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카르텔이 노리는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
보수언론 유포한 '친명 대 친문' 이간질의 구도
'올드'와 '뉴'의 구도 속에 격화된 내부적 균열

 

정치적 토론을 넘어서는 조롱과 혐오의 악순환
'중도실용주의' 한계와 역사적 트라우마의 기억
갈등 봉합 넘어 개혁 완수로 만들어야 할 미래

 

한국 사회의 진보적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지지자든 아니든 이 당의 앞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집권당이고 최대 정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내고 '빛의 혁명'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정권이 실패하고 개혁이 좌절된다면, 그것은 더 위험하고 극우적인 국민의힘의 부활과 재집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배경 속에서 요즘 민주당 내부에서 격화하던 갈등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보냈다. 이 현상은 개별 정치인들의 단순한 인간적 불화와 다툼이 아니었다. 이것은 무엇보다 기득권 우파 카르텔의 오랜 작업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내란의 실패와 '빛의 혁명' 이후에 분열과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과 극우, 족벌언론, 검찰 등에게 유일한 희망은 민주당 및 지지층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속에서 아주 작은 틈만 보여도 소금을 뿌리며 서로 갈라서라고 노래를 부르는 게 지난 1년간 족벌언론, 종편방송, 보수 유튜버들이 한 일이다. 이들은 매일 헤드라인과 프로그램을 통해 야권 내부의 작은 균열들을 회복 불가능한 '갈등'과 '숙청'의 서사로 둔갑시켰다. 이재명, 문재인, 조국, 정청래, 유시민, 뉴스공장, 매불쇼 등을 매도 비난하는 것은 이들이 항상 하는 일이었다.

 

이 대상들은 개혁 진영의 서사와 상징, 그리고 대중적 소통을 지탱하는 미디어 인프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과 기득권 세력은 여기가 민주당과 지지세력의 중요한 토대이면서 동시에 약한 고리라고 봤다. 최근 들어 이들의 전술에서 달라진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 편을 갈라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난하고 적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에 있었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는 방식보다는 내부의 분파 의식을 자극하는 정교한 이간책으로 나아간 셈이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친명 대 친청', '친명 대 친문'의 구도 적용과 온갖 조롱과 혐오의 용어들도 바로 이곳들에서 본격적으로 퍼트려지기 시작했다. 보수 언론이 프레임을 짜고 유포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곳곳으로 급속히 퍼지고 스며들었다.

 

'진보(개혁) 언론'과 그들이 새로 시작한 유튜브 방송들이 이것을 뒤따라가면서 여기에 일부 기름을 부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보수 언론이 던진 프레임을 해체하기보다, 중계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조회수를 챙겼다. 정치공학적 관점의 한계 때문만이 아니라, '싸움 구경'이 뒤늦게 시작한 유튜브 방송의 구독자와 시청자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갈등과 진영 간의 싸움으로 더 많은 트래픽을 부여하며 '제목 장사'를 하도록 유도한다. 급성장을 넘어서 포화 상태에 다다른 정치 유튜버 시장에서 군소 유튜버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최강 빅스피커들을 향해 디스전을 벌이며 손쉽게 인지도를 높이고 열성 구독층을 확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그런 방송들에는 흔히 윤석열 시대에 기계적 중립의 양비론을 펴며 설 자리를 못 찾던 이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엄혹했던 윤석열 시대에는 몸을 사리다가, 뒤늦게 '이재명 지지자'로 포지션을 잡고서,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나 개혁의 과제보다는 '중도 실용의 뉴이재명'을 강조하며 민주당 내부의 온갖 현상을 '올드'와 '뉴'의 충돌로 해석하곤 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청래 당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2026.6.21 연합
 

함께 출연한 보수 우파적 평론가들은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보수 평론가들의 입장에서 민주당이 역사적 정체성에서 멀어져 우클릭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더구나 실제로 국민의힘이나 이준석당에 있다가 민주당으로 건너온 '뉴이재명' 정치인들이 존재했다. 민주당 지지기반의 외연적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모든 정당은 더 넓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올드'와 '뉴'의 차이를 강조하는 평론가들의 관점과 해석을 반기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와 정체성을 낡고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아가 일부는 '올드 민주당'적 요소에 대한 멸칭과 조롱까지 따라 하면서 그것을 퍼나르는 태도를 보였다.

 

그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넓히며 당내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당의 기존 지지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부심을 모욕하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받아들여졌다.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와 과제들을 중시하는 지식인이나 평론가들도 감정을 담아 거친 표현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주고받기 속에 감정과 표현은 갈수록 격해졌다.

