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희 정권' 국정농단 망라한 소추안 초안 공개


"직무집행상 헌법‧법률 광범위하고 지속적 위배"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도 포함
향후 특검 수사 등 통해 범죄사실 대폭 확대 전망

조국 "탄핵 절차 시동…'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황운하 "비리백화점, 위법 수십 가지 추가될 듯"

 

"주문. 헌법 제65조 및 국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소추한다."

 

조국혁신당이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다. '오로지 구국과 애민의 일념으로 마련'했다는 이 초안에 담긴 탄핵 사유는 모두 15가지로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남용,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시도, 세관 마약 수사 외압, 국민의힘 당무 개입, 공천 개입, '명태균 게이트' 관련 대선 여론조사 조작,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대통령 집무실‧관저 신축 비리, 대일 굴종 외교와 방송 장악 등 '윤건희 정권'의 각종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행위가 망라돼 있다.

혁신당은 이 초안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해 시민들의 제보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사회 각계각층과 법조인 등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쳐 최종안을 만들 방침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소추안을 전달해서 국회 차원의 탄핵소추안 작성 논의를 시작하는 기초자료로 삼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김건희 특검' '채 해병 특검'이 시행되면 특검 수사를 통해 규명된 범죄사실들을 종합해 소추안을 확대 보완하기로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조국 대표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1905년 바로 오늘, 황성신문 장지연 주필이 쓴 <시일야방성대곡>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슬프도다.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은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조 대표는 "120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교수, 학생, 노동자, 작가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정치는 국민의 뜻을 받아 펴는 것이다. 정당은 국민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저희 조국혁신당이 오늘 이곳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은 헌법이 규정한 정당한 절차다. 국민의 이름으로 권력 남용을 막고 책임을 묻는 민주적이고 법적인 절차"라며 "조국혁신당이 그 절차에 시동을 건다. 오늘 공개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은 2년 반 동안 쌓인 윤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울분을 차곡차곡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 "조국혁신당이 앞장서서 탄핵소추 초안을 공개한 이유가 있다.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검찰독재 정권, 김건희 씨가 이끌고 무속인이 뒤에서 미는 윤석열 정권을 조기종식 할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창당 전부터 '3년은 너무 길다'를 외쳐온 조국혁신당은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개선될 가능성을 도무지 찾지 못했다. 이제 헌법을 지키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탄핵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사실과 논리를 탄탄하게 쌓고 갖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소추에는 확립된 사실, 적어도 공소장 수준의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하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에는 검찰이 수사를 해왔다"면서 "그러나 현재 윤석열 검찰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검찰은 윤석열김건희 부부 앞에 가면 애완견이 되지만, 반대파 앞에서는 맹견, 탐지견으로 표변한다. 숱하게 쏟아지고 오늘도 터져 나오는 의혹과 사실을 깡그리 무시한다. 오히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비호해주는 '방탄 검찰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탄핵소추에 필수적인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범죄사실 확정을 검찰 수사에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환기한 조 대표는 "그렇기에 특별검사가 필요하다. 국회 국정조사도 필요하다"며 "조국혁신당은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를 계기로 모든 야당에 특검법 처리와 국회 국정조사 추진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제 겨우 임기 절반을 지났을 뿐인데 윤 대통령의 역대급 무도한 국정운영, 김건희 여사의 엽기적인 국정농단 덕분에 상상 그 이상의 헌법·법률 위반 행위들로 가득 찬 비리백화점 수준의 탄핵소추안 초안이 작성됐다"면서 "대통령 재임 중의 비리 행위만으로 무려 15개의 구체적인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적시됐다. 취임 이전의 각종 위법 행위까지 포함하면 수십 가지가 더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완결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소추안이 발의되고, 의결을 거칠 때까지, 조국혁신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내는 예인선이자 쇄빙선으로 탄핵 정국을 이끌어갈 것을 약속드린다"며 "소추안에 대한 보완과 더불어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한 의원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일로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혁신당은 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려면 헌법 제65조 1항에 따라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했다"고 단언했다.

혁신당은 초안의 탄핵소추 사유에서 "헌법 전문,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및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법치국가 원칙, 대통령의 헌법 수호 및 헌법 준수 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공익 실현 의무, 직업공무원 제도(헌법 제7조),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평등 원칙(헌법 제11조),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직업 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사적 자치에 기초한 시장경제 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및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헌법 제10조),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등 헌법 규정과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 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심대하게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뇌물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129조 또는 제130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조),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 등 각종 범죄를 저질러 법률의 규정에 위배하였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 헌법 질서의 본질적 요소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주의 원리 및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임과 동시에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과 신임에 대한 배신으로서 탄핵에 의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7. 연합
 

구체적인 탄핵소추 사유는 다음과 같다.

