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과 상호협력 추진, 양 국민 체감할 성과 만들어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전국체전 개막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공개된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이익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한반도 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우리에게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부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과 관련 “시 주석과 함께 한·중 간 상호협력을 추진하고,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오는 11월1일 한·중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번 APEC 정상회의 참석은 APEC을 매개로 미래지향적 역내 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해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양자 차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이 모두 지방에서부터 일반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실천하면서 국가 지도자로 성장해 온 만큼 “공통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한·중 관계의 성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상호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민생 분야의 실질 협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양국 간 경제협력 협의 채널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협의를 가속해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 이유진 기자 >

최대 쟁점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 합의

연 상한 200억불 설정…일본보다 좋은 조건

마스가 사업도 우리 기업 주도 ‘수주’ 등 기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한·미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대미금융투자 3500억불은 현금투자 2000억불과 조선업협력 1500억불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선 2000억불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불과 유사한 구조”라며 “다만 중요한 점은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불로 설정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다시 말해 2000억불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연간 200억불 한도 안에서 산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조선업 협력 1500억불 소위 마스가에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특히 신규 선박 건조 도입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우리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했다.

 

김 실장은 “상호관세는 15%로 인하해 지속적용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이유진 민서영 기자 >

 

 

투자 원금 ‘회수 장치’ 마련…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 ‘5 대 5’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

대통령실 “반도체, 대만과 비교해서 불리하지 않은 관세 적용”

의약품·목재 등 ‘최혜국대우’…항공기 부품·의약품은 무관세

 

양국 경제·외교 참모들 총출동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지난 7월30일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3개월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관세협상이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한·미 양국이 29일 타결한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은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한 것이 골자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 간 수익을 5 대 5로 배분하고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로 해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는 등 안전장치를 설정했다.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이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관세협상 후속 협상은 막판 극적 타결 형식으로 일단 매듭지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날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협상당국은 그동안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던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관련한 세부 쟁점에서 합의를 봤다.

 

쟁점 속 쟁점으로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섰던 3500억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은 양측이 절충해 총 2000억달러 규모로 합의했다.

 

납입 기간은 연간 투자금 납입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정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된다. 매년 250억달러로 8년을 고수한 미국과 연간 150억달러 이상 투자가 어렵다고 한 한국의 중간지대에서 연간 현금 투자액과 납입 기간이 결정된 셈이다.

 

전체 대미 투자 금액 중 나머지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전용으로 쓰인다. 여기에는 대출·보증 등이 포함돼 현금 투자 부담을 줄였다.

 

또 다른 쟁점이던 투자 수익 배분은 원금 회수 전까지 한·미 양측이 5 대 5로 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같은 비율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일본과 달리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하면서 7·30 한·미 관세협상 결과 25%에서 15%로 인하키로 한 상호관세율도 15%로 적용하기로 했다.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며 25% 세율을 적용받던 자동차 품목관세도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15%로 인하된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목재 등은 최혜국대우를 받고, 항공기부품·복제 의약품과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김 정책실장은 “특히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며, 쌀·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막았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 상태가 이어져오던 관세협상이 전격적으로 타결됐지만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지점도 눈에 띈다.

 

당초 한국이 염두에 뒀던 비중 5%(175억달러)의 11배가 넘는 총 2000억달러가 현금으로 투자된다는 점, 원금 회수 후 투자 수익 배분에서 90%를 가져가겠다는 미국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 50%를 적용받는 철강 품목관세율 인하 언급은 없다는 점 등이 향후 협상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 ‘산업 피해’ 우려·트럼프 ‘순방 성과’ 맞물려 극적 타결

 

관세협상 분위기 반전 배경

정부도 전날까지 ‘낙관’ 못해…‘노딜’ 가능성 배수진 치고 미 설득

‘벼랑 끝+회유’ 작전 주효…회담서 ‘안보 공감’ 끌어낸 것도 영향

 

