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독설] 박상용 검사 입장문에 대한 반박

녹취 짜깁기했다고?…1600여 쪽 전문 분석
박상용 주장대로 진술있더라도 오염 가능성
김성태 공범들 편의봐준 흔적들 문건 곳곳에

복수의 교도관들도 "회덮밥 항의했다" 증언
결론은 하나로 귀결…'검사실서 위법 수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14. 연합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에게 돈 준 적 없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녹취록을 담은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의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대북송금 수사 책임자였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는 "녹취 내용이 짜깁기 된 왜곡 보도"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도 아니거니와 보도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 검사의 해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고자 한다.

 

워치독팀 1600여 쪽 전문 분석…녹취록 짜깁기 보도 안해

 

먼저 정확한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 '김성태 녹취'를 보도한 워치독팀은 일부 녹취만 취사선택 해서 보도한 적이 없다.  박 검사의 이러한 주장은 해당 보도를 진행한 기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다. 워치독팀의 경우 1600여 쪽 분량의 법무부 특별점검팀 문건 전체를 확보해서 갖고 있고 이를 분석하여 보도했다. 특정 제보자가 녹취 일부만 취사 선택해서 워치독팀에 전달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김성태 전 회장 녹취록 전반을 다시 살피면,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 10일 구치소를 찾아온 지인에게 "이재명에게 돈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거짓말 아니고" 라고 말한 뒤에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4월 28일 "이재명 거의 5월달 되면, 6월달 7월달에 그게 제일 크지. 내가 볼 때는 그게 될려나 의심스럽더라고. (검사는) 된다고 하더라고. 또 북한놈들이 없어도 정황이 나오면 된다고 그러는데"라고 지인에게 말한 뒤, 2023년 5월 3일에는 "징그럽네. 더러운 거 걸려가지고. 이재명이 괜히 거 말도 안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에 엮여가지고"라고 말했고, 2023년 5월 9일엔 "그게 북한에 돈 준 것이 어떻게 될란가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지. 그걸 듣도 못헌 얘기를 해버리고. 그걸 제3자 뇌물이라고 해 버리고. 북한 놈들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등 '대북송금과 이재명을 엮고자 하는 검찰의 수사 의도'에 지속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박상용 "대북송금 명목, '이재명 위해서'가 중요"…김성태는 "이재명, 말도 안되는 것에 엮여"

 

박 검사는 지난 4일 낸 입장문에서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사실은 '북한에 준 돈이 어떤 명목이었느냐'인 것으로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가 아니다. 대북송금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를 질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이재명에게 직접 돈 준 게 없다"고 밝히니 "이재명에게 직접 돈이 건네진 게 아니라, 김성태가 북한에 보낸 돈이 이재명 방북을 위한 제3자 뇌물"이라고 박 검사는 주장하는 듯 하다.

 

검찰의 입장에선 그러한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김성태가 북한에 돈을 보낸 목적은 이재명 방북을 위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의 근거가 김 전 회장의 진술 외엔 이 사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1.8. 연합
 

박 검사는 또 "김 전 회장은 이미 2023년 1월 말경 북한에 송금한 돈이 '이재명 지사 방북대가 등의 명목'이라고 진술하였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실제로 그러한 진술을 했는지는 언론이 알 길이 없다. 수사기록은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2023년 1월 말 그러한 진술을 했더라도, 이게 정말 본인의 의지대로 오염되지 않은 진술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로 접견온 지인에게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내가 은행 금고여?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그런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무언가를 계속 더 압박했던 흔적이다. 검찰 주장대로 김 전 회장이 이미 자백을 마친 상황이라면 이상한 대화다.

