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현실 외면…일방 무력 사용을 자위 조치로"
"생명의 가치 국적따라 차별,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 "
 미국 ·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언론 보도 비판 성명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침략 전쟁의 논리에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언론인들에 의해 제기됐다.

 

중견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론시국회의)'는 11일 ‘침략전쟁을 부추기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상당수의 한국 언론은 침략자의 언어를 비판 없이 받아쓰면서 전쟁 도발을 사실상 ‘축하’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반면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가장 큰 문제는 침략의 언어를 세탁하는 보도”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부르는 대로 이번 군사행동을 ‘선제 타격’ 또는 ‘예방 공습’이라고 받아 써서 명백한 무력 사용을 자위적 조치로 포장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역할은 이런 언어가 어떤 의도를 감추고 있는지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이지만 일부 주류 언론은 심지어 ‘37년 철권통치의 종식’ 같은 승전 서사를 덧붙여 전쟁을 미화했다. 비판적 검증이 사라진 자리에 선전이 들어선 꼴이다.”

 

성명은 또 “생명의 가치를 국적에 따라 구분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170여 명의 여학생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상당수 한국 언론에서 단신 처리되거나 구석으로 밀려난 반면 미군 병사의 사망 소식은 크게 보도, 미국 사회의 ‘분노’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소비하는 보도’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일부 언론은 B-2 폭격기를 ‘침묵의 암살자’라며 그 위력을 ‘찬양’했고, 이번 전쟁을 ‘K-방산 수출의 기회’라는 경제 기사로 연결했다”면서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무기의 성능, 해당 산업의 수익성으로 환원하는 이런 보도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 군수 산업 홍보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언론인들은 한국 언론에 대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언어를 그대로 복제하는 보도를 중단하고 전쟁의 참화가 인간에게 어떤 고통과 상흔을 남기는지 균형 있게 보도할 것, 강대국의 국익보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는 보도를 할 것을 촉구했다.     < 이명재 기자 >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침략전쟁을 부추기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닙니다

 

한국 언론이 최소한의 사명마저 내던졌습니다.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을 둘러싼 일련의 보도는 그 적나라한 실상을 드러냈습니다. 언론은 권력의 행위를 감시하는 게 본령으로, 시민의 판단을 돕는 공론장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상당수의 한국 언론은 침략자의 언어를 비판 없이 받아쓰고 있습니다. 전쟁 도발을 사실상 ‘축하’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침략의 언어를 세탁하는 보도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군사행동을 ‘선제 타격’ 또는 ‘예방 공습’이라고 부르는 건 명백한 무력 사용을 자위적 조치로 프레이밍하는 정치적 언어입니다. 정작 언론의 역할은 이런 언어가 어떤 의도를 감추고 있는지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 일부 주류 언론은, 그대로 받아쓰는 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37년 철권통치의 종식’ 같은 승전 서사를 덧붙여 전쟁을 미화했습니다. 비판적 검증이 사라진 자리에 선전이 들어선 꼴입니다.

 

둘째, 생명의 가치를 국적으로 구분하는 보도입니다. 단적으로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170여 명의 여학생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상당수 한국 언론에서 단신 처리되거나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면 미군 병사의 사망 소식은 크게 보도, 미국 사회의 ‘분노’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인간의 죽음 앞에서 국적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소비하는 보도입니다. 일부 언론은 B-2 폭격기를 ‘침묵의 암살자’라며 그 위력을 ‘찬양’했고, 이번 전쟁을 ‘K-방산 수출의 기회’라는 경제 기사로 연결했습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무기의 성능, 해당 산업의 수익성으로 환원하는 이런 보도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 군수 산업 홍보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는 자사의 김수경 기자가 쓴 전문가 칼럼을 통해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주장해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국제법이 아니라 힘의 논리가 국제 사회의 규범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문제의 조선일보가, 언론은 과연 권력을 비판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정당화하는 존재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셈입니다.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언론인으로서 우리는 한국 언론에 요구합니다.

 

1.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언어를 그대로 복제하는 보도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2. 전쟁의 참화가 인간에게 어떤 고통과 상흔을 남기는지 균형 있게 보도하십시오.

 

3. 강대국의 국익보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는 보도를 하십시오.

 

한국 언론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우리는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겁니다. 지금 한국 언론이 어느 편에 서는지 후세의 역사는 기억할 겁니다.

 

2026년 3월 11일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론시국회의)