양국 경제·외교 참모들 총출동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경주 | 김창길 기자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이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협상은 막판 극적 타결 형식으로 매듭지어졌다. 양측 협상당국이 치열하게 맞붙으며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던 간극은 이날 경주 회담을 계기로 합의점을 찾아냈다. 관세협상 타결이 늦춰질수록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이 입을 경제적 타격과 한·미 동맹 약화 등을 우려한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과의 치열한 대결 구도 속 아시아 순방길에서 성과물을 챙겨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섰던 3500억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은 양측의 절충점인 2000억달러로 합의를 봤다. 납입 기간은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정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된다. 매년 250억달러로 8년을 고수한 미국과 연간 150억 달러 이상 투자가 어렵다고 한 한국의 중간지대에서 연간 현금 투자액과 납입 기간이 결정된 셈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세협상 노딜이 점쳐졌다.

 

한국 정부 측도 전날까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 협상팀이 마지막까지 노딜을 배수진 삼아 미국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저녁에도 전망이 밝지 않았고 당일(오늘) 급진전됐다”면서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 타결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공감을 얻어낸 것도 관세협상 타결에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협상 타결 의지도 한·미 양국 협상당국이 손을 맞잡게 하는 압박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과의 무역합의를 매우 곧 마무리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본 등과 무역합의들이 많이 타결됐고 이를 통해 안정적 파트너십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꼭 집어 “터프한(거친) 협상가”라며 “조금 더 능력이 부족한 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협상팀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 결과적으로는 앞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에 비해 한층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대미 투자금 5500억달러 전체가 현금 투자로 양해각서(MOU)에 기재됐지만, 한국은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로 약속했다.

 

1500억달러의 조선업 협력 투자는 한국 주도로 진행되며, 국내 조선사의 대미 직접투자(FDI)와 국내 공적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의 보증 등까지 두루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협상 타결의 결과로 인하된 관세가 적용되는 시점은 11월 중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그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정환보 기자 >

   APEC 서밋 개회식 특별연설

 “경주는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자부”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아펙 CEO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시대에 역설적으로 연대의 플랫폼인 아펙의 역할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펙 정상회의 첫 일정인 시이오(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20년 전 부산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의는 아펙 역사는 물론 자유무역 역사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의장국이던 대한민국이 발표한 로드맵에는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하는 회원국 여러분의 목소리가 담겼다”며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아펙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미국의 관세 조치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무역’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아펙은 어려울 때마다 손잡고 상호 신뢰가 상호 번영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입증해 왔다”며 “20년 전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위기에 맞설 다자주의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주는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자부한다. 삼국시대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신라는 시종일관 외부와의 교류 개방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이 대통령-트럼프 오늘 경주박물관서 정상회담…‘관세 샅바싸움’ 끝낼까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9일 오후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 7월 말 관세협상 잠정 합의 뒤 3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교착 국면이 타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우리 정부가 최근 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로 한 1500억달러를 정부가 주도하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미국 쪽에 제안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지난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2차 방미 이후에도 협상 타결을 위한 화상회의 등의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왔다. 김 장관은 24일 귀국 이후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펀드의 주요 쟁점을 놓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회의를 여러번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양쪽이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타결 가능성을 두고선 관측이 엇갈린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흐릿하다”면서도 “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약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회 외통위 종합감사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막바지 (관세)협상이 아주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아펙 기간에 협상 타결 가능성이 있느냐’는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는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양국의 관세협상이 공전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에 우리 기업들이 약속한 직접 투자분 1500억달러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조현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미국은) 돈을 내는 주체가 한국 정부여야 한다는 거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정부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가급적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에) 많이 집어넣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을 맞춰줄 수 있도록 그렇게 (미국에) 얘기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제안은 미국의 3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보고,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최대 요구안’으로 미국 쪽에 제시했던 카드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이미 약속한 기업의 직접 투자로 충당하고, 나머지 2000억달러는 미국 요구대로 8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 검토됐냐’는 질의에 “그런 논의도 있었는데,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29일 한-미 정상회담까지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미 마무리된 안보 분야 합의만 먼저 발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국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협상이 장기화하더라도 ‘졸속 합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되는데 그런 해법이 안 나오고 있다”며 “미국의 요구가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이것을 그냥 받아들이면 국내 정치적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엄지원 신형철 서영지 기자 >

