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사회 정의 세우는 기관 간부가 청장 후보 지적질 골몰" 비판

중수청법상 감독권 첫 행사…임은정 "사명감 갖고 잘 대처하겠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X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며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의 이번 감찰 지시는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중수청법)'에 따른 것이다. 중수청 출범 뒤로 행안장관으로서 첫번째 감독권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윤호중 행안장관,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감찰 착수 지시 [X 게시글]
 

윤 장관은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하는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찰의 정치개입과 집단행동 등 잘못된 관행이 중수청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사청문회를 책임진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은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저격해 왔다.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SNS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SNS 갈무리]

 

임 청장은 이날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검찰 재직시절인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 구형을 지시하는 상사 지시에 맞서다 중징계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징계 취소 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을 마련하고 관행 개선을 끌어냈듯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양정우 정다움 기자 >

 

그땐 개혁, 지금은 정치?…'임은정 감찰' 아이러니

 

검찰 저항 땐 개혁상징…중수청선 감찰 대상
검찰개혁 설계 참여한 임은정의 역설적 처지
공직 기강인가 비판 봉쇄인가…여권 내 논쟁
윤호중 행안부 장관"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
임은정 "중수청 1호 감찰…안타깝고 서글퍼"
대통령 SNS·여당 경고 속 김지용 갈등 확산
임은정 감찰 곧바로 착수할 듯…공문 하달돼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청장은 과거 검찰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징계를 받은 인물로, 폐쇄적인 검찰의 조직문화를 내부 고발해왔다. 이에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로도 평가된다. 이러한 이력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개혁 청사진을 그리는 데에도 참여했던 임 청장이 그의 소신대로 행동했다가, 이재명 정부에서 정치 행위라는 비판을 받으며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 안팎에선 과거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것과 새 수사기관의 수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기강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관행을 바꿔야 할 새 수사기관에서, 내부 인사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첫 대응이 감찰이라는 사실은 여러 질문을 남긴다. 개문발차한 중수청이 아직 궤도에도 오르지 못하고 1호 수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감찰부터 국민 관심을 받게 됐다는 점 역시 우려를 낳는다.

 

윤호중 "정치하는 기관 착각"…임은정 "서글픈 일"

 

윤 장관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며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의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며 "과거 검찰의 정치개입과 집단행동 등 잘못된 관행이 중수청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사청문회를 책임진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청장은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검찰 재직 때인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을 지시하는 상사의 지시에 맞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고 '징계 청원'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가 품위 손상 등으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취소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 마련, 과거사 재심사건에 있어서의 위법한 백지 구형 관행 개선 등을 이끌어내었듯 중수청에서도 감찰 1호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 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왔다. 윤 장관의 감찰 지시는 중수청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중수청의 수장도 공백인 상황에서 지방중수청장이 조직의 수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내부 공격을 이어가자,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2. 연합

 

검찰에 맞섰던 임은정, 정부 개혁 설계까지 참여했지만

 

다만 임 청장의 이력을 돌아보면 이번 논란은 역설적이다.

임 청장 자신이 페이스북에 쓴 대로, 임 청장은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민청학련 사건 등)에서 '백지 구형을 하라'는 검찰 수뇌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 등으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검사 적격심사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임 청장은 5년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법무부 징계취소 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검사가 소신있게 무죄를 구형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또한 같은 해 9월 문재인 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임 청장에 대한 징계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개혁위는 법무부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의 상고를 취하하도록 하는 한편, 검찰 지휘부의 지휘권 오·남용 여부까지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섰던 임 청장의 행동을 징계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징계의 정당성과 지휘권 남용 여부를 따져야 할 검찰개혁의 과제로 다룬 것이다.

 

그 뒤에도 임 청장은 검찰 내부의 비위와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조직과 충돌해왔다. 2018년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검찰 간부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9년엔 김수남 전 총장 등 전·현직 간부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부산지검 윤아무개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해 무마했다는 취지였다.

