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요원 · 국방부 무관 정보도 유출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전경. 연합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 서버가 약 10개월 동안 해킹당해 외교부 직원 등 최대 1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킹이 지속되는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직원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뒤늦게 통보하는 등 외교부의 사이버 보안 역량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국립외교원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해킹당한 정황을 올해 2월 관계기관으로부터 통보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서버에는 국립외교원에서 교육받은 인원의 이름과 아이디, 이메일 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외교관 전체를 비롯해 해외 파견 전 교육을 받은 국가정보원 요원이나 국방부 무관 등의 정보도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해당 시스템에 약 1만건의 데이터가 저장돼 있었다”며 이번 유출은 “유례가 없는 경우”이고 “국가안보와도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북한이나 중국 당국이 해킹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공격 주체는 밝히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주체를 단정할만한 기술적 분석은 부족한 상태”라며 “여타 국가 등 배후의 해커 조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악의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해킹 공격을 받은 시스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교육이 어려웠던 2022년부터 운영됐다. 외교부는 개통 이후 수시로 사이버 보안 점검을 했지만, 이번 공격은 올해 2월 초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고서야 인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공격은 소프트웨어 제조사도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미공개 보안취약점(제로데이 취약점)을 악용해 접속한 후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권한을 이용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탐지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종 해킹 기법이더라도 해킹을 10개월이나 방치한 점, 국가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면서 해킹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교부는 정확한 정보 유출 규모와 피해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 착수 5개월 만인 지난 20일에야 해킹 피해 사실을 보도자료로 처음 공개했고, 직원들에게도 누리집을 통해 공지하는데 그쳤다. 피해 직원에 대한 개별 통보는 준비 중이다.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보고 시점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건의 철저한 규명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정밀하게 점검해 미비점을 보완·개선하고 관련 관리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박민희 기자 >

 

조형우 부장판사 "다섯 차례 여론조사 의뢰 인정"

 

2100만원 대납 보고 1000만원 벌금형 선고
"죄질 좋지 않다" "책임 인정 않는 태도 일관"
"오세훈, 명씨 사기꾼 프레임 씌워야 할 상황"

 

"기존 입장 뒤집거나 번복하기 어려운 처지에"
국민의힘, 예상과 다른 중형 선고 당황한 기색
김건희씨 명씨 여론조사 수수 24일 대법 선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2026.7.22 [공동취재] 연합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에서 벌금 1000만원 형을 선고받아 시장직 상실 위기에 몰린 오세훈 시장은 시장직은 물론 정치생명을 걸고 항소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오 시장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어떤 전략으로 나서야 할까. 조심스럽지만, 오 시장 측이 1심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은 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사건이라 김건희 특검법에 따른 6-3-3 원칙에 따라 내년 1월에는 모든 절차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에 기소됐기 때문에 1심 결과도 지난달 안에 나왔어야 했는데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재판 결과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재판부가 의도적으로 이달로 선고를 늦춘 상황이었다.

 

보궐선거 시기는 시장직 상실형이 내년 2월 말까지 확정되면 4월 7일, 3월 이후면 내년 10월 6일로 정해져 있다.

 

박성배 변호사는 이날 보도전문채널 YTN에 출연, "1심 재판부가 상당히 상세한 판결 이유를 설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오고가던 증언들을 방어하는 입장을 넘어서 1심 증인들을 다시 불러내 공격적으로 허점을 찾아내고 자신과 김한정 씨가 명태균 씨로부터 속았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료를 두고도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어 그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짜고 관련된 정황을 제시해 준다면 항소심, 상고심에서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임주혜 변호사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오 시장은 의뢰를 한 바도 없으며 김한정 씨가 개인적인 용도로 의뢰를 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일관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1심 판단이 있었다고 해서 갑자기 그 입장을 뒤집거나 번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항소심에서 상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공격할 여지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보이지만 완전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을 것 같다"며 "비용 대납이 한 건이라도 인정된다면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어야 되는 위치에 있다"고 오 시장 측의 입증 책임이 무척 무겁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2100만 원 추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에겐 각각 벌금 300만 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오 시장이 의뢰한 조사가 10건, 김씨가 대납한 비용이 3300만원이라고 보고 기소했는데 이 가운데 재판부는 다섯 건만 유죄로 인정하고 2100만원을 김한정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봤다. 나머지 다섯 건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조사를 의뢰했다거나 그 비용을 김씨가 대신 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내 경선 주요 경쟁자인 나경원에 대한 당내 지지를 의식하면서, 자신의 강점인 일반 시민들의 지지도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명태균에게 나경원보다 자신이 앞서는 여론조사를 기대하는 한편 당시 잘 알지 못했던 명태균을 (여론조사 의뢰로) 검증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김씨의 행위는 불법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오 시장 측은 당시 선거자금이 충분해 굳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명씨가 운영하던 무자격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명의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할 수 없도록 하기에 당시 피고인은 자기 명의를 내세울 수 없던 상황"이라며 "여론조사를 은밀하게 실시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려하면 조사 업체의 자격 여부는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나머지 다섯 건에 대해선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이를 의뢰했다거나 그 비용을 김씨가 대신 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납부에는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후보자 명의 여론조사'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결부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정치자금법에 대해 잘 알면서도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2026.7.22 연합
 

