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주년 광복절 경축사
“9·19 군사합의 선제적·단계적 복원“
“일, 신뢰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주길“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남북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분단으로 인해 지속된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며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리공영·유무상통 원칙에 따라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류 협력 기반 회복과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 경축사의 주된 화두는 ‘공존’과 ‘평화’였다. 12차례 평화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악화된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며 “국민주권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기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의 기존 합의를 존중하는 동시에 그동안 약속해온 대로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시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3~24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과거사 언급을 피한 채 미래를 함께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6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양국 국민 간 왕래는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연간 1200만 인적 교류의 시대에 진입했다”며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온 것처럼,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헤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통합’의 정치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다”며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는 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얻은 뼈저린 교훈”이라고 말했다.  < 엄지원 기자 >

 

다음은 이 대통령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5,200만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8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겼던 빛을 되찾았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을 감격으로 환하게 밝힌 그 빛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방에 대한 불굴의 의지, 주권회복의 강렬한 열망으로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었습니다.

광복절은 단지 독립을 이룬 날이 아닙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정하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입니다.

지난 80년 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취를 이뤘습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고,

군사력 5위, 경제력 10위권 선진 민주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문화강국의 꿈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우리말로 노래 부르고,

영화, 드라마, 만화, 문학 등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독립투사들과 애국선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취였습니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일입니다.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길입니다.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두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외면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과연 누가 공동체를 위해 나서겠습니까?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르신 분들에 대하여 예우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공동체도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독립투쟁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국민과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생존 애국지사분들께 각별한 예우를 다하고,

독립유공자 유족의 보상 범위도 더 넓히겠습니다.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봉환을 적극 추진하고,

미서훈 독립유공자들을 찾아내어

모두가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빛의 혁명’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빼앗긴 빛을 되찾고, 그 빛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3.1혁명의 위대한 정신이 임시정부로 이어지고,

한반도 삼천리 방방곡곡을 넘어, 온 세계에서

독립투쟁의 불길로 번지며

마침내 우리는 다시 빛을 찾았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희망을 놓지 않았고,

독재의 엄혹한 추위 속에서도 소중한 빛을 지켜냈습니다.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으로

민주화의 빛을 환하게 밝혔고,

세계사에 없는 두 번의 무혈 평화혁명으로

이 땅이 국민주권이 살아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은

일찍이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

오색 찬란한 응원봉 불빛으로 빛나는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았고,

빛이 있기에 어둠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광복으로 찾은 빛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독재와 내란으로부터 지켜낸 빛이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냅시다.

그것이야말로 ‘빛의 혁명’의 진정한 완성이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선조들은 고난 속에서도

부강한 나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동양의 평화를 역설했고,

침략의 아픔에도 높은 문화의 힘을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분단은

이 간절한 염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분단 체제는 국토를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장벽이 되어 우리 국민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습니다.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민주권을 제약한 것도 모자라

전쟁의 참화 속으로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조들이 바라던 나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는 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얻은 뼈저린 교훈입니다.

 

분열과 배제의 어두운 에너지를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바꿀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위기 앞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하나로 뭉쳤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을 딛고 목숨 바쳐 독립을 쟁취해 낸 것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산업화를 이뤄낸 것도,

금 모으기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것도,

무장병력을 동원한 내란에서 헌정질서를 지켜낸 것도

바로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우리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정치가 사익이 아닌 공익 추구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끝낼 때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갈등과 혐오의 장벽도 사라질 것입니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제안하고 촉구합니다.

선조들이 바라던 부강한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

국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분단으로 인해 지속된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적대 상태의 지속은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평화가 흔들릴 때 어떤 불행이 생기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역사를 통해 가혹할 정도로 체험했습니다.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경제 발전의 필수조건입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끊기고 말았습니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합니다.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집니다.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입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공리공영·유무상통 원칙에 따라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류 협력 기반 회복과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입니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합니다.

 

한편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입니다.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나,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십니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합니다.

가혹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열들의 염원을 이어가야 합니다.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입니다.

6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양국 국민 간 왕래는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연간 1천2백만 인적 교류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우리의 국력 또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헤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럴 때 서로에게 더 큰 공동 이익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의 급격한 변화,

첨단기술 경쟁에 따른 산업대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전환의 복합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또 다른 파도가 시시각각 밀려올 것입니다.

급변하는 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게 됩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합니다.