 

트럼프, 김해공항 도착…1박2일 공식 방한 일정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 2019년 6월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2분 김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1시40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문이 열렸고, 5분 뒤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 손을 들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시작한 2박3일간의 일본 일정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출발했다. 이번 방한 일정에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오자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태진 의전장이 영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장관과 함께 의장대가 도열한 레드카펫을 함께 걸어나왔고, 미리 기다리던 강경화 주미대사, 홍지표 외교부 북미국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케빈킴 주한미국대사대리,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도 악수를 한 뒤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5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해 곧바로 경주로 이동했다. 그는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소화하게 된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 서명과 기념 촬영, 공식 환영식 등 친교일정이 이어진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특별 제작한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받는 미국 최초의 대통령이다.

30일에는 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예정돼 있다.            < 서영지 기자 >

 

김정은, 트럼프 러브콜에 미사일로 응수…‘깜짝 만남’ 어려울 듯

김정은, 시험 발사엔 불참

 

 
 
북한의 미사일총국이 “28일 조선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나자’는 구애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로 응수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2일 ‘2개의 초음속비행체’(탄도미사일의 북한식 표현) 시험 발사 이후 일주일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발사 현장에 없었다.

 

시험 발사를 참관한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핵전투 태세를 벼리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표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국빈방문’하는 날 새벽에 이뤄졌다.

 

북한의 미사일총국이 “28일 조선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일반 인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외부 발신’만 한 셈이다.

 

중통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발사돼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s(2시간10분)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고 전했다. 중통은 이어 “박정천 동지는 이날 구축함 ‘최현’호와 ‘강건’호 해병들의 함 운용 훈련 및 무기체계 강습실태를 료해(점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험발사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이 최현호와 강건호 탑재용임을 내비친 셈이다.

 

두 구축함은 각각 지난 4월25일과 6월12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수식을 치른 북한 최초의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1호와 2호다. 당시 김 위원장은 두 구축함을 “핵전쟁 억제력의 한 구성 부분”이라 규정하며 “저 신형 구축함에는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인민들의 염원이 무겁게 실려 있다”고 말했다.

 

박정천 부위원장은 28일 시험발사 현장에서 “국가수반은 이미 강력한 공격력으로써 담보되는 억제력이 가장 완성된 전쟁억제력이고 방위력이라고 정의했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수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뜻한다.

 

박 부위원장은 “당중앙의 전략적 기도대로 우리 핵무력을 실용화하는 데서 중요한 성과들이 이룩되고 있다”며 “각이한 전략적 수단들의 신뢰성과 믿음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그 능력을 적수들에게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억제력 행사의 연장이자 보다 책임적인 행사로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박 부위원장과 김정식 당중앙위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등이 현장에서 참관했다고 중통이 전했다.

 

지난 4월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된 북한의 첫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제1호”(최현호) 진수식 도중 김주애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한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의 이번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방문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 “그(김정을)를 만나면 정말로 좋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는데,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부정적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의 핵보유를 인정하라’는 김 위원장의 기존 주장의 연장이지만, 정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만남’ 구애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도 읽힌다.

 

북한은 지난 22일 167일 만에 탄도미사일(극초음속비행체)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에 맞춰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 기간 김 위원장의 최측근 외교참모인 최선희 외무상은 26~29일 일정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와 벨라루스 민스크를 방문해 ‘북-러 혈맹’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나자’는 구애에 아직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묘소 참배를 끝으로 지금껏 공개 활동 보도가 없다. 김 총비서의 긴 ‘침묵’과 일주일 새 두차례 미사일 시험발사, 최 외무상의 ‘평양 비우기’ 등 일련의 북한발 신호는 ‘김정은-트럼프 깜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징후로 읽힌다. < 이제훈 기자 > 

 

 

