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늘 적응해왔고, 패배한 적 없다
대통령의 침묵, 우연 아닌 정치적 선택
촛불 혁명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1. 촛불이 요구한 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국가의 체질 변화였다

 

2016년 겨울 광장을 밝힌 촛불은 단순한 항의의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온 분노와 좌절, 그리고 변화에 대한 집단적 의지를 응축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시민들은 한 대통령의 퇴진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나라는 과연 누구의 나라이며, 권력은 어떻게 통제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촛불 시민들이 문제 삼은 것은 특정 개인의 국정농단이 아니라, 그러한 사태를 가능하게 만든 국가 권력의 구조였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았고, 제도는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작동했으며, 법은 평등하지 않았다. 그 구조의 핵심에 검찰이 있었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이자 때로는 권력 자체로 기능하며, 민주적 통제의 바깥에 서 있었다.

 

그래서 촛불 이후의 과제는 분명했다. 검찰개혁은 선택 가능한 정책 중 하나가 아니라, 촛불 혁명의 핵심 의제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권력, 정치적 판단과 법 집행이 뒤섞인 조직, 스스로를 견제하지 않는 엘리트 집단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의 복원은 불가능했다. 시민들은 이 점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2. 검찰은 늘 적응해 왔고, 그래서 패배한 적이 없었다

 

국 현대 정치사에서 검찰은 한 번도 완전히 패배한 적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은 스스로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파트너로 재정의하며 살아남았다. 개혁이 거론되면 “법치 수호”를 외쳤고, 권한 축소가 논의되면 “범죄 대응 공백”을 경고했다. 그렇게 검찰은 언제나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비틀었다.

 

문제는 검찰개혁이 반복적으로 절반에서 멈췄다는 점이다. 검찰 조직 자체는 유지한 채 권한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은 언제나 되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이를 똑똑히 보았다. 어렵게 쌓아 올린 개혁의 성과는 정권 교체와 함께 손쉽게 무너졌다. 이는 개혁의 실패라기보다, 애초에 불완전한 개혁이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제도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수사권이 제한되면 수사 해석을 넓혔고, 지휘권이 사라지면 관행으로 영향력을 유지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였다.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검찰 권력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논란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국무총리실 제공] 연합
 

3. 중수청 논란은 ‘제2의 검찰청’이라는 역사적 경고다

 

중수청은 원래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로 제시되었다. 검찰로부터 중대범죄 수사권을 떼어내 독립된 기관에 맡기고, 검찰은 기소에만 집중하게 하겠다는 구상은 원칙적으로 옳았다. 문제는 어떤 중수청인가였다.

 

최근 제기된 비판에 따르면, 중수청 내부에 ‘수사사법관’이라는 직위를 두고 이들을 검사와 동급으로 대우하며, 기관장과 핵심 수사 부서를 사실상 독점하도록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거론된다. 일반 수사관은 보조 인력으로 고착되고, 승진과 의사결정은 소수 엘리트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바로 우리가 해체하려 했던 검찰의 모습이다. 상명하복, 엘리트 독점, 폐쇄적 인사 구조. 이것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중수청은 검찰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검찰 권력의 재배치에 불과하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수청과 공소청의 관계다. 형식적으로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었다고 하지만, 인적 구성과 조직 문화, 사고 방식이 동일하다면 두 기관은 견제 관계가 아니라 카르텔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검찰 권력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이중화되어 더욱 안전한 형태로 존속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2일 제기한 “제2의 검찰청”이라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역사적 패턴에 대한 경고다. 이름을 바꾼다고 권력이 달라지지 않는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개혁은 존재하지 않는다.

 

4. 이재명 대통령의 침묵, 우연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도달한다.

 

왜 이재명 대통령은 이 중대한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가.

이 대통령은 검찰 권력의 정치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한 인물이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떻게 정치에 동원되는지, 그것이 민주주의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대통령이 중수청을 둘러싼 ‘제2의 검찰청’ 논란 앞에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실무적 지연으로 설명될 수 없다.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 사안은 국정의 핵심이며, 검찰개혁은 대통령의 대표적 국정 과제였다. 그렇다면 남는 가능성은 두 가지다. 판단을 유보하고 있거나, 현 상황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문제는 심각하다. 개혁의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이 침묵하면, 관료 조직은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기존 권력의 연장이다. 검찰은 바로 그 틈에서 수십 년간 살아남아 왔다.

 

촛불 이후 시민들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은 관리자 역할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단자의 역할이었다. 검찰개혁은 기술적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대통령이 분명한 선을 긋지 않는 순간, 개혁은 관성에 밀려 후퇴한다.

