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86건, 국방부 76건, 경찰청 36건 국방부 신군부 76명 무공 훈포장 무더기 철회 박종철 고문치사 강민창·박처원·이근안 취소 경찰청 남민전 사건 관련 포상 29건 등 포함
5·18 민주화운동 진압·삼청교육 관련자 진행 중
1975년 11월 22일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에 대해 언론에 직접 브리핑을 하는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공안수사국장. 이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렸던 유학생들은 40여년 만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는다. 유신시대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 뉴스타파
김기춘 중앙정보부 공안수사국장은 1975년 11월 22일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신 정국의 한복판에서 교포 유학생 20여 명이 간첩으로 몰려 무더기로 기소된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툭하면 발표됐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재판 결과 유학생 4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10여 명도 무기징역 등 중형이 언도됐다. 민주화 이후 감형되긴 했으나 다수가 10년 이상 옥고를 치러야 했다. 2010년대 들어서야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들의 법적 명예가 회복됐으나 잃어버린 청춘을 보상받을 순 없었다.
수사를 지휘해 피해자들에 의해 '조작 주역'으로 지목된 김씨는 나중에 검찰총장과 국회의원(3선)이 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일세를 풍미했다. 그는 수사 결과 발표 이듬해에 공안수사 업무 수행 전반에 공로를 세웠다는 이유로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다.
정부가 2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포상 취소를 의결했는데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1970~1990년대 대형 실적으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 다수 포함됐다. 이날 결정된 포상 취소 총 198건 중 86건(43%)이 국정원 소관(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 그 중 간첩조작 사건이 19건이었다. 포상이 취소된 인물 167명 가운데 71명이 중정과 안기부 소속이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재심 무죄가 확정된 17개 사건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지적한 2개 사건 등 19개 사건에서 수사절차 위반과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 연루자에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바로잡기 위해 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과 함께 포상의 적절성을 검토한 뒤 당사자 사전통지와 공적심사위원회 개최 등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취소된 포상 가운데 국방부 소관 76건, 경찰청 소관 36건이었다.
이번 정부포상 취소는 지난 1월 보국훈장 등 11건, 3월 무공훈장 10건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4.1.24. 연합 자료사진
당시 사건에 관여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게 주어진 포상이 대거 취소됐는데 정작 수사를 지휘한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의 이름은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법무부는 김씨가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한 공로로 1970년대 받은 훈장의 취소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정원 추천으로 주어진 포상은 국정원이 취소를 요청하게 돼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수사 지휘자의 훈장 취소 요청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그 이유를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이 1976년 보국훈장을 받았지만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공적으로 수훈한 사실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민언론 민들레 등 각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김씨의 보국훈장 공적으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이 자주 거론됐으나 정작 공적서에 이 사건 수사가 기재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은 "현재 상훈법상 서훈 취소는 공적 내용이 허위인 경우에 한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국정원은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시 그가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긴 했지만 이 사건이 훈장 사유로 공식 기재된 것이 아닌 만큼 해당 훈장을 취소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너무 기계적으로 자구에만 얽매인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정원도 이번 포상 취소 명단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영수 행안부 의정관이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현재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서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재심 무죄사건 등을 확인하거나 기존 취소사건 관련 수훈자를 발견하면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서훈 취소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훈이 취소된 사건 중에는 신군부 집권 초기인 1981년 전남 보성의 명망가인 봉강 정해룡 일가 30여 명을 간첩단으로 조작해 멸문에 가까운 비극을 초래한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 담당자들에게 주어졌던 상훈도 포함됐다. 또, 김성식·민병두 전 의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제헌의회(CA)그룹 사건'(1987), 미국과유럽에 유학한 학생들을 북한에 포섭된 간첩 혐의로 수사한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도 들어 있다.
