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윤석열측 주장 "이유 없다" 배척
특검 주장 받아들여 1심 유죄는 그대로 유지

1심 무죄였던 허위 PG 작성도 유죄로 인정
국무위원 심의 방해 일부무죄→전부 유죄로

허위 공문서 행사 혐의만 1심 무죄 판단 유지
"대통령 책무 버리고 혼란 가중…책임 중해"

민주당 "특검 구형 10년 못미쳐 아쉬움 남아"
"1심 5년 관대한 판결해…7년 선고는 당연"

진보당, 한남동 관저 간 국힘 45명에 "경고"
"민주주의 파괴하면 패가망신 교훈 세워야"

 

윤석열 '체포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항소심. 연합 자료사진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29일 '체포 방해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2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보다 형량이 2년 늘었지만, 특검이 구형한 징역 10년보다는 적었다.

 

특검 주장 받아들여 1심 유죄 그대로 유지
1심 무죄였던 허위 PG 작성도 유죄로 인정
국무위원 심의 방해 일부 무죄→전부 유죄

 

항소심에선 특검 측 항소 대부분이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전직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등과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삭제 지시한 혐의(증거인멸)를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에 불참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는 1심과 달리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국무위원 9명 중 소집 연락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은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국무위원 2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일부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에선 이를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무위원들의 위치, 현실적인 이동 시간, 국무회의가 이루어진 시각 등을 고려하면 미 국무위원들은 실질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이 불가능한 시점에 소집 통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윤석열)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의 신속성과 밀행성을 고려하더라도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논의가 모든 국무위원이 있는 자리가 아닌 일부 국무위원들만 있는 자리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해 국무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 병력이 사다리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피지(PG·프레스 가이던스, 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한 혐의(허위 공보)는 1심에서 무죄였지만,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PG 중 '대통령으로서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법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 '현재의 국정 마비 상황을 일단 타개하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목표였다' 등의 내용은 "객관적인 사정과 달리 해당 사항에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거나 불확실한 점이 있음에도 과장되거나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으로 하여금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허위공문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도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허위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만 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특검 측 항소를 기각했다.

 

 윤석열 '체포방해' 등 1·2심 주요 혐의별 판단 비교. 2026.4.29. 연합
자료 참고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선 "피고인의 그동안 경력과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사정은 '제한적으로' 고려함이 타당하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및 공용서류 손상 범행의 경우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비화폰은 통화기록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이 제한되는 등 사법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정 등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헌법은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방식으로 문서주의와 부서 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각 범행 중 국무회의 심의권 침해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범행 및 비상계엄 선포 절차 하자 은폐와 관련한 사후 부서 관련 범행은 이러한 절차를 위반했다"면서 "그 자체로 헌법 위반에도 해당하므로 그 위법의 정도가 크다고 보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1심 무죄에서 2심 유죄로 뒤집힌 허위 PG와 관련해선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저질러진 피고인의 잘못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외신에 제공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민의 알권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해 그 비난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체포영장 저지와 관련해선 "설령 수사권 등에 의문이 있다 하더라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를 해결하여야 함에도 물리력을 동원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집행을 저지하려 한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1월 1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대해 "국가공무원인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에게 위법한 지시를 해 자신의 보호를 위한 사병과 같이 사용하려고 한 것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국가공무원들인 공수처 검사들과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상황까지 초래하는 등 범행의 동기 및 결과에 있어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각 범행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등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책임이 중하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는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26.4.29. 연합
 

이날 선고는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받고 있는 8개 형사 재판 중 첫 항소심 판단이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의 첫 판결이기도 하다.

