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기생하는 거짓·혐오 걸러내야

● COREA 2026. 7. 7. 11: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를 파괴하는 거짓과 범죄, 폭력 선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권력을 비판하고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할 자유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현실은 우리가 알던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이며, 그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이제 거짓 정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정교하게 제작되고 있다. 조회수를 노려 사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며 혐오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운영자들은 그 대가로 광고와 후원 수익을 챙긴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는 온라인을 통로 삼아 급속히 퍼져나가며, 특정 지역·세대·성별이나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은 일상의 언어처럼 소비된다. 일부 극단주의 커뮤니티에서는 역사 왜곡과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이 레거시 미디어에 버금갈 정도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와 맞물려 파생된 구조적인 사회 문제다.

 

이른바 ‘사이버렉카 근절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 시행된다. 과거의 정보통신망법이 게시물을 사후에 삭제하는 수준의 대응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예방과 관리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는 않을지,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의 기준이 모호하지는 않은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권한이 커질수록 남용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판단 기준과 플랫폼의 과도한 검열 가능성에 대한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우려가 법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는 새로운 법 제도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제도 등도 시행 초기에는 적지 않은 논란을 겪었으나, 이후 개정과 판례를 통해 점진적으로 보완되어 왔다. 법은 완성된 상태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집행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축적하며 다듬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역시 같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 정보와 혐오, 불법 정보가 초래하는 사회적 피해를 외면할 수 없는 현 시점에 일정 수준의 공적 규율은 시대적 요구다. 동시에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은 향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사법적 검증을 거쳐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법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법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진정한 자유는 책임이 따를 때 더욱 오래 지속된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를 파괴하는 거짓과 범죄, 폭력 선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 홍순구 시민기자 >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 응원 화환 보낸 이진숙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불쏘시개로 삼아 극우들이 준동할 빌미를 주는 그릇된 메시지를 더 이상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은 본래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교육적 조치라는 범주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개입이 이어지며 이 사건은 점차 다른 층위로 확전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던 영역이,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둘러싼 충돌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과정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통해 징계 절차와 학교의 대응 과정을 공개하며 사안을 외부로 드러냈다. 이는 특정 정치적 평가라기보다 교육 행정에 대한 점검과 정보 공개의 성격이 강했으나, 결과적으로 사건이 사회적 논쟁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이번 징계를 ‘과도한 처분’이라며 문제의 방향을 돌렸다. 정점식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은 해당 구호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조치가 학생 선수들의 진로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무겁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사건을 5·18이라는 역사적 의미나 정치적 프레임으로 연결하는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학생들의 일상적·우발적인 구호를 역사적 맥락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며, 교육적 문제를 민주당이 정치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비친다. 일례로 지난 5월 스타벅스에서 불거진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을 보면, 특정 브랜드 이미지와 군사적 상징, 그리고 시기적 맥락이 결합했을 때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상징과 맥락이 반복적으로 결합할 경우 일정한 의미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표현이 등장한 배경을 분리해서 읽을 수 없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가장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이번에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진숙 의원의 궤변이다. 이 의원은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보냈음을 밝히며, 화환 리본에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글귀를 넣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방송통신위원장 시절 겪었던 해직 사태를 언급하며, 공포를 느꼈을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화환을 보냈고, 이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주역이라 치켜세웠다. 형식적으로는 학생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교육 사안을 역사·정치 프레임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서사까지 덧씌운 파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원의 국회 입성 시 우려했던 일들이 이번 배재고 사태를 시작으로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강경숙 의원이 교육적 지도와 징계의 비례성 문제를 지적하는 사이, 이진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징과 맥락의 결합을 통해 사건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체계의 충돌 속에 사건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학생들의 문제는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교육적 지도와 학생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시작된 논의가 결국 정치적 진영 갈등으로 퇴색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배재고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교육 현장에서조차 혐오가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불쏘시개로 삼아 극우들이 준동할 빌미를 주는 그릇된 메시지를 더 이상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배재고, 광주일고 찾아 허리 숙여 사과
광주일고 “화해하며 더 성숙하게 성장하자”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공동취재사진