이날 발표 현장에는 국방부와 경찰청 당국자는 참석했지만, 국정원은 불참해 행안부가 대신 피해자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김영수 의정관은 "국정원은 브리핑 참석이 불가하여 (발표문을) 행안부가 대독한다"며 "국가정보원은 당시 인권 침해로 고통받으신 당사자 및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2·12 군사반란 주역인 34인의 신군부 육사 기수와 당시 계급, 생존 여부, 안장정보 등을 나타낸 표.(정성일 제공) 2026.5.8
취소 목록에는 1979∼1981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상계엄 업무 관련자 76명에게 수여된 무공훈장·무공포장 76건과 1960∼1990년대 간첩조작사건 등 관련자 91명에게 수여된 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122건이 포함됐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과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수여된 정부포상도 취소됐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2·12 군사반란 중요임무 종사자 10명에게 수여된 충무무공훈장을 취소한 데 이어 1980∼1981년 무공훈장과 무공포장을 부당하게 받은 76명을 추가로 확인해 취소 절차를 밟았다. '국가안전보장 유공'으로 서훈받은 42명은 근무 경력과 당시 대간첩 작전 기록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공훈장 수여 요건인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이나 무공포장 수여 요건인 '국토방위에 대한 헌신·노력'에 해당하는 공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12·12 군사반란 성공을 기념하며 전두환과 함께 보안사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조홍, 최석립, 백운택에 대한 충무 무공훈장이 포함됐다. '계엄업무 유공'으로 서훈받은 34명도 상훈법상 거짓 공적에 해당한다고 국방부는 판단했다.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국헌문란 및 내란행위로 사법적 평가가 확정됐고, 계엄사령부와 예하 부대에서 수행한 업무도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과 내란에 조력한 행위여서 서훈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는 서훈 일부가 취소됐다고 해서 국가유공자 자격이나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1993년 2월 선고공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청 소관 36건은 훈장 15건, 포장 3건, 대통령표창 12건, 국무총리표창 6건이다. 이 가운데 1979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80여명을 검거한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 포상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관련 포상 2건, 서울대 무림사건 3건, 함주명 간첩사건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관련 포상 각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취소 대상에는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에게 수여된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국선장과 홍조근정훈장 등 4건이 포함됐다.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받은 녹조·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표창 2건 등 4건도 취소됐다. 이근안에게 수여된 국무총리표창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청은 장관 표창 51건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처원·이근안·강민창에게 취소되지 않은 서훈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재심 무죄나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된 사건과 관련해 수여된 서훈은 이번에 모두 취소된다"며 "장기근속 표창 등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취소를 포함해 이근안에게 수여된 7건의 정부포상은 모두 박탈됐으나 강민창은 8건, 박처원은 11건이 남아 있다. 여태수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약 10만건의 정부포상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재심 무죄 사건을 중심으로 검토했고 현재 민주화운동 탄압, 인권침해,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사건 등을 대상으로 포상 173건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포상을 대거 취소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누적된 왜곡을 잘 정리했다"고 밝혔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국무회의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서훈 취소 대상자들이 더 있을 수 있는지'를 묻는 자신의 말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사를 하고 있고 더 살펴볼 예정"이라고 답하자 "잘못되거나 반론에 부딪히지 않게 꼼꼼하게 파악해 잘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국민을 죽여서 받게 된 훈장을 지금까지 유지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46년이 지난 현재 바로 잡혀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망을 피해 여전히 훈장을 유지하고 있거나 처벌받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5·18 진상규명을 이어가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극정 5·18 부상자회 회장도 "5·18 당시 시민군을 진압한 사실만으로 국가의 서훈을 받은 것은 유가족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며 "국가가 그들에게 표창·서훈을 내렸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남식 5·18 공로자회 회장은 "시민군을 짓밟은 계엄군을 지휘한 신군부 세력에 대한 잔재 정리가 덜 된 탓에 현재까지 왜곡과 폄훼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스타벅스' 판매촉진 행사, 5·18 조롱 응원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양재혁 5·18 유족회 회장은 "서훈 취소 결정은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5·18은 시간이 흘러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이날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받은 167명과 198점에 대해 무공 훈·포장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76명은 1980∼1981년 12·12 군사반란, 5·18, 계엄 업무 관련으로 포상받았다.
강호필 이시원 전무근 등 사흘째 4명 영장 기각 세 피의자 모두 검찰 출신, '담장 너머 이웃' 배려? 심 영장 "박성재 지시로 합수부 검사 파견 검토"
종합특검 청구한 17명 중 6명 구속, 11명 기각 3대 특검 넘긴 참고인 등 영장 예외 없이 '퇴짜' 일부선 때 만난 듯 "수사 기한 연장 명분 퇴색"
12·3 비상계엄 내란 가담 및 즉시항고 포기 관련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6.7.16 연합
비상계엄 내란 가담 및 즉시항고 포기 관련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사흘 연속 종합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일부 언론은 '때가 왔다는 듯' 종합특검이 무능하다고 타박했다. 아울러 특검 수사 기한 연장의 명분이 퇴색됐다고 호도하기도 했다.
