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티에프’(TF)를 꾸려 12·3 내란에 가담한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 가운데 내란에 가담하고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공직사회 내부에서 ‘헌법 가치 훼손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결과적으로 공직사회 내부에 반목을 일으킨다는 의견이 많다”며 “종합적인 판단 끝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티에프 구성을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국민주권 민주주의 확립이지만, 내란 수사가 장기화되며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거쳐 합당한 인사 조처를 할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치해온 공직 사회 내 ‘내란 가담자’를 수위 별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공직자 개별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헌법 수호 의지를 바로 세워 공직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취지”라며 “정부 각 기관별로 티에프를 구성해서 (내년) 1월 전에 신속하고 질서 있게 조사를 마치고 설 전에 후속 조처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 같다. 내란과 관련한 문제는 특검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을 하고 있으나,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 처벌 사안도 있겠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안도 있고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 조처 할 수준도 있어서 필요하다”며 ”특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 같다”고 말했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특검에만 의존할 일 아냐"…독자 조사 힘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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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 공직자들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조만간 TF가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공직자들에 대한 정부의 자체 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정부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하고,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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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에서 회의 공개 범위 논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
김 총리는 TF 제안 배경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주권 및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며 "그런데 현재 내란혐의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고,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반목을 일으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며 TF 활동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내년 1월까지 신속하고 질서 있게 조사를 마치고, 설 연휴 전에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동의해준다면 총리의 책임 아래 총리실에서 상세한 추진 지침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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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내란에 관한 문제는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조사할) 일"이라고 동의했다.
이 대통령은 "특검이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을 하고는 있지만, 내란에 대한 관여 정도에 따라 행정책임을 묻거나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하는 등 낮은 수준의 대응을 해야 할 사안도 있다"며 자체 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피의자 신분으로 해병특검 향하는 박성재 전 장관 (연합)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박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2025.10.24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다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1일 밝혔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및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나 박 전 장관이 취한 조치의 위법성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이후 박 전 장관을 재소환하는 한편 휴대전화도 재차 압수수색했다. 계엄 직후 박 전 장관이 소집한 법무부 실·국장 회의 참석자를 소환 조사하고, 구치소 수용 여력 확보를 지시한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도 추가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영장 기각 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범죄 사실을 일부 추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특검팀은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삭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작성자는 검찰과 소속 검사로 파악됐다.
해당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및 탄핵 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지적하면서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삼청동 안가회동'에 참석했다. 박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
특검팀은 법무부 검찰과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이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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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해병특검 출석 (연합)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박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2025.10.24
교정본부 직원들이 박 전 장관의 '수용 여력 점검' 지시에 따라 각종 문건을 작성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이 박 전 장관 지시를 받아 법무부에 수도권 구치소 수용 여력 현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약 3천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신 전 본부장은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12월 4일 새벽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 현장 직원이 수용 거실 현황을 정리해 문건 형태로 상부에 보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이 역시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추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내린 지시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였을 뿐, 불법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특검팀은 그러나 법무부 각 실·국에서 실제로 작성된 문건들이 확인된 만큼,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 계엄에 동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하려 한 것으로 보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 박재현 권희원 이밝음 기자 >
검사장부터 초임검사까지 비판 글 올리며 항명 정치 중립 위반…국힘은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실패 떠올리게 하는 검란
민주당 "이전 정부와 달라…검사 쿠데타 분쇄"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2025.11.10. 연합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조치에 일선 검사들의 집단 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검사장·지청장들의 집단 성명에 이어 대장동 수사 검사의 검찰 내부망 글, 초임 검사의 비판 글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검찰개혁 추진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했을 당시 벌어진 '검란'(檢亂)을 연상케 한다.
검사장부터 초임검사까지 항명…정치중립 위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 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사실상 집단 항명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설명을 요구했다.
8개 대형 지청의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명을 낸 지청지장들은 차장검사가 지휘하는 대형 지청(차치지청) 소속으로, 부장검사가 업무를 보는 지청(부치지청)의 지청장들보다 고참급 검사들이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용성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등은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경위에 대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대검 연구관들도 전날인 9일 회의를 열고 노 대행에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기로 했다. 입장문에는 거취 표명을 포함한 책임을 다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사퇴 요구로 읽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1.10. 연합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을 담당한 검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 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와 민간업자 김만배 등에 대해 특경가법상 배임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만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형법의 업무상 배임을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에 준해 양형을 결정했다. 유동규 등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관여하며 민간업자의 개발 편익을 봐준 이들은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대검 수뇌부는 법무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이미 특가법상 배임 혐의 등에 준해 선고가 나온 만큼 항소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수사팀 검사들은 2심에서 더 다퉈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장동 사건을 담당했던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항소 포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 '조작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강백신 검사(대구고검)도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초임검사인 울산지검 천영환 검사는 "국민에 대한 배임적 행위를 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법률과 적법 절차에 의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무부와 대검이 특정인들을 법률과 재판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일 청주시 국민의힘 충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0. 연합
국민의힘은 '검란'을 부추기며,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항소 포기와 관련해 "단군 이래 최악의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라며 "명백한 집권 남용이자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실패 떠올리게 하는 검란
검사들의 이같은 집단 행동은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부터 추미애-윤석열 갈등까지 이어진 검찰들의 대대적인 반란을 떠오르게 한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직후부터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밝히며 검찰을 압박했다. 취임 닷새 만에 검찰 수뇌부를 물갈이 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추 장관이 광폭 행보를 하면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과의 갈등이 점점 수면 위로 올랐다.
