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평화대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달리고 있다.(나무위키)
1987년 초여름,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경계에 서 있었다. 오랜 억압 속에서 누적된 긴장이 한계에 도달했고, 마침내 거리 위에서 폭발했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그보다 더 큰 것은 인간다운 삶을 향한 열망이었다. 이 흐름은 특정 집단의 행동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의 순간이었다.
그 불씨를 드러낸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었다. 권력은 사건의 진실을 축소하고 왜곡하려 했지만, 그러한 시도는 오히려 체제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결과를 낳았다. 한 개인의 죽음은 더 이상 개인의 비극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국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확장되었고, 시민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이 먼저 움직였고, 직장인과 노동자, 종교인과 상인들이 뒤를 이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 공통의 이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시민’이라는 자각은 이때 구체적인 현실이 되었다.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주체로서의 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이 흐름의 분수령에는 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이 놓여 있었다.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청년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내면을 흔들었다. 슬픔은 행동으로 이어졌고, 행동은 연대로 확장되었다. 개인의 희생은 공동체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거리의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1987년 7월 9일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서울광장과 소공로, 서소문로 등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무위키)
명동성당은 그 시기 중요한 공간으로 기능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몸을 피하고 숨을 고르며 다시 나설 힘을 얻던 장소였다. 이곳은 신앙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양심이 머무는 자리로 자리 잡았다.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에,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켜주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했다.
거리에서 형성된 힘은 점차 거대한 흐름으로 성장했다. 각자의 목소리는 하나의 요구로 모였고, 그 요구는 정치적 변화를 압박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권력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으며, 결국 양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6·29 선언이었다. 대통령 직선제 수용과 기본권 확대 약속은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었지만, 그것은 완결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출발이었다.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핵심은 민주주의가 단일 사건으로 완성되는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도는 마련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후의 시간 속에서 결정된다. 1987년 이후 한국 사회는 이러한 과정을 압축적으로 경험해 왔다. 정기적인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 다양한 정치 세력의 등장,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은 외형적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외형의 안정이 곧 내용의 충실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권력은 형태를 바꾸며 영향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노골적인 강압 대신 행정, 자본, 정보가 결합된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새로운 지배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문제의식이 흐려지기 쉽고, 시민의 참여 역시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상 속에서 공공의 문제에 관여하는 경험이 축소될 경우,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약화될 수 있다.
연세대 학생 이한열이 1987년 6월 9일 학교 정문 앞에서 박종철 변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자 친구가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후유증에 시달리던 이한열은 다음달 5일 세상을 떠났다. (나무위키)
경제적 조건 역시 중요한 변수다. 삶의 격차가 커질수록 정치적 권리의 실질적 행사 능력은 불균등해진다. 생존의 부담이 클수록 공적 참여는 뒤로 밀려나고, 그 결과 일부의 목소리만이 공론장을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다시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보 환경의 변화 또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과거에는 검열이 문제였다면, 오늘날에는 과잉과 왜곡이 문제로 등장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대한 정보가 유통되지만,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감정적 반응이 이성적 판단을 압도하거나 특정 시각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공론장의 균형을 흔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출발점은 여전히 시민의 인식과 행동에 있다. 1987년의 경험은 개인의 선택이 사회를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공적인 행동으로 연결할 때 제도는 살아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감각이 유지될 때 민주주의는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작동한다.
서울광장과 같은 공간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집회와 토론, 문화적 표현이 이루어지는 장소로서 시민이 공공의 문제를 공유하고 확장하는 장이 되어 왔다. 과거와 같은 긴박함은 아닐지라도,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초기 수사 결과를 전한 1987년 1월 19일 동아일보 1면. (나무위키)
남아 있는 과제는 분명하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참여의 폭을 넓히며, 공론장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언론, 시민사회 전반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정 집단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나눌 때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 시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현재를 점검하는 작업이다. 과거의 경험은 완결된 답을 제공하지 않지만, 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이 가능했는지를 성찰할 때 새로운 선택의 근거가 마련된다.
결국 남는 것은 공동체의 방향에 대한 물음이다.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특정 시기에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다.
1987년의 여름은 하나의 출발점이었다. 그 이후의 시간은 그 출발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속된 과정이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역시 그 흐름 위에 놓여 있다. 과거의 경험을 단절된 기억으로 남겨 둘 것인지, 현재의 선택으로 이어갈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기억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여름은 현재 속에서 살아 있게 된다.