부동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심 전 총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로 "변소(변론) 취지 및 수집된 증거 등에 비춰 증거 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수사 및 재판 중 사건 진행 상황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무곤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에 대해서도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영장도 기각됐다. 세 사람 모두 검찰 출신이다. 담장 너머 법원이 내란 불똥이 튈까봐 검찰 고위직에 대한 영장들을 줄기각한 것 아닌가 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퉈 볼 여지가 있고 수사 경과와 피의자의 태도, 다른 형사 재판 출석 상황 등에 비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심우정 영장 "박성재 지시 받고 합수부 검사 파견 검토"
2차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 팀은 지난 14일 심 전 총장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계엄사 합수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했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했다. 내란 이후 588일 만에 이뤄진 것이라 만시지탄이란 반응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등 10명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박 전 장관이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심 전 총장과 세 차례 통화했는데 이를 두고 박 전 장관이 심 전 총장에게도 합수부 검사 파견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재판부도 앞서 진행된 박성재 전 장관 재판에서 심 전 총장의 내란 가담이 의심된다고 봤다. 박 전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심 전 총장에게 전화해 검사 등 인력 파견을 지시했으며, 심 전 총장이 소관 부서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쯤 심 전 총장에게 전화한 후 심 전 총장→대검 공공수사부장→대검 공공수사부 공안수사지원과장→법무부 공공형사과장 순으로 잇따라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심 전 총장이 조은석 내란 특검 조사 과정에 "대검 공공수사부장에게 중범죄 재판 같은 경우 군사법원으로 관할이 이전되는데 계엄이 안 풀리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를 토대로 "피고인 박성재가 심우정에게 비상계엄 선포 효과에 관한 사항을 언급해 심우정이 대검 공공수사부장에게 그와 관련된 지시를 하게 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각주까지 달아 당시 수원고검장, 수원지검장,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대검 과학수사부장 등의 통화 기록을 밝히며 "이는 수원고검 관내 검찰 인력이 내란 행위에 따른 조치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심 전 총장은 또 계엄 선포 직후 군사법원 관할로 가는 범죄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대검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비상계엄 포고령을 적시한 뒤, 그 아래 재판 및 수사 관할을 정리한 것이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이후 대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 '계엄이 실제 진행되면 군사법원 관할로 가는 범죄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심 전 총장은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 주가조작 등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입건돼 특검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번 구속영장에는 일단 이 내용이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민 다수는 지귀연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뒤 즉시항고나 재항고를 포기한 심 전 총장이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에 대해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 대목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심 전 총장의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는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직권 남용)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총장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부 파견 검토 등은 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인 대응 차원이었을 뿐 가담한 것이 아니며, 즉시 항고 포기 또한 법리적 검토를 토대로 내린 판단이라는 취지다.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전무곤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6.7.16 연합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 문건 작성 및 관할 논의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무곤 전 검사장 역시 단순 관할 검토를 내란 가담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되는 등 ‘친윤 검사’로 꼽힌다. 계엄 당시에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심 전 총장을 보좌했다.
양측의 주장을 모두 검토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심 전 총장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14일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전날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어 심 전 총장, 전 전 검사장 등 사흘 연속 네 사람의 영장이 기각됐다.수사 기한 막바지 청구한 구속영장들이 잇달아 기각됐다. 지난 2월 출범한 종합특검팀은 지금까지 1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6명만 영장이 발부됐다.
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16일 밤 11시쯤이었다. 다음날이 제헌절 공휴일이라 그런지 공인들의 반응이 눈에 띄지 않고 온라인 댓글이 시끄럽다. '하 기가찬다, 짜증난다, 가지가지한다, 내란범' '아직도 대한민국은 내란범 청산 중.. 어찌 끝날지 기대됩니다' '사법부가 내란을 엄벌해야지 이러면 개나 소나 다 내란 일으키지 사법부가 지켜주는데' '사법이 존재할 이유가 퇴색하는것 같다' '기각할게 따로있지 나라의 공동체를 파괴하려 했던 내란범을 기각?' '같은 동네라고 검찰은 기각이냐!!!'
고(故)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 순직 사건 기밀 누출 의혹과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7.15 [공동취재] 연합
종합특검팀은 수사 막바지에 구속영장 청구나 공소제기를 집중하는 '헤비 테일'(말미를 무겁게) 전략에 따라 수사 기한 막바지 영장 청구를 몰아서 하고 있는데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6명을 제외하고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이 국회에 요청한 '수사 기한 3차 연장'도 연이은 영장 기각으로 명분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오는 24일 종료된다. 특검팀은 국회에 '수사 기한 3차 연장'을 골자로 하는 특검법 연장을 요청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만 남겨뒀다.