특히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기자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검찰 갈등은 증폭됐다. 당시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채널A 기자가 수사 형평성 등을 문제 삼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대검에 요청했고 윤석열이 이를 수용했지만, 추 장관이 수사 중인 사안에 개입하지 말라고 막으면서 양쪽의 골이 깊어졌다. 윤석열 쪽 대검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열면서 장관에게 맞섰다.
이후에도 추 장관이 라임 사건과 김건희·최은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윤석열을 배제하는 등 대립은 계속됐다. 추 장관과 윤석열 갈등은 결국 윤석열이 법무부의 감찰에 대해 부당하다고 거부하면서 폭발했다. 추 장관은 윤석열을 직무 배제한 뒤 ▲감찰 방해 ▲정치중립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청구를 했고, 윤석열은 이에 소를 제기하며 맞서는 등 극단으로 치달았다.
당시 '추-윤 갈등'으로 불린 법무부·검찰 갈등은 여러 사건에 걸쳐 벌어졌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검찰개혁'이었다. 대다수 검사들은 당시 개혁에 반대하는 윤석열 편에 섰다. 전국 10여 곳에서 평검사 회의를 소집하는 등 검란을 일으키며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다. 결국 2021년 1월 추 장관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뒤, 박범계 장관 체제로 전환됐지만 법무부·검찰 갈등 재연을 우려하면서 개혁은 흔들렸다. 박 장관 시기 추진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윤석열 정권 교체 뒤, 형해화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향하고 있다. 2020.12.28. 연합
이번 항명 역시 5년 전과 비교하면,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검사들은 표면적으로 항소 포기를 지휘한 대검 수뇌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78년 만에 해체를 앞둔 검찰청 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이 복귀를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발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나 김건희의 각종 비리 의혹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해 침묵하던 검사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있는 대장동 사건에만 유독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집단 항명의 정치적 목적을 가늠케 한다.
전 정부와 다르다…"정치 검사 쿠데타 분쇄"
여당인 더불민주당은 '정치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으로 규정하며 "철저하게 분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검찰의 '조작 기소'에 대해 법무부 감찰과 국정조사, 상설특검 등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애초 '정적 죽이기' 목적에서 시작된 대장동 수사의 조작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검찰 일각에서 벌어지는 집단 항명을 조기에 진압하겠다는 의도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윤 정치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 참으로 가관"이라며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들이 법 위에 서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작에 가까운 정치 기소를 해 놓고 허술한 논리와 증거가 법정에서 철저하게 무너졌는데도 부끄러운지도 모른다"며 "검찰이 기계적 항소권의 남용을 자제한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들의 항명은 강백신 검사를 주축으로 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그들이 하는 행태가 공무원의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거나 강압적인 정부에는 한 소리도 못하는 자들이 마치 뭐라도 된 듯 나대고 있다. 그러한 행태가 바로 정치 검찰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사안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민주당은 당신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과거의 민주당과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드리겠다"며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당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과 대북 송금, 검찰 수사의 보고와 의사결정 지시까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모두 확인하고 따져보자"면서 "정치 검찰의 저항, 이번에는 철저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11.10. 연합
정청래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 뒤,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 민주주의와 헌법,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라며 "절대 묵과할 수 없고 당에서는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날 사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장동 사건뿐 아니라 대북송금 사건 등을 '조작 기소'라고 지칭하면서 사건 처리 과정을 규명할 국정조사와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 시절 사냥개 노릇을 자처하며 침묵하던 검찰이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 개혁 방안에 검찰 수뇌부까지 나서서 집단적으로 항명하는 이들에게는 정치 검사라는 오명은 자업자득"이라며 "법무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정치 검사들에 대해서 즉각 감찰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검찰 개혁의 마지막 과제는 정치검사 청산이다. 민주당은 조작과 회유, 협박으로 점철된 대장동 대북 송금 사건 불법 수사와 관련해서 청문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범죄 정황이 드러난다면 상설 특검도 불가피함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정조사·상설특검·청문회 추진에 대해 "대장동,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얼마나 허위 조작 기소를 일삼았는지 이 기회에 밝혀내겠다는 것"이라며 "남욱 등의 법정 증언 폭로와 함께 '(검찰이) 배를 가르겠다'는 식으로 별건 수사 협박을 (한 점을) 국민이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항소를 포기해서) 대장동 민간 사업자가 챙긴 개발이익을 환수 못 한다는 국민의힘의 프레임은 혹세무민에 불과하다"며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 배임죄 유죄가 선고되면 구체적인 손해금액은 민사소송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1.10. 연합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시를 하거나 지침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윤석열(피고인): “8시 넘어서 오셔가지고 앉자마자부터 그냥 소주 맥주 폭탄을 막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응? 그죠? 술 많이 먹었죠? 그날 내 기억에 술 아주 굉장히 많은 잔이 돌아간 거 같은데 앉자마자 응? 그렇지 않습니까?”