 

온라인 공간과 미디어 플랫폼에서 상호 비판의 수위는 이성적 토론의 한계를 넘어섰다. '문0000유'라고 던지니 '한00000길'이라고 받았다. 양쪽 모두에서 조롱, 혐오, 낙인까지 이용해 상대방을 물어뜯는 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이 발견됐다. 이것이 지난 반년간 벌어진 일이다. 한쪽이 기득권 언론의 프레임을 빌려 전통적 가치를 '올드'하다고 조롱하면, 다른 한쪽은 이들의 과거를 문제삼고 정체성 결여를 비난하며 낙인을 찍었다.

 

갈등의 기저에는 단순한 감정의 앙금을 넘어, 개혁의 방향성과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선후, 맥락, 원인과 결과를 빼놓고 단순히 '양쪽 다 책임이 있고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언제나 모든 것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윤석열 시대에도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이는 개혁의 철저함을 요구하는 비판이었다.  

 

지난 6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김용민 의원실

 

하지만 지금 '뉴이재명'의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은 이제 그만 좀 하자'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한다. 개혁의 과제 자체를 청산하고 실용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타협의 맥락에서 과거를 깎아내린다. 과거에 '사법리스크'와 '비명횡사'를 말하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욕하던 평론가들이 지금은 '이재명의 뜻과 어긋난다'며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와 과제를 옹호하는 이들을 욕한다.

 

따라서 비슷한 입장과 주장처럼 보이는 것도 누구의 편에서 어떤 맥락으로 제기하는지를 봐야 한다. 대다수 언론이 이런 다툼을 '노선 경쟁과 무관한, 공천권이나 차기 당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맞지 않다. 어디서든 모든 권력 다툼은 노선 다툼과 분리될 수 없다. 지금의 권력 다툼은 검찰 개혁과 보완수사권에 대한 논쟁, 민주당 및 조국혁신당의 합당에 대한 찬반, 정당 민주주의와 1인 1표제에 대한 입장 등과 연결돼 있다.

 

이것은 모두 중요한 노선적 경쟁이기도 하다. 이는 정당의 운영 철학과 개혁의 우선순위를 다투는 노선적 대립이다. 물론 지금 민주당과 지지층이 확실한 두 개의 편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민석과 정청래 같은 정치인들이 이렇게 나누어진 두 개의 세력과 노선 중에서 어느 하나를 분명히 대변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검찰, 사법, 언론 개혁이나 1인 1표제,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 등을 넘어서 다른 경제, 외교, 부동산, 청년 정책 등에서 '중도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특별한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전임 대통령, 노무현 재단, 뉴스공장과 매불쇼 등 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핵심 토대들을 허물고 '뉴이재명'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해서 중도층을 기반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자는 게 최고 권력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확실한 뜻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검찰 출신이든, 국민의힘 출신이든 일만 잘하면 된다', '이념과 가치보다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는 '중도 실용주의'가 지금의 갈등과 대립을 촉발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비슷해서 조종석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한다"는 생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듯 국가 기구, 특히 검찰이나 관료 집단은 선출직 권력의 의도대로 쉽게 통제되는 수동적인 도구가 아니다. 이들은 그 자체로 고유한 계급적 이익과 이데올로기를 가진 거대한 권력 블록이다.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렇게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검찰총장 윤석열과 감사원장 최재형은 나중에 촛불에 대한 반혁명의 지도자와 앞잡이들이 됐다.

 

이재명의 경험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재명이 '실질적 성과'를 위한 도시개발의 능력을 인정해서 옆에 두었던 유동규는 지금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 조작수사'의 핵심 조력자이면서 나팔수로 변신해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이런 위험을 걱정하는 듯하다.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과제와 이런 위험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토론이 아니라 서로 간의 감정과 불신만 부추기는 평론가나 유튜버들이 양쪽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극적이고 거친 표현과 과도한 음모론을 바탕으로 일부 인신공격까지 나타나는데, 이것은 각자의 존재감이나 조회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건강한 토론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됐다. 과장된 해석과 억측, 넘겨짚기와 사소한 오해들이 쌓이며 서로 간의 불신과 감정은 계속해서 격해졌다.

