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유가 높은 수준 유지 경우 수출 금지하는 방안 검토할 수 있어"

 
 
18일 이란 공격 이후 이스라엘 하이파의 한 정유시설. 이스라엘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중대한 피해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하이파/로이터 연합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재완화를 통한 원유 공급 확대와 원유 수출 정책 유지 방침 등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 메시지 발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해상에 대기 중인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배럴에 대한 제재를 며칠 내로 유예할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본질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이용해 이란을 견제하면서 향후 10~14일간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로 9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에 팔리던 이 물량이, 제재 해제와 함께 시장 가격으로 풀려 일본·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우방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제재를 유예한 러시아 해상 원유 1억3000만 배럴을 합치면 총 2억6000만 배럴 규모를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000만~14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약 3주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다. 미 재무부의 원유 선물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아닌 실물 시장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에 이어 이란산 원유까지 제재 해제를 언급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18일 세계 최대 가스전에 공격을 주고받은 뒤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각) 브렌트유 선물 5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다가 108.65달러로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수출 제한 카드도 배제하며 시장 불확실성 차단에 나섰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며 “석유 및 가스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수출 제한 카드’ 가능성을 공식 부인한 것으로,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을 검토했지만, 업계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반면 러시아는 상황에 따라 수출 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부 관계자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일부 연료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 확대 기조와 상충하는 움직임이다.

 

베선트 장관은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조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지난주 승인했으며, 미국 자체적으로도 1억72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국이 단독으로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추가 방출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 현재 방출 계획이 완료될 경우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며, 법적 하한선과 안전 기준에 근접하게 된다. 저장시설 구조상 잦은 인출이 어려운 물리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에너지부는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로써는 추가 방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김원철 기자 >

 

미 재무 “이란산 원유 제재 풀어 유가 억제…중국행 물량 우방국으로”

앤디 김 상원의원 “미 가정 돈 빼앗아, 푸틴과 이란 정권 주머니 채워, 완전한 난장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리/AP 연합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해상에 대기 중인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 배럴에 대한 제재를 며칠 내로 유예할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본질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이용해 이란을 견제하면서 향후 10~14일간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로 9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에 팔리던 이 물량이, 제재 해제와 함께 시장 가격으로 풀려 일본·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우방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제재를 유예한 러시아 해상 원유 1억 3000만 배럴을 합치면 총 2억 6000만 배럴 규모를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000만~14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약 3주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다. 미 재무부의 원유 선물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아닌 실물 시장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조치를 두고, 역설적으로 적국인 이란의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묶여 원유 물량의 90% 이상을 중국에 헐값으로 넘겨야 했던 이란이, 제재 해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값 받고 원유를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행정부가 더 높은 가스비와 식료품비로 고통받는 미국 가정의 돈을 빼앗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란 정권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며 “완전한 난장판”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미 재무부 계획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으로 향하던 이란 원유를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 돌리면 충분한 공급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레버리지(영향력)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조치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재 해제가 어떻게 작동할지, 이란이 어떻게 대금을 수령할지, 어떤 자산이 동결 해제될지 불분명하다”며 원유 판매 대금이 실제 이란에 귀속될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조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지난주 승인했으며, 미국 자체적으로도 1억 72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국이 단독으로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진행 중인 1억 7200만 배럴 방출 계획이 완료되면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198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적으로 비긴급 방출이 금지되는 하한선(2억 5240만 배럴)과 미 회계감사원(GAO)이 심각한 비상사태가 아닐 경우 방출하지 말 것을 권고한 마지노선(2억 5000만 배럴) 문제로 인해 대규모 추가 방출은 법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리적·구조적 한계도 크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60개의 지하 소금 동굴 형태의 저장 시설은 5회의 전면 방출 및 재충전만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잦은 인출 시 동굴벽이 녹아내려 붕괴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여러 한계와 우려를 반영하듯, 비축유 실무를 총괄하는 미 에너지부(DOE)의 벤 디트데리히 대변인은 베선트 장관의 인터뷰 직후 성명을 내고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으나, 현재로써는 추가적인 비축유 방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 김원철 기자 > 

 

이란도 카타르 · UAE · 사우디 에너지 시설 타격

이란 "반복되면, 에너지 인프라 완전 파괴"
트럼프 "카타르 또 때리면 가스전 날릴 것"
걸프 국가들,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 경고
사우디 "실낱같은 신뢰 완전히 산산조각"

 

이스라엘이 이란의 가스전을 폭격하면서 중동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28 ‘불법 공격' 19일째인 18일 이스라엘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율을 통해 이란 북부의 반다르 안잘리 해군 기지와 함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와 연결된 남서부 해안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했고, 이에 이란 당국은 걸프 전역의 석유‧가스 인프라 완전 파괴 가능성을 경고한 뒤 실제로 일부 보복 타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3,4,5,6 광구에서 불이 나 가동이 중단됐으며, 아살루예 단지도 손상을 입고 불이 났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이란의 연료 탱크를 공격한 적은 있지만, 에너지 생산시설을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2014. 01. 22 [AFP=연합 자료사진]

 

이스라엘, 이란 가스전 폭격…금지선 넘어
이란 "반복되면, 에너지 인프라 완전 파괴"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X를 통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그런 공격적 행위들은 적인 시온주의-미국과 그들의 지지자들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전 세계를 집어삼킬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새로운 단계의 대결이 시작됐다"라고 선언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에너지 기간 시설을 공격한 것은 큰 실수다...보복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공격이 다시 반복되면 에너지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사시 미국의 이해가 걸려있는 걸프 인접국들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전면 공격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전쟁의 방정식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전쟁의 추는 제한된 전투에서 '전면적 경제 전쟁'으로 옮겨졌다"고 논평했다. 통신은 "오늘 밤부터 레드라인은 바뀌었다"며 "적이 이번 공격으로 이란이 물러서도록 압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전적으로 오산이다. 이란은 '보복'이라는 카드를 쥐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2일 카타르 라스 라판 산업 도시에 위치한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전경. 2026. 03. 21 [로이터=연합]

 

이란, 카타르‧UAE‧사우디 에너지 시설 타격
파르스 "전면적 경제 전쟁으로 옮겨졌다"

 

이란은 공격 대상으로 카타르의 메사이드 석유화학 단지, 메사이드 홀딩 컴퍼니, 라스 라판 정유단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삼레프 정유시설,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호슨 가스전을 지목했다.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피격 소식에 브렌트유가 5%, 유럽 가스 가격이 6% 급등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하는 상황에서 이번 공격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전 세계 에너지 안보, 중동의 시민들, 환경에 대한 협박"이라며 "필수적 시설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당사자들은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맡는 카타르의 노스돔 가스전은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이란은 보복 경고를 일부 실행에 옮겼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노스돔 가스전과 연결된 카타르의 라스 라판 핵심 가스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합산 가스 시설은 공격 이후 폐쇄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 2곳이 공격받았다.