 

12·3 내란 본류 재판인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지 67일 만인 지난 27일 시작됐다. '채 해병 사건 수사외압 사건' 1심은 이날 첫 공판을 진행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허위 증언 사건'은 다음 달 28일 1심 선고기일이 지정됐다. 나머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도피 사건'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건진법사 만난 적 없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사건' 등은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재판부를 향해 "똑같은 사실 관계로 똑같은 판결을 이재명이나 민주당 정부 민주당 사람들에게 똑같이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스스로 한번 자문해 보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법리를 새로 창조했다"고 주장하며 "굉장히 실망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쨌든 법의 시간이기 때문에 법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특검 구형 10년 못미쳐 아쉬움 남아"
진보당, 한남동 관저 간 국힘 45명에 "경고"
"민주주의 파괴하면 패가망신 교훈 세워야"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항소심 선고 뒤 서면 브리핑을 내고 윤석열이 체포방해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이는 과도한 처벌이 아니라,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판단"라며 "다만 특검이 구형한 징역 10년에 미치지 못한 점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논평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정당한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가로막고 국가 권력을 동원해 수사를 무력화하려 한 행위는, 단순한 위법을 넘어 법치 자체를 부정한 중대한 범죄"라며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절차를 형식으로 전락시킨 행태 역시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폐기에 대해서도 "국가 문서의 신뢰와 사법 정의를 동시에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그는 "1심에서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된 징역 5년은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관대한 판단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최고 권력이 조직적으로 법 집행을 방해하고 헌정 질서를 훼손한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2심의 징역 7년 선고는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5.1.15. 연합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은 항소심 선고 뒤 서면 브리핑을 내고 1심보다 형량이 2년 가중된 데 대해 "경호처를 동원해 법 집행을 가로막고 '총 보여줘라'며 무력충돌까지 불사했던 무도한 권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면서 "상식적 원칙을 바로 세운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당시 내란 수괴의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로 달려갔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게도 엄중한 경고가 될 것"이라며 "진보당은 작년 1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김기현, 윤상현 등 관저로 달려가 내란 수괴를 육탄 방어했던 이들을 '을사 45적'으로 규정하고 내란선동과 공무집행방해, 범죄은닉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들 모두는 2차 종합특검의 명백한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법원이 윤석열의 체포 방해를 법치 훼손으로 규정한 이상, 그 범죄 현장에서 공범을 자처했던 45명의 의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오늘의 선고가 부실했던 내란 1심 재판을 바로잡는 서막이자, 그 부역자들까지 단죄하는 신호탄이 되길 강력히 촉구한다. 법 앞에 예외는 없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면 패가망신 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국무회의서 주권국가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전통적 우방 협력, 상호 존중, 상식·원칙 따라야"
한미 긴장 속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거듭 강조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인도와 베트남 국빈 방문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모두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현 국제정세에 대해 "중동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제와 안보의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대에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전략적이고 유연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핵심은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의 선택지를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베트남과의 전방위적 협력 강화는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 지평을 넓혀 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신흥국과 저소득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동맹 재정의…"의존 줄이고 선택 늘린다"
주권 국가의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이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과의 협력 또한 당연히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특정국을 콕 집지는 않았지만 '전통적 우방' 중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물론 70년 넘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의 틀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식과 원칙에 따라 당면한 현안을 풀면서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뭣보다 지난 70여 년의 한미관계에서 양국 간 '상호 존중'과 '상식·원칙'은 실종됐고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국과의 '진정한 우정'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엄중한 문제 제기로 들린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란 미명아래 그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한국은 '노우'라고 못 하고 무조건 맹종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관련 위협 상황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 틀 제시
"상호 존중, 상식과 원칙 따른 현안 해결"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지난 두 달의 이란전쟁 기간에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놨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중동 반출 논란 때는 "반대 의견을 냈다"(3월 10일 국무회의)고 했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 부담을 줄이겠다"(4월 2일 미 상원 의원단 면담)고 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비판(4월 10, 11일 X글)해 '영혼 동맹'인 미국을 불편하게 했고, 이란에 외교장관 특사를 보내고 50만 달러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북한의 '구성 핵시설'에 대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언급을 트집 잡아 미국이 정보 공유를 일부 중단한 걸 두고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다"(4월 20일 X글)라고 직접 나서 논란을 정리하기도 했다. '단발성' 행보가 아닌 것이다.

