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기일…"수수 당시 청탁 없어 무죄" 주장

3000만 원·1억 원 청탁받은 건 인정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도 "정치인 아니라 무죄" 
기업 세무조사 등 알선수재 혐의는 인정


특검 "윤핵관 친분으로 브로커·매관매직" 
"사익 추구와 국정농단이 이 사건의 본질"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전 씨는 2022년 4∼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5.8.18 [공동취재] 연합
 

김건희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재판에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김건희 씨 측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법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전 씨가 "권력에 기생해 국정을 농단했다"며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전 씨 측은 2022년 4~7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고가의 목걸이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윤 씨로부터 샤넬백과 천수삼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받고, 그 무렵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2024년 가방 2개와 교환한 것으로 추정된 것들을 돌려받았다"며 "또한 수수 당시 청탁의 부존재와 관련해 알선 의뢰자와 행위자 사이 합의가 존재해야 하는데 사전 청탁은 없었고 사후 청탁만 존재했다"며 알선수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 씨 측은 또 "알선수재가 성립하려면 알선을 의뢰한 사람과 상대방이 될 공무원 사이를 중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야 한다"며 "단순 소개로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대통령과 특수관계도 아니고, 윤 씨도 이를 잘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품은 김건희 씨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피고인은 최종 전달될 금품을 일시 점유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청탁·알선을 대가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윤 씨로부터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수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통일교가 피고인의 인맥을 중시해 각종 현안에 대한 지속적·정기적 자문을 받기 위해 (계약이) 체결된 여지가 있다. 죄가 성립되려면 공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므로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왼쪽)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오른쪽)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전씨는 2022년 4∼8월께 윤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 씨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5.8.18  [공동취재] 연합
 

전 씨 측은 공천과 관련한 대가로 후보자 측에서 1억 원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 위반 주체가 되지 않으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기업 세무조사 관련 등 일부 알선수재 혐의는 인정했다. 전 씨 변호인은 각종 청탁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통일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 윤핵관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국가정책 개입 창구, 브로커 역할을 하고, 매관매직 행각을 벌여 선거를 혼탁하게 했다"고 했다. 이어 "권력에 기생한 무속인 건진법사의 사익 추구와 국정농단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했고, 무엇보다 피고인은 김건희 씨와 통일교 정교 유착의 매개체이므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건희 특검 측에 "추가 기소 시기는 언제로 예정하냐"고 물었다. 특검은 "수사 중이라 확정적으로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수사)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만료 전에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전 씨에 대한 추가 기소가 완료될 경우 특검이 기소한 다른 공범들 사건과 병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증인신문 등 본격적인 재판은 오는 28일 진행하기로 했다.

                                                                                                       < 김민주 기자 >

트럼프 찬양 일색 크네세트서 '노'라고 외친 두 의원

● WORLD 2025. 10. 15. 00:4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테러리스트" "팔 국가 인정하라" 외쳤다 쫓겨나


두 가지 핵심 빠진 트럼프의 크네세트 연설
가자 집단학살 책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트럼프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선언


"팔, 테러·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
"트럼프, 처음부터 이 집단학살의 지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 10. 13 [로이터=연합]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작약할 때, '아니다'라고 외친 두 이스라엘 정치인이 있었다. 아랍과 유대인이 함께 참여하는 좌파 연합 정당 '하다시-타알'의 대표인 아이만 오데흐 의원과 오페르 카시프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카시프는 5개의 의석을 지닌 이 당의 유일한 유대인 의원이다.

 

예루살렘포스트,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오데흐와 카시프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휴전 협상을 도운 측근들을 치하하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언급하는 순간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고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쳤다. 다른 의원들이 이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냈고 트럼프는 "아주 잘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10. 13 [AFP=연합]

 

이스라엘 의회에도 두 명의 '용자' 있었다
트럼프 연설 도중 "팔레스타인 인정하라"

 

트럼프의 이스라엘 의회 연설은 자신이 제안한 '가자 평화 계획'의 1단계 휴전 합의가 실행된 이날을 기념해 이뤄졌다. 이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이날 마지막 남은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전원 석방했으며, 이스라엘도 가자 내의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물리고 구금했던 팔레스타인인 약 2000명을 풀어줬다.