 

2021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회피하고 측근들을 비호하기 위해 관련 민원을 대검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재배당하고, 당시 대검 감찰연구관이었던 임 청장의 감찰을 막기 위해 감찰권한이 있는 자리로 발령내는 것을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검찰이 재소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여 진술을 조작했고, 검찰이 법정을 연극 무대로 삼고 사법 정의를 조롱했고, 검찰이 검찰의 조직적 범죄를 거듭 은폐했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비판자 역할을 맡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주류로 거센 견제와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아왔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에서는 상징성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이런 임 청장을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시켰다. 임 청장은 지난해 6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수사·기소권 분리와 형사사법체계 개편 등 검찰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데 참여했다. 단순히 외부에서 개혁을 요구한 것 뿐아니라, 현 정부의 개혁 방향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당사자인 것이다.

 

물론 국정기획위 참여가 이후 중수청의 모든 제도와 인사 결정에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임 청장이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주장을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옹호한 내부 비판자이자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청사진 설계에 참여한 임 청장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일환으로 탄생한 새 수사기관의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는 감찰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8 연합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 조직의 안정화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 훼손과 조직적 집단행동은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발목잡는 이유 중 하나였다. 검찰에서 분리된 새 수사기관이 출범한 뒤에도 고위공직자들이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적인 압박이나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정부로서는 이를 방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 장관이 전날 X에 글을 올리고,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단행동을 경계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윤 장관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켜라'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내에서 검찰 선후배들끼리 징계 업무를 다루다 보니 징계에 매우 관용적이었고, 집단행동을 하면 모두 징계할 수 없으니까 그대로 용인해 왔던 게 과거 검찰의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관행을 중수청에 와서까지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임은정 검사뿐 아니라 모든 중수청 수사관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임 청장의 경우는 검찰 조직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만큼 과거 검찰의 집단행동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윤 장관은 "직위를 이용한 정치 행동은 아닐지에 대해서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임명되지 않은 청장 후보자의 인사 적격성에 대한 공개 비판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역시 논쟁적이다. 가령 임 청장은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감찰1과장 시절이던 2018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처남인 진동균 검사 성폭력 은폐 의혹을 감찰해달라는 민원을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2018년 2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이 해당 의혹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감찰이 어려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인사를 문제 삼았다는 사실 자체를 정치적이라며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한다면, 과거 검찰 조직에 대해 비판했던 권위주의적 문화와 무엇이 다른지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SNS에 이은 감찰 지시…여권 갈등 확산

 

정치권은 감찰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4일이 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글과 연계시키기도 한다. 임 청장 감찰인 언급되기 이틀 전인 지난 9일, 이 대통령은 X 게시글을 통해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적은 바 있다.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검찰개혁과 관련해 진영 내부에서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청와대는 "특정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론적인 언급"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메시지와 그 이후 이어진 윤 장관의 감찰 지시, 여당 지도부의 반응 등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6.10.1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민주당 조계원 대변인은 전날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거론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사의 인사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상식적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아직까지 질문이 안 된 부분들, 검증이 안 된 부분은 추가 검증을 통해서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언론에서 자격 시비를 하는 것,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자격 시비를 하는 것은 이제 옳지 않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김민석) 대표가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7일 당 유튜브에 출연해 김 후보자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에 대해 "당에서 이 문제를 제어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했고, 그 문제는 더 말씀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12일 오전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나와 김 후보자를 향해 이어지는 여권 내부의 비판에 대해 "논리나 타깃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대통령이나 당을 끌어가는 데 대한 비판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합리성을 중시하고 비판에도 열려 있는데, 합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표현한 것 아닌가"라며 "답답함이 제일 크게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판도) 자기가 할 일을 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위치와 역할에 맞게 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대한 전반적인 문제의식"이라고 평가했다.

