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차담 때는 별다른 언급 없었다는데
순방 가자 이튿날 돌연 "재제청 응할 수 없다"
대통령 머문 뉴욕 심야시간대에 기습적 발언
민주당 "대통령 권한 부정한 쿠데타적 행태"

 

"나쁜 사람…지지율 떨어지니 들이대는 것"
청렴 강조한 조희대…업무추진비 사용 논란
오마카세 식당 등서 사용한 뒤 '인원 뻥튀기'
"직무상 헌법 위반, 업추비 등 묶어 탄핵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2.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3주 넘게 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22일 돌연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만나 차담까지 가진 뒤, 기습적으로 재제청 거부 의사를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조 대법원장과 차담을 한 뒤 미국·멕시코 순방차 국내를 떠나 자리를 비운 상태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쿠데타적 행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의 입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 후보자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에 나왔다. 그간 조 대법원장은 각종 행사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강조하면서도, 대법관 공백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관 2인 동시 공백은 피하게 됐지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200일 넘게 채워지지 않아 상고심 심리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2000년 이후 역대 최장 공백이다.

 

무엇보다 대법관 공석이 길어지는 것은 조 대법원장 자신이 강조해 온 '신속 재판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재판 지연에 따른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관 공석 상태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대법관 12명이 담당해야 할 사건을 11명이 나눠 맡게 돼 재판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씨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사건 등을 심리할 전원합의체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관 제청 갈등은 지난 1월 21일 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상 청와대와 사법부가 물밑 합의를 거친 뒤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게 관례였는데, 적임자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법관 공백 상황은 길어졌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관행을 깨고 합의가 안 된 손봉기 부장판사 임명 제청을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서면 통보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기존에 추천된 4명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1명을 재제청하라는 뜻을 비쳤으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석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김성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2026.9.21 [청와대 제공] 연합

 

조 대법원장의 장기화 의도는 이번 재제청 거부로 한층 뚜렷해진 모양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이 대통령과 만났다. 수여식 뒤에는 이 대통령, 김 신임 대법관, 이흥구 전 대법관과 함께 차담도 나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대법관 공백이나 재제청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순방을 위해 출국했고, 조 대법원장은 이튿날 재제청 거부 입장을 기습적으로 공개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이 대통령이 머물던 뉴욕은 심야 시간대였다.

 

조 대법원장의 기습적인 대법관 재제청 거부에 여권은 격앙된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 떨어지니까 들이대는 것이다. 한번 해보자는 것 아니겠느냐"며 "나쁜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대변인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제왕적 사법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행태를 저질렀다. 내란세력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대법원장다운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사법 공백을 6개월째 방치하여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더니 급기야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한 조 대법원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렴' 강조한 조희대…업무추진비 '인원 부풀리기' 논란

 

한편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 내역에서 고급 식당을 이용한 뒤 실제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기재해 1인당 사용액을 낮춰 보이게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방배동의 한 식당에 재판연구관 등 38명과 간담회를 열고 115만 2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기재했지만, 해당 식당은 최대 19명까지 수용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내역상 참석 인원이 식당 최대 수용 인원의 두 배인 셈이다. 이에 전형적인 '인원 부풀리기'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주방특선(오마카세) 일식집에서 쓴 업무추진비도 1인당 2만 8000여원으로 기록했으나, 해당 식당의 점심 메뉴 가격은 1인당 7만 5000원으로 확인됐다. 조 대법원장이 적어낸 2만 8000원은 해당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어린이 메뉴 가격인 1인당 3만 50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 관련 기사 : 21일자, 조희대, 고급식당 곳곳서 식사 후 '인원 뻥튀기' 정황

 

