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장관, 후보군 중 1인 제청…인사청문회 거쳐 대통령 최종 임명

검사출신 2명 · 판사 1명 · 교수 1명…"추천위 만장일치로 4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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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 4명 압축  =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중대범죄수사청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중대범죄수사청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보추천위는 지난달 19∼26일 진행된 대국민 천거 절차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인권 의식, 신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들 4명을 후보자로 선정·추천했다.

 

이주원 후보추천위원장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 개혁의 취지를 올바르게 구현할 적임자를 찾기 위해 위원 전원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천거를 통해 접수된 다양한 의견과 초대 중수청장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 등을 두루 고려해 최적의 후보자들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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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장 후보추천위 회의 =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이주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9.4 saba@yna.co.kr

 

후보 4명 가운데 김관정·김지용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고, 이윤제 교수 역시 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문홍주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김관정 변호사는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현재 김관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용 변호사도 대검 형사부장과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지낸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다.

 

판사 출신인 문홍주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에서 특별검사보로 수사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무법인 일선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다.

 

이윤제 교수는 검사로 7년간 근무한 뒤 약 20년간 법학 교수로 재직해왔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의 특별검사보로 활동했다. 경찰수사개혁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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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  = 이주원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026.9.4 jieunlee@yna.co.kr

 

앞서 대국민 천거절차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은 모두 23명이다.

법령상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윤호중 장관은 별도로 추천하지 않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중 심사절차 진행에 동의하지 않은 12명을 제외한 뒤 나머지 11명을 심사대상자로 후보추천위에 제시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해온 백해룡 경정도 최종 심사 대상자 11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백해룡 경정도 피천거인 23명 가운데 포함됐고 본인이 심사 절차에 동의했기 때문에 최종 심사 대상자 11명에 포함됐다"며 "백 경정의 중수청장 후보자로서 적격성 여부를 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추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후보추천위가 최종 후보자 4명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11명의 심사 대상자를 두고 여러 차례 논의와 표결을 진행한 결과 4명이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를 받아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며 "검찰경력을 가진 심사대상자라고 해서 추천단계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이나 직역 등에서도 일정한 균형이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국민적 관심 속에 엄정하게 심사를 진행해 준 후보추천위원회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적극 존중해 조속히 최종 후보자 1인을 대통령께 제청하고, 10월 2일 중수청이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장관은 추천된 4명 가운데 1명을 중수청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후보자는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  양정우 차민지 기자 >

 

초대 중수청장 후보중 3인…윤석열 부부 수사했거나 갈등

 
 

4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추천된 4명은 모두 검찰 또는 법원을 거친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다. 이들 중 3명은 검찰, 1명은 법원 출신이다. 또 3명이 공통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연’이 있다.

 

김관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문재인 정부 때 대검 형사부장, 서울동부지검장, 수원고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때인 2020년 서울중앙지검 차장이었던 한동훈 전 법무장관(현 의원)이 연루된 ‘검-언 유착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일로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이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한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가 사건 처리에 간여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당시 수사팀이 채널A 기자 집을 압수수색했다는 보고를 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압수수색 필요 사유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추천된 김관정 변호사(왼쪽부터),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연합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연수원 29기로 검사 경력을 지녔다. 그러나 평검사로 검사 생활을 접은 뒤 학계에 몸담았고, 유고전범재판소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그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의 특별검사보를 맡아 윤 전 대통령 쪽을 수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연관된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별검사로 이 교수를 추천하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31기로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일선의 문홍주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씨 사건 특검보로 활동했다. 이 사건 특검팀은 김씨가 연루된 주가조작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처럼 초대 중수청장 후보군 4명 중 3명이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거나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직접 참여했다.

 

나머지 한 명인 김지용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문재인 정부 때 춘천지검장과 대검 형사부장을 지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인사에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경험했고, 그로부터 1년여 뒤 검찰을 떠났다.                          < 이본영 기자 >

 

 

 

정당들 생산적이고 개혁적인 논의 방향 잡아야
위성정당 세워 비례대표 챙기는 구조 손질해야
젊은이들이 연합비례 고민하도록 놔두면 안 돼

 

비례대표제 왜곡시킨 국힘의 맹공은 '적반하장'
반대하다 어쩔 수 없이 따라한 민주당 엉거주춤
정기국회서 정치개혁특위 발족, 포괄적 논의를

 

진보당 "철지난 색깔론이나 혐오공세 그만 좀"
'심상정 원죄' 모른 척 정의당 비판 성명 '위선적'
지엽말단 이슈 제기하거나 급흥분하는 언론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4  연합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양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좀처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두 차례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가 장관과 의원까지 겸직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젊은 세대는 묻고 있다. 이런 논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위성정당’ 문제다. 

 

조국혁신당(신장식 대표)은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직을 챙긴 왜곡된 구조가 용 의원 논란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이번 논란은 한 정치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정치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며 "소수 정당이 위성 정당과 연합비례라는 우회로를 고민해야 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위성 정당이라는 왜곡된 구조를 만든 책임 역시 소수 정당에만 몰아서는 안 된다. 거대 정당들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문제는 비례대표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작금의 선거 제도는 국민의 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위성 정당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비례대표 승계 제도의 공백을 메우며 중대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 교섭단체 요건(완화)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요구한다"며 "용 후보자 거취만 따지다 끝낼 것인지, 소수 정당을 편법으로 내몰고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선거 제도까지 고칠 것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갈무리

 

시곗바늘을 2019년 12월로 돌려보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고, 그에 따라 위성정당들이 등장했다. 지역구 후보는 모(母)정당이 내고 위성정당은 정당투표를 받아 비례 의석을 확보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을 적게 얻은 정당에 그 부족분의 절반을 비례대표로 보충하는 제도다. 거대 정당이 실제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문제점을 덜어내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은 비례 의석 감소를 피하려 2020년 2월 첫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이런 작태를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마저 원내 1당을 내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다음달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 더불어시민당을 위성정당으로 내세웠다. 

 

이렇게 해서 2020년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19석,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얻어 전체 비례 의석 47석 중 36석을 차지했다.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의 국민의미래가 18석, 민주당 주도의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확보했다. 용 후보자는 2020년 더불어시민당 비례 5번과 4년 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6번으로 당선된 뒤 각각 제명 형식을 빌어 기본소득당에 복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야합이 어떻게 국민의 선택을 왜곡했는지, 제도의 빈틈이 어떤 정치적 특혜로 이어졌는지를 되짚는 계기”라며 인사청문회 과정에 “민주당과 기본소득당의 비례연합 및 공천 협의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만에 옳은 소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 의원은 2019년 12월까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고, 지금까지 죽 국민의힘에 몸담아 준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야합을 지켜봐온 의원이란 점에서 자당의 모습을 함께 성찰했어야 했다. 

