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 형 확정 지휘관’ 사진의 예우·홍보 목적 게시 금지

 

 
 
전두환(오른쪽), 노태우는 군형법상 내란죄, 반란죄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8월 26일 1심 선고공판에 나란히 선 두 사람. <한겨레> 자료사진
 

1979년 12·12 군사반란 주모자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은 과거 이들이 지휘관으로 근무했던 군부대에 아예 걸 수 없게 된다.

 

국방부는 3일 내란·외환·반란·이적의 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및 부서장의 사진을 부대 회의실 등에도 게시할 수 없도록 부대관리훈령을 상반기에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때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부대관리훈령의 빈틈을 노려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의 제20대, 제21대 사령관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을 다시 게시한 것과 같은 ‘꼼수’를 차단하려는 조처다.

 

앞서 방첩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11월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본청 내부에 역대 사령관 중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도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기록, 유지하는 차원에서 게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19년 4월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국방장관 및 장성급 지휘관 사진 게시 규정 등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해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의 예우·홍보 목적 게시를 금지했다.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에는 외부인에게 부대의 역사와 역대 지휘관을 소개하는 홍보관이 있다.

 

이에 따라 내란·반란·이적죄로 형이 확정된 전두환(1공수여단·1사단·보안사)·노태우(수도방위사령부·9사단·보안사), 장세동(3공수여단) 등 12·12 군사반란 가담자 10명의 사진이 해당 부대 홍보관에서 철거됐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예우·홍보 목적 게시가 아닌 ‘역사적 기록 보존’ 차원에서는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는 부대 회의실 등 군 내부 공간에서는 이들의 사진을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개정될 부대관리훈령은 내란·외환·반란·이적의 죄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은 역사기록 보존 목적이라도 사진은 걸지 말고 계급, 성명, 재직 기간 등만 게시하도록 했다. 12·3 내란 가담자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도 형이 확정되면 그들이 지휘했던 부대에 걸린 사진이 내려진다.

                                                                                                   <권혁철 기자 >

1979년 12월12일 군사반란 뒤 정승화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체포를 발표하는 전두환 보안사령관. 한겨레 자료사진

 

 

출범 후 첫 공소 제기... 퇴직금 1억2천여만원 지급하지 않은 혐의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연합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쿠팡 퇴직금 미지급 혐의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와 회사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특검팀 출범의 계기가 됐던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무혐의 처분을 뒤집은 것으로, 특검팀 출범 이후 첫 공소 제기다.

 

특검팀은 3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엄성환 전 대표와 정종철 현 대표, 회사 법인을 기소했다.

 

 엄 전 대표 등은 2023년 5월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회사의 취업규칙을 변경해 총 40명의 일용직 노동자에게 줘야 할 퇴직금 1억2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쿠팡은 당시 퇴직금 지급 관련 규정을 ‘일용직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바꿨다. 이 때문에 근무 기간에서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하인 날이 하루라도 포함되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해당 날짜부터 다시 계산하도록 해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이라 한다.

 

특검팀은 “2023년 5월26일자 취업규칙 변경 이전인 2023년 4월1일부터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이미 내부 지침을 변경했으며, 일용직 근로자들의 의견 등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직금 지급 기준을 변경해 시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쿠팡과 동일한 형태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플랫폼 근로자에 대한 판단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검팀이 엄 전 대표 등을 기소한 건 기본적으로 쿠팡 물류센터의 일용직 노동자를 상용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의 체결과 종료가 반복되더라도 누적이 되면 근로관계의 연속성과 상근성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플랫폼 일용직 노동자도 반복 갱신된 계약 기간이 1년을 넘으면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플랫폼 일용직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상 지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특검팀 수사는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 등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엄 검사는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전 부천지청 차장검사)와 함께 지난해 1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 김지은 기자 >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국정농단 실세 김건희 종합특검서 철저 수사"

"전두환 찬양 극우인사 입당 국힘 '내란범 갤러리'인가…정교유착 단절"