졸렬한 변명으로 내란 재판에 16번째 불출석
검사 때는 '법치' 외치며 피의자 건강권 외면

정의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도망치려는 꼼수
눈 감고 문 닫아도 역사의 심판 피할 수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이후 열여섯 번째 재판에도 불출석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글자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재판 출석 시 혈당 급변으로 실명의 위험이 있다'이다. 변호인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불가피한 불출석"이라고 변명했지만, 국민 다수는 이를 믿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방식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법치'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수사했다. 그는 피의자의 건강 사유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의 인권보다는 '법의 엄정함'을 앞세웠고, 피의자의 병원 진단서를 '시간 끌기용 꼼수'로 몰아붙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 자신이 법정에 서야 할 차례가 되자 '실명 위험'이라는 방패를 들고 나섰다. 이것은 단지 건강 문제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에 대한 태도의 문제, 즉 책임의 부재에 관한 문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불출석이 아니라 '법 거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면서 "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헌정 사상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16차례나 연속으로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전례는 없다.

 

이는 단순히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며, 사법 정의의 권위를 훼손한 행위다. 그는 과거 자신이 신봉하던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지금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그에게 법은 타인에게는 냉정했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법치'가 아니라 '권치(權治)', 즉 권력에 의한 지배의 민낯을 보여준다. 진정한 법치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의 통치이며, 법 앞의 평등이다. 그런데 지금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 법의 근본 정신을 스스로 부정한다. 

 

국민 앞의 책임, 그 무게를 잊었는가 

 

대통령은 한 나라의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존재다. 그런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 자체로 국가의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그 책임을 마주할 용기도 없다는 점이다. 국민은 병든 지도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병이 있다면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병도 자신의 행위를 대신 변명해 줄 수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며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공인의 도리이고,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품격이다. 

 

지금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을 피해자처럼 말한다.

"억울하다" "몸이 아프다" "재판 일정이 너무 잦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가 검찰총장이었을 때, 수많은 피의자들이 '억울하다' '병이 있다'고 호소했을 때, 그들의 사정을 들어준 적이 있었는가. 그의 정의는 언제나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했다. 그 정의의 칼이 이제 자신을 향하자, 그는 그 칼날을 피해 달아나려 한다. 

 

진정한 실명은 육체가 아니라 양심의 실명이다 

 

그가 말하는 '실명 위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양심의 실명, 도덕의 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육체의 시력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그는 진실을 보는 눈을 잃었다. 권력의 빛에 눈이 멀어 국민의 고통을 보지 못했고, 사법 권력을 휘두르며 법의 본질을 잊었다. 이제 그 눈이 육체적으로 닫혀가고 있다면, 그것은 신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 위에 군림한 자에게 내려지는 상징적 심판이다.

 

육체의 눈은 감을 수 있지만, 역사의 눈은 결코 감기지 않는다. 법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 그는 이미 국민의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그때 윤 전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변명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촛불집회 참여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민사네) 회원들 모습. 2025.09.12. 사진제공 김근수 소장

 

법은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 정의의 언어다 

 

그가 법정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법이 복수의 자리가 아니라 진실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법은 피고인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다. 따라서 법정에 서는 것은 곧,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사회와 화해하려는 첫걸음이다. 그가 끝내 법정에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형사 절차의 회피가 아니라, 민주공화국과의 단절이다. 우리는 이미 '법 위의 권력자'가 나라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경험했다. 박정희의 독재, 전두환의 쿠데타,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수많은 권력자들의 범죄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그들에게 마지막에 물었다. "당신은 법 앞에 섰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는 국민의 정의가 답할 차례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법치에 대한 도전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검찰총장 윤석열'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단 한 사람의 피고인일 뿐이다. 검찰권으로 무장한 방패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그의 행적뿐이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국민을 위한 의무이며, 자신을 위한 마지막 구원이다. 법 앞에 서서 죄를 인정하거나, 억울함을 해명하라. 그것이 역사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끝까지 숨는다면, 그의 이름은 영원히 '도망자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냉정하다. 눈을 감는다고, 문을 닫는다고, 그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병든 몸보다 병든 양심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회복이며, 법과 정의가 그를 다시 받아들일 유일한 길이다.                    < 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