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내란과 지금의 내란, 죄의 크기 달라

헌법은 고정된 게 아닌 늘 현재화해야 할 규범
혁신적 해석이라기보다 당연 상식적인 판단

 

21일 법원이 한덕수 전 총리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제시한 이유는 단순한 양형 판단을 넘어, 헌법 해석과 적용에 관한 중요한 원칙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것은 헌법이라는 규범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현실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정의돼야 한다는 점을 사법부 스스로 확인한 것이었다. 헌법이 ‘과거’에 갇혀 있지 않아야 과거로의 퇴행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헌법을 '헌법답게' 해석한 것이었다. 또한 국민적 불신 속에 놓인 사법부가 여전히 민주주의의 최후보루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도 아울러 보여준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의 재판부 선고 이유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존 내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의 형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죄와 형벌 판단에 있어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1960년이나 1980년 등 과거 내란 사건들이 발생했던 때와 12·3 내란이 발생한 2024년의 대한민국은 크게 다른 나라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차지하는 위상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초래한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과거의 내란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라진 현실에는 달라진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21. 연합
 

흔히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과거는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과 문제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헌법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은 단지 하나의 법조문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신이자 역사다. 역사가 헌법을 만들고, 헌법은 다시 역사를 규정한다. 따라서 헌법의 해석은 언제나 현재의 눈에서 새로워져야 하고 깊어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주권자로서 국민의 존엄성이 제도적으로 확립된 사회에서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훨씬 더 중대한 범죄라는 것, 내란죄의 무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쌓아온 민주주의의 깊이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이번 판결에 담겼다. 내란 범죄는 과거와 동일한 죄목이더라도 그 범죄로 인한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훼손의 크기는 같을 수 없다. 내란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전만큼 더 커졌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그 점에서 헌법에 대한 새롭고 혁신적인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저항권’에 대한 해석이다. 재판부는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가 몇 시간 만에 종료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것이 내란 가담자들의 자제나 절제 때문이 아님을 분명히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것,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들의 용기, 즉 국민의 저항이 내란을 저지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재판부의 설명은 계엄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시킨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이는 저항권을 추상적 선언을 넘어서 현실에서 작동하는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단이다. 국회에 신속히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한 정치인들의 행동, 과거 내란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며 위법한 명령에 저항하거나 최소한 소극적으로 참여한 군인과 경찰의 태도까지, 재판부는 ‘적극적 저항’과 ‘소극적 저항’을 함께 평가했다. 저항권을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고 작동시키는 힘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은 사법부가 헌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해가 판결에 어떻게 반영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을 만하다. 헌법을 '죽어 있는 문자'에 가두지 않고,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살아 있는 규범으로 읽어낸 사법적 상식의 구현이다.

 

이번 판결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판결을 넘어 사법부에 하나의 과제를 분명히 제시한다. 이를 한국 사법부의 예외가 아니라, 사법부의 보편적 상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다. 오늘날 사법부는 국민들로부터 깊은 불신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아닌 '기득권의 최후보루'이며 성채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더욱더 크다. 사법부는 한 번의 올바른 판결을 통해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보여줬다. 그것이 법관 한 명, 재판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힘이고 위력이며 또 그만큼의 위험성이다. 힘과 위력과 함께 위험성의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번 판결은 헌법의 정신과 민주주의의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제시하는 사법부 신뢰 회복의 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로 여기에 사법부 개혁의 출발점이 있을 것이다. 사법개혁은 제도 개편이나 인사 쇄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 그것이 사법개혁의 출발이며, 그리고 결론이다.   < 이명재 기자 >

 

한덕수 중형, 내란 심판 이제 시작…"지귀연도 단호해야"

 