높은 파도에 휩쓸려 난파되느냐,

위기를 기회로 바꿔 도약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한걸음 뒤처지면 고단한 추격자 신세이지만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기술을 육성하여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앞장서 열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문화도 더욱 갈고 닦아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되찾은 자주독립의 빛이,

우리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의 빛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발휘된다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걸어온 것처럼,

우리가 나아갈 길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습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나라,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양쪽 밀착 강조 반면 한 · 미 언급 안 해

 

 
 
14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광복절 80주년 기념 공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과 악수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러시아 하원 공보실 제공,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국해방의 날’로 부르는 광복 80주년 경축행사 연설에서 “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면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조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조로(북-러) 친선관계는 력사에 전무한 동맹관계로 발전되고 있으며 신나치즘의 부활을 저지시키고 주권과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 속에서 공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두 나라는 언제 어느 때나 력사(역사)의 옳은 편에 서 있었으며 오늘도 패권을 반대하고 공평과 정의를 요구하는 인류의 지향과 요구를 견결한 투쟁으로써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선과 로씨야는 지금 나라의 존엄과 주권,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투쟁의 한 전호(진영)에서 또다시 정의의 력사(역사)를 창조하고 있다”며 “숭고한 리념(이념)과 진정한 우의로 맺어지고 혁명을 피로써 지원하는 력사와 전통을 주추(중심)로 하고 있는 조로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해 6월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데 이어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혈맹 관계가 된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 국제 무대에서는 주권국가들의 권리와 리익(이익)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만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며 미국 등 서방을 에둘러 비판했지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으며, 한국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광복절 계기로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경축행사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청으로 방북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 대표단과 안드레이 말리쉐프 러시아 문화성 차관 등이 자리했다. 볼로딘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을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독했다. 이어진 경축 공연의 마지막에는 러시아 국가가 연주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도 교환했다. 15일 북한 관영라디오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80년 전 북-러가 함께 일본의 식민통치를 끝냈다며 “중요한 것은 오래전 전화의 나날에 굳건해진 전투적 우의와 친선 호상(상호) 원조의 유대가 오늘도 공고하고 믿음직한 것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라면서, “조선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강점자들로부터 쿠르스크주 영토를 해방하는 데 영웅적으로 참전한 것이 이를 충분히 확증해주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언급하면서 “조약의 철저한 이행이 모든 영역에서의 호혜적인 로조(러-북) 협조 강화를 계속 추동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답전에서 “훌륭한 역사와 전통, 혈연의 유대는 오늘날 조로 친선협조관계를 가장 공고한 전후관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승화시킨 근본 초석으로, 두 나라의 강국건설과 다극화된 새 세계 창설을 추동하는 무진한(무한한) 원동력으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조국해방 80주년을 기념해 이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또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대성산 혁명열사릉을 찾아 오진우, 오백룡, 김일, 최춘국, 강건, 김책, 안길, 류경수, 최현, 림춘추의 반신상에 헌화했다.

                                                                 < 박민희 선임기자 >

 

“이재명 정부 성공 위해 힘 보탤 것”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풀려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0시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 242일 만에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으로 15일 0시 출소했다. 조 전 대표는 출소 직후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한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극우정당 국민의힘 심판과 민주진보 진영 연대라는 두 가지 과제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와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결정한 이재명 대통령과 사면·복권을 탄원했던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일당은 내란이라는 반헌법적 폭거를 일으켰지만 국민에 의해 격퇴되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들의 투쟁·저항의 산물이자 주권행사의 산물이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8개월간 이곳에서 깊은 성찰과 넓은 구상을 했다”며 “저에 대한 비판과 반대, 비방을 모두 받아안으면서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조 전 대표가 출소와 동시에 ‘정치 일선’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조 전 대표 지지자들이 교도소 앞 곳곳에 모여 환호했고, 석방을 환영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흔들었다. 혁신당 지도부도 현장을 찾아 출소하는 조 전 대표를 직접 맞이했다.

 

조 전 대표는 주말을 가족과 보낸 뒤 이르면 18일 혁신당에 복당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은 앞서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 전원이 임기 단축을 결의하고 당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조 전 대표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혁신당 정기 전당대회는 오는 10월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기간을 지나 11월 초·중순께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대표 앞에는 사면·복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 극복과 민주당과 합당설이 제기되는 혁신당의 부실한 체력을 키우는 것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2년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그의 사면·복권을 놓고 야당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비판 성명을 내는 등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혁신당 소속의 한 의원은 “현실 감각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당의 미래 비전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전 대표도 “복당 조처가 이뤄지면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조 전 대표의 정치력과 혁신당의 존속 가능성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혁신당이 수권을 생각하는 독자 세력이 될지, 민주당을 보조하는 세력이 될지는 (차기 주자로서) 조 전 대표의 향후 진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  최하얀  고한솔 기자 >