 

그 뒤 숱한 비판을 반영해 위성정당 방지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2023년 심상정 당시 정의당 의원은 지역구나 비례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통일기호와 선거보조금을 제한하는 법안을 냈다. 이탄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선거 뒤 합당하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법안을, 김상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 후보를 함께 내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복귀를 주장했고 민주당도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법안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1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폐기됐다.

결국 2024년 총선에서도 문제점들이 바로잡히지 않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6.9.3 연합

 

이번 용 후보자 논란 과정에 가장 생산적이고 개혁적인 포인트를 찾는다면 위성정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소수자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흡수할 수 있는는 방편으로 비례대표제가 본령을 다하고 여러 직능의 대표성을 좀더 다양하고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논의로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원외 진보정당 3당은 전날 <"성평등도 민주주의도 없는 위성정당 편법 정치를 끝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정당이 얻은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여 비례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사표를 줄이며,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하겠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력화한 거대양당의 '편법' 위성정당 창당은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소수정당의 독자적인 정치 진출은 더욱 어려워졌고,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독자적 진보 정치는 구조적으로 한층 취약해졌다"며 두 차례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당선도 "거대 정당이 선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의석을 늘리는 편법에 편승한 결과일 뿐, 결코 연합 정치가 아니다. 소수 정당의 정치적 공간을 잠식하는 종속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힐난했다.

 

기형적인 비례대표제가 탄생하는 데 원인 제공을 했던 국민의힘이 용 후보자의 겸직 의지에 맹공을 퍼붓는 것은 일종의 적반하장으로 비친다. 국민의힘은 속물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용 후보자의 속내에 '돈'이 있다고 날을 세운다.

 

장동혁 대표는 "뻔하다. 배우자는 물론 조직의 월급이 끊기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의 남은 의원 임기 21개월 동안, 보좌진 인건비 등 11억 원, 정당 경상보조금 19억 원 상당, 2년 뒤 총선 보조금 10억여 원 등 모두 43억 원가량의 세금이 지원된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인 용 후보자의 배우자가 당직자 급여로 매달 300만원 안팎을 받는 것을 두고 "당의 주요 보직도 나눠 맡는 가족정당"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본소득당 창당 전, 용 후보자 부부가 노동당과 사회단체 등에 몸담았다며 운동권의 지하 비밀조직을 일컫는 '언더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장동혁 대표는 "조선공산당 후계자를 자처하며 공산주의 혁명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의 '언더 조직' 활동 의혹이 제기됐다"며 "조직 내에서는 성차별을 일상화하면서 밖으로는 '불꽃 페미(페미니스트)' 활동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진보당(김종훈 대표)은 기본소득당을 향한 철 지난 색깔론을 비롯한 혐오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검증을 빌미 삼은 혐오를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노정현 수석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페미 논란', '꼴페미·자폭 카드 논란' 같은 자극적 낙인이 언론의 제호로 버젓이 내걸리고 있다"며 "일부 패널들과 유튜버들은 성평등가족부를 서열에서 밀리는 하위 부처 취급하는가 하면 '성별 갈등 유발' 프레임을 씌워 폐지론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당은 특히 정치인들이 더욱 문제라고 짚었다. 브리핑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번 인선을 두고 법무부 장관 이슈를 덮기 위한 '썩은 미끼'라며 동료 정치인과 주무 부처를 싸잡아 폄훼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술 더 떠 '꼴페미 겨우 정리했더니 왜 또 건드리냐, 차라리 종북을 하라'며 철 지난 색깔론과 혐오 표현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조적 성차별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가족부는 오히려 그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할 필수 부처가 아닌가"고 반문하고 "성평등의 가치와 주무 부처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백래시"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양경규 신임 대표 [연합 자료사진]

 

마지막으로 노동당·녹색당·정의당 세 소수 정당의 논평과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고 했다. 세 정당은 "만약 이번 장관 임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편법 정치의 수혜자가 다시 그 정치의 중심에 선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게 된다. 편법으로 원내에 진입한 인사가 행정부 부처의 수장까지 맡는 것은 '편법을 쓰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 '무슨 수를 써서든 경쟁에 이기면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다"라며 "이는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기형적인 위성정당 출현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의 역할이 작지 않았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Justnlaw'는 지난달 31일 정의당 양경규 대표의 성명에 대한 댓글을 달아 "위성정당을 양산한 소위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심상정이 나서서 도입한 제도라는것만 잊는다면 할말 한거지. 원래 좌파의 본성은 내로남불이니까"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4일 슬로우 뉴스의 슬로우 레터 가운데 구독자 의견 둘을 소개한다. 소수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희망을 품는 이들의 진지하고 애정어린, 깊이 있는 댓글이나 반응을 찾아보기 힘든 시점이라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 임병선 기자 >

 

"같은 1990년대 생으로 태어나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20-30대 여성 민심을 적극 반영하리라는 기대감에 용혜인의 후보자 선정에 내심 기뻐했습니다. 소수 정당이 살아남기 어렵고, 거대 양당이 아닌 정당에서 의원 배지 달기가 어려운 냉혹한 현실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난이 너무 과합니다. 위성정당과 비례후보 등록까지 민주당이 후보자와 합의하고 저지른 일 아닌가요? 후보자만 십자포화를 맞는것도 우습고 책임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발빼는 민주당도 비겁합니다. 저번 슬로우 레터에서 지적했지만 지역구 의원은 장관-의원 겸직이 가능하고 비례는 안되는 관행도 웃깁니다. 용혜인의 사퇴 후 민주당 비례후보자가 승계받는다구요? 이쯤되면 의석수 욕심으로까지 비춰집니다."

"용혜인의 입각에 ‘분명히’ 찬성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해당 논란을 소개하면서 굳이 중앙일보 안혜리의 글을 인용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 글은 ‘후안무치라는 사실 말이다’, ‘내로남불은 필수다’, ‘그들만의 덕목을 두루 갖춘 맞춤형 인재 그 자체라 놀랍다’, ‘세금 안 내기 신공이다’, ‘경이롭기 까지 하다’ 등 아무리 표현의 범위가 넓은 칼럼 형식이라고 해도 언론 지면에 싣기 부적절한 감정적 표현이 가득합니다. 논설위원의 글이 네티즌 댓글처럼 조롱과 흥분으로 가득하다니요. 그리고 흥분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 약해 어이없는 대목도 많습니다. 1억 68만 원이던 재산에 대출 5억 4000만 원을 받아 지금은 5억4383만 원이 된 것을 ‘기막힌 신공’급 재테크라고 흥분하는 게 적절한가요? 중국인에게 집 팔아 이득봤다고 주장한 주진우(국민의힘 의원)는 재산이 70억 원이고 보유한 상가에 유흥업소가 있었지요. 인사 검증 시즌에 쏟아지는 각종 의혹 보도를 보면 과연 객관적인 기준을 언론이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왜 사람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고 언론은 비판의 정도를 고무줄처럼 바꾸는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슬로우 뉴스에서 의원 겸직과 위성정당 문제 등 중요한 문제들은 정치인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유독 하나의 언론 칼럼으로 안혜리의 글을 인용하신 이유가 납득이 가지를 않습니다.”