 

윤 장관이 임 청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는 "제게도 '도대체 왜 (임 청장을) 가만히 두냐'는 이야기가 목이 넘칠 만큼 많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내부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공직자는 (그런 문제 제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본인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임 청장 감찰 논란은 단순한 공직기강 문제뿐 아니라, 김 후보자의 적격성과 더 나아가 검찰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논란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SNS 글을 반박하듯 "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이루고자 한 과제가 있어서이지 자리를 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국회의원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동지들과 함께 진군하고 있을 뿐이다. 설사 그 권한마저 잃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에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 절차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시기, 고기영 당시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고 전 차관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들끼리 무슨 검증이 되겠는가? 고기영이 차관으로서 윤석열 징계절차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김지용이 한동훈의 억지에 편드는 정진웅 기소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위기의 순간에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직무를 수행하기는커녕 그 쿠데타에 도움을 준 자들의 자기변명을 6년이 지난 이 시점에 들어야 하는가? 국민의힘 정부도 아니고 민주당 정부가 그 판을 깔아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윤석열 징계반대가 정당해야 김지용이 정당해지는데 그러면 윤석열이 정당해지는 아이러니가 민주정부에서 벌어지다니 온 국민이 웃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그냥 남겨두시라 이재명 정부도 잠깐 흘러가는 한 페이지일 뿐"이라며 "훗날 눈 밝은 누군가가 윤석열 징계의 역사도, 이 시대도 정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전 엠비시(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후보자는 당시에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징계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의사 표시하는 걸 주도했었고, 그 당시에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굉장히 강력하게 내비쳤었던 사람"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짚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저는 누누이 검사들이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같지 않게, 그리고 나만은 다른 것처럼 계속해서 의견을 내왔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청문회에서) 그 부분을 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중수청에 임은정 감찰 지시 공문 하달돼

 

임 청장에 대한 감찰이 공식화되면서 논란도 더 커질 전망이다. 중수청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윤 장관으로부터 임 청장의 발언 등에 대한 감찰 지시 공문을 접수하고 감찰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허성환 감찰담당관에게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이 이달 2일 개청한 이래 감찰에 착수하는 첫 사건이다.

 

감찰은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징계령, 공무원비위사건 처리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감찰에서는 임 청장의 구체적인 발언과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 등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임 청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중수청은 5급 이상 수사관에 대한 감찰 지시가 접수되면 조사를 거쳐 징계 등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해 행안부에 징계 의결 요구를 신청한다. 이후 행안부 장관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면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징계위에서 징계를 의결하게 된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용권자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된 자에 대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중수청장과 중수청 본청 2급 감찰관 등이 공석인 만큼 감찰이나 징계 절차에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 청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중수청 청사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과 접촉하지 않고 통제구역인 지하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임 청장 측은 이날 출근길에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사전 공지했고, 임 청장은 차량에 탄 채 대기하던 취재진을 그냥 지나쳤다. 행안부 감찰과 관련한 입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로 갈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 김성진 기자 >

 

 

 

21세기 인류 최악 잠재적 재앙은 핵전쟁과 AI 악용

● WORLD 2026. 10. 12. 11: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의학 학술 권위지 ‘랜싯’ 위원회 보고서 발표
핵전쟁 햇빛 차단, AI 생물학무기 “종말적 재앙”
17개 건강위협 요소, 2100년까지 인류 멸망할 수도
온난화 1.8°C서 막으면 건강 수명 18.9억 년 확보
부국들 원조 삭감 최대 피해지역은 사하라 이남
각 위협마다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응방안 존재
각국 정부 리더들에 적극적인 대처 촉구

 

1969년 5월 18일, 달을 향해 비행하던 아폴로 10호 우주선이 3만 6000해리(약 6만 6672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NASA AP 연합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이 새로 구성한 ‘21세기 건강에 대한 글로벌 위협을 다루는 랜싯 위원회’의 전문가들은 핵전쟁과 인공지능(AI)의 악의적 사용을 인류를 금세기 말까지 멸종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최대 위협 요소로 꼽았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1일 보도했다.

