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주권국가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전통적 우방 협력, 상호 존중, 상식·원칙 따라야"
한미 긴장 속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거듭 강조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인도와 베트남 국빈 방문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모두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현 국제정세에 대해 "중동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제와 안보의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대에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전략적이고 유연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핵심은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의 선택지를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베트남과의 전방위적 협력 강화는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 지평을 넓혀 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신흥국과 저소득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동맹 재정의…"의존 줄이고 선택 늘린다"
주권 국가의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이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과의 협력 또한 당연히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특정국을 콕 집지는 않았지만 '전통적 우방' 중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물론 70년 넘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의 틀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식과 원칙에 따라 당면한 현안을 풀면서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뭣보다 지난 70여 년의 한미관계에서 양국 간 '상호 존중'과 '상식·원칙'은 실종됐고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국과의 '진정한 우정'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엄중한 문제 제기로 들린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란 미명아래 그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한국은 '노우'라고 못 하고 무조건 맹종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관련 위협 상황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 틀 제시
"상호 존중, 상식과 원칙 따른 현안 해결"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지난 두 달의 이란전쟁 기간에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놨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중동 반출 논란 때는 "반대 의견을 냈다"(3월 10일 국무회의)고 했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 부담을 줄이겠다"(4월 2일 미 상원 의원단 면담)고 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비판(4월 10, 11일 X글)해 '영혼 동맹'인 미국을 불편하게 했고, 이란에 외교장관 특사를 보내고 50만 달러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북한의 '구성 핵시설'에 대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언급을 트집 잡아 미국이 정보 공유를 일부 중단한 걸 두고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다"(4월 20일 X글)라고 직접 나서 논란을 정리하기도 했다. '단발성' 행보가 아닌 것이다.

 

최근 한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식적, 고압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 대북 기밀 유출 주장, 쿠팡 사태 관련 한국 사법주권 침해, 작년 10월 한미 정상의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중 안보 합의 불이행 등이 그 대표적 이슈다.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23. 연합
 

한미 긴장 속 잇단 '자율 외교' 메시지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의지 거듭 피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6일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파병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나중엔 한국을 콕 집어 주한미군 '4만5000명'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지켜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발언들을 연신 내놓았다. 그리곤 정동영 '구성 핵시설' 발언을 문제 삼았고, 4월 13일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연계 의혹이 있는 극우 인사 미셸 박 스틸(70) 전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했으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1과 22일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실상 이 대통령의 '2028년 전작권 환수'를 겨냥해 "정치적 편의주의"라고 비난하고 대신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분기'를 전환 시기로 제시했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심지어 쿠팡의 3367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한국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과 연계해 한미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상 미국이 이행해야 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의 조치를 차일피일하고 미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4월 2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란 항의서한을 강경화 주미 한국 대사 앞으로 보냈다.

 

이에 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이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하노이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은 기업의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그것이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우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주 방미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났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 사령관(가운데)이 장병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다. 2026.2.14. 연합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빼고 자체 군사력 수준이 전 세계 5위다...연간 군사비 국방비 지출 금액이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보다도 1.4배가 더 높다는 거 아니냐"면서 "왜 자꾸 우리가 무슨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느냐"고 개탄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일부 세력들이 그렇게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런 객관적인 상황들을 국민한테 많이 알려달라. 제가 이 얘기를 자주 하는 이유가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 자체적인 예를 들면 군사작전 역량이나 이런 건 준비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 스스로 방어하고 작전하고 전략 작전 계획 짜고 할 준비를 충분히 해놓아야 될 거 아니냐"고 말해 전작권의 조속한 환수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81주년 기념 다례행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충무공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순신 장군께서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 속에서 연전연승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며 "생즉사, 사즉생! 죽음을 각오하고 오직 이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는 준엄한 소명 의식과 애민 정신으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또한 그 시절의 파고만큼 높고 거세다"라면서 "국민주권 정부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등불 삼고, 국민통합의 강한 힘을 원동력 삼아 국난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께서 불과 13척의 배로 열 배가 훨씬 넘는 왜군 함대를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장군부터 병사와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군 사령관 "한국, 킬 웹의 중심"…'대중 전초 기지' 노골화

 

버젓이 '한·일·필리핀 군 역량 통합 구상' 밝혀
한국 대규모 지상군·첨단 방산에 '눈독'


대만과 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군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발언을 겨냥해 "정치적 편의"라고 비판으로 물의를 빚었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 장본인이다.

 

이번엔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3국 간 '킬 웹'(kill web) 구축 구상을 내놓았다. 28일 보도된 일본의 영자지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다. 브런슨 미 육군대장은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 겸임)이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군사령관, 한‧일‧필리핀 통합 '킬 웹' 제안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세우는 위험한 설계

 

이 구상은 이들 3국의 군사적 강점을 단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통합해 전통적 작전 공간인 육상, 해상, 공중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으로 확대해 미국과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 '킬 웹'은 목표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식별해 타격하기 위한 개념이다. 위성·드론·병사 같은 모든 감지기(센서)가 항공기·함정·미사일 체계 같은 모든 타격 수단(슈터)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에 기초해 지휘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하도록 한다. 일례로 킬 웹을 구성하는 한 동맹국의 우주 기반 센서가 적 함정을 탐지하면, 다른 동맹국의 지상 레이더가 이동을 추적하고, 또 다른 동맹국이 타격 임무를 맡는 식이다.