 

최근 한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식적, 고압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 대북 기밀 유출 주장, 쿠팡 사태 관련 한국 사법주권 침해, 작년 10월 한미 정상의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중 안보 합의 불이행 등이 그 대표적 이슈다.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23. 연합
 

한미 긴장 속 잇단 '자율 외교' 메시지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의지 거듭 피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6일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파병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나중엔 한국을 콕 집어 주한미군 '4만5000명'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지켜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발언들을 연신 내놓았다. 그리곤 정동영 '구성 핵시설' 발언을 문제 삼았고, 4월 13일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연계 의혹이 있는 극우 인사 미셸 박 스틸(70) 전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했으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1과 22일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실상 이 대통령의 '2028년 전작권 환수'를 겨냥해 "정치적 편의주의"라고 비난하고 대신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분기'를 전환 시기로 제시했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심지어 쿠팡의 3367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한국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과 연계해 한미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상 미국이 이행해야 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의 조치를 차일피일하고 미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4월 2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란 항의서한을 강경화 주미 한국 대사 앞으로 보냈다.

 

이에 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이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하노이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은 기업의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그것이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우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주 방미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났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 사령관(가운데)이 장병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다. 2026.2.14. 연합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빼고 자체 군사력 수준이 전 세계 5위다...연간 군사비 국방비 지출 금액이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보다도 1.4배가 더 높다는 거 아니냐"면서 "왜 자꾸 우리가 무슨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느냐"고 개탄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일부 세력들이 그렇게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런 객관적인 상황들을 국민한테 많이 알려달라. 제가 이 얘기를 자주 하는 이유가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 자체적인 예를 들면 군사작전 역량이나 이런 건 준비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 스스로 방어하고 작전하고 전략 작전 계획 짜고 할 준비를 충분히 해놓아야 될 거 아니냐"고 말해 전작권의 조속한 환수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81주년 기념 다례행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충무공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순신 장군께서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 속에서 연전연승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며 "생즉사, 사즉생! 죽음을 각오하고 오직 이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는 준엄한 소명 의식과 애민 정신으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또한 그 시절의 파고만큼 높고 거세다"라면서 "국민주권 정부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등불 삼고, 국민통합의 강한 힘을 원동력 삼아 국난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께서 불과 13척의 배로 열 배가 훨씬 넘는 왜군 함대를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장군부터 병사와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군 사령관 "한국, 킬 웹의 중심"…'대중 전초 기지' 노골화

 

버젓이 '한·일·필리핀 군 역량 통합 구상' 밝혀
한국 대규모 지상군·첨단 방산에 '눈독'


대만과 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군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발언을 겨냥해 "정치적 편의"라고 비판으로 물의를 빚었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 장본인이다.

 

이번엔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3국 간 '킬 웹'(kill web) 구축 구상을 내놓았다. 28일 보도된 일본의 영자지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다. 브런슨 미 육군대장은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 겸임)이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군사령관, 한‧일‧필리핀 통합 '킬 웹' 제안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세우는 위험한 설계

 

이 구상은 이들 3국의 군사적 강점을 단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통합해 전통적 작전 공간인 육상, 해상, 공중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으로 확대해 미국과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 '킬 웹'은 목표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식별해 타격하기 위한 개념이다. 위성·드론·병사 같은 모든 감지기(센서)가 항공기·함정·미사일 체계 같은 모든 타격 수단(슈터)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에 기초해 지휘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하도록 한다. 일례로 킬 웹을 구성하는 한 동맹국의 우주 기반 센서가 적 함정을 탐지하면, 다른 동맹국의 지상 레이더가 이동을 추적하고, 또 다른 동맹국이 타격 임무를 맡는 식이다.

