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공직에 한 사람을 임명하는 일도 그 사람의 이력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가 걸어온 과거의 궤적, 그가 남긴 말들, 그가 신봉해온 가치관이 한꺼번에 정부라는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어지는 보수 인사 기용을 바라보며 지지층이 느끼는 복잡한 심경은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선 '가치의 교체'였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다."
이 진리는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 역시도 사람이 만들고 집행하며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권의 성패는 인사에서 시작해 인사로 끝난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통령 주변 인물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된다. 그가 곁에 둔 사람들은 곧 그의 가치관과 철학을 투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에. 경영학에서는 흔히 'A급 리더 곁에는 A급 인재가 모이고, B급 리더 곁에는 C급 인재가 득세한다'고 말한다. 국가 또한 마찬가지라 본다. 지도자의 주변에 어떤 이들이 모이느냐가 국가의 품격과 역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실용주의'를 강조해 왔다. 진영을 넘어 유능한 실력파를 중용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국가 운영에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실용주의가 모든 인사 성패의 가늠자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묻고 싶다. 실력은 출중하나 그가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권위주의적 사고에 매몰된 이라면 어떨까. 국가 운영에서 능력이 엔진이라면, 그 엔진이 끌고 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철학이다. 아무리 빠른 자동차라도 목적지가 잘못되면 결국 엉뚱한 곳에 도착할 뿐이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운영 동력의 바로미터'다. 지지율이 높을 때는 파격적 인사가 '통 큰 결단'으로 칭송받지만, 지지율이 흔들리면 같은 인사가 '정체성 상실'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된다. 좀 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지지율이 뒷받침될 때는 똥도 금이 되지만, 무너지면 다이아도 돌멩이가 되는 것이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따라서 인사는 대통령의 의도보다 국민에게 읽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중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공직에 한 사람을 임명하는 일도 그 사람의 이력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가 걸어온 과거의 궤적, 그가 남긴 말들, 그가 신봉해온 가치관이 한꺼번에 정부라는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어지는 보수 인사 기용을 바라보며 지지층이 느끼는 복잡한 심경은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선 '가치의 교체'였기 때문이다.
정권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들은 박수만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로 묻는다. 비판이 아닌 걱정이며, 반대가 아닌 기대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아니라, "당신은 우리와 함께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이들이 권력의 핵심에 선다면, 그 정권의 미래가 어디로 향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만고의 진리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홍순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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