< 박철 : 샘터교회 원로목사. 시인.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
6월 항쟁,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운김'
여럿이 함께할 때 우러나오는 힘과 따뜻한 분위기 [오늘의 토박이말] 운김
[오늘의 토박이말] 운김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그림 속, 푸른 하늘 위로 평화의 흰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는 광장에 수많은 사람이 빈틈없이 모여 있습니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목소리로 무언가를 외치는 이웃들의 얼굴에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굳센 다짐과 열정이 가득 배어 있네요. 그들 위로 '운김'이라는 글씨가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혹은 힘차게 피어나는 새싹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마디씩 보탠 목소리가 광장 가득 퍼져나가며 따뜻한 온기를 만들어내는 이 정경을 보고 있으면, 한 사람의 힘은 작을지라도 그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이 얼마나 위대하고 감동적인지 가만히 깨닫게 됩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데 모여 이루어지는 큰 힘 '운김'
온여름달 열흘(6월 10일)은 우리 역사에서 시민의 힘이 민주주의의 큰 물줄기를 바꾼 날인 '6·10 민주항쟁 기념일'입니다. 온나라 곳곳에서 그날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식과 학술행사, 사진전이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네요. 1987년 6월,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는 권리와 참된 자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던 평범한 이웃들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운김'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남은 기운', '여럿이 한창 함께 일할 때에 우러나오는 힘',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 그리고 '집안의 분위기나 기운'이라고 여러 가지로 깊이 있게 뜻풀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많은 사람의 마음이 모여 이루어지는 큰 힘'이라고 쉽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운김에 쌓여 모를 척척 심었다"라거나 "사람 운김과 술기운으로 실상은 선선치도 않은 데다가"라는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속 문장처럼, 이 말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와 인간미 넘치는 온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하루를 채워주는 우리들의 따뜻한 온기
1987년 6월의 눈부신 역사는 어느 위대한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먼저 용기 내어 외쳤고, 평범한 시민들이 그 곁을 함께 걸었으며, 노동자와 종교인,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들까지 기꺼이 뜻을 보태었습니다. 서로 다른 일터를 가지고 다르게 살아오던 사람들이었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뭉친 것이지요. 혼자의 목소리는 촛불처럼 작고 가냘플지라도, 그 마음들이 모이고 포개어져 거대한 운김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단단한 벽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향해 활짝 열린 길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삶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직장에서, 혹은 학교와 가정에서 혼자서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아 "어쩐지 집안의 운김은 전과 같지 않고 쓸쓸하였다"라는 이기영의 소설 '고향' 속 대목처럼 외로움과 막막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세상의 거찬 벽을 바꿀 수 없을 것 같아 자존감이 쪼그라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혼자서 애쓰던 외로운 자리에 다정한 이웃과 가족이 손을 얹고 함께 발을 맞추기 시작할 때, 그곳에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따뜻한 운김이 피어납니다. 혼자서는 힘에 부쳐 쓰러질 것 같던 모내기도 이웃과 함께라면 즐거운 잔치가 되듯, 우리의 힘든 삶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누리는 소중한 자유와 권리가 그날의 운김이 남긴 값진 열매인 것처럼, 오늘 내가 곁에 있는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웃음과 격려 한 자락도 내일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운김이 될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그림 속 광장에 가득 모여 서로의 손을 잡은 사람들처럼, 여러분의 나날 속에서 여러 사람과 마음을 모아 힘을 냈거나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운김) 덕분에 외로움을 이겨냈던 정겨운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웃들과 함께 동네를 청소하며 보람을 느꼈던 일"이나 "힘든 시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토닥여주었던 일" 등 나만의 운김 이야기를 댓글로 소중하게 나누어 주세요. 여러분의 다정한 공감과 공유가 모여, 지친 이 세상을 한층 더 구순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거대한 운김이 됩니다.^^
[한 줄 생각]
"역사는 몇몇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운김이 모여 바꾸어 갑니다."
모국 국가기념일이며 세계 기록유산인 5.18 민주화운동 제46주년 캐나다 동부 기념식이 5월18일 오전 11시 토론토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한인동포 각계인사 등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5.18 영령들을 추모하고 항쟁정신을 기리며 감동을 나눴다.
이날 참석자들은 5.18 정신의 조속한 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하고, 국가변란과 민주파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유야무야 덮고 뭉개기 폐습을 단절해 진상규명과 단죄, 발본색원의 관행을 세워나가야 한다면서 “국내외 동포들 DNA에 내장된 5.18 민주열정의 결집으로 민주 정의 평화의 대동세상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5.18 항쟁 당시의 생생한 현장 기록사진들도 전시됐다.