 

17개 건강위협 요소, 2100년까지 인류 멸망할 수도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향후 75년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 17개 주요 항목 중에서 이 두 가지 요소를 최상위 요소로 꼽았으며, 이 때문에 인류가 2100년까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전쟁 햇빛 차단, AI 생물학무기 “종말적 재앙”

 

이들은 아직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기 상층부에 다량의 입자를 뿜어 올려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동식물의 정상적인 생육을 막아 굶주림을 야기할 수 있으며, AI가 생물학무기 제조에 활용될 경우 이 또한 인류를 종말에 이르게 할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와 함께 나온 랜싯 사설은 “이런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인류에게 종말적 재앙(apocalypse on humanity)을 안겨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원회의 공동 의장이자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소장인 크리스토퍼 머레이 교수는 “우리는 3년 전 분쟁과 기후변화, 팬데믹(감염병 확산의 최고등급 상태)이라는 세 가지 큰 위협이 존재한다고 보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까지만 해도 핵전쟁이나 AI 악용 가능성을 현실적인 위협으로 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각 위협마다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응방안 존재

 

머레이 교수는 “하지만 우리가 우려해야 할 위협은 훨씬 더 다양하다”며 각국 정부가 이러한 다각적인 위협을 예측하고 예방하며 대비하는 과제에 예산과 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그런 결정이 다음 세대의 건강과 안녕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건강에 대한 글로벌 위협을 다루는 랜싯 위원회'(The Lancet Commission on 21st Century Global Threats to Health).  17개 위협 목록이 표시돼 있다.

 

17개 목록에는 이 두 가지 외에 대기 오염, 항생제 내성, 아동 영양실조, 기후 붕괴, 재래식 분쟁, 해외 원조 감소, 과도한 음주, 고혈압, 소득 불평등, 낮은 교육수준, 자연발생적 팬데믹, 비만, 정신건강 악화, 흡연, 건강하지 못한 노화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를 만든 전문가들은 모든 위협이 상호 연관되어 있어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각 위협에 대해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응방안”(realistic route to act)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목록 작성을 위해 현재 추세를 바탕으로 각 위협에 따른 질병, 장애, 조기 사망으로 잃어버리게 될 ‘건강한 수명’(years in good health)을 모델링했다. 이는 ‘장애 보정 수명’(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s)이라는 지표로 측정된다.

 

위원회 멤버이자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감염병 역학 교수인 이브라힘 아부바카르는 “우리는 단순히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 이만큼이나 많으니 겁을 주겠다’는 식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늘날 글로벌 다자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정책 입안자라면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 무엇인지, 그리고 적절히 대응할 경우 실제로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미국 AI 개발 빅테크 앤트로픽 로고와 로봇 이미지. 연합

 

온난화 1.8°C서 막으면 건강 수명 18.9억 년 손실 막아

 

각 위협에 대한 최선 및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델링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수준을 4.4°C까지 추가 상승하도록 방치하는 대신 약 1.8°C 상승에 그치도록 제한할 경우 18억 9천만 년에 달하는 ‘건강한 삶의 수명’(years of healthy life)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위협 요인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는데, 고소득 지역에서는 비만이나 정신건강 악화와 같은 비감염성 질환이 주요 위협 요인인데 비해 저소득 지역에서는 낮은 교육 수준과 같은 문제가 건강 손실의 주된 요인이었다.

 

부국들 원조 삭감 최대 피해지역은 사하라 이남

 

미국, 영국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다수의 주요 대외 공여국들이 지난 1년 사이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17개 목록에 들어가는데, 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 보건 원조가 중단되거나 급격히 축소될 경우 2100년까지 최대 15억 년의 ‘장애 보정 수명’(Dalys)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중의 약 70%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은 아동 영양실조 문제로도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이다.

 

3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의 연구 결과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정상회의(World Health Summit)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들의 평가는 매년 갱신되는데, 새로운 데이터와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 요소를 반영해 17가지 위협 요인을 재평가하게 된다.

 

연구진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기술 혁신 투자 및 보건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위험이 위기로 확대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 한승동 기자 > 

 

 

 

사우디 항공청 "파키스탄 국적자 1명 사망…11명 부상"

후티 "리야드 공항 3단계 공격…동부 가스시설·정유공장도 타격"

 
 

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공항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 연합]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미사일 공격으로 13명이 사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이 또다시 공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했다.

