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 보궐 결선투표
트럼프, 히스패닉 확장 전략 ‘흔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
 

미국 상징적 텃밭이던 텍사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14%포인트 차로 승리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이 지역은 불과 1년 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포인트 차로 압승했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에 직접 개입했음에도 참패를 막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자체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조기 레임덕’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치러진 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SD-9)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테일러 레메트 후보가 57%를 얻어 공화당 리 웜스갠스 후보(43%)를 14%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 선거구는 공화당이 수십 년간 장악해온 ‘루비 레드(ruby red·핵심 텃밭)’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는 이곳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불과 1년 사이에 민심이 최소 31%포인트 이동한 셈이다. 시엔엔(CNN)은 “최근 수년간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 보궐선거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대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패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히 뼈아픈 이유는 그가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날과 당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차례 글을 올려 웜스갠스 후보를 “마가(MAGA) 운동의 강력한 전사”라고 치켜세우며 “완전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 댄 패트릭 부지사,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지도부까지 총출동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텍사스 교외 지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호소에 호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공개 개입이 중도층·무당층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레메트 후보가 정당보다 생활 문제를 강조한 비전형적 민주당 후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노조 지도자 출신으로, 공교육·직업교육·생활비 부담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중도·무당층과 일부 공화당 성향 유권자까지 흡수했다.

 

지난달 31일 텍사스주 상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발언하는 테일러 레메트 주상원의원 당선인(민주당). 포트워스/AP 연합
 

이번 결과는 최근 민주당이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켄터키·아이오와 보궐선거 등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말 플로리다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28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그동안 공화당은 일부 패배에 대해 ‘험지에서의 패배’라는 방어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자릿수로 이겼던 지역에서 31%포인트에 달하는 민심 스윙이 발생한 이번 사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화당이 지난 대선에서 성과를 자평해온 ‘히스패닉 확장 전략’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이슨 비얄바 텍사스 히스패닉 정책재단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공화당이 최근 텍사스 라틴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거뒀던 성과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며 “이는 텍사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히스패닉 인구 비중이 높은 선거구에서 민주당으로의 표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17%포인트 차로 이겼던 지역에서조차 공화당이 패배했다면, 미국 전역에 안전한 공화당 의석은 없다”며 이번 선거를 중간선거의 분수령으로 규정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이번 결과는 공화당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 기자들과 만나 텍사스 선거 패배와 관련해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텍사스 지역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연방 하원 의석 지형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같은 날 열린 텍사스주 18선거구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크리스천 메네피가 당선됐다. 해당 지역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으로, 메네피는 같은 당 어맨다 에드워즈 후보와의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이 선거구는 민주당 소속이던 실베스터 터너 전 하원의원이 지난해 3월 별세한 이후 약 1년 가까이 공석이었다. 메네피는 터너 전 의원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까지 의원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선거로 연방 하원 의석수는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 공석 3석이 되며, 양당 간 격차는 5석에서 4석으로 축소됐다. 공화당은 이제 소속 의원 2명만 이탈해도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초박빙’ 상황에 직면했다. 메네피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을 언급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 김원철 기자 >

 

ICE에 체포된 5살 ‘토끼 모자’ 아이 석방…트럼프 겨눈 판사의 매서운 결정문

 

 

 
지난달 20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밸리뷰 초등학교 유아반(프리스쿨: 유치원에 해당)에 다니는 5살 난 리암 코네호 라모스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손에 가방이 붙들린 채 서 있다. 이 사진은 학교 관계자가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어린아이를 체포했다는 논란이 일자 트리샤 매클로플린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2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 법 집행관들이 아이를 돌보고, 맥도널드도 사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도 들려줬다”고 항변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 과정에서 구금됐던 5살 어린이 리암 코네호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 아드리안 코네호 아리아스가 억류 12일 만인 1일(현지시각) 석방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자택으로 돌아왔다. 당시 연방 요원들이 다른 가족 체포를 위해 아이를 ‘미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에이비시(ABC) 뉴스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출신 망명 신청자인 코네호 라모스(5)와 그의 아버지 코네호 아리아스는 이날 텍사스주 딜리의 이민 구금 시설에서 석방되어 항공편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석방과 귀환 과정에는 텍사스주를 지역구로 둔 호아킨 카스트로(민주) 연방 하원의원이 동행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파란색 토끼 모자를 쓰고 스파이더맨 백팩을 멘 코네호 라모스의 사진을 공유하며 “자신의 모자와 배낭을 가지고 집에 왔다”고 알렸다. 

 

텍사스주 출신 민주당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연방 하원의원이 공개한 이 사진에는 31일(현지시각)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딜리 이민 구금시설에서 석방된 아드리안 코네호 아리아스와 그의 다섯 살 아들 리암 코네호 라모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AP 연합
 

코네호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일 미니애폴리스 교외 자택 진입로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돼 텍사스로 이송됐다. 당시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연행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단속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번 석방은 프레드 비어리 텍사스 연방 서부지법 판사의 긴급 명령에 따른 것이다. 비어리 판사는 정부가 행정영장만으로 부자를 구금한 것은 헌법상 ‘불합리한 수색과 체포’에 해당한다며, 오는 3일까지 석방하라고 명령했다. 