1. 공익 실현 의무 위배 : 사익추구

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기소 관여 행위

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다.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백 수수

(가) 청탁금지법 위반

(나) 알선수재죄

라. 대통령 집무실‧관저 신축 비리

(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경위

(나) 의혹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및 감사원의 판단

 

2.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 위배 : 직권남용

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남용

나.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축소 수사 외압 및 은폐 시도

(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에 대한 축소 수사 외압

(나)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통한 공수처 수사 방해

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직권남용 : 일명 '백해룡 경정' 사건

① 마약 수사 및 세관 의혹 제기 경위

② 대통령실 관련 의혹 : 이종호-김건희 관련성

 

3. 정치적 중립 의무, 대의민주주의, 정당의 자유 위배

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가) 당 대표 선출 개입

(나) 국회의원 선거(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나.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① 대선 여론조사 및 조작

② 국민의힘 공천 개입

③ 창원 산단 국정 개입

④ 대우조선해양 노사 관계 국정 개입

다. 탄핵 사유

(가) 헌법 위반

①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헌법 제7조 제1항)

② 정치적 중립(제7조 제2항)

③ 공익 실현 의무(제69조)

④ 정당민주주의

(나) 법률 위반

①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 제3항(사적 이익 추구, 부정 특혜 금지)

② 부패방지권익위법(제2조 제4호 가목)

③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129조

④ 공직선거법 제57조의 6 제2항(공무원 등의 당내 경선 운동 금지)

⑤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금지)

⑥ 공직선거법 제47조의 2 제1항(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 수수 금지) 위반

⑦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허위 논평·보도 금지)

⑧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 위계에 의한 정당(국민의힘) 경선 업무방해

⑨ 정치자금법 제32조 제1호(특정인 후보자 추천 관련 정치자금 수수 금지)

⑩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정치자금 부정 수수 금지)

⑪ 국가공무원법 제59조(성실 의무)

⑫ 국가공무원법 제61조(청렴 의무)

(다) 기타

① 공무상 비밀 유지 의무 위반(국가공무원법 제60조)

② 재산권 보장과 시장경제 질서 및 노동기본권 보장 위반

 

4. 법치주의 위배 :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①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공직 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개정 : 법무부 인사 검증

②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 : 행안부 경찰국

③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 : 검찰권 남용

④ 안보 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 업무 규정 제정 : 국정원

 

5. 헌법 전문 등 위배

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의 부정과 뉴라이트 인사 임명

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및 위안부 문제 등 대일 굴종 외교

 

6.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배 : 재해 예방 의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나. 이태원 참사

 

7.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침해

가.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자유 침해 : MBC 등

나. 방통위와 방심위의 노골적 방송 장악 시도

다. 방송 4법과 거부권 행사

 

8. (결론) 탄핵 사유의 중대성과 파면의 필요성 : 헌정 중단을 압도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과 피소추자의 국민 신임 배반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외신 생중계에 포착 돼...사전 조율 안된 듯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통역 담당 수행원과 현지 보안 요원들이 10초가량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외신 생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이 같은 소동은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지20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입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각국 정상이 의전차량에서 내린 뒤 레드카펫을 따라 회의장에 입장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당시 생중계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을 따라 뒤에서 레드카펫을 걷던 통역 담당 수행원은 보안 요원이 동선을 안내하는 듯 말을 걸어도 답하지 않고 레드카펫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이에 보안 요원도 수행원을 따라 이동해 다시 한번 말을 걸었지만 이 수행원은 답변을 하지 않는 듯 보였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수행원은 방향을 바꿔 다시 한번 레드카펫을 가로질렀고 이때 또 다른 보안 요원이 수행원의 입장을 제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시작됐다. 수행원은 목에 메고 있던 출입증을 들어 보였지만 보안 요원들은 수행원의 허리 부분을 잡고 입장을 막았다.

상황을 알아챈 윤 대통령은 당황한 듯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해당 수행원은 보안 요원들을 뿌리치며 윤 대통령보다 앞서 걸어 나가다가 보안 요원에게 무어라 항의했는데 여기서 중계 화면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풍경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20일 외교부는 “19일 지20 정상회의 제3세션 시작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열리게 돼 우리 쪽 통역요원이 대통령과 함께 회의장에 입장해야 하는 상황임을 브라질 쪽 연락관을 통해 사전에 협조 요청을 했다”며 “이를 전달받지 못한 현장 경호원의 착오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브라질 연락관이 경호 쪽에 상황을 다시 설명해, 우리 쪽 통역요원은 대통령과 함께 회의장에 정상적으로 입장했다”며 “브라질 경호원의 실무적 착오로 우리 통역요원의 입장이 일시적으로 제지된 데 대해 브라질 연락관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 윤 자진사퇴 요구

