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6일 오후 본한인교회서... 화합축제, 전통공연 함께 

 

 

한인 입양가정과 성인 입양인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캐나다 한인양자회(Korean Canadian Adoptee’s Association: 이사장 김만홍)가 연례 크리스마스 축제를 12월6일 오후 본 한인교회에서 한인 입양가족과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이날 축제는 개회식에 이어 새 가족을 환영하는 시간과 음악 공연, 가족 참여 프로그램이 따뜻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공연은 특히 크리스마스 싱어롱과 본 한인교회 어린이 합창단, 라온 무용단장 백지현 씨의 한국전통 장구 춤, 그리고 참가자 모두가 함께 한 Just Dance와 민요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앞서 이사장 김만홍 목사는 환영사를 통해 공동체의 연대와 문화적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연아 마틴 상원의원은 영상 축하인사를 전했다. 김영재 토론토총영사는 한국과 캐나다 사회를 잇는 입양가족 커뮤니티의 역할을 응원하며 이날 행사를 축하하고 총영사관이 준비한 선물을 추첨을 통해 양자회 가족들에게 전했다.

 

 

입양가족들은 이어 양자회 이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가족 사진 촬영, 크래프트 활동, 한국 음식 및 기프트 바구니 판매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즐겼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다른 가족과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양자회는 이번 행사에 본 한인교회(담임 고영민 목사)와 Hamin Lee Photography, 한글학교협의회, 양자회 학부모 위원회, 이사 및 자원봉사자 등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 문의: 416-726-6606 www.kcaa.me >

 

경제·문화 단절을 넘어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확대

 

 

                 로이터연합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의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겨냥한 레이더 조준 문제를 두고 중·일이 공방을 벌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 파장이 중·일 양국의 외교적 수사를 통한 대립과 경제·문화 단절을 넘어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군 당국은 레이저 조준 문제와 관련해 일제히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일본 전투기가 허가 없이 중국 훈련 구역에 침입하여 근접 정찰을 실시하고 중국의 군사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는 일본이 중국의 정상적인 군사 훈련 및 활동을 방해하는 위험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모든 무책임한 과장과 정치적 조작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같은 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오키나와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이던 중국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출격한 J-15 함재기가 자위대 F-15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레이더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갈등이 벌어졌던 2013년 중국 군함이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대상으로 화기 관제 레이더를 사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6일 만에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레이더 조준 다음날 새벽 전격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자위대 전 간부를 인용해 일본이 레이더 조준이라는 위험 행위를 신속히 알려 국제사회에 지지를 얻으려 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 제도 근방에서 처음으로 중국 항모의 함재기 이착륙 훈련이 포착됐다고도 밝혔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전날 중국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6일과 7일 오키나와 본섬과 다이토제도 사이 해역에 머물면서 전투기와 헬기를 총 100회 이착륙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오키나와 근방에서 중국군 함재기 이착륙 훈련이 벌어졌다고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일본 측의 이러한 여론전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일본 측의 레이더 조준 문제 제기를 두고 “일본은 완전히 ‘피해자’ 역할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언어의 전장은 종종 현실의 교전을 앞서는데, 서사의 끈을 장악하는 쪽이 여론의 방향을 이끄는 것을 시도한다”며 온라인 여론전에 적극 나설 것을 예고했다.

 

중국 역시 일본의 군사 활동을 부각하고 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8일 중국과 가까운 일본 서남부 무인도 마게시마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일본이 이 섬에서 군사시설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 군사전문가 장쥔서는 글로벌타임스에 마게시마를 군사 기지화하는 것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며 “현재 건설 중인 군사기지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그 모든 목적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더 조준을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 발언으로 비롯된 중·일 갈등이 문화·경제 영역 단절에서 군사적 긴장으로 한층 더 수위가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내부에선 중국이 대일 압박을 경제 분야에서 군사 분야로까지 확대했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사태 진정에 나서고 있지만 긴장 완화의 실마리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으며, 관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지사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군의 행동이 “지역긴장을 높인다”고 비난하면서 “평화적인 외교와 대화에 의한 긴장 완화, 신뢰 양성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베이징= 박은하 특파원 >

