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내란 특검법, 17일 본회의 통과
‘부화수행자’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
“소극적 저항한 군경, 적극 보호해야”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 연합
 

‘12·3 내란사태’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특검법이 지난 17일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에 넘겨졌습니다. 이달 하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내란 특검이 빠르면 2월 출범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경 주요 가담자들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죄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검찰이 상당히 수사를 진행한 터라 그 외 정부 관계자들이 얼마나 내란에 가담했는지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듯합니다.

 

특히 1차로 발의된 내란 특검법과 달리 이번에 새로 통과한 2차 내란 특검법은 ‘부화수행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등 ‘주요 가담자’ 말고도 내란 모의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 이들까지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서울의 밤’ 당시, 상황을 잘 모르고 가담한 대부분의 계엄군, 경찰 등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이들을 포함할 경우, 특검의 수사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국회로 오는 것인지도 몰랐다’는 계엄군, 국회를 둘러싸고 의원들의 출입을 방해한 경찰,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을 둘러싼 대통령 경호처. 이들도 내란 특검법으로 처벌받게 되는 걸까요?

 

내란죄에 따르면 부화수행이란 “내란 모의에서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행동했다”는 의미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계엄군 일부가 국회의원 체포가 임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헬기에 탑승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하더라도, 임무를 알게 된 후 이에 바로 항명하지 않고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등 소극적으로나마 지시에 따랐다면 ‘부화수행’에 해당할 여지가 생깁니다. 계엄이 선포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모인 의원들이 출입할 수 없게 한 경찰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차 때 넣지 않았던 이 조항이 명시된 이유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형법에 우두머리, 주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어 있기에 법조문에 맞춰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 힘 쪽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 안에도 부화수행이 명시돼있습니다.

 

법조계 의견을 들어보면, 계엄군과 국회를 통제한 경찰 등은 1차적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지휘관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수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지휘한 지휘관의 경우 부화수행자가 아닌 주요임무종사자로 처벌받게 됩니다.

 

다만 법안을 마련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처벌 기준은 ‘고의성’이 있었느냐이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임무를 행한 이들이 부화수행자로 실제 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법안 성안에 참여한 한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민주당은 상황 인식 후 소극적인 저항을 했던 군경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자백할 경우 형이 감면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이들을 감면할 수 있는 내용을 특별법에 따로 만들어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기소권을 가진 특검이 재량껏 판단해, 무고하다고 볼 수 있는 이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야당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등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서, 무고한 이들은 선처하라는 식의 방침을 권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관저를 에워싸고 체포를 방해한 경호처 직원들이 내란 특검법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역시 또다른 쟁점 중 하나입니다. 계엄 종식과 함께 내란이 끝났다고 보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들은 내란에 가담한 것이 아니지만, 계엄 해제 후에도 내란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들은 내란에 가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내란죄 부화수행자로 형사 처벌받아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다면,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퇴직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들 역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집행 당시 상관의 지시에 불응하며 체포에 협조한 정황이 반영된다면, 상황을 지휘한 몇몇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김용현 궤변 속 계엄 찬성했다는 국무위원 밝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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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지난 23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 당시 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이 적힌 문건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내란 공범’들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김 전 장관은 ‘국무회의 당시 계엄에 동의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국회 대리인단의 질문에 “동의한 사람이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면면에 대해선 “제가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는 국무위원 모두가 계엄에 반대했다는 국무위원들의 기존 주장과 어긋난다.

 

한 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 현안보고에서 “당시 국무회의 자체가 많은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걱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사람도 이걸 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박성재 법무부 장관), “(계엄에 대해) 대부분 장관이 우려했다”(이 전 행안부 장관) 등 참석자들의 언급도 있었다. 김 전 장관의 증언대로 일부 국무위원이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동의했다면 내란죄 공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김 전 장관은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외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서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에 관한 지시사항’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대행이 받은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는 헌법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는 시도로서 국헌 문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자신이 문건을 받은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굉장히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쪽지를 받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만 했다. 이 전 장관 역시 지난 22일 내란 국정조사특위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했지만,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상황에서 이에 대한 수사는 필수적이다. 이 지시 문건에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안건에 대한 실질적 논의도 못 한 채 윤 대통령의 일방적 통보만 받은 것처럼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증언이 나온 만큼, 수사기관은 당시 회의에서 계엄에 동의한 이들이 누구인지, 개별 위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란죄 공범이 누구 하나라도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

 

“매일 탄핵찬성 집회에 참석한 열렬한 탄핵 지지자" 주장

서부지법  “법관 명예 심각하게 훼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 참석, 신 변호사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서부지법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소속 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신평 변호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부지법은 27일 “서부지법 소속 법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글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다”며 이날 신평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멘토로 불리는 신 변호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부지법 부장 판사를 두고 “매일 탄핵찬성집회에 참석한 열렬한 탄핵 지지자로 알려졌다”며 “차 판사는 자신의 정체를 몰래 숨기고 법을 위반하여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었다.

