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언론 "한국, 사업비 60조원 잠수함 수주 차원"

강훈식 "자동차 전략적 협력 강화 호혜적
북미 자동차 산업 핵심 거점에 새 교두보"

카니 총리 면담, 이재명 대통령 친서 전달
잠수함 입찰 일부로 '자동차 투자' 요구

한화-현대차와 TKMS-폭스바겐 '경쟁'
트럼프-카니 '최악 갈등' 변수 될 수도

 

이재명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2025. 06. 17 [청와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한국과 캐나다가 한국의 자동차 부문의 제조 및 투자를 캐나다로 유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글로브앤메일(G&M), CTV뉴스 등 캐나다 언론들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G&M과 CTV뉴스는 '오타와와 서울, 한국 자동차 제조의 캐나다 유치 협력에 합의'란 기사에서 한국이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12척 건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런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잠수함 사업비는 420억 달러(약 60조 원)에 이르고 50년 이상 지속되는 계약인 만큼 유지·보수까지 고려하면 1000억 달러(약 142조 원)에 이를 걸로 봤다. 성사된다면 전략적으로도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관계가 격상되게 된다.

 

'정부 간 계약'이 될 이번 잠수함 사업 입찰 제안의 일부로 마크 카니 캐나다 정부는 한국에는 현대차의 캐나다 생산 시설 건설 확약을, 독일엔 폭스바겐 관련 자동차 생산 강화를 요청한 상태다.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인해 생산 감축과 해고 사태에 직면하자 자동차 부문 강화 방안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캐나다에 자동차 생산 시설이 없고, 폭스바겐은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온타리오주 세인트 토마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다.

 

22일 한화오션 거재사업장을 찾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등이 한화오션이 건조한 잠수함인 장영실함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23 [한화오션 제공] 연합
 

잠수함 입찰의 일부로 '자동차 투자' 요구
한화-현대차 vs 노르웨이 TKMS-폭스바겐

 

캐나다 온타리오주(주도 토론토) 남부에는 포드, GM, 스텔란티스, 혼다, 도요타 등 5개 자동차 제조사가 있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미국의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최근 몇 년간 생산을 줄이고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G&M에 따르면, 이 양해각서엔 27일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오타와를 방문한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캐나다의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이 서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 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 대표단이 26일 오타와를 찾았다. 여기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합류했다.

 

신문은 "이 MOU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측은 자동차, 전기차와 배터리, 수소차의 제조 촉진을 위한 협력을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합의서는 오타와와 서울이 "캐나다 내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점유 공간"뿐 아니라, "전기차(EV) 제조 기회들"의 확대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G&M에 따르면, 또한 양국은 "캐나다 내에서 한국 배터리 제조의 존재" 뿐아니라, "제조, 핵심 광물 추출 및 정제, 연구, 개발과 채굴을 포함한" 배터리 공급망 구축의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합의는 "두 경제의 상호 보완성과 산업 분야 협력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수소 추진 상용차와 안정적인 수소 생산 및 공급망 협력도 언급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철강과 시멘트 산업, 원자력 및 액체천연가스(LNG) 분야의 협력도 다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D.C.의 앤드류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모든 미국 신생아에 대한 대규모 국영 투자 지원 프로그램인 '트럼프 계좌'(TrumpAccounts) 출범식 도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26. 01. 28 [AP=연합] 
 

강훈식 "자동차 전략적 협력 강화 호혜적,
북미 자동차 산업 핵심 거점에 새 교두보"

 

강훈식 실장은 27일 토론토에서 열린 '한·캐나다 산업협력포럼'에 참석하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온타리오주는 북미에서 자동차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자동차 산업의 거점이기도 하다. 직접고용 일자리만 해도 10만 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예정되었던 생산설비 투자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져, 업계와 정부 모두의 고민이 깊어 보였다. (캐나다) 정부가 이번 잠수함 사업 선정 과정에서 산업 협력, 특히 자동차 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사정이 일견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실장은 "양국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상호 호혜적인(win-win)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북미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에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고, 캐나다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G&M에 따르면, 작년 캐나다는 차기 잠수함 후보로 한국의 한화그룹과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TKMS 포함) 두 곳을 택했다. 한화는 '장영실급 배치-II(KSS-III Batch-II) 잠수함이며, TKMS는 스텔스 성능을 강화한 '212CD'를 제안했다. 캐나다가 핵추진 잠수함을 배제해 둘 다 디젤-전기 잠수함이다. CTV뉴스는 "한화는 잠수함 수주를 위해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 스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 협력 특사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예방하고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2026. 01. 28 [출처. 강훈식 실장 페북] 시민언론 민들레 
 

카니 총리에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 전달
트럼프-카니 '최악 갈등'이 변수로 작용?

 

또한 강 실장은 29일 자 페이스북 글에선 카니 총리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총리 비서실장과 국방장관, 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 재무장관, 산업장관 등 최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잠수함 사업과 산업·안보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는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을 자국의 산업정책, 안보정책의 근본적인 대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단순히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모든 고위급 인사들이 일관되게 전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잠수함 사업은 대한민국에도 방산 대도약의 계기다. 성사 시 역대 최대 규모의 서구권 진출이 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나토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강 실장은 잠수함을 소개하며 "내 아들과 내 딸이 탄다는 마음으로 설계하고 제작한다"고 했고, 그렇기에 '5스타 호텔'처럼 만들고자 한다"고 얘기했다가 털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중국, 미국, 인도 등 3개국을 넘나드는 광폭 글로벌 경영활동을 펼쳤다고 14일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 임직원들과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2026.1.14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이고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고 중국과 무역합의를 하면 100% 관세를 때리겠다고 '비이성적 협박'을 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역대 최악이고, 캐나다 내 미국 자동차 공장 감축· 철수도 캐나다 압박용 측면도 있는 상황이 잠수함 수주를 위한 우리 정부의 현지 자동차 생산 시설 건설이나 투자 협력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카니는 지난 20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불법 침공과 대통령 납치, 기소와 덴마크 반자치령인 그린란드 강탈 추진, 캐나다 51번째 주 편입 주장 등으로 대변되는 트럼프 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중견국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호소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 이유 기자 >

 

한국, 캐나다 내 자동차 제조기반 확대 추진…양국 MOU 체결

 

 
평택항에 세워진 수출용 차량들 [연합]
 

한국이 캐나다 내 자동차 제조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을 캐나다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캐나다 산업부는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이 앞서 캐나다를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양국 간 미래 모빌리티 분야 산업 협력 강화 및 한·캐나다 산업협력위원회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협약은 경제적 번영과 공급망 회복에 초점을 맞춰 양국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협약에 따라 양국은 산업성장 증대를 지원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 한-캐나다 산업 협력 포럼을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캐나다 내 한국 자동차 산업 기반의 확대를 추진하고 캐나다의 전기차(EV) 제조 기회를 증진하는 협력 의향이 포함된다.