 

리야드 도심 한복판에서도 강력한 연쇄 폭발음이 진동하는 등 후티 반군과의 난타전 속에 사우디의 국가적인 안보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따르면 이날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킹칼리드 국제공항 제4터미널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디 민간항공청(GACA)은 이 공격으로 파키스탄 국적자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민간항공청은 이어 관계 당국과 조율해 공항 시설에 대한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합군은 현장 관할 당국이 직접 진화 및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사우디 방공망이 공항 인근 상공에서 순항 미사일 1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리야드 중심부와 북부 도심에서도 강력한 연쇄 폭발음이 최소 두 차례 감지됐다.

 

리야드 북부 알아리드 지역의 한 주민은 폭발음 직후 새들이 놀라 날뛰었고 집 전체가 흔들렸다며 당시의 극심한 공포감을 언론에 호소했다.

 

이번 연쇄 공격은 전날 킹칼리드 공항을 겨냥한 미사일 타격으로 사우디인 4명과 방글라데시인 2명을 비롯해 미국, 이집트, 요르단, 인도 등 다국적 민간인 13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친 참사 이후 불과 하루 만에 벌어졌다.

 

전날 후티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당초 12명으로 집계됐으나, 인도 대사관이 부상자 가운데 인도인 1명이 숨졌다고 발표하면서 사망자 수가 13명으로 늘었다.

 

최근 일주일 새 리야드 공항을 겨냥해 벌어진 세 번째 공습이자 10여 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인명 피해로 사우디 전역은 큰 충격에 빠졌다.

 
 

10일(현지시간) 사우디 킹칼리드 국제공항 피격 당시 감시카메라 화면  [로이터=연합]

 

당국은 피해 복구와 안전 평가를 위해 리야드 공항 운영을 전면 중단했으며, 11일부터 목요일까지 리야드 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의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긴급 전환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군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의 침략에 대응해 지난 24시간 동안 탄도·순항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네 차례의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가 지난 24시간 동안 124차례 공습을 가했다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9일 저녁부터 세 단계에 걸쳐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타격했으며, 이로 인해 항공 교통이 마비되고 공항이 완전히 폐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우디 동부에 있는 아람코의 슈가담 가스 시설과 타나집 정유 공장을 정확히 타격해 대형 화재를 일으켰으며, 동부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 공항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사리 대변인은 라스 알아라와 알사키야 지역에 집결한 사우디군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6발과 무인기 2대를 동원한 정밀 타격을 가했으며, 이 공격으로 수십 명의 적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엑스(X)를 통해선 "모든 항공사와 전문가, 공항 근로자 및 여행객들에게 사우디 공항과 영공을 이용하지 말 것을 거듭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공항을 제외한 사우디 공항들은 타격에 취약하며 우리 군의 작전 무대가 됐다"며 "우리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방어 실패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사우디에 있다"고 위협했다.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공항 내부에 잔해와 파편이 흩어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후티 반군도 자신들이 통제 중인 예멘 수도 사나 국제공항이 사우디 연합군에 의해 또다시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반군이 운영하는 매체 알마시라TV는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은 채 공격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했다.

사나 공항의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  김상훈  곽민서 기자 >

 

 

 

[목회칼럼] 빈 의자를 곁에 두는 나의 감사

● 교회소식 2026. 10. 12. 11:1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빈 의자를 곁에 두는 나의 감사 : 데리다의 환대와 그리스도의 식탁

 

 

                                                         큰나무교회 김동욱 목사

 

