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앤 카슨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 Hot 뉴스 2026. 10. 9. 01: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아이슬란드서 바람 소리 듣다 노벨상 소식···캐나다 3번째

 
 

“장르, 형식 넘나드는 유희적 작품”

‘빨강의 자서전’ 등 국내 여러권 번역돼

 

아이슬란드에서 소식 들어 “놀랐다”

2024년 파킨슨병 투병 알리기도

 

2025년 8월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 모데르나 무세트에서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자신의 작품 <Antigonick>을 공연하고 있다. 카슨은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AP연합

 

올해 노벨 문학상은 캐나다의 문학가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은 1976년 솔 벨로,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세 번째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장인 안데르스 올손은 8일(현지시간) “카슨의 거의 모든 문학적 작업은 언어에 대한 문헌학자의 집착과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시인의 열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작업 방식이 “고전시와 현대시뿐 아니라 서로 다른 장르와 예술 형식 사이를 넘나드는 유희적이고 반어적인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카슨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 문학에 관한 연구를 현대시, 산문 등과 결합한 실험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림원의 잉그리드 칼베리 상임 사무총장은 수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카슨에게 연락했을 당시 그가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며 “카슨은 수상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헝가리 출신 남성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수상하며, 올해는 비유럽 여성 작가가 수상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앤 카슨은 중국의 찬쉐와 함께 줄곧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카슨은 캐나다 출신으로 시·소설·에세이·번역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학가이자 고전학자이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1986년 첫 작품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출간하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여성 최초로 T. S. 엘리엇 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2014년 그리핀 시문학상, 2020년 아스투리아스 여공상을 받았다.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한림원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의 저서들이 전시돼 있다. AFP연합

앤 카슨의 첫 작품인 <에로스, 달콤씁쓸한>. 난다 제공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 신화와 현대적 사건을 결합한 자유로운 글쓰기로 유명하다. 앤 카슨의 책 4권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난다 출판사 대표 김민정 시인은 “여성의 목소리를 담으면서도 고전부터 현대까지 넘나듦이 큰 작품을 쓰는 작가”라며 “그의 작품에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의 구분도 없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시적인 서술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같은 자유로운 발화법은 창작을 하려는 사람에게 일종의 ‘성경’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빨강의 자서전>(한겨레출판)은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당한 괴물 게리온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신화 속 영웅과 괴물의 이야기는 비정하고 아름다운 소년 헤라클레스와 빨강 날개를 단 외로운 소년 게리온의 사랑 이야기로 변주된다. 미국 출간 당시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앤 카슨의 대표작 중 하나로 불리는 <빨강의 자서전>. 한겨레출판 제공

 

카슨의 특징 중 하나는 작품 전체에 흐르는 애도의 정서다. 그는 죽음을 포함해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화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녹스>(봄날의책)는 2000년 덴마크에서 사망한 오빠를 추모하는 작품이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오빠의 생애를 편지와 사진 등으로 재구성했다. 책은 일반적인 제본 방식이 아닌, 다양한 기억의 파편을 오려 붙여 만든 수첩을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어 상자 속에 담은 독특한 형태다. T. S. 엘리엇 상 수상작인 <남편의 아름다움>(한겨레출판)은 남편과의 결혼과 파탄을 회고한 시적인 작품이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아름다움과 욕망이 지속되는 모순을 존 키츠의 시에서 영감받아 강렬한 탱고의 이미지 위에 그려낸다.

 

현대적 삶과 신화를 접합한 글쓰기 방식은 작가의 미학적 성취를 이루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시인은 “작가는 작은 이야기를 하기 주저하지 않았다. 죽음,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화했다”며 “시·소설·번역·고전을 두루 오가며 미적으로 독창적인 지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카슨은 고대 그리스 문학 번역으로도 유명하다. 한림원은 그의 번역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의 단편과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등을 현대적으로 옮겨냈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며 시 창작과 번역 작업도 병행해 왔다. 미국 미시간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 2005년에는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캐나다 훈장을 받았다.