 

맺으며: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물 건너가는 순간은 법안이 폐기될 때가 아니다. 바로 지금처럼, 원칙이 흐려지고 책임자가 침묵하며 개혁의 언어가 행정 기술로 대체될 때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고, 질문하고 있으며, 지켜보고 있다. 중수청은 제2의 검찰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어야 한다. 검찰 권력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이다.

 

이 질문은 결국 아래 질문으로 이어진다.

촛불 이후의 국가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검찰개혁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 박철 기자 >

 

 "봉욱, 대통령 눈 가리나…공소청·중수청 악법"

검찰개혁 자문위 서보학 교수 "뒤통수 맞았다"
"자문위, 중수청 이원화 안된다 했는데 이원화"
"중수청법, 검사들이 중요 범죄 독점하는 구조"

"자문위 4대 범죄 의견 냈지만 9대 범죄로 늘려"
"수사·기소 분리인데…검사가 장악하도록 설계"
"고검, 필요도 없는데 자리 뺏길까 그대로 유지"

"보완수사권도 존치 결론내놓고 논의할 가능성"
"봉욱 민정수석 · 검찰이 주도해서 법안 마련해"
"이대로면 대통령도 정권 바뀐 뒤에 '타깃' 돼"

 

14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5.14. 연합
 

12일 정부가 공개한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안을 두고 '제2의 검찰청' '특수부 시즌2'라는 비판이 여권에서도 제기되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문위원회 논의와 전혀 상관없는 법안 내용이 만들어졌다"며, 공소청·중수청 법안에 대해 "검찰을 되살리는 악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서 교수는 중수청 법안에 대해 "일종의 수사하는 검찰청(공소청)을 만들어 검사들이 중요 범죄를 독점하는 구조"라고 했고, 기존 검찰청 구조를 이어받은 공소청에 대해선 "특권 의식을 전혀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법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검찰개혁 반대 전력이 있는) 봉욱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검찰개혁을 사실상 좌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중수청 이원화 안 된다 했는데 이원화 추진"
"중수청 수사사법관 용어 검토한 적도 없다"

 

서 교수는 이날 시민언론 민들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중수청법안에 대해 "검찰개혁 자문위 논의와 전혀 상관없이 법안 내용이 만들어졌다. 자문위가 완전히 뒤통수 맞은 격이 됐다"면서, 중수청 인력을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비법률가 출신의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는 법안 내용에 대해 "(자문위에서) 일부 소수를 빼고 다수는 그렇게 해서 안 된다고 했는데, 추진단은 이원화로 간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중수청법안에 따르면, 중수청 조직은 검사들이 주로 맡게 되는 수사사법관과 일반 전문수사관으로 나누는 '이원화 체계'로 운영된다.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되며 전문수사관은 1∼9급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현행 검찰 조직과 유사하게 내부 직급 체계를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누는 구조가 되면서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우수 인력을 중수청으로 유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연합 자료사진

 

서 교수는 "수사사법관이라는 용어 자체를 자문위가 검토한 바도 없고, 수사 공무원에게 사법관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전례가 없다"면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한다고 돼 있는데, 사실상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를 데려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중수청의) 주요 부서를 차지하면서 일반 수사관들은 그 지휘를 받도록 법안을 만들어 놨는데, 지금 검찰청에서 검사들이 수사관들을 지휘하면서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것과 똑같은 구조"라며 "그렇게 하면 검사들의 특권은 보장이 되겠지만, 우수한 수사관들이 중수청에 가서 일을 할 의미가 없어진다. (수사관들은) 보조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중수청 이원화 의도에 대해 "사실상 검사들이 가서 중수청을 접수를 하고, 장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소청에 남아있는 검사들과 유착·밀월 관계가 형성되면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의미가 전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4대 범죄 한정하라 했는데 9대 범죄로 늘려"
"검사가 장악한 중수청이 수사 독점하는 것"

 

서 교수는 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마약범죄,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등 9대 범죄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자문위에서는 부패·경제·내란·외환 4대 범죄만 수사하라고 했는데, 9대 범죄로 늘려놨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사이에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중수청이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 "(9대 범죄로 늘려놔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사 경합이 발생하는데, 그렇게 된 상황에서 중수청에 '우선권'을 준 것"이라며 "검사가 중수청을 장악한 다음에 중수청이 중요한 범죄 수사를 사실상 독점하는 결과가 된다. 경찰은 비리비리한 사건만 하고, 중요한 사건은 중수청이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연합
 

