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50건 무제한 필버 걸어 상정 발목잡아
우원식 "국힘이 약속한 내용인데 개헌 거부했다"
"윤석열 절연하지 못했다는 비판 벗어날 수 있나"
"후반기에 개헌 특위를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
민주당 "'내란 방조'이자 민생을 인질 삼은 폭거"
청와대 "국민과 약속한 개헌논의 중단돼선 안돼"
6.3 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도 무산...재외국민 허탈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계엄 통제 강화,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과 민생법안 50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자,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20년, 30년 뒤 또다시 불법계엄과 내란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39년 만의 헌법 개정안 처리가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으로 무산된 셈이다.
우 의장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면서 "오는 6월 3일 개헌 시행 투표를 위한 절차는 오늘로서 중단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39년 만에 하는 헌법 개정안, 비상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어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무산시키고, 오늘은 무제한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의장으로서 모든 절차를 중단한다"며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에 대해 표결 불참을 했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에 미치지 못해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송원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의원들에게 "우원식 국회의장이 금일 본회의에 개헌안, 비 쟁점법안 50건을 상정해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우리 당은 합의 없이 일방 개최되는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지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이번 개헌안은 전부 국민의힘이 약속한 내용"이라며 "2024년 5월 18일 국민의힘은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겠다고 했고, 불법 비상계엄을 반성한다고 해놓고 결국 개헌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어 "이렇게 해서 20년, 30년 뒤 또다시 불법계엄과 내란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우 의장은 "개헌 논의는 갑작스럽게 추진된 것이 아니라 2024년 제헌절부터 여러 차례 공식 제안하고 논의해 온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졸속 개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으로 개헌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지만, 헌법 개정의 출발선은 가까워졌다. 우 의장은 "12년 만에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개헌의 절차적 걸림돌이 해소됐고, 전부 아니면 전무였던 전면 개헌 방식 대신에 합의되는 만큼 매듭을 풀어가는 단계적 개헌에도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과로 역시 개헌은 안 되는 일이라고 하는 인식이 더 굳어져서는 안 된다"라면서 "그동안 의장이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불발되었던 개헌 특위를 후반기에는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민생법안 50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점도 비판했다. 우 의장은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88건인데, 이번에 상정한 50건은 대부분 민생법안"이라며 "법안 통과만 기다리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거냐"고 했다.
우 의장은 이어 "무제한 토론은 의결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며 "결국 국민 불편과 피해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국민 삶이 담겨 있다"며 "국민 삶에 필요한 법안 통과를 막는 것은 규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 발언 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 마음대로 하지 마십시오" "짧게 하세요"라고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국민의힘 못됐다" "무제한 토론이 웬 말이냐"고 맞섰다.
민주 "국힘은 스스로 내란 세력의 공범인을 자인했다"
청와대 "민주주의 지키는 개헌…국민 이해하지 못해"
개헌 상정이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무제한 토론은 '내란 방조' 선언이자 민생을 인질 삼은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어제는 집단 불참으로 투표를 불성립시키더니 오늘은 무제한 토론을 신청해 개헌을 가로막았다"면서 "국회의장은 개헌을 저지하는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결국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시대적 요구인 개헌을 끝끝내 저지하고 국회를 마비시켜 당리당락을 취하려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내란 세력의 공범임을 만천하에 자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헌안은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이었다며 "대통령의 전횡으로 악용되어 온 계엄권에 대해 국회의 '승인'을 원칙화하고 '48시간 이내 승인 미취득 시 즉시 효력 상실' '해제 의결 즉시 효력 상실'하게 해 12·3과 같은 불법계엄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겨 그 어떤 독재 세력도 감히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역사를 왜곡할 수 없도록 대한민국 민주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개헌특위를 통해 또 논의를 하자고 한다"면서 "그러나 이미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쳤다. 국민의힘은 기만적인 지연 전술을 멈추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헌 시간표를 국민 앞에 즉각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졸속' '선거용'이라는 주장은 투표율 상승이 가져올 당리당략적 불리함을 가리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면서 "더욱 참담한 것은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마저 오늘 무제한 토론의 볼모로 삼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리며 시간을 끄는 만큼 국민의 고통은 깊어질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오롯이 국민의힘이 져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의회주의에 반하는 폭거를 즉각 중단하라. 의장이 절박하게 호소한 개헌 시간표를 즉시 제시하고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의원들이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개정안 상정 불발 직후 반응을 내놨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헌안은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담고,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책임과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 강화를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지난 12·3 불법계엄 사태의 교훈을 헌법에 반영하자는 국민적 요구였으며 여야 간 큰 이견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국가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개헌마저 반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우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국민께 약속했던 개헌 논의가 결코 중단돼선 안 된다"며 "후반기 국회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를 이어가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개헌은 단지 제도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극한 대립과 정쟁을 넘어 협의 정치와 국민통합, 사회적 화합을 복원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시대적 과제인 개헌 논의를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상 첫 국민투표 벼르던 재외국민들도 크게 실망
이번 개헌한 국회 처리 무산으로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려던 국민투표도 없던 일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고, 특히 재외국민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모국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있게 됨에 따라 투표인 명부 작성을 위한 재외국민 등록 신청과 국외부재자 등 신고 접수를 마쳐 투표만 남겨놓고 있었다.
개헌 국민투표 무산으로 5월20일부터로 예정됐던 재외국민의 첫 국민투표 기회도 사라져 모처럼의 국민투표로 참정권을 행사하려던 재외국민들 역시 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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