 

용혜인이 아니라 겸직특권을 향해 돌을 던져라

의원 사퇴 요구하려면 겸직 장관 다 사퇴시켜야
겸직제, 박정희 유산이자 대통령 권력의 제왕화
국힘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 완전 빗나가
이번 기회에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야
겸직 허용여부 당사자 아닌 '시민의회'에 맡겨야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용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으로 보면 시비를 걸 자리가 없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를 법률에 맡겼고, 국회법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했다. 비례대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입각 시 의원직 사퇴는 법적 의무가 아니다.

 

다만 비례의원에게는 사퇴가 정치관행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비례의원을 하다 장관직을 제안받은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2000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2009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2015년)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강은희는 겸직을 유지하려다 여론에 밀려 물러섰다. 지역구 의원은 겸직하고 비례대표는 사퇴한다는 비대칭 관행이 20년 넘게 굳어진 셈이다. 근거는 간단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선거를 치르지 않고 명부의 다음 순위자가 승계하니 소속 정당의 의석에 손실이 없고 본인도 장관이 되니 훗날을 도모하기가 쉽다는 계산이었다.

 

용 의원은 그 계산이 통하지 않는 자리에 서 있다. 그는 지난총선에서 민주당이 주도하고 소수정당이 합류한 연합위성정당(더불어시민연합)의 명부에 올라 당선됐다. 연합위성정당의 비례명부에는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후보들이 섞여 있어서 용 의원의 사퇴 시 차순위 승계권자는 기본소득당 사람이 아니고 민주당 사람이다. 그 결과 원내의원이 용 의원밖에 없는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고 국고보조금과 유급 보좌진이 함께 사라진다. 이렇듯 당의 존립이 걸린 특수한 상황에서 관행대로 하라는 요구는 가혹하다. 양해를 구하는 쪽이 이상하다고 보기 어렵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3 연합

 

거대양당은 용혜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용 의원의 처지를 만든 것은 위성정당이다. 위성정당은 소수정당에게 갈 연동형 비례의석을 가로채기 위해 미래통합당(지금의 국민의힘)이 먼저 만들었다. 상대가 반칙을 하는데 혼자만 당할 수 없다며 민주당도 뒤따랐다. 다만 국힘과 달리 연합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시늉을 했다.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원내 진입 통로가 통째로 막힌 소수정당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껍데기에 얹혀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벌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은 민주당이 연합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기본소득당에 둥지 한 귀퉁이를 내주고 알을 품어준 결과다.

 

나경원 의원은 용혜인 사례를 들어 준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손보자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위성정당을 먼저 만들어 제도를 무너뜨려 놓고, 무너진 자리에서 생긴 딜렘마적 상황을 근거로 제도를 없애자고 하는 논법이다. 방화범이 화재를 못 막았다는 이유로 소방서를 폐지하자는 격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위성정당 반칙에 앞장선 나경원 의원 등 국힘당 사람들과 소수정당에 4석만 내주고 실리를 크게 챙긴 민주당 사람들이 용 의원의 사퇴를 종용하며 핏대를 올리는 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다.

 

비례대표 무용론은 과녁을 잘못 잡았다

 

더욱이 용혜인의 비례의원 사퇴 거부를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해야 할 일은 위성정당 방지법이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법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힘당과 보수언론의 논조는 곧장 비례대표 축소론과 2020년 연동형 선거법 폐기론으로 미끄러진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주류 정치 담론의 현 수준이다. 거꾸로다.

 

한국의 소선거구제는 표의 대표성과 등가성, 투표결과의 비례성과 다양성에서 모두 낙제점이다. 지역구 투표의 50% 안팎이 어김없이 사표가 된다. 절반 남짓 득표한 정당이 지역구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를 가져가는 일이 반복된다. 전체 300석에서 비례대표는 46석, 15%를 겨우 넘는다. 비례성을 보정할 장치가 이 정도로 작은 나라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찾기 어렵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인도 등 소수다. 번갈아 집권하는 거대양당이 서로의 기득권을 손대지 않기로 담합한 결과다. 영국의 2011년 선거제 개혁 국민투표가 그 전형을 보여준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 합의에 따라 치러진 이 투표의 선택지는 소선거구 최다득표제와 대안투표제였다. 대안투표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뽑되 선호 순위로 과반 득표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라 비례성과 무관하다. 자유민주당이 요구해온 단기이양식 비례제는 연립 협상 단계에서 투표용지에 오르지도 못했다.

 

결과는 반대 67.9%, 찬성 32.1%, 투표율 42.2%였다. 반대 진영은 보수당과 노동당 의원 다수가 함께 꾸렸다. 선거 때는 서로를 비난하던 두 정당이 선거제를 지키는 일에서는 한 몸이 됐다. 영국 국민 앞에 비례대표제라는 진짜 선택지가 놓인 적은 없다. 부결된 것은 양대 정당이 미리 걸러낸 절충안이었다. 제도를 바꿀 권한을 그 제도의 최대 수혜자에게 맡겨두면 무엇을 국민에게 물을지부터 그들이 정한다.

 

비례성을 갖춘 나라들의 성적표는 우리와 다르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비슷한 규모로 두고 최종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로 결정한다. 2023년 선거법 개정으로 총 630석에 지역구 299석 구조가 됐고 논란이 컸던 초과의석 보정장치를 없앴다. 뉴질랜드는 왕립선거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1993년 국민투표로 소선거구제를 버리고 독일식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서 1996년 총선부터 다당 연립을 정착시켰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를, 네덜란드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삼는 비례대표제를 100년 넘게 운영해왔다. 이들 나라에서 여성과 노동자, 청년과 소수자의 의회 진출 비율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명부를 짜는 정당이 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표를 얻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는 지역의 최다 득표자 한 사람만 남기므로 그 압력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민은 이미 답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례대표제 강화 지지 증거는 이미 나와 있다. 2023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열린 선거제도 공론조사에서 무작위 추출된 시민참여단 500명이 이틀에 걸쳐 16시간을 학습하고 토론했다. KBS가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숙의 전에 비례대표 확대에 찬성한 비율은 27%였다. 숙의 후에는 70%로 올라갔다.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는 비율은 46%에서 10%로 떨어졌다.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4%에 이르렀다.