 

앞서 이란은 사우디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라인, UAE 루와이스 정유·석유화학 단지와 푸자이라 석유 산업단지, 바레인 밥코 정유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한 걸로 보도됐지만, 이란 당국은 자국의 행위가 아니라 그 공격의 배후로 미국‧이스라엘을 지목하고 걸프 국가들에 진상 조사를 위한 합동 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교장관이 19일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 및 이슬람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3. 19 [AFP=연합]
 

걸프 국가들,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도 경고
사우디 "실낱같은 신뢰마저 완전히 산산조각"

 

이날 이란의 공격을 다시 받은 걸프 국가들의 태도도 완연히 달라졌다. 심지어 군사 대응 경고도 나왔다. 먼저 카타르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란의 노골적인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고 비난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번 공격을 위험한 확전이자 노골적인 주권 침해이며,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면서 "이란 측은 지역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이 위기의 당사자가 아닌 나라들까지 분쟁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확전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타르는 이란 대사관의 군 및 안보 무관들을 '기피 인물‘로 선언해 24시간 안에 카타르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이란에 남아있던 실낱같은 신뢰마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고 관계 파탄을 선언했다. 사우디의 파이살 빈 파르한 외무장관은 19일 아랍‧이슬람 외교장관 긴급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사우디와 파트너들은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가 보여준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 그것이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일주일이 될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파이살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며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카타르를 다시 공격하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날리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6. 03. 18 시민언론 민들레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폭격 조율설 부인
트럼프 "카타르 또 때리면 가스전 날릴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사우스파르스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메시지로 이를 지지했다면서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은 원하지 않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한 분노로 이란의 사우스파르스가스전으로 알려진 주요 시설을 격렬하게 공격했고, 전체 중 비교적 작은 부분이 타격받았다"면서 "미국은 이번 공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위의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카타르도 어떠한 형태로든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카타르 라스 라판 가스 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고 불공정하다"고 비난한 뒤 "이란이 어리석게도 매우 무고한 대상(지금은 카타르)을 공격하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이 극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경우엔 미국은 이스라엘의 도움이나 동의가 있든 없든, 이란이 이전에 결코 보지도 목격하지도 못한 수준의 강도와 힘으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날려버릴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나는 이란의 미래에 미칠 장기적 영향 때문에 이런 수준의 폭력과 파괴를 승인하길 바라지 않지만, 카타르의 LNG 시설이 다시 공격받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는 미국 전역의 석유, 가스 및 기타 원자재 운송 비용을 낮추기 위해 100년 된 해운 규정(연안무역법)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다. 이는 자신이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최근의 조치다. 2026. 03. 18 [UPI=연합]
 

알자지라에 따르면, 18일 현재 이란 전쟁에서 인명 피해는 ▲ 이란(사망 1444명, 부상 1만8551명) ▲ 이스라엘 사망 17명, 부상 3727명 ▲ 미국(사망 13, 부상 200명) ▲ 바레인(사망 2명, 부상 수십 명) ▲ 이라크(사망 58명, 부상 수십 명) ▲ 요르단(부상 28명) ▲ 쿠웨이트(사망 6명, 부상 수십 명) ▲ 레바논(사망 912명, 부상 2221명) ▲ 오만(사망 3명, 부상 15명) ▲ 카타르(부상 16명) ▲ 사우디(사망 2명, 부상 12명) ▲ UAE(사망 8명, 부상 58명) 등이다.                                                                  < 이유 기자 >


호르무즈 봉쇄 푸는 유일 해법은 미국의 전쟁 중단

 

미국의 이란 체제 전복 시도는 실현 불가능

이란은 전쟁 부담 키우며 전략적으로 움직여

더 근본적 문제해결 방식은 이란 제재 푸는 것

북핵도 마찬가지, 제재 해제 뒤 협상 통해 풀어야

미군 주둔이 안보 보장 못한다는 점 분명해져

미국이 전쟁 그만두도록 동맹국들이 설득해야

 

중국 해운회사가 운영하는 석유 제품 운반선 창항풍차이호가 2026년 3월 18일 신베이시 선샤오항의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및 유통 서비스 센터 구역에 정박해 있다. 3월 18일, 이라크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여 터키를 통한 석유 수출을 재개한다고 발표하면서 유가가 하락했고, 월가에서 기술주 주도의 상승세에 힘입어 증시는 올랐다. 2026.3.18. AFP 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내걸고 있는 이란의 ‘체제전환’(반미 신정체제 전복)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원래 이란은 체제기반이 강고하다. 부당한 공격을 받은 이상 자국 방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스라엘이) 선전포고도 없이 국가원수인 최고지도자를 느닷없이 군사적 수단으로 살해한 것은 국제법으로도 유엔 헌장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다. 이란은 철저히 항전을 계속할 것이다.

 

미국의 이란 체제전복 시도는 실현 불가능

 

게다가 지금 이란은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군사체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죽음으로 혁명수비대가 추대하는 차남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가 됐지만, 모즈타바는 권위있는 종교지도자도 법학자도 아니다. 최고지도자에 선출된 뒤에도 공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혁명수비대에 의해 떠받들여진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알리 하메네이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어서 혁명수비대를 억제하는 무게를 갖고 있었다. 모즈타바에겐 그런 힘이 없다. 이제 혁명수비대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2025년 6월 22일에 촬영된 호르무즈 해협 지도의 그림. 2025.6.22. 로이터 연합

 

“이란은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멈추면 호르무즈 봉쇄도 풀려

 

마쓰나가 야스유키 일본 도쿄외국어대 교수(이란정치)는 19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모즈타바 체제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없다며 이란이 “무작정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금방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은) 처음에는 페르시아만 연안국가들에 있는 미군기지 시설이나 미국 대사관부터 시작해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경제 인프라를 대상으로 반격을 가했다. 이제 그것을 서서히 확대해 전쟁 계속에 따른 비용을 키움으로써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려 하고 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시장을 통해 미국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란도 에너지 수출국가인 이상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고 항행 불능상태가 계속되면 자국 이익에도 반하기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금방 (호르무즈 해협) 항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봉쇄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국적 호위 군함 파견을 통한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더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식은 이란 제재 푸는 것