 

브런슨은 "현대전의 승패는 재래식 전투가 개시되기도 전에, 특히 전자기와 사이버 공간에서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동맹국들이 억지와 신속하고 조율된 대응을 위해 상호 간 인식을 조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브런슨은 '3국 킬 웹'이 심화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더욱 조율된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중 군사적 봉쇄 네트워크임을 숨기지 않았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8일 공개된 일본의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통합하는 '킬 웹' 구상을 밝혔다. 2026. 04. 28 [더 재팬타임스 캡처]
 

브런슨 인텨뷰 "3국 킬 웹의 중심은 한국"
대규모 지상군과 첨단 방위 산업에 '눈독'

 

더 큰 문제는 이 킬 웹 구상의 '중심'으로 한국을 꼽았다는 점이다. 브런슨은 한국의 (지리적) "포지션의 우위는 어떤 다른 동맹국도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전 태세를 갖춘 한국의 대규모 지상군이 억지력을 제공하고 첨단 방위 산업이 역내 군수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방대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길고 취약한 군수 보급망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미 본토 보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내에서 수리·생산 능력을 갖추는 '파운드리'를 구축해야 하며, 여기서 한국의 제조 역량과 3D 프린팅 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미 공군과 제7함대, 제3해병원정군 기지가 있는 일본은 첨단 전투 및 감시 능력, 해상 요충지 통제 능력을 제공하고, 필리핀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접근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재팬타임스는 "한반도를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독립된 구역"으로 보던, 동아시아에 대한 미 국방부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그 대신, 한반도를 이젠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제1 도련선' 전체에 걸친 대중 봉쇄망의 최전선 핵심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2025. 09. 03 [타스=연합]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한국이 브런슨의 구상에 동참한다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전통적인 북한 억지가 아니라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의 무력 분쟁 시 휘말릴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 경우 주한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하다.

 

브런슨은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어느 동맹국도 고립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연결하면 중첩적 강점을 만들어 적이 단일 축으론 대비할 수 없게 한다"며 "우리가 함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사건 발생 후에야 허둥지둥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구상을 전투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브런슨은 각국의 역할 분담과 군수 지원 외에 공동의 작전 청사진과 함께 동맹국들의 합동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 훈련의 초점을 이제 북한의 지상군 공격이란 전통적 가정보단 제3자(예를 들면 중국) 개입, 분산된 지휘 통제, 해상 분쟁 시나리오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호주의 탈리스만 세이버, 태국의 코브라 골드 같은 합동 훈련에 참여하고 림팩(RIMPAC)을 주도하는 건 "의례적 참여"가 아니라 한국, 일본, 필리핀 3국 협력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저녁 평양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야외에서 열린 참전열사 추모음악회 '조국의 별들'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6.4.27 연합
 

대만‧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은 이미 작년에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11월 17일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아래위를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보여주면서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브런슨의 '킬 웹' 구상은 유사시 역외 전력 투사를 허용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넘어 아예 한국군의 동원까지 염두에 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의 '국익'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없이 미국의 군사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의 반발을 의식해 먼저 이 구상을 지지할 일본과 먼저 내밀하게 협의하고, 일본 매체를 통해 '애드벌룬'을 띄웠을 공산이 크다. 그러잖아도 브런슨은 인터뷰에서 "나는 주일미군 지도부, 일본 자위대와 적극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이웃이고 동일한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미연합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12일에도 브런슨은 하와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방미한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몰래 만나는 비상식적 행동을 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국을 대중 군사 전초기지로 삼고 대만 유사시 한국군마저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브런슨이 드러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년 5월 15일 미군 육군협회 하와이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 연설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고 말했다. 이른 바 '한반도 불침항모론'이다.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를 갈구하는 5000만 명의 한국민이 사는 한국을 전쟁 수단인 '항공모함'에 비유한 것이었다. 이런 발상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19일 발표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그것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런슨은 작년 12월 19일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 팟캐스트 '워 온 더 록스'에 출연해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군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것, 대규모 훈련들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했다. 열흘 후인 12월 29일엔 한미연합사 주최의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한국군의 정교함, 그리고 우리의 연합 지휘 구조의 성숙함은 이 나라에 국경을 훨씬 넘어서는 전략적 무게를 부여한다"며 "한국의 역량, 지리적 위치 그리고 대비 태세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려는 어떤 노력에서도 중심축이 된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 2025.11.17 [주한 미군 제공] 연합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투사를 확대하고 한국군을 대중 군사 봉쇄망의 중심이자 전초기지로 삼고야 말겠다는 브런슨의 말과 행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일관성을 가지고 계속 반복되고 '3국 킬웹' 구상과 같이 시간이 갈수록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이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브런슨의 입을 빌었지만, 그 뒤에는 미 국방부를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함께 전시작전권 환수를 더욱 서둘러야 할 또다른 계기가 마련됐다.    < 이유 기자 >