 

캐나다 산업부는 "캐나다 정부는 배터리 생산, 배터리 소재 가공, 캐나다 핵심광물의 정제·가공·재활용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지원함으로써 캐나다의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 자동차 부문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협약은 캐나다의 자동차 부문을 성장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래형 차량 제조 분야에서 캐나다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 수주 지원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 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 중이다.

 

앞서 강 비서실장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캐나다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해 양국 산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양국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호혜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간 협력시) 대한민국은 북미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에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고, 캐나다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이지헌 기자 >

 

양심을 저버린 판결이 불러오는 사법개혁
무상 여론조사 "계약서 안쓰면 무죄냐" 비아냥
윤석열 풀어준 지귀연 · 초고속 판결 조희대 연상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연합 자료사진
 

양심1 良心. 명사.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결은 단순히 기계적인 법리 적용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요구되는 '양심'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옳고 그름, 선과 악, 도덕 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양심은 단어 자체에서 드러나듯 그 본질이 개개인 의식이나 마음인 만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800원 횡령 버스기사'나 '초코파이 절도' 사건 유죄 판결에 일었던 공분을 통해 우리는 최소한 시대가 요구하는 양심이 무엇인지 확인해왔다.

 

전날(28일) 우인성 부장판사가 김건희 씨에게 내린 징역 1년 8개월 선고에 대한 비판, 분노, 허탈감도 단순히 턱없이 낮은 형량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버스기사의 800원, 단돈 1050원 짜리 초코파이에도 매우 엄격했던 '법리'와 '양심'이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인 영부인에게만 적용되지 않은 예외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공범들은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유독 김건희 씨만은 공범도 방조범도 아니라면서 무죄 선고를 내린 데 대해 개개인이 가진 양심이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우 부장판사 자신도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을 뿐 아니라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주기로 한 수익금 40%가 일반의 경우보다 상당히 높았던 점 ▲증권사 직원과 통화에서 녹음을 염려하며 비정상적인 거래를 암시하는 행동을 한 점 등은 김건희 씨를 공동정범으로 볼 만한 대목이었다. 다른 재판부에서 유죄로 인정한 '통정·가장 매매' 가운데 47%가 김건희 씨 계좌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점, 특검 공소장에서 김건희 씨가 최소 8억 원 상당의 돈을 챙겼다고 한 점 등을 종합할 때도,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했다고 보는 게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우 부장판사는 스스로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을 미필적으로 인지했다면서도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며 "시세 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두둔했다. 공범관계가 비교적 쉽게 인정되는 한국 사법체계에서 김건희 씨만 예외였다. 시장 질서를 해치는 통정매매도 마찬가지였다. 우 부장판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를 블랙펄인베스트에 넘겨주려는 목적으로 매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통정매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단정하기 어렵다'는 표현을 통해 소극적인 법 해석에만 그쳤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8.6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김건희 씨의 무죄를 두고 특검이 공동정범 혐의만 적용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에 방조범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단순히 특검 탓만 할 순 없다. 법원은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錢主·돈줄)' 손아무개 씨를 공범으로 볼 수 없다면, 시세조종 가능성을 짐작하면서도 계좌를 제공하고 묵인한 방조범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한 전례가 있다. 비록 형사소송법상 공소장 변경이 판사의 의무 규정은 아니더라도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다면 최소한 방조범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지만, 우 부장판사는 내내 손 놓고 있다가 선고에 와서야 "방조의 성립 여부는 공방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는다"며 아예 따져 보지도 않았다.

 

바로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1심 선고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특검이 기소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범 혐의가 적용이 어렵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정범으로 판단해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사례와 비교하면, 우 부장판사의 판결은 그 자신이 선고 직전 언급한 '형무등급'(刑無等級·형벌에 등급은 없다) '추물이불양'(趣物而不兩·사물을 대할 때 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아니한다)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통일교가 청탁을 위해 제공한 샤넬백 2개 중 1개만 인정하고, 나머지 1개는 대통령 당선 축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청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당선 축하를 위해 800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는 게 최고위 공직자 배우자로서 당연한 것인가. 우 부장판사 스스로 값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고도 검소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을 뱉어놓고, 인사치레로 800만 원이 넘는 선물을 받는 건 죄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설득이 되겠는가.

 

또 무상 여론조사 수수 혐의과 관련, 명태균 씨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서 무죄라는 논리에 대해 "계약서 안 쓰면 범죄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윤석열이 대통령 당선 뒤 명태균과 통화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대해 "(공천 줄라했더니) 당에서 말이 많네"라며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만천하 드러났음에도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우 부장판사의 판단을 믿을 근거는 무엇인가.

 

사법부 신뢰를 떨어트린 핵심 인물로 꼽히는 지귀연 판사(왼쪽)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 자료사진 편집

 

양심을 저버린 판결이 불러오는 사법개혁

 

이번 판결에서 사법부는 '철퇴'는 못 내리더라도 최소 '회초리'라도 들었어야 했지만 사실상 '깃털'로 때리는 수준의 벌을 내리면서,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는 선량한 양심들을 철저하게 짓밟게 됐다. 이로 인해 그에 앞서 시대의 양심를 외면했던 판결들도 자연스럽게 재소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귀연 부장판사의 '내란 우두머리 석방'이다. 앞서 내란 국면이 극에 달하던 지난해 3월, 지 부장판사는 구속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논리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풀어줬고, 이로 인해 시민들은 노여움 속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범죄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시대의 양심도 보지 못했을 뿐더러, 기계적인 법리 적용에도 실패한 전형적인 법 왜곡이었다.