연합뉴스는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이 심 전 검찰총장과 전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의 신병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무리하게 수사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종합특검은 특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도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기존 처분을 뒤집고 수사를 재기했지만, 법원에서 혐의 소명 부족으로 잇달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앞선 특검의 공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철저히 검찰 출입기자의 시선이다. 법조계 카르텔이 잇따라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아닌지 추적하고 검증해야 할 언론이 검찰총장 등 고위직들에게 무리한 영장을 청구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은석 내란특검이 무혐의 처분했던 안성식 전 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과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에 대해 종합특검은 보완수사로 혐의를 확인했다며 수사를 재기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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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영 특별검사가 25일 과천 사무실에서 윤석열ㆍ김건희에 의한 내란ㆍ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 현판식을 마치고 특검보들과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6.2.25 연합 자료사진
종합특검은 내란특검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던 김명수 전 국군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대해서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당시에도 법원은 "주된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종합특검팀이 내란특검팀의 판단을 뒤집고 입건한 피의자 중에서 신병 확보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종합특검팀이 번번이 내란특검팀의 처분과 어긋나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개적으로 갈등이 표출되긴 했지만 일부 언론이 이를 확대하고 과장하는 측면도 부정하기 어렵다. 대표적 사례가 비상계엄 당시 후속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한 조성현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다.
종합특검이 조 대령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하자 내란특검 팀은 입장문을 내고 조 대령이 "본인이 야기한 불법 상태를 짧은 시간 내에 스스로 제거했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수사를 놓고도 종합특검팀이 "내란특검팀은 수사한 게 하나도 없다"고 발언했다가 내란특검팀이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종합특검팀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내란 수사 국면에서 협조해 사실상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던 인물들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내란특검팀 참고인 조사 당시 유의미한 진술을 했던 현역 군인들이 종합특검팀에 입건됐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일까지 있다. 피의자로 입건한 기존 참고인들과 관련해 유의미한 수사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나온다. 이에 따라 남은 의혹을 수사해야 할 종합특검이 3대 특검 수사 결과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면서 3대 특검의 공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종합특검법 개정안에도 '3대 특검과 다른 결정을 하거나 공소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3대 특검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앞서 법사위 논의 단계에서 내란특검팀은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종합특검이 내란특검의 불입건 결정을 번복해 입건했다"며 "3대 특검이 공소유지 중인 사건의 참고인을 종합특검에서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는 경우 해당 참고인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거나 기존 참고인의 진술조서가 공범의 피의자신문조서로 평가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될 우려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에는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합특검팀의 기존 수사 기간은 오는 24일까지다. 기존 수사 기간 만료를 10일가량 남기고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수사 기간 연장 명분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연합뉴스는 지적했다.
20일 영장심사를 받는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을 제외하고 종합특검팀이 지금까지 청구한 구속영장은 17건으로, 이 중 11건이 기각돼 기각률은 64.7%에 달한다. 내란특검팀의 영장 기각률이 46.1%(13건 중 6건), 김건희특검팀이 31%(29건 중 9건)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다만, 채 상병 특검팀의 기각률은 90%(10건 중 9건)다. 대검의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의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은 21.1%다. < 임병선 기자 >
원포인트 개헌도 무산됐는데 내란 세력은 복귀 최소한 합의도 못하는데 7공화국 갈 수는 있나 제헌절 의미 퇴색시키는 보완수사권 폐지 갈등 원칙 흔들린 검찰개혁, 예외가 원칙 파괴 하나 권력투쟁 속 정쟁화…숙의 할 수는 있는 건가
14일 서울 광화문스퀘어 대형 전광판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나오고 있다. 2026.7.14. 연합
대한민국 헌법 제정·공포를 기념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되새기는 제헌절이 18년 만에 공휴일로 부활했지만, 2026년 7월 17일 마주한 현실은 국경일이라는 단어에 담긴 '경축'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12·3 내란을 극복하고 시민의 손으로 국민주권정부를 출범시킨 만큼, 헌법 정신을 다시 세우는 일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제헌절에 국정과제 1호인 '국민 중심 개헌'을 강조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맞는 제헌절에도 개헌 논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그와 더불어 두 대통령의 탄핵을 겪은 6공화국을 넘어 새로운 7공화국에서 살게 될 것이란 기대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삐삐'(무선호출기)조차 없었던 1987년 헌법 체제에 머물러 있다.