 
 

 

 

구형 15년인데… "시세조종 가담 기간 짧다" 감경
원심 깨고 공동정범 인정, 자본시장법 일부 유죄

2022년 4월 통일교 샤넬백도 알선수재 판단
윤석열 "손실 봐" 조국 "거짓말로 당선, 무효"

일부신문 사설 "‘봐주기’ 검찰 뼈저린 반성을"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관련 무죄 유지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28일 대합실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2026.4.28 연합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 재판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 몰수와 2094만 원 추징도 명했다. 주가조작 행위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15년, 처음 관련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갔던 때로부터는 7년 만이었다. 

 

1심 형량인 징역 1년 8개월보다는 무거워졌지만 특검팀 구형량인 징역 15년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판결문 요지를 낭독하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길고 긴 판결문 가운데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것은 딱 두 대목이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 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제공해 도이치 모터스 주식 거래를 맡기고, 이 시기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를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2022년 4∼7월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을 깨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받은 것을 통일교 측의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이 부분 혐의를 무죄로 봤다. 반면 이날 항소심은 김씨가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지했다면서 알선 명목으로 가방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은 전날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전후와 관계없이 배우자에게 교단 자금으로 선물을 준 행위 자체를 횡령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똑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한 만큼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구체적으로 2억 7000만 원)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무상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까지 원심이 뒤집히지 않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담을 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검팀은 주가 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에 모두 징역 11년에 벌금 20억 원, 추징금 8억 3000만 원을 구형했고, 무상 여론조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3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징역 4년에 추징금 5000만 원 선고에 그쳐 상당히 허탈할 것 같다.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라서 이날 김씨에게 선고된 징역 4년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법원 출석하는 김건희 씨([AP 연합)
 

재판부는 양형 배경과 관련해 "피고인은 시세조종 범행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포함한 공범들은 범행으로 적잖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또 "일반 국민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이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춰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그 지위를 이용해 알선 수재 행위를 했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세조종 범행을 주도하진 않았고 가담 기간도 비교적 짧은 점, 통일교 측에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진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의 두 문단은 준엄한 질책으로 꾸며놓고 뒤에 관대하게 처벌해야 할 이유를 나열했다. 

 

이렇듯 항소심 재판부는 90분 동안 낭독한 판결문 요지에 앞과 뒤가 다른 듯한 문장을 기재해 판결문을 입수해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김씨 측은 즉각 상고 여부를 밝히지 않은 특검과 달리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뛰었던 검찰과 국민의힘, 일부 언론은 석고대죄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은 대선 때 배우자가 주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윤석열은 거짓말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배우자의 주가조작 가담 여부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 그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서 "제가 결혼하기 전에 이 양반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요"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봐주기 수사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며 "2020년 4월 고발된 이후 검찰은 대면조사 한번 없이 시간을 끌면서 4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동안 공범들은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판이 커지자 수사팀은 2024년 7월 김씨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해 특혜 논란을 자초했고, 그해 10월 끝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검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부실 수사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대법원은 명태균의 무상 여론조사에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이 법률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며 "이것이 무죄라면 후보자 캠프에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하는 일이 횡행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29일 오후 3시에 이뤄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 전담재판부가 출범 뒤 처음으로 내리는 선고라 관심을 집중시킨다. 역시 법정 생중계가 허용된다.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 일부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인데 1심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당한 행위였다는 입장이지만, 특검팀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 임병선 기자 >

 

김건희 징역 4년? 표창장 위조 정경심도 4년인데...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파기환송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라.
 