 

비어리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번 사건은 하루 단위 추방 실적을 맞추기 위한 부실하고 무능하게 집행된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를 트라우마에 빠뜨리는 것조차 개의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권력에 대한 왜곡된 집착과 잔혹함이 인간적 품위를 완전히 상실했다. 법치주의는 지옥에나 가라는 식”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을 비판했다.

 

부자가 풀려났지만, 체포 당시 상황을 두고는 단속국과 가족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단속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버지가 단속 요원들을 보자 아이를 버리고 도주했다”며 “요원들은 아이를 보호했을 뿐 타겟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족과 리암이 다니는 학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버지 아리아스는 “나는 내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며 절대 버리지 않는다”며 “집 앞 진입로에서 차를 세우자마자 요원들이 들이닥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단속국이 아이를 ‘미끼’로 썼다고 가족들은 주장한다. 어머니 에리카 라모스는 엔비시(NBC) 뉴스에 “체포 당시 집 안에 있었으며, 창문을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며 “아들이 ‘엄마, 문 열어’라고 말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밖으로 나가면 체포돼 집 안에 있던 다른 자녀가 홀로 남을 것이 두려워 문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리카 라모스는 요원들이 아들을 현관 앞으로 데려와 문을 열도록 유도한 것이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시도처럼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족은 2024년 에콰도르에서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합법적인 망명 신청 절차를 밟고 있어 추방 명령 상태가 아니었다. 아버지 코네호 아리아스는 에이비시(A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텍사스 구금시설 내 환경이 열악했으며, 아들이 아팠을 때 약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가족의 망명 심문은 이달 예정돼 있다.           < 김원철 기자 >

 

[전우용 칼럼]

살인적 고문 통해 간첩 조작한 독재 권력
검사는 묻지마 기소, 판사는 '판결 자판기'

지난 50년 간 어떤 판사도 사과하지 않아
법과 양심의 결합은 이 시대 인류의 공통 과제

고문 당하고 감옥살이까지 한 사람과 유족들에게는 왜 그토록 가혹했던가?

 

지난 1월 1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조직했다는 혐의로 1976년 사형당한 고 강을성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결과를 접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이 참혹하게 억울한 수사, 기소, 판결을 한 경찰, 검사, 판사들은 어떤 책임을 지나요?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라고 썼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연합
 

살인적 고문으로 반국가세력, 간첩 조작

 

1972년 북한 김일성과 7·4 공동성명을 발표한 박정희는, 석 달 후 이른바 ‘10월 유신’이라는 반민주적 폭거를 자행하면서 ‘남북대화’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는 “만일 국민 여러분이 헌법 개정안에 찬성치 않는다면 나는 이것을 남북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국민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이고 조국통일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것임을 아울러 밝혀두는 바”라고 하여 전쟁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자극했다. 그러나 막상 만들어진 유신체제는 한국인들이 1940년대에 이미 겪은 ‘전시 총동원체제’였다.

 

사람들은 박정희가 내세운 ‘남북대화와 평화’가 자신의 종신 집권을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박정희 일당도 굳이 속셈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신체제가 ‘남북대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공세’의 일환일 뿐이며 그들의 남침 야욕은 여전하다는 것이 박정희 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들은 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들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국민대중에게 제시했다.

 

당대의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의 독재정권들이 불의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쓴 수단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정치체제나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을 ‘반국가 행위’로 몰아가는 이데올로기 공작과, 대중에게 그 ‘실례’를 제시하기 위한 반국가세력 또는 간첩 조작이 세계 도처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이나 반국가세력으로 조작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살인적 고문이 수반되었다. 1973년 봄부터 여름까지 중앙정보부(중정)와 육군 보안사령부(보안사)는 거의 매달 ‘간첩단’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4월 제주 우도 간첩단 사건, 5월 일본 거점 귀화 간첩단 사건, 6월 기간산업 침투 간첩단 사건, 7월 귀화 일본인 간첩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남녀 바꾸는 일 빼고는 ‘무슨 짓이든 했던’ 중정

 

이 사건들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재심을 통해 밝혀졌다. 그 무렵 ‘남산에 끌려간다’는 말은 ‘죽는다’는 말보다 더 공포스런 의미였다. 중정은 자타공인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 말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되는’ 집단은 ‘무슨 짓이든 하는’ 법이다. 그해 8월, 전 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이 일본에서 납치되어 ‘수장(水葬)’되기 직전 살아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10월에는 서울법대 교수 최종길이 중정에서 간첩 혐의로 조사받던 중 사망했다. 중정은 그가 ‘간첩 활동 사실을 자백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을 깨우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주장이었다. 중정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만큼 ‘공분(公憤)’도 깊어갔다.