그런 가운데 내란에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 강화,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에 대한 국가 의무 명시 등 정치적 합의가 가능한 최소한의 원포인트 개헌마저 지방선거를 이유로 무산시키더니, 윤석열 내란 정부에 부역했던 인사들을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부활시켰다. 윤석열의 체포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까지 방해했던 정치인들에게 12·3 내란은 이미 과거 한때의 실수쯤으로 취급되는 듯하다.
다행히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를 계기로 시민들과 청년층 사이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완전한 내란 청산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공원 시위를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들이 결집하고,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하는 현실을 보면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도됐던 원포인트 개헌은 향후 더 큰 개헌을 위한 '마중물'이자 최소한의 출발점이었지만, 그조차 무산된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 기후위기, 지역소멸, 선거개혁, 권력기관 개편, 국민 기본권 등 시대적 과제를 담아낼 전면 개헌을 추진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타임캡슐. 2026.6.25. 연합
제헌절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검찰개혁
더욱이 윤석열 정부 3년간 조작 수사·기소 등 법비(法匪)들의 만행을 지켜본 민주당 등 제정당과 시민사회가 '빛의 혁명' 광장에서 합의한 검찰개혁의 기본 정신조차 흔들리는 현실은 제헌절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불과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완수사권 '존치' 주장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의 핵심 원칙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완수사권이라는 '뒷문'을 열어 수사관이 그대로 남게 되는 공소청이라면, 어렵게 수사·기소 분리를 왜 하는 것이며 중수청·공소청은 왜 나누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검찰의 조작수사 사례, 보완수사 실패 사례에는 침묵했던 기득권 언론들이 검찰개혁 막바지에 이르러 유독 '장윤기 사건'을 보완수사권 존치의 근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데에 여당 의원들까지 호응하는 모습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사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우려되는 현장의 공백도 보완수사요구권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검찰의 폐단을 개혁하자는데, 경찰의 수사가 문제라면서 이를 확대하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피해자 보호 절차와 수사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지, 그것이 곧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할 이유 자체는 될 수 없다.
살인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했던 부녀가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일명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이들 부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장기 복역한 이유는 검찰의 조작 수사 때문이었다. 검찰은 지적 장애가 있는 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했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법원에서 확인됐다. 보완수사권 존치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하는 '정의로운' 형사부 사건에서도 조작이 이뤄진다는 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경찰 수사를 통제하거나 보완하는 절대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5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진보당 손솔 의원이 준비한 '수사 기소 분리 원칙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검토 및 의견' 문서가 놓여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2026.7.15. 연합
더군다나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등'이라는 표현을 남겨 예외를 확대할 여지를 두고 있다.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우려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정권 당시 검사들이 '등' 한 글자만 가지고도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의 자택 문을 '빠루'로 뜯어가며 명예훼손 혐의 사건까지 무차별적 수사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예외를 통한 원칙 파괴가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애초 검찰개혁은 정권의 하수인이 된 검찰이 기소권, 영장청구권,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됐다. 대통령도 탄핵하는데 검사는 잘못을 저질러도 탄핵은커녕 징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기소를 분리해 상호 견제하고 보완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 수사의 일부 문제를 이유로, 개혁 마무리 단계에서 사실상 수사권과 다름 없는 보완수사권을 부여하자는 것은 개혁의 원칙 자체를 흔드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은 원칙과 방향을 지키면서 현실을 놓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문제는 지금 여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논의가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숙의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로 원칙 자체를 흔든다는 점이다. 1987년 헌법을 넘어서는 일도, 검찰 권력을 헌법 정신에 맞게 재설계하는 일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권력은 분산되고, 서로 견제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원칙이 흔들린다면 공휴일이 된 제헌절은 그저 하루 쉬는 날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18년 만에 공휴일이 된 제헌절이 그다지 고맙지도 반갑지도 않은 이유다. < 김성진 기자 >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장 큰 약속 '나라법 만든 날'
[오늘의 토박이말] 나라법 만든 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나라법 만든 날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나라법 만든 날'입니다. 그림 속 국회의사당을 뒤로 한 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여 회의하는 모습과 함께 '헌법(나라법)'이라고 쓴 법전이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굳은 느낌의 글꼴로 된 법전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위에 온 백성이 평화롭고 공평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주춧돌을 놓았다"는 든든한 안도감과 뭉클한 자부심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가만히 피어오릅니다.
