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 '동맹 수탈', 뉴욕선 '독재·폭정' 반대

서울선 'NO 트럼프', 뉴욕선 'NO 킹스'
'동맹 수탈' 트럼프 규탄…"날강도 수준"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전면 철회 촉구

APEC 전 '무리한 협상 타결' 위험 경고
21일부터 '국민농성', 25일 시민 대행진

뉴욕·워싱턴·시카고 2600개 도시·마을서
"우리의 민주주의, 끝날까 봐 두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동맹 수탈' 정책에 맞서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고자 발족한 시민사회 연대조직인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18일 광화문에서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NO 트럼프'를 외치고 있다. 2025. 10. 18 민중의소리 영상 갈무리
 

토요일인 18일 서울과 뉴욕을 포함한 한국과 미국 주요 도시가 분노하는 양국 국민들의 "트럼프 반대" 물결로 뒤덮였다. 한국에선 '3500억 달러 강탈 시도' 등 제국주의 행태가, 미국에선 날로 독재화하는 트럼프의 폭정이 초점이었다.

 

서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동맹 수탈' 정책에 맞서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고자 발족한 시민사회 연대조직인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집회는 오후 3시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광화문광장 서십자각터에서 시작해 미국대사관-종로-시청으로 도심 행진을하고, 미국대사관 앞 차로에서 트럼프를 규탄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서도 미국서도 "트럼프 반대" 물결
서울에선 'NO트럼프', 뉴욕선 'NO 킹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십자각터 집회에서 "한미동맹은 미국 스스로, 트럼프가 이미 걷어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열흘 후 방문하는 트럼프에게 우리 민중들의 목소리를,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그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와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트럼프에게 NO라고 얘기하고 협상장을 걷어차고 우리의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 시민들은 "대미 투자 전면 철회" "NO 트럼프"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으며, '이런 게 동맹이냐! 대미 투자 강요 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기고 했다.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정리 집회에서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무기로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480조 원)를 선불이라며 전액 현금으로 낼 것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날강도"라고 성토하며 이재명 정부에 대미 투자 협상을 중단하고 투자 약속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정부 협상팀이 오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무리하게 타결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트럼프 방한 반대, 약탈적 투자 강요 규탄' 등을 주장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을 해산 및 이동조치 하고 있다. 2025.10.11 연합
 

'동맹 수탈' 트럼프 규탄…"날강도 수준"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전면 철회 촉구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 대사관 앞 집회에서 "한미 정상회담 전 타결을 목표로 한미 협상 대표들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두고 현찰 선불, 10년 또는 3년 분할 등 말들이 많다"면서 "APEC 이전에 합의는 다 하고 정상회담은 요식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동맹수탈에 굴복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고꾸라질 만큼 위기의 수준이 다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자칫 방심하면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관료들이 나라를 통으로 팔아먹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3500억 달러 투자금액을 3년 안에 내라는 미국의 요구를 10년에 나눠 내겠다거나, 통화스와프를 전제로 우리에게 조금 덜 위험하게 하겠다는 접근방식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또 APEC 정상회의까지 어떻게든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속도전에 매우 큰 우려를 보낸다. 이미 이 대미 투자의 기만성을 깨달은 국민들은 신중하게, 당당하게 협상해야 한다. 우리 정부 믿을테니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하라. 국민이 우선이고 국익이 우선이다. 위험하다"고 가세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10.17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
 

APEC 이전 '무리한 타결' 추진 위험 경고
21일엔 '국민농성', 25일 2차 시민 대행진

 

앞서 일부 언론은 한미가 3500억 달러의 투자 시기를 최대 10년으로 분할하고 원화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방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규탄 행사는 이번 주에도 이어진다. 21일 오전 10시엔 광화문에서 각계 시국선언 기자회견과 '국민농성'이 예정돼 있고, 25일 오후 3시에는 숭례문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2차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이 진행된다.