 

그는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어야 한다. 제재가 계속되면 정전(종전) 뒤의 부흥(재견)과 인프라 복구를 위한 지원이 불가능하다. 경제제재로 이란의 방침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효과 없는 제재를 계속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효과 없는 제재를 계속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북핵도 마찬가지···제재 해제 뒤 협상 통해 풀어야

 

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와 관련해 표방하고 있는 가장 큰 목적은 북한의 핵 농축과 핵무기 생산, 그것을 탑재해서 쏘아보낼 미사일 개발을 제재로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그것은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의 핵 개발을 재촉하고 그것을 정당화해 준 꼴이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북이 어느새 핵무장국이 됐다는 것은 미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관성이거나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악의 축’이라는 영구 낙인을 찍어 제재를 가하고 남북 대립을 격화시킬 경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존재들은 누구일까?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이라면 제재를 가하면서 적대관계를 지속하는 것보다 제재를 해제하고 관계를 정상화한 뒤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2026년 3월 16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인도 구자라트 주 문드라 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6.3.16.로이터 연합

 

미군 주둔이 안보 보장 못해

 

마쓰나가 교수는 이란과 이웃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관계에 대해, 이번 전쟁으로 미군의 주둔이 주둔국 안보를 반드시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 이상, 이웃 산유국들이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쌍방의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왜냐면) 페르시아만 국가들에게 미군기지가 있는 것이 자국 안전보장에 반드시 보탬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 (이번 전쟁을 통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란의 약점···제재로 인한 빈곤화와 민심 이탈

 

마쓰나가 교수는 이란은 지금 체제 존속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중대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두가지를 꼽았다.

 

“이란은 계속 경제제재를 받아 왔기 때문에, 그로 인한 심각한 인플레가 국민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빈곤화를 재촉했다. 전력과 물 공급을 위한 인프라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번 공격으로 그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9000만 이상의 인구를 지닌 나라 이란의 인프라를 복구시키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국민의 마음이 체제로부터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에 걸쳐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체제)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체제(정부) 쪽은 힘으로 그것을 억압했고 많은 희생자를 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미국과의) ‘12일 전쟁’ 때 볼 수 있었던 국민의 단결이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 다수가 체제에 비판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설사 지금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가시밭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사정도 미국이 전쟁을 멈추면 이란도 바로 호르무즈 봉쇄를 풀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는 조건들 중 하나다.

 

미국이 전쟁 그만두도록 동맹국들이 설득해야

 

마쓰나가 교수는 지금 상황을 바꾸려면 미국 동맹국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을 설득해 전쟁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의 동향을 중시한다. 이대로 공격을 계속하면 원유가격이 올라가고 세계경제가 침체돼 실업률도 올라갈 것이다. 하루 빨리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마쓰나가 야스유키 도쿄외국어대 교수

 

호르무즈 봉쇄와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과 침체를 단번에 확실하게 해결하는 방법, 그것은 미국이 전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마쓰나가 교수는 얘기하고 있다.      < 한승동 기자 >

 



선택적 표적 수사와 기소는 죽음 부르는 칼날


기득권 카르텔과 '검찰공화국'의 구조적 뿌리
약자에게 더욱 잔혹한 통제 없는 권력의 실체
독점 권력 구조적 문제 '시스템 에러' 제거해야
개혁과 반개혁의 격돌을 또다시 물타기한 언론
2019 '조국 사태'와 이번 싸움이 달랐던 이유

 

 

2023년 9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9.12 [공동취재] 연합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이라는 국제적 격변이 한반도에도 먹구름을 몰고오고 있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권력기구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중대한 과제가 한 고비를 넘고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다. 이 과제는 단순히 특정 정당의 정략적 목표가 아니다. 지난 ‘빛의 혁명’ 당시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이 품었던 뜨거운 열망의 하나이자,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 의제이다.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이른바 ‘검찰공화국’이 바로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하려던 12·3 쿠데타의 뿌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권력의 본질은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의 방향성에 있다. 특수부를 정점으로 한 검찰 권력은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거나 결이 다른 정치 세력을 철저히 파괴해 왔다. 그 칼날은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후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정치적 상징들마저 제거하려고 했다.

 

윤석열 시대의 검찰이 이재명 현 대통령(당시 야당 대표)에게 가한 압박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검찰은 이재명을 350번 넘게 압수수색했고, 7번 소환했으며, 6번 기소했고, 5건의 재판에 회부했다. 이로 인해 이재명은 1주일에 3일까지 100번이나 재판정에 불려 다녀야 했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명백한 정치적 고문이자, 야당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국가 폭력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X) 갈무리. 2026.3.4. 시민언론 민들레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검찰의 행태도 비열함의 극치였다. 전 대통령의 과거 사돈이 운영하는 목욕탕까지 찾아가 수십 차례의 전화와 메시지까지 보내며 압박을 가한 사례는 검찰이 권력을 어떻게 사유화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당시 검찰은 '사돈을 감싸려다가 아들이 큰일 난다'며 협박에 가까운 언사로 압박했다.

 

이는 철저한 ‘선택적 표적 수사’였다. 야권 인사에 대해서는 먼지떨이식 수사를 이어가면서도, 윤석열과 김건희, 최은순 그리고 그 측근들과 관련된 사건들은 전부 줄줄이 덮어졌다. 검찰에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원칙이 아니라, 자기 편에는 방패가 되고 반대 편에게만 창이 되는 무기일 뿐이었다.

 

정치 검사들이 이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족벌 언론, 재벌, 그리고 기득권 우파와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해서 이 사회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이익을 보장해 주며 한국 사회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지배 구조를 공고히 했다. 이 카르텔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민주당이나 진보 정당들이 정치권력을 잡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막으려 했다. 자신들의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검찰의 문제를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만의 관심사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와 착각이다. 검찰 권력의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며, 그 피해는 결국 평범한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인 중수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3.17. 연합
 

돈과 권력에서 거리가 먼 보통 시민들일수록 검찰의 힘 앞에 더욱 속수무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극명한 사례가 바로 지난해, 16년 만에 무죄가 밝혀지며 억울한 누명과 감옥살이에서 벗어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부녀다. 이 사건에서 담당 검사는 증거 조작과 강압 수사, 그리고 선정적인 언론 플레이를 서슴지 않았다. 검찰의 각본 아래 이들은 ‘근친상간을 하고 존속을 살해한 악마들’로 몰렸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부녀는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했으며 지적장애까지 갖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대형 로펌이나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도 없었다.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만들어 내기도 어려웠다. 검찰은 이들의 취약점을 이용해 허위 자백을 유도했고, 반대 증거들을 묵살했다.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에야 밝혀진 무죄는, 검찰 권력이 통제되지 않을 때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기록이다.

