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지정학 ⑦] 정치적 의사 표현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대표 헤라스케비치
본인은 통보 받았다는데 IOC 확인 안해

올림픽 헌장 50조 2항 시대에 뒤떨어져
독도 세리머니, 욱일기, 이순신 현수막
1968 '검은 주먹' 주역 폐지 주장하기도

트럼프, 자신 비판했다고 "진짜 패배자"
클로이 김 등 "선수도 의견 밝힐 권리"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 있는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연습 주행을 갖고 있다. 그의 헬멧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스러진 운동 선수 등 여러 명의 얼굴들이 새겨져 있다. 코르티나담페초 로이터 연합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켈레톤에 출전하는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우크라이나)는 헬멧에 러시아와의 전쟁에 스러진 동료 선수 등 여러 명의 얼굴을 새겼다.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달래고 조국의 전쟁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뜻에서였다.

 

세 번째로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헤라스케비치가 9일(현지시간)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이 헬멧을 쓴 채 연습 주행에 나서자 많은 매체들이 주목했다. 그는 연습 주행을 마친 뒤 로이터 통신에 "헬멧에 그려진 사람들 중 일부는 내 친구들이었다"고 밝혔다.

 

헬멧에 새겨진 이들은 10대 역도 선수 알리나 페레후도바, 복싱 선수 파블로 이셴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이 로기노프, 배우이자 운동선수 이반 코노넨코, 다이빙 선수이자 코치 미키타 코주벤코, 사격 선수 올렉시이 하바로프, 무용수 다리아 쿠르델 등이다. 헤라스케비치는 "올림픽을 통해 전쟁에 대한 관심을 계속 고취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멧이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논의해보겠다고 했고, 밤늦게 문제의 헬멧 착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10일 전했다. 영국 BBC는 헤라스케비치가 선수들, 국가 올림픽위원회들, IOC의 소통을 담당하는 IOC 대표 츠루나가 도시오가 선수촌에 찾아와 올림픽 헌장 50조에 근거해 헬멧을 금지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IOC는 아직 공식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어 IOC의 확인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은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이나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IOC가 헬멧 착용을 불허한다면 이 규정을 근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선수단 기수로 지난 6일 개회식에 참가했던 헤라스케비치는 인스타그램에 "IOC가 공식 훈련과 대회에서 내 헬멧 착용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결정이다. IOC가 올림픽 운동의 일원이었던 선수들을 배신하고 있다는 느낌, 그들이 다시는 설 수 없는 스포츠 무대에서 기려지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나아가 "IOC가 이런 추모를 허용했던 전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만을 위해 특별한 규칙을 정하기로 결정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헤라스케비치의 주장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쟁 반대'의 뜻을 표명한 것을 과연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봐야 하는지도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2018년 평창 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헤라스케비치는 2022년 베이징 대회 중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No War in Ukraine) 문구를 들어 보인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격하는 '특수작전'에 들어갔다. 당시 IOC는 '평화를 호소하는 일반적 메시지'로 판단해 그를 제재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정치적 시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규정을 준수한다면서 대회 기간 우크라이나가 처한 비극적인 상황,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어쩌면 그가 IOC와 숨바꼭질하며 전쟁 참상을 알리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헬멧을 준비한 헤라스케비치가 "우리 투쟁의 대가(무고한 희생)를 세계에 알렸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 진실은 불편하지도 부적절하지도 않고, 스포츠 행사에서의 정치적인 행위로 불릴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생명을 존중하는 올림픽 운동의 역사적 사명에 충실하다. 러시아는 그 반대"라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대부분 국제 스포츠에서 제외됐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대회에 복귀하고 있다. IOC는 러시아 출신 13명의 선수를 개인 중립 선수(AIN)로 출전하도록 허용했다.

 

이탈리아계 아이티 디자이너 스텔라 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재 아이티 대사관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아이티 선수단 단복을 소개하고 있다. 설원이나 빙상에서 아주 돋보일 단복이다. 왼쪽 모델은 리비아 오데인, 오른쪽 모델은 메건 토머스. 로마 AP 연합
 

IOC "아이티 선수단 단복에서 독립 영웅 그림 빼"

 

IOC는 동계올림픽에 두 번째로 참가하는 아이티 선수단 단복 디자인을 바꾸도록 압력을 넣었다. 아이티계 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텔라 장이 단 두 명의 이 나라 선수를 위해 핸드 페인팅이란 가장 아날로그 방식으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단복을 꾸렸다.

