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스템 농락에도 면죄부 준 재판부


형벌에 차별 없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완전 무죄
대법원도 도이치 전주에 유죄 내렸는데 …
"미필적으로 인식했지만 공동정범은 아니야"
"공소시효도 만료…시효 남은 건도 증거 없어"

"명태균 여론조사도 이익 얻었다 보기 어렵다"
윤석열 통화까지 나왔는데 "공천 약속 아니다"
통일교 청탁 샤넬백·그라프 목걸이 인정했지만
샤넬백도 2개 중 1개만 인정…"해괴한 판결"

김건희 특검 '완패'에 "그간 뭘했나"…지적도
특검 "상식으로 도저히 수긍 못해" 항소 예정

권성동 2년·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 1년2개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3.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52) 씨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의뢰·지시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라며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김 씨가 통일교 교단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일명 '브이제로'(V0)라고 불린 김 씨는 주가조작과 관련자 모두가 법정 앞에 섰을 때 유일하게 예외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우자였던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영부인이 된 뒤에는 각종 특혜성 조사까지 받으면서 사법 시스템을 사실상 농락했지만, 법원은 면죄부를 줬다.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어떠한 단죄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향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사회적으로 묵인할 여지를 줬다.

 

형벌에 차별없다면서 도이치모터스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무상여론조사 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이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864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형벌에 등급은 없다) 그리고 추물이불양(趣物而不兩·사물을 대할 때 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아니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법에 적용에는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불분명할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 원칙도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錢主·돈줄)'인 손아무개 씨에 대해 유죄(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를 인정한 것보다 훨씬 관대한 판단이었다.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연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 등 크게 3가지로 공소사실을 나눴다.

 

재판부는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과 관련 "피고인(김건희)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 김 씨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식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면서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직접 알려준 바가 있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없어서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통정매매라고 보기 위해선 그것을 통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한 외관을 형성해야 하고 행위자에게 그러한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를 블랙펄인베스트에 넘겨주려는 목적으로 매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일 뿐,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블랙펄인베스트에서 시세조종에 협력할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상대방을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한 것에 대한 블록딜 수수료 4200만 원가량을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피고인이 블랙펄와 공모 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공모 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 즉 거래 상대방으로 취급됐기 때문으로, 이는 공모 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블랙펄인베스트가 수익금 정산을 할 때, 주가조작에 이용한 다른 계좌에서 나온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김 씨의 계좌에서만 차익 계산을 한 것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6.1.28. 연합
 

재판부는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도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등에 대해선 "각 2021년 1월 13일 및 2021년 3월 30일에 10년의 공소시효가 도과됐다"며, 나머지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범죄 증명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도 "대가성 없어" 무죄 

 

재판부는 김 씨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 7000여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아본 후,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 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영선이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가기는 한다"면서도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이를 두고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과 미래한국연구소 또는 그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인 피엔알(PNR) 사이에 여론조사 관련해 계약서 등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 부부는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받는 상대방들 중 하나였을 뿐 여론조사 결과가 전속적으로 귀속되는 주체였다고 평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선거 관련한 상담 및 조언을 했다고 여론조사 비용 상당액의 이익을 피고인 부부가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해서도 "(명태균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지방자치단체 관련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의 상당한 금원을 지급받아 이를 여론조사 비용에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씨에게 비용 청구를 위해 작성한 엑셀파일에 대해서도 "엑셀 파일은 명태균이 자신이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 정치 판세를 분석하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청구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서도 윤석열과 명태균의 통화 등에서 공천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을 약속받은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실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4.11.8. 연합
 

샤넬백 2개 중 1개만 인정하는 기괴함

 

재판부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에게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고 통일교 청탁을 들어준 데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샤넬백 수수에 대해선 "피고인은 7월 5일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김 씨 측에서 부인하지만 "전성배(건진법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청탁에 대한 알선의 대가 및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박았다.

 

다만 김 씨가 수수한 샤넬백 2개 중 1개만 청탁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022년 4월 7일경 802만 원 샤넬 가방 등 수수 관련해 그 수수 사실은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고 이를 보강하는 증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직전인 2022년 3월 30일경 피고인이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영호는 피고인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고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 양형 판단과 관련,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과 연결성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솔선수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국민에 대해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면서 "청탁이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와 같은 금품의 수수를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바는 없다"면서 "뒤늦게나마 가방 등을 공여받은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일부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들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며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한다고 했다. 몰수가 불가능한 천수삼 농축차와 샤넬백 등에 대해선 1281만 5000원을 추징한다고 했다.

 

이날 김 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정사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러나 구형에 크데 미치지 못하면서 정치권에선 곧바로 "해괴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도 함께 나왔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브이 제로'라 불리며 국정을 좌우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며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흔들고 사익으로 국정을 망친 죗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하나의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가 아니고, 또 다른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라는 해괴한 판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며 "정의로운 심판을 위한 특검의 즉각 항소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판결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봐주기의 결과"라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의원도 "김건희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성역이라도 되는냐"며 "법원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개혁을 서둘러 완수해야겠다"고 했다.

 

특검은 선고 직후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부가 "범죄증명이 없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특검에 '완패' 판정을 한 데 대해 수사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집단 항명하는 등 내부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입증이 안 됐다, 그간 뭘한 건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5.11.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한편 김 씨의 선고에 이어 이날 오후 3시에는 김 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에게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4년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오후 4시부터는 윤 전 본부장에게서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은 권 의원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 김성진 기자 >

 

김태훈 대전고검장 "김건희 1심 주가조작 무죄는 부당 판결"

 
"공범 판결서 통정매매 가담 인정…시효 지났다는 판단도 판례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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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검경 합수본 김태훈 본부장 (서울=연합)  =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김태훈 본부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8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초기에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을 수사해 구속 기소 한 1차 수사팀 일원으로서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고검장은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고도 주가조작 공동정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기존 판결 취지, 공동정범·포괄일죄 관련 법리에 비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오수 등 공범들의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가 블랙펄에 제공한 20억원이 블랙펄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함에 있어 주요 자금으로 이용됐음이 기존 판결에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또 "포괄일죄에 일부만 가담한 공범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의 범행 종료 시기가 아닌 가담한 포괄일죄 범행의 종료 시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된다"며 "그럼에도 2010년 10월∼2011년 1월 행위를 분리해 시효가 도과됐다고 판단한 것은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일죄란 범죄의 수가 한 개인가 여러 개인가를 따지는 문제에 해당하는 형법 내용으로,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이루는 경우를 말한다.