 

“꿈과 희망이 담겨야 하는 야구장에서 배재고 선수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제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달 29일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로 시작된 상처가 일주일 홍역 끝에 눈물 담긴 사과와 따뜻한 화해의 말로 아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를 방문한 서울 배재고 야구부 36명 전원과 학부모, 지도자, 교직원들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을 향해 허리를 크게 숙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까지 포함해 80여명인 방문단이 광주일고 교정에 들어설 때부터 일부 배재고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주일고 강당에서 열린 사과 행사에서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이렇게 귀한 시간 마련해주신 광주일고 관계자 여러분과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뗀 뒤 “저희 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야구를 떠나서 인성이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웠다”고 말했다.

 

5.18 조롱 구호로 지탄을 받은 배재고 야구부의 주장(왼쪽) 선수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문을 광주제일고 야구부 주장 선수에게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오영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고 있었고, 저희의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해서 부끄럽다”며 “ 모든 분의 상처를 보듬기에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자로서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도 눈물로 사과했다. 이 교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해 말하며 눈물을 훔친 뒤 “이제 화합의 미래로 나가야 한다. 가슴속 깊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과 감독은 자필로 쓴 사과문 두 통을 전달하며 허리를 숙였다. 광주일고 야구부 학생들과 교직원 등 50여명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광주일고 선수 대표는 사과에 대해 “이번 일은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조윤채 광주일고 야구부 감독도 “힘든 한주였다”고 소회를 밝힌 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는 반성하면 되고,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가슴에 묻기보다는 서로 화해해야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다시 경기한다면 정정당당하게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연합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오히려 배재고 쪽을 위로했다. 이 교장은 “어머님(학부모)들이 들어오실 때부터 눈물 흘리고 계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도 울먹이고 있다”며 배재고 학생들에게 어깨를 펴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어깨 움츠리지 마시고 고개 들고 다음에 저희 학생들과 만날 때 정말 당당하게, 서로 기량을 맘껏 펼치면서 멋진 승부를 펼치는 게 여러분이 용서를 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라고 했다.

 

배재고 학생들은 광주일고 교정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한 뒤 광주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에도 참배하며 사과 일정을 마무리했다. 묘지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과 함께 배재고 총동창회장인 배우 임호씨, 광주일고 동문들이 동행했다. 묘지 참배 전 이규연 교장은 정 교육감을 따로 만나 “아까 학교에서 말하지 못했는데 배재고 야구부의 재심에 신경 써달라”고 말했고, 정 교육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배재고(왼쪽 흰옷)와 광주제일고(오른쪽 검은 옷) 야구부 학생 선수들이 6일 오후 전남광주특별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함께 참배하고 있다. 이날 참배에 앞서 광주제일고를 방문한 배재고 야구부 36명 모두와 지도자, 교직원들은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 및 광주시민들에게 지난 5·18 조롱 응원에 대해 허리 굽혀 사과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도중, 상대인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고함을 질러 ‘혐오 응원’을 한 배재고 쪽에 출전정지 6개월을 통보했다.

 

정 교육감도 참배 현장에서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 시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회복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 김용희 기민도 기자 >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연합뉴스

 

"5·18 성역화" 망언 이병태 부위원장 결국 사퇴

 

청와대 사퇴 권고 발표 두 시간여 만에 백기
배재고 징계에 "표현의 자유 보장" 억지
헌법과 형법에 규정된 것 이해 못한 발언
법리적 근거와 사회적 타당성 없는 궤변