그러면서 "명칭만 중수청이고, 일종의 수사하는 검찰청(공소청)을 따로 만든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라고 해놓고는 사실상 검사들이 수사를 장악하고 중대 범죄 수사를 다 장악할 수 있도록 이렇게 설계를 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수청 법안에서 2027년 4월 30일까지 종전 검찰청 소속 공무원과 공소청 소속 공무원을 중대범죄수사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규정한 데 대해서도 "아주 나쁜 규정 중 하나"라며 "검사들이 중수청에 가서 사실상 중수청을 다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검 필요 없는데 유지…여전한 특권 의식"
"보완수사 존치로 결론 내리고 진행할 수도" 

 

서 교수는 공소청을 현재 검찰청처럼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로 만든 데 대해서도 "자문위는 3단 구조를 없애고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 구조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고등검찰청에 해당하는 고등공소청을 살려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검찰청이 자신들이 법원의 위상에 버금가는 조직이라면서 대법원-고등법원-지방법원에 맞춰서 3단 구조로 만들어놨는데, 예전부터 고등검찰청은 하는 역할이 없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지적받았지만 여전히 살려놨다"며 "(고등공소청을 없애면) 고위직 자리가 날아가기 때문에 여전히 특권 의식을 못 버리고 남겨둔 것이다.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 구조로 가아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최대 쟁점인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들 때 현재처럼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존치할지 아니면 보완 수사를 뺄지 결정하겠다는 건데, 이미 (보완수사권 존치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을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 개시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송치 사건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통상 '보완수사'라고 불린다. 현행대로 보완수사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무의미해진다.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통해 그대로 수사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14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석호 변호사, 이성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 등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5.14. 연합
 

서 교수는 "자문위에서 보완수사권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총 16명의 자문위를 엄격하게 분석하면, 위원장까지 포함해서 10명은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된다는 친검찰 쪽 입장이고, 나머지 6명은 절대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라며 "(추진단에서) 자문위 다수 의견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일부러 그렇게 (친검 위주로) 자문위 구성을 해놓고 다수 의견을 들어 보완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핑계를 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봉욱 민정수석, 검찰이 주도해서 법안 마련해"
"이대로면 대통령도 정권 바뀐 뒤에 '타깃' 돼"

 

서 교수는 애초 검찰개혁 취지와 어긋난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이 나온 데 대해 "추진단에 파견된 검사들과 민정수석이 사실상 법안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 회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봉욱 민정수석 본인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안다"면서, 봉욱 민정수석과 검사들이 그 배경에 있다고 짚었다. 봉 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등 검찰개혁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이에 민정수석 임명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관련 기사 : 봉욱·이진수가 검찰개혁 망치지 않을까 불안한 이유)

 

서 교수는 "검찰개혁이 국민주권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이고 열망이다. 대통령도 거기에 대해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봉욱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검찰개혁을 사실상 좌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의심된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그는 "검찰개혁 추진단이 내놓은 법안은 수사·기소 분리하는 의미가 전혀 없을 뿐더러, (법안대로면) 이 정부와 대통령실에 있는 주요 인사들이 나중에 중수청의 수사 타깃(목표)이 되고 기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렇게 가면 검찰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회에서 지난 10월부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서 교수를 비롯해 일부 자문위원들은 추진단이 자문위원들을 사실상 '들러리'로 세우고 검찰에 유리한 법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                              < 김성진 기자 >

 

정성호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르다"…김용민 "장관님!!"

중수청·공소청법 두고 법사위서 거센 공방

김용민 "검사들 입김이 너무 많이 작용해"
"국민 목소리 듣고 정부도 법안 수정하라"

정성호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르다" 반발
"검사들도 기득권 유지 안 하려고 해" 두둔

대장동·대북송금 변호인들도 정성호 비판
"검찰 절대 고쳐 쓸 수 있는 존재 아니다"
"이재명 검찰 다르다? 누구 새로 채용했나"

여권 내에서도 "검찰 특수부 시즌2" 반발
당청은 "이견 없다" 엇박자·혼선 수습 주력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박지원 의원의 공소청, 중수청 보완수사권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12. 연합
 

정부가 공개한 공소청 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두고 검찰의 권한을 오히려 키우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 구성원 모두가 범죄자라는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검사들도 기득권을 유지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검찰을 두둔했다. 이에 여당 법사위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법안을 수정하라"며 반발했다.