 

물론 이것은 검사 개개인의 인격 문제도, 모든 검사가 악당이어서의 문제도 아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와 형 집행권 등을 모두 독점하고서 정치권력과 유착해 사건을 덮어서 돈을 벌거나, 사건을 파헤쳐서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의 문제였다. 즉, 악의를 막기에는 견제 장치가 너무 부족한 ‘시스템 에러’ 상태가 문제였다.

 

이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검찰 개혁의 과제였고, 그것은 항상 강력한 저항과 반발 속에 실패해 왔다. ‘빛의 혁명’을 거치고 나서도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1차 검찰 개혁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해온 임은정 검사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라고 실망할 정도였다. 기득권의 저항은 그토록 집요하고 강력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왼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의원들과 참여연대, 민변 관계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ㆍ공소청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1. 연합
 

누구도 기존의 구조에서 누려온 돈과 권력을 쉽게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검찰개혁을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이라고 물타기했던 친검찰 언론들은 이번에도 ‘추나(추미애-나경원)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전개된 개혁과 반개혁의 충돌을 물타기했다. 구조적 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을 정치인들의 사적인 대결로 치부함으로써 대중의 피로감을 유발하기만 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검찰 통제에서 벗어난 경찰이 멋대로 사건을 덮으면 성폭력 피해자 등 약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는 논리로 철저한 검찰 개혁에 딴지 걸고 나섰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주당, 민주당 내부, 지지자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거기에는 개혁의 결과가 혹여나 또 다른 권력의 남용이나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우려들도 섞여 있었다.

 

그 논쟁은 감정적 대립과 불신으로까지 발전하다가 결국 마무리되고 있다. 제기된 비판과 우려들을 대부분 반영해 수정한 검찰개혁 법안이 곧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된 방안을 보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철저한 검찰개혁을 기대하던 이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담겼다. 이것은 그동안 번번이 저항에 직면해 실패했던 검찰개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장 2019년 '조국 사태'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당시에 개혁 시도는 검찰과 언론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그러면서 시작된 것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포장된 거대한 '조국 일가 마녀사냥'이었다. 검찰-보수 언론은 기득권 우파를 모두 결집하고 '이러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중도층과 심지어 일부 진보 좌파까지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검찰-언론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것은 먼저 상황과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박근혜 정권 탄핵의 '촛불혁명' 이후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윤석열이 쿠데타까지 시도했다가 실패한 '빛의 혁명' 이후라는 점이 다르다. 더구나 당시에 검찰은 박근혜의 비리를 파헤쳐 탄핵에 기여했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검찰은 오히려 윤석열 쿠데타의 공범이라는 굴레 속에 갇혀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검찰의 수사를 ‘정의로운 칼날’로 신뢰하지 않는다.

 

촛불행동이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게다가 당시에 기득권 우파는 문재인 정권 중기로 접어들면서 위기와 분열을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초기인 지금 기득권 우파는 아직도 위기와 분열 속에 헤매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의 차이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쪽과 그것을 막으려는 쪽의 서로 다른 대응과 세력 균형을 낳았다. 2019년에는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논쟁의 주도권을 쥐고서,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세력이 오히려 고립됐다.

 

반대로, 이번 논쟁은 검찰 개혁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검찰 개혁의 방식과 내용, 강도의 차이가 문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 철저한 개혁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의도적인 전술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이 프레임을 설정하고 주도권을 잡았다.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들 간의 논쟁과 갈등 속에서 개혁을 반대하는 쪽은 공개적으로 나서기 어려웠고 주변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 조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먼저 이번 검찰 개혁이 허점을 드러내거나 부작용을 낳는다면 그들은 '그것 봐라' 하고 나올 것이다. 모든 것을 '검찰 개혁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범죄 피해에 노출되며 고통받게 만들었다'라는 결론으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다시 검찰 개혁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용해 '강경파'와 '온건파'를 갈라치고 특정 인물과 세력을 매도하고 탓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미 이번에도 그런 현상은 어느 정도 나타났다. 이것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추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런 반격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서 어느 때라도 불거질 수 있는 비리 의혹에 대한 선택적 표적 수사와 결합한다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다시 중도층과 일부 진보 좌파까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권을 돌려주자'고 편들지 모른다.

 

검찰 개혁은 단순히 법안 하나가 통과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법이 시민들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보호하고 권력의 횡포를 어떻게 막아내는지 끊임없이 증명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보완수사권 논란도 아직 남아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더 치밀하게 감시하고, 더 치열하게 논쟁하고, 더 단단하게 연대해야 한다.   < 전지윤 기자 >

 

'보완수사권'은 별건수사 만능키…열쇠 회수해야

검찰개혁 큰 진전에도 형소법 개정안 우려 남아

보완수사권은 개혁 전체 무력화 할 수도
비대한 검찰 조직 실질적 정상화의 관건
예외 허용하면 예외가 원칙처럼 굳어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검찰 개혁 입법인 중수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법안 처리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6.3.17. 연합
 

17일 발표된 당정청 합의는 언뜻 보기에는 거대한 진전처럼 보인다. '검찰청' 간판을 떼고 '공소청'으로 전환하며 수사와 기소를 확실히 분리하겠다는 선언은 분명 개혁의 마침표를 찍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화려한 간판 뒤에 숨겨진 '보완수사권'이라는 작은 문구를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이 합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타협인지 목격하게 된다.

 

한국 검찰의 본질적 문제는 권한 규모가 아니라, 그 권한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구조에 있다. 한국은 검사 1인 책임제와 기소편의주의로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쌓아왔다.

 

검찰 권력의 본질은 '기록'이 아니라 '행위'에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법리를 검토해서가 아니다. 직접 사람을 부르고, 집을 뒤지고, 캐비넷에 정보를 쌓을 수 있는 '직접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핵심은 이 물리적인 칼날을 거두고 검사를 순수한 공소유지인으로 되돌리는 데 있다.

 

그 캐비넷의 뿌리는 길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사상범을 분류하던 서랍장, 보안사가 민간인을 사찰하던 파일철이 그 원형이다. 기관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정보를 쥔 조직이 권력을 쥔다'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검찰 수사권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 캐비넷의 운영에는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 운영에는 법적 근거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보완수사권 논쟁의 핵심 쟁점이 있다.