총리급 예우 누리는 공직자가 이런 처신
'실용과 통합' 정부 인사 적절성 돌아봐야
배재고 선수 36명 전원 광주제일고 찾아
"많은 고통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지역 비하 응원 중징계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던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6일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가 사퇴를 권고한 지 두 시간여 만에 '백기'를 들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해왔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청와대는 "책임과 권한이 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임명된 주요 구성원으로서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경고 조치를 시행했다"며 "이후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병태 부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5 연합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지목한 발언도 있었는데, 이 대통령은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직격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말인데, 이재명 대통령도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종종 인용한다. 그런데,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실제로 인사를 잘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때때로 잘못된 인사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어 세간에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조롱 섞인 말이 돌기도 했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실망을 주는 인사가 자주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중용),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중용),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출신 중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사를 고속승진시킴으로써 내란 정권의 탄생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때때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로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이 “5·18이 성역화됐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논란이 발생해 청와대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공개 경고한 일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통합’을 내세운 인사스타일의 적절성 여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부위원장의 발언들을 들여다보자. 그는 지난달 29일 배재고가 광주제일고와의 야구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부적절한 혐오 구호를 외쳐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 했고,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사퇴 요구에 대해선 “비판도 표현의 자유”라며 일축했다. 이 부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 그리고 야구 응원 구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표현의 자유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처벌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응원 구호가 적절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부적절했다면 비판하면 된다. 그 비판도 표현의 자유지만, 발언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했다.

 

이와 다른 갈래로 이 부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수백조 원 규모의 사업이 현 대통령 임기 내 큰 진척을 이루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아 구설에 올랐는데, 그는 과거에도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반일이 반대로 비정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기생충 정권”이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서울 배재고 학생 선수 36명 전원과 일부 교사, 학부모 등 80여 명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이 학교 야구부 학생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6.7.6 서울시교육청 제공 연합
 
서울시교육청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등 응원 구호를 외쳐 거센 비판을 받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작성한 자필 사과문을 6일 공개했다. 이날 배재고 야구부 소속 학생선수 36명 전원과 일부 학부모, 교사 등 80여 명이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문을 낭독했다. 2026.7.6 연합
 

이 부위원장은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표현의 자유는 옳고 바른 말을 할 권리가 아니라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연 그가 이런 주장을 내세울 만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인지를 살펴보자.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경영과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경영학 박사라는 학력을 갖고 있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와 학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급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여지도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법학적 견지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그가 법학을 공부한 경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보편타당한 학문적 근거 없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멋대로 피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그의 무모함이 매우 놀랍다.

 

이제 이 부위원장 발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자. “표현의 자유는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다(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이다)”,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표현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그의 발언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허황된 것인가를 대한민국 헌법의 틀 안에서 살펴보자.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표현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권의 핵심적인 것이고 민주사회의 초석이 되므로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는 아니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서는 안 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도덕률에 위반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며, 이 내재적 한계를 위반한 표현의 자유는 그 자유를 남용한 것이 된다.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37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과 법리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는 가급적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자유는 아니며, 이렇게 보는 것이 법학계의 기본입장이고 판례이다.

 

만일 이 부위원장의 주장대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고 본다면, 명예훼손죄·모욕죄 등의 형벌 규정(형법 제307조, 제311조)도 위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명예훼손적·모욕적 표현을 할 자유를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다”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또 가령 어떤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다수의 사람에게 수치감과 불쾌감을 안겨 줘도 이를 비판·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을 부인하는 것인가? 이런 식의 주장은 법리적 근거와 사회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그 자신만의 궤변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15 청와대 제공 연합
 

이상 간략히 살펴본 바를 통해 이 부위원장의 인식과 발언이 얼마나 법적으로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은 성찰 없이, 아무런 법학적 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허튼 생각을 함부로 세상에 퍼뜨리는 것은 책임 있는 지성인의 자세가 아니다.

