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에 "미국 한만큼 보복관세" 맞불…일각선 '에너지 무기화' 제안도

트럼프, 캐나다에 '미국 51번째 주' 언급하며 국민감정 건드려

 

구매하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자료사진]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갈등이 이번 협상 결렬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 무역 협상이 무산된 직후인 22일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캐나다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며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고, 우리는 (미국의)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나쁜 합의"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그들이 제시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이 요구한 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추가 고율 관세 부과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배제하고 사실상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전통적 우방이면서 동시에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서로 가장 긴밀한 이웃인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문제 삼아 관세를 강행했는데,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캐나다까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캐나다의 주력 산업인 철강·자동차·목재에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해 캐나다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약 200억달러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추가로 50% 고율 관세를 매기게 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아우르는 북미무역협정(USMCA)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이점이 없다. 무의미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방향대로라면 세 나라를 사실상 한 경제체로 묶는 기반이 된 USMCA 체제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며 캐나다인들의 감정까지 건드렸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와 현직 카니 총리 등 캐나다 지도자들을 "미국 주지사"라 불렀고, "캐나다는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에서도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미국의 압박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강경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카니 총리의 대국민 연설 이후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카니 총리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중견국들이 '강대국의 전횡'에 맞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캐나다가 미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이번 주 카니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석유·가스·전력을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 지방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중질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미국에 맞서자는 취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미국은 전체 수입산 석유의 52%를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주캐나다 미국 대사의 퇴출 요구 청원에 17만명이 서명하는 등 반미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군사·경제·지리적으로 긴밀하게 얽힌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흔들릴 경우 양국 모두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캐나다는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제조업체 상당수가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버 톰베 캘거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캐나다에서 최대 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양국 갈등의 고통을 캐나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 악화와 무역 갈등은 대미 수출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캐나다와의 깊은 경제 통합으로 함께 이익을 누려온 미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양국의 최신 무역 갈등의 여파를 분석한 기사에서 "그렇지 않아도 이미 높은 물가로 시름 하는 가운데 두 동맹의 치고받기식 무역 싸움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에 새로운 골칫거리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곽민서 기자 >

 

캐나다 보복관세에 미 "대응" 방침…협상결렬에 무역갈등 격화

미국, 캐나다산에 50% 관세…캐나다, 내달 8일부터 보복관세 방침

협상결렬 책임 서로에 돌려…카니 "미와 전쟁중"  미 "보복에 대응조치"

 


        보복관세에 관해 설명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P=연합]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이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역시 대규모 보복관세를 예고하며 맞불을 놓았다.

 

미국은 곧바로 이에 대해 추가 대응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혀 전통적 우방이던 양국 간 무역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2일 미국 측이 제시한 통상 협정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워싱턴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산 철강과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앞선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나쁜 거래"라고 일축하며 캐나다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공격을 받으면 전쟁 상태에 있는 것이며, 우리는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그러면서 미국 협상단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너무 적은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온라인 스트리밍의 프랑스어 콘텐츠 지원과 문화산업 보조금, 프랑스어 포장지 의무 표기 철회 등을 요구했다며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이번 보복관세 조치는 내달 8일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USTR 대표 [EPA=연합]

 

미국도 캐나다의 보복 방침에 대응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캐나다의 보복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새로 예정된 협상은 없다"며 당분간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캐나다가 이미 다른 수출국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고 있었으며 미국이 철강·자동차·목재 등 관세를 인하해주겠다고 했지만 캐나다가 이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캐나다에 돌렸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는 무역 합의에 근접한 듯했으나 21일 밤 막판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22일 0시를 기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대상 품목은 일부 유제품과 맥주·와인 등 주류, 하키용품,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이다.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난 채 서로 관세 맞대응에 나서면서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카니 총리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경제 다각화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캐나다 일각에선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석유와 가스, 전력 등 에너지 수출까지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8천892㎞(5천525마일)에 이르는 국경을 맞댄 핵심 교역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도 크게 악화했다.                                                                                                     < 송광호 이유미 기자 >

이란 "미 경제제재 동참 국가는 우리의 적" 경고

● WORLD 2026. 8. 23. 12:0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AFP=연합 자료사진]

 

이란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에서 "우리는 모든 나라에 선언한다.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며 "경제 제재 부과에 참여하는 어떤 국가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자금줄을 제공하는 제3국에도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하며 국제사회에 이란과의 거래 중단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대이란 경제 제재 계획을 발표한다.                                                                         <  곽민서 기자 >

미 연방정부 '부채의 덫'…빚 연간 이자만 1조달러

● WORLD 2026. 8. 23. 12:0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란 전쟁·관세 환급으로 급증…국방비 맞먹어

 

빚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연방 부채 40조 달러 돌파 …달러화 신뢰 위기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일본 931억 달러어치 매각
미 재무부가 엔 매입 시장 개입에 나선 이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달린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의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8.21.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총 부채가 지난 19일에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약 5경 5520조 원)를 넘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재정제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정부의 무분별한 차입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 질서를 회복하고 미국 부채를 줄이겠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이란 전쟁’, 감세, 1600억 달러가 넘는 관세 환급 등으로 부채가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기 트럼프 정권 출범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6%가 넘는 재정 적자를 2028년까지 3%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스콧 베선트 지무장관은 최근 재정적자가 올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변화의 연도별 추이.   2020년대 이후 120%를 오르내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8월 19일