 

카슨은 2024년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밝혔다. 파킨슨병은 그의 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카슨은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수치심은 말로 표현하거나 설명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투병도 그의 창작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후에도 각종 에세이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놓지 않았다. 그해 내놓은 <Wrong Norma>로는 전미도서상 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 부문을 받았다.

 

카슨은 언론의 주목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은 카슨이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은둔적인 성향이 강해 인터뷰를 위한 사진 촬영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고희진 기자 >

 

노벨 문학상 앤 카슨, 소감 묻자 "다들 미쳤네요!"

 

2024년 파킨슨병 투병 고백…병마에도 창작 의지 꺾지 않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76)이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카슨은 8일(현지시간) 수상자 발표가 이뤄진 직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와의 인터뷰에서 "미쳤죠. 제 생각에는 그들 모두 미친 것 같아요…글쎄요, 아시다시피, 미친 일이에요."라고 말해 스웨덴 한림원이 자신을 올해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한 복수 국적자인 카슨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아이슬란드에서 들었다. 그는 약 15년 전부터 한 해의 일부 기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도 카슨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을 당시 카슨이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며 "그는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카슨은 이날 RUV와의 인터뷰 때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손으로 붙잡은 채 응하면서, "여기서는 바람 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전한 한림원과의 통화가 "꽤나 더듬거리는(rather halting) 대화"였다고 묘사하면서, "그들은 통상적인 질문들을 던졌는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고 RUV에 털어놨다.

시와 소설, 에세이, 번역, 학술 논문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글쓰기로 유명한 칼슨은 RUV에 시가 "아마도 지금은 산문보다 더 유용할 것이다. 시가 더 빠르고, 모두가 조급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는 간결해서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호메로스는 예외다. 호메로스는 간결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고전학자이기도 한 카슨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과 신화, 철학적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노벨상 수상으로 독자층이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 출판사는 그러길 바랄 것"이라며 "제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을 것이고, 스티커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은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내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면서 카슨을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2024년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 카슨은 병마에도 불구하고 창작 의지를 꺾지 않으며 같은 해 시집 '잘못된 규범'을 발표하는 등 최근까지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왔다.                                                                                                < 현윤경 기자 >

 

 

고전에서 캐낸 현대문학의 정수…'언어의 고고학자' 앤 카슨

시인이자 고전학자 · 번역가 · 에세이스트…캐나다 현대문학 거장

'빨강의 자서전'·'녹스' 등으로 세계적 작가 반열…"예견된 수상"

파킨슨병 투병에도 계속된 글쓰기…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도

 

 

8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앤 카슨(76)은 20세기 캐나다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고전학자이며 번역가, 에세이스트다.

고대와 현대 문학, 시와 산문, 창작과 비평, 번역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세 번째로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13년 만이다. 역대 19번째 여성 수상자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복수 국적자로, 현재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 카슨은 1950년 6월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카슨의 아버지는 은행 지점장이었고, 잦은 전근 탓에 그의 가족은 온타리오주의 작은 마을들을 떠돌며 살았다.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그의 문학에서 반복되는 이방인의 감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카슨의 운명을 바꾼 것은 고등학생 시절 만난 사포의 시 전집이었다. 사포는 기원전 6세기경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여성 시인이다.

사포를 통해 고전 문학의 세계에 매료된 카슨은 고교 시절 라틴어 교사에게 부탁해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고대 그리스어를 배웠다. 학교엔 고대 그리스어 정규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그를 고전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후 카슨은 토론토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두 차례 대학을 그만두기도 했으나, 결국 1981년 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박사학위 논문은 훗날 첫 책 '에로스, 달콤씁쓸한'(1986)으로 이어진다.

사랑과 욕망을 고대 그리스 문학의 관점에서 탐구한 이 책은 카슨이 단순한 고전학자가 아니라 고전과 현대를 독특하게 연결하는 작가임을 보여준 작품이다.

 

카슨은 또 맥길대, 에모리대, 프린스턴대, 미시간대, 뉴욕대 등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쳤다.

그런 카슨은 저서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곤 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쳐 먹고 산다."