각 대학 교수들 시국성명, 임기단축 개헌요구

 

 

전국 각 대학의 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 현직 장학사, 민주사회를 위한 종교인 네트워크 등 종교인 단체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작가회의 소속 1056명의 작가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자격이 없다’ 제목의 선언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명령하고자 한다. 대통령 윤석열 씨는 당장에 자연인 윤석열 씨가 되는 것이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아끼고 살아야 할 대한민국의 융성과 자존을 위하여,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위하여, 무능, 무도하고 반성을 모르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국가수반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지도, 소소한 준법의식조차도 없는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기를 결연히 요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한국작가회의가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2024년 11월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작가선언>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자격이 없다”

1974년 11월 15일, 우리 선배 작가들은 유신 치하에서 구속된 문인들과 민주인사들의 석방,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절차에 따른 새로운 헌법 마련 등을 요구하는 문학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위를 결의했다. 이틀 만에 무려 101명의 문인들이 참여했고 11월 18일 광화문에서 연명한 선언문을 낭독하자 박정희 정권은 주모자급 7명을 급히 검거하고 나머지 문인들은 연행당한 문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갔다. 선언에 연명한 문인들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의 초기구성원이 되었다. 폭압의 시절, 지사적 결기로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분들의 결단과 헌신은 한국작가회의는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의 명예를 대의하는 단단한 초석이 되었다. 그 시작과 여정은 영광의 길이 아닌 고난의 행군이었으나 후배 작가들도 그 길에 동참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50년이 지난 오늘, 작가적 양심으로 목숨을 걸고 암흑에 맞섰던 선배 작가들은 오늘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견딜까를 생각한다. 우리는 부채감과 동시에 통절한 시대적 소명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이 촛불혁명으로 바꾼 나라는 고스란히 그때의 집권세력들보다 악질적인 검찰카르텔과 사익세력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사람됨과 적격성을 분별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로 실기한 지난 정권의 나태함과 무기력함에 대해서도 엄중히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권력이든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 지난 몇 년이었다. 찬바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광장 속에서 함께했던 우리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문학의 기본으로 돌아가 폐허 속에서도 신생을 꿈꾸는 마음으로 무너져가는 이 나라의 회복과 변화를 꿈꾸는 일 말고는 달리 살아갈 방법이 없음을 통감했다. 배를 띄우는 것은 시민이지만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시민이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진리를 정도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엄중한 시국에 이르렀다는 자각과 책임감에 이르렀다.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은 목불인견 그 자체였다. 반성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사과의 핵심이 없었고 반말, 비속어 사용, 거들먹거리는 태도 등 국민을 공손히 모셔야 할 대의자로서 있을 수 없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세계만방에 공연하였다. 무엇보다 본인의 음성으로 확인된 공천개입 범죄에 대해서조차 뻔뻔한 궤변으로 부정하거나, 부인의 국정개입에 대해서도 핸드폰을 바꾸겠다느니, 부부싸움을 더 하겠다는 식의 눙치는 화법으로 본질을 회피하는 중언부언을 일삼았다. 터무니없이 모자란 어휘력도, 간결함과 핵심이 없는 발언도, 국어사전을 다시 써야한다는 발언도 모국어를 아끼는 우리에게는 참담한 부끄러움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위언을 일삼았고 어떤 사후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 주변은 범죄자들과 사익만을 도모하는 자들이 곳곳에 암세포처럼 포진하고 있었다. 무능과 무지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거짓말을 거짓말인 줄 모르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공인으로서 대통령의 역할과 사인으로서 남편의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분별심조차 없는 사람이 날짜까지 못 박아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하였다. 이렇듯 끝까지 무모하고 무도하게 자신과 죄 많은 가족과 맹동적인 소수의 친위세력들만을 데리고 민의와 대척하며 태풍이 이는 난바다를 헤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밝혀진 범법 사실과 곳곳에서 돌출되는 의혹만으로도 그는 이미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자격이 없다.