 

정부 부채 이자지불액만 연간 1조 달러

 

2026 회계연도의 지금까지 재정적자는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외신들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 대책으로 크게 늘어나 2022년 1월 말에 30조 달러를 넘었던 미국 정부부채는 약 4년 반만에 다시 30% 이상 늘었다면서,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증가와 정부 부채에 대한 연간 1조 달러(약 1388조 원)에 달하는 이자지불 비용 급증도 부채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1조 91억 달러에 이른 2026 회계년도 국방비에 버금가는 규모로, 정부 부채 이자지불액이 국방비 규모를 넘어서면 안보 공백이 생기는 등 '제국(패권)'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있으나, 달러라는 기축통화국 지위를 지닌 미국이 당장 재정 붕괴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정부는 올해도 이란 전쟁 비용과 공화당이 지난해 통과시킨 대규모 감세안에 따른 결손을 포함한 국가 부채 상환을 위해 2조 달러(약 2776조 원) 이상을 차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이 치솟으면서 올해 새로 늘어날 전체 부채의 절반을 차지해 미국을 더욱 심각한 재정난에 빠뜨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부채의 악순환

 

재정 적자 감축을 지지하고 있는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윈 선임 정책국장은 “가장 심각한 것은 부채의 악순환(debt spiral)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의 악순환이란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또 부채를 지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이지만 늘어나는 부채 부담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거나 국가 신용도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자)은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의료 프로그램과 경기 부양책, 재난 구호 및 일상적인 정부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 왔다. 미국 국채 이자율이 높이지면(국채 가격의 하락) 미국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진다.

 

미국의 30년물 국채 이자율 변동 연도별 추이.. 2020년대 들어 급상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8월 19일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일본 931억 달러어치 매각

미 재무부가 엔 매입 시장개입에 나선 이유

 

최근 일본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가 일본은행과 함께 엔 매입 시장개입에 나섰던 것도,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약세를 막기 위한 엔 매입 시장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경우 초래될 미국 국채 가격 하락(이자율 상승)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일본경제신문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실제로 지난 5~6월 연속으로 미국 국채를 매각했다. 닛케이는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 5월 667억 달러(약 92조 6000억 원) 보유 미국 국채를 매도한데 이어 6월에도 264억 달러(약 36조 6000억 원)어치를 파는 등 2개월 연속으로 총 931억 달러(약 130조 원)어치의 미국 국채를 팔았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주요국의 미국 국채 보유자통계(TIC)에 따르면,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잔고는 장단기 합쳐서 지난 6월 말 기준 1조 1166억 달러(약 1550조 원)로 5월 말 대비 264억 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에 중국의 보유고는 259억 달러(약 36조 원), 케이먼 군도는 181억 달러(약 25조 원), 홍콩은 161억 달러(약 22조 원)씩 각각 줄었다. 일본의 경우 보유 미국 국채 감소액 중에서 단기채 보유액이 231억 달러(약 32조 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 한승동  기자 >

 

점점 짙어지는 국정원의 계엄 사전 기획 의혹

 

총선 전 민간인 불법 사찰과 사전 계엄 검토?
국정원의 어두운 역사 – 간첩 조작과 공안정국
윤석열의 내란 준비와 도구가 된 종북 프레임

 

계엄 벌어진 그날 밤, 국정원의 수상한 움직임
실세 홍장원의 과거 행적과 특검 기소의 충격
시민 저항으로 막은 내란과 국정원 개혁 과제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내용을 폭로했다. 국정원이 계엄 선포 훨씬 전인 2024년 초부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등 30여 명의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그 결과를 매주 윤석열 대통령실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계엄을 선포하기 3개월 전인 2024년 9월에는 '계엄상황시 대공수사권 행사 가능 여부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까지 작성했다고 윤 의원은 고발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특정 부서나 내부 보고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내용은 국정원 모든 부서에 조직적으로 배포됐고, 각 부서는 이에 대응하는 더 구체적 문건들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나의 부서가 아니라 조직 전체에 대한 동원 시도가 있었다는 말이다. 이를 근거로 윤건영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불법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주도적으로 준비했다"고 지적했고, 한발 더 나아가 국정원이 "비상계엄의 최초 기획자일 수 있다"는 파격적 주장까지 내놓았다. 

 

 여당 정보위 간사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 국정원의 계엄 사전 공모 및 조직적 계엄 가담 의혹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6.8.19 연합뉴스

 

이것은 결코 근거 없는 억측이 아니며 충분히 설득력 있는 추정이다. 왜냐하면 국정원은 이 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비밀 정보기관이자, 동시에 가장 오랜 억압적 국가기구였기 때문이다. '반국가 세력', '종북 좌파'라는 프레임을 생산해낸 원조가 바로 이 조직이며,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숱한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어내고 그때마다 공안 정국을 조성해온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다.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이나 김대중 납치 사건에서부터,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의 각종 간첩단 조작에 이르기까지, 이 기구의 이름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그 뿌리는 숨길 수가 없었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군사독재자들, 그리고 그 이후의 보수우파 정권들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누르는 데 가장 의존했던 권력기관이 바로 이 조직이었다.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로,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왔지만 그 문제점들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심의 시선이 존재해 왔다. 민주당 계열 정권들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등 개혁을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수우파가 다시 정권을 잡을 때마다 이러한 개혁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다.

