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귀국 직후 점검회의, 다음날 국무회의
"수사·기소 분리 사필귀정" 속전속결 심의·의결
"보완수사권 안 줄 수 있고 국회 결정대로 한다"
이 대통령 당부대로 국회 숙의 거듭해 법안 보강
1년 전부터 예정, 10월 2일 공소청·중수청 출범
행안부, 중수청 직제와 수사관 임용령 즉각 발표
본청과 6개 지방청…총 2874명, 수사관이 89%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전환…사실상 직급 하향
서영교 "대통령 말 너무 중요, 숙의해 방법 찾아"
"정부 계속 소통…4월부터 보완수사 '요구' 제안"

이재명 대통령은 7박 11일간의 미국·남미·독일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하자마자 청와대로 출근해 오후 3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7시간 반에 걸쳐 국내 최대 현안인 부동산 및 주식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한 뒤 바로 다음 날인 4일 국무회의를 열어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심의·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과 상당수 언론,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거세게 요구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주장을 일축하며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자 "모든 권력 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못박았다.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에는 정부에서 그간 준비한 중대범죄수사청의 세부 직제 등 구체적인 조직 구성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보완수사권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밝혔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10일 기자회견에서는 "기본적으로 폐지하는 게 맞지만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까지 다 봉쇄해 놓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 그것조차도 문제가 있고 악용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안 할 수 있는 거다"라며 "정치적으로 너무 오염된 주제라는 측면이 있어서 우리가 끼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민주당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국민 의견도 수렴하고 장단점도 잘 점검하도록 국회에 넘겼다. 국회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요지로 설명한 바 있다.
국민들의 여러 우려를 감안해 보완수사권을 "아주 엄격한 조건하에 아주 최소한만 줄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가 판단하면 안 할 수 있는 것이니 국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얘기였다. 이 대통령 당부대로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시 경찰 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막판까지 숙고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11일간의 순방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도 신속하게 의결한 것이다.
지난해 9월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 9월 30일 국무회의 의결 → 올해 3월 20일 공소청법, 3월 21일 중수청법 각각 본회의 통과 → 3월 24일 국무회의 의결 → 7월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 8월 4일 국무회의 의결 등으로 그간 국회 입법과 국무회의 의결이 단계적으로 진전돼왔고 실무 준비에도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제 1년 전부터 예정된 대로 10월 2일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오후 행정안전부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준비단(단장 김민재 행안부 차관)이 공개한 '중대범죄수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및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 임용령' 제정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본청과 6개 지방청 체계로 꾸려지며 총정원은 2874명이다. 이 가운데 수사관이 2567명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하고 일반직 공무원 등은 307명이다. 중수청은 지검장 출신이든 검찰 수사관 출신이든 모두 급수별 '수사관'으로 단일화되는데 계급은 1급부터 9급까지다. 현재 검찰청 소속 수사관은 검찰청에서와 같은 계급으로 임용된다.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동할 경우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별도의 채용시험 없이 특정직공무원인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으로 임용되는데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을 적용하고 그 밖의 검사는 경력이 10년 이상이면 3급, 10년 미만이면 4급 수사관으로 전환된다. 검사는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계급 체계를 적용받지 않았지만 통상 평검사로 최초 임관할 때부터 3급 상당의 대우를 받아왔다. 사실상 직급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다만 봉급과 정년은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중수청에서 5급 이하로 출발하는 일반 수사관도 승진시험과 특별승진을 통해 4급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6급 이하 승진자 가운데 특별승진 인원이 30%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5급 이하 수사관은 승진심사뿐 아니라 승진시험을 통해서도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 신규 수사관은 공개 경쟁 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찰과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인력은 경력 경쟁 채용시험을 거쳐 임용한다. 구체적인 채용 분야와 규모는 검찰 인력의 중수청 이전 규모가 정해진 뒤 확정하기로 했다.
중수청법상 7급 이상 수사관은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8·9급은 수사 보조 업무를 맡는다. 근무성적이 최하위 등급에 2년 연속 머물거나 같은 계급에서 총 3년 이상 최하위 평가를 받은 3급 이상 수사관은 적격심사를 받는다. 부적격자로 결정되면 직권면직될 수 있다. 준비단은 5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을 상대로 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7일부터 20일까지 희망 신청서를 받아 9월 말까지 대상자를 선정하고 중수청이 공식 출범하는 10월 2일자로 임용할 계획이다.