 

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비례대표 무용론은 정보가 부족한 상태의 여론이지 숙의를 거친 시민의 판단이 아니다. 16시간 학습토론으로 27%가 70%가 됐다면 30시간을 학습하고 숙의할 경우 합의수준이 더 높지 않겠는가. 홍준표나 나경원 같은 정치인이 시민의회에 나와 비례대표를 아무리 비난하고 축소폐지론을 외쳐도, 국힘당이 내세우는 최고의 전문가를 모두 받아줘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붙어보면 될 일이다.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 여야담합주의이자 셀프입법주의다

 

문제의 뿌리는 정치관계법을 여야 합의로만 바꾼다는 관행이다. 이 관행은 공정해 보이지만 실상은 양당 카르텔을 보장할 뿐이다. 국회의원과 거대양당의 권리의무와 제3당의 진입장벽을 국회의원과 거대양당이 정하는 순간 그것은 자기대리 입법, 즉 셀프입법이 된다.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과 국회법이 가장 전형적인 이해충돌 셀프입법의 산물이다. 어떤 법 영역에서도 규율 대상이 규율 내용을 스스로 정하고 그 개정에 거부권까지 갖도록 허용하진 않는다.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의 실질은 국회의원과 거대 양당의 자기대리 입법권을 100% 난공불락의 특권으로 전환한 것과 다르지 않다.

 

여야합의주의가 모든 경우에 불공정한 것만은 아니다. 과반수 여당이 숫자의 힘으로 여당의 독과점 유지나 강화 입법을 밀어붙이는 경우에는 여야합의주의를 내세워 막아야 한다. 공정경쟁을 구조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당 카르텔의 한 당사자인 과반수 여당이 다른 당사자인 야당의 카르텔 고수 입장에도 불구하고 독과점 완화나 해소 입법을 밀어붙이는 경우에는 야당이 여야합의주의를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전혀 없다. 그것은 담합특권을 보장하라는 불법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2020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을 민주당이 180석이 넘는 4당 연합을 구축해서 밀어붙인 것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법적으로 판단할 때 4당의 담합 해소 목적의 선거법 개정입법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잘못은 오히려 국민의힘의 담합 고수 몽니와 위성정당 꼼수를 법적, 정치적으로 응징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차별적으로 잘못 적용된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의 대가는 지긋지긋한 비토크라시와 적대적 공생이다. 두 정당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실제로는 같은 규칙 위에서 번갈아 집권한다. 정치 불신과 혐오는 시민의 심성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가 매년 생산해내는 산물이다. 우리 정치담론은 이 지점을 제대로 짚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셀프입법이 쌓아 올린 장벽은 촘촘하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는 3% 봉쇄조항이 걸려 있고 정당 등록에는 중앙당과 시도당 요건, 즉 지역정당 금지가 붙는다. 정당에 주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총액의 50%를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먼저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배분도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우선한다. 이 모든 제약이나 요건이 새 정당의 원내 진입 확률을 체계적으로 낮춘다. 소수정당 진입장벽의 설계자가 바로 거대 양당인데 여기에 무슨 정의가 들어있겠는가.

 

국무위원 겸직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기둥이다

 

용혜인 사태가 열어준 더 큰 질문이 있다. 국회법이 허용하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과연 국민에게 이로운가? 대통령에게는 장관 자리가 여당 중진의원을 줄 세우기에 더없이 좋은 제도다. 여당 중진의원에게는 장관 자리가 경력 사다리이자 다음 선거의 자산이다. 대통령은 장관 자리를 노리는 여당 중진의 쓴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고 중진 의원은 장관 자리로 다음 기회가 생겨서 좋다. 거대 야당도 정권을 잡으면 같은 혜택을 누리므로 불만이 없다.

 

그렇지만 장관 겸직 합의는 대통령 권력에 대한 내부 통제를 지워버리고 대통령을 견제받지 않는 제왕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는 독약이자 재앙이다. 대통령제의 기본 설계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인적 분리에 있다. 미국 헌법이 연방 공직을 맡은 사람이 의원직을 겸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이유다. 의원과 장관의 겸직은 의회와 행정부를 하나로 묶는 내각제의 특징이다. 한국 대통령은 대통령제에 고유한 국가원수와 행정수반, 군통수권자의 3중 권한에 더해 내각제 총리가 누리는 의회 장악력까지 손에 쥐는 셈이다.

 

겸직 허용규정은 대통령의 검경, 국정원 등 권력기관장 인사권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의 하나다. 여당의 고유역할은 대통령을 입법과 예산으로 지원하되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는 데 있는데 바로 그 역할을 못 하게 한다. 장관직을 기대하거나 겸직하는 의원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사의 주체이지만 행정부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상임위에서 소관 부처를 향하는 날카로운 질문이 그만큼 사라지고 청와대의 의중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현직의원의 장관 겸직 허용은 대통령 인사권이 국회 안까지 뻗치게 만들어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 [공동취재] 연합

 

겸직 허용 조항은 박정희 시대의 3선 개헌 당근책으로 도입됐다

 

1962년 제3공화국 헌법은 국회의원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겸할 수 없다고 명문으로 못박았다. 미국형 대통령제에 맞춰 입법부와 행정부의 인적 분리를 세운 조항이었다. 겸직 허용은 그 조항을 걷어내면서 시작됐다. 무대는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획책한 1969년 3선 개헌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가능하게 하려면 개헌안이 국회 재적 3분의 2를 넘어야 했는데 여당인 공화당 안에도 반대가 적지 않았다. 이들을 돌려세우기 위해 제시된 유인책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겸직 허용 개헌이었다. 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로 총리나 장관을 할 수 있게 하겠으니 3선 개헌에 협조하라는 거래였다.

 

3선 개헌이 만들어낸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산은 1972년 유신헌법과 1980년 전두환 헌법은 물론이고 1987년 민주화 개헌을 거치면서도 그대로 계승됐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여야 어느 쪽에도 손해가 아닌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은 야당시절에는 눈만 뜨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난하지만 정작 그 기둥의 하나인 겸직 허용에 대해선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입을 닫았다. 요컨대 겸직 특권은 3선 개헌에서 태어나 유신헌법과 전두환 헌법을 거쳐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대표적인 악법의 하나다.

 

겸직 금지는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 단독 과반을 가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국회법의 겸직 근거조항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쉬쉬하며 그 폐단을 모른 척한다. 여론이 나빠져도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라는 잘못된 핑계를 합창하면 그만이었다. 일반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겸직 특권을 놔둘지 물어보라. 겸직을 없애라는 쪽으로 압도적 결론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의 제왕화를 부채질하는 비정상적 겸직 특권을 스스로 쳐내는 정권이 위대한 개혁 정권이다.

 

여기서 시점을 구별해야 한다. 겸직 허용 조항은 앞으로 없애는 것이 맞지만 조항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모든 의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의원의 장관 겸직은 대통령제 아래서는 비례의원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에게도 허용돼선 안 되는 특권이다. 비례대표에만 사퇴를 요구하는 지금의 관행은 법적 근거도 없다. 용혜인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려면 지금 겸직 중인 장관 전원의 사퇴를 함께 요구해야 앞뒤가 맞다.