현 정권의 국정운영은 실망을 넘어 참담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거리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죽어갔음에도 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커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 그 누구도 유족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정의 가장 근본 목적인 국민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현 정권의 무책임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또한 현 정권은 국가 범죄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있는 자들을 문화예술행정의 수장과 핵심에 복귀시켰다. 노벨문학상, 아카데미 작품상, 에미상 수상자 등이 포함되어 있는 이 명단을 작성한 자들이 이끌어가는 문화예술의 융성은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올해 재정적자는 2024년 7월 기준 83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가재정의 파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부자감세를 통해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 범죄의 핵심 의혹 당사자임에도 이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여 주식시장과 국가신인도에도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증원 2천명으로 촉발된 공중보건의 위기는 국민 스스로 그저 운 좋게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아서 병원에 갈 일을 줄이는 게 상책이라 할 정도로 각자도생의 환난을 지속하고 있다. 야당과 전공의 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허울뿐인 여야의정협의체를 만들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윤석열 정부의 불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일본과의 굴욕외교를 비롯하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신냉전 상황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한반도를 비극적 전쟁의 당사자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군사적 모험을 추진하는 것은 그가 국민의 생명이 담긴 외교의 전장에서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의도가 더이상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낮은 지지율에 기인하여 국내의 정치위기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의 나라가 사이비 종교지도자, 여론조사 조작 협잡꾼, 식민가해국 일본을 조국으로 삼을 기세인 자들과, 자국의 이익이 우선인 극우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접한 세력에게 포섭되었는지, 그 괴이한 서사는 수십 권의 책으로 써도 모자랄 것이다.

임기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권은 세계 국가수반 지지율 최하위를 달성했다. 중도층의 절대 다수의 찍어준 사람들까지 임기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동맹자이자 방조자인 여당의 대표는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색깔론을 도포하고 있지만 옮겨 붙으며 타들어가는 그 불은 절대 끌 수가 없을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확산되는 불꽃으로 당신들은 심판되고 있다. 그 누가 대통령을 하더라도 당신보다는 낫다는 것이 민심의 핵심이고 어떤 암수를 쓰더라도 이를 회복해낼 수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늘 위기 상태에 있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단단한 민주주의로 회생한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 편에 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해서 애쓰다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심지어 절명한 선배 작가들의 고혼이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원고지 위에 얼룩져 남아 있다. 아프고 억울한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문학의 서사가, 생동하며 진화하는 리얼리티가 노벨문학상에 이르렀듯이 시대에 대한 우리의 고뇌가 문학의 근력으로 작동할 것임을 또한 믿는다. 진실하고 절박한 문자의 힘, 언어로서 소통하고 결의하는 힘이 뻔뻔한 위언과 궤변보다 위대한 힘을 갖고 있음을 또한 믿는다.

우리가 사람으로 사는 한, 작가의 양심을 품고 사는 한, 오늘 우리가 한사람의 작가이자 시민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누군가 대행해 줄 것이 아님을 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명령하고자 한다. 대통령 윤석열 씨는 당장에 자연인 윤석열 씨가 되는 것이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응당히 요구한다. 우리가 아끼고 살아야 할 대한민국의 융성과 자존을 위하여,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위하여, 무능, 무도하고 반성을 모르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국가수반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지도, 소소한 준법의식조차도 없는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기를 결연히 요구한다.

2024년 11월 18일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작가선언 참여자 일동(연명) 1056명

