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이진숙 '재조명 포럼'…'학문' 조항 악용해
'소요 사태', '딥스테이트'에 "첩의 자식들" 극언도
확인된 사실 백지로 돌리는 게 연구 아냐
이진숙 공천한 국민의힘 "토론회 부적절"
공당이라면 공천이 잘못 됐는지 답해야
공적 공간 그렇게 합부로 빌려줄 수 있나
5·18 더 연구하자는 주장 반대할 수 없어
학문은 검증하겠다는 약속 따라붙어야
그 약속이 빠지면 누군가의 알리바이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1항은 5·18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처벌 대상에는 신문과 방송, 전시물과 공연물, 그리고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도 들어간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에는 예외가 있다.
“제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법이 학문을 위해 남겨둔 문이다.
8월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이 열렸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이 공동 주최했다. 이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불편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학술적으로 접근할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문으로 무엇이 들어왔을까.

그 안에서 나온 말들
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소요 사태”라고 불렀다. 한국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으로 ‘딥스테이트’를 거론하면서 그것이 형성되는 결정적 계기를 1980년 5월 광주에서 찾았다.
그는 5·18이 법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북한군 개입설에도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소요 사태’와 ‘딥스테이트’라는 해석은 무엇에 기대고 있을까.
주동식 전 국민의힘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호남과 주사파를 “순망치한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어 5·18 문제의 해결을 거론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고립”, “내부적으로는 분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들은 첩의 자식들”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객석에서는 고성과 항의가 터졌다. 참석자 사이에 물병이 날아가고 멱살잡이가 벌어졌으며 폭행 신고를 받은 경찰도 출동했다. 이진숙 의원은 이런 소란으로 행사가 중단되는 것이 특정 세력의 목표라는 취지로 말하며 포럼을 계속했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학문이라고 불러야 할까.
학문의 자유와 ‘성역’
학문에는 불편한 질문을 던질 자유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금지하기 시작하면 연구는 권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 된다. 그렇다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답까지 연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료를 찾아야 한다. 사료의 출처와 맥락을 따져야 한다. 기존 연구와 대조해야 한다. 자기 주장에 불리한 증거에도 답해야 한다. 새로운 해석이라면 새 사료를 제시할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자료를 더 설득력 있게 읽을 수도 있으며, 기존 설명보다 나은 논증을 보여줄 수도 있다.
5·18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군 문서가 발견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증언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자료에 새로운 질문을 던져 기존 해석을 수정할 수도 있다. 기존 조사와 판결의 사실인정을 바꿀 만한 근거가 있다면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아직 규명할 영역도 남아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헬기 사격을 확인하고 북한군 개입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규명하는 등의 성과를 냈지만, ‘군에 의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를 비롯한 핵심 과제 일부에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연구가 파고들 곳은 그런 빈틈이다. 그런데 이번 포럼에서 눈에 띈 것은 새로운 사료보다 새로운 이름이었다.
민주화운동은 ‘소요 사태’가 됐다. 국가폭력의 역사는 ‘딥스테이트’의 탄생 이야기와 연결됐다. 새로운 이름에는 그것을 떠받칠 근거가 필요하다. 새 사료가 될 수도 있고, 기존 자료를 새롭게 읽는 해석이나 더 설득력 있는 논증이 될 수도 있다.
5·18 문제를 두고 고립과 분열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야기가 1980년 광주를 떠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던 자리에 앞으로 특정 지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정치 전략이 들어선다.
이진숙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불편한 질문도 학술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더 이상의 토론은 필요 없다”는 태도가 5·18을 성역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성역’이라는 말에는 묘한 기능이 있다. 누군가 5·18을 성역이라고 부르는 순간, 아직 논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배역이 정해진다. 기존의 연구와 조사 결과를 지키자는 사람은 금기를 떠받드는 사람이 되고, 그것을 공격하는 사람은 금기에 맞서는 용감한 사람이 된다. 논증을 시작하기도 전에 배역이 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연구가 금지돼 있었을까. 이영훈 대표 자신은 포럼에서 5·18에 관한 역사적 담론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장악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가 한쪽에 더 많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다른 쪽의 연구가 금지돼 있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그 사이를 채울 근거가 필요하다. 연구가 적었던 것과 연구를 못 하게 한 것은 다른 이야기지 않는가.
