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법과 UN 헌장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 다할 것 당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백악관 X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8인이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미국의 군사 작전과 관련하여, 국제법적 절차를 결여한 무력 사용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68인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는 유엔(UN) 헌장 제2조 제4항의 무력 사용 금지 원칙과 제2조 제7항의 내정 불간섭 원칙에 비추어 심각한 결함을 지닌다. 이러한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이자 국제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한다”라며 “제시된 ‘마약 밀매 혐의’는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타국 영토 내에서 해당국의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강제 연행은 주권 존중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향후 유사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선례 될 수 있어”

 

해당 의원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우려되는 것은 향후 유사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강대국이 일방적 판단에 따라 타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국제질서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삼는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변화가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진
 

“베네수엘라 사태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 회복 위해 공동 협력할 것 촉구”

 

이어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과 유가 변동, 공급망 교란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을 당부한다”라고 밝힌 뒤 “우리는 유엔의 역할과 노력을 지지하며,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 회복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강준현, 고민정, 곽상언, 권칠승, 권향엽, 김기표, 김남근, 김남희, 김문수, 김승원, 김용만, 김용민, 김원이, 김윤, 김준혁, 김태년, 김태선, 김현정, 남인순, 문금주, 문정복, 민병덕, 민형배, 박찬대, 박해철, 박홍배, 백승아, 백혜련, 복기왕, 부승찬, 서미화, 서영석, 소병훈, 손명수, 송재봉, 양부남, 염태영, 오기형, 오세희, 윤건영, 윤종군, 윤준병, 이건태, 이광희, 이기헌, 이병진, 이수진, 이연희, 이용선, 이용우, 이인영, 이재강, 이재관, 이재정, 이주희, 이해식, 이훈기, 임미애, 임오경, 임호선, 장경태, 전진숙, 정태호, 조계원, 진성준, 최민희, 한준호, 황정아 의원(가나다 순)이 이름을 올렸다.        < 노지민 기자 >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취임
미국에 “협력할 의제 함께 추진하자”

 
지난 4일(현지시각) 친정부 민병대 ‘콜렉티보’의 한 조직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
 

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된 날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민사회와 언론을 겨냥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에 인질로 잡힌 우리의 영웅들 때문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언급했다. 그는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가 자유롭고 주권적인 국가로서 정당한 지위를 되찾을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 국제법 틀 안에서 협력 의제를 함께 추진하고 평화 공존을 제안한다”며 협력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재공격을 위협하는 미국과 국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이동 중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왼쪽부터),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국회의원, 그리고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로이터 연합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수도 카라카스에 친정부 민병대가 배치되고 언론인들이 구금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언론노조인 전국언론노동자연합(SNTP)은 5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국회 개원 회의가 진행된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자 등 언론 종사자 14명이 구금됐다”며 “현재까지 13명은 법적 절차에 회부되지 않은 채 석방됐고, 1명은 추방됐다”고 지적했다. 이 중 13명은 국제 통신사 등 외신 소속, 1명은 베네수엘라 언론 소속이라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기 전까지 기자들의 국회의사당 출입은 허용됐지만, 취임식이 시작되자 출입은 전면 차단됐고 사진 촬영도 금지됐다.

 

언론노조는 “(구금 이후) 취재 장비에 대한 검사, 휴대전화 잠금 해제 강요, 통화 및 메시지 기록 추적, 메신저·소셜미디어 계정 조사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언론 활동의 자유 보장과 언론인 박해 중단을 요구했다.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국회의사당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뉴욕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UPI 연합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비상사태 명령을 관보에 게재하고 “미국의 무력 공격을 조장하거나 이를 지지한 모든 인물에 대해 즉각적인 수색과 체포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한 인권운동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당국이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뒤져 미국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친정부 민병대인 ‘콜렉티보’가 동원돼 카라카스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덧붙였다. 콜렉티보는 경찰을 관할하는 강경파 인사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의 실질적 통제 아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인근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에프페(AFP)는 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궁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비행했고, 이에 대응해 보안군이 현지시각 저녁 8시께 발포했다고 전했다. 이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이뤄지고 몇 시간 뒤 벌어진 일이다.

