"이렇게 신뢰 없고 국민 외면 받은 적 있었나"

악의적으로 국민의 선택권 빼앗으려 해
희귀한 법해석으로 내란 수괴 풀어주고
생중계 중 사실과 다른 양형사유 읊조려

조희대 "개별 재판 악마화" 엉뚱한 얘기
후임 대법관 공백 현실화 속 노태악 퇴임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져"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갑작스러운 대변혁으로 국민에 해가 없는지 심심사숙고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16. 3. 3 연합
 
 

법원 공무원 노동조합이 얼마 전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과 관련, "대법원의 무능을 개탄한다"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해 눈길을 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3일 성명을 내 "3개 법안을 구체적으로 적용함에 있어 일정 정도의 부작용 또는 악용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전제한 뒤 "그 보다 우선 대법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극도의 무능력에 개탄과 실소를 보낸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우리 사법제도 하에서 법원이 국민들로부터 이토록 신뢰받지 못하고, 철저히 외면 받은 적이 있었던가"라고 되물었다.

 

법원본부는 이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악의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권을 빼앗으려 했다"며 "희귀한 법해석으로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주며, 생중계된 선고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가 물리력 행사를 자제 시켰다'는 사실과 다른 양형사유를 읊조렸다"고 비판했다. 법원본부는 또 "법무부 장관 등 내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하는 등 국민정서와 시대정신에 어긋난 재판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과 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 및 구속 취소,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 등을 들어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법원본부는 또 "법원은 향후 '사법개혁 3법'의 시행과 관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등 이후 추진될 국회의 사법제도 관련 입법에 대해 특위 등 협의체를 만들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노태악 대법관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노 대법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6.3.3 연합
 

조 대법원장 엉뚱한 변명으로 책임 회피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조 대법원장의 출근길 발언에 대해서도 "사법신뢰 추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 깨닫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사법개혁 3법 관련 질문을 받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사법개혁의 추진 동력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 사법부와 협력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며 반박한 바 있다.

 

법원본부는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직후부터 조 대법원장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조 대법원장은 정치의 격랑 속으로 뛰어 들어가 대통령 후보를 날리려 하다 실패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사퇴하는 것이 맞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사법부는 거기서부터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제청이 지연되는 상황과 관련해선 청와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내심을 갖고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다음과 같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은 동의를 얻어 할 것이다. 사법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명을 다하겠다. 다만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시기를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해왔듯 대법원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일부에서 사법개혁을 하는 이유가 국민의 신뢰도가 낮다고 하고 있다.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와 교류 협력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 있겠나.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 미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5%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47%를 기록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물론 우리가 높다는 게 아니고, 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는 국민의 기대 수준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수치에) 만족하자는 게 아니라 어떤 제도를 평가할 때는 객관적으로 좋은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부족한 점이 뭔지 (찾아)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에 대해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심사숙고해달라."

 

국민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 근본적인 불만을 제기한 것을 개별 재판 결과를 두고 악마화한다고 엉뚱하게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6.3.3 연합
 

후임 없이 물러난 노태악 대법관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 불신 이어질 것"

 

한편 조 대법원장이 무능하거나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는 사안 중 하나가 대법관 공백 사태다.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임기를 마치고 퇴임식을 가진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 메시지를 통해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노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며“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가운데서도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한다”며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지만,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3월 취임한 노 대법관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조 대법원장 등을 겨냥한 '뼈있는' 지적으로도 들린다. 

 

한편, 노 대법관 후임에 대한 임명 제청이 늦어지면서 대법관 공백은 현실이 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노 대법관 후임 후보 4인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지만, 40일 넘도록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사법부가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어느 쪽이 누구를, 다른 쪽은 다른 누구를 선호해 의견 차이가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총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면 운영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관 13명 중 한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쟁점이 첨예하게 맞붙는 사건에서는 의견이 6-6으로 첨예하게 맞설 경우 심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 임병선 기자 >

 

조희대, 거취 압박에 사퇴 거부…“헌법 부과한 사명 다하겠다”

민주 "스스로 돌아볼 줄 몰라, 거취 속히 결정해야" 압박 지속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사법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법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국회 본회의 통과와 맞물려 여권의 사퇴 압박까지 받는 상황에서 ‘중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법원장 직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사법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은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 입법 활동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번 더 심사숙고해주시길 국민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조 대법원장은 “일부에선 사법개혁 이유가 국민 신뢰도가 낮아서라는 평가도 있다”고 언급한 뒤, 한국갤럽·세계은행·월드저스티스프로젝트(WJP) 등의 사법 신뢰도 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한국이 미국·독일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에 대해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거나 이런 식으로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르는 조 대법원장은 거취를 속히 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

 

전국시국회의 ”트럼프, 당장 전쟁의 광기 멈춰야"

전국목회자 정평 '국가 테러리즘"규정하고 규탄

”미국, 이스라엘의 끝없는 점령 야욕 비호"
”정부, 불법 전쟁에 가담·동조 말라" 요구
'도발성' 주한미군 서해 공중 훈련도 비판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란 공습은 명백한 불법적 무력 침공이며,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다. 주권 국가에 대한 일방적 군사 공격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등의 원로와 활동가들의 연대기구인 '국민주권사회대개혁 전국시국회의'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의 이란 불법 공격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살해 사태에 대해 이렇게 비판하고 "힘의 논리로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중동 전역을 전면전의 문턱으로 밀어 올릴 뿐이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 03. 01 [AFP=연합]
 

시민단체들 "불법적 이란 무력 침공 규탄"
전시국 ”트럼프, 당장 전쟁의 광기 멈춰야"

 

전국시국회의는 규탄 성명에서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각자의 국내 정치 위기를 전쟁으로 돌파하려 한다면, 이는 세계 평화를 볼모로 한 무책임한 도박이다”라면서 "전쟁은 지도자가 시작하지만, 그 참혹한 결과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는다. 어떤 정치적 계산도 민간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시국은 최근 주한미군의 '도발성 서해 훈련'과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면서 "미국의 무분별한 군사 침략과 패권적 군사전략은 중동을 넘어 동아시아까지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 세계를 향해 무력을 휘두르는 미국은 지금 당장 전쟁의 광기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군의) 군사적 행보에 대해 신중히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도 '칼로 보습을 만들라"란 긴급 성명서를 냈다. 전국목정평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권 국가 이란 침공과 정권 교체 책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들 두 나라의 군사 공격을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악한 전쟁범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노동자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3.2 연합
 

”미국, 이스라엘의 끝없는 점령 야욕 비호"
전국목정평 '국가 테러리즘"규정하고 규탄

 

전국목정평은 ”이스라엘의 끝없는 점령 야욕과 이를 비호하며 서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결합하여 무고한 민중들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며 ”주권 침해와 살상을 정당화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국목정평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 대이란 모든 군사행동 중단하고 "침략군"을 철수하라 ▲ 이란과 서아시아의 평화는 외부의 무력이 아닌, 해당 지역 민중들의 자결권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불법적 전쟁에 가담, 또는 동조하지 말라 등을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도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인류의 평화와 중동의 안정, 한 나라의 주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군사 침략”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군사행동 즉각 중단, 철수를 요구했다.