 

퇴계로 쪽에서 바라본 남산 중앙정보부. 나무위키

 

12월 3일, 박정희는 중정부장 이후락을 해임하고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신직수에게 부장직을 맡겼다. 언론사들은 ‘군 출신이 독점하던 부장직을 처음으로 검사 출신에게 맡긴 것은 중정 활동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정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중정과 검찰의 ‘유기적 관계’만 강해졌다. 1974년 상반기에만 2월의 ‘문인 간첩단 사건’, 3월의 ‘울릉도 거점 간첩단 사건’, 4월의 ‘민청학련 및 인혁당 재건위 사건’, 5월의 ‘여간첩 채수정 사건’, 6월의 ‘재일동포 유학생 김승효 간첩 사건’ 등이 잇달아 일어났다. 이들 사건 역시 대부분 재심에서 무죄로 판정되었는데, 이들 중 ‘민청학련 및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가장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이해찬 등 학생ㆍ지식인에 ‘법적 테러’ 가한 긴급조치

 

1974년 1월 8일, 박정희 정권은 개학 후 대학가에 불어닥칠 유신 반대운동을 사전 차단할 목적으로 긴급조치 1호와 2호를 공포했다.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뿐 아니라 헌법의 개폐를 주장하거나 발의, 제안, 청원하는 행위까지 금지하며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하여 징역 15년 이상에 처하도록 한 이 조치는 세계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법적 테러’였다. 이 직후, 종교인, 문인, 지식인 수십 명이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고, 일부는 간첩죄를 뒤집어 썼다. 3월 말, 유인태, 김병곤, 나병식, 이현배 등 대학생들은 연합시위를 벌일 계획을 세우고 「민중 민족 민주 선언」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만들었고 4월 3일,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10여 개 대학생들이 시가행진을 시도했다. 당국은 이를 ‘공산폭동’으로 규정했고, 시위의 배후에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라는 불법 조직이 있다고 발표했다. 박정희는 이 시위를 빌미로 다시 긴급조치 제4호를 공포하여 민청학련 관련자들을 사형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들이 조직을 만든 적은 없었고, ‘민청학련’이라는 이름도 중앙정보부에서 마음대로 붙인 것이었다.

 

‘민청학련’이라는 가상의 조직을 만들어낸 중정은 시위 관련자들을 체포, 혹독하게 고문하여 이를 실체화했다. 며칠 전 별세한 이해찬 전 총리도 이 때 잡혀가 사경(死境)에 이를 정도로 고문 당했다. 4월 25일, 1964년의 ‘제1차 인혁당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신직수는 “이른바 ‘민청학련’의 정부전복 및 국가변란기도 사건 배후에는 과거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민혁명당 조직과 재일 조총련계의 조종을 받은 일본 공산당원, 국내 좌파 혁신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또는 ‘제2차 인혁당 사건’이다.

 

민청학련 사건 수사 발표하는 신직수 중앙정보부장 1974. 4. 25. 연합 DB

 

중정이 간첩 만들고, 검사가 기소하고, 판사는 사형선고

 

중정은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함으로써 대학생들과 양심적 인사들의 반(反) 유신 활동을 ‘북한의 지시에 따른 체제 전복 활동’으로 몰아가려 했다. ‘인혁당’과 ‘민청학련’ 관련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고문과 협박은 피의자의 가족들에게까지 미쳤다. 중정 요원들은 허위자백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상부 지시에 따르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 그냥 지장 찍고 검사 앞에 가서 허위 진술했다고 말하라”고 회유했다. 그 말에 따른 사람들은 검사 앞에서 더 심한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검사들은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피의자에게 “이 조서가 허위란 말이지? 그럼 돌아가서 다시 작성해 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무능한 검사는 간첩이 잡히기를 기다리고, 유능한 검사는 간첩을 잡으러 다니며, 가장 유능한 검사는 간첩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유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결과는 ‘인혁당’ 관련자 8명과 ‘민청학련’ 관련자 7명 등 15명이 사형, 기타 수백 명이 징역형을 받은 것이었다. 법관들은 ‘판결문 자동판매기’에 지나지 않았다. 인혁당 관련자 8명은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지 20시간만에 처형되었다. 이 사건 역시 후일 모두 ‘무죄’로 판정되었다. 중정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1천여 명을 ‘검거’하는 커다란 성과를 내자, 보안사도 경쟁적으로 조작 사건을 만들어 같은 해 11월, ‘일본 거점 간첩단’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고 강을성 씨가 사형 당한 이른바 ‘통혁당 재건위 사건’이다.

 

1975년 4월 9일 서대문구치소에 갇혀있던 인혁당 관련자 8명을 면회 갔다가 이미 사형이 집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가족들. 나무위키

 

김건희에 너그러운 판사, 간첩 혐의 피해자엔 왜 가혹한가

 

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에서는 ICE 대원들이 죄없는 시민을 사살하는 일이 두 차례 일어났다. 전 세계인이 지켜본 이 만행을 두고도, 미국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은 ‘좌파 이데올로기에 감염된 불법 시위자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공무집행을 했을 뿐’이라며 살인자들을 두둔했다. 그들은 사람의 ‘생명’뿐 아니라 ‘양심’까지 빼앗고 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가 그랬던 것처럼, ‘이것이 인간인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살인이 중정과 보안사, 검찰, 법원의 ‘협업’에 의해 연쇄적으로 이루어졌다. 고문 → 기소 → 판결 → 집행에 이르는 시간이 좀 더 길었을 뿐, 국가권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었다.