김건희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로 봤던 두 가지 혐의를 유죄로 뒤집으며 징역 1년 8개월을 곱절인 징역 4년 선고로 늘렸다. 원심에서 '단순 전주'로 치부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어 실형이 내려진 것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든 행위에 대한 마땅한 죗값이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과연 이 정도의 판결로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 이루어졌는가 여전히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항소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명태균으로부터 제공받은 ‘무상 여론조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여전히 무죄로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익의 직접적인 귀속을 입증하기 어렵다거나 단순 정보 제공 수준이었다는 논리를 폈으나, 사법부가 정치를 오염시키는 ‘여론 조작’과 ‘비선 개입’의 통로를 합법적으로 뚫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수억 원이 투입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수수해 정치적 전략에 활용했음에도 ‘대가성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면, 향후 어떤 정치인이 비선 브로커의 검은 조력을 마다하겠는가.

 

벌금과 추징금 산정 방식 역시 자본주의 시장의 공정성을 비웃는 수준이다. 검찰이 추산한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산출하는 것이 어렵다며 23억 원의 부당이득을 추산한 특검의 주장을 배척하고 겨우 2094만 원을 추징액으로 산정하고, 벌금 5000만 원을 부과한 것은 검찰의 불기소, 특검의 기소와 재판이 결국 ‘남는 장사’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리적 한계를 핑계로 거악의 뿌리를 도려내지 못하는 사법부의 소극적 태도는,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언을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두 푼씩 아껴 성실히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단순히 2심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데 그치지 말고, 앞선 검찰의 불기소, 특검의 기소와 재판 과정에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2022년 대법원 2부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 관련하여 정경심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1000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건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즉각 항고에 나섰다. 진정 억울한 쪽은 '법 앞의 평등'을 믿고 묵묵히 살아가는 국민이다.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과 ‘미필적 인식’이 권력과 결탁했을 때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알면서도 그동안 너무나 좌시해왔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김건희의 죗값에 걸맞은 엄중한 단죄가 이루어질 수 있게 파기 환송으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2심 “김건희, 단순 방조 넘어 적극 가담”

‘주가조작 외부자’라던 1심 무죄 판단 부분 전부 뒤집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방청석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발(2020년 4월)→검찰 무혐의(2024년 10월)→특검 기소(2025년 8월)→1심 무죄(2026년 1월)→2심 유죄.’

2020년 4월 고발된 뒤 6년간 검찰 불기소 처분과 항고,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주가조작과 관련한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했고 단순히 방조한 것을 넘어서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며 1심 무죄 판단 부분을 전부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28일 김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김 씨가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일 것을 방조한 것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며 주가조작 공범임이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보았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일부 기간 범죄는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소, 나머지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에 주식계좌를 맡겨 주식을 매수한 행위가 모두 ‘독자적 판단’이라고 봤지만, 2심은 김 씨에게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을 얻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면서 범죄 가담 의사가 적극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에 본인 자금과 미래에셋대우 계좌를 제공한 날 미래에셋대우 직원에게 ‘사무실 전화는 녹음되니 휴대전화로 통화하자’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주가조작 일당들이 지정한 시점에 매도한 것에 대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으로 꾸미려는 목적의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씨를 “공모관계 밖의 외부자”라고 보고, 공범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도 2심은 정면 반박했다. 1심은 주가조작 일당인 블랙펄인베스트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의 거래 목적을 김씨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며 이를 김 여사가 범행에서 배제된 증거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에게 거래 목적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하여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공모관계의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심 무죄 판결 뒤 항소하면서 김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를 넘어 ‘공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씨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알선수재 혐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통령 부인의 지위에서 통일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통일교 쪽의 청탁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샤넬 가방 전달자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시점에 ‘통일교의 청탁 대가’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로 전씨와 김 씨가 금품 전달 이전에 나눈 통화에서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사실’, ‘통일교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거라는 사실’을 서로 언급한 점을 들었다.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바뀌면서 김 씨의 형량은 징역 4년으로 가중됐다. 2심 재판부는 주가조작 범죄와 관련해선 김 씨가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 점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다만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한 전체 기간이 짧고, 통일교 쪽의 청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김 씨 쪽은 이날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연서  김수연 기자 >