그러나 오 시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며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노수 특검보는 "그간 피고인들은 아무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정치적 기소라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세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 측에서는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온 대목에 대해서 항소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무죄를 확신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상 밖 무거운 판결이 나오자 당황한 기색이다. 율사 출신인 정점식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각급 법원의 판단은 존중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명태균의 진술에 의존한 판사의 예단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법원도 '명태균이 수사 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한 내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판결은 엄밀한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지, 정황과 예단을 바탕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면서 "항소심에서 보다 면밀한 검증과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조은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직접 증거 없이 신뢰하기 어려운 증인의 주장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1심 판결이 곧 진실은 아니다. 사법정의는 상급심에서 바로 세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강준헌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세훈 시장을 겨냥해 "자신의 죄를 겸허히 인정하고 법적, 정치적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면서 "정치 브로커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시킨 명백한 범죄에 대한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오 시장이 정치 브로커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선거에 활용했고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시켰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자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선고 직전까지도 특검과 민주당이 억지 유죄를 강요한다고 주장하면서 반성은커녕 뻔뻔한 태도를 일관해왔다"며 "사법부의 엄중한 판결 앞에 구차한 변명은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6·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을 이끌었던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구형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봐주기식 선고"라며 "2심에서는 죗값에 맞는 더 무거운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 시장직 상실형은 다행스럽지만 좀 더 엄벌에 처하길 바란다"고 썼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입장을 내고 시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왜곡된 여론조사, 대납된 3300만 원. 그 위에 세워진 시장직"이라며 "오세훈은 시장 자격이 없다. 서울에 거짓 시장이 설 자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전현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심을 돈으로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중대한 선거범죄라는 점에서 유죄 판단은 당연한 결과"라며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시장이 서울시정을 책임질 명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세훈 시장의 일관된 거짓말이 법정에서 확인됐다"며 "오 시장은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조용히 물러가는 것이 도리다. 흔들리는 서울시정은 다시금 천만 서울시민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의 임명희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하루빨리 서울시정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오 시장이 국민과 서울시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며 "오시장은 더 이상 무의미한 시간 끌기로 시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즉각 시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각종 고가 귀금속과 함께 인사·이권 청탁을 받은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26.6.26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한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금품수수·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의혹 사건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24일 이뤄진다. 대법원 2부(재판장 권영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24일 오후 2시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을 선고한다.

 

이른바 '3대 의혹'으로 불리는 사건으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작년 9월 김 여사를 기소한 후 약 11개월 만에 내려지는 상고심 선고다. 선고 공판은 대법원이 자체 장비로 촬영한 뒤 방송사에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으로 생중계된다.

 

1심은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이를 전부 유죄로 뒤집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도 일부 유죄로 봐 형량을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으로 늘렸다. 다만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선고는 당초 지난 16일로 잡혔다가 특검팀의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져 24일로 미뤄졌다. 특검팀은 김씨의 여론조사 수수 혐의 공범인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판결문을 검토해달라며 대법원에 선고 연기를 신청했다.                                                                                < 임병선 기사 >

 

정치자금법 위반 벌금 100만원,  '오세훈법'에 제 발등 찍힌 오 시장

 

깨끗한 정치인 이미지 얻고 22년 뒤 족쇄로
'차떼기당' 오명 씻으려 법안 발의 앞장
개인 기부 활성화, 선관위 계좌로 관리
'벌금 100만원 이상 공직 상실' 법안 주도

 

'오 의뢰·강철원 검증·김한정 대납' 뚜렷
명태균 전화번호 먼저 물어본 건 오 시장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여도 혐의 성립
"정치적 이익 실현까지 요구되지 않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026.7.22 [공동취재]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의원이던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3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일명 오세훈법을 주도해 통과시켰다. 2002년 대선을 치르며 한나라당이 이른바 '차떼기'로 대선자금을 기업 등으로부터 뜯었다는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것을 되돌리기 위한 카드였다.