 

그런데 화려한 그림 속 한 인물이 문제가 됐다. 18세기 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이티의 농민 반란을 이끌어 최초의 흑인 공화국을 수립한 건국 영웅 투생 루베르튀르의 얼굴을 문제 삼았다. 옥신각신 끝에 루베르튀르의 얼굴을 빼기로 했다.

 

우리로 얘기하자면, 유관순이나 김구 얼굴을 넣었다고 일본 눈치를 보며 빼라고 압력을 넣은 셈이다. 그런데 스텔라 장이 루베르튀르의 얼굴 대신 그가 타던 붉은 말을 그렸는데 오히려 '주인 잃은 말'이 '영웅이 지워진 조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되레 단복이 아이티가 처한 참담한 상황을 방증하게 됐다는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대표팀의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A매치 두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순신 현수막'과 욱일기 반입을 놓고 한국과 일본 측이 날카롭게 충돌했던 일도 있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원조 격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있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스프린터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육상 남자 200m 1위와 3위를 차지한 뒤 시상대 위에서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들의 ‘검은 주먹’은 미국 흑인의 차별받는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은메달을 딴 호주의 백인 선수 피터 노먼도 둘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는 등 셋 모두 불이익을 받았다. 반 세기가 지난 지금도 올림픽 역사에 가장 용기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2020년 12월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표시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를 제한한 올림픽 헌장 50조 3항과 배치되는 결정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USOPC는 선수들이 메달 세리머니 때 ‘무릎꿇기’, ‘주먹 쥐어 올리기’ 등 평화적 저항을 표시하는 행동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USOPC 선수위원회 소속 선수들이 제도 변화를 요구했고, USOPC가 오랜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 한참 선배들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도 기꺼이 함께 했다.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대표 클로이 김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기자회견을 통해 2026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출전을 앞둔 소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료 대표 공격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리비뇨 AFP 연합
 

선수들은 입도 벙긋 하지 말라는 거냐

 

이번 대회에 출전 중인 미국 선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선수 공개 비난에 잇따라 반응하며 선수의 발언권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간판이자 올림픽 2연패 금메달리스트인 한국계 클로이 김은 9일 리비뇨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런 순간일수록 더 많은 사랑과 연민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우리가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의견을 말할 권리도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헌터 헤스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헤스는 최근 “국기를 달고 뛴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국 내 강경한 이민 단속과 정치적 긴장 상황에 대해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헤스를 “진짜 루저(loser)”라고 지칭하며 공개 비난했다.

 

클로이 김은 한국계 이민자 부모를 둔 자신의 배경을 언급하며 “이 사안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기회를 줬지만, 동시에 우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차세대 한국 스노보드 기대주 최가온을 언급하며 세대와 국적을 넘는 연대를 주장했다. 그는 "최가온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지금 내는 목소리가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동료들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매디 마스트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외면할 수 없다”며 “자비와 연민이라는 가치 아래 미국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 베아 김은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의 힘”이라며, 서로 다른 배경의 선수들이 한 무대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대표로 출전 중인 미국 태생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에일린 구도 헤스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헤스가 처한 상황은 이길 수 없는 언론전처럼 보인다”며 “초점은 정치가 아니라 스키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선수 안전 문제로도 이어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메시지를 게시한 뒤 위협을 받았다고 밝힌 미국 태생의 영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거스 켄워디 사례까지 더해지며, 미국 선수단에서는 온라인 공격과 정치적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켄워디는 이번 대회 개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설원 위에 소변으로 'F*** ICE'라고 새긴 듯한 사진과 함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더는 참을 수 없다. ICE가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살해 협박이나 극단을 선택하라느니, 경기 중 목이나 무릎이 부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느니 등등 온갖 얄궂은 메시지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 임병선 기자 >

“대통령에 누 끼쳐 대단히 죄송, 제 책임”

최고위원들도 지도부 공동책임 통감 입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특검 추천 논란’을 ‘인사 사고’로 규정하고 “최종 책임은 제게 있다. 대통령께 누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앞으로 특검 추천은 당내 국회 추천 공직자 후보 추천위원회를 거치게 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도 밝혔다.