 

공동정범은 범죄를 단독으로 실행하는지 공동으로 실행하는지의 문제에 해당하는 형법 내용으로, 형법상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하는 것이다.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아울러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례는 보고 있다.

 

김 고검장은 2021∼2022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지내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수사팀'을 지휘했다.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달 초 출범한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도 맡고 있다.

 

김건희 1심 선고공판 (서울=연합)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만 일부 유죄로 봤다.  <  박재현 이밝음 기자 >

 

“권성동, 통일교 영향력 확대 도와”…법원 ‘정교유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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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정치권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1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입구가 적막하다. 연합
 

법원이 통일교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권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나란히 유죄를 선고하면서, 통일교와 정치권의 ‘정교유착’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통일교 쪽이 요청한 사항들이 실현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이 사건 범행 자체만으로 국가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침해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해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와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 해결을 대가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이 금품을 구입하기 위해 통일교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으로부터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미국 원정 도박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입수하고 통일교의 회계 프로그램 자료 등을 삭제·조작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의 ‘부당 거래’를 통일교의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교유착’ 성격의 범죄로 규정했다. 실제 권 의원이 정치자금을 대가로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면담시켜주는 등 통일교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자금력을 앞세워 대통령의 최측근 배우자인 김건희와 권 의원에게 고액의 금품을 제공하려고 통일교 자금을 횡령했다”며 “이는 금권의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밝혔다.

 

권 의원의 수수 금액이 1억원으로 적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은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청렴의 의무가 규정된 유일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해 국민의 기대와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권 의원은 15년간 검사로, 16년간 국회의원으로 재직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법률 전문가로 법적 의미를 잘 알았을 것”이라며 “죄명이 명확해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에게 선고된 형량은 이날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여사의 형량(징역 1년8개월)보다도 높다.

 

다만 재판부는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에게 한 총재에 대한 경찰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특검법의 수사 범위에서 벗어나는 ‘위법한 수사 개시’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권 의원 쪽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해 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나영 기자 >

  

한인섭 교수, 한자성어 ‘남발’ 김건희 재판장에 “변명 가리는 우회논법”

“무죄 심증 꽉 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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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가 선고에 앞서 ‘법 적용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의 한자성어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중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합리화하려는 ‘자기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형사법 전문가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무등급, 추물이불량, 검이불루 화이불치. 대개 이런 말을 인용하는 것은 판사가 자기 멋에 취해 있거나 뭔가 변명처럼 해나갈 때 하는 우회 논법”이라며 “판사는 드라이하게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 적용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 부장판사가 28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등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선고에 앞서 여러 한자성어를 언급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우 부장판사는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그리고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며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뜻의 라틴어 법언인 ‘in dubio pro reo’도 언급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죄가) 불분명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원칙이 다르게 적용될 수 없다. 그게 공정한 재판의 전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교수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여론조사 무상제공) 혐의에 무죄를 준 재판부 논리를 비판하며 “무죄 심증이 꽉 차서, 다른 게 귀에 안 들어오는 억지 논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학자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 재판장은 ‘권력을 잃은 자’ 김건희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점에서 주가조작 혐의에 무죄판결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작정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 부장판사의 한자성어 언급이, 재판부가 국민 법 감정과 괴리돼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 나와 “판결이 아니라 언어유희,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이라며 “판사가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자기만의 성을 쌓고 사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될 판결을 선고하는 과정에 국민과 친숙하지 않은 한자어나 라틴어로 본인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본인 세계에 매몰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 부장판사가 대통령 부인의 지위를 활용한 ‘권력형 범죄’를 두고 ‘개인의 허영심’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가 배울 때는 ‘중죄는 엄벌하고, 경죄는 관용을 베풀라’ 배웠다. 상엄하관이라 해서, 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엄정하게 처벌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에겐 관용을 베풀라고 했는데, 그런 언급 없이 말장난을 해서 무죄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 부장판사가 김 여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언급한 대목을 두고 김 의원은 “허영심 때문에 이런 범죄에 이르게 됐다는 식으로 판단했는데, 김건희씨가 국가 운영체계를 완전히 흔들어버린 것에 대해 지적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우 부장판사가 선고 뒤 피고인인 김 여사와 인사를 주고받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유죄 선고한 판사가 (재판을) 마치면서 일어나서 피고인과 인사를 나누는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 듯한데”라며 “참 드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단 그들에게만 아름다운”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죄판결하고 나서 피고인한테 인사하는 재판장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홍준표도 ‘절레절레’…김건희 선고에 “이해 안 돼, 사자성어 멋만 부려”

“태산명동서일필, 이럴 때 하는 말” 재판부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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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
 

법원이 김건희 여사 1심 선고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결과 무상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건희 여사 공판은 참 이해하기 난해한 선고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해 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 브로커’ 명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58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선(창원 의창)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선거에 개입한 혐의(정치자금법)도 무죄로 판단했다.