 

골자는 법인과 단체의 모든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막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계좌로만 정치자금을 모으고, 소액 다수의 개인 후원을 활성화하며,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당시 오 의원은 그 해 1월 30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발언을 통해 "모든 후원회에는 기업 및 법인, 단체의 후원을 금지하고...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은 복수 계좌를, 지출은 단일 계좌를 이용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이었던 오 시장은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문화와 투명한 정치제도를 정착시키자는 취지의 이 법으로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내세워 단숨에 유력 정치인 반열에 들었다. 2006년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데 큰 디딤돌이 됐으며 5선 서울시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이 법 덕분이었다. 

 

22년 전 얘기를 새삼 꺼낸 것은 오 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22일 1심에서 공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자신이 초선 의원 시절 입법을 주도한 '오세훈법'에 제 발등을 찍힌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1심 선고 내용과 맞물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벌금 100만원 규정'이다. 오세훈법으로 신설된 정치자금법 33조의6(정치자금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을 보면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하는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고, 이미 취임·임용한 경우 그 직에서 퇴직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현행 정치자금법 57조에 그대로 살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2100만 원 추징을 선고하면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개(비공표 3개·공표 2개)를 의뢰했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김씨의 행위가 불법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형우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부장판사가 이날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다년간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고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주장을 펼치면서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상당히 강하게 질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오 시장이 항소 의사를 밝힌 가운데, 2심과 상고심을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특검법 원칙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결은 내년 1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대법원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오세훈법에 따라 시장직을 잃게 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다소 늦어져 2월 말까지만 확정 판결이 나오면 4월 7일에 치러지며, 그 뒤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10월 중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금권선거를 방지하는 법안의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자신의 서울시장직을 위태롭게 하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측면이 있다"며 "정치자금법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돼 선거운동의 자유를 옥죄는 역기능을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오 시장도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널린 오세훈법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3월 22일 유튜브 채널 '오세훈TV' 발언 내용이 있다. 그는 "수천만 원 거둬 쓸 수 있는 걸 1인당 500만원 줄 수 있도록 맥시멈(상한선)을, 한계를 설정해 놓으니까 처음에는 거의 패닉 상태였죠. 정치하는 사람들이…"라고 기꺼워했다. 불과 6년 뒤 그 법이 자신의 발등을 찍을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명태균 리스크'가 제기된 이후에도 오 시장은 여론조사비 대납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취지로 이날 선고 공판이 열리기 직전까지 여러 차례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17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뉴스9'에 출연, "정치를 한 지 한 25년이 됐는데 이런 류의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해 있다. 2026.7.22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연합

 

그런데 판결문에 따르면 오 시장 주도로 이뤄진 여론조사 의뢰 및 비용 대납 정황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꽤 구체적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1월 8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씨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해 연락처를 받았다. 같은 달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식 출마 선언을 했고, 사흘 뒤인 20일 명씨를 만나 선거전략과 여론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명씨에게 첫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은 이틀 뒤인 22일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 미래한국연구소의 활동 추이 등을 근거로 그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오 시장이 9년이 넘는 공백으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상태였던 점,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이 앞선 결과가 나온 점 등을 토대로 오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상당하다고 봤다.

 

나아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자금 조달 문제로 여론조사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가 오 시장을 만난 직후 조사를 재개한 점도 고려됐다. 명씨는 오 시장을 만난 직후 1차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2차 여론조사(1월 25일 실시), 3차 여론조사(1월 29일 실시)를 잇달아 실시했다.

 

재판부는 "한 달 동안 돈이 없어서 아무런 여론조사를 못 하다가 오 시장과 연락한 단기간에 세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건 그에 관해 의뢰받고 비용에 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1차 여론조사가 실시된 당일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증거가 있는 점,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가 '여론조사를 해야 해 늦게 퇴근한다'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점 등도 오 시장의 의뢰로 갑작스럽게 조사가 이뤄진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오 시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위치에 있는 강철원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에 대해 계속 지적하며 명씨를 검증한 것도 오 시장의 의뢰가 있었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대표적으로 2차 여론조사 경우 강 전 부시장이 통계표를 받아본 뒤 표본 수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후 실제로 표본 수가 축소됐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했던 많은 여론조사 중 표본 수가 축소된 건 해당 여론조사가 유일하다"며 "표본 수 축소는 강철원의 의문 제기에 따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강 전 부시장이 4차 여론조사 의뢰자에 모 언론사를 추가하도록 힘썼으나 정작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그 뒤 의뢰자에서 해당 언론사가 제외된 정황도 있다.