 

작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우인성)은 1971년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서병호 유족들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 국가의 사과와 법원의 재심을 권고했지만, 재판부는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문 현장 사진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며칠 전 김건희에게 고작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 바로 그 재판부다.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을 덮은 검찰과 김건희·윤석열이 지시한대로 공천한 국민의힘에게는 이토록 관대한 재판부가, 고문 당하고 감옥살이까지 한 사람과 유족들에게는 왜 그토록 가혹했던가?

 

윤석열 내란 사건의 1심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왼쪽)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등의 1심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

 

사과한 적 없는 법관들, 지금의 양심 수준은 어떤가

 

1987년 이후 중정과 보안사는 여러 차례 ‘개혁’ 대상이 되었지만, 검찰과 법원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과거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신원(伸冤)을 위해 진화위가 만들어졌지만, 가해자들이 사과조차 않는데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가? ‘인혁당 사법살인’만 하더라도 당시 중정부장 신직수, 검찰총장 김치열, 대법원장 민복기 어느 누구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한 적 없다. 오히려 그들 모두 훈장을 받았고 후손들은 부귀영화를 누린다. 노태우의 아들과 전두환의 손자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사법 살인자’의 후손들 중 대신 사과한 사람은 없다.

 

법으로 살해당하는 사람이 양산되던 시대로부터 반세기가 지났다. 법관들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양심의 수준이 과연 높아졌는가? 우리 사회의 평균적 양심 수준은 어떤가? 물질의 증가만이 ‘역사 발전’은 아니다. 인간의 양심 수준이 고양되는 것도 역사 발전의 한 부면을 이룬다. 법을 양심과 결합시키는 것이, 이 시대 인류의 공통 과제이다.                                                                               < 전우용 역사학자 >

 

민주당 “힐러리 꿈꿨던 김건희 국정농단, 엄중한 심판만이 답”

“제2의 힐러리 꿈꾸며 국정을 사익 편취의 장으로 전락시킨 김건희, 관용은 사치”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일 “윤석열은 총선 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소집해 김건희의 ‘광주 출마’ 가능성을 타진했고, 대통령실 참모진은 힐러리 클린턴을 모델로 한 별도 전략 보고서까지 수립했다는 증언이 흘러나왔다”며 “이는 김건희가 단순한 배우자를 넘어 ‘V0’로서 직접 권력을 행사하려 했던 노골적인 탐욕의 증거다. 이러한 권력욕은 막후에서의 추악한 국정농단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방송된 JTBC 특집 다큐 ‘김건희의 플랜’에서 JTBC 기자들은 “총선 전이었는데,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 몇 명을 불러 얘기하다가 ‘혹시 내 부인이, 광주에 출마하는 거 어떻게 보냐’라고 했다”, “강남을 해볼까라는 얘기까지도 당내에서 나왔다”, “강남에 여사가 나온다는 소문이 도니까 당은 난리가 났다”며 2023년 김 여사를 둘러싼 일명 ‘힐러리 프로젝트’의 실체를 공개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반클리프 목걸이와 금거북이를 대가로 고위 공직 자리를 거래했다는 매관매직 의혹부터, 특정 종교 세력을 동원한 입당 로비와 비례대표 약속으로 선거 시스템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나토 목걸이’를 비롯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추가 청탁 의혹들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이처럼 국정농단의 증거들이 쏟아짐에도, 사법부는 지난 28일 국민 상식을 짓밟는 면죄부 판결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주가조작 인식과 수익 배분 정황을 인정하고도 공범성만 부정하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명태균 사건 역시 ‘계약서나 재산상 이득이 없다’는 기만적인 논리로 여론조사와 공천 거래 의혹에 면죄부를 사실상 상납했다”며 “제2의 힐러리를 꿈꾸며 대한민국 국정을 사익 편취의 장으로 전락시킨 이에게 관용은 사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향해 “남은 죄과를 낱낱이 파헤쳐 법의 엄중함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 정철운 기자 >

 

뉴욕 유니언 스퀘어 파크 울린 '분노의 외침'
트럼프, MAGA · ICE 넘어 '문화혁명' 요구

젊은이들 순수함이 투쟁의 에너지로 등장
ICE 복면쓴 공권력은 반미국 폐쇄성 드러내

양당체제에 좌절, 민주당의 무기력에 분노
마오이즘 스파르타쿠스당에 대한 동경까지

 

트럼트 정부의 폭압적 공권력 행사는 미국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이 투쟁에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1월 30일 "내셔널 셧다운" 시위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의 모습. 모든 사진들 이길주 뉴욕 통신원 촬영
 

분노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졌다. 벌집을 건드린 것은 아닌가 싶다. 최근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쪽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유니언 스퀘어 파크 주변을 돌면서 내린 결론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오전 9시쯤 중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응급실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37)가 국경순찰대(USBP) 요원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불법 이민자를 색출한다며 강압적인 작전을 펴고 있던 국경순찰대원들은 그에게 5초 남짓에 모두 10발의 총격을 가했다. 같은 달 7일에는 같은 시에 사는 어머니 러네이 니콜 굿(37)이 이민세관단속국(ICE)요원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프레티 참극이 벌어진 지난달 24일에는 미국 동부에 한파가 밀려왔다. 폭설 예보가 있었고, 눈 때문에 식료품 구매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사재기 행렬이 식품점 앞에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같은 달 30일 오후 맨해튼 남부의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는 차가운 날씨와 폭설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결집했다. 항거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차가운 공기와 하늘로 주먹 쥔 팔이 들어올려졌다.