 

28일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중부사령부 소속 해군 장병들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 72)의 비행갑판 위에서 항공기를 대기 지점으로 유도하고 있다. 2026. 02. 28 [AP=연합]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주권과 평화를 짓밟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적 이란 침공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는 "선제폭격은 국제법상 침략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으며, 국제평화국(IPB) 및 한국 파트너 단체들도 "이란 공격을 즉각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라”고 미국·이스라엘에 요구했다.              < 이유 기자 >

 

트럼프의 침략에 '축전' 보내는 한국 언론

 

이란 독재자 제거한 전격적 결단인 듯 예찬
노골적 편향 아니라도 미국에 감정이입 많아
'미국은 주권국가 침략해도 된다'는 강변까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전개한 이란 '불법 공격'을 전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요약하자면 대체로 ‘37년 독재자 제거 성공’으로 모아진다. 트럼프가 철권통치를 휘두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없애는 성과를 올렸다는 한국 언론의 다수의 보도는 트럼프의 승전에 마치 '축전'이라도 보내는 듯한 논지다.

 

물론 많은 언론이 불법성이 분명한 이번 침공에 대해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정당하지 않다”는 경향신문이나 “미국이 외교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공격으로 전세계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한 한겨레의 사설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진보 계열의 신문들 외에 다른 언론들도 노골적인 미국 편향의 논리를 눈에 띄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실질적으로 미국 측의 논리를 대변하는 내용과 제목들이 넘쳐난다. 다수의 기사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혼란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이 국제질서의 불가피한 현실인 듯 제시한다. 미국의 기습 침공의 이유를 이란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포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오만의 중재 등에 의해 미국-이란 간에 핵협상의 중대한 돌파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가볍게 무시된다. 추락하는 국내 정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점도 거의 주목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2일자 머릿기사. 
 

조선일보는 2일자 1면 머릿기사에 <단 한 번 공습에 37년 철권 통치 끝냈다>는 제목을 내걸었다. 단 한 번의 공습으로 수십 년 간의 독재 정치를 종식한 미국의 막강 군사력과 트럼프의 전격적인 결단을 칭송하며 축전이라도 보내는 듯하다.

 

이는 다른 상당수의 언론들에서도 보이는 시각이다. 연합뉴스도 1일 속보를 내보내면서 <美·이스라엘 전격공습에 하메네이 폭사…37년 철권통치 무너졌다>고 했다. MBC의 실황 중계 방송에서 앵커는 내내 “이란 신정 정부에 의한 이란 국민들의 대규모 학살이 있었다”고 해 그같은 학살이 트럼프의 침공을 초래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여러 신문과 방송의 기사들은 제목에서부터 국내 언론들이 이 전쟁의 양측 중 어느 쪽에 서서 이 사태를 바라보는지가 드러난다. <마두로 축출 두달 만에…더 과감해진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사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에 이어 또 다른 성공을 이뤄낸 것으로, ‘과감한 결단’으로 포장하고 있다. <反개입 외치다 군사행동·정권교체까지…트럼프 '힘의 외교' 본격화>는 외교를 포기한 힘의 노골적인 행사를 마치 외교의 한 방식인 것으로 이름 붙여 준다. <'이란 정권교체 승부수' 트럼프발 정세 격변…평화·혼란 기로>라고 해 트럼프의 도발을 ‘대담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침공을 ‘충돌’이라고 표현한 것부터가 제대로 된 명명이랄 수 없다. 상호 간에 대등한 전쟁의 발발 책임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충돌’이라는 말은 일방적인 침공을 받은 것에 맞서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교전의 양상을 제대로 설명하는 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작년 '12일 전쟁' 후 8개월 만에 다시 양국 군사적 충돌>이라는 기사 등에서 ‘충돌’로 표현한다. 나아가 이스라엘 국방부가 발표한 대로 ‘예방적’ 공격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 쓰고 있다. 마치 이란 측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미리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방어 차원에서 기습을 벌인 듯이 ‘예방’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쓰고 있다.

 

최소한의 시비에 대한 판단도 없이 마치 운동경기를 관전하듯 서술하는 태도도 보인다. 한국일보는 “국제 사회의 혼란과 불확실성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법치와 규범이 사라진 자리에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제3자의 눈으로 보듯이 담담하게 서술한다.

 

이 정도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대당 3조원 '침묵의 암살자'…이란 공습 투입 B-2 폭격기는>라는 뉴시스의 기사는 수많은 인명 살상을 부르는 전쟁 무기를 첨단 상품처럼 자세히 소개한다. 이 기사는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으로 꼽히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를 전격 투입했다면서 “지하 깊숙이 숨겨진 적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고 해 미군의 정예폭격기의 성능을 예찬하며 그 위력이 증명됐다고 했다. 이 폭격기를 ‘이번 작전의 주인공’으로 부르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항속 거리와 무장 탑재 능력, 중간 기착지 없이 공중급유만으로 전 세계 어디든 24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으며, 재래식 폭탄은 물론 핵무기까지 탑재가 가능한” 이 폭격기의 투입은 이란의 지하 탄도미사일 시설을 확실히 제거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해 주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붙인 이번 공습 작전 명인 ‘장대한 분노(Epic Fury)’의 분노는 미군 측의 희생에 대해 주로 쓰인다. <‘장대한 분노’ 향후 시나리오는…‘베네수엘라 모델’ 희망에도 리스크는 크다>는 국민일보의 기사 등에서 그 같은 미국에 대한 ‘감정이입’이 보인다. 이 기사는 ‘트럼프의 전격적인 군사 작전 명령’으로 ‘37년 철권통치 하메네이 제거’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미군이 3명이나 사망하고 보복이 예고되면서 ‘장대한 분노’ 작전의 리스크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쓰고 있다. 이란의 여자초등학교가 폭격당해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죽음을 당한 처참한 피해가 전해졌지만 그같은 학살에 대한 분노보다 트럼프가 미군 3명이 전사한 것에 복수를 다짐하면서 드러낸 분노에 더욱 주목하는 것이다. 연합뉴스TV의 <탄약재고 비상으로 트럼프 추가작전 부담>이라는 기사도 탄약 부족으로 인한 트럼프의 곤란한 사정에 대한 공감이 보인다.