강경아, 강경호, 강기원, 강덕환, 강동우, 강미, 강미정, 강민경, 강민영, 강벼리, 강병철, 강봉수, 강수경, 강수완, 강시현, 강애영, 강영주, 강인송, 강정숙, 강정태, 강지산, 강지인, 강지혜, 강진우, 강해원, 강형철, 강회진, 강희정, 고경숙, 고경자, 고광률, 고광헌, 고규태, 고명섭, 고명철, 고성만, 고승우, 고영서, 고영숙, 고영직, 고운기, 고정국, 고증식, 고창근, 고향갑, 고훈실, 공정배, 곽옥미, 곽윤숙, 곽호연, 구명자, 구자명, 구중서, 권덕하, 권미강, 권보연, 권상진, 권서각, 권선희, 권순, 권순진, 권여선(권희선), 권영임, 권오삼, 권오영, 권오표, 권용욱, 권진희, 권혁소, 권혁웅, 권현형, 권화빈, 권희돈, 금희, 기정옥, 길상효, 김강호, 김경나, 김경윤(시), 김경윤(청소년소설), 김경인, 김경진, 김경희, 김광렬, 김광선, 김광원, 김규중, 김균탁, 김근, 김근혜, 김나율, 김남권, 김남규, 김남극, 김남숙, 김남영, 김남일, 김대현, 김덕희, 김도수, 김동, 김동승, 김동윤, 김동현, 김두례, 김륭, 김림, 김만성, 김명, 김명기, 김명수, 김명신, 김명은, 김명지, 김명철, 김명환(시), 김명환(평론), 김문, 김문홍, 김미승, 김미애, 김미혜, 김미희, 김민, 김민경, 김민정, 김민주, 김민형, 김민효, 김민휴, 김바다, 김백형, 김보경, 김봄희, 김봉균, 김봉석, 김사빈, 김사이, 김상균, 김상출, 김서령, 김서정, 김서하, 김선영, 김선일, 김선정, 김선태, 김성규, 김성민, 김성신, 김성윤, 김성장, 김성중, 김성진, 김성철, 김성호, 김성희, 김세웅, 김세홍, 김소선, 김소연, 김수, 김수목, 김수열, 김수우, 김수자, 김수호, 김숙경, 김순선, 김승립, 김시언, 김시현, 김신숙, 김안녕, 김애숙, 김양오, 김여옥, 김연미, 김연화, 김연희, 김영권, 김영란, 김영미, 김영범, 김영삼, 김영숙, 김영아, 김영아, 김영언, 김영춘, 김영호, 김옥진, 김온, 김올, 김완, 김완수, 김용락, 김용만, 김용매, 김우주, 김우출, 김유석, 김유철(소설), 김유철(시), 김윤, 김윤현, 김윤화, 김윤환, 김은령, 김은숙, 김은아, 김은옥, 김은우, 김은의, 김응교, 김이은, 김이정, 김인기, 김인호, 김일옥, 김일하, 김자흔, 김재복, 김재훈, 김정숙, 김정애, 김정원, 김정진, 김정화(어린이청소년문학), 김정화(평론), 김정환, 김정훈, 김정희, 김제곤, 김제숙, 김제신, 김종경, 김종도, 김종숙, 김종원, 김종인, 김종필, 김주대, 김주애, 김주욱, 김준태, 김중미, 김중태, 김지섭, 김진, 김진문, 김진수, 김진숙, 김진희, 김창규, 김창균, 김창완, 김창집, 김철순, 김춘기, 김칠선, 김태선, 김태영, 김태원, 김태형, 김하돈, 김학성, 김학중, 김항신, 김해우, 김해원, 김해자, 김헌수, 김현, 김현영, 김현주(소설), 김현주(시), 김현희, 김형로, 김형식, 김형효, 김혜린, 김혜순, 김혜연, 김혜정, 김홍신, 김홍주, 김화선, 김화숙, 김환재, 김황흠, 김회경, 김효사, 김희수, 김희숙, 김희식, 김희우, 김희정, 나병춘, 나정욱, 나종영, 나종입, 나해철, 남기택, 남송우, 남승원, 남예은, 남태식, 노가원, 노민영, 노영주, 노인숙, 노정희, 노지영, 노현수, 도재경, 라윤영, 류경, 류근, 류명선, 류보선, 류재복, 류형석(필명유형수), 마린, 마형기, 명혜정, 문경민, 문동만, 문미영, 문병학, 문선정, 문이소, 문재식, 문재호, 문창갑, 문창길, 민경혜, 민향기, 박경분, 박경장, 박경태, 박경희(시), 박경희(청소년소설), 박관서, 박규숙, 박기행, 박남용, 박남원, 박남희, 박다솜, 박덕선, 박덕희, 박두규, 박명규, 박명순, 박미라, 박미영, 박병예, 박병희, 박상건, 박상률, 박상봉, 박상준, 박석면, 박석준, 박선미, 박선욱, 박선희, 박설희, 박성한, 박소연, 박소영, 박소이, 박수연, 박순원, 박순호, 박승민, 박시우, 박완섭, 박영, 박용주, 박우현, 박원희, 박월선, 박윤규, 박윤우, 박은경, 박은수, 박은숙, 박은주, 박인, 박일만, 박재연, 박재웅, 박재학, 박정근(소설), 박정근(시), 박정애(소설), 박정애(시), 박종대, 박종헌, 박종화, 박종훈, 박주하, 박지숙, 박진형, 박채란, 박철, 