 

홍 전 시장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공소장 변경 없이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도 굳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계약이 없다거나, 아무런 재산적 이익이 없다거나, 김영선 공천과 (여론조사 결과 무상 제공이) 인과관계가 없다거나 하는 설시 이유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홍 전 시장은 “특검 구형도 터무니없이 높았지만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 같다”며 “사자성어를 사용하며 한껏 멋을 부렸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산명동서일필은 ‘시작은 요란하고 거창하나,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우 부장판사가 전날 선고공판에서 본격적으로 선고문을 읽기에 앞서 ‘법 적용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뜻의 한자성어(형무등급·추물이불량)를 언급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 심우삼 기자 >

 

상호관세 25%로 인상 발언 하루만에
또 협상과 대화 여지 열어두려는 의도


중앙 1면 "세 번 경고 정부·국회 묵살"
외신들은 "다른 나라 겁박하는 효과"

조약 아닌 팩트시트와 MOU 이뤄져
"대법원 판결이 궁극적인 변수" 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자료사진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들에 대한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협상과 대화 여지를 열어두려는 한 발 물러선 발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이라고 답한 뒤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식으로 협상을 벌일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적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지원사격을 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은 한국 측에서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5조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전제로 관세를 15%로 되돌렸다. 두 나라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는 15%로 낮춰졌지만, 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는데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여권은 다음달 법안 심사에 착수하면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무역 합의 비준이 우선"이라며 법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캐나다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으로 떠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일의 배경으로 미국 정치권의 압박을 유추하는 이들도 있다. 연방 하원 법사위 공화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포스트를 공유하며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미국 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가 최근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불안을 이유로 연 200억달러 규모 투자 집행 시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일보는 28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국의 입법에 대한 공개적 우려 표명,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공식 서한 발송에 이어 J D 밴스 미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등 세 차례 미국이 경고했는데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국회가 나름의 속도 조절을 통해 입법 통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당국자들에게 왜 트집 잡힐 짓을 했느냐고 책망하는 식이다.

 

 

영국 BBC는 트럼프가 한 발 물러선 포스트를 내놓기 전 분석 기사를 통해 그의 관세 인상 위협이 실제로 이행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유럽의 무역 파트너들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최근 원상 복구한 예를 들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주식 연구 책임자 데런 네이선은 "서울에서 워싱턴으로 대표단이 이동 중인 가운데 시장은 이번 최신 변화를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들어 외교 정책을 실행하는 지렛대로 관세를 자주 사용해 왔다. 지난 24일 그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26일 중국 관리들은 캐나다와의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 다른 국가들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며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 관리들이 미국 측에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 전에는 트럼프가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 그린란드를 점령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반대하는 8개 나라에 수입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트럼프는 나중에 그린란드 관련 관세 위협에서 "미래 합의"를 향한 진전을 이유로 물러섰지만, 이 일은 덴마크 및 다른 NATO 동맹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다.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포스트 때문에 수출 길이 막힌 듯이 이 사진을 분석 기사에 맞물렸다. 평택 연합
 

다른 외신 기사들도 간략히 살펴보겠다. 먼저 요약하자면, 공식 조약이 아닌 형태로 이뤄진 양국 합의의 불확실성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최근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관세 위협에 이어 나온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부과 권한은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발언이 지난 연말 타결된 양국의 합의를 뒤엎는 것으로 비슷한 합의를 한 나라들을 동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그의 발언이 곧바로 한국 정부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양국 무역 협정이 공식 조약이 아닌 팩트시트와 상호양해각서(MOU)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전에도 다른 나라들이 합의사항을 신속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 당국자는 유럽연합(EU)을 향해 "좀 느리다"고 비난했다. FT는 또 트럼프의 메시지가 최근 유럽 국가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격동의 한 주를 보낸 직후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날의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들어 발표한 일련의 관세 위협 중 가장 최근 사례이지만, 그는 어느 관세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며 그린란드 갈등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에 위협했던 관세는 완전히 철회했다고 전했다.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트럼프는 강경 카드를 던졌다가 결국 물러난다는 월가식 표현)가 또 확인됐다는 지적이 따랐다.

 

외신들은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짚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상호관세 등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며,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에 따라 이를 심리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공식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해왔던 관세 관련 발언 중 다수는 법적인 도전에 직면했으며,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

 

청와대 "대미특별법 지연에 미 불만…입법노력 상세히 설명할 것"

 
"김정관-러트닉 채널 가장 중요…입법 전 투자프로젝트 사전준비 등도 고민"

"차분하게 해결책 모색…트럼프 발언, 쿠팡·온플법과는 무관"


발언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광주=연합)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7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청와대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재인상' 발언과 관련,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아 (투자 관련) 합의사항 이행이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불만은 100% 국회에서의 입법 지연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한국에서 법 심의가 끝나야 대미 투자펀드의 절차가 시작된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 미국은 그 절차가 기대보다 느리다고 생각한 것 같고, 여기서 답답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프로젝트를 빨리 가동하고 싶은 미국 측의 기대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깔려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회에는 2월에 특별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겠다"며 "미국에도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런 노력을 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차분히 대응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채널이다. 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예정보다 빨리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의 경우 (실무 대화 중) 관세를 올린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러나 이는 경기를 일으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관세가 조정되려면 관보 게재 등 구체적인 작업이 있어야 한다. 우리로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실장과 산업장관 (서울=연합) =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1.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아울러 김 실장은 특별법이 통과되기 이전이라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검토를 거치는 등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이 통과되고 나서 프로젝트를 검토하면 또 몇 달이 걸리지 않느냐"며 "법 통과 직후부터 신속하게 법 절차가 진행되도록 '대외 경제장관 회의' 등의 결의를 통해 예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 실장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쿠팡 사태나 온라인플랫폼법안 등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를 아닌 국회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라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으로 보내온 서한 역시 (관세 문제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약자 보호 입법’까지 문제 삼는 미국…노골적 간섭에 정부·국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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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타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을 계기로 미국 쪽이 한국의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을 재차 문제 삼으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7일(현지시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한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의 산물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가 있다. 설명자료에는 “한국과 미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있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요구는 미국이 수년간 제기해온 것이다.

