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명확히 소명, 국민 검증 통과해야" 강조
'모두의 대통령' '통합과 실용' 메시지 우선 방점
"민주당은 중도보수, 가짜 보수 몰아내야" 지론
국힘 존립 기반 무너뜨리려는 헤게모니 전략도
박원석 "극우 정당 가두고 정치 지형 재편하려"
장동혁, 실제 '윤 어게인' 노선 더 강화 방침 시사
같은 보수 정당도 "보수 굉장한 위기 초래" 비판
이준석 "이재명 자신감…보수 외연 확장 불가능"
정규재 "이러다 국힘엔 장동혁, 전한길만 남아"
민주 "이혜훈 역량 등 청문회 통해 철저히 검증"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폭탄을 맞은 듯 아우성이고 진보 진영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혜훈 후보자를 둘러싼 크게 두 가지 문제, 즉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던 행보와, 확장재정보단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정책적 이력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본인의 명확한 단절 의사 표명' 및 '격렬한 토론을 통한 접점 만들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이 후보자의 불법 계엄 옹호 등과 관련한 언론보도 등을 보고받고 "과거 용납할 수 없던 내란 등에 대한 발언에는 본인이 직접 좀 더 충분히 소명해야 하고, 그 부분에 있어 단절 의사를 좀 더 표명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며 "이 후보자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정부를 구성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일지언정 격렬한 토론을 통해서 견해 차이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그 과정 자체가 새롭고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지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차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 차이를 잘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인사권이라는 게 지명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 지명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아야 하고 이 검증 과정에서 국민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후보자가 제대로 소명해서 '국민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지명 철회'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대처할지가 핵심이지만 이 후보자는 그에 앞서 30일 오전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진보 진영과 지지층 일각의 반대가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당 출신 이 후보자를 발탁한 배경에는 '통합과 실용'이라는 인사 철학의 양대 축이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강유정 대변인도 "이혜훈 후보자는 통합의 메시지로 선택된 후보자가 맞다"고 부연했다.
'실용' 측면에서 대통령실은 "이혜훈 후보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정책과 실무에 능통한 분이다.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재벌의 불공정거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면서 "다년간 의정 활동을 바탕으로 곧 출범하는 기획예산처가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세심하게 수립해 미래 성장동력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사 철학 이외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 표심을 끌어오는 한편, 더 장기적인 전망에서 국민의힘을 철저히 극우 내란 정당의 테두리 안에 가둠으로써 한국 정치 지형을 재편하려는 공격적인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미 대선 전인 지난 2월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정치권을 들썩이게 한 일이 있는데, "진짜 보수와 진보가 힘을 모아 가짜 보수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내야 한다"는 '진짜 보수'론은 이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보수 인사 영입은 단기적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순한 인재 영입이 아닌 공세적 헤게모니 전략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김성식(신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보수 진영 인사를 기용한 것은 단순한 정책 스펙트럼 확장이 아니다"라며 "이는 정치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최대화하고 나아가 독점함으로써 경쟁 세력의 존립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공세적 헤게모니 전략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이 같은 공세적 전략 실행이 가능한 이유는 상대 진영의 '자멸적 궤도' 때문이다. 윤 어게인 세력, 극우 유튜버들과 손잡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하는 위헌 정당, 극우·극단 세력이 지배하는 컬트 정당, 수권 가능성을 상실한 영남 지역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 대통령이 과거 보수의 수권 능력과 유능함을 상징했던 인사들을 흡수하는 것은 정책의 스펙트럼 확장을 넘어 자멸하는 보수 정당을 영구적으로 그 궤도에 가두고 정치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게 되면 한쪽은 전문성과 합리성의 포괄적 연합으로 확장하고, 다른 한쪽은 협소한 정체성 정치와 내부 충성 경쟁으로 수축하는 명확한 비대칭성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한 번 형성된 '합리성의 독점' 구조는 자기 강화적 메커니즘을 갖는다. 유능한 인재들은 미래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남겨진 조직은 더욱 극단화하며, 이는 다시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즉 상대 진영에는 구조적 악순환을 고착시키고, 자신은 선순환 구조를 제도화하려는 헤게모니 전략이 가동된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물론 성공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만약 성과를 거둔다면 그 결과는 일시적 정세 변화가 아니라 향후 한국 정치의 기본 틀을 규정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정책 논쟁이나 선거 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는 심층적 재배치 과정이고, 정당 체계 자체의 재편(경쟁적 양당제의 퇴조와 지배적 중도보수 정당의 등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의 스펙트럼 확장을 넘어 자멸하는 보수 정당을 영구적으로 그 궤도에 가두고 정치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도는 이미 일정 부분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9일 전남 해남군 소재 솔라시도 홍보관에서 만난 취재진이 "이재명 정부에서 보수 인사를 영입한 만큼 국민의힘도 중도 확장에 속도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우리가 보수 정당으로서 가치를 보다 더 확고히 재정립해야 하고,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영입에 극도의 경계심이 발동해 폐쇄적인 '윤 어게인' 극우 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스스로 고립 노선을 강화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한 술 더 떠 '당원 게시판 사태' 징계 문제 등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와 당내 한동훈계 인사들을 상대로 조만간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는 암시도 내놨다.