 

다만 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대법원까지 나서 “확인 결과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하자, 신 변호사는 “(해당 글에 언급한 이가) 차 판사가 아니라 동명이인”이라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신평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등 무작정 사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비등해 왔다. 이런 움직임은 윤 대통령 영장 발부 직후 벌어진 서부지법 난동 사태 뒤에도 지속하고 있다.

 

서부지법은 “법관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이념으로 인하여 위법한 영장을 발부한 것처럼 공공연히 거짓을 드러내고 언론을 호도함으로써 피해 법관의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법관에 대한 범죄행위를 고발하고,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서부지법서 ‘기자 폭행·카메라 파손’ 1명 구속…‘강도상해’ 혐의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등 언론현업단체들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서부지법 극우폭동으로 인한 취재진 폭행을 규탄하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테러,내란 폭동 세력을 엄벌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동 사태 당시 언론사 기자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부순 혐의로 폭동 가담자 1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서울 서부지법 이승은 당직 판사는 27일 오후 강도상해 혐의를 받는 ㄱ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ㄱ씨는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할 당시, 이를 취재하는 기자를 폭행하고 촬영 장비를 부수고 탈취한 혐의를 받는다.

 

폭동 당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특정 언론사 기자를 찾아다니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앗는 등 기자들을 상대로 한 위협과 폭행을 벌여 비판이 인 바 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9개 언론단체들은 20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전례 없는 충격적 행위”라며 “이 모든 책임은 불법 비상계엄을 획책하고 옹호·조장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들에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ㄱ씨 구속으로 현재까지 18~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인원 63명이다. 폭동 사태 당시 현행범으로 붙잡힌 58명이 구속된 데 이어, 이후 채증 영상 분석 등을 바탕으로 한 경찰 추적을 통해 덜미가 잡힌 5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27일 자신의 SNS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한 전한길 ⓒ 인스타그램 갈무리관련사진보기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논란이 된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이 이번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27일 자신의 유튜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영상을 게재한 전씨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축하드린다"면서 "우리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들은 미국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님, 아시다시피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현재 야당의 일방적인 공격을 받고 현재 탄핵 소추 심판과 내란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그래서 취임식날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옆자리에 앉아서 취임 축하를 해드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씨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면서 "갇힌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50%를 넘어가고 있고, 조만간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 직무복귀를 하고, 복귀하게 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두 정상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씨는 "재임 기간에 노벨평화상을 두 대통령이 나란히 함께 수상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하겠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전씨의 편지가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논리적이고 날카롭다는 일타강사가 쓴 편지라고 보기 어렵고 극우 집회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미국과 주한 미군을 사랑한다"는 등의 부분이 그렇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을 순 있지만 그간 벌어졌던 불법,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 투입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는 점에서 맹목적인 윤 대통령 강성 지지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미 양국의 협력으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글을 보면 미사여구로 채워진 아부성 편지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한길의 적은 전한길 "유튜브가 무서운 게 사람들을 세뇌"

과거 강의 영상에서 유튜브가 사람들을 세뇌시켜 무섭다고 발언한 전한길 ⓒ 유튜브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전한길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서부지법 폭동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되자 누리꾼들은 과거 그가 강의에서 했던 영상을 찾아 내 '전한길의 적은 전한길'이라며 공유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 전씨는 "요즘 유튜브가 무서운 게 아예 그쪽으로 세뇌시켜 버린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유튜브들이) 정치세력화해서 완전히 가스라이팅 시켜서 돈 버는 거야"라고도 지적합니다.

이어 "거기 가면 기분이 좋다"면서 "그게 세뇌당하는 거다. 종교하고 똑같은 거다"라고 말합니다.