 

용혜인에게 물을 것과 거대 양당에 물을 것

 

용 의원에게 물을 것은 따로 있다. 성평등가족부를 이끌 준비가 돼 있는지, 여성계가 반대해온 정책에 찬성한 이력을 어떻게 설명할지다. 이것이 인사청문회의 본령이다. 겸직 여부 논란은 그가 만들지 않은 제도가 그에게 떠넘긴 딜레마다. 용혜인을 몰아세워 사퇴시킨다 해도 딜레마를 만들어낸 연합위성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리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하지 않는 이상 다음 총선에서도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거대 양당에 물을 것은 이런 것들이다. 위성정당 방지입법을 왜 안 하고 있으며 언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국민의 70%가 넘게 요구하는 비례대표 확대는 언제 할 생각이며 왜 안 하는가.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 국무위원 겸직 독소조항을 도대체 언제까지 껴안고 있을 것이며 언제 폐기할 것인가. 독과점 타파 목적의 정치관계법 개폐마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는 잘못된 입법관행을 언제까지 싸고돌 것이며 언제 셀프입법특권을 내려놓을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는 작금의 비판은 용혜인 개인을 소모하는 데서 끝날 뿐이다.

 

시민의회로 결론을 내자

 

겸직 허용 여부를 누가 결정해야 맞는지 생각해보자. 직접 이해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거대양당은 적격자가 아니다. 겸직 허용 여부 등 정치규칙 제정 권한은 일단 이해당사자에게서 떼어내어야 한다. 아일랜드는 시민의회를 통해 헌법 개정 의제를 정리했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온타리오 주는 시민의회에 선거제 설계를 맡겼다. 무작위 추출로 구성된 시민이 충분한 정보를 받고 숙의한 뒤 권고안을 내면 국회 표결이나 국민투표로 그것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2023년의 선거제 개혁 공론조사는 한국 시민도 얼마든지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제는 선거제와 국회법 겸직 조항 등 셀프입법특권을 두루 다루는 시민의회를 열어야 할 때다.

 

요컨대, 이번 사태를 용혜인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소비하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함으로 다루는 것은 난센스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장관 겸직 조항이 박정희 독재체제의 유산이자 대통령 권력의 제왕화를 불러오는 주범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그 특권을 없앨 권한을 쥔 사람들이 곧 그 특권의 수혜자라서 손대지 못했을 뿐 그 조항은 독소이자 재앙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시민의회에 겸직 허용 여부를 물으면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용혜인에게 돌을 던지는 국회의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용혜인과 거리 두는 여당…당내서 커지는 '자진 사퇴 결단' 목소리

 

2030 지지율 하락 현실화에 우려 심화…진보진영 비판에 통합 의미도 퇴색

김승원은 총력 방어하며 분리 대응…"정당한 의정활동을 부정 청탁으로 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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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용혜인 장관 후보자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4 cityboy@yna.co.kr
 

 

더불어민주당이 8·30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 정국의 핵인 김승원 법무부·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4일 사실상 분리 대응 모드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른바 "벼락 출세·이중삼중 특혜"(송영길 의원) 논란으로 2030의 민심 이반이 눈에 띄게 가속하는 상황과 맞물려 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인 엄호는 거두는 모습이다.

반면 신약 청탁 의혹으로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병도 원내대표 등이 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원 사격한 것과 달리 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용 후보자에 대한 별도 논평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이 용 후보자와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소속 정당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용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40%)은 인사 논란 등과 맞물려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나아가 20대 지지율은 25%로 첫 20%대를, 30대 지지율도 31%를 각각 기록하는 등 급하락세를 보였다.

 

용 후보자가 진보 진영 통합용 카드였으나 실제로는 정의당 등 진보 진영은 물론 여성계에서 비판이 계속되는 것도 민주당으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한 중진 의원은  "빨리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장관으로 임명되면 2030 지지율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용 후보자를 선택한 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 후보자 본인이 결단하지 않는 이상 당이 나설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후보자 본인이 의원직을 내려놓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당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용 후보자가 청문회와 관련해 당에 협조를 구한 바 없다고 밝히며 "(용 후보자 관련 내용은) 후보자와 청문회 준비단에 질의하면 좋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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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연합 자료사진]

 

반면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김 후보자를 엄호하고 있다.

사건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료된 데다 금품 수수 등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후보자가 자당 소속인데다 형사사법 체제 개편을 통해 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같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현장 최고위에서 "검찰이 이미 민원 전달 자체를 위법한 청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처분마저 부당하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김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를 향해서는 "청문회 전에 이미 (김 후보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답정너'식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제1 야당 대표가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근거로 뇌물죄와 감옥을 운운한 것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각각 비판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연일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정당한 의정 활동을 부정 청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소도 하지 못했던 사안을 이제 와 마치 새로운 범죄라도 발견한 양 꺼내 드는 것은 정치 검사 시절의 나쁜 버릇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음을 스스로 입증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건태 의원은 국회에서 김 후보자를 향한 국민의힘 공세를 반박하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권 당시 이뤄진 김 후보자의 청탁 의혹 수사를 "전형적인 정적 죽이기 수사"라고 규정한 뒤 "(국민의힘이) 술집, 룸살롱 같은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정상적인 민원 전달을 부적절한 사적 청탁으로 몰아가고 김 후보자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으려 한다"며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단한 대가성이 없지 않으냐"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을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3일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했다.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7.4%, 응답률은 10.9%다. 

                                                                  <  김정진 오규진 최주성 정연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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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측 "무리하게 법률 적용" 즉각 반발

 

19일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이 공개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지인들이 룸살롱 안에서 찍은 사진. 2025.5.19. 민주당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룸살롱 접대 의혹'을 받는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409만 원 상당의 술 접대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접대 받은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무른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에서 지 부장판사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점을 확인한 만큼, 대법원이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난해 9월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지 부장판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쯤 변호사 2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 술값을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돼 있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본인이 냈다고 주장하는 15만 5000원가량의 술값을 제외한 금액을 3명으로 나눠도 향응을 제공 받은 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특히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 부장판사의 택시 승차 기록 등을 토대로 해당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파악했다. 이대환 부장검사는 "택시 호출 기록을 확인한 결과 택시 승차 시간은 주점에 들어간 뒤 4∼5시간 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후배들의 제안으로 주점에 들러 사진만 찍고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점에서 장시간 술을 먹은 것 같지 않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일행들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이들이 같은 주점에서 모인 2차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 원 상당 술값을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1인당 향응액이 83만 원으로 100만 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로 밝힌 사례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2026.2.29 연합 자료사진 

 