"민생개혁 입법 고속도로 깔 것"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원포인트 개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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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연합)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6.2.3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은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정부 제1의 국정 운영 원칙은 '오직 국민 삶'이며, 민주당의 최우선 가치 역시 '오직 민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란 종식이 곧 민생 회복"이라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김용현·노상원·조지호는 오는 19일 1심 선고에서 법정최고형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대 특검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노상원 수첩',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 '외환 혐의',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등의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의 실체를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건희 여사에 대해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 데 대해선 "주가 조작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거대 범죄엔 무죄 판결을 내렸다"며 "재판부는 김건희가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운영자이자 국정을 농단한 실세, 'V 제로'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외면했다. 2차 종합특검에서 더욱 철저하게 수사하고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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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 (연합)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26.2.3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통일교·신천지를 함께 특검해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완전하게 단절해내자"고 밝힌 뒤 "국민의힘 지도부가 5·18을 모독하고 전두환을 찬양하는 극우 인사를 친히 입당시켰다. 이러면 국민의힘 당사는 '내란범 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한 원내대표는 "검찰·사법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며 "검찰개혁에는 한 치의 타협도 없다. 검찰청 폐지·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도 국민 눈높이에서 빠른 시일 내 완수하겠다"며 "3대 (사법)개혁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3대 사법개혁이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법왜곡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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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연합)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26.2.3 
 

민생입법의 신속한 처리에도 방점을 찍었다.

한 원내대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을 추진하겠다"며 "아울러 2월 국회 내 행정통합특별법안 및 지방자치법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관세 재인상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심도 있는 심사와 조속한 처리를 야당 의원들께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생입법 처리에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22대 국회의 법안 처리 속도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며 "국회에 '민생개혁 입법 고속도로'를 깔겠다. 민주당 원내에 '민생경제 입법 추진 상황실'을 설치하고 주·월 단위로 핵심 국정과제와 민생 법안들의 입법 공정률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AI를 도구로 삼을 수 있도록 학습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또한 '기본사회'는 이런 기술혁명 시대에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시스템'이므로 AI가 만드는 성장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누는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원포인트' 개헌도 제안했다.

한 원내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자.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빠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화가 민생이고 경제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정치·군사적 신뢰를 회복하는 9·19 군사합의 복원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며 "근본적으로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우리의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이슬기 안정훈 정연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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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 연설 마치고 의원들과 악수하는 한병도 원내대표 (연합)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6.2.3

 

 

내란 때 국회 난입한 군대, 미 ICE요원과 닮은꼴


한국 시민들 핸드폰으로 기록 남겨 내란 극복
미국 ICE 예산 대폭 증액, 국가 폭력 산업화
미 '그림자 용병' 일상화 돼 회복 힘든 늪으로

 

아직도 12·3 내란의 실체가 은폐되어 충분히 단죄되지 못한 채 내란 재판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 시점에 필자는 이 쿠데타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자 한다. 재작년 12월 3일 내란의 밤, 국회와 선거관리위, 언론사를 향해 출동한 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령부·방첩사령부·정보사령부의 계엄군은 예외 없이 ‘익명화’되어 있었다. 부대 마크와 개인 명찰은 제거되었고, 안면 마스크와 두건이 착용되었다.

 

그날 계엄군은 왜 복면 쓰고 부대 마크 제거했을까?

 

그 주된 사례를 보면, 계엄 전에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남긴 휴대폰 메시지는 부대 마크를 제거하고 태극기를 부착한다는 계엄군의 복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계엄이 선포되자 수방사 군사경찰단의 김창학 단장은 경찰단 정보작전과장인 노 모 소령에게 부대원들의 신원 은폐를 지시하며 “두건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출동 직전에 군사경찰단 엄 모 대대장은 “복면을 쓰고 개인 명찰을 제거하라”고 선발대 손 모 상사에게 재차 강조한다.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중장의 계엄 선포 직후 지시는 더 구체적이다. 곽 사령관은 예하 부대와의 화상회의에서 “전투용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라”, “작전 보안을 위해 개인 휴대폰은 소지하지 말고 비화폰만 휴대하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는 계엄 업무가 비밀리에 수행되어야 하되, 임무에 투입된 특전사 요원이 기록을 남기지 못하도록 휴대폰을 소지하지 말라는 지시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연합
 

개인 휴대폰이 없으면 중요한 통신이 불가능하다. 그런 작전상 차질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사용 금지 지시가 내려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후 국회에 출동한 특전사 병력의 영상을 보면 부대 마크와 명찰이 보이지 않고, 모두 복면을 착용하고 있다.