5.18항쟁 기록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 (The Flowers of May, The Lights of Today) 이라는 주제로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가 주최해 열린 이날 기념식은 영상 ‘다시 만난 오월- 세계인이 주목하는 5.18 민주화운동’ 상영으로 시작해 정현정 씨가 국악 해금 기념공연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애절하게 연주해 기념식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이어 국민의례를 하고 캐나다에서의 5.18 항쟁기념 약사를 범민주원탁회의 유미숙 위원이 전했다. 기념사는 김영재 토론토 총영사가 이재명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했고, 김정희 한인회장과 김종천 범민주원탁회의 의장이 각각 추념사를 했다.
유미숙 위원의 캐나다 항쟁기념 약사보고
캐나다 기념약사 소개에서 유미숙 위원은 “캐나다의 5.18 기념행사는 1981년 5월31일 Sunnybrook 공원에서 열린 ‘광주의거 1주년 추도회’로 부터 시작됐다”며 “1986년 5월26일 한맘성당에서 거행된 6주년 추도회에는 6백여명이 참석하고 현장에서 8천여 달러의 성금을 모아 광주 피해 유족에게 전달하는 등 당시 동포들 참여와 열정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때 한인회가 장소사용을 거부해 한인회관 앞 야외에서 기념식을 가진 적도 있다“고 돌아보고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는 민주열사들의 고귀한 뜻과 희생을 기리고, 민주, 정의, 인권, 대동평화의 오월정신을 우리들 가슴에 새기며 공동체의 가치와 비전으로 승화되어 가기를 소망하면서 올해로 10번째 기념식을 주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하는 김영재 토론토총영사추념사를 하는 김정희 토론토한인회장
추념사에서 김정희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에게 자유와 민주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었다”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화합하고 번영하는 조국과 동포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5.18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 김종천 의장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범민주원탁회의 김종천 의장은 “46주년에 5.18정신이 헌법전문에 수록된다고 믿었으나 어깃장을 놓는 세력들로 인해 무산됐고, 재외동포들의 첫 국민투표도 묵살 당했다”고 비판하고 “유야무야 덮고 뭉개는 악습 때문에 동학혁명도, 일제청산도, 4.19도 무위에 그쳤는데, 5.18 학살만행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해 12.3 내란을 획책한 것”이라며 “또 다시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5.18 정신이 헌법적 가치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K-민주 역사문화 자산인 5.18 정신을 공동선의 비전으로 추구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며 캐나다에서 조국의 민주주의와 민권신장을 위해 헌신한 민주 원로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5회 자랑스런 민주한인상을 수상한 한장환 님
이어 특별순서로 제5회 ‘자랑스런 민주한인상’을 한장환 씨가 수상했다. 범민주원탁회의는 “캐나다에서 민주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진실되고 의롭게 살아오신 분들에게 드리는 ‘명예의 훈장’”이라고 시상의의를 전하며 기념패와 기념품, 꽃다발을 전해 헌신의 삶을 칭송했다.
실향민인 한장환 (89) 수상자는 제약회사 고위직을 지내면서도 조국의 민주화와 민권 및 통일을 위한 활동은 물론, 전두환 정권 퇴진과 박근혜·윤석열 탄핵시위 등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한장환 수상자는 소감을 통해 “과분한 상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 모두가 받아아 할 상”이라고 기념식 참석자들 열의를 북돋웠다.
추모 창작시를 낭송하는 정봉희 시인
기념식은 기념영상 상영에 이어 시인인 정봉희 한인문인협회 전 회장이 창작 추모시 ‘꽃들의 지문’을 낭송해 감명을 전했고, 기념 전통무용으로 한국무용연구소(예술감독 김미영) 회원들이 ‘Joyful through Agony’(고통을 넘어 환희) 진혼무로 5.18 영령들을 위무했다. 사월의꿈 합창단(단장 이동환, 지휘 김재준)은 ‘님이 오시는지’와 ‘그날이 오면’를 부른 뒤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힘찬 휘날레를 장식했다.