 

이어 그가 발표한 첫 시집 '짧은 이야기들'(1992)과 뒤이은 시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은 현대시의 영역에서 그의 입지를 다져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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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 [AP=연합]

 

특히 '빨강의 자서전'(1998)은 그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헤라클레스가 화살로 쏴 죽인 '빨강 괴물' 게리온의 입장에서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 작품이다. 이 책은 운문과 산문, 서사와 서정의 경계를 허물며 고전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남편의 아름다움'(2001)은 그에게 '여성 최초 T. S. 엘리엇 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겼다.

 

'녹스'(2010)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오빠를 추모하며 쓴 실험적인 책으로 주목받았다.

 

카슨은 또 1996년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으로 A.M. 클라인 상을 받았다. 그 외 맥아더 펠로우십, 구겐하임 펠로우십, 그리핀시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고전 연구로 혁신적인 시학을 구축하고 현시대를 인식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페인 왕위 계승자가 수여하는 아스투리아스공상을 받기도 했다.

 

카슨은 자신의 사생활이나 개인적 서사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2024년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카슨은 파킨슨병을 고백한 글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을 때 특히 나를 괴롭혔던 증상은, 글씨체가 엉망이 돼가는 것이었다"며 "악필의 수치심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그해 내놓은 '롱 노마'(Wrong Norma)는 전미도서상 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에로스, 달콤씁쓸한',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플레인 워터'(이상 난다 펴냄),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레드 닥'(이상 한겨레출판 펴냄), '플로트', '녹스'(이상 봄날의책 펴냄) 등이 있다.

 

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앤 카슨은 언어를 발굴해내면서 우리가 잊어버린 세계를 다시 일깨워주고, 그 일깨움을 통해 현재를 다시 보게끔 초대하는 작가"라며 "앤 카슨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언어의 고고학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와 이야기, 번역, 애도, 상실, 고전, 흔적, 파편이 서로 분리되지 않게 한 호흡으로 연결하는 작가"라며 "죽은 자의 말을 받아쓰는 일, 고전을 파헤치고 신화를 새로 쓰는 일이 모두 불완전성 너머에 가닿고자 하는 번역에 대한 믿음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또 캐나다 작가 가운데 마거릿 애트우드와 앤 카슨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한림원이 앤 카슨의 지적이고 실험적인 면모를 더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앤 카슨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로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영국의 유명 베팅 사이트 '래드 브록스'(Ladbrokes)가 공개한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는 중국의 소설가 찬쉐와 함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그는 지난달 래드브록스 내 2026 노벨문학상 베팅 페이지 개설 초기만 해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막판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1위로 올라섰다.        < 김기훈 기자 >

 

 

 
 

최초 예정된 발사시각 지킨건 처음
“단순 운반 넘어 임무형 수송 보여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일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2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5차 발사는 거의 계획했던 그대로 진행됐다.

 