 

윤석열 파면 뒤인 지난해 5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을 초고속 판결하며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고 시도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내란 이후 사회 변혁을 꿈꾸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반 상식을 소수 법조 엘리트가 뒤집으려는 쿠데타와 다름 없었다. 법관 1명이 6만 장의 소송 서류를 물도 마시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평균 1분당 1장씩 읽어도 41일 16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대법원은 단 9일 만에 판결하면서 법관의 의식 수준과 양심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곧 사법개혁 담론으로 이어졌다.

 

이번 김건희 씨에 대한 선고도 앞선 지귀연·조희대 사례처럼 사법개혁 필요성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날 김건희 씨의 선고가 나오자마자 여당 정치인들 사이에선 "사법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김용민)" "사법개혁을 서둘러 완수해야 한다(박성준)"는 요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사법개혁 불씨를 당겼던 "지귀연보다 더한 판사가 나타났다(양부남)"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우 부장판사의 판결로 정치권에서 사법개혁 논의는 다소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사법개혁은 조희대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사법개혁 완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 대표의 말처럼 시대의 양심을 저버린 판사들이 스스로 자초한 개혁에 맞닥뜨렸을 때, 판사들은 스스로 뭐라고 말할까. 특검 구형량의 9분의 1토막짜리 판결을 내놓고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는 게 양심에 맞는 일일까.   < 김성진 기자 >

 

"지귀연보다 더하다"…우인성 판사에 비판 쇄도

 

한병도 "V0 본질 철저 외면…종합특검 당위성"
양부남 "지귀연에 놀랐는데 슈퍼 지귀연 나타나"
조국 "김건희에 주가조작 무죄 선물 주려 작정"
서왕진 "공소시효 완성, 지귀연 신공에 버금가"

'이재명 조폭 연루설' 장영하 무죄 선고도 도마
참여연대 "국정농단에 면죄부…특검 즉시 항소"
촛불행동 "조희대 사법부, 내란 세력 최후 보루"
천주교정의평화연대 "우인성, 역사에 남을 오점"

 

윤석열 내란 사건의 1심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왼쪽)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등의 1심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건희 씨에 대해 고작 징역 1년 8개월 및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우 부장판사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조폭 연루설'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와 '소년원 출신' 주장을 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강용석 변호사에게 지난해 1심에서 각각 무죄를 선고(2심에서 모두 유죄로 뒤집힘)했던 사례 등 과거 석연치 않던 판결들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판결은 김건희 씨가 국정을 주무른 'V0' 비선 권력이자 사실상 공동 정권의 운영자였다는 본질은 철저히 외면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씨를 통한 '여론조사 무마 수수'라는 거대 범죄에는 눈을 감았다"며 "부당이득을 취한 명백한 증거가 있고 공모 정황이 생생한 녹취로 있는데도 '알았지만 공모는 아니다'라는 법원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심이 외면한 진실을 바로 잡아야 할 상급심의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수사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주가조작부터 양평 고속도로, 여론조사 의혹까지 일괄 처리할 제2 종합특검 도입 당위성이 완성됐다. 특검을 통해 법 앞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끝까지 증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형사법 권위자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인성 재판장, 판결문에서 법언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거론했다. 이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압축한 것"이라며 "문제는 이 원칙의 적용이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어떤 사건은 피고인의 모든 항변을 일거에 날리고 중형을 선고하면서, 어떤 사건은 이 원칙을 적용해 다 풀어준다. 형사법 원칙인 '자유심증주의'가 아니라 '자의(恣意)심증주의'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우 재판장의 판단이 모두 맞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그의 판단대로라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방조범'은 성립한다. 왜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판결문 문구에서 드러나듯 우 재판장은 '권력을 잃은 자' 김건희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점에서 주가조작 혐의에 무죄 판결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작정했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대통령은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경고하는데 사법부는 '주가조작 승승장구'를 부추긴다. 총 3127회의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해 8억 1000만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공범 김건희에게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했으나 공모는 아니다'라는 기묘한 논리가 적용됐다"며 "구속 기간을 날(日)이 아니라 시간으로 변경한 지귀연의 신공에 버금가는 사건 쪼개기로 공소시효를 완성하는가 하면, 방조의 죄라도 물어야 하는 책임은 과감히 생략한다. 봐주려 작정한 것이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개탄했다.

 

신장식 최고위원은 "우인성 재판장은 '정의의 수호자'인지, 아니면 '김건희 변호인'인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면서 "우인성 재판장의 1심은 항소심에서 바로 잡힐 것이다. 우인성 판사가 소위 '이재명 조폭 연루설' 주범 장영하 씨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가, 항소심에서 실형으로 바로잡혔던 바로 그때처럼"이라고 '전력'을 겨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025.8.6. 연합
 

검사 출신 민주당 양부남,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판사 출신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 1심 판결을 집중 분석하며 우인성 재판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부남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이 왜 잘못됐는지 밝히려면 이번에 유죄가 선고됐어야 탄력을 받는데 무죄가 선고됐다. 이 판결 보고 아주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판결이 아니라 언어유희다. 말장난이고 혹세무민한 것이다. 사법개혁, 배심제가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쏘아붙였다. 또 "지귀연보다 더한 판사가 나타났다"며 "우리가 지귀연 보고 놀랐는데 슈퍼 지귀연이 나타난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은정 의원은 "김건희도 놀랄 판결"이라고 규정한 뒤 "저는 판사가 형사재판에서 선고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리겠다' 이렇게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부끄러운 자기 변명이다. 유죄 판결하고 나서 피고인한테 인사하는 재판장도 처음 봤다"며 "저 판사가 굉장히 이상하다. 그러니까 증거와 법리판단이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과 완전히 배치되고 권오수 등 공범들에 대한 확정판결과도 배치된다. 공소시효도 이상하게 계산했다. 노골적인 김건희 봐주기"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김승원 의원은 "대법원 기존 판결과 배치된다는 게 맞다. 시세조종을 알았지만 다른 공동정범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공모 관계가 없다? 이거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완전히 배치된다"면서 "승계적 공동정범 이론과도 배치된다. 사실은 자기와 연결된 직전 사람이라든가 그 윗사람만 알아도 공모공동정범의 고의를 인정해왔는데 (범행을) 전체적으로 다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해버렸다. (통일교 측에서 받은 샤넬백의 경우) 몰수가 맞는데 추징을 한 것도 이상하다"고 어이없어했다.