기념 국악 해금공연 장면기념 전통무용 진혼무 공연 장면사월의꿈 합창단의 기념공연
이날 참석자들은 기념식장에 전시된 5.18 항쟁 기록사진 등을 관람하며 당시의 참상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는데, 주최측이 마련한 점심을 함께 한 뒤 정봉희 시인 해설을 곁들여 ‘시에 저며든 5.18, 빛고을의 광채’라는 특별영상으로 감동을 나눈 뒤 행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기념식을 주최한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는 이번 46주년 기념행사를 후원하고 십시일반·물심양면으로 도운 각계 동포와 단체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 canadaminju@gmail.com416-625-2315 >
어느 덧 5.18 민주항쟁의 그 날이 46년이 흘렀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 대동세상을 위하여 산화한 꽃다운 청춘들이 독재의 총칼과 군홧발에 희생되지 않았다면, 이제 고희와 팔순을 넘나드는 흰머리 노년에 이를 세월입니다. 산천이 4번 바뀌고도 6년이 흐른 지금까지 무엇이 변했는지를 돌아봅니다. 망월동 민주묘지를 맴도는 혼백들의 피와 눈물과 절규가, 이제는 천국의 환희로 바뀌었을까. 이 땅의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심히 애통해 하지는 않을지 되짚어 봅니다.
학살의 진상을 덮고 깔아뭉개던 주모자들은, 가까스로 법의 심판대에 세웠습니다. 그러나 하나 둘 풀려나 천수를 누리고 호의호식하다, 참회없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진상규명 작업은 몇 차례 의욕을 보였으나, 매번, 강고한 벽에 막히며 찜찜한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습니다. 행방불명, 암매장, 성폭행 피해자, 유족들의 트라우마, 아직도 미결 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5.18을 사시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납니다. 5.18 항쟁 기념일이 ‘탱크데이’입니까? 비열한 장사치들입니다. 이 곳에서도 해마다 기념식을 준비할 때면, 벌써 10년째 인데도 이상한 반응과 눈초리들이 변함이 없는데서 당황하게 됩니다.
46주년인 올해 드디어 헌법전문에 5.18 정신이 수록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합의해 놓고도 어깃장을 놓는 세력들로 인해, 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사상 처음하는 국민투표를 5.18 개헌안에 행사하게 됐다고 기뻐한, 우리들 재외동포 참정권도 허망하게 묵살 당했습니다.
46년이 지나서도 이처럼 원점을 맴도는 현실은, 왜 그럴까요? 따져보면 개혁을 싫어하는 고질적인 덮고 뭉개기 악습 때문은 아닐까요?
132주년을 맞는 동학혁명이, 아직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제청산 반민특위가 좌절되면서, 친일세력이 오히려 주류로 자리잡았고, 군대위안부 할머니들 고통과, 독도 도발이 지금도 이어집니다. 4.19 정신을 살리지 못해 군사독재, 어둠의 천하가 되었습니다. 5.18의 학살만행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기에, 12.3 내란을 획책한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5.18 영령들의 살아 숨쉬는 의분과 생생한 외침은 우리 민초들의 행동하는 양심을 일깨웠습니다. “국가 폭력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무너지는 정의와 평화, 거꾸로간 역사, 민주의 위기!, 이를 좌시하는 것은 불의요 어둠 뿐이라, 새 날을 향해 앞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5.18에 스러져간 꽃들의 준엄한 항전가가, 6.10 항쟁과 촛불혁명, 그리고, 12.3 독재망령을 제압한 응원봉 빛의 혁명까지, 오늘의 불빛들로 찬란하게 부활한 저력을 우리는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12.3 내란 청산이 지지부진 명쾌하지 못하자, 벌써 공범과 동조세력들이 뻔뻔한 얼굴들을 쳐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유야무야 덮고 뭉개는, 폐습의 단절과 분명한 진상규명, 책임자 단죄로 말끔히 발본색원하여, 국가변란과 민주파괴의 재발을 차단해야 합니다. 다시 또 쓰라린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5.18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확고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국내외 동포들 DNA에 내장된, 5.18의 민주 열정들이 결집할 때 다시는 국가폭력과 헌정유린이 없는, 민주 정의 평화의 대동세상이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요즘 세계각지 시민운동의 주제가가 된 것을 아십니까?. 5.18은 민족사에 정말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K-민주주의 역사문화 자산인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뜻깊은,기념식을 통하여 5.18 민주항쟁 정신을 우리들 삶속에서 기억하고, 온 인류와 함께 추구해야 할 공동선의 비전 임을 다짐하며,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46주년을 맞은 오늘도 다시한번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캐나다의 이민사 초기부터 민주원로 선배님들이 엄혹했던 조국의 독재타도와 민주주의 민권 신장을 위해 헌신해 오셨고, 5.18 항쟁의 실상을 전하고 성원하는데 앞장 서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선배 원로들의 용기와 귀한 발자취를 뿌리로 삼은 저희 범민주원탁회의를 대표하여 캐나다의 민주 선열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존경과 찬사를 올려 드립니다.