제헌절, 다시 돌아온 국경일
17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자 최고의 약속을 세운 뜻깊은 '제헌절'입니다. 1948년 7월 17일, 나라를 세우고 운영하는 가장 바탕이 되는 법을 만들어 널리 알렸습니다. 올해는 제헌절이 다시 국가기념일이 된 첫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나라 곳곳에서는 헌법의 뜻을 되새기는 기념행사와 전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평화롭게 지켜주는 이 고마운 날을 맞아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바로 '나라법 만든 날'입니다.
최고의 법을 가장 쉬운 목소리로 전하는 '나라법 만든 날'
아이들이 "제헌절이 무슨 날이야?"라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보통은 "헌법을 만든 날이란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시 묻습니다. "헌법은 뭐예요?" '제헌절'보다 '헌법'이 더 어렵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제헌'을 '헌법을 만들어 정함'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리고 '헌법'은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라고 아주 상세하고 엄숙하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어린이나 우리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안해 봅니다. 헌법을 '나라법'이라 풀어 쓰고, 제헌절을 '나라법 만든 날'이라 함께 불러보면 어떨까요? 나라를 어떻게 세우고 다스릴지,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지켜야 할 가장 크고 바탕이 되는 법이라는 뜻이 단번에 환하게 들어오지 않습니까?
어려운 이름 곁에 쉬운 풀이를 함께
'제헌절'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써 온 이름에는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헌절(나라법 만든 날)'처럼 쉬운 풀이를 함께 쓰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광복절'을 "나라 찾은 날", '한글날'을 "한글 기림날"이라고 풀이해 주듯, '제헌절'도 '나라법 만든 날'이라고 함께 풀어 쓰면 아이들도 뜻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은 뜻이 바로 그려질 때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쉬운 말이 더 많은 사람을 이어 줍니다
기림날(기념일)은 날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그날을 기리는지 함께 이해할 때 비로소 모두의 기림날(기념일)이 됩니다. 올해처럼 제헌절이 다시 국경일이 된 첫 해에는, 쉬는 날이라는 사실보다 나라의 바탕이 되는 법을 세운 날이라는 뜻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헌절'과 함께 '나라법 만든 날'이라는 쉬운 풀이를 함께 써 보기를 권합니다.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풀어 주는 일은 우리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우리말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아이가 "제헌절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또 '제헌절(나라법 만든 날)'처럼 어려운 한자말 곁에 쉬운 풀이말을 함께 쓰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려주세요.
[한 줄 생각]
"쉬운 말은 어려운 뜻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게 하는 다리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나라법 만든 날
뜻 : 제헌절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 쓴 말
쉬운 풀이 : 나라의 가장 큰 법인 나라법(헌법)을 만든 것을 기리는 날
보기: 올해 나라법 만든 날(제헌절)에는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나라법을 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 이창수 기자 >
'윤 탄핵 반대' 헌법학자들 강단에서 뭘 가르칠까
제헌절 앞두고 돌아보는 헌법학자들 '비상계엄은 합법' 윤석열 헌법 제대로 못배워 헌법이론·역사 제대로 못 배우면 '제2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인용됐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알려진 직후 서울 종로구 계동 헌재 앞에모여 탄핵 인용을 염원했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4.4 연합
17일은 제78주년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우리나라가 최고 규범인 헌법을 만들어 공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헌법이 있어야 국가가 있는 것이고 국가가 있어야 헌법이 있는 것이므로, 대한민국 헌법은 이 나라가 존재하는 법적 기초이다. 따라서 제헌절은 국기(國基)를 세운 것을 기리는 날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헌절은 1949년 국가기념일로 법제화 되어 1950년부터 공휴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주40시간 근무제(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공휴일이 많으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이유로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했으나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기고 국민들에게 정당한 휴식권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올해 법정공휴일로 환원했다. 18년 만에 원상 복구된 것이라 환영할 일이다.
더욱이 올해는 ‘재판소원제’가 국회에서 입법돼 시행된 원년(元年)이라는 의미에서 더욱 뜻이 깊다. 재판소원제는 지난 2월 27일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 12일 시행된 제도로 확정된 법원 재판이 헌법적 문제점을 지님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심사해 재판 취소까지 할 수 있게 한 헌법소원 제도이다. 대법원과 상당수의 정치인·법조인들이 재판소원제 도입을 반대하며 강력히 저항했으나 국회를 통과해 입법으로 실현됐다.