 

정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특검 추천 관련 최종 책임은 제게 있다. 이번 특검 추천 사고를 보면서 그동안의 관행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저도 특검 추천을 한 적 있습니다만, 좋은 사람이 있으면 원내지도부에 추천하고 원내지도부에서 그 사람을 낙점하고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빈틈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며 “특검은 당에 설치된 인사추천위원회 절차를 생략하고 (추천이) 이뤄졌던 관행이 지금까지 있었는데, 앞으로는 특검 또한 철저히 인사추천위에서 검증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 이번 같은 인사 사고를 막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특검 추천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던 ‘반정청래계’(반청계) 최고위원들은 이날 특검 추천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지도부로서의 공동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번 추천은)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와 다름없다는 게 당원과 지지자들의 시각”이라며 “합당 이슈도 마찬가지지만, 이 건도 최고위·법제사법위원회 패싱이 있었다. 대표께서 재발 방지를 확실하게 약속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런 사고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저도 결과적으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당원들과 대통령께 정말 죄송하다”며 “이 일뿐만 아니라 그간 합당 강행, 지나치게 성급한 당헌·당규 개정, 입법 속도의 안이함 등 당 운영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이번 논란이 “분명한 사고”라며 “변명으로 덮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중하고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당은 대통령을 돕기보다 부담을 드리고 때로는 대통령을 외롭게 만든 순간이 적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부터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기막히고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깊은 자성과 함께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추가 수사하는 2차 종합 특별검사 후보자로 지난 2일 검사 출신의 전준철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를 추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전 변호사 대신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권창영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 변호사가 자신이 연루된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쌍방울 쪽 변호인단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여당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걸로 알려지면서, 당내 반청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천 과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 김채운 기자 >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강득구·이언주 최고위원, 정청래 대표, 이성윤 최고위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쌍방울 변호인’ 특검 추천 이성윤 “있지도 않은 의혹 확산, 안타까워”

“전준철 변호사, 대북송금 사건과 무관
윤석열에 핍박받고 압수수색까지 받아”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차 종합특검 후보자 추천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좀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있지도 않은 의혹이 확산되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9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준철 변호사가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추천한 전 변호사가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단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거센 비판이 일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전 변호사가 법인 소속 변호사로서 ‘쌍방울 사건’에 이름을 올린 건 동료 변호사의 요청 때문이었고, 담당도 횡령·배임 관련이었지 김성태 본인이나 대북송금 의혹과는 무관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중간에 (변호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제가 전 변호사를 추천한 건 ‘윤건희’(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수사할 때 (전 변호사가) 서슬 퍼런 윤석열 검찰총장 하에서도 강직하게 수사했고 적임자로 판단돼 원내대표실에서 추천하게 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대북송금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그를 추천해 마치 정치적인 음모가 있는 것처럼 있지도 않은 의혹이 확산되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다만 “한편으로는 소통이 부족했음을 느낀다”며 “좀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참석에 앞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도 전 변호사 추천 경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방송에서도 “(전 변호사는) 친윤(친윤석열계) 검사도 아니고 윤석열한테 핍박받고 (검사를) 그만둔 다음에 압수수색까지 받았다”며 “김성태 변호인이 아닌 건 확실하고, 대북송금 조작 의혹사건의 변호인이 아닌 것도 확실하다고 안다”고 강조했다. 다만 “초기에 쌍방울 사건에 소속된 변호사인지를 제가 체크 못 했다”고 했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이런 설명에 “전 변호사한테 직접 해명을 듣지 않으면 (부적절한 추천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열 받은 쪽은 열 받을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문제 없다는 쪽은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던 것”이라며 “결과를 알고 보니 해도 됐던 인사 같긴 하다”고 말했다.                                      < 고한솔  김채운 기자 >

 

여인형, 이진우, 문상호 등 모두 항고 ... 곽종근만 포기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2024년 12월4일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본청 앞을 점거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12·3 불법계엄에 연루돼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군 장성 등 23명이 최근 국방부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국방부에 항고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군인사법상 항고란 징계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날 경향신문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계엄에 연루돼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군 장성 등 31명 가운데 23명이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나머지 8명 중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만 항고를 포기했고, 7명은 해당 날짜까지 항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2차 계엄 준비 의혹과 관련한 이른바 ‘계엄버스’ 구성에 관여했거나 버스에 탑승했다가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육군 장성들은 대부분 항고를 제기했다. 계엄버스 탑승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고현석 전 육군본부 참모차장(파면),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전 육군본부 법무실장(강등) 등이다. 계엄버스에 탑승해 정직 처분을 받은 장성 9명도 항고했다.

