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회 “5·18 아픈 역사 되풀이하지 않고 계엄군의 방해와 위협에도 상세한 기록 남겨”

우원식 국회의장 “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 전한 분들의 용기와 연대에 깊은 경의”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국회 현장. ⓒ연합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긴박했던 국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국회 출입 영상기자들이 2025년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동 주최자인 5·18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는 5일 뉴스상 부문에 ‘한밤의 계엄령-2시간 38분의 기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인 국회출입 영상기자 48인은 KBS·MBC·SBS·YTN·MBN·OBS·JTBC·연합뉴스TV·KBC·G1·아리랑TV 등 국내 방송사와 일본 방송사인 NHK·TV아사히·후지TV 소속이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민주주의·인권·평화 발전을 위해 싸우는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는 국제보도상으로, 1980년 5월 계엄군의 시민 학살 참상을 영상으로 기록해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영상기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마리오 슈미트)는 뉴스 부문 심사평에서 “‘계엄’을 내세운 쿠데타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현장에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한국영상기자들의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 자유사회의 붕괴 위기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취재 보도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시민과 정치인, 쿠데타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급박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판단해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심사위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한국의 영상기자와 언론인들이 제대로 취재 보도하지 않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진실의 전달자,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기 사명을 다한 점 등을 들어 뉴스상의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 출입 영상기자들은 즉시 국회로 향했다. 경찰 봉쇄를 피해 국회 담을 넘고, 동료가 붙잡히는 상황도 겪었다. 이들은 국회 내에 도착한 후 영상기자실 열쇠를 찾아 카메라와 장비를 챙겼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상황과 진입 경로를 공유했다.

 

국회영상기자단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초유의 상황에 공동 취재를 결정했다. 취재 영상은 모든 풀단의 송출망을 개방해 동시에 송출했고, 기자들은 본관 안팎으로 흩어졌다. 밤 11시,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통해 강압적 언론 통제를 예고했다. 국회 취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영상기자들은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과 보좌진, 동료들과 현장을 지켰다.

 

12월4일 자정을 넘어 계엄군의 본관 진입 시도가 본격화되자, 기자들은 현장을 놓치지 않았다. 국회방송 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본회의장에는 단 한 명의 영상기자가 남아 긴박한 상황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새벽 1시3분, 참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고 이 소식은 실시간으로 세상에 전해졌으며 계엄군은 철수했다.

 

심사위원회는 “기자들은 군 헬리콥터와 무장한 계엄군을 마주하며 극도의 공포를 느꼈지만, 사명감으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계엄군의 방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으며, 이는 추후 계엄 사태를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5일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축사에서 “수많은 힌츠페터 키즈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산증인이 되어서 12·3 비상계엄을 막아냈다”며 “만약에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그리고 여기 와 있는 국회의원들도 그리고 많은 기자님들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수상자들을 향해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헬기와 탱크, 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을 전한 분들의 용기와 연대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보도 현장에 선 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많은 언론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뜻을 이어가는 길은,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인권·평화를 더 넓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정철운 기자 >

 

대통령실 ‘국유자산 매각 재검토’ 지시로 정조준
한전KDN·마사회 뒤바뀐 매각 방침…초고속 매각
방통위 승인도 졸속…YTN 노조 “공적소유 회복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와이티엔(YTN) 본사.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정부 자산 매각 과정을 철저히 조사·감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와이티엔(YTN) 지분 매각을 예시함에 따라, ‘준공영 방송사’였던 와이티엔의 강제 민영화, 특혜 매각 논란의 진상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와이티엔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10월, 공기업인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마사회가 가진 와이티엔 지분 30.95%가 유진그룹에 넘어가면서 강제 민영화 논란이 거셌다. 2022년 8월만 해도 한전케이디엔은 정부에 “현시점 매각 시 투자 원금 대비 손실로 이어지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마사회 정기환 회장도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분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11월부터 갑자기 매각 작업이 진행됐다.