 

재판부는 "강철원은 오세훈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고 명태균에게 언론사를 소개했다"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이에 항의하며 의뢰자에서 언론사를 제외하고 공표도 최대한 늦게 함으로써 그 공표 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게끔 조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검증했으며 후원자 김한정이 비용을 대납한 구도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명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도 일부 인정됐다. 그는 수사 단계부터 법정까지 오 시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진술을 다수 내놓았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여론조사 대가로 자신에게 아파트를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서 유불리를 의식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모든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 김씨가 지원했다'는 명씨의 진술은 오 시장 선거캠프 내부 인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짚었다.

 

4차 여론조사 당시 오 시장의 선거캠프 일정관리팀장은 지인에게 "우리 돈 써서 남 좋은 일 시킨…"이라는 메신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오세훈의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그 결과가 오세훈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명씨 진술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법리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한 이익의 실현까지 요구되진 않는다고도 강조해 눈길을 끈다. 비용을 대납했더라도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이는 정치자금 수수 미수에 해당한다는 오 시장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의 기부 행위와 기부를 받는 행위가 있으면 성립하고, 달성하려 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을 실현할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22일 판결 직후 진영 논리에 따라, 또는 제식구 감싸기로 판결 내용을 따지지도 않은 채 "여당 무죄 야당 유죄"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진행하지 않고..." 운운한 국민의힘과 정치인들은 판결문부터 구해 읽어보았으면 한다.                                      < 임병선 기자 >

 

명태균 그림자에 갇힌 5선시장 오세훈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정치는 법정의 유무죄 판결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더 큰 치명상을 입는다.

 

명태균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1심 재판부가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하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검이 구형한 징역 1년 6개월보다 형편없이 낮은 형이지만, 형량의 많고 적음보다 법원이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범죄의 성격 자체를 명확히 인정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항소심과 대법원 절차가 남아 있고 상급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재판의 향방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오세훈 정치가 마주한 근본적인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세훈 시장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명태균을 둘러싼 여론조사 의혹은 윤석열 및 김건희 관련 의혹과도 거미줄처럼 얽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다. 한 인물과 하나의 여론조사 네트워크를 둘러싼 사건들이 각각 다른 법정에서 다뤄지는 만큼, 한 사건의 진술과 증거는 다른 사건의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시장이 마주한 법적 문턱은 단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명태균의 진술과 비용을 대납한 김한정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증언, 자금 흐름, 여론조사 진행 과정 등 복잡하게 얽힌 사실들을 밝혀내며 설득력 있게 증명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치는 궁여지책의 생리에 따라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할 것이다. 항소와 상고가 이어지는 법적 공방 속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의 직분을 유지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려 몸부림을 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몸집은 언론 노출과 허드렛 행사 참석만으로 커지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외형 확대는 중심이 비어 있는 모래성일 뿐이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보다 차기 대권을 위한 이미지 관리가 앞서 있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서울시는 시정의 공간이 아니라 대권을 위한 디딤돌로 소비될 뿐이며 시민은 그 배경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는 법정의 유무죄 판결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더 큰 치명상을 입는다.

사법적 결론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내려지든 간에 오세훈 정치가 지금 직면한 가장 매섭고도 두려운 법정은 법원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할 도덕성과 정치적 신뢰의 문제다.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와 시간은 도약을 향한 전기가 아니라 지리멸렬함만을 확인하는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오세훈 ‘유죄’ 당일, 개발·규제완화 6건 통과…사법 리스크에도 시정 속도

 

강서구 가양동 CJ 공장 부지 개발 등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22일, 서울시는 대형 개발과 규제 완화 안건 6건을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도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오세훈표 도시정책은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울시는 22일 열린 제13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태릉입구역 주변과 도봉역세권 지구단위계획, 용산전자상가와 나진10·11동 일대 개발계획, 가양동 씨제이(CJ)공장부지 개발계획 등 4건을 수정가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어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에서는 61개 지구단위계획구역의 공동주택 규제 폐지와 156개 구역의 ‘서울형 시니어주택’ 용적률 인센티브 도입안을 수정가결했다.