 

법학은 사회적 통념과 상대적 원리를 기초로 당위론적·가치론적 입장에서 정의로운 질서를 탐구하는 규범학문이다. 타인 내지 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는 자신만의 헛된 생각이 마치 ‘세상을 규율하는 유일한 진리인 양’ 처세하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매우 위험하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부위원장이라는 고위 공직(총리급 예우를 받는 직책이라고 한다)을 맡은 사람으로서 함부로 할 얘기인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이재명 정부의 탄생과 성공을 지지해온 많은 국민들이 이병태 부위원장을 공직 부적격자로 생각해 분개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이런 사람을 고위 공직에 임명한 대통령의 인사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잘못이 아니라 이러한 자를 고위 공직에 발탁한 이재명 대통령의 잘못이다”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요즘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 이선신 기자 >

 

캐나다 총리 "TKMS 결렬되면 한화와 협상…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과 대화"

"한국 실망감 이해…캐나다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과 협력분야 많아"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 지난 4∼5일(한국시간) 캐나다 서부 해상에서 진행된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서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 3,000톤급)과 호위함 대전함(FFG, 3,100톤급), 캐나다 해군 잠수함 코너브룩함(SS, 2,200톤급)과 호위함 오타와함(FFH, 4,000톤급)이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캐나다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이 고배를 마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CPSP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만약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캐나다는 예비 공급업체인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그들과 협상을 진행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TKMS와 한화 양사의 플랫폼 모두 캐나다 해군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며 수주전이 막판까지 초박빙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캐나다의 전략적 안보와 경제적 이득을 모두 충족시키는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선택하는 것이었다고 언급해, 잠수함 자체뿐 아니라 경제적 영향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렸음을 시사했다.

 

카니 총리는 경제적 혜택과 관련해 "계약 조건에 따라 투자액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이 캐나다 내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TKMS가 기존에 독일·노르웨이 해군이 발주한 잠수함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먼저 배정하기로 제안했다며, 이에 따라 캐나다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2034년에 잠수함 첫 4척을 조기 인도받을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TKMS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잠수함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매하기
6일(현지시간) 캐나다 핼리팩스의 HMC 조선소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 관련 발표를 하는 모습

[AP=연합]

 

카니 총리는 이날 발표에서 한국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과 길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며 이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24시간 이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날 예정인 만큼 다른 전략적 현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실망감을 이해한다"면서도 "캐나다와 한국이 협력하는 분야는 이외에도 많고, 한국은 캐나다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선택으로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후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업은 잠수함 12척을 건조하고 30년간 유지·보수·운영하는 비용을 합해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민군 합동 총력전을 펼쳤지만, 승기를 잡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2032년까지 첫 잠수함을 인도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빠른 납기를 보장한다는 점을 내세웠고, 2044년까지 약 700억 캐나다 달러(약 75조원) 규모 경제적 기회 창출을 약속했지만 나토 동맹관계 등을 강조한 독일·노르웨이 연합 전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 권영전 기자 >

 

박빙 승부 펼쳤지만…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나토의 벽' 높았나

"국방 조달 넘어 지정학적 선택" 나토 안보 결속 택한 듯


장영실함 앞에 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김민석 총리 (거제=연합)  = 김민석 국무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장영실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30 uwg806@yna.co.kr

 

한국이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 결속 강화를 내세운 독일에 밀려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커졌다.

 

빠른 납기와 장기간 잠항능력 등을 내세워 독일과 접전을 벌였지만, 역시 나토 동맹의 벽이 높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캐나다 정부가 차기 잠수함 건조 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선정했다고 소식통 2명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공식 발표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현지시간 한국시간 7일 오전 5시 10분(현지시간 6일 오후 5시 10분)에 동부 항구도시 핼리팩스에서 할 전망이다. 카니 총리의 7∼8일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 참가 직전에 발표가 이뤄지는 것이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을 대체하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 비용에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선 주자 격인 적격후보(숏리스트)에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올라 경쟁해 왔다.