또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도 수사했지만,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뇌물죄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일행이었던 변호사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지만, 접대 시점과 10년 정도 차이가 있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룸살롱 접대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후배들과 찍은 사진을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30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 부장판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리감사관실은 "관련자들 진술에 의하면 대상 법관(지귀연)과 ○변호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어디로 가는지 듣지 못했고, 이 사건 술집에 들어가니 내부는 큰 홀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라이브 시설이 갖춰져 있어 소위 말하는 룸살롱 같은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지 부장판사 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될 당시 지 부장판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확인됐지만, 이에 대한 윤리감사관실의 판단도 없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지 부장판에 대해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기관의 조사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에 지 부장판사가 기소된 만큼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조치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지 부장판사 측은 이날 공수처 수사 결과 브리핑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무리한 사실인정과 법률 적용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 판사 측은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해 나왔다"며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해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등 액수가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모임의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이라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이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흥업소에서 접대받았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2025.5.19. 연합

 

정치권에서는 지 부장판사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임명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과거 사법부는 전·현직 법관의 비위 문제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나 흐지부지한 내부 징계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해 왔다. 사법 당국과 법원이 '봐주기식 기소'와 '가벼운 처벌'로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된다"면서, 대법원을 향해 "법관이라는 신분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일반 국민보다 더욱 엄격한 법의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법원은 형사 재판과 별개로 지귀연 판사에 대한 즉각적이고 엄중한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관 직무 배제 및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중징계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귀연 판사에게 법복은 '자기과시용'에 불과했다"며 "엄정한 법적 단죄와 윤리적 책임을 통해 훼손된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구속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전대미문의 논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구속 중 석방시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3월 법왜곡죄로 이병철 변호사 등으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에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지난해 12월 지 부장판사의 구속취소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권영창 2차 종합특검팀도 지 부장판사를 기소하지 못했다. 다만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20일 지 부장판사의 구속취소 직후 즉시항고 포기로 윤석열 석방을 도운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내란중요 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김성진 기자 >

 

 

 

수감자 9323명 가운데 언론인이 40명
확인된 옥중 사망 기자 2명, 더 많을 수도
실종된 기자 7명, 생존보다 사망 가능성 높아
목격자는 분명히 있는데 이스라엘은 모르쇠
가족들은 자나 깨나 살아 돌아오길 기다려
이스라엘,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 거부
1980년대 남미 ‘더러운 전쟁’의 이스라엘판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끌려가는 사람들. 이들 가운데 약 1800명이 생사를 알 수 없는 ‘강제실종’ 상태다. Ⓒ알자지라 화면 캡쳐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정치군사집단인 하마스(Hamas)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벌어진 지도 벌써 3년이 다 돼 간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보복을 빌미 삼아 가자지구를 초토화시켰다. 내친 김에 하마스를 궤멸시키려는 목표 아래 숱한 사람들을 ‘하마스 용의자’ 또는 ‘하마스 지지자’란 구실을 붙여 감옥에 가두었다.

 

‘거미줄 걸려 죽음 기다리는 작은 벌레’

 

하모케드(HaMoked,1988년 출범)는 이스라엘의 인권단체로, 정식 명칭은 '개인의 방어를 위한 센터(Center for the Defence of the Individual)'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법적인 도움을 주려고 1988년에 출범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청(IPS)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감자 통계 데이터를 받아내는 하모케드에 따르면, 2026년 8월 2일 현재 이스라엘 감옥 안에는 9323명이 갇혀 있다(이 가운데 여성은 92명, 어린이는 370명).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지기 전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5200명이었으니, 거의 곱절로 늘어난 셈이다.

 

구금 형태로 나누자면, ▲형이 확정된 ‘보안 수감자’가 1474명, ▲ ‘보안 구금자’ 3293명 ▲‘행정 구금자’ 3198명 ▲‘불법 전투원’ 억류자 1358명이다. 1개월 전인 2026년 7월 1일의 통계에 견주면 수감자 숫자는 24명 늘어났고, 특히 불법 전투원 억류자가 한 달 사이에 38명 더 늘어났다. 그동안 3차에 걸친 포로교환으로 4000명 가량의 수감자가 풀려났던 점을 떠올리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마구잡이 체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구금과 불법전투원법은 이름만 다를 뿐 (규정상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사실상 똑같은 제도다. 둘 다 변호사조차 만나기 어려운 상태에서 “비밀 증거만으로 무기한 감옥에 갇혀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 수감자 자신은 물론 변호사들조차 붙잡힌 사유가 적힌 ‘보안 정보’ 문서를 볼 수도 없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답답한 상태에서 갇혀 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거미줄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작은 벌레’에 견주곤 한다.

 

지금도 갇혀 있는 기자 34~40명

 

기자들도 거미줄을 피하기 어려웠다. 많은 수의 기자들을 ‘표적 사살’하거나 감옥에 가두었다(연재 9, ‘가자지구는 기자의 무덤’ 참조). 기자들은 변호사 접견이나 가족 면회가 금지된 상태로 ‘비밀 증거’만으로 사실상 무기한 갇혀 지내는 형편이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보호위원회(CPJ)나 국경없는 기자회(RSF) 등 국제 언론단체들은 정당한 취재 활동을 하던 언론인을 사살하거나 감옥 안에 가두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자 불법 구금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언론환경이 나쁜 것으로 악명이 높다. CPJ의 최근 집계(2026년 8월 18일)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 이래 108명의 기자가 붙잡혀 수감시설에 갇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포로/인질 교환 합의 또는 혐의가 풀려 개별적으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34명이 수감 중이다. CP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2~3년 사이에 언론인 구금률에서 중국, 미얀마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https://cpj.org/special-reports/2025-journalist-jailings-remain-stubbornly-high-harsh-prison-conditions-pervasive/#:~:text=China%20is%20responsible%20for%2015%25%20of%20the,18.%20Eritrea.%2016.%20Vietnam.%2016.%20Tajikistan.%209)

 

팔레스타인 수감자협회(PPS)의 집계는 CPJ보다는 더 많다. PPS는 누적 수감자를 약 250명, 현 수감자를 약 40명으로 꼽고 있다. 언론인 또는 기자의 범위를 어떻게 두느냐에서 비롯되는 차이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체포된 사람들의 정확한 수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이스라엘의 비밀주의는 수감자 집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언론인이 몇 명이나 되는가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언론인을 구금 형태별로 나누면, 가자지역에서 붙잡힌 언론인 15~18명은 불법전투원법, 서안지구에서 붙잡힌 언론인 15~20명은 행정구금이다. 지난 연재 글에서 살펴봤던 스데 테이만 수감시설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에게는 '불법전투원법'이 전면 적용됐다. 서안지구 언론인들 가운데는 행정구금이 아니라 일반 형사/군사 재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SNS에 선동 글을 올렸다"거나 "불법 단체(하마스 등)를 찬양했다"는 따위다.

