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2024년 12월4일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본청 앞을 점거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12·3 불법계엄에 연루돼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군 장성 등 23명이 최근 국방부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국방부에 항고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군인사법상 항고란 징계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날 경향신문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계엄에 연루돼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군 장성 등 31명 가운데 23명이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나머지 8명 중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만 항고를 포기했고, 7명은 해당 날짜까지 항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2차 계엄 준비 의혹과 관련한 이른바 ‘계엄버스’ 구성에 관여했거나 버스에 탑승했다가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육군 장성들은 대부분 항고를 제기했다. 계엄버스 탑승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고현석 전 육군본부 참모차장(파면),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전 육군본부 법무실장(강등) 등이다. 계엄버스에 탑승해 정직 처분을 받은 장성 9명도 항고했다.
계엄사령부 편성 및 운영에 관여해 징계 처분을 받은 이들도 항고를 제기했다.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파면)을 비롯해 김흥준 전 육군 정책실장(파면), 조종래 전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파면)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원된 군 지휘부. 왼쪽부터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 연합·성동훈 기자·박민규 선임기자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도 징계위 파면 처분에 불복하고 지난달 중하순 무렵 전원 항고했다.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봉쇄 계획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 정성욱 전 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장도 지난달 말 파면 처분을 받고서 모두 항고했다.
항고를 포기한 것은 지난 3일 기준 곽종근 전 사령관 한 명뿐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 등이 참작돼 파면 처분보다 한 단계 낮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일 기준 항고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총 7명이다. 최근 파면 처분을 받은 김현태 전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과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이상현 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 또한 항고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징계권자인 경우 이를 심사하기 위한 항고심사위원회를 국방부에 둘 수 있다. 계엄 연루자 징계를 국방부가 주관해온 만큼 항고 심사 역시 국방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항고를 제기한 23명의 심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징계위 결정에 항고한 군 장성 상당수는 앞으로 법원에 행정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항고를 제기해 징계 수위가 한두 단계 정도 감경되는 경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혐의까지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항고를 통해 감경 처분을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개헌안 발의선인 의석수 3분의 2를 훌쩍 넘어섰다.
9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316석,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36석을 얻었다. 여기에 개헌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제2야당 국민민주당과 우익 성향 야당 참정당도 각각 28석, 15석을 확보했다.
개헌에 우호적인 이들 정당의 의석수 합계는 310석을 훨씬 상회하는 395석에 달한다. 선거 직전에는 261석이었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 전체 의석수는 465석이며, 개헌안 발의선은 310석이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작년 10월 새로운 연립정권을 구성하며 개헌 추진에 합의했다.
양당은 당시 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관련 개정을 위해 조문 기초(起草·초안을 잡음) 협의회를 설치하고, 국회 헌법심사회에도 조문 기초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총선 이후 중의원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탈환해 헌법 개정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헌법 9조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자민당은 사실상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 “국제 정세가 격동하는 지금, 시대에 맞게 현행 헌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신회는 한발 더 나아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삭제, 집단 자위권 용인과 국방군 존재 명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중에서 개헌에 긍정적인 국민민주당은 자위권 행사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총선 공약에 담았고, 참정당은 자위권을 위한 군대 보유를 명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중도개혁 연합은 헌법 9조 변경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 팀미라이 등 나머지 군소 야당들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평화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면서 헌법 9조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경우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2028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에서도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는 전체 248석 중 12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의석수를 합해도 3분의 2를 채우지 못한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논의가 빨라질 수는 있지만, 참의원에서도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하면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이영경 기자 >