미국 당국자 2명은 “이번 사안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엔비시(NBC)는 보도했다.                                                  < 윤연정 김지은 기자 >

 

 

청문회’에 걸린 ‘대중적 정의감’의 딜레마

엄격 규정하면 동조자 늘고 관대하면 정의감에 반해
80년 전 친일파 청산 위한 '반민특위' 딜레마와 닮은꼴

'이혜훈 지명' 치열한 토론 통해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

 

                                                                              전우용 역사학자

1945년 해방을 맞았을 때, 민주독립국가 건설이 민족의 지상과제라는 의견에 반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제로부터 ‘조선귀족’ 작위를 받은 극소수만이 시대착오적인 왕정복고를 꿈꿨을 뿐이다. 새 국가 건설과정에서 ‘친일 민족반역자’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일제에 부역하여 동족을 짓밟은 민족반역자들을 처단, 처벌하지 않고서는 민주독립국가 건설의 전제인 ‘민족정기(民族正氣)’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당대의 보편적 대의(大義)였다. 그런데 ‘민족반역자’는 누구이며 ‘민족반역행위’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시키는대로 한 죄 밖에 없는 내가 왜 민족반역자냐"

 

“국민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랑 놀다가 ‘우리말’ 썼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에게 끌려가 두 뺨이 터지도록 호되게 맞았다. 해방이 뭔지는 잘 몰랐으나 그 선생 안 보게 됐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그러나 개학 후 학교에 가니 그 선생이 그대로 있었다.” 꽤 오래 전 영화감독 임권택이 모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술회한 ‘해방의 기억’이다. 당대의 문자 보급률이나 미디어 환경에서, 보통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민족반역자’는 조선귀족이나 총독부 칙임관, 저명한 문필가나 예술가들이 아니라 말단 순사, 면 서기, 구장(區長), 경방단장(警防團長), 학교 교사, 교회 목사 등 그저 ‘유지(有志) 행세하는 이웃’들이었다. 징용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집안에 들어와 놋그릇 나부랭이를 빼앗으며, 우리말 쓰다가 발각된 아이들을 모질게 때리고, 일본 신도의식 시간에 일부러 지각했다는 이유로 신도를 고발한 자들이 ‘민족반역자’의 실례였다.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여운형 위원장을 에워싼 해방 군중들.

 

보통사람들에게는, 이런 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갱생의 시간’을 주는 게 ‘정의’였다. 그러나 이 ‘정의’는 실현가능한 영역 밖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민족반역자’로 몰린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친척·친지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먹고 살기 위해’ 한 일이 어떻게 ‘민족반역범죄’가 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민족반역행위의 범위를 확장하는만큼, ‘민주독립국가’ 건설의 주체는 줄어들고 척결해야 하는 대상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1947년 3월 13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은 「부일협력자, 민족반역자, 전범, 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법률」초안을 상정했다. 이 초안은 조선총독부의 말단 행정관리도 민족반역자로 규정했으니, 입법의원 중에도 이에 해당하는 자가 적지 않았다. ‘해당자’들은 따로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조선총독부 칙임관 이상으로 크게 축소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으로 칙임관 직위에 오른 자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둘러싼 입법의원 내의 논란은 7월 2일의 ‘재수정안’으로 귀결되었다. 재수정안은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주임관(현재의 사무관급) 이상의 관리, 판임관 이상(전원)의 군인과 군속, 고등계(독립운동가 체포 심문 관련 업무 담당)에 재직한 경찰로 한정했다. 그러나 총독부 조선인 관리들에게 ‘현직 유지’를 지시했던 미군정청은 이 특별조례법률을 인준하지 않았다.