 

CPJ, RSF 등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스라엘이 명확한 증거나 재판 절차도 없이 언론인들을 붙잡아 가두는 것은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범죄의 실상과 가자지구의 참상이 바깥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무자비한 강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들. 이합 모하마드 디압(왼쪽)과 마르완 하르잘라. Ⓒ언론인 보호위원회(CPJ)

 

옥중 사망 언론인, 확인된 숫자는 2명이지만...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간 구금자 가운데 몇 명이 감옥에서 숨졌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이런 비밀 구금 정책으로 말미암아 정확한 숫자를 알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옥중 사망자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 가운데 확인된 언론계 옥중 사망자는 2명이다(감옥에서 풀려난 뒤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진 언론인도 2명이다). CPJ나 베첼렘(B’Tselem, 점령지 인권 정보 센터, 1989년 출범) 같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감옥 안에서 숨졌지만 쉬쉬하고 숨기고 있는 강제실종자들까지 합친다면, 언론인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가자지구의 독립 언론사 아인 미디어(Ain Media) 사진기자 이합 모하마드 디압(Ihab Mohammad Diab, 사망 당시 36세)는 이스라엘군에 붙잡혀간 지 9개월 만인 2024년 9월 감옥에서 숨졌다. 2023년 12월 12일 가자지구 북부 알라바비다 거리에 있는 친척집에서 붙잡혀 끌려갔다. 이스라엘 당국은 처음엔 구금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쉬쉬했다. 이스라엘군 언론담당실은 “디압 기자를 체포하거나 구금한 기록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청(IPS)도 “우린 이합 디압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감옥에 없다”고 했다.

 

디압 기자는 법적으로 생사를 알 수 없고 수감 장소도 알 수가 없는 이른바 ‘강제실종’ 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디압이 바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갔기에 목격자들이 여러 명 있었다. 애가 탈대로 탄 가족들은 그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Gisha, 자유이동을 위한 법률센터)’를 통해 이스라엘군 검찰과 대법원에 인신보호영장 취지를 담은 탄원서를 내면서 수감 여부와 행방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 청원에 대해 이스라엘 쪽은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었다.

 

2026년 4월 마침내 슬픈 소식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해당 인물이 이스라엘 군 시설에 구금돼 있다가 사망했고, 시신은 이스라엘 군 시설에 보관·유치 중"이라고 뒤늦게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숨졌는지 밝히지 않았다. 언론보호위원회(CPJ)와 팔레스타인 ‘수감자 지원 및 인권 협회(Adameer)’ 등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디압 기자는 체포 전엔 건강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결국 그가 사망한 원인은 ▲극심한 고문 ▲열악한 수감 환경 ▲의료 치료 방임 가운데 하나이거나 셋 모두가 겹쳐서다. 사망 경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스라엘은 ‘추가 답변 없음’(No Comment)으로 짧은 답신을 보내왔을 뿐이다.

 

사망 원인 감추고 시신 인도 거부

 

마르완 하르잘라(Marwan Harzallah, 사망 당시 54세)도 옥중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따르는 희생자로 꼽힌다. 하르잘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 공영방송인 팔레스타인 TV의 나블러스 지국에서 방송 미디어 기술자로 일했다. 2026년 1월 8일 나블러스 인근 자와타 마을 자택에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갔다. 기소나 재판 없이 80일 동안 행정구금 상태로 있던 그는 메기도(Megiddo) 교도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하르잘라는 지난 1995년 반이스라엘 시위 도중에 총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자른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인권단체들은 생전의 하르잘라가 건강했고 이렇다 할 지병이 없던 점을 들어, “감옥 안 가혹행위로 숨진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옥중 사망한 두 기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넘기지 않고 보관 중이라는 점이다. 유족들에게는 2차 가해의 아픔이다. CPJ가 이스라엘 군 쪽에 "시신을 언제 유가족에게 인도할 것인가"라고 물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추가로 밝힐 입장이 없다"였다. 유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이스라엘이 보관하고 있는 옥중 사망자의 시신은 알려진 것만 100구에 가깝다. 실제론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은 시신을 협상의 ‘인질’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이 문제에 대해선 따로 곧 집중 살펴볼 참이다).

 

위의 이합 디압과 마르완 하르잘라, 이 두 언론인은 모두 숨지기 전에 변호사 접견을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체포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변호사 접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감자의 가족과 인권단체(Gisha)나 언론단체(CPJ 등)가 법적으로 청원을 넣고 지속적인 추적 조사를 한 끝에 비로소 두 사람이 숨졌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로 미루어, 실종상태 행불자(이른바 ‘강제실종자’) 가운데 숨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2023년 10월 7일 전쟁 첫날 가자지구에서 실종된 하이탐 압델 와헤드 기자(왼쪽)와 니달 알 와히디 기자(오른쪽). Ⓒ국경 없는 기자회(RSF)

 

목격자 있는데도 “우린 알지 못한다”

 

CPJ에 따르면, 적어도 7명의 언론인이 강제실종(enforced disappearance) 상태다. 남은 가족들은 (집안의 아빠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는) 실종자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다. 인권단체, 인도주의 단체, 변호사 등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애타게 실종자를 찾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다.

 

가자지구의 독립언론 매체인 알쿠피야 TV의 사진기자 니달 알 와히디(Nidal Al-Wahidi)도 강제실종자 가운데 하나다. 전쟁이 터지던 당일(2023년 10월 7일) 그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경계 지역인 에레즈(Erez) 검문소 인근에서 현장 생중계로 취재를 하다가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혀 갔다. 함께 일하던 동료 취재진은 알 와히디가 이스라엘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어디 갇혀 있는지, 살아 있기나 한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하이탐 압델 와헤드(Haitham Abdel Wahed) 기자도 강제실종 상태다. 가자지구의 독립언론 매체인 아인 미디어(Ain Media) 소속 사진기자인 와헤드는 위의 알 와히디 기자와 함께 에레즈 검문소 근처에서 붙잡혀 간 뒤 행방불명이다. 그 무렵 찍힌 한 영상에는 와헤드 기자가 PRESS 글자가 뚜렷이 박힌 취재 조끼를 입고 카메라를 든 채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에레즈 검문소의 금속 게이트 앞에서다. 단 몇 초 분량의 짧은 영상은 두 기자가 사라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알 와히디 기자도 그곳에서 목격되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언론인들은 두 사람이 이스라엘 영내 방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https://rsf.org/en/what-happened-gaza-journalists-nidal-al-wahidi-and-haytham-abdel-wahed-missing-7-october-2023)

 

이렇듯 여러 목격자들이 있는데도 이스라엘 교도당국과 군은 그들의 수감 여부, 수감 장소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인권단체 하모케드(HaMoked)와 기샤(Gisha)가 함께 이 두 기자의 생사 확인 및 수감 장소 공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 대법원에 인신보호 청원을 잇달아 제출했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이런 ‘강제실종’ 상태는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가족들이 정작 더 두려워 하는 것은 어느 날엔가 사망 통지서가 날아드는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높다.