애초 계획한 7일 낮 12시25분에 발사돼, 2분1초 뒤 1단(고도 66.5㎞), 3분51초 뒤 ‘페어링’(고도 227㎞), 4분22초 뒤 2단(고도 275.7㎞)을 분리했다. 13분15초부터 고도 576㎞에서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5기(2∼6호)를 35∼40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분리했고, 16분20초부터는 고도 579㎞에서 9기의 큐브위성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우주 공간에 뿌렸다. 제주 해양쓰레기 관측을 위한 큐브위성(PERSAT02) 1기가 분리되지 않았지만,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목표한 고도·속도를 달성했는지, 주탑재 위성을 제대로 운반했는지 등 발사체 자체의 임무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초소형군집위성(네온샛) 5기와 큐브위성 10기를 탑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5차 발사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같은 기체를 ‘반복 발사’하는 단계에 있지만, 이번 누리호 발사에는 이전과 차별화되는 의미가 있다. 먼저, 전세계적 흐름인 ‘군집위성’을 처음 발사했다. 주탑재 위성이 1기였던 4차와 달리, 이번엔 한 몸처럼 운용되는 100㎏급 초소형 위성 5기를 궤도에 올렸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저충격 위성분리장치’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시스템혁신실 우주공공팀장은 “이번 발사는 단순한 위성 운반을 넘어, 군집 시스템을 구성하는 ‘임무형 우주수송’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21년 1차 발사 때 궤도 안착에 실패했으나, 누리호는 이번 성공으로 4연속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누적 발사 성공률을 75%에서 80%로 높였다. 우주항공청은 누적 발사율 90% 이상을 전세계 상용 발사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우주산업에 통할 경쟁력을 높인다는 의미뿐 아니라, 위성 수요를 발사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발사 정체’ 속에서 자체 일정에 따라 자국산 발사체를 쓸 수 있는 능력을 다진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오 청장은 외국산으로 발사해온 차세대 중형 위성을 앞으로는 누리호로, 또 국내 공공위성도 가급적 누리호로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누리호 개발 이후 3차 발사부터 시작된 ‘반복 발사’는 2027년 6차, 2028년 7차 발사까지 총 5회로 마무리된다. 8차부터는 기술을 이전받는 민간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부터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다. 이번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통제센터의 콘솔(관제석) 22개 중 20개에 인력 23명을 투입했고, 내년 6차부터는 단조립과 해상 운송까지 맡는다. 정부는 민간 상업발사 체제로 전환되는 2030년부터는 연 2∼3회 발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 청장은 “90% 이상 성공률을 갖추려면 1년에 몇차례 발사를 해야 한다”며 민간 역량 제고를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일 누리호 5차 발사와 관련해 발사통제센터(MDC) 내 연구진 등 관계자들이 정상 발사 이후 궤도 진입, 주탑재위성 분리 등 주요 발사 이정표를 달성하자 기뻐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후속인 ‘차세대 발사체’에는 재사용 기술의 적용이 관건이다. 재사용은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발사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2조290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발사체는 2단 로켓으로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며, 2031년 시험비행을 목표로 한다. ‘2030년대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는 정부는 2030년엔 누리호로 민간 협업 소형 달 착륙선을 먼저 발사하고, 2032년엔 차세대 발사체로 국가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우주 강국들과 달리, 재사용 기술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첫걸음마를 뗀 단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일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최원형  곽노필 기자 >

 

누리호 발사 ‘최종 성공’…주탑재 위성 5기 지상국과 교신

 
 
 
7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초소형군집위성(네온샛) 5기와 큐브위성 10기를 싣고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다섯 번째 발사가 성공했다. 주탑재 위성 ‘초소형 군집위성’ 5기도 모두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다. 역대 가장 많은 위성인 15기를 실어 나른 데 이어 교신까지 확인되면서 누리호의 위성 수송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누리호는 7일 오후 12시25분에 전남광주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돼 20여분간 비행하며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5기와 부탑재 위성 9기를 고도 576㎞의 목표 궤도에 올려놓았다. 다만 큐브위성 1기는 분리 신호를 보냈는데도 사출관이 열리지 않아 분리되지 않았다.

 

군집위성 5기는 지상국 교신에 모두 성공했다. 군집위성 6호는 오후 1시8분쯤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에서 첫 교신을 했고, 나머지 4기도 순차적으로 교신했다.

 

이번 성공으로 누리호의 누적 발사 성공률은 75%에서 80%로 높아졌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가 계획된 5차 발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성공률이 80%로 높아져 신뢰성이 더욱 향상됐다”고 밝혔다. 전세계 우주 수송 시장에 진출하려면, 성공률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일정 변경 없이 최초 예정했던 시각에 누리호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 청장은 “운용·발사 능력의 고도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출관 덮개가 열리지 않은 것은 발사체 임무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원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글을 올려 “우리 힘으로 우주를 개척하는 우주 주권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며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땀 흘려온 연구진과 관련 산업체 관계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정부 주도로 개발한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며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민간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기술을 이전하는 단계에 있다.                                       <  최원형  고경주 기자 >

 

 

 

 

DMZ 지뢰사건이 노출시킨 유엔사 권한 문제
군사 목적 머물지 않고 모든 것 통제하려 해

 