 

게다가 와이티엔 주식을 1주에 6555원에 산 한전케이디엔과 5000원에 산 마사회가 주식을 통매각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삼일회계법인이 공동 주관사를 맡으면서 특혜 매각 논란도 불거졌다. 두 회사가 따로 팔면 대주주(21.43% 보유)인 한전케이디엔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도 있는데 통매각을 하면서, 한전케이디엔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얘기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유진그룹 쪽(유진이엔티)의 지분 매수를 승인하는 과정도 의문투성이이다. 방통위는 2023년 11월 유진그룹의 재정 건전성과 와이티엔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이 미흡하다며 승인을 보류했으나 석달 만인 2024년 2월 최종 승인했다. 최다액 출자자 변경심사는 통상 수개월~1년이 걸리는데, 유진그룹이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심사기본계획을 의결하고 2주 만에 승인 취지의 보류 결정을 해 졸속 논란도 불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는 김홍일 위원장 등 2인 체제에서 이뤄진 매각 승인 의결은 무효라는 소송을 내어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사를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전 부처에 지시한 국유자산 매각 중지 및 재검토 과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와이티엔을 콕 집어 조사를 지시하진 않았지만, 공공부지 매각 등 국유자산 헐값 매각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와이티엔 인수 과정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전임 정부의 와이티엔 지분 매각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장은 매각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조사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까지는 말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와이티엔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시급히 정상화해, 불법으로 점철된 와이티엔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즉각 취소하고, 와이티엔이 다시 공적 소유구조를 회복해 국민의 보도전문 채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 전종휘 엄지원 기자 >

 

김 총리 “정부자산 헐값 매각 전수 조사”…YTN 콕 짚은 까닭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지난 정부 때 헐값으로 팔았다는 의혹을 받는 와이티엔(YTN) 지분 매각 등 정부 자산 매각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한 지 이틀 만이다.

 

5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헐값 매각 우려가 제기된 와이티엔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추진된 매각 사례들에 대해 즉각적인 전수조사와 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국민의 소중한 재산 가치 훼손이나 특혜 제공 등의 문제가 확인된다면, 검경 합동 수사 등을 통해 엄중히 조처하고 계약 취소 등 원상회복 방안까지도 지체 없이 강구하라”고 밝혔다. 헐값 매각이 확인될 경우 수사 등 법적 과정을 거쳐 원상회복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가 와이티엔을 콕 집어 언급한 것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논쟁적인 매각 사례까지 빼놓지 말고 모두 살펴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자산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구윤철 장관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   오에 나와 “매각 사유가 진짜 불가피한 경우인지 또는 가격이 너무 싼 것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헐값 매각 우려가 제기된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 후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최근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 때 정부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유 부동산 가운데 낙찰가율이 100%를 밑돈 비율은 2020~2022년에 4~11% 수준이었지만, 2023년 42.7%, 지난해 58.7%로 급증했다.

 

정부의 국유 자산 매각 전수조사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군부대 이전 등 공공부지 매각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심사나 규제도 없이 헐값에 매각돼온 자산이 많다고 보고, 일단 이를 중지한 뒤 전수조사하고 매각의 기준을 다시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민주당 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국유재산 특혜 매각 방지법으로 국민 재산 유출을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기민도 엄지원 기자 >

 

이 대통령 “공기업 민영화 때 국회 협의·여론수렴 제도 검토하라”

공공자산 매각 제동 설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공기업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면 국민이 불안해하니 국회와 협의하거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게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의견과 배치되는 공기업 민영화가 너무 쉽게 행정부에서 결정돼 정쟁화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당대표를 할 때도 공기업 민영화를 못하게 절차적으로 통제 제도를 만들려다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전날 이 대통령이 ‘정부의 자산 매각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공공 자산 매각이 무원칙하게 대량으로 이뤄진다는 지적 있어서 어제 전면 중단하고 꼭 필요한 건 총리가 재가하되 기본적으로 매각을 자제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이뤄진 국유재산 매각이 헐값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식 제기한 문제들은 대체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이다. 억지 쓰는 경우도 가끔 있으나 대체적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라 합리성이 있을 것“이라며 “야당이 지적했든 여당이 했든 구분 말고 타당한 것은 수용하라”고도 했다.