 

이번 공습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란 공습 직후 긴급 시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너무 쉽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보다도 우호적인 것은 한국의 상당수 언론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우호적인 시각을 넘어 트럼프와 미국의 침략 행위에 박수를 보내고 독려까지 하고 있다. 이 신문이 2일자에 실은 <[기자의 시각]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칼럼은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인 응원가다. 이 칼럼은 “세계 무대에서 냉혹한 힘의 논리를 표현한 것이었다”고 전제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일부 내려놓았다고 해도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면서 초강대국인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 나라 대통령은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칼럼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과의 관계 복원 움직임을 지적하려는 의도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의 침략 행위에 면죄부를 보내는 듯하다. 이 칼럼은 대담하게도 미국은, 혹은 트럼프는 주권국가를 침략해도 되는 나라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믿는 언론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칼럼이다.   

                                                                                                     < 이명재 기자 >

 

'투키디데스 함정' 피하려면 미군 철수 검토해야

한반도, 미·중 충돌의 직접적 전장 될 우려 커져
한미 동맹 틀 유지하면서도 재설계 필요

 

결국 트럼프가 이란을 공습했고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엄청난 사건이 시시각각으로 터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8일 밤, 서해 상공에서는 또 하나의 긴장이 스쳐 지나갔다.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 서해안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중국 전투기의 근접 위협을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같은 해역에서 같은 패턴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장면들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어떤 원리를 떠오르게 한다.

 

투키디데스 함정, 그리고 주한미군이라는 인계철선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간 전쟁을 정체를 다음과 밝히면서 교훈을 남겼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신흥세력 아테네가 부상하면서 그에 따라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교훈을 중시한 하버드대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최근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지난 500년간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6개의 사례 중 12번은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고, 단 4번만 평화적 권력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충돌은 본토가 아니라 제3지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반도는 그 조건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말은 '미군이 없으면 한국은 불안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과 핵 억지의 현실, 그리고 미국의 기술안보 이해관계와 동아시아 군사 전략을 직시하면, 이 주장은 허구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한국을 미·중 충돌의 자동 전장으로 만드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방전략(NDS)은 북한 재래식 전력에 의한 위협을 가능한 한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력에 따라 주한미군 태세와 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2026.1.26. 연합
 

보이지 않는 위협 ㅡ 미군 기지의 생물학적 위험

 

미군 주둔의 위험을 논할 때 흔히 간과되는 차원이 있다. 바로 생물학적 위험이다. 이미 2015년,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무단 반입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17년과 2018년에도 생물학적 시료의 추가 반입 사실이 드러났다. 미군 측은 '불활성화된 단백질'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극소량으로 분산 반입된 방식이 생물학적 효능 검증을 위한 실험의 정황과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군이 JUPITR(주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방어 목적의 감시체계라 하더라도, 그 기반에는 생물학적 작용제의 연구와 탐지 역량이 집적되어 있다. 문제는 전시 상황이다. 미·중 충돌이 현실화되어 한반도의 미군 기지가 공격 대상이 된다면, 기지에 집적된 생물학적 물질의 유출과 확산은 재래식 폭격 피해를 훨씬 능가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물학적 작용제는 한번 유출되면 통제 범위를 벗어나며, 한국 민간인이 가장 먼저, 가장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게 된다.

 

주한미군 기지는 단순한 군사 시설이 아니다. 평시에는 사고 위험을, 전시에는 생물학적 재앙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 구조물이다. 이 차원의 위험은 '미군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주장이 외면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재래식 전력은 이미 한국이 북한을 압도한다

 

한국군은 이미 북한군을 압도하는 수준의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첨단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정밀타격 능력, 정보·통신 체계는 북한의 노후 장비와 비교할 수 없다. 북한은 병력 수와 포병에서 일정한 위협을 유지하지만, 질적 격차는 메울 수 없다. 수도권이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있다는 지리적 취약성은 실재하지만, 이것은 미군 지상군 주둔으로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밀 타격과 선제 무력화 능력으로 대응해야 할 군사적 과제다. 따라서 재래식 전쟁에서 한국군이 미군 없이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핵우산, 상징은 크지만 신뢰는 불확실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다. 미국은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 본토가 핵 공격 위험에 노출될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핵 보복을 실행할지는 불확실하다. 냉전 시기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한국 역시 같은 딜레마에 놓여 있다. 핵우산은 정치적 상징으로는 크지만, 실질적 보호책으로서의 신뢰성은 본질적으로 제한적이다. 주한미군 수만 명의 존재가 이 근본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이 직접 핵을 보유하는 것은 이미 26기의 핵지뢰와 같은 핵발전소 때문에 전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제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참가한 지대지미사일 현무 2024. 10. 1 연합
 

미국은 군대 없이도 한국을 지킬 이유가 있고 능력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미국의 대한(對韓) 개입 동기는 주한미군 주둔 여부와 별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해군함정 기술과 배터리 산업은 미국의 기술패권 전략과 직결된다. 한국이 적대 세력의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에게 단순한 동맹 상실이 아니라 핵심 기술 공급망의 붕괴를 의미한다.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더라도 한국 방어에 개입할 압도적인 전략적 유인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개입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해관계를 군사적으로 표현한 형식에 가깝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억지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은 주일미군 기지를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 환영하고 있으며, 오키나와·요코스카·이와쿠니 등의 기지망은 한반도 유사시 신속 대응의 발판으로 충분히 기능한다.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력망의 B-52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이지스 전투함은 한반도에 미군이 상주하지 않아도 강력한 장거리 억지 효과를 발휘한다.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장거리 무력은 지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전쟁 억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 이제 선택이 아닌 과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은 군사 전략적으로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한다. 유사시 미군이 자동으로 전쟁에 끌려 들어오게 만드는 정치적 장치다. 이것이 미국의 개입 의지를 강제하는 측면에서는 동맹 관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의 어떤 군사적 마찰도 즉각 한반도를 전장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이미 수많은 원전 그리고 송전망이 자리잡고 있는 초고밀 초위험 사회다. 산불만 나도 전력계통에 패닉이 올까 노심초사하는 나라다. 2월 18일 밤 서해 상공의 긴장이 낳을지도 모르는 작은 불꽃이 언제고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군 철수는 단순히 '안보 부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미·중 충돌의 직접적 전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한국군은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안보 이해관계로 인해 주한미군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방어에 관여할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 일본 기지를 포함한 장거리 억지력은 충분히 유지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중 충돌의 자동 연루 구조에 묶여 있을 전략적 이유는 없다.

 

물론 미군 철수가 곧 고립이나 방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미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지상군 주둔의 형태와 규모를 재설계하는 방식, 즉 또 다른 의미의 '전략적 유연성'의 확보가 핵심이다.