역사에 성역을 둘 이유는 없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다시 살피고, 틀린 사실이 드러나면 고치면 된다. 다만 연구의 문을 열어둔다는 말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그때마다 백지로 돌려놓자는 뜻까지 품지는 않는다.

‘성역’과 ‘자학사관’
이런 논법에는 비교해볼 만한 선례가 있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논쟁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가해, 1980년 광주의 국가폭력은 역사적 맥락도 다르고 가해와 피해의 구조도 다르다. 여기서 비교하는 것은 사건의 크기나 성격보다 논쟁의 방식이다. 상당한 검증을 거친 가해의 역사를 다시 논쟁 가능한 상태로 돌려놓을 때 어떤 언어가 사용될까.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공식 자료에서 창립 계기 가운데 하나로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위안부’ 서술을 직접 거론한다.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는 ‘자학사관’을 배제하고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서술했다고 설명하며, 최근까지도 ‘자학사관’의 극복과 ‘긍지 있는 교과서’를 운동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자학사관’이라는 말에는 독특한 전환이 들어 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 전쟁 중의 가해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술했느냐는 질문이 뒤로 밀린다. 그 사실을 가르치는 일이 일본을 어떻게 보이게 만드느냐는 질문이 앞으로 나온다. 역사적 사실을 따지는 자리에 국가적 자긍심이라는 다른 척도가 들어오는 순간 질문 자체가 변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서 왜 우리를 나쁘게 말하는가로 옮겨가는 셈이다.
‘성역’과 ‘자학사관’은 뜻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논쟁에서 하는 일에는 닮은 구석이 있다. ‘성역’이라는 표현은 기존의 사실인정을 옹호하는 사람을 금기를 지키는 사람으로 만든다. ‘자학사관’이라는 표현은 가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치는 사람을 자기 나라를 깎아내리는 사람으로 만든다. 사실을 반박하기 전에 그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자격부터 문제 삼는 방식이다.
물론 역사 해석은 계속 바뀐다. 역사학은 그렇게 발전해왔다. 새로운 문서가 발견되면 기존 해석을 바꾸고, 잘못 알려진 숫자가 있으면 바로잡고, 통설을 뒤집을 증거가 나오면 통설도 버린다.
역사학은 원래 수정된다. 그래서 역사 연구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수정과 부정적인 의미의 ‘역사수정주의’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료와 더 나은 해석, 더 설득력 있는 논증으로 기존 설명을 고치는 것은 역사학의 일상적인 작업이다.
여기서 문제 삼는 역사수정주의는 축적된 증거를 무시하거나 선택적으로 다루면서 정치적 목적에 맞춰 가해의 사실을 축소하고 다시 불확실한 문제로 돌려놓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스벤 잘러(Sven Saaler)는 현대 일본의 민족주의와 역사정치를 분석하면서 역사수정주의와 정치의 결합을 추적했다. 다케나카 아키코(竹中晶子)는 1995년 이후 일본의 아시아·태평양전쟁 기억에서 나타난 수정주의적 전환을 분석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수정 자체보다 그 근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일본 정부는 당시 일본군이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 위안부의 이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모집 과정에서는 많은 경우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회유와 강압 등을 통해 모집됐으며, 때로는 행정·군 관계자가 직접 모집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사죄와 반성도 표명했다. 이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역사 연구와 교육을 통해 기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뒤에도 역사정치는 계속됐다. 교과서와 ‘위안부’, 전쟁 책임을 둘러싼 수정주의적 운동은 이어졌다. 야마구치 도모미(山口智美)는 일본과 미국에서 벌어진 ‘위안부’를 둘러싼 ‘역사전쟁’을 연구하며 현대 일본 우익의 역사수정주의가 국경을 넘어 전개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여기서 역사부정의 조금 더 세련된 형태를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이미 확인된 사실을 다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처럼 만들어놓는 방법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것을 ‘재논쟁화’라고 부르겠다.
재논쟁화는 이미 논의된 문제를 다시 연구하는 행위 일반을 뜻하지 않는다. 기존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새로운 사료나 더 나은 해석과 논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의 재판과 국가 조사, 사료와 선행연구 가운데 자기 주장에 불리한 근거에는 충분히 답하지 않으면서 이미 상당한 검증을 거친 사실의 확정성만 계속 낮추는 방식이다.