 

계엄사령부 편성 및 운영에 관여해 징계 처분을 받은 이들도 항고를 제기했다.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파면)을 비롯해 김흥준 전 육군 정책실장(파면), 조종래 전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파면)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원된 군 지휘부. 왼쪽부터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 연합·성동훈 기자·박민규 선임기자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도 징계위 파면 처분에 불복하고 지난달 중하순 무렵 전원 항고했다.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봉쇄 계획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 정성욱 전 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장도 지난달 말 파면 처분을 받고서 모두 항고했다.

 

항고를 포기한 것은 지난 3일 기준 곽종근 전 사령관 한 명뿐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 등이 참작돼 파면 처분보다 한 단계 낮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일 기준 항고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총 7명이다. 최근 파면 처분을 받은 김현태 전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과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이상현 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 또한 항고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징계권자인 경우 이를 심사하기 위한 항고심사위원회를 국방부에 둘 수 있다. 계엄 연루자 징계를 국방부가 주관해온 만큼 항고 심사 역시 국방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항고를 제기한 23명의 심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징계위 결정에 항고한 군 장성 상당수는 앞으로 법원에 행정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항고를 제기해 징계 수위가 한두 단계 정도 감경되는 경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혐의까지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항고를 통해 감경 처분을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

 

개헌에 우호적인 정당 의석수 합계 310석 훨씬 상회하는 395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개헌안 발의선인 의석수 3분의 2를 훌쩍 넘어섰다.

 

9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316석,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36석을 얻었다. 여기에 개헌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제2야당 국민민주당과 우익 성향 야당 참정당도 각각 28석, 15석을 확보했다.

 

개헌에 우호적인 이들 정당의 의석수 합계는 310석을 훨씬 상회하는 395석에 달한다. 선거 직전에는 261석이었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 전체 의석수는 465석이며, 개헌안 발의선은 310석이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작년 10월 새로운 연립정권을 구성하며 개헌 추진에 합의했다.

양당은 당시 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관련 개정을 위해 조문 기초(起草·초안을 잡음) 협의회를 설치하고, 국회 헌법심사회에도 조문 기초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총선 이후 중의원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탈환해 헌법 개정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헌법 9조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자민당은 사실상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 “국제 정세가 격동하는 지금, 시대에 맞게 현행 헌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신회는 한발 더 나아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삭제, 집단 자위권 용인과 국방군 존재 명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중에서 개헌에 긍정적인 국민민주당은 자위권 행사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총선 공약에 담았고, 참정당은 자위권을 위한 군대 보유를 명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중도개혁 연합은 헌법 9조 변경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 팀미라이 등 나머지 군소 야당들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평화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면서 헌법 9조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경우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2028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에서도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는 전체 248석 중 12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의석수를 합해도 3분의 2를 채우지 못한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논의가 빨라질 수는 있지만, 참의원에서도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하면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이영경 기자 >

 

트럼프 “훌륭한 일본 국민, 언제나 강력히 지지”…‘다카이치 압승’ 축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연립 여당의 총선 압승에 대해 “역사적인 승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매우 중요한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그의 연립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그는 일본에서 매우 존경받고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을 두고 “대담하고 현명한 결정이 큰 성과로 이어졌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당이 이제 의회를 장악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3분의 2 초대형 의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총리와 그의 연립여당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endorse)했던 것은 나의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미·일 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보수적 가치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의제를 입법으로 추진하는 데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두 정상 간의 이념적 유대감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토록 열광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훌륭한 일본 국민은 언제나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미·일 보수 진영 간 정치·안보 공조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 김원철 기자 >

 

