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이 각각 신규 대형 핵(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짓는 부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재명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1.4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2기 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0.7기가와트급 소형모듈원전 1기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말까지 진행된 대형 원전 부지 공모에는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소형모듈원전 부지 공모에는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참여했다.
부지선정위는 부지의 적정성과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각 25점) 등을 평가한 결과, 영덕군이 91.01점, 기장군이 87.11점을 받아 각 노형의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탈락한 울주군과 경주시는 각각 82.63점, 84.56점을 기록했다. 부지선정위는 “영덕군은 주민 여론조사 결과와 부지 적정성·환경성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기장군 역시 주민 여론조사와 부지 적정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영덕은 약 10년만에 원전 부활 수순을 밟게 됐다. 영덕은 2011년 1.5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의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바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핵 기조에 따라 2018년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에 부지가 선정된 대형 원전 2기는 국내에서 33번째, 34번째 원전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엔 영구 정지된 2기를 제외한 26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며,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4기가 건설 중이다.
영덕은 고리(부산·울산)·월성(경북 경주)·한빛(전남 영광)·한울(경북 울진)처럼 기존 원전 단지가 있는 지역이 아닌 신규 입지다. 원전 입지로 새로운 지역이 선정된 것은 2012년 강원 삼척(대진원전)과 영덕(천지원전)의 지정고시 이후 14년 만이다. 소형모듈원전 부지로 선정된 기장군 역시 고리원전 등 원전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다.
영덕과 함께 대형원전 유치에 나섰던 울주군은 새울원전이 있어 원전 유치 경험과 인근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탈락했다. 소형모듈원전 유치해 실패한 경주는 한수원 본사와 월성원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이 있어 원전 관련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으로 평가받았지만 역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앞으로 한수원이 입지를 추천하면 정부는 내년 초까지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절차를 마친 뒤 2029년 실시계획 승인과 건설허가를 거쳐 2031년 착공할 계획이다. 소형모듈원전은 2035년,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영남권 동해안의 ‘원전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가동 원전 26기 중 20기가 이미 부산·울산·경주·울진 등에 있는데, 여기에 영덕 신규 원전 2기와 부산 소형원전 1기가 추가되는 것이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을 주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 장수경 기자 >
원전도 재생에너지도 확대한다지만…전문가들 ‘충돌 우려’
영남→수도권 송전망, 이미 한계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1~6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이 신규 핵(원자력)발전소 부지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확대 계획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원전 밀집도 심화와 송전망 부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의 충돌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이재명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본격화됐다. 애초 이 대통령은 신규 원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데도 없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원전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를 선언하며 신규 원전을 짓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월 “기후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한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동서의 규모가 짧아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론 어렵다”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일단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문가들은 두 전원이 전력계통 안에서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원전 발전 비중은 2030년 31.8%에서 2038년 38.2%로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비중도 같은 기간 18.8%에서 29.2%로 증가한다. 원전은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렵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전자공학)는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경제성이 나오는데, 태양광부터 출력제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가동 원전 26기 가운데 20기는 부산·울산·경주·울진 등 영남권 동해안에 몰려 있다. 여기에 영덕 신규 원전 2기와 부산 소형모듈원전까지 추가되면 영남권의 원전 벨트는 더욱 촘촘해진다. 특히 영덕이 속한 경북의 전력 자립률은 228%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부산 역시 170%로 상위 다섯번째다.
결국 영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인데,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은 이미 한계에 가깝다. 전력당국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특히 원전이 없는 영덕에 신규 원전이 들어서면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부산에 건설될 소형모듈원전의 경우 출력이 대형 원전의 4분의 1에 불과해 전력 수요 변화에 따른 출력 조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아직 상업 운전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
부지 선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진다. 원전 후보지를 선정한 부지선정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규정에 따라 구성된 사외위원 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수원은 이들이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져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지만, 탈핵단체들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사업인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는 일을 공기업 내부 규정에 의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위원회가 사실상 부지를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규 원전이 건설되면 생길 추가 송전선로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장수경 기자 >
신규 핵발전소 선정에…경북 영덕 “환영” 부산 기장 “유감”
탈핵주민들 “핵발전소 밀집도 가장 높은 한국 핵 위험도 이전과 다를 것”
영덕군이 지난 3월 한수원에 신규 원전 유치 신청서를 냈다. 영덕군 제공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이 각각 신규 대형 핵(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짓는 부지 후보지로 선정되자, 찬반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17일 입장문을 내어 “한수원의 영덕 선정은 국책사업 하나를 유치한 것을 넘어 영덕의 100년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영덕군은 신규 핵발전소 유치로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군은 지역 발전 전략 수립, 관련 산업 육성, 정주 여건 개선, 인구 유입 기반 확충 등을 할 계획이다.