트럼프 “훌륭한 일본 국민, 언제나 강력히 지지”…‘다카이치 압승’ 축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연립 여당의 총선 압승에 대해 “역사적인 승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매우 중요한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그의 연립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그는 일본에서 매우 존경받고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을 두고 “대담하고 현명한 결정이 큰 성과로 이어졌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당이 이제 의회를 장악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3분의 2 초대형 의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총리와 그의 연립여당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endorse)했던 것은 나의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미·일 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보수적 가치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의제를 입법으로 추진하는 데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두 정상 간의 이념적 유대감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토록 열광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훌륭한 일본 국민은 언제나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미·일 보수 진영 간 정치·안보 공조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 김원철 기자 >
미 언론 “일 총선, 미국에 희소식···‘중국 위협’이 다카이치 도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8일(현지시간) 총선 결과가 “미국에 희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정치적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일“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진실을 밝힌 다카이치에게 수출과 관광 등 제재로 벌을 주려했던 중국에게도 ‘공(功)’이 있다”며 “(일본에 대한) 중국의 괴롭힘은 대만, 호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어 “다카이치는 자민당의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파벌 출신”이라며 “그녀는 방위지출 확대를 선호하는데, 그것은 중국의 광대한 군비 확장을 감안할 때 시급히 필요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최고의 소식은 자민당의 확고한 다수당 지위가 다카이치에게 권한을 갖고 통치할 재량을 부여한다는 점”이라며 “미국과 자유세계는 중국 공산당의 제국주의 야심에 맞선 동맹으로서 강하고 자신감있는 일본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일본 총선 결과가 “중국이 주는 실존적 위협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증가하는 각성을 반영한다”며 “일본인들은 다카이치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직설적으로 말함으로써 중국의 시진핑에 정면으로 맞선 뒤 다카이치 주위에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WP는 이어 “다카이치의 성공은 미국을 위해 희소식이며, 미국은 그녀의 성공을 도울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 방위지출 확대, 공격용 군사역량 확대, 살상무기 수출금지 해제 등 매파적 안보정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선 압승으로 일본 여당이 의회에서 힘있는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게 된 상황은 “다카이치가 2차대전 이후 일본 헌법에 들어가 있던 평화헌법 조문을 폐지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며 “그녀의 어젠다가 의회를 통과하면 일본은 중국에 맞서기 위한 더 많은 안보 부담을 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WP는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일본의 국가 부채를 더욱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방위비 증액의 재원 마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해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역사적 대승으로 평가된다. < 이영경 기자 >
‘개헌 발의 의석’ 확보한 다카이치 “내 정책, 국민 판단 받고 싶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일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당선자 이름 위에 빨간 종이 장미를 붙이고 있다. AFP 연합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8일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사실상 압승을 확정한 뒤 “(총리 취임 뒤) 정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고,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반드시 심판을 받고 싶었으며 향후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위기 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중의원 해산 뒤 총선거'를 결단한 배경과 관련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 정권, 그리고 (새 정부가 내세운) 완전히 새로운 공약에 대해 국민들께 물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임시국회는 물가 상승 대책이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불가피하게 우선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마무리한 뒤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국민들 뜻을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던지 승부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공’으로 결론났다.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출구조사를 보면,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최소 300석 이상, 최대 전체 의석의 80% 가까이 확보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최대 예상 의석수가 328석, 최소 274석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선거 개표가 2시간 가량 지난 시점에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을 넘겼고, 밤 11시가 되기 전에 개헌 발의 정족수인 310석을 확정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중의원 해산 결정과 함께 이전 정부를 해산했던 다카이치 총리도 조만간 열리는 국회 총리 선출 선거에서 연임이 확실하다. 