 

망 사용료 문제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 업체들도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처럼 에스케이텔레콤(SKT) 등 통신사들에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입법 움직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기존 법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입법을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거래공정화법 두 갈래로 나뉜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문제는 구글이 요구하는 초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을 뜻한다.

 

정부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대미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미국 기업의 부담이 늘 수 있는 입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 쪽에 ‘허위조작정보’ 유통 단속 의무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미국의 불만 사항이 늘었다.

 

미국이 타국의 입법 활동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정책적 필요에 의한 입법을 외국의 압력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절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플랫폼법은 미국이 우려를 나타낸 독과점 관련 조항은 빠지고 ‘갑을관계’ 방지 조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입점업체를 주로 보호하는 내용이다 보니 배달앱·쇼핑몰이 주로 적용 대상이 되고, 결과적으로 쿠팡 등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한-미 관세 합의 전에는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의를 미뤘고, 관세 합의 뒤에는 ‘쿠팡 로비’라는 복병을 만난 상태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세, 자신은 비관세 분야 협상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을 지렛대로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정부는 조만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협의할 예정이다.                                        < 이본영  김윤주  서영지  기민도 기자 >

 

 

이해찬 전 총리 별세 소식에 "비통함 금치 못해"
"강물이 바다로 가듯 민주·통일·균형 여정 계속"
"정치 유산 오래 기억할 것…부디 영면하시길"

문 전 대통령 "오랜 동지와의 시간 소중히 기억"
진보정당들 일제히 추모…"고인 뜻 실천하겠다"
국힘·개혁신당도 "정치사에 남을 것…명복 빌어"

민주당 지도부 "운구·빈소 등 직접 챙기겠다"
베트남에서 27일 국내로 운구…빈소 서울대병원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사진은 2025년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해찬 전 총리 모습. 2026.1.25. 연합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별세에 "대한민국은 오늘 민주주의 역사의 큰 스승을 잃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고인의 별세 소식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 수석부의장에 대해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셨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던 청년의 기개는 국정의 중심에서 정교한 정책으로 승화됐다"고 했다.

 

이어 "시대적 과제 앞에서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안정과 개혁을 조화롭게 이끌어내는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셨다"며 "특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하며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적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셨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통일을 향한 확고한 신념으로 평화의 길을 모색하셨던 수석부의장님의 뜻을 되새겨본다"며 "함께 이루고자 했던 꿈을 완성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애통해 했다.

 

그러면서 "강물은 굽이쳐도 결국 바다로 흘러가듯, 그토록 이루고자 하셨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그리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향한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남겨주신 귀한 정치적 유산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부디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사진은 2024년 11월 13일 국회에서 당시 이해찬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함께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 참석하는 모습. 2026.1.25. 연합 자료사진
 

이 수석부의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등 4명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적 동지로, 때로는 '킹메이커'나 '멘토'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이 대통령과도 당의 원로로서 인연을 맺어왔다.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통령의 지지를 공식화해 지지 기반을 닦는 데 도움을 줬고,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집권 청사진을 만드는 데 조언했으며, 이 수석부의장과 가까운 정치인들이 주요 포스트에서 이 대통령을 도왔다.

 

이 대통령도 이 수석부의장을 지난해 10월 장관급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임명하는 등 민주진영의 원로로서 예우에 힘을 쏟았다. 이번에도 이 수석부의장이 베트남 출장 중 위독한 상태에 빠지자, 이 대통령은 조정식 정무특보를 현지에 급파하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상황 파악과 치료 지원에 힘쓸 것을 지시했다.

 

문재인 "오랜 동지와의 시간 소중히 기억"

 

이 수석부의장과 정치적 동지 관계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오랜 동지로서, 국정의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했던 시간들을 소중히 기억하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은) 재야의 민주화 운동부터 역대 민주정부에 이르기까지 늘 중심에 서서 평생을 민주주의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셨다"며 "부디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안식하시길 기원한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의장은 생전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 운동부터 3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친구이자 동지"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수석부의장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국무총리로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문 전 대통령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박근혜 탄핵으로 열린 18대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킹메이커'로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노영민 비서실장 등 환송인사와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6박 8일 일정으로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을 국빈방문 한다. 2019.6.9. 연합 자료사진
 

강훈식·홍익표 등 청와대 참모들도 애도
"모든 길이 역사" "우리 사회 큰 빚졌다"

 

청와대 참모들도 SNS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전 총리께서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그리고 민주적 국민정당 건설이라는 거대한 꿈에 평생을 바치신 분이었다"며 "그 꿈을 향해 걸어오신 모든 길이 역사가 됐다"고 했다.

 

이어 "비서실장이 된 이후, 총리님께서 하셨던 말들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많다"며 "결국 정치는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고인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을 고민하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는 총리님 삶을 관통하던 이 한 문장. 저 역시 가슴에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 전 총리가 생전 마지막 회고록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이제 조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문장을 적었다고 소개하면서 "그 마음을 헤아리며 슬픔과 황망함을 달래본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정무수석도 페이스북을 통해 "슬프고 비통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 했다. 홍 수석은 "이 전 총리님께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한평생 올곧은 길을 걸어오신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셨다"며 "대한민국이 어둠의 시기를 지날 때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횃불을 높이 드셨고, 경륜과 지혜의 정치인으로 끊임없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신 나침반과 같은 분이셨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홍익표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손을 잡고 있다. 2024.4.1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어 "저도 (민주당)수석대변인으로 당 대표이셨던 총리님을 모시며 국민의 삶을 위한 정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공익을 추구하는 정치인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며 "총리님께서는 마지막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 사회가 총리님의 삶에 큰 빚을 졌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제 우리가 그 뜻을 이어 계속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위한 길을 걸어가겠다"며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이 전 총리님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했다.