 

엘리슨 교수의 분석에서 전쟁을 피한 4가지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세력 균형의 명확성과 유연한 외교였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 자체를 벗어나는 것, 그것이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한국 안보의 진정한 위협은 미군 철수로 인한 공백이 아니라, 핵 억지의 불확실성과 미·중 충돌의 전장으로 전락할 위험이다. 이제 미군 철수를, 동맹의 약화가 아닌 한국이 스스로의 전략적 운명을 설계하는 출발점으로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

 

이란 초등학교 폭사 165명 "책가방 나올 때마다 절규"

토요일 오전 교실서 수업 듣다 '날벼락'
맨손 구조 속 사상자 속출, 96명 부상
혁명수비대 기지로부터 600m 떨어져

이란 외무 "학살이자 전쟁 범죄" 규탄
미군 "민간인 피해 심각, 조사 중" 밝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파돼 붕괴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마을의 여자 초등학교 현장에서 시신 및 생존자를 찾는 작업이 1일도 계속된 가운데 한 남성이 책가방과 공책을 발견해 동료에게 건네고 있다. 다른 사진들에는 중장비가 동원된 모습이 보이긴 하는데 대부분 맨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고 있다. 어린 아이의 한쪽 팔과 손이 흙더미 안에 파묻힌 참혹한 사진도 눈에 띄지만 쓰지 않는다. 2026. 3. 1 미나브 마을 AP 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습 과정에 파괴된 이란 남부의 여자 초등학교 붕괴 현장에서 숨진 사람이 165명으로 늘어났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당국은 전날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에 가해진 폭격으로 165명이 숨졌으며, 96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반쯤 무너져 내린 학교 건물에서 사람들이 거의 맨손으로 시멘트 덩어리를 치우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이 숨진 채 속속 발견되면서 딸을 찾으러 나온 엄마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다고 이들 기사는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이 이란 공격을 개시한 직후인 28일 오전 10시 45분쯤 여자 아이들이 다니는 이 초등학교는 수업 중 폭격을 당했다. 지역 당국은 당시 약 17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은 주 6일 근무하는 시스템이어서 금요일만  공식적으로 쉬며, 토요일에는 학교와 직장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  

 

이란 당국은 전날까지 현장에서 8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고, 영국 BBC도 최소한 10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망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28일(현지시간) 방영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마을의 여자 초등학교 폭발 붕괴 현장에서 촬영된 학교 건물 바깥 풍경. 어린 딸이나 친척 아이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여인들이 시신이라도 찾았다는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IRIB TV 화면 갈무리 AFP 연합
 

이란 매체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2층으로 보이는 학교 건물은 공습에 절반가량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주민들이 몰려들어 거의 맨손으로 시멘트 덩어리를 치우면서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여러 어린이가 숨진 상태로 속속 발견되고 있다. 현장 곳곳에는 책가방 등 어린이들이 쓰던 물건들이 나뒹굴었다.

 

SNS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학교 마당에는 딸을 찾으러 나온 엄마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 모습도 담겼다.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어떤 경위로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폭격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 학교가 이란의 군사시설로 보이는 곳 근처에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기지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 문제의 학교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단순한 침략 행위가 아니라 전쟁 범죄라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1일 학교 공격에 대해 "학살이자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WP에 "현재 진행 중인 군사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이런 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임병선 기자 >

 

 

전쟁에 남는 것은 언제나 무너지고 찟긴 삶
트럼프 결단·압박 거래 도구 여겨지면 안돼
한반도는 이란과 달라 글로벌 재앙 비화할 수

국제법 훼손과 동맹 균열 부를 암담한 미래
다른 나라의 미래 폭격으로 재단할 수 없어
미국 보일 건 군사적 우위 대신 도덕적 절제

 

전쟁은 언제나 거대한 명분을 앞세운다. 자유, 안보, 질서, 동맹, 억지력. 그러나 폭격이 시작되는 순간, 그 모든 단어는 먼지가 된다. 남는 것은 무너진 건물과 찢긴 삶,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죽음이다. 오늘 우리는 미국의 이란 침공을 둘러싸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인류 보편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이었는가.

 

미국은 스스로를 ‘국제질서의 수호자’라 부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류애의 보편적 기준에서 보자면, 군사적 선제행동은 가장 마지막에 선택되어야 할 수단이다. 외교적 노력은 충분했는가? 다자적 합의는 존중되었는가? 국제법적 정당성은 온전히 확보되었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미국의 행동은 결코 가볍지 않다.

 

1일,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이틀 연속 공습이 이어진 후, 이란 테헤란의 건물들 뒤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2026. 03. 01 [EPA=연합]
 

1. 선택적 정의와 반복되는 개입의 역사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위협’을 규정하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그 위협의 판단 기준은 일관되지 않다. 어떤 국가의 인권 문제에는 강력히 개입하면서, 동맹국의 문제에는 침묵한다. 어떤 핵 프로그램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폭격을 감행하면서, 다른 지역의 핵 보유는 사실상 묵인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국제질서의 도덕적 기반을 잠식한다. 정의가 힘에 의해 선택적으로 집행될 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패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류애의 보편성은 강자와 약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개입은 그 원칙을 반복적으로 훼손해 왔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단기적으로 특정 군사 목표를 달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역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었다. 중동은 이미 수십 년간 외부 개입과 내부 분쟁으로 고통받아 온 지역이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폭격은 평화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불신과 보복의 사슬을 강화한다.

 

폭격은 시설을 파괴하지만, 동시에 기억을 남긴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분노, 주권이 침해되었다는 집단적 상처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이런 기억은 극단주의를 키우고,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군사적 개입은 문제를 제거하는 대신 문제의 지평을 넓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2026. 03. 01 [EPA=연합]
 

2. 트럼프식 결단과 위험한 선례의 구조적 문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정책의 ‘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방식은 예측 불가능성과 강경함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협상과 압박, 그리고 돌발적 군사행동을 하나의 거래 도구처럼 사용하는 접근이다.