책임 떠넘기려 부하 장성 거짓말쟁이 만들려는 군통수권자
TV 화면에 비친 피고인 윤석열은 손짓을 요란하게 해가며 폭탄주가 난무한 술자리를 당당하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의 핵심 요직에 있는 군사령관들과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판을 벌인 몰상식을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자랑인가? 폭탄주 돌리던 그 시간에 국방은 공백이나 마찬가지였을 텐데?
11월 3일 내란 사건 재판에 출석한 윤석열 피고인의 술자리 발언 장면. 오마이TV 화면 갈무리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이 검사 시절도 돌아간 것처럼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상대로 직접 신문을 하며 그날 술 많이 마시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기억하느냐고 따지는 의도는 뻔했다. 폭탄주가 난무했고 곽종근 사령관은 술이 약한데, 그날 술자리에서의 대화를 기억한다는 건 거짓말이고, 따라서 12.3 계엄 당시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거짓 아니겠느냐고 몰아 가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군통수권자였던 피고인 앞에서 곽종근 전 사령관은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잘 기억해 보세요’, ‘그런 기억은 없어요?’라며 반복적으로 ‘기억’을 강조하는 윤석열의 고압적인 질문에는 ‘곽종근은 거짓말쟁이’라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 윤석열의 신문에 밀리지 않고 따박따박 세세하게 반박하던 곽종근 전 사령관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군통수권자 앞에서 군인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런 폭로까지 하고 말았다.
도끼로 제 발등 찍은 '입벌구' 혹부리영감
곽종근(증인):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지금까지 말을 못했던 부분을 하겠습니다. 한동훈하고 일부 정치인들 일부 호명하시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그랬었습니다. 제가 차마 그 말은 여태까지 어느 검찰에 가서도 그 말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11월 3일 내란 사건 재판에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 장면. MBC 화면 갈무리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던 윤석열은 혹부리영감이 되었다.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였다. 기억력 배틀에서 밀리자 윤석열은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하며 얼버무렸고, 윤석열 변호인은 ‘새로운 내용의 증언을 참 많이 하시네요’라며 반박은 못 하고 허탈한 듯 웃기만 했다. 저 살자고 부하 장성에게 거짓말쟁이 딱지를 붙이려던 내란 우두머리는 잔머리 굴리다 도끼로 제 발등을 찍었다.
윤석열의 주장에 따르면, 윤석열은 ‘기억이 아주 정확한 사람’이다. 헌재의 탄핵 법정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을 부정하면서 그런 주장을 했는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의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불리한 기억은 지우고 유리한 기억만 남긴다. 거짓말쟁이라는 거다. 정치를 시작한 뒤로 명태균 씨와 연락을 끊었다고 했지만, 대통령 취임 전날의 ‘공천 개입’ 통화는 윤석열이 거짓말쟁이라는 걸 입증했다. 그런 것이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입벌구’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감시견이 애완견 노릇하니 도둑이 담벼락 넘은 것
대다수 언론은 피고인 윤석열과 증인 곽종근의 법정 대화에서 ‘한동훈을 잡아 와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는 부분만을 대서특필했지만, 따지고 보면, 한동훈은 그 정도의 정치적 비중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독재자 박정희, 전두환에게 김대중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정적이었고 윤석열에게 이재명이 그러했지만, 한동훈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업어 키웠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 검사 한동훈의 배신에 사적 감정이 폭발한 윤석열이 막말을 한 것뿐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에 목말라 하는 언론은 ‘총을 쏴서라도’에 함몰되어 언론으로서 비판해야 할 중요한 몇 가지를 외면하였다.