 

가장 상징적인 안건은 강서구 가양동 씨제이공장부지 개발계획이다. 서울시는 지식산업센터로 계획됐던 부지 1곳을 공동주택 용지로 바꿔 약 96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부지에는 지식산업센터와 업무·판매시설을 기존 계획대로 조성해 준공업지역의 산업·일자리 기능을 유지한다. 지식산업센터 공급 증가와 부동산 시장 변화로 수요가 줄어든 현실을 반영해 산업시설 일변도의 계획을 주거와 일자리, 여가가 결합된 ‘직주락’ 복합개발로 바꾼 것이다. 오 시장이 추진해온 ‘서남권 대개조’ 구상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가양동 씨제이(CJ)공장부지 조감도. 서울시 제공

 

태릉입구역 일대에서는 획지와 최대개발규모, 공동개발 지정 등을 폐지하고 용적률과 높이 기준을 완화한다. 청년 창업·문화·교육시설을 도입하면 최대 80%포인트의 용적률 인센티브도 준다. 도봉역세권 역시 높이제한과 최대개발규모, 공동개발 지정을 없애 민간의 자율 개발 폭을 넓혔다.

 

서울 전역의 주택 공급 규제도 일괄 손질한다. 회현 등 61개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는 공동주택 불허 규정과 비주거시설 의무비율, 준주거지역 주거용적률 제한을 폐지한다. 상봉생활권중심 등 156개 구역에서는 서울형 시니어주택을 지을 때 기준용적률의 1.1배까지 허용한다. 서울시는 별도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 건축 인허가 단계에서 인센티브를 적용해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에서는 공공기여 방식을 조정해 취·창업지원센터와 1인가구 지원센터 등이 들어서는 공공지원시설을 마련한다.    < 신형철 기자 >

 

회원 다수 "부분·전면 존치 찬성" 조사에 혼란
'검·경 개혁 전담' 사법센터가 확고한 입장 천명
'수사-기소 완전한 분리' 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들 보호는 두텁게"

 

"그 방법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일 순 없어"
"직접수사권과 기소권 결합은 민주주의 위협"
경찰의 부실·암장 수사 막을 방안 다각도 제시
"지금 검찰개혁 골든타임, 정부·여당 결단할 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센터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신속한 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 원칙에 따라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민변 홈페이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센터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 원칙에 따라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민변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에 관한 의견 조사'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부분 또는 전면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67%를 차지해 혼란을 빚기도 했으나, 민변에서도 검찰·경찰·법원 개혁 문제를 전담하는 사법센터 측이 이번에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한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여당이 추진하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민변 사법센터 소장인 박용대 변호사와 운영위원인 김남준·이석범·황선기 변호사 등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주선으로 '신속한 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 바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약속한 공소청, 중수청의 10월 2일 출범을 위해서는 지금 형사소송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소청, 중수청 출범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정부서울청사에서 평검사들과 '검사와의 대화'를 한 때가 2003년 3월 9일이다. 그때로부터 무려 23년이 넘도록 우리는 검찰개혁을 논의해 왔다"면서 "이제는 검찰개혁 논의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거나 지체해서는 곤란하다. 국민과 약속한 대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칙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기원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비롯해 민주당 일각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이나마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다시는 장윤기 사건과 같은 범죄,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주는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두텁게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일 수는 없다.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에게 직접수사권인 보완수사권까지 주는 방법만이 유일한 방안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는 직접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이라는 3개의 막강한 권한이 있다. 지난 80년간 검찰은 이 3개의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어느 누구도 검사의 전횡을 막지 못했고 그 폐해는 심각했다"며 "심지어 '검사 통치'를 했던 윤석열은 내란이라는 끔찍한 범죄로 우리가 힘들게 쌓아온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와 같은 검사의 나라를 끝내고 시민의 나라로 가고자 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하게 분리돼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권한 남용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고 올바른 형사사법 체계를 수립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검사의 위법하고 부당한 불기소를 막아야 하는 것처럼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암장 수사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미 제안된 많은 방법은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면서 "검사에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에 더해 보완수사요구권,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불송치 사건에 대한 자료 검토권, 이의신청한 송치 사건의 검토권을 통해 검사로 하여금 수사기관의 수사권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수사 초기부터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긴밀한 협력 제도 등을 마련해 부실 수사, 암장 수사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 완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 대행은 "'검사는 수사 않는다'는 대원칙에 당내 어떤 이견도 없다"고 밝혔다. 2026.7.22. 연합
 