 

연설에서 트럼프는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이라고 선언하고 "적어도 지금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 및 다른 사람들의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종식일 뿐 아니라, 테러와 죽음의 시대 종식이며, 신념과 희망, 하나님의 시대의 시작"이라면서 "이 지역을 괴롭힌 혼란의 세력이 완전히 패배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그는 "무력으로 얻을 건 다 얻었다", "전장에서 얻을 건 더는 없다"라면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전장에서의 이 승리를 이제 중동 전체의 평화와 번영이란 궁극적 성과로 전환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말 위대한 승리였다. 이스라엘이 몇 년간 계속 싸웠다면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점점 치열해졌을 것이다. 이 타이밍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하는 도중 아이만 오데흐 의원이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어 쫓겨 나고 있다. 2025. 10. 13 [AP=연합]

 

트럼프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선언
"팔, 테러·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그만이라고 말할 용기를 내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한 당신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제 우리의 삶을 즐기고, 이스라엘을 재건하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크고 나은 나라로 만들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를 폭격한) 5주 전보다 오늘 훨씬 더 이스라엘을 좋아한다"며 "작은 나라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다. 세상이 다시 이스라엘을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네타냐후를 사면해 줄 것을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는 2년 전 10월 7일의 시도는 실패로 귀결됐다"면서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재하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에 인질 귀환을 압박한 아랍과 무슬림 세계의 모든 국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 모든 국가가 평화롭게 파트너로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을 향해선 폐허가 된 가자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테러와 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고통과 죽음, 고난을 겪은 지금이야말로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대신 팔레스타인 인민을 일으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 내용에 대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많은 인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특히 네타냐후에게 집중하며 그의 애국심을 찬양하고 '그의 협력이 오늘의 성취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에 '편향'됐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 오페르 카시프 의원의 'X' 계정에 올린 글. 2025. 10. 13 시민언론 민들레

 

두 가지 핵심 빠진 트럼프의 크네세트 연설
가자 집단학살 책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그의 연설에서 빠진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네타냐후 극우 유대 정권이 가자에서 지난 2년 최소 6만 8000명을 살해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그 책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10.7 공격을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하나는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과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언급 역시 전혀 없는 부분이다.

 

바로 이것이 오데흐와 카시프 의원이 '아니오'라고 외치게 만든 대목이다. 가자에서 인류 최대 범죄인 '집단학살'을 저지른 네타냐후를 되레 칭찬하는 '부정의'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데흐 의원은 X에 올린 글에서 "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과 '이곳엔 두 민족이 살고 어느 쪽도 여기서 떠나지 않는다'란 간단한 진실을 인정하라는, 국제사회 전체가 동의하는 아주 단순한 요구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나를 크네세트에서 쫓아냈다"고 비판했다.

 

카시프 의원도 X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 정권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를 비난하면서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점령자가 되는 걸 거부하라. 유혈 정권에 저항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에선 트럼프의 연설을 "자기 과시와 거짓말로 가득했다"면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 집단학살의 지지자였고 대통령직을 맡은 이래 집단학살의 적극적 파트너였다"고 비판했다. 카시프는 "제국주의적 행동 위에 자기 도시들에 군대를 보내고 자기 국민을 체포, 억압하는 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 어느 쪽에도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건 명백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 해법과 완전한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 위에 세워진 공정한 평화만이 '강(요르단강)에서 바다(지중해)' 사이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부 가자의 데이르 알-발라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2025. 10. 06 [AP=연합]

 

트럼프에 아첨과 찬양, 크네세트 뒤덮어
"탁월한 대량 학살 기량 축하하는 자리"

 

알자지라 칼럼니스트인 벨렌 페르난데스는 칼럼을 통해 "분명히,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의 희생자들은 크네세트 행사에서 거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 행사는 본질적으로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의 아첨 주고받기이자, 이스라엘의 탁월한 대량 학살 기량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비난했다. 페르난데스는 "가자에서 자행된 집단학살, 강요된 굶주림, 공포에 대한 찬사도 가당치 않은데 트럼프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이스라엘에 많은 무기를 주었다...그리고 당신들은 그것들을 잘 사용했다'고 자랑했다"고 질타했다.