 

겉으로는 ‘강한 리더십’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국제정치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는 위험한 도식에 가깝다. 복잡한 역사와 종교, 지역 질서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흑백 논리로 재단하고, 압박과 타격을 통해 단기간에 해법을 끌어내겠다는 발상은 장기적 안정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방식이 문제인 이유는, 군사력이 ‘정책 옵션’이 아니라 ‘정치적 과시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적 위기, 지지율 하락, 선거 국면 등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이 활용된다면 국제질서는 지도자의 정치 일정에 종속된다. 이는 전쟁과 평화가 국민적 숙의나 국제적 합의가 아니라, 특정 권력자의 판단과 계산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군사행동이 반복되면 국제사회는 점차 둔감해진다. 처음에는 충격과 비판이 따르지만, 이후에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소비된다. 이런 일상화 흐름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무력 사용의 문턱이 낮아지고, 선제공격이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다음 결단은 훨씬 쉬워진다. 법적·도덕적 저항선이 점차 약화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북한을 떠올리게 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장사정포와 미사일, 핵무기 개발 문제가 얽혀 있으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만약 이란에서의 선제적 군사행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확산된다면, 북한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압박과 타격을 시도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겠는가.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추모하는 테헤란 시민들. EPA 연합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가능성은 선례 위에서 자란다. 한번 ‘성공한 모델’은 반복을 유혹한다. 특히 예측 불가능성을 전략으로 삼는 지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중동과 차원이 다르다. 인구 밀집도, 경제 규모, 군사 배치 상황 모두가 훨씬 복잡하고 치명적이다.

 

그 경우, 피해는 단지 북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수도권은 즉각적인 타격권 안에 있다. 수천만 시민의 생명과 산업 기반, 사회 시스템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 붕괴하면 그 파장은 세계 경제 전체로 번진다. 전쟁은 더 이상 국지적 사건이 아니라, 글로벌 재앙이 된다.

 

3. 국제법의 훼손과 동맹 구조의 균열

 

국제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힘의 자의적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법과 다자주의 체제를 구축해 왔다. 무력 사용은 자위권 행사나 명백한 국제적 합의가 있을 때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강대국이 독자적 판단으로 군사행동을 반복한다면, 국제규범은 점차 형해화된다. 규범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힘이 규범을 대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국제질서 전반에 구조적 불안을 초래한다. 약소국은 생존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될 가능성에 대비해 억지력을 강화한다. 이는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핵무기 보유의 유혹을 키운다. 미국이 억제하려는 바로 그 위협을, 미국의 선제적 군사행동이 정당화해 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또한 동맹 구조 역시 심각한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은 동맹을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동맹은 일방적 통보의 대상이 아니다. 군사적 충돌이 동맹국의 영토와 시민을 직접적 위험에 노출시킨다면, 그 결정은 숙의와 동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맹은 협력체가 아니라 종속 구조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군사적 결단을 내린다면, 그 파장은 치명적이다. 전쟁의 1차 피해자는 한국 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결정권이 외부에 있다면, 이는 주권과 동맹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다. 동맹은 보호의 약속이지, 위험의 전가가 아니다.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역시 군사적 대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는 다극적 힘의 균형 위에 서 있다. 미국의 일방적 행동은 역내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고, 대리전 혹은 확전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국제 체제 전반의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국제법의 약화, 동맹의 균열, 군비 경쟁의 가속화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한다. 강대국의 자의적 군사행동이 과연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가. 인류애의 보편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4. 인류애의 기준과 미국의 역사적 책임

 

미국은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다. 그 힘은 단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책임을 동반한다. 더 큰 힘은 더 큰 절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란 침공은 절제보다 과시의 인상을 남긴다. 인류애의 보편적 관점은 분명하다.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미래를 폭격으로 재단할 권리는 없다. 체제 변화나 정책 수정은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내부의 변화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폭격은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사회를 강화하지는 못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결단이 미국 내부의 민주적 통제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전쟁은 행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적 토론과 의회의 승인, 투명한 정보 공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속전속결식 군사행동은 민주주의적 숙의를 우회할 위험을 내포한다.

 

비판은 단순한 반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다자적 협상의 복원, 군사적 옵션의 엄격한 제한, 지역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힘은 빠른 해법처럼 보이지만, 평화는 느린 축적의 결과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단지 중동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국제질서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이며, 한반도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다. 힘의 정치가 일상화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진다. 인류애의 보편적 기준은 단순하지만 엄격하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그 생명은 동등하게 존엄하다. 강대국의 전략적 계산이 약소국 시민의 삶보다 우선할 수 없다.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의 리더를 자임하려 한다면, 먼저 보여야 할 것은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도덕적 절제다. 폭격의 능력이 아니라 자제의 능력이다. 전쟁은 버튼 하나로 시작되지만 그 상처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인류애는 묻는다. 당신의 힘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 그리고 그 힘은 인간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떳떳이 답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침공도 정의로 포장될 수 없다.                                < 박철 기자 >

 

 

“점령보다 참수, 폭격”···트럼프의 ‘21세기 신제국주의’

 

이란의 저항이 판 가를 강대국 분할통치 미래
“점령보다 참수, 영토장악보다 폭격”이 ‘묘수’?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끈 ‘세 가지 전략적 변화’

핵, 이란의 방어태세 약화, 미국의 적극적 공조
‘묘수’ 실행의 첫 번째 사례가 ‘베네수엘라 침공’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의 오웰 세계

 

3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에 있는 연방 건물 앞에서 이란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행진과 집회에 참여한 군중이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란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 작전으로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3월 1일 공식 확인했다. 2026.3.1.EPA 연합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고위직을 역임하고 다트머스대 데이비드슨 국제안보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스티븐 사이먼은 28일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이 피해 온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했다며, 그가 터부(금기)를 깨고 그것을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으로 탈바꿈시켰다(turned a broken taboo into a method for a new era)고 했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미국에게 금기가 된 것은 이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오일 쇼크(유가 급등)의 위험, 그리고 확전(escalation)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수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사이먼은 썼다.

 

3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으로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언론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의 정치 및 군사 지도자들과 탄도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 공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26.3.1.AFP 연합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끈 ‘세가지 전략적 변화’

 

그런데 그런 금기를 깨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적 변화가 있었다면서, 사이먼은 그 첫 번째로 이란 핵문제를 들었다. 지난해 6월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동원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로 정밀타격한 뒤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이란은 절대로 핵을 가질 수 없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지난해 그때 이미 “완전히 파괴됐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절대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주장과 모순되는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에겐 그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것은,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미국은 본토 직접 공격 회피라는 금기를 이미 깨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사이먼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했는지 여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확인할 수 없다며, 이란의 농축핵 위치와 규모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5월 이란이 핵폭탄 1개를 만드는데 충분한 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데 “아마 1주일도 안 걸릴 것”이라고 했고, 이번 이란 공격 직전까지 진행된 핵 협상에 참여한 미국팀 대표도 그런 경고를 했다. IAEA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그 3개월 전인 6월 13일 기준으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 440.9kg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핵탄두 10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데, 60% 농축 우라늄을 무기급인 90%로 순도를 높이는데 몇 주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집요하게 주장한 것은 이란의 핵 보유를 자국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는 핵 보유국 이스라엘이었다.

어쨌든 트럼프는 이번 공격 직후에 이란이 조만간 핵을 가지게 놔 두진 않겠다는 것을 공격 명분의 하나로 삼았다.