관련 영상에는 종교 집회에 연사로 참석한 전씨를 꼬집은 듯 "가장 무섭다는 유튜브와 종교에 빠진 위험한 강사"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편, 전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과거 강의를 들었던 현직 선관위, 지방 공무원"이라 밝힌 이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개표, 투표, 사전투표원으로 수도 없이 근무했다"면서 "공정한 선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개표로 진행하고 현장에서 조금만 수상해도 참관원들이 나와서 따져 묻는다"라며 부정선거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오마이 임병도 기자 >

 

권영세 “‘공수처 굴종’ 검찰총장 사퇴하라”…국힘, 검찰 일제히 비판

김대식 “검찰, 공수처의 하청기구냐”
나경원 “법원, 기소 위법성 심리해야”
오세훈 “수사없이 기소 단행에 유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인봉의료재단 영등포병원에서 설 연휴 응급의료체계 현장점검을 한 뒤 보도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인사들이 일제히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페이스북에 “법치 붕괴를 불러온 공수처장과 이에 굴종한 검찰총장은 즉각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썼다. 그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불구속 수사 원칙이 무시된 이번 (윤 대통령 구속기소) 사건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검찰이 특정 정치세력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더 이상 공익의 대표자, 최고 수사기관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을 방문해 설 연휴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했다. 연합뉴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검찰은 공수처의 불법 수사를 단죄하기는커녕 이를 근거로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공수처의 '하청 기구', '기소 대행 기구'로 전락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이번 기소의 절차적·법적 문제를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며 “공소 기각을 통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워주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권 인사들 역시 일제히 검찰에 날을 세웠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원은 이제 불법 수사와 부실 기소의 위법성을 철저히 심리해야 한다”며 “직권보석 결정으로 과도한 인신구속을 해제하고, 공소기각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수사 없이 단행된 대통령 기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조금의 절차적 시빗거리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천호성 기자 >

 

사실 호도, 허위 정보 유통, 양비론, 책임전가 등 망언의 종류도 다양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상현, 김민전, 나경원 의원.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공동취재사진, 연합
 

 

12·3 내란사태 이후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궤변과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한 윤상현 의원과 ‘백골단’을 국회로 끌어들인 김민전 의원, 판사 출신이면서 법원 공격에 앞장선 나경원 의원 등 3명이 대표적이다. 사실 호도, 허위 정보 유통, 양비론, 책임전가 등 망언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이 내란 사태 이후 보인 행보는 두고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며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호위무사’ 자처한 윤상현

 

윤상현 의원은 12·3 내란사태→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윤 대통령 체포·구속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앞장서서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그전까지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체성을 바꾼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의 주장과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을 방문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내란 수괴’ 전두환의 항변과 똑같은 것으로 이에 대해 1997년 대법원은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헌문란 목적의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라는 의미다. 윤 의원은 사실을 호도한 거짓 주장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한 셈이다.

 

이후에도 윤 의원의 말과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필요하다면 극우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탄핵을 막지 못했다며 사죄의 큰절도 해가며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했지만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2024년 12월8일)며 분노한 민심도 개의치 않는 태도가 이를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의 거침없는 행보는 폭도로 돌변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폭동 사태로 변곡점을 맞았다. 윤 의원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동안 서부지법 담장을 넘었다가 경찰에 붙잡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두고 “곧 훈방될 것”이라며 안심시켜 뒤이어 이어진 과격 행위를 조장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원을 향한 테러 행위조차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라는 이유로 가벼이 여긴 태도가 ‘법원 난입’이란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폭력 사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 사태 등을 조장·선동했다며 윤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21일 제출했다.

 

황당한 음모론 퍼나른 김민전

 

윤 의원과 쌍벽을 이루며 윤 대통령을 철통 방어한 김민전 의원의 언어는 보다 날 것에 가깝다는 것이 특징이다. 거리의 극우 지지층이나 언급할 법한 정제되지 않은 주장을 거론한다는 점이 그렇다. 단적인 예가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반공청년단’을 소개하고 있다. 국회 정책영상플랫폼 갈무리

 

김 의원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서지를 않나, 한 번도 농사짓지 않은 트랙터가 대한민국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나. 이것이 바로 탄핵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의 배후에 중국인이 있다는 극우 세력의 음모론을 되풀이한 것이다. 현역 의원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나, 이후 김 의원은 보란 듯이 극우 지지층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실어 날랐다.

 

지난 5일 김 의원은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 지지자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언론은 위안화 그리고 한국말 하는 화교에 다 넘어갔다”는 궤변으로 점철된 글이었다. 극우 지지자의 입을 빌려 허위 정보 유통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 게시글에는 ‘탄핵 집회 중국인’이라는 제목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진도 첨부됐다. 해당 인물이 실제 중국인인지, 사진이 찍힌 장소가 탄핵 찬성 집회인지 등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진이었지만, 김 의원은 무책임하게 공유했다가 뒤늦게 글을 삭제했다.

