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인용' 정계선 재판관, 적확한 논리로 "위헌-파면" 결정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 기각 5-각하2-인용1로 기각됐다. 유일하게 인용(파면) 의견을 밝힌 재판관은 정계선 헌법재판관이었다.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정 재판관 모습이다. ⓒ 공동취재사진
사실상 7대 1, 그럼에도 정계선 재판관은 단호했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기각 5, 각하 2, 인용 1로 국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한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조한창·정계선 재판관 후보자를 '여야 미합의'를 이유로 임명하지 않은 것이 헌법 위반이냐 아니냐였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이 일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이라는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파면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를 무력화할 목적이라는 국회 쪽 주장을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계선 재판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결정문 곳곳에 한 총리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고, 위법 상태를 방치했으며, 국정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고, 특히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까지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한 총리가 헌재의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문제의식이 강렬했다.
정계선의 의심 "헌재 무력화 →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재판관은 "당시 헌재는 재판관 3인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헌법재판소법상 심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2025년 4월 18일에는 2인도 퇴임이 예정된 상황이었다"며 "피청구인이 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재가 헌법질서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계속해 나가지 못하고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비정상화로 이어질 수도 있던,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대통령 탄핵심판 방해'를 의심했다. 그는 한 총리가 '여야 합의'를 내세우면서도 12월 8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발표한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를 강조하고,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지연하면서 야당이 단독처리한 법안에 전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일은 앞뒤가 안 맞다고 꼬집었다. 결국 "임명 거부의 실상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피청구인이 2024년 12월 8일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하였던 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고,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해 전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였는데, 이는 모두 여당의 요구와 일치하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임명 거부의 실상은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되자 당시 6인체제로 운영되어 심리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2025년 4월 18일경에는 남은 6인의 재판관 중 2인도 임기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결국 피청구인이 형식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여야의 합의'나 '실질적 대의제 실현'이 아닌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운영이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 후 권한대행 자리를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자신과 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애초에 '재판관 9인 완전체'를 흔들고 헌재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조만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리라는 걱정까지 낳고 있는 상황은 한 총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한덕수 파면, 헌재 정상 작동 가능한 유일·효과적인 헌법적 수단"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관 자리 하나가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재판관은 또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는 바"라며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다. 한 총리가 '권한대행은 현상유지만 한다'며 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야당 주도로 처리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꼬집었다.
정 재판관은 내란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지연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는 이 일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기회가 차단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수사권 여부 논란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총리 본인이 수사대상이어서 절차를 지연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가 계속 위법상태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모든 헌법과 법률 위반은 중대하다고 평가했다.
종합적으로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와 같은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하여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만이 헌재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헌법적인 수단"이라며 "피청구인을 파면하여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국민의 신임을 박탈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피청구인의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최종 결론이었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탄핵 인용’ 정계선 “한덕수의 ‘여야 합의’는 소수여당의 일방적 국정운영”
“한덕수도 내란 상설특검 대상···중립성 외면”
“추천 의뢰 지체, 거부권 행사와 마찬가지”
“‘마은혁 불임명’ 혼란도 한덕수에서 비롯”
“‘여야 합의’ 기준은 여당 고려한 형식적 명분”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24일 오전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한수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했다. 8명의 재판관 중 홀로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국무총리직을 박탈당할 만큼 중대한 위헌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 중 2가지(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특별검사(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미뤄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10일 내란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법 3조 1항은 특검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한 대행은 약 2주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 제정 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대해 정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총리도 특검 대상에 포함됐던 만큼 중립적인 위치에서 특검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책임이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심판 과정에서 한 총리 측은 헌재에 ‘특검 후보자 추천위 구성 및 규칙’ 개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사건이 계류 중이므로 “헌재 결정 전에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개정 규칙의 위헌성을 검토하느라 추천 의뢰를 미뤘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위헌성을 예단한 것은 거부권이 없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상설특검은 별도 법안 제정이 불필요해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상이 아니다.
헌재는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불임명’ 위헌성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2인 임명으로 일부 해소됐다고 봤으나, 정 재판관은 “최 권한대행이 한 행위를 한 총리 위헌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유리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 대행은 현재까지도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고, 이로써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여야 합의 필요’ ‘실질적 대의제 실현’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6인 체제로 이뤄져 심리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4월 중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도 예정돼 있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재 내부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했다”고 했다. 또 이미 재판관 선출 관련 여야 합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고, 후보자들이 국회 의결을 통과했음에도 권한대행이 추가적인 ‘여야 합의’를 요구한 것은 “임명 의무를 방기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재판관 불임명이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다”며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는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한 점에 대해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 김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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