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에서도 "위헌정당 공세 어떡하려고"
"사법부 결정 인정하지 않으면 보수정당 아냐"

"장 대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된다"
"선거 문제 아니라 당 존립 자체가 어려워져"

민주 "오늘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 명확"
"당명 바꿔도 내란 동조 정당 본모습 못 바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하는 대신 '윤 어게인' 세력에 적극 구애하면서, 당내에서 "민주당의 위헌정당 공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 대표가) 오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분명해지는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의원은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의 윤석열 1심 선고 관련 입장 발표에 대해 "국민과 싸우는 당 대표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며 "(장 대표는) 오늘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비참하다"며, 윤석열에 대한 판결이 1심인 만큼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내 '절윤'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사과를 했다며, 이런 의견은 '분열을 키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오늘 장 대표의 기자회견은 보수정당 대표의 연설이 아니었다"며 "사법부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반헌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모습으로 국민 앞에 보수정당이라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 취임 후 당 지지율은 20% 초반에 갇혀있다"며 "장 대표 체제에 대한 국민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절대 다수 국민이 요구하는 '윤 어게인'과의 절연을 당 분열로 받아들였다"며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그들'이라는 장 대표의 말은 국민과 절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 대한 단절 요구를 현 선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받아치는 모습은 스스로를 부정선거론자이자 '윤어게인'이라 천명한 것"이라며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가 8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신뢰받는 정당 지지율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국민 마음속에는 장 대표가 지휘하는 국민의힘 신뢰도는 이미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6.2.19. 연합
 

기자들이 '장 대표 사퇴 요구로 받아들여도 되는지'라고 물어보자, 이 의원은 "사퇴를 거론하는 건 지금 시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사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다음 주가 되면 자연스럽게 공론의 장이 마련될 거라고 생각한다. 중진들도 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당권파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절윤'을 거부한 장 대표를 향해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에 머무르는 정치로는 중도와 미래세대를 설득할 수 없다"며 "고집스럽게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괴리된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계파적 충성 경쟁이 아니라 책임의 경쟁"이라면서 "누가 더 강하게 싸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크게 대한민국을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보수가 길을 잃으면 대한민국의 중심축이 무너진다"고 했다.

 

장동혁 지도부로부터 제명 당한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는 단지 '윤석열 세력의 숙주'일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그러니 장 대표가 윤석열을 끊으면 보수는 살지만 자기는 죽으니 못 끊는 것이다. 자기만 살려고 당과 보수를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한(한동훈)계인 박정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뒤, "이래도 장 대표가 선거 승리에 관심이 있다고 보이냐"며 "장 대표 사퇴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 방법이 있으면 제안해 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선거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당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지경"이라며 "민주당의 위헌정당 공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고 했다.

 

박정하 의원도 "참담하다"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J(장동혁)'는 오늘부로 내 사전에 없다"고 했고, 한지아 의원은 "우리 당은 내란 옹호 장동혁 대표와 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결과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20. 연합
 

"장동혁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 받을 것"
"최소한의 염치와 일반 상식조차 없는 폭언을 했다"
 

 

여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대상임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넘어서 윤석열 대변인인가"라며 "윤석열과 장동혁 윤-장 공동체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역사 인식의 부재,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민심에 대한 배신, 헌법 정신의 훼손을 서슴치 않는 이런 발언을 규탄한다"며 "최소한의 염치도 없고 일반 상식조차 없는 폭언이고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어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와 당내 생각 있는 의원들의 외침을 장 대표는 끝내 외면하고 배신하고 말았다"며 "장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내란 세력들과 함께 국민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제발 정신 차리라"고 전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에 대해 "아마 역사는 오늘 국민의힘의 입장을 12·3 내란에 이어 2·20 '제2의 내란'으로 규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오늘로써 분명하게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분명해지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아무리 당명을 바꿔도 위대한 빛의 혁명, 대한민국 국민은 포장지를 뜯어내고 내란 동조 정당의 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1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논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6.2.10. 연합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1년에 분명히 경고했다. 윤석열과 결별하지 못하면 후과를 두고두고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장 대표는 지금도 윤석열을 손절하지 못한 채, 법원이 인정한 내란 혐의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장 대표가) 내란 공범 정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공표한 것이다. 정당해산 청구 목소리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해산되어야 될 정당이다. 지금의 후과를 두고두고 감당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군들도 비판에 나섰다. 박주민 의원은 "전 국민이 불법 내란을 실시간으로 다 봤는데, 어떻게 무죄추정을 하냐"며 "추정이 필요 없는 상황 아니냐"고 했고, 서영교 의원은 "장 대표는 윤석열 내란에 대해 '무죄취지 원칙' 운운하니 황당하다"며 "결국 내란수괴 윤석열과 공범"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윤석열 무죄 추정 외친 장동혁, 내란 맞선 시민 욕보이는 것”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떠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 뒤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참여연대가 “내란에 맞선 시민을 욕보이지 말라”며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장 대표는 443일간 고초를 겪은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윤석열이 받은 무기징역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며 “내란에 대한 사죄는커녕 아직도 내란이 아니라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윤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위법이라는 점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며 “이는 우리 당만 입장도 아니고 다수 헌법학자와 법률 전문가들의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1심일 뿐”이라며 “무죄추정 원칙에 적용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장 대표는 무죄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을 욕보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에 대한 사죄는커녕 아직도 내란이 아니라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국민이 낸 세금인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동의 대표가 할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책임지는 모습”이라며 “그것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헌법파괴를 막지 못한 정당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이행할 수 없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 박찬희 기자 >