 

김용민 "법안 수정하라" vs 정성호 "이재명 검찰 다르다"

 

12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이 발표한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두고 정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검찰개혁 추진단은 이날 오전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수청을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해 꾸리는 방안과 관련, 현행 검찰 조직과 유사하게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누는 구조가 된다며 '제2의 검찰청'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정부안대로면 변호사 자격을 필요로 하는 중수청 수사사법관을 검사 출신들이 독식하게 될 공산이 크므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신설하는 중수청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 데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완수사권 존치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 의원은 정 장관에게 "지금 보니까 개혁안을 만드는 데 검사들이 다 들어가 있다. 검사들 입김이 너무 많이 작용했다.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검찰 개혁안을 만들 건 아니냐라는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이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수청의 이원 조직 등 검찰청을 새로 이식해서 오히려 (검사의 권한을) 증폭시키는 이런 법에 대해서는 정부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해야 된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하는 모습. 2026.1.12.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이어 "검찰개혁은 바람직한 형사 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검찰이 독재하고 함부로 반란을 일으켜서 대한민국 국민 주권을 좌지우지했고, 그 정점에 있던 사람이 비상계엄 선포하고 내란을 저질렀다. 검찰개혁은 단순히 형사 사법 시스템 개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은) 왜 그것을 직시하지 않고, 왜 그 관점으로 접근을 못 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그렇게 운영되지는 않는다"며 "검찰 제도 자체가 다 나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어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뼈아프게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 제도를 만듦에 있어서는 지금 있는 검찰의 구성원 모두가 범죄자라는 시각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검찰개혁 추진단에) 나가 있는 검사들도 절대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며 "(검사들이) 의견을 내는 그런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것뿐이지 (검찰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항변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인 김필성 변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을 인용해 중수청법안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수청법안에 대해 "지금 나온 안은 '전문가'나 '개혁추진단 자문위'와는 아무 상관 없다"며 "자문위에 비교적 검찰에 우호적인 분들이 상당수 계신 건 맞지만 그분들의 의견과도 아무 상관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안이고, 이 안에 대해 자문위는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지난 금요일(9일) 저녁 갑자기 내용 통보만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나온 (중수청)안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시려면, 원래 검찰이 주장했던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것'을 전제로 보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이 안은 그냥 검찰청 특수부를 별도 청으로 분리해 특수수사청으로 만드는 내용이 된다.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안은 처음 검찰이 '중수청을 법무부에 둬야 한다'라는 주장과 연계된 것이고, 결국 추진단이나 자문위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검찰이 계획했던 것에 불과하다"며 "추진단이나 자문위는 말 그대로 이름만 이용당한 것"이라고 적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12. 연합
 

추 위원장은 김 변호사의 글에 대해 "우리 (자문위) 의사와 무관하고 검찰이 만든 내용이라고 요약된다"면서, "장관님도 (법안에 대해) 답변을 시원하게 못 하시고 제대로 모르시고. 이렇게 검찰개혁 추진단이 출범한 이후에 국회 논의는 중단돼 있고 추진단에서 알아서 한다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가버렸는데, 만약 이렇다면은 상당히 좀 문제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자문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원론적으로만 답했다.

 

"역사 잊으면 미래 없다" 대북송금 변호사도 비판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검찰이 조작 수사·기소에 맞서왔던 변호사들도 비판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광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정 장관이 발언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 이 한마디에 소름이 돋는다"며 "과거의 비극은 늘 안일함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라던 그들이 결국 누구를 물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쳐 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의 안일함이 훗날 어떤 괴물을 키울지 두렵다"면서 "역사를 잊은 이들에게 미래는 없다"고 적었다.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김필성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정 장관의 발언이 나온 기사를 SNS에 공유한 뒤, "이재명 정부의 검찰이 다르다는데, 지난 7개월 사이에 윤석열 정권 검사들 모두 파면하고 모조리 다 새로 채용했나요? 전 그런 소리 들은 적이 없는데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라고 적었다.