 

이번 합의문과 연계하여 검토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직접 보완수사권'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의 존치는 개혁 전체를 무력화할 잠재적 폭탄이다. 보완수사권이 '요구권(Request)'이 아닌 '직접 행사권(Action)'으로 남는다면, 기존의 거대한 수사 조직과 인력은 '보완'이라는 명분 아래 그대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이름만 공소청일 뿐, 내부에는 여전히 수백 명의 수사관과 정보 부서가 상주하며 언제든 캐비넷의 먼지를 털어낼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은 '캐비넷'을 여는 유일한 마스터키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예외가 인정되는 순간, 송치된 사건과는 무관한 별건 수사의 문이 열린다.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한마디면 검찰은 다시 현장으로 나갈 명분을 얻는다. 이는 결국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며, 검찰을 다시금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세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검찰의 구조적 후진성

 

한국 검찰의 후진성은 권한 규모가 아니라 남용을 막지 못한 구조적 결함에 있다.

 

독일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경찰 지휘권을 가지지만, 국가수사위원회의 엄격한 감독과 철저한 영장주의로 정치적 중립을 강제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는 한국의 기소편의주의와 상급자 지휘 남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영국은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제한하고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를 맡도록 하며, 기소 전문기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설계해 검사들의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했다. 반면 한국은 검사 1인 책임제 하에서 수사부터 공판까지 독점하며 통제 장치가 부재하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의원들과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ㆍ공소청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1. 연합
 

일본 역시 특수부서를 통해 정치·경제 범죄를 직접 수사하지만, 내부 감사 체계를 강화하고 장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운영 방식을 택했다. 한국은 정권 교체 시 정치 보복 수사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불안정성을 반복해왔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견제와 균형 장치를 마련해 권력남용을 방지한다. 한국 개혁이 나아갈 길은 권한 회수와 함께 이러한 국제 표준 통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반론이 있다. 경찰 수사가 부실할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하지 않으면 공소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경찰 수사 역량의 문제이지,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존치시킬 근거가 될 수 없다. 부실 수사의 해법은 경찰 역량 강화와 국가수사위원회 감독으로 풀어야 한다. 경찰권력 비대화의 문제는 행정부의 힘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예외를 허용하면 예외가 원칙이 되는 것은 법 집행 역사가 수없이 증명해온 사실이다. 요구권+기한제+불이행 제재를 명문화하고, 보완 범위를 본건만으로 제한하라.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사의 손에서 직접 수사라는 '도구'를 완전히 회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족한 수사는 경찰에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요구권'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대해진 검찰 조직이 슬림화되고, 비로소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리가 사법 체계에 뿌리내릴 수 있다.

 

정치권은 '공소청'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검찰 조직의 생존 퇴로를 열어주는 기만적 합의를 멈춰야 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직접 보완수사'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요구권'으로 명문화하지 않는 한, 어제의 합의는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수호를 위한 '세련된 분식회계'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간판 교체가 아니라, 성역 없는 권력의 해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

 

배심 · 참심제로 사법민주화…사법 카르텔 뿌리 뽑아야

시민단체 주도로 '사법주권 개혁안' 발표
판결문·재판자료 공개 '사법 블랙박스' 제거
시민참여, 사법 투명성·책임성·접근성 강화
"사법권의 원천은 대법원장 아닌 국민"

 

사법대개혁을 위한 연속 세미나를 열어온 법학자 변호사 시민들이 ‘한국형 사법 주권 개혁안’을 발표했다. 시민인권위원회와 정철승변호사무죄판결을위한시민변호인단은 18일 지난해 12월부터 가진 7차례 세미나의 종합토론회를 서울 청계천로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고 한국 사법부가 ‘근대적 낙후성’을 끝내고 ‘현대적 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연속 세미나를 통해 아테네의 고대 민주주의부터 미국, 독일, 일본, 대만의 사법 제도를 면밀히 검토해 이같은 개혁안을 도출했다.

 

18일 서울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연속세미나 종합토론회의 모습. 사진 시민인권위원회

 

이날 발제에 나선 이원영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과 김종서 배재대 명예교수는 사법 민주화의 핵심 방향으로 주체·과정·책임·접근성을 꼽았다.

 

첫째, 사법 주체의 민주화다. 현재 1.2%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국민 참여 재판을 전면 확대하고, 정치·기업인 범죄 등 주요 사건에는 시민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필수적 배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문 영역에는 시민 법관이 판사와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는 ‘참심제’ 도입이 제안되었다.

 

둘째, 사법 과정의 민주화다.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벤치마킹해 재판 전 당사자들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하고, 판결문과 재판 자료를 시민들에게 전면 공개해 '사법 블랙박스'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사법 책임의 강화다. 판사가 악의를 가지고 법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고,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사법 뇌물’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징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넷째, 사법 접근성 제고다. 하급심 법관을 획기적으로 증원하고 법원 수를 늘려 시민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민생 사법 개혁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토론자 5명은 한국 사법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개선을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정철승 변호사는 "사법 카르텔이 모든 분야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사법 권력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된 현실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사법 민주화는 지난 30년간 법조 엘리트들의 방해로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진단하면서,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 법학계가 사법 카르텔을 형성해 사법개혁을 비롯한 사회 개혁들의 걸림돌이 되어왔는데, 시민들이 주체가 된 사법개혁, 사법 민주화만이 그런 견고한 카르텔을 깨뜨리고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2026년을 사법 민주화의 원년으로 삼자고 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법조계의 특권 의식을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인 가치관의 전환을 주문했다. 대구시민헌법학교 설립자인 최 변호사는 '가치 삼권분립'이라는 말을 제시하며 "돈을 추구하면 권력을 포기하고, 권력을 잡으면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은 판사 하다가 옷 벗고 바로 돈 벌고, 다시 국회로 가는 '패륜적 법조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 대법관'론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대법관의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주면 정말 사명감 있는 사람만 남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최자영 전 부산외대 교수는 “직업 법관이 독점한 '결정권'을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판은 법 기술이 아니라 '상식'으로 하는 것이다. 영국이나 그리스처럼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법 시스템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민재 판사가 그림자배심원들을 대상으로 국민참여재판과 그림자배심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자배심원은 국민참여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유무죄나 양형에 모의 평결을 하고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도 낸다. 2025.6.24. 연합
 