우리가 권한 행사하지 않으니 저들이 가져간 것
미국과의 충돌 각오하고 되찾아와야 할 때

 

유엔사는 지난 6월 군사분계선 남쪽 DMZ의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집행하고 유지할 ‘유일한 권한(sole authority)’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고 공개 선언했다. 같잖은 이야기다. 정전협정 서문부터 그 협정의 조건은 “순전히 군사적인 성격”에만 관계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군사협정에서 나온 권한을 대한민국 영토의 평화적 이용과 행정까지 지배하는 권한으로 제멋대로 늘려 잡고 있다. 정전 관리라는 이름을 빌린 월권이다. 한국정부는 유엔사의 월권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늦지않게 바로잡아야 한다.

 

DMZ 감시하고 지키고 관리하는 것은 한국군

 

최근 지뢰사건은 유엔사의 관할권과 실제 운용실태에 관한 모순을 보여준다. 25사단 장병들은 MDL 남쪽에서 조선(북한)군의 지뢰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을 조사하기 위한 수색로를 만들다가 지뢰 폭발로 부상했다. 이후 조선제 지뢰가 발견됐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발견된 조선제 지뢰가 조선군이 MDL을 넘어와 직접 매설한 것인지, 의도적인 대인 살상 목적이었는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더구나 조선군이 실제로 MDL 남쪽에 들어와 지뢰를 심었다면 남측 DMZ 관리의 ‘유일한 권한’을 자처하는 유엔사가 먼저 책임을 질 일이다.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수색대원들이 통문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 자료사진)

 

지뢰사건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소동과 닮아 있다. 영화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권력이 감추려는 사실 앞에서 언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다. 핵심은 간데없고 “좌파 영화인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식의 이념논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지뢰사건은 유엔사의 관리책임은 무엇인지, 조선군이 언제 어떻게 지뢰를 매설했는지, 한국군은 왜 그 위험한 수색을 하필 이 때에 맡아야 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조선에 대한 무조건 비방은 숭미 극우세력의 또 다른 북풍공작이다. 정부는 지금 저들의 프레임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DMZ의 현실은 단순하다. 철책을 지키는 것도 한국군, 감시하는 것도 한국군, 조선군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한국군, 수색로를 만드는 것도 한국군이다. 사람이 다치고 죽을 위험 역시 한국군이 진다. 유엔사가 자기 병력으로 241킬로미터의 DMZ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의 병력과 시설과 정보가 빠지면 유엔사가 주장하는 권한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엔사는 자기에게 '유일한 권한‘이 있다고 한다. 그럼 실제로 움직이는 한국군은 유엔사의 부하들이라는 말인가.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군사 목적의 유엔사가 왜 주권국 평화사업까지 관리하려 하나

 

유엔사는 유엔의 기관조차 아니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 84호로 미국 아래의 통합사령부 구성을 권고했을 뿐이다. 오늘날 유엔사의 중요한 존립근거는 1953년 정전협정의 관리주체라는 지위다. 그렇다면 그 권한 역시 정전협정의 목적대로 군사적인 범위에 묶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생태조사, 문화재 조사, 관광, 평화사업까지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멈춘 군사문서이지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미국 장성에게 양도한 문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DMZ 관할법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이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군사분계선 관리, 무장병력 이동, 군사적 충돌 방지는 정전협정에 따라 우선 처리하고, 남측 DMZ의 비군사적·평화적 이용은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승인하는 체제를 만들면 된다. 통일부가 이미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DMZ 평화적 이용 법률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관련 의원입법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면 단호하게 제대로 서둘러야 한다. 여기서 다시 유엔사의 허락을 받으려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률로 대한민국의 권한을 정하고 실제로 행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강하구와 서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정전협정이 정한 군사정전위원회의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행정, 민사, 경제활동까지 유엔사의 승인사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정전협정은 서해수역에서 일반적·포괄적 해상 관할권을 유엔사에 부여하지 않았다. 남북이 평화수역을 만들든 공동이용을 하든 대한민국이 행사해야 할 해양주권이다. 우리가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니 관행이 권리가 되고, 어느새 유엔사가 우리에게 허가증을 내주는 구조가 된 것이지만, 이제는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서있는 푯말, (연합 자료사진)