 

주 회장  ”윤석열이 임명한 이재명 정권의 ‘이물질’ 같은 극우반동
              잘못된 상대 만나러 가 욕 먹은 것은 대만관료 자업자득”

 

 
 
대만 린밍신 장관 일행의 진실화해위 방문 취소 소동을 다룬 대만 언론 ‘팡옌’의 보도. 박선영 위원장에 대해 “전환기 정의를 우습게 만드는 극우반동”이라고 한 주리시 지한문화협회 회장의 페이스북 글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팡옌’ 누리집 갈무리

 

대만의 ‘과거사 분야’를 담당하는 장관 일행이 방한 중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방문과 면담 약속을 취소해 박선영 위원장이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낸 일에 대해 대만의 한국 전문가가 “잘못된 상대를 만나러 갔다가 욕을 먹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만 언론들은 이를 인용해 이번 소동을 보도하며 박선영 위원장의 정치적 성향과 배경을 조명하기도 했다.

 

대만 주리시 지한문화협회(知韓文化協會) 회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정말 이렇게 거칠고 무례한 한국 정부 관료는 처음 봤다! 또 이렇게 준비가 안 된 대만 관료도 정말 처음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리시 회장은 “행정원이 사전에 조사도 하지 않고, 상황 파악 후 갑자기 방문을 취소해서 논란 많은 위원장을 화나게 한 것이다. 그 위원장은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계엄 내란 뒤 임명한 인물로, 극우 성향이자 거의 정신분열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는 이재명 정권의 ‘이물질’에 가까운 사람이다. 잘못된 상대를 만나러 간 것 아닌가? 대만이 그녀에게 욕을 먹은 것도 자업자득이다!”라고 썼다. 사전에 박 위원장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면담 약속을 잡았다가 뒤늦게 취소한 대만 방문단의 준비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공영방송 시티에스(CTS) 부사장과 연합보신문 서울 특파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인 주리시 회장은 대만과 한국의 현대 정치와 역사, 전환기 정의에 관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특파원 때 6월항쟁을 목격한 그는 대만에서 ‘1987 국민의 각성: 한국 민주주의 산증인의 사진전’을 연 적도 있다.

 

한국학자 주리시의 페이스북 글. “대만이 문을 잘못 두드려 욕을 먹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썼다. 주리시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대만 행정원 린밍신 무임소장관과 리옌푸 전환기정의처 선임위원 등은 8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를 방문해 면담하기로 약속을 잡았다가 전날 저녁 취소해 박 위원장의 반발을 샀다. 박 위원장은 11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무례하고 모욕적인 외교적 결례”라고 대만 방문단을 비판했다. 이들은 에이펙(APEC) 장관급 회의 참여차 방한했는데, 에이펙 관련 일정을 취소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날 11시부터 진실화해위 근처인 서울 중구 명동 포포인츠 쉐라톤호텔 회의실에서 예정됐던 과거사 연구자와 진실화해위 노조 지부장과의 면담은 예정대로 이어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대만 쪽이 전날 박 위원장의 극우성향 등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면서 급히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주리시 회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또 “2005년 출범한 1기 진실화해위가 2010년 해산됐지만 2020년 법 개정 뒤 2기가 시작됐다”며 한국 과거사 조사기구의 역사를 설명한 뒤 송기인·안병욱·정근식 등 역대 위원장과의 친분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정근식 위원장 이후 윤석열이 임명한 두 명의 위원장은 논란이 많아서, 나는 그들과는 더는 교류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명의 위원장 중 한 명은 김광동 전 위원장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행기 정의는 반드시 자유·진보진영이 주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번에 대만을 호되게 비난한 박선영 위원장 같은 사람이 과거사 정의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대만이 문을 잘못 두드려 욕을 먹은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고 썼다.

 

‘팡옌’(放言)과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언론들은 12일 주리시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대만 장관 방문단 일행의 진실화해위 방문 취소 소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팡옌’은 13일 보도에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최근 대만 행정원 고위 관료들이 예정된 면담을 임시로 취소한 것에 대해 ‘대만이 앞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오만하고 무례한 이미지로 남을 것’이라고 표현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박선영 위원장의 정치적 성향과 배경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고, ‘자유시보’도 “이번 일로 박선영 위원장의 과거 논쟁적 행적까지 재조명되고 있다”고 적었다. 대만 관리들의 외교적 실례를 지적하면서 박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과정과 극우성향 등을 조명하는 분위기다.

 

한편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치우가오웨이 대표는 13일 오전 진실화해위를 방문해 린밍신 장관 일행이 면담 일정을 취소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        < 고경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