 

반민특위 와해로 민족반역 정체성 내면화 길 택한 경찰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제헌헌법은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부칙에 명기했다. 8월 5일, 제헌국회는 ‘반민족행위 처벌 특별법 기초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는 미군정기의 특별조례법률에 기초한 법안을 만들어 정부 수립 다음 날인 8월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특별법은 ①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세습한 자, ② 중추원 부의장, 고문 또는 참의 되었던 자, ③ 칙임관 이상의 관리 되었던 자, ④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⑤ 독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간부로 활동했던 자, ⑥ 군, 경찰의 관리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⑦ 비행기, 병기 또는 탄약등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자, ⑧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되었던 자로서 일정에 아부하여 그 반민족적 죄적이 현저한 자, ⑨ 관공리되었던 자로서 그 직위를 악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 ⑩ 일본국책을 추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각 단체본부의 수뇌간부로서 악질적인 지도적 행동을 한 자, ⑪ 종교, 사회, 문화, 경제 기타 각 부문에 있어서 민족적인 정신과 신념을 배반하고 일본침략주의와 그 시책을 수행하는데 협력하기 위하여 악질적인 반민족적 언론, 저작과 기타 방법으로써 지도한 자, ⑫ 개인으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들을 ‘민족반역자’로 규정했다.

 

반민특위에 의해 기소된 민족반역자들

 

이들 중 ①~③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지만, ④부터는 정성적 판단이 필요했다. 수사와 기소의 주체로 조사위원과 특별검찰부, 특별재판부로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절대다수의 구 총독부 하급 관리들, 특히 경찰들은 과거 행적을 반성하는 쪽보다는 민족반역자의 정체성을 내면화하는 쪽을 택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민족반역자로 처벌받을 경찰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적 정의감’이 원하는 바를 잘 알았던 경찰들에게 반민특위 와해는 ‘생존의 문제’였다. 결국 ‘대중적 정의감’은 단 1%도 충족되지 못했다.

 

내란세력은 41%인가, 25%인가, 고작 수십 명인가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은 명백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내란세력’의 최우선 살해 대상이었던 이재명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고작 4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내란세력’에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만한 판사들이 내란범들을 재판하고 있으며, 영장 기각으로 내란범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제1야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로서 결코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재래식 신문 지면들에는 연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리고 있다. 내란에 동조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전국 도시 거리 곳곳에 걸려 있으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이 수시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내란 극복’은 ‘내란세력 척결’과 대략 같은 뜻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자들과 함께 민주주의 회복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내란범들은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처벌해야’한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윤 어게인’ 집회에서 내란의 정당성을 선동했던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을 기획예산처장으로 지명했다. 일견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한쪽 문을 열어 놓은 것을 보면, ‘내란세력’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는 ‘생각 없이 내란세력에게 휩쓸려 들어간’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법적 단죄의 전제이다. ‘대중적 정의감’이 지목하는 내란세력과 ‘사회적 합의’로 규정되는 내란세력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내란세력’을 엄격히 규정하면 오히려 그 동조세력이 늘어나고, 관대하게 규정하면 ‘대중적 정의감’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80년 전의 딜레마이자 오늘날의 딜레마이다. ‘내란세력’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에게 투표한 41%의 국민?, 지금도 계엄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그 당을 지지하는 25%의 국민?, 아니면 내란특검이 기소한 고작 수십 명의 ‘수괴 및 중요 임무 종사자’들?

 

80년 전 반민특위 경험이 지금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3 연합
 

민주주의 회복과 내란 극복은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80년 전 선조들이 ‘친일파 청산’을 못해서 한국 현대사가 시작부터 뒤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우리 세대가 같은 시험대 위에 올라 서 있다. ‘내란세력’의 범위, 달리 말하자면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장 지명은 ‘내란세력’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안을 제출한 것과 같다. 이 지명을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 결정에 관한 ‘찬반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로 이어져야 하며, 국회 청문회가 ‘토론장’ 구실을 해야 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번에는 반민특위의 경험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우용 역사학자 >

통일교는 물론 신천지도 국힘 집단 입당 의혹


홍준표 "교주 이만희 만나 윤석열 지원 확인해"
"지금도 신도 상당수 국힘 책임당원으로 활동"

'정교유착' 전담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구성
이재명 "특검만 기다릴 수 없어" 지시 1주일만

총 47명 파견…"모든 의혹 신속 명확하게 규명"
본부장 김태훈 남부지검장, 검찰 내 개혁 성향

'대장동 항소 포기' 검사장들 반발 때 동참 안 해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3. 연합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를 비롯한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과 밀착해 청탁과 선거 개입 등 부정한 거래를 일삼았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사례를 수사하게 될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6일 출범했다. 특히 통일교는 물론 신천지 측도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켜 제20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원했다는 등의 의혹이 구체적으로 불거진 상태여서 수사가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합수본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부본부장에는 검찰에서 대검 임삼빈 공공수사기획관(차장검사급)이, 경찰에서는 전북경찰청 수사부장 함영욱 경무관이 각각 임명됐다. 총 47명 규모로 꾸려지는 합수본 사무실은 서울고검 청사에 설치될 예정이다. 

