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공포가 중남미에서 확산하고 있다. 적도 인근 태평양 수온이 상승해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 현상 탓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재난 최고 대응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파나마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특히 파나마는 세계 물동량의 5%를 차지하는 물류 요충지여서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불안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파나마는 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전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디노스카 몬탈보 파나마 내무부 장관은 이번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당국이 "심각한 가뭄을 유발한 엘니뇨의 여파에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운하 [EPA=연합뉴스]
글로벌 물류의 핵심축인 파나마운하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파나마운하는 가툰호 등 인공호수의 담수를 이용해 운영하는데, 강수량이 급감하면서 운하 운용을 위한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파나마운하청이 내달부터 운하를 축소 운영키로 한 가운데 통과 순번을 먼저 얻기 위한 급행 통행료 경매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로 SK가스는 운하 통과 급행료로 역대 최고인 530만달러(약 73억원)를 지불키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작년 말 올해 초 평균 경매 가격은 5만5천달러(7천600만원) 선이었다.
파나마 운하 [로이터=연합뉴스]
파나마뿐 아니다. 엘살바도르 역시 전날 엘니뇨발 가뭄에 대비해 재난 대응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전국에 발령하고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당국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전국에 걸쳐 기상 및 농업 가뭄에 따른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8월 들어 최고 기온 기록이 연일 깨지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통상 비가 풍부한 이 시기에 강우량이 급감하면서 주요 농작물 작황이 초토화됐다. 농림부는 관개 시설이 없는 농촌 지역 소농을 대상으로 긴급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이웃 국가 온두라스는 전국 298개 지자체 중 80%에 달하는 234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으며, 피해가 심각한 75개 지역에는 적색경보를 선포했다.
콜롬비아 산불 [EPA=연합뉴스]
]남미 대륙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페루 정부는 최근 가뭄과 폭우 등으로 전체 도시의 3분의 1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콜롬비아는 가뭄에 따른 주요 저수지 수위 고갈로 전력난이 이어지는 데다가 건조한 기후로 대형 산불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보통 1년 이상 지속되고 내년까지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엘니뇨발 경제·환경·식량 안보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이번 엘니뇨가 더욱 강해져 내년 말까지 이어질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최근 예보했다. < 송광호 기자 >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캐나다와 중국 간 경제·무역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26일 류펑 중국 중앙재경대 녹색금융국제연구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지 경제매체 제일재경 기고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에 대해 "중국과 캐나다의 경제·무역 관계를 확대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은 지난 22일부터 약 200억달러(약 27조6천억원)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캐나다도 같은 규모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관세 분쟁을 넘어 캐나다가 미국 중심의 기존 무역구조에서 벗어나 교역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미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최근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캐나다의 상품 수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1.7%로, 2024년의 75.9%에서 4.2%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산 수입 비중도 같은 기간 62.3%에서 58.8%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 이외 국가에 대한 캐나다의 수출은 지난해 17.2%, 수입은 1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캐나다의 무역 다변화 과정에서 중국이 주요 대안 시장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수 있으며, 양국 무역구조가 상당한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캐나다가 강점을 가진 에너지와 광물, 농산물을 필요로 하고 캐나다는 중국산 제조업 제품의 주요 시장이 될 수 있어 양국의 주요 교역 품목은 상당 부분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캐나다산 주요 수입품은 귀금속 793억위안(약 16조3천억원), 광물성 연료 767억위안(약 15조8천억원), 광석·슬래그 342억위안(약 7조원), 목재펄프 152억위안(약 3조1천억원), 유지종자 138억위안(약 2조8천억원) 등이었다.
반대로 중국은 캐나다에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가구, 플라스틱 제품, 자동차 등 제조업 제품을 주로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과 경제·무역 협력 로드맵을 체결하는 등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당시 캐나다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7년 이후 처음이었다.
캐나다는 이후 중국산 전기차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조정했으며, 양국은 농산물과 전기차 등 주요 교역 현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류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협력 확대를 위해 캐나다 측의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중국도 캐나다산 농산물의 시장 접근과 투자 편의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캐나다 간 산업·에너지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전면적인 경제적 단절보다는 캐나다가 미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관리된 거리두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캐나다의 마찰 상황에 대해 '대화'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캐나다의 관세 맞대응에 대해 중국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응할 다른 국가들에 조언해줄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즉답 없이 "중국은 각국이 평등한 대화와 협상으로 각자의 경제·무역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