 

이 상황과 조건에서 작은 불씨만 던져지면 외부 세력이 개입해서 순식간에 2019년 '조국몰이'나 2020년 '윤미향 사냥'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번지면서 증축이나 재건축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것은 뻔해 보인다. 내부의 균열이 극에 달했을 때, 검찰-언론 카르텔이 특정 인물이나 사안을 고리로 마녀사냥의 포문을 열면 내부에서부터 연대의 끈이 끊어지며 동조자가 속출하게 된다. 지금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세력이 흐뭇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서 화합의 장면을 연출하고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 모두가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런 위기 의식 때문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층부의 제스처만으로 바닥에서부터 곪은 감정과 불신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만 싸우고 사이 좋게 지내라'고 하는 것은 별다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실컷 기름을 붓고 부채질하며 싸움을 부추기던 이들이 태도를 바꾸며 그러는 것도 좀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1. 연합
 

꼬인 실타래들을 풀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갈등을 유발하는 현실의 모순을 풀어내고 역사적 개혁 과제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검찰과 언론의 끈질긴 방해를 뚫고서 이제는 더 미루지 말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비롯한 검찰 개혁의 마지막 돌을 놓아야 한다. 아울러 언론, 사법 개혁의 과제들도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 검찰 정권과 마녀사냥의 피해자였던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같은 프레임 속에서 고통받는 장면들도 사라져야 한다.

 

1인 1표제의 강화와 당원 주권의 제도화로 엘리트 정치인들이나 명망가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 정당의 주인 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중도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 사회정의, 평등, 평화의 가치와 어긋나는 인사와 정책이 정당화되는 일도,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성찰도 않는 보수 인사들이 쉽게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진보 정당이나 사회운동을 거쳐 온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진보 인사들이 더 많이 중요한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정책적 지평을 넓히고, 탄핵 광장에서 시민들이 기대하던 더 많은 진보적 정책과 과제들이 더 늦지 않게 실현되어야 한다. 촛불을 들었던 대중이 요구한 것은 정권의 교체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전환이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초호황의 막대한 초과 수익이 소수에게 독점되며 불평등이 더 커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노동자들의 헌신으로 이룬 산업적 성과는 모두의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여야 한다. 초과 이윤과 세수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과감한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이런 길을 통해서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실패하지 않아야만, 윤석열을 넘어서는 더 끔찍한 반동적 절망의 대안이 등장하는 것을 막으며, 더욱 진보적인 다음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혁의 성공으로 기득권의 복귀를 막는 방파제를 쌓고, 한국 사회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 민들레=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

 

여 전대 앞두고 전현직 대통령 통합 메시지
"민주정부 성과 잇고…성공한 정부 만들자"
문 "당내 단합이 출발점" 이 "내부단합 중요"
균형발전·검찰개혁 등 폭넓은 공감대 이뤄
당권주자 경쟁 과열 속 내부 갈등 해소될까
당권주자들 "통합" 외쳤지만 신경전은 계속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1. 연합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부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손을 맞잡고 당내 단합과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약 2시간 동안 오찬과 산책을 함께하며 그간의 소회와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청와대 측은 이번 회동이 오래 전부터 조율됐다고 설명했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층 내부 분열이 심화하는 예민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특히 최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배경 중 하나로 여권 내부 갈등이 지목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통합·단합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확인된 두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도 시종일관 통합과 단합이었다. 오찬 메뉴로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오른 것부터 회동의 성격은 명확했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자마자 포옹부터 나눈 점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두 대통령이 오찬 전 나눈 인사말도 메시지는 일관됐다. 먼저 발언한 문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당내의 단합이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과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과 더 큰 단합을 이뤄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1. 연합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는 역시 국민통합입니다.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가 거둔 성과 위에서 더 큰 성과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국민통합으로 이렇게 나아가려면 역시 어떤 당내의 단합, 이게 이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 그리고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그런 세력들과의 더 큰 단합을 이루어내야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그렇게 봅니다. 지금 민주당의 단합, 또 민주개혁 진영과의 더 큰 단합 그리고 국민통합까지 나아가는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이재명 대통령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셔서 정말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그 꿈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그렇게 바라겠습니다.

대통령께서 근래 말씀하셨던데, 역시 이재명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 정부의 성과를 잇고, 또 부족했던 부분들은 더 크게 채워서 반드시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그렇게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힘껏 돕겠다라는 약속도 드립니다."

 

이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의 인사말에 화답하며, 국민주권정부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유산을 이어받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한다"면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1. 연합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우리는 민주정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넘어서 현 국민주권 정부가 만들어졌는데, 제가 선거 때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있는 성과들 그 기반 위에서 또 하나의 층을 쌓아가는데, 당연히 좋은 점들을 더 키우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또 새로운 것을 더해서 끊임없이 우리 민주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또 조금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정말 이 나라를 책임지는, 이 국가를 책임지는 민주정권이 또 재탄생하고, 그 기반 위에서 국민과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역사적 사명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이제 1년 남짓 됐는데, 지금 현재까지 주력하는 것은 대통령께서 어쨌든 5년 동안 만들었던 그 성과들, 그게 엄청 많이 훼손됐거든요. 예를 들면 외교안보, 남북관계, 경제, 문화, 뭐 볼 것 없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정상화하는 과정, 그 정상화한 위에 이제 또 새로운 우리가 해야 될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제가 1년 동안 느끼면서 정말로 많이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통령께서 하신 일 더하기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든 것이 정말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큰 성과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못 느끼죠, 사실. 잘 못 느끼긴 하지만 엄청난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많이 훼손되고 나니까 그런 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계속 열심히 복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우리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우리는 개인 사업을 하거나 뭐 사적인 이유로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집권해서 모두를 대표해서 모두를 위한 정치를, 또 행정을 해야죠. 그러려면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되겠죠. 그리고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그래서 저는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거기서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그게 뒷받침되는 거지, 말로만은 안 되지 않습니까? 이 두 가지를 잘 조화롭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오찬 회동 뒤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두 분은 국민주권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국정 성과를 창출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주진영의 단합이 절실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두 분은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영의 단합과 외연 확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가치임을 강조하셨다"며 "가짜뉴스나 멸칭 등으로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뜻을 모으셨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6.7.1. 연합
 