  

 김건희 변호인, 징역 4년에 “도덕적 비난” 주장…‘이 형량도 감지덕지’라는데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영부인 지위’의 중요성을 짚으며 징역 4년을 선고하자 김 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김 변호인은 “도덕적 비난이 법률적 판단을 압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인 유정화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에서 “항소심은 도덕적 비난이 법률적 판단을 압도했다고 본다”며 “유독 판결 곳곳에 ‘국민 신뢰 훼손’, ‘기대 저버림’과 같은 감정적·도덕적 평가 언어들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위 공직자 가족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형사 재판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서 법률적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절차여야 한다. 엄밀한 법리 검토보다 결과론적인 처벌론에 치중한 판단은 아닌지 신중하게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김 씨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씨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형량은 1심의 징역 1년8개월에서 징역 4년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김 씨 범죄로) 국정의 투명성과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로 인한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라고 본 1심과 달리 일부 유죄로 본 2심 판단에 대해 유 변호사는 “재판부는 단순한 자금 투자와 계좌 위탁 행위를 시세조종의 ‘공모’로 단정했다”며 “하지만 이는 투자자가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일반적인 경제 행위와 범죄 행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정치권에선 ‘영부인 지위’의 중요성을 짚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김 씨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 상식과 법 정서에는 부족한 형량이지만 2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라고 했다. 임 대변인은 “김건희씨는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상소는 꿈도 꾸지 말라. 이 정도 형량도 감지덕지”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엎으며 뒤늦게나마 단죄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일부 유죄 판결로 사법 정의의 불씨는 살렸으나, 여전히 미완의 심판에 그쳤다. ‘범죄 전력 부재’나 ‘공모 단정 불가’라는 ‘법꾸라지’식 논리로 빠져나간 구멍들이 너무나 크다”며 “김건희씨의 범죄는 자본시장을 유린하고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한 ‘중대범죄의 종합세트’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명태균 게이트’와 공천 개입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반드시 지은 죄만큼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광준 기자 >

 

 
 



 

왕이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 불어넣기를 원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외교장관을 만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접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안부와 축원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조선(북한)은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확립된 원대한 청사진을 계기로, 중국과 함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상호 지지를 통해 각자 사회주의 사업 발전을 추진하며 양국 인민의 복지와 세계 평화·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조중(북중) 관계를 부단히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조선 당·정부의 확고한 의지이자 이미 정해진 정책이기도 하다”며 “조선은 시진핑 총서기가 내놓은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 등 문제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정당한 입장과 모든 노력을 굳게 지지한다” 덧붙였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인사를 전한 뒤 “중국은 조선과 함께 양당 및 양국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공감대를 공동으로 실천하고, 교류와 왕래를 밀착하며 실무 협력을 촉진하여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을 불어넣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시진핑 총서기는 중조가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공동의 이상·신념과 분투 목표가 있다고 했다”며 “복잡한 국제 정세를 맞아 중조는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중대한 국제·지역 사무에서 소통과 협조를 한층 강화하고,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세계 평화·발전 수호에 마땅한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비서가 김 위원장 오른편에 배석했고, 중국 쪽은 왕 부장과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 화춘잉 외교부 부부장(차관),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이 마주 앉았다.

 

왕 부장은 이틀 일정으로 전날 북한에 왔다. 북중 관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얼어붙었으나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은 고위급 교류 및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