박철영, 박청, 박청용, 박태주, 박해석, 박형숙, 박혜숙, 박혜지, 박호민, 박호재, 박홍점, 박흥순, 박흥식, 반수연, 방남수, 배경희, 배교윤, 배명희, 배미주, 배봉기, 배재경, 배지영, 배창환, 백건우, 백무산, 백수인, 백승남, 백영, 백정희, 백하나, 백혜영, 백혜진, 범현이, 변은경, 복효근, 봉윤숙, 서경, 서광일, 서덕석, 서서희, 서성수, 서수찬, 서순희, 서안나, 서영채, 서재진, 서정오, 서정원, 서정화, 서현진, 석형락, 선준규, 성명진, 성완, 성현정, 소은옥, 소종민, 소향, 손상열, 손지태, 손채은, 손택수, 손홍규, 송광근, 송광룡, 송경동, 송기역, 송선미, 송수연, 송승태, 송은숙, 송은영, 송은일, 송진권, 송진호, 송태규, 송태웅, 송하얀, 송호필, 신경득, 신경진, 신귀백, 신대원, 신민경, 신민규, 신병구, 신상진, 신상현(신이비), 신순말, 신승철, 신재섭, 신정민, 신지영, 신철규, 신현수, 신현옥, 신혜진, 심기보, 심우기, 심진규, 아은, 안규보, 안덕훈, 안도현, 안미란, 안상학, 안수자, 안오일, 안유선, 안은숙, 안이희옥, 안주철, 안준철, 안현미, 양건섭, 양승은, 양연주, 양영아, 양원, 양은숙, 양인자, 양자형, 양재성, 양정규, 양지숙, 양지안, 양진기, 양형석, 양효숙, 어향숙, 언종수, 엄광용, 엄수경, 엄원태, 엄혜숙, 여국현, 여성민, 연지민, 염무웅, 염연화, 오광석, 오미경, 오민석, 오봉옥, 오성인, 오세란, 오연경, 오인덕, 오정연, 오진희, 오창은, 오하린, 오현주, 옥세현, 옥효정, 온형근, 용환신, 우종숙, 우혁, 우현옥, 원종국, 원종찬, 원종태, 유강희, 유경숙, 유국환, 유다정, 유명선, 유문선, 유병록, 유순예, 유승찬, 유영호, 유은경, 유은실, 유재호, 유종, 유종화, 유진수, 유진아, 유하정, 육근상, 윤경덕, 윤관영, 윤동수, 윤동재, 윤석위, 윤석주, 윤석진, 윤석홍, 윤선길, 윤수종, 윤여설, 윤여탁, 윤이주, 윤인구, 윤일호, 윤재걸, 윤중목, 윤창도, 윤창영, 윤해연, 윤현순, 윤혜숙, 은경, 은미희, 은승완, 은이결, 이가을, 이갑상, 이강길, 이경석, 이경진, 이경화, 이광재, 이궁로, 이권, 이규배, 이금이, 이금주, 이나영, 이도영, 이도윤, 이동규, 이동우, 이라야, 이란실, 이레, 이루카, 이말순, 이명원, 이명인, 이명재, 이명훈, 이명희, 이묘신, 이무성, 이문복, 이문숙, 이미루, 이미숙, 이민숙, 이병국, 이병금, 이병길, 이병천, 이복현, 이봄메, 이봉환, 이봉희, 이분희, 이상권, 이상복, 이상섭, 이상실, 이상원, 이상익, 이상인, 이상훈, 이선식, 이선옥, 이설야, 이성아, 이성우, 이성준, 이성혁, 이성환, 이세기, 이세영, 이소암, 이송희, 이수화, 이숙현, 이승은, 이승철, 이시백(소설), 이시백(시), 이신조, 이안, 이언빈, 이연정, 이연초, 이연희, 이영숙, 이영애, 이영종, 이영주, 이영희, 이예진, 이오우, 이옥근, 이옥수, 이용한, 이용헌, 이원규, 이원석, 이원준, 이원화, 이위발, 이유리, 이윤, 이은송, 이은식, 이은유, 이은주, 이응인, 이인성, 이인호(시), 이인호(어린이청소년문학), 이인휘, 이잠, 이재무, 이재복, 이재용, 이재웅, 이재윤, 이정록, 이정민, 이정수, 이정연, 이정연, 이정현, 이정호, 이정화, 이정훈, 이종구, 이종선, 이종수, 이종인, 이종하, 이주란, 이주영, 이주현, 이준희, 이중기, 이중현, 이지담, 이지영, 이지호, 이진미, 이진숙, 이진욱, 이진희, 이창윤, 이철경, 이철살, 이철송, 이청람, 이태영, 이태형, 이택주, 이퐁, 이하석, 이하율, 이학근, 이향지, 이현, 이호석, 이화우, 이효복, 이후경, 이희환, 이규석, 임근희, 임동확, 임로사, 임미나, 임백령, 임복순, 임상일, 임서원, 임성규, 임성용, 임수빈, 임수정, 임수현, 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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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가 지난 11월16일 서울시청앞 촛불집회에 참여해 높이 올린 깃발의 모습. 한국작가회의 제공
 