정치인 체포를 위해 출동하는 방첩사령부의 방첩수사관 복장은 더 특이하다. 1년 중 한 번도 착용한 바 없는 대테러 임무 수행용 흑복을 착용하고 있고, 역시 부대 마크나 명찰은 없다. 원래 이런 복장은 방첩사에 존재한 적이 없었는데 계엄 전에 여인형 사령관의 지시로 예정에 없이 구입해 둔 복장이다.

한편 선관위에 난입한 정보사 요원들 영상을 보아도 부대 마크가 없어 어느 부대 소속인지 식별이 불가능하다. 이들도 역시 익명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한 일이다. 국가의 정상적 계엄 사무가 질서 유지와 공공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공권력은 신분을 드러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찰이 명찰과 배지를 달고 보디캠을 착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시민이 권력을 식별하고 사후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소속과 신원이 가려진 공권력이라면 이는 불법적인 ‘비밀경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날 밤 계엄군은 경찰과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신분을 숨기고, 얼굴을 가리고, 기록을 지웠다. 이 선택은 우발적이거나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었다. 사전 모의 단계부터 일관되게 준비된 ‘익명화 전략’이었다. 과거 5·16, 12·12, 5·17 같은 계엄 사태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은폐 전략이다. 과거 군사정변 때도 복면을 쓴 적은 없다.

 

미국의 그림자 군대에서 찾은 한국 계엄군 복면의 이유

 

왜 이런 식의 익명화가 추진되었는지, 어떤 수사 기관에서도 이를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이 질문 -왜 그들은 자신을 숨겼는가- 에 대한 답을 의외의 장소에서 찾았다. 오늘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순찰대가 보여주는 모습에서다. 이들은 소총(AR 계열), 산탄총, 권총, 섬광탄·최루탄 발사기(M79, M203 등)까지 포함되는 고강도 무장이 허용되고, 고무총과 테이저건, 포박용 장비를 휴대한다. 이들은 올리브색/세이지 그린 전술복, 방탄 헬멧, 플레이트 캐리어(방탄판 조끼), 장갑, 무릎보호대 등 군 특수부대와 유사한 전술장비를 착용한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12·3 계엄 당시 계엄군과 상당히 유사하다. 사회학자와 정치학자들은 이들 준군사조직을, 정당성 위기에 빠진 형사·사법 체계에 군사적 폭력 논리가 침투한 사례로 분석한다.

핵심은 군사화와 익명화의 결합이다.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최근 복면을 착용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내륙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민 단속 현장을 보면, 요원들은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기관 식별이 어려운 전술복이나 평상복과 방탄조끼 차림으로 시민을 검문하고 제압한다.

LA에서도 발라클라바(전면 복면), 넥게이터를 코·입·턱까지 올린 형태, 마스크·고글·야구모자 조합 등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ICE 요원들이 포착되어 큰 논란이 됐다. 이때 시민이 느끼는 공포는 단순히 무장 때문이 아니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권력과 마주했다는 감각에서 비롯된다.

 

총을 쏜 자를 은폐하는 전략

 

익명화는 단순한 보호 장치가 아니라 책임을 지우는 기술이다.

실제로 1월 25일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살해 당한 알렉스 프레티 사건이 일어난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총격을 가한 복면 쓴 요원이 누구인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복면, 무명찰, 희미한 패치. 이 조합은 사후 책임 추궁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우발적 남용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용인된 무책임의 구조다.

 

지난 1월 13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알렉스 프레티를 체포하려 하고 있다. 프레티는 며칠 뒤 다른 이민 단속 현장에서 ICE 요원들이 쏜 총격에 사망했다. 2026.1.13. 영상캡쳐. 로이터. 연합
 

악명화된 비밀경찰 문제는 의회로 논란이 확산되었다. 리처드 블루멘탈(민주당, 코네티컷주) 미국 상원의원은 패티 머레이(민주당, 워싱턴주), 알렉스 파딜라(민주당, 캘리포니아주), 코리 부커(민주당, 뉴저지주) 상원의원과 함께 이민 단속 요원이 대면 단속 활동 시 신분증을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다.