 

나아가 "이 판결의 파장이 너무나도 큰 게,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거의 비슷한 이익을 받은 사람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다. 또 이 사건 수사를 엉망으로 했던 중앙지검 검사들이라든가, 명태균 사건을 깔아뭉갰던 창원지검 검사들한테도 명분을 줬다"며 "주가조작에서 제일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쩐주'들한테도 시세조종하고 어떻게 조작했는지 모른다고 하면 무죄 받을 수 있다는 퇴로를 열어줬다. 배심제뿐만 아니라 정말 AI 판사를 도입해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탄식했다.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05.12 5 연합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V0' 김건희 1심 대부분 무죄, 납득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주가조작이나 공천 개입 관련 특검 수사를 통해 구체적 물증과 진술이 확보됐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외면했고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무죄 판결로 국민적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특검은 즉시 항소해 'V0'라 불리며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로 국정을 농단한 김건희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판결의 문제점을 혐의별로 하나하나 거론한 뒤 "김건희가 주가조작과 공천 개입의 핵심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알선수재에서조차 일부만 유죄를 받은 것은, 사실상 국정농단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김건희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반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죄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법원의 논리는 국민의 법상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촛불행동도 <김건희의 특급범죄에 면죄부를 준 조희대 사법부, 탄핵이 답이다>라는 성명을 통해 "김건희 특검이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여 원을 구형했는데 우인성 재판부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렸다. 한덕수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판결을 본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면서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요구, 범죄의 중대성을 모두 무시하고 김건희를 수괴로 한 내란 세력의 최후 보루 노릇을 감행했다. 조희대를 이대로 두고 내란과 국정농단 범죄를 단죄할 수 없다. 조희대를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정의평화연대는 <법은 약자에게만 엄격한가-우인성 재판부 판결에 분노하는 이유>라는 입장문에서 "이번 판결을 지켜본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다. 분노다. 왜냐하면 이 판결은 한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법이 누구에게는 높고, 누구에게는 낮은 문턱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며 "우인성 판사는 역사에 남을 오점을 남긴 판사로 기억될 것이다. 눈 한 번 딱 감고 판결했지만, 이제 그가 남긴 판결은 두고두고 역사의 장에 비겁하고 불의한 판사의 대명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중도 성향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김건희 1심 판결의 '핵심 범죄 축소'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주가조작, 종교 유착, 공천 개입이라는 구조적 권력형 범죄의 몸통은 비껴가고 뇌물 수수라는 꼬리만 자른 격이다. 사법부는 오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로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면서 "경실련은 항소심과 특검에 강력히 촉구한다. 여론조사 무상 수수가 갖는 선거 개입의 위법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형식적인 법 해석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가 양형의 '감경'이 아닌 '가중' 요소임을 명확히 판시해야 한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김건희 재판부 빈약한 법리, 도덕적 훈계로 포장

범죄 중대성 판단 않고 개인 품성 탓으로 축소
유죄 정황 · 증거는 극도의 좁은문 거치게
변호인 주장엔 넓은문… 이중잣대 드러내
권력자 주저없이 처벌 '형무등급' 거꾸로 해석

 

28일 김건희 씨에게 선고된 1년 8개월의 실형은 대체로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의 법상식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김건희 범죄의 핵심에는 무죄를 선고하고 알선수재만 일부 인정했다. 유무죄 판단의 타당성 여부와 형량이 적정한 것이었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판사는 자신이 무엇을 다뤄야 하는 것인지에서 표류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내놓은 판결문의 수사(修辭)는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만큼이나 공허한 것이었다.

 

판사는 김 씨에 대해 본인의 지위를 망각하고 명품을 수수한 것을 ‘사치’라며 꾸짖었지만, 그렇게 꾸짖은 판결문이야말로 ‘사치'였다. “검소하나 남루하지 않을 수 있다”고 훈계했지만 정작 그가 판결에 적용한 논리와 증거에 대한 판단이야말로 남루했다. 도덕적 훈계의 수사 뒤의 빈약한 법리와 상식을 드러낸 것이었다. 재판부가 김건희 씨에게 들려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누추함과 사치는 재판부 자신에 대해 먼저 새겨져야 할 말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026.1.28. 연합
 

무엇보다 이 재판의 본질은 피고인이 ‘사치스러운가’ 혹은 ‘검소한가’와 같은 도덕적 태도에 있지 않다. 사건의 핵심은 최고권력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공직 수행의 청렴성과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는지 여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고사성어를 동원해 ‘절제’의 덕목을 훈계하며 사건을 도덕적 차원으로 바꿔버렸다. 불법성 여부와 범죄의 중대성에 대해 판단해야 할 것을 개인의 품성과 수신의 차원으로 옮겨버렸다. 전 대통령 윤석열 씨가 아내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성정이 박절하지 못해서”라고 했던 말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우인성 부장판사가 인용한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은 우 판사 자신이 이 금언이 지녔을 본래의 의미를 거꾸로 해석했음을 드러냈다. '형무등급'은 권력자를 벌할 때 주저하지 말라는 뜻이지, 권력자의 범죄를 일반인의 그것과 똑같이 처리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진정한 법 앞의 평등은 권력이 없는 일반인과 막강한 권력을 쥔 자를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자는 그 권한에 비례하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받으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가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실질적 정의'랄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피고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권력자의 특혜를 정당화해 주는 ‘기계적 중립’이며 나아가 중립의 외양을 띤 실질적 불평등이다. 그러나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는 이 대원칙은 재판부에 의해 "권력자에게도 일반인과 똑같은(혹은 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관용과 면죄부의 근거로 변질돼버렸다.

 

재판부는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증거와 정황들이 과연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느냐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문제는 ‘의심스럽다는 판단’ 자체가 피고인에게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에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직무 관련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유독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의심’의 잣대를 가동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증거를 대하는 것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가조작 여론조사 무상 수수와 관련된 수많은 물적 증거와 정황, 관련자들의 유죄 판결 등 김건희 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수많은 정황과 증거 앞에서는 극도로 좁은 문을 거치게 했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거나 "대가성이 의심된다"는 김 씨 측의 주장에는 한없이 넓은 문을 열어줬다. 유죄의 입증에는 ‘바늘구멍’을, 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에는 넓은 대문을 열어줬다.