이는 조 대법원장 자신이 강조한 청렴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 폐회식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공정성, 청렴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법원은 변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우리를 이끄는 원칙만큼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2026.9.18. 연합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직후 논평을 내고 "대법관 공백 사태가 200일을 훌쩍 넘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대법원장은 이를 방치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업무추진비 영수증 부풀리기 의혹까지 더해져 도덕성을 심각하게 의심케 한다"면서 "자기 지출 증빙 하나 원칙대로 보고하지 않는 이가 어떻게 감히 '법치'를 입에 담느냐"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제청권을 볼모 삼아 인사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오만한 기득권 지키기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면서 "조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더 큰 피해와 민폐를 끼치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가 헌법상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헌법 65조, 직무상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완성됐는데 정치적 이유로 아직까지 탄핵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지급한 이른바 '격려금 사태'와 업무추진비 사태, 이번 재제청 거부를 거론하며 "(사안들을) 묶어서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청와대 격앙 “대통령 권한 행사 트집…말장난”…조희대 재제청 거부

 
 

2차례 입장문 “반려 근거 밝혔는데…재제청 거부 유감”
민주 긴급의총 “조희대 사퇴하라”…국힘 “최선의 선택”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는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 거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입장을 낸 것을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두차례 언론 자료를 내어 조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처음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후임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번째 낸 입장문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문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청와대는 ‘재제청 요구 문서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한 조 대법원장 주장에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 소상히 말씀드렸다”며 “국민이 다 아는 반려 사유를 유독 대법원장만 ‘공문에 그 내용이 없으니 모르겠다’고 하는 것인지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문서주의니 뭐니 하며 이렇게 시비를 삼아도 되는 것이냐. 말장난을 하는 것이냐”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건데 그걸 트집 잡듯 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지난달 28일 재제청 요구 뒤 25일이나 응답이 없던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떠난 사이 재제청 거부를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식에서 이 대통령과 만나 차담을 나눴지만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27일까지 미국, 멕시코 방문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다음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청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민석 대표는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위해) 비행기를 탔는데, 그 뒤에다가 칼을 꽂는 자객이 무슨 대법원장 자격이 있느냐”며 “희대의 착란을 반드시 진압하고 국민 주권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법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재제청 거부에 헌법 위반이자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청와대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  고경주  정혜민 기자  >

 

 

“조희대, 이 대통령 출국 직후 쿠데타적 행태”…민주, 사퇴 요구

 
 

청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거절 파문
“제왕적 사법관 드러낸 것” 여당 격앙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8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대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제왕적 사법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용우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행태를 저질렀다. 내란 세력에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대법원장다운 처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25일을 끌다 내놓은 답이 고작 세 문장의 재제청 거부냐. 바로 어제 1시간가량 대통령과 차담을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수 있었음에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다음날, 짤막한 공지로 ‘기습 통보'했다”며 “헌법기관 사이의 중대한 이견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사법부 수장의 처신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체청 거부는) 본인의 제청권만 존중받아야 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은 도장만 찍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헌법을 말하면서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무시하는 독선과 반헌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개인의 법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전날(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뒤 이재명 대통령과 차담을 나눴다.       < 이지은 기자 >

 

 

대법관 임명권 우선이냐, 제청권 보장이냐…헌재 권한쟁의심판 받나

청와대-대법원, 강대강 대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김성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청와대 제공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이재명 대통령 요청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기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임명 제청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절차의 제도적 빈틈을 ‘사전 합의’라는 관행으로 메워왔으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헌법상 권한을 문언 그대로 고수하며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이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으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권한의 성격을 둘러싸고 맞부딪친 규정은 헌법 104조와 법원조직법 41조에 명시된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이다. 청와대는 제청 반려 역시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 범위에 속하고, 오히려 대법원장의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대법원은 제청 반려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제청 반려를 수용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동안은 이런 원칙론적 대립을 피하고자 제청 전 사전 합의를 거쳐 권한을 조율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는 사전 합의가 무산되고 양쪽 권한이 맞서면서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를 두고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로 공이 이 대통령에게 넘어가면서 향후 경우의 수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조 대법원장이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거부 명분을 세운 만큼, 청와대가 헌법적·법적 사유를 보완해 재제청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양쪽의 감정이 틀어질 대로 틀어진데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이 내년 6월로 예정돼 있어서, 청와대가 추가 조처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할 공산도 크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헌재에 이 대통령이 노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손봉기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해 국회의원의 심의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등의 권한이 충돌할 때 헌재가 각 기관의 권한을 판가름해주는 제도다. 다만 국회로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기 전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달리, 청와대나 대법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 헌재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재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법의 관련 조항 자체가 제청권과 임명권의 균형 있는 행사를 전제로 하는 만큼, 헌재 심판을 거치더라도 어느 한쪽의 권한 침해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법원장과 대통령 사이에 합의라는 협력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권한쟁의심판으로 이어지면 상당히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론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쿠데타에 이은 사법 쿠데타”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탄핵안 발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오연서  이나영 기자 >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