 

3월 1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및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피살 이후, 이라크 시아파 무장 단체 지지자들이 바그다드 그린존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 한 시위자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있고, 진압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배치되었다. 2026.3.1. 로이터 연합

 

3월 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지지하는 시위 도중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6.3.1. AP 연합
 

두 번째 전략적 변화-이란의 방어태세 약화

 

사이먼이 얘기한 두 번째의 전략적 변화는 이란의 ‘방어 태세’(deterrent posture)와 관련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계산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의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을 비롯한 지난 1년간의 지역분쟁으로 이란이 지원하던 이른바 ‘저항의 축’ 네트워크가 약화되고 방공망이 축소되면서 계산이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궤멸작전을 펼치면서 레바논과 시리아, 예멘 등 인근 국가들의 이란 지원 조직들, 특히 그 핵심 인물들을 사전에 잠입시킨 첩보원들 도움을 받아 정밀타격 공습으로 차례차례 제거해 와해시켰다. 그런 조직들이 무너진 것도 이란의 ‘방어 테세’ 약화의 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6월의 ‘12일 전쟁’ 때 이란 본국의 방공망과 핵 시설들도 궤멸적 타격을 받았다. 이란의 ‘방어 태세’가 허술해졌고, 반격능력도 약화됐다는 ‘전략적 변화’가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는 카드를 꺼내 쓰도록 트럼프를 부추긴 요인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공격에서도 미리 침투시킨 첩보원들 정보와 공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트럼프도 밝혔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핵심인물들과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최고간부들이 정밀폭격에 희생된 것도 주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수행한 치밀한 이란 현지 첩보활동을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메네이 집과 집무실을 정확하게 타격한 것이 이스라엘의 폭탄인지 미국의 폭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추적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스러엘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미국이 공격 뒤에도 이란의 보복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때 이란은 사실상 보복을 포기했다. 보복할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 그것이 더욱 확연해졌다고 사이먼은 썼다.

이번 공격 뒤 이란은 공언해 오던 보복공격을 실행에 옮겼으나 판세를 흔들 만큼의 타격을 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월 1일 미국 댈러스 시내 딜리 플라자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서 어린이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항의하는 표지판을 들고 있다. 2026.3.1. AP 연합
 

세 번째 전략적 변화-미국의 적극적 공조

 

세 번째의 전략적 변화는 미국-이스라엘 동맹 역학관계의 변화다. 예전에는 이스라엘이 공격하면 말려들 것을 우려한 미국이 말리다가(또는 말리는 척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가담하면서 방향타를 잡는 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다. “백악관은 대결을 원했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공조했다”고 사이먼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크게 의식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이달 중순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9%, 지지하지 않는다는 60%였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레임덕 처지가 될 트럼프는 이런 추세를 뒤집어 놓을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 대중은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았다. 2월 말에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의 49%가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27%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공격을 감행했다. 여론의 역풍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해서 여론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는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가디언 3월 2일
 

“점령보다 참수, 영토장악보다 폭격”이 '묘수'?

 

사이먼은 그것을 “점령(occupation)보다는 참수(decapitation), 영토 장악(taking ground)보다는 폭격(bombing ground)”이라고 요약했다.

 

‘적지’를 점령하지 않고 ‘적’의 정치적 우두머리와 ‘적장’들을 죽이든 붙잡아 오든 제거한다. 그것도 지상전이 아니라 공습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정밀폭격을 통해. 말하자면 미군을 적진에 직접 투입해 전투를 벌일 경우 발생할 자국군 인명손실 위험을 피하면서 적의 지도부를 제압한다. 미군이 적진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투를 벌이고 점령한 뒤 통치하는 방식이 얼마나 큰 비용과 희생을 지불해야 하는지 미국인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 한참 전의 베트남전 개입 등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했다. 트럼프가 미국 역대 정권의 대외 전쟁개입을 비난하면서 자신은 전쟁을 막는 대통령이라고 선전한 것은 그런 식의 대외 전쟁개입에 대한 미국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개입은 대체로 실패로 끝났다.

 

‘묘수’ 실행의 첫 번째 사례 ‘베네수엘라 침공’

 

그런 난제를 해결해 줄 ‘묘수’를 트럼프는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격 체포작전에서 확인했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강력한 해공군력으로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봉쇄하고 첩보활동을 통해 마두로 체제 내부 및 마두로의 위치 정보를 파악한 뒤 방공망과 반격시스템을 선제공격해 ‘방어 태세’(deterrent posture)를 약화시킨 다음 소규모 특수부대를 투입해 최소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그렇게 해서 베네수엘라 지배세력 핵심인사들을 제거해 체제를 흔들어 놓은 다음 직접통치가 아니라 그 체제 내부나 반체제 쪽 유력자를 돈(경제력)과 무력(군사력)으로 포섭하거나 손잡고 대체권력을 만들어 조종하는 간접통치 방식을 구사한다.

 

국제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주권국가에 대한 트럼프의 이런 불법적인 대외 개입에 다수의 미국인들과 매체들이 환호했다. 비판도 거셌지만 미국사회가 그런 식의 개입 주체에 정치적 타격을 가할 정도의 비판의식과 조직된 힘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이 확인됐다. 그것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식 국익 우선 미국 제일주의 내셔널리즘의 ‘트럼피즘 마법’을 이기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

 

그리하여 베네수엘라식 정권교체와 반미체제 전복 및 친미체제로의 개조가 ‘묘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트럼프에게 심어 주지 않았을까. ‘묘수’란 스티븐 사이먼이 얘기한 바로 그 금기를 깬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turned a broken taboo into a method for a new era)이다.

 

스티븐 사이먼.   이코노미스트  2월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한 주요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이란 시민들의 대규모 반체제 시위와 최소 3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하메네이 체제의 잔인무도한 학살 진압, 그리고 그때 ‘다시 도우러 가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 등을 들었지만, 그것은 트럼프의 이란 직접공격 명분을 쌓는데 유리한 재료가 됐겠지만 공격의 주요 이유라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침공 때도 마두로 억압체제와 경제적 실패에 저항하는 베네수엘라 내부의 반마두로 운동과 정서를 침공 명분으로 활용했다.

 

1월 28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격은 사이먼이 말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긴 대표적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 침공이 첫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란이라는 나라의 무게와 지정학적 중요성, 개입의 후폭풍(국제정치경제적 파장) 등을 생각하면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최종 연습)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전에도 파나마, 그레나다, 니카라과, 칠레 등 트럼프가 말한 ‘서반구’에서 무수한 개입과 침공을 자행했다.

