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판결문 실명공개 행정소송내 

검찰 N ,국방부 O…기관까지 비실명 기재

헌정 전복 시도했는데 개인정보 보호?
정보공개법을 법원이 너무 좁게 해석

헌재 탄핵 결정문은 실명과 직위 공개
형소법, 내란 · 외환 · 반란 사건에 한해
이름·소속·직위 공개 의무화 조항 필요

참여연대, 행정법원 앞 회견..공개도 요구 

패소 땐 위헌심판 제청,국회에 개정 요청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내란죄 1심 실명 판결문 공개거부처분과 관련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며 상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6.4.7 연합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6일 법원 누리집에 '12·3 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등 사건에 관한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 지 4주가 넘었다. 윤 전 대통령을 '피고인 E'로 기재하는 등 주요 피고인 8명 모두를 비실명 처리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법원 행정처는 손질이 가능한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더니 8일까지 판결문의 실명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7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문에 피고인 8명 전원의 이름을 실명으로 기재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전화로 연결돼 소송을 제기한 이유, 위헌심판 제청 검토 등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최 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 방식으로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을 공개해 달라고 청구했는데 법원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처분한 것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허용하게 돼 있다. 단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지위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정보공개법의 공개 대상도 아니라며 정보공개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와 별개로 사법정보공개포털에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 사본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예규에 따라 공개한다면서도 비실명 판결문을 제공해 두 번째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내란 우두머리 1심 판결문은 모두 1206쪽. 등장 인물도 워낙 많은데 ABCD 등으로 익명 처리한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법률과 판결문에 정통한 법조인들이라도 파악하며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정신을 집중해 읽기가 쉽지 않다. 물론 언론에 보도됐던 것들을 비교하며 자세히 뜯어 보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판결문이 워낙 길어 읽을 때마다 다른 자료들을 참조하며 읽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문제의 1심 판결문은 피의자 뿐만아니라 기관까지 비실명 처리했다. 예를 들어 검찰은 ‘N’, 국방부는 ‘O’ 식으로 기관명을 숨겼다는 것이다.  

 

김종배 진행자가 "현행 법규나 규정 위반은 아니냐"고 묻자 최 변호사는 "예규에 의해 비실명화 처리한 것인데 일단 위법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내란 사건은 단순히 개인이 잘못을 해서 국가가 처벌하는 범죄가 아니지 않나. 이 사건은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고 했던 사건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공개돼야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거 국정농단 재판 때도 법원은 비실명 처리된 판결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내란 이후 각종 탄핵 결정들을 내리며 모두 실명과 직위를 공개했다.

 

그러자 김종배 앵커가 "법 논리를 따지기 전에 상식에 기초해 판결문을 작성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었고. 최용문 변호사는 "내란과 관련된 판결문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공개돼야 한다. 정보공개법에도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규정이 있긴 있지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공개하게 돼 있다. 내란죄 사건의 경우 대통령과 고위직 공무원들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름과 직위는 전부 공개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김종배의 시선집중' 화면 갈무리

 

최 변호사는 한 발 나아가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가리는 건 좋지만 내란·외환·반란 등의 범죄 같은 경우에는 판결문 공개 시에 그 이름과 소속, 직위를 공개하도록 개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직위와 소속기관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소 가능성에 대해 최 변호사는 "일단 높은 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법원은 정보공개청구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라고 봤는데 각 법원에서 내세운 규정은 이 사건에 맞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대상은 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비공개한 이유도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실명과 직위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승소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1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소심에서는 관련 규정들의 위헌성 검토를 해 위헌심판 제청을 해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국회에 요청해 법 개정을 하는 작업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 임병선 기자 >

 

윤석열 내란재판만 지연되나…‘3개월 내 선고’ 적용 안 돼

검찰이 기소했는데 ‘특검이 기소한 사건’으로 한정
입법 허점에 1심 선고 두 달 넘게 첫 기일도 못 잡아

내란전담재판부도 항소심 일정 서두르지 않아 문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내란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위해 마련된 내란특검법의 선고 기한 규정이 정작 본류에 해당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 기소 뒤 시행된 내란특검법이 신속 재판 대상을 ‘특검이 기소한 사건’으로 한정하면서 입법적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공소유지를 승계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은 지난 2월19일 1심 선고 뒤 두 달이 다 되도록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 8명의 내란우두머리 및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항소심을 맡는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승철)는 ‘내란 재판의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에, 2·3심 선고는 전심의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내란특검법 조항이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재판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란특검법 제11조1항은 ‘특별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의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해야 한다’며 선고 기한을 이같이 규정했는데, 윤 전 대통령 사건은 특별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속 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26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했고, 내란특검법 시행 뒤 출범한 특검팀이 1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6월23일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특검법은 내란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위해 선고 기한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에서 14∼20일로 정한 각종 서류 제출 기한도 ‘7일 이내’로 단축했는데,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조항도 적용받지 않게 됐다. 실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기록을 지난 3월4일 접수한 뒤 이 사실을 특검팀과 피고인들에게 알리면서 항소이유서를 7일이 아닌 20일 안에 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사건기록 송부 및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항소심 절차는 사건 기록이 항소법원에 도착한 뒤 당사자들이 낸 항소이유서를 재판부가 받아보고 첫 기일을 지정하면서 본격 시작되는데, 서류 제출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첫 기일조차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특검팀이 기소한 다른 내란 사건은 내란특검법의 선고 기한 규정이 적용돼 항소심 절차 진행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내란 본류’격인 윤 전 대통령 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가장 마지막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항소심 사건은 오는 4월29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항소심 사건은 오는 5월19일로 선고기일이 정해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항소심도 오는 15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이 내란특검법의 신속 재판 조항 적용을 받을 경우 항소심 선고는 오는 5월19일 이전에 이뤄지는 게 정상인데, 선고 기한 규정이 따로 없어 항소심 선고기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본류 격인 내란우두머리 사건의 결론이 먼저 나와야 다른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도 이를 참고해 선고형량 등을 결정하는데 그러기 어려워졌다. 신속한 재판이라는 입법 취지를 법에 담지 못한 명백한 입법 실수”라고 말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전담재판부로, 일반 사건을 맡지 않고 있어 사건 부담이 적기 때문에 절차 진행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고법의 한 관계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입법 취지가 국가의 중대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인 만큼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항소심 사건을 맡아 지난 7일 변론을 종결했고, 그밖에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항소심 사건만 심리하고 있다.

 

전날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항소심에서도 윤석열 쪽이 노골적인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내란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구성된 내란전담재판부가 항소심 일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1심 재판부의 노상원 수첩 증거 효력 불인정, 사실관계 축소 왜곡, 내란죄 적용 법리의 오류 등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