 

캐나다 정부는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 능력에 50%, 잠수함 성능에 20%, 비용에 15%, 경제적 혜택 및 전략적 가치에 15%의 비중을 두고 제안을 평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Batch)-Ⅱ와 독일의 '타입 212CD' 잠수함 모두 캐나다군이 요구하는 작전운용성능을 충족하는 만큼 '지정학적 고려'와 절충교역 등 '경제적 혜택'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Asia Pacific Foundation of Canada)은 "CPSP는 국방 조달 결정일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선택 성격도 띠게 됐다"며 이번 수주전이 "범대서양 안보협력을 심화할 것인지, 아니면 인태 지역에서 안보 관여를 강화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한국의 장보고-Ⅲ 배치-Ⅱ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대서양·태평양·북극해라는 광대한 세 바다에서 장기 잠항하며 작전해야 하는 캐나다군의 필요에 들어맞는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VLS)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TKMS의 타입 212CD에는 VLS가 없다.

 

길이 83m로 타입 212CD(74m)보다 큰 외형, 조기 납품 능력, 이미 1번함(장영실함)이 진수해 시험운항 중이라는 점 등도 한국이 내세운 장보고-Ⅲ 배치-Ⅱ의 강점이었다.

 

반면 타입 212CD는 스텔스 성능을 높인 다이아몬드형 선체, 나토 상호운용성 등을 장점으로 부각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북방 해역 작전을 위해 공동 설계한 모델로, 북극 환경 운용에 최적화됐다는 점도 내세웠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에 따르면 독일은 나토 잠수함 전력의 70%를 공급하는 국가로, CPSP 수주시 독일·노르웨이·캐나다까지 총 24척의 잠수함 전력을 함께 운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대(對)나토 안보공약이 약화하는 가운데 캐나다가 결국 나토 동맹과의 협력관계, 독일의 안정적인 나토 상대 잠수함 공급 이력 등을 고려해 독일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캐나다가 지난해 12월 비(非)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유럽과의 안보 결속 강화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세이프는 EU 집행위가 무기를 공동구매하는 회원국에 낮은 금리로 대출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나토 비회원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나토의 벽'을 넘는 것이 이번 수주전의 중요 과제로 꼽혀왔지만 결국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잠수함 기술 선도국이자 나토 핵심국인 독일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은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5월 한국 해군의 3천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지휘통제 체계인 '연합 C4I 체계'로 캐나다 태평양 사령부와 교신한 것도 나토 상호운용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편 한국과 독일 모두 이번 수주전에서 전방위적 산업 협력 방안을 캐나다에 제안한 바 있어 이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CPSP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무기체계 현지개발·생산을 추진한 바 있다. 

                                                                                          < 김효정 기자 >

 

방사청 "아쉽지만 캐나다 선정결과 존중…전략적 불리함 못넘어"

"K방산 역량 글로벌 각인 계기돼…방산 4강 도약 교훈으로"


출항하는 도산안창호함  해군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III)이 2일(현지시간)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에 있는 에스퀴몰트 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2026.6.3 [해군 제공] photo@yna.co.kr

 

방위사업청은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수주전이 한국 방산 역량을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방위사업청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존중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응해온 만큼, 이번 결과가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독일로부터 잠수함 기술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잠수함 원조국과 성능과 납기 등 모든 기술능력 면에서 대등하게 경쟁했다는 점은 우리 방산 기술력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주전 과정에서 국산 3천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횡단하며 장거리 항해능력, 작전 지속성·안정성을 입증한 것은 "K방산의 역량을 캐나다를 넘어 글로벌 방산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도 자평했다.

 

'전략적 여건의 불리함'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번 사업 경험을 '방산 4강 도약'을 위한 교훈으로 바꾸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방사청은 "신속하게 방산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추진해 기술 격차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획기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주요 방산시장에 확실히 진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과정을 통해 형성된 캐나다와의 협력관계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불리한 전략적 여건은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상호운용성을 주요하게 고려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한 것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이번 경쟁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교훈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향후 대형 방산수출 전략을 더욱 발전시키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CPSP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CPSP는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을 대체하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 TKMS가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올라 경쟁해 왔다. 한국은 3천600t급 장보고-Ⅲ 배치(Batch)-Ⅱ를,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설계한 '타입 212CD' 잠수함을 제안했다.