 

따라서 사이먼이 말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 즉 ‘묘수’란 트럼프가 되살려낸 미국의 ‘21세기식 대외 개입 방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그가 얘기한 ‘돈로주의’(Don-Roe Doctrine)의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 원유의 20% 이상이 유조선에 실려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자료사진. 2012년 1월 19일,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 남쪽에서 어부들이 유조선 앞에서 조업하고 있다. 2012.1.19. AP 연합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의 조지 오웰 세계

 

따라서 사람들은 이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즉 이번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그의 뜻대로 ‘성공적’으로 완결된다면, 미국은 장차 세계 곳곳에서 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을 써먹으려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21세기는 미국이라는 초대국이 자국 말을 듣지 않거나 자국 이익을 해치는 만만한 나라들을 골라 언제든 베네수엘라, 이란 개입방식을 적용해 순종하는 친미주의국가로 개조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만일 미국 혼자 하기 힘들면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국’들과 짜고,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했다는 ‘천하 삼분지계’식의 대국 분할지배를 시현해 보이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트럼프는 미국 역대 정권들의 대외 개입을 비판하면서 자신은 전쟁을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다수의 분쟁 종식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자랑하면서 노벨 평화상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가장 전쟁을 많이 하는 대통령 쪽으로 가고 있다.

 

바야흐로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조지 오웰의 ‘1984년’과 같은 거짓과 진실이 뒤집힌 시대가 21세기식 버전으로 또 다시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

 

이란의 저항이 판세 가를 강대국 분할통치

 

물론 그들의 뜻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이란이 트럼프의 계산을 뒤흔들어 놓거나 망쳐 놓을 정도의 저항력을 발휘할 경우 트럼프식 21세기 신제국주의는 그 출발선에서부터 좌절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베네수엘라와는 ‘체급’이 다른 중동의 강자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런 역량이 있을지에 달렸다.

 

뉴욕타임스는 3월 1일 하메네이 사망 사실이 확인된 뒤 테헤란 등의 일부 시민들이 환호하고 폭죽을 쏘아올리며 자축했고 거리의 자동차들까지 경적을 울리며 가세했지만, 하메네이가 사라진 “정권을 접수하라”고 선동했던 트럼프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체제 붕괴 때처럼 대다수의 이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구체제를 일거에 종식시키고 접수하는 사태로 발전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   나무위키

 

일부 관측통들은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정권과 함께 핵합의를 이끌어냈던 하산 로하니와 같은 온건 실용주의 개혁파 인사들과 손잡고, 마두로의 구체제 출신 인물인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손잡고 베네수엘라를 간접통치하듯 이란을 간접통치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당시 로하니의 개혁정책은 트럼프 정권이 전임 오바마 정권의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따라서 트럼프가 로하니와 손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트럼프 정권은 온건파든 급진파든 이란 대중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력 인물과 손잡고 베네수엘라식 간접통치를 하면서 중동의 반미 핵심국가 이란을 친미국가로 돌려놓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중동정세뿐만 아니라 국제 지정학적 구조 전체가 대변동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세계의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 한승동 기자 >

 

 

트럼프와 네타냐후, 이란 침략한 2인조 전쟁범죄단

 

결국 올 것이 오고야만 야만적인 '예방적' 공격
핵무기 없어서 침공당한 이란과 약육강식 논리
도심 심장부에 쏟아진 폭탄과 이란 민중 피눈물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서 전쟁 선택한 트럼프
박탈당한 민중의 자결권과 외세 식민통치 위험
이라크의 재앙을 망각한 트럼프 도박 실패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도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5. 12. 29 [로이터=연합]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두 극우적 전쟁범죄자의 결탁이 중동 화약고에 더 큰 불을 붙였다. 이른바 ‘예방적 공격’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번 이란 침공은 트럼프 2기 시작부터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였으며, 단지 ‘언제’ 실행되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이스라엘에게 이란 정권의 제거와 핵 개발 저지는 국가의 존망을 건 필생의 과제였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역사상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치켜세운 트럼프에게도 이 과제는 곧 자신의 과제이자, 중동 정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었다. 이 침공의 최전방에서 선동과 실무를 도맡고 있는 것은 단연 네타냐후다. 더구나 트럼프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의 정권 교체 시도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극도로 오만해졌다.

 

그는 항공모함 전단과 스텔스 전폭기들을 동원해 이란을 겹겹이 포위하면, 공포에 질린 테헤란의 지도부가 알아서 백기투항하며 무릎을 꿇을 것이라 기대했다. 트럼프가 요구한 것은 ‘외교’가 아니라 이란의 주권 전체를 포기하라는 ‘항복 강요’였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제국주의적 위협 앞에 굴복한다고 해서 공격이 멈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란은 ‘당장 맞아 죽을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말라 죽을 것인가’라는 가혹한 양자택일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반제국주의 사상가 질베르 아슈카르(Gilbert Achcar)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란 정권은 고통스러운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해 있었다. 워싱턴의 요구대로 항복하여 지역 내 억제력을 상실하고 하메네이 축출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 위기를 맞이하거나, 계속 버티다가 체제 전체를 위협할 군사적 타격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올린 사진과 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한 것을 백악관 공식 X 계정이 다시 올린 것이다. 2026. 2.28 AFP 연합
 

결국 이번 전쟁은 필연적인 수순이었고, 지난 수개월간의 지루한 협상은 단지 전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지 작업과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의 포성을 울리기 전에, 트럼프 역시 고민했을 수 있다. 이란은 베네수엘라처럼 지도자 한 명만 제거한다고 끝날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의 군사적 능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은 베네수엘라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자칫하면 미국을 또다시 끝을 알 수 없는 ‘이라크식 수렁’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불길한 화염은 결국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태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끝내 전쟁을 선택한 것은 이란의 핵 개발 때문이 아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침공당한 것이 아니다. 그 정반대로,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공격당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단 한 번도 핵무기를 가지고 실전 배치한 국가를 직접 공격한 적이 없다. 북한의 사례가 보여주듯, 핵은 사실상 제국의 침공을 막는 ‘생존권의 방패’로 작동해 왔다. 트럼프의 이번 침공은 전 세계 권력자들에게 다시 한번 '핵무기가 있으면 존중받고, 없으면 침공을 당한다'는 약육강식의 뼈아픈 교훈을 각인시켰다.

 

전 세계적인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더 큰 불씨를 남겼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이란 민중의 민주화 시위를 돕기 위해 폭격을 시작했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트럼프는 개전 직후 이란 시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마라. 밖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그 시민들의 머리 위로 정밀 유도 폭탄을 쏟아붓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학교 붕괴 현장에서 1일 주민들이 희생자들의 시신과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작업으로 잔해들을 치우고 있다. 2026. 3. 1 미나브 마을 로이터 연합
 

이번 작전은 지난해 있었던 미국-이란의 ‘12일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는 도시에서 떨어진 외곽의 핵 시설이나 군사 기지가 주요 타깃이었으나, 이번에는 정권 지도부를 직접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테헤란의 도심 심장부를 타격하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은 곧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다. 벌써 학교가 파괴되고 어린 여학생들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가자지구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학살의 반복이다. 이 파괴와 비극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사람은 하메네이의 빈 자리를 꿰차고 다시 왕정의 영광을 누리고 싶어 하는 팔레비 왕자뿐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200명이 넘었으며, 그중  절반이 아동이고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고 선택적이기만 하다.

