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대정부 질문은 진즉부터 예정된 일정"
"시급한 현안 처리 핑계 대는 것도 납득 안 돼"
김영배 "트럼프한테 뭘 팔았길래 '대선 후보'"
"정상 간의 통화 기밀누출 정확하게 처벌해야"
김병주 "외국 정상 '출마' 이야기 제정신인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로 잡은 4월 국회 대정부 질문 첫날 불출석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룬 것처럼 '뻔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자신에 대한 '대선 차출론'을 의식해 정치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다른 일정 때문에 불출석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덕수 차출론'을 키운 한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등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4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국무총리가 일방적으로 (대정부질문에) 불출석했다"며 "기록으로 확인되는 한 국무총리든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은 진즉부터 예정된 일정이었다. 다른 일 때문에 불출석한다는 건 가당치 않다"며 "시급한 현안 처리와 민생 현장 점검을 핑계 대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국정 공백은 총리 혼자 메우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 국무총리는 출석·답변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 62조 2항'을 언급하면서, "국회 출석과 답변은 내키면 하고, 아니면 마는 일이 아니다. 헌법의 근본인 국민 주권주의 실현을 위한 헌법적 의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무책임한 태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우 의장은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더라도 국회에 출석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우 의장이 한 권한대행을 직접 비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내며 항의했다.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자 우 의장은 "어떤 정당이든 국회의원이면 대정부질문의 국무위원에 대해 지적하는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 본회의 불참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전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파면 이후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에 나간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는다"면서도, 정확한 불참 사유를 말하지 않았다. 총리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가 열린 시각 한 권한대행은 대정부 질문에 불참하고 '제4차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의에서는 미국 상호관세와 관련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호관세가 중요한 문제지만 이미 지난 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계 부과 발표 직후 대통령 권한대행 주관으로 TF 회의를 열고 주요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이날 TF 회의에 참석한 만큼 한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에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TF 회의를 마친 뒤에도 끝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야가 합의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를 대놓고 무시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자신에 대한 '대선 차출론'을 의식해 국회 본회의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을 무소속 후보로 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자는 이른바 '한덕수 차출론'은 지난 8일 밤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부터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물었고, 한 권한대행은 이 질문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일로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 대선 차출 여론이 더 커졌지만, 한 권한대행은 대선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몸값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심을 키우는 것은 한 권한대행이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뒤 보여준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내란 공범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한 권한대행은 마치 윤석열의 '장기 말'처럼 그의 의중을 반영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100일 넘도록 미뤘을 뿐 아니라 '윤석열 법률 집사'로 불리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석열이 사저 정치로 차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이러한 대내외적인 행보는 '한덕수 차출론'과 엮여서 내란 세력이 한 권한대행을 이용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려 한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의 통화 내용 자체를 두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관계를 거래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체 뭘 팔아먹었길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라고 말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그날 통화는 한·미간 협력을 말한 것이고 거래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한미정상통화 외교 기밀을 유출해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의 통화 내용을 국내 언론에 유출한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3급 기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며 "외교에 있어서 굉장한 결례다. 총리가 외국 정상과 출마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일단 제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외교부 1차관은 "총리실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질문을 마치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공모 정당"이라고 발언했다. 김 의원의 발언에 본회의장에서는 고성이 쏟아졌다. 양당 의원들은 일어나 삿대질을 했고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을 향해 "야,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양측이 본회의장 중앙에서 뒤섞인 상황이 10여 분간 계속됐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이 이후 대정부질문을 다시 시작했다.
한편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EBS 수능 특강 강의와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내용을 인용해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EBS 수능 특강 장면을 띄워놓고 "대통령의 권한은 국가 원수로서의 권한,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가 원수로서의 권한 중 하나가 바로 헌법재판관 임명권"이라며 "이 내용을 다룬 모의고사 문제 해설서에는 대통령의 국가 원수로서의 권한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을 구분하는 것은 수능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라 정확히 개념을 알고 암기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교과서 내용에 대해 "100%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다시 "장관의 말은 학생이 배우는 내용과 동떨어진 것 같다"며 "어느 한 명의 국민으로부터 단 한 표도 받은 적 없는 권한대행이 4400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똑같이 가진 권한을 도둑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주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선거법 위반, 권한대행의 권한 등에 대해 질문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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