 

김 의원의 행보는 지난 9일 백골단을 자처한 극우 청년 조직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하며 정점을 찍었다.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 경찰 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다. 1991년 명지대 1학년생 강경대군을 숨지게 해 당시 노태우 정권을 향한 국민적 항거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고 나선 극우 청년 조직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 이름도 ‘백골단’이다.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국민적 트라우마도 아랑곳하지 않는 극단주의를 김 의원이 용인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김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백골단의 의미를 몰랐다”며 발뺌했다. 경희대 후미나티스 칼리지(교양대학) 교수 출신이면서, 백골단이 악명을 떨쳤던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력을 무색하게 하는 책임 회피였다. “분변을 가리지 못하는 정치”(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김 의원은 여전히 극우 세력에 한껏 가까이 다가선 모양새다. 김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텔레그램방에 한 극우 매체의 부정선거 기사 링크를 여러 차례 올렸다가 동료 의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판사 출신이면서…법원 공격 앞장선 나경원

 

나경원 의원은 주객이 전도된 진영 논리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데 앞장섰다. 나 의원은 지난해 12월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내란 자백”이라고 평가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 모두 차분히 (담화) 의미를 곱씹어보자”고 했다. 거대 야당의 독주에 맞서 헌정질서를 지키려 비상계엄을 했으므로 내란이 아니라는 윤 대통령의 궤변에 적극 호응한 모양새였다.

 

나 의원의 주장은 비상계엄의 위법·위헌성을 지적하기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살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 주객전도였다. 나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동 사태와 관련해서도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며 양비론을 펴 비판을 받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

 

나 의원은 지난해 12월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이 12·3 내란사태 당일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야당 지지자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위헌·위법적 지시를 받고 국회를 포위한 공권력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한 사실을 도외시한 주장이었다. 나 의원의 주장과 달리 정작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맨몸으로 경찰의 불법적 조처를 저지하려고 했다.

 

나 의원의 이런 비뚤어진 현실 인식은 같은 당 인사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있었던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위대는 내게 전혀 위협을 가하거나 욕설을 하지 않았다.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며 “(나경원 의원은) 도대체 뭐가 무서웠던 거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끊임없이 면죄부를 부여해 온 나 의원의 비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국면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당 지도부와 함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에 ‘불법’ 딱지를 붙이며 영장 집행 저지에 적극 나선 것이다.

 

지난 15일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규탄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앞으로 달려간 나 의원은 “아무리 살인범 현행범이라고 해도 법이 살아 있어야 되는 것이다. 직무만 정지되어 있지 현행 대통령에게 무리하고 불법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 한 차례의 이의신청 기각, 서울중앙지법의 체포적부심 기각까지 각기 다른 4명의 판사를 통해 체포영장 집행의 정당성이 입증됐음에도 ‘판사’ 출신인 나 의원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나 의원은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실패한 뒤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 판사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드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해당 판사가 법원 내 진보적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며 영장 발부가 불공정하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재판의 독립성을 그 누구보다도 옹호해야 할 판사 출신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왔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위헌적 윤석열 비상계엄 물타기, 근거 빈약...자사 '보도' 마저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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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또 다시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다. 이번 표적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다.

27일자 이 신문은 <尹 탄핵소추에 결정타 날리고는… 말 달라지는 '국정원 넘버2'> 기사에서 홍 전 차장이 야당의 공세에 맞춰 '윤 대통령의 체포지시'에 관한 발언을 조금씩 바꿨다고 보도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6일 한겨레 인터뷰에선 "대통령에게 한동훈 대표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가 12월 7일 KBS 인터뷰에선 "대통령이 저에게 직접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고, (체포) 명단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또 홍 전 차장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를 보고했다가 묵살당한 상황을 두고도 말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선 "조 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더니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에서 "(내가) 목소리를 높였더니 조 원장이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가버렸다"로, 지난 22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오전회의에선 "정무직 회의가 열리는데 어떻게 말씀 안 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가 오후에는 "정무직 회의 때는 (정치인 체포 지시가) 너무 민감한 것이라 정무직 회의가 끝나고 보고했다"로 말이 바꿨다는 것이다.