 

러네이 니콜 굿과 알렉스 프레티 총격 살해 그 자체에 분노하지 않기는 어렵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보는 것'이 동영상이라면 그 효과는 가늠하기 어렵게 증폭된다.

 

굿과 프레티 피살 장면을 보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방위 주장에 동조할 수는 있어도, 공권력이 내뿜은 총탄에 무고한 민간인이 쓰러지는 상황에 덤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비극”이라고 물러섰다. 물론 피해 당사자가 유발한 비극이라고 딴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미국 뉴욕의 '프로테스트 메카'로 불리는 유니언 스퀘어 파크. 최근 폭설로 눈에 덮였다.

 

심리 상담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리면, 굿과 프레티가 총격을 당하고 숨지는 장면이 유발하는 감정은 충격이란 표현으로 부족하다. 그 다음 단계의 감정으로 빨리 진화한다. 분노와 우울감이 찾아온다. 인간이 저럴 수가 있나 하며 분노하지만, 동시에 어쩌다 세상이, 더욱이 자유주의의 상징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반문하며 우울해질 수도 있다.

 

감정이 여기에 머물면, 스스로도 폭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 경찰관을 공격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과격 시위가 하나의 예다. 반대로 비관주의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바뀔 것은 없다며 관심의 안테나를 접고 채널을 돌린다. 그 결과 강하게 현실을 비판하면서 투표장에는 가지 않는 사례처럼 그냥 정치 혐오에 빠져버린다. 

 

트럼프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나 정부 관계자의 언행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피살 순간의 장면을 보면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는데, 생명이 쓰러진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국가 폭력이 평범한 아이엄마,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며 분노, 탄식한다. 이어서 그들의 충격과 분노는 더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나타난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지켜보기가 힘들 정도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에게 미네소타는 전장이다. “충격”의 공이 전혀 엉뚱한 쪽으로 튀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의 중심에 미국 혁명의 상징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를 다시 찾은 이유가 있다. 추위와 폭설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평범한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의 공이 앞으로 어디로 튈 것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충격→분노→과격성이냐 비관이냐, 종결점은 어느 쪽일까?

 

여러 사람들을 만나 얻은 결론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화 혁명”이다. 근본적 의식의 전환을 통한 시스템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투쟁 목표가 설정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더불어 이 혁명의 전사 세대가 젊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였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는 피크닉이나 꽃구경으로 유명하지 않다. 프로테스트가 유니언 스퀘어의 문화이다. 스퀘어란 정사각형을 말하는데 모가 났다는 뜻도 된다. '반골 동네'라 할 수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다. 뉴욕대학, 뉴스쿨대학, 파슨스, 뉴욕 시립 버룩 칼리지등이 가깝다. 유명한 ‘반스 앤드 노블 서점'의 플래그쉽 점포도 있다. 안전하고 친환경인 먹거리를 상징하는’홀 푸드 마켓' 체인의 대표적 상점도 유니언 스퀘어의 명소로 꼽힌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동상도 있다.

 

한때 아방가르드 예술의 메카로 불렸던 그리니치 빌리지도 걸어서 30분이면 간다. 당연히 진보 색채가 강하다. '유니언 스퀘어=반트럼프' 등식이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찾은 유니언 스퀘어는 진보적 분위기가 아니라 더 깊은 변화의 요구와 외침을 듣고 싶었다. 파크를 중심으로 카페, 식당, 책방에 들어가 대화할 수 있는지 묻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알렉스 프레티가 쓰러진 그 날 오후 수천 명이 유니언 스퀘어에 모였다. 앞서 러네이 니콜 굿 사건 때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미니애폴리스 피살 사건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폭발했다. 이제 이 감정은 어디로 가야 하나?” 레닌의 구호를 인용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

 

트럼프 체제의 문제점은 이민세관단속국, 국경순찰대, 국토안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스템 전체가 잘못 됐으니 척결해야 한다는 구호가 외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내셔널 셧다운" 시위 장면.
 

답은 대체로 비슷하게 시작됐다. 현재 미국의 현실을 "충격적이고 끔찍하며 역겹고 한심하다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이어 이런 감정을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따라 나왔다.