첫째, 윤석열은 무지한 대통령이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을 책임진 핵심 요직의 군사령관들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폭탄주가 난무하는 술판을 여러 차례 벌였다는 건, 그때마다 국가 안보가 공백 상태였다는 거다. 위기는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그래서 대통령의 자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무지한 술주정뱅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비판이 ‘조중동’ 언론의 사설에선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과음에 숙취로 지각 출근을 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한다고 외국에 나갔다가 반강제로 불려온 재벌 총수들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판을 벌여도 눈을 부릅뜨고 매섭게 비판하는 언론은 없었다. 대신, 대통령이 보고서 읽느라 관저의 불이 새벽이 돼야 꺼진다거나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강행군하는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따위의 아부성 보도는 넘쳤다. 감시견이 없으면 도둑이 제집 드나들듯 담을 넘는다. 윤석열 치하의 언론이 그러했다. 그런데도 반성은 없다.
비열한 리더를 '형' '의리의 사나이' '영웅'으로 미화했던 언론들
둘째, 윤석열은 비겁한 리더였다. 한밤중의 계엄 난동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고도 반성은커녕 저 살자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겼다. 대통령 윤석열이 술자리에서 ‘총을 쏴서라도 한동훈을 죽이겠다’고 했다는 걸 곽종근 전 사령관은 가슴에 묻어두려 했으나 통수권자였던 윤석열의 비겁한 행태에 질려 ‘그렇게까지 하시니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며 폭로한 거다. 비열한 장수가 이끄는 군대는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갖고 있어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윤석열은 그런 리더였다.
인간 윤석열과 대선후보 윤석열에 대해 ‘내 사람 건드리면 못 참는다’며 부하를 제 목숨처럼 여기는 의리의 사나이로 치켜세운 언론이 있었고, 수행비서·운전기사와 같이 순댓국 먹었을 뿐인데 서민 풍모의 역대급 리더라고 찬양한 언론이 있었고, ‘오죽하면 나훈아·윤석열 두 형님에게 열광하랴’ 하며 힘들 때면 등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형과 같은 존재라고 떠받든 언론이 있었고, 수레바퀴를 막아선 ‘당랑거철’의 영웅으로 미화한 언론이 있었고, 반려견 산책도 끊고 경제·외교 과외 받으며 열공 중이라고 감읍하는 언론이 있었다. 성분과 약효를 알지 못하면서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팔면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다. 윤석열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했던 언론사 중에 그때의 보도를 반성한 매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검찰총장 당시 윤석열을 미화하던 기사
지금 봐도 얼굴 화끈거리는 불량품 판촉 기사, 칼럼들
셋째, 누가 윤석열 같은 무지하고 무능하며 부도덕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그 절반의 책임은 언론에 있다. 12.3 계엄 직후에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에서 양상훈 주필은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고 썼다. 윤석열이 비정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 정도로 비정상이라는 걸 알았다면,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알렸어야 했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고 존재의 이유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선을 몇 달 앞두고 <조선일보>에 게재한 칼럼 ‘팀 리더로서의 대통령’에서 김대중 전 주필은 국힘당 대선후보 윤석열은 준비된 ‘대통령 지망생’이 아니고, 대중적 리더십에 익숙하지도 않고,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도 없어 그의 ‘그릇’에 대해 불안감이 있고, 검찰 만능주의 사고방식도 걱정이지만, 그는 ‘지도자’라기보다 ‘때 묻지 않은 사람’이고 그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권했다. 노골적으로 '윤석열이라는 불량품 판촉' 활동을 한 것이다.
윤석열이 2022년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친윤’ 언론의 노골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 봐야 고작 0.73%의 미세한 차이로 이기긴 했지만. 평평한 운동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했다면, 언론만이라도 공정했다면, 윤석열은 대패했을 것이다. 윤석열이라는 ‘괴물 대통령’이 탄생한 배후에는 윤석열을 영웅으로 미화하면서 이재명에겐 혐오 프레임을 씌워 악마화한 언론이 있지만, 반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른바 주류 언론들,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주류 언론은 달라진 건 없다. 검사실에서 피의자들이 연어회와 소주를 먹어가며 진술 조작을 모의하고, 부장검사가 한밤중에 구금된 피의자를 불러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애들 봐야 할 거 아니냐’는 회유도 하고 ‘배를 갈라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다’는 공갈 협박을 해도 대다수 주류 언론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검찰 내부의 개혁 저항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도 않고 ‘후폭풍’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달아 대서특필하며 검찰 대변인을 자처한다.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도 다르지 않다. 조국 딸의 대학 입시에는 가족을 도륙하는 멸문지화의 폭탄을 퍼붓더니 유승민의 31살 딸이 국립대 교수로 채용된 ‘특혜 의혹’에는 무덤덤하다. IQ267이라는 극우 청년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다는 기사는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줄줄이 사탕처럼 '복붙'으로 보도한다.
오래전에 만난 중견기업의 임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기자는 참 좋겠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자유는 있는데 책임은 지지 않으니까. 한국의 언론은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 징벌적 배상이든 허위조작 정보 처벌이든, 정화장치를 달지 않으면 언론이 뿜어내는 매연에 모두가 질식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나라를 망친 주범이 언론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