황치연 홍익대 교수는 ‘시민 법관’ 도입을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위헌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 교수는 "사법권은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취약한 권력이다. 직업 법관 제도가 재판권을 독점한다는 해석은 틀렸으며, 배심제와 참심제를 통해 이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법률가 양성 제도에 대해 질타했다. "윤석열, 한동훈, 조희대 같은 인물들이 나타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체질의 문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법률가를 길러내지 못하면 사법 개혁은 백약이 무효다.” 김 교수는 "로스쿨 학생들은 만 개가 넘는 대법원 판례 요지만 암기하느라 판결문 전문을 읽거나 시대의 아픔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며, 변호사 시험을 자격 시험화해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학교수 출신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총평을 통해 최근의 사법 현실을 ‘사법 내란’이라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온 국민이 생중계로 본 내란 사범들을 법원이 느슨하게 대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절망했다”며, 법관의 성역화를 인정하지 않는 시민들의 강력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곽 전 교육감은 또한 사법개혁이 정당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당 주도의 개혁은 필연적으로 정쟁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제왕적 대법원장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장기적 비전 없이 단편적인 입법에만 매달렸다면서 이를 위해 개헌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 비전 아래 시민 주도의 상시 개혁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함께한 한인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법권도 국가 권력의 일부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는데, 법 전문가들이 마치 사법권이 국민과 무관한 ‘성역’인 양 시민들을 속여왔다”고 비판하고 특히 판사들이 사법권의 원천을 국민이 아닌 ‘대법원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실을 ‘제왕적 사법 체제’의 폐단으로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히 “아무리 떠들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야말로 권력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며, “국민 참여 재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수사·기소 분리 입법 등은 과거에는 ‘미친 소리’ 취급을 받았으나, 시민들이 10년, 20년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기에 현실이 되었듯이 지금의 사법 개혁 논의가 비록 ‘씨를 뿌리는 단계’일지라도, 시민들이 물을 주고 가꾼다면 반드시 ‘민주적 사법’이라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시민인권위의 이원영 공동위원장은 “이번 세미나는 사법부의 주인은 법전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광장에 모인 시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면서 “법관 위에 국민이 있고, 법관 위에 헌법이 있다는 믿음으로 사법개혁을 위한 시민 연대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재 기자 >

 

촛불행동 "주권자 투쟁, 검찰개혁 한고비 넘어"


김민웅 "이 대통령 담대한 결단, 중대한 전환점"
서보학 "90% 만족해…보완수사권 해결도 낙관"
한인섭 "정부 원안 60점이었는데 82점으로 상향"
김필성 "바뀐 게 없단 전문가들, 국민 수준 이하"
황운하 "추미애·김용민·박은정 불굴의 신념 경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 내 본인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 개혁 법안인 중수청법ㆍ공소청법 세부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3.18. 연합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와 국회 법사위원들의 일관된 저항 끝에 막판에 대폭 수정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법 정부안(당정 협의안)을 두고 민주진보 진영에서 잇따라 후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완수사권 등 아직 미완의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우선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대원칙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중수청 수사 지휘·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등 여러 독소 조항을 제거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검찰개혁 국면에서 주권자 국민들의 투쟁은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이는 국민주권 시대의 불가역적 현실이 되었다"며 "온라인에서의 치열한 논쟁과 문제 제기는 이 나라 주권자의 정치적 수준과 의지를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에게도 충격과 성찰의 토대가 되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 그뿐인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안에 들어가 어려운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수일 동안 농성을 한 분들, 청와대 앞 촛불대행진 집회에 참여한 분들, 실무·현장 책임자들, 자원봉사, 발언, 공연, 노래와 격문 등 그 모든 대목에서 주권자 국민들은 각기 최선의 역할을 하면서 감동과 열정을 함께 깊게 나누었다"며 "청와대 앞 기자회견장과 그 인근에서 있었던 농성에 함께 한 분들도 포함해 이 모두가 검찰개혁을 주도한 가장 중요한 주역들"이라고 치하했다.

 

앞서 촛불행동 집행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반복 개최해 "검찰개혁 정부안은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허물고 검찰에게 새롭고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정치검찰 강화 법안"이라며 정부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진입해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농성까지 벌인 바 있다.

 

김 상임대표는 또 "곤혹스럽고 어려운 고비를 맞이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을 평가한다.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검찰개혁의 동력이 다른 개혁 사안에 필요한 추가 동력의 기본이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자신에게 불편하고 비판적인 주권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깊고 높은 수준의 소통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그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이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촛불행동은 전날 따로 <당정청 검찰개혁 협의안 발표는 주권자 국민의 승리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주권자 국민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검찰개혁 정부안이 발표된 후 우리 국민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온라인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청와대 앞 촛불대행진 등을 통해 국민의 의지를 표출했다"면서 "결국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10번이라도 수정이 가능하다며 법안 수정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했다. 주권자 국민의 투쟁으로 또다시 검찰개혁이 한고비를 넘어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보완수사권 문제를 비롯, 여타 대목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며 "또한 내란을 완전히 단죄하기 위해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 개혁도 계속 밀고 가야 한다. 아직 미완인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주권자 국민의 힘을 총결집시키자. 이번 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으로 총결집해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채널 '스픽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엊그저께까지만 정부안이 사실상 '대검 중수청으로 가는 게 아닌가, 검사가 여러 가지로 수사에 관여하고 수사 기관의 상위 기관으로서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불안했는데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재확인하고 당정청이 조율을 해서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삭제·개선됐다"며 "한 90% 정도는 만족할 만한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진행자인 전계완 대표가 "100점 만점에 90점을 준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서 교수는 "10월이 되면 정부 조직법으로 인해 검찰청이 사라지고, 또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당정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대로 (출범하게) 되면 검사가 그동안 누렸던 독점적 지위, 특권적 지위는 상당 부분 해소가 돼서 정상적인 법 집행 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회가 깊고 기쁘다. 이렇게 검찰개혁이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민주시민들의 굳은 의지와 강력한 요구가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될 보완수사권 문제에 관해서는 "아마 검찰 쪽에서는 보완수사권이 그나마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맨 뒤로 논의 순서를 미뤄서 어떤 정국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저는 상당히 고무적인 게, 대통령이나 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명확하게 재확인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원칙에 근거해서 잘 해결이 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사들은 끝까지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가능한 한 검찰청 내 수사 인력을 확보하려고 할 텐데, 저는 대통령실의 개혁 의지나 당의 개혁 의지(가 강하고) 또 국민들이 지금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6월에 가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해서 확실하게 검찰 수사권은 떨어져 나갈 걸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주선으로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를 포함한 6명의 법조인과 교수들이 자문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14. 연합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서 "3월 5일 정부안, 막막했다. 당일 추미애 위원장의 절박한 호소가 연속 5회나 있었다. 갑론을박, 소용돌이를 거쳐가며 3월 17일 한 매듭을 지었다"면서 "100점 만점으로 보면 원안은 60점 정도였는데 오늘 발표안은 82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이번 당정 협의안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60점은 있을 수 없다며 절박했던 추미애 의원의 호소력과 개혁 진정성, 그것을 우선 기억한다. 이렇게 점수를 (82점으로) 상향할 수도 있는데 정부안을 고정불변이라고 몰아붙였던 세몰이도 이겨낸 우리 국민들"이라며 "82점을 90점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국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김필성 변호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대체로 바로잡은 것 같다. 남은 규정들은 운영하면서 수정해도 되는 것들"이라며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형사소송법이 남았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경찰 통제 기구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가장 큰 고비를 넘었다. 결국 국민이 해낸 것이다. 국민적인 열망과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는 "검찰개혁 법안이 바뀐 게 없다고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있나 보다. 그분들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검찰,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 평균 수준도 못 미친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앞으로 그 분들이 권력기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를 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 제가 언급한 부분(공소청법 4조·62조 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고, 바로 그 부분을 중심으로 내용이 수정됐다"고 일부 전문가들의 검찰개혁법 폄훼를 꼬집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오래전부터 선구자격으로 주창했던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당정청 합의안으로 공개된 공소청, 중수청 법안을 지지한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미정, 공소청 3단계 구조 유지 등 미흡한 부분들 때문에 만점짜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촛불 시민, 응원봉 시민들이 우려했던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삭제됐다"며 "미흡하기 짝이 없던 공소청, 중수청 법안에 대한 당정청 수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의지와 열정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여기에 법사위의 추미애 위원장, 김용민 간사, 박은정 의원의 불굴의 신념과 용기가 빛을 발했다. 세 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결정적으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직접 가르마를 타줬다.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완수사권에 집중해야 한다"며 "보완수사권이 어떻게 규정되느냐 여부에 검찰개혁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안 극적 반전…법사위·시민사회 반대 통했다