이진관 재판부 판결에 주요 시민사회단체 환영

참여연대 "국민 염원 부응…지귀연 재판부 주목"
민변 "윤석열·김용현 등에도 엄중 심판 내려야"
민주노총 "내란에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한덕수 재판을 맡은 이진관 부장판사(왼쪽)와 윤석열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 연합사진 편집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판결을 통해 특검 구형량보다 8년이나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환영 입장을 내고 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이 넘어서야 나온 이번 사법부 판단으로 인해 비로소 내란 세력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첫걸음을 뗀 것이며, 무엇보다 수괴 윤석열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가 반드시 그 기조를 이어받아 준엄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국회와 선관위 등의 기능을 군과 경찰을 동원해 무력화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므로 내란에 해당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계엄 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와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된 것이라며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쿠데타'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 415일이 지나서야 사법부의 판결로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연하고 기다리던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재판부는 12·3 내란을 전후해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국민 저항권' '계몽적 계엄' 운운 등 극우세력의 망상적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나, 지난 권위주의 정권의 종식 이후 달라진 시대상과 국가적 위상 등을 감안해도 더 이상 과거의 내란죄 양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며 "그러면서 새로운 양형 기준을 제시, 특별검사 측의 구형량보다도 훨씬 높은 징역 23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권력자들의 친위쿠데타를 엄정하고도 철저하게 처벌하라는 국민의 염원과 명령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12·3 내란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민주사회에 완전히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깊이 남겼다. 극우세력의 망상적, 음모론적 주장이 SNS 등지에서 계속 확산하고 있으며 제1야당 국민의힘 또한 여전히 이들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12·3 내란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하고도 확실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과 김용현 등 일당에 대해 형을 선고할 때에도 이러한 단호한 처벌 기조가 반드시 관철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참여연대는 "그것만이 지난 시기 사법부가 내란 종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우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회복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이제 시민의 눈과 귀는 지귀연 재판부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21. 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사법부가 명시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로, 내란 주동자들에게 엄중한 형사책임이 있음을 공표한 사건"이라며 "우리는 이번 유죄 판결을 환영하고, 재판부가 윤석열·김용현 등 내란 핵심 책임자들에게도 신속하고 엄중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판결은 권력 남용 사태를 예방해야 할 국무총리의 의무를 명확히 했을 뿐만 아니라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임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로써 '유혈 충돌이 없었기에 국헌문란의 목적도 없었다'는 윤석열과 김용현 측의 주장은 어떠한 타당성도 없는 억지 선동임이 확인됐다"면서 "무엇보다 특검의 구형량을 상회하는 엄중한 형량이 선고된 것은 시민들의 엄중한 처벌 요구에 마침내 법원이 응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귀연 재판부는 오는 2월 예정된 윤석열 내란 수괴의 선고 공판에서도 이번 한덕수 판결을 본보기 삼아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김용현, 조지호, 김봉식 등 내란 주요 가담자들과 대통령 경호실, 국무위원 등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에서 유의미한 선고가 내려질 때 비로소 진정한 내란의 종식이 실현될 수 있다. 사법부가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끝까지 감시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헌법 질서를 파괴한 내란을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그 책임을 분명히 물은 사법 정의 선언"이라면서 "헌법을 유린하고 총칼로 국민을 겁박했던 반국가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며,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한덕수는 국정 운영 2인자로서 윤석열의 미친 칼춤을 멈춰 세우기는커녕 내란의 주역으로 가담했다. 그자는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고, 사후에는 계엄 선포문 작성과 폐기 등 범죄를 은폐했다"면서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내란에 봉사한 자에게 어떠한 변명도,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징역 23년은 그가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비하면 결코 무겁지 않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노동자와 시민을 적대시하며 헌정을 중단시키려 했던 자에게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 이번 선고는 시작일 뿐"이라며 "내란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엄중한 선고가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사유화해 내란을 획책하고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수괴와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가디언 "과거 쿠데타, 양형 기준 삼기 거부"

NYT "성공할지 모른단 생각에 내란 가담"
알자지라 "윤에 좋은 징조 아닌 건 확실"
SCMP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 던져"
아사히 "비상계엄 '내란'이라 처음 판단"
로이터 "다른 비상계엄 재판들 가늠자"

 

영국의 더 가디언은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두 가지 점에 주목했다. 하나는 이날 판결이 2024년 12·3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건 관련 첫 사법적 판결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재판부가 검사의 15년 구형보다 8년 많은 23년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점이었다.

 

가디언은 이날 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전 대통령 윤석열의 실패한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에서 '임무 종사'를 한 혐의로 징역 23년이 선고됐고, 재판부는 즉석에서 그를 법정 구속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가디언, 첫 사법 판결· 중형 선고에 주목
"과거 쿠데타를 양형 기준 삼는 것 거부"

 

검사의 15년 구형 사실을 전한 가디언은 "그러나 판사는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특별한 위험을 초래한, 선출 권력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고 부르면서 과거 군사 쿠데타들의 전례를 양형 기준으로 삼는 걸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덕수가 "국무총리로서 내란을 막아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녔는데도, 그러지 않고 내란 가담을 선택했다"고 밝혔으며, 한덕수가 재판 내내 증거를 은닉하고 거짓말을 계속한 점을 지적하며 "진정한 반성이 없다"고 보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한덕수가 보수와 진보 정권을 오가며 5명의 대통령을 모신 직업 외교관 출신이며, 2022년 5월 윤석열이 임명한 이후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한 대통령 밑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총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NYT "독재로 되돌릴 내란 행위로 규정"
"한, 성공할지 모른단 생각에 내란 가담"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장문의 기사를 통해 한덕수 1심 선고 사실을 알렸다. NYT는 이진관 판사가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한국을 다시 독재로 되돌릴 수 있었던" 내란 행위로 규정하고 한덕수가 "내란에서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NYT도 검사의 구형은 15년이었지만 선고는 23년으로 대폭 늘린 배경도 전했다. 신문은 이 판사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한덕수는 "그 책임을 회피했고, 내란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담을 결정했다"고 밝힌 내용도 소개했다.