  “미국 측이 ‘더 빨리, 더 빨리’ 압박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이 중재 중인 종전 협상과 관련해 영토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8일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최근 진행한 종전 협장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여전히 ‘핵심 쟁점’을 두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각자의 구상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돈바스에 대해 통일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주 4분의 3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차지하지 못한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받아내야 종전 합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과 동부 지역 통제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포함한 서방 동맹국들로부터 안보를 보장받기 위한 별도의 합의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몇시간 전까지도 제안을 읽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 실망스럽다”고 발언한 이후 나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지난 4~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종전 협상을 진행한 뒤 새 종전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FP 통신에 “미국 측이 ‘더 빨리, 더 빨리’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AFP는 전했다.                     < 조문희 기자 >

한국과 일본 향해 ‘제1도련선 방어 위해 국방비 증액해야 ’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미국평화연구소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및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DRC) 대통령과의 평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경제, 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이 5일 공개됐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제1도련선 방어를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능력을 키워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대만을 둘러싼 분쟁 억제가 아시아에서의 우선순위라고 명시해 대만을 둘러싼 입장 변화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이날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9쪽 분량의 국가안보전략 문건에서 미국은 “제1도련선 내 어디서든 침략을 거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를 혼자서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며 “동맹국들은 나서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군사적 경계선이다. 한때 미국이 제1도련선의 전력을 대거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 너머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제1도련선 보호에 기여할 핵심 동맹국으로 꼽았다. 미국은 “제1도련선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군이 자국 항구와 기타 시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체 방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침략 억제를 목표로 하는 능력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뒤 “일본과 한국에 적을 억제하고 제1도련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능력(새로운 능력을 포함하여)에 초점을 맞춰 국방비를 늘리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둘러싼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아시아에서의 우선순위라고도 명시했다. 미국은 “전 세계 해운의 3분의 1이 매년 남중국해를 통과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미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대만을 둘러싼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의 현상에 대한 어떤 일방적인 변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도록 설득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북한’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2017년 12월 트럼프 1기 정부가 발표한 68쪽 분량의 국가안보전략에는 ‘북한’이 17번 언급됐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한이 세 차례 언급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 약 1년 만에 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되면서 미 국방부의 최상위 전략지침서인 국방전략(NDS)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전략에 따라 전 세계 미군 자산의 배치를 검토하는 글로벌 병력배치검토(GPR)가 발표되는데,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등이 여기에 담길 수 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미 국가안보전략에서 빠진 북한…‘대화 전조’일까 무관심일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6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국무부에서 열린 제48회 케네디 센터 명예메달 시상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과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다.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의도적 조처’라는 관측과 ‘북한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맞선다. 국가안보실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기술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는 2022년에 이어 발간됐는데, 그때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 차원에서 국가안보전략이 변화한 만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진 것에 주목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는 북한이 17차례,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2년에는 북한이 3차례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언급 자체가 안 된 것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북한을 넣게 되면 ‘비핵화’와 ‘북한 위협’을 언급할 수밖에 없어서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 이슈를 ‘공백’으로 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등 북-미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 문제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가 빠진 것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고, 미국 국익과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의 전략 구상에서 서유럽이나 중동 등에 견줘 우선순위가 밀렸음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혀 다른 관측을 내놨다. 위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이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는 것은 작성의 기본 방침이 2022년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중심으로 기본 방침을 기술해 구체적인 지역 분쟁이나 주요 현안을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북한 이슈는 앞으로 작성될 하위 문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거나, 미-북 대화 재개에 관심이 없다고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북-미 대화 재개 여부는 현재 시점에선 전망하기 어렵고, 긍정·부정적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이 중국과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도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결부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성배 원장은 “중국을 위협으로 보아 꺾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전반적인 톤을 조정해 ‘재조정’이라는 말을 썼다”며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관계를 조정해나간다는 것이지,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중국은 잠재적 파트너, 유럽은 문명 소멸”…미, 이익 중심 고립주의 공식화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 공개   ‘북한 비핵화’ 언급 없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미 밸리/로이터 연합

 

“미국이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처럼 전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시대는 끝났다.”