정치권과 언론에선 문 전 대통령이 진영 내 단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단합을 기반으로 한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며, 두 대통령의 발언이 엇갈렸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 수석은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단합과 외연 확장이 분리된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분 다 단합도 중요하고 외연 확장도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셨다"며 "다만, 자칫 이것이 내부적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서로에게 공격적인 모욕적인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셨다"고 부연했다.

 

회동에 배석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오후 시민언론 민들레 등 청와대 뉴미디어풀단 9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와대 라이브'에 출연해 "전반적으로 깊이 있고 편안하고 서로 뜻이 통하는 지점이 많은 대화를 했다"며 "(언론에서) 무슨 이견이 있거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자꾸 보려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두 분이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민주·진보 진영이 큰 뜻으로 함께 모아야 되고, 또 동시에 외연도 확장해야 되고, 이런 것들을 다 아우르는 역할들을 서로 이야기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균형발전·검찰개혁·한반도 평화도 공감대

 

이날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의 지방 주도 성장 전략이 중요하며, 특히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국가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근래 거두고 있는 아주 획기적인 성과에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지역 균형 발전은 역대 민주정부가 아주 중요한 국정 목표로 세우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도권으로의 집중, 이것을 막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 대통령께서 지역 균형 발전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셔서, 이번에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 서운하다고 말을 하는 지역까지 잘 아울러 주셨다"며 "지역의 인재들이 일자리 때문에 서울로, 수도권으로 이렇게 몰려가는 일이 필요가 없는 그런 나라를 꼭 기필코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균형발전이었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님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정말로 애 많이 쓰셨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지역 균형에 대해) 말은 하고 절박하긴 하지만 (수도권으로) 몰리는 걸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사업을 거론하며 "인공지능이 상상 이상의 발전을 이루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용인에 클러스터를 만들었지만 수도권이 꽉 차버리면서 이제는 갈 곳이 호남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면서 "운이 좋은 측면도 있고, 민주 정부의 성과로 인한 새로운 과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대화하며 오찬장인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2026.7.1. 연합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홍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이재명 정부의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로, 이것이 잘 추진돼야만 향후 검찰의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검찰개혁 과제가 국가 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하고 꼼꼼하게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문 전 대통령의 아낌없는 조언과 역할을 청했고,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수시로 소통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민생 회복과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찬 전 인사말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힘껏 돕겠다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자주 조언을 좀 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여러 차례 우리가 협의도 했지만 앞으로도 제가 자주 말씀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당권주자도 "통합" 외쳤지만 신경전은 계속

 

민주당 당권주자들도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오찬 행보에 맞춰 통합을 강조했다.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배출한) 네 분의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할 곳은 통합하고 연대할 곳은 연대해야 한다"며 "통합과 연대로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은 민주세력의 역사와 시대정신이 하나임을 보여줬다"고 적었다. 이어 "상대와 싸울 때도 품격이 필요한데 하물며 동지끼리는 두말해 무엇하겠나"라며 "존중과 절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시대를 관통해온 내부 전통이다.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단합과 확장을 성과로 만들고 그 성과로 증명하는 '진짜 민주당'을 만드는 게 두 분의 당부에 답하는 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대한민국 전체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며 "두 분 대통령님의 말씀을 무겁게 새기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이 끝난 뒤 간부 공무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7.1. 연합
 

다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자들간 경쟁이 가열되는 만큼 내부 갈등을 근본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오찬 회동에도 당내 긴장감은 여전했다.

