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쿠바에 대한 무역 봉쇄령을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하자 쿠바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쿠바데바테 등 현지 언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연장 조치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對)쿠바 봉쇄를 "학살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미국 정부가 "국가 전체를 질식시키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봉쇄는 "60년 이상 우리 국민을 상대로 자행되어 왔다"면서 특히 "이번 연장 조치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국의 대쿠바 공세 중 가장 가혹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정전이 일상이 된 쿠바 [EPA=연합뉴스]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1960년 시작됐다. 1959년 쿠바 혁명 후 미국 기업 자산에 대한 국유화 조치가 단행되자 워싱턴이 이에 대응하면서다.
이어 쿠바가 소련과 급격히 밀착하자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1962년 적대국과의 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적성국교역법'을 발동해 쿠바에 대한 전면 무역 제재를 본격화했다.
미 정부는 1978년 이래 매년 이 조항의 효력을 연장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5일 발표한 이번 대쿠바 엠바고 연장 조치 역시 연례적 절차지만, 올해 쿠바가 체감하는 무게감은 예년과 다르다. 각종 규제가 지속해서 강화한 데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던 원유 등 핵심 자원 공급이 사실상 완전히 차단됐기 때문이다.
쿠바의 일상 [AFP=연합뉴스]
쿠바는 그간 베네수엘라·멕시코 등 주변 좌파 성향 이웃 국가들로부터 원유를 지원받았으나,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등 베네수엘라 정세 변화 이후 강화된 미국의 해상 봉쇄 탓에 외부 원유 공급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지난 3월 말 원유 약 73만 배럴(10만 t) 규모를 실은 러시아 유조선이 아바나항에 도착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외부 지원이었다.
원유 부족에 다른 에너지난이 극에 달하면서 쿠바 주민들은 일상적인 정전을 겪고 있으며 만성적인 식량과 의약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퇴직자인 후안 리세아(68)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돈이 부족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삶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엘니뇨 공포가 중남미에서 확산하고 있다. 적도 인근 태평양 수온이 상승해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 현상 탓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재난 최고 대응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파나마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특히 파나마는 세계 물동량의 5%를 차지하는 물류 요충지여서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불안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파나마는 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전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디노스카 몬탈보 파나마 내무부 장관은 이번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당국이 "심각한 가뭄을 유발한 엘니뇨의 여파에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운하 [EPA=연합뉴스]
글로벌 물류의 핵심축인 파나마운하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파나마운하는 가툰호 등 인공호수의 담수를 이용해 운영하는데, 강수량이 급감하면서 운하 운용을 위한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파나마운하청이 내달부터 운하를 축소 운영키로 한 가운데 통과 순번을 먼저 얻기 위한 급행 통행료 경매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로 SK가스는 운하 통과 급행료로 역대 최고인 530만달러(약 73억원)를 지불키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작년 말 올해 초 평균 경매 가격은 5만5천달러(7천600만원) 선이었다.
파나마 운하 [로이터=연합뉴스]
파나마뿐 아니다. 엘살바도르 역시 전날 엘니뇨발 가뭄에 대비해 재난 대응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전국에 발령하고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당국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전국에 걸쳐 기상 및 농업 가뭄에 따른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8월 들어 최고 기온 기록이 연일 깨지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통상 비가 풍부한 이 시기에 강우량이 급감하면서 주요 농작물 작황이 초토화됐다. 농림부는 관개 시설이 없는 농촌 지역 소농을 대상으로 긴급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이웃 국가 온두라스는 전국 298개 지자체 중 80%에 달하는 234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으며, 피해가 심각한 75개 지역에는 적색경보를 선포했다.
콜롬비아 산불 [EPA=연합뉴스]
]남미 대륙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페루 정부는 최근 가뭄과 폭우 등으로 전체 도시의 3분의 1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콜롬비아는 가뭄에 따른 주요 저수지 수위 고갈로 전력난이 이어지는 데다가 건조한 기후로 대형 산불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보통 1년 이상 지속되고 내년까지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엘니뇨발 경제·환경·식량 안보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이번 엘니뇨가 더욱 강해져 내년 말까지 이어질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최근 예보했다. < 송광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