                                                                                                                              < 신형철 기자 >

 

이 대통령 “국유자산 매각 중단” 지시…윤 정부 ‘헐값 매각’ 논란에 대처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부처에 지시했다.

 

최휘영 정부대변인 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일 “이 대통령이 현재 진행·검토 중인 자산 매각에 대해 전면 재검토 후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라”며 이같은 긴급 지시사항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자산을 제외한 매각은 자제하되, 부득이 매각이 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무총리의 사전 재가를 받도록 지시했다. 현행 국유재산법상 국유자산 매각은 기획재정부 장관 및 중앙관서장 승인으로 이뤄진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매각 중단을 지시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국감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활용도가 낮은 국유재산을 향후 5년간 16조원 이상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낙찰가가 100% 미만인 건이 지난 정권에서 10%대였다면 윤석열 정부 때는 매년 42%, 58%, 51% 등 헐값에 매각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73%까지 떨어진 것”이라면서 “감정가 대비 27%의 이익을 챙긴 사람 혹은 집단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정훈 캠코 사장은 당시 “수의계약은 감정가 100%를 받지만,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 가격이 내려간다”며 “공개입찰 건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100% 미만에 해당하는 건수가 많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단 자산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보면서, 꼭 필요한 경우 자산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박수지 기자 >

디올 가방 수수 사건, 공식적인 공개 사과 끝내 없어
검사 앞 발언 대리인이 전달…‘사과로 볼 수 없어’ 평가

 
연합뉴스, 샤넬·크리스티앙 디오르 누리집 갈무리

 

통일교 쪽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을 공개 인정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까지 했다. 이는 앞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중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김 여사가 끝내 공개 사과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김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건희 여사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김 여사님의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보다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의 공모나 어떠한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2022년 4~7월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통일교의 청탁과 함께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각각 802만원·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 천수삼 농축차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물품들은 검찰과 특검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행방을 알지 못했는데 지난달 21일 전씨가 특검에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임의제출하면서 실물이 확보됐다. 전씨는 특검에 “김 여사가 수수한 걸 확인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함께 제출했다. 김 여사의 공개 사과는 이로부터 약 2주 만에 나온 셈이다.

 

이와 달리, 김 여사는 앞선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없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9월 재미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 크리스티앙 디오르(크리스챤 디올) 백을 받는 영상이 2023년 11월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되레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2월 한국방송(KBS)과 대담에서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정치 공작’이라 규정하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고 두둔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김 여사는 2024년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 5차례 메시지를 보내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싶으니 당이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전 대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국민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자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배우자가 여당 대표와 부적절한 소통을 했다는 논란만 일었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김 여사가 ‘사과 불가론’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이 있어 사과한다”고 밝혔다. 명품 가 수수 사건이 불거진 뒤 나온 첫 공식 사과였지만 역시 당사자인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한 건 아니었다.

 

이후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서울 종로구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검찰 대면조사를 받으면서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조사 직후 김 여사를 대리한 최지우 변호사가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나와 밝히면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김 여사가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들에게 한 말로, 대국민 사과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실도 ‘비공개 사과’란 비판이 일자 “조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심정을 드러낸 것을 법률대리인이 전달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 심우삼 기자 >

 

 