 

이날 김 전 총리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청래 전 대표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당 대표직을) 두 번 할 필요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공세를 펼치자,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총리가 정 전 대표에게 대표를 두 번 할 필요가 있나 물었다"라며 "총리를 하다가 굳이 당 대표를 할 필요는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정청래 당대표 시절 비당권파였던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전 총리는) 대통령과 완벽한 원팀으로 총리를 훌륭하게 해냈다"며 "정 전 대표는 이미 기회를 받았지만 '엇박자 대표'였다"고 비난했다.                                                                      < 김성진 기자 >

 


민주공화정 전체 재구성 수준의 개혁 해야
개헌·극단주의 감시·검찰개혁 완수 필요
플랫폼 권력과 인지전 세력 민주적 통제도
민주공화정 지키는 마지막 힘은 시민에게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제도의 시간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된 적이 없었다. 시민들은 무너질 때마다거리로 나와 민주공화정을 다시 붙들어 세워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기의식이 아닙니다. 민주공화정을 실제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입니다. 그리고 그 개혁은 단순한 정책 조정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헌법과 사법, 검찰과 선거제도, 플랫폼과 시민교육까지 민주공화정 전체를 다시 재구성하는 수준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공화정의 자기방어 원리를 제도화하는 일입니다. 민주공화정은 단순히 선거를 반복하는 체제가 아닙니다. 민주공화정을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때만 지속될 수 있는 정치질서입니다.

 

12·3 내란은 바로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일회성 정치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 내부에 극우와 검찰권력, 혐오정치와 역사왜곡, 플랫폼 인지전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준 경고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 독재를 무너뜨렸고, 시민의 힘으로 민주정부를 반복해서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권력구조와 극우생태계, 검찰권력과 혐오정치, 역사왜곡과 승자독식 정치구조는 충분히 개혁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극우는 반복해서 부활했고, 마침내 윤석열 내란이라는 위험한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민주공화정이 더 이상 무기력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민주공화정을 어떻게 다시 공동체의 삶과 공적 질서 속에 뿌리내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첫째, 헌법 전문 개헌 완수와 민주공화정 정신의 재정립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나치게 선거와 정권교체 중심으로 이해해온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민주공화정은 단순한 선거체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민주권과 권력분립, 공공성과 책임정치, 차별과 혐오의 배제, 공동체 윤리와 시민적 연대를 포함하는 살아있는 질서입니다. 특히 이제는 “5·18광주민주항쟁 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재명대통령의 천명, 국회의장의 관철 의지, 그리고 민주진영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지난 5월 국회에 이러한 내용이 상정되었으나, 국민의힘은 이를 이미 거부한 바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재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관철해야 합니다.

 

2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차량 시위를 재현하는 ‘민주기사의 날’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6.5.20. 연합
 

5·18광주민주항쟁은 단지 과거 민주화운동의 기억이 아닙니다. 국가폭력과 군사독재에 맞서 시민이 민주공화정을 지켜낸 대한민국 헌정사의 결정적 기준점입니다. 독일이 나치 범죄와 파시즘에 대한 반성을 헌법질서 안에 제도화했듯이, 한국 역시 민주주의 수호의 역사를 헌법정신 안에 분명히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헌법정신은 실정법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광주민주항쟁 왜곡과 식민지근대화론, 부정선거 음모론과 내란미화 선동은 단순한 의견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공화정 자체를 허무는 정치행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민주공화정의 핵심 가치와 헌정질서를 조직적으로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실질적 대응체계를 법률 차원에서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단순한 역사논쟁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공화정의 역사적 정통성과 헌정질서를 지키는 문제입니다.민주공화정은 무기력한 방관 체제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방어할 헌법적 의지와 제도적 장치를 가질 때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둘째, 국회 산하의 극단주의·헌정질서 수호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는 한국 극우세력이 더 이상 인터넷 하위문화 수준이 아니라 실제 헌정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더욱이 이들은 단순한 국내 정치집단이 아닙니다. 미국 MAGA 세력과의 국제적 연결,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 온라인 플랫폼 기반 조직력, 역사왜곡과 혐오정치, 음모론 선동체계를 동시에 갖춘 복합적 정치생태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이러한 극단주의 움직임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제도적 장치를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나치 경험 이후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은 ‘스스로를 방어하는 민주주의(wehrhafte Demokratie)’ 원칙 아래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을 중심으로 반헌법적 극단주의 세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한국 현실에 맞는 민주공화정 방어체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권력남용 방지입니다. 과거 정보기관들이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시민사회를 탄압했던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국회 산하 독립기구 형태의 가칭 ‘민주공화정수호위원회’ 설치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부가 직접 통제할 경우 정권에 따라 정치적 악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영 역시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당 중심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계, 법조계, 언론계, 인권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그 역할 역시 단순한 처벌기관이 아니라 극단주의 네트워크와 혐오범죄, 조직적 허위정보 유통과 내란선동 흐름 등을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공론화하는 역할에 가까워야 합니다. 결국 이것 역시 민주공화정의 공론장과 공동체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민주공화정은 서로를 동등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할 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매듭짓고 완수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와 12·3 내란 사태는 한국 사회가 검찰권력과 사법권력의 정치화를 얼마나 위험하게 방치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검찰은 오랜 시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독점하며 사실상 초헌법적 권력처럼 기능해왔습니다. 검찰권력의 정치개입과 선택적 수사 논란은 반복되어왔지만 근본적 개혁은 번번이 지체되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시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개혁은 느렸고, 기득권 권력구조는 충분히 해체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검찰권력은 다시 정치권력으로 재조직되었고, 결국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는 이미 충분히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민주공화정을 위협했던 권력구조를 충분히 개혁하지 못하면 그것은 다시 정치권력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는 이제 단순한 조직개편 문제가 아닙니다. 권력독점을 차단하고 민주공화정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개혁과제가 되었습니다.