2025년 이민 단속을 위한 신분증 제시 의무화 법안(VISIBLE Act of 2025)은 코네티컷주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지역 사회에 공포를 조성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하고 불안정한 이민 단속 전술에 대한 감독, 투명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윤석열의 계엄군과 미국 이민단속 요원 사이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공통점이 있다. 행적의 철저한 비밀화, 곧 기록의 부재다. 한국의 계엄 부대들은 계엄의 밤에 작전의 기본이라 할 작전일지를 남기지 않았다. 휴대폰 통화기록도 삭제했다. 현장 지휘관의 보디캠은 “깜박 잊었다”는 이유로 작동하지 않았고, 합참의 전술지휘통제체계에도 계엄군의 이동은 기록되지 않았다. 국가 권력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발자국을 지운 것이다. 사라진 기록 속에서 한국군 계엄 부대는 ‘유령 군단’이었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닮아 있다. 이민 단속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 장면이 세상에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시민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 덕분이다. 단속국 요원들이 착용한 보디캠 영상은 이상할 정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속 현장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순간,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시민이 촬영을 시도하면 요원들은 위협을 느끼고 폭력적으로 반응한다. 기록을 남기려는 시민과 기록을 두려워하는 국가 권력의 충돌이다.

 

미네소타에서 항의 시위하는 시민들과 맞서고 있는 주방위군.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국가 권력의 은폐를 이긴 시민들의 기록의 힘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계엄의 밤, 국회 앞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계엄에 반대하는 민간의 수적 우위도 압도적이었지만, 결정적이었던 것은 시민과 기자들이 들고 있던 수백 대의 휴대폰이었다. 기록은 계엄군의 폭력성을 억제했고, 익명화된 권력을 다시 현실의 책임 구조 안으로 끌어냈다.

한국에서 계엄이 좌절된 이유는 군이 약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기록 능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과 미국의 길은 갈라진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태로운 순간에 시민의 힘으로 회복되었다. 반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훨씬 더 절망적인 국면에 들어서 있다. 미국에서는 시민을 향한 준군사적 폭력이 이미 구조화되었고, 제도화되었으며, 예산과 인력 확충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4.12.4 연합
 

거대한 산업으로 진화한 이민 단속

 

그 실상은 보면 2024년까지 연간 예산이 약 96억 달러 수준이던 ICE(이민세관단속국)은 2025년 7월 의회가 통과시킨 새로운 법령에 의해 4년 간 가용한 예산 750억 달러를 추가 배정받았고, 이와 별도로 2026 회계연도 기본 예산 약 40억 달러가 더해져, ICE의 이론적 총예산은 약 770~790억 달러에 이른다. 만약 750억 달러를 4년에 걸쳐 균등하게 쓴다고 가정하면, ICE의 실질 연평균 예산은 약 220억 달러로, 이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750억 달러 중 450억 달러는 구금시설 확충(하루 최대 11만 6천 명 수용 목표), 나머지 300억 달러는 인력 채용·훈련·장비·운영에 배정된다.

 

CBP(세관국경보호청, 국경순찰대 포함)의 경우 2024 회계연도 전체 예산은 약 196억 달러였으나 2025년 법령 개정 후에 배정된 추가 예산은 약 640억 달러(4년간)이며, 이 중 470억 달러는 국경 장벽 건설에 투입된다.

2026년 CBP의 이론적 총예산은 약 780억 달러로 추산된다. 2025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하나만으로 1700억 달러 이상(국경+내륙 단속 통합)이 추가되어, 미 전체 주·지방 경찰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의 재정이 이민 단속에 투입되었다.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 당시, ICE 현장 요원·요원 수는 약 1만 명이었으나 2025년 법령 퉁과 이후에 단 4개월 만에 1만 2천 명을 신규 채용해, 12월 기준 현장 요원이 약 2만 2천 명으로 120% 증가했다. 이제 이민 단속은 거대한 산업이자 미국의 새로운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국가적 위기를 상징하는 거꾸로 선 성조기

 

우리 국민이 막은 내란의 지옥도, 미국은?

 

한국의 계엄이 성공하여 제도화 됐다면 바로 미국과 같은 양상이 펼쳐졌을 것이다. 익명화되고 군사회된 새로운 무력이 미국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지금, 미국의 정치와 사회 규범은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치명적 변화를 멈출 수 있는 수단도 없다. 한국은 그 위기를 극복했으나 미국은 절망의 늪에 더욱더 깊이 빠져드는 중이다. 

                                                                          < 김종대 전 국회의원, 국방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