 

“왕” “독재자” “나치”로 불리는 트럼프 통치에 대한 투쟁 목적은 정책 변화가 아니라고 했다. 이민세관단속국과 국경순찰대가 없어지면 그를 대체할 조직이 없겠는가? 히틀러 예를 들었다. 조직이야 얼마든지 있다. ‘돌격대'(SA), ‘히틀러 친위대'(SS), ‘비밀국가경찰'(Gestapo) 등등. 필요하면 또 새로운 것을 만들면 된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기존의 정치 문화, 권력 구조,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말했다. 다시 언급하자면 ‘문화혁명’이다. 미국의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잃어가는 전환점에서 민중의 힘, 특히 젊은이들이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시기처럼 변화의 전위대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목소리들을 요약한다.

 

패션과 언론학을 공부하는 에스터 글레이저. ICE와 USBP 요원들의 복면이 트럼프 아메리카가 망가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에스터 글레이저

 

유니언 스퀘어 파크 근처 카페에서 만난 에스터 글레이저는 뉴스쿨 대학 1학년이다. 패션과 저널리즘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패션 관련 과목은 파슨스에서, 저널리즘은 뉴스쿨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다. ICE와 USBP 대원들의 복면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패션은 사회와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반영한다고 했다. 개성, 자유, 표현력, 조화 등 패션은 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블루진이 어떻게 단순한 바지인가? 역사, 문화이고, 라이프 스타일, 또 메시지이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국경순찰대 대원들에 의해 바닥에 밀쳐진 알렉스 프레티는 이들로부터 10발의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ICE, USBP 요원들이 복면을 쓰고 민간인을 단속, 체포, 구속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들은 국가 공권력을 상징한다. 그들의 얼굴이 가려지면, 국가 공권력도 얼굴을 가린다. 그러면 쉽게 국가 권력을 악용할 수 있다. 가면무도회가 그런 것 아닌가? 얼굴이 감추어지니 자유롭게 마구 놀 수 있다. 매너가 없어도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복면은 패션의 포기를 말한다. 패션을 나와 연계시키지 않으면 생각 없이 행동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아무거나 당장 손에 닿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해 봐라. 그건 자유가 아니라 주변에 대한 무관심이다. 극으로 가면 반사회성이다.

 

지금 ICE와 USBP의 관심은 하나다.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이 모두 거기에 꽂혀 있으니, 반사회적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을 감춘 채 함부로 행동한다. 복면은 행동에 제어장치가 없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시민의 생명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ICE, USBP 요원들은 복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작전에 임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식별할 수 없다는 생각은 행동의 절제력을 약화한다. 지난달 30일 “내셔널 셧다운” 시위에서 복면은 비겁하다는 피킷을 들고 있는 시위 참가자.

 

데브라 W.

 

데브라는 방송 프로듀서인 동양계 저널리스트이다. 먹을 것을 산 뒤 카페테리아로 올라가서 간섭 없이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랑인 홀 푸스에서 만났다. 데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가정 폭력에 비유했다.

 

가정 폭력은 대부분 폭력의 피해자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고, 경찰이 개입해 가해자가 체포되는 수준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은 처음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력성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가해자는 조금씩 폭력의 강도를 높여 간다. 상대를 이용해 어디까지 폭력을 사용할 수 있나 실험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폭력의 한계점을 실험하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침묵하면 전기 고문의 전압이 올라간다. 피해자는 전기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른다. “우리는 지금 트럼프식 고문에 저항하고 있다”고 했다.

데브라는 여성의 관점에서 트럼프를 보았다. 인간, 특히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그의 의식과 태도가 브레이크 없이 지속되면서 피해자가 여성에서 미국 사회 전체로 확대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녀의 분석을 조금 수정했다. 트럼프의 인간 경시는 세계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데브라가 동의했다.

 

그녀가 살짝 휴대폰 텍스트 스크린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의 친구들로부터 탄식의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다. 친구들이 뭐라고 하나?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젠장,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트럼피즘(Trumpism)은 세계적 병리 현상임을 말해준다.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는 야나이 페리. 공화-민주 양당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과 무력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야나이 페리

 

반스 앤드 노블 서점에서 만난 야나이 페리는 뉴스쿨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폭력적인 공권력 남용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그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폭거는 민주당의 무능과 정비례한다고 했다.

 

브레이크 패드를 증기의 힘으로 움직여 열차 바퀴를 잡아주는 현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 브레이크맨들이 있었다. 이들은 차량을 위험하게 오가며 수동으로 바퀴에 저항을 가했다. 철도업계의 산업재해가 잦았던 주요 원인이었다. 지금 민주당은 열차 위를 오가며 수동 브레이크를 잡는 수준이다. 트럼프의 폭력 열차는 멈추지 않고, 브레이크맨만 다치는 상황이라 했다.

 

“트럼프는 동물적 생존 본능이 강하다. 그가 무언가를 두려워 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그에게 변화를 고려할 동기나 절박함을 느끼게 해주지 못한다. 민주당은 무력하다. 11월 중간선거를 노리고 있는데 굿과 프레티 피살 사건으로 10개월 뒤에 선거를 치를 생각이라면 희망이 없다.