 

지방선거 임박한데, 장동혁은 왜 ‘윤 어게인’ 껴안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했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외연 확장보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둔 행보로 읽힌다.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중도층 흡수 없이 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당권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다음 날인 2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회견 일정은 40분 전에 긴급 공지됐다. 검은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1심 판결은 내란죄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의 위법성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판결문 곳곳에 논리적 허점이 보인다”,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는 등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사과와 절연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분열은 최악의 무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야말로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할 대상”이라며 반격했다. 선고 직후 당내에서 분출된 “윤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해야 한다”(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윤석열이 남긴 반헌법적 정치를 단호히 정리해야 한다”(김재섭 의원)는 요구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30분간 비공개회의를 열어 장 대표 입장문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조 변화는 없었다. 회의에선 “사법 불복으로 비칠 수 있으니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은 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판결문을 세세하게 반박했던 내용의 일부는 빠졌으나, 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대로 남았다.

 

당내에선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 정말 시급하다”고 했고, 소장파 이성권 의원도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나경원 의원마저 “당내 의견을 조금 넓게 듣고 확장하는 방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는 비판에도 장 대표가 강경 노선을 고수한 배경에는 전한길씨 등 윤어게인 세력을 우선 끌어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동안 윤어게인 세력이 이재명 정부가 아닌 우리 당을 비판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이들에게 함께 가자는 메시지”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순간 장동혁 대표를 버릴 것”이라고 했던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의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통상 50% 안팎에 그치는 점을 고려해, 우선 투표장에 나올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장 대표가 회견 말미에 “애국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한다. 국민의힘 깃발 아래 모여 힘을 합쳐달라”고 거듭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중도층 확장 없이는 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시선은 ‘선거 이후’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지지 기반을 강화해 지방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당 안팎에선 지방선거 이후 당 지도부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경우 장 대표가 ‘재신임 전당원 투표’ 카드로 정면 돌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당원 수는 장 대표 취임 이후 75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늘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겨레에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강성 당원을 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결국 당권 강화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겠냐”며 “당 대표 2년 임기를 유지한다면 차기 대선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김해정 기자 > 

 

 

'내란 우두머리' 안이한 양형 판단, 비판 잇따라
유죄지만 사형·무기징역 중 '법정 최저형' 선택

시민개헌넷 "시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은 판결"
참여연대 "대법원 판례 부정, '노상원 수첩'까지"
민변 "참으로 납득 안 돼…2차 특검이 더 밝혀야"
군인권센터 "윤 사형 피하려 김용현 감형, 황당"
촛불행동 "말도 안 되는 정상 참작론, 국민 우롱"

 