 

잠수함 건조 비용에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수주 성공시 한국의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 바 있다.                                 < 김효정 기자 > 

 

 

기득권 카르텔이 노리는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
보수언론 유포한 '친명 대 친문' 이간질의 구도
'올드'와 '뉴'의 구도 속에 격화된 내부적 균열

 

정치적 토론을 넘어서는 조롱과 혐오의 악순환
'중도실용주의' 한계와 역사적 트라우마의 기억
갈등 봉합 넘어 개혁 완수로 만들어야 할 미래

 

한국 사회의 진보적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지지자든 아니든 이 당의 앞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집권당이고 최대 정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내고 '빛의 혁명'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정권이 실패하고 개혁이 좌절된다면, 그것은 더 위험하고 극우적인 국민의힘의 부활과 재집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배경 속에서 요즘 민주당 내부에서 격화하던 갈등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보냈다. 이 현상은 개별 정치인들의 단순한 인간적 불화와 다툼이 아니었다. 이것은 무엇보다 기득권 우파 카르텔의 오랜 작업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내란의 실패와 '빛의 혁명' 이후에 분열과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과 극우, 족벌언론, 검찰 등에게 유일한 희망은 민주당 및 지지층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속에서 아주 작은 틈만 보여도 소금을 뿌리며 서로 갈라서라고 노래를 부르는 게 지난 1년간 족벌언론, 종편방송, 보수 유튜버들이 한 일이다. 이들은 매일 헤드라인과 프로그램을 통해 야권 내부의 작은 균열들을 회복 불가능한 '갈등'과 '숙청'의 서사로 둔갑시켰다. 이재명, 문재인, 조국, 정청래, 유시민, 뉴스공장, 매불쇼 등을 매도 비난하는 것은 이들이 항상 하는 일이었다.

 

이 대상들은 개혁 진영의 서사와 상징, 그리고 대중적 소통을 지탱하는 미디어 인프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과 기득권 세력은 여기가 민주당과 지지세력의 중요한 토대이면서 동시에 약한 고리라고 봤다. 최근 들어 이들의 전술에서 달라진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 편을 갈라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난하고 적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에 있었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는 방식보다는 내부의 분파 의식을 자극하는 정교한 이간책으로 나아간 셈이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친명 대 친청', '친명 대 친문'의 구도 적용과 온갖 조롱과 혐오의 용어들도 바로 이곳들에서 본격적으로 퍼트려지기 시작했다. 보수 언론이 프레임을 짜고 유포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곳곳으로 급속히 퍼지고 스며들었다.

 

'진보(개혁) 언론'과 그들이 새로 시작한 유튜브 방송들이 이것을 뒤따라가면서 여기에 일부 기름을 부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보수 언론이 던진 프레임을 해체하기보다, 중계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조회수를 챙겼다. 정치공학적 관점의 한계 때문만이 아니라, '싸움 구경'이 뒤늦게 시작한 유튜브 방송의 구독자와 시청자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갈등과 진영 간의 싸움으로 더 많은 트래픽을 부여하며 '제목 장사'를 하도록 유도한다. 급성장을 넘어서 포화 상태에 다다른 정치 유튜버 시장에서 군소 유튜버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최강 빅스피커들을 향해 디스전을 벌이며 손쉽게 인지도를 높이고 열성 구독층을 확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그런 방송들에는 흔히 윤석열 시대에 기계적 중립의 양비론을 펴며 설 자리를 못 찾던 이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엄혹했던 윤석열 시대에는 몸을 사리다가, 뒤늦게 '이재명 지지자'로 포지션을 잡고서,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나 개혁의 과제보다는 '중도 실용의 뉴이재명'을 강조하며 민주당 내부의 온갖 현상을 '올드'와 '뉴'의 충돌로 해석하곤 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청래 당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2026.6.21 연합
 