 

김 전 회장의 4월 18일 대화는 더 이상하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검찰이 이재명이 그것도 대북송금 뇌물로 기소하려고 하고 있드만"이라고 말했다. 2023년 1월 말 김 전 회장이 '이재명 지사 방북 대가 등의 명목의 대북송금'이라고 자백했는데, 4월 중순이 지나서야 김 전 회장이 지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이상하다. 결정적으로 김 전 회장은 2023년 5월 3일 다시 "징그럽네. 이재명이 괜히 거 말도 안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에 엮여가지고"라고 말하며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재명까지 기소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상용 "참고인 조사였다"지만, 김성태 "주주총회 설명" 녹취까지 나와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김 전 회장과 쌍방울 쪽 공범들로부터 각종 허위자백을 받는 대가로 박 검사와 수원지검이 편의를 봐준 흔적이 감찰 문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8일 김 전 회장과 측근들이 검사실에 모여 주주총회 준비한 듯한 녹취록도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2월 23일 구치소 면회를 온 접견인에게 "모 그룹 ㄱ하고 ㄴ 고문이 내일 온다고 해서, 내일 '거기'서 보기로 했거든"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5월15일 녹취록에서도 김 전 회장은 "ㄷ하고는 내가 주주총회 이런 것 좀 설명해줘야 할 거 같아. ㄷ 올 때 ㄹ, ㅁ 오면 돼. 내일 4시쯤 오라고"라고도 말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2025.10.14. 연합
 

박 검사는 9일 입장문에서 "김 전 회장이 1313호실에서 만난 인물들은 수사 목적상 대질 조사를 위해 소환된 참고인일 뿐 수사 외 이유로 소환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공범들의 녹취를 보면 이들은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암시하듯 2023년 4월 4일 지인에게 "방용철이하고 나하고 상민이하고 내일(2023년 4월5일) 이렇게 하기로 했었는데 (중략) 그렇게 해야지 말을 대충 서로 기억을 맞추지. 이승우 하고 나하고 안되면 틀린 게 많으면은 대질을 시켜주라고 해"라고 말하고, 김태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은 2023년 5월18일 수원구치소로 접견온 지인에게 "이화영이가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돌아섰어. 여기는 검찰 그냥 놀러가는 거여. 거기 가서 거기에서 화영이형, 용철이형(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성태형 거기서 만나서 희희덕 거리려고 가는 거여"라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녹취록에서도 박상용 검사 이름이 등장한다. 안 회장은 2023년 2월 24일 구치소로 접견 온 딸과 지인 김아무개 씨에게 "박상용 검사 전화 안왔던? 니(김 씨) 불러달라 했거든. 아니 그냥 대화 우리가 저저…안에서 편하게 대화 하고 그래 하니까. 특별히 좀 불러달라 했거든. 오늘 내가 박상용 검사실에 가니까 오후에 내가 출정 갈 것 같아 (중략) 이화영이 때문에 대질신문 하는데 우리 편들 다 불러 내가 불러가 같이 다 회의를 해 회의를 하면서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검사도 상당히 호의적이야. 그니까 보석 신청을 할 거야"라고 말했다.

 

워치독, 녹취 외에 교도관 복수의 증언 보도 "회덮밥 항의"

 

더불어, 워치독은 김 전 회장의 녹취록만 확인해 보도한 게 아니다. 박 검사가 김 전 회장 등 재소자들에게 '연어 회덮밥'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에 대해 복수의 교도관들이 법무부 조사에서 검찰에 항의한 사실 등을 증언했다. 일례로 한 교도관은 "(5월 17일) 계장님 중 한 분이 1313호실 검찰수사관에게 전화를 해 '영상녹화실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수용자들은 앞으로 구치감 거실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 당시 저녁 도시락은 회덮밥이었다"고 증언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김태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워치독과 인터뷰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등의 녹취와 설명은 모두 하나의 사실로 귀결되고 있다.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실에서는 위법한 수사가 진행됐다.'

 

민주당 주도로 다음달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조작 수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열릴 예정이다. 국정조사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박 검사는 즉시 직위를 해제하고 피의자로 전환해 직권남용, 법왜곡죄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송금 조작 수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 처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