 

여권에서도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안의 핵심은 "중수청으로 옮긴 검사가 수사사법관으로서 수사권을 갖고, 전문수사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재의 검사-수사관의 구조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자는 것이 검찰개혁 골자"라며 "똑같은 사람을 데려다 똑같은 구조로 중수청을 만들면 '검찰 특수부 시즌2'"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등 검찰개혁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뜨거운 쟁점은 아직 결론도 내지 못했다"며 "공소청과 중수청의 긴밀한 협력 관계라는 모호한 말로 검찰의 권한을 유지시켜줘선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연합
 

여권 내 반발에 놀란 당청…"당정간 이견 없다" 수습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안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까지 반발이 나오자 당정 간 혼선을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정부안과 관련한 정책 의원총회를 조만간 열겠다며 "가급적 질서 있게 토론할 수 있도록 개별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서 혹시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주시길 당 대표로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부, (개별) 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서 법무부, 법사위원, 원내 또는 당 정책위에서 모여 빨리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당정 간 이견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꼼꼼히 준비해 발표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공소청법안과 중수청법안과 관련,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병욱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당내 다양한 의원 사이에서 검찰개혁, 그 가운데 중수청·공소청과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당정 간 이견은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

 

"당명을 또 바꿔?" 국민의힘 향한 규탄 목소리

● COREA 2026. 1. 13. 06: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어제까지 책임당원 100만명 ARS 여론조사

14년간 여섯 차례 당명 개정, 일곱 번째 시도
"과거의 잘못 못 끊어내고 간판갈이만" 눈총

"차라리 해산하고 새롭게, 용기와 각오" 주문

 

국민의힘이 또 당명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책임당원 100만 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를 돌렸다.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두 차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새 당명 아이디어를 받겠단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란다.

 

'이기는 변화'라, 참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건 변화가 아니다. 그냥 책임 회피며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술책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헛된 몸부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리자, 또다시 꺼내든 카드가 당명 바꾸기다. 옷만 갈아 입으면 새 사람이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돌이켜보면 이들의 당명 변경 역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아니, 처참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시초로 본다면, 지금까지 무려 일곱 번째 당명 변경을 시도하는 셈이다.

 

민자당(1990년)에서 신한국당(1996년)으로, 한나라당(1997년)으로, 새누리당(2012년)으로, 자유한국당(2017년)으로, 미래통합당(2020년 2월)으로, 국민의힘(2020년 9월)으로, 그리고 이제 또 바꾸겠단다. 특히 2020년 한 해에만 두 차례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정치적 위기가 오면 당명을 바꾼다. 1995년 지방선거 참패 후 민자당은 신한국당이 됐다.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차떼기 당' 오명 속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파란색 당 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단행했고, 19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게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탄핵 사태로 새누리당은 몰락했다. 2017년 2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며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같은 해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그래서 또 바꿨다.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을 내세우며 미래통합당이 됐다. 하지만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180석을 내주고 대패하자, 불과 7개월 만에 또 이름을 바꿨다. 그게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2020년 9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 대다수의 간절한 희망을 당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단다. 보수·자유·공화 같은 이념적 색채는 지양하고, '당(黨)'자도 과감히 없앴다. 포용성과 직관성을 담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그게 불과 5년 전이다. 5년 전의 간절한 뜻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을 위한 힘은 제대로 발휘해봤나? 아니, 오히려 국민에게 짐이 됐다는 조롱만 받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이 "유일한 당명은 '국민의짐'밖에 없다"라고 꼬집은 게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번 당명 변경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음식점이 간판 바꿔서 영업 잘되는 것 봤냐"고 반문했다. 한지아 의원은 "당명 개정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내용과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 포장지만 바꾸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명을 바꾸면서도 제대로 혁신한 적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당명 변경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2017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지만, 지지율은 10%대 초반에 갇혔다.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만 바꿔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환골탈태하고 싶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마음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짓밟은 내란 행위였다. 국민의힘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것인가? 친윤 인사들을 당 요직에서 물러나게 할 것인가? 공천 개혁과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인가?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런 실질적인 변화 없이 간판만 바꾸면 뭐하나.

 

장동혁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정책위 의장에 친윤 정점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조광한 의원을, 윤리위원장에 김건희 여사 옹호 논란이 있던 윤민우 교수를 임명했다. 이게 강을 건너는 방법인가? 아니, 오히려 강에 빠지는 방법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당원 동지들은 '찬성'이라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결단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낸다는 게 당명 바꾸기인가? 그게 전부인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공허한 외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 역사는 너무 자주, 너무 뻔하게 반복된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국면 전환용 카드, 실질적 혁신 패키지 없이 진행되는 간판 갈이 쇼, 그리고 얼마 못 가 또다시 찾아오는 위기,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도 끊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전혀 없다.