 

두 기자가 현장에서 사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날 오전 10시 30분쯤 이스라엘군 F-16 전투기가 에레즈 국경 검문소 근처를 공격했고 폭격을 맞은 사람들의 시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에레즈 검문소 근처에 모인 기자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겨냥한 폭격이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협회는 그들이 이스라엘 군에게 끌려가다가 도중에 사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추정한다. 분명한 사실은 에레즈 검문소와 가장 가까운 인도네시아 병원에선 두 기자의 시신, 또는 그들의 흔적(PRESS 글자가 보이는 조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됐다가 살아 돌아온 기자

 

이스라엘의 인권단체 하모케드(HaMoked)는 두 기자가 실종된 지 2주 만에 이스라엘 대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열흘 뒤 돌아온 답변은 “이스라엘 쪽에 두 사람이 억류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모케드는 그 뒤 이스라엘군에도 여러 차례 수배 요청을 했으나 돌아온 답은 매번 같았다. “이스라엘군에 억류되어 있지 않으며, 구금되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실종된 두 언론인은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나 동료 기자들은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들려온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가족 잡지 알 사아다와 가자 지구의 알라이 라디오에 기고를 하던 프리랜서 언론인 모하메드 나페즈 카우드(Mohammed Nafez Qaoud)는 한동안 강제실종자로 분류돼 가족들이 애를 태웠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존이 확인됐다.

 

카우드 기자는 2024년 3월 19일 피난민 친척을 만나러 가던 중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혔지만 여러 달 동안 강제실종자로 남았다. 아무도 그의 생사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카우드 기자가 살아 있다는 소식은 극적으로 들려왔다. 그해 8월 15일 팔레스타인 수감자 지원단체인 아다미르(Addameer, 1991년 출범) 소속 변호사가 서안지구의 오페르 교도소에서 가자지구 출신 수감자 31명 중 한 명으로 카우드를 지목하면서 그의 생존이 확인됐다. 카우드는 11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고 2025년 2월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그가 감옥에서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을 살았는가는 몸무게 변화(96kg→58kg)가 모든 것을 말해줄 듯하다.

 

집계에서 빠진 강제실종자들

 

글 맨 앞에서 수감자 숫자가 9323명이라 했지만, 집계에 빠진 사람들(이른바 ‘강제실종자’)을 떠올리면, 실제 숫자는 이스라엘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 2006년 유엔은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 방지협약)’을 채택하여 국가권력이 민간인의 생존 여부를 감추는 것은 우리 인류에 대한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는 해마다 8월 30일을 유엔이 지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로 기린다.

 

21세기 중동 한복판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그런 강제실종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 10월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변호사의 접근을 막고 팔레스타인 구금자에 대한 인적 사항조자 알려주길 거부했다. 집안의 가장이 아무런 죄도 없이 붙잡혀 간 것도 억울한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문을 받고 있거나, 죽음마저 은폐된다면 남은 가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잡혀간 이들이 지금 어디에 갇혀 있을까. 살아 있기나 한 것일까. 남은 가족들은 자나깨나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애타고 찾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태도는 그야말로 냉담하다.

 

이와 관련, 중요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인권단체 하모케드가 2026년 5월 11일에 펴낸 ‘구금 중 가자지구 주민들의 강제 실종’이란 제목의 정책보고서다. 여기서 하모케드는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끌려가 실종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례와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보고서에 실린 전형적인 강제실종 사례 하나를 꼽아보면 이렇다.

 

[2024년 2월 24일,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근처에 있는 아주르 가족의 집을 습격해 어머니와 다섯 살 된 딸에게 총상을 입혔다. 어머니는 부상당한 딸 아이와 남편을 뒤로한 채 남쪽으로 강제 피난을 떠나야 했다. 그 순간부터 아이와 아버지의 생사와 소재는 알 수 없게 됐다. 인권단체 하모케드는 이들의 소재를 알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에 문의했다. “아이는 병사들에게 끌려갔고, 아버지는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 갇혀 있다”고 말해주는 목격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당국은 “체포나 구금 기록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모케드는 이스라엘 대법원(HCJ)에 재조사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기각되었다. 이들의 운명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는 없다. 남은 가족은 이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다.]

(https://hamoked.org/files/2026/1667080_eng.pdf)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가자지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건물 앞에서 실종된 가족들의 행방을 찾아내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Omar Ashtawy/APA

 

1800명 넘는 강제실종자, 목격자의 진술서 있는데도 행불

 

하모케드는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을 상대로 약 5400명의 실종자 소재 확인 요청을 했었다. 구금자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 여러 차례 이스라엘 대법원(HCJ)에 청원서를 제출한 끝에, 2024년 5월 3632명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1848명(29.2%, 10명 가운데 3명)의 행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인원의 체포 또는 구금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많은 경우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힐 당시 분명히 잡혀가는 것을 본 목격자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우린 모른다”고 발뺌했다.

 

이에 맞서 하모케드는 목격자들이 서명한 진술서가 첨부된 114건의 인신보호영장 청원을 이스라엘 고등법원에 내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그 가운데 76건은 구금자가 어느 감옥에 갇혀 있는지가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나머지 38건에서는 “체포됐다는 아무런 징후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으로선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이렇듯 1800명 넘는 강제실종자들의 행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모케드는 이 정책보고서에서 ▲구금자 등록의 허점 ▲구금자에 대한 정보 전달의 실패 ▲실종자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의 부재 등 세 가지 요인이 겹쳐 “국제법을 위반하는 강제실종을 막지 못하는 더 광범위한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더러운 전쟁’의 또 다른 이름은?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ICPPED, 2010년 발효)'에 따르면, 강제실종이란 ‘체포, 억류, 납치 또는 기타 모든 형태의 자유 박탈’이 일어난 뒤 그런 사실을 부인하면서 ‘실종자의 생사나 소재를 은폐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 한국은 2023년에 뒤늦게 가입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가입 상태다.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강제실종을 막아야 할 의무마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강제실종은 독재정권이 시민들을 옥죄는 나라에서 흔히 일어나는 문제다. 지난날 중남미의 친미 군사독재정권에선 많은 강제실종자들이 생겨났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1976~1983년)의 실종자(Desaparecidos)는 조사위의 공식 기록으로만 약 9000명, 인권단체와 피해자단체의 추정치로는 약 3만 명에 이른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산 채로 대서양 바다로 던져졌다. 약물 주사를 맞고 반쯤 정신을 잃은 이들은 경비행기나 헬리콥터에 실려 가 바다 위에서 떨어져 숨졌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아르헨티나 군부독재가 무너진 뒤, 한 해군장교는 법정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비행이 이뤄졌고 1500명에서 2000명이 희생됐다고 증언했다. 이 '죽음의 비행'이 저질러지던 시절은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란 이름을 얻었다. 21세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인 마구잡이 폭격과 학살, 대규모 투옥과 강제실종을 가리켜 훗날 역사가들은 어떤 전쟁이라고 이름 붙일까.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