 
 
 
 
                대법원 청사.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법원이 오는 2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가담 혐의 사건의 전원합의기일을 열고 본격 심리에 나선다. 아울러 대법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등 사건 상고심 재판에 대한 전원합의기일도 같은날 열기로 했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은 오는 29일 한 전 국무총리와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전원합의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원합의기일은 전원합의체 심리를 위해 열리는 기일로 보통 한 달에 한번 열린다.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을 적어도 합의기일 10일 전까지 지정해야 하는데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바로 지정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에 해당할 경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5일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며 두 사건의 피고인들이 공범관계여서 함께 심리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각 소부의 전원합의체 심리 요청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로부터 내란 중요임무 종사·허위 공문서 작성·위증 등 혐의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아 항소했고, 이후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는 항소심에서 한 전 총리의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은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로부터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을 맡은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1심보다 2년 많은 징역 9년을 이 전 장관에게 선고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에 대해 내란 선고 지연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 결정이 내란에 대한 단죄를 지연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앞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29일 전원합의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 이나영 기자 >

 

 

 

트럼프 "매우 생산적이었다…가까운 시일 내 추가 회담 예정"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

 

미국과 이란의 대표단이 유엔총회가 열린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과의 회담이) 아주 잘 됐다. 한 시간 전에 끝났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란 대표단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회담이었다"며 "(이란에)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한쪽은 완전한 파괴이고, 다른 선택지는 위대해질 잠재력이다. 이란은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으며,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아주 좋은 회담을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합의하는 게 이란 측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 합의해 그들이 재건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위대한 국가를 만들도록 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선택지와 "이란을 신속히 전멸(annihilate)시켜 다시는 사람을 살해하고 국가를 파괴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인가"라는 다른 한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중간)선거 직후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조건이 맞는다면"이라는 전제 아래 이란 측과 회담하고 싶어 한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 홍정규 기자 >

 

 트럼프, 유엔 연설 “이란, 합의냐 전멸이냐 결정해야…선거 후 합의 믿어”

“미국에 탄약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있지만 사실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이란을 향해 미국과 합의해 재건의 길로 나설지, 아니면 전멸하는 길을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오는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 직후 결국 미국과 합의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 합의해 재건의 기회를 줄 것인가, 아니면 신속하게 전멸시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어 생존의 기회도, 미래 세대가 다시 위대해질 희망도 없게 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선거 직후 우리가 합의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즉각 합의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들은 중간선거에서 내가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내가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공화당이 선거를 치르고 있고 나는 그들을 도울 것이지만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와 함께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드론 전력을 키워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역내 모든 미군 장병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방대한 미사일과 드론 비축량을 계속 구축했다”며 “유럽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까지 만들었고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이런 재래식 탄도미사일 전력을 방패 삼아 핵무기 개발을 완성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이 성공했다면 누구든 이란을 저지하려 할 경우 핵 파괴 능력과 맞서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위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란이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을 벌이며 이를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상선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 결의에 “유엔 회원국 가운데 역대 어떤 안보리 결의보다 많은 공동제안국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미 해군이 원유 수송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은 최근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가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가도록 호위했다”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어느 때보다 많은 원유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각각 22척, 25척, 30척, 32척, 많게는 37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탄약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는 관측도 강하게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탄약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탄약을 보유하고 있고 비축량을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국을 향해서는 “이란이 상선 공격을 중단하고, 핵 야망을 포기하며, 테러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이란을 완전히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란의 최근 행동에 대해 “이 테러 정권이 나쁘게 행동하는 것은 강하고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약하고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단결한다면 51년간 이어진 이란발 테러 위협에서 자유로운 세계를 곧 보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제유가도 분쟁 시작 이전보다 훨씬 더 낮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은 반드시 이를 해결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이고,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원철 기자 >