그는 새 정부 진용과 관련해 “현재 정부 각료은 좋은 팀을 꾸려왔고, 불과 3개월 남짓 일하면서도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만큼 (내각 틀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일본유신회에서 각료 1명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관해서는 고려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 이전에 장기간 연립을 꾸렸던 공명당과는 주로 국토교통성 쪽 장관을 받는 형식으로 연립정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새로 연립 관계를 맺은 일본유신회는 어수선한 자민당 상황 등을 고려해 자민당의 각료 파견 제안을 보류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유신회가 (연립여당으로서) 내각의 책임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해왔고, 그런 뜻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를 결단하고, 사실상 자민당에서 ‘원톱’ 구실로 완승을 이끈 다카이치 총리가 향후 정책 추진에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 그는 민생 과제 가운데 소비세 인하 요구와 관련해 “선거 운동 과정에 당수 토론 등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대체로 식료품 소비세율을 0%로 해달라는 등 소비세를 낮추는 방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자민당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까지 다른 당에서 내놓은 제안을 비롯해 제가 주장왔던 내용들에 대해 다른 당의 협력을 호소하며 유연하게 실현해 나가고 싶다”며 야당과 협력을 강조했다. < 홍석재 기자 >
국세청장 “상속세 없는 국가로 이주 경향도 없어” 이 대통령, 대한상의 보도자료에 "가짜 뉴스"
최태원 “다시는 재발 않도록 만전” 지시 대한상의도 사과문…“혼란 초래, 깊이 사과”
임광현 국세청장이 대한상의가 지난해 우리나라를 떠난 백만장자가 2400명이라고 발표한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청장은 지난 3년간 우리나라를 떠난 10억원 이상 자산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고 그것도 상속세 없는 국가로의 이주 경향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SNS에 올렸다. 앞서 대한상의가 조사방식이 부실한 영국의 컨설팅 업체 자료를 근거로 보도자료를 냈고, 이 보도자료를 재래식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바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부자들이 한국을 대거 떠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비판했고 대한상의는 즉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부자들이 상속세 때문에 한국을 탈출한다는 거짓말
임광현 국세청장이 8일 페이스북에 최근 3년간 한국을 떠난 10억원 이상 자산 보유자가 연평균 139명이라고 밝혔다. 그와 함께 임 청장은 최근 3년간 해외 이주자 신고 현황 팩트체크 글을 올렸다.
그는 “대한상의는 백만장자의 탈한국이 가속화되는 원인을 상속세 제도와 결부시켜 국민께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국민께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신고된 해외 이주자를 전수분석 했다”고 제시했다.
또 “한국인의 2022∼2024년 평균 해외이주 신고 인원은 2904명이며, 이중 자산 10억원 이상 인원은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인당 보유 재산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97억원, 54억 6000만원, 46억 5000만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며 “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하는 경향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해외이주자 자산 규모 분석. 임광현 국세청장 페이스북 캡처
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대한상의 부자유출 가짜뉴스’ 논란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팩트체커’를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한국을 떠난 자산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 소유 고액 자산가가 24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조사를 진행한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 방식이 부실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임광현 국세청장. 연합자료사진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최태원 대한상의 의장
한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의 자산가 유출이 급증했다는 해외 조사 결과를 인용한 대한상의 보도자료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대한상의에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보도자료를 두고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질타한 직후다.
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 보도자료 논란과 관련해 “책임있는 기관인 만큼 면밀히 데이터를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대한상의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 X 게시글. X 캡처
대한상의도 재발 방지 내부 시스템 보강 약속해
대한상의도 이날 사과문을 내고 “해당 보도자료 내용 중 고액자산가 유출 관련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료 작성 시 사실관계 및 통계의 정확성 등에 대해 충실히 검증하도록 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으로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하는 등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는 내용의 해외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나 해당 조사를 실시한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 방식이 부실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대한상의가 당일 오후 “관련 통계를 학술적·공식 통계로 인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추가적 검증 및 확인 전까지 인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번 논란을 다룬 언론사 칼럼을 첨부하고 “법률에 의한 공식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이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썼다.
또한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밝혔다. < 이태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5. 연합
김정관 산업장관, ‘보도자료 사태’ 대한상의 포함 경제 6단체 호출···“공적 책무 망각”
상근부회장들과 긴급 현안 점검회의 개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중회의실에서 열린 6개 경제단체 긴급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의 SNS로 확산한 대한상공회의소 보도자료 사태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한상의를 포함한 6개 주요 경제단체를 전원 호출해 질타했다.