 

앞서 각계 원로들은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향린교회에서 발표한 시국 선언문을 통해 △ 한국 경제와 한국민의 삶 파탄 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반대한다 △ 트럼프 정권은 약탈적 통상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맞서라 등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 중, 트럼프 마스크를 쓴 시위자가 "나는 역겨운 성도착자"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2025. 10. 18 [로이터=연합]
 

뉴욕·워싱턴·시카고 2600개 도시·마을서
트럼프 폭정 반대 'NO 킹스' 시위 물결

 

이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폭정과 독재화 시도를 성토하는 'NO 킹스'(왕은 없다) 집회가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휴스턴을 포함해 50개 주 2600개 도시와 마을에서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이제 그만! 대통령 규탄 시위대 전국서 단결'이란 기사에서 "전국 도시들에서 수많은 항의 군중이 모여 왕처럼 행동한다고 보는 대통령을 규탄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하루 내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는 전국 및 지역 단체들과 진보 단체인 인디비저블, 무브온 등이 주최했으며, 배우 로버트 드 니로 등 여러 유명인이 공개 지지를 보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오가 되자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는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수만 명의 인파로 넘쳐났고, '나는 어떤 왕에도 충성 맹세를 안 한다'란 문구 등이 적힌 다채로운 손피켓들로 가득 찼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개구리 복장'을 시민도 있었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고 7번 애비뉴를 따라 남쪽으로 행진했다. 'NO 킹스' 구호는 미국 식민지를 지배했던 영국 왕 조지 3세를 가리키는 것으로 트럼프의 '제왕적' 국정 운영을 겨냥한 말이다.

 

수만 명의 뉴욕 시민들이 18일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트럼프 폭정에 반대하는 'NO 킹스'(왕은 없다) 시위에 참석했다. 2025. 10. 18 [AFP=연합]

 

수만 명, 맨해튼 타임스퀘어 꽉 채워
"우리의 민주주의, 끝날까 봐 두렵다"

 

주최 측은 시민들이 최근 몇 달 트럼프의 '독재적'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대학 공격, 이민자 추방, 도시 내 연방군 배치, 정적 기소, 언론 탄압, 선거구 재편, 법원 판결 무시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수도 워싱턴D.C.에서도 오전부터 미 의회 의사당 앞으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해 백악관과 의사당을 잇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가득 메웠다. 시위 참가 이유에 대해 에드 클리멕(62)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끝날까 봐 두렵다..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페피 그레코(69·여)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내가 너무 무력하다고 느껴서 나왔다고 말했다.

 

주방위군 투입 지시를 놓고 트럼프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간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시카고에선 규탄 집회가 그랜트 파크에서 열렸다. 지역 출신인 할리우드 배우 존 쿠삭은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을 파시즘의 거점으로 만들 거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우리 거리에 군대를 투입할 수 없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란 진압법을 발동할 만큼 혼란을 일으킬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1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NO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2025. 10. 18 [AFP=연합]

 

공화당 "모두 친하마스, 안티파 사람"
'축제 같은' 집회…"비폭력·평화 시위"

 

인디비저블 공동 창립자인 리아 그린버그는 이날 언론에 "우리는 왕을 두지 않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워싱턴D.C.의 집회 주최자 리즈 카타네오도 CNN 인터뷰에서 "우리 운동은 항상 비폭력과 평화적 시위에 대한 약속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비폭력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과 두건 등을 착용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를 풍자하는 각종 인형과 함께 특이한 복장이나 분장을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위와 관련해 트럼프는 17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회견을 통해 '미국 혐오 집회'(hate America rally)라면서 "알다시피, 모두 친하마스 세력이고 안티파(Antifa) 사람들이다. 그들이 모두 커밍아웃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미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시위에 직접 참가하거나 sns를 통해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X를 통해 "오늘의 'NO 킹스' 시위는 미국의 본질에 대한 확증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다"라고 썼다. 한편 유럽의 런던과 파리, 베를린, 로마, 마드리드, 바로셀로나 등의 미국대사관과 영사관, 도심에서 'NO 킹스' 연대 집회들이 진행됐다.                                                    < 이유 기자 >

 

 

시민사회 원로 주축, 각계 인사 300여 명 참여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

한국의 존엄, 경제주권, 국민생존권 수호 내걸어

"트럼프 정권 폭압 거부…단순 통상 문제 아냐"
"한국 국민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믿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이젠 강대국에 휘둘리는 나라 아냐…쫄지 말자"
"트럼프는 윤석열과 똑같이 제 무덤 파고 있어"

 