'내란 우두머리' 법정의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지귀연 부장판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었음을 법적으로 확인한 점은 긍정 평가하면서도 상식 밖의 안이한 감경 사유를 내놓은 점에 대해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윤석열 내란 혐의 선고공판에서 ▲장기간 마음을 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다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다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했다 ▲65세로 비교적 고령이다 등의 이유를 거론하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수괴)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기 때문에 지귀연 부장판사는 사실상 '법정 최저형'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주노총, 전국시국회의,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헌정회 등 48개 단체가 모인 시민주도 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약칭 시민개헌넷)는 논평에서 "윤석열에 대한 이번 선고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윤석열과 내란 공범들의 헌법 파괴 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한 것이며, 더 이상 민주공화국에서 이러한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임을 인정했다. 내란 행위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한 내란 행위에 대한 단죄로서 당연한 판단"이라며 "다만 내란 가담자들에게 내려진 관대한 양형과 석연찮은 일부 무죄 판결 등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이번 판결은 권력자의 권한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현행 헌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이번 법원 판결로 윤석열과 그 일당들의 내란 행위에 대한 분명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내란이 완전히 종식됐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12·3 내란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된 계엄권과 국군통수권 등을 남용해 발생한 사태로, 근본적 배경에는 '제왕적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한 87년 체제의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또 다시 이번과 같은 내란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시민들이 직접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12월 3일 이후 444일만에 비로소 우리는 내란을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를 달성했다. 이제는 개헌을 통해 내란의 완전한 종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회는 조속히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에 대한 논의에 앞장서라. 그것이 바로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완전히 끝내고 다시는 내란을 일으킬 수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참여연대는 따로 성명을 내고 "1심 선고는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역사적 단죄이자 동시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등 내란 과정에 대한 판단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죄를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본다면서도 초범, 고령 등 납득하기 어려운 양형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에서는 이러한 잘못들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가 국가긴급권 행사의 적합성 여부를 사법적으로 재단할 수 없고, 이번 12·3 내란처럼 군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등 헌법이 정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해야만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한 것은 국가긴급권 행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사법심사 대상에 속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부정한 것"이라며 "아울러 노상원이 작성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12·3 내란의 궁극적 목표가 윤석열 1인 독재 구축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은 것 또한 큰 비판 지점이다. 조은석 특검은 노상원 수첩 등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고 항소해 12·3 내란의 실체를 분명히 판결문에 적시하고 피고인들에게 보다 죄질에 합당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재판부는 계엄의 계획이 전체적으로 허술했고 실패했으며, 윤석열과 김용현이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판단으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를 삼았다"면서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타 재판부들이 계엄이 실패로 돌아갔고 유혈사태가 없었던 것이 시민의 비폭력적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었음을 강조하며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로 인해 피고인들의 형량은 특검 구형량에 비해 상당 부분 낮게 선고됐다"고 질타했다.

 

결론적으로 "오늘 선고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엄정한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는 앞선 구속취소 결정에 이어, 엄중한 재판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소송 지휘와 반복된 재판 지연으로 재판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선고가 내려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점에서 역사적 재판을 맡은 사법부로서 깊은 성찰과 책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내란 세력과 분명히 단절하지 못한 국민의힘 역시 이번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타깝고 참담하다" "아직 1심 판결이니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에 대한 사죄는커녕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이 낸 세금인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인가. 내란 옹호 정당의 미래는 소멸뿐"이라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을 욕보이지 말라. 모든 국민이 윤석열이 내란죄 현행범이라는 사실을 지켜봤던 목격자이자 증언자이고 피해자"라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관련 입장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6.2.20. 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수사, 체포, 기소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지켜본 명백한 내란 범죄에 대해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구속이 취소돼 내란 우두머리가 거리를 활보하는 참담한 일도,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에 무려 16차례 불출석한 일도 있었다"면서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법원이 밝힌 '내란 계획이 치밀하지 않았다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려 했다는 점' 등의 양형 사유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민변은 "비로소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1심이 선고됐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노상원의 수첩, 내란에 대한 검찰 등 국가기관의 관여, 외환에 대한 죄책 등 규명되지 않은 사실들은 새롭게 임명된 2차 특검 등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한 내란 전담재판부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내란·외환 범죄에 대해 사법적 단죄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정부와 국회는 12·3 내란의 진상을 보다 철저히 규명하고 내란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진정한 내란 종식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인권센터도 성명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왜 내란죄가 우리 형법에서 단지 행위만으로도 법정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한 범죄에 해당하는지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정작 윤석열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에게 적용되는 형량 중 낮은 것을 선택해 선고했다. 감형 사유는 황당하게도 고령인 점, 공직생활을 오래 했으며 초범인 점을 들었다"며 "특히 이 형량이 황당한 이유는 내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계를 담당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범죄행위 자체를 부인한 적 없다는 점에 있다. 김용현 측은 꾸준하게 공소기각, 재판 무효를 다퉜을 뿐 국회에 군을 투입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폭동을 일으킨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다' '국민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몽령이다'라고 사실상 모두 인정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그러니 특검이 구형한 무기징역에서 달리 인정되지 않는 범죄행위가 있거나, 뚜렷한 감형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귀연 재판부 역시 행위와 목적 모두 존재했다고 모두 인정했다. 그럼에도 김용현에게 유기징역으로 감형해 선고한 것"이라며 "지귀연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 하나의 목적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윤석열은 법리상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법정최고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김용현부터 순차적으로 감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촛불행동은 입장문을 내고 "조희대 사법부가 끝까지 국민을 우롱했다. 내란죄는 인정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정상 참작론으로 양형 이유를 들었다"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은 '위로부터의 내란'을 기도하며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든 특급 범죄자이다. 그런데도 조희대 사법부는 '공직에 있었다, 고령이다, 전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해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 이번 선고는 법률이 규정한 책임을 물은 최소한의 결과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비록 절반의 승리이지만, 여기까지 온 것은 강력한 내란 청산 의지를 가진 주권자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세를 몰아 '사법내란수괴' 조희대를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며 "조희대 사법부는 내란 당시 계엄 재판부를 구성하려고 했고, 대선 개입 사법쿠데타를 비롯해 내란 재판 과정에서 온갖 법기술로 내란 단죄를 막았다.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범죄행위를 해온 것이다. 조희대를 이대로 두고서는 내란 단죄도, 사법부 개혁도 불가능하다. 국회는 더 망설일 것 없이 조희대 탄핵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은 토요일인 2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 김호경 기자 >