 

우원식 "시대의 거목…민주주의 역사 그 자체"

 

이 수석부의장의 비보에 정치권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에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나의 영원한 동지, 이해찬 선배님, 머나먼 타국 베트남에서 들려온 비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민주주의를 걱정하시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생생한데 이렇게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우 의장은 고인과의 인연도 회고했다. 그는 1982년 민주화운동을 하다 춘천교도소에 함께 수감됐던 경험, 1988년 재야 시절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소속으로 평화민주당에 같이 입당한 일 등을 언급하며 고인을 "정치의 길을 함께 시작한 동지이면서 선배"라고 했다.

 

우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민주주의의 현장에 뛰어들었던 그날부터 38년 동안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서로의 어깨를 보듬으며 오직 '국민'과 '민주주의'라는 한 길을 걸어왔다"면서, 고인을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그 자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국민 삶을 기준으로 정치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평생을 바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항상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 소외된 이들의 눈물이 고인 곳을 향해 시선과 발걸음을 두시던 모습으로 민주개혁세력을 이끌어 주셨다"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선배님의 열정을 결코 잊지 않겠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페이스북에 공유한 사진. 2026.1.25.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은 참여정부 국무총리이자 민주당 대표 등을 지낸 이 수석부의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반세기의 한 축을 이뤄온 이해찬 전 총리님의 서거에 깊은 슬픔과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 전 총리는 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시대를 견디고, 민주정부 수립과 민주정당의 성장을 위해 평생을 바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산증인이자 거목"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정부 4번의 탄생 과정마다 (고인의)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발전과 책임정치 구현,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에 이 총리님께서 얼마나 큰 발자취를 그려오셨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전 총리님은 늘 민주주의를 단지 이상이 아니라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할 현실’로 받아들였던 정치인이었다. 권력의 중심에서도, 야인으로 돌아가서도 민주주의의 원칙과 진보의 방향을 놓지 않았다"면서 "그 바탕에는 언제나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국민에 대한 의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한 사람의 정치인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민주주의를 함께 보내고 있다"며 "이 전 총리께서 남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국민주권에 대한 확신, 그리고 민주정부의 책임에 대한 철학은 여전히 국민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그 뜻을 이어받아,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히 지키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주의를 완성하는 길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사진은 1988년 3월 31일 제13대 총선에 출마한 관악구 이해찬 후보의 유세. 2026.1.25. 연합 자료사진
 

정청래 대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픔"
민주당 지도부 "운구·빈소 직접 챙길 것"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제주에서 열린 '청솔포럼' 비전 선포식에서 부고를 전해 들은 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밀려온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정 대표는 고인에 대해 "일생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인권과 올바른 역사를 위해 모진 고초를 다 겪으시며 헌신해 오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거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이 회복과 쾌유를 빌었고 민주당 대표인 저 또한 온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며 "제 정성이 부족해 운명하시지 않았는지 무척 괴롭다"고 했다.

 

정 대표는 SNS에도 별도로 애도 메시지를 올리고 "이 전 총리님께서 운명하셨다는 비보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평생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정 대표는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제주 일정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가서 뵐 생각이었는데 그 사이 운명하셨다는 비보를 접했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내일 제주 현장최고위를 취소하고, 지금 즉시 서울로 올라가 이 전 총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2004년 6월 30일 당시 신임 국무총리에 임명된 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모습. 연합 자료사진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27일 오전 이 수석부의장의 운구 행렬을 직접 맞이하러 인천공항에 나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빈소가 마련되는대로 현장을 지키며 조문객들을 직접 맞이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장례 절차는 민주평통, 행정안전부와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 정당도 애도…"고인 뜻 실천하겠다"

 

민주·개혁·진보 정당에서도 이 수석부의장의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 조국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고 이 수석부의장님의 명복을 삼가 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고인께서는 박정희 군부독재에 맞서 활동하다 투옥된 이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줄곧 헌신해 오셨다"며 "고인의 마지막 일정은 민주평통 아시아태평양 지역운영위원회 참가를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는 것었다. 올바름을 위해 고난을 피하지 않았던 생의 모습을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도 보여주셨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혁신당은 고인께서 평생 보여주신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정치적 단결,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다시 되새기며, 유지를 따라 실천할 것을 다짐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독재의 엄혹한 시절부터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세우기까지, 온몸으로 시대를 관통해온 현대사의 거목을 잃은 슬픔이 가눌 길 없다"며 "진보당은 민주주의의 대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고인의 삶을 기리며, 비통한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1987년 6월 항쟁의 현장에서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고, 이후 7선 의원과 '책임 총리'를 거치며 제왕적 권력을 분산시킨 당신의 발자취는 우리 정치의 격을 높여낸 위대한 여정이었다"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그 서슬 퍼런 기개와 국가균형발전을 향한 혜안은 지금도 우리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했다.

 

이해찬 전 총리 별세 소식에 국내외 시민 사회단체들도 잇달아 애도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가 낸 애도성명.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던 고인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부디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평안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께서 생전 소망하셨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그 뜻을 이어받아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은 페이스북에서 "고인께서는 '어항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늘 '진실한 마음, 성실한 자세, 절실한 심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에 몰두하라고 강조하셨다"며 "한평생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 삶의 여정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고 가신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사명, 이제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라며 "남겨진 우리가 그 무거운 책임 함께 나누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개혁신당도 "정치사에 남을 것" 애도

 

야딩인 국민의힘도 "급작스러운 비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수석부의장은 7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정치의 중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분이었다"면서 "재야에서 시작해 국정의 책임을 맡기까지의 길은 우리 정치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민들과 함께 슬픔 속에 계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고인은) 7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역임하시며 오랜 세월 대한민국 정치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이 수석부의장은 민주평통 아태지역 운영위원회 참석차 베트남 호찌민 출장 중이던 지난 23일 쓰러져 현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지 이틀만인 이날 오후 2시48분께 사망했다. 사진은 2025년 11월 열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취임식에 참석한 이해찬 수석부의장 모습. 2026.1.25. 연합 자료사진
 