반면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라는 2개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가 직접수사권인 보완수사권까지 가진다면 그 폐해를 막을 방안은 없다는 점도 역설했다.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자신이 직접 보완수사를 해서 무고한 피의자를 기소해 버리는 경우엔 이를 통제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억울하고 무고한 피의자와 피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형사사법체계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진 검사에게 직접수사권까지 부여해서는 안 된다. 다른 방법으로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존치시키는 방안은 잘못된 처방이다. 잘못된 처방은 시민과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검사를 위한 처방이 될 뿐이고, 우리 사회를 다시 시민의 나라가 아닌 검사의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은 무고한 피해자를 낳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잘못된 처방"이라고도 했다.

 

민변 사법센터가 지난 7일 공개 제안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 보장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보 제공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배려 규정 ▲특정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선 변호사 선임의 특례 규정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자의 범위를 고발인, 범죄피해자로 확대하는 방안 ▲피해자의 형사기록에 대한 열람 등사권의 실질화 ▲피해자가 증인신문과 별도로 공판기일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는 권리 ▲피해자 의견을 양형에 반영하는 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보다 두텁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다. 이에 더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유능한 수사관과 법률가로 구성된 '아동, 청소년 성보호 범죄, 아동학대범죄, 성폭력범죄, 스토킹 범죄,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 인신매매 등의 범죄'를 대상으로 한 특별 전담 수사조직을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약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많은 시민은 중수청과 공소청의 출범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걱정이 많다"며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 방안에 관해서는 지난 20년간 수많은 토론을 했고, 그 답은 나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결단을 하고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마무리해야 할 때다. 검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신속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주권자인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이다. 검사의 나라에서 시민의 나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 김호경 기자 > 

 

윤호중 "보완수사권 폐지해도 경찰 통제 수단 많아"

 

"검찰만 경찰통제 가능하다는 인식이 문제"
"사회적약자 사건, 협력수사부 등으로 가능"
"내부비리수사대로 경찰 민주적 통제 강화"

 

"중수청 8월 말 임용…청사 계약도 막바지"
"대통령 억울할 것"…도그마식 논쟁엔 비판
"개혁 안하는 게 아니라 안전망 만들자는 것"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취재편의점,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 청와대 춘추관 오픈스튜디오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유튜브 프로그램 '청기백기'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22. 민들레TV 갈무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2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론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권만이 경찰 수사가 잘못되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권 말고도 많은 수단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도 써보지 않고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놓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시민언론 민들레와 취재편의점,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 청와대 춘추관 오픈스튜디오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유튜브 프로그램 '청기백기'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면서 "행안부는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남겨두면 안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했다.

 

윤 장관은 "검찰은 보완수사권이 아니더라도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등 사법적인 통제 수단을 많이 갖고 있다"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더라도 경찰 수사를 통제할 장치들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6일 발표한 경찰 수사 쇄신안과 연계해 "보완수사를 요구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 수사팀의 변경 또는 수사관서의 변경·교체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관한 사건이라든가, 3개월 이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합동협력수사부를 구성해서 검사가 직접 수사관들과 수사를 협의하고 같이 수사를 하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수사비리 근절과 민주적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신설하는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에 대해선 "경찰이 아닌 문민 출신 감찰 조사단을 만들어 안팎에서 감시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게 핵심"이라며 "영국의 경우엔 1050명 정도 대규모 감찰단이 있고,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관서에도 감찰기구를 두고 통제하고 있다. 사실상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 하나하나를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할 정도인데, 그럴 정도의 감찰 기구를 (우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취재편의점,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 청와대 춘추관 오픈스튜디오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유튜브 프로그램 '청기백기'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22. 민들레TV 갈무리

 