나의 가을은 인생의 가을을 닮아, 문득 삶의 유한함을 고백하게 만든다. 채우는 일에만 눈이 멀었던 청춘을 지나, 이제는 내가 거둔 수확들을 세어보며 비로소 ‘은혜’라는 단어를 입술에 올려놓는 나이. 그리하여 매년 돌아오는 캐나다 추수감사절은 일 년간 우리 삶을 신실하게 채우신 하나님의 손길을 기억하는 고요한 감사의 절기이다. 내 가정이 누리는 평안과 따스한 불빛 아래 모인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보며 우리는 신앙의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은혜로운 등불 아래서,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날카로운 해체주의는 뜻밖에도 성경의 가장 깊은 본질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감사의 제목으로 삼는 그 아늑한 식탁이, 혹시 나와 내 울타리만을 위한 ‘조건적 환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주일이면 늘 만나는 익숙한 성도들, 나에게 상처 주지 않을 안전한 성도의 교제, 그리고 ‘내가 주인 된’ 공간 안에서만 베풀어지는 선별적 친절. 데리다의 시각에서 이는 진정한 환대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삶의 무게에 지쳐 "내 가족, 내 신앙만 지키기도 벅차다"며 마음의 문을 닫아거는 것 역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울타리를 치는 조건적 환대의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성경이 말하는, 그리고 데리다가 꿈꾸었던 진정한 환대는 계산도 경계도 없는 ‘무조건적 환대’였다. 그것은 성경 속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이 길 위에서 만난 나그네를 영접했던 풍경과 닮아 있다. 아브라함은 마므레 상수리나무 아래서 그저 스쳐 지나가던 낯선 나그네들을 아무 조건 없이 영접했고, 성경은 이에 대해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브리서 13:2)고 증언한다. 추수감사절의 첫 새벽, 신대륙의 혹독한 겨울 속에서 굶어 죽어가던 이방인(청교도)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던 원주민들의 마음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조건이 지워진 자리에서만 피어나는 순수한 다정함, 그것이 환대의 본질이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 속에는 늘 환대(Hospitality)를 배신하는 적대(Hostility)의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원주민들의 무조건적인 환대가 결국 그들의 눈물과 비극으로 되돌아왔듯, 인간이 베푸는 환대에는 늘 한계와 죄성이 깃들어 있다. 오늘날 우리의 추수감사절 식탁이 풍요를 누릴 때, 그 식탁 너머에서 여전히 굶주리고 소외된 이방인의 탄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아픈 진실이다.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오직 ‘나의 축복’으로만 가두어둘 때, 감사는 어느새 타자를 배제하는 이기적인 의식으로 변질되고 만다.

 

예수님께서는 잔치를 베풀 때 늘 우리를 향해 "잔치를 베풀거든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저는 자들과 맹인들을 초대하라 그들이 갚을 길이 없으므로 네게 복이 되리니"(누가복음 14:13-14)라고 말씀하셨다. 보답을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영접이야말로 주님이 가르쳐주신 참된 잔치의 풍경이다.

 

삶을 지나오며 세상의 거친 풍파를 알아버린 그리스도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문을 열어두라는 요구는 무모하고 두렵게 느껴진다. 내 소유와 평안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무조건적 환대의 본을 보여준다. 바로 아무 자격 없는 죄인인 우리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식탁에 우리를 앉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다. 주님은 우리의 이름이나 신분을 묻지 않으시고, 그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며 무조건적인 품을 열어주셨다. 우리가 누리는 이 가을의 수확은 바로 그 거대한 환대로부터 거저 받은 선물이다.

 

그러므로 데리다의 렌즈로 성경을 다시 읽는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은, 단지 내가 받은 복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날이 될 수 없다. 참된 감사는 내가 은혜의 빚진 자임을 깨닫고, 내 견고한 울타리에 거룩한 균열을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던진 질문과 주님의 말씀은 이 가을날 우리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당신의 식탁에는 갚을 길 없는 이방인을 위한 ‘빈 의자’가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당신의 다정한 문에는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의 쓸쓸한 노크 소리가 스며들 작은 틈새가 남아 있는지 말이다. 이번 캐나다 추수감사절에는 내가 가진 것을 지키는 넉넉함을 넘어, 비록 두렵고 서툴지라도 내 마음의 문을 아주 조금, 십자가의 사랑만큼 타인을 향해 밀어보는 그 고통스러운 다정함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