27일 국내로 운구…빈소 서울대병원 예정

한편 고인의 시신은 베트남의 한 군 병원에 임시 안치돼 있으며, 오는 27일 비행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에 가 있는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수석부의장의 임종 소식을 전한 뒤, 26일 호찌민에서 오후 11시 5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KE476편으로 운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행기편은 27일 오전 6시 4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고인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 김성진 기자 >

'변방'을 끊임없이 '최전선의 중심'으로 바꿔온 이해찬

‘한 시대의 길’이 된 그를 깊이 애도하며
이 시대 최대 과제 온몸으로 껴안아
스스로에게 엄격, 정치 원칙 일깨워
겉모습과 달리 유머 많고 속정 깊어
군림하는 정치와 단절한 '변방의식'

 

너무 이른 별세 소식

 

이해찬, 생애 마지막 공직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이었다. 그 공직이 맡긴 이 시대 최대의 과제를 온몸으로 껴안고 아낌없이 감당하다 이승을 떠난 나이가 73세. 오늘날의 수명 계산으로는 너무 이른 부음(訃音)이다. 참으로 황망하다. 하지만 이 세상을 홀연히 뒤로 한 그 별세(別世)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었던 무수한 고초와 격투의 무게를 생각해보자면, 이런 갑작스러운 마지막 하직 인사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또한 든다. 이제는 평안하시라고, 뒷일은 염려 마시라고 말씀드리며 마음 다해 애도의 기원을 올린다.  

 

그래도 아쉽고 아쉽다. 이해찬이 있는 시대와 그가 보이지 않는 시대의 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긴장으로 팽팽해졌고, 어느 한마디 그저 내뱉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했다. 불의와 마주해서는 불퇴전으로 단호했으며 스스로에게 지나칠 정도가 아닌가 싶게 엄격한 이해찬의 삶은 정치의 원칙이 무엇인지 매 순간 일깨웠다. 이에 더해 아무리 억울한 지경에 처하고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지라도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고 꼿꼿하게 돌파해나간 태세는 허무맹랑한 요설을 퍼뜨리는 입들을 마침내 침묵시켰다. 

 

이해찬 전 총리가 3일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11.3. 연합
 

내면의 위력

 

이해찬을 제거하는 것이 민주세력의 뇌를 타격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자들의 생각은 옳았으나, 이들의 공작은 언제나 실패했다. 이해찬이 가진 내면의 위력을 미처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령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 “모셔져 온” 김종인이 총선 공천과정에서 이해찬을 밀어낸 사건은 과거 선거에서 맞붙다가 패배했던 김종인의 이해찬에 대한 구원이 작동했던 저질스러운 행각이었으나 이해찬은 무소속으로 당선되었고 당으로 복귀했으며 7선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정치적 불사조”였던 것이다. 

 

이해찬이 그렇게 이런 저런 음해에 휘말리고 때로 가당치 않은 퇴장을 당하기도 했으나 그런 고비들을 넘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에 이르는 역사의 현장에 언제나 중심을 잡고 우뚝 존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그와 같은 내면의 힘을 끊임없이 기르고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남들은 좀 까탈스러운 게 아닌가 여긴 그의 모습은 사실 유머도 많고 속정깊은 마음을 잘 알지 못한 탓이요, 조금의 실수나 오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수신(修身)의 공적 표현이었다. 그러니 그토록 깔끔한 삶과 군더더기 없는 말로 살아온 그이기에 삶을 마치는 순간마저도 이리 떠나는가 싶기조차 하다. 

 

1970년대 박정희 철권통치의 유신과 이에 항거한 민청련 사건을 겪었던 세대들에게 이해찬은 하나의 명쾌한 작전지도였고 구체적인 지침 자체였다. 그는 그때마다 어디를 공격해야 할 것이며 대중들에게 어떤 구호로 나서야 할 것인지 정확히 제시해나갔다. 이부영, 김근태로 이어지는 민주화 투쟁사의 흐름 속에서 이해찬은 그런 역할을 했고, 그에 머물지 않고 가장 먼저 재야운동의 정치권 진입의 문을 여는 대열 선두에 섰다. 이는 이후 민주화 운동과 정치의 일체화를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폭제를 만들어 낸다. 

 

당시에는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한다, 정치적 욕심 때문에 운동했다는 듯 엄청난 비난과 오해가 있었지만 그걸 감내하면서 뚫어낸 길 위에 오늘날 한국 정치의 주류가 된 60년대생 학생운동 출신 정치인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포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이해찬의 '변방의식'

 

어디 그뿐인가. 그는 이미 당시 거목이었던 김대중에게도 애초 사뭇 냉철했고 몹시 까다로왔다. 그런 그의 편편하지 않은 면모를 너끈히 품어낸 김대중의 정치적 혜안과 품의 크기와 깊이도 놀라운 것이자, 일단 서로 굳게 결합한 이후 뿜어져 나온 에너지는 한국 정치사의 진로를 바꿔내는 강렬함을 보였다. 이해찬의 이러한 태도는 아무리 충심을 가지고 따라야 할 지도자라도 그에 대해 끝까지 자기확신을 점검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는 인식의 소산이었으며 이런 힘이 이후 연이어지는 대권 창출의 용광로를 만들어 내는 경로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해찬의 “변방의식”이다. 그에게는 엘리트주의란 들어설 자리가 없었고 따라서 권력의 자리에 있어도 “지배하는 정치”, “군림하는 정치” 역시도 그에게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이해찬을 이해할 때 바로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한 지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도 한국정치사에서 이른바 주류세력에게 내몰리고 몰린 변방의 정치인이었으며, 노무현 또한 말할 것도 없이 그 삶이 변방 자체였지 않은가. 문재인은 정치의 영역에서 아예 변방으로 은거해버린 인물이었고, 이재명으로 오자면 그는 가장 처절한 변방적 존재였다. 하지만 이해찬에게 이들은 모두 한국사회가 겪은 가장 깊고 날카로운 고통의 총체였으며 그로써 이들이 중심이 되는 최전선이 형성될 때 정치는 앞으로 진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해찬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불퇴전의 정치, 한 시대의 길