 
 

“대통령의 계엄 결정 존중돼야”…지귀연의 내란 판단, 어떻게 다른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내란 핵심 주동자와 가담자들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줄곧 이어지면서 쟁점에 따라 재판부별로 엇갈리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내란 본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이하 지귀연 재판부)는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항변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용한 모양새였다.

 

“물리력 행사 자제” vs “감경 사유 될 수 없어”

 

지귀연 재판부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동원할 수 있는 군경의 숫자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군경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등 체포조는 국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한 채 체포 활동을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특이하게도 어떤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은 형을 규정한다”며 위험성이 큰 내란죄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삼은 것이다.

 

“당시 국회는 회기 중이었으므로 국회에 수천명의 인원이 있어 250~280명의 병력으로 질서유지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투입 규모가 많아지면 불안감 조성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수의 투입 규모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군을 수만명 동원해서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한다면 모르지만, 최소한의 질서유지 병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냐. 상식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이에 반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이하 이진관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선고에서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다”면서도 “이는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고 “12·3 내란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12·3 내란가담자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피해 발생이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유혈 사태 등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런 엄격한 해석은 ‘한덕수 징역 23년’이라는 중형 선고로 이어졌다.

 

계엄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지귀연 재판부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가 곧바로 국헌 문란 내란죄가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거리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이에 대해 탄핵 등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족하지, 형사 책임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가 어렵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대통령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헌법상 권한으로서 그 실체적·절차적 행사 요건의 구비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대통령에게 전속하는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맥이 통한다.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판단이 사법심사의 영역이 아니라며 대통령의 비상대권 권한을 크게 확장하면, 여대야소 상황에선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추인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국무회의 심의 등 어느 정도의 절차 위반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봤지만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진관 재판부는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던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고,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 소집을 독려한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한 행위 자체가 내란임무종사라는 판단이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참석했다는 서명을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로 유죄였다.

 

내란 가담 입증 정도는 어디까지?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외 7명의 군·경 관계자 중 김용군 전 대령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령은 2024년 10~11월 ‘부정선거 수사단’ 구성에 활용될 군사경찰 추천 명단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넘기고 그해 12월3일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해 비상계엄 계획을 공유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김 전 대령이 비상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노 전 사령관과 왜 접촉했는지 진술이 일관되지 않지만 재판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을 한다는 사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없”으며 “부정선거 관련 수사를 할 만한 역량이 있다거나 능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무죄의 이유로 댔다.

 

윤 전 조정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보고해 승인받아 체포 행위에 공모·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비상계엄하 매뉴얼에 따라 합동수사단을 지원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지원 요청에 협조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뤄지는 행위임을 공유·인식하면서 이를 지원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내란 가담 증명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이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 이하 류경진 재판부)와의 판단과도 차이가 있다.