 

사법개혁 역시 본격 추진되고 완수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시민들이 사법 불신을 강하게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법원이 시민의 상식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법관 증원과 국민참여재판 확대, 배심제 강화 등을 통해 사법권력의 폐쇄성과 엘리트주의를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법은 소수 법률 엘리트의 독점영역이 아니라 시민주권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 민주공화정의 핵심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12·3 내란 주범자들에 대한 법원의 연이은 솜방망이 판결은 사실상 민주공화정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사법권력이 극단주의 정치의 안전판처럼 기능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핵심은 권력기관을 공동체의 민주적 통제 아래 다시 돌려놓는 데 있습니다.

 

넷째, 플랫폼 권력과 인지전 세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극우정치는 더 이상 전통적 정당조직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유튜브와 SNS,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 정치와 결합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혐오와 조롱, 음모론과 허위정보는 클릭 수와 광고수익 구조 안에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부정선거 음모론과 혐중 선동 콘텐츠는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조작영상과 자동화된 허위정보 유통까지 확산되며 인지전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조롱과 혐오의 밈 정치는 단순한 인터넷 놀이문화 수준을 넘어 민주공화정의 공론장 자체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기업이 아닙니다. 이미 민주주의의 정보질서와 사회적 감정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정치적 권력에 가까워졌습니다.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9. 연합
 

특히 플랫폼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체류시간과 반응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극적 혐오 콘텐츠와 음모론, 극단적 감정동원 콘텐츠가 더욱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혐오와 분노가 곧 수익이 되는 구조 속에서 공론장은 점점 감정시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지전의 핵심은 사람들의 사고체계와 감정구조 자체를 흔드는 데 있습니다. 과거 독재가 국가폭력과 검열에 의존했다면, 오늘날 극우정치는 알고리즘과 감정동원, 혐오와 조롱을 통해 일상 속으로 침투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공론장은 무너집니다. 사람들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민주공화정의 핵심 기반인 사회적 신뢰 역시 함께 붕괴하게 됩니다.

 

따라서 허위조작정보 대응체계 구축과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 혐오선동 알고리즘 규제, 정치 콘텐츠 투명성 강화와 극단주의 콘텐츠 수익구조 제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공화정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공화정을 파괴할 권리까지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플랫폼 개혁은 민주공화정의 공론장을 복원하는 문제입니다.

 

다섯째,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넘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앞선 칼럼에서도 지적하였듯이 현재 한국 정치는 지나치게 승자독식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그 결과 정치는 협력과 숙의보다 적대와 진영동원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선거는 시민의 다양한 의사를 조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전쟁처럼 변질되었습니다. 승자독식 구조가 강할수록 정치세력들은 중도층 설득보다 강성 지지층 동원과 혐오정치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극단주의 정치가 성장하기 쉽습니다. 특히 지금 한국 정치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모두 결선투표제가 부재합니다. 그 결과 전체 유권자의 폭넓은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도 강력한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결선투표제를 운영하는 이유 역시 극단주의 정치가 단순 지지층 결집만으로 권력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결선투표제는 단순한 당선 절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극단주의 정치가 반드시 폭넓은 시민적 동의를 거치도록 만드는 민주공화정의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비례대표 확대 역시 중요합니다. 민주공화정은 단순히 다수의 승리를 정당화하는 체제가 아닙니다. 다양한 사회세력과 공동체의 의사를 제도 안으로 포괄하고 조정하며 공존시키는 체제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구조에서는 수많은 표가 사표로 버려지고 있으며, 다양한 정치세력과 사회의제가 제도정치 안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정치 불신은 심화되고, 양당 적대정치는 더욱 극단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 확대는 단순한 기술적 선거제도 개편이 아닙니다. 다양한 시민의 의사를 민주공화정 안으로 다시 포괄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가깝습니다. 결국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민주공화정을 승자독식 체제가 아니라 시민공존 체제로 재구성하는 데 있습니다.