 

재판부가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했던 의심이 있다. 판사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강조하기 전에 그 ‘의심’ 자체가 피고인의 권력적 지위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자문했어야 했다. 판사에게 결여된 것은 바로 그 ‘의심에 대한 의심’이었다. 우 부장판사가 밝힌 대로 헌법 제103조에 따라 ‘양심껏’ 판단하고자 했다면, 고사성어를 꺼내 들기 전에 본인의 판단 과정에 내재된 ‘의심의 불균형성’부터 의심했어야 한다.

 

이번 재판의 판결문은 법률가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행태, 옛 고사성어를 습관적으로 인용하는 습성을 보여준 것인데, 그러나 그 같은 문자의 사용은 때로는 법리적 빈곤을 감추는 분장이며 방벽이 되기도 한다. 엄정한 유무죄 판단과 양형의 이유를 법률적 용어로 조목조목 설명하기 궁색할 때, 판사들은 고전의 권위에 기대어 비유와 상징 뒤로 숨어버린다. 그럴 때 그같은 언어들은 판결문에 권위를 입히려는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판결의 빈곤과 부실을 오히려 뚜렷이 드러내는 ‘남루한’ 말들이 돼버린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난해한 고사성어를 판결의 핵심 논거로 가져오는 것은 시민의 언어라야 할 법의 언어를 우월적 지배자의 언어로 만들기도 한다. 이는 법정의 상식과 시민 간의 거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수평적인 거리일 뿐만 아니라 시민 위에 자신을 놓으려는 지적 오만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 김건희 재판의 판결문은 김건희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재판부의 판단 간의 상당한 거리와 함께 지금의 대한민국 사법부와 시민들 간의 먼 거리, 시민 위의 군림을 또한 보여준다.          < 이명재 기자 >

 

세상이 다 아는데 '증거 없음'… 김건희 봐주기 판결

 

담당 판사가 자기만 모른다고 ‘무죄’ 때려
'뇌물 계약서' 없다고 명태균 여론조사도 무죄
언변만 화려하고 철학도 역사의식도 없지 않나
우리나라 법관 양성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증거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있었다.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집 앞을 지나는 행인을 잡아다 자기의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보다 키가 짧으면 키를 늘려서 죽이고, 키가 길면 긴 만큼 잘라서 죽였다. 수사를 그렇게 하면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을 밝히는 게 아니라 생사람을 잡게 된다. 법을 그렇게 집행하면 살아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죽이지 않고 풀어주기로 작심한 프로크루스테스 판관

 

TV로 중계되는 김건희 선고 재판을 보면서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했다. 프로크루스테스라는 판관이 있다. 그에겐 각각의 죄에 해당하는 침대가 있고, 피고인이 오면 그 침대에 눕혀 키가 1mm 오차도 없이 침대에 맞으면 유죄가 입증된 거라며 감옥에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증거 부족이라며 무죄로 판단하여 다 풀어줬다. 그렇게 판결을 하면 거리에는 범법자들이 활보하고 감옥은 텅텅 비어 있을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풍자한 중세의 삽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범죄 사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로 판결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라고 한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격언도 있다. 둘 다 같은 의미일 것이다. 멋진 말이다. 그런데 그 원칙과 격언이 멋진 말이 되려면, 그 피고인에게 죄가 없어야 한다. 그게 아닌데 그 원칙과 그 격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법원의 그물은 성기어 법을 잘 알고 머리만 잘 굴리면 죄를 짓고도 얼마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으니 탈법과 편법을 장려하게 될 것이다.

 

김건희가 연루된 주가조작이 있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주가조작으로 막대한 돈을 번 것도 사실이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평생 모을 수 없는 금액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통정매매의 정황까지 있으니 김건희도 주가조작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주가조작 일당과 같이 주가조작을 모의하고 실행한 공범이라는 증거가 없으니 무죄란다. 방조죄로 기소했다면 유죄가 될 수 있지만, 방조죄로는 기소하지 않았으니 방조죄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단다.

 

세상이 다 아는데 판사만 모른다고 ‘증거 없음’

 

명태균에게서 여론조사 보고서를 받았다. 검찰총장을 하다가 대선에 뛰어든 윤석열에게 유리한 조사였다. 때로는 여론조사 보고서를 재촉하기도 했다. 대선후보의 부인이 된 김건희는 명태균을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극진하게 대하며 선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명태균이 선불로 돈을 받고 여론조사를 해준 건 아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에게 김영선의 공천을 부탁했고, 김영선은 공천을 받았고 명태균은 김영선에게서 돈을 받았다.

 

명태균과 김건희가 주고 받은 카톡 메시지. MBC 뉴스 화면 캡처

 

여론조사 계약을 하진 않았단다. 뇌물을 주고받으면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은 없다. 바보도 그렇게는 안 한다. 한국 사회에선 ‘내가 해주라고 했는데 말이 많네’라는 건, 청탁이 통했다는 거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 가장 힘이 세다는 말도 있다. 김영선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했다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봐주라고 했다는 걸 알면서도 반대한 공천관리위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김영선에게 공천을 주라고 한 것만으로도 선거 개입과 청탁의 죄는 성립한다. 미수에 그쳤어도 불법인 건 맞다.

 

명태균의 여론조사는 조작일 개연성이 높다. 여론조사 조작은 합리적인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행위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선후보가 그걸 몰랐을 리 없다. 명태균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법에 어긋나는 여론조사를 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대선후보가 거리낌 없이 그걸 받아보았다는 것이다.

 

누굴 위한 ‘100% 범죄 입증 안 됐으니 무죄’ 금과옥조인가?