장 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보수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이 부족하거나 해당 행위를 하는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4일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두고 "장장 24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노고가 많으셨다"고 유화 제스처를 보인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도 이 대통령과 이 후보자를 향해 "정권 몰락의 시발점" "역사에 길이 남을 부역 행위" 등 원색적인 공격이 줄을 이었지만, 같은 보수 진영에서도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과 일맥상통하는 관점에서 '보수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는 신랄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혜훈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거국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파악했다.
이어 "반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면서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 지금은 이혜훈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나름대로 절박감을 토로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배신자라고 맹비난하는 것은 안 맞다. 어쨌든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는 중요한 자리고, 진영을 초월해서 인사하면 기본적으로는 좋은 일"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에 있어서 보수 진영 인물들을 많이 포용한다고 하는 건 보수 진영에 굉장히 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에 이혜훈 후보자나 김성식 같은 합리적인 중도 보수 성향의 인물들이 기용이 잘 됐느냐?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합리적인 중도 성향 인물을 많이 뺏기는 것도 뺏기는 거지만, 이제 정말 보수 진영이 어젠다나 어떤 주도권 모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뺏기는 그런 구도로 가고 있는 게 아닌지 굉장히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러다가 유승민 전 대표 같은 분이 총리를 하겠다고 그러면 어떡하느냐"면서 "만약 그렇게 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엄청난 찬사를 받고, 가뜩이나 이념적으로나 의석수로나 쪼그라들어 있는 국민의힘 같은 경우엔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수 진영 인사들을 가져가는 건 전략적으로는 굉장히 뛰어난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유튜브 채널 '정규재TV' 라이브 방송에서 이 후보자를 강성이 아닌 '부드러운 보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진 않지만 파격적인 탕평, 실용, 통합을 상징하는 그런 인사가 전격적으로 단행됐다"며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최저임금을 상당한 정책적 과제로 제시하는, 유승민과 유사한 형태의 부드러운 보수라고 볼 수 있다. 이 후보자가 정책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 쪽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정 전 주필은 "국힘당이 정말 속 좁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낀다. 이 후보자에게 축하를 하고 여러 가지 정책 목적을 잘 달성해 주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주는 것이 국힘당이 해야 할 일"이라며 "국민의힘이 보편적 정당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정국은 소위 이 대통령의 탕평주의적 인사 속에서 일방적으로 흘러갈 것이 뻔하다. 만일 그렇다면 누구라도 이 대통령이 손 뻗으면 (당을) 나가고, 남는 건 장동혁과 전한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에선 대체로 이 후보자 지명을 이 대통령의 실용·통합 의지의 재확인이라는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가 예산을 기획·편성·총괄·관리하는 요직에 국민의힘 출신 전직 의원인 이혜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출신과 이념을 넘어 '오직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적재적소의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탕평'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국민의힘의 비난은 인사를 하지 말라는 발목잡기이자 몽니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당 출신 인사는 측근 인사라며 비판하고, 국힘 출신 탕평 인사는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면 그 누구를 기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혜훈 후보자가 장관직 지명을 수용한 배경은 무엇인지, 장관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등은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면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에는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따로 없다. 민생 살리는 정책에도 파란 정책, 빨간 정책이 없다. 인사에서마저도 갈라치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 통합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게 자명하다"고 단언했다.
<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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