 

4일 공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미국 우선주의’를 외교·경제·군사 분야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특히 냉전 이후 미국이 추구해온 ‘유일 초강대국 지위’ 유지 목표를 폐기하고, 국익에 기반해 각 지역의 힘의 균형을 인정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회귀했음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본토 앞마당인 서반구에 힘을 집중하며, 2순위로 밀려난 ‘중국 억제’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힘을 모아 달성하겠다고 했다. ‘대만 방어’를 천명하면서도, 중국은 ‘경제적 경쟁자’이자 ‘잠재적 파트너’로 묘사됐다. 반면 유럽에 대해선 문명이 소멸하고 있다며 정치 세력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략서의 핵심은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 강화다. 전략서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수정안’을 공식화했다. 전략서는 “미국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고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재확인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서반구 내에서 중국, 러시아 등 비서반구 경쟁자가 군사력을 배치하거나 전략 자산을 통제하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요새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6일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을 통해 이러한 기조를 더욱 선명히 했다. 그는 “자칭 공화당 매파들이 말하는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는 재앙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냉철한 현실주의’를 통해 평화를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 지구적 개입을 줄이고 각 지역의 강대국이 해당 권역을 책임지는 ‘다극 체제’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중국 전략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전략서는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로 보면서도 ‘진정으로 상호 유익한 경제 관계’라며 잠재적 파트너로도 묘사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가치 충돌’이 아닌 ‘이익 경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했던 지난 수년간의 기조와 결별한 유화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직접적인 패권 경쟁을 벌이기보다, 제1도련선 방어와 같은 구체적 목표에 집중하되 이조차 동맹국에 안보 부담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전략서는 “제1도련선 내 어디서든 침략을 거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를 혼자서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며 “동맹국들은 나서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집단방위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군사적 경계선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을 핵심적으로 기여할 동맹국으로 꼽았다. 전략서는 “제1도련선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군이 자국 항구와 기타 시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체 방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침략 억제를 목표로 하는 능력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뒤 “일본과 한국에 적을 억제하고 제1도련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능력(새로운 능력을 포함하여)에 초점을 맞춰 국방비를 늘리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썼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등을 미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들’로 칭하고서 “우리로부터 특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부 케네디 센터 아너스 메달 수여식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전략서는 대만 점령 시도를 ‘거부’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명시하고, 미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일본·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전통적인 외교정책 기조도 일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 대한 입장이 ‘반대한다’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로 완화됐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제시카 첸 와이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종합적으로 볼 때, 베이징의 지도자들은 이번 새 문서를 미국의 전략이 자신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전략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지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시욱 연구원도 “미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반대한다’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로 입장을 완화한 것에 대해 베이징이 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략서는 유럽이 이민자들과 주류 지도자들로 인해 ‘문명적 소멸’에 직면해 있다고 묘사하며, 현재 유럽 주류 정치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략서는 “유럽의 문제는 단순한 국방비 지출 부족이나 경제 정체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이민 정책이 대륙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국가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특정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몇십 년 안에 대다수가 비유럽인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과연 미국과 같은 가치를 공유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유럽의 현 주류 지도자들을 “현실성 없는 기대를 가진 불안정한 소수 정부”라고 깎아내리며, 이들이 “민주적 원칙을 짓밟고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유럽 내 ‘애국주의 정당’의 부상을 환영하며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략서는 “미국의 목표는 유럽이 현재의 궤적을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유럽 국가 내에서 현재의 궤적에 대한 ‘저항’을 육성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유럽 각국의 우파 포퓰리즘 세력을 지원해 정권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내정 간섭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가치 동맹’ 복원 기조를 완전히 폐기하고, 유럽을 ‘개조’의 대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대서양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전략서와 달리 ‘북한’, ‘북한 비핵화’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북한 문제도 한국과 일본이 해결해야 할 ‘지역 문제’로 치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