필자는 찬반 논란이 한창일 때 “재판소원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칼럼을 여러 차례 언론매체에 기고했는데, 그 때를 돌이켜보니 감회가 깊다. 당시 반대론자들은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결딴날듯 호들갑을 떨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큰 혼란 없이 운영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제도가 잘 정착돼 국민의 기본권이 사각지대 없이 ‘실효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이 책임감 있게 일해 주기 바란다.
헌법은 우리나라 법 중에서 최고의 기본법이므로 법치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헌법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국법질서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엄중한 소명의식을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몇몇 헌법학자들을 돌아보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와 앉는 헌법재판관들. 2026.3.26 연합자료사진
필자는 1976년 법대 1학년 때 김남진(1932~2025) 교수(단국대·경희대·고려대)로부터 헌법학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김 교수는 유신헌법에 실망했다며 나중에는 주로 행정법 강의를 맡았다. 지난해 작고하셨는데 젊은 시절 강단에서 헌법학의 의미, 헌법제정 권력의 개념 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시던 모습이 아련하다.
하지만, 당시 법대생들은 국가고시 합격 등을 목표로 박정희 정권이 만든 유신헌법을 암기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헌법학의 학문적 본령(本令)과 정수(精髓)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일부 법학자들은 유신헌법을 적극 지지하는 등 어용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특히 한태연(1916~2010) 교수(서울대·동국대·한양대)와 갈봉근(1932~2002) 교수(한양대·중앙대·동아대)는 유신헌법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며,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법대생들은 주로 문홍주(1918~2008) 교수(성균관대)와 김철수(1933~2022) 교수(서울대)의 저서로 헌법 과목을 공부했는데, 문 교수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헌법심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유신정권에 협력했으며, 제5공화국 헌법을 제정하는 데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철수 교수와 권영성(1934~2009) 교수(서울대), 한상범(1936~2017) 교수(동국대), 계희열(1936~ ) 교수 등은 유신헌법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부 학자는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엄혹한 독재체제에서 유신헌법을 비판하면 탄압을 받게 될 것이기에 아예 입을 다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헌법학자들이 저술한 헌법 해설서들에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헌법학자들에 대해서도 보자. 일부 헌법학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행한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거나 지지, 또는 묵인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허 영 교수(경희대·연세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사기탄핵’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헌법재판관들은 그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영수 교수(고려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불법이 아니어서 탄핵이 합당하지 않다면서 헌재 재판관 3~4인이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선택해 탄핵 소추가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차진아 교수(고려대)도 탄핵이 법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면서 탄핵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지성우 교수(성균관대), 이인호 교수(중앙대), 이호선 교수(국민대), 최희수 교수(강원대), 김상겸 교수(동국대), 정현미 교수(이화여대), 김학성 교수(강원대), 황도수 교수(건국대) 등도 탄핵이 부당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탄핵 반대의 입장을 취했고, 많은 교수들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반면 김선택 교수(고려대), 김종철 교수(연세대), 이헌환 교수(아주대), 임지봉 교수(서강대), 전광석 교수(연세대), 정태호 교수(경희대), 황치연 교수(홍익대) 등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법적으로 합당하다는 입장을 취했는데, 헌재가 이들의 견해를 수용해 인용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사전 심사를 통해 26건을 각하했다. 2026.3.25 연합 자료사진
학자들은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학문적 소신에 따라 견해를 밝힐 자유를 지닌다. 우리 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일부 헌법학자들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지지 또는 묵인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사회법 전공인 내가 보기로는 그렇다.
2025년 4월 4일 헌재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한 것도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이 명확하고 윤 대통령의 행위가 충분히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을 옹호·지지 또는 묵인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헌법학자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논리의 합리성 여부를 심각하게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껏 이들 가운데 판단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이들이 교단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헌법학을 왜곡·편향되게 가르치고 있지는 않을지 염려되는 바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서 “계엄선포권은 대통령의 절대적·전속적 권한이므로 12·3 비상계엄 선포는 합법이다”라고 줄곧 강변하는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아마도 그가 고시공부를 하며 헌법을 공부할 때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잘못 배운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말하자면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 ‘대통령의 영도자적 지위’, ‘통치행위론’ 등 오도된 궤변에 치중해 헌법을 잘못 배운 탓이라고 생각한다.