함께 출연한 보수 우파적 평론가들은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보수 평론가들의 입장에서 민주당이 역사적 정체성에서 멀어져 우클릭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더구나 실제로 국민의힘이나 이준석당에 있다가 민주당으로 건너온 '뉴이재명' 정치인들이 존재했다. 민주당 지지기반의 외연적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모든 정당은 더 넓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올드'와 '뉴'의 차이를 강조하는 평론가들의 관점과 해석을 반기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와 정체성을 낡고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아가 일부는 '올드 민주당'적 요소에 대한 멸칭과 조롱까지 따라 하면서 그것을 퍼나르는 태도를 보였다.

 

그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넓히며 당내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당의 기존 지지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부심을 모욕하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받아들여졌다.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와 과제들을 중시하는 지식인이나 평론가들도 감정을 담아 거친 표현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주고받기 속에 감정과 표현은 갈수록 격해졌다.

 

온라인 공간과 미디어 플랫폼에서 상호 비판의 수위는 이성적 토론의 한계를 넘어섰다. '문0000유'라고 던지니 '한00000길'이라고 받았다. 양쪽 모두에서 조롱, 혐오, 낙인까지 이용해 상대방을 물어뜯는 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이 발견됐다. 이것이 지난 반년간 벌어진 일이다. 한쪽이 기득권 언론의 프레임을 빌려 전통적 가치를 '올드'하다고 조롱하면, 다른 한쪽은 이들의 과거를 문제삼고 정체성 결여를 비난하며 낙인을 찍었다.

 

갈등의 기저에는 단순한 감정의 앙금을 넘어, 개혁의 방향성과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선후, 맥락, 원인과 결과를 빼놓고 단순히 '양쪽 다 책임이 있고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언제나 모든 것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윤석열 시대에도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이는 개혁의 철저함을 요구하는 비판이었다.  

 

지난 6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김용민 의원실

 

하지만 지금 '뉴이재명'의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은 이제 그만 좀 하자'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한다. 개혁의 과제 자체를 청산하고 실용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타협의 맥락에서 과거를 깎아내린다. 과거에 '사법리스크'와 '비명횡사'를 말하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욕하던 평론가들이 지금은 '이재명의 뜻과 어긋난다'며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와 과제를 옹호하는 이들을 욕한다.

 

따라서 비슷한 입장과 주장처럼 보이는 것도 누구의 편에서 어떤 맥락으로 제기하는지를 봐야 한다. 대다수 언론이 이런 다툼을 '노선 경쟁과 무관한, 공천권이나 차기 당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맞지 않다. 어디서든 모든 권력 다툼은 노선 다툼과 분리될 수 없다. 지금의 권력 다툼은 검찰 개혁과 보완수사권에 대한 논쟁, 민주당 및 조국혁신당의 합당에 대한 찬반, 정당 민주주의와 1인 1표제에 대한 입장 등과 연결돼 있다.

 

이것은 모두 중요한 노선적 경쟁이기도 하다. 이는 정당의 운영 철학과 개혁의 우선순위를 다투는 노선적 대립이다. 물론 지금 민주당과 지지층이 확실한 두 개의 편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민석과 정청래 같은 정치인들이 이렇게 나누어진 두 개의 세력과 노선 중에서 어느 하나를 분명히 대변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검찰, 사법, 언론 개혁이나 1인 1표제,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 등을 넘어서 다른 경제, 외교, 부동산, 청년 정책 등에서 '중도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특별한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전임 대통령, 노무현 재단, 뉴스공장과 매불쇼 등 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핵심 토대들을 허물고 '뉴이재명'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해서 중도층을 기반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자는 게 최고 권력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확실한 뜻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검찰 출신이든, 국민의힘 출신이든 일만 잘하면 된다', '이념과 가치보다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는 '중도 실용주의'가 지금의 갈등과 대립을 촉발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비슷해서 조종석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한다"는 생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듯 국가 기구, 특히 검찰이나 관료 집단은 선출직 권력의 의도대로 쉽게 통제되는 수동적인 도구가 아니다. 이들은 그 자체로 고유한 계급적 이익과 이데올로기를 가진 거대한 권력 블록이다.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렇게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검찰총장 윤석열과 감사원장 최재형은 나중에 촛불에 대한 반혁명의 지도자와 앞잡이들이 됐다.