 

유엔사 넘어 미국과의 정면 충돌까지 각오해야

 

물론 이 구조를 실제로 바꾸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미국과 부딪치게 되어 있다. 유엔사 뒤에 미국이 있고 미국이 지금까지 흔들던 권한을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면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행동이라고 위협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외교적 압박에 그치지 않고 이러다가는 한국을 말살해버리겠다고 협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권회복론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주권회복을 위해서는 충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주독립은 늘 충돌과 투쟁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전시작전통제권도 이 논리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전시 지휘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이 정해주는 조건이 모두 충족될 날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미연합사 체제를 끝내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직접 행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우리의 권리를 미국의 승낙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스스로 규정하고 앉아 있는가. DMZ 역시 같다. 유엔사가 언제 자기 권한을 줄여줄지 기다리지 말고 한국이 먼저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 생기는 문제라면 미국과 담판이든 충돌이든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주투쟁이다.

 

당연히 과거 항일독립투쟁을 떠올려야 한다. 나라를 되찾는 싸움은 애초에 지배하는 쪽과 충돌하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과거 독립운동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에 친일청산에 실패했고 결국 미군정에 의한 또 다른 식민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오늘의 주권 문제 역시 미완의 독립 문제다. 유엔사의 월권을 깨는 싸움은 단순한 출입승인 절차를 고치는 행정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군대와 우리 영토의 중요한 권한을 외부의 승인 없이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또 하나의 독립운동이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독립투쟁의 정신

                                                        이경렬 전 대사

 

결국 문제는 유엔사의 ‘유일한 권한’이라는 말 한마디가 아니다. 한국이 자기 영토에서 자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온 구조 전체가 투쟁의 대상이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넘어 제멋대로 행사해온 권한, 과거 무능하고 숭미적인 우리 정부가 눈을 감고 있었던 유엔사의 월권행위를 모조리 때려잡고 우리의 고유한 주권을 온전히 행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단호해야 한다. 눈치 볼 것 없고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항도 아니다.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가로막는다면 독립투쟁의 정신으로 박살을 내야 한다. 과격하다고 말하겠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 유일한 해법이다.         < 이경렬 전 대사 > 

 

 

대법관 격려금 지급 바꿨다더니 '눈 가리고 아웅'

● COREA 2026. 10. 8. 12: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2022년~2024년 4월 13명에 13억원이나 지급
감사원 지난 8월 "정기 일률 지급은 문제" 지적
대법원 “7월부터 실적·업무 부담 따라 차등 지급”

 

9월까지 석달 동안 일인당 550만~700만원 받아
지난 한 해 대법관 한 명이 1억 9700만원 챙겨
서영교 위원장 "법적 처벌 대상, 국고 횡령 해당"

 

조희대 대법원장 "지출관이 따로, 난 지출 안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1명의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현재 공석이다. 2026.9.29 연합

 

법원행정처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법령에 근거가 없는 격려금 명목으로 월 평균 200만원을 현금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감사원이 정기감사로 밝혀낸 내용이었다. 감사원은 대법관에게 격려금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법원행정처장에게도 매월 3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렇게 지급된 격려금은 모두 12억 9900만원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대법관 격려금은 소부 또는 전원합의체 기일을 전후해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지급했다”며 “법원행정처장 격려금은 사법 행정 업무 총괄, 대외 업무 수행과 재판지원 업무 병행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대법관 격려금 집행 현황은 실질 면에서 격려금 예산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법원 자체 지침에도 근거가 없는 월정액 등 정기적 격려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대법관 격려금 지급과 관련해 “금년 7월부터 정부 기준에 맞춰 정부 기획예산처가 정한 방식에 따라 그 지침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질의를 통해 감사원 지적 이후 대법원이 대법관 격려금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는데 지급 내역을 자료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법원으로부터 당일 자료를 제출 받아 그 내용을 밤늦게 알렸다. 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지난 7월부터 지급방식을 변경해 9월까지 석 달 동안 일인당 적게는 550만원, 많게는 700만원의 격려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 별로 편차는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업무 성과의 차이 때문에 이런 지급액의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적은 액수의 격려금을 지급받은 대법관에게 크게 욕 안 먹게 편차를 줄인 흔적은 역력하다.