김 장관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중회의실에서 6개 경제단체와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사실상 대한상의 보도자료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장관은 “대한상의를 소관하는 주무장관으로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한상의 보도자료는 법정단체로서 공적 책무와 책임을 망각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당 자료 어디에도 고액 자산가 이민의 원인으로 상속세를 지목한 내용이 없음에도 대한상의는 이를 자의적으로 상속세 문제로 연결해 해석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이번 사안은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책 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대한상의뿐 아니라 다른 경제단체들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는 “경제계가 공적 발언의 무게를 다시 한번 엄중히 인식하고, 스스로에 대한 검증과 책임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지켜주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공적 영향력을 지닌 기관이 사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는 그 파급력이 훨씬 크다. 산업부는 명확한 원칙 아래 단호하게 일관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아울러 정부 정책과 현장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주요 단체, 협회들과 정책간담회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를 대표해 참석한 박일준 부회장은 “법정단체로서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면적인 내부 시스템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통계의 신뢰도 검증과 분석 역량 제고를 위해 조사연구 담당 직원들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대한상의는 발표 자료의 철저한 검증과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추가 검증하는 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부 감사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책임소재를 파악해 합당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 부담에 자산가 유출 세계 4위…납부방식 개선이 현실적 해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의 핵심은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해 경제 성장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자료에서 인용한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 통계였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 고액 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급증했는데 대한상의는 상속세 때문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근거가 부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보도한 기사를 비판한 칼럼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밝혔다. < 김경학 기자 >
2017년 별세한 송신도 님의 처절한 피해 증언 "얼굴 굳은살 박히도록 맞아 때려도 안 아파" 일본 재판소 패소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윤미향 마녀사냥 전후 위안부 조롱·모욕 본격화 정의연 집회에서 "매춘부" 외치고 소녀상 모욕 친일 부역 과거 덮으려는 극우 기득권이 주도
송신도 님의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스틸컷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증언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실용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일본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면서 과거사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비판과 불만도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해 온 친일 극우 인사들과 단체들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 달 전 이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역사를 부정하는 얼빠진 행위"이자 "사자명예훼손"이라고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는 결코 무제한일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는 피해자 인권과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읽혔다. 이어 최근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해 온 단체의 행태를 두고 "전쟁범죄의 성노예 피해자를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사람이라면 이럴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얼굴은 사람인데 마음은 짐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분노를 드러냈고, 나아가 "사람을 해치는 짐승은 사람으로 만들든지, 격리해야 한다"는 초강경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집요하고 잔인무도한 공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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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들은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 현장에 나타나 확성기를 동원해 "매춘부", "거짓말쟁이"라는 막말을 퍼부으며 조롱과 방해를 일삼았고, 피해자들을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 취급하는 역겨운 퍼포먼스를 반복해 왔다. 소녀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비닐봉지로 얼굴을 덮는 이른바 '챌린지'를 벌인 것도 이들의 행태였다.
심지어 일본의 극우 단체들과 연대해 독일까지 원정을 가서 소녀상 철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국제사회에 "위안부는 허구"라는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표현의 자유나 학문적 논쟁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행동이었다. 이 모든 행위는 위안부 피해자 전체에 대한 상징적 폭력이자 테러였다.
동시에 일제 식민지배와 그로 인한 피해를 기억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모든 시민과 연대자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했다. 기억을 지우고 역사를 삭제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폭력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일제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일제에 부역했고 해방 이후에도 한미일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를 덮어 온 한국 사회의 친일 극우적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 이들에게 과거사는 기억과 반성의 대상이 아니라, 삭제해야할 장애물에 가깝다. 따라서 역사적 진실을 온몸으로 증언해 온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들에게 늘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의 존재 자체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일본 우익 지배층과의 정치적·외교적 결속에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본심을 쉽게 드러내지 못해 왔다. 식민지배의 기억과, 여전히 반성과 사과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사회 전반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SNS
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이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를 노려왔다. 2020년 일본 극우 세력, 한국의 족벌 언론, 그리고 윤석열 검찰이 맞물려 전개한 윤미향(정의연)에 대한 대대적 마녀사냥은 이들에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모욕은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본격화됐다.