하준명 영덕군 노믈리 어촌계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반가운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마을은 부지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 마을에 살아야 할 젊은이들은 핵을 하나 끼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일본 후쿠시마랑 다르겠지만 애초에 부지를 넓게 지정해야 한다. 넓은 부지를 만들어 놓아야 다음 원전도 들어올 수 있고, 영덕이 대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탈핵을 주장한 주민들은 반발했다. 박혜령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현 정부 들어 부지 선정 과정이 굉장히 급속도로 진행됐다. 정상적인 조사와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주민들에게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지, 핵발전소로 인한 땅값 하락이나 부동산 거래 위축 등 구체적인 피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 결여된 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가 주민 전체의 의견으로 갈음된 부분도 절차적 흠결”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결정으로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은 한국의 핵 위험도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포항·경주에서 일어난 대형 지진으로 영덕 천지원전도 무산된 바 있는데, 이번 선정 과정에 동해안의 지질 안정성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있었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짓는 부지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기장군의 시민단체도 핵발전소 위험이 증대하는 위험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기장은 이미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부산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결정이다. 소형모듈원전 경제성도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형모듈원전이 들어서면, 당장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반지름 30㎞) 안 시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시민들도 건설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제출할 권리도 있다. 주민투표 요구 등 방안을 강구하겠다. 또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부분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핵발전소 바로 근처인 기장군 장안읍 길천리 주민 박갑용씨는 “안전성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뒷전인 채 필요성만 강조하며 부지 선정을 한 한수원 등에 분노한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영덕군은 지난 3월 영덕읍 석리·매정리 일대가 천지원전 1·2호기 부지로 선정된 바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형 원전 유치를 신청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지정된 이곳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 전면 백지화됐다.
기장군은 지난 1월 같은 달 옛 신고리 7·8호기 터가 남아 있어 별도 터 매입 등 절차를 생략하고 빠르게 착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우며 소형모듈원전 유치에 나섰다.
이란 침략전쟁 실패와 미국 패권 몰락의 전환점 통제 불능 사냥개 이스라엘 폭주와 굴욕적 종전 미국 무적 신화의 붕괴와 전략적 자율성의 필요
집단학살 공범들과 단절과 재생 에너지로 전환 압박과 제재 실패가 증명한 평화적 대화 필요성 살상 알고리즘 야만성과 전쟁범죄 중단의 과제
트럼프의 미국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이 함께 손잡고 일으킨 이란 침략 전쟁이 드디어 마무리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고, 오히려 두 나라뿐 아니라 나머지 전 세계에도 심각한 피해와 손실만 남긴 채 끝나고 있다. 남은 것은 파괴된 이란과 파탄 난 글로벌 경제, 그리고 수많은 무고한 생명의 희생뿐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코 이것을 인정할 수 없기에 한사코 '정신 승리'를 고집했다. 그러면서 휴전 기간 동안에 이것을 뒤집기 위한 온갖 꼼수를 시도했다. 호르무즈를 열겠다면서 시작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은 하루 만에 중단됐고 다시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1주일만 봉쇄하면 이란이 항복할 것'이라며 '역봉쇄'에 들어갔지만, 이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는 '협상 중에 뒤통수치며 폭격' 카드를 제한적으로 다시 꺼내며 '자위적 공격'이라고 포장했다. 그러자, 이제 이란은 가차 없이 중동 미군기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날려보냈다. 이란의 반격 속에 '이란의 군대는 모두 무너지고 사라졌다'고 했던 트럼프의 허풍은 산산조각 나서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손에 남은 카드는 전무했다.