 

A 대법관은 7월 300만원을 받은 뒤 8월에는 지급받지 않았고, 9월 400만원을 받아 석 달간 700만원을 수령했다. E 대법관은 7월 400만원, 9월 300만원을 합쳐 역시 700만원을 받았다. K 대법관은 7월부터 9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총 600만원을 받았다. B·F 대법관도 각각 7월 250만원, 8월 250만원, 9월 100만원을 받아 석 달간 총 6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C 대법관은 7월 200만원·8월 200만원·9월 300만원 등 700만원, D 대법관은 150만원씩 모두 450만원을 받았다. G·H·L 대법관도 각각 7월 200만원, 8월 200만원, 9월 300만원 등 7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자료에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대법관의 경우 특정 달에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월별 지급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반영하는 것처럼 했지만, 손 의원실이 보기에 현금으로 일정액에 수렴하는 지급 패턴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45개월 동안 13명의 대법관에게 월 200만원씩을 지급해 일인당 1억원을 지급한 것과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일인당 7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달라진 것이 없다. 사법부란 엄중한 지위라 조심스러운데 '눈 가리고 야옹'이란 표현이 딱 맞는 것이다.  

 

손솔 의원은 “지급하는 달과 금액을 달리하면서 오래된 현금 지급 관행을 유지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며 “헌법재판관에게는 없는 격려금을 대법관에게 계속 지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변경된 지급 기준과 구체적인 집행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대법관 격려금 지급 관행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대법관 한 명에 나랏돈으로 연봉, 특정업무경비, 격려금 등 연간 약 2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특정업무경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법관 연봉은 1억 1152만원(월 929만 3000원)이다. 특정업무경비는 최근 5년간 매년 6144만원(월 512만원)으로 책정됐고, 격려금은 2400만원(월 200만원) 가량이 지급됐다. 이를 합하면 지난해 기준 대법관 일인당 1억 9700만원 가량을 받은 셈이다.

 

대법원은 특정업무경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 측 요구에 “구체적인 집행 목적과 지출 사유가 기재돼 공개할 경우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행하는 대외 업무 수행과 사법 행정 업무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 아래)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소관 기관장들의 증인 선서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다. 조 대법원장은 여당 단독처리로 법사위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관행대로 인사말만 전한 뒤 증인 선서는 하지 않았다. 2026.10.6 연합

 

대법관 격려금을 현금으로 정기으로 지급하는 관행의 문제점은 6일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조희대 대법원장도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직접 질의에 나서 "어떻게 대법원은 매달 대법관들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어느 지침에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액수를 달리한다고 한들 (현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대법원에서 격려금이라고 하는 것(돈)이 나갔구나 하는 걸 감사원이 처음으로 밝혀냈다"면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국고를 그렇게 쓸 때 법적 처벌 대상이다. 국고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현금을 계좌에서 인출했고, 그게 어디에 쓰였는지 보니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준 거다. 심각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국가의 월급이나 격려금을 대법원장이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따로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은 거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제가 지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다 체크하니까 '대법원장실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 돈을 빼서 대법원장실에 가져다주고, 그럼 대법원장실에서 법원행정처와 대법관들에게 보낸다'는 이 순서까지 저희가 확인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회도 일 년에 한 번 국회의장이 일을 잘한 상임위와 국회의원을 공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선정)한다"면서 "다른 곳은 다 바뀌었다. 저희(국회)도 현금으로 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저희도 현금으로 쓰는 게 아니다. 업무추진 카드로 다 지출을 하고 있다"고 재차 해명하려던 중, 옆의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앞으로는 시정하고 국민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