모든 사실을 지울 필요도 없다. 일부는 인정해도 된다. 대신 “기존 통설이 편향돼 있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동안 질문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었다”고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흐려진다. 어느 순간 재판과 조사와 연구를 거쳐 확인된 사실도 여러 견해 가운데 하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물음표 자체에는 죄가 없다. 학문은 물음표로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새로운 자료가 있는가. 기존 자료를 더 잘 설명하는 해석이 있는가. 지금까지의 설명보다 설득력 있는 논증이 있는가.
다시 5·18로 돌아가 보자. 새로운 군 문서가 발견돼 발포 경위에 관한 기존 설명을 바꿀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가 기존 조사 결과의 일부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자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읽어 더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런 작업 없이 민주화운동이 ‘소요 사태’로 불리고, 이미 축적된 연구를 두고 ‘성역 때문에 질문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무엇을 새로 밝혔는가. 그리고 무엇을 다시 논쟁거리로 만들려 하는가.
한국 사회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가해를 축소하거나 흐리는 역사수정주의를 오래 비판해왔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의 국가폭력을 대할 때도 같은 판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역사수정주의를 바라볼 때 세운 기준과 우리 자신의 역사를 바라볼 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서는 곤란하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은 책과 토론회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런 역사인식 논란을 거친 사람이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고, 다시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국가기관의 공간에서 행사를 열면 문제는 정치적 책임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그래서 이번 포럼의 주최자를 다시 보게 된다.

누가 그를 국회로 보냈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행사와 거리를 뒀다. 원내지도부는 개최 전에 이진숙 의원에게 취소를 요청했다. 행사 다음 날인 8월 14일에는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이 포럼 강행을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동의한 적이 있고 민주화운동 계승에 관한 입장도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진숙 의원의 윤리위 회부 여부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입장은 그대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질문도 더 정확해진다. 당이 포럼의 개최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보다 앞서 이진숙을 국회의원 후보로 선택했던 판단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진숙은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하거나 항쟁에 나선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SNS 게시물에 공감을 나타내 논란을 빚었다. 2024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좋아요 연좌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앞으로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답했다.
2026년 2월에는 5·18 사적지인 전일빌딩245에서 예정됐던 그의 강연을 광주시가 직권 취소했다. 광주시는 과거 5·18 관련 언행과 행사의 정치적 성격을 들어 조례상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석 달가량 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이진숙을 단수공천했다. 5월 4일 최고위원회는 공관위의 단수공천안을 최종 확정했다.
단수공천에는 당의 판단이 들어간다. 국민의힘이 이진숙의 5·18 역사관 때문에 공천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런 인과관계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
더 단순한 질문이면 충분하다. 과거의 역사인식 논란을 안고 있던 후보를 당이 단수공천하고 최고위원회가 확정했다. 석 달여 뒤 그 의원이 연 포럼을 같은 당 지도부가 사전에 만류했고, 행사 다음날에는 공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날짜만 놓고 보면 이렇다. 5월 1일, 이진숙의 단수공천이 이루어지고, 5월 4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공천이 확정되었다. 8월 13일, 그가 공동 주최한 국회 포럼에서 5·18을 ‘소요 사태’라고 부르는 발표와 5·18 문제를 고립과 분열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월 1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포럼 강행을 ‘부적절’하다고 공식 평가하고 재발 방지를 언급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제 5월의 공천 판단과 8월의 ‘부적절’ 판단 사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당이 설명할 차례다. 행사는 의원 개인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공천은 당의 선택이었다. 둘을 함께 설명할 책임도 남는다.
예외가 원칙을 삼킬 때
5·18 특별법이 학문과 연구에 예외를 둔 것은 필요한 선택이었다.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는 사회보다 불편하고 엉뚱한 주장까지 연구의 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사회가 낫다.
그래서 제8조 제2항은 중요하다. 법은 행사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제1항이 정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제2항의 예술·학문, 연구·학설 등의 목적을 위한 경우인지가 법률상 쟁점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판단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재논쟁화’는 이 글에서 역사정치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특별법의 법률요건과는 별개다.