 
 

전주대 교수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104명 시국선언

 

 
 
전북 전주대학교 교수 등 전임교원들이 19일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며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전북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시작됐다.

‘시국을 걱정하는 전주대학교 교수 일동’은 19일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격 훼손과 국정 농단의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라”고 밝혔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교수 등 전임교원 339명 중 104명이 동참했다.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품격에 국민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됐다. 국민은 대통령의 무게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그의 언행에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의 거친 품격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과 상식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거라는 일부 국민의 기대 역시 2년 반 만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며 “그는 애당초 공정함이 무엇이고 상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민국의 대내외 시스템을 급속도로 망가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구한 변명과 품격 없는 반말로 끝났던 기자회견 이후 국민은 이제 윤석열 김건희 부부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스스로 말했던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실천해 즉각 김건희를 특검하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훼손하고 범죄를 비호하여 국정농단에 이르게 한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천경석 기자 >

 

중앙대 교수 169명 “윤 대통령 사과하고 임기단축 개헌하라”  시국선언 발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에서 참석자가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엘이디 전등을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중앙대 교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임기단축 개헌 등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중앙대 교수 169명은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며 “이는 단지 정권의 무능이나 정책의 실패를 논하는 단계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처한 누란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 국정농단의 일상화, 민생 경제 파탄, 의료대란 속 국민 생명의 위협, 역사 정의 위협, 언론 자유 말살로 인해 반국민적·반민주적·반역사적 행태가 윤석열 정부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 농단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하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관련 특검을 즉각 수용할 것 △서민경제와 민생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을 지체없이 시행하고, 부자감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친일 편향 외교와 역사 정의 훼손을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의 역량을 집중할 것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공영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                           < 한겨레 고경태 기자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오늘 우리의 위기는 정권의 무능이나 정책의 실패를 논할 단계를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붕괴 위험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누란의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 중앙대학교 교수들은 비장한 심정으로 시국선언에 나선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취임 이후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비롯해, 국회가 의결한 법안들을 무차별적으로 거부하며 입법권을 무력화했다. 검찰권을 남용함으로써 사법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공정한 수사를 한 수사관들이 좌천되거나 기소당하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농단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와 측근들에 의한 국정 개입이 도를 넘어섰다. 명품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천 개입 등 각종 비리 의혹들이 제기되었으나, 검찰은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국정농단이 단순한 비리나 부패를 넘어, 국기를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개입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있다.

서민경제가 파국적 상황에 처해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2025년 국가채무가 1,2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속에서도 정부는 법인세, 상속세, 종부세 인하 등 부자 감세로 일관하며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서 폐업한 점포들이 속출하는 데도 정부의 실질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서민을 위한 복지예산만 삭감되고 있다.

의료대란 속에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의료계의 반발을 초래하고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젊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실망하며 병원과 강의실을 떠났는데도, 정부는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이 증원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빈발하고 있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절대로 병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냉소적인 말이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실정이다. 정작 필요한 공공의료 확충이나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는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역사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친일 편향적 외교와 역사 정의 훼손은 국민에게 치욕과 수치심을 안겼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용인,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지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로 민족 정체성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통령실과 주요 정부 요직은 물론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등 주요 역사기관에도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등용되었다. 국가안보실의 주요 인사는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며 전범 국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해 국민들을 기함케 했다. 민족해방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을 바라볼 면목이 없을 지경이다.

언론 자유가 말살되고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 시도가 금도를 넘어섰다. 윤석열 정권은 KBS, YTN, TBS를 차례로 장악한 데 이어, 이제는 마지막 보루로 남은 MBC마저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압박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임에도, 현 정부는 이들 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복속시키려 하고 있다. 검찰을 동원한 언론인 탄압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정 기자나 언론사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취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반국민적, 반민주적, 반역사적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다음 사항을 엄중히 요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 농단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하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관련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

-서민경제와 민생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을 지체없이 시행하고, 부자감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친일 편향 외교와 역사 정의 훼손을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의 역량을 집중하라.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공영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중앙대학교 교수 169인

강기운 강인구 강현 강효정 고명진 고재홍 고현민 곽병국 구정호 권선범 김경민 김경희 김교성 김나연 김누리 김동민 김배근 김범규 김선규 김선회 김성균 김성은 김성환 김수현 김양지 김연명 김영삼 김유민 김유승 김유진 김재경 김종원 김준성 김지훈 김태하 김학균 김한식 김홍경 김효준 남궁명 남택균 남형주 노용호 류찬열 모정열 문성권 문성호 문정민 민환기 박미희 박병관 박승환 박용범 박용숙 박찬균 박치성 박탄솔 박해선 박현정 방현석 배윤호 배지현 백영주 백종화 백희정 서찬석 손희숙 송수영 신성환 신종욱 신진욱 신해용 심덕선 안소은 안은진 안재호 안화영 오성균 오창은 우수현 육영수 윤상운 이강석 이경수 이광진 이긍표 이나영 이동규 이리리 이명현 이민아 이민정 이상준 이상현 이석형 이선희 이소영 이숙정1 이숙정2 이승윤 이승조 이승하 이승환 이연도 이연정 이은선 이재성 이재신 이종철 이지훈 이진욱 이창재 이해영 이현민 이현석 이현정1 이현정2 이혜정 임경화 임인자 임창국 임한솔 장규식 장성갑 장숙랑 장욱상 장재옥 전우형 정슬기 정승아 정은경 정은숙 정재원 정진원 정태연 조은정 조해성 조희정 주은우 주재범 진성미 진영기 채수안 최민지 최상태 최성호 최영 최영완 최영은 최영진 최윤형 최현철 최형균 최혜원 최훈성 한동현 한상욱 한수영 한승석 한재홍 한지연 한지원 허선진 허정훈 현명호 홍경남 홍성관 홍준화 황장선(가나다 순)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

 

                          ▲분서갱유를 묘사한 18세기 중국 채색화위키미디어 공용


기원전 213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운 진의 시황제는 실용서를 제외한 책들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해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잘 알려진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7개의 나라로 갈라져 싸웠던 전국 시대를 종식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저질러진 것으로, 당시 불태워진 책들은 대부분 이른바 제자백가라고 불리는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책들, 그리고 진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역사서였다.