 

여섯째, 정당민주주의 확대와 시민참여 강화가 필요합니다

 

민주공화정은 단순히 선거만 치르는 체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정치과정에 참여하고 감시하며 토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그러나 한국 정당정치는 여전히 계파주의와 공천권 중심 정치, 특정 정치인 중심 구조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정의 위기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정치 전체가 시민주권보다 계파와 권력관리 중심으로 움직여온 구조적 한계를 함께 드러내고 있습니다. 민주공화정은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주권자의 의사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과 실천의 문제입니다. 당원민주주의 확대와 정책 중심 정당체제 강화, 시민참여 확대 없이 민주공화정은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권력의지는 정치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민주공화정에 대한 철학적 확신 없이 권력의지만 앞설 경우 정당은 쉽게 시민주권의 조직이 아니라 권력집단의 연합체로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민주공화정은 권력 자체보다 권력이 어떤 가치와 철학 위에서 행사되는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제입니다. 민주공화정은 특정 정치인의 권력을 위한 체제가 아닙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국가의 주권자로 참여하는 질서입니다.

 

일곱째, 차별금지법과 시민교육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극우정치는 언제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통해 성장합니다. 혐오가 일상화되는 순간 민주공화정의 토대 역시 흔들리게 됩니다. 민주공화정은 시민의 동등성을 전제로 작동합니다. 차별과 혐오가 일상화되는 순간 민주공화정의 기반 역시 함께 무너지게 됩니다. 차별금지법은 단순한 소수자 보호 차원이 아닙니다. 성별과 종교, 성적 정체성 등 모든 인권 영역에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국제규범이고, 세계인권선언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25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27. 연합
 

로마교황청역시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개별 인권문제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통해 극우세력이 차별과 혐오를 정치동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 자체를 제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개혁 역시 중요합니다. 민주공화정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시민교육과 역사교육, 공론장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없이 민주주의는 쉽게 혐오와 선동에 흔들리게 됩니다. 교사들의 정당선택권 역시 보다 폭넓게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교사의 수업내용을 사사건건 시비 걸고 교사 개인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극우적 압박과 위협으로부터 교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인지전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스스로 허위정보와 선동을 비판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극우는 언제나 사람들의 불안과 피로, 좌절과 분노를 먹고 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공화정을 지킨다는 것은 단지 법 몇 개를 만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혐오와 조롱,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공존과 연대, 책임과 공공성을 다시 회복하는 일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공화정을 다시 공동체의 삶 속에 뿌리내리는 일입니다. 민주공화정은 참여와 감시,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제도적 개혁 위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민주공화정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를 다시 시민의 손으로 되돌리는 일입니다. 그것이 극우와 혐오의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시민의 질서 위에 세우는 길입니다.

 

 

■ 민주공화정은 왜 끊임없이 시민을 요구하는가

 

대한민국 시민들은 민주공화정을 지켜온 ‘극한직업’의 수행자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한국 현대사는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누려온 역사라기보다 무너질 때마다 시민들이 다시 몸으로 붙들어 세운 역사에 가까웠습니다.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항쟁과 6월항쟁, 촛불혁명과 윤석열 내란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시민들은 수없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

 

