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은 고난과 신음 속에서도 쌈짓돈을 모아 독립운동에 보태면서 조국의 자주독립을 애타게 간구했다. 독재 정권하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성원하며 국제사회 동조에 힘을 쏟았다. 5.18 민주항쟁의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토론토 동포들도 성금을 전달하고 학살정권 규탄대열에 나섰다. 부패 무능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촛불광장에도 많은 동포들이 합류해 궐기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지 민주투쟁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주제가로 불린다.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폭주에 항의하는 미국시민들도 한국의 응원봉 평화시위를 흉내낸다는 뉴스를 듣는다.
그렇게 우리 한인들의 애국 애족정신과 정의감과 ‘행동하는 양심’은 ‘타의 추종을 불러올’ 만큼 대단하고, 그 열정과 참여도에 있어서는 절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오늘의 민주주의를 일궈낸 초석이 되었다고 자부하며 자긍심을 갖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그런 자부와 자만은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 평가일 뿐이요 자화자찬이 아니었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우물안 개구리 같은 자신감의 발로였다는 민망함과 의구심이 한 순간에 밀려든 때문이다.
바로 지난 2월14일 토요일 낮 토론토 노스욕의 영 스트리트를 가득 메운 이란계 시민들의 시위를 접하면서다. 같은 시각 설날 대잔치로 2백여 동포가 한인회관에서 흥겨운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들려 온 도심의 성난 파도(怒濤)같은 이란군중 소식은 마치 뒤통수를 친 것 같은 대비로 다가왔다.
한인 설잔치에 메시지만 보낸 더그 포드 온주 수상도 동참했다는 시위는 무엇보다 참여 규모와 결집력에서 놀라움을 주었다. 경찰 집계로도 무려 35만명이 모였다니 실제론 더 모였을 것이다. 앞서 2월초 다운타운에서 열린 시위에도 이란인들은 15만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열흘 남짓 간격으로 열린 두 차례 집회에 연인원 45만명 이상이 운집한 것이다.
이란계 사람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올해 초 반정부 유혈사태로 수천명이 피살당한 충격에서 비롯된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동족애와 분노로 모여 캐나다 대로를 장악하고 모국의 살상 만행과 실정을 한마음으로 규탄하며 독재퇴진과 정권교체를 쩌렁쩌렁 외친 것이다.
온타리오 지역에 거주하는 이란계 이주민은 한국계보다 대략 1.5~2배 정도인 18만명에서 2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전체 거주자 30만명 내외의 6할 정도가 토론토를 중심으로 캐나다 동부에 몰려 산다고 한다.
이날 이란정부 규탄 ‘세계 행동의 날’ 집회는 전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로 열렸다. 망명상태에서 규탄행동을 제창한 레자 팔라비 왕세자 측은 특히 뮌헨(독일),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가 세계 3대 핵심거점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타지 원정참여와 타민족 응원참여도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쳐도 현지 거주자 수를 2배 가까이 훨씬 뛰어넘는 35만여 명이나 집회에 모였다는 사실은 무얼 말해주는가. 한인사회에서는 한가위축제 수만 명을 제외하고는 ‘상상’조차 어려운 인원이다. 그들의 모국 사랑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결집과 행동의 파워, 그리고 강한 정의실현 욕구의 발로 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있을까.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모국이 잘 되어야 해외에서도 가슴을 펴고 당당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외동포들은 모국의 동향과 정정에 민감하다. 모국의 정변 때마다 함께 규탄하고 항의집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그 참여 강도와 열의와 투지가, 과연 이란인들에 비해 우리가 낫다고 내세울만 한가.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유혈진압으로 약화될 때, “한국이면 어땠을까” “한국은 5.18 정신과 키세스 군단의 저력으로 결판냈을 텐데” 라는, 자못 우월적인 동정심을 느낀 적이 있다. 참으로 오만하고 주제넘은 착각이 아니었나, 민망할 뿐이다.
10년 전 박근혜 국정농단 탄핵촉구 토론토 집회 때나, 최근 12.3 내란으로 나라가 요동칠 때 멜라스먼 광장 규탄집회 역시, 전세계 연대집회로 열렸지만 1백명이 채 안되는 동포들이 참여했을 뿐이다.
물론 한국과 이란의 정변사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지정학적·역사적 맥락이 다르고, 사안의 성격과 국제사회 역학관계도 판이하다. 피해와 규탄 인원이 많고 적음으로 사안의 본질과 경중을 가린다는 것도 논리적이지는 않다.
이란의 경우 수천명에 달하는 억울한 죽음은 국경을 초월한 연민과 분노를 샀다. 캐나다 주류 정치인들이 항의시위에 동참한 것처럼 사태의 국제화 또한 수십만 운집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해도 모국의 국체(國體) 위기와 국제적 파장을 부른 윤석열 내란 규탄마저 남의 일처럼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한인사회와는 너무나 큰 편차에 자괴감이 없지않다.