 

이재명의 경험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재명이 '실질적 성과'를 위한 도시개발의 능력을 인정해서 옆에 두었던 유동규는 지금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 조작수사'의 핵심 조력자이면서 나팔수로 변신해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이런 위험을 걱정하는 듯하다.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과제와 이런 위험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토론이 아니라 서로 간의 감정과 불신만 부추기는 평론가나 유튜버들이 양쪽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극적이고 거친 표현과 과도한 음모론을 바탕으로 일부 인신공격까지 나타나는데, 이것은 각자의 존재감이나 조회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건강한 토론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됐다. 과장된 해석과 억측, 넘겨짚기와 사소한 오해들이 쌓이며 서로 간의 불신과 감정은 계속해서 격해졌다.

 

이 상황과 조건에서 작은 불씨만 던져지면 외부 세력이 개입해서 순식간에 2019년 '조국몰이'나 2020년 '윤미향 사냥'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번지면서 증축이나 재건축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것은 뻔해 보인다. 내부의 균열이 극에 달했을 때, 검찰-언론 카르텔이 특정 인물이나 사안을 고리로 마녀사냥의 포문을 열면 내부에서부터 연대의 끈이 끊어지며 동조자가 속출하게 된다. 지금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세력이 흐뭇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서 화합의 장면을 연출하고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 모두가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런 위기 의식 때문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층부의 제스처만으로 바닥에서부터 곪은 감정과 불신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만 싸우고 사이 좋게 지내라'고 하는 것은 별다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실컷 기름을 붓고 부채질하며 싸움을 부추기던 이들이 태도를 바꾸며 그러는 것도 좀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1. 연합
 

꼬인 실타래들을 풀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갈등을 유발하는 현실의 모순을 풀어내고 역사적 개혁 과제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검찰과 언론의 끈질긴 방해를 뚫고서 이제는 더 미루지 말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비롯한 검찰 개혁의 마지막 돌을 놓아야 한다. 아울러 언론, 사법 개혁의 과제들도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 검찰 정권과 마녀사냥의 피해자였던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같은 프레임 속에서 고통받는 장면들도 사라져야 한다.

 

1인 1표제의 강화와 당원 주권의 제도화로 엘리트 정치인들이나 명망가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 정당의 주인 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중도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 사회정의, 평등, 평화의 가치와 어긋나는 인사와 정책이 정당화되는 일도,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성찰도 않는 보수 인사들이 쉽게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진보 정당이나 사회운동을 거쳐 온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진보 인사들이 더 많이 중요한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정책적 지평을 넓히고, 탄핵 광장에서 시민들이 기대하던 더 많은 진보적 정책과 과제들이 더 늦지 않게 실현되어야 한다. 촛불을 들었던 대중이 요구한 것은 정권의 교체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전환이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초호황의 막대한 초과 수익이 소수에게 독점되며 불평등이 더 커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노동자들의 헌신으로 이룬 산업적 성과는 모두의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여야 한다. 초과 이윤과 세수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과감한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이런 길을 통해서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실패하지 않아야만, 윤석열을 넘어서는 더 끔찍한 반동적 절망의 대안이 등장하는 것을 막으며, 더욱 진보적인 다음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혁의 성공으로 기득권의 복귀를 막는 방파제를 쌓고, 한국 사회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 민들레=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