오늘 이 뜻깊은 기념식에 함께 해주시고,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기개와 열정에도, 다시한번 존경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모국 국가기념일이며 세계 기록유산인「5.18 민주화운동」 제46주년 캐나다 동부 기념식이 Victoria Day인 5월18일(월) 오전 11시 토론토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범 동포행사로 열려, 5.18 항쟁의 의의와 정신을 되새기며 희생된 민주열사들을 추모한다.
‘오월의 꽃, 오늘의 빛’(The Flowers of May, The Lights of Today)라는 주제로 열리는 18일 행사는 먼저 기념식과 ‘자랑스런 민주한인상’ 시상 등이 있고, 점심식사에 이어 특별 감동영상 ‘시에 저며든 5.18’ 상영회가 진행된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5.18 항쟁을 기록한 사진전도 있을 예정이다.
기념식은 캐나다의 항쟁기념 약사 소개를 비롯해 대통령 기념사와 추념사, 그리고 추모시 낭송과 기념공연으로 진혼무, 합창 및 국악공연 등 순서와 다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이어진다. 기념식 중 수여될 제5회 ‘자랑스런 민주한인상’ 시상은 올해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된 한장환 범민주원탁회의 고문이 상을 받는다. 한 고문은 모국의 민주주의와 정의·평화 구현을 위해 기여해오며 캐나다 민주 시민사회와 단체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뒷받침해 온 인사다.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토론토 한인회와 주요 동포단체, 한국대사관과 총영사관 등이 후원하며,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가 주최하고, 「5.18 민주화운동 제46주년 캐나다 동부기념식 준비위원회」가 주관해 열리게 된다.
기념식 준비위원회는 올해 기념식 주제에는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는 말 그대로 46년 전 5.18 청춘들의 정의로운 항거가 오늘의 찬란한 민주의 빛으로 되살아난 민족사적 징표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하고, “5.18 민주화 운동의 민족사적 의의를 되새기며, ‘K-민주’ 역사문화 자산이자 세계인류의 공동체 비전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민주·정의·인권·평화·대동세상의 항쟁정신을 기리고 선양하는 추념행사로 개최한다” 면서 많은 동포들의 기념식 참석과 호응을 당부했다.
준비위원회는 특히 “학생들을 포함한 가족단위로 참석할 경우 숭고한 5.18 정신 이해는 물론 훌륭한 민족사 체험의 기회도 될 것” 이라고 강조하고 “캐나다 한인사회도 46년 전 그 날을 기억하며 기념식을 통해 우리 배달겨레의 자부와 정의 평화의 공동선 구현 의지를 다짐하게 되기를 소망한다”며 거듭 이번 5.18 기념식에 각별한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민생법안 50건 무제한 필버 걸어 상정 발목잡아 우원식 "국힘이 약속한 내용인데 개헌 거부했다" "윤석열 절연하지 못했다는 비판 벗어날 수 있나"
"후반기에 개헌 특위를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 민주당 "'내란 방조'이자 민생을 인질 삼은 폭거" 청와대 "국민과 약속한 개헌논의 중단돼선 안돼"
6.3 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도 무산...재외국민 허탈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2차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2026.5.8.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계엄 통제 강화,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과 민생법안 50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자,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20년, 30년 뒤 또다시 불법계엄과 내란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39년 만의 헌법 개정안 처리가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으로 무산된 셈이다.