 

옷만 바꿔 입는다고, 입으로만 외친다고 새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지난날 문제가 있었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내면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비로소 새 사람으로 거듭 났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진짜 혁신을 원한다면, 간판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건 또다시 반복되는 무책임한 도피일 뿐이다.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포장만 바꾸려는 얄팍한 술수다. 14년 동안 여섯 차례 바꾼 당명, 이제 일곱 번째를 준비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여, 대체 언제까지 이런 못난 장사치들이나 하는 치졸한 꼼수를 반복할 것인가? 불량품을 판 장사꾼이 욕 먹으면 간판만 바꿔 다시 장사하는 그 천박한 수법을, 소위 공당의 정치인들이 태연하게 구사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이건 정치가 아니다. 사기극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내란의 주범을 비호하고, 헌정 질서를 짓밟은 세력들이 간판만 바꿔 달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 세력으로 거듭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만 이 비겁한 게임을 끝내라. 간판 바꾸기 놀이를 멈춰라.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념과 정책으로,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과거의 적폐와 완전히 단절하고, 내란과 부패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공당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럴 용기도, 각오도 없으면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국민의힘이여,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과연 보수 정당으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아니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낡은 유물에 불과한가? 해답은 당신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토마스 김 기자 >

 

통화 1달러=80만 리알서 140만 리알로 반토막

11일까지 538명 숨지고 1만여 명 체포당해
통일적 목표도 통합된 중심조직도 없는 약점

미국 등 외세의 사주 탓으로 돌리는 이란 당국
“도우러 가겠다”는 트럼프 구두 개입의 양면효과
이란의 오랜 불행의 뿌리에 서방 제국주의 침탈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가디언 1월 11일.  
 

이란 화폐 리알(rial)의 미국 달러 대비 교환비율(환율)은 지난 1년 거의 2배로 올랐다. 지난해 1월 1달러=80만 리알이었으나 올해 1월엔 1달러=140만 리알을 넘었다. 리알의 가치(시세)는 그만큼 내려갔다. 거의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급락했다.

 

테헤란 시장 상점가에서 "못살겠다"며 시작한 시위

 

그렇지 않아도 종이조각 같은 통화가치가 다시 절반으로 떨어지고, 인플레율이 40%를 넘어가면 봉급을 받아봤자 반쪼가리가 돼 쓸 게 없고 거의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 산유국인 이 국가는 석유를 팔아 주요 생필품을 비롯한 많은 생산 및 소비재들을 수입해서 썼다. 그런데 국제적인 제재로 원유 수출도 극도로 제한되고, 국가 재정수입은 쪼그라들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품 가격은 폭등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봉급은 올라가지 않고, 화폐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져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물가마저 폭등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1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형 상점가 ‘그랜드 바자르’ 가게주인과 상인들이 더는 못 살겠다며 들고 일어난 이유다. 테헤란 시장 가게주인들과 상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시위는 삽시간에 이란 전국 100여개 도시로 확산됐고, 시위 참여자도 봉급쟁이, 학생, 노동자, 자영업자, 주부들로 확대됐다. 그들 모두가 테헤란 시장 가게주인과 상인들에 동조한 것은 그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슬람 근본주의 신정체제인 이란의 정치, 종교 지배자들은 이런 곤경을 돌파하는데 지극히 무능했고, 국내 곤경보다 시아파 이데올로기 전파와 방어를 위해 레바논, 시리아, 가자, 예멘 등지의 시아파 세력 지원에 더 신경을 쓰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시위자들에겐 그렇게 보였다. 절대 무오류를 주장하는 신정체제 지배자들은 ‘혁명수비대’ 호위 속에 특권을 향유했다. ‘혁명’은 부패했고 무능했다. 배고픈 국민들에겐,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가 고문을 당할 정도로, 일상의 자유조차 온전히 허용하지 않았다.

 

이란 통화 리알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변동 추이. 단위:만 리알.  지난해 1월 1달러=80만 리알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1달러=140만 리알을 넘어섰다.  아사히신문 1월 9일

 

경제적 불만에서 정권타도 반체제 시위로

 

그들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격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폭기의 폭격을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막대한 전비만 썼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구실로 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이란 제재는 한층 더 가혹해졌고 경제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만성적인 인플레, 높아가는 수입물가, 줄어드는 석유 수입, 통화가치 폭락과 대처 불능의 정부 무능, 부패와 이중 환율제 등의 정책 오류들, 기초생활마저 보장하지 못하면서 조이기만 하는 통제체제.

 

3주 째 접어든 이란의 최근 시위는 이런 배경 속에서 갈수록 거세지면서, 처음엔 경제적 불만에서 시작됐으나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을 외칠 정도로 정치색이 짙어지면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반체제 시위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테헤란의 한 병원 바깥에 모아 놓은 시위 사망자들 주검.   가디언 1월 11일

11일까지 538명 숨지고 1만여 명 체포당해

 

11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란 시위 과정에서 이날까지 적어도 538명이 숨졌으며, 사망자들 중에 490명은 시위 참가자들이었다.(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어시스턴츠 뉴스 에이전시) 나머지 40여 명에는 진압 군경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또 이란 당국이 체포했다고 밝힌 사람도 1만 600명 이상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단체는 11일 하루에만 적어도 192명의 시위자들이 사망했다.