 

윤석열은 국민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에게 내내 밀렸으나 당원 투표에서는 높게 나와 가까스로 국힘당의 대선후보가 되었다. 대선에선 0.73%의 미세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기에 김건희는 ‘셀럽’ 흉내를 내며 영부인으로 호사를 누렸고 여기저기서 명품백도 받고 다이아 목걸이도 받고 고급 시계도 받고 금거북이도 받고 억대의 그림도 받았다. 명태균의 여론조사가 윤석열 당선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계량하여 산출할 수 없으니 판결에 반영하면 아니 되는가?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다음 날 명태균과 통화했고, 명태균에게 김영선 공천을 약속했다. 

 

김건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 국민이 안다. 약간의 과장을 하자면, 누구네 집에 숟갈이 몇 개인지 아는 정도로 훤히 안다. 그런데 주가조작 혐의도 여론조사 관련 혐의도 무죄란다. 그 판결에 공감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인터넷 세상에선 돌풍이 일어나고 재판의 권위, 법원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진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이 집단으로 복귀 요구를 했다는 게 생각난다. 수사가 아니라 태업을 했구나, 무죄 판결이 나오도록 수사를 했구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을 달라고?

 

범죄가 100% 입증되지 않을 때는 피고의 이익으로, 멋진 말이다. 왕과 귀족이 법 따위를 우습게 알던 시절에 힘없는 평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형사소송의 대원칙이 아닐까? 그런데 독재 권력이 법 위에 있던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없는 죄를 뒤집어써야 했던 이들에겐 그 법언이 왜 적용되지 않았는가. 정치적 표적을 물고 뜯는 검언 합작의 마녀사냥이 횡행할 때는 왜 그 금과옥조 같은 대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는가.

 

사유와 번민 없이 외부와 단절된 판결만 내놓는 법관

 

증거가 없다고 한다. 솔로몬 왕은 아이의 소유권을 놓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둘로 갈라 반씩 가지라고 했다. 증거가 없어서 그랬을 것인데, 그러자 진짜 엄마가 나타났다. 오늘날의 판관에겐 왜 그런 지혜가 없는가. 사유와 번민이 없는 판결, 법원 밖의 세상과는 단절된 판결, 법조문에 끼워 맞추는 기계적 판결은 좋은 머리로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고 빠져나가는 법 기술자와 법꾸라지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AI가 무서운 건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바둑의 정석이 뭔지도 모르던 알파고가 학습에 학습을 거듭하더니 바둑 천재 이세돌을 이겼다. AI에게 판결을 맡기면, 학습에 학습을 거듭하여 지혜로운 솔로몬 왕도 감탄할 판결을 내놓을 것 같다.

 

우인성 재판장은 김건희에게 형량을 선고하기에 앞서 대통령 배우자인 영부인은 법령상 권한이 부여된 공직자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이므로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과 염결성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또한,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 중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공정이고, 모든 일은 불편부당하고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데, 이러한 공정을 해하는 것이 부패이고, 부패는 금전적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되며, 영리 추구는 거개 인간의 본성이긴 하나 지위가 영리 추구의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 되고,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일 수 있으므로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판결문은 화려한데 형량은 누추하기 짝이 없는 판결

 

그럼에도 피고인 김건희는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하였고 청탁과 결부되어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하였다며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여 굳이 비싼 재물을 두르지 않더라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김건희를 엄하게 꾸짖었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김건희에게 판결을 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연합
 

그런데 형량은 고작 1년 8월이란다. 주가조작은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이고, 여론조사 조작은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방해하는 불공정 행위인데,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공정이라면서, 김건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 국민이 아는데도 무죄 판결을 내린다. 매를 드는 것 같더니 사탕을 주는 꼴이다.

 

법의 적용에는 권력을 가진 자이든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단다. 그 말은 살아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에게 정치 보복을 할 때 적용해야 한다. 김건희 수사와 재판이 정치 보복인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어려운 고사성어는 아는데 쇠귀에 경 읽기라는 쉬운 속담은 모르는 게 아닐까. 세상과 단절된 채 자기 세계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의 모든 걸 법조문에 끼워 맞추는 기계적 판결을 공정한 판결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우리 법원에선 왜 이리도 솔로몬을 만나기 어려운가... 별별 생각이 스친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판사들에게 해줘야 할 것 같다. 윤석열의 12.3 계엄은 내란이고 친위 쿠데타이며, ‘위로부터의 내란’이 ‘아래로부터의 내란’보다 위험하다는 판결은 단지 법조문에서 나온 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조인 양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다.

                                                                                                    < 송요훈 기자 >

 

"김건희에 20개월형" 우인성 판결 '기적의 논리'

시세조종 알고, 계좌 주고 수익 챙겼는데 무죄?
여론조사 도움 받았는데 대가성 인정 못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샤넬백 수수만 유죄
엉성한 특검 수사와 황당한 판결의 합작

 

'납득 되시나요' 29일 아침 한겨레신문이 1면에서 물었다. 전날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과 정치자금법 등의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의 1심 판결 내용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와 허망함으로 가득 찬 밤을 보내고 난 뒤 이 질문에 고개를 많이 끄덕였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형량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구형 요청에 견줘 현저하게 낮았다고만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10년에 걸쳐 갖가지 의혹과 구설수에 올랐지만, 검찰총장의 부인이라는 허울 때문에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간 김씨 앞에만 서면 유난히 낮아졌던 법의 저울과 잣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뜬 것이 우인성 부장판사가 40분여 읽어내려간 판결문이 '기적에 가까운 논리'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적지 않은 이들이 지적하듯, 우 부장판사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 근거를 가져다 쓰는 귀납법을 추론의 방법으로 채택했다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사법부와 그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이날 판결문이 우습게 들렸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재판부의 판결문에서 드러난 기적의 논리를 하나하나 따져 본다. 아울러 엉성했던 특검 수사와 기소의 합작 아닌가 하는 점,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할 이유를 살펴보겠다.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연합
 

첫째 주가조작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논리

 

재판부의 핵심 논리는 일관됐다. “김건희가 시세조종을 인식했고, 조작 세력과 역할 분담을 공유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

 

놀라운 것은 판결문 곳곳에 "주가조작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한 것이다. 알고도 돈을 댔고, 많은 계좌를 빌려줬고, 그 범죄행위로 23억원을 벌었다는 것을 재판부는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통장을 빌려줬더니 수익이 생겼다'는 기적의 논리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방조(도와줌)는 맞지만, 적극적으로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교묘한 법리를 들어 김씨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여기에는 많은 피의자들을 공동정범 뿐만 방조범으로 기소해 처벌한 전력이 있는데도 김건희 특검이 굳이 김건희 씨를 공동정범으로만 기소했던 것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형법 교과서를 따질 때 정확할 수 있다. 하지만 김씨가 연루된 주가조작 범죄의 작동 방식과 너무도 동떨어진 판단이다. 암묵이나 용인 만으로도 그동안 유사한 주가조작 사례들이 처벌 받았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계약서를 써야만 주가조작 사범들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시세조종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공동정범들이 신상정보를 명기하고, 서로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보상하고, 등등의 내용으로 계약서를 체결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여서 납득하기가 어렵다. 세상에 어떤 주가조작 세력이 그렇게 나중에 꼬투리를 잡힐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인가? 서로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공유하지 않는 것이 보통의 모습이다.