'단독' 제목 바꿨지만… 홍장원 진술은 일관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12월 6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대통령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자사 단독보도를 홍보하는 게시물. ⓒ 조선일보 페이스북 갈무리관련사진보기


그런데 홍 전 차장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최초 보도한 곳이 바로 조선일보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22일 국회에서 "홍 차장이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제가 12월 3일 밤에 들었던 얘기는 '대통령이 전화하셨다.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셨다' 보고했다.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대통령 지시로 보고한 게 없다"며 "12월 6일날 오전에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홍장원 차장을 소스로 해서 보도가 났다"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 기준, 12월 6일 오전 10시 44분에 나온 <[단독] "尹,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 한동훈 체포 지시… 거부하자 경질"> 기사 얘기였다.

조선일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인사의 체포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한 자사 기사의 제목을 '홍장원 전 차장이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변경했다. 화면은 네이버에서 확인한 해당 기사. ⓒ 네이버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이 기사는 현재 <국정원장 "1차장 '이재명에 상황 설명하자' 제안… 정치 중립 어긋나 인사 조치"란 제목이 달려 있다. 수정 시각은 12월 6일 오후 11시 6분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 등에는 해당 기사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여전히 존재한다. 매체 스스로 단독보도라고 했던 기사를 사실상 오보 취급하는 셈이다. 또한 홍 전 차장 진술은 큰 틀에서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매우 상세하다. 다음은 국회 회의록시스템에서 확인한 홍 전 차장의 '윤 대통령 체포 지시' 관련 발언이다.

홍장원 전 차장 : (12월 3일 오후) 8시 22분에 통화를 한 이후에 대통령께서 대기하라고 한 말씀이 있으셨기 때문에 국정원 청사로 돌아가서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중에 10시 23분에 비상계엄이 일어난 부분을 TV로 보고 그 이후에 한 30분 정도가 지난 10시 53분 정도에 대통령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비상계엄을 발표한 사실을 확인했는가 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아까 윤건영 위원님께서 질문했던 내용과 동일합니다. 중요한 요지는 방첩사령부를 적극 지원하라는 부분이 요지셨습니다.
전화를 받으니까 비상계엄 발표하는 걸 확인했냐라고 물으셨고 그다음에 조금 강한 어투라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만 하여튼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목적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를 그렇게 해야 되는지까지는 잘 몰랐고 그렇다고 대통령께 누구를 체포하라는 말씀이십니까라고 여쭤보기도 뭐해서 잠깐 기다리고 있는데 대통령께서도 약간 말씀에 포즈(pause)가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지금 주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향후에 주시겠다는 건지는 말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이번에는 일단 방첩사를 적극 지원해라. 방첩사에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 무조건 지원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10시 53분에 대통령님 전화가 끝나자마자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부분이 방첩사를 지원해라라는 부분의 지시였기 때문에 이어서 바로, 기억하기로는 11시 6분에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계속 머뭇머뭇해서 제가 '어떻게 된 거야?'라고 얘기했더니 계속 이야기를 안 하길래 'V께서 전화하셨어. 대통령께서 너희들을 도와주래'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 이후에 아마 정보위에서 말씀하신 그 관련된 내용들을 저한테 얘기했던 겁니다.
김병주 의원 : 그러니까 여러 명 정치인 체포해라, 이재명……
홍장원 전 차장 :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는, 중간에 일일이 세지도 않았고 당시 밤중에 전화로 메모지에 막 메모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14명 정도로 기억합니다.


홍 전 차장은 오히려 조 원장이 계엄 당시 비상국무회의에 다녀온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2월 3일 밤 조 원장을 찾아가) '대통령께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합니다'라고 하니까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그래서 제가 사실은 조금 놀라시라고 '그런데 방첩사에서 지금 이재명하고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답니다'하니까 다소 의외의 답을 받았다. '내일 아침에 얘기하시죠'라고 말씀하셨고, 제가 그래서 '원장님, 그대로 최소한의 업무 방향이나 지침은 주셔야죠' 했더니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서 가버리셨다"라며 '보고 묵살' 상황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내란 혐의 흔들렸다?' 비상계엄 위헌성은 명백