위대한 소수의 저력이 오늘의 한민족사를 일궜다는 자부와 위안에도 불구하고, 이란인들의 놀라운 결집과 연대의 파급력, 참여의 힘은 너무나 부러운 타산지석이다. 100명의 사색가(Thinkers)는 1명의 행동가(Doer)를 당해낼 수 없다는 금언을 절실하게 되새긴다.
지난 10일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텀블러 리지(Tumbler Ridge)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 10대 학생 6명을 포함해 8명(희생자)이 숨졌다. 캐나다 록키산맥 속에 자리잡은 인구 2400명 정도되는 조용한 탄광도시에 갑자기 닥친 비극으로 국민 모두가 비통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 비통함으로 인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캐나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 모두 한마음으로 애도와 보호와 위로에 집중함으로 그 지역사회 치유에 협력했다.
13일 텀블러 리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식(Vigil)에는 지역사회 리더들과 주민들 뿐만 아니라, 메리 사이몬 연방 총독, 마크 카니 수상, 피에르 폴리에브레 보수당 대표 등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애도와 위로와 치유에 집중한 이 추모식에는 ‘사건 당사자 보호’ ‘지역사회 중심’ ‘정치지도자들의 단합’ 등 성숙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특징이 잘 나타났다.
‘사건 당사자 보호’ : 피해자 가족들은 온전히 피해자에 집중해 자신들의 슬픔을 표현했다. 피해자 주변이나 사건 정황등에 대한 언급으로, 애도의 자리가 갈등의 자리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텀블러 리지 주민 모두가 이 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공동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함께 해, 시장은 “슬픔에 잠긴 지역주민들을 존중해달라”고 언론매체에 당부했다.
‘지역사회 중심(현장 중심)’: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의 추모식이었지만, 그 행사는 지역사회가 주관했다. 텀블러 리지 시장이 추모식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추모식의 전반부에서는 지역공동체 원주민 리더들과 지역 종교리더 대표가 참여했다. 그들은 조사와 기도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전했다.
‘정치지도자들의 단합’: 정파가 다른 각 당의 대표들이 함께 추모식에 참석해 희생자를 애도했다. 카니 수상은 “ 캐나다 국민 모두가 당신들과 함께 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며 지역주민들을 격려했으며, 폴리에브레는 “우리는 각 정당 리더들이지만, 오늘은 한마음으로 이자리에 왔다”며 지역주민들의 용기를 상찬했다.
이 시대는 ‘보고싶은 것만 보여주는’ 유튜브 1인미디어들과 SNS들이 범람하며,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증오와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교회와 성도들도 이런 풍조에 휩쓸려, 목소리 높여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임’인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세상은 이런 상황속에 있지만, 텀블러 리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으로 함께 손잡는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은 기독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부터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공동체내 지체를 존중’ ‘주안에서 연합함’등 덕목으로 세상의 칭송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리스도인과 교회공동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한결같이 실천함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세상의 칭송받는 교회와 성도가 되기 바란다.
그날 희생자 추모식에서 지역교회의 한 목사는 이렇게 기도했다 .
“Just help us all, Lord God, to get through this difficult time by loving each other.
캐나다 다민족 크리스천연합(CMCA: 대표 임재량 선교사)이 다문화 사역선교사(Intercultural Ministries Partners) 양성을 위한 기금모금을 위해 ‘2026 모자이크 콘서트’를 오는 3월7일(토) 오후 7시 틴데일 대학교 채플에서 개최한다.
Tyndale Intercultural Minstries Centre와 협력으로 여는 이번 콘서트는 바리톤 정윤재를 비롯, 김한나 바이올리니스트와 박준규 첼리스트, 김혜정 피아니스트, 그리고 아가페 챔버 합창단 등이 출연해 다채로운 클래식 곡으로 꾸밀 예정이다.
CMCA는 콘서트를 통해 모을 기금은 다민족교회와 종족그룹의 목회자 및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다중언어 도시선교 훈련과 인증을 하게되는 디플로마 과정을 지원, 우리들 주변의 다민족을 복음으로 섬길 뿐아니라 각 종족들의 모국에도 복음을 증거할 하나님의 일꾼들을 양성하는 데 쓰이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CMCA는 교회와 단체 및 비즈니스 업체 등을 대상으로 이번 콘서트에 대한 협찬도 부탁했다. 협찬은 음악회 프로그램 북에 광고를 싣는 것으로, 크기에 따라 $300, $500, $1000 등의 후원을 요망했다. < 문의: 647-669-57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