 

또 시세조종 세력과 수익을 공동으로 나누지 않고, 김씨 혼자 수익을 정산한 것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는 근거로 본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을 처벌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의 최고위직을 남편으로 둔 김씨의 특수한 위치 때문에 시세조종 세력이 그녀를 어쩌지 못한 것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데 우 부장판사만 모르는 것이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알려준 바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관련 자료가 없다”며 “공모관계라면 수익금 정산 시 피고인 계좌에서 발생한 매매차익만 계산할 게 아니라 시세조종에 사용된 다른 계좌 20여개에서 발생한 이익도 함께 정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특검의 이 부분 수사·기소가 안이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전주인 손모 씨도 1심에서 주가조작의 공동정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으나, 검찰이 2심에서 방조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유죄로 뒤집혔다. 그러나 특검은 이번 사건에서 김씨에게 공동정범 혐의만 적용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에 방조범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을 초기에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권오수 등 공범들의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둘째 여론조사 무상 수수를 무죄로 본 논리

 

재판부의 논리는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는 “영업 활동의 일환”이었으며, 김씨에게만 “전속 제공”한 것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답했어야 했다. 왜 하필 그 여론조사 결과가 그 시기에 윤석열-김건희에게 갔는가, 여론조사는 물건이 아니라 정치적 자원이다. 정치적 자원의 대가가 반드시 금전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대가성을 현금 증거로만 국한해 현금이 오가지 않았으므로 불법의 증거가 없다고 단정했다.

 

권력형 범죄는 지시와 암묵, 신호로 움직인다. 명씨의 여론조사 건에 대해서도 서로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모습이다. 특히 대통령 당선인과 그 아내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되풀이해 들은 두 가지 녹취록이-하나는 윤석열, 하나는 김건희-이 존재한다. 재판부는 이 물적 증거를 아예 무시했다. 법리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정치 현실을 삭제한 판단이다.

 

더욱이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했던 다른 사람들은 김종인, 이준석, 지상욱, 함성득 등 4명으로 모두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던 사람들이어서 공동의 이해 관계로 움직이던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우 부장판사가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허술한 판단을 했는지 기가 찰 지경이다. 

 

또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투표 끝에 결정이 내려졌으므로 명씨에게 무상 여론조사(사실은 조작까지 했다)의 대가로 김영선 공천을 건넨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세상에 누가 공천에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기 위해 공관위 결정이란 형식적인 절차를 아예 생략하겠는가? 외관은 공관위를 거친 것으로 갖추고, 내용을 강제하는 것이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명씨가 김씨에게만 김영선 공천을 부탁한 것은 아니고 윤상현과 함성득 등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공천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우습다. 한 번 부탁했으면 된 것을 왜 두세 번에 걸쳐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느냐, 또 당선인에게 어떻게 감히 대선조사 비용을 달라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뇌피셜을 판결문에 집어넣은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셋째 통일교 일부 금품 수수만 유죄로 본 이유

 

통일교 금품 수수 건은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된다.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란 실체가 존재하고, 전달 경로가 전성배(건진법사→김건희)로 단선적으로 확실히 드러났다. 청탁 내용이 유엔 제5사무소 유치, 관련 부처 장관 면담 등으로 구체적이다.

 

다만 재판부는 두 개의 샤넬 가방 가운데 하나만 유죄 증거로 봤다. 전씨는 2022년 4월과 7월 각각 샤넬 가방을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아 모두 김건희 씨에게 넘겼다. 그런데 재판부는 나중 것, 7월에 받은 것만 유죄 증거로 채택했다. 법조계에서는 3개월이란 시간 차가 있더라도 일련의 뇌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판례라며 나중 것만을 유죄 근거로 삼은 우인성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가 가장 덜 해석해도 되는 사안이다. 다시 말해 “가장 명백해서”가 아니라 “가장 덜 위험해서” 유죄로 선택됐다. 세 가지 큰 혐의(주가 조작,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가운데 가장 안전하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어서 그렇게 판결했다.

 

이 대목과 관련, 재판부가 국민의 지탄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김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찾은 유일한 '빼박 유죄'로 삼아 사법부 불신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넷째 이해가 안 되는 정상 참작 사유

 

사람들이 평소 잘 쓰지 않는 어려운 사자성어를 가져다 준엄하게 김씨를 질타한 재판부의 속내는 사실 너무 속이 뻔히 보여서 헛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우인성 재판장은 김씨를 향해 "영부인의 지위를 영리 추구로 오인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는데 사실은 김씨의 광범위한 국정 농단의 실체를 축소한 문장이었다. 

 

'영부인은 국정권한이 없다, 다만 상징적 영향력만 있다, 따라서 구조적 책임은 제한된다'는 것이 재판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판결문에 담은 내용이다. 영부인을 '비공식이지만 무력한 존재'로 재정의한 것이어서 의도하지 않았다면 바보이고, 의도했다면 교활하다. 

 

온 국민이 지난 3년 동안 날이면 날마다 체감했던 이른바 'V0'의 실체와 위상을 이렇게 나약하게 만들어놓고,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어" 양형 산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어이없기 짝이 없다. 김씨는 수사는 물론 재판 중에도 샤넬 가방 중 하나는 받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으며, 유경옥 전 행정관의 진술을 위증이라고 반박했고, 재판부 역시 김씨의 핸드백 수수를 증거로 채택했는데도 김씨가 일부 자책하고 있으며 반성하고 있다고 봤다. 김씨는 10여년 전부터 법망을 빠져나갔을 뿐 계속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초범이란 사실이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수 있나?