 

주요 사망원인은 지근거리에서 쏘는 군경 치안부대 저격병들의 총격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 전국으로 확산된 시위.  동그라미는 시위 규모를 나타내는 것으로 작은 것부터 차례로 1-100명, 100-1000명, 1000명 이상. 가디언 1월 11일

 

이날의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8일 밤부터 이란에서 인터넷 접속이 거의 완전히 차단된 가운데 병원은 총격 피해자들로 넘쳐나고, 영안실에는 시신들이 쌓여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빌려 지난 8일, 9일 이틀간 수도 테헤란 시내 병원에 하루 150구씩의 시신이 실려갔다고 타전한 교도통신 보도를 인용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1월 9일, 테헤란에서 쿰 시민들과 만나 1977년 폐위된 샤 정권에 대한 봉기 기념일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12월 말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에서 시작된 경제 정책 실패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는 대학과 다른 도시들로 확산되었다. 2026.1.9.UPI. 연합
 

미국 등 외세의 사주 탓으로 돌리는 이란 당국

 

이란혁명수비대 등 국가 진압조직은 시위대가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건물을 파괴하고 경찰들을 살해했다며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고, 사법 당국은 시위 참가자들을 “신(하느님)의 적”이며 사형체 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권력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내부 불순분자들과 그들을 사주한 외세,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페제슈키안은 국영 탤레비전 방송 언터뷰에서 “외국세력과 관계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저격병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인권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1월 11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앞에서 '증오를 멈춰라 영국(Stop the Hate UK)' 시위대가 모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이란 국민을 지지하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금지하며, 이란을 이슬람 공화국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6.1.11. 로이터 연합
 

양면효과의 “도우러 가겠다”는 트럼프 구두 개입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이란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이란이 평화적인 항의 시위 참가자들을 쏘아서 폭력적으로 살해한다면 미국은 그들을 구출하러 갈 것이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8일에는 “폭동이 일어날 때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란 당국이) 주민들을 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철저히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했고, 10일에는 “이란(인들)은 아마도 전례없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며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에 자국군을 대규모로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합송한 사건과 동시간대에 나온 것이어서 이란 집권자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1979년 ‘호메이니 이슬람혁명’으로 반미국가가 된 이란과 1999뇬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반미로 돌아선 베네수엘라는 같은 산유국이기도 해서 일종의 동지국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의 8일 발언 하루 뒤인 9일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시위대가)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해 주려고 나라의 건물들을 파괴했다”며 “이란 사람들은 외국세력의 앞잡이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사도 같은 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 “협박과 의도적인 폭력을 조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내정간섭을 최고도로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썼다.

 

아직은 구두 개입 단계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시위대를 어느 정도 고무시키는 효과를 내는 반면, 이란 당국의 강경진압에 빌미를 제공하고 탄압을 정당화하며, 시위대의 저항 명분을 약화시키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 지금 상황에선 실제로 미국이 이란 상황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위대를 고무시키는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자각과 함께 오히려 시위대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접속할 수 있는 기기들을 이란 내에 반입시켜 인터넷 차단에 따른 시위대의 정보난을 해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행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1월 11일 ,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시위대가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2026.1.11. AP 연합
 

이란의 오랜 불행의 뿌리 서방 제국주의 침탈

 

이란에서는 1979년 호메이니 혁명 뒤 20년 만인 1999년에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하에서 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시위가 확산돼 대규모 반체제 시위로 발전하면서 혁명수비대 등이 진압에 나서야 했던 적이 있다. 그 10년 뒤인 2009년에도 보수파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됐을 때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수백만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다시 10년 뒤인 2019년에는 가솔린 가격 폭등에 반발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으며, 진압과정에 다수의 사망자가 났다. 그리고 3년 전인 2022년에는 쿠르드인 20대 여성이 히잡을 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된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반체제 시위로 발전했다. ‘여성, 생명, 자유’를 구호로 내건 2022년 시위는 인권 차원을 넘어 이란 신정체제 자체에 대한 거부와 저항의 성격이 짙었다.