 

그래서 그는 당시의 소위 유력한 주류 세론에 휘둘리지 않았고 도리어 그것과 정면으로 맞섰고 그런 때문에 그는 대중들뿐만 아니라 정치인 동료들에게조차도 쉽게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에 처하곤 했다. 그는 이를테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정치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그가 멈추거나 포기하거나 뒤로 물러설 리 없었다. 이 시대의 원칙이 무엇인가, 그걸 구현할 정치세력과 지도자는 누구인가를 꿰뚫어 보았고 그 판단에 확신이 서면 그대로 직진이었다. 그건 융통성 없고 대중성 없으며 유연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결국 이긴 것은 이해찬이었다. 그렇게 이겨온 그 스스로도 한때 대권가도에 나서고자 한 바 있으나, 그는 자신의 임무가 달리 있음을 자각했고 그걸 기반으로 한국정치의 새로운 주류역사를 써왔던 것이다.

 

이해찬이 어느 날 “민주세력 20년 집권론”을 내세웠을 때 그걸 권력의 오만이라고들 비난했으나 이는 이 나라 지배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강고한지를 절절하게 알았기 때문에 나온 발상과 주장임은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친일잔재세력의 80년 장기집권은 문제가 안 되고 민주세력 장기집권만 문제가 된다고 하는 논지는 결국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내란세력 척결의 정치적 과제 앞에서 얼마나 가소로운지 분명해졌다.  

 

오늘의 현실에서 “민주세력의 항상적 집권”은 따라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그 안에서 어떤 진보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인가의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이해찬은 최소의 시간으로만 잡아도 20년이라고 했던 것이며 그로써 이 나라의 현대사가 짓밟아온 변방의 역사가 종결하고 새로운 중심이 뿌리내리는 정치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해찬은 그 존재가 “정치의 원칙”이자 “한 시대의 길”이다. 

 

고 박원순에 대한 예의

 

이해찬은 언제나 담대했고 부당한 현실을 결코 용인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비난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의 정치 역정 모두가 그랬다. 가령 자살로 마감한 고 박원순 시장 장례에 참여하는 것조차도 2차 가해라는 소란이 벌어지고 그런 분위기에 눌린 정치권이 입 한번 제대로 열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 하고 있을 때 이해찬은 “40년 친구이자 시민사회의 영역을 확장한 동지”라며 그의 빈소를 찾았다. 

이런 이해찬을 공격하고 깎아 내리려는 언론공작은 집요했고 그런 맥락에서 어느 기자가 박원순 의혹 제기 운운하자 그 자리에서 “어디서 이런 예의 없는 짓을 하는가”라고 대노하며 크게 질타했다. 자신에 대한 비난, 음해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사안의 본질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 그의 소신이었기 때문이다. 

 

이해찬의 부활을 꿈꾸며

 

그와의 오랜 사적 인연은 여기서 굳이 거론하지 않으려 했으나,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닷새 뒤인 5월 28일 내가 프레시안에 쓴 “호민관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글을 읽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연락을 취해왔던 일은 기록한다. 까닭이 있다. 오랜만이었다. 이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된 그는 내게 재단 계간지 <광장>에 기고를 부탁해 글을 쓰기도 했는데, 그가 앞서 말한 “호민관 노무현의 부활” 글의 일부를 인용해 노무현 대통령 49재를 기념한 추도문을 <광장>에 실은 바가 있었다.

 

이해찬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권의 폭압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앞으로 3년 반 동안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치고 포기하면 우리 다음 세대는 꿈과 자유와 생명을 잃습니다. 우리가 저들의 만행을 두려워하면 우리의 자존심과 양심마저 잃습니다. 우리가 현혹당하면 눈과 귀를 잃고 마음까지 잃게 됩니다. 현 정부의 역주행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기회와 시간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부활해야 합니다. 조문행렬의 마음속에 부활한 노무현의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그러면서 다음의 문장을 이어 나갔다.

“김민웅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부활'은 '봉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탐욕스러운 주류의 핍박으로 이미 죽었다고 여긴 변방의 힘이 역사의 중심에 서고, 모두를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일깨우고, 역사적인 실현의 장에 나서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부활의 사회적 의미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조광조의 기묘사화, 실학파에 대한 신유박해에 비유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역사 속에 묻어버려서는 결코 안 됩니다. 가치는 역사에서 찾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 것입니다. 그것이 부활입니다.”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 국회의원 7선,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당 대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의 직함을 가지고 살아온 이해찬. 그런데 그런 공적 직함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가 원칙과 시대정신을 정치의 본체로 삼아 자신의 공생애를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그건 누림이 아니라 섬김이었다. 이것이 그가 존경받는 까닭이며 정치에 있어서 국민적 사표가 된 진실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을 겪으면서 더욱 심각한 만행을 목도하고 체험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치지 않았고 이겨냈다. 봉기했기 때문이다. 내란세력들의 준동은 여전하다. 이런 때 이해찬은 우리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다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그렇게 우리는 매일 부활의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 이해찬과 함께 변방이 최전선의 중심이 되는 역사를 꿈꾸며. 자신을 모두 바쳐 마지막 순간까지 공적 헌신을 다한 “이해찬” 그의 이름, 날로 더욱 불멸의 역사로 아로새겨질 것이다. 