 

적지 않은 이들이 우인성 재판장의 2024년 5월 강남 의대생 살인 사건 판결을 소환하고 있다. 수능 만점을 받았던 최모 씨가 여자친구를 계획적으로 무참히 살해했는데 1심 재판장을 맡은 우 부장판사가 판결문에 넣지는 않고, '가해자가 명문대생으로 향후 사회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공분이 일었다.

 

우 부장판사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도 최씨에게 징역 26년형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오히려 4년을 더해 30년형을 언도해 대법원에서 지난해 말 확정됐다. 

 

특검의 엉성한 기소와 재판부의 합작 

 

이번 판결을 두고 우리가 더 근원적으로 따질 문제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태생적 한계와 엉성한 수사, 이를 탈출구로 삼은 사법부의 합작이라고 생각한다.

 

널리 아는 대로 서울지검에서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한문혁이 김건희 특검의 팀장으로 임명됐다. 김씨를 무혐의 처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설사 반대했더라도) 한 팀장이 진두지휘한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었을까? 한문혁은 주가조작 주범 이종호와 저녁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중간에 특검팀을 떠났다.

 

명태균씨 여론조사를 수사한 창원지검 검사들이 상당수 김건희 특검에 합류했고, 중간에 민중기 특검을 흔드는 연판장을 돌렸으며, 나중에는 태업까지 일삼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수사가 제대로 됐겠는가? 자신들의 미진한 수사 내용이 드러나지 않을까 두려워해 덮지는 않았을까?

 

특검의 기소 내용과 수사가 엉성했다 하더라도 우인성 재판장이 공판을 진행하며 주가 조작 관련 공소장을 방조 혐의와 함께 넣거나 적어도 보완하는 조치를 이진관 부장판사처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쉽고 화가 나는 대목이다.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번 판결로 더욱 깊어지고,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채기를 남기게 됐다. 

 

그래도 희망을 걸 두 가지

 

특검이 항소해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공소장을 변경해 다시 따져보면 된다. 이미 우인성 재판장도 그 길이 가능함을 판결문에 적시해 뒀다. 그리고 명태균 여론조사 결과가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며, 김건희가 이 과정에 배우자로서 각별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항소심에서 다퉈볼 수 있다.

 

그리고 김건희 씨 관련 두 가지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일교 집단 입당 사건과 ,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매관매직 사건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변경을 기둥 삼아 2차 종합특검이 출범할 예정이다. 또 사법부는 항소심부터 내란특별재판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검찰-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지가 상시적으로 있어야 할 이유다.   

                                                                                             <  임병선 기자 >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 멈춰,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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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를 멈춘 것이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촉발할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미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이용 가능한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견실한 속도로 확장돼 왔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고용 증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사용되던 ‘고용 둔화 위험이 더 크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고용과 물가 위험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기 둔화로 고용이 더 나빠질 위험과 관세 등으로 물가가 다시 오를 위험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가 아니다”며 “앞으로의 금리 결정은 회의 때마다 경제 지표를 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와 관련해서도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는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새로운 대규모 관세 인상이 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 동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새 연준 의장 체제에서는 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후임자에게 조언한다면 ‘선출 정치인에 끌려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통화정책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투표권을 가진 12명 가운데 파월 의장을 포함한 10명은 금리 동결에 찬성했지만, 스티븐 마이런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다.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인사이며,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미셸 보먼 이사는 동결에 찬성했다.

 

연준 결정 이후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소폭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은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반면, 금과 은 가격은 급등했다.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 가격도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세·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5회 연속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6월 전후를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결과가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 김원철 기자 >

 
 

"아들딸 탄다는 마음으로 설계·제작…직접 탑승해본 국방장관 수긍"

카니 총리에 대통령 친서 전달…"결정권자 모두 만나, 진인사대천명"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이재명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 중인 강훈식 비서실장이 현지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을 연쇄 접촉하며 '잠수함 수주전'을 총력 지원했다.

 

강 실장은 29일 페이스북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총리 비서실장·국방장관·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산업장관·재무장관 등을 잇달아 만나 잠수함 사업과 안보·산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에게 한국 잠수함을 소개하며 "내 아들과 딸이 탄다는 마음으로 설계하고 제작한다"며 "그렇기에 '5스타 호텔'처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아니겠느냐. 잠수함은 칠흙같이 차갑고 어두운 깊은 바닷속, 외부와 통화도 할 수 없는 고립된 공간"이라며 "길게는 수십 일을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딸과 아들이 탑승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상 상황에서도 다치지 않고 잠시라도 편하게 누워 쉴 공간이 제공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깊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고장 없이 운항할 성능적 신뢰는 물론이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강 실장은 소개했다.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은 잠수함에서 머리를 부딪혀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작년 거제 한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잠수함을 둘러봤을 때 부상 걱정이 전혀 없더라며 수긍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캐나다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강 실장은 전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프랑수아 필립 샹파뉴 재무장관은 협력 기회가 확대되길 소망한다며 재정적·행정적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

 

강 실장은 특히 샹파뉴 장관이 자녀가 K-팝의 큰 팬이자 BTS의 팬덤인 '아미'라고 소개해 금세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늘 이렇게 해외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 문화계 활약 덕을 본다"고 감사를 표했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 국무장관은 내주 한국을 방문,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을 직접 탑승해 볼 계획을 알렸다.

 

아울러 마크-안드레 블랑샤드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 등과도 식사와 면담을 했고, 하산 유수프 상원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상원의원들도 만났다고 강 실장은 밝혔다.

 

강 실장은 "캐나다는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을 자국 산업·안보정책의 근본적 대전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단순히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모든 고위급 인사들이 일관되게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에도 방산 대도약의 계기"라며 "성사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서구권 진출이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잠수함 사업은 물론이고 산업협력, 안보협력 차원에서 만나고자 했던 최고위 의사결정권자들은 모두 만났다. 우리가 전하고자 했던 뜻도, 우리의 진심도 전부 전했다"며 "이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덧붙였다.                                         < 고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