법원이 판단할 문제는 더 구체적이다. 어떤 발언이 제8조 제1항의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제2항의 예외가 적용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행사가 학문적으로 설득력 있는 연구였는지를 평가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좋은 연구와 합법적인 표현은 서로 다른 범주다. 엉터리 연구도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연구의 질을 심사해 발언 허가증을 발급하는 사회도 바라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포럼을 비판하는 가장 강한 방법은 질문 자체를 막는 데 있지 않다. 질문하게 두면 된다. 실제 발언이 특별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제8조 제2항의 예외가 적용되는지는 구체적인 법적 절차에서 가려질 문제다.
국회도 자기 공간을 어떤 기준으로 빌려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토론의 역사관과 정치적 내용을 사전에 심사해 허가 여부를 정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런 장치는 얼마든지 정치적 검열로 변할 수 있다.
누가 대관을 신청할 수 있는지, 국회나 국가기관의 공식 입장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어떻게 막을지, 안전과 시설 이용 목적을 어떤 절차로 판단할지 같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쪽이 낫다.
광장에서 하는 말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하는 말은 같은 말일까. 장소가 발언을 진실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공간은 행사에 일정한 공적 권위를 빌려준다. 그 권위를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빌려줄 것인가는 국회가 답할 문제다.

학문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5·18을 더 연구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연구하면 된다. 새로운 사료를 찾을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자료에 다른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기존 조사와 연구보다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을 수도 있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발포 책임자 등 일부 핵심 과제를 규명하지 못한 만큼 후속 연구의 여지도 실제로 남아 있다. 역사학은 그렇게 움직인다. 일본의 역사도 한국의 역사도 예외일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런 작업 대신 새로운 이름만 나올 때다. 민주화운동에는 ‘소요 사태’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가폭력의 역사에는 ‘딥스테이트’라는 설명이 붙었다. 5·18 문제를 고립과 분열로 다루자는 정치적 주장도 같은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거론됐다. 법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학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에는 다른 책임이 따라온다. 자료를 내놓고, 기존 연구와 씨름하고, 자기 주장에 불리한 근거에도 답하며 자신의 해석을 검증에 내놓겠다는 책임이다.
책임 없이도 말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굳이 학문이라고 불러줄 의무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법은 학문을 위해 작은 문 하나를 열어두었다. 그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문 위에 ‘학문’이라고 써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쪽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연구가 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학문이라는 이름에는 검증하겠다는 약속이 따라붙어야 한다. 그 약속이 빠지는 순간, 학문은 자유를 지키는 이름에서 누군가의 알리바이로 변한다. < 정승호 기자 >
‘5·18 폄훼 토론’ 강행한 이진숙… “국힘 의원 전원 불참”
‘임을 위한 행진곡’ 조롱에 전두환 옹호까지 등장
이진숙 “5·18 성역? 우리 자유 구속, 유공자 공적 알려야”
“좌파는 첩의 자식” 주장까지… 5·18부상자회 항의에 몸싸움도

“5·18이 성역이 되는 게 바람직한가.”(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딥스테이트가 5·18 광주소요 사태를 계기로 형성됐다.”(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
“호남을 대외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주동식 자유주의작가회의 공동의장)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도서관에 5·18민주화운동 폄훼와 전두환씨 옹호 발언을 불러왔다. “광주는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이어졌으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강경 진압을 거부한 군인과 경찰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계엄군 진압의 최종 책임자 전두환씨에 대한 옹호 발언도 쏟아졌다. 약 200석의 국회도서관 대강당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을 개최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만류에도 행사를 강행했다. 손수조 미디어대변인·장성호 서울 구로을 당협위원장, 이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의 일부 위원만 행사에 참석했다.