선생이 잘못 가르치면 학생을 망치게 되고, 그 학생은 장래에 나라를 망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헌법학자들은 젊은 학생들에게 헌법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정도(正道)와 정론(正論)을 가르쳐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학생들이 헌법을 학문으로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엉터리 궤변적 이론을 배우게 되면 나중에 사회지도층이 됐을 때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 이선신 기자 >
유시민 작가가 15일 “검찰개혁이 1년 넘도록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이날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이 대통령이 원치 않는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미디어 공론장에서도 보완수사권이란 이름으로 검찰에 수사권을 남기는 걸 본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 공약을 2022년때도 했고 이번(2025년 대선)에도 했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 ‘경찰이 너무 비대해지고 다른 견제 수단이 별로 없으니 일부라도 남겨놨으면 좋겠다’라고 판단할 순 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그러면서 “그러면 국민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책임성 있게 풀었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시키고 총리 시키며 지금까지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욕먹을 일은 밑에 사람 시키고, 인기를 얻을 일은 내가 한다’는 마키아벨리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이 대통령 생각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묻자 유 작가는 “생각이 없으면서 공약을 그렇게 한 건지 공약은 진심으로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생각이 바뀐 건지는 제가 안 따지겠다”면서도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1년 동안 이루어진 일을 보면 두 차례의 입법예고는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그러면서 “대통령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며 “저는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날 거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지배를 받으면 당이 망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권력 가진 대통령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 당은 해체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보완수사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예외적으로는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지만, 당내 검찰개혁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자 “결과는 국회에 맡길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에도 당내 검찰 보완수사권 논의를 두고 “정치적 슬로건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심윤지 기자 >
유시민 "이 대통령, 실패 · 참혹한 결과 가능성"
민주당 친명계 "망상 · 저주, 고사지내나" 반발
도올과 대담하는 이재명 후보 [연합]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유시민 작가, 도올 김용옥 선생과 새 정부의 과제 등을 주제로 대담한 영상이 15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2025.4.15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른바 재건축론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 확장 통합 기조를 비판했던 범여권 논객 유시민 작가가 15일에 재차 "이 대통령의 선택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본다"며 비판했다.
유 작가는 이날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이 대통령이 선택한 노선을 존중하는데 그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은 매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고, 본인에게도 나라에도 해가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처해야만 국민이 뭔가를 할 수 있다"며 "결국은 국민이 나서서 뭔가를 바로잡지 않으면 길이 없다"라고도 했다.
앞서 유 작가는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다"면서 이 대통령이 포용·통합 기조를 강조하며 중도·보수 확장에 나선 것을 '재건축'에 비유하며 비판한 바 있다.
유 작가는 이날도 재차 재건축론을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정당이 아니다"라며 "대통령도 상처받고 민주당도 엉망이 되고 진영은 폭파되고 아주 참혹한 결과로 귀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건축인지 재개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계 개편을 머릿속에 둔 것 같은데 옳다, 그르다를 떠나 필연적인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재건축', '재개발' 구상을 뒷받침하는 팀의 기획 수준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재건축(외연 확장)' 구상의 예로 '5·18은 성역이 됐다'고 발언했다가 사퇴한 이병태 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국민의힘 출신으로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전 의원 등을 꼽았다.
유 작가는 특히 검찰개혁 문제를 두고는 "1년 넘게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안도 대통령이 못 내게 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완수사권 일부를 검찰에 남겨 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욕먹을 일은 밑에 사람을 시키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기가 하는 '마키아벨리' 식으로 문제를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 이렇게 지체되는 데 이 대통령이 진짜 해명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또 6·3 지방선거 당시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SNS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원오 씨를 띄운 것은 불공정 경선"이라며 "'명픽'(이 대통령의 선택)을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개입한 게 많다"고 지적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일 때 대통령도, 민주당도 강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배를 받는 당은 망하고, 그 당은 해체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유 작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근거도 논리도 없는 개인 망상일 뿐"이라며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은 유시민 정치다. 대한민국의 성공보다 자신의 정치적 고집이 더 중요하다면, 이제는 국민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철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 작가가 결국 금도를 넘었다"며 "어떻게 동지라 불렀던 입으로 저주의 언어를 토해낼 수 있나. 이재명 정부의 필연적인 실패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송재봉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 실패하라고 아예 고사를 지낸다"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 박경준 오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