10월 2일 개청 예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관련해선 "8월 말 정도부터는 임용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검찰청 검사들에게 중수청 전직 희망을 받는 절차도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수청 청사에 대해선 "본청과 서울청을 비롯해 중수청 청사는 6곳이 필요한데, 수원청은 소재지 문제를 두고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나머지 5곳은 계약이 이뤄졌거나 계약 직전 단계"라고 전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과 같은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윤 장관은 "핵심 기능은 중수청 출범과 함께 가동할 것"이라며 "시스템을 완전히 갖추는 시점은 연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대통령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폐지 작업이 더딘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대통령의 말을 비판하는 분들은 검수완박, 수사·기소 완전 분리, 보완수사권 폐지가 아니면 모두 다 반개혁이라고 도그마처럼 이데올로기화하고 여기에 꿰맞춰지지 않으면 개혁이 아니라고 보는데, 대통령은 완전히 (보완수사권을) 폐지해도 되는데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대한 답을 가져와야지 왜 개혁을 안 하려고 하느냐고 얘기하면 동문서답"이라며 "(대통령의 의도는) 논의를 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서 이 정도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억울한 국민들은 없겠다는 정도의 안전망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너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며 "(비판하는 분들이) 자기 사고의 틀에 딱 맞춰 재단해서 논쟁하면, 대통령은 좀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유튜브 채널 '민들레TV'와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성진 기자 >

 

 

유학생 간첩단 조작…국정원, 취소 요청 안해
공적서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기계적 이유

국정원 86건, 국방부 76건, 경찰청 36건
국방부 신군부 76명 무공 훈포장 무더기 철회
박종철 고문치사 강민창·박처원·이근안 취소
경찰청 남민전 사건 관련 포상 29건 등 포함

 

5·18 민주화운동 진압·삼청교육 관련자 진행 중

 

1975년 11월 22일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에 대해 언론에 직접 브리핑을 하는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공안수사국장. 이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렸던 유학생들은 40여년 만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는다. 유신시대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 뉴스타파

 

김기춘 중앙정보부 공안수사국장은 1975년 11월 22일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신 정국의 한복판에서 교포 유학생 20여 명이 간첩으로 몰려 무더기로 기소된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툭하면 발표됐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재판 결과 유학생 4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10여 명도 무기징역 등 중형이 언도됐다. 민주화 이후 감형되긴 했으나 다수가 10년 이상 옥고를 치러야 했다. 2010년대 들어서야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들의 법적 명예가 회복됐으나 잃어버린 청춘을 보상받을 순 없었다.

 

수사를 지휘해 피해자들에 의해 '조작 주역'으로 지목된 김씨는 나중에 검찰총장과 국회의원(3선)이 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일세를 풍미했다. 그는 수사 결과 발표 이듬해에 공안수사 업무 수행 전반에 공로를 세웠다는 이유로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다.

 

정부가 2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포상 취소를 의결했는데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1970~1990년대 대형 실적으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 다수 포함됐다. 이날 결정된 포상 취소 총 198건 중 86건(43%)이 국정원 소관(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 그 중 간첩조작 사건이 19건이었다. 포상이 취소된 인물 167명 가운데 71명이 중정과 안기부 소속이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재심 무죄가 확정된 17개 사건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지적한 2개 사건 등 19개 사건에서 수사절차 위반과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 연루자에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바로잡기 위해 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과 함께 포상의 적절성을 검토한 뒤 당사자 사전통지와 공적심사위원회 개최 등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취소된 포상 가운데 국방부 소관 76건, 경찰청 소관 36건이었다.

이번 정부포상 취소는 지난 1월 보국훈장 등 11건, 3월 무공훈장 10건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4.1.24. 연합 자료사진

 

당시 사건에 관여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게 주어진 포상이 대거 취소됐는데 정작 수사를 지휘한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의 이름은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법무부는 김씨가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한 공로로 1970년대 받은 훈장의 취소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정원 추천으로 주어진 포상은 국정원이 취소를 요청하게 돼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수사 지휘자의 훈장 취소 요청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그 이유를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이 1976년 보국훈장을 받았지만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공적으로 수훈한 사실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민언론 민들레 등 각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김씨의 보국훈장 공적으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이 자주 거론됐으나 정작 공적서에 이 사건 수사가 기재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은 "현재 상훈법상 서훈 취소는 공적 내용이 허위인 경우에 한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국정원은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시 그가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긴 했지만 이 사건이 훈장 사유로 공식 기재된 것이 아닌 만큼 해당 훈장을 취소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너무 기계적으로 자구에만 얽매인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정원도 이번 포상 취소 명단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영수 행안부 의정관이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현재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서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재심 무죄사건 등을 확인하거나 기존 취소사건 관련 수훈자를 발견하면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서훈 취소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훈이 취소된 사건 중에는 신군부 집권 초기인 1981년 전남 보성의 명망가인 봉강 정해룡 일가 30여 명을 간첩단으로 조작해 멸문에 가까운 비극을 초래한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 담당자들에게 주어졌던 상훈도 포함됐다. 또, 김성식·민병두 전 의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제헌의회(CA)그룹 사건'(1987), 미국과유럽에 유학한 학생들을 북한에 포섭된 간첩 혐의로 수사한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도 들어 있다. 