이진숙 의원은 축사에서 “5·18이 성역이 되는 게 자유대한민국에서 바람직한 일인가. 성역으로 규정되면 말이나 행동을 금하는 게 많아지면 우리 자유는 구속된다”며 “5·18 유공자 명단과 관련해, 유공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적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는 보수 세력이 가장 많이 내놓는 주장 중 하나이며, 5‧18민주유공자 명단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새역사국민운동의 이영훈 공동대표는 개최사에서 “우린 5·18 북한군 개입설을 믿지 않는다”며 무분별한 역사왜곡 주장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강연에선 전두환씨에 대한 찬양과 5·18민주화운동 역사왜곡 주장이 이어졌다. 이영훈 대표는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사건을 보면 딥스테이트(Deep State,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권력 집단)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한국적 의미의 딥스테이트가 형성된 결정적 계기는 46년 전 있었던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소요 사태”라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이진숙 의원 말고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어도 두세 명은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겠다고 한 분이 있었지만 다 취소하는 연락을 받았다”며 “약 20개 매체에서 ‘이진숙 의원이 광주를 모독하는, 부정하는 어둠의 세력을 국회로 끌어들인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 뉴스를 보고 약속을 취소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강연에서 박정희·전두환 옹호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파가 아니었으며, 자주국방을 외친 근대화 혁명가였다”고 했고, 관중들은 박수 세례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78년 대한민국 역사에 주류가 있다면 1단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과 호국의 역사다. 2단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국의 역사이며, 3단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국과 민주정치 연착륙”이라며 “통행금지, 해외여행 금지는 모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해제했고, 7년 단임제 약속도 지켰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조롱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일부를 재생한 뒤 “가사에 ‘산 자여 따르라’는 부분이 있는데, 어디로 따라가나. 어디로 따라갈지도 모르는데 따르라고 한다”며 “이런 정체불명의 노래는 안 된다”고 했다.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는 5·18민주화운동 강경 진압을 거부한 정웅 당시 31사단장, 공수여단의 발포 허용 요청을 거부하고 강경 진압을 중지할 것을 지시한 전교사령관,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온건 대처를 주문한 안병하 전라남도경찰국장을 “5·18 광주 사건을 악화시킨 3인방”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이 초동대처를 잘 했다면 5·18민주화운동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동식 자유주의작가회의 공동의장은 “대한민국에 정통 주인은 이승만 그리고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맥락이다. 비유를 하자면 좌파들은 첩의 자식들”이라며 “호남 5.18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대외적으로는 고립시켜야 된다. 내부적으로는 분열을 시켜야 된다”고 했다.

행사 중 전두환씨 옹호 발언이 이어지자 관중석에서 “살인마 전두환”이라는 항의가 나왔고, 이에 보수성향 관중들이 “빨갱이” 등 욕설과 고성을 내지르면서 10분간 장내 소란이 불거졌다. 양측의 몸싸움까지 불거졌고, 국회 방호과 직원들과 경찰도 출동했다.
이진숙 의원은 “이런 사태로 행사를 중단하게 하는 게 특정 세력의 목표”라며 항의하는 이들을 ‘특정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이들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이었다. 현장에 있던 황인곤 부상자회 서울지부 사무국장도 미디어오늘에 “5·18민주화운동이 불거진 지 46년이 지났는데,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우리를 물고 늘어지려 하는가”라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한번 들어보기 위해 왔는데, 이런 행사를 개최한 것 자체가 비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남광주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행사장을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5·18 역사 날조 방조 국민의힘 규탄”, “5·18 왜곡·폄훼 이진숙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의원 제명을 요구했다. 박균택 의원은 “우리는 민주주의 자산인 5·18민주화운동을 지키고, 내란범들을 옹호하며 반민주적 행태를 보인 이진숙 의원의 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도서관을 사용할 수 없는 행사임에도 사용하도록 방치한 국회도서관장의 해임을 촉구한다”고 했다. < 윤수한 기자 >
광주를 조롱하는 이진숙의 '5·18 소품극'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사가 감당해야 했던 가장 큰 고통이자,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의 뼈대다. 여야를 막론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그 역사적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를 헌법으로 공인하려는 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록 전반기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5·18이 일궈낸 민주주의의 가치는 결코 정치적 합의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진숙 의원의 행보는 5·18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상식과 공동체의 윤리마저 가차 없이 내팽개치고 있다. 그는 이전 광주를 찾아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기는커녕 갈등을 키우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새역사국민운동’이라는 극우 단체를 국회로 불러들여 5·18을 폄훼하는 난장을 주도하고 있다.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패륜적 망언이 국회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지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이것을 단순한 무지나 개인의 소신으로 치부하는 일은 너무 비겁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역사의 진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려던 공동체의 노력이 좌절된 틈을 타, 이 의원이 오히려 그 균열을 정치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이라는 법적 경고가 엄존함에도,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방패 삼아 극우 세력의 입을 빌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라면, 역사적 정의와 국민적 통합쯤은 얼마든지 제물로 바쳐도 된다는 식의 정치라면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퇴행이다. 5·18을 둘러싼 역사의 진실을 다시 갈등의 도구로 끌어내는 순간, 정치가 무너뜨리는 것은 과거의 합의만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이 어렵게 쌓아온 공동체의 신뢰까지 함께 무너진다.