 

두 의원의 '항의'와는 달리, 이날 '낯부끄러운' 트럼프에 대한 아첨과 찬양이 크네세트를 뒤덮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미르 오하나 크세네트 의장은 옆자리의 트럼프를 향해 "역사의 판테온에 모셔질 대단한 인물", "유대인 역사의 거인"이라거나 2500년 전 바빌론에 끌려간 유대 민족을 해방시킨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제와 맞먹는다"라고 추켜세웠다. 네타냐후도 "이스라엘이 백악관에 보유한 가장 위대한 친구"라며 최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거들었다.                             < 이유 기자 >

 

캄보디아 납치 사건,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다

● COREA 2025. 10. 15. 00:4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체 모두 한국인
디지털 노예 수출하는 나라라는 민낯

산업이 된 범죄가 '사람 거래' 구조화
복지가 시혜 아닌 사회윤리 재건돼야

 

 

'월 1000만 원 알바에 낚여 캄보디아로 간 한국인 청년, 개발회사 명목으로 노예처럼 일했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피해자로 보였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 조직의 운영·모집·관리 주체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구조적 타락과 도덕 붕괴가 수출된 사례로 봐야 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있다. 2025.10.13. 연합
 

'월 천만 원 알바'의 구조 – 디지털 노예무역의 실체

최근 3년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청년들을 유인해 보이스피싱, 도박 사이트, 불법 코인 거래소 등에 감금·노동시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에서 구출된 한국인 불법감금 피해자는 2021년 12명에서 2023년 204명으로 늘어났다. 2년새 17배나 급증했다. 대부분 '개발직, 마케팅, 알바' 등의 구직 사이트를 통해 모집됐으며, 피해자의 7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다. 현지 총책, 브로커, 송출책 등은 한국인 네트워크 중심으로 운영되며,  캄보디아 등 현지 조직은 단순 감시·폭행 역할에 그친다. 결국 '중국발 조직'이라는 표현은 겉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범죄 구조의 핵심은 한국 내부의 청년 유인·송출 시스템이며,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현대판 노예노동(Human Trafficking for Labor Exploitation)'에 해당한다.

 

범죄가 아니라 산업 – '사람 거래'의 구조화

 

이 범죄의 위험은 불법성보다 산업화된 구조에 있다.  피해자 한 명당 모집 수수료는 약 300만~500만 원,  송출 후 '몸값 협상'으로 최대 1000만 원까지 거래된다. 즉, 한 사람의 생명이 상품처럼 가격이 매겨진다.  한국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 연루 해외 송출 브로커'로 적발된 한국인은  2022년 21명에서 2024년 상반기 64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이 IT·디지털 업계 출신 프리랜서였다. 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돈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 인력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4일 개장한 경기 파주의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기억과 치유의 공간' 엄마품동산 내 가장자리에 있는 기억의 벽에서 한 입양인이 입양인들의 이름표를 들여다보고 있다.2025.6.14. 연합
 

복지의 이름으로 생명을 거래하던 과거

 

사람을 상품처럼 다루는 구조는 낯설지 않다. 한국은 1950~1990년대까지 '해외 입양 최대 수출국'이었다.  UN 보고서(UNICEF, 2010)에 따르면 1953년 이후 약 20만 명의 한국 영유아가 해외로 입양됐다.  당시 운영을 주도한 기관은 홀트,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등이며,  정부의 보조금과 외화 수입 덕에  '입양은 복지사업이자 외화벌이'로 정착되었다.

 

즉, 한국 사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경제 논리로 생명을 거래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캄보디아 사건은 그 구조가 단지 '해외 노예노동' 형태로 옮겨졌을 뿐이다.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자리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범죄'가 아니라 '도덕의 부재'다.  정부는 피해자 송환과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을 돈보다 우선시하는 사회 시스템의 회복이다.  노동부는 '해외취업정보센터'를 운영하며 청년 일자리를 해외로 연결하고 있지만, 실제 등록된 기업 검증은 서류심사에 그치며, 사기형 구인공고에 대한 사전 차단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은 '한 달 천만 원'이라는 문구에 인생을 걸게 된다.