 

또다시 3년만에 일어난 이번 시위도 빈체제적 성격이 강하다. 점점 더 시위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그만큼 더 피폐해졌기 때문일까, 종교적 근본주의 억압체제에 사람들이 지쳤기 때문일까.

 

약점은 아직 통일된 목표도 통합된 중심조직도 없다는 것

 

시위대의 결정적인 약점은 통일된 목표도, 전략과 전술을 짜고 제시할 통합된 지도부 내지 중심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반체제 시위에 이란 신정체제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무기가 미국 및 서방이라는 ‘적’이자 ‘배후세력’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서방이 얼핏 피해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란을 비롯한 ‘중동 비극’의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이용해 온 원죄가 서방 제국주의에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979년 호메이니의 ‘반미’적 이슬람 혁명부터가 1953년 민족주의적인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권을 쿠데타를 사주해 무너뜨리고 중동 석유 이권을 차지한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 침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반도 분단을 비롯한 세계의 ‘분쟁지역’ 대다수도 그와 다르지 않다.         < 한승동 기자 >

 

13일 폭동 일어난 서부지법서 영장실질심사
경찰 영장 신청하면서 '증거 인멸 도주 우려'

압색 전 사랑제일교회 PC 대량 교체한 정황
혐의도 부인…집회 다니며 '국민저항권' 주장

예배 중에도 "사건·사고 없었다"며 '혐의 부인'
여 "지위·영향력 관계없이 엄정한 책임 물어야"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18. 연합
 

서울서부지법 폭동 배후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가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는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약 1년 만에 사법 판단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 씨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언급한 '국민저항권'을 여전히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씨의 사랑제일교회는 지난해 경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PC를 대량 교체 하는 등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이 있다.

 

전 씨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17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반려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이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를 보강하면서 지난 8일 영장을 청구하게 됐다.

 

전 씨는 지난해 1월 19일 윤석열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교회 관계자와 극우 유튜버들을 서부지법 앞으로 모이도록 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국민저항권'으로 법원을 때려 부숴야 한다는 발언을 해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가 주장하는 국민 저항권이란 민주 질서가 침해돼 합법적 수단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때, 국민이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경찰은 전 씨에게 영장을 신청하면서 전 씨의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한 지 7개월 뒤인 지난해 8월 5일 경찰은 전 씨의 자택과 그의 딸 주거지, 사랑제일교회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전 씨 측이 압수수색 2~3주 전인 7월 중순 사랑제일교회 사무실 PC 대거 교체했다면서 증거 인멸을 주장했다. 당시 교회 관계자의 휴대전화 녹음에는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 알고 바꿨다"는 내용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
 

전 씨는 구속영장에 담긴 혐의들을 부인하듯 서부지법 폭동의 동기가 된 '국민저항권'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이 주도하는 자유마을대회에서 "해법은 오직 국민저항권 뿐"이라면서 "4·19 때도 200명이 희생됐다. 우리는 무혈혁명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광화문 광장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고 집회 참여와 자유통일당 가입을 촉구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부산역에서 열린 '자유 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자유마을대회'에선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면서 "계엄이 없었다면 이미 국민이 북한으로 끌려갔을 것"이라고 내란을 정당화시켰다. 그는 또 다른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헌법 위에 있는 것이 국민저항권"이라며, 폭도들의 행태를 정당한 행위로 인식시키고 있다.

 

전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지난 11일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전국 주일 연합예배 설교 중 "내가 감옥에 가더라도 울지 말라"며 "하나님이 필요해서 감옥에 다녀온 사람은 다 대통령이 된다"고 했다. 이어 "구속이 되더라도 편지로 계속 써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옥중서신을 내게 하라"며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설교를 마치면서 "서부사태 검사, 재판부가 나를 부르지 못하게 하라"며 "우리가 타이어를 빵꾸(구멍)낸 적 있나, 담을 넘은 적이 있나. 8년 동안 한 번도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예배에 참석한 교회 관계자들과 윤석열 지지자 등은 전 씨의 말에 호응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들은 뒤 입장문을 내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보복이자 중립성을 상실한 보여주기식 법 집행의 전형"이라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비법률적이고 비상식적인 심리학 용어를 영장에 삽입해 전 씨를 현장 조정자로 몰아간 것은 명백한 법률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폭도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
 

여권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전 씨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조치"라며 "법원을 침탈하고 공권력을 조롱한 집단적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 행위를 선동하거나 조직한 배후 세력이 있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배후세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를 방패 삼아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폭력과 불법을 선동할 자유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혐의가 확인된다면, 지위와 영향력에 관계없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법 앞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법치를 흔들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행위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