 

류경진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내란 행위 지시를 받은 군경 지휘관들과 소속 인원들이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사실상 지시를 거부한 점을 볼 때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계엄 선포와 후속 행위에 위헌·위법 요소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극적인 임무 수행으로 내란에 저항한 군경의 사례를 들며 내란 가담 혐의의 죄책을 인정한 셈이다.                      < 이나영 기자 >

 

 

법사위 소위에서 사면금지법 의결 '속전속결'
내란·외환죄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 제한 내용
민주·조국혁신당 주도…내주 본회의 상정 전망

무기징역 윤석열, 감옥에서 여생 보낼 가능성
전두환처럼 사면이란 탈출구 찾기 어려울 듯

헌법, '사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규정
나경원은 "명백한 위헌…헌법 질서 파괴" 반발
조배숙 "법치주의 다시 세우려 국힘이 몸부림"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2026.2.20.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귀연 재판부에 의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이른바 '사면금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천명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당 의원들이 즉각적인 실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처럼 사면이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남은 일생을 온전히 감옥에서 보내야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20일 오후 회의를 열어 내란·외환죄에 국한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내란·외환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사면을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다만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얻으면 사면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함에 따라 개정안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주도로 처리됐다.

 

양당은 개정안을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킨 뒤 이르면 바로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회의 뒤 언론 브리핑에서 "내란과 외환죄에 한해서는 특별사면이든 일반사면이든 금지해야 다시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내란과 외환이 고개를 들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많은 국민이 절대 전두환처럼 사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고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서영교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20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사면금지법'을 의결한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MBC 중계방송 화면 갈무리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일반법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우리 헌법은 법률의 입법 재량을 충분히 주고 있다. 근거 규정이 있고 내란·외환죄는 헌법 84조에서 현직 대통령도 소추가 가능하도록 특별하게 다루고 있는 범죄"라며 "다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전부 박탈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국민적 공감대가 상당히 높은 사안인 경우에는 사면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79조 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했으며, 2항은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3항은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이 같은 조항에 근거해 사면에 대한 입법부의 재량이 헌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판단한다.

 

김 의원은 "참고로 법무부도 오늘 처리된 개정안 의견에 동의했고, 법원행정처도 입법 정책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혀둔 상태"라며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여섯 분이나 이 같은 사면법을 발의했었다. 오늘 같이 심사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면법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법원이 철저하게 단죄해 앞으로 다시는 내란범들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국회와 정부는 내란범에 대해 사면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서 미래에 있을 내란범들을 지금부터 싹을 자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헌법재판소가 이미 사면의 종류,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입법 재량이고 그것은 '형성적 자유'가 있다고 결정을 한 바 있다"며 "특히 국가를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과 외환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면이 금지돼야 한다. 아주 예외적으로만 국회의 동의를 받아 사면하는 것으로 그렇게 입법이 된 것"이라고 보충 설명을 했다. 헌법상 '형성적 자유'는 입법자(국회)가 법률을 만들거나 정책을 결정할 때 가지는 폭넓은 재량을 뜻한다.

 

2025년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5.1.15. 연합
 

반면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면금지법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사면법 개정안은 사실상 보복과 궤멸, 이 두 단어밖에 상징하는 것이 없다고 본다"면서 "헌법 79조가 규정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고 고도의 통치행위다. 사면권을 입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면금지법을 보면 실질적으로 특정한 사람(윤석열)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적용이 된다면 소급입법 금지의 문제도 있다"며 "이런 논리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죄도 사면금지법 대상에 해당한다. 위헌적 입법을 계속해서 강행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결국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두고두고 큰 짐이 될 뿐만 아니라 헌법 질서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도 "오늘 법안심사소위는 사면법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였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회의 통합과 화합을 위한 굉장히 의미 있는 권한이어서 이것을 제한한다는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지켜왔던 원칙들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법치주의가 정말 철저하게 파괴되는 현장에 있다. 다시 법치주의를 세워나가려고 국민의힘이 몸부림치고 있는데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역시 민주당과 혁신당이 찬성했고 국민의힘은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고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에서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 김호경 기자 >

 

윤석열 "재판부가 제 진정성 인정"…판결문 닮은 입장문

 

사과 뜻 밝히면서도 또 "구국의 결단이었는데..."
"내란 장기 계획, 특검의 망상 인정 안해 다행"