 

“이란, 미 군사 압박 줄이면 7일내 호르무즈 개방”  일 교도통신 보도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1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열병식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란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 매체에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는 초기 조처를 취할 경우 7일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열겠다고 제안했다고 알렸다. 당국자는 이란이 이런 제안을 중재국을 통해 이미 미국에 전달했으며, 양국 간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해 대화 재개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란 정부는 이날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중재국들과 역내 긴장 완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 당국자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합의가 진전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를 향해 나아갈 가능성은 있다”며 “(외교적 성과가 있으려면) 미국 정부가 진지함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날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이란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겠다”며 “이번 유엔총회에서 이란 국민이 겪은 부당함과 그간 자행된 범죄, 국제사회에 조성된 불신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들은 이란 국민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모든 통로를 차단하려 한다. 군사적 수단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내부 약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화합과 단결을 통해 적들의 시도를 반드시 좌절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적 대화의 장에 나서되, 경제 봉쇄 등의 압박 때문에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천호성 기자 >

 

 

 

 

뉴욕타임스 통해 ‘전쟁 개입 파병 불가’ 거듭 천명
트럼프 ‘한미 연합연습 축소’엔 "다소 뜻밖"
"미국에 대북 적대 의도는 없다는 메시지"
"지금 필요한 건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
"효과 적은 제재와 핵 개발 중단 교환 가능"

 

"제3국 간 이미 진행 중인 전쟁에 파병하는 것을 대한민국 헌법은 금지하고 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와 관련해 "전쟁에 관여,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라고 밝힌 이후 미국 유력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파병 불가’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국 간 전쟁에 파병 금지"
유엔총회 앞두고 AP, 뉴욕타임스와 인터뷰

 

이 대통령은 그동안 호르무즈 파병과 대미 투자 문제 등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했던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면서 "미국 대통령의 관점에선 다양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6일 예고 없이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북한(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면서 이날 '을지 자유의 방패'(UFS) 돌입 직전, 한미 연합군사연습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어쩌면 관련이 없지만(?), 나는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하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사양하겠다!'라고 말했다"고 불만을 드러냈고, 이튿날 백악관 기자 간담회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한국군과 미군 병사들이 파주에서 진행 중인 한미 군사연습 도중 군용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5년. 연합

 

이날 공개된 미국 AP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이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연습 축소와 호르무즈 지원 요청 거절 내용을 SNS를 통해 공개한 데 대해 "다소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도움이 되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치 완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이면에 있는 궁극적 목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깊게 맞물려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더욱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 분야의 협력 계획이 미국의 조선업과 해군력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촛불행동이 19일 서울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트럼프 규탄, 파병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2026. 09. 19 이호 작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한미 연합연습 축소’엔 "다소 뜻밖"
"미국에 대북 적대 의도는 없다는 메시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했던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선 "미국에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적 조치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모두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다. 두 정상은 신뢰를 쌓고 직접 만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비현실적인 ‘완전한 비핵화’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중단-감축-폐기의 ‘단계적 접근법’과 제재 완화-핵무기 개발 중단 교환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달리는 차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차를 세워야 한다"며 "동결, 감축,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이 북한 핵 문제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 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15일 이 사진을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올렸다. 2026. 08. 15 시민언론 민들레

 

"지금 필요한 건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
"효과 적은 제재와 핵 개발 중단 교환 가능"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한 번에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 해법이 아니다"라며 "그사이 북한의 핵 능력이 계속 진전되면서 위협이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총회 기간에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추진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자신의 구상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NYT 인터뷰에서도 북한에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가 아닌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우리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매년 10개에서 20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거나 이미 생산하고 있을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만큼 충분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축적했다고 믿게 되면 돈을 벌기 위해 이를 수출하려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어차피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은 제재와 추가적인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거래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러한 거래가 아무리 수용하기 어렵게 보일지라도 세계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이유 기자 >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무기체계기술고도화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신형무기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9.22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