그런데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구속 기소 다음날인 27일 전면적으로 윤 대통령 수사와 탄핵심판 등을 '논란'으로 만들며 사실상 그를 비호하고 있다. <국회 마비·정치인 체포… 尹의 핵심 내란 혐의, 탄핵심판서 흔들려>라는 기사의 경우 제목만 보면 마치 큰일 난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이 홍장원 전 차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부인했다는 내용일 뿐이다. 이 신문은 또 검찰의 구속 기소를 문제 삼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에 맡겨야 했다'는 법조계 인사들의 평가를 다뤘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복원과 윤 대통령 석방이라는 속내가 담긴 보도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 사실은 홍 전 차장의 진술로만 확인되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는 '홍장원 흠집내기'로 국회 탄핵 소추의 정당성을 흔들려고 하지만, 성공하기 힘든 작전이다. 12.3 내란사태는 온 국민이 목격자다. '국헌문란'의 목적은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에서만 확인되지 않는다. "국회 독재가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란 차원에서 질서유지, 상징성 측면에서 국회에 군을 투입"했다고 인정한 윤 대통령 본인의 말이 뒷받침한다. 선관위 군 투입 지시 또한 부인하지 않으며 "(부정선거 의혹의)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던 해명 또한 마찬가지다.

헌법학자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8일 토론회에서 "계엄의 본질은 한시적인 군정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헌법은 정상적인 헌정상황을 중단시키고서 군정통치가 행해지는 계엄의 중대성과 그 오·남용 위험성을 고려하여 여느 국가긴급권과는 달리 발동요건, 이른바 '준법요건'을 추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 역시 "12.3 사태의 경우 담화와 포고령, 그 실행행위를 살펴보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꾀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이미 집권자의 자기쿠데타(Self-Coup)의 가장 최신 사례로 학계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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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회에 군을 투입한 데다 포고령 1호로 국회 활동을 전면 금지한 대목의 위헌성은 명백하다. 조선일보조차 지난해 12월 6일 <헌법학자들 "野 견제 위한 계엄 헌법 어디에도 그런 내용 없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 기사에선 이후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배보윤 변호사가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감사원장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탄핵대상이 되는 상황은 국가 기능의 마비 상태인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계엄은 속성상 국회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비상계엄 선포 당일 당 대표 명의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기자들에게 직접 "국민과 함께 잘못된 계엄 선포를 반드시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국민들은 안심해달라. 반드시 저희가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조선일보는 <홍장원, 尹대통령 탄핵소추에 영향 미쳤나>란 기사에서 홍 전 차장의 '제보'가 한 전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게끔 했다고도 보도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비상계엄에 대한 평가 자체는 처음부터 명백했다.

홍장원 죽이기, '정의실현·불편부당'에 부합할까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는 조선일보의 나쁜 습관은 오래 됐다. 이 신문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당시에는 이 사건 제보자인 전직 국정원을 "민주당 측으로부터 '대선에서 크게 기여하면 민주당이 집권한 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나 총선 공천을 주겠다'는 내용의 제안을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 고비마다 '메신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는 내란 사태에서도 역할은 변함없다.

조선일보는 최근 '법은 왜 짓밟혔나'라는 기획을 진행하며 '입법부의 위인설법'과 '여론에 휘둘리는 판사' 등을 다루며 '국회와 법원이 법을 짓밟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국회와 법원도 잘못했으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수사기관의 난맥상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법을 잔인하게 짓밟은 자는 누구인가. 바로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리고 헌법을 짓밟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정의옹호'와 '불편부당'이 社是(사시)라는 매체는 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양비론'으로도 부족해 '홍장원 죽이기'는 아니지 않나.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인터뷰 왜곡 피해 헌법학자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했냐는 반응, 마음 아프다”

[인터뷰]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년전 논문으로 조선일보와 인터뷰, 정반대 취지로 보도
왜곡보도 삭제요청 받아들여지지 않아…

“평소 진영론에 비판적, 12·3 사태 중요해 적극적으로 인터뷰”
“왜곡하면 마음 놓고 기자 만나지 못해”…

“언론 역할 중요, ‘비논리적 법적주장’ 검증해야”

 
 
▲조선일보.

 

헌법학자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한 조선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이 교수가 과거에 쓴 논문에 대해 설명하는 인터뷰였고, 그의 평소 주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일 인터뷰와 정반대 논조의 기사가 나왔다. 조선일보 기사만 보면 이 교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을 옹호한 학자가 돼 버렸다. 이 교수는 지난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최근 여러 언론사와 비슷한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진보언론에는 그 언론사 논조에 맞춰 발언하고 보수언론과 인터뷰에서는 보수언론 논조에 맞춰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 사람처럼 비치는 지금의 상황이 학자로서 불명예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쓴 논문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상의 딜레마’에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겪는 여러 딜레마를 언급하며 실제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탄핵 사건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헌재는 같은 딜레마에 놓여 있고, 이 교수는 저자로서 이번 사태와 연결해 논문 내용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신속성’과 ‘신중성’을 둘다 충족해야 하는데, 이 교수는 둘 중에 ‘신속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신속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대통령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헌재가 대통령의 형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 ‘원칙’은 청구인(국회)가 제시한 대로 형사법을 판단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예외를 허용해 다른 사유로 파면이 가능하면 신속성 요청을 위해 형사법 위반 여부를 헌재가 판단하지 않을 수 있고, 이번 내란죄 쟁점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10일자 6면에 <“헌재, 내란죄 판단이 원칙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라면서 두 쟁점을 모두 이 교수 입장과 다르게 제목을 달았다. 