 

수동 브레이크로 기차를 먼추게 하던 시절 브레이크맨의 모습. 트럼프 독주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를 이런 원시적 정지 시스템에 비유했다. (Wikipedia)

 

그는 인류학도다운 논리를 폈다. “같은 동물을 늘 사냥하는 숲속의 원주민들은 영원히 창과 활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다. 트럼프는 마치 이제까지 원주민 사냥꾼들이 만나지 못했던 위협적인 동물과 같다. 그는 공화-민주 양당 체제라는 고전적 창과 활을 갖고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MAGA는 당원 정치가 아니다. 숫자 계산이 아니라 바람인데 민주당의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나? 결과와 관계 없이 11월 중간선거를 트럼프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젊은” 맘다니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민주사회주의가 확장되길 바라는 듯했다. 더불어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함도 피력했다.

 

국가 폭력에 대한 투쟁은 정치, 행정 차원의 변화 요구가 아닌, 정치, 경제, 의식구조를 바꾸는 시민들에 의한 문화적 결사 항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이미 라루카

 

‘반스 앤드 노블’에서 만난 제이미 라루카는 뉴욕대 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영화감독이 꿈이다. 폭력적 국가 공권력 사용에서 비롯된 지금의 사태에 대해 사회 구성원 각자가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스토리텔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진 촬영은 사양한다고 했는데, 얼굴 노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카메라 뒤와 암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언젠가 ‘미네소타의 비극’이나 ‘미니애폴리스의 슬픔’ 같은 다큐멘터리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만약 제이미가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미니애폴리스의 승리'가 제목으로 달릴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제목이라고 답했다.

 

애프난

 

‘홀 푸드 마켓’에서 만난 애프난은 남아시아계 이민자 대학생이다. 뉴욕 시립대 버룩 칼리지에서 재정학을 공부한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아버지가 ICE 단속에 걸려 한 달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고 했다. 놀란 감정을 억누르고,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먼저 집에 들이닥친 ICE 요원들에게 자신이 합법적 이민자임을 증명해야 했다. 애프난의 아버지는 이민 비자 신청 중이었다. 이 사실은 ICE에 전혀 호소력이 없었다. 그의 가족은 저축한 돈을 털어 비싼 변호사를 고용했고, 필요한 서류를 모두 법원에 제출했다. 그 뒤 아버지는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애프난이 이런 경험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누구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미국의 제도는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 정부로부터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국가 안보상의 이유다.

 

지금 트럼프는 이민을 국가 존폐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서류 미비 이민자들=국내 테러 가능성’ 등식을 짜놓았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를 ‘전가의 보도’나 되는 듯 악용한다. 이 정책의 돌격대 ICE 때문에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기대하는 미국이 아니라고 그녀는 정리했다. 공권력 남용에 정보 통제도 한몫하고 있다.

 

현 시국에 대한 분노와 더 근본적 변화 욕구는 기존의 투쟁 방식을 넘어 조직적인 폭력을 변화의 도구로 간주한 모택동 주의나 스파르타쿠스 당 전략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러오고 있다.

 

유니언 스퀘어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얻었나? 트럼프 정부의 폭력적인 공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와 분노, 항거는 총격이나 살해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줄어들 성격이 아님을 느꼈다. 구조적, 제도적, 근본적 병리라는 진단이 힘이 얻음을 느꼈다.

 

외치는 구호가 의식을 담아낸 메시지가 되고, 메시지가 정치 행동을 추동할 가능성을 보았다. 이를 위한 토양이 유니언 스퀘어 파크란 믿음을 갖게 됐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의 마하트마 간디는 무척 추워 보인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를 떠나면서 다른 공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한다스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 앞에 섰다. 눈이 와서 춥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의 외침은 큰 소리로 뜨겁게 울리는 것 같았다. "절망에 빠질 때면, 저는 역사를 통틀어 진리와 사랑의 길이 항상 승리해 왔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폭군과 살인자들이 있었고, 한동안 그들은 무적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항상 몰락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언제나 그랬습니다."

 

“When I despair, I remember that all through history the way of truth and love have always won. There have been tyrants and murderers, and for a time, they can seem invincible, but in the end, they always fall. Think of it--always.” 

                                                                                                   < 이길주 기자 >

 

 

헌법 전문 개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살리길
동학농민혁명의 '폐정개혁안' 헌법에 버금

2차 동학농민혁명은 항일독립운동의 출발점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우금티 농민군 9명이나

동학 정신은 25년 뒤 3·1 만세운동으로 이어져
민족자주 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뿌리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196쪽에 2차 동학농민혁명을 항일구국투쟁으로 기술하고 있다. 하성환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 반제국주의 운동이다. 이 선언은 역사학계 정설로 한국사 교과서에 실려 있다. 1894년 3월 1차 동학농민혁명이 봉건 질서에 반대한 운동이라면 같은 해 9월 2차 동학농민혁명은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맞선 항일 구국 투쟁이다.