김상근 목사(앞줄 가운데), 함세웅 신부(왼쪽),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오른쪽) 등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 영상 갈무리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력해온 시민사회 원로 및 각계 인사들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약탈적 통상 압박을 규탄하며 이재명 정부의 당당한 협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김상근 목사, 함세웅 신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은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존엄, 경제주권, 국민생존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시민사회의 대표적 원로들을 비롯해 종교계, 문학계, 학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보건의료계, 각종 사회단체와 지역, 해외 인사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폭압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2025년 가을, 대한민국의 존엄과 생존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통상 협상에서 15% 관세 인하 대가로 3500억 달러 투자와 LNG 추가 투자액 1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4500억 달러(약 620조 원)의 대미 투자를 강요했다"면서 "더 나아가 트럼프는 한국의 3500억 달러를 자신의 임기 중인 3년 내 '현금 인출'이라고 못 박으며 다가오는 10월 29일 아펙(APEC) 회의를 압박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이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국가적 존엄과 경제주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폭압이다. 우리는 이 사태에 직면해 결코 침묵할 수 없다"며 "한국의 총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게 된다면 저성장의 고착, 일자리 감소, 물가 폭등, 복지 축소로 인해 산업기반 붕괴와 함께 또 한 번의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것이다. 이는 곧 한국 국민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또 "한미 통상협상 직후 미국 트럼프 정권은 조지아주에 파견된 한국 노동자 317명을 수갑과 발목 족쇄를 채운 채 이송하고 불법 구금까지 자행했다. 이 사건은 야만적인 인권유린이자 '동맹'이라는 이름 하에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경제적 수탈과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확인시켰다"면서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 정권의 통상 압박과 조지아주 사태에 대한 한국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와 저항이 폭발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대미 투자 철회와 트럼프식 약탈적 통상정책 거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심지어 경제전문가들에게서는 미국의 강압적 통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차라리 25%의 관세를 맞는 것이 더 국익에 부합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개혁 4당 의원들도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의연히 저항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며 "이제 한국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강압에 맞서 주권과 국익, 국민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시민의 힘을 믿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당당히 주권국가로서의 입장을 밝히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시민사회는 이미 광장에서 무능하고 무도한 권력의 폭주를 막아낸 경험이 있다. 2016~2017년 '촛불 혁명'과 2024~2025년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빛의 혁명'처럼 이번에는 경제주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적 저항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 모두 일어나 경제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광장에서 외치자"며 주장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파탄 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반대한다!
미국 트럼프 정권은 약탈적 통상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맞서라!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 영상 갈무리

 

정호진 전국시국회의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KBS 이사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는 먼저 발언에 나서 "미국이 과거에는 그나마 세계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패권을 장악하는 식이었는데 오늘에 와서는 약탈적 패권국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약탈의 대상"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약탈을 당할 수 없고, 당해서도 안 되고, 우리에게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빼앗기는, 굴종하는 그런 모습을 우리 정부가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우리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맞서 당당한 주권국가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굳건히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광화문의 시청 앞에 모여야 한다. 모여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힘을 주고, 그리고 미국에 우리의 진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이렇게 많이 오셨는데 여러분이 관계하는 모든 조직이 이 사태에 함께 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약탈적 패권주의 미국에 우리는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국여성시국회의 공동대표인 김애영 한신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가 세계 경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그의 관세 전쟁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자책골이 될 수 있는 엄청난 도박이며 특히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면서 "지금 너무 쫄지 말자 하는 게 제 생각이다. (한국은) 아기 기저귀에서부터 자동차, 선박, 반도체, 방위산업 등등에 걸쳐 엄청난 제조국일 뿐 아니라 세계가 놀랄 만한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우리가 십분 발휘해 이 난관을 돌파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지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끝까지 싸우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 대사를 소개한 뒤 "트럼프로 대표되는 미국의 폭압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죽을 줄 알면서도 노예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해 나라를 되찾은 선열들에게, 그리고 민주화의 그 많은 투사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강대국에게 휘둘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니 쫄지 말고 용감하게 맞서 싸울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역설했다.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대표인 노성철 연세민주동문회 회장은 "이렇게 미국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마각을 드러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인식하는 데 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지금 우리나라 곳간에 있는 달러를 다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도 다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는가? 이것이 바로 경제 수탈이고 그들의 제국주의적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지아주에서 그들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채운 수갑과 발목 족쇄, 그것은 한국에 대한 수갑과 발목 족쇄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동맹 필요 없다. 그리고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중국 군사 동맹으로 몰아가려고 해서 한반도 전쟁 위험이 몇 배, 몇십 배 더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우리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이 협상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라고 우리가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만든 게 아니겠는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함세웅 신부는 "저는 사제니까 요새 기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조지아주에서 우리 일꾼들이 막 쇠사슬에 묶이고 그런 장면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미국의 저런 행업(行業)이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성조기를 들고 미국에 호응하는 그분들에게 큰 교육이 됐으면 참 좋겠다"면서 "사실 윤석열을 우리가 힘으로 몰아낸 게 아니다. 본인이 무덤을 파고 우리는 거기에 밀어 넣은 것이다. 트럼프도 바로 윤석열하고 똑같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트럼프가 정말 고맙다. 네가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구나. 우리가 어떻게 반미 구호를 외치나? 트럼프 때문에 제가 사제지만 '양키 고 홈' 이렇게 구체적으로 외칠 수가 있다"며 "미국의 한계를 우리가 깨달으면서, 우리 안에 아직 깨어나지 못한 많은 분이 함께 깨어나서 미국의 실체를 알고 극복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호경 기자>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시국회의 제공