 

이날 발표 현장에는 국방부와 경찰청 당국자는 참석했지만, 국정원은 불참해 행안부가 대신 피해자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김영수 의정관은 "국정원은 브리핑 참석이 불가하여 (발표문을) 행안부가 대독한다"며 "국가정보원은 당시 인권 침해로 고통받으신 당사자 및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2·12 군사반란 주역인 34인의 신군부 육사 기수와 당시 계급, 생존 여부, 안장정보 등을 나타낸 표.(정성일 제공) 2026.5.8 

 

취소 목록에는 1979∼1981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상계엄 업무 관련자 76명에게 수여된 무공훈장·무공포장 76건과 1960∼1990년대 간첩조작사건 등 관련자 91명에게 수여된 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122건이 포함됐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과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수여된 정부포상도 취소됐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2·12 군사반란 중요임무 종사자 10명에게 수여된 충무무공훈장을 취소한 데 이어 1980∼1981년 무공훈장과 무공포장을 부당하게 받은 76명을 추가로 확인해 취소 절차를 밟았다. '국가안전보장 유공'으로 서훈받은 42명은 근무 경력과 당시 대간첩 작전 기록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공훈장 수여 요건인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이나 무공포장 수여 요건인 '국토방위에 대한 헌신·노력'에 해당하는 공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12·12 군사반란 성공을 기념하며 전두환과 함께 보안사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조홍, 최석립, 백운택에 대한 충무 무공훈장이 포함됐다. '계엄업무 유공'으로 서훈받은 34명도 상훈법상 거짓 공적에 해당한다고 국방부는 판단했다.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국헌문란 및 내란행위로 사법적 평가가 확정됐고, 계엄사령부와 예하 부대에서 수행한 업무도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과 내란에 조력한 행위여서 서훈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는 서훈 일부가 취소됐다고 해서 국가유공자 자격이나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1993년 2월 선고공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청 소관 36건은 훈장 15건, 포장 3건, 대통령표창 12건, 국무총리표창 6건이다. 이 가운데 1979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80여명을 검거한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 포상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관련 포상 2건, 서울대 무림사건 3건, 함주명 간첩사건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관련 포상 각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취소 대상에는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에게 수여된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국선장과 홍조근정훈장 등 4건이 포함됐다.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받은 녹조·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표창 2건 등 4건도 취소됐다. 이근안에게 수여된 국무총리표창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청은 장관 표창 51건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처원·이근안·강민창에게 취소되지 않은 서훈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재심 무죄나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된 사건과 관련해 수여된 서훈은 이번에 모두 취소된다"며 "장기근속 표창 등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취소를 포함해 이근안에게 수여된 7건의 정부포상은 모두 박탈됐으나 강민창은 8건, 박처원은 11건이 남아 있다. 여태수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약 10만건의 정부포상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재심 무죄 사건을 중심으로 검토했고 현재 민주화운동 탄압, 인권침해,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사건 등을 대상으로 포상 173건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포상을 대거 취소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누적된 왜곡을 잘 정리했다"고 밝혔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국무회의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서훈 취소 대상자들이 더 있을 수 있는지'를 묻는 자신의 말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사를 하고 있고 더 살펴볼 예정"이라고 답하자 "잘못되거나 반론에 부딪히지 않게 꼼꼼하게 파악해 잘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국민을 죽여서 받게 된 훈장을 지금까지 유지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46년이 지난 현재 바로 잡혀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망을 피해 여전히 훈장을 유지하고 있거나 처벌받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5·18 진상규명을 이어가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극정 5·18 부상자회 회장도 "5·18 당시 시민군을 진압한 사실만으로 국가의 서훈을 받은 것은 유가족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며 "국가가 그들에게 표창·서훈을 내렸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남식 5·18 공로자회 회장은 "시민군을 짓밟은 계엄군을 지휘한 신군부 세력에 대한 잔재 정리가 덜 된 탓에 현재까지 왜곡과 폄훼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스타벅스' 판매촉진 행사, 5·18 조롱 응원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양재혁 5·18 유족회 회장은 "서훈 취소 결정은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5·18은 시간이 흘러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이날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받은 167명과 198점에 대해 무공 훈·포장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76명은 1980∼1981년 12·12 군사반란, 5·18, 계엄 업무 관련으로 포상받았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