더 큰 문제는 이 의원의 무리수가 단지 한 정치인의 일탈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내 극우 세력의 맹종을 단호히 끊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정치적 힘에 기대는 나약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이런 일탈을 키우는 토양이 되고 있다. 공공의 이익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제1야당 지도부가 극우 세력의 확산을 외면하고 방조하는 사이, 당은 어느새 역사의 퇴행을 품어주는 피난처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공적 공간이다. 극우적 역사 왜곡에 배양토가 되거나,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혐오와 선동의 장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역사의 진실에 눈을 감고 헌정 질서를 조롱하는 이들이 공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지도부가 이를 묵인한 채 극우의 그늘에 기대는 일을 방치한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걷잡을 수 없는 퇴행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진숙 의원의 무모한 정치적 각개전투도, 이를 방조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겁한 침묵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5·18을 다시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으로 끌어내려는 행위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아쉬울 때만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헌법 전문 수록에 찬동하는 척만 하며, 5·18을 더 이상 정략적 소품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 홍순구 시민기자 >
민주 “이진숙 제명 촉구 결의안 낼 것…국회를 5·18 폄훼의 장으로 전락시켜”
국힘당에도 제명 촉구

더불어민주당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도서관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자유민주 관점에서 보는 학술포럼’을 강행한 데 대해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연 ‘민생입법 방해, 5·18 역사왜곡 국민의힘 규탄대회’에서 “국회를 5·18 민주화 운동 폄훼의 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천박하고 저열한 시도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 보수를 떠나 일말의 인간성이라도 있다면 5·18을 폄훼하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에게 행사를 취소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의원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진숙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민주당은 즉각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박균택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던 과거 약속이 진심이라면, 윤석열 내란 세력과 절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진숙 의원과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의원을 당장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의원과 함께 해당 행사를 주최한 새역사국민운동은 뉴라이트 인사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국가 폭력이 기획한 학살이라 정의함은 온당하지 않다”거나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다시 한번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 주장하는 단체다. < 고경주 기자 >
이진숙, '새역사국민운동'과 반역사적 학술 포럼
"광주가 나라 분열시킨다"
"광주,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 세력의 소굴"
"5·18은 사태…이승만·박정희 독재 마땅"
민주당 "처참한 역사인식, 저급한 선동"
진보당 "참담하다…국회 포럼 용납 안돼"
전종덕 "5·18 정신 헌법 전문에 새겨야"
이진숙, 5·18 비하 글 '좋아요' 누르기도
배재고 탱크데이 사태 땐 응원 화환 보내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 역사 인식으로 논란을 빚어온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국회에서 '5·18운동을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자'는 공개포럼을 연다. 해당 포럼은 "광주의 젊은이들은 어릴 적부터 반국가의 상징에 둘러싸인 채 반국가의 정치와 역사를 교육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와 함께 주최한다.
