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이재명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과 멕시코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26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청사진을 국제 무대에 소개했다.
방미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깜짝 회담'이 성사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한미 간 안보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멕시코에서는 투자보장 협정 개정 협상이 7년 만에 타결되는 등 양국 간 협력 강화에 힘을 쏟았으며, 청와대는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 교두보를 다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안보협상 답보 속 이뤄진 한미 회담…돌파구 마련될까
첫 방문지였던 미국에서의 일정 중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출발 당시만 해도 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했다. 다만 최근 양국 간 전략적 투자 협상에서 성과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흘러갔고, 결국 정상 간 대좌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 농축·재처리를 포함한 원자력협정 문제 등 안보협상 이슈를 대거 거론했다.
이에 더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속한 마무리를 원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한미 정상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그동안 한미 간 안보 협상이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황을 타개할 계기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반길만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견조한 흐름을 잘 살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안보 협상에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게 됐다.
워싱턴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차기 한미 정상회담 혹은 그 이전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양국의 거리를 계속 좁혀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의 주요 목적이기도 했던 유엔총회에서 이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전쟁 종식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를 거론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당사자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직접적인 제안을 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호르무즈 사태 등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연대를 제안하면서, 이를 '건설적 기여국 연대'라고 이름 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호르무즈 사태의 해법을 논의할 때 '건설적 기여국 연대' 논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 한-멕시코 협력지평 확대…'투자보장 협정' 성과
이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문한 멕시코에서는 양국의 경제협력 지평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우선 양 정상은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 계획' 문서를 채택, 양국이 정례적인 고위급 교류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양국 외교부 간 차관급 고위 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국과 멕시코 정부 간 '투자 증진 및 상호보호를 위한 협정'의 개정 협상도 타결됐다.
투자보장 협정은 투자유치국 내 외국인 투자 보호 및 증대를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호규범을 규정한 조약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 타결로 상호 투자 증가를 견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들이 함께 한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한·멕시코 무역 협정은 양국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하는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협정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매하기
공동언론발표 마친 한-멕시코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2026.9.25 xyz@yna.co.kr
◇ 우크라 북 포로 송환 논란도…'임기·개혁론' 발언도 화제
이번 순방 기간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이 공개 비판을 하면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송환' 발언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 많이 아쉽다"고 했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기존 양해와 다르게 연설에서 언급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에서 '비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오고 있어 향후 이슈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멕시코 동포간담회에서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관련 사안을 재차 언급해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도록 최소한 재임하는 동안 잘 챙기겠다. 혹시라도 2030년 6월 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연임 개헌론'에 거듭 선을 그었다.
동포간담회 도중 개혁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적당하게 절제를 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면 반동을 맞이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거론하면서 "독소 조항 몇 개를 삭제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를 거의 했는데, 누군가가 '(통째로) 폐지해야 한다'고 반대했다"며 "그러자 상대방이 결국 폐지에 반대하는 바람에 (독소조항 삭제도) 못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겨냥한 언급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 임형섭 설승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대표 = 유엔총회 참석과 멕시코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이동하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6.9.21 xyz@yna.co.kr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흐름이 엇갈리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전방위 통합' 드라이브에 탄력이 붙지 않는 모습이다.
지지층간 노선 및 주도권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권 내 역학 관계가 변화하는 흐름까지 나타나면서 당 안팎의 파열음이 조기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매하기
지지 호소하는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가 2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앞에서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26.5.29 hkmpooh@yna.co.kr
◇ 대통령·당 지지율 역전에 디커플링도…혁신당 지지율 상승세도 주목
6·3 지방선거 때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크게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큰 틀에서는 하락 추세에 있으나 대통령 지지율보다 대체로 높게 나타나는 흐름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령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지난달부터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역전된 뒤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21일 공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p) 오른 34.8%, 민주당 지지율은 4.1%p 오른 40.2%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15∼17일 유권자 1천2명 대상)에서는 이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당 지지율은 오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p) 하락한 37%, 민주당 지지율은 2%p 오른 40%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 내각 인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등이 꼽혔다.
이 같은 정책 문제가 당청 지지율 역전 및 디커플링 현상의 원인으로 일차적으로 지목된다.
나아가 여권 내에서 이른바 코어(전통적 핵심) 지지층 및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이 대통령 신규 지지 세력 간 노선 갈등이 계속되는 것도 당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더 큰 영향이 주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 리얼미터의 21일 조사에서 이념적으로 민주당 왼쪽에 있는 범여권 성향의 조국혁신당은 5주 연속 지지율이 상승해 5.2%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전면에서 정책의 역풍을 맞아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며 "여권의 구주류와 신주류의 싸움에서 신주류가 밀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더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과 관련,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내부 통합을 더 강조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진보층) 지지를 확보한 다음 외연 확장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매하기
김민석, 고심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14일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마를 만지고 있다. 2026.9.14 yangdoo@yna.co.kr
◇ 원심력 커지며 일극 체제 변화하나…김민석 '통합·연대 드라이브' 첩첩산중
정치권에서는 당청 지지율 역전이 고착화할 경우 여권의 역학 관계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 출범 2년차로 당청 관계에서 청와대가 확고한 우위에 있는 상황 자체는 계속 되더라도 전체적인 여권 지지층 내에서는 원심력이 커지면서 결집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2024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여권에서 이 대통령 일극 체제가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진영 내 작은 변화도 체감도는 높을 수 있다.
지지층의 분화와 맞물려 여권 내에서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잇따르는 것도 이런 변화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가령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지명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당 밖에서는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연구원장이 레드팀을 자처하면서 날 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에게 패한 정청래 의원은 공개 행보는 자제하고 있으나, 자칭 '정당방위'가 필요한 순간에는 등판하면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말 의원 워크숍에서 김민석 대표가 '중도는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공개 비판하자 "무례하고 폭력적인 마이크 독재"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시장 후보 이름이 적힌 김 대표의 수첩이 언론에 노출됐을 때도 "왜 진 사람을 자꾸 때리냐. 너무 잔인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주류인 친명계와 구주류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세력간의 갈등과 맞물린 여권의 이른 흐름은 당청 지지율 변화 상황에 따라 감속되거나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연일 내부 통합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더해 김 대표가 정 의원의 이른바 4통 통합을 차용해 내부 단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다만 지지층간 감정적 대립이 계속되고 있고 사실상 물밑에서의 차기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아 김 대표의 통합 및 혁신당과의 연대라는 목표가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당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정이 원팀으로 어려운 국면을 돌파해야 할 시기에 내부에서 쓴소리를 가장한 비난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아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들이 있다"고 말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 방안 정책간담회 참석한 조국 원장 =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3일 전남광주 북구 엠에스엘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9.3 [조국혁신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리얼미터 대통령 지지율 조사(14∼18일)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4.1%다. 정당 지지도 조사(17∼18일)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최평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