민주공화정은 완성된 체제가 아니다. 시민의 참여와 감시, 공론과 연대를 통해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공동체의 질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언제나 고단하고 치열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역사를 만들어낸 위대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물게 시민의 힘으로 반복된 탄핵과 정권교체를 비교적 평화롭게 수행하며 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혀온 나라입니다. 독재와 군사권력, 검찰권력과 내란 위기를 시민의 힘으로 돌파하며 민주공화정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시켜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단순한 제도적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축적해온 삶의 경험이자 사회적 진화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번 7부작에서 제가 계속 강조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아무렇게나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제한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인류가 오랜 시간 공동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해온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표현은 단순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표현은 공동체의 질서를 구성하는 힘입니다. 어떤 표현은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살립니다. 그러나 어떤 표현은 혐오와 폭력을 퍼뜨리며 공동체를 무너뜨립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권리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소수가 권력과 질서를 독점하려는 욕망이 존재해왔습니다. 왕정의 절대권력과 자본독점, 전체주의와 파시즘은 그 반복된 형태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 역시 인간사회가 끊임없이 반복해온 자연스러운 권력 본능의 일부인지도 모릅니다. 약육강식의 질서는 자연세계에서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류는 오랜 사회적 진화 과정을 거치며 경쟁과 지배만으로는 공동체를 지속시킬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해왔습니다. 협력과 공존, 공론과 숙의, 책임과 연대가 오히려 공동체 전체의 생존과 발전에 더욱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온 것입니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이 정치제도로 발전해온 결과가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그리고 민주공화정 체제입니다. 반대로 힘 있는 소수가 모든 권력과 부, 질서를 독점하려는 성향 또한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오늘날 그것은 극우적 세계관과 혐오정치, 권위주의와 배제의 정치 형태로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정과 극우적 세계관은 인간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민주공화정은 느리지만 공존을 선택합니다. 토론과 숙의, 절차와 합의를 통해 함께 살아갈 질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반면 극우적 세계관은 빠른 결정과 강한 지배를 선호합니다.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승자와 강자가 정하는 질서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이성보다 감정동원을 더욱 중시합니다. 혐오와 차별, 조롱과 배제는 바로 그 감정정치의 핵심 도구가 됩니다. 오늘날 플랫폼 알고리즘은 혐오와 조롱, 분노와 배제를 놀이처럼 소비시키고 증폭시키는 거대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조롱은 밈이 되고, 혐오는 콘텐츠가 되며, 거짓은 클릭 수와 광고수익 속에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그 결과 공동체의 신뢰와 공론장은 조금씩 무너져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를 함께 살아갈 시민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인류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관과 지배와 독점을 추구하는 세계관 사이의 충돌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혐오와 배제, 조롱과 지배의 질서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더디고 불완전하더라도 공존과 숙의, 시민적 존엄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오늘 우리 앞에 놓인 개혁 과제들을 얼마나 진지하게 실현해나가느냐에 따라 그 선택의 방향 역시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이미 여러 차례 그것을 증명해왔습니다. 결국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마지막 힘은 언제나 시민에게서 나옵니다.

 

민주공화정은 헌법 속 문장이 아니라 시민이 매일의 삶 속에서 끝없이 지켜내야 하는 공동체의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영 16세 미만 SNS 금지 "아이들 중독 막아야"vs"실효성 없는 통제" 갑론을박


휴대전화 중독 [연합]

 

영국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막는 법안 추진에 나서자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한국도 도입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막아도 우회해서 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세계는 지금 '청소년 SNS 금지' 열풍…한국도 법안 발의

 

16일 여러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영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SNS는 어린이들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됐다'며 청소년 SNS 금지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공유됐다.

 

금지 대상에는 엑스(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유튜브 등이 포함된다. 다만 왓츠앱과 같은 메시지 앱은 제외되고 유튜브 키즈, 구글 클래스룸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해서도 예외가 적용된다.

 

세계 각국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입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캐나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도 유사한 법안을 도입하거나 연령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프랑스, 그리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페인도 관련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한국내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거나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5건이 국회에 계류돼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3월 미성년자 계정의 알고리즘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개정법을 각각 발의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도 2024년 7월 미성년자의 SNS 이용 시 부모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알고리즘 기반 게시물 알림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청소년이 스마트폰과 SNS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판단력과 자기 통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사이버 불링 온상"vs"친구들과 소외감"…찬반 '팽팽'

 

그동안 국내에서는 SNS를 통해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숨진 병사들의 영상이 별다른 제한 없이 확산했고, 전자담배나 마약 등 유해 물질의 유통 경로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파주의 중학교 교사 장모(34) 씨는 "학교 수업 전 휴대전화를 걷어도 공기계나 세컨드 폰을 쓰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며 "쉬는 시간이나 하교 후 자기들끼리 유해 콘텐츠를 공유해도 교사나 가정에서는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외국도 저런 규제를 하는 것을 보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우리도 해야 한다" 등 의견이 나오고 있다.

 

SNS가 학교폭력과 사이버 불링(괴롭힘)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친구를 조롱하는 숏폼(짧은 영상)을 제작하거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나가지 못하게 하며 괴롭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전문가도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SNS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역기능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진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는 "SNS가 자기표현과 소통을 위한 수단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발달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은 성인만큼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학교폭력이나 언어폭력 같은 문제들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SNS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중학생 이모(14) 군은 "SNS를 안 하면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소외되는 기분"이라며 "하루에 몇 시간 정도만 하면 되는데 아예 못하게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SNS 제한이라는 규제 조처가 도입돼도 우회 방법을 찾아 SNS를 하는 학생들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부모의 명의를 빌리거나 ID와 비밀번호를 사고파는 방식 등으로 청소년도 SNS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SNS 이용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을 알지만 이를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중학생 오모(15) 양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다이어트, 메이크업 등만 뜨고 친구들과 '릴스'나 '틱톡'을 찍으려 밥을 굶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이미 SNS 사용이 생활이 됐는데 이를 완전히 막을 수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도 "폐지된 셧다운제나 게임 중독 질병 코드 등록 논란과 다를 바 없다"라거나 "이렇게 규제해도 결국은 다 SNS 하게 된다"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 정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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