 

신문은 국회의 해제로 6시간 만에 끝난 12·3 불법 계엄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내몰았고, 그 과정에서 한덕수는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작년 4월 헌법재판소 판결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후 한덕수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지명을 받고자 했다가 실패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내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가 임명된 이후부터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로이터 "다른 비상계엄 재판들 가늠자"
알자지라 "윤에 좋은 징조 아닌 건 확실"

 

로이터 통신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3 불법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가 계엄 선포를 뒷받침할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국회 같은 주요 기관 기능 마비 계획을 논의한 혐의 등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진관 판사가 "피고인은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였다...그런데도 피고인은 외면을 선택했고...12·3 내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고 판시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이번 판결이 12·3 불법 계엄 관련 첫 사법 판결로서 "다른 재판들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타르의 알자지라는 이날 12·3 불법 계엄 관련 첫 번째 판결이고, 선고 형량이 검사의 구형량 15년보다 높은 23년이라고 전하고, 내란 수괴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고 2월 19일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윤석열에게는 "좋은 징조가 아닌 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방송은 이진관 판사가 한덕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총리로서 의무와 책임을 무시했다"면서 "피고인의 행동 결과로 한국은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 민주주의 질서가 침해됐던 어두운 과거로 되돌아갈 위험에 처했으며, 국민들이 오랜 기간 독재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 등 내란 관련자들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9. 연합
 

SCMP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 던져"
아사히 "비상계엄 '내란'이라 처음 판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밍포스트(SCMP)는 "한덕수 전 총리의 유죄 판결과 예상 못한 중형 선고는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를 던졌으며, 다음 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탄핵된 전 대통령 윤석열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판결은 짧은 시간의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 권한 내에 있다는 윤석열 측의 법적 주장을 해체할 뿐 아니라 법원이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공식 규정한 행위에 대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릴 준비가 돼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수괴로 기소된 윤석열은 2월 19일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SCMP는 TV 생중계를 중단한 후 이 판사는 한덕수가 유죄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증거인멸을 이유로 즉각 구속했으며, 한덕수는 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군 투입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불구속 상태로 공판에 임했던 한덕수를 법정에서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판결은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선포되었으며, 다수의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등을 점거한 건 폭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고 덧붙였다.           < 이유 기자 >

 

 

 

정의연 "일본, 소녀상 설치 방해 즉각 중단하라"

베를린 예술·도시학센터 앞서 22일 제막식
작년 10월 일본 정부 압력으로 강제 철거
'숭일’ 윤석열 정권, 뻔히 보면서도 방치
"역사 부정과 기억 억압은 또 다른 폭력"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 '아리’가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작년 10월 17일 새벽 기습적으로 베를린 미테구청이 강제 철거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재독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철거해 보관 중이던 소녀상 '아리’를 돌려받아 22일 베를린 예술·도시학센터(ZK/U) 앞에서 제막식 행사를 진행한다. 기간은 1년이다.

 

2025년 10월 17일 강제로 철거되기 직전 독일 베를린의 소녀상 '아리' 연합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다시 시민 품에
베를린 예술·도시학센터 앞서 제막식

 

예술·도시학센터는 예술가와 도시 연구자들이 거주하며 도시 사회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비영리 레지던시 문화공간이다. 철거 이전 소녀상이 있던 베를린 시내 브레머 거리와 비르켄 거리 교차로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센터 측은 연합뉴스에 "과거 설치 장소와 달리 소녀상은 영구적 추모 공간이나 고정된 기념물 아닌 만남과 경청,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이 된다"며 "센터에 머무르는 동안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2020년 9월 28일 코리아협의회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증을 받아 미테구에 설치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그러나 2022년 4월 28일 당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2017년 6월 10일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열린 '성동평화 소녀상 제막식'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왼쪽)과 남기창 건립추진위원회 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다.123cm 높이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인권과 명예 회복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아픈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을 주자는 성동구 학부모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7.6.10. 연합
 

작년 10월 일본 정부 압력으로 강제 철거
'숭일’ 윤석열 정권, 뻔히 보면서도 방치

 

그리고 2년 후인 2024년 5월 일본을 방문한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가와카미 요코 외무상과 만난 뒤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는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하면서 소녀상 철거 위기가 본격화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베를린 미테구를 포함해 세계 10개국 35곳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해당국에 외교적 압력을 넣었던 반면, 철저히 '숭일’로 일관하며 저자세를 보였던 윤석열 정권은 이를 방치했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철거 압력을 받은 미테구청은 평화의 소녀상 임시 설치기간이 지났다면서 코리아협의회에 철거명령을 내렸지만, 코리아협의회와 미테구 의회, 독일 시민사회는 철거 요구는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들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시민들은 수천 명의 서명을 미테구에 전달하고, 관련 법적 소송도 벌였다.