 

대검은 "최근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교단 조직과 자금,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교유착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검·경이 협력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함으로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합동수사본부는 서울중앙지검 관련 사건 전담검사와 통일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경찰들을 포함해 공공 및 반부패 수사 분야 전문성을 갖춘 우수 자원들을 발탁했다.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단체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금품 제공, 특정 정당 가입을 통한 선거 개입 등 정교유착과 관련된 의혹 일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수사 역량을 집중해 관련된 모든 의혹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규명하는 한편,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합수본을 이끌 김태훈 남부지검장은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거친 대표적 기획통이자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사법연수원 30기로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평검사 때 법무부 검찰국에서 일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발탁돼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4차장으로 영전했다.

 

4차장 재직 중 윤석열 부인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지휘했지만, 이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김 지검장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검찰 내부망에 "포고령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즉각 수사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11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일선 지검장 18명이 반발하면서 공동 입장문을 냈을 때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함께 동참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22. 연합
 

합수본에는 검찰에서 김태훈 본부장과 임삼빈 제1부본부장, 부장검사 2명, 검사 6명, 수사관 15명 등 25명이 파견된다. 경찰에서는 함영욱 제2부본부장과 총경 2명(임지환 용인서부경찰서 서장과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경정 이하 수사관 19명 등 총 22명이 합류한다. 수사관 대다수는 그간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미 여야 정치인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 회장 등을 검찰에 송치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엔 통일교의 한일 해저터널 사업 청탁과 관련해 세계피스로드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재단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데 주력했다. 특별전담수사팀이 축적해온 사건 기록은 합수본에 넘기게 된다.

 

합수본은 통일교뿐만 아니라 신천지 등 유사 종교단체들이 정계 인사들을 상대로 교단의 사업 및 각종 민원 사항에 관한 청탁을 하며 금품을 제공하거나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교유착 의혹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와 영장 신청, 사건 송치를 맡고 검찰은 송치 사건 등에 대한 수사·기소와 법리 검토 등을 진행한다.

 

2020년 3월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3.2. 연합
 

신천지와 국민의힘의 유착과 관련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신천지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시장 재직 시절인 2022년 8월경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를 경북 청도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신천지 신도 10여만 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후보를 도운 것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코로나 사태 때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청구 못 하게 막아줘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했고, 지금도 그 신도 중 상당수는 그 당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전 시장은 최근에도 "통일교·신천지 특검하면 이재명 정부가 곤경에 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2021년 7월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때 1000원짜리 책당(책임당원)이 19만 명 들어왔는데 그중 신천지 신도가 10만이었고 그들의 몰표로 윤석열이 후보가 된 것"이라며 "유사 종교집단의 몰표로 경선판을 뒤집어 본 윤석열 경선 총괄위원장 권성동 의원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교도 끌어들여 자신이 직접 당대표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통일교·신천지 특검을 하면 국민의힘은 정당 해산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전재수 의원 하나 잡으려고 시작한 국힘의 단견이 결국 역공을 당하는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들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관광공사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종교행사 대관 승인을 취소한 데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024.11.15. 연합
 

이번 합수본 구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특별수사본부 또는 합동수사본부라는 구체적 방식을 거론하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야당이 요구해온 '통일교 특검'을 더불어민주당이 전격 수용했지만 특검 수사 대상에 신천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극렬 반대하면서 논의가 지체되자 대통령 지시 일주일 만에 검경 합수본이 발족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통일교, 신천지 정교유착 사안은 이미 오래전에 나온 의제인데 (수사가) 너무 지지부진하다. 정교 분리, 헌법 원리를 어기고 종교가 정치에 직접 개입해 유착한 부분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여든 야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수사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생긴다. 특검만 기다릴 수 없으니 특수본을 (만들거나) 경찰과 검찰이 같이 합동수사본부를 만들든 따로 하든 검토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