 

▲ 지난 10일자 조선일보 6면 이황희 교수 인터뷰 기사
▲ 조선일보 10일자 이황희 교수 인터뷰 온라인에서 일부 수정된 제목

 

인터뷰 왜곡 사건을 겪고 나서 이 교수는 여러 사람에게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냐’는 말을 듣게 됐다. 이 교수는 “12·3 비상계엄 이후 여러 기자와 인터뷰했고 그중엔 조선일보 기자도 있었는데 그동안 발언 취지가 왜곡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진영적 사고, 정치적 극단주의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심리적 내전상태로 치닫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해 편을 나누는 것에 대해 평소 비판적이었다”며 “보수언론을 통해 보수적인 독자, 진보언론을 통해 진보적인 독자에게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번 내 사례가 평소에 내가 비판적으로 생각하던 ‘진영적 사고’를 강화하는 근거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23일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최근에 헌법학자로서 언론 인터뷰나 국회 토론회 등 공론장에서 자주 의견을 말하고 있다.

 

“원래 언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다. 친한 기자들 전화를 받으면 자문하는 정도였는데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헌법은 추상적이라서 ‘충돌하는 해석들이 양립가능한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그럴 때마다 서로 정치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주장한다.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해석으로 공론장에 기여하고 싶었다.”

 

-지난 9일 인터뷰 당시에는 왜곡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나?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나?

 

“그 당시에는 전혀 못 느꼈다. 인터뷰하면서 기자가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인터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4년 전에 써놓은 논문에 대한 인터뷰니까 다음날 지면에 그렇게 실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12·3 이후로 기자들에게 전화오면 내 생각을 성실하게 얘기했고 그중엔 조선일보 소속 기자들도 있었는데 인터뷰 취지대로 기사가 나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과도 인터뷰를 해서 지난 15일에 보도됐는데 일본 기자가 한국인보다는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그래도 기사를 정확하게 썼더라.”  

 

-인터뷰를 마치고 9일밤 기자한테 연락와서 ‘국회가 내란죄(형사법) 판단을 빼면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이 왔고 기자에게 ‘논조에 맞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는데, 그때쯤 이상한 걸 느꼈나?

 

“당시 저녁 식사 중이었다. 같이 있던 친한 동료교수에게 반농담으로 ‘조선일보랑 인터뷰했는데 내란죄 판단하는 게 원칙이라고 기사가 나갈 것 같다’고 얘기했다. 집에 와 가족한테도 농담처럼 비슷한 얘기를 했다. 물론 기자가 ‘내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쓰겠다’고 약속했으니 설마 왜곡될까 싶었다. 다음날(10일) 일어나자마자 기사 제목을 보고 너무 놀랐다.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그날 조선일보 기자와 여러번 통화를 했다. 기사를 지워달라고 했지만 어렵다고 했고 온라인에서 일부 고쳤지만 논문과 인터뷰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진 않았다. 어떤 독자가 보면 이황희라는 교수가 진보적인 언론에 가서는 헌재가 내란죄를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가 조선일보에 가서는 조선일보 논조대로 내란죄를 판단해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이 돼 있는 거다. 이런 상황이 학자로서 불명예스럽다.”