                                                                            <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

 

'노무현 동지·이재명 멘토' 이해찬 전 총리 끝내 별세

 

베트남 방문 중 호흡 곤란, 심근경색…향년 73세
박정희·전두환 맞선 민주화 투사 출신 7선 정치인
김대중 정부 교육장관, 노무현 정부 총리 등 역임
민주당 대표 맡으며 21대 총선 180석 압승 견인

 

이해찬 전 총리가 3일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취임식에서 취임사 하고 있다. 2025.11.3. 연합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참여정부 국무총리 등을 지냈던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오후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2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민주평통 아태지역회의 운영위원회 참석차 출장을 떠났다. 이미 출국 전부터 몸살 기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몸 상태가 안 좋다는 판단으로 귀국 절차를 밟았으나, 오후 1시쯤 귀국을 위해 베트남 떤선녓 공항에 도착한 이후 호흡 곤란으로 호찌민 탐안(Tam Ahn)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송 과정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보고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조정식 대통령 정무특보를 베트남 현지에 급파했고, 조 특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이해식·이재정·최민희·김현 의원도 베트남에 도착해 이 수석부의장을 문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현지 심장 전문 의료진은 심근경색 진단을 내리고 이 수석부의장에게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시행했지만, 끝내 의식 회복을 하지 못하고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2시 48분 숨을 거뒀다.

 

민주평통은 "현재 유가족 및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 운구 및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라며 "확정되는대로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고, 유가족분들께 따뜻한 위로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1990년 6월 당시 지낸 평화민주당 의원 시절 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의를 펼치는 모습. 연합 자료사진
 

이 수석부의장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투사이자 7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주의 역사의 산증인이다. 

 

1972년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 박정희 유신 체제에 맞서 학생운동에 투신한 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1년 가까이 옥고를 치렀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상황실장을 맡으며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끌어내는데 앞장섰으며,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에 들어가 정계에 입문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서 민주정의당 김종인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한 뒤 17대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1989년 국회 청문회에서 전두환에게 "살인마 전두환!"이라고 외친 일화는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초선 의원 시절, 노동 분야 입법 활동에도 주력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이상수 전 의원과 함께 '노동위 3총사'로도 불렸다. 이 수석부의장의 당시 보좌관이 유시민 작가였다.

 

1995년 민선 1기(초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고, 1998년 김대중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을 맡아 초선 시절 함께 활약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2003년 국민참여통합신당 창당 기획단장을 맡아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끌었고, 2004년 고건 전 총리에 이어 노무현 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임명됐다. 노 전 대통령과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가까운 정치적 동지였다.

 

2004년 6월 30일 당시 신임 국무총리에 임명된 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모습. 연합 자료사진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정동영 후보에 밀려 낙선했고, 이후 손학규 체제가 출범하자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됐고 대표를 맡았으나,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 압박을 받은 끝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4∼2018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좌장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앙숙이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됐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세종에 출마해 당선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당선 후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참여정부 시절 함께 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당청 관계를 공고히 했으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180석 압승을 이끌었다. 1987년 6공화국 체제 출범 이후 민주진영 최대의 승리였다.

 

이 수석부의장은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힌 당 대표 임기가 끝난 뒤 2020년 당 상임고문으로 활동했으며,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돼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 입안을 뒷받침했다.     < 김성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6.1.2. 연합
 
 

이해찬 전 총리 장례, 엿새간 기관 · 사회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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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사진은 2004년 6월30일 국무총리 취임식 당시의 모습. 연합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장례가 26일부터 엿새간 기관·사회장으로 엄수된다.

민주평통은 이날 이 수석부의장 장례를 26∼31일 기관·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특1호실)에 마련된다.

 

사회장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훈을 남긴 사람이 사망했을 때 관련 단체가 중심이 돼 각계각층 인물들과 장례 위원회를 꾸려 거행하는 장례 의식이다.

 

이 수석부의장의 장례는 민주평통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관한다. 민주평통 쪽은 “이후 실무적인 내용은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확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5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향년 73살 일기로 별세했다. <장예지 기자>

 

이해찬 “같잖은 윤석열, 내가 내란 전문”…만년에 더 노련했던 민주화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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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티브이 세종’ 갈무리
 

젊은 시절 군사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며 학생 운동에 투신했던 고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일흔 살 넘어 맞닥뜨린 12·3 내란에 또다시 거리로 나가 투지를 불태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은 이 수석부의장 생애 세 번째 내란 사건이었다. 1952년생인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일으킨 5·16 군사쿠데타,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일으킨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을 모두 겪었다.

 

이 수석부의장은 서울대 사회학과 1학년생이었던 1972년 박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을 계기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전국적으로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인 충남 청양으로 내려갔지만 “나라가 이 모양인데 학생들이 데모도 하지 않느냐”는 부친의 질책을 듣고 바로 서울로 상경해 학생운동 동아리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는 1974년 유신정권에 반대하다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투옥돼 1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전두환 정부 때인 1980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민주화 인사들이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신군부의 조작 사건에 휘말려 2년6개월간 복역하다 1982년 특별사면 됐다.

 

2024년 12월3일 현직 대통령에 의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나 그는 담담했다. 44년 만에 목도한 내란은 빈틈투성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나와 “집사람이 계엄이 선포됐다고 잠을 깨웠다. 미친놈들 하고 그냥 또 잤다”, “시시하다”고 내란 당일 상황을 돌이켰다.

 

“시시한 계엄”이었지만, 엄연한 “내란”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확고했다. 계엄 이전부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주문했던 그는 계엄 직후 거리로 나가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야 한다”, “저렇게 무도한 놈은 정치하면서 처음 봤다”, “싸가지 없고 예의도 없다”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그는 2024년 12월8일 세종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저는 박정희 독재하고도 싸웠고, 전두환 독재하고도 싸웠는데 이 같잖지도 않은 놈하고 싸우려니까 재미가 없다. 정말 같잖지도 않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내란은 제가 전문가다. 박정희 때도 내란 음모로 잡혀갔고, 전두환 때도 내란 음모로 잡혀갔는데, (윤석열이) 엉성하게 해서 사람들 기분 나쁘게 하고, 놀라게 했다”며 “토요일엔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대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토요일인 같은 달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