지귀연 재판부도 "홧김에 이틀 전에야 결심"
"군을 국회로 보내 내란이란 판결 납득 어렵다"
지 판사 세 차례나 "군대만 보내지 않았으면"

"항소 의미있겠나"언급에 변호인단 즉각 부인
결론은 "자유민주주의 깃발 아래 결집" 되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 연합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 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불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지금껏 한 번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었는데 1년 2개월 뒤 1심 판결이 나오고서야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는데 변호인단은 곧바로 다른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언론에 입장문을 공유했는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고, 내란죄를 인정한 법원 판결도 비판했다. 그런데 상당 부분이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판결문 요지와 닮아 있었다. 재판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논리를 지 부장판사가 그대로 받아들였고, 지 부장판사의 판결 요지를 이번에는 윤 전 대통령이 상당 부분 공유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을 내란 몰이로 음해하고 정치적 공세를 넘어 반대파의 숙청과 제거의 계기로 삼으려는 세력들은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사법부는 거짓과 선동의 정치권력을 완벽하게 배척하지는 못했다. 제가 장기집권을 위해 여건을 조성하려다 의도대로 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의 소설과 망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1년 남짓 비상계엄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비상계엄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일에야 결심했다고 판시해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어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저에 대한 사법부의 예정된 결론과 정치권력의 핍박에 개의치 않는다”고도 했다. 이 대목은 지귀연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하지,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 활동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 등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어이없어 했던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대목이 이어졌다. 

 

지귀연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및 포고령의 공고, 국회 봉쇄 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 등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중앙선관위 등 점거·서버 반출 및 직원 등 체포 시도 등은 그 자체로 폭동 행위"라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판결문 요지를 낭독하며 세 차례나 "군대만 국회에 보내지 않았으면" 판시했던 내용을 윤 전 대통령이 그대로 따른 셈이라 놀랍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많은 군인과 경찰들, 공직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가족들까지 그 고통에 좌절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며 “결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은 지 부장판사가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형법 상 죄를 물을 수는 있지만, 이미 일부는 구속되어 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고, 막대한 사회적 비난과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됐다고도 했다. 무난하게 군 생활이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속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길게 언급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에서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윤 전 대통령은 이어 “정치보복은 저에 대한 것으로 족하다. 수사와 특검, 그리고 2차 특검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고 국가안보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특이한 점은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사법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고,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항소를 통한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굳건히 서고 법치주의가 바로 서는 날 제 판단과 결단에 대한 재평가를 다시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별도 공지를 통해 “본 글(입장문)은 당사자의 현재 심경을 밝힌 것에 불과하며,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힘썼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전날 선고 직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법리와 증거 법칙이 무시된 판결이라면, 특검에서 정한 결론대로 내린 판결이라면, 지난 1년간 수십 회 걸친 공판은 요식행위"라며 "형사소송 절차와 법치가 붕괴되는 현실을 보면서 향후 항소해야 할지, 이런 형사소송 절차에 계속 참여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고 항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며 “위대한 국민 여러분은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다시금 정의를 세워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맨앞에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해놓고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면서도 결론 대목에 이르러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결집해달라고 '윤 어게인'에게 호소한 셈이다. 이것을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 임병선 기자 >

 

 

[편집인 칼럼] 이란계 애국적 결집의 파워

● 칼럼 2026. 2. 21. 13:1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이란계 애국적 결집의 파워

 

 

우리 민족과 동포들의 애국심과 애족 정신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일제치하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은 고난과 신음 속에서도 쌈짓돈을 모아 독립운동에 보태면서 조국의 자주독립을 애타게 간구했다. 독재 정권하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성원하며 국제사회 동조에 힘을 쏟았다. 5.18 민주항쟁의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토론토 동포들도 성금을 전달하고 학살정권 규탄대열에 나섰다. 부패 무능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촛불광장에도 많은 동포들이 합류해 궐기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지 민주투쟁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주제가로 불린다.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폭주에 항의하는 미국시민들도 한국의 응원봉 평화시위를 흉내낸다는 뉴스를 듣는다.

 

그렇게 우리 한인들의 애국 애족정신과 정의감과 ‘행동하는 양심’은 ‘타의 추종을 불러올’ 만큼 대단하고, 그 열정과 참여도에 있어서는 절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오늘의 민주주의를 일궈낸 초석이 되었다고 자부하며 자긍심을 갖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그런 자부와 자만은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 평가일 뿐이요 자화자찬이 아니었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우물안 개구리 같은 자신감의 발로였다는 민망함과 의구심이 한 순간에 밀려든 때문이다.