 

브런슨은 "현대전의 승패는 재래식 전투가 개시되기도 전에, 특히 전자기와 사이버 공간에서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동맹국들이 억지와 신속하고 조율된 대응을 위해 상호 간 인식을 조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브런슨은 '3국 킬 웹'이 심화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더욱 조율된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중 군사적 봉쇄 네트워크임을 숨기지 않았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8일 공개된 일본의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통합하는 '킬 웹' 구상을 밝혔다. 2026. 04. 28 [더 재팬타임스 캡처]
 

브런슨 인텨뷰 "3국 킬 웹의 중심은 한국"
대규모 지상군과 첨단 방위 산업에 '눈독'

 

더 큰 문제는 이 킬 웹 구상의 '중심'으로 한국을 꼽았다는 점이다. 브런슨은 한국의 (지리적) "포지션의 우위는 어떤 다른 동맹국도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전 태세를 갖춘 한국의 대규모 지상군이 억지력을 제공하고 첨단 방위 산업이 역내 군수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방대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길고 취약한 군수 보급망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미 본토 보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내에서 수리·생산 능력을 갖추는 '파운드리'를 구축해야 하며, 여기서 한국의 제조 역량과 3D 프린팅 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미 공군과 제7함대, 제3해병원정군 기지가 있는 일본은 첨단 전투 및 감시 능력, 해상 요충지 통제 능력을 제공하고, 필리핀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접근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재팬타임스는 "한반도를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독립된 구역"으로 보던, 동아시아에 대한 미 국방부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그 대신, 한반도를 이젠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제1 도련선' 전체에 걸친 대중 봉쇄망의 최전선 핵심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2025. 09. 03 [타스=연합]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한국이 브런슨의 구상에 동참한다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전통적인 북한 억지가 아니라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의 무력 분쟁 시 휘말릴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 경우 주한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하다.

 

브런슨은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어느 동맹국도 고립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연결하면 중첩적 강점을 만들어 적이 단일 축으론 대비할 수 없게 한다"며 "우리가 함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사건 발생 후에야 허둥지둥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구상을 전투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브런슨은 각국의 역할 분담과 군수 지원 외에 공동의 작전 청사진과 함께 동맹국들의 합동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 훈련의 초점을 이제 북한의 지상군 공격이란 전통적 가정보단 제3자(예를 들면 중국) 개입, 분산된 지휘 통제, 해상 분쟁 시나리오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호주의 탈리스만 세이버, 태국의 코브라 골드 같은 합동 훈련에 참여하고 림팩(RIMPAC)을 주도하는 건 "의례적 참여"가 아니라 한국, 일본, 필리핀 3국 협력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저녁 평양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야외에서 열린 참전열사 추모음악회 '조국의 별들'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6.4.27 연합
 

대만‧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은 이미 작년에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11월 17일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아래위를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보여주면서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브런슨의 '킬 웹' 구상은 유사시 역외 전력 투사를 허용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넘어 아예 한국군의 동원까지 염두에 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의 '국익'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없이 미국의 군사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의 반발을 의식해 먼저 이 구상을 지지할 일본과 먼저 내밀하게 협의하고, 일본 매체를 통해 '애드벌룬'을 띄웠을 공산이 크다. 그러잖아도 브런슨은 인터뷰에서 "나는 주일미군 지도부, 일본 자위대와 적극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이웃이고 동일한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미연합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12일에도 브런슨은 하와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방미한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몰래 만나는 비상식적 행동을 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국을 대중 군사 전초기지로 삼고 대만 유사시 한국군마저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브런슨이 드러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년 5월 15일 미군 육군협회 하와이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 연설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고 말했다. 이른 바 '한반도 불침항모론'이다.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를 갈구하는 5000만 명의 한국민이 사는 한국을 전쟁 수단인 '항공모함'에 비유한 것이었다. 이런 발상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19일 발표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그것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런슨은 작년 12월 19일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 팟캐스트 '워 온 더 록스'에 출연해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군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것, 대규모 훈련들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했다. 열흘 후인 12월 29일엔 한미연합사 주최의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한국군의 정교함, 그리고 우리의 연합 지휘 구조의 성숙함은 이 나라에 국경을 훨씬 넘어서는 전략적 무게를 부여한다"며 "한국의 역량, 지리적 위치 그리고 대비 태세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려는 어떤 노력에서도 중심축이 된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 2025.11.17 [주한 미군 제공] 연합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투사를 확대하고 한국군을 대중 군사 봉쇄망의 중심이자 전초기지로 삼고야 말겠다는 브런슨의 말과 행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일관성을 가지고 계속 반복되고 '3국 킬웹' 구상과 같이 시간이 갈수록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이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브런슨의 입을 빌었지만, 그 뒤에는 미 국방부를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함께 전시작전권 환수를 더욱 서둘러야 할 또다른 계기가 마련됐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