 

당정청, 막판에 중수청·공소청 법안 대폭 수정
가장 문제된 '중수청법 45조' 통째 삭제 대표적

정부, 며칠 전까지도 "수사 협력 꼭 필요" 옹호
민주당도 종전엔 "당론 정했으니 미세 조정만"

지지층 등 반대 거세자 정청래 주도로 재협의
이 대통령 직접 교통정리…당정 소통 부족 지적

'강경파'로 몰렸던 법사위원들 "국민들께 감사"
공소청 3단 구조, 검찰총장 명칭 등 과제 남아

보완수사권 최대 쟁점…여당은 폐지 입장 분명
김민석 · 윤호중도 "폐지 원칙", 정성호는 "필요"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법사위 간사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인 중수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3.17. 연합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 설계도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이 오히려 '정치검찰의 부활'을 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팽배했으나 당·정·청이 치열한 물밑 협의 끝에 막판에 이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그간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공소청 3단 구조와 검찰총장 명칭 유지 등 아쉬운 대목은 남아 있지만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본질과 직결된 사안은 아니어서 그간 정부안(당정 협의안)에 강력 반대해왔던 국회 법사위원들과 여권 지지층도 환영하거나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17일 오전 정청래 대표 주재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당·정·청 협의안(2차 수정안)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거나 우회적으로라도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대등한 구조로 재편했다는 점이 뼈대를 이룬다. 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의무, 검사의 광범위한 의견 제시 및 입건 요구권 등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중수청법 45조를 통째로 삭제한 게 대표적인데, 본래 해당 조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45조(검사와의 관계)

① 수사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에 관하여 검사와 긴밀히 협력하여야 한다.

③ 수사관은 중대범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한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 따른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등을 통하여 피의자, 범죄사실 요지, 개시 경위 및 수사 경과 등 수사 사항을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와 수사관은 수사 사항 등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⑤ 범죄의 태양(態樣), 규모 또는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검사와 수사관은 송치 전에 수사할 사항, 증거 수집의 대상, 법령의 적용, 혐의에 대한 의견 등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⑥ 검사는 수사관이 송치한 사건과 관련하여 다른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그 입건을 요청할 수 있다.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관한 사항 및 그 밖에 검사와 수사관 간에 준수하여야 하는 수사준칙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이 중수청법 45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개혁추진단장인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법무부 차관, 행안부 차관, 법제처 차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검찰개혁추진협의회는 지난 11일 공개한 <검찰개혁법안(정부·여당안) 설명자료>에서 "중수청 수사관과 검사와의 관계 관련 규정은 수사·기소 분리 이후 협력을 위한 절차일 뿐 수사권 우회 확보 구조가 아니다"라며 "중수청법 45조 중수청 수사관의 수사 사항 통보 의무, 상호 의견 개진, 입건 요청권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단계별 상호협력의 필요성이 커져 마련한 규정이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고난도 법리 분석이 필요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 범죄의 증거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기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사 초기부터 조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어 "검사가 중수청을 통해 수사권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수사-기소가 조직적으로 분리되고 각기 다른 부처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조직 구조상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사회자를 맡은 박균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3.17. 연합
 