1일 레바논 남부 티레 외곽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레바논에서의 휴전이 중동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의 어떠한 합의에서도 핵심 조건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2026. 06. 01 [AFP=연합]
트럼프는 끝없이 오락가락하고 횡설수설하면서 남 탓만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과의 설전, SNS를 통한 막말과 욕설의 배설, 군 장성들의 비겁한 변명은 미국의 무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트럼프는 두 달간의 방황을 좌절로 끝내면서 그토록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이스라엘이 트럼프에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가 말리는데도 레바논에서 휴전을 깨고 폭격을 확대했다. 그것은 마치 사냥개가 주인의 손을 물면서 뛰쳐나가 난장판을 만들려는 상황처럼 보였다.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폭격에 나섰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때만 반격했었지만, 이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트럼프의 이란 침략 전쟁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다시 이란 본토까지 폭격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이제 사냥개와 난장판을 통제하는 주인이 아니라 그것에 끌려가는 포로가 됐다. 이스라엘의 광기라는 꼬리가 미국의 중동 정책이라는 몸통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쌍욕'을 했다는 소식과 이스라엘 첩보기관들이 미국 정부를 도청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미국 외교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행정부 내부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트럼프는 이란과 종전에 합의하게 됐다. 14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내용과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좀 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이 패배로 끝났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도 패배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패배는 '연쇄 학살 전쟁 범죄자 2인조' 사이에 심각한 균열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이미 반복되는 측면이 있으니, 이번에는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과 과제를 던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리핀 활동가들이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중인 9일, 마닐라 소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이란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09 [로이터=연합]
첫째, 이번 전쟁과 결과는 우리가 '한미 동맹'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과 보수 언론은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국제사회를 지도하고 있고 무적에 가까운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에, 한미 동맹은 우리의 안보와 안전을 지켜줄 뿐 아니라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종이호랑이'에 가깝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 고비용 저효율의 미군과 장비들은 강대국도 아닌 이란을 상대로도 맥을 못 추었다. 미군기지들은 중동의 친미 동맹국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는커녕 거꾸로 그것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미군 기지가 이란의 최우선 타격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토(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독단적인 침략 행위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며 거리 두기에 나섰고, 중동의 친미 국가들조차 미국과 동맹 관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 미국의 동맹국들은 관세 폭탄을 받거나, 트럼프가 일으킨 불장난 같은 전쟁에 파병을 강요받거나, 그 뒷바라지로 돈을 갖다 바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을 대등한 파트너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나 총알받이로 취급하는 조폭적 외교와 다름없었다. 따라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이익보다는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다극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낡은 동맹 관계를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이번 전쟁은 우리가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 전쟁의 나팔 소리를 울리며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고, 심지어 트럼프보다도 더 막가파 같은 행태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며 전선을 확대했으며, 지금도 어떻게든 휴전을 깨뜨리고 종전을 가로막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활동가 김아현씨와 김동현씨가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나포 당시 가혹행위 증언 및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5.28. 연합
이스라엘의 이런 행태는 이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반복돼 온 일이다. 민간인 거주 구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 병원과 학교를 겨냥한 군사 작전, 구호물품 차단을 통한 인위적 기아 유도는 우발적인 실책이 아닌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집단 학살이었다. 즉, 이스라엘은 오늘날 국제 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국가이다.
이런 행태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고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 국제적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중단하거나 대사를 소환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일부 방산 기업들이 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고 자원 수탈에 동참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스라엘과 교류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피 묻은 돈을 벌어들이는 행위는 전 세계적인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며, 즉각적으로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셋째, 이번 전쟁은 우리가 더 이상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구조가 가진 취약성이 지정학적 위기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경제적 재앙으로 다가오는지가 이번 사태를 통해 똑똑히 드러났다. 석유는 원래도 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통해서 우리의 삶과 미래를 망쳐왔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의 침략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하면서 석유의 공급과 수송 자체가 차단되면서 심각한 위기가 나타났다. 한국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특히 중동발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70%에 달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했고, 곧바로 우리의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폭격 피해가 발생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2026.3.4. 로이터 연합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그것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중동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석유를 수입하는 것으로 바꾼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호르무즈만이 아니라 글로벌 해상 수송로는 언제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지구 환경에 해가 되는 에너지를 먼 곳에서 수입해 써야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에너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한국 경제는 영원히 외부 충격의 인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우리 땅에서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로 한시바삐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환경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넷째, 이번 전쟁은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반면교사처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역대 정권을 이어서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재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오랫동안 경제 제재를 가하고, 군사적 압박을 하다가, 결국 침략 전쟁을 일으켜 초토화 폭격까지 가했다.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이란의 독재정권은 교체되기는커녕 더욱 폭압적이고 강력해졌다. 외부의 침략 앞에서 내부의 비판은 철저히 억눌렸고, 전시 체제를 빌미로 권력 기반은 더욱 단단해졌다. 반면에 이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던 사람들은 더욱 힘든 조건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생적인 시민사회와 민주화 운동의 싹은 더욱 더 짓밟혔다.