 

서방 언론과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민간인의 피눈물에는 눈을 감은 채, ‘37년 철권통치의 종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하메네이의 사망에만 열광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력을 은근히 찬양하며, 서방 각국 정부는 트럼프에게 아부하듯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 바쁘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던 국제사회의 도덕적 파산은 가자 학살의 비극을 반복할 태세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이 무리한 전쟁을 감행했는가? 그 답은 이란이 아닌 트럼프에게서 찾아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다층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했다. 트럼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보편적 관세 전쟁은 미국 내 물가 폭등과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발만 불러오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까지 받았다.

 

다시 터져 나온 ‘엡스타인 파일’의 폭로는 트럼프 자신과 측근들, 공화당 인맥을 뒤흔들고 있다. 게다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과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의 확실한 참패 예고, 그리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오는 분열의 목소리를 잠재울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 전쟁은 트럼프에게 가장 달콤한 유혹이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발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연기를 사람들이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 지켜보고 있다. 2026.2.28. AP 연합
 

특히 조만간 예정된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란을 침공한 것은 명백한 메시지다. 베네수엘라를 본보기로 보여주었듯,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은 누구든 물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공갈 협박’을 중국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려는 계산이다.

 

하메네이의 죽음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국민의 정당한 시위를 살인적으로 진압했으며, 외세의 폭격이 시작되자 민중에게 저항과 연대를 호소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인터넷을 차단해 소통을 막았다. 스스로의 정당성을 부정한 독재자의 마지막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미 오랜 시간 이란 체제 내부의 균열을 파고들어 협조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해 왔던 게 분명하다.

 

이미 하메네이의 경쟁 세력인 ‘무자헤딘 에 할크(MEK)’가 ‘임시 정부’를 구성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에게 이란의 미래가 팔레비식 왕정 독재의 복구인지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더 강력한 군부 독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미국에 석유와 이익을 보장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를 ‘꼭두각시’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이 과정에 가장 뼈아픈 것은 이란 민중이 스스로의 힘으로 독재자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자기 결정권’을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로 망명한 이란 민주화 활동가 시야바시 샤하비(Siyavash Shahabi)는 이렇게 말한다. "하메네이는 오랜 탄압, 학살에 대해 민중의 재판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우리는 항상 정의를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그의 정책으로 파멸한 이들의 이름 앞에 세워진 법정 피고인석에서 그를 보고 싶었다."

 

 

제국주의의 폭탄은 하메네이를 죽였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 이란 민중이 수십 년간 갈구해 온 ‘정의로운 심판’의 기회마저 함께 날려버렸다. 이는 민중의 승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식민주의적 통치 기획의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승리감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2003년 이라크를 기억한다. 당시에도 사담 후세인 정권은 단기간에 붕괴했고, 부시 대통령은 42일 만에 화려하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정학적 대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라크는 내전과 테러의 생지옥으로 변했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많은 미군의 목숨을 쏟아붓고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지금 트럼프와 네타냐후도 스스로 이 전쟁의 목표나 ‘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 전체를 점령할 것인가? 친미 괴뢰 정권을 세우는 게 가능할까? 미국의 여론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란 시민들이 과연 순응할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불명확한 상황에, 그들은 유엔의 승인도, 의회의 동의도 없이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도박을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가격 폭등과 세계 경제 위기, 그리고 전면적인 중동 전쟁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진정 필요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제거’의 대상은 무고한 민중의 피를 제물 삼아 권력을 유지하려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다. 우리 모두가 살 길은 저 2인조 전쟁범죄자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뿐이다.

                                                                                     < 전지윤  기자 >

 

트럼프 ‘기만 전술’ 논란…이란 공습 명령 뒤에도 ‘협상’ 뉘앙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 때부터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다가 이날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워싱턴/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작전 최종 실행 명령을 내린 시점이 실제 공격 시작 10시간 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하달 직후에도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기만전술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점도 확인됐다.

 

2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린 시각은 미 동부시각 기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38분(이란 현지시각 28일 새벽)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공격은 명령하달 약 10시간 뒤인 28일 새벽 1시 15분(이란 현지시각 오전 9시 45분)에 개시됐다.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을 승인한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라고 명확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지난달 27일 오후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린 뒤에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의 물밑 접촉을 암시하거나 외교적 해법이 남아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미군 당국은 이 기간에 항모전단을 재배치하고, 미 본토에서 비(B)-2 폭격기를 출격시키면서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이란이 미국의 의도를 ‘속도전’이 아닌 ‘협상용 압박’으로 오판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란 지도부는 대규모 공습 직전까지도 협상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인식했던 거로 보인다. 공습 전날인 27일 협상 중재국인 오만의 외무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비축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면 사찰에 합의하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평화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고 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도 3~5년간 우라늄 농축을 1.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하고 있었다.

 

공습이 개시된 28일 아침(이란 현지시각)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최고위 군사·정보 지도부 다수는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이 자리에 핵협상을 직접 지휘하던 이란 국방위원회 서기 알리 샴하니도 있었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회의 의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도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습은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자행됐다”고 비난한 배경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일(현지시각)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알링턴/AP 연합
 

공습은 사이버 사령부와 우주 사령부가 먼저 나섰다. 이들이 이란의 통신 및 감시 자산을 교란한 뒤, 100여대의 항공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퍼부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47년간 이란 정권은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쟁을 벌여왔다”며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아래 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작전의 목표가 단순한 보복을 넘어, 이란의 핵무장 야욕을 뒷받침하는 재래식 군사 능력과 해군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메네이 사망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이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했다”고 확인했다.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개전 57시간 만에 국지적으로 제공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전 과정에서 일부 손실도 발생했다. 미군 당국은 “밤사이 작전 중 미 공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3대가 추락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케인 의장은 “해당 전투기들의 추락은 적의 대공 공격에 의한 피격이 아닌 비전투 손실로 파악된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전투기 추락이 우군의 오인 사격이라고 밝혔다. 승무원 6명은 모두 안전하게 탈출해서 회복 중이라고 중부사령부는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의 종료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작전 기간을 묻는 말에 “4주든 2주든 6주든, 앞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다”며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가 언급한 기간을 고정된 시한으로 보지 말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