 

-애초에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냐는 반응이 많다.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진영적 사고, 정치적 극단주의가 한국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심리적인 내전상태로 치닫는 원인이라고 생각해 평소에도 니편 내편 나누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번 사태 관련해 학자로서 의견을 밝히는 것이니 보수적인 독자에게도 전하고 진보적인 독자에게도 내 의견을 공유하고 싶었다. 반박당하는 건 괜찮다. 헌법에 대한 논의에서는 상충하는 의견들이 양립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내가 평소에 비판적으로 생각했던 ‘진영론적 사고’를 강화하는 하나의 사례가 된 것 같다. 진영론을 깨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진영논리를 더 강화하는 근거가 돼 마음이 아프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조선일보 혹은 조선일보와 비슷한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아예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인터뷰를 왜곡 당한 취재원(이 교수)이지만 계엄과 탄핵, 서부지법 폭동까지 이어지는 국면에서 건강한 의견을 발굴해 인터뷰 취지를 잘 전달하려 노력하는 수많은 기자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학자적 책무로서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언론이 왜곡을 하면 마음 놓고 기자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 저널리즘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데 그 부분에서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다른 분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면 공론장을 질적으로 강화시킬 수 없다. 당장 이번 왜곡 사건 이후로 언론취재를 끊지는 않았지만 열정·에너지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 전이었다면 받았을 전화인데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황희 교수.

 

-이번 일로 언론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2·3 이후로 ‘비논리적인 법적 주장’이 많이 나온다. 예를들어 ‘불법 영장’, ‘불법 체포’와 같은 구호들이나 ‘경호처 사람들이 영장을 집행하러 온 공무원을 체포할 수 있다’는 등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 너무 많고 이러한 주장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심리적으로 자제하던 부분을 무너뜨리는데 영향을 준 것이다. 그래서 언론이 중요하다. 언론이 말을 기계적 균형이라며 그냥 전달할 게 아니라 비판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최근 계엄·탄핵·서부지법 폭동을 지켜보면서 헌법연구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반적인 법은 국가가 시민에게 집행하므로 강제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은 시민이 만들어서 국가에 집행하는 법이다. 국가는 강하기 때문에 헌법을 무시하려면 무시할 수 있다. 근대 입헌주의 이후로 헌법이 국가권력에 제대로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다. 한국은 1987년 이후에 겨우 헌법을 지키자는 문화를 만들었지만 민주주의 헌정질서는 완성될 수 없고, 어느 수준에 올랐더라도 의식적인 노력을 해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서부지법 사태를 보면 (윤 대통령) 영장 발부에 승복하지 못하고 폭력을 보였는데 과연 헌재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헌재 결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후 선거도 못하겠다고 나오면 영장발부처럼 공권력을 집행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헌법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헌법에 승복하는 정치문화·사회문화적 합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윤 대통령 측에선 탄핵심판 속도가 빨라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18일, 박근혜 대통령 때는 25일만에 1회 변론기일이 열렸는데 이번에는 31일이나 걸려 제일 늦었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때도 주2회씩 변론했고 박 대통령 사건 때는 주3회 진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박 대통령 사건은 자료가 많아 변호인들이 지금보다 방어권 행사하기 어려웠을 텐데 윤 대통령 사건은 그에 비하면 단순하다. 그런데 마치 엄청 부당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경험상 헌재는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한 사건일수록 해오던 대로 한다. (이 교수는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이다.) 부정선거 주장은 탄핵사유와 직접 관련이 없어서 설령 부정선거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비상계엄의 절차·내용상 문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최근 언론보도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은?

 

“(윤 대통령 측의) 부당한 문제제기가 인식적으로 축적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주장을 언론이 제때 검증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토론회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미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6일 의사당 점거 폭동 이후 언론학계가 만든 원칙이 있다고 하더라. ‘선거와 선거 이후 보도에서 민주주의에 합당한 프레임을 적용할 것, 민주적 제도와 규범을 강조할 것, 대중이 선거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짓 주장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것’ 등의 내용이다.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주장인데 기계적 균형을 이유로 그냥 전달되면 안 된다. (전광훈 목사 등이 주장하는) ‘국민저항권’ 같은 것이 현재 저항권으로 성립할 수 없다. 법리적으로 언론에서 검증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학자로서 지식을 공유하고 공론장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반헌법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확산하는 정치세력과 극우유튜버에 대해 미디어오늘을 포함해 여러 매체에서 비판해도 가닿지 않는 것 같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기존 언론이 유튜브를 재미로 이기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유튜브에 눌려 기존 언론이 사라지면 사회의 중요한 공공자원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유튜버가 반헌법적인 발언을 하더라도 범죄에 해당하지 않으면 허용될 수밖에 없고 그런 주장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다만 중심에서 역할을 해왔던 언론계에서 좀더 공론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난 독일 슈피겔과 미국 뉴욕타임스를 구독하고 있다. 충분히 구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면에서 비교우위를 찾아야지 흥미 요소로 유튜버를 상대하는 건 어려울 거다. 뜻있는 시민들, 언론의 역할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공론장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