김건희 ‘샤넬백 자백’에 매장 직원 증인신문 취소…“양형 유리할 것”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지난 9월24일 오후에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쪽의 명품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던 김건희 여사가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김 여사가 선물을 받았다는 증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선고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6차 공판이 열리기 직전 공지를 통해 “김건희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건넸다는 802만원·1271만원짜리 샤넬 가방을 가리킨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김 여사의 메시지도 전했지만, 6220만원짜리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또 “(통일교 쪽의)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 권한과 무관”하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으면 성립된다. 통일교 쪽에서 건넸다는 선물의 일부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청탁 여부와 대가성은 부인해 무죄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변호인단은 이어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성배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진술 변화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앞서 김 여사 쪽은 지난 9월24일 첫 재판에서 “샤넬 가방 등 물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씨가 선물 전달을 인정하고 실물까지 특검에 제출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김 여사가) 특검 수사나 공판에서 보여줬던 그런 것들이 전부 다 거짓이란 소리”라며 “그동안 부인하다가 이제 와서 인정을 하게 된 계기와 경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받은 선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려줬다’는 김 여사 쪽 주장도 ‘사용감이 있다’는 특검팀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샤넬 가방을 받은 직후 본인 측근을 시켜서 매장에 가서 (신발 등으로) 두번 교환했다”며 “구두는 밑창을 보면 신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하지 않았다는 김 여사 쪽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여사의 진술 변화를 두고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전씨가 명확히 (금품을) 전달했다고 하니까 다툴 여지가 별로 없어졌다”며 “공소사실 일부라도 인정하면 양형에 불리하진 않다”고 짚었다. 특히 그라프 목걸이의 경우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전씨의 진술밖에 없지만 샤넬 가방은 다르다. 김 여사의 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 청담동 샤넬 매장을 방문해 김 여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다른 가방과 신발로 바꿔 갔다는 매장 전 직원의 증언까지 법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선 원래 매장 전 직원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예정돼 김 여사의 샤넬 가방 수수 사실이 추가로 입증될 수 있었지만, 김 여사의 ‘자백’으로 증인신문은 취소됐다.

 

김 여사가 금품 수수 사실 일부를 인정하면서 재판에는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증인신문을 마치고 26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여사 1심 판결 선고는 다음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이나영  장현은 기자 >

이진관 재판장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 질책

증인소환 불응 이상민에게는 구인장 발부와 과태로 500만원 부과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재판에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말릴 새가 없었다며 “우리도 계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하냐”,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5일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6차 공판에는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박 전 장관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밤 9시30분께 대통령실로부터 소집 통보를 받았다. 계엄 선포 관련 소집인지 몰랐던 박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국무회의가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지난 9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이날 증인신문에 나서 박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에게 한 말이 있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심야에 집에 있다가 연락받고 가서 업무를 논하는 자리거나 다른 자리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엄청난 이 쇼크, 패닉 상황이어서 뭐라 섣불리 말하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고, 대화 흐름에 끼어들만한 맥을 못 잡았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가) 계엄을 해야 할 상황이었나”라는 재판장 질문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계엄을 국민 누가 생각했겠나”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그러니까 생각할 수도 없는 계엄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고, 박 전 장관은 “상황이 끝나 있었다. (계엄을) 할까, 말까 하는 토론이거나, 저희들의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발표했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저 자리에 참석했다 뿐이지 무게감 있게 (계엄 선포를) 다루거나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재차 “법적 책임을 떠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져 물었고, 이때 박 전 장관은 “저희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고, 검찰에서 두 번 조사받고, 변호사비 들고,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라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저도 (계엄 선포를 하는지) 모르고 간 것이고, 아쉽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에 재판장은 박 전 장관의 앞선 발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재판장은 “‘국무위원도 피해자’라는 말이 윤석열을 상대로 말씀하신 거면 이해가 된다.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라며 “증인이 비상계엄 선포 후에나 도착했다는 이유로 말씀하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장관이면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에도 반대한다거나 동의하지 못한다고 소수 국무위원들은 말씀을 하신 거로 안다. 그런데 증인은 그 자리에 가서 아무 말도 안 하셨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소신껏’ 행동하지 못한 처신을 꾸짖은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대통령을 모시는 각부 장관, 국무위원 입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 사전에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던지, 말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지를 떠나서 국무위원이었다는 입장에서 송구스럽다”며 재판장의 질책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원래 박 전 장관 증인신문이 끝난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전 장관 쪽은 ‘재판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재판장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아니다”라며 이 전 장관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이 전 장관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달 안으로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태도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