[편집인 칼럼] 트럼피즘과 한국의 극우보수

● 칼럼 2025. 10. 17. 13:3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트럼피즘과 한국의 극우보수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파시즘 망령이 지구촌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경제난과 사회혼란을 배경으로 전체주의적 민족주의와 일당 독재에 광기로 치달았던 100년 전 이탈리아와 독일의 몰락한 극우 사조가 좀비처럼 꿈틀댄다.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이 극히 불안하다. ICE의 야만적인 버지니아 300여명 체포사태에서 충격을 받은 한인동포들은 물론 미국의 이민사회는 합법·불법을 막론하고 잠 못이루는 날들을 보낸다. ‘트럼프 파시즘’이라 지칭될 정도로 보수주의와는 영 딴판인 극단과 극우화의 길을 급속히 내닫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른바 MAGA라는 구호 뒤에는 실질적으로 백인의 우월성 회복을 추구하며 소수인종과 이민자들을 멸시하는 반감을 담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자와 소수인종을 차별하고 박대하는 모순을 거리낌없이 외치는 것이다. 그 뿐인가. 트럼프의 극우적 정책과 이념현상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경시하여 선거불복은 물론 정치적 반대 진영에는 심한 적개심을 표출함으로써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왕이나 독재자처럼 개인숭배에 열을 올리고 폭력적이며 위협적인 언동으로 지지자들의 극단행동을 부추긴다. 밖으로는 자국이기(自國利己)에 매몰된 보호무역과 고립주의, 전통적 동맹을 무시하는 막가파식 갑질 행태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사회의 극우화를 날로 강화시켜 ‘파시즘’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의 ‘전도사’, 나아가 수호자를 자임하고 인정받아왔던 기존관념을 송두리째 뒤엎는 일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에 영향을 주어 극우파들의 준동을 부채질하기에 이르렀다.

 

 

이웃 미국의 불길한 트럼피즘(Trumpism) 좌충우돌을 날마다 접하고 있는 캐나다는 어떤가.  안락(安樂)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캐나다는 미국에서 백인우월과 인종차별, 기독교 근본주의 등을 내건 폭력적 비밀결사체 KKK(Ku Klux Klan)단이 흘러들어 한때 위세를 부렸고, 반공단체 ‘Edmund Burke Society'와 인종차별 및 반유대주의 단체 ’Western Guard', 그리고 신나치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Skinhead’ 등 극우적 단체와 운동이 번졌던 이력이 있다. 포용적인 다문화 사회에다 비교적 리버럴(Liberalism)한 정치풍조에 밀려 크게 번창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캐나다 역시 백인 중심의 사회이고 식민주의의 잔흔이 남아있어 물밑의 극우적 움직임과 대안우파(Alt-Right)의 활동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남성 우월주의 극우단체 ‘Proud Boys’를 비롯해, 반이민-반세계화를 표방한 ‘People’s Party (PPC)’, 여성혐오 단체 ‘Incels’, 반 페미니즘 남성권익운동 ‘Manosphere’ 등 극우적 포퓰리즘 세력이 온라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기에 트럼프의 ‘부채질’이 불씨를 돋우는 상황이니, 어느 시기에 위협적으로 발화하는 것은 아닌지, 마치 옆집 개가 광견병에 걸려 발버둥치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유색 이민자들로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트럼프가 구해준다!”고 외쳐대는 ‘윤 어게인’을 필두로 ‘혐중’시위까지, 12.3 내란사태 이후 준동하는 한국의 극우적 운동세력은, 기존 친일-친미 사대 매국세력에 덧입혀진 ‘트럼프의 부채질’ 효과가 강하게 먹혀든 케이스로 보인다.