 

우리가 바꿔야 할 질문

 

문제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가 아니다. '왜 같은 나라의 청년을 팔아넘기는 구조가 가능했는가'이다.  그 답은 사회 전반의 가치체계 속에 있다. 경제 성장, 효율, 성과 중심의 사회는 결국 인간의 생명과 양심을 '비용 항목'으로 전락시킨다.

 

이제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사회윤리의 재건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사람을 거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에서 시작된다.                         < 장윤영 기자 >

 

참고자료

- 외교부 해외감금 피해자 통계(2023)
-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국 ‘해외 송출형 보이스피싱 보고서’(2024)
- UNICEF. (2010). Intercountry Adoption in Korea: Policy Review and Human Rights Concerns.
- ILO. (2022). Global Estimates of Modern Slavery: Forced Labour and Forced Marriage.

 

외교부 “캄보디아서 실종 신고 550명…80여명 안전 확인 안돼”

구치소 수감 60여명 송환 추진
여행경보 추가 격상 방안도 검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노점상에서 상인이 과일을 팔고 있다. 연합
 

외교부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 내 한국인 실종 신고는 총 550명이며, 이 가운데 80여명의 안전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조만간 캄보디아 여행경보를 추가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내 실종·감금 피해 신고 접수는 지난해 220명, 올해는 330명(8월 기준)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80여명의 피해 신고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캄보디아 내 실종신고 건수는 외교부에 접수된 신고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경찰이 파악한 것과 중복될 수 있어 교차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실종·감금 신고가 143건이며 52건이 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24년 신고가 접수된 건 중 95%는 종결처리됐고, 올해는 80%가 종결처리됐다”며 “종결처리됐다는 건 현지 경찰 체포, 구조 후 추방, 자력으로 탈출, 신고 이후 귀국,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 재개 등 이들의 안전이 확인된 경우를 말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구치소에 수감된 60여명에 대한 송환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7월과 9월 캄보디아 쪽 단속에 따라 총 90명이 온라인 스캠 현장에서 검거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어 (구치소에 있는) 숫자는 60여명으로 줄고 있다”며 “국내로 이분들의 신속한 송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김진아 2차관을 단장으로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로 파견하기로 했다. 또 조만간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경보를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1일 프놈펜의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여행자제)에서 2.5단계(특별여행주의보)로 격상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에 대한 영사조력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가담자를 추적해 국내 처벌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 해외취업 광고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또 “영사 인력,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관계부처와도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 서영지 기자 > 

 
 

한·미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위협 메시지 내진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조선로동당 만세’가 끝난 뒤 엄지를 치켜들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내세워 핵 무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날 개최된 열병식 내용을 보도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강의 핵전략무기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 종대가 주로를 메우며 광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이 터치는 열광의 환호는 고조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일 신형 고체엔진 개발 상황을 공개하면서 이 엔진이 신형 ICBM 화성-20형에 쓰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화성-20형을 언급한 건 당시가 처음인데, 한국 군당국은 화성-20형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상대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열병식에서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생존권과 발전권, 평화 수호를 위하여 우리 당이 끊임없이 증대시켜온 자위 국방력의 정수를 이루는 절대적 힘의 실체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지심을 울리며 광장에 진입하였다”며 “극초음속활공미사일과 극초음속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종대들이 진군해 갔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조선인민군의 위대한 새 력사를 창조하고 조선사람의 기개를 남김없이 떨친 무적의 해외작전부대종대가 위대한 영장의 사열을 받으며 위풍당당히 주석단앞을 지나갔다”고 전했다.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 부대가 열병식에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한·미를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위협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 사상적, 군사 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부대를 두고는 “해외 전장에서 발휘한 영웅적 전투 정신과 달성한 승리는 당의 뜻과 의지로 장성한 우리 군대의 사상 정신적 완벽함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하는 바”라고 밝혔다.

 

열병식에는 중국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도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정상은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나란히 지켜봤다.                                           < 김윤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