이것은 윤석열 집권 3년 동안 멈추지 않고 지속됐다. 심지어 친위 쿠데타 시도가 실패하고 윤석열이 구속·탄핵된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극우 세력이 아직 충분히 처벌되거나 청산되지 않았고, 여전히 '윤어게인'을 외치며 결집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회 안에 국민의힘이라는 정치적 기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친일 극우 세력의 가장 극단적이고 반동적인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장면이다. 이에 호응하듯 국회에서도 오랫동안 표류하던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피해자에 대한 모독과 혐오를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이재명 정부는 우선 국내에서 친일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과 마녀사냥을 제어하고, 그 이후 외교적으로 일본 정부와 과거사 문제를 단계적으로 제기하며 풀어나가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실용 외교'가 과거사를 덮는 명분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이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는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페이스북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의 역사를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연결시키고, 윤미향 마녀사냥의 진실과 정의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며, 끝까지 증언하고 사과를 요구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지난해 말 출간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이러한 기억과 계승에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같은 제목의 다큐 영화는 이미 2009년에 개봉한 바 있다.)
이 책은 2017년 일본에서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님의 삶과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책에 담긴 피해 경험과 증언은 처절하고도 구체적이다. 16살의 나이에 중국 무창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송신도 님은 "가장 괴로웠던 것은 총알이 날아오는 거였지"라고 증언한다. 군인과의 강제적 관계 도중에도 총알이 날아들었고, 관계가 끝나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군인이 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총알에 맞아죽으면 큰일이니까 ··· 그게 가장 괴로웠어요"라는 말은 당시 상황의 비인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와 폭행이 이어졌고, 그 상처는 송신도 님의 몸과 마음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도 얼굴에 굳은살이 박혀서 아무리 때려도 아프지 않아요 ··· 북이랑 똑같아. 하도 맞아서", "진심으로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라는 고백은 전쟁범죄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증언한다.
7년간의 지옥 같은 성착취 끝에 패전 후 일본으로 가게 된 과정마저 기만으로 이어졌다. 한 일본 군인의 청혼을 믿고 따라갔지만,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혼인 증명서는 찢겼고 "미군의 양공주라도 되라"는 말과 함께 버려졌다. 송신도 님은 기차에서 뛰어내려 죽으려 했지만, 죽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일본 땅에서 평생을 가난과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다. 같은 전쟁을 겪고 돌아온 일본 남성들이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안, 송신도 님은 과거를 숨기고 무시당하며 늙어갔다. 그러다 생활보호 신청 과정에서 "나는 중국까지 가서 훌륭하게 싸우고 온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과거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재일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의 투쟁'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자들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이후 증언에 나선 송신도 님은 나아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제기했고, 이를 돕는 '지원모임'도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채 제시한 '아시아여성기금'을 단호히 거부했다. "이런 방식은 믿을 수 없어. 세 살짜리 어린애라면 믿을지 몰라도, 난 안 믿어!"
하지만 10년에 걸친 재판 끝에 2000년 도쿄고등재판소는 청구를 기각했다. 송신도 님은 판결 이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대로 바보가 되어서 돌아가도 되는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바보같은 짓을 해도 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지나가던 개가 웃어요. 배꼽을 쥐고 웃어요."
재판은 패소했지만, 송신도 님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 투쟁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그의 증언과 재판은 일본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다시 각인시켰고, 이후 민주당·공산당·사민당 등 야3당이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 해결 촉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송신도 님은 투쟁과 연대 속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사람을 못 믿고 살아왔지. 속기만 했으니까. 그런데 소송을 제기하고, 내가 당한 일을 말하고 나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 나도 조금은 인간다워졌지." 증언이 곧 회복의 과정이었다는 말이다. 한국의 '나눔의 집'을 방문해 다른 할머니들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웃고 울던 기억도 남아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쇠약해진 송신도 님은 결국 2017년 세상을 떠났다. 이재명 정부와 우리 사회는 송신도 님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삶과 투쟁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짐승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지우고 싶어 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잔혹한 전쟁은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위안소'뿐만이 아니라 중국 사람도, 일본 군인도, 고통받는 처참한 모습을 나는 두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2000년 10.19 송신도 최종진술서)
"다만 전쟁은 하지말아.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라고. 전쟁을 하면 뭐든지 다 끌고가서 나라를 위한다면서 다 죽이지 않느냐고. 그것이 가장 괴로운 것이니까. 그런 짓을 다시는 하면 안돼." < 전지윤 기자 >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재일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의 투쟁>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엮은이), 김민화 (옮긴이)/ 보더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