 

'폐정개혁안'으로 상징되는 1차 동학농민혁명은 천인의 대우를 개선하고 노비문서를 불태우며 청춘과부의 개가를 허용하는 등 기본권 보장과 인간 존엄성을 숙고한 대목이 담겨 있다. 더불어 탐관오리와 횡포한 부호를 엄징하고 무명잡세를 폐지하며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토지의 평균 분작을 추구하는 등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하려는 정신이 적잖이 담겨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 해 5월 전주화약 당시 동학농민군이 제시한 '폐정개혁안'은 원시 헌법 문서를 인정하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학농민혁명이 원시 헌법 문서로 인정될 기준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와의 연계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1919년 4월 11일 출범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1운동으로 건립된 역사 속 실체임을 헌법 전문에 명기하고 있다.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천도교 대표가 15명이고 2차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인 우금티 전투에 참전한 농민군이 손병희를 비롯해 무려 9명에 이른다. 따라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원시 헌법 문서로서 요건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다시 말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근대 입헌주의 헌법의 맹아로서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의 기원이자 정신적 뿌리로 볼 수 있다.

 

2차 동학농민혁명을 항일독립투쟁으로 규정하며 전봉준, 최시형을 비롯해 2차 동학농민군을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추서할 것을 논증한 박용규 박사의 책 '전봉준, 최시형 독립유공 서훈의 정당성' 표지(인간과 자연사, 2021)
 

불행하게도 2차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농민군들 가운데 전봉준, 최시형을 비롯해 아직 단 한 명도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추서 받지 못하고 있다. 우금티 전투에 참전한 뒤 일본군에 체포돼 화형을 당한 동학농민군 이승원이나, 홍주성 전투, 해미읍성 전투에 참전한 뒤 일본군에 피검 당해 목이 잘리는 작두형을 당한 동학농민군 강운재 그 누구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현실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담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실제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은 조선 관군을 지휘하는 위치였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농촌을 초토화했고 농민군을 교수형, 총살형은 물론이고 불에 태워죽이는 화형과 작두로 목을 베는 작두형을 서슴지 않고 만행을 자행했다.

 

동학 접주는 체포 대상이자 즉결 처형 대상이었다. 동학혁명에 참여한 농민군을 체포하는 즉시 목을 베는 참형, 장작불에 태워죽이는 화형, 총살형, 교수형 등 잔혹하게 집단 학살한 학살 주체 미나미 고시로 대대장(동학서훈국민연대 제공)
 

그러나 피로 쓴 역사는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2차 동학농민혁명 당시, 조선에 출병해 동학농민군을 잔혹하게 진압, 학살한 학살 주체 미나미 고시로 소좌가 전남 나주 초토영에서 전봉준 장군을 문초한 대목이 그렇다. 이것은 2차 동학농민혁명이 항일 구국 투쟁이자 항일독립운동의 출발임을 명징하게 말해 주고 있다. 전봉준 장군은 “경복궁을 침탈한 일본군 축출을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1894년 2차 동학농민혁명과 이듬해 을미의병의 독립유공 서훈을 비교한 학술세미나가 2023년 8월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인 박용규 박사가 발제하는 모습인데 그는 자신의 묘비명에 '전봉준 장군 독립유공 서훈에 헌신한 자'라고 적히길 희구할 만큼 동학농민혁명군 독립유공 서훈에 열정을 쏟는,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하성환 시민기자
 

청일전쟁 연구의 대가인 일본 나라여자대학 나카츠카 아키라(中塚明) 교수도 19년 전에 2차 동학농민혁명을 “조선의 민족독립운동이자 동아시아 독립운동의 선구”라고 규정했다.

 

해방된 지 80년이 흐른 지금도 1895년 을미의병을 항일독립운동의 시작으로 본다는 국가 보훈부 내부 심사 규칙을 고수하는 것은 명백한 시대착오다. 더구나 보훈 심사 내부 규칙을 만든 자들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사학자 이병도, 신석호라고 한다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정치권이 혼란스러워 개헌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오는 6·3 지방선거를 치를 때 동시에 개헌의 찬반 여부를 묻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뿌리로 하는 3·1운동,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2016 촛불시민혁명, 2024 응원봉과 빛의 혁명을 헌법 전문에라도 담아 개헌하기를 열망한다. 이것을 부정하는 자는 반민족 매국노들이란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8년 총선까지 개헌을 기다리기엔 늦어도 너무 늦다.

 

 

2025년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동학혁명정신 헌법 전문 명시 토론회 펼침막. 하성환 시민기자
 

인간 존중을 표현한 시천주, 사인여천, 인내천 사상을 비롯해 민권을 강조한 억강부약 정신과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나누고 돕는다는 유무상자(有無相資)의 정신은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핵심이다. 노비문서를 불태움으로써 신분제 철폐를 통해 평등 세상을 열망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근본정신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시 말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인 인간 존중 사상, 인간 평등 사상, 항일독립운동의 정신이 25년 뒤 고스란히 3·1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민주주의 사상은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2016 촛불시민혁명, 2024 응원봉과 빛의 혁명으로 계승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주권 정부를 자처한 이재명 정부에서 2차 동학농민혁명군에 대해 독립 유공 서훈을 단행하길 기대한다. 더불어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을 것을 역사상 책무로 받아 안을 것을 호소한다.                     < 하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