더구나 이번에 이란 정권은 '우리도 북한처럼 핵무기가 있었다면 침략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뭐라고 합의하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었다. 사실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들인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있지도 않은 핵무기를 문제 삼는 것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KBS '세계는 지금' 방송 화면 갈무리
이 모든 것은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미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의 결과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낳았을 뿐이다. 압박과 고립은 북한 정권에게 핵 집착의 명분과 동기를 제공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 핵과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섯째, 이번 전쟁은 인공지능(AI) 개발과 발전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인공지능의 전면적인 군사적 활용은 인류를 통제 불가능한 파멸적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 학살에서 보여준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이란에서도 민간인 시설을 표적으로 지목하는 치명적 문제점을 반복했다.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계산해서 선제 타격을 유도했고, 지휘관들은 인공지능이 선별한 타격 목록을 기계적으로 승인했다. 그 결과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라는 전쟁범죄였고, 미국 정부와 군 지휘부는 '알고리즘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침략 전쟁 초기에 이란 미나브 지역의 '좋은나무'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폭격으로 사라진 17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남긴 피에 젖은 가방, 공책, 필통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이제 설사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이런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고, 그 가해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단죄하고, 가자와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전쟁, 폭격, 학살을 멈추는 것이 우리 모두의 다음 과제다.
“ 남과 북은 하루빨리 동족의 양심으로 돌아가 겨레의 간절한 염원을 헤아려 화해 화답해야 한다. 특히 북의 지도자들에게 호소한다. 아무리 눈을 돌려도 피와 물을 속일 수 없는 현실은 진실이다. 대결과 적대의 피해는 동족과 동포들 외에 누가 부담하는가. 분단을 즐기는 주변 강국들 외에 누가 웃는가.
핵과 무력의 철벽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보호막이 현명하지 않은가. 남의 민주정부와 국민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어서 속히 대화의 길에 나서라. ”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이다. 남과 북의 하나됨을 추구하고 선언했던 26년 전의 꿈과 비전은 그저 일장춘몽으로 묻혀야 하는가.
살얼음 걷듯 조심스레 가꿔온 남북간의 공존과 신뢰의 꽃을 이명박·박근혜가 비틀고 윤석열이 짓밟아 버린 뒤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은 아예 철벽을 세우고 남과 북의 동족개념을 폐기하여 완전히 다른 나라라며 대한민국을 제1의 적국이라고 적의마저 강고히 하고 있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다양한 화해의 신호를 보내지만, 저들은 냉담과 조소로 반응할 뿐이다. 핵무장과 러시아·중국 밀착을 강화하며 뒷배삼아 완고한 독주로 기운 상황에서, 언제쯤 남북 간에 다시 훈풍이 불지, 손을 맞잡게 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민족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분단 80년의 장벽이 아무리 높아도, 등을 돌려 부정하려 해도, 남과 북은 말이 같고, 얼굴이 같고, 5천년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같은 민족이며, 피를 나눈 겨레요 혈족이다. 언제일지 모르나 하나되고 통일되어야 할 대상이다. 북녘의 동포들은 이를 모를까. 애써 외면해도 결국은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숙명의 양심이 북의 지도자들 내심에는 없겠는가.
남과 북은 하루빨리 동족의 양심으로 돌아가 겨레의 간절한 염원을 헤아려 화해 화답해야 한다.
특히 북의 지도자들에게 호소한다. 아무리 눈을 돌려도 피와 물을 속일 수 없는 현실은 진실이다. 대결과 적대의 피해는 동족과 동포들 외에 누가 부담하는가. 분단을 즐기는 주변 강국들 외에 누가 웃는가. 핵과 무력의 철벽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보호막이 현명하지 않은가. 남의 민주정부와 국민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어서 속히 대화의 길에 나서라.
우리는 하루빨리 남북간 소통과 신뢰를 되돌려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의 길을 열어 가기를 염원하며 아래와 같이 남과 북의 당국과 지도자들에게 촉구한다.
1. 6.15 남북공동선언은 평화롭게 하나 될 것을 기약한 화해와 공존공영의 원리와 원칙을 제시했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 정신과 약속을 재확인하여 신뢰회복과 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소통과 대화 채널을 당장 복구하라.
1. 북측은 6.15 공동선언에 입각하여 9.19 군사합의 효력을 원상 회복시키려는 남측 정부에 호응하여 조속히 적대행위 중단과 평화체제 구축에 나섬은 물론, 그동안 다섯 차례의 정상 간 만남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재확인, 복원과 이행에 적극 나서라.
1. 남과 북은 주변 관련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힘쓰고 적극 추동해 나가되, 일부 패권주의와 자국 이기 및 독선적 영웅주의에 경도된 외세 의존을 경계, 탈피하고, 민족 내부 하나됨의 열망을 중시하며 최대한 자주적 역량으로 통일을 향한 해법과 민족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여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실현에 합심 매진하라.
2026년 6월15일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Korean Canadian Democratic Community Round-table Con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