우 의장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면서 "오는 6월 3일 개헌 시행 투표를 위한 절차는 오늘로서 중단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39년 만에 하는 헌법 개정안, 비상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어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무산시키고, 오늘은 무제한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의장으로서 모든 절차를 중단한다"며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에 대해 표결 불참을 했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에 미치지 못해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송원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의원들에게 "우원식 국회의장이 금일 본회의에 개헌안, 비 쟁점법안 50건을 상정해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우리 당은 합의 없이 일방 개최되는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과 50개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6.5.8. 연합
우 의장은 이에 대해 "이번 개헌안은 전부 국민의힘이 약속한 내용"이라며 "2024년 5월 18일 국민의힘은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겠다고 했고, 불법 비상계엄을 반성한다고 해놓고 결국 개헌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어 "이렇게 해서 20년, 30년 뒤 또다시 불법계엄과 내란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우 의장은 "개헌 논의는 갑작스럽게 추진된 것이 아니라 2024년 제헌절부터 여러 차례 공식 제안하고 논의해 온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졸속 개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으로 개헌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지만, 헌법 개정의 출발선은 가까워졌다. 우 의장은 "12년 만에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개헌의 절차적 걸림돌이 해소됐고, 전부 아니면 전무였던 전면 개헌 방식 대신에 합의되는 만큼 매듭을 풀어가는 단계적 개헌에도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과로 역시 개헌은 안 되는 일이라고 하는 인식이 더 굳어져서는 안 된다"라면서 "그동안 의장이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불발되었던 개헌 특위를 후반기에는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하고 50개 비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국민의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6.5.8. 연합
국민의힘이 민생법안 50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점도 비판했다. 우 의장은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88건인데, 이번에 상정한 50건은 대부분 민생법안"이라며 "법안 통과만 기다리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거냐"고 했다.
우 의장은 이어 "무제한 토론은 의결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며 "결국 국민 불편과 피해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국민 삶이 담겨 있다"며 "국민 삶에 필요한 법안 통과를 막는 것은 규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 발언 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 마음대로 하지 마십시오" "짧게 하세요"라고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국민의힘 못됐다" "무제한 토론이 웬 말이냐"고 맞섰다.
민주 "국힘은 스스로 내란 세력의 공범인을 자인했다" 청와대 "민주주의 지키는 개헌…국민 이해하지 못해"
개헌 상정이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무제한 토론은 '내란 방조' 선언이자 민생을 인질 삼은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어제는 집단 불참으로 투표를 불성립시키더니 오늘은 무제한 토론을 신청해 개헌을 가로막았다"면서 "국회의장은 개헌을 저지하는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결국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시대적 요구인 개헌을 끝끝내 저지하고 국회를 마비시켜 당리당락을 취하려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내란 세력의 공범임을 만천하에 자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헌안은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이었다며 "대통령의 전횡으로 악용되어 온 계엄권에 대해 국회의 '승인'을 원칙화하고 '48시간 이내 승인 미취득 시 즉시 효력 상실' '해제 의결 즉시 효력 상실'하게 해 12·3과 같은 불법계엄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겨 그 어떤 독재 세력도 감히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역사를 왜곡할 수 없도록 대한민국 민주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과 50개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울분을 토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2026.5.8. 연합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개헌특위를 통해 또 논의를 하자고 한다"면서 "그러나 이미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쳤다. 국민의힘은 기만적인 지연 전술을 멈추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헌 시간표를 국민 앞에 즉각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졸속' '선거용'이라는 주장은 투표율 상승이 가져올 당리당략적 불리함을 가리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면서 "더욱 참담한 것은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마저 오늘 무제한 토론의 볼모로 삼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리며 시간을 끄는 만큼 국민의 고통은 깊어질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오롯이 국민의힘이 져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의회주의에 반하는 폭거를 즉각 중단하라. 의장이 절박하게 호소한 개헌 시간표를 즉시 제시하고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의원들이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개정안 상정 불발 직후 반응을 내놨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헌안은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담고,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책임과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 강화를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지난 12·3 불법계엄 사태의 교훈을 헌법에 반영하자는 국민적 요구였으며 여야 간 큰 이견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국가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개헌마저 반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우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국민께 약속했던 개헌 논의가 결코 중단돼선 안 된다"며 "후반기 국회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를 이어가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개헌은 단지 제도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극한 대립과 정쟁을 넘어 협의 정치와 국민통합, 사회적 화합을 복원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시대적 과제인 개헌 논의를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상 첫 국민투표 벼르던 재외국민들도 크게 실망
이번 개헌한 국회 처리 무산으로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려던 국민투표도 없던 일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고, 특히 재외국민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모국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있게 됨에 따라 투표인 명부 작성을 위한 재외국민 등록 신청과 국외부재자 등 신고 접수를 마쳐 투표만 남겨놓고 있었다.
개헌 국민투표 무산으로 5월20일부터로 예정됐던 재외국민의 첫 국민투표 기회도 사라져 모처럼의 국민투표로 참정권을 행사하려던 재외국민들 역시 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