이 의원은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으로 '자유민주 관점 5·18 학술 포럼'을 주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새역사국민운동은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다시 한번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고 규정하는 단체로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정당하다" "자유 대만의 수호를 위해 (한국이) 국제전쟁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이 의원이 해당 포럼을 주최한다는 소식에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이진숙 의원이) 국회 들어오자마자 국회 한복판에서 역사 왜곡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역사에 대한 만행이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을 향해 "국회를 극우 역사관의 무대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역사 왜곡 세력에게 국회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해당 단체는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부르고, 광주가 '반문명·반근대 민중·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미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증명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국가폭력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주장이 '학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는 역사왜곡일 뿐"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 의원의 5·18 관련 논란은 처음도 아니"라면서 "과거 5·18을 비하하는 글에 '좋아요'를 눌러 문제가 됐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는 '5·18단체는 이권단체'라는 제목의 영상도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5·18을 둘러싼 논란이 일 때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비판받아 왔다"면서 "이번 포럼 개최 역시 이러한 처참한 역사 인식과 저급한 왜곡 선동의 행보를 이어가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진보당도 "5·18 광주항쟁 부정하는 반역사적 토론회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혜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충격적이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하다"며 "반역사적·반사회적 인식을 가진 단체가 5·18 광주항쟁의 정신을 훼손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대표가 토론에 참여하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토론회 참여자의 면면도 한심하기 그지없다"면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김용삼 씨는 새역사국민운동 대표인 이영훈 씨와 함께 '반일종족주의'를 발간하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해온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5월 광주에 많은 빚을 졌다"며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는 군사독재에 맞서 피로 항거한 시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숭고한 민중의 투쟁을 폄훼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진숙 의원은 즉각 토론회 개최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번 토론회를 이진숙 의원 개인의 행사로 치부하지 말라"면서 "토론회가 중단되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도 성명을 내고 "5·18 민중항쟁을 모독하는 반역사적 망동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민주주의의 숭고한 전당인 국회가 또다시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과 혐오 선동장으로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분노와 참담함을 넘어 대한민국 헌정사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적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진숙 의원이 국회 안으로 불러들인 '새역사국민운동'은,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궤변을 서슴지 않는 세력"이라면서 "국가 폭력에 의한 참혹한 학살을 한낱 '우연의 겹침'으로 치부하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의 폭정을 미화·찬양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진숙 의원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들먹이며 뒤로는 극우 망언의 판을 깔아주는 비열한 물타기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역사적 학술 포럼을 즉각 취소하고, 5·18 영령들과 광주시민, 그리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질타했다.
이어 "5·18 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5·18을 모독하고 왜곡하는 반역사적 망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5·18은 더 이상 극우세력의 역사왜곡과 정치적 폄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온전히 새겨 역사왜곡 세력의 망동을 원천 차단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으로 광주의 진실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했다.
이진숙의 반복된 극우 역사관
이 의원의 역사 인식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윤석열 정권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과거 5·18을 '폭도들의 선동'이라고 주장한 글에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글은 2023년 6월 2일 이 의원의 SNS에 달린 댓글로 "무고한 시민들조차 폭도들의 선동선전에 의하여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 비극의 날" "홍어족(광주 시민을 혐오하는 표현)들에게 유리한 해석으로 광주사태를 악용하므로 애꿎은 전두환 대통령만 희생양으로 발목을 잡아"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이 문제로 2024년 7월 방통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적을 받으면서도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좋아요 연좌제' '지인 연좌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표시를 하는 것에 조금 더,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되레 비꼬았다. 이에 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손가락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는 (말은) 명백한 조롱"이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의원은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MBC 선배 기자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현 통일부 장관)이 "5·18 희생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며 "5·18 희생의 무게가 손가락 운동만큼의 무게냐"고 따져묻자, 그제야 이 의원은 "그 용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 인식도 문제가 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후보자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냐"고 묻자, 이 의원은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아 논란이 됐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지난해 8월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인사청문회 당시 이 의원의 위안부 관련 답변 태도에 대해 "종군기자 출신이 종군위안부 강제성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 자체가 본인의 정체성과 관련해 본인 경험과 삶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며 맹비난한 바 있다.
이 의원의 역사 인식 문제는 국회의원 당선 뒤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일 이 의원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내용을 담은 혐오 발언을 응원가로 불러 문제를 일으킨 배재고등학교에 응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응원 화한 리본에는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냐" "배제고 학생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는 지난달 6일 논평을 내고 "배재고 학교장과 총동창회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5·18 묘역 참배를 통해 성숙하게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마당에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전도된 가치관, 저급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 의원을 강력 규탄했다.

반복된 역사 인식 논란으로 이 의원은 광주에서 강연을 하려다가 취소된 일도 있었다. 지난 2월 8일 이 의원은 5·18 사적지인 광주 전일빌딩에서 강연을 계획했지만, 광주시는 정치적 목적의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에 따라 대관을 취소했다. 당시 광주전남 촛불행동은 "5·18 사적지에서 5·18을 모욕하는 극우인사의 강연은 안될 말"이라고 항의했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전남도청 정면에 위치했던 건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무려 245발의 흔적이 발견돼 건물 이름 자체가 '전일빌딩 245'로 바뀌었다.
< 김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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