 

윤석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검사 출신의 최측근 인사들을 국정원 요직에 배치해 이 기구를 자신의 정치적 무기로 삼으려 했다. 실제로 국정원은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공안 사건을 잇달아 터뜨리며, 결과적으로 훗날의 내란으로 이어지는 길을 앞장서 닦아놓았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시점부터 윤석열은 공개 석상에서 툭하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국정원식 언어와 사고방식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그대로 흘러나온 장면으로 보였다. 이런 윤석열이 자신의 정치 생명과 모든 것을 걸고 벌인 절체절명의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 정작 자신이 무기삼아 장악해온 국정원의 힘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믿기가 어려웠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실제로 12월 3일 계엄의 늦은 밤에 국정원에는 130여 명의 직원이 출근해서 각종 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심야 비상 소집'이 직원들의 자발적 판단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출동했던 군 간부에게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곧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도 남아있다.

 

방첩사 간부와 검찰청 검사, 그리고 국정원 처장 사이에 오간 통화 기록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며 계엄이 해제된 새벽 시간대에도 국정원이 계엄사령부에 인력을 파견하려 한 정황이 최근 추가로 밝혀졌다고 한다. 계엄이 끝난 뒤에도 조직 차원에서 계엄사와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려 했다면, 단순한 방관자나 협조자 수준을 넘어서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국정원이 내란을 미리 알고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윤건영 의원의 추정은 상당히 강력한 정황적 뒷받침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그동안 내란 저지에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왔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된다. 홍장원은 30년 가까이 국정원에서 경력을 쌓아온 조직 내부의 핵심 인사이며, 이른바 블랙요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그가 국정원의 어두운 역사와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국정원이 저지른 민간인 사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이른바 '댓글부대'를 동원한 여론 공작, 나아가 내란음모 조작 사건과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러한 흐름과 무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이러한 과거 때문인지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에서 밀려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윤석열이 집권하면서 그는 다시 국정원의 주요 보직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무엇보다 그는 명목상 상관인 국정원장 조태용을 사실상 건너뛰어 대통령 윤석열에게 직접 보고하는, 조직 내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해왔다는 점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져 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1.11. 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윤석열이 쿠데타를 감행한 직후 국정원장인 조태용이 아니라 굳이 홍장원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도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었다. 또한 윤건영 의원의 지적대로 '국정원이 내란을 미리 알고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조직의 2인자였던 홍장원만 이 흐름에서 배제된 채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란이 벌어진 그날 밤 홍장원이 구체적 지시를 내리고 역할을 수행했다는 증언과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최근 종합특검이 그를 조태용과 함께 내란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그동안 홍장원을 '윤석열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고 내란을 막아내는 데 기여한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로 기억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함께 의문을 안기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내란에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내란에 일부 발을 담그고 있다가 상황이 실패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어느 순간 태도를 바꿔 돌아섰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12월 3일 밤의 쿠데타를 막아낸 진짜 힘이, 목숨을 걸고 국회와 거리로 뛰쳐나온 평범한 시민들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는 이야기가 된다.

 

바로 그 시민들의 힘이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국회에서 신속하게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만들었고, 동시에 내란 세력 내부에서도 균열과 이탈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12월 3일 직후에도 홍장원의 일부 진술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존재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받아 적으면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이름을 잘 몰랐다고 했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핵심 간부가, 이 나라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단체이자 국정원의 오랜 감시와 탄압의 주된 표적이었던 민주노총의 위원장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잘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최근에도 홍장원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면서 '국정원은 계엄의 무풍지대였다', '나도 TV를 보고 처음 계엄 선포를 알았다'는 등 쉽게 납득하기 힘든 취지의 주장들을 내놓았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6일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6.26. 연합뉴스

 

물론 아직 진실이 완전히 밝혀졌다고 볼 수는 없으며, 앞으로 진행될 추가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홍장원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자칫 윤석열의 12·3 내란 자체에 대한 사법적 심판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특정 증인이 기소됐다 해서 그동안의 모든 진술을 일괄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각 진술과 증거를 개별적으로 따져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윤석열의 내란죄는 홍장원 한 사람의 진술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수많은 종합적인 물증과 다수의 독립적인 증언들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어 온 사안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함께 겪어낸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어느 한 증인의 신뢰도 문제로 그 본질이 흔들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더 많은 사실이 밝혀져야겠지만, 만약 홍장원이 뒤늦게나마 내란 세력에게서 등을 돌리고 민주주의의 편에 서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스스로가 더 철저히 성찰하며 국정원 조직과 이번 내란, 그리고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사태를 계기로, 국정원의 더 철저하고 근본적인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