미 언론 “일 총선, 미국에 희소식···‘중국 위협’이 다카이치 도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8일(현지시간) 총선 결과가 “미국에 희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정치적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일“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진실을 밝힌 다카이치에게 수출과 관광 등 제재로 벌을 주려했던 중국에게도 ‘공(功)’이 있다”며 “(일본에 대한) 중국의 괴롭힘은 대만, 호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어 “다카이치는 자민당의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파벌 출신”이라며 “그녀는 방위지출 확대를 선호하는데, 그것은 중국의 광대한 군비 확장을 감안할 때 시급히 필요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최고의 소식은 자민당의 확고한 다수당 지위가 다카이치에게 권한을 갖고 통치할 재량을 부여한다는 점”이라며 “미국과 자유세계는 중국 공산당의 제국주의 야심에 맞선 동맹으로서 강하고 자신감있는 일본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일본 총선 결과가 “중국이 주는 실존적 위협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증가하는 각성을 반영한다”며 “일본인들은 다카이치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직설적으로 말함으로써 중국의 시진핑에 정면으로 맞선 뒤 다카이치 주위에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WP는 이어 “다카이치의 성공은 미국을 위해 희소식이며, 미국은 그녀의 성공을 도울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 방위지출 확대, 공격용 군사역량 확대, 살상무기 수출금지 해제 등 매파적 안보정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선 압승으로 일본 여당이 의회에서 힘있는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게 된 상황은 “다카이치가 2차대전 이후 일본 헌법에 들어가 있던 평화헌법 조문을 폐지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며 “그녀의 어젠다가 의회를 통과하면 일본은 중국에 맞서기 위한 더 많은 안보 부담을 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WP는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일본의 국가 부채를 더욱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방위비 증액의 재원 마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해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역사적 대승으로 평가된다.                                                        < 이영경 기자 >

 

‘개헌 발의 의석’ 확보한 다카이치 “내 정책, 국민 판단 받고 싶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일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당선자 이름 위에 빨간 종이 장미를 붙이고 있다. AFP 연합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8일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사실상 압승을 확정한 뒤 “(총리 취임 뒤) 정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고,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반드시 심판을 받고 싶었으며 향후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위기 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중의원 해산 뒤 총선거'를 결단한 배경과 관련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 정권, 그리고 (새 정부가 내세운) 완전히 새로운 공약에 대해 국민들께 물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임시국회는 물가 상승 대책이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불가피하게 우선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마무리한 뒤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국민들 뜻을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던지 승부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공’으로 결론났다.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출구조사를 보면,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최소 300석 이상, 최대 전체 의석의 80% 가까이 확보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최대 예상 의석수가 328석, 최소 274석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선거 개표가 2시간 가량 지난 시점에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을 넘겼고, 밤 11시가 되기 전에 개헌 발의 정족수인 310석을 확정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중의원 해산 결정과 함께 이전 정부를 해산했던 다카이치 총리도 조만간 열리는 국회 총리 선출 선거에서 연임이 확실하다. 그는 새 정부 진용과 관련해 “현재 정부 각료은 좋은 팀을 꾸려왔고, 불과 3개월 남짓 일하면서도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만큼 (내각 틀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일본유신회에서 각료 1명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관해서는 고려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 이전에 장기간 연립을 꾸렸던 공명당과는 주로 국토교통성 쪽 장관을 받는 형식으로 연립정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새로 연립 관계를 맺은 일본유신회는 어수선한 자민당 상황 등을 고려해 자민당의 각료 파견 제안을 보류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유신회가 (연립여당으로서) 내각의 책임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해왔고, 그런 뜻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를 결단하고, 사실상 자민당에서 ‘원톱’ 구실로 완승을 이끈 다카이치 총리가 향후 정책 추진에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 그는 민생 과제 가운데 소비세 인하 요구와 관련해 “선거 운동 과정에 당수 토론 등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대체로 식료품 소비세율을 0%로 해달라는 등 소비세를 낮추는 방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자민당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까지 다른 당에서 내놓은 제안을 비롯해 제가 주장왔던 내용들에 대해 다른 당의 협력을 호소하며 유연하게 실현해 나가고 싶다”며 야당과 협력을 강조했다.                         < 홍석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