그런데 '분서갱유' 사건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분서갱유'의 대상이 된 책 중에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상가, 역사서들과 함께 시 등 문학 작품들도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었다.

'분서갱유'만이 아니다. 이후에도 전제 정권이 사상을 탄압하고 지식인들을 숙청하는 일들은 역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그 탄압의 대상이 된 경우는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했다.

얼핏 생각하면 권력에 위협이 되는 정치사상가, 혁명가들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탄압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치가들만큼이나 예술인들도 권력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 사건이다.

왕권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

정조는 성군으로 칭송받는 군주이지만, 어디까지나 전제 왕정 국가의 왕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정조는 극심했던 붕당의 대립을 통제하기 위해 왕권 강화에 애썼던 통치자였다. 영리했던 정조는 능숙한 정치 기술로 왕권을 확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진 "분서" 사건이 '문체반정'이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정조 무렵을 기준으로도 2000년 이전의 문헌인 논어 등의 한문체를 탈피하여, 좀 더 구어체에 가까운 새로운 문체가 유행하고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른 정조는 이를 패관 문체라고 불렀는데, 패관은 본래 세간의 정보를 정리하여 왕에게 보고하던 중국의 관직 이름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패관이 작성하는 정보 문서들은 저잣거리의 구어체로 작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패관 특유의 문체가 중국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의 문체가 되어, 결국 조선까지 영향을 준 것이었다. 정조는 이런 패관문체가 유교에 바탕을 둔 조선왕조의 정당성을 흔든다고 생각했고, 패관 문체로 작성된 책들을 불태울 것을 지시하였다.

재밌는 것은 당시 신식 문체로 가장 유명한 지식인 중 하나가 연암 박지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정조가 무도한 왕은 아니었기 때문에 박지원이 ' 문체반정'으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반성문을 써서 정조에게 제출해야 했다.

'문체반정'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는 부분은, '문체반정'이 단순히 글을 쓰는 스타일을 문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문화가 조선의 전통적인 전제 왕권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 확인

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문화예술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무관할 수 없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특별한 의식을 갖지 않고 창작하는 예술인인 경우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떨쳐 일어난 계기가 된 경우는 적지 않다.

독재자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벌어진 검열과 문화 탄압도 그렇게 벌어진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결국 그 근본은 이러한 문화예술의 속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워낙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더 또렷이 기억하지만,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이 작업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이어받아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대통령실이 주도한 건이라 그나마 수사가 가능했지만,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원장 원세훈의 지휘를 받아 주도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관련 정보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명박, 원세훈 등이 저지른 행위는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그들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특정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검찰조차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대상이 국가정보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문화예술 탄압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탄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두 정권이 군사정권 출신들이, 독재자들을 추종하는 자들이 만든 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뒤집어 말해, 블랙리스트 등의 방법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탄압했다는 사실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이 확인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이 결국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의 본질 때문이라면,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권력을 쥔 자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이를 실무 지휘한 몇몇 사람들에게 비판이 집중되었지만, 그 모든 범죄의 책임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이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을 일삼는다면, 정권이 그렇게 변질되었을 때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이 거의 필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문화예술인들은 이 사회의 "탄광의 카나리아"인 셈이다. 그들이 탄압받는 세상은 단순히 문화예술인들에게 부당한 세상인 것만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세상인 것이다.

책임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주요행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우려되는 것은, 현 정권에서 다시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명박 시절 블랙리스트 건으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행정 전문가들이 복귀했다. 윤석열 정권은 이명박 정부의 인물을 대거 등용했는데, 그렇게 등용된 인물 중에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예산들도 크게 삭감되었음은 물론,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수사, 손해배상 청구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예술인이 국가의 지원으로 힘겹게 예술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이 매우 교묘하고도 악질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에서 정권이 "찍은" 문화예술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그들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벌인 기술자들이 돌아오고,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축소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형인 현 정권의 문제이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권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현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는 하나, 이 정권에서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수장이자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얼마 전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의 이 평가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독재자들이 하나같이 문화예술을 탄압하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한림원이 말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젠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과거의 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김필성 변호사,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