 

 

바로 지난 2월14일 토요일 낮 토론토 노스욕의 영 스트리트를 가득 메운 이란계 시민들의 시위를 접하면서다. 같은 시각 설날 대잔치로 2백여 동포가 한인회관에서 흥겨운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들려 온 도심의 성난 파도(怒濤)같은 이란군중 소식은 마치 뒤통수를 친 것 같은 대비로 다가왔다.

 

한인 설잔치에 메시지만 보낸 더그 포드 온주 수상도 동참했다는 시위는 무엇보다 참여 규모와 결집력에서 놀라움을 주었다. 경찰 집계로도 무려 35만명이 모였다니 실제론 더 모였을 것이다. 앞서 2월초 다운타운에서 열린 시위에도 이란인들은 15만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열흘 남짓 간격으로 열린 두 차례 집회에 연인원 45만명 이상이 운집한 것이다.

 

이란계 사람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올해 초 반정부 유혈사태로 수천명이 피살당한 충격에서 비롯된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동족애와 분노로 모여 캐나다 대로를 장악하고 모국의 살상 만행과 실정을 한마음으로 규탄하며 독재퇴진과 정권교체를 쩌렁쩌렁 외친 것이다.

 

온타리오 지역에 거주하는 이란계 이주민은 한국계보다 대략 1.5~2배 정도인 18만명에서 2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전체 거주자 30만명 내외의 6할 정도가 토론토를 중심으로 캐나다 동부에 몰려 산다고 한다.

 

이날 이란정부 규탄 ‘세계 행동의 날’ 집회는 전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로 열렸다. 망명상태에서 규탄행동을 제창한 레자 팔라비 왕세자 측은 특히 뮌헨(독일),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가 세계 3대 핵심거점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타지 원정참여와 타민족 응원참여도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쳐도 현지 거주자 수를 2배 가까이 훨씬 뛰어넘는 35만여 명이나 집회에 모였다는 사실은 무얼 말해주는가. 한인사회에서는 한가위축제 수만 명을 제외하고는 ‘상상’조차 어려운 인원이다. 그들의 모국 사랑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결집과 행동의 파워, 그리고 강한 정의실현 욕구의 발로 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있을까.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모국이 잘 되어야 해외에서도 가슴을 펴고 당당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외동포들은 모국의 동향과 정정에 민감하다. 모국의 정변 때마다 함께 규탄하고 항의집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그 참여 강도와 열의와 투지가, 과연 이란인들에 비해 우리가 낫다고 내세울만 한가.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유혈진압으로 약화될 때, “한국이면 어땠을까” “한국은 5.18 정신과 키세스 군단의 저력으로 결판냈을 텐데” 라는, 자못 우월적인 동정심을 느낀 적이 있다. 참으로 오만하고 주제넘은 착각이 아니었나, 민망할 뿐이다.

 

10년 전 박근혜 국정농단 탄핵촉구 토론토 집회 때나, 최근 12.3 내란으로 나라가 요동칠 때 멜라스먼 광장 규탄집회 역시, 전세계 연대집회로 열렸지만 1백명이 채 안되는 동포들이 참여했을 뿐이다.

 

물론 한국과 이란의 정변사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지정학적·역사적 맥락이 다르고, 사안의 성격과 국제사회 역학관계도 판이하다. 피해와 규탄 인원이 많고 적음으로 사안의 본질과 경중을 가린다는 것도 논리적이지는 않다.

 

이란의 경우 수천명에 달하는 억울한 죽음은 국경을 초월한 연민과 분노를 샀다. 캐나다 주류 정치인들이 항의시위에 동참한 것처럼 사태의 국제화 또한 수십만 운집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해도 모국의 국체(國體) 위기와 국제적 파장을 부른 윤석열 내란 규탄마저 남의 일처럼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한인사회와는 너무나 큰 편차에 자괴감이 없지않다.

 

위대한 소수의 저력이 오늘의 한민족사를 일궜다는 자부와 위안에도 불구하고, 이란인들의 놀라운 결집과 연대의 파급력, 참여의 힘은 너무나 부러운 타산지석이다. 100명의 사색가(Thinkers)는 1명의 행동가(Doer)를 당해낼 수 없다는 금언을 절실하게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