중수청 본청은 청장과 차장을 비롯해 8국·관·대변인, 24과·담당관 등 396명으로 구성된다. 서울(서울·인천·경기북부·강원), 수원(경기남부), 대전(충남북·대전·세종), 대구(대구·경북), 부산(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광주통합·전북·제주) 등으로 나뉜 6개 지방청에는 청장 6명과 차장 8명, 22국, 110과·담당관 등 2478명이 배치된다. 본청은 수사정책 수립과 지방청 수사 지휘·감독, 인권보호 정책 등을 담당하고 지방청은 관할 지역의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한다. 수사부서는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와 법왜곡죄 등 법률이 정한 7대 중대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범죄 유형별로 편성했다.
중대범죄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청에는 가장 많은 1089명이 배치되며 청장 아래 차장 3명을 둔다. 보이스피싱과 마약 등 민생범죄 대응을 위해 합동수사과 5곳도 설치한다. 서울청에는 보이스피싱범죄·금융범죄·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과를, 수원청에는 마약합동수사과를, 대전청에는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과를 각각 둔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 파견 정원도 직제에 반영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타 수사기관이 1차 수사한 사건을 검사의 요청으로 보완수사할 전담 조직도 신설한다. 본청과 각 지방청에 보완수사 전담 조직인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서울청은 특별수사과)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본청에는 감찰관을 두고, 6개 지방청에는 수사심의담당관과 인권보호담당관을 각각 설치한다.
중수청 건물의 경우 본청과 서울청은 기존 검찰청 건물을 쓰지 않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에 함께 입주할 계획이며 이미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 6개 지방청 중 부산청은 부산 강서구 퍼스트월드, 대구청은 대구 남구 남산빌딩, 광주청은 광주 북구 한경빌딩을 사용한다. 대전청은 우선 세종시 민간 건물에 입주한 뒤 옛 대전세무서 부지에 청사를 신축해 옮기기로 했으며, 수원청은 수원시 경기신용보증재단 사옥에 임시 입주한 뒤 내년 초 본청사로 이전한다.

한편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이재명 정부와 소통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형사소송법을 논의하면서 대통령 말씀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숙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걱정거리를 없애 달라, 이런 말씀이었다"며 "대통령 말씀처럼 저희(법사위)가 7월 1일부터 시작해 소위만 9번 했다. 전체회의랑 다 하면 13번 정도 되고, 만난 사람만 수십 명이다. 그래서 얘기를 쭉 듣고 그 내용을 숙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내용은 국무총리실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을 때 벌써 당에다가 일찌감치 '보완수사 요구를 실질화하자' '(국민들이) 보완수사 요구도 없는 줄 알면 안 되는데, 보완수사 요구를 실질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4월부터 제안을 하셨었다. 그래서 그 제안에 맞춰서 저희가 늦었지만 숙의해서 그 내용을 넣어서 (발의)했다"며 "그냥 '보완수사 폐지'라고 던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말씀처럼 숙의하고 그 안에서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걱정하던 것과 숙의하는 내용을 잘 담았으니 검사도 좋고, 경찰도 좋고, 그리고 피해자도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그런 형사소송법"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상정 전에 청와대와 소통했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서 위원장은 "정부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정부에서는 '경찰의 폭주, 암장 이런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게,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검사도 자존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그래서 (경찰과) 둘이 서로 잘 협력하고 보완하고 하면서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하는 그런 형태를 만들어 가자고 얘기가 됐다"며 "그런 속에서 정부로부터, 법무부나 행안부로부터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에 관한 내용도 보고를 받고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김호경 기자 >
피해자 두 번 울리는 '보완수사권 타령'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검찰개혁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도 이를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같은 당 진종오 의원에게 "진종오 의원님,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고 말했고,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씁니다"라고 받아치는 장면이 공개됐다. 문제는 이 대화가 단순한 사담이 아니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참석하기 직전의 공개석상에서 오갔다는 점이다. 정작 피해자 본인은 "토론회 전이라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말 괜찮다"며 서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이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토론이 정말 중요한데 묻히는게 더 싫다"며 "토론회 내용을 국민들이 더 알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서 의원에게 당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끔찍한 범죄가 공개된 자리에서 가벼운 농담의 소재로 소비되는 것을 알고 적지 않이 당황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2차 가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별개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주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토론회,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 정작 범죄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국민의 안전과 피해자의 권리를 내세워 법안의 부당함을 주장하려 했다면, 그에 앞서 피해자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부터 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피해자를 향한 기본적인 공감과 감수성조차 갖추지 못한 비판은 결국 스스로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만든다.
국민의힘은 그간 검찰개혁을 반대할 때마다 국민의 안전과 범죄 피해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제도의 허점을 우려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피해자를 앞세워 법안을 비판하면서 정작 피해자가 참석하는 자리에서 관련 사건을 연상시키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주장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꼴이다. 피해자의 우려를 정치적 공세의 소재로만 소비하는 것은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한 건설적 논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불안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그 불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순간 문제 해결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다.
검찰개혁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롯한 제도 변화는 시행 과정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보완책 마련보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검찰개혁 자체의 실패로 낙인찍으려는 정치적 움직임이다. 개별 사건을 개혁 전체의 치명적 결함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극성 언론이 이를 반복적으로 부각한다면 국민의 불안만 가중될 뿐이다. 결국 제도의 허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는 사라지고, 개혁의 성패를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과 제도는 하루아침에 성패를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행 초기의 혼란이나 일부 부작용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가 사회에 어떻게 안착하는지, 드러난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꾸준히 지켜보는 일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제도의 진정한 가치와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을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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