그럼에도 당정은 며칠 만에 방침을 바꿔 이 조항을 전부 들어낸 것이다. 이 밖에 ▲공소청법에서 검사의 직무 중 영장 청구·집행 지휘 권한 삭제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 삭제 ▲검사의 직무 규정을 '법령'이 아닌 '법률'에 따르도록 해 시행령을 통한 검사 직무 범위 확대 가능성 원천 봉쇄 ▲사법경찰관리 등이 직무 집행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지방공소청장이 해당 사건의 수사 중지를 명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 삭제 ▲검찰총장이 전국의 모든 검사를 직접 지휘하며 사건을 입맛대로 배당할 수 있는 근거였던 검사 직무 위임·승계 및 이전 조항 삭제 ▲법 시행 후 불가피하게 공소청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수사를 해야 할 경우 종전 정부안의 6개월이 아닌 90일 이내 사건을 종결하고, 종결하지 않을 경우 소관 수사기관에 이송하도록 수정 ▲조직 신설 및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적 권한을 명확히 하도록 부칙 정비 ▲정부가 기존 검찰 인력을 신설되는 공소청이나 중수청으로 발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중수청 수사 대상 중 논란이 컸던 사이버범죄 범위 축소 등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이는 앞서 여러 차례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1차 수정안에 대해 체계 자구(字句) 수준의 '미세 조정' 정도만 가능하다고 했던 민주당 기조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을 일찌감치 당론으로 채택했고,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정책조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총에서 결정된 사항은 법안의 기술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법사위와 원내 지도부 간 논의를 통해 재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이나 수정은 당연히 어렵다. 정부안을 토대로 어느 정도 미세 조정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김현정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대책회의 뒤 브리핑에서 "정부 입법안은 갑자기 뚝딱 나온 게 아니라 당정청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만들어진 안"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미세한 조정을 논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불과 1주일도 안 지난 사이에 당정 협의가 큰 틀에서 다시 진행돼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을 담은 2차 수정안이 나온 것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사위원 및 참여연대·민변·촛불행동 등 민주진보 진영의 강력한 재수정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 당원들을 포함한 여권 지지층의 폭넓은 문제 제기가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수청·공소청법을 두고 파열음이 계속되며 민심 이반 조짐 등 혼란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정청래 대표가 원내 지도부와 법사위 간 중재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교통정리를 함으로써 속전속결로 2차 수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3.17. 연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왜 법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고 당론을 서둘러 정했느냐"며 민주당 측에 쓴소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통령은 17일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의 이날 중수청·공소청법 발표를 언급하며 "명확하게 얘기를 하면 검찰개혁이라고 하는 게 우리 국민의 관심도 높고 또 주요 국정 과제 아니냐"며 "핵심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중수청을 만들어 경찰 역할을 확대해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는다, 관여의 소지를 없애고 오해의 소지도 아예 없앤다, 이렇게 명확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과정 관리가 조금 그런 것 같다"고 당정 협의 과정에 대해 사실상 질책성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나 법무부, 국무조정실이 주로 국회, 특히 여당과 소통을 한 것 같은데 이게 참 그런 게 있다. 제가 숙의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논의해서 결정을 하라는 것이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숙의를 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소통이 돼야 하고 진지하게 토론이 돼야 하는데 나중에 보고 나면 (관계자들 중에) '나는 듣지도 못했다'는 이런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뭐 그냥 하라니까 했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 책임도 안 지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의 잘못이라고 내가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여튼 터놓고 지겨울 정도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쁘다고 그냥 (한쪽 의견을) 억압하거나 아니면 제한하는 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다 이게 문제가 된다. 힘들더라도, 특히 갈등 의제일수록,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일수록 정말로 진지하게 터놓고 진짜 숙의를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나중에 이중 삼중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좀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얘기한 대로 일단 진짜 숙의를 하려면 대전제는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고, 그 이전 단계로 진짜 소통이 돼야 한다.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억지로 모아놓고 말도 못 하는 분위기에서 시간만 때우면 그게 되겠느냐. 물론 당정 관계라고 하는 게 누가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인 중수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3.17. 연합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검찰개혁 두 법안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해 주신 국민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당정청이 긴밀하게 조율해서 오늘 협의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번에는 또다시 이 문제를 가지고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당대표인 제가 직접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간사와 함께 법 조항 하나하나를 밑줄 쳐가면서 다 살펴봤다. 그리고 미처 살피지 못했던 독소 조항이라거나, 아니면 이 조항이 그대로 있게 되면 공소청 검사의 부당한 수사 개입·통제·지휘 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은 원천적으로 배제·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당정청 협의안으로 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의해 '강경파'로 불리며 여권 내부에서조차 코너에 몰리면서도 정부안의 대폭 수정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법사위원들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동석해 소회를 피력했다. 추 의원은 "오늘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합심해 맞췄다. 검찰개혁 문제 역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변함없는 메시지였다"면서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함께 협력하며 숙의와 토론을 이어왔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이번 검찰개혁안은 국민과 당정청이 함께 만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상징이다. 역사적인 과제를 국민주권정부에서 마침내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로부터 "제가 보기에 (강경파가 아니라) 개혁파 원칙주의자인데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고 소개받은 김용민 의원은 "오늘 검찰개혁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바로 국민이 광장에서 보여주신 위대한 시민의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개혁 의지 또한 확고했기에 우리 국회는 광장의 뜻을 온전히 받들어 정부안에 남아있던 독소 조항들을 단호하게 제거하고 개혁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며 "기존 정부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점을 최대한 제거하는 조정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것은 공소청법, 중수청법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인 형사사법 체계의 모습은 수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서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서 "이번 공소청법 제정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을 전면 개정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으나, 국회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소청법 조정안은 그러한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행정부와 국회가 상호 역할을 존중하며 수사·기소 분리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원리를 구현하는 단단한 합의점을 찾아냈다"면서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받들어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 유연하게 채워 넣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오른쪽)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과 중대범죄수사청ㆍ공소청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1. 연합
 

검사 출신으로서 '도로 검찰청' '대검 중수청'이 될 위험성을 경고하는 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해온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사와 기소 분리의 토대를 마련한 검찰개혁 입법안을 먼저 환영한다. 이제 검찰은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번 수정안은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차단하기 위한 전제를 마련하고 중수청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없앰으로써 수사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바다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염원을 담아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강력한 개혁 의지로 결단을 내려주신 대통령님!!! 너무 고맙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모자란 부분은 향후 새롭게 또 고치겠다. 이제 국회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형사소송법 개정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 법사위원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향후 보완을 다짐한 대로 완전한 검찰개혁까지는 미진한 점들이 물론 남아 있다.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에서 광역공소청(종전 명칭 고등공소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지방공소청의 2단계 조직으로 재편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이 아닌 공소청장으로 명명 ▲공소청 직원 규모 대폭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에 역행하는 법무부 겸직 허용 규정 삭제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 더욱 제한 ▲중수청 우선수사권 및 이첩권 재검토 등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사의 직접 수사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2항은 '검사는 (…)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해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당정은 조직법인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을 먼저 처리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성안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보완수사요구권 발동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청래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을 준다는 것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뜻"이라며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시대적 소명과 국민 열망을 잊지 않고 완수하겠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해 여당 측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고 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월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보다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의 기본 원칙에 맞다는 입장"이라고 비교적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문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다. 보완수사권 존치의 검찰 측 논리를 대변해 온 정 장관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검사들의 직접수사 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을 폐지했기 때문에 표적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완수사는 '수사'가 아니라 '증거 보완'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아가 "증거를 보완하라고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사 과정을 아무도 지켜보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사건을 누군가 돈 받고 덮어버리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우리는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지 혁명, 쿠데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 김호경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뒤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 2026.3.17.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