 

대통령직을 비즈니스로 여기며 일가 범죄와 그 부패비리를 덮기에 몰두했던 최악의 권력부부 ‘윤건희’를 맹목 지지하면서 탄핵과 수사와 처벌을 반대하고, 불법선거를 주장하며, 국회를 침탈한 불법 계엄령을 ‘뭐가 문제냐, 야당독재 탓이다’라고 강변하는 반 민주적, 반 의회적 행태가 특징이다. 트럼프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다. 거기에 친미와 친일, 식민과 독재 미화, 나아가 혐중과 반북, 소수자 차별, 노사와 빈부·지역·세대·남녀간 갈등과 대립 부추기기 등 ‘한국적 파시즘’의 징후가 뚜렷하다.

 

암살당한 찰리 커크를 포함해 트럼프가 칭찬했다는 고든 창, 그리고 모스 탄과 애니 챈(김명혜),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트럼프 주니어 까지 한국을 찾고 자금을 대며 극우화에 공을 들인 성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시민혈세로 그들을 초청하려 했다. 서울시장 오세훈 뿐 아니라, 국민힘당 자체가 그런 파시즘적 증후군을 보이는 것이 문제다. 여전히 윤건희를 옹호하고, 내란을 선동하며 근거없는 혐중몰이와 ‘국회파행’에 소속의원과 당력을 쏟아붓고 있어 “해산이 마땅한 내란정당”이라는 독설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아무리 ‘트럼피즘’에 영향을 받았다 해도, 성조기에 트럼프 초상화를 흔들어대며 이스라엘기까지 들고 ‘윤어게인’을 외치는 한국의 극우세력과 종교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단체이고 운동일까. 미국과 유럽의 극우세력은 적어도 ‘자국 이기주의’에는 절대 양보가 없다. 그런데 한국의 소위 보수우파와 극우들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익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대결과 배타(排他)와 적대(敵對)에, 반민주적 권위주의를 신봉하고, 무조건적인 친미와 친일을 주장하니, 그저 사대매국 반동 좀비들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 정례 ‘시민 아카데미’ 60차 강좌

10월23일 오전 11시~ 윌로우데일 연합교회서 주제강론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Korean Canadian Democratic Community Roundtable Conference)가 연합 정례모임을 겸한 「시민 아카데미」의 제60차 강좌를 10월23일(목) 오전 11시부터 노스욕 윌로우데일 연합교회(349 Kenneth Ave. M2N 4V9)에서 시사한겨레 신문사 후원으로 개최한다.

 

올해 연간 주제를‘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민의 힘’으로 정한 원탁회의는 이번 강좌를 ‘극우의 준동, 우리 코 앞에 와있다’는 주제로 진행한다.

 

강좌에서는 “역사적인 전환기에 ‘반동세력’을 숙주로 번식하는 극우세력이 민주주의와 내란청산 및 개혁의 적으로 강하게 도전하며 폄훼·저지에 기를 쓰고 있는 작금의 현상들은 새로운 정치-사회적 위기”라는 인식아래 깨어있는 시민들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공동선 구현을 위한‘집단지성’의 역할과 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등에 관한 강론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관심있는 이들은 10월20일까지 사전 신청하고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범민주원탁회의는 독재치하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외쳐온 캐나다 이민 선열들의 민주의지와 행동가치를 귀감으로 새기며 민주·정의·평화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시민 연대단체다.

                                                                    < 문의: canadaminju@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