 

2019년 3월 9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캘리포니아 클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고 곽예남 할머니 추도 기도를 하는 모습. 2025.09.20. 사진제공 최재영 목사
 

정의연 "일본, 설치 방해 즉각 중단하라"
"역사 부정과 기억 억압은 또 다른 폭력"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의기억연대는 평화의 소녀상 '아리’가 다시 시민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재설치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압력과 설치 방해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협의회 등 독일 시민사회와 예술가, 인권활동가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의연은 "비록 '임시 설치’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아리’의 이번 귀환은 역사를 지우려는 정치적 억압이 거셀수록 기억하고 저항하며 지켜내려는 시민들의 힘과 연대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평화의 소녀상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면 역사 또한 지워질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명백한 오판이며, 이제는 버려야 할 망상이다"라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역사 부정과 기억의 억압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존엄을 또다시 침해하는 폭력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세워진 고인이 된 피해 할머니들 흉상 앞에 꽃이 놓여 있다. 2025.8.13. 연합
 

끝으로 정의연은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아리’의 영구 설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역사 정의를 지키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더욱 널리 확산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 이유 기자 >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맞춰 나하 기지서 급유

독도 비행훈련 이유로 거부한 지 2개월여 만에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된 한일 군사교류 재개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오는 30일 일본 요코스카에서 만날 예정인 한일 국방장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안규백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아사히신문1월 21일.
 

지난해 11월 성사 직전에 무산됐던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 기지의 연료 급유지원이 오는 28일 처음으로 실시된다고 일본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위대, 한일 국방장관 회담 직전 급유지원

 

일본경제신문은 21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오는 30일께 안규백 국방장관과 일본 가나카와 현 요코스카 시에서 만나 회담할 예정이며, 그 직전인 28일 오키나와 현 나하에 있는 자위대 기지에서 한국공군 ‘블랙이글스’에 대한 연료 급유지원을 실시한다고 일본 항공자위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랙이글스는 2월 8-12일에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WDS 2026)에 참가해 에어쇼를 펼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나하 기지에 중간 기착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다.

 

블랙이글스       나무위키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 군사교류 재개

 

이로써 지난해 11월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급유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나하 기지에서 자위대로부터 급유를 받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나, 급유 대상 항공기 중 T-50B가 독도 인근에서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한 것을 일본 쪽이 문제삼아 돌연 급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한일간 최초의 공군 연료 급유지원이 무산됐다. 그에따라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도 무산됐다.

 

그 때문에 확장돼 가던 한국 공군과 자위대간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은 일본의 급유 거부 조치에 반발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조난 · 수색훈련과 지난해 9월 나카티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서울 방문 때 합의한 한국 군악대의 자위대 음악축제 참가도 중지했다.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이번 급유 조치는 이처럼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을 다시 재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형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사이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간 군사교류 중단 조치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고이즈미 방위상 취임 축하차 방위성을 방문했던 이혁 주일 한국대사와 고이즈미 방위상도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국방장관 회담 조기 개최와 한일 군대간의 인적 교류와 공동훈련 등을 추진하자는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닛케이 2025년 11월 28일)

 

대만 관련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일본이 한국공군 블랙이글스 급유에 대한 태도를 2개월여 만에 바꾼 데에는 자위대의 급유 거부 결정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관련 국회 발언이 부른 중일간의 대립에 따른 갈등과 긴장 고조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21일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의 기반세력인 집권 자민당 안팎의 우익세력은 자신들이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온 독도(일본명 시마네 현 ‘다케시마’) 인근에서 실시한 한국 공군의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문제삼아 블랙이글스에 대한 자위대의 급유를 강하게 반대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급유 거부 결정은 지난해 10월 30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로 그 뒤인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되고 중국의 대일 제재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일본에겐 외교안보 면에서 한일관계를 개선,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는 30일 일본에서 열리는 안규백-고이즈미 신지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온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방한 때 양국이 확인한 국방장관 상호방문의 일환이자 한국 쪽의 장관 답방 형식을 띠고 있으나,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출렁이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변동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 쪽은 안규백 장관 방일 때 요코스카 시내의 해상자위대와 미군 기지를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직전인 28일 공군자위대의 나하 기지에서 한국공군기에 대해 급유할 예정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한일간에는 연료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상호 융통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나, 항공자위대는 자위대법 116조 규정(자위대의 임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료를 무상대부할 수 있다)에 따라 블랙이글스에 연료 급유를 지원한다. 이런 급유 지원 조치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의 근간